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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평소보다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북한 김정은 체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반도 긴장을 높일 수 있는 대북 군사 옵션 발언이나 특유의 막말도 피했다. 9월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하면서 “완전히 북한을 파괴하겠다”고 해 북한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온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35분간의 연설 중 24분을 김정은 체제의 부당성과 특히 북한의 인권 실태를 구체적으로 폭로하는 데 할애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에 대해 “나를 시험하지 말라. 치명적 오판을 하지 말라”며 무게감 있는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 인권 문제를 새로운 대북 압박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차분하게 북한과 대조되는 한강의 기적을 언급했다. “한국인들은 코리안 드림을 품고 이를 현실에 옮겼다”고 했다. 63빌딩, 롯데월드타워를 번영의 상징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북한 체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서울)으로부터 24마일 북쪽, 그곳에서 (한국의) 기적이 멈춘다. 북한이라는 ‘감옥 국가(prison state)’가 시작된다”고 했다. 이어 “최근 (북한에선) 전 노동 인구에게 70일 연속 노동을 하든지 아니면 하루 치 휴식에 대한 대가를 (오히려) 지불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전기를 쓰는 가정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북한 체제를 비판했다. 북한 김씨 왕조 세습의 문제점과 부당성 그리고 참혹한 인권 문제를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까지 거론하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사망했고, 5세 미만의 영·유아 중 약 30%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2년과 2013년에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액수의 절반인 2억 달러가량을 기념비, 동상 등 독재자 우상화에 썼다”고 비판했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김정은의 일생 중 한 대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한다”고도 폭로했다. “북한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라며 김정은 체제를 일종의 사이버 종교 집단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트럼프의 연설이) 북한의 현재를 심판하는 판사의 판결문 같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표현을 자제한 데 이어, 이날은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해 이를 새로운 대북 압박 기제로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앞으로 북한 인권 이슈를 (대북 압박을 위한) 중요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삼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해석했다.○ 백악관,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 곧 결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달았다.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내비치지 않으면 대화를 시작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1994년 제네바 협정, 2005년 9·19 합의 등 북한이 파기했던 국제사회와의 협상을 조목조목 따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합의해놓고 뒤돌아서면 무시하는 북한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이전 정부처럼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 후 오후에 가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시 주석이 북한의 핵 도발과 미국의 군사훈련을 동시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도발 카드만 내세워서는 시 주석과 실효성 있는 북핵 해법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더 대북 제재에 나설 수 있도록 명분 쌓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하는 다음 주경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박 2일간의 방한 행보에 만족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순방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연설에 대해 “북한 체제의 속성을 이렇게 깊이 있게 거론한 적이 없었다. 역사적인 연설”이라고 자평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려고 하는데 이는 치명적 오판(fatal miscalculation)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은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만찬에서 한미 동맹 의지를 과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시간 35분 중 24분을 북한 인권 문제와 체제 비판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독재자(dictator)’ ‘폭군(tyrant)’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한국의 기적’과 대비해 북한을 ‘사람이 가서는 안 되는 지옥(hell)’ ‘교도소의 나라(prison state)’로 지칭하며 김정은 우상화, 영·유아 영양실조, 강제 노역, 종교 탄압 등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당신(김정은)이 갖게 된 (핵)무기는 (북한) 체제를 심각한 위협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반도 주변에 세계에서 가장 큰 3척의 항공모함과 F-35 전투기 등이 배치되어 있다. 우리는 안보와 (한미 공동의) 번영, 그리고 신성한 자유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킬 것”이라고도 했다. 동시에 김정은을 향해 “공격을 중단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안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정권은 이전 미 행정부가 (대북 행동을) 자제한 것을 미국이 취약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이 상대했던 버락 오바마 정권 등) 이전 미 행정부와는 매우 다른 행정부”라고 했다. 이어 “우리를 과소평가하지도, 시험하지도 말라. 나는 힘을 통한 평화를 원한다. 역사에는 미국의 결의를 어리석게도 시험했다가 버림받은 체제들로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양국 핵심 현안에 대해선 별 언급을 하지 않았다. 1박 2일 방한 기간 한미 정상 간 북핵 해법을 둘러싼 이견은 부각되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및 국회 연설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외로 묵직한 표현으로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no skipping)’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국회 연설 전 문재인 대통령과 비무장지대(DMZ)를 헬기로 전격 방문하려 했으나 기상 악화로 취소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런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방한을 앞두고 이런저런 우려가 나왔지만 당선 1년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달라진 것 같다”는 평도 나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한국의 골프 선수들은 세계 최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한국의 발전상을 치켜세우면서 과학기술, 케이팝 등과 함께 한국 골프를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저지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의 위대한 골프 선수인 박성현이 우승했다”고 말했다. 연설을 지켜보던 국회의원들은 웃음과 박수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 대목에서 박수를 쳤다. 박성현(24)이 7월 제72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그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소유의 골프장인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가서 우승 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승을 확정한 후 이동하는 박성현을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며 기립박수를 보냈고, 트위터에 “박성현의 2017년 US여자오픈 우승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8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블루베이에 출전한 박성현은 1라운드를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소식을 접했다. “너무 놀랐어요. 제 이름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박성현은 US여자오픈 우승 인연으로 전날 청와대 공식 만찬에도 초청받았으나 대회 일정과 겹쳐 참석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손가락 4개를 들어 보이며 “상위 4명이 모두 한국 선수”라고 말했다. 올해 US여자오픈에서는 박성현 등 한국 여자 선수 4명이 상위 4위까지 독식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김종석 기자}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9)의 측근들이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 측의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핵심 인사가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7일 전 수석이 제19대 국회의원일 때 비서관이었던 윤모 씨와 김모 씨 등 3명을 체포하고 이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또 전 수석이 2013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회장을 지낸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롯데홈쇼핑은 2015년 상반기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 원대 후원금을 냈다. 윤 씨 등 이날 체포된 3명은 이 후원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후원금이 전 수석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수사 중이다. 전 수석은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홈쇼핑 채널 재승인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채널 재승인에 도움을 받기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매입한 상품권 가운데 일부가 전 수석 측 인사들에게 전달된 의혹도 조사 중이다. 전 수석은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 수석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언론에 보도된 롯데홈쇼핑 건과 관련해 어떤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전 수석은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불법에) 관련된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

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는 한미 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전도 벌어졌다. 25년 만의 미 대통령 국빈 방문인 만큼 백악관과 청와대가 각종 SNS 도구를 이용해 두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일반에 생중계한 것이다. ‘트위터 마니아’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트위터 행진을 벌였다. 이날 오전 6시 반경 “(일본을 떠나) 한국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좋은 젠틀맨(fine gentleman)인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고 했다. 오산기지에 도착해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장병들과 오찬하는 장면은 “한미 장병들과 식사를 한 것은 내 영광”이라는 제목과 함께 31초의 동영상으로 올렸다. 그러더니 자신의 전용차량인 ‘캐딜락 원’을 타고 청와대에 들어가고 공식 환영식에 참여하는 장면은 무려 3분 40초의 긴 동영상으로 홍보했다. 아예 동영상 제목을 ‘Thank you South Korea(한국 감사합니다)’라고 달았다. 트럼프는 별도의 트위터에 “아름다운 환영식에 감사한다.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뒤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캠프 험프리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는 파격을 선보인 순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휴대전화로 양국 정상의 모습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박 대변인이 찍은 동영상은 실시간으로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청와대는 이날 캠프 험프리스 방문 외에도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 국빈만찬 건배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당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책임자죠?(You are the FTA guy, righ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오후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국빈방문 공식 환영식에서 한국 측 인사와 악수를 하던 중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할 준비가 돼 있느냐(Are you ready for some work?)”고 뼈 있는 질문도 던졌다. 김 본부장이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손가락 제스처를 쓰며 “물론”이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본부장은 다른 인사들보다 길게 7초간 악수를 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번 정상회의가 잘 풀려서 미국 내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첫날 예상했던 대로 한미 FTA의 개정과 미국의 일자리를 유난히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을 높이겠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는 그리 눈에 띄는 돌발 발언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에 대해 “지금 협정은 미국에 좋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을 자극할 만한 표현도 없었다. 과거 한미 FTA를 ‘재앙(disaster)’이라고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일본에서 “일본과의 무역은 공평하지도, 열려 있지도 않다”고 말하며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국 정부 경제팀과 반갑게 인사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웃으며 오른손으로 악수하면서 왼손으로는 화살표처럼 가리켰다. 트럼프 대통령과 장 실장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동문이다.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을 향해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관련 언급이 일본보다 한국에서 다소 부드러워진 것은 우선순위를 고려한 결과”라며 “경제 문제 외에 현안이 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북핵 문제와 중국과의 관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본부장과 장 실장을 콕 찍어 알은체를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두 사람은 한국 정부에서 FTA 협상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무역을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통상 라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이날 수면으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언제라도 한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무언(無言)의 힘’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국회에서 통상 관련 돌발 발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든 국론을 통일해 당당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한상준·이은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7일 국빈만찬이 끝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에게 방짜 수저와 돌그릇을 선물했다(사진). 청와대는 “돌그릇은 큰 공을 세운 분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전통적인 의미를 살렸다”고 선물했다. 수저 뒷면에는 ‘2017.11.7. We go together’가 새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자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We go together’(같이 갑시다)를 새겨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의미를 극대화했다. 이 수저는 구리와 주석으로 합금한 쇠를 사흘 동안 두드리고 펴는 방짜 공법으로 만든 전통 놋수저다. 선물은 이날 국빈만찬에 함께한 국내외 참석자들에게도 전달됐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7일 서울에서 다섯 번째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시간가량을 함께 보내며 서로 유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 영접에서 문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치며 친밀감을 표시했고, 문 대통령은 국빈만찬에서 “아주 오랜 벗처럼 막역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트럼프, “한국을 건너뛰는 일 없을 것”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불거진 한중 갈등을 매듭지으면서 중국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합의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같은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두 정상은 “압도적 힘을 바탕으로 단호하게 대응”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군사적 옵션에는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를 이끌어 내는 건 북한 주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 시민에게도 좋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하니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해결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만찬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리아 패싱’에 대해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점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文, “균형 외교는 한국 외교 지평 넓히는 것” 트럼프 대통령과 흔들림 없는 한미 동맹을 재확인한 문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10일부터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8일 한국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8일) 시 주석을 만날 텐데, 시 주석도 (북핵 문제 해결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많은 상황들이 바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를 허물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도 최근 논란이 된 ‘미중 간 균형외교’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시절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회동을 시작으로 한미중 정상이 연쇄 접촉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개국 정상이 릴레이로 회동을 가지면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말의 표현과 강도 순화된 트럼프 그동안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 거친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군사적 행동과 정반대되는 “협상 테이블” 등을 언급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거친 표현은 자제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톤을 눈에 띄게 바꿨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한 공격적인 레토릭을 버렸고 북한을 향해 ‘테이블로 나와라’, ‘협상을 하자’고 강조하면서 (북한과)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언사를 자제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첨단전략무기 판매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를 촉진하기로 하는 등의 실리를 얻게 됐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방한 첫 일정으로 찾은 곳은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였다. 당초 청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할 것으로 알려졌던 문재인 대통령도 미리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한미 정상이 주한미군 기지를 함께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낮 12시 18분경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 전에 C-5 수송기 편으로 와 있던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했다. 정경두 합참의장, 토머스 밴들 미8군 사령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했다.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과도 악수를 나눴다. 국빈방문 시 대통령이 청와대 밖에서 손님을 맞은 것은 처음이다. 국빈방문 환영식은 청와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 같은 파격을 택한 것은 두 정상 간의 친밀감을 과시하면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두 정상은 양국 장병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두 정상 간 식사가 당초 국빈만찬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어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은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어려울 때 함께 피 흘린 진정한 친구이며, 한미 동맹의 아주 든든한 초석이고 미래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신들과 함께해 영광이다.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험프리스 방문은) 내 선택이었다. 내가 있고 싶은 곳이었다”고 덧붙였다. 식사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험프리스 내 미8군 사령부에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으로부터 비공개 브리핑을 받았다.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직접 맞대고 있는 장군들과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좋은 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마린원을 타고 캠프 험프리스를 상공에서 30여 분간 둘러보며 브룩스 사령관으로부터 기지 현황을 보고받았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이로 인해 후속 일정이 30여 분씩 늦춰졌다. 캠프 험프리스는 7월 미8군 사령부가 64년간의 ‘용산 시대’를 마치고 이전한 곳으로, 한미 동맹의 상징이자 미군의 동북아 거점기지다. 주한미군 병력의 70%를 차지하는 미8군사령부가 포함된 서울 용산기지 및 의정부 등 경기 북부 미 2사단 등은 주한미군 이전 사업에 따라 캠프 험프리스로 집결하는 중이다.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 총면적 1467만7000m² 규모로, 해외 주둔 미군기지 중 단일 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우리 정부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캠프 험프리스 조성 비용의 92%를 부담했다. 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소인 셈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평택기지 방문은 한미 동맹에 대해서 한국이 최선을 다해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 점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대 정상회담 때 감사를 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장에 불출석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파상 공세를 펼쳤고 여당 의원들은 적극 방어에 나섰다. ○ 野 “인사 참사” 집중 성토 운영위의 출석 요구를 받은 조 수석은 “국정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국정감사가 닥쳐오니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은 국회 무시를 넘어 멸시다. 마지막 국무위원으로 추천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참사의 끝판왕”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도 “(조 수석은) 인사검증의 총책임자로 국회와 국민에게 할 말이 많을 텐데 나오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이 아니라 조현옥 인사수석과 인사위원장(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물어야 한다”고 맞섰다.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낙마했는데 누가 추천했는지 알고 있느냐”는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의 질문에 조 인사수석은 “(답변하기) 곤란하다. 인사관리 부분은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 실장은 인사검증 체크리스트에 대해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많은 비서진과 내각은 서민, 민중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스스로 돌이켜 보라. 재산 상황이나 행태를 보면 다 이중인격자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발언에 임 실장은 “할 일은 잘 살펴보겠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여야는 엄 의원의 사과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지방선거 출마설도 도마에 올랐다. 최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설, 차출론 등이 나와 걱정이 된다. (청와대가) 선거 출마하는 경력 만드는 제조공장은 아니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임 실장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또 “전남지사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이미 말씀드렸다. (다른 지역 출마도) 그 역시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 ‘전대협’ 공격에 발끈한 임종석 국감에서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갑자기 논란이 됐다. 임 실장은 전대협 의장 출신이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전대협의 강령을 보면 반미, 민중에 근거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에 들어간 전대협 인사들이 이 같은 사고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의원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망국적인 색깔론 공세가 또다시 국감장에서 난무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심각하게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도 “매우 모욕감을 느낀다. 그게 질의냐. 국민의 대표답지 않은 질의를 했다.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돌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도 거론됐다. 전 의원은 문 특보에 대해 “발언 내용들을 봐도 북한의 대변인이지, 이게 우리나라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야기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특보는 특보일 뿐,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분이 아니다. 문 특보가 한 이야기대로 문재인 정부가 정책에 반영한 것을 보셨으면 말씀하시라”고 답했다. 적폐 청산도 주요 이슈였다. 임 실장은 각 부처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주문 공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적폐청산 특별위원회 구성을 주문했지만 지나친 정쟁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각 부처 TF를 구성하는 게 맞겠다는 (청와대의) 공감대였다. 이에 따른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 기자}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장에 불출석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파상 공세를 펼쳤고 여당 의원들은 적극 방어에 나섰다. ● 野, “인사 참사” 집중 성토운영위의 출석 요구를 받은 조 수석은 “국정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국정감사가 닥쳐오니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은 국회 무시를 넘어 멸시다. 마지막 국무위원으로 추천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참사의 끝판왕”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도 “(조 수석은) 인사검증의 총책임자로 국회와 국민에게 할 말이 많을 텐데 나오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민정수석이 아니라 조현옥 인사수석과 인사위원장(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물어야 한다”고 맞섰다.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낙마했는데 누가 추천했는지 알고 있느냐”는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의 질문에 조 인사수석은 “(답변하기) 곤란하다. 인사관리 부분은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 실장은 인사검증 체크리스트에 대해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많은 비서진과 내각은 서민, 민중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스스로 돌이켜 보라. 재산 상황이나 행태를 보면 다 이중인격자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발언에 임 실장은 “할 일은 잘 살펴보겠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여야는 엄 의원의 사과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청와대 참모들의 지방선거 출마설도 도마에 올랐다. 최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설, 차출론 등이 나와 걱정이 된다. (청와대가) 선거 출마하는 경력 만드는 제조공장은 아니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임 실장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또 “전남지사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이미 말씀드렸다. (다른 지역 출마도) 그 역시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 ‘전대협’ 공격에 “그게 질의냐”며 발끈한 임종석 국감에서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갑자기 논란이 됐다. 임 실장은 전대협 의장 출신이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전대협의 강령을 보면 반미, 민중에 근거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에 들어간 전대협 인사들이 이 같은 사고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전 의원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망국적인 색깔론 공세가 또다시 국감장에서 난무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심각하게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도 “매우 모욕감을 느낀다. 그게 질의냐. 국민의 대표답지 않은 질의를 했다.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돌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도 거론됐다. 전 의원은 문 특보에 대해 “발언 내용들을 봐도 북한의 대변인이지, 이게 우리나라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야기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특보는 특보일 뿐,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분이 아니다. 문 특보가 한 이야기대로 문재인 정부가 정책에 반영한 것을 보셨으면 말씀하시라”고 답했다. 적폐 청산도 주요 이슈였다. 임 실장은 각 부처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주문 공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적폐청산 특별위원회 구성을 주문했지만 지나친 정쟁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각 부처 TF를 구성하는 게 맞겠다는 (청와대의) 공감대였다. 이에 따른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alwaysj@donga.com박성진 기자psjin@donga.com}
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7일)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론’이 ‘미중 간 균형외교론’으로 해석되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한 바 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5일 “지금은 명과 청이 대립하던 광해군·인조 시대가 아니다. 시대착오적인 광해군 코스프레를 즉각 그만두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언급은) 말 그대로 한미의 굳건한 동맹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가겠다는 당위적인 목표를 설명한 것이다. 참여정부 때 동북아 균형자론과는 다른 의미”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미중 간 균형자 역할을 하려다 오히려 양국으로부터 오해를 받았던 것을 감안한 발언이다. 이 관계자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도 했다. 사드 문제를 봉합한 한중 간 협의문 발표 전후로 백악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때도 3국 군사동맹에 대해 ‘3단계 불가론’을 들며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일본의 요구에 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이 연합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미일) 공동 훈련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 국민들이 (훈련 과정에서) 일본 군대와 전투기, 함대가 우리 영토로 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우리는 미국과 동맹이지만, 일본과는 동맹이 아니다”고 쐐기를 박았다고 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하루 앞두고 주혁 조선무역은행 대표 등 북한 금융인 18명의 이름이 오른 대북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7, 8일)을 앞두고 이르면 5일 대북 독자 제재를 발표한다. 3일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대북 제재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독자 제재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대북 독자 제재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발표하는 것은 양국의 대북 공조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겠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이어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분수령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트럼프 방한 맞춰 정부 대북 독자 제재 발표 청와대는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독자 제재의 세부 내용을 조율했다. 핵심은 북한의 금융기관과 금융인 제재다. 미국이 9월 26일 지정한 제재 대상 중 3분의 2가량을 우리만의 제재 대상에 올려 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시 조선중앙은행과 조선무역은행 등 북한의 금융기관 10곳과 이들 은행의 국외지점장 등 북한인 26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최근 북한에 나포됐다 풀려난 흥진호 사건과 관련해 해운·선박 제재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정부의 독자 제재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더라도 상징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발표 시점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으로 잡은 것은 북핵 문제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없다는 점을 과시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문 대통령의 대북 원칙을 재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첨단 무기 도입 등 우리 군의 독자적 대북 억제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합의도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 文 “중국과의 관계도 돈독히 할 것” 청와대와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조율하면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7일 첫 일정으로 청와대가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상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소개한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는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마지막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다. 7일에는 두 정상이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일정도 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및 정책 비전에 대해 연설한다. 문 대통령은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메시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해졌다.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고려한 메시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10,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 靑, 반미 집회 속 경호 총력 미국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의 국빈 방문인 만큼 청와대는 의전과 경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빈 예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면 21발의 예포가 발사되고,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케이팝 콘서트 등의 공연과 함께 하는 국빈 만찬이 열린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에 서울 도심에서는 100건이 넘는 반미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경찰과 청와대는 경호를 위해 7일 새벽부터 청와대 앞길 등을 통제할 예정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최지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첫날 하와이에 들러 미군 태평양사령부 등을 둘러본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14일까지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순으로 방문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의 첫 번째 목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 강화”라고 2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오전 일본에 입국한 뒤 사이타마(埼玉)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으로 이동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프로골퍼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와 라운딩을 한다. 프로선수 수준인 68타를 기록했던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아베 총리는 90타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은 골프장에서, 만찬은 도쿄의 와규(和牛·일본 고급 쇠고기) 철판구이 전문점에서 아베 총리와 함께 한다. 6일 오전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를 예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부터 “일본에 간다면 덴노(天皇)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아베 총리와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에는 영빈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한다. 7일 오전 일본을 출발해 이날 오전 한국에서는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가장 먼저 찾는다. 이어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확대 정상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와 별도로 두 정상은 청와대 경내를 산책한다. 8일에는 미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에 국회에서 연설한다. 백악관은 “아시아 순방에서 유일한 의회 연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8일에는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해 10일까지 머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자마자 청나라 건륭제가 사용하던 쯔진청(紫禁城) 서재 싼시탕(三希堂)으로 가 함께 차를 마신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의미’로 차를 건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주성하 zsh75@donga.com·한상준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지난달 초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팀장으로 한 ‘시정연설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지난달 25일경 연설문 초안이 완성됐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 회의를 거듭하며 펜을 들고 직접 연설문을 다듬었다. 문 대통령이 가장 고민한 점은 적폐청산을 대체할 방향 제시였다. 집권 6개월을 맞이하고, 국정 2년 차를 앞둔 상황에서 미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여기에 적폐청산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 회의에서는 “적폐청산을 한 번도 거론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결국 문 대통령이 선택한 것은 ‘국가혁신’이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바로잡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반영하는 동시에 더 나은 미래로 향한다는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는 두 가지 장점 때문이다.○ 적폐청산 대신 국가혁신 이런 과정을 거쳐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국가혁신은 문재인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인 적폐청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지난해 12월 탄핵 국면에서 적폐청산 기치를 내건 지 약 1년 만이다. 적폐청산이 정치보복 논란을 부르고, 과거 이슈에 매달리는 것으로 비치는 만큼 국가혁신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 “전임 정권의 잘못만 들추지 않고 문재인 정부만의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새 정부의 경제 정책 키워드인 혁신 성장과 맥을 같이한다는 의미도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적폐청산은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나마 한 번 적폐청산을 거론한 것도 국가혁신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국민은 피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고 버텨 위기를 극복해냈고 국가 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지만, 외환위기가 바꿔놓은 사회 경제구조는 국민의 삶을 무너뜨렸다”며 ‘국가 역할론’을 강조했다. 실업 증가, 중산층 붕괴 등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 내년 개헌 투표 공식 제안 문 대통령이 개헌을 꺼내 든 것도 국가혁신과 맞닿아 있다. 헌법을 개정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문 대통령은 국민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강화를 강조했다. 이 두 가지는 문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기도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 등 다른 개헌 이슈보다는 여야 간 의견차가 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민감한 권력구조 개편은 언급하지 않은 채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개편도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어떻게든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 개헌 투표를 공식적으로 제시하면서 개헌은 다시 정국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회에 ‘10대 협조 과제’ 당부한 文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가정보원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경제·정치·안보 분야를 총망라한 10가지 과제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국정과제와 지난 대선의 공통 공약, 안보 문제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특별히 부탁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입법 과제 외에도 초당적 안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운영을 당부한 것은 야당을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이 10대 과제 중 국정원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최상단에 올려놓은 것은 적폐청산의 취지는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법안이 통과된다면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31일 한중 관계 개선 합의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7, 8일)을 일주일 앞두고 나왔다. 합의문 내용에는 “중국 측은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한 중국 정부 입장과 우려를 천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 항목 모두 중국과 미국의 입장이 극명히 엇갈린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협상) 중간에 내용을 전달하는 등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도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합의문 발표 하루 전에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의 북핵 제재 동참 등에 따라 이번 합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한중 관계 개선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북핵 대응에 대한 미중 간 간극이 커지면 한국이 다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북아 MD 강화와 한미일 공조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100%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미일 동맹의 강함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지난해 7월 이후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15개월여 만에 일단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 양국은 사드 배치로 야기된 갈등을 봉합하는 한편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10, 11일)에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 외교부는 31일 오전 각각 홈페이지를 통해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사드에 대해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한국 입장과 “사드를 반대한다”는 중국 입장이 모두 담겼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이번 합의로) 봉인됐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이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사실상 사드 보복 조치 해제의 뜻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합의가 김정은의 연쇄 핵도발 이후 형성됐던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에도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 사드 갈등의 고리를 풀면서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고립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3 NO’ 원칙이 사실상 담겨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확대를 우려하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지만, 향후 한미 관계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중국의 해명이나 유감이 빠져 있어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7월 6일 독일 베를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마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극비리에 마주 앉았다. 한중 양국의 외교 컨트롤타워인 두 사람은 90분간의 회동에서 최대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첫 만남엔 성과가 없었지만 이날 회동은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합의문 마련의 시발점이 됐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 회동에서 두 사람은 ‘양국 간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핫라인을 통해 양국의 견해차를 단계적으로 좁혀가며 “공동발표문을 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두 사람이 돌파구를 마련한 ‘투 톱’이라면 마무리는 남관표 안보실 2차장 몫이었다. 남 차장은 협상 파트너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합의문 세부 조율 작업을 벌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간 남 차장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청와대에서 안 보이면 ‘중국에 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합의문의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민감하기 때문에 직접 마주 앉아 협상을 벌였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남 차장은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도 수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합의문 확정 후엔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고 한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중국 미술작가인 치바이스(齊白石) 전시회를 관람하며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친서를 전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차관급인 남 차장과 차관보급인 쿵 부장조리가 실무 작업을 진행한 것에 대해 “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만큼 직급이 아니라 양국 정상에게 곧바로 직보할 수 있는 라인을 가동한 것이다. 이번 협상을 외교부가 아닌 ‘정의용-남관표 라인’이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재인,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시라.” 지난달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이뤄진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문 대통령님(President Moon)’이 아니라 이름인 ‘재인(Jae-in)’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30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통화에서 문 대통령을 ‘재인’이라고 부르는 일이 늘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통화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공식 호칭을 ‘문 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통화 중간에는 종종 친근하게 ‘재인’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두 정상이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과 통화를 통해 가까워졌다는 것.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고, 다섯 번의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종종 이름인 ‘신조’라고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려진 것 이상으로 문 대통령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 문제에 대한 협력을 부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과) 적극 협조하라고 내 참모들에게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청와대는 다음 달 7일부터 1박 2일간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동안 두 정상의 친밀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이벤트를 고민 중이다. 청와대는 “청와대 상춘재 등에서 양 정상이 별도의 시간을 갖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6월 미국을 찾은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내 개인 공간을 보여준 것에 대한 답례 성격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은 편 가르기, (전임 정부를) 사정하거나 심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촛불집회 1주년을 기해서다. 또 5월 취임 이후부터 이어온 정치·사회 분야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경제 분야까지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 文 “경제 적폐 청산해야 경제 활력” 문 대통령은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촛불 1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촛불은 이념과 지역과 계층과 세대로 편 가르지 않았다.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통합된 힘”이라고 밝힌 것.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놓고 고심한 끝에 절제된 어조로 촛불의 의미와 적폐 청산 원칙을 언급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약 한 시간 뒤 열린 세계한상대회 참석 동포 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정치 보복’ 등 적폐 청산에 대한 비판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은 오래된 폐단을 씻어내고 정치를 바르게 해서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는 (적폐 청산) 여기에는 보수, 진보, 여야 또는 과거의 어떤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다, 이런 것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적폐는) 광복 이후 성장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그런 사상을 추구하는 사이에 그 그늘 속에서 생겨났던 여러 가지 폐단”이라고 했다. 적폐 청산이 전(前) 정부와 전전(前前) 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닌 광복 이후 쌓인 나쁜 관행을 뜯어고치는 작업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 하지만 ‘광복 이후’ 언급을 놓고 적폐의 범위와 규정이 모호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 있어서도 불공정한 경제, 특권 경제, 이런 적폐들을 청산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6개월을 앞두고 다음 달 1일 열리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대기업 위주의 ‘불공정 경제’, 비정규직 남발 등 경제 적폐 청산이 민생경제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반대한 정책이라고 다 적폐로 몰면 위험” 최근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3%대 경제성장률’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것도 문 대통령이 경제 적폐 청산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이다.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우려 속에도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경제 적폐 청산을 본격화할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 문 대통령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1.4%로 깜짝 놀랄 정도의 성과를 올리면서 금년도 3%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우리 국민에게 활기가 생겨나면서 경제도 다시 활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 새로운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경기 회복에 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부처의 적폐 청산과 정책 혁신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나선 데 이어 ‘4대강 사업’ ‘가습기 살균제’ ‘면세점 특허’ 등 이전 정부에서 진행된 국책사업과 정책 결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는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혁신성장 정책 발표를 앞두고 각 부처에 정책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료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정책결정 과정을 혁신하는 것도 적폐 청산이다. 다음 달부터 발표될 정책을 통해 적폐 청산의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을 국정 운영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정권의 국정 운영을 적폐 청산이란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부정적 측면만 부각될 수밖에 없고, 결국 정치·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것. 원전 육성 정책을 ‘원전 마피아’가 남긴 적폐로 보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론화위원회까지 구성했어야 할 정도로 갈등이 확산된 게 대표적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집권세력이 과거 야당 시절 반대했던 정책을 지금 와서 다 적폐로 몰면 우려스럽다. 국가의 미래 비전을 설정하는 데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