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특교

구특교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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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따뜻함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 일이 안 될 때는 현장으로 가 직접 두 발로 뛰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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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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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얼굴, 지금처럼… 장기 실종아동 ‘희망의 몽타주’

    “20년 뒤 모습이에요. 눈가에 주름이 진해지고 턱살이 두꺼워졌네요. 조금 더 중후해 보이죠?”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현장지원계 사무실에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이상숙 행정관이 말했다. 화면에는 본보 기자(28)의 현재 모습과 20년 후 모습을 추정한 몽타주가 나란히 있었다. 이 행정관은 15년째 몽타주를 작성한 베테랑이다. 그는 이날 몽타주 제작 및 나이 변환 프로그램인 ‘폴리스케치(Polisketch)’를 이용해 기자의 연령대별 모습을 하나씩 만들었다.○ 빛바랜 사진에서 현재 얼굴을 찾는다 ‘여고생 살인사건’이 발생한 전남 강진군에서는 2000년과 2001년 연이어 초등생 2명이 실종됐다.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이다. 경찰은 계속 수사 중이지만 어릴 때 모습만으로 유력한 제보를 받기가 쉽지 않다. 두 초등생 가족은 어린 자녀의 사진을 바탕으로 현재 모습을 추정한 몽타주를 만든 뒤 전단에 실었다. 경찰은 2015년 폴리스케치 도입 후 지난달까지 실종 아동 47명을 몽타주로 만들었다. 보통 1명당 짧게는 2주일, 길게는 4주일 걸린다. 눈매의 미세한 변화 하나에도 전체 인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정과 보완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과거 사진은 가장 중요한 단서다. 먼저 사진을 보고 폴리스케치 내 한국인 얼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얼굴형을 택한다. 인공지능 기계학습을 적용해 만들어진 다양한 얼굴형이 있다. 이어 가장 비슷한 눈매와 입술 모양, 턱선, 머리스타일 등 각각의 형태를 고른다. 여기에 나이 변환을 적용한다. 한국인의 얼굴 표본을 DB화한 주름 두께와 얼굴형 등을 분석해 1년 단위로 세밀하게 변화를 유추해낸다. 한 살부터 100세까지 나이 조절이 가능하다. 외부 정보도 현재 모습을 추정하는 데 중요하다. 공격적 권위적 신뢰감 등 성격과 성향도 얼굴형에 적용할 수 있다. 본보 기자의 얼굴에 ‘공격적’ 성향을 입력하자 보다 날카로운 인상으로 변했다. 가족의 얼굴 특징도 큰 도움이 된다. 부모와 형제의 얼굴형은 물론이고 비만 같은 체형 정보를 반영할 수도 있다. 이 행정관은 “오래전 사진은 대부분 흐릿하고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족이 알려주는 정보가 실종 아동의 현재 얼굴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실종자 가족의 ‘유일한 희망’ 폴리스케치 덕분에 70대 노모가 38년 전 실종된 아들 A 씨와 극적으로 만난 사례도 있다. 2016년 제작된 현재 모습을 추정한 A 씨의 몽타주 전단을 본 한 제보자가 경찰에 신고해 상봉이 이뤄졌다. 이 행정관은 “나이 변환 기술로 만든 A 씨의 몽타주와 현재 얼굴이 깜짝 놀랄 정도로 유사해 무척 신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이 변환 기술이 약 80%의 유사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모임 회장은 “현재 실종 아동 가족들은 자녀를 찾을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으로 나이 변환 기술을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면서 강도 및 절도 등 강력사건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몽타주를 제작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폴리스케치의 영역과 활용 가능성은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종 아동을 찾는 건 기본이고 북한에서 탈북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몽타주를 만드는 일도 진행 중이다. 북한에서 인권 유린과 성폭행 등을 저지른 가해자를 몽타주로 만들고 나이 변환을 적용해 DB화하는 것이다. 남북 교류가 보다 자유로워지거나 통일이 된 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초 증거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폴리스케치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익재 연구원은 “미래에는 유전자 정보만으로 현재의 얼굴을 추정하는 기술이 도입될 수 있기 때문에 실종 아동을 찾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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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견은 날려버려” 링에 오른 두 챔프

    8일 오후 3시 반 경기 과천시 대한권투체육관. 링 주위에서 “와” 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링 위에선 선수 두 명이 상대의 얼굴을 향해 연신 주먹을 날렸다. 검은 피부에 레게머리를 한 카메룬 출신 ‘난민복서’ 이흑산(본명 압둘레이 아싼·35) 씨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근무 중인 석봉준 씨(33)다. 이 씨는 현 슈퍼웰터급 챔피언, 석 씨는 전 페더급 챔피언이다. 이날은 석 씨의 ‘권투교실’ 수업 첫날이다. 그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의 도움을 받아 다문화가정 자녀와 한국인 학생이 함께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학생의 절반가량은 방글라데시와 필리핀 중국 등 다문화가정 자녀다. 여름방학을 맞아 매주 일요일 2시간씩 두 달 동안 진행된다. 첫 번째 수업인 이날은 학생들이 권투에 관심을 갖게 하도록 난민복서로 잘 알려진 이 씨를 초청해 경기를 벌였다. 석 씨는 “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권투교실을 열었다”고 밝혔다. 3분씩 3라운드로 진행된 시범경기의 승부는 학생들의 박수소리로 결정됐다. 큰 박수를 받으며 두 선수 모두 승리로 마무리됐다. 가장 인기 있는 시간은 이 씨와의 ‘포토타임’. 이 씨는 학생들과 밝은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씨는 2015년 8월 경북 문경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카메룬 국가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뒤 망명을 신청했다. 카메룬 독재정부의 억압을 피해 한국에 온 그는 지난해 7월 난민 지위를 얻었다. 이 씨는 29일 아시아 웰터급 챔피언 타이틀 도전을 앞두고 있다. 강원 춘천시에서 훈련 중인 그는 이날 왕복 6시간 넘게 이동해 체육관을 찾았다. 바쁜 훈련 일정에도 석 씨의 시범경기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이유는 이번 행사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기쁜 마음으로 참석을 결정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권투수업이 이어졌다. 석 씨의 뜻에 공감한 3명의 선생님도 함께 학생들을 지도했다. 원투 펀치 등 기본동작 하나하나를 꼼꼼히 알려줬다. 20분이 채 되지 않아 학생들은 땀범벅이 됐다. 방글라데시 다문화가정 출신 최지산 군(16)은 “피부 색깔이 달라 어렸을 때 놀림을 받을 때도 운동을 하며 편견을 극복했다. 이번에도 권투를 함께하며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수업을 지켜본 다문화가정 부모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넬마 엘바레도 씨는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좋은 기회가 있다고 알려줘 아들을 데리고 왔다. 아이들이 땀 흘리며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과천=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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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 대신 전세금 받아 34억 가로챈 공인중개사

    지난해 초 A 씨 부부는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았다. 결혼 후 두 번째로 살게 될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A 씨는 공인중개사 김모 씨(46)의 도움으로 집을 계약했다. 주인이 해외에 있어 김 씨가 모든 거래를 진행했다. “시세보다 싸다”는 그의 말에 A 씨는 서둘러 전세보증금 5억 원을 건넸다. 저축한 돈과 주변에서 빌린 돈까지 모은 것이다. 올 5월 A 씨는 공인중개사사무소 간판이 사라진 걸 발견했다. 김 씨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확인 결과 김 씨는 월세로 나온 집을 전세로 속여 계약한 뒤 보증금을 챙겨 달아났다. 주인이 해외나 지방에 있어 거래를 완전히 위임한 점을 악용했다. 피해자는 A 씨를 비롯해 13명, 피해금액은 총 34억 원에 달한다. A 씨는 “전문성을 가진 공인중개사라 당연히 믿고 맡겼다가 전 재산을 날릴 처지”라고 말했다. 2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김 씨는 피해자 한 명당 약 1억∼5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렇게 챙긴 돈의 대부분을 도박이나 유흥비로 탕진해 피해 보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김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부동산 관련 법률을 잘 모르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을 노린 일부 공인중개사사무소의 ‘가짜 거래’가 극성이다. 공인중개사만 믿고 계약서를 꼼꼼히 따지지 않거나 임대인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과거에는 무등록 공인중개사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지만 최근에는 정식 공인중개사가 가담한 범죄도 나타나고 있다. 가짜 거래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임차인이 임대인과 통화를 요구하면 공인중개사가 미리 고용한 제3자가 대신 전화를 받는 수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 예방을 위한 방법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배석한 가운데 거래를 해야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부득이할 경우 최소한 양측이 전화 통화를 해 계약 내용을 재확인해야 한다. 계약서와 인감도장, 위임장 등 계약 서류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경찰은 “시세보다 싸게 판다며 급하게 계약을 요구해 피해자가 서류 확인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수법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증금을 공인중개사가 아닌 임대인 계좌에 직접 보내는 것도 사기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문성을 가진 공인중개사가 마음먹고 속이려 한다면 일반인이 쉽게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적발 시 가중처벌 등을 내려야 같은 범죄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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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운 면허증으로 車 렌트… 10대 무면허운전 무방비

    “일일이 확인하면 손님들이 짜증 내요.” 지난달 27일 만난 경기지역의 한 렌터카업체 직원 A 씨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A 씨는 “운전면허증 사진과 실물이 달라 보일 때가 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까다롭게 확인하면 손님들이 귀찮아하거나 불만을 터뜨린다고 털어놨다. 결국 꼼꼼히 따져보지 못한 채 차량을 빌려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렌터카업체의 부실한 신원 확인은 위험천만한 10대 무면허 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1일 경기 안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고교생 4명이 숨진 경기 안성시 렌터카 교통사고 때도 정확한 신원 확인이 없었다. 조사 결과 사망한 운전자 안모 군(17·고교 3년)은 20대 남성의 운전면허증으로 K5 승용차를 빌렸다. 경찰은 이들이 분실된 면허증을 주워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면허증 주인은 평소 운전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실 후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은 렌터카업체 대표(43)가 면허증 사진을 제대로 확인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숨진 학생들과 안면이 있었던 만큼 무면허인 걸 알고 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운전면허증 위조와 사용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검색하면 면허증 제작이 가능하다는 연락처를 수십 개 확인할 수 있다. 본보 기자가 한 업체에 문의하자 “사진만 보내주면 살아 있는 면허번호로 당일 제작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이어 “오래전 제작된 면허증으로 위조하면 경찰도 사진을 확인할 수 없다”고 추가 설명까지 보냈다. 그러면서 위조 비용으로 70만 원을 요구했다. 2012년부터 5년간 10대의 무면허 교통사고는 총 5578건에 이른다. 사망자는 135명이다. 운전이 미숙하고 안전의식도 부족해 사고가 났다 하면 인명 피해가 크다. 최근에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카셰어링’이 10대 무면허 사고의 새로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카셰어링 서비스는 별다른 절차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앱 사용 전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인증 절차가 있다. 청소년 중에는 부모의 개인정보와 신용카드를 이용해 몰래 인증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원 확인 절차가 더 부실해졌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벌점제를 도입해 무면허 청소년에게 여러 차례 차량을 빌려줬다가 적발될 경우 영업을 제한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문·홍채 인식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무면허 운전을 막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카셰어링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회사가 소유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당장 도입은 어렵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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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까지 공격… 도 넘은 축구대표팀 비난

    일부 누리꾼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 중인 한국 대표 선수 가족의 외모까지 비하하는 등 악플 공격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조현우의 소속팀 대구FC는 20일 조 선수의 아내 이희영 씨가 남편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멋지게 해내고 있어 존경스럽고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일부 누리꾼이 이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씨와 그의 딸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이 씨는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22일 폐쇄했다. 이 씨는 “제 일상을 즐겁게 봐주시고 저희 가족을 위해 좋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아기에 대한 안 좋은 댓글들을 듣게 되면서 아기가 나중에 글씨를 알게 되면 상처를 받을까 봐 700개 정도의 수년간 일상을 담은 일기와 같은 것들을 지우게 됐다”고 썼다. 이 씨는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아기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엄마의 마음으로 (삭제를) 선택한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제발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며 무분별한 행동을 비판했다. 조현우는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선방을 펼쳤다. 또 일부 누리꾼은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 실점의 빌미를 준 한국 대표팀 장현수에 대해서도 악플 공격을 퍼부었다. 24일 경기가 끝나자마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의 국가대표 박탈과 영구 제명, 군 면제 취소 등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장현수 승부 조작 조사해 주세요”, “장현수 선수를 배구선수로 바꿔주세요”, “장현수를 추방해라”는 청원에 이어 “장현수가 슬라이딩만 해서 한국까지 오게 해 달라”고 비아냥거리는 글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태용 대표팀 감독의 경질이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 운영이나 팀워크 부재 등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인격 모독과 가족 비난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홍석호 기자}

    •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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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외버스 노선 벌써 중단… 시민들 “어쩌나”

    대학원생 김모 씨(28·여)는 매일 광역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간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집 근처에서 9003번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 용산구에서 내린다. 다시 144번 시내버스를 타고 마지막으로 지하철 6호선을 이용한다. 왕복 3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등하교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타고 다니던 버스의 운행 간격이 길어지거나 막차 시간이 당겨질 수 있어서다. 그는 “지하철 노선이 마땅치 않아 버스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버스 이용마저 더 불편해지면 정말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은 영향 미미할 듯 다음 달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출퇴근이나 등하교 때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본보가 지방자치단체와 버스회사, 운전사를 취재한 결과 운전대를 잡을 사람이 없어 노선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승객들이 겪을 불편의 차이는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타는 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버스는 서울시 지원을 받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이미 주 45∼50시간 근무가 진행 중이다. 1일 2교대도 정착됐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지방의 운전사가 서울로 몰리고 있어 구인난 가능성도 낮다. 현재로선 운행 일정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는 일부 차질 불가피 경기지역 사정은 다르다. 앞으로 노사정 협상 결과에 ‘버스대란’ 여부가 달려 있다. 경기지역 전체 버스 1만500여 대 가운데 준공영제 대상은 637대(올 1월 기준). 최근 여건 좋은 서울 버스회사로 옮기는 운전사가 많다. 인력 유출이 계속되면 감차는 물론이고 승객이 적은 농어촌의 일부 노선의 폐지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의 한 시내버스회사 관계자는 “임금 손실분에 대한 지자체 지원이나 요금 인상 같은 대책이 없으면 20∼30% 노선의 감차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대부분 수익성이 높은 노선이라 당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측은 일부 노선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교통 대란’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 지방·마을버스는 이미 현실화 걱정은 지방이다. 경북의 시외버스회사 6곳은 지난달 전체 시외버스 429개 노선 중 145개(약 33%)에 대해 경북도에 조정을 신청했다. 경북도는 약 8%의 노선 변경을 받아들였다. 이미 운행횟수를 줄인 곳도 있다. 한 고속버스회사는 충북 청주∼옥천 노선 13편을 운행하다가 인력 문제로 지난달 7편을 중단했다. 나머지 6편도 ‘폐업 위기’를 주장하며 충북도에 중단을 요청했다. 영세 업체가 대부분인 마을버스도 비슷하다. 그나마 근무여건이 나은 서울과 경기권 버스회사로 인력이 유출되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중국동포 등을 급히 구하고 있다.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상당수 지방의 버스노선과 대도시 마을버스 운행은 ‘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자현 기자}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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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옮겨가면 車는 누가 모나… 영세 버스의 비명

    “누군가의 주 52시간 근무가 나한테는 72시간 근무로 돌아왔어요.” 10일 오전 11시경 서울의 한 마을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윤모 씨(57)가 말을 꺼냈다. 힘 빠진 목소리에 피곤에 찌든 표정이었다. 그는 최근 사흘간 매일같이 오전 5시 반부터 오후 11시 반까지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사가 모자라서다. 윤 씨가 일하는 마을버스는 8명씩 2개조에 예비 운전사 1명을 포함해 총 17명의 운전사가 맞교대로 근무했다. 그러나 7월 1일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최근 3명이 이직했다. 회사는 급히 운전사를 구하기 위한 모집공고를 냈지만 2주가 되도록 지원자가 없다. 윤 씨는 “예비 인력이 없어 몸이 아파도 병가를 쓸 수 없다. 급할 때는 정비기사나 사장이 대신 운전대를 잡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날 차고지에서 본 마을버스마다 운전사를 구하는 ‘모집공고’가 빠짐없이 붙어있었다. ○ 시내버스 ‘쏠림’에 마을버스 ‘비명’ 11일 본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서울의 마을버스 업체 10곳 가운데 7곳 정도의 운전사가 적정 수보다 적었다. 최근 버스업계에 불어닥친 연쇄 이직의 영향이 크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서울과 경기 지역의 대형 버스 업체들이 앞다퉈 경력직 스카우트에 나선 탓이다. 경력직이 모자라니 과거 마을버스에서 첫 운전을 시작하던 초보자까지 시내버스 업체로 ‘직행’하고 있다. 300인 이상 대형 시내버스 업체는 다음 달 1일부터 추가 연장근무를 제한한 주 68시간 근무만 허용되고 1년 후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된다. 시내버스 업체들도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영세한 마을버스 업체는 당장 사면초가다. 서울 노원구의 마을버스 업체 A사는 최근 가용 인력이 줄고 있다. 대형 버스 업체가 ‘고용 장벽’을 크게 낮추면서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열악한 마을버스를 떠나는 운전사가 이어지고 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기 전 일종의 ‘경력 쌓기’ 코스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버스업계 구인난 탓에 이런 관행마저 사라졌다. 심지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우대 공고까지 등장했다. A사 관계자는 “오늘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중에서 누가 또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B사는 얼마 전 버스 뒤쪽 유리창에 붙인 운전사 모집공고를 떼어냈다. 한 달 가까이 붙였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다. 결국 알음알음 소개로 중국동포 6명을 겨우 채용해 가용 인력을 어느 정도 맞췄다. B사 운전사 김모 씨(57)는 “지금이야 겨우 버티지만 인력 유출이 계속되면 결국 감차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경력직 모자라 초보자 대상 ‘구인 영업’ 시내버스 업체들이 마을버스 등 영세업체 인력을 빼오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건 비슷하다. 특히 경기 지역 시내버스가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서울 지역 시내버스로 인력이 이동한 탓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서울시 지원을 받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주당 근무시간은 45∼50시간이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서울과 경기 시내버스 운전사의 연봉은 1000만 원까지 차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금 감소를 우려한 운전사들이 사표를 선택한 것도 인력난을 가중시킨 이유다. 경기 지역의 한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퇴직금이 줄까 봐 하루 30명 이상이 퇴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경력직 대신 초보자를 고용하는 시내버스 업체도 늘고 있다. 경기 부천시의 시내버스 업체 C사는 운전사 150명가량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면접을 보러 오는 인원은 5명 안팎에 불과하다. 결국 운전 경력 2년 이상의 기사만 뽑던 회사 정책을 바꿨다. 또 회사 직원들이 대형운전면허 시험장을 찾아 명함을 돌리며 초보운전자를 상대로 ‘구인 영업’도 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새로 면허를 딴 사람이라도 회사에서 한 달간 자체 연수를 받으면 시내버스를 운전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군 경력자 활용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업계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속버스 운전사 김모 씨(47)는 “인력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데 근무시간을 줄이면 평소처럼 버스를 운행할 수 있겠냐”며 “제대로 된 대책이 없으면 결국 피해 보는 건 버스 승객들이다”라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자현 기자}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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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의 주 52시간 근무가 나에겐 72시간으로…버스업계 실태 들여다보니

    “누군가의 주 52시간 근무가 나한테는 72시간 근무로 돌아왔어요.” 10일 오전 11시경 서울의 한 마을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윤모 씨(57)가 말을 꺼냈다. 힘빠진 목소리에 피곤에 찌든 표정이었다. 그는 최근 사흘간 매일 같이 오전 5시 반부터 오후 11시 반까지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기사가 모자라서다. 윤 씨가 일하는 마을버스는 8명씩 2개조에 예비기사 1명을 포함해 총 17명의 운전기사가 맞교대로 근무했다. 그러나 7월 1일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최근 3명이 이직했다. 회사는 급히 운전기사를 구하기 위한 모집공고를 냈지만 2주가 되도록 지원자가 없다. 윤 씨는 “예비인력이 없어 몸이 아파도 병가를 쓸 수 없다. 급할 때는 정비기사나 사장이 대신 운전대를 잡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날 차고지에서 본 마을버스마다 운전기사를 구하는 ‘모집공고’가 빠짐없이 붙어있었다. ● 시내버스 ‘쏠림’에 마을버스 ‘비명’ 11일 본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서울의 마을버스업체 10곳 가운데 7곳 정도의 운전기사가 적정 숫자보다 적었다. 최근 버스업계에 불어 닥친 연쇄 이직의 영향이 크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서울과 경기지역의 대형 버스업체들이 앞 다퉈 경력직 스카우트에 나선 탓이다. 경력직이 모자라니 과거 마을버스에서 첫 운전을 시작하던 초보자까지 시내버스업체로 ‘직행’하고 있다. 대부분 300인 이상 사업장인 대형 시내버스업체는 다음 달 1일부터 추가 연장근무를 제한하는 주 68시간 근무만 허용되고 1년 후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된다. 시내버스업체들도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영세한 마을버스업체는 당장 사면초가다. 서울 노원구의 마을버스업체 A사는 최근 가용인력이 줄고 있다. 대형 버스업체가 ‘고용 장벽’을 크게 낮추면서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열악한 마을버스를 떠나는 운전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기 전 일종의 ‘경력 쌓기’ 코스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버스업계 구인난 탓에 이런 관행마저 사라졌다. 심지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우대 공고까지 등장했다. A사 관계자는 “오늘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중에서 누가 또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B사는 얼마 전 버스 뒷 유리창에 붙인 운전기사 모집공고를 떼어냈다. 한 달 가까이 붙였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다. 결국 알음알음 소개로 조선족 6명을 겨우 채용해 가용 인력을 어느 정도 맞췄다. B사 운전기사 김모 씨(57)는 “지금이야 겨우 버티지만 인력 유출이 계속되면 결국 감차가 불가피하다. 운행 횟수를 줄이고 배차 간격을 늘리지 않으면 결국 우리가 혹사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경력직 모자라 초보자 대상 ‘구인 영업’ 시내버스업체들이 마을버스 등 영세업체 인력을 빼오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건 비슷하다. 특히 경기지역 시내버스가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서울지역 시내버스로 인력이 이동한 탓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서울시 지워늘 받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이미 주 50시간가량 근무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경기 시내버스에 비해 월급도 약 60만 원 이상 많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 감소를 우려한 운전기사들이 사표를 선택한 것도 인력난을 가중시킨 이유다. 경기지역의 한 시내버스업체 관계자는 “퇴직금이 줄까봐 하루 30명 이상이 퇴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경력직 대신 초보자를 고용하는 시내버스 업체도 늘고 있다. 경기 부천시의 시내버스업체 C사는 운전기사 150명가량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면접을 보는 인원은 5명 안팎에 불과하다. 결국 운전경력 2년 이상의 기사만 뽑던 회사정책을 바꿨다. 또 회사 직원들이 대형운전면허 시험장을 찾아 명함을 돌리며 초보운전자를 상대로 ‘구인 영업’도 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새로 면허를 딴 사람이라도 회사에서 한 달간 자체 연수를 받으면 시내버스를 운전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시민불편 최소화를 위해 군 경력자 활용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업계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 김모 씨(47)는 “인력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데 근무시간을 줄이며 평소처럼 버스를 운행할 수 있겠냐”며 “제대로 된 대책이 없으면 결국 피해보는 건 버스 승객들이다”라고 말했다.구특교기자 kootg@donga.com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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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켈로부대 납북자, 아내와 현충원 잠들다

    “엄마의 생전 마지막 말씀은 납북자이신 제 아버지와 함께 안장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유골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현충원에 함께 봉안된 것을 아시면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5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봉안식장에서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66)가 부모님 사진을 보며 말했다. 이날 최 대표의 아버지인 최원모 씨(납북 당시 57세)와 어머니 김애란 씨(2005년 사망) 봉안식(奉安式)이 열렸다. 두 사람은 6·25전쟁 당시 비정규 특수부대로 대북첩보 임무를 맡은 켈로부대(8240유격백마부대)에서 함께 복무했다. 정부는 켈로부대 활약의 공적을 인정해 2013년 최 씨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고, 지난해 김 씨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1967년 6월 5일 최 씨가 탔던 어선 ‘풍북호’는 인천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다 북한군에 강제 나포됐다. 북한은 선원 일부를 돌려보냈지만 선주이던 최 씨는 1972년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5세로 아버지가 나포된 날을 한시도 잊지 못하는 최 대표는 봉안일을 5일로 정했다. 아버지 위패(位牌)와 함께 두는 명패에는 사망일 대신 납북된 날을 기재했다. 보통 사망일이 명확하지 않으면 숨진 장소를 쓰는데 납북 일자를 기재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최 씨의 위패와 김 씨의 유골은 현충원 충혼당에 모셔졌다. 납북자 위패를 충혼당에 모신 것도 처음이다. 김 씨는 현충원 안장 자격이 없었지만 올해 개정된 국립묘지법에 따라 가능해졌다. 그동안 김 씨의 유골은 고향 충남 서천에 있었다. 봉안식에는 최 대표가 북한에서 탈출시킨 납북자 8명 중 4명이 참석했다. 어머니에게 납북자 10명을 고국으로 데려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2명 남았다. 2000년 최 대표 도움으로 탈북한 이재근 씨(80)는 “정말 감개무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어떻게든 납북된 아버지의 뼈라도 구해 오라는 어머니 말씀을 잊은 적이 없다”며 그 때문에 1993년 납북자 귀환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갑작스러운 남북 화해 국면에 대해 “비핵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천륜이 달린 납북자 문제에도 정부는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납북자는 현재 약 300명으로 파악된다. 그는 “납북자 가족들은 여전히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적십자회담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납북자 생사 확인만이라도 바라는 가족들을 위해 정부가 진심을 담아 노력한다면 진정한 ‘평화의 봄’은 찾아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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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북이 두손 든 ‘여성 상의탈의 시위’

    2일 오후 1시경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명이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는 음란물이 아니다”란 구호를 외쳤다.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등의 팻말을 들고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근처에서 대기하던 경찰이 “공연음란죄로 체포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저희 몸을 음란한 어떤 행위로 인정하는 거냐. 그래서 공연음란죄로 체포하겠다는 건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경찰이 이불로 이들의 몸을 가리는 등 실랑이를 벌인 끝에 10여 분 만에 퍼포먼스는 종료됐다. 회원들은 시위 목적을 “페이스북이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하고 남성의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월경페스티벌’에서 회원들이 상의 탈의를 하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이 삭제하고 1개월 계정 정지를 내린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이에 경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공연음란죄가 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판례에 따르면 ‘음란한 행위’는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뜻한다. 단순히 신체 노출이 있다는 것만으로 공연음란죄가 되지 않고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의도 등 종합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환 JY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연음란죄의 판례가 많지 않고 판단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번 사건은 회원들의 행위와 의도를 고려했을 때 공연음란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해당 시위가 끝난 뒤 삭제했던 사진을 원상 복구하고 회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게시물이 삭제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해당 게시물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판단해 다시 게시를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에 따르면 나체와 성적 이미지는 ‘불쾌한 콘텐츠’로 간주해 게시를 금지한다. 그러나 모피 반대 시위처럼 나체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불러일으키거나 교육·의학적인 이유가 있다면 해당 이미지를 게시할 수 있다. 다만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국가별 정서나 법적 허용 수위가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삭제를 요청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회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대학원생 이모 씨(28)는 “퍼포먼스의 취지가 타당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문화와 관습법이라는 게 있는데, 불특정 다수가 다니는 곳에서 여성이 상의 탈의를 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황규락 기자}

    •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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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음란물이 아니다” 상의 벗은 여성들, 고민 커지는 경찰

    2일 오후 1시경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명이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는 음란물이 아니다”는 구호를 외쳤다.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등의 팻말을 들고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근처에서 대기하던 경찰이 “공연음란죄로 체포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저희 몸을 음란한 어떤 행위로 인정하는 거냐. 그래서 공연음란죄로 체포하겠다는 건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경찰이 이불로 이들의 몸을 가리는 등 실랑이를 벌인 끝에 10여 분만에 퍼포먼스는 종료됐다. ● ‘음란성’ 여부가 사법처리 핵심 회원들은 시위 목적을 “페이스북이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하고 남성의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월경페스티벌’에서 회원들이 상의 탈의하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이 삭제하고 1개월 계정 정지를 내린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이에 경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공연음란죄가 되는지 판단이 쉽지 않아서다. 판례에 따르면 ‘음란한 행위’는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뜻한다. 단순히 신체노출이 있다는 것만으로 공연음란죄가 되지 않고, 일시와 장소, 노출부위, 의도 등 종합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환 JY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연음란죄의 판례가 많지 않고 판단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번 사건은 회원들의 행위와 의도를 고려했을 때 공연음란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리 검토한 후 입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페이스북, ‘삭제 사진’ 원상 복구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해당 시위가 끝난 뒤 삭제했던 사진을 원상 복구하고 회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게시물이 삭제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해당 게시물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판단해 다시 게시를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에 따르면 나체와 성적 이미지는 ‘불쾌한 콘텐츠’로 간주해 게시를 금지한다. 그러나 모피 반대 시위처럼 나체를 통해 사회적인 의미를 불러일으키거나 교육·의학적인 이유가 있다면 해당 이미지를 게시할 수 있다. 다만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각 국가별 정서나 법적 허용 수위가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삭제를 요청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회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대학원생 이모 씨(28)는 “퍼포먼스의 취지가 타당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문화와 관습법이라는 게 있는데 불특정 다수가 다니는 곳에서 여성이 상의 탈의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황규락 기자 rocku@donga.com}

    • 20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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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철성 경찰청장, 필리핀에 순찰차 130대 전달

    경찰이 필리핀 경찰에 순찰차 130대를 무상 제공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9일 필리핀 마닐라 케손시티 경찰청에서 열린 ‘한국형 순찰차량 130대 전수 기념식’에서 오스카 알바얄데 필리핀 경찰청장에게 모형 자동차 열쇠를 전달했다. 기념식에는 베르나르도 플로레스 필리핀 내무자치부 차관, 한동만 주필리핀 대사, 차량을 제작한 현대자동차 임원 등이 함께했다. 순찰차 무상 제공은 경찰청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동 추진하는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의 하나다. 필리핀에 사는 교민과 여행객의 안전을 지키고 필리핀 경찰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2020년까지 660만 달러(약 75억 원)를 들여 각종 장비와 한국 경찰시스템을 필리핀 경찰에 전수한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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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던 도변호사, “지금 말 못해… 특검서 다 이야기할 것”

    “지금은 할 수 없지만 나중에 특검에 모두 말한 뒤 기자회견을 열겠다.”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의 자택 앞에서 만난 도모 변호사(61)는 말을 아끼면서도 이처럼 ‘폭로 시점’을 예고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가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고문 변호사였다. 김 씨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경남도지사 예비후보)에게 일본 주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 바로 도 변호사다. 지난달 중순 도 변호사는 올 3월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을 만난 사실을 해명한 뒤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김 씨와 김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도 변호사는 침묵을 지켰다. 최근 일하는 법무법인에도 잘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당시 대화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인사 청탁 여부를 가릴 ‘키맨’으로 꼽힌다. 도 변호사가 ‘특검 이후’로 기자회견을 예고한 건 자신의 발언이 불러올 후폭풍을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도 그는 “현재로서는 말할 수 없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연풍문 면담’에 대해 “인사 검증 차원”이라고 해명했다가 이후 ‘김 씨가 김 전 의원을 협박한 사안에 대한 진상 조사 차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반면 도 변호사는 지난달 입장문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라는 분으로부터 인사 추천이 있었으므로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면담을 했다’며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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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당 20만원”… 10대 소녀까지 노리는 ‘비공개 촬영’의 덫

    “이곳 관리자님이 외국 국적이시고, 저도 외국 서버에 올려서 추적당할 가능성은 적지만….” 20일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에 올라온 ‘모델 A 씨의 출사(出寫) 사진을 공유하겠다’는 게시 글의 일부다. 이 누리꾼은 각종 모델 사진뿐만 아니라 성관계 영상도 있다고 주장했다. A 씨 사진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링크를 첨부하고 상세한 방법도 설명했다. 이 글은 21일 오후 8시 현재 조회수 5만8000건을 넘었다. 사진 모델들이 일부 동호회 같은 곳에서 찍은 비공개 사진이 당초 계약과 달리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지만 온라인에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확산되고 있다. 여성 모델의 2차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대까지 유혹하는 비공개 출사 이 음란물 사이트에는 21일 하루에만 모델 10여 명의 사진이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은 유출된 사진을 게시하며 “쫄지(겁먹지) 말고 올리자”고 덧붙였다. 이 사이트의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했더니 등록자와 관리자 모두 중남미의 파나마로 돼 있었다. e메일은 스위스의 암호화 e메일서비스 ‘프로톤메일’을 쓰고 있었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IP주소를 우회하고 강력한 보안 e메일을 쓰는 것이다. 불법 유출 위험이 상존하는 이 같은 촬영 제의는 전문 모델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아르바이트로 모델을 하는 20대 후반 여성 B 씨는 인스타그램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콘셉트 사진을 촬영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의상이 어떤 콘셉트인지 물었더니 “사실 누드 촬영까지 생각하고 있다. 돈을 후하게 주겠다”는 답신이 돌아왔다. B 씨가 거절했더니 “미안하다”며 연락이 끊겼다. B 씨는 “주변에 좀 예쁘다 싶은 10대에게도 이런 제의가 종종 와서 내가 상담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 불법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례 중에는 10대 피해자도 있다.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장은 “사진 불법 유출을 겪은 이들을 상담해보니 계약서 자체가 굉장히 허술했다. 신체 노출은 어디까지 하는지, 초상권은 어떻게 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게는 수백만 원 알바 경찰과 해당 업계에 따르면 비공개로 누드를 주로 촬영하는 스튜디오는 전국에서 10곳 안팎이다. 신체 노출이 많은 사진을 제안하는 경우 대부분 “유출하지 않고 개인 소장용”이라는 취지로 계약서를 쓴다. 모델료는 천차만별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1시간에 10만∼20만 원이지만 인지도가 꽤 있으면 수백만 원까지 받는다. ‘누드 화보 촬영에 100만 원을 달라’는 모델의 글이 오르기도 한다. 촬영자는 상당수 아마추어 사진동호회에서 활동한다. 보통 6명이 팀을 이뤄 모델 1명을 고용해 출사한다. 촬영할 때는 3명씩 조를 짠다. 촬영자는 대략 6만 원을 회비로 낸다. 동호회나 스튜디오에서 모델을 모집한다. 이들 사이에서 사진이 흘러나간다. 자신의 사진이 유출된 1인 유튜버 양예원 씨가 피해를 주장한 뒤 동호회의 비공개 모델 사진 촬영은 대부분 활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 같은 출사에 참여해 봤다는 남성 C 씨는 “함께 촬영한 다른 사람에게 ‘서로 바꿔 보자’며 사진을 받아내고는 온라인에 올리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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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여성모델 노출사진’ 온라인 무단유포 26명 수사

    경찰이 여성 모델의 심한 노출 사진을 촬영한 뒤 인터넷에 유출하거나 이를 다시 유포한 혐의로 20여 명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여성은 6명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명 ‘1인 방송 진행자’(유튜버) 양예원 씨와 배우 지망생 이소윤 씨 사건과 별개다. 경찰은 일부 동호회를 중심으로 여성 모델의 노출 사진을 찍으며 비슷한 성폭력이 일어나고 온라인에서 일부 사진이 거래되는 것으로 보고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20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A스튜디오 대표 김모 씨는 지난달 16일 “A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 당초 맺은 계약과 달리 무단으로 유출돼 음란사이트에 확산되고 있다”며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26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진이 유출돼 피해를 입은 여성은 6명이다. 피고소인 26명에는 해당 사진을 찍은 촬영자 10여 명을 비롯해 2차 유포자와 음란사이트 운영자도 포함돼 있다. 촬영자들은 A스튜디오에 일정 금액을 낸 뒤 ‘온라인에 사진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계약서를 쓰고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공개 촬영에서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것이다. 김 씨는 “유포를 인정한 촬영자 등을 고소했다. 현재 피해 상황을 더 확인해 추가 고소를 진행할 예정인 만큼 피해자와 가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고소인이 많아 수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 씨와 이 씨의 사진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피고소인인 스튜디오 실장 A 씨와 동호회 모집책 B 씨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앞서 양 씨와 이 씨는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15년 7월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한 스튜디오에서 남성 2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성폭력을 당했고 협박을 당하며 노출 사진을 찍어야 했다고 폭로했다. 양 씨의 폭로 이후 유사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도 늘었다. 경찰은 미성년자 모델인 유모 양(18)을 조사했다. 유 양은 18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1월 마포구의 또 다른 스튜디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유 양이 가해자로 지목한 스튜디오 운영자 C 씨는 최근 경찰에 ‘인정한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수서에는) ‘무엇을’ 인정한다는 말은 없는 상태다. 가해자로 지목된 C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구특교 kootg@donga.com·신규진·황성호 기자}

    •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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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유기 “드루킹과 대선 전부터 킹크랩 구축해 댓글 조작”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의 최측근이 지난해 대선 전부터 댓글 여론 조작을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16일 김 씨 등의 공판에서 김 씨의 자금책 역할을 한 ‘서유기’(온라인 닉네임) 박모 씨(30·구속 기소)가 2017년 1월경 댓글 여론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구축해 같은 해 5월 대선 이후까지 댓글 작업을 해왔다고 진술한 사실을 공개했다. 킹크랩은 ‘명령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원하는 만큼 댓글에 공감 또는 비공감을 클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검찰은 또 김 씨 등이 댓글 작업을 하며 ‘작전’ ‘잠수함’ ‘탄두’ 등의 암호를 썼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댓글 순위 조작” 검찰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대선 당시 댓글 여론 조작을 진술했다고 밝힌 박 씨는 김 씨가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핵심 회원이다. 박 씨는 김 씨가 경공모의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비누업체 ‘플로랄맘’ 대표를 지냈다. 이날 공판에선 댓글 여론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공모 회원 우모 씨(온라인 닉네임 ‘둘리’)의 범죄 사실이 공개됐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김 씨가 우 씨 등이 포함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서 ‘문재인 정권과 어떤 연계가 있다고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우리를 모르냐 하면 아비다’, ‘우리가 전해철을 밀면 경쟁 상대들이 광화문의 지시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공판에서 “김 씨 등이 지난해 1월경 킹크랩을 구축한 후부터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해 여론이 왜곡된 사태가 이 사건의 실체”라고 밝혔다.○ 암호 쓰며 댓글 작업 또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아마존 웹서비스의 서버를 빌려 킹크랩을 설치했다. 이 사이트에 뉴스 기사와 댓글을 입력하면 사이트에 연결된 휴대전화로 명령이 전송됐다. 그 휴대전화는 자동으로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면서 해당 댓글의 공감이나 비공감 클릭 횟수를 늘렸다. 김 씨 등은 댓글 조작 작업을 ‘작전’, 여기에 쓴 휴대전화를 ‘잠수함’,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탄두’라는 암호로 불렀다. 킹크랩 사이트의 첫 화면에는 조작 작업 중인 뉴스 기사 목록이 표시됐다. 작업 중인 기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여러 기사에 대한 동시 작업이 가능했다. 사이트의 ‘작전 관리’ 창엔 ‘작전’ 대상 기사와 댓글 키워드, 공감 또는 비공감을 입력할 수 있었다. ‘작전 배치’ 창은 ‘작전’을 수행할 ‘잠수함(휴대전화)’과 ‘탄두(아이디)’를 몇 개나 사용할지 입력하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를 보여주는 창이 따로 있었다. 또 어떤 기사에 어떤 댓글을 적을 것인지 참고할 수 있도록 엑셀 파일 등을 올려두는 ‘지뢰 관리’ 창도 있었다. 검찰은 “김 씨 등이 ‘작전’을 위해 수백 대의 휴대전화와 유심 칩을 수집했고 아이디와 비밀번호 수백∼수천 개를 확보해 킹크랩 서버에 저장했다”고 밝혔다. 김 씨 등은 킹크랩을 사용해 올 1월 17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 기사에 ‘이게 나라냐?’ ‘평양 동계올림픽 재앙’ ‘미쳤다’ 등 50개의 댓글에 2만3813차례의 공감 클릭을 했다. ○ 김경수 주센다이 총영사직 제안 여부 논란 김 씨에 대한 경찰 수사에선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김 씨 측에 일본 주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는지가 논란이다. 김 씨는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이 나에게 주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실이라면 김 전 의원이 김 씨에게 지난해 대선 당시 댓글 작업에 대한 대가를 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정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 특검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경찰은 최근 김 씨의 핵심 측근에게서 압수한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에서 주센다이 총영사 관련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김 전 의원을 찾아가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61)를 주일본 대사에 앉혀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뒤 도 변호사를 일본 주오사카 총영사로 보내 달라고 청탁했다. 경찰은 이후 김 씨와 김 전 의원 간에 주센다이 총영사직이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김윤수 ys@donga.com·조동주·구특교 기자}

    •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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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루킹 댓글 조작’ 다음-네이트 압수수색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 일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네이버뿐 아니라 다음, 네이트 등 국내 3대 포털에서 댓글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매크로 프로그램 등의 이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네이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씨 측근 A 씨(온라인 닉네임 ‘초뽀’)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발견된 기사 인터넷접속주소(URL) 9만1000여 건에 다음과 네이트 기사가 상당수 포함됐다. 대선 이전인 2016년 10월부터 올 3월 사이 보도된 기사다. 본보가 입수한 매뉴얼에는 올 1월 20일 김 씨 일당이 댓글 작업을 실시했다는 기사 기록 16건이 있다. 그중 9건이 다음을 통해 보도된 기사였다. 매뉴얼은 김 씨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과 공유했던 자료다. 네이버와 다음 등 기사의 유통 경로는 달라도 대부분 주제는 비슷했다. 매뉴얼에 언급된 기사는 주로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양정철 전 비서관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관련 내용이었다. 일부 기사에서 댓글 추천 수가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진 정황도 발견됐다. 양 전 비서관의 저서를 소개한 기사에는 1∼5번째 순서로 달린 댓글이 모두 1000개가 넘는 추천을 받아 ‘베스트 댓글’에 들었다. 일부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올해 1월 17일과 18일 기사 670여 건의 댓글 2만여 개를 조작한 혐의를 추가로 시인했다. 하지만 대선 전후 경공모 회원들에게 보고받은 기사 9만1000여 건의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씨는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 씨(49)를 만나 향후 민원 청탁을 위해 500만 원을 전달한 사실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경공모 회원 160여 명이 2016년 11월 김 의원에게 5만∼10만 원씩 후원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후원자 명단에 나온 200여 명 중 약 80%가 개인계좌를 이용해 김 후보 후원회 계좌로 송금했다”고 밝혔다.조동주 djc@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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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루킹엔 입닫은 김경수 “한국당 몰염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51)이 4일 경찰에 출석했다.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의 참고인 신분이다. 김 의원은 조사 전 3분 가까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의혹이나 거짓말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50분경 하얀색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했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앞서 “그동안 여러 차례 신속하게 수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다소 늦긴 했지만 오늘이라도 조사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포토라인에서 2분 30초가량 입장을 밝혔다. 표정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대부분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자유한국당 비판에 시간을 할애했다. 사건의 초점을 정치공세에 맞추려는 의도로 보였다. 김 의원은 “특검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히 임해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 한국당도 정당으로서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이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추경 예산안과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거부하며 노숙 농성을 펼치는 건 국민에게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드루킹 사건의 본질에 대해선 말을 흐렸다. 댓글 여론 조작을 미리 알았는지와 김 씨의 인사 청탁을 청와대에 전달한 이유 등을 묻자 그는 “이미 여러 번 입장을 밝혔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김 의원은 ‘김 씨 측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여론 조작을 했는지 몰랐다. 선플 운동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는 취지의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언제부터 댓글 여론을 조작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조작 내용이 담긴 클라우드서버 ‘킹크랩’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안팎에서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려 서둘러 소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이날 김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 씨(49)와 김 씨의 측근 A 씨(49·온라인 닉네임 ‘성원’)를 불러 대면 조사했다. 지난해 9월 경기 고양시의 한 일식당에서 500만 원을 주고받은 경위 등을 놓고 두 사람의 엇갈리는 진술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구특교 기자}

    • 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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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발길 느는데… ‘분단’ 못본채 사진만 찍고오는 DMZ투어

    “평소에는 매표소 앞이 썰렁했어요. 그런데 정상회담 후 투어 신청이 5배 넘게 늘었어요. 이런 광경은 처음 봅니다.” 1일 오전 8시 50분경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만난 관광버스 운전사 박모 씨(60)가 신기한 듯 말했다. 그는 관광객을 태우고 비무장지대(DMZ) 투어를 오간다. 이날 투어 참가를 위한 매표소는 오전 9시에 열리지만 이미 관광객 10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버스 앞에서 한 여행사 가이드가 “빨리 탑승하세요”라고 외쳤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헌병 한 명이 버스에 올랐다. 미국인 샌드 스미스 씨(59·여)가 웃음을 멈추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헌병이 여권 확인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인 스미스 씨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참전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여권을 확인하는 걸 보니 DMZ로 들어왔다는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효과에 외국인 발길 급증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DMZ 안보 관광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임진각 DMZ 투어는 평화누리공원을 출발해 도라산전망대∼제3땅굴∼도라산역∼통일촌을 약 2시간 반 동안 돈다. 투어에 참가하려면 평화누리공원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해야 한다. 군사지역이라 단체(30인 이상)가 아닌 경우 지정된 45인승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는 평일 기준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3시까지 9차례 운행한다. 투어 참가자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다른 관광지보다 까다롭지만 이날은 표가 일찍 매진돼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고형석 씨(51)는 “정상회담을 보고 가족과 찾았는데 표가 없어 무척 아쉽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일찍 와야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평소보다 4, 5배 늘었다. 이날 본보 기자가 올라탄 45인승 투어버스 탑승객 대부분은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민간여행사를 통해 DMZ 투어를 신청했다. 오전 8시경 서울 도심을 출발해 투어를 마치고 오후 2시경 다시 서울에 도착하는 ‘한나절 코스’가 일반적이다.○ ‘찍고 오기 식’ 투어는 지양해야 DMZ 투어에 대한 높아진 관심만큼 불만도 쏟아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투어 프로그램이 ‘수박 겉핥기 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DMZ 투어 중 한 장소에 머무르는 시간은 15분 남짓. 그 지역을 충분히 보고 느끼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도라산역에서는 기념도장(스탬프)을 찍으려고 줄만 서 있다가 버스로 돌아가는 관광객이 많았다. 미국인 조지 패드코스키 씨(33)는 “투어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가이드의 ‘빨리빨리’였다. 여기저기 허겁지겁 다니기만 하지 DMZ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부 가이드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파주시 소속 문화관광해설사 A 씨는 “일부 가이드는 틀린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38선과 군사분계선의 차이를 헷갈리거나 남북이 함께 추진한 사업이 언제 시작됐는지 잘못 알려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A 씨는 “심지어 임진각 바로 건너편은 한국 땅인데 외국인들에게 ‘저기가 북한 땅’이라고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어 콘텐츠의 질이 낮다는 의견도 있었다. 영국인 여성 B 씨는 “버스에서 틀어주는 DMZ 소개 영상이 너무 구식 스타일이라 실망했다. 정보기술 강국인 한국이라면 충분히 더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예산을 엉뚱한 데 쓰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DMZ 투어를 비롯한 안보관광이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찍고 오는 식’의 한나절 또는 당일치기 코스는 일회성 관광객만 늘린다는 얘기다. 문화 유적이나 자연 명소와 연계해 장시간 머무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효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은 “접경지역 대부분이 군사지역이다 보니 군과의 협조가 긴밀하지 못해 드러나는 한계가 많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문성 있는 해설가를 적극 고용하고 콘텐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임진각=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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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여행] “외국인 발길도” DMZ투어는 급증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비무장지대(DMZ) 투어 신청이 5배 넘게 늘었습니다. 평소엔 매표소 앞에 휑했는데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1일 오전 8시 50분경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만난 관광버스 운전사 박모 씨(60)의 말이다. 매표소는 오전 9시에 열리지만 관광객 100여 명은 이미 줄을 서있었다. 임진각 DMZ투어는 평화누리공원을 출발해 도라산전망대~제3땅굴~도라산역~통일촌을 약 2시간 반 동안 돈다. 군사지역이어서 지정된 45인승 버스로만 이동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DMZ 안보 관광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 DMZ투어에 외국인 발길도 급증 이날 표가 일찍 매진돼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경기 부천에서 온 고형석 씨(51)는 “정상회담을 보고 관심이 생겨 가족들과 찾았는데 표가 없어 무척 아쉽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일찍 와야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평소보다 네댓 배 늘었다고 한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가 올라탄 45인승 투어버스 탑승객 대부분은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민간여행사를 통해 DMZ투어를 신청했다. 오전 8시경 서울 도심을 출발해 투어를 마치고 오후 2시경 다시 서울로 가는 ‘한나절 코스’가 일반적이다. 다만 판문점 투어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그전부터 출입이 중단된 상태다. DMZ 투어를 하려면 신분증이 필수다. 헌병이 직접 버스에 올라 일일이 여권을 확인하자 외국인들은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라는 미국인 샌드 스미스 씨(59·여)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참전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처음으로 남북이 맞대고 있는 DMZ를 찾게 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 ‘찍고 오기 식’ 투어는 지양해야 하지만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투어 프로그램의 운영 수준이 낮고 콘텐츠가 빈약해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투어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주마간산 식이라고 말했다. DMZ투어에서 한 장소에 머무르는 시간은 15분 남짓. 그 지역을 충분히 보고 느끼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도라산역에서는 기념도장(스탬프)을 찍으려고 줄만 서 있다가 버스로 돌아가는 관광객이 많았다. 미국인 조지 패드코스키 씨(33)는 “투어를 하며 가이드의 ‘빨리, 빨리’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여기저기 허겁지겁 다니기만 하지 DMZ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이드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파주시 소속 문화관광해설사 A 씨는 “일부 가이드는 틀린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38선과 군사분계선의 차이를 헷갈리거나 남북이 함께 추진한 사업이 언제 시작됐는지 잘못 알려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A 씨는 “심지어 임진각 바로 건너편은 한국 땅인데 외국인들에게 ‘저기가 북한 땅’이라고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어 콘텐츠의 질이 낮다는 의견도 있었다. 영국인 여성 B 씨는 “버스에서 틀어주는 DMZ 소개 영상이 10년도 훨씬 넘은 구식처럼 보여 실망했다. IT 강국인 한국이라면 충분히 더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예산을 엉뚱한 데 쓰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DMZ 투어를 비롯한 안보관광이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찍고 가는’ 식의 한나절 또는 당일치기 코스는 일회성 관광객만 늘린다는 얘기다. 문화유적이나 자연명소와 연계해 장시간 머무르는, 지속가능한 관광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효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은 “접경지역 대부분이 군사지역이다 보니 군과의 협조가 긴밀하지 못한 한계가 많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문성 있는 해설가를 적극 고용하고 콘텐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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