이지운

이지운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구독 72

추천

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asy@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정당39%
정치일반31%
대통령14%
국회8%
경제일반4%
사건·범죄2%
국제일반2%
  • 남인수 백년설… 광복전후 가요 감상하세요

    광복 전후 대중가요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음악감상회가 열린다. ‘옛 가요 사랑 모임 유정천리’(회장 이동순)는 광복 73주년을 맞아 13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광복 전후 우리 가요의 흐름’을 연다. ‘광복 전후…’는 일제강점기 말 전시체제 강화로 음반 생산이 중단되던 1943년부터 6·25전쟁까지 대중가요를 해설과 함께 들려준다. 이 행사를 기획한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회장(81·전 동아방송 PD·사진)은 “광복 전후의 가요들은 망국의 시기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줬고, 전쟁의 아픔을 어루만져 줬다. 오늘날 새로운 바람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옛 가요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축음기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될 이 감상회에서는 ‘애수의 소야곡’ ‘가거라 삼팔선’ 등을 부른 남인수(1918∼1962), ‘나그네 설움’ ‘번지 없는 주막’의 백년설(1914∼1980), ‘신라의 달밤’으로 유명한 현인(1919∼2002) 등 당대 명가수들의 대표곡을 SP음반으로 들을 수 있으며, 당시의 문헌 및 영상 자료도 살펴볼 수 있다. 안 회장과 함께 이준희 성공회대 교수가 주요 작품 소개와 해설을 맡는다. 동아방송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유정천리(有情千里)’는 옛 가요를 보존하고 되살리자는 취지로 2009년 결성된 이후 잊혀졌던 대중가요 음반을 찾아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남인수 전집과 이난영 전집을 복원해 앨범으로 내는 성과를 이뤘으며, 2014년에는 ‘한국 대중가요 고전 33선’을 선정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100년이 넘는 우리 대중가요의 역사에서 잊혀져 가는 주옥같은 명곡들을 다시 찾아 부르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8-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즐거운 수학’ 고차방정식 푸는 애니-예능-웹툰

    EBS 신작 애니메이션 ‘세미와 매직큐브’의 주인공 세미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파란 머리 소녀다. 뛰어난 두뇌에 따뜻한 마음씨까지 갖춘 그는 엑스(X)의 계략으로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친구이자 수학 선생님인 와이(Y)와 함께 시간 여행을 한다. 수학적 원리를 이용해 마법을 선보이는 세미는 ‘수학술사’다. 수학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학 교과과정을 ‘덜 지겹게’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정도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추구하는 추세다. 세미는 2014년 수학 교육 사이트 EBS Math의 수학 강의 동영상에서 강사를 맡았던 캐릭터다. 하지만 세미의 모험을 다룬 ‘세미와 매직큐브’에는 칠판이나 수학 공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수학적 사고력을 활용해 풀 수 있는 퀴즈가 이야기 전개의 열쇠가 된다. 최미란 PD는 “단순히 수학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며 “‘세미…’는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길 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종영한 tvN ‘나의 수학 사춘기’는 ‘수학 에듀 예능’을 표방했다. 이천수, 박지윤 등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 출연진이 스타 강사와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곱셈 빨리 하는 법 같은 ‘꿀팁’을 전수해 호응을 얻었다. ‘맘 카페’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와 함께 볼 만한 착한 에듀 예능”으로 입소문을 탔다. 수학을 소재로 한 로맨스물까지 등장했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하비영 작가의 ‘수학 잘하는 법’은 의대 편입을 준비하는 수학 영재의 사랑을 그린다. 순수과학이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과 수학 전공자들이 겪는 고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연재를 시작해 4회 만에 팬 카페까지 만들어졌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취미로서의 공부’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이들에게 ‘애증의 과목’이었던 수학이 대중문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며 “수학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은 유익한 정보를, 성인들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8-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포자’를 구하라”…예능 프로, 로맨스물까지 등장 ‘인기’

    EBS 신작 애니메이션 ‘세미와 매직큐브’의 주인공 세미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파란 머리 소녀다. 뛰어난 두뇌에 따뜻한 마음씨까지 갖춘 그는 엑스(X)의 계략으로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친구이자 수학 선생님인 와이(Y)와 함께 시간 여행을 한다. 수학적 원리를 이용해 마법을 선보이는 세미는 ‘수학술사’다. 수학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학 교과과정을 ‘덜 지겹게’ 만들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정도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추구하는 추세다. 세미는 2014년 수학 교육 사이트 EBS Math의 수학 강의 동영상에서 강사를 맡았던 캐릭터다. 하지만 세미의 모험을 다룬 ‘세미와 매직큐브’에는 칠판이나 수학공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수학적 사고력을 활용해 풀 수 있는 퀴즈가 이야기 전개의 열쇠가 된다. 최미란 PD는 “단순히 수학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며 “‘세미…’는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길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종영한 tvN ‘나의 수학 사춘기’는 ‘수학 에듀 예능’을 표방했다. 이천수, 박지윤 등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 출연진이 스타 강사와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곱셈 빨리 하는 법 같은 ‘꿀팁’을 전수해 호응을 얻었다. ‘맘 카페’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와 함께 볼만 한 착한 에듀 예능”으로 입소문을 탔다. 수학을 소재로 한 로맨스물까지 등장했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하비영 작가의 ‘수학 잘하는 법’은 의대 편입을 준비하는 수학 영재의 사랑을 그린다. 순수과학이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과 수학 전공자들이 겪는 고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연재를 시작해 4회 만에 팬 카페까지 만들어졌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취미로서의 공부’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이들에게 ‘애증의 과목’이었던 수학이 대중문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며 “수학 콘텐츠를 통해 학생들은 유익한 정보를, 성인들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8-07
    • 좋아요
    • 코멘트
  • 캡틴아메리카부터 좀비까지… 2박3일 ‘덕후들의 천국’

    “캡틴 아메리카, 같이 사진 찍어요∼.” “물론이죠, 할리 퀸!” 그야말로 ‘덕후들의 천국’이었다. ‘코믹콘 서울 2018’이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벤져스’의 악당 타노스,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해리 포터…. 영화에서 걸어 나온 듯한 캐릭터들이 활보했고,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코믹 컨벤션’의 준말인 코믹콘은 만화(comics)부터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코스프레 등 ‘팝 컬처’ 문화 전반을 다루는 축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디즈니 마블 블리자드 넥슨 등 국내외 104개 기업이 참여해 301개의 부스를 차렸다. 관람객도 4만5000명이 넘었다.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루커와 에즈라 밀러가 참여해 이목이 집중됐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 욘두 역을 맡은 루커(63)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동료 슈퍼히어로들이 서울에 함께 오지 못한 게 아쉽다”며 “세계 각국 아티스트들의 뛰어난 작업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2017년)에서 숨진 욘두가 내년에 개봉하는 ‘어벤져스4’에서 복귀하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2017년)에서 플래시 역을 맡은 에즈라 밀러는 예정된 행사 외에도 부스를 다니며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11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년)의 인기를 입증하듯 마블 스튜디오 관련 부스는 관객들로 붐볐다. ‘아이언맨’(2008년)부터 최신작 ‘앤트맨과 와스프’(2018년)까지 마블 영화의 10년 역사를 정리한 ‘히스토리 월’, 마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신작 게임 체험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그레그 팍, 피터 응우옌, 김정기, 석가 등 슈퍼히어로 만화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며 팬들과 소통하는 ‘라이브 드로잉’도 진행했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을 그린 미드(미국드라마) ‘피어 더 워킹 데드’의 최신 에피소드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고, 대규모 좀비 퍼레이드도 열렸다. 마지막 날인 5일 오후에는 ‘코리아 코스플레이 챔피언십’이 진행돼 최종예선을 통과한 18명의 ‘코스어’가 무대에서 의상을 뽐냈다. 영화 ‘신과 함께’의 황효균 특수분장 감독을 비롯한 국내외 코스튬플레이·특수분장 전문가들이 심사를 맡았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데드풀’ 분장을 한 미국인 앨런 클라크 씨(41)는 “한국 코스튬플레이어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며 엄지를 세웠다. 행사를 주관한 리드 엑시비션즈는 매년 뉴욕, 파리 등 25개 도시에서 코믹콘을 개최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8월)에 더해 부산(2월)에서도 코믹콘을 연다. 손주범 리드 엑시비션즈 코리아 사장은 “뉴욕은 코믹콘이 열리는 한 주 동안 도시 전체가 축제장이 된다. 한국 아티스트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코믹콘서울 역시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달에는 만화·애니메이션 축제가 풍성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15∼19일 경기 부천시 일대에서 열리고, 제22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시카프)도 23∼2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에서 개최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8-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고체와 액체 사이… 우리가 몰랐던 ‘물’

    물은 온도가 0도 밑으로 떨어지면 얼음이 되고, 100도 위로 올라가면 수증기가 된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과학 상식이다. 미국 워싱턴대 생물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상식에 태클을 건다. 저자는 얼음, 물, 수증기에 더해 네 번째 상인 ‘배타 구역’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상태에서 물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정도 성격을 띤다는 것. 배타 구역에서 물은 일반적인 상태에서와 달리 다른 물질과 잘 섞이지 않는다고 한다. ‘네이처’지의 편집고문 필립 몰은 “지구의 3분의 2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은 아직도 미스터리투성이다”라고 했다. 20세기 중반 물에 대한 연구가 연이어 좌절을 겪으며 물 연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아직도 파도가 어떻게 지구 몇 바퀴의 거리를 돌 수 있는지, 젖은 모래가 왜 마른 모래보다 잘 뭉치는지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런 물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겠다며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띠지에는 책 내용이 아직 주류 과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고 마치 경고문처럼 써 있다. 옮긴이도 “나는 폴락의 설명이 다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심지어 저자 본인도 “여기서 제시한 아이디어 중 상당 부분은 추론에 불과한 것”이라 썼다. ‘배타 구역’ 이론을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때로 신성하게까지 여겨지는 과학 이론에 발칙한 물음을 던지는 노교수의 패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지 않을까.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8-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장애 동생과 나, 무사히 할머니 될 수 있을까요”

    한 살 터울의 자매는 지난해 6월부터 함께 살고 있다. 동생은 방 청소를 귀찮아하고, 언니는 그런 동생에게 매일같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언니 장혜영 씨(32)는 이런 자매의 일상을 ‘어른이 되면’이라는 장편 데뷔 영화로 만들고, 책으로도 펴냈다. 이들의 이야기가 조금 특별한 건 동생 혜정 씨(31)가 18년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다 나온 중증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온 후 혜정 씨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단골 카페가 생기고, 노래도 배우고, 지인의 결혼식장에도 간다. 언니 없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스티커 사진 찍기에도 재미를 붙였다. 좋아하는 것을 묻자 혜정 씨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팔찌, ‘반갑습니다’(북한 가요)”라고 답했다. 그는 언니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이 세상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장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나오는 음악 대부분을 직접 만들었고, EP 앨범(싱글앨범과 정규앨범의 중간 형태의 음반)으로도 냈다. 자매의 꿈을 담은 1번 트랙 곡의 제목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다. ‘언젠가 정말 할머니가 된다면/역시 할머니가 됐을 네 손을 잡고서/우리가 좋아한 그 가게에 앉아/오늘 처음 이 별에 온 외계인들처럼/웃을거야, 하하하하!’(‘무사히…’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장 감독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당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우리의 일상을 유튜브로 전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로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말은 좋지만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고 한다”며 “저도 동생과 같이 살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장애인 시설에서 나온 동생은 사회적인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경기도에 있는 시설에서 서울의 언니 집으로 왔기에,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언니는 동생을 돌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우리나라에는 약 3만 명의 장애인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혜영 씨는 장애인이 사회와 격리되지 않고 비장애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20년 전부터 장애인 시설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스웨덴 역시 시설만이 장애인 정책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나라였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어릴 때나 나이 들었을 때, 아플 때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데,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 인생의 가치가 남보다 덜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그는 “장애인 복지는 ‘비장애인이 베푸는 선의’가 아니라 비장애인 위주로 짜여진 세상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에 대한 보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8-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생각 많은 둘째 언니’와 동생의 꿈…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한 살 터울의 두 자매는 지난해 6월부터 함께 살고 있다. 동생은 방 청소를 귀찮아하고, 언니는 그런 동생에게 매일같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언니 장혜영 씨(32)는 이런 자매의 일상을 ‘어른이 되면’이라는 영화로 만들고, 책으로도 펴냈다. 이들의 이야기가 조금 특별한 건 동생 혜정 씨(31)가 18년간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다 나온 중증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온 후 혜정 씨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단골 카페가 생기고, 노래도 배우고, 지인의 결혼식장에도 간다. 언니 없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스티커 사진 찍기에도 재미를 붙였다. 좋아하는 것을 묻자 혜정 씨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팔찌, ‘반갑습니다’(북한 가요)”라고 답했다. 그는 언니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이 세상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장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나오는 음악 대부분을 직접 만들었고, EP 앨범(싱글앨범과 규앨범의 중간 형태의 음반)으로도 냈다. 자매의 꿈을 담은 1번 트랙 곡의 제목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다. ‘언젠가 정말 할머니가 된다면/역시 할머니가 됐을 네 손을 잡고서/우리가 좋아한 그 가게에 앉아/오늘 처음 이 별에 온 외계인들처럼/웃을거야, 하하하하!’(‘무사히…’에서). 지난달 31일 만난 장혜영 감독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당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우리의 일상을 유튜브로 전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로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말은 좋지만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고 한다”며 “저도 동생과 같이 살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장애인 시설에서 나온 동생은 아무런 사회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경기도에 있는 시설에서 서울의 언니 집으로 왔기에,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언니는 동생을 돌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우리나라에는 약 3만 명의 장애인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혜영 씨는 장애인이 사회와 격리되지 않고 비장애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20년 전부터 장애인 시설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스웨덴 역시 시설만이 장애인 정책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나라였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어릴 때나 나이 들었을 때, 아플 때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데,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 인생의 가치가 남보다 덜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그는 “장애인 복지는 ‘비장애인이 베푸는 선의’가 아니라 비장애인 위주로 짜여진 세상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에 대한 보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 2018-08-02
    • 좋아요
    • 코멘트
  •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 16일이전 물러날듯

    대한불교조계종 설정 총무원장(76·사진)이 16일까지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조속히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지 닷새 만이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성우 스님은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기념관을 방문해 설정 스님을 만난 뒤 “설정 스님이 16일 열리는 임시중앙종회 이전에 총무원장직에서 용퇴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측은 지난달 30일 설정 스님에게 용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4년 임기의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지난해 11월 취임한 설정 스님은 서울대 학력 위조, 은처자(隱妻子·숨겨놓은 아내와 자녀) 의혹을 받아 왔다. 올해 5월 MBC ‘PD수첩’에서 은처자 의혹을 다뤘고, 설조 스님이 41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설정 스님에 대한 퇴진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지난달 24일에는 미국 하와이 무량사 주지인 도현 스님이 “설정 스님과의 사이에서 숨겨진 딸을 낳았다”고 진술한 한 여성의 녹취록을 공개해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도현 스님은 녹취록 속의 여성이 설정 스님의 딸을 낳은 김모 씨라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학력 위조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숨겨둔 자식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편 1일 도현 스님이 공개한 녹취록의 당사자 김 씨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취록 속 음성은 내 것이 맞지만 이는 1999년 도현 스님과 공모해 허위 사실을 녹음한 것”이라며 “(설정 스님의 딸이라는 의혹을 받는 전모 씨는) 내 친딸이 맞지만 설정 스님의 자식은 아니다”라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8-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역 토박이들의 좌충우돌 ‘서울여행 체험기’ 신선

    “(지하철 탈 때) 표 살 필요 없어요. 교통카드 대믄 돼요 행님.” “(버스 탈 때처럼) ‘두 명요’ 하면 안 되나?” 울산MBC의 예능 프로그램 ‘경성 판타지’에서 일반인 출연자 신병국, 정재현 씨가 고향 울산에 없는 지하철을 서울에서 타며 상의하는 모습이다. 울산MBC가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채널에서 내놓은 여행 예능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지역 토박이들의 서울 여행을 다룬 자체 제작 관찰 예능 ‘경성 판타지: 달콤한 너의 도시’가 선전하고 있다. “서울 예능 못지않다”는 입소문을 타며 부산 광주 강원영동 등 8개 지역 MBC에서 정규 편성했고, 이달 중 서울MBC 방영도 앞두고 있다. ‘경성…’에서는 제주도 토박이 힙합 소녀들, 전남 담양군에 사는 5인 가족 등 일반인이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길거리 버스킹’부터 ‘요리사 되기’까지 제각기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출연자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VJ들이 뒤를 따르는 구성은 기존 여행 예능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경성…’은 관광지와 맛집보다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서울을 체험하며 성장하는 출연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늘 동경해왔지만 낯선 ‘너의 도시’에서 오랜 꿈을 이야기하고, 서울에 대한 판타지와 현실의 간극을 체험하기도 한다. ‘경성…’은 울산MBC에서 처음 시도한 여행 관찰 예능이다. 지역 방송국을 통틀어도 이런 형태의 예능을 자체 제작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편성제작부 막내 정상민 PD가 겁 없이 도전장을 냈고, 선배 민희웅 PD가 기꺼이 힘을 보탰다. 울산MBC 측은 ‘경성 판타지’에 편당 785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기존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70%가량 높은 액수지만 ‘서울 방송’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연예인 패널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서울 촬영도 자주 갈 수 없어 한 번 다녀오면 4주 방영분을 뽑아내야 한다. 그나마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두 PD가 모든 편집을 도맡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상민 PD는 “지역민이 가진 편견을 깨고, 이들의 눈을 통해 서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른 지역 방송국들도 사정이 열악하긴 마찬가지지만 조금만 투자하면 서울 못지않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8-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진기주 “이제 겨우 첫발… 끌림있는 배우 되고 싶어”

    지난달 25일 만난 배우 진기주(29)는 아직도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여주인공 길낙원이었다. 종영한 지 6일이나 지났고 “사흘 푹 쉬고 나니 멀쩡하다”고 했지만, 말끝마다 “낙원이가…”를 반복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서도 배역에 푹 빠져 살았던 티가 역력했다. 심지어 길낙원이 힘겨웠던 장면을 얘기할 땐, 자기가 겪은 일이었던 것처럼 눈물이 고이곤 했다. ‘이리와…’는 우리 나이로 서른인 진기주가 드라마 주연을 처음으로 맡은 작품. 2015년 tvN ‘두 번째 스무 살’이 첫 데뷔작. 대기업 직장인, 지역방송국 기자였다가 연기를 시작해 데뷔 자체가 남들보다 훨씬 늦었다. 그는 “그래도 남다른 경험 덕에 어려움이 닥쳐도 빨리 털어낼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지닌 것 같다”며 웃었다. 진기주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건 2월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혜원(김태리)의 친구 은숙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곧장 날아든 드라마 주연 기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소속사나 주위에선 ‘부담스러우면 꼭 지금 안 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너무 매력적인 낙원이란 캐릭터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오디션을 봤어요.” 사실 ‘이리와…’는 최종회 5.9%(닐슨코리아 기준)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동시간대 경쟁작이었던 tvN ‘김 비서가 왜 그럴까’(최고 시청률 8.7% 닐슨코리아 기준)보다 화제성도 떨어졌다. 하지만 주연을 맡은 진기주와 장기용의 ‘케미’가 돋보였고, 중견연기자들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진기주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라며 “아직도 연기가 한참 부족해 반성도 많이 했다”고 겸손해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언젠가는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에게 드라마 볼 가치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끌림’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8-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유튜브 스타의 비결 “시청자를 마니아로”

    유튜브가 ‘대세’임은 서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책 역시 ‘유튜브 책’ 중 하나다. 다만 유튜브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로버트 킨슬이 직접 겪고 만난 유튜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저자는 성공하는 유튜브 채널의 공통점으로 ‘독창성’을 강조한다. 콘텐츠 한두 개를 보고 마는 100명의 시청자보다 내 콘텐츠에 ‘덕질’을 하는 마니아 한 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독창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다수 유튜버는 “깨어있는 모든 시간 동안” 일하고 있다. ‘Broadcast Yourself!(당신을 방송하세요!)’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유튜브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 기술적 완성도로 콘텐츠를 평가하지 않기에 비전문가도 유튜브 스타가 될 수 있다. 미국 미주리주 시골 마을에서 퀼트 가게를 운영하는 제니 할머니는 2009년 저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퀼트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영상은 조악했지만 특유의 친근함으로 인기를 끌었고, 현재 제니 할머니는 매년 200만 명에게 퀼트 용품을 팔고 있다. 성공한 유튜버들의 면면을 경영자의 시각에서 살펴 보다 객관적이고 분석적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저자가 게임으로 유명한 ‘대도서관’이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해 웃음을 주는 박막례 할머니 같은 한국인 유튜버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문득 궁금해진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뭐야, 임신이라니… 끝장이군” 솔직한 반란이 통했다

    ‘뭐야, 내가 임신이라니! 이제 뒤룩뒤룩 살찔 일만 남았어! … 안녕, 비키니여! 섹시? 해변? 다 끝장이구나.’(‘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에서) 새 생명의 경이로움, 숭고한 모성애 같은 건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불편함과 두려움, 막막함에 대한 솔직하고 신랄한 묘사가 빈자리를 채운다. 이달 국내에 출간한 프랑스 그래픽노블 ‘임신!…’(북레시피·2만 원)은 임신을 대하는 여성의 속내를 과감하게 그려 화제가 된 작품이다. “첫 임신은 거의 재앙 수준의 날벼락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44·사진)을 20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사람들이 말하기 꺼리는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겪어 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임신 기간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도 나서서 털어놓지 않더라고요. 제 책을 읽고 독자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고 공감하기를 바랐어요.” ‘임신!…’은 임신한 여성을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디테일하게 짚어냈다. 입덧이나 수면장애 같은 신체적 고통부터 소파에 앉아 게임이나 하는 얄미운 아이 아빠, 성가시게 참견해대는 친구, 예쁜 하이힐을 신고 싶은 욕망까지…. 카롤린은 “최대한 다양한 임신부들의 에피소드를 담고자 했다”며 “한 독자가 책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석을 빼곡히 달아놓은 것을 본 뒤 개정판에는 아예 ‘독자의 경험’을 쓰는 난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카롤린은 현지 평단에서 ‘자전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을 그리는 작가’로 통한다. 10월 국내 출간 예정인 그의 대표작 ‘추락, 심연 일기’ 또한 본인이 세 차례에 걸쳐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던 경험담을 다뤘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추락, 심연 일기’에 애착이 가장 크다”며 “우울증에 빠지는 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그가 작업하고 있는 작품 ‘예술가로서의 내 삶’ 역시 그래픽노블 작가가 된 그가 예술학교에서 겪은 경험이나 이 분야의 산업구조 등을 다룬 자전적인 내용이다. “자전적 이야기들을 통해 늘 조그만 ‘반란’을 꾀해요. 사람들은 우울증 병력을 드러내놓고 말하거나 ‘임신은 지옥 같아’라고 불평하는 걸 싫어합니다. 하지만 저는 일부러 그런 것들만 다루죠. 분명 다른 사람들도 속으로는 그렇게 느끼고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주로 미국 마블이나 DC의 슈퍼히어로 물을 통해 국내에도 친숙해진 그래픽노블이란 용어는 유럽에선 ‘소설(노블)’에 방점을 찍은 문학성 짙은 작품을 지칭하는 분위기다. 작가주의에 바탕을 둔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으며 하나의 독립 장르로 정착하는 모양새라고 한다. 카롤린은 이런 그래픽노블의 장점으로 ‘깊이’를 꼽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웹툰 시장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웹툰이 가진 특유의 속도감과 호흡은 무척 큰 장점이라고 봐요. 하지만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기나긴 대사를 음미하거나 페이지마다 공을 들인 편집의 묘미를 느끼긴 어렵지 않을까요. 전 구식이라 그런지, 읽을 때 며칠씩 걸리기도 하는 그래픽노블 스타일이 더 좋아요!”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집안일 도맡으며 위로 건네는 남자? 만화잖아요”

    “신기해요.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만들었는데 어른 건축가가 그걸 진짜 성으로 만들어 준 기분이랄까요.” KBS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여성 팬들을 중심으로 ‘힐링 웹툰’으로 입소문을 타 현재 시즌4까지 연재 중이다. 23일에는 시즌2가 두 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연이은 경사에 우쭐할 법도 한데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24일 만난 승정연 작가(32)는 한결같이 겸손했다. 원작은 고민이나 어려움에 빠진 여성이 ‘하우스헬퍼’를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단편들로 이뤄진 옴니버스식 웹툰이다. 드라마는 한 인물에 원작 속 여러 사람의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승 작가는 처음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는 짧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묶일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감독님이 제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이 의도를 잘 파악해주시고, 오히려 제가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완해주셨더라고요. 장편의 구성이나 연출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본방 사수’ 중이랍니다.” 하우스헬퍼라는 직업은 2011년 “내겐 남편보다는 아내가 필요하다”는 직장인 친언니의 말을 듣고 승 작가가 떠올린 것. 여성이 주로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한 직업이지만 집안일을 하고 정신적인 위로를 건네는 남자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승 작가는 “당시에는 연이은 공모전 낙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원형탈모가 생겼을 정도였지만 웹툰 작업을 하며 스스로도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등장인물 중 하우스헬퍼 김지운을 가리킬 때만큼은 ‘지운’이나 ‘김지운’이 아닌 ‘지운 씨’라고 불렀다. ‘당신의…’는 어린이용 학습만화를 그리던 그의 첫 번째 웹툰이다. 어린이 문학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는 그는 지난해 역시 하우스헬퍼가 등장하는 어린이 그림책 ‘마을을 바꾼 장난’(고래뱃속·1만3000원)을 펴내기도 했다. 현재 연재 중인 에피소드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보며 자책하는 성인만화 작가 ‘김캔디’에 관한 이야기다. “앞으로 ‘당신의…’에서 미투나 육아 문제처럼 사회 전체의 고민이 필요한 내용을 다뤄보고 싶어요. 다만 지금까지처럼 따뜻하고 잔잔하게, 크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요!”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최근 병상서도 신작 구상… 문학 열정 남달라”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소설가 최인훈 씨 빈소에는 첫날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화환을 보내왔고 방명록 옆에는 ‘최인훈 전집’과 함께 외손녀 이은규 양이 연필로 그린 고인의 초상화가 놓여 조문객을 맞았다. 고인의 장례는 문인들이 꾸린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동아일보 재직 시절부터 50여 년간 고인과 인연을 이어 온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80·문학평론가)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김 고문은 “한국 현대문학사는 최인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사유와 독서, 글쓰기에만 몰두한 고인은 문장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 정식 조문이 시작된 뒤 정현종 김혜순 시인 등 서울예대 교수 시절 동료들이 빈소를 찾았다.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김인숙 시인, 소설가 이인성 강영숙 편혜영 은희경 씨, 우찬제 문학평론가 등의 발길도 이어졌다.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은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55·문학평론가)는 “고인은 병상에 누워 있던 최근까지도 신작을 구상하며 실험적 글쓰기를 시도해 왔다”고 전했다. 소설가 복거일 씨(72)는 “우리 세대 문인들은 모두 ‘최인훈’이란 거목의 그늘 아래서 자란 제자들”이라고 말했다. 유고집 출간 계획은 아직 없으나 향후 유족이 논의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인에게 문화훈장을 추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 씨와 아들 윤구 씨, 딸 윤경 씨가 있다. 영결식 및 발인은 25일 오전 8시.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3년만에… 교황청에 한국인 외교관 또 탄생

    교황청에 또 한 명의 한국인 외교관이 탄생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인 황인제 신부(36·사진)는 최근 교황청으로부터 르완다 교황청대사관 파견 명령을 받았다. 황 신부는 앞으로 3년간 르완다에 머물며 외교관 업무를 수행한다. 황 신부의 임용으로 한국교회 출신 교황청 외교관은 두 명이 됐다. 장인남 대주교는 1985년 교황청 외교관으로 임명돼 현재 태국·캄보디아·미얀마 교황대사로 재직하고 있다. 교황청 외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교회법 박사 학위와 교황청 외교관학교 과정 이수가 필요하다. 황 신부는 2011년 사제품을 받은 뒤 이듬해 로마 유학길에 올라 외교관학교 과정을 이수하고 지난달 라테라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일 오후(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부임지로 출발하는 황 신부는 “장 대주교를 모범으로 삼아 제게 맡겨진 소명을 감당하고 싶다”는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라디오 DJ’ 정진석 사제를 아십니까

    “하느님께서 책을 내도록 도와주셔서 뭉클합니다. 독자들에게 하느님께서 은총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한 개인의 일생은 우리 민족 전체 역사의 축소판입니다. 그중 하나인 제 이야기를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정진석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87)의 삶과 신앙을 정리한 회고록 ‘추기경 정진석’(가톨릭출판사)이 나왔다. 책을 집필한 허영엽 신부(58·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사무국장)는 1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집무실을 찾아 추기경에게 직접 책을 전달했다. 저자인 허 신부는 2004년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시절부터 정 추기경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이다. 당시 허 신부는 같은 숙소에 살면서 식사나 산책 시간에 들은 정 추기경의 개인적 이야기나 교회의 역사 등을 줄곧 메모해뒀다. 허 신부는 “추기경께서 기억력이 출중해 세세한 것까지 명확하게 알려주셨다”며 “그런 이야기 자체가 교구와 교회의 역사적 기록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책에는 서울대 공대생으로 발명가를 꿈꾸던 정 추기경이 6·25전쟁을 겪으며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내용도 나온다. 당시 전쟁의 포격으로 눈앞에서 동생을 잃고, 본인 또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정 추기경은 결국 과학의 발달이 대량살상무기를 양산하는 현실을 목도한 뒤 생각을 바꿨다. 그는 전쟁고아를 돌보던 당시 황해도 연백성당 주임인 김영식 신부를 따라 신학교에 입학했다. 책은 정 추기경이 1961년 사제품을 받은 뒤 소신학교 라틴어 교사, 천주교 라디오방송 진행자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일들도 다뤘다. 허 신부는 정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난 뒤 현재 원로로서의 삶에 이르기까지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허 신부는 오랫동안 추기경과 동고동락했지만 이번 집필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허 신부는 “한 사람의 일생을 관통하는 회고록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일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며 “교회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 아버지 세대가 겪어온 격동의 근현대사를 느낄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오랜 시간 정 추기경을 알고 지냈지만 이 책을 통해 훨씬 더 많이 알게 돼 더욱 존경하게 됐다”고 썼다. 한국인 추기경의 회고록이 출간된 건 2004년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원자부터 은하계까지 세상 모든 것의 속도

    몰디브의 어느 해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당신을 상상해 보라. 선베드에 누워 향긋한 칵테일을 마시며 가만히, 가만히…. 미동도 없는 것 같지만 사실 당신은 지금도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신의 심장은 초속 4.6m의 속도로 혈액을 밀어낸다. 당신의 신경계는 시속 400km의 속도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무엇보다도, 적도 부근에 누워 있는 당신은 음속보다도 빠른 시속 1670km의 속도로 지구와 함께 자전하고 있다. 이 세상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히말라야 산맥도 1년에 2인치씩 자라고 있다. 천문학 교수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 밥 버먼은 움직이는 모든 것의 속도에 관심을 가졌다.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의 움직임부터 너무 커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은하계의 움직임까지, 그의 호기심은 전방위적이다. 박테리아는 1초에 머리카락 한 올 두께만큼 움직일 수 있다. 수치상으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느린 속도지만, 박테리아로선 1초에 자기 몸길이의 100배 거리를 이동하는 셈이다. 참고로 인간이 1초에 자기 몸길이의 100배를 이동하려면 음속을 돌파해야 한다. 초속 0.05mm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박테리아를 보며 저자는 일갈한다. “병이 전염돼 퍼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복잡한 용어나 수식은 빼고, 다소 냉소적이지만 유쾌한 농담으로 그 빈자리를 채웠다. 그래서 ‘이 책이 읽히는 속도’는 제법 빠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비욘세가 반한 디자이너 “패션은 당당함”… 뉴욕 무대서 맹활약 박윤희 씨

    “‘요즘’ 핫하다니요? 저는 원래 핫했거든요, 하하하!” 허를 찔렸다. 9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패션디자이너 박윤희 씨(40)는 의례적 인사말 한마디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받아쳤다. 채널A ‘하트시그널2’에 출연했던 때와 시원시원한 모습이 너무도 똑같아 TV를 보는 착각마저 들었다. 진한 부산 사투리 억양마저도. 출연진 김장미 씨의 지인으로 나와 강렬한 ‘사이다’ 입담을 선보였던 그는 벌써부터 ‘하트시그널 시즌3에는 고정 패널로 나와 달라’는 시청자의 요구가 빗발칠 정도다. “하도 답답해서 나간 거예요. 장미 ‘가’가 겉은 세련되고 예쁘장한데, 속은 순박하고 요령이 없어. 남들 다 하는 ‘여우짓’을 전혀 할 줄 몰라요. 그래서 저라도 좀 나서서 도와야지라고 생각했죠.” 사실 박 씨는 TV 출연은 처음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출연진보다 뒤늦게 투입돼 힘들어하던 “아끼는 동생이 기죽지 않길 바라는 언니의 마음”으로 실제 연애코치를 한 게 전파를 탔을 뿐이다. 당시 김 씨에게 “니를 왜 늦게 넣었겠노. 뺏으라고 늦게 넣은 거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하트시그널2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순간 가운데 하나다. 김 씨도 “윤희 언니는 가장 절친한 인생의 멘토”라며 “낯선 서울 생활에 지쳐 있던 내게 따스한 온기를 준 사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국내에선 ‘하트시그널2’로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박 씨는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패션디자이너다. 특히 2014년부터 미국 가수 비욘세가 그의 옷을 즐겨 입으며 ‘비욘세가 사랑하는 디자이너’로 국내외에 알려졌다. 지난해부터는 매 시즌 뉴욕패션위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쇼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촌년’이 이만하면 꽤 성공하긴 했죠. 솔직히 지방대 출신에 유학 한 번 안 간 순수 국내파라 처음엔 고생 ‘직싸게’ 했어요. 1998년에 거의 교통비 수준인 월급을 받으며 밑바닥 인턴부터 시작했어요. 와 안 힘들어요? 그래도 이 악물고 포기 안 했어요.” 결국 박 씨는 천신만고 끝에 2006년 유명 여성 브랜드의 디자이너팀장까지 올라 업계에서 신화적 인물이 됐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2009년 자신의 브랜드 ‘그리디어스’를 차렸다. 자기 인생의 최종 목표인 “그리디어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워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해외 진출의 길을 터주는 이가 되겠다”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해외의 이름난 브랜드들은 자기만의 색이 확고해요. ‘디올’ 하면 ‘뉴 룩’, ‘샤넬’ 하면 ‘트위드 재킷’을 떠올리죠. 저도 그렇게 정체성이 확실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저의 시그니처요? 화려한 프린트죠!” 당당한 그의 성격을 반영한 듯한 화려한 문양은 매 시즌 패션계에서 주목도가 높다. 영화 ‘아바타’나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회화에서 영감을 얻어 화려한 원색을 과감하게 조합한 패션을 선보여 왔다. “맞아요. 옷은 사람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언어라 생각해요. 제가 옷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건 당당함이죠. 제 옷을 입고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또 어디 있을까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글 넘어 사막-우주로… 예능, 어디까지 갈 거니?

    “와, 여기서 낙오되면 바로 죽는 거네예.” 사방이 모래와 자갈뿐,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걷던 배정남이 한숨 쉬듯 내뱉은 말이다. 남한의 23배 면적인 아라비아 사막 한가운데서 죽음은 관념이 아닌 실재다. 어쨌든 연예인들이 해외로 왔으니 여행 예능인 것 같긴 한데, 기존의 문법에선 어딘가 많이 벗어나 있다. 눈부신 풍광도, 식도락도, 배꼽 잡을 만한 웃음 포인트도 없다. KBS ‘거기가 어딘데??’는 ‘탐험 중계방송’을 표방한다. 지진희 차태현 등 탐험가 4인방은 지도와 나침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기에만 의지해 아라비아해까지 걸어가야 한다. 이들이 제작진의 사전 답사도 되지 않은 사막 한복판을 가로질러 발걸음을 내디디면 제작진은 묵묵히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뒤따른다. tvN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한술 더 떴다. 아예 지구를 떠나 화성(火星) 탐사에 나섰다.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화성탐사연구기지(Mars Desert Research Station·MDRS)에서 일주일간 화성 탐사 훈련을 하고 돌아왔다. ‘생존 달인’ 김병만이 탐험대를 이끌고 세 명의 과학자가 합류해 연예인 출연진에는 부족한 전문성을 보충한다. 이들의 모든 활동 내용은 실제 화성 탐사를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된다. 사실 ‘탐험 예능’의 선두주자는 2011년 시작한 SBS ‘정글의 법칙(정법)’이다. 열대우림이나 무인도를 탐험하며 ‘무한도전’ 식의 버라이어티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병만 족장’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았지만 과도한 상황 설정으로 조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광상품으로 운영되는 원주민 마을에서 촬영을 진행하고선 위험한 원주민을 만난 것처럼 연출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정법’을 의식한 탓일까. ‘거기가…’와 ‘갈릴레오’는 공통적으로 제작진 불개입 원칙을 지키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갈릴레오’의 이영준 PD는 “거치형 카메라를 최대한 활용해 출연진을 제작진으로부터 철저히 격리시켰다”고 했다. 훈련 내용뿐만 아니라 폐쇄된 공간에서 출연진이 겪는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거기가…’는 아예 출연자 지진희가 40여 명에 이르는 제작진을 이끌고 사막 횡단에 앞장섰다. 유호진 PD는 “하나둘 제작진이 개입하다 보면 출연진은 탐험이 아닌 ‘관광’을 하게 된다. 좋은 그림을 놓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리얼리티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비슷비슷한 여행 예능을 양산하는 상황에서 색다른 장소를 찾다 보니 관광지가 아닌 ‘탐험지’를 찾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공간이 바뀌면 이야기도 바뀐다.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는 예능의 특성상 더 새로운 장소, 일상에서 더 멀리 떨어진 장소로 리얼리티 쇼의 공간적 배경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원효 “개콘 이러면 안돼∼ 기발 개그로 다시 살려야죠”

    “개콘(개그콘서트) 밖에 있을 때, 제가 봐도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더라고요. (선배지만) 자꾸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미꾸라지 역할을 해 줘야 후배들도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개그맨 김원효(37)가 자신의 친정 KBS2 ‘개그콘서트’로 돌아왔다. 무대를 떠난 지 3년 만에 코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를 선보였다. 1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김원효는 “고참 개그맨으로서 5%대 시청률로 정체 상태를 겪고 있는 개콘에 책임감을 느꼈다”며 담담히 복귀 소감을 밝혔다. 김원효가 먼저 4회 정도 선보였던 ‘부탁 좀…’은 상당히 강렬했다. 한국에선 우여곡절이 많은 정치코미디였기 때문이다. 처음 출연에 선보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단식 농성이나 현실보다 더 웃긴 뉴스 보도를 거론하며 “개그맨도 좀 먹게 살게 그만 웃겨라”고 한 말은 꽤 화제가 됐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당선 인터뷰를 풍자했다가 지지층으로부터 비난 세례에 시달리기도 했다. ‘여야 안배였냐’라고 짓궂게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정치색? 그런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어요. 그때그때 검색어 순위 제일 높은 곳을 차지한 ‘핫’하신 분들 얘길 했을 뿐이죠.” 그가 선보였던 ‘부탁 좀…’은 정통 스탠드업 코미디란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홍대 무대를 중심으로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지만 지상파 방송에선 쉽지 않은 선택. 15년 전쯤 개그맨 이정수가, 10년 전엔 김기열이 인기를 끌었지만 분장과 소품 없이 매주 관객을 웃기기란 녹록지 않다. 개콘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시의성이 생명인지라 좀 더 시간을 갖고 전열을 가다듬기로 했다. 김원효는 “좋은 소재가 있으면 언제든 다시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탁 좀…’을 쉬는 동안에도 김원효는 바쁘게 움직였다. 새 코너 ‘이런 사이다’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한다. ‘합’을 중시하던 기존 개그 공식을 탈피해 속사포 같은 대사를 숨쉴 틈 없이 치고받는 형식. 그는 “현장 반응이 유행어 ‘안돼∼!’를 탄생시켰던 2011∼12년 대표 코너 ‘비상대책위원회’ 때만큼 좋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원효는 개콘을 쉬었지만 개그는 멈추지 않았다. 3년 동안 현장 공연에 힘을 쏟았다. 박성호 정범균 등 선후배들과 ‘쇼그맨’이란 팀을 꾸려 2015년부터 전국 순회공연은 물론이고 해외 공연도 수차례 열었다. 그는 “미국 공연 때 용기를 얻어 요즘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언젠가 미국에 진출해 한국 코미디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코미디언들에게 ‘한국에선 매주 새로운 개그를 선보였다’고 말하면 아무도 안 믿었어요. 그만큼 한국 코미디는 생산력이 최고죠. 미국 브로드웨이에 작은 극장을 열어 동료들과 맘껏 꿈을 펼쳐 보는 게 제 꿈이랍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