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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중턱 카페에서 커피를 달여(?) 사발에 내놓는 바리스타 할머니. 한복을 입고 머리엔 작약꽃을 꽂은 그는 사실 오래전 사고로 남편(나무꾼)을 여의고 699년간 인간계에 머물고 있는 선녀 선옥남이다. 그의 사연을 다룬 tvN ‘계룡선녀전’은 5일 첫 방송 뒤 시청률 5.0%(2회·닐슨코리아)로 나름 화제몰이에 성공한 편. 드라마의 원작 웹툰을 그린 작가 돌배(본명 장혜원·37)를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제주도 월정리에서 마라톤을 하다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는 할머니들을 보고 ‘저분들이 사실은 선녀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엄청난 비밀을 숨긴 채 조용히 살아가는 할머니, 너무 ‘쿨’하잖아요!” 돌배는 작품에 강한 악역이 없는데도 작품의 흐름을 느슨하지 않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이다. 색채는 파스텔 톤을 많이 활용해 보는 내내 눈이 편안하다는 평도 받는다. 첫 작품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미국의 한 태권도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다뤘고, 최근작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도 주인공이 마라톤을 통해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는 훈훈한 내용. 이런 면면 때문에 팬들은 돌배의 작품을 두고 ‘힐링 웹툰’이라 부른다. 한데 정작 작가는 ‘저(低)자극’ 웹툰을 그리겠단 의도가 없었단다. 일부러 악역을 내세우지 않는 게 아니라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사람들”을 캐릭터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도 자극적인 블랙코미디로 가득 차 ‘힐링’과는 거리가 먼 ‘사우스 파크’ 시리즈. “아니 (무서운) 호랑이와 용까지 나오는데도 힐링이 된다니, 다음 작품은 ‘왕좌의 게임’처럼 처절하고 피 튀는 작품으로 한번 해봐야겠어요, 하하.” 2013년 데뷔한 돌배는 원래 애니메이터였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전공했고,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때는 미국에서 게임회사를 다니며 퇴근한 뒤 만화를 그렸다. 작가는 항상 영화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던 방식으로 웹툰을 그려 왔기에 영상으로 표현한 이번 드라마가 무척 기대되는 눈치다. “‘계룡선녀전’은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본질적으로는 꿈을 위한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많은 분들이 강하고 ‘쿨’한 선옥남을 보며 즐거움을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과거 영국 상류층의 쇼핑 거리였던 팰맬(Pall Mall)가. 런던 시내 중심지인 세인트제임스 지구와 트래펄가 광장을 잇는 이 거리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대저택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19세기 상류층 남성들이 비공개 사교 모임을 가졌던 ‘젠틀맨 클럽’입니다. 셜록 홈스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만든 ‘디오게네스 클럽’의 배경이 바로 여기죠.” ‘셜록 홈스 투어’ 가이드의 목소리에 미국, 스웨덴,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런던으로 모인 ‘셜로키언(Sherlockian·셜록 홈스 마니아를 일컫는 말)’이 귀를 쫑긋 세웠다. 이 투어는 공식 기관이 아닌 개인이 운영한다. ‘셜록 홈스’는 영국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재창작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저작권이 소멸된 콘텐츠)이다. 그래서 셜록 홈스 박물관, 맥줏집 같은 공간으로도 풍부하게 재창작되며 대규모 제작사뿐 아니라 개인까지 먹여 살리고 있었다. 이 투어의 운영자 르위스 스완은 “고전을 다양한 관점으로 즐기는 마니아는 콘텐츠 재해석의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이처럼 과거의 콘텐츠를 일상에서 즐기고 재창조하는 마니아는 전 세계 각국에서 만날 수 있었다. ○ “셜록에 대한 관심은 20년 주기로 돌아온다” 닉 우테힌(66)은 25년 동안 BBC 등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했다. 그러나 그가 평생 가장 꾸준히 해 온 일은 ‘셜록 홈스 마니아’다. “8세 때 ‘바스커빌 가문의 개’로 셜록을 처음 만났죠. 14세 때 책 뒤의 엽서를 보고 ‘셜록 홈스 협회’에 가입했어요. 30년 동안 협회 저널 편집장을 맡았고 지금은 명예회원입니다.” 1951년 결성된 셜록 홈스 협회는 매년 1월 영국 의회 ‘하우스 오브 커먼스(하원)’에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단순 친목모임이 아니라 셜록을 분석하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저널에도 가벼운 글부터 ‘유사 논문’까지 게재한다. “저도 셜록 홈스가 옥스퍼드대에 다녔을 상황을 가정해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셜록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해요. 셜록의 의상을 입는 모임도 있고, 그 시대 방식으로 크리켓 경기도 해요. 가장 값비싼 취미는 컬렉팅이죠. 소설 원본이나 편지 등을 수집하는데 애플사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오리지널 삽화 25개 중 7개를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죠.(웃음)” 셜록 다큐멘터리에도 여러 번 출연한 그는 “셜록의 재창조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셜록과 평범한 왓슨, 두 캐릭터의 조합이 만든 보편적 스토리가 매력적이에요.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평가되진 않지만 셜록에 관한 관심은 20년 주기로 끊임없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 윤동주를 기억하는 ‘릿쿄 모임’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은 남의 나라/…/대학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쉽게 쓰여진 시’에서) 윤동주 시인(1917∼1945)은 1942년 일본 도쿄의 릿쿄(立敎)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이 시기 대표작 ‘쉽게 쓰여진 시’를 썼다. 이곳에선 매년 2월 윤동주의 기일을 전후해 그를 기리는 추모식이 열린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이 주최하는데 매년 행사 때면 250석 규모의 고즈넉한 성공회 예배당에 3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다. ‘릿쿄 모임’은 ‘육첩방’의 위치가 ‘도쿄 신주쿠 구 다카다노바바 1초메’이며 ‘늙은 교수’는 동양철학을 가르친 우노 데쓰도 교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임을 결성한 릿쿄대 동문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72·여)가 20년 넘게 윤동주의 발자취를 수소문한 끝에 이룬 결과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윤동주의 시를 대사로 사용한 연극을 만들어 DVD로 제작하거나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팀을 초청해 교정에서 공연을 여는 등 문화 사업도 진행한다. 2010년부터 릿쿄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윤동주장학금’ 또한 이들의 노력에 의해 탄생했다. 릿쿄대는 윤동주가 다닌 학교라고는 하지만 6개월 남짓, 그것도 청강생 자격으로 다녔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을 가장 격렬하게 드러낸 시인이 아닌가. 야나기하라 씨와 ‘릿쿄 모임’에 윤동주가 이토록 특별한 존재인 이유를 물었다. “우리가 윤동주를 사모하는 것은 시어 하나하나에서 청년 윤동주의 고뇌와 아픔이 절절히 묻어나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이 아름다운 청년을 아프게 한 우리(일본) 역사의 과오를 꼭 기억하고자 합니다.”(야나기하라 씨)○ 민요와 메탈 결합시킨 언어학 마니아 “페로제도는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 전통 민요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곳이에요. 결혼식과 국가의식이 있을 때마다 불리죠.”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한 페로제도에도 괴팍한 마니아가 있다.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 영웅담을 주요 소재로 한 음악으로 인기를 얻은 헤비메탈 밴드 ‘튀르(T,r)’의 리더인 헤리 요엔센(45). 그는 튀르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전기기타와 검을 휘두르며 근육질의 고대 영웅을 연기하지만 사실은 책벌레이고 언어학과 문학 마니아다. “20대 초반에 인도유럽어족 언어 비교학을 전공하기 위해 덴마크로 유학을 갔어요. 근데 헤비메탈에 너무 심취해 음악으로 전공을 바꿨죠.” 메탈 음악이 좋았지만 열 살 무렵부터 자신의 세계를 뒤흔든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 이야기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침 덴마크 록 가수 페르 프로스트가 페로제도 민요 ‘푸글라그라야’를 활용해 만든 곡이 나와 자극 받았다. 메탈과 신화, 둘을 합쳐 보기로 했다. 그는 북유럽과 페로제도의 민요를 뒤져 가며 그 선율과 가사를 자신이 지은 메탈 선율에 합쳐 창작했다. 튀르의 음악에 5박, 7박 같은 변칙 박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고대의 운율에 음악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다. 팀명인 ‘튀르’ 역시 북유럽 신화 속 신의 이름. 요엔센은 2013년, 메탈 밴드 활동을 잠시 쉬고 늦깎이 학생으로 이번엔 코펜하겐의 학교가 아닌 자국 페로제도 대학교에 재입학해 페로제도어문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북유럽 각국의 언어에 독일어, 영어까지 7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북유럽 민요와 민담을 더욱더 좋은 메탈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싶습니다.”런던=김민 kimmin@donga.com / 도쿄=이지운 / 스톡홀름=임희윤 기자}

과거 영국 상류층의 쇼핑 거리였던 팰 맬(Pall Mall)가. 런던 시내 중심지인 세인트 제임스 지구와 트라팔가 광장을 잇는 이 거리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대저택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19세기 상류층 남성들이 비공개 사교 모임을 가졌던 ‘젠틀맨 클럽’입니다. 셜록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만든 ‘디오게네스 클럽’의 배경이 바로 여기죠.” ‘셜록 홈즈 투어’ 가이드의 목소리에 미국, 스웨덴,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런던으로 모인 ‘셜로키언(Sherlockian·셜록 홈즈 마니아를 일컫는 말)’이 귀를 쫑긋 기울였다. 이 투어는 공식 기관이 아닌 개인이 운영한다. ‘셜록 홈즈’는 영국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재창작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저작권이 소멸된 컨텐츠)이다. 그래서 셜록 홈즈 박물관, 맥주집 같은 공간으로도 풍부하게 재창작되며 대규모 제작사뿐 아니라 개인까지 먹여 살리고 있었다. 이 투어의 운영자 르위스 스완은 “고전을 다양한 관점으로 즐기는 마니아는 컨텐츠 재해석의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이처럼 과거의 콘텐츠를 일상에서 즐기고 재창조하는 마니아는 전세계 각국에서 만날 수 있었다. ● “셜록에 대한 관심은 20년 주기로 돌아온다” 닉 우테힌(66)은 25년 동안 BBC 등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했다. 그러나 그가 평생 가장 꾸준히 해 온 일은 ‘셜록 홈즈 마니아’다. “8살 때 ‘바스커빌 가문의 개’로 셜록을 처음 만났죠. 14살 때 책 뒤의 엽서를 보고 ‘셜록 홈즈 협회’에 가입했어요. 30년 동안 협회 저널 편집장을 맡았고, 지금은 명예 회원입니다.” 1951년 결성된 셜록 홈즈 협회는 매년 1월 영국 의회 ‘하우스 오브 커먼즈(하원)’에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단순 친목모임이 아니라 셜록을 분석하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저널에도 가벼운 글부터 ‘유사 논문’까지 게재한다. “저도 셜록 홈즈가 옥스퍼드대에 다녔을 상황을 가정해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셜록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해요. 셜록의 의상을 입는 모임도 있고, 그 시대 방식으로 크리켓 경기도 해요. 가장 값비싼 취미는 컬렉팅이죠. 소설 원본이나 편지 등을 수집하는데, 애플사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오리지널 삽화 25개 중 7개를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죠.(웃음)” 셜록 다큐멘터리에도 여러 번 출연한 그는 “셜록의 재창조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셜록과 평범한 왓슨, 두 캐릭터의 조합이 만든 보편적 스토리가 매력적이에요.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되진 않지만, 셜록에 관한 관심은 20년 주기로 끊임없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 윤동주를 기억하는 ‘릿쿄 모임’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은 남의 나라/…/대학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쉽게 쓰여진 시’에서) 윤동주 시인(1917~1945)은 1942년 일본 도쿄의 릿쿄(立敎)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이 시기 대표작 ‘쉽게 쓰여진 시’를 썼다. 이곳에선 매년 2월 윤동주의 기일을 전후해 그를 기리는 추모식이 열린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이 주최하는데, 매년 행사 때면 250석 규모의 고즈넉한 성공회 예배당에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다. ‘릿쿄 모임’은 ‘육첩방’의 위치가 ‘도쿄 신주쿠 구 다카다노바바 1초메’이며, ‘늙은 교수’는 동양철학을 가르친 우노 데츠도 교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임을 결성한 릿쿄 대학 동문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72·여)가 20년 넘게 윤동주의 발자취를 수소문한 끝에 이룬 결과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윤동주의 시를 대사로 사용한 연극을 만들어 DVD로 제작하거나,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팀을 초청해 교정에서 공연을 여는 등 문화 사업도 진행한다. 2010년부터 릿쿄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윤동주 장학금’ 또한 이들의 노력에 의해 탄생했다. 릿쿄대학은 윤동주가 다닌 학교라고는 하지만 6개월 남짓, 그것도 청강생 자격으로 다녔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을 가장 간절하게 드러낸 시인이 아닌가. 야스코 씨와 ‘릿쿄 모임’에게 윤동주가 이토록 특별한 존재인 이유를 물었다. “우리가 윤동주를 사모하는 것은 시어 하나 하나에서 청년 윤동주의 고뇌와 아픔이 절절이 묻어나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이 아름다운 청년을 아프게 한 우리(일본) 역사의 과오를 꼭 기억하고자 합니다.”(야나기하라 야스코) ● 민요와 메탈 결합시킨 언어학 마니아 “페로제도는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 전통 민요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나라예요. 결혼식과 국가의식이 있을 때마다 불리죠.”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한 페로제도에도 괴팍한 마니아가 있다.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 영웅담을 주요 소재로 한 음악으로 인기를 얻은 헤비메탈 밴드 ‘튀르(T¤r)’의 리더인 헤리 요엔센(45). 그는 튀르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그는 전기기타와 검을 휘두르며 근육질 고대 영웅을 연기하지만 사실은 책벌레이고 언어학과 문학 마니아다. “20대 초반에 인도유럽어족 언어 비교학을 전공하기 위해 덴마크로 유학을 갔어요. 근데 헤비메탈에 너무 심취해 음악으로 전공을 바꿨죠.” 메탈 음악이 좋았지만 열 살 무렵부터 자신의 세계를 뒤흔든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 이야기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침 덴마크 록 가수 페르 프로스트가 페로제도 민요 ‘푸글라그라야’를 활용해 만든 곡이 나와 자극 받았다. 메탈과 신화, 둘을 합쳐보기로 했다. 그는 북유럽과 페로제도의 민요를 뒤져가며 그 선율과 가사를 자신이 지은 메탈 선율에 합쳐 창작했다. 튀르의 음악에 5박, 7박 같은 변칙박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고대의 운율에 음악을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다. 팀명인 ‘튀르’ 역시 북유럽 신화 속 신의 이름. 요엔센은 2013년, 메탈 밴드 활동을 잠시 쉬고 늦깎이 학생으로 이번엔 코펜하겐의 학교가 아닌 자국 페로제도 대학교에 재입학해 페로제도어문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북유럽 각국의 언어에 독일어, 영어까지 7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북유럽 민요와 민담을 더욱더 좋은 메탈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싶습니다.”런던=김민 kimmin@donga.com/페로제도=임희윤/도쿄=이지운 기자}

‘별들의 별’ 고 신성일 배우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조문객의 발걸음은 고인이 영면한 둘째 날인 5일에도 끊이지 않았다. 원로 방송인 송해 씨와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신 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인생은 연기(煙氣)야. (입관식에서) 스님께 법문을 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아. (신 씨는) 이제 연기로 떠서 돌아다니다가 나하고도 다시 연기로 만나게 될 거야.”(엄앵란) 이날 오전 엄수된 입관식에서 엄앵란 씨(83)를 비롯한 유족들은 의연하게 신 씨의 입관을 지켜봤다. 다리가 불편해 딸 수화 씨의 부축을 받으며 입관식장을 나선 엄 씨는 “이승에선 인연을 맺어 내 새끼, 내 식구 하지만 저 세상에선 그런 게 없다. 나도 이젠 욕심 없이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입관식을 참관한 유족들은 “(신 씨가) 한창 때처럼 멋지고 편안하신 모습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입관식 전 빈소를 찾은 송해 씨(91)는 “아무런 제약도 검열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영화 많이 찍으시라”는 말을 전하며 울음을 삼켰다. 배우 양택조 씨(79)도 “이만희 감독 밑에서 조연출을 할 때, ‘만추’ 작업을 함께 하며 (신 씨를) 처음 만났다”며 “이후에도 동시녹음이 없던 시절 ‘성일이 형’의 목소리 연기를 도맡다시피 했다”고 회고했다. 신 씨와 함께 한국영화배우협회를 초창기부터 이끌어 온 배우 김영인 씨(78)도 “가장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보낸 동지다. 누구보다 강직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한 신 씨는 하늘에서도 대 스타의 위치에 있을 것”이라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고인을 보면 천의무봉(天衣無縫·성격이나 언동이 매우 자연스러워 꾸민 데가 없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꾸밈과 거짓이 없던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대선배를 그리워하는 후배 배우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덕화 씨(66)는 “우리 세대는 고인의 연기를 보며 연기자의 꿈을 키운 세대다. 우리에겐 영원한 별”이라고 말했다. 김창숙 씨(69)는 “고인과 함께 영화를 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늘 상대 배우들을 감싸고 배려해 준 다정한 분”이라고 추억했다. 김 씨는 입관식을 마치고 나온 엄앵란 씨를 한참동안 끌어안고 아픔을 위로하기도 했다. 방송인 이정섭 이상용 씨,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씨, 김재박 전 야구감독 등 각계의 인물들이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정진석 국회의원은 “16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으로 처음 만났다. 어려움(구속 수감)에 처했을 때 탄원서를 써 여야 국회의원 200여 명의 사인을 받아 법무부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신 씨의 영결식은 6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발인은 11시다. 화장한 유해는 경북 영천시의 자택 성일가에 안치될 예정이다.이지운기자 easy@donga.com}

신성일 씨 빈소에는 ‘별들의 별’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계를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들이 하늘의 별이 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아내 배우 엄앵란 씨(82)와 자녀들, 조카인 강석호 국회의원 등 유족이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입구에는 평소 즐겨 입던 흰 셔츠 차림으로 미소 짓고 있는 고인의 초상화가 놓였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4일 오후 1시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비롯해 선우용여 신영균 안성기 이순재 임하룡 조인성 씨 등 동료 및 후배 배우와 이창동 정지영 영화감독, 김홍신 소설가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배우 이순재 씨(84)는 “고인은 한국 영화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며 “너무 일찍 떠났다. 건강이 좋았다면 말년까지 좋은 작업을 했을 것”이라며 추모했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최불암 씨(78)는 “반짝이는 별이 사라졌다. 조금 더 우리 곁을 지켜 주셨으면 했기에 아쉬움이 크다”며 애통해했다. 배우 김수미 씨(69)는 “두 달 전 함께 식사를 할 정도로 정정하셨다. 더 계실 수 있는 분이셨는데…”라며 흐느꼈다. 김 씨는 “선배님, 하늘에서도 배우 하시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방송인 이상벽 씨(71)는 “본인 건강에 자신 있어 하셨고, 늘 후배들 건강 걱정을 해 주던 맏형 같은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배우 박상원 씨(59)는 “연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동기부여를 해 준 선배였다. 고향을 잃어버린 기분”이라며 울음을 삼켰다.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은 “고인은 임종 직전까지도 이장호 감독과 함께 영화 ‘소확행’(가제)을 준비 중이셨다. 본인의 전기 영화에 가까운 내용이어서 직접 시나리오를 각색하기까지 하셨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홍신 씨(71)도 “내년에 내 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의 영화화에도 참여하시기로 했었다”며 아쉬워했다. 고인의 2년 선배로 ‘만추’ 등 20여 편의 작품에 함께 출연한 이해룡 한국영화인원로회 이사장도 “내게 ‘선배, 선배’ 하던 모습이 선한데, 5일 전부터 연락이 끊기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한복디자이너 박술녀 씨(62)는 “빈소에 오니 허망함에 눈물이 났는데, 오히려 엄앵란 선생님이 웃으며 의연하게 다독여 주셨다”고 말했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는 고인의 장례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지상학 회장과 배우 안성기 씨가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고, 배우 강수연 거룡 송강호 이덕화 장미희 최민식 씨(가나다순)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장을 맡은 안 씨는 “내년 고인과 ‘소확행’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너무 허망하다”며 “후배들에게 큰 버팀목이셨고, 차마 범접할 수 없는 빛이셨다”고 추모했다. 발인은 6일 오전 11시에 엄수될 예정이며, 화장 후 경북 영천시에 있는 고인의 자택 성일가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우리 남편은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밌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놀러 다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4일 남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우 엄앵란 씨(82)는 평생의 동반자 신성일에게 마지막으로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1964년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신성일 엄앵란 부부는 사랑과 원망, 애증과 연민으로 55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부부가 인연을 맺은 것은 ‘로맨스 빠빠’(1960년)에 함께 출연하면서부터다. 엄 씨는 남편에 대해 “가정 남자는 아니었다. 사회 남자, 대문 밖의 남자지 집 안의 남자는 아니었다. 일에 미쳐서 집 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영화만 하러 돌아다녔다”고 회고했다. 그는 “집에는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늘그막에 재밌게 살려고 했더니 내 팔자가 그런가 보다”고 아쉬워했다. 신성일의 유언은 그의 삶처럼 자유롭고 로맨틱했다. 엄 씨는 “딸이 ‘아버지 재산 뭐 있소?’라고 물어봤더니 ‘재산 없다’고 했단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한테 가서 ‘참 수고했고, 고맙다 그래라. 미안하다 그래라 가서’ 이렇게 얘기를 했다”며 “사회적인 남자이고, 일밖에 모르는 남자지만 존경할 만해서 55년을 살았지,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 같은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일은 임종 직전까지 촬영 예정이었던 영화 ‘소확행’(가제)의 세세한 준비 사항까지 직접 챙기고 있었다. 엄 씨는 “우리 남편은 뼛속까지 영화물이 들어간 영화인이다”라며 “까무러쳐서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고, 저렇게 만들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지만 ‘이토록 영화를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위기 때 빛나는 부부의 사랑이었다. 엄 씨가 2015년 12월 채널A 건강정보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하면서 유방암 확진 판결을 받자 20여 년간 별거 중이던 남편이 달려와 극진히 간호했다. 엄 씨는 이듬해 1월 수술을 받아 완쾌한 후 “수술 후 깨어나니 웬 남자가 침대를 끌고 있더라. 누군가 살펴봤더니 그렇게 욕하던 남편이었다. 한참 안 보다가도 급한 상황에 나타나니까 의사 선생님보다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며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반대로 신성일이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자 엄 씨가 수천만 원 병원비를 부담하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엄 씨는 올해 3월 채널A 뉴스TOP10과의 인터뷰에서 “내 남편 신성일이 초라하게 죽을 수는 없다. 마지막까지 VVIP 특실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병원비를 준비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유원모 onemore@donga.com·이지운 기자}

고(故) 신성일 씨의 빈소에는 ‘별들의 별’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신 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아내 배우 엄앵란 씨(83)와 자녀들, 조카인 강상호 국회의원 등 유족이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고, 입구에는 평소 즐겨 입던 흰 셔츠 차림으로 미소 짓고 있는 고인의 초상화가 놓였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4일 오후 1시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김동호 전 이사장을 비롯해 선우용여 이동준 등 동료 배우와 이창동 정지영 영화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배우 최불암 씨(78)는 “반짝이는 별이 사라졌다. 동 시대 연기자로서 조금 더 우리 곁을 지켜주셨으면 했기에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또 “고인은 평소 연기자로서 자기 관리가 철두철미했는데 어떻게 (암에 걸렸는지)…”라며 애통해 했다.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은 “고인은 임종 직전까지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우리나라 영화계에 대한 고민과 애정도 누구보다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2019년 중 제작을 목표로 이장호 감독과 함께 새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셨다. 시놉시스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본인의 전기 영화에 가까운 내용이었고, 그렇기에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각색하기까지 하셨다”이라고 말했다. 호상을 맡은 이해룡 한국영화인원로회 이사장도 “고인의 영화계 2년 선배로서 ‘만추’ 등 20편이 넘는 작품에 함께 출연했고, 나는 주로 악역을 맡았다. (고인은) 내게 ‘선배, 선배’ 하며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라며 “최근까지도 전화 통화로 안부를 나누었는데, 5일 전부터 연락이 끊기더니 3일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마지막으로 만났는데, 안색이 상당히 창백했으나 본인은 끝까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혼성그룹 투투 출신의 황혜영 씨(45)도 빈소를 찾았다. 황 씨는 “고인을 ‘큰아버지’로, 엄앵란 선생님은 ‘큰어머니’라고 불렀다”며 “집안 경조사는 물론 내 결혼식도 와 주실 정도로 다정하신 분이셨고, 늘 유머를 잃지 않으셨다”고 회고했다. 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태가 많이 호전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 안도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돼 당황스럽고 애통하다”고 말했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는 신 씨의 장례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지상학 회장과 배우 안성기 씨가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고, 배우 강수연 거룡 송강호 이덕화 장미희 최민식 씨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지성학 위원장은 “(신성일은)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었으며, 그 어떤 톱스타도 흉내 내기 힘들 정도로 ‘이전까지도 없었고, 이후로도 있기 힘들’ 대단한 연기자”라고 고인을 기렸다. 발인은 6일 오전 11시에 엄수될 예정이며, 화장 후 경북 영천시에 있는 신 씨의 자택 성일가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치매 환자는 50만 명에 이르고, 매년 10%씩 증가한다. 이에 정부에서도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디어가 치매를 다루는 방식은 고루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 치매 환자를 부양해야 할 대상, 혹은 연인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는 신파극 주인공으로 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치매 판정을 받은 어느 50대 커리어우먼의 수기다.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년간 근무한 ‘싱글맘’인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자주 넘어지고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겪는다.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 찬’ 느낌과 함께. 병원에서 치매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한순간에 치매 환자를 관리하던 입장에서 치매 당사자가 된다. 처음엔 자신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의 모습을 잃어간다는 사실에 좌절하지만, 서서히 치매를 자신의 삶 속에 포용해나간다. 그는 치매에 걸려도 얼마든지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치매에 대한 담론은 환자 부양에 드는 부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도 언제든 치매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그렇지만 치매에 걸린다고 해서 당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일본 교토에 있는 교토국제만화박물관은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는 ‘만화 덕후’라면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건 30만여 권의 장서를 연도별, 주제별로 정리한 ‘만화의 벽’이었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인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서가에서 뽑아낸 만화를 몇 권씩 쌓아놓은 채 읽고 있었다. 서가 옆에 놓인 안락의자에 기대앉거나 박물관 앞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누워 만화를 읽는 모습에서 만화를 일상의 일부로 함께하는 일본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옷과 가방에 일본 만화 캐릭터 굿즈를 주렁주렁 매단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아라마타 히로시 만화박물관 전무이사는 “만화는 일본이 지켜내야 할 문화적 보물”이라며 “최대한 많은 양의 만화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 박물관의 소임이다”고 밝혔다.○ 세계 콘텐츠 시장의 원천, 일본 만화 최고의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으며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SF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발표 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데스노트’와 ‘진격의 거인’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일본의 만화 시장 규모는 약 26억4000만 달러(약 3조 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2∼5위인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을 합친 것보다 크다. 그야말로 ‘만가(マンガ·漫畵) 공화국’이다. 만화는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를 비롯해 연극, 뮤지컬, 게임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확장성을 지녔다. 파생 콘텐츠까지 아우르면 일본 만화의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만화는 바야흐로 세계 콘텐츠 시장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2년 전 ‘포켓몬고’ 열풍을 일으키며 가장 성공한 증강현실 활용 콘텐츠로 꼽히는 ‘포켓몬스터’는 세계적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 정식으로 번역 출간된 최초의 일본 만화이자 서구권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표적인 ‘양덕’(서양인 덕후) 만화로 꼽히는 ‘드래곤볼’ 시리즈 역시 한 해가 멀다 하고 PC와 콘솔용 게임으로 제작되고 있다. 일본 만화의 향기가 짙게 밴 작품도 세계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 ‘퍼시픽 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스스로를 일본 만화의 열성팬이라고 말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서구 영화에서는 거대 로봇에 대한 전통이 없다. ‘철인28호’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에반게리온’과 ‘마징가Z’를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지구를 위협하는 괴물의 이름인 ‘카이주’는 ‘괴수(怪獸)’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 영상으로 재창조되는 만화 ‘고독한 미식가’ 만화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 TV도쿄가 드라마로 만들어 큰 사랑을 받았다. 9월 일본 도쿄 기치조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만화의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60)는 활자 콘텐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화든 소설이든,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머릿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그려내는 것과 같습니다.” 드라마 ‘고독한…’은 언뜻 보면 별다른 내용이 없다. 평범한 세일즈맨인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마쓰시게 유타카)가 일을 마친 후 “배가 고파졌다”는 대사를 날리며 근처 식당에 들어가 ‘혼밥’을 한다. 사람들은 이 ‘아무것도 없는’ 드라마에 열광했다. 2012년 첫 시즌이 방송된 이후 일곱 개의 시즌으로 제작됐으며, 시즌8도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도 판권을 사들여 중국판 드라마가 나왔고, 2018년 말 초연을 목표로 연극으로도 제작 중이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한국으로 출장 온 주인공이 한국 식당을 찾는 내용을 담은 특별편도 제작됐다. 만화책을 읽는 독자는 음식의 맛과 냄새, 조리할 때와 맛볼 때 나는 소리 등을 직접 느낄 수 없다. 심지어 ‘고독한…’은 전 페이지가 흑백이어서 음식의 색깔조차도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구스미 작가는 이런 한계야말로 만화가 가진 장점이라고 했다. “흑백의 그림과 글자만 보고 그 속의 상황을 독자가 스스로 그려내야 합니다. 반면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 매체는 냄새와 맛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직접 전달하기에 시청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작죠. 그렇기에 책이야말로 독자 입장에서 가장 창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만화 ‘고독한…’의 대사량이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음식의 맛과 식당의 분위기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는 독자가 음미하며 상상해보기를 원했다. 다니구치 지로 선생(‘고독한…’의 그림 작가)도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주인공의 미세한 표정변화를 표현해내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만화가 영상으로 재창작되기 좋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많아 제작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기 좋은 ‘소스’가 된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같은 작품이라도 누가 영상화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천차만별이 되니 원작을 읽었더라도 또 다른 해석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이 만화를 그릴 땐 영상으로 만들어질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만화에는 이렇다 할 스토리도, 극적인 갈등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만화가 드라마와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건, 만화야말로 창작자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뛰놀 수 있는 바탕이 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겠지요!”도쿄·교토=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일본 교토에 있는 교토국제만화박물관은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는 ‘만화 덕후’라면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건 30만여 권의 장서를 연도별, 주제별로 정리한 ‘만화의 벽’이었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인까지 너나할 것 없이 서가에서 뽑아낸 만화를 몇 권씩 쌓아놓은 채 읽고 있었다. 서가 옆에 놓인 안락의자에 기대앉거나 박물관 앞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누워 만화를 읽는 모습에서 만화를 일상의 일부로 함께하는 일본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베르사유의 장미’의 작가 리요코 이케다를 비롯한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작가 120명의 손을 본뜬 석고상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아라마타 히로시 만화박물관 전무는 “만화는 일본이 지켜내야 할 문화적 보물”이라며 “최대한 많은 양의 만화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을 우리 박물관의 소임이다”고 밝혔다. ●영화, 게임, 드라마…세계 콘텐츠 시장의 원천, 일본 만화 최고의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으며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SF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발표 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데스노트’와 ‘진격의 거인’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일본의 만화 시장 규모는 약 26억4000만 달러(약 3조 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2~5위인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을 합친 것보다 크다. 그야말로 ‘망가(マンガ·漫畵) 공화국’이다. 만화는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를 비롯해 연극, 뮤지컬, 게임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확장성을 지녔다. 파생 콘텐츠까지 아우르면 일본 만화의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만화는 바야흐로 세계 콘텐츠 시장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2년 전 ‘포켓몬고’ 열풍을 일으키며 가장 성공한 증강현실 활용 콘텐츠로 꼽히는 ‘포켓몬스터’는 세계적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 정식 번역 출간된 최초의 일본 만화이자 서구권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표적인 ‘양덕(서양인 덕후)’ 만화로 꼽히는 ‘드래곤볼’ 시리즈 역시 한 해가 멀다 하고 PC와 콘솔용 게임으로 제작되고 있다. 일본 만화의 향기가 짙게 밴 작품도 세계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 ‘퍼시픽 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스스로를 일본 만화의 열성팬이라고 말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서구영화에서는 거대 로봇에 대한 전통이 없다. ‘철인28호’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에반게리온’과 ‘마징가Z’를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인상을 풍린다. 지구를 위협하는 괴물의 이름인 ‘카이주’는 ‘괴수(怪獸)’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영상으로 재창조되는 만화 ‘고독한 미식가’ 만화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 TV도쿄가 드라마로 만들어 큰 사랑을 받았다. 9월 일본 도쿄 기치죠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만화의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60)는 활자 콘텐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화든 소설이든,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머릿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그려내는 것과 같습니다.” 드라마 ‘고독한…’은 언뜻 보면 별다른 내용이 없다. 평범한 세일즈맨인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가 일을 마친 후 “배가 고파졌다”는 대사를 날리며 근처 식당에 들어가 ‘혼밥’을 한다. 사람들은 이 ‘아무것도 없는’ 드라마에 열광했다. 2012년 첫 시즌이 방송된 이후 일곱 개의 시즌으로 제작됐으며, 시즌8도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도 판권을 사들여 중국판 드라마가 나왔고, 2018년 말 초연을 목표로 연극으로도 제작 중이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한국으로 출장 온 주인공이 한국 식당을 찾는 내용을 담은 특별편도 제작됐다. 만화책을 읽는 독자는 음식의 맛과 냄새, 조리할 때와 맛볼 때 나는 소리 등을 직접 느낄 수 없다. 심지어 ‘고독한…’은 전 페이지가 흑백이어서 음식의 색깔조차도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구스미 작가는 이런 한계야말로 만화가 가진 장점이라고 했다. “흑백의 그림과 글자만 보고 그 속의 상황을 독자가 스스로 그려내야 합니다. 반면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 매체는 냄새와 맛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직접 전달하기에 시청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적죠. 그렇기에 책이야말로 독자 입장에서 가장 창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만화 ‘고독한…’의 대사량이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음식의 맛과 식당의 분위기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는 독자가 음미하며 상상해보기를 원했다. 다니구치 지로 선생(‘고독한…’의 그림 작가)도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주인공의 미세한 표정변화를 표현해내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만화가 영상으로 재창작되기 좋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많아 제작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기 좋은 ‘소스’가 된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같은 작품이라도 누가 영상화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천차만별이 되니 원작을 읽었더라도 또 다른 해석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이 만화를 그릴 땐 영상으로 만들어질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만화에는 이렇다할 스토리도, 극적인 갈등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만화가 드라마와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건, 만화야말로 창작자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뛰놀 수 있는 바탕이 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겠지요!” 도쿄·교토=이지운기자 easy@donga.com}

혹자는 말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넘어 젊은 세대뿐 아니라 장·노년층까지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검색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정보 전달성 TV 프로그램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런데 이런 엄혹한 현실을 이겨내고 200회를 맞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있다. 채널A의 ‘나는 몸신이다’. 26일 서울 마포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만난 ‘몸신’ 마사지 전문가 박성영 박사는 제작진의 사전 검증 작업이 철두철미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촬영 3주 전부터 수도 없이 찾아와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데 정말이지 괴로울 지경이었다”며 하소연했다. ‘몸신’이 롱런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인터넷에 흘러넘치는 모든 건강정보를 제작진이 직접 몸을 던져가며 검증한 데서 나오는 신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몸신에 나온 내용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몸신’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자리 잡은 데는 패널로 나왔던 배우 엄앵란 씨의 유방암을 촬영 중 발견해낸 사건이 큰 역할을 했다. 엄 씨는 2015년 말 유방암 편(56회) 촬영 중 유방암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1월 수술을 받아 2개월여 만에 건강을 되찾은 후 복귀했다. 통상 70대 이상 고령자에게는 유방암 검진을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더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 “80세 가까이 살았는데 암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출연진과 제작진을 안심시킨 엄 씨는 수술 후 “몸신은 나를 살린 참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진 PD는 “아무리 유명한 ‘예비 몸신’의 비결이어도 우리가 효과를 몸으로 느끼지 못하면 섭외하지 않는다”며 “나를 필두로 모든 제작진이 간단한 체조부터 긴 기간이 필요한 식이요법까지 모든 건강 비결을 직접 체험하며 검증하는 것이 철칙”이라고 말했다. 건강 비법의 효과를 말과 그림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이 눈으로 볼 수 있게 연출해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2015년 방영된 4회에서는 뇌 건강의 척도로 쓰이는 뇌파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특수 장치를 통해 뇌파로 선풍기를 돌리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김 PD는 “‘몸신’은 건강정보 프로그램계의 ‘스타킹’(SBS 예능)을 만들겠다는 모토로 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몸신’이 정보성과 재미의 균형을 잡는 데는 터줏대감 정은아 아나운서의 공이 컸다. 정 아나운서는 “(뇌파 선풍기 실험은) 얼핏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출연진이 조금 망가지더라도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개인이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다뤄온 이 프로그램은 200회를 맞아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을 초빙해 국가가 ‘국민의 몸’을 지키는 일에 대해 톺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특별편을 위해 제작진은 7일간 아주대 중증외상센터를 밀착 취재했다. 정 아나운서는 “‘닥터 헬기’ 운용으로 발생하는 헬기 소음 때문에 민원이 종종 접수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당장은 조금 시끄러울지라도 그 소리가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소리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몸신’으로 나서는 200회 특집 방송은 다음 달 6일 오후 9시 30분에 방영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외국인 관광객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시즌2를 맞은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지난해 7월 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예능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호스트)이 친구 3명을 초청한다. 그 친구들은 알아서 자유롭게 관광을 즐기거나 한국에 사는 친구가 준비한 여행을 떠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콘셉트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속된 말로 대박이 났다. 평균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이 3%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엔 두 차례 5%를 돌파하기도 했다. 해당 방송국에서조차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있기 힘들 기록”이란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어서와…’의 매력은 질문은 뻔했을지언정 답이 허를 찔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을 처음 찾은, 가공되지 않은 외국인 출연자의 반응이 너무나 신선했다. 예를 들어, 주로 외국인이 좋아하는 우리나라 음식 하면 삼겹살이나 치킨 정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막상 출연자들은 들깨칼국수나 미역국 등에 열광한다. 게다가 한국의 역사나 사회적 분위기를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모습도 호응이 크다. 외국인들이 꼽는 ‘한국이 특별한 이유’도 통념을 깨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역에 번호가 매겨져 있어 찾기 쉽다든가, 바뀐 주소가 외국인들의 길 찾기에 편리하다는 등의 내용은 한국인들은 미처 알지 못한 장점이다. 다만 갈수록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은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풀어야 할 숙제다. 정해진 틀이 없어서라지만, 거의 매번 ‘산낙지’를 기겁하며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 건 다소 지겹다. 제작진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친구로 국한했던 초청 대상을 최근엔 ‘가족’으로 넓히고 있다. 패널로 출연하는 알베르토 몬디는 “한국인도 해외에 나가 있는 가족이 많은 만큼, ‘가족 예능’으로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단역 배우들은 본인들이 근로계약서를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해요. 계약서 얘기 꺼냈다가 좁은 판에서 ‘건방진 애’로 찍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니까요. 돈을 못 받아도 제작자가 ‘미안하다. 다음 작품 때 비중 있는 역할 챙겨줄게’ 하면 혹할 수밖에 없죠. 그만큼 일이 급하니까요.” 영화 ‘범죄의 재구성’,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낯익은 20년 차 배우 곽민석 씨(48)가 배우들의 임금 미지급 문제를 고발하고 나섰다. 그는 2016년 출연한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제작진의 문제점을 다룬 10분짜리 미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를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촬영에 참여한 배우와 음향, 조명, 분장 스태프 등 40여 명은 일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했다. 함께 일한 후배들의 수당을 자비로 미리 챙겨준 스태프들은 빚더미에 나앉기까지 했다. 제작사 대표는 “지금은 돈이 없다. 해외에 판권이 팔리면 임금을 지급하겠다”며 버티다 잠적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 대부분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단돈 5만 원을 받더라도 계약서를 당연히 쓰는 문화가 정착돼야죠. 만약 불가피하게 계약서를 못 썼다면 당일 퇴근할 때 임금을 지급하는 게 맞고요. 또 제작 현장에는 제작비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프로덕션 슈퍼바이저(PS)가 있는데 이 사람들이 인건비 지급에 문제가 없었는지, 부당한 대우는 없었는지를 감시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곽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2008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출연하고도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제작사는 출연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어느 날 회사가 없어졌다. 해당 제작사 대표는 뻔뻔하게 새 회사를 차려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다. 그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저는 그 돈(출연료) 못 받아도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차비조차 없어 촬영장까지 걸어 다니는 많은 후배를 위해서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선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신인 배우 A 씨(27·여)는 올해 초 한 영화 오디션에서 겪었던 악몽 같은 일이 잊혀지지 않아 힘들다. 조연을 지원했는데 면접장에서 제작자가 “(옷을) 벗으면 주연을 시켜주겠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A 씨는 가까스로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거절한 뒤 뛰쳐나왔다. A 씨는 “너무 두려워 지금까지도 면접을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인 배우나 배우 지망생들은 이런 일이 흔하다고 입을 모은다. 10대 보이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에 대한 프로듀서의 폭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출연료 미지급, 성추행, 폭행 등 문화계에 만연한 ‘을(乙)의 설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계의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공정상생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 신문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배우 민지혁은 영화 ‘임의 침묵’ 제작사가 오디션 배우들에게 면접비 1만 원을 요구했다고 지난달 폭로했다. 연출을 맡은 한명구 감독은 “오디션비는 관행이며 지원자들의 간식비로 다 쓰였다”고 반박했다. 배우 지망생들도 “면접비 요구는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한 영화계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에는 1만 원 선의 면접비를 요구하는 공고가 적지 않다. 신인 배우 김모 씨(25·여)는 “면접비 5000원을 준비하지 못하고 면접장에 갔는데 ‘이 정도도 못 내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고질적 문제인 출연료 미지급도 여전하다.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를 ‘스펙’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신인 배우 B 씨(25·여)는 “정당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돼도 ‘사전에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제작사에서 화를 낸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제작사가 계약서 작성을 거론하지 않으면 출연료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고 여길 정도다. 원로 배우 이순재 씨도 “몇 년 전 출연료를 받지 못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명분으로 기획사에서 연습생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악습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콘텐츠진흥원에서 받은 ‘대중문화예술 법률자문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63건의 상담 중 75건이 연습생에 대한 기획사의 금전 요구나 계약 불이행에 대한 고소 고발이다. 연습생들은 데뷔할 기회가 제한된 데다 소속사 대표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수직적 구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3년간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했던 C 씨(23)는 “소속사 없이 연예인으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폭언, 폭행은 참고 견뎌야 한다. 부모가 나서 ‘조금만 참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을 위한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해 적정 전속기간, 기본권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다. 문제를 제기해 신분이 드러나면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현실도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문화계에서는 약자인 신고인이 권력을 쥐고 있는 피신고인과 얼굴을 맞대고 피해를 입증하는 절차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 소속사의 부당 행위에 대한 감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신인 배우 A씨(27·여)는 올해 초 한 영화 오디션에서 겪었던 악몽 같은 일이 잊혀지지 않아 힘들다. 조연을 지원했는데 면접장에서 제작자가 “(옷을) 벗으면 주연을 시켜주겠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A씨는 가까스로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거절한 뒤 면접장을 뛰쳐나왔다. A씨는 “너무 두려워 지금까지도 면접을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인 배우나 배우 지망생들은 이런 일은 흔하다고 입을 모은다. 10대 보이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에 대한 프로듀서의 폭행 사실이 폭로되기도 되면서 출연료 미지급, 성추행, 폭행 등 문화계에 만연한 ‘을(乙)의 설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예술계의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공정상생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 신문고 제도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무용지물인 현실이다. 배우 민지혁은 영화 ‘임의 침묵’ 제작사가 오디션 배우들에게 면접비 1만 원을 요구했다고 지난달 폭로했다. 연출을 맡은 한명구 감독은 “오디션비는 관행이며 지원자들의 간식비로 다 쓰였다”고 반박했다. 배우 지망생들도 “면접비 요구는 종종 있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한 영화계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에는 여전히 1만 원선의 면접비를 요구하는 공고가 적지 않다. 신인 배우 김모 씨(25·여)는 “면접비 5000원을 준비하지 못해 면접장을 갔는데 ‘이 정도도 못 내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제작사는 보안을 이유로 작품 제목, 감독, 촬영 일자 등을 공개하지 않아 어떤 역할에 캐스팅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면접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질적 문제인 출연료 미지급도 여전하다.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를 ‘스펙’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신인 배우 B씨(25·여)는 “정당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되어도 ‘사전에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제작사에서 화를 낸다”고 말했다. 배우들 사이에는 제작사가 계약서 작성을 거론하지 않으면 출연료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원로배우 이순재 씨도 “나도 몇 년 전 제작사로부터 출연료를 받지 못한 일이 있다”며 “우리 드라마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배우들은 돈을 받지 못한다.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교육을 명분으로 기획사에서 연습생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악습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받은 ‘대중문화예술 법률자문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63건의 상담 중 75건이 연습생에 대한 기획사의 무리한 금전 요구나 계약 불이행에 대한 고소·고발이다. 연습생들은 데뷔할 기회가 제한된데다 소속사 대표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수직적 구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3년 간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했던 C씨(23)는 “소속사 없이 연예인으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폭언, 폭행은 당연히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부모가 나서 ‘조금만 참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을 위한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해 적정 전속기간, 기본권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도 “해당 규정을 위반해도 이를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해 신분이 드러나면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현실도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문화계에서는 약자인 신고인이 권력을 쥐고 있는 피신고인과 얼굴을 맞대고 피해를 입증하고 합의해야 하는 절차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지운: 가난한 단역배우들, 면접비 챙겨주진 못할망정 오디션비 요구라니!규진: 벼룩의 간을 빼먹네.지운: ‘열정페이’가 제일 심한 곳이 문화계인 것 같아.규진: 연예인도 TV에선 화려해보이지만, 그들도 결국 을(乙)이지.지운: 그래서 내가 연예인 안 한 거야.규진: ;; (당황) ▼ “단역 배우들은 근로계약서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해요” ▼ 임금체불다큐 만든 배우 곽민석 “단역 배우들은 본인들이 근로계약서를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해요. 계약서 얘기 꺼냈다가 좁은 판에서 ‘건방진 애’로 찍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니까요. 돈을 못 받아도 제작자가 ‘미안하다, 다음 작품 때 비중 있는 역할 챙겨줄게’ 하면 혹할 수밖에 없죠. 그만큼 일이 급하니까요.” 영화 ‘범죄의 재구성’,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낯익은 20년차 배우 곽민석 씨(48)가 배우들의 임금 미지급 문제를 고발하고 나섰다. 그는 2016년 출연한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제작진의 문제점을 다룬 10분짜리 미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를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촬영에 참여한 배우와 음향, 조명, 분장 스태프 등 40여 명은 일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했다. 함께 일한 후배들의 수당을 자비로 미리 챙겨 준 스태프들은 빚더미에 나앉기까지 했다. 제작사 대표는 “지금은 돈이 없다. 해외에 판권이 팔리면 임금을 지급하겠다”며 버티다 잠적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 대부분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단돈 5만원을 받더라도 계약서를 당연히 쓰는 문화가 정착돼야죠. 만약 불가피하게 계약서를 못 썼다면 당일 퇴근할 때 임금을 지급하는 게 맞고요. 또 제작현장에는 제작비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프로덕션 수퍼바이저(PS)가 있는데, 이 사람들이 인건비 지급에 문제가 없었는지, 부당한 대우는 없었는지를 감시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곽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2008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출연하고도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제작사는 출연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어느 날 회사가 없어졌다. 해당 제작사 대표는 뻔뻔하게 새 회사를 차려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다. 그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저는 그 돈(출연료) 못 받아도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차비조차 없어서 촬영장까지 걸어 다니는 많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선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유튜브는 그야말로 애증의 존재다. 아이는 손바닥만 한 화면만 종일 들여다보고, 그걸 보는 부모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아이들은 들판을 맘껏 뛰놀아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지만 들판은커녕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 만져보기도 어려워진 세상이다. 저자는 7년 전 전원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유튜브에 접속할 수 있는 빵빵한 와이파이는커녕 케이블TV도 나오지 않는 시골에는 마을버스도 한 시간에 한 대만 왔다. 삼남매 중 큰아이가 아홉 살, 막내는 두 살이었다. ‘저질렀다’는 말이 어울릴 만한 결정이었다. 엄마는 외풍이 심한 집 안 환경에 아이들 건강을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잔병치레를 뚝 뗐다. 들꽃과 새 이름도 줄줄 읊었다. 알파벳은 못 외웠지만 그건 부모가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한 문제될 일이 없었다.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둘째 딸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한동안 대소변을 못 가려 고생하기도 하고, 아파트에서보다 몇 곱절 많은 집안일에 지쳐 아이들에게 모질게 대하고는 이내 후회하기도 한다. ‘육아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목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저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실수에 솔직하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간다. 아이들이 학습지 대신 풀꽃을 만지작거리고 학원 대신 뒷동산을 들락거릴 수 있다면, 유튜브도 지금보다는 덜 밉지 않을까. 이렇게 놀 것이 많다면 아이들이 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릴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9일 방송된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탤런트 최불암 씨가 옛 친구를 찾아 나섰다. 고교 시절 친구를 만나 오랜 오해를 풀게 되는 사연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9.1%의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올리며 당일 교양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오래전에 종영한 프로그램이 새롭게 생명력을 갖는 ‘에버그린(evergreen) 콘텐츠’가 최근 방송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첫 방송을 한 ‘TV는…’은 1990년대 40%대의 시청률을 구가했던 교양 프로그램을 ‘리부트’한 것이다. 익숙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사연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튜디오 장면은 과감하게 들어내고, 주인공을 찾는 과정을 강조해 야외 촬영 비중을 높였다. 8년 만에 부활한 ‘TV는…’은 “종영한 작품 중에서 다시 보고 싶은 명작 프로그램이 많다”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가을 개편을 통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당시 KBS 내부에서는 ‘체험 삶의 현장’ 등 몇 개의 ‘고전’ 프로그램을 물망에 올렸고, 다른 ‘리부트’ 프로그램을 내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그린 콘텐츠의 확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활발하다. 누리꾼들이 ‘추억의 명작’을 찾아내 공유하고 퍼뜨리며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하자 업계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중고등학생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웬그막(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나오는 노홍렬 아저씨라고 하면서요!” 코미디언 이홍렬 씨(64)는 최근 들어 자신을 알아보는 10대 학생들이 많아져 신기하다고 했다. 2000∼2002년 SBS 시트콤 ‘웬만해선…’에서 이 씨를 봤다며 반가워했다는 것. 태어나기도 전이거나 직후에 방영됐던 작품을 그들은 어떻게 접했을까. 바로 유튜브였다. ‘웬만해선…’은 처음엔 누리꾼들이 만든 ‘짤방’(간단한 사진이나 동영상) 형태로 SNS에서 소화되곤 했다. 인기가 점점 많아지자 SBS는 6월 하순부터 ‘레전드’로 꼽히는 에피소드들을 SNS 환경에 맞는 5분 내외의 영상으로 새로 편집해 올리기 시작했다. ‘웬만해선…’은 물론이고 앞서 인기를 끌었던 ‘순풍산부인과’(1998∼2000년)도 만날 수 있다. MBC도 비슷한 시기 같은 형식으로 ‘지붕 뚫고 하이킥’을 선보였다. 요즘 세대의 입맛에 맞게 자막을 새로 단 것이 특징이다. KBS도 이달 유튜브 채널 ‘크큭티비’를 신설해 1983∼1992년 방송했던 ‘유머 일번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SNS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물 발굴’ 문화가 시발점이었다. 이전에도 옛 TV 프로그램 ‘짤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누리꾼들이 지은 ‘유물 발굴’이란 이름이 퍼지며 더욱 확대됐다. 그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으로 화제가 됐고, 젊은 세대에게는 SNS 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자막과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어필했다. 방송사에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유료로 다시보기를 제공하는 최신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SNS에 올리는 데 부담이 없었다. ‘TV는…’의 최형준 PD는 “어린 시절을 함께한 프로그램에 대한 향수와 인연을 맺었던 이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레전드’ 대접받는 옛 프로그램은 그 자체의 완성도로 잠깐은 화제가 될 수 있지만 변화 없이 복고풍 감성에만 매달려서는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지난 19일 방송된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최불암 씨가 옛 친구를 찾아 나섰다. 고교시절 친구를 만나 오랜 오해를 풀게 되는 사연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9.1%의 시청률을 기록(닐슨코리아 기준)하며 당일 교양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첫 방송한 이 프로그램은 1990년대 40%대 시청률을 구가했던 예능프로그램을 ‘리부트’한 것이다. 익숙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사연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튜디오 장면은 과감하게 들어내고, 주인공을 찾는 과정을 강조해 야외 촬영 비중을 높였다. 최근 오래 전에 종영한 TV프로그램이지만 꾸준히 생명력을 갖고 소비되는 ‘에버그린(evergreen) 콘텐츠’가 방송가에서 화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세대들이 ‘추억의 명작’을 찾아내 공유하고 퍼뜨리며 새롭게 조명 받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반응이 ‘핫’하자 업계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중·고등학생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웬그막(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나오는 노홍렬 아저씨라고 하면서요!” 코미디언 이홍렬 씨(64)는 최근 들어 자신을 알아보는 10대 학생들이 많아져 신기하다고 했다. 2000~2년 SBS 시트콤 ‘웬만해선…’에서 이 씨를 봤다며 반가워했다는 것. 태어나기도 전이거나 직후에 방영했던 작품을 그들은 어떻게 접했을까. 바로 유튜브였다. ‘웬만해선…’은 처음엔 누리꾼들이 만든 ‘짤방’(간단한 사진이나 동영상) 형태도 SNS에서 소화되곤 했다. 인기가 점점 늘어나자 SBS는 8월부터 ‘레전드’로 꼽히는 에피소드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요즘 추세에 맞게, 20분 내외인 1편을 5분 분량으로 편집한 뒤 요즘 입맛에 맞는 ‘자막’을 달았다. ‘웬만해선…’은 물론 앞서 인기였던 ‘순풍산부인과’(1998~2000)도 만날 수 있다. MBC 역시 비슷한 시기 같은 형식으로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을 선보였다. KBS는 1983~1992년 방송했던 ‘유머 일번지’의 인기 코너를 자사 유튜브채널 ‘크큭티비’를 통해 내보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SNS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물 발굴’ 문화가 시발점이었다. 이전에도 옛 TV프로그램 ‘짤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누리꾼들이 지은 ‘유물 발굴’이란 이름이 퍼지며 더욱 확대됐다. 그 프로그램을 시청했고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으로 화제가 됐고, 젊은 세대에겐 SNS 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자막과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어필했다. 업계에선 최신 프로그램이 아니었기에 이런 SNS라는 무료 유통 구조의 확산에 한몫했다고 말한다. 최신 프로그램이라면 유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기 잠식의 우려가 있어 SNS로 소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옛날 작품’은 판매 대상이 아니라 부담이 없다. SBS 홍보팀의 SNS 담당 관계자는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시리즈를 올리기 시작한 뒤 구독자 수가 매일 5000명꼴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 내부에서는 ‘체험! 삶의 현장’ 등 다양한 고전이 ‘리부트’ 후보 물망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TV는…’의 최형준 PD는 “(시청자들이) 어린 시절을 함께한 프로그램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라는 인류 공통의 감정이 맞물려 좋은 반응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레전드’ 대접받는 옛 프로그램은 그 자체의 완성도로 잠깐은 화제가 될 수 있지만, 변화 없이 복고풍 감성에만 매달려서는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페르시아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닮은 현의 떨림은 강렬한 전자음 비트를 너끈히 뚫고 나왔다. 우드(Oud·중앙아시아의 전통 현악기) 연주에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접목한 프랑스 밴드 뒤우드(DuOud)의 무대였다. 박자에 맞춰 통통 뛰어다니는 일곱 살배기 남자아이부터 우아한 몸짓으로 리듬을 타는 백발 노부인까지, 국경과 세대를 불문한 관객들이 강바람 산뜻한 객석을 메웠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2018 월드 뮤직 페스티벌 앳 타이완(World Music Festival @Taiwan)’이 19일부터 21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시 다지아 강변 공원에서 열렸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한 음악가들이 모인 가운데 5만여 명의 관객이 한바탕 축제를 즐겼다. 가장 눈에 띈 팀은 예멘 블루스. 북아프리카의 전통 가락을 바탕으로 신과 사랑에 대해 아랍어로 노래하는 이스라엘 출신 5인조 밴드였다. 귐브리(guembri·울림통이 낙타 가죽으로 된 모로코 전통 현악기)를 연주하며 신경질적인 고음을 뽑아 올리는 리더 라비드의 폭발적인 무대매너가 돋보였다. 말레이시아 전통악기 사페 연주자와의 협연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축제의 대미는 마츠카가 장식했다. 인구 9만여 명의 소수민족 바이완족 출신인 그의 음악은 레게 리듬에 부족 전통 언어로 쓴 가사를 얹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축제장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다. 에콰도르, 헝가리 등 세계 각국의 전통춤을 현지 음악가에게 배우는 ‘댄스 워크숍’도 3일 내내 이어졌다. 축제를 기획한 윈드뮤직사의 켄 양 대표는 “우리 축제의 타깃은 가족 단위 손님이다. 또한 매년 2000여 명의 장애인을 무료로 초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양성에만 치중해 공연 구성이 다소 산만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축제장에서 만난 일본 ‘스키야키 미츠 더 월드’ 페스티벌의 프로듀서 니콜라 리발레는 “전체 무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담아낸다면 더 좋은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평했다. 타이베이=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문무(文武)에 두루 출중하며 용모까지 빼어난 왕세자 이율(도경수), 어느 날 궁중 암투에 휘말려 기억을 잃고 평민 ‘원득’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 앞에 나타난 여인 홍심(남지현)은 사실 그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윤이서. 이율의 아버지가 역모를 저지르고 왕이 될 때 희생양이 돼 몰락한 집안의 딸이다.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은 현재 방영하는 미니시리즈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13회 11.3%, 닐슨코리아 기준)을 올리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풀어낸 ‘뻔함’이 매력이랄까. 신분 격차와 기억상실, ‘원수 가문의 아들딸’이라는 배경까지 주인공 커플의 관계는 상투적인 설정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정치 암투와 치정 요소까지 가미됐다. 호시탐탐 이율의 목숨을 노리는 장인 김차언(조성하)의 행보는 ‘마지막 회에 파멸하는 악당’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를 철저히 따른다. 세자빈이 세자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다는 대목에서는 자극성으로 승부하는 아침드라마의 ‘막장 향기’까지 난다. 이 드라마는 MBC ‘환상의 커플’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뒤섞어 조선시대에 떨어뜨려 놓은 듯하다. 둘의 인연이 이어지는 과정 역시 늘 봐 오던 우연의 연속이다. 하지만 MBC ‘해를 품은 달’의 이훤(김수현)과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박보검)이 그랬듯 이율의 러브스토리도 해피엔딩이 될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미 종영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건 아이돌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로맨틱코미디물인 이 드라마가 중장년층과 남성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드라마는 성별·연령대별 시청률이 30대 남성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동시간대 1위(닐슨코리아 기준)를 달리고 있다. 트렌디한 로맨틱코미디 사극이라는 겉포장 속에 익숙한 한국 드라마의 공식이 들어 있어 기성세대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뻔한’ 스토리이지만 완성도까지 뻔하지는 않다. 첫 방송 전에 이미 촬영을 마친 완전 사전제작 드라마로 매 회 구성이 자연스럽고 영상미와 색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도 어린 두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베테랑 배우들 못지않게 출중하다. 이런 탄탄한 만듦새가 뒷받침됐기에 시청자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요소만을 골라 담은 제작진의 영악한 의도를 ‘알면서도 속아 주는’ 게 아닐까. 오락성과 흥행은 TV 드라마의 기본 덕목이자 존재 이유다. 그렇기에 ‘백일의…’는 분명 눈길을 끈다. 하지만 한 편으론 기존 공식에서 벗어난 참신한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온갖 클리셰를 깨부수고 주인공들이 수시로 죽어 나감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TV시리즈 중 하나가 된 HBO의 ‘왕좌의 게임’처럼 말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류 팬들 사이에서도 ‘한국 드라마는 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