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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고 노무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66)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2009년부터 사학분쟁조정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취급했던 사건을 임기 후 수임했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고 이사장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인 고 이사장이 2009년 2월~2011년 2월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으로서 김포대 임시이사 선임 안건을 다뤘는데, 임기 후인 2013년 2월 김포대 이사선임결정 취소 소송을 맡아 변호사법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공무원,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수임할 수 없고,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2012년 부자간 경영권 다툼으로 내홍을 겪던 김포대에 대해 3남에게 경영권을 주는 방향으로 이사 선임을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차남이 교육부를 상대로 이사선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사건을 고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에서 담당했다는 게 고발인 측 주장이다. 시민단체 측은 고 이사장이 2009~2010년 조정위원 자격으로 김포대 임시이사 건을 다뤘다고 주장한 반면 고 이사장 측은 조정위원 시절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이 수조 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그를 비호한 정관계로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이 10일 중국에서 검거된 이후 피해자들뿐 아니라 조희팔 주변 인물 사이에서도 ‘조희팔 생존설, 캄보디아 거주설, 정관계 로비 리스트 존재설’ 등 갖가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 “조희팔 사망 과학적 물증 없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5월 중국 공안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보고 현실적으로 조희팔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도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확신할 과학적 물증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희팔에 대한 지명수배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강 청장은 다만 그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5월 12일 조희팔 가족 등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사망진단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을 발견하고 나흘 후 중국 공안에서 사망 확인 자료를 넘겨받았다. 박관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이 “조희팔 사망을 확인했다”고 발표하기 5일 전이다. 당시 수사 지휘 간부는 “사망 추정으로 발표하기로 가닥을 잡았는데 그렇게 읽었던 것 같다. 위장 사망 가능성까지 충분히 검증해 발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 청장도 “과학적 증거 없이 외국에서 작성된 기록만으로 사망을 선언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당시 공범 황모 씨(57) 수사를 검찰이 주도하자 경찰이 서둘러 조희팔 사망을 단정적으로 발표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희팔의 가족은 아직까지 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조희팔 캄보디아에 있다. 정관계 로비 장부도 있다” 조희팔의 최측근 A 씨와 함께 수감 생활을 하고 4월 출소한 한 인사는 1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A 씨에게서 조희팔이 중국에 사업차 종종 가고 캄보디아에 머물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A 씨가 갖고 있는 정관계 로비 리스트를 직접 봤는데 40∼50여 명의 이름과 날짜,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며 “다른 측근이 갖고 있는 수첩에도 비슷한 내용의 정관계 주요 인사 로비 내용이 적혀 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일부 정관계 유력 인사의 이름과 액수를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조희팔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경찰의 사망 발표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에 국내로 송환되는 강태용의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태용은 조희팔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 오모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 총무과장 등과 고교 선후배 사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조희팔 사건으로 처벌된 검찰, 경찰 인사 6명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강태용에게서 차 구입비 명목 등으로 56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수배 중이던 전직 경찰관 안모 씨(46)를 2년여 만인 올해 8월 검거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태용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조희팔 생존 여부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조동주 기자}
“9000만 원어치 자재를 살린 공로로 우수사원상과 포상금 10만 원 받았다. 이게 현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재 중인 중소기업 시리즈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는 이유’라는 글에 나오는 품질과장의 한탄이다. 중소기업인 회사가 대기업에 납품할 자재를 가공하는 일을 무리하게 맡았다가 자칫 자재를 모두 버려야 할 위기에 놓였다. 품질과장이 3개월간의 연구 끝에 9000만 원어치의 자재 가공에 성공한 후 포상금으로 1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누리꾼들은 “정말 중소기업은 저러냐”, “연봉도 적은데 포상금 100만 원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비슷한 경험 있는데 난 문화상품권으로 받았다”는 댓글을 쏟아 냈다. 이 시리즈는 ‘○○텍’이라는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비타시대’라는 누리꾼이 만화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8일 현재 26편까지 나왔다. SNS에서 매회 수백, 수천 개의 공감을 얻을 만큼 인기가 높다. 납품 업체인 중소기업에서 생산-품질-개발-영업-경영지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책임 떠넘기기, 부서 이기주의, 사내 파벌, ‘가족경영’의 폐해, 업체 대표와 직원 간의 연봉 협상 등을 생생히 보여 줘 직장인에겐 공감을, 취업 준비생에겐 공포를 안겨 준다. 만화는 부조리를 합리화하는 경영진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원가절감을 외치는 사장이 법인 리스로 고급 외제차를 새로 마련한 데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진화에 나섰다. 사장은 “회사 대표인 내가 국산 중형차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검소하게 볼 것 같겠지만, 내가 국산 중형차 타면 외제 차나 국산 대형 세단만 타는 거래처와 고객사 사장들은 내가 지독한 구두쇠라고 여겨 거래를 안 할 것”이라며 “사장인 내가 자네들 월급보다 2∼3배밖에 못 받고 그 정도 수준으로 살면 자네들부터 이 회사를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달랜다. 얼핏 들어 보면 그럴듯한 말에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사장은 출근하지도 않는 부인, 아들, 사촌, 팔촌을 회사에 위장 취업시켜 월급을 빼돌리거나, 재하청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고 외주 업체에서 리베이트 받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에서 경영지원을 담당한다는 한 누리꾼은 “순진한 직원들 꼬셔서 회사에 충성하게 만드는 게 훌륭한 중소기업 오너”라며 “실제 대다수 중소기업 이름이 ‘○○텍’ ‘○○테크’ ‘○○인터내셔널’ 이런 식인데 회사 이름이나 내용이 너무 사실적이라 소름 돋았다”고 적었다. 직원들 격려한다며 금요일에 회식을 잡고 무한 리필 삼겹살 집에 데려간 뒤 “돈 걱정 말고 마음껏 먹으라”고 생색내는 사장, 반품 들어온 제품에 사포질만 하고 새 박스에 포장해 마치 새 제품인 양 다시 납품하는 후진적 관행을 다룬 에피소드 등에 많은 공감을 보냈다.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직장인들은 “무조건 대기업에 가라”며 각자 경험담을 댓글로 쏟아 냈다. “‘지금은 연봉이 낮지만 잘하면 팍팍 올려 줄게’라고 하지만 정작 잘한다는 기준이 없다”, “‘우리 회사 직원은 모두 일당백’이라는 말은 혼자 온갖 역경을 알아서 헤쳐 나가라는 뜻”, “‘우리 회사에서 1년 일하면 다른 데서 3년 일한 거랑 마찬가지’라는 건 세 명이 할 일을 혼자 하라는 것”이라는 식이다. 야근이 너무 많아 회사 재활용 쓰레기통에 자양강장제 병이나 카페인 에너지 음료 캔이 잔뜩 쌓여 있거나, 실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직원이 서류상 수두룩하게 등록돼 있는 점도 중소기업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 시리즈의 글쓴이가 스스로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밝혔으니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대부분 실제 경험이 담겨 있을 것이다. 시리즈를 정독한 기성세대라면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엔 눈길을 주지 않고 대기업에만 올인하는 세태를 두고 ‘쓸데없이 눈만 높다’고 탓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젊은 누리꾼들은 “어른들은 일단 중소기업에서부터 일을 배우라는데 이런 현실을 보면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고 성토했다. 극소수 대기업에는 정원의 수백 배 인파가 몰려 바늘구멍에 낙타 지나가는 것만큼 입사가 어렵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역설이 어느새 상식인 양 고착돼 버렸다. 젊은 근로자 대부분은 자신의 미래가 될 회사 상사들의 삶을 보면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겠다”라는 다짐만 되새길 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지 못한다. 정부가 취업난이 심화되자 청년 창업을 적극 권장하며 창조경제론을 펼치는데, 중소기업에 다녀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줘 취업난과 중소기업 인력난의 모순을 해소해 주는 게 진정한 창조경제가 아닐까 싶다.조동주 사회부 기자 djc@donga.com}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7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감 참여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대표에게서 검찰 수사 무마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대법원 국감에 법사위 소속 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인정돼 서울고법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져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온 박 의원이 이해관계에 있는 대법원을 감사하는 건 국감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박 의원은 2012년 7월에도 권재진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본인 사건을 두고 ‘조선시대 검찰’ ‘정신적 고문’이라고 강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고 가세했다. 야당은 포스코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을 겨냥하며 맞불을 놨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저희 상대편에 앉은 의원 중 언론에 보도된 수사 대상이 있다”며 “지금까진 도의적으로 단 한 번도 (실명을) 언급 안 했지만 이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측근이 설립한 회사에 포스코 일감을 몰아주고 경제적 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이 박 의원을 지목해 공세를 편 건 야당이 국감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사건을 계속 거론하는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법사위원이라도 국감 참여 자체를 막는 일은 거의 없었다.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은 6일 간사인 이한성 의원을 통해 야당 측에 박 의원의 대법원 국감 불참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 의원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국감은 7일 오전 열린 새정치연합 긴급 의원총회로 예정보다 45분 늦게 시작됐고, 박 의원 문제로 양측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두 차례 정회 끝에 오후 3시 15분에야 질의를 시작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카카오톡 이용자의 단체대화방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카카오 측이 지난달 말 일부 내용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찰과 합의한 것으로 6일 밝혀졌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은 “카카오톡 특성상 제3자를 동시에 볼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었는데, 현재는 양 기관이 서로 원만하게 실무적으로 타협을 이뤄 해결책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검찰과 카카오 갈등이 정리됐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고객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검찰이 합법적으로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오더라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논란이 촉발된 지 1년여 만의 타협이다. 당시 카카오는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해산 명령에 불응해 기소된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그룹대화 내용이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이 악화되자 수사협조 거부라는 초강수를 뒀다. 양측은 검찰이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감청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제시하면 카카오 측이 감청 대상자 외의 단체대화방 참가자에 대해선 신원을 알 수 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삭제하고 대화 내용만 제공하겠다고 합의했다. 검찰은 감청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가자를 모른 채 내용을 확인한 뒤 범죄행위와 관련된 정황이 발견되면 이를 특정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검찰이 연락처를 요청하려면 관할 수사기관장(검사장)의 승인을 받은 정식 공문을 통해야만 한다. 그동안 검찰이 감청 영장을 제시하면 카카오는 개인 간 대화 내용뿐 아니라 감청 대상자가 포함된 단체대화방 참가자 전원의 전화번호와 대화 내용을 모두 제공해왔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 논란 끝에 단체대화방 내용 제공이 중단되자 간첩 등 공안사범을 다루는 공안부 등 일선 검찰에서는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는 원성이 높았다. 이번 양측의 타협으로 카카오가 합법적인 감청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사태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게 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우려와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상반된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결과 협조 재개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단체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그대로 수사기관에 노출됐던 문제를 개선하게 됐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신무경 기자}
15차례 마약 투약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상균 씨(38) 측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선처해 달라”며 결혼 상대방인 김 대표의 딸 현경 씨(32)의 이름과 직업을 언급했던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체포된 이 씨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결혼할 새 여자를 만나고 있다. 개과천선하려고 하니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법정에서 결혼 상대에 대해 ‘교수’ ‘김현경’이라는 언급도 했으나, 현경 씨의 가족 관계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6일 선고된 이 씨 판결문엔 재판부가 양형 기준을 이탈해 선처한 이유로 ‘가족 관계나 환경’을 들고 있으며, 이 씨가 현직 대학교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감안됐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이 씨가 휴대전화 카카오톡에 현경 씨를 ‘현경’으로 저장해 놓고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 씨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현경 씨의 신원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경 씨는 지난해 8월 수원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 자주 보도됐으며 10, 11월엔 수원대 이인수 총장이 국정감사 증인에서 제외됐다는 보도로 현경 씨가 언론에 빈번히 노출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검사도 약혼자 이름이나 직업이 교수라는 점은 알았던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약혼자가 김 대표의 딸인지는 몰랐고 나중에 김 대표의 딸 교수 채용 특혜 의혹 보도를 보고서야 짐작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수사를 했던 박모 검사는 “맞다 틀리다 자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법의 1심 재판장은 “(교수인 여성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씨를 변호한 최교일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장)는 “당시 이 씨의 약혼이나 결혼과 관련한 말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씨의 약혼 대상이 김 대표의 딸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이를 검찰에 알린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서울동부지법 등의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은 “최 변호사가 선임계를 제출했지만, 법원 전산 시스템에는 누락된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다. 민중기 서울동부지방법원장은 “전산에 누락된 자세한 내막은 파악이 안 됐다”라고 답변했다.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조동주 기자}
‘트렁크 살인 사건’ 피의자 김일곤(48)이 자신이 처벌받은 사건 목격자의 진술조서를 법원에서 복사해 인적사항을 파악한 뒤 ‘살생부’를 작성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일곤은 지난달 9일 충남 아산시 대형 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모 씨(35·여)를 납치해 노래방 도우미로 가장시켜 유인하려 했던 노래방 주인 A 씨와 얽힌 사건 목격자 3명의 진술조서에서 개인 신상정보를 빼내 복수를 다짐했다. 김일곤은 5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A 씨의 승용차와 끼어들기 문제로 시비가 붙어 A 씨를 폭행한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50만 원에 처해졌는데, 이 과정에서 A 씨뿐 아니라 폭행 과정을 진술한 목격자 3명에게도 원한을 품은 것이다. 김일곤은 7월 7일 서울남부지법이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리자 이틀 뒤 법원에서 목격자 3명의 진술조서 등 기록을 복사해 살생부에 이들의 이름을 올렸다. 진술조서에는 진술자의 이름, 나이, 직업, 주소, 연락처 등 개인 신상정보가 담겨 있다. 김일곤은 폭행 사건 담당 경찰관과 1998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한 재판장 등 총 28명의 이름을 적은 살생부를 작성했다. 사건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피해자나 참고인 등의 진술조서를 법원에서 열람하거나 복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법원이 재판 중인 사건 조서에 담긴 각종 개인정보를 지우지 않고 바로 건네고 있어 김일곤 사건처럼 보복 범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법원은 판결이 확정된 사건 관련 기록의 열람 및 복사에 대해선 개인정보 보호 규칙을 두고 있지만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선 별도의 개인정보 보호 규칙이 없다. 이 때문에 일선 법원에선 피의자에게 사건 기록을 복사해 줄 때 사건 관련자의 인적사항을 완벽히 지우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변찬우 검사장)는 피의자가 재판 중인 사건 관련 기록을 복사할 때 피해자, 목격자 등 상대방 개인정보를 의무적으로 보호하도록 관련 법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불륜과 치정이 얽힌 ‘사랑과 전쟁’은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치명적이었다. 지난해 3월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시작된 40대 남녀의 불륜은 평범한 가정을 파멸시켰다. 내연녀는 내연남을 이혼시키기 위해 불륜 장면을 찍어 내연남의 부인에게 보내고, 심부름센터 직원을 시켜 “내연남의 부인을 성폭행하고 내 앞으로 데려와 무릎 꿇려라”라고 사주까지 했다. 부인은 내연녀에게 3억5000만 원을 건네며 불륜을 끝내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결혼 7년 만에 얻은 딸을 위해 가정을 지키려고 발버둥쳤던 부인은 집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 이상억)는 내연남의 부인 이모 씨(43)에게 청산가리가 든 소주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한모 씨(46·여)를 30일 구속 기소했다. 한 씨는 올해 1월 서울 송파구 내연남의 집에서 그의 부인 이 씨와 술을 마시다 치사량의 수십 배에 이르는 청산가리를 소주에 탄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씨는 닷새 후 강원 춘천에서 긴급 체포됐지만 정신 이상을 호소하며 유치장에서 자살 시도를 벌여 석방됐다. 하지만 8개월여간의 수사 끝에 결국 다시 체포돼 구속됐다. 사건 당일 밤 한 씨는 “할 말이 있다”며 이 씨의 아파트 앞으로 찾아갔다. 한 씨는 인근 마트에서 산 소주와 맥주를 자신의 차 안에서 마시자고 했다. 실랑이 끝에 두 사람은 11층에 있는 이 씨의 아파트로 소주 1병을 들고 함께 올라갔다. 1시간여 뒤 한 씨는 혼자 얼굴을 가린 채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내려왔다. 오전 4시쯤 집에 돌아온 남편이 발견해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아내는 이미 숨진 뒤였다. 검찰과 경찰이 체포할 당시 한 씨는 춘천에서 이 씨의 명복을 빈다는 굿을 벌이고 있었다. 한 씨가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이 씨 머리맡에 놓인 소주병의 지문은 모두 닦여 있었고, 집도 깨끗이 청소돼 있었다. 검경은 한 씨가 인터넷에서 ‘청산가리 몰래 먹이는 법’ ‘청산가리로 사람 죽이는 법’ 등을 28차례 검색한 사실을 발견했다. 휴대전화로 청산가리 판매업자에게 “개와 고양이를 데려와 청산가리를 먹여보라. 바로 죽으면 당장 사겠다”고 연락한 사실도 확인했다. 한 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한 씨가 자신을 포장하는 연기를 잘하는 전형적인 ‘연극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씨는 “제발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눈물을 쏟다가도 불리한 질문을 하면 돌연 평정을 되찾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한 씨는 “이 씨가 자살한 것”이라며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박창규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53)이 직원의 횡령으로 떼인 주식매각 대금에 부과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정 회장이 양도소득세 7억7000만 원과 증권거래세 1780만 원을 부과한 경기 남양주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동생인 고 정세영 회장의 아들이다. 정 회장은 1999년 당시 현대산업개발 재정팀장이었던 서모 씨에게 자신이 보유했던 신세기통신 주식 50만 주를 팔라고 지시하며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서 씨는 해당 주식 50만 주를 실제로는 173억 원에 팔았지만 형식상 중간 거래인을 끼워 2단계 계약서를 쓴 뒤 140억5000만 원에 팔았다고 정 회장에게 보고했고, 세금도 이 금액을 기준으로 납부했다. 정 회장은 남양주세무서가 “해당 주식 거래대금이 173억 원이었는데 32억5000만 원을 낮춰 신고했으니 차액에 대한 양도소득세 7억7000만 원과 증권거래서 1780만 원을 납부하라”고 통지할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 정 회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직원이 횡령한 금액에 대해 부과된 세금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정 회장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횡령 부분이 정 회장과 서 씨가 정산할 문제이고, 세금은 실제 거래액을 기준으로 내야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서 씨가 권한을 위임한 정 회장의 의사에 반해 주식 양도대금 일부를 횡령했고, 서 씨가 미국으로 떠난 이상 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졌다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이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소유권이 이전되면 부과되는 유통세인 만큼 정 회장이 주식이 실제 173억 원에 팔렸다는 사실을 몰랐다하더라도 납부해야한다고 판결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40대 여성과 대낮에 호텔에서 성관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회의원직 제명 위기에 몰려 있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54·경북 구미갑)은 지난달부터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10∼23일 14일간 진행된 국회 전반기 국정감사 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도, 지역구에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본보 취재팀이 심 의원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그는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1.4km쯤 떨어진, 자동차로 5분 거리인 한 오피스텔에 방을 얻어 두문불출하며 지내고 있었다. 심 의원은 바깥출입을 삼가며 끼니는 짜장면 등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종종 보좌진이 심 의원의 자택에 들러 옷가지를 챙겨와 전해주거나 과일 같은 먹을거리를 사들고 오피스텔을 드나들었다. 그는 외출해야 하는 상황이면 빨간색 모자를 푹 눌러 써서 얼굴을 가렸다. 갈아입을 양복 정장을 한 손에 들고 빛바랜 트레이닝복에 운동화를 신은 채였다.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연신 주변을 살폈다. 걸어서 10여 분 걸리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에도 앞 유리창에 국회 출입 차량 스티커가 붙은 제네시스 승용차를 이용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차를 모는 수행비서는 심 의원을 내려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 차량이 나타났을 때엔 그늘진 곳에 몸을 감추고 있다 서둘러 승용차에 올라탔다. 변호사로 추정되는 정장 차림의 남성 2명이 임시 거처를 찾는 날에는 5∼6시간이 넘도록 회의가 이어졌다. 모임이 끝난 뒤 심 의원은 현관까지 나와 배웅하며 “소송을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예상되는 질문과 어떻게 답변할지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심 의원은 18일 오후 오피스텔에서 가까운 한 교회를 찾았다가 누군가와 오랫동안 통화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통화 중에 상대편에게 “5000만 원 선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하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 고생 많았다”라는 말도 했다. 제3자를 통해 피해 여성 측과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듯한 내용이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제명안을 의결하자 심 의원은 국회에 소명서를 제출해 “사법기관의 판단을 유보한 채 윤리적 측면으로만 징계한다면 입법기관으로서 존엄과 책무를 포기한 것”이라며 징계 유보를 요청한 상태다. 한편 심 의원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지검은 추석 연휴 이후 심 의원을 소환 조사한 뒤 다음 달 초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다음 달 13일 국회 본회의에 심 의원 제명안이 상정되기 전에 수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얘기다. 검찰은 그동안 피해 여성 A 씨(48·여) 등 관련자들을 조사했지만 심 의원이 강제로 A 씨를 성폭행했다는 진술이나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제시했다는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7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A 씨를 불러 성폭행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A 씨는 수사 초기 잠적하며 조사를 거부하다 최근 심경을 바꿔 조사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심 의원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이 아니고 사건 이후 회유와 협박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경찰의 최초 조사에서만 “심 의원이 호텔 침대에서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폭행했다”고 진술했을 뿐 그 이후론 이를 번복한 진술을 되풀이하고 있다.박성진 psjin@donga.com·조동주 기자}
술자리에서 다툼이 벌어졌을 때 소주병이나 맥주잔 등 위험한 물건을 집어 들고 위협하기만 해도 징역 1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제3조 1항 일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폭처법 3조 1항 중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행·협박·재물손괴를 저지르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에 대해 재판관 9인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같은 형태의 범죄에 대해 형법에선 벌금형이 허용되고 형벌도 상대적으로 낮은 데 반해, 폭처법은 벌금형 없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어 법 적용에 따라 심각한 형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같은 행위를 두고 검사가 형법이나 폭처법 중 하나를 선택해 적용하면 법질서에 혼란을 일으키고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며 “특정 범죄 행위에 대해 형법 대신 폭처법을 적용하겠다며 자백을 유도하거나 상소를 포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위헌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던져 폭처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김 전 의원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면 폭처법 위반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을 수는 있겠지만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국회회의장 소동, 정치자금법 위반 등 나머지 4개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재심을 청구해도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고인 아서 존 패터슨 씨(35·미국)가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현장에 함께 있던 친구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터슨 씨는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한 뒤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된 23일 서울구치소에서 미대사관 관계자들과 40분가량 접견했다. 패터슨 씨는 이 자리에서 당초 이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확정 받은 에드워드 리 씨를 언급하며 “리 씨가 마약에 취한 상태로 ‘뭔가 보여주겠다’고 한 뒤 살인을 저질렀다. (범행에 사용된) 칼은 내 것이 맞지만 난 목격만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4시 26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한 패터슨 씨는 헐렁한 흰 티셔츠와 흰 바지 차림에 얼굴에 수염을 기른 모습이었다. 로스앤젤레스발 비행기에 타자마자 구속영장이 집행돼 수갑을 차고 호송팀 관계자에게 양팔을 붙잡힌 상태였다. 패터슨 씨는 “유가족은 고통을 반복해서 겪어야겠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것도 옳지 않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패터슨 씨는 1997년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 씨(당시 22세)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2011년 12월 기소됐다. 공소 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철희)는 2008년 도입된 혈흔 형태 분석 등 1997년 초동수사 당시 없었던 첨단 수사기법을 동원해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당시 화장실 벽에는 조 씨가 목을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핏자국이 남았는데, 이는 “조 씨가 패터슨 씨에게 찔린 뒤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는 리 씨의 진술과 일치한다. 검찰은 또 당시 패터슨 씨의 범행 가능성을 높게 봤던 주한미군 범죄수사대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패터슨 씨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검찰 출신 오병주 변호사(59)를 선임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조건희 becom@donga.com·조동주 기자}
“남자답게 한번 싸워보자!” 김모 씨(39)는 1월 옛 동거녀의 남자친구인 박모 씨(47)에게서 결투 신청을 받았다. 둘은 전남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뒤 김 씨가 옛 연인의 물건을 챙겨가라며 박 씨를 집으로 데려갔는데 짐을 챙기던 도중 시비가 붙은 것이다. 김 씨가 박 씨에게 ‘선공’을 양보하자 박 씨는 김 씨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한 대 얻어맞은 김 씨는 사실혼 관계였던 옛 동거녀를 빼앗긴 원한을 담아 박 씨에게 주먹을 날렸다. 주먹으로 시작된 폭행은 발길질을 거쳐 급기야 프라이팬과 흉기까지 동원되며 3~4시간에 걸쳐 무차별 폭행으로 번졌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김 씨 친구는 김 씨 요구에 따라 술과 담배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김 씨는 빈사 상태에 빠진 박 씨를 집 근처 골목에 던져뒀고, 박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1심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김 씨가 박 씨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징역 12년으로 형을 늘렸다. 김 씨의 살인 행각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된 김 씨 친구에게는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가 2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지난해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희대의 마약상을 검거하기 위한 특수작전에 나섰다. 2012년부터 2014년 초까지 중국에서 미국으로 합성대마 6t가량을 들여온 중국인 마약상 천모 씨(33)를 체포하기 위해서다. 천 씨의 손을 거친 합성대마는 지난해 한국에 밀반입된 주요 마약류 총량(451.07kg)의 1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마약상으로 가장한 DEA 비밀요원은 천 씨에게 마약을 구입하겠다는 e메일을 보냈다. 이후 여러 차례 접촉 끝에 신뢰를 쌓은 두 사람은 한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한국에서 만나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밀요원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DEA는 지난해 8월 천 씨가 한국에 들어오자 우리 검찰에 공동 작전을 요청했다. 한국은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2명을 붙여 천 씨를 미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막대한 유통량으로 보아 천 씨가 한국을 마약 경유지로 이용하거나 비밀 제조처를 운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한국 검찰의 감시와 보호하에 DEA 비밀요원은 약 보름간 천 씨와 위장거래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내용을 확보했다. 이후 DEA 요원은 천 씨에게 “미국으로 놀러오라”며 초청했고 이에 속은 천 씨는 올 3월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입국했다가 바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 검찰은 미국과 공조해 천 씨가 한국을 마약 경유지로 활용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마약청정국’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을 경유지로 삼으면 미국 등 시장이 큰 곳으로 쉽게 갈 수 있어 한국이 마약 유통의 중간 경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 밀반입되는 외국산 마약류는 2010년 127.29kg에서 2014년 451.07kg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으로 유명해진 멕시코 마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으로 밀반입된 멕시코 필로폰은 최근 4년간 전무하다가 지난해 151.18kg이나 적발됐다. 멕시코 마약상이 미국의 집중 단속으로 밀수출에 실패하자 중국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로 판로를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22∼24일 제주 신라호텔에서는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변찬우 검사장) 주재로 21개국, 4개 국제기구가 참가하는 제25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가 열린다. 이 회의는 국경을 초월해 기승을 부리는 마약범죄에 세계 각국이 공조체제를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한국 검찰이 1989년부터 매년 주최하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관을 붙들고 오열하는 유가족 사진을 두고 ‘홍어 택배’라 조롱하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에 올린 20대 남성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사자(死者)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기소된 양모 씨(21)에게 모욕죄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양 씨는 2013년 5월 대구의 한 마트 카운터에서 일베에 접속한 뒤 5·18운동 희생자 관을 붙들고 오열하는 유가족 사진에 화물 운송장 이미지를 덧붙여 ‘아이고, 우리 아들 택배 왔다’라고 적은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진은 1980년 5월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희생자의 모친과 누나가 관을 잡고 애도하는 장면을 담았는데 1, 2심과 대법원은 양 씨가 관을 택배로 묘사해 희생자 유족을 모욕한 혐의를 인정했다. 1,2심과 대법원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사자 명예훼손과 정통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해당 표현이 사실을 적시했어야 하는데, 양 씨가 올린 글은 사진 합성을 통한 희화적인 묘사나 풍자가 활발히 이뤄지는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것으로 일반인이 봤을 때 허위 사실을 유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 표명이었다고 봤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앞두고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전화 여론조사 조작을 주도한 옛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대 총선 당시 여론조사 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 남동갑 신모 통합진보당 예비후보 선거사무장 이모 씨(42·여)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씨를 도와 여론조작을 도운 김모 씨(43) 등 3명에게는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가담이 경미한 신모 씨(50) 등 2명은 벌금 300만 원이 각각 확정됐다. 이 씨 등은 2012년 3월 인천 남동갑에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후보와 통합진보당 신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전화면접과 ARS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하자 신 후보를 단일 후보로 만들기 위해 범행을 꾸몄다. 이들은 여론조사가 2010년 KT에 등록된 남동구 유선전화번호를 상대로 이뤄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전화번호부엔 있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결번인 번호들을 추려 한 사람당 5~10개씩 임시로 복구시킨 뒤 해당 번호를 통합진보당원 등의 휴대전화에 착신 전환시켰다. 해당 번호로 여론조사기관이 전화를 걸어올 때마다 한 사람이 ‘40대 여성’ ‘50대 남성’ 등으로 신분을 속인 뒤 신 후보에게 중복투표를 했다. 이들의 범행은 신 후보가 당시 단일화 경선에서 박 후보에게 1%대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1,2심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했고, 일반 유권자에게 정치 불신을 초래하는 등 폐해가 적지 않다고 판단해 가담 정도에 따라 실형과 집행유예,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
대형마트 24시간 영업금지와 주말 의무휴업 조치가 법에 어긋나는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6곳이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담은 조례가 위법하다며 낸 소송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형마트 측은 영업시간을 강제로 제한해 소비자 지출만 연간 2조 원의 감소했다고 주장했고, 소상공인 측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덕에 매출이 10~20%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대형마트 측은 지방자치단체가 오전 0시~8시 영업을 막고 매주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을 강제해 국가 전반적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뿐 아니라 마트 내 임대 점포 운영자, 농수산물 등 납품업자가 영업을 못해 손실을 입고, 소비자의 자유와 대형마트 근로자의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묶인 소비는 전통재래시장으로 향하지 않고 소비자가 구매를 포기하거나 미루게 돼 연간 2조 원의 소비가 줄어 국가 재정적으로도 손해라는 주장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대다수 국민이 주말에 대형마트가 휴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재래시장을 찾지는 않는다며 온라인 쇼핑몰이나 편의점 매출이 올랐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형마트 측 참고인으로 나선 한국유통학회 회장인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 교수는 대형마트 성장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선진국에서도 마트 규제보다는 유통채널간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에 매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 휴업으로 발생하는 피해액 절반 이상이 중소제조업자나 농어촌 납품업자에게 몰려, 영세한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이 정책이 또 다른 영세업자에게 피해를 전가시킨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대형마트를 규제하기보다는 중소상인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보장정책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 측은 한국이 대형마트 입점에 대한 아무런 규제 없이 무분별하게 대형마트를 받아들여 주택가까지 진입해 골목상권을 위협한다고 반박했다. 전체 종합소매업체의 0.1%에 불과한 대형마트가 전체 매출의 25.4%를 차지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바람에 전통재래시장 뿐 아니라 동네 음식점 등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2012년부터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한 이후 소상공인 평균 매출액이 12.9% 늘고, 평균 고객 수도 9.8% 증가했다는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 결과도 근거로 들었다. 소상공인 측 참고인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실장은 “소상공인은 국내 전체 사업자의 86.6%를 차지하는 주요 경제주체인 만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현행 대형마트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번 공개변론을 통해 수렴한 각계 의견을 바탕으로 전원합의체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낼 예정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여보’ 여자의 휴대전화 주소록에서 이 애칭이 저장된 전화번호를 본 남자의 질투는 열등감과 광기에 휩싸여 결국 핏빛으로 끝맺었다. 얼마 전까지 남자를 위한 애칭이었던 ‘여보’는 어느새 다른 남자의 전화번호로 바뀌어 저장돼 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 없이 자랐고, 어머니마저 재혼하면서 혼자 남겨진 채 자란 남자는 유일한 사랑이라 믿고 집착해왔던 여자의 배신을 확인한 순간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놓고 잔혹한 악마가 됐다.●낙태와 폭력으로 망가진 연인 현역 상근예비역 상병 박모 씨(22)는 2013년 5월 친척 소개로 당시 17살이던 A 양을 만나 연인이 됐다. 둘은 사귄지 6개월 만에 동거하는 사이로 발전했지만 A 양이 임신을 했다가 박 씨의 설득으로 낙태를 하게 되면서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그로부터 한 달 뒤 A 양은 박 씨 집을 나와 친구 집으로 들어갔다. 이후에도 둘은 종종 만남을 가졌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박 씨는 집에 놀러온 A 양과 말싸움을 하다가 급기야 얼굴에 손을 대기까지 했다. 둘 사이는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박 씨는 지난해 4월 18일 상근예비역 복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A 양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박 씨가 잇따라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A 양은 딱 한번 잠깐 전화를 받았을 뿐 이후부턴 감감 무소식이었다. 초조해진 박 씨는 A 양와 함께 사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친구는 “A 양이 오빠를 많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거 같다”며 “밤늦게까지 남자들이랑 술 마시고 들어오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고 전했다. 박 씨는 ‘진실’을 밝히고 A 양을 살해하기로 결심했다.●“오늘 나랑 같이 있을 거지?” 박 씨는 A 양에게 계속 전화를 건 끝에 간신히 통화할 수 있었다. A 양은 동네 중학교 근처에 있다고 했다. 박 씨는 집 부엌에서 가져온 흉기를 신문지에 싸 외투 안주머니에 넣고 택시를 탔고, A 양을 태우고 다시 집 근처로 돌아갔다. 택시에서 내린 둘은 마을 농로를 따라 걷다가 한적한 곳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A 양이 그동안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놓자 박 씨는 살갑게 달래줬다. 얼어붙었던 관계가 녹아든다고 생각한 박 씨는 A 양에게 “오늘 나와 함께 있어 줄 거지? 우리 계속 만날 수 있는 거지?”라고 물었다. “응”이라는 바라던 대답을 얻자 박 씨는 A 양에게 키스를 시도했고, 둘은 농로에서 나체로 성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농로를 오가는 차량 불빛 때문에 종종 주변이 환해지자 옷을 입고 인근 후미진 건물 담벼락으로 장소를 옮겼다. 담벼락에 기대 대화를 이어가던 박 씨는 혹여나 불타오른 관계가 꺼질까 두려워 재차 “오늘 나랑 같이 있을 거지?”라고 물었다. 하지만 A 양은 “어떻게 그래. 집에 가야지”라며 “내일 짐을 싸서 다시 오겠다”고 말을 바꿨다. 박 씨는 바로 자신을 따라오지 않으려는 A 양이 이별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잔혹한 복수를 다짐했다. A 양과 성관계를 맺는 도중 살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박 씨는 재차 키스를 시도하며 성관계를 이어가다가 외투에서 미리 준비해온 흉기를 꺼내 A 양을 찔렀다. A 양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흉기가 부러지자 박 씨는 주변에서 다른 둔기를 주워 휘둘렀다.●‘징역 30년’ 확정으로 끝맺은 광기 박 씨는 쓰러져 신음하는 A 양의 핸드백을 빼앗아 휴대전화를 꺼냈다. 휴대전화 속의 ‘여보’가 다른 남자 전화번호로 저장돼있는 걸 확인하고는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잡혀 광기에 휩싸였다. 박 씨는 “군복 입고 있으니 만만해보이냐”며 다시 둔기를 휘둘렀다. 몸에 묻은 혈흔을 닦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근처에 있는 집으로 갔다가 A 양 지갑에서 임신검사기를 발견하곤 화가 치밀어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박 씨는 “내가 한번이라도 다른 여자랑 술 마시고 그런 적 있냐. 나는 믿음 하나로 지켰는데 너는 이렇게 날 배신하느냐”며 “오늘 너 죽고 나 죽고 다 끝내자”고 분노를 쏟아냈다. 박 씨는 A 양이 “오빠 미안해, 안 그럴게”라고 애원하자 외도를 시인한 거라 생각해 더욱 광기에 휩싸여 벽돌을 던지고 둔기를 휘둘렀다. 박 씨는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숨이 끊어져가는 A 양을 바라보며 담배 두 개비를 피우곤 도망쳤다가 덜미가 잡혔다. 1, 2심 법원은 “박 씨는 피해자가 변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일방적인 의심만으로 살인을 저질렀고 방식이 잔혹했다”며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유족이 보복을 두려워하며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한 점도 감안됐다. 재혼한 박 씨 생모가 아들 소식을 듣고 피해자 유족을 위해 5000만 원을 공탁했지만 너무나 뒤늦은 모정이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박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아무리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해도 이미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민일영 대법관(>·사법연수원 10기·사진)은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대법관의 업무량을 ‘살인적’이라고 표현했다. 2009년 9월 취임한 민 대법관은 “현재 대법원 체제로는 사법 신뢰를 언급하는 자체가 사치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대법관 생활 6년의 소회를 털어놨다. 올해 말까지 대법원에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 수는 4만2000여 건. 대법관 12명이 휴일 없이 일해도 1인당 1년에 3500여 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 대법관은 독일 미국 등 사법 선진국처럼 대법원 상고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이 최선이지만 상고 제한이 사실상 불가능한 우리 현실에서 상고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을 따로 담당하는 상고법원을 차선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상고법원 설치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민 대법관은 최근 1년 동안 하루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고 한다. 민 대법관의 집무실 책상에는 의자에 앉으면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사건 서류가 쌓여 있다. 그는 퇴임사에서 “직역이기주의를 내세워 반대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 대법관은 중국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첫 구절인 “자, 이제 돌아가자. 고향 전원이 풀에 덮여 무성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를 인용하는 것으로 퇴임사를 마치고 32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임 후에는 2년 임기인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부임해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할 예정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옛 여자친구와 그녀의 친구와도 성관계를 한 대가는 참혹했다. 두 여인은 한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분을 못 참고 남자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성범죄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남자가 여자에게 합의를 부탁했지만 “네 장기를 팔아서라도 10억 원을 가져오라”는 모멸 찬 대답만 돌아왔다. 난치병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던 홀어머니는 생계를 포기하고 아들의 구명활동에 전념했다. 남자는 8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고 2년 7개월 동안 법정 투쟁을 벌인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인정받았다. 지금부터 1~3심 법원 판결문과 남자 측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기연의 박동현 변호사(35·사법연수원 41기) 설명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본다.#사건 1. 옛 여자친구의 친구와… 최모 씨는 군대 휴가를 나온 2012년 12월 1일 오후 11시경 A 씨(여·당시 19세) 등 지인 5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A 양은 최 씨가 입대 전 3개월 정도 사귄 B 씨의 친구였는데, 이전부터 최 씨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최 씨는 입대 후 B 씨와 자연스레 헤어졌다. 이후 A 씨가 최 씨에게 “외박을 나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당부해 성사된 자리였다. 최 씨는 새벽 5시쯤 A 씨를 소형차에 태우고 집에 데려다주다가 인근 골목길에 멈춘 뒤 차량 안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성관계 직후 A 씨는 “우리 오빠 군대에서 많이 외로웠쩌여”라며 양 팔로 최 씨를 끌어안았다. 둘은 서로 담배를 피우면서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졌다.#사건 2. 우연히 만난 옛 여자친구와… 2013년 1월 14일 새벽 2시경 휴가를 나온 최 씨는 집 근처에서 우연히 옛 여자친구 B 씨를 만났다. 입대하면서 자연스레 헤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는 상대였다. 둘은 반가운 마음에 인근 호프집으로 가 술을 마셨다. 새벽녘이 되자 B 씨는 “지금 집에 가면 아버지에게 혼난다. 아버지가 출근한 다음에 집에 들어가겠다”며 최 씨에게 인근 모텔로 가자고 했다. 둘은 모텔에 주차한 차 안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종종 입맞춤을 하다가 오전 8시가 돼서야 모텔로 들어갔다. 최 씨는 모텔에서 B 씨와 맥주를 나눠 마시다가 “이제 집에 가겠다”며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B 씨가 나가지 말라며 붙잡았다. 다시 돌아온 최 씨는 B 씨에게 키스를 하며 성관계를 시도했다. B 씨가 저항했지만 최 씨는 내숭을 떠는 거라 가볍게 여기고 성행위를 이어갔다. 최 씨는 B 씨가 “오빠! 이건 강간이야!”라고 소리를 지르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바로 성행위를 중단하고 사과했다. 이후 B 씨는 한참 동안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더니, 최 씨에게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며 약속 장소로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다. 둘은 입실 후 네 시간이 지나 낮 12시경 모텔을 나왔고, B 씨는 최 씨 차량을 타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두 여자 강간죄로 법정구속 최 씨는 B 씨를 만난 다음날 강간죄로 고소당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B 씨 뿐 아니라 한달쯤 전 성관계를 가졌던 A 씨도 함께 최 씨를 경찰서에 고소했다고 했다. B 씨가 사건 당일 밤 A 씨와 통화하며 “최 씨에게 강간당했다”며 성관계 사실을 털어놓자, 배신감을 느낀 A 씨도 함께 고소한 것이다. 최 씨는 친구 사이인 여성 둘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죄책감에 뒤늦게 사과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씨는 두 여인을 각각 찾아가 합의를 시도했다. A 씨는 일시금 800만 원에 매달 200만 원씩 달라고 요구했다. 카드론 대출로 급히 마련한 1000만 원이 전부였던 최 씨에겐 무리한 요구였다. B 씨는 10억 원을 달라며, 돈이 없으면 장기를 팔아서라도 마련하라고 소리쳤다. 사실상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사였다. 난치병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으면서 혼자 아들을 키운 어머니는 마트 일을 그만두고 아들 구명활동에 매진했다. 아들을 고소한 두 여인의 부모를 찾아가 합의를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B 씨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모텔을 직접 찾아가 주인에게 “사건 당시 카운터에 있었는데 고함이나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자술서를 받아올 만큼 열성적이었다. 당시 최 씨와 B 씨가 묵은 모텔 방은 카운터 인근이라 고성을 질렀다면 소리가 분명 들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씨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두 여인을 강간한 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재판 반전은 2심 재판에서 시작됐다. 최 씨는 지난해 7월 2심에서 A 씨를 강간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 받고 형량이 1년 6개월로 감형됐다. A 씨가 성관계 직후부터 1개월여 동안 최 씨와 371회 문자메지시와 전화통화를 주고받다가, 최 씨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B 씨와의 통화 직후 강간 고소를 한 점을 의심스럽게 판단한 것이다. 사건 당일 친구에게 “오늘 집에 안 들어가도 된다. 오빠와 같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점, 성관계 직후에 최 씨를 양팔로 끌어안고 “우리 오빠 군대에서 많이 외로웠쪄여”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드린 점 등도 감안됐다. 하지만 B 씨에 대한 강간죄는 그대로 인정돼 최 씨는 옥살이를 이어가야 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추석에 직권으로 최 씨를 풀어줬다. 1,2심에서 잇따라 유죄를 선고하고 구속한 피의자를 대법원이 풀어준 건 이례적이다. 국선대리인으로 최 씨를 변호했던 박동현 변호사는 “대법원이 최 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심리하기엔 부담이 있는 사건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8개월 만에 아들의 석방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눈물을 쏟아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B 씨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26)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최 씨가 성관계를 하다가 B 씨로부터 “오빠! 이건 강간이야!”라는 말을 듣고 즉시 성행위를 멈췄을 정도라면 B 씨의 의사를 오해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협박 등을 통해 강제로 성행위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 씨가 강제로 B 씨를 협박하거나 억압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황을 설명했다. 둘이 모텔에 함께 있던 시간이 오전 8시~낮 12시로 네 시간이나 됐고, 성행위 후에도 자유롭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는데도 즉각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점을 봐도 B 씨가 최 씨와 함께 있으면서 강한 반감이나 거부감을 가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모텔 방이 카운터와 가까웠는데도 당시 고성을 듣지 못했다는 취지로 최 씨 어머니가 모텔 주인으로부터 받아 제출한 자술서도 대법원이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했다. 국선 변호를 맡았던 박동현 변호사는 “1,2심에서 유죄가 났던 사건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아 기쁘다”며 “무죄를 입증하고자 했던 어머니의 지극정성이 대법원을 움직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