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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프로농구팀 인천 전자랜드의 이현호 선수(34)는 가족과 함께 서울 양천구 자택 인근을 지나다 남녀 중고교생 5명이 흡연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씨는 “학생이 왜 담배를 피우느냐”며 나무랐고 학생들은 “아저씨가 왜 참견이에요”라고 대꾸했다. 이 씨는 학생 5명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쳤다. 현장에서 여중생 한 명이 신고하면서 이 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만약 이 씨가 지금 똑같은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될까. 경찰은 “입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올해 4월 ‘폭력사건 수사지침’에 ‘정당행위’ 항목을 신설했다. 정당행위는 누군가 자신의 집에 침입하거나 먼저 공격할 때 대응 차원에서 나서는 ‘정당방위’와 다르다. 공익을 위해 먼저 가벼운 폭력을 행사했을 때 적극 구제한다는 취지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 관행이 공익이나 사회 정의를 위해 나선 사람도 일괄 처벌한 것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신설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지침을 한국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라고도 부른다. 성경에서 유래한 ‘착한 사마리아인’은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나 다친 것을 보고 다들 지나쳤지만 유대인들에게 멸시 당하던 사마리아인이 이를 구제한 이야기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5일까지 약 6개월 동안 이 규정이 적용돼 입건을 피한 사람은 166명. 대부분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다. 다만 모든 폭력에 정당행위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경찰은 △교육이나 훈계, 공익 달성 등을 위한 것 △폭력 행위가 크지 않고 상대방의 피해도 경미할 것 등 6가지 요건을 두고 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강신명 경찰청장은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납된 교통 과태료가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앞으로 과태료 징수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내년부터 과태료를 내지 않은 차량을 찾기 위해 ‘번호판 자동 인식기(AVNI)’를 장착한 단속 차량을 7개 지방경찰청에서 운영한다. 거리를 오가는 경찰 차량에 번호판 인식기를 부착해 과태료 체납 차량을 현장에서 찾아내 단속하는 방식이다. 또 경찰은 현재 20개 경찰서에서 운영하는 1, 2명 규모의 과태료 징수팀을 내년부터 전국 모든 경찰서에 설치하기로 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도둑을 때려 뇌사 상태에 빠뜨린 집주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이른바 ‘도둑 뇌사’ 사건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경찰이 정당방위 수사 지침 수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경찰은 올해 말까지 현행 정당방위 요건을 개정해 설령 상대방의 피해가 중대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 정당방위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8개 항목으로 이뤄진 ‘정당방위 판단요건’을 올해 말까지 완화해 정당방위를 더욱 폭넓게 인정할 계획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참고하는 자체 정당방위 항목 중 ‘상대방(범죄 피의자)의 피해 정도가 본인(정당방위 행위자)보다 중하지 않아야 한다’는 7항을 개정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죄가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피해가 자신보다 작아야 정당방위로 인정된다는 것을 생각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논란이 되는 부분이라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정당방위 요건 개정에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춘천지법 원주지원의 ‘도둑 뇌사’ 판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원주지원은 올해 3월 강원 원주시 남원로 자신의 집에 침입한 A 씨(55)를 때린 최모 씨(20)에게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최 씨가 도망치던 A 씨 머리를 발로 차고 알루미늄 빨래건조대 등으로 때려 뇌사 상태에 빠뜨린 혐의였다. 당시 최 씨 측은 “어머니와 누나가 자던 방에서 괴한이 튀어나와 강간이나 살인범으로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행 경찰의 정당방위 요건이 주로 ‘쌍방폭행’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도 개정 이유 중 하나다. 경찰의 정당방위 판단요건 3항에는 ‘먼저 폭력행위를 하지 않아야’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두 명이 서로 때린 사건에서는 먼저 때린 사람이 폭력을 멈추면 정당방위자도 폭력을 멈춰야 한다. 하지만 집에 침입한 괴한을 제압하는 정당방위를 하려면 먼저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2, 3개 조항을 고쳐 정당방위의 범위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들어 경찰이 정당방위를 예전보다 유연하게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폭력사건 수사지침이 개정된 올해 4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정당방위로 입건을 피하거나 불기소 처분된 사람은 475명, 건수로는 447건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지침 개정 전까지 정당방위를 따로 집계하지 않아 비교 대상이 없다”면서도 “이미 정당방위 인정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이며 규정을 개정하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예전 같으면 폭력으로 경찰에 입건될 사건이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사례도 늘었다. 8월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 주인인 최모 씨는 자택 화단에 들어와 아내와 딸을 훔쳐보다 도망치던 박모 씨를 붙잡아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 최 씨가 먼저 밀치고 주먹으로 때린 사건이라 예전 같으면 폭행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정당방위로 입건을 면했다. 대구 서구의 안모 씨 역시 9월에 술 취한 취객이 집에 들어와 욕을 하고 얼굴을 때리자 취객의 손가락을 깨물었지만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안준성 경희대 객원교수(국제대학원·미국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정당방위가 일어난 장소를 따져 개인의 집을 침입하면 정당방위 요건을 넓게 인정한다”며 “법관과 국민 사이에 정당방위를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폭력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경찰청은 전투기 이륙과 정비에 필요한 ‘시동기’를 공급하는 업체가 검사를 받지 않거나 불량 부품으로 만든 제품을 납품한 정황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9∼12월 방위사업청을 통해 항공기 시동기 54대를 235억 원에 공급한 M사가 불량 부품을 공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대표인 김모 씨(55) 자택 등을 최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동기는 전투기가 이륙할 때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로 신형과 구형 전투기 모두 이 장치를 사용한다. M사가 납품한 제품은 올해에만 고장 신고가 200여 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M사는 제품 검사를 받을 때 일부 부품을 외국산으로 쓰거나, 검사 도중 문제가 생겼을 때 아예 부품을 갈아 끼우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M사는 자동차 후방 카메라 등을 만드는 곳으로 방위산업 제품을 생산한 적이 없는 곳이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돈을 뿌린 ‘청도 돈봉투 살포사건’이 현지 경찰서장의 강압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한국전력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주민들에게 돈을 나눠줬을 뿐 아니라 경찰 회식비 명목으로 100만 원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를 압박해 주민 위로금 1700만 원을 마련하도록 한 뒤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7명에게 전달한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일부터 연휴 기간인 9일까지 청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전모 계장을 시켜 청도군 각북면 주민 7명에게 100만∼500만 원이 든 자신 명의의 봉투를 건넸다. 청도 출신인 이 전 서장은 경찰 조사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과 충돌이 계속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치료비 지급을 한전 측에 요청했다”며 “(한전에) 강요한 게 아니라 협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한전 측은 위로금 지급에 미온적이었지만 이 전 서장의 요구가 계속되자 돈을 건넸다.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는 9월 2일부터 7일까지 이 전 서장에게 17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전 서장이 8월부터 반대 주민 치료비로 요구한 3000만∼5000만 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전 측이 송전탑 찬성 주민과의 형평성과 선례를 남기는 것에 부담을 느껴 난색을 표시했지만 압박 수위가 높아져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지사는 송전탑 건설에 찬성한 청도 주민들에게는 개인 보상 없이 5억 원 규모의 마을회관을 건립해 줄 계획이다. 관심을 모았던 돈의 출처는 송전탑 공사 시공업체의 비자금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시공업체인 S사가 근무하지 않는 가짜 직원 20명의 이름을 서류에 올려놓고 매달 급여를 준 것처럼 꾸며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2009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S사가 빼돌린 돈은 13억9000만 원에 달했다. S사는 이 돈의 일부인 600만 원을 한전 이모 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에게 건넸고, 지사장이 나중에 S사로부터 돈을 돌려받기로 하고 자신의 통장에서 1100만 원을 인출해 모두 1700만 원을 이 전 서장에게 전달했다. 또 S사는 2009년 1월부터 수사 착수 전까지 한전 지사장 3명과 담당부서 직원 7명 등 한전 측에 부임인사 및 설·추석 명절비 등의 ‘떡값’ 3300만 원을 전달했다. 이와 별개로 이 회사 비자금 100만 원이 한전 지사를 통해 청도경찰서의 ‘회식비’로 전달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전 지사장 등 한전 직원 10명과 이모 대표 등 S사 관계자 3명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다만 한전 본사 차원의 조직적인 주민 매수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전은 경찰이 수사결과를 통보하면 해당 직원들을 중징계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부적절한 행위를 일벌백계하고,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본사 차원에서 보완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박재명 jmpark@donga.com·세종=문병기 기자}

“경찰 광역수사대장이 검사 앞에서 속옷만 입고 비는 장면은 현실과 다르다.” 수많은 경찰 영화 중에서 현역 경찰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영화는 뭘까. 설문 결과 2010년 개봉한 ‘부당거래’(사진)가 1위를 차지했다. 경찰관들은 대체로 부패 경찰을 다루거나 경찰을 희화화한 작품을 싫어했다. 경찰교육원은 전국 경찰관 61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당거래’가 18%의 압도적 투표율로 최악의 경찰 영화 1위에 꼽혔다고 6일 밝혔다. 이 영화 중에서도 배우 황정민 씨가 경찰 광역수사대장으로 등장해 검사에게 약점을 잡혀 속옷 차림으로 “잘못했다”고 비는 장면은 가장 ‘보기 싫은’ 장면으로 선정됐다. 이 영화에서는 경찰청 국장이 “무조건 범인이 있어야 된다”며 범인 조작을 종용하는 장면도 나온다. ‘부당거래’에 이어 부패 경찰을 다룬 코미디 영화 ‘투캅스’(11%)와 ‘7번방의 선물’(8%)도 경찰이 꼽은 최악의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경찰관이 좋아하는 경찰 영화로는 배우 정진영 씨와 양동근 씨가 출연한 ‘와일드카드’(19%)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공공의 적’(15%)과 ‘살인의 추억’(9%) 등 불의에 저항하거나 범인 검거에 모든 것을 거는 경찰이 나온 영화가 호평을 받았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미 쓴 문화상품권을 돈을 내지 않고 ‘무한 리필’해 사용한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지만 이 같은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10만 원짜리 문화상품권 한 장을 온라인에서 840차례 다시 사용해 7000만 원을 챙긴 인터넷 세계의 ‘봉이 김선달’ 두 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S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프로그래머 김모 씨(27)는 지난해 말 중국동포 프로그래머인 이모 씨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김 씨는 “한국 온라인 결제의 허점만 발견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연구’에 나서 해킹 없이도 돈을 벌 방법을 찾았다. 김 씨가 찾은 허점은 인터넷 판매 사이트(가맹점)와 최종 결제기관(신용카드사) 사이에서 정보 전달을 하는 결제 대행사의 허술한 관리였다. 결제 대행사들은 온라인에서 결제 취소가 들어올 때, 실제로 거래가 이뤄진 곳에서 요청한 것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만약 한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고 다른 곳에서 취소한다면 확인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이미 사 놓은 물건과 결제 대금을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김 씨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이 사실을 의뢰인에게 알렸다. 중국동포 이 씨는 정보를 듣고 바로 범행에 나섰다. 사들일 물건은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의 ‘사이버캐시’로 정했다. 게임 아이템 등을 살 수 있는 사이버캐시는 사이트 내에서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씨는 올해 1월과 3월 총 6일 동안 문화상품권 10만 원으로 한 번에 2만∼10만 원어치의 사이버캐시를 사들인 뒤, 한 어학원 사이트 결제 취소 페이지에 들어가 840차례 취소했다. 이 어학원은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와 동일한 결제 대행사를 쓰고 있어 취소 요청이 가능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결제 대행사의 가맹점 매뉴얼을 토대로 어학원 사이트 내의 결제 취소 페이지를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들인 사이버캐시는 수중에 남고 결제 취소에 성공한 상품권은 계속 액면가 10만 원을 유지했다. 이 씨 계정에 들어온 사이버캐시 7000만 원은 그대로 현금으로 바꿨다. 이 씨는 정보를 제공한 김 씨에게 그중 10%인 700만 원을 건넸다. 이들의 범죄는 3월 경찰이 관련 첩보를 입수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지난달 김 씨를 검거해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 국적의 이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실 세계에서는 직접 영수증을 내야 결제 취소가 가능한 만큼 이 같은 범죄가 일어날 수 없다”며 “인터넷 결제의 허점을 이용한 범죄”라고 말했다. 경찰은 온라인 결제 대행사들이 이번 수사 이후 이 같은 허점에 대한 보완에 나섰다고 밝혔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미 쓴 문화상품권을 돈을 내지 않고 '무한 리필'해 사용한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지만 이 같은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10만 원짜리 문화상품권 한 장을 온라인에서 840차례 다시 사용해 7000만 원을 챙긴 인터넷 세계의 '봉이 김선달' 두 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S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프로그래머 김모 씨(27)는 지난해 말 중국동포 프로그래머인 이모 씨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김 씨는 "한국 온라인 결제의 허점만 발견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연구'에 나서 해킹 없이도 돈을 벌 방법을 찾았다. 김 씨가 찾은 허점은 인터넷 판매 사이트(가맹점)와 최종 결제기관(신용카드사) 사이에서 정보 전달을 하는 결제 대행사의 허술한 관리였다. 결제 대행사들은 온라인에서 결제 취소가 들어올 때, 실제로 거래가 이뤄진 곳에서 요청한 것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만약 한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고 다른 곳에서 취소한다면 확인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이미 사 놓은 물건과 결제 대금을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김 씨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이 사실을 의뢰인에게 알렸다. 중국동포 이 씨는 정보를 듣고 바로 범행에 나섰다. 사들일 물건은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의 '사이버캐시'로 정했다. 게임 아이템 등을 살 수 있는 사이버캐시는 사이트 내에서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씨는 올해 1월과 3월 총 6일 동안 문화상품권 10만 원으로 한 번에 2만~10만 원 어치의 사이버캐시를 사들인 뒤, 한 어학원 사이트 결제 취소 페이지에 들어가 840차례 취소했다. 이 어학원은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와 동일한 결제 대행사를 쓰고 있어 취소 요청이 가능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결제 대행사의 가맹점 매뉴얼을 토대로 어학원 사이트 내의 결제 취소 페이지를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들인 사이버캐시는 수중에 남고 결제 취소에 성공한 상품권은 계속 액면가 10만 원을 유지했다. 이 씨 계정에 들어온 사이버캐시 7000만 원은 그대로 현금으로 바꿨다. 이 씨는 정보를 제공한 김 씨에게 그 중 10%인 700만 원을 건넸다. 이들의 범죄는 3월 경찰이 관련 첩보를 입수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지난달 김 씨를 검거해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 국적의 이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실 세계에서는 직접 영수증을 내야 결제 취소가 가능한 만큼 이 같은 범죄가 일어날 수 없다"며 "인터넷 결제의 허점을 이용한 범죄"라고 말했다. 경찰은 온라인 결제 대행사들이 이번 수사 이후 이 같은 허점에 대한 보완에 나섰다고 밝혔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경찰 광역수사대장이 검사 앞에서 속옷만 입고 비는 장면은 현실과 다르다." 수많은 경찰 영화 중에서 현역 경찰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영화가 뭘까. 설문 결과 2010년 공개된 '부당거래'가 1위를 차지했다. 경찰관들은 대체로 부패 경찰을 다루거나, 경찰을 희화화한 작품을 싫어했다. 경찰교육원은 전국 경찰관 61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당거래가 18%의 압도적 투표율로 최악의 경찰 영화 1위에 꼽혔다고 6일 밝혔다. 이 영화 중에서도 배우 황정민 씨가 경찰 광역수사대장으로 등장해 검사에게 약점을 잡혀 속옷 차림으로 "잘못했다"고 비는 장면은 가장 '보기 싫은' 장면으로 선정됐다. 이 영화에서는 경찰청 국장이 "무조건 범인이 있어야 된다"며 범인 조작을 종용하는 장면도 나온다. 부당거래에 이어 부패 경찰을 다룬 코미디 영화 '투캅스'(11%)와 '7번가의 선물'(8%)도 경찰이 꼽은 최악의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경찰관이 좋아하는 경찰 영화로는 배우 정진영 씨와 양동근 씨가 출연한 '와일드카드'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공공의 적(15%)과 살인의 추억(9%) 등 불의에 저항하거나 범인 검거에 모든 것을 거는 경찰이 나온 영화가 호평을 받았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영화배우 김부선 씨(53·여)가 제기한 서울 성동구 H아파트 난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관리사무소가 포함된 조직적인 관리비 비리 혐의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파트 주민의 계량기 조작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H아파트 주민 중 겨울 난방비를 내지 않은 16가구를 조사해 왔으나 상당수가 해외에 머물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등의 합당한 이유로 난방비가 나오지 않은 곳”이라며 “관리사무소 협조하에 난방비를 내지 않은 조직적인 비리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5일 말했다. 경찰은 중간 수사 결과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개별 가구의 난방비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주민이 의도적으로 계량기를 파손하거나 조작했을 경우에는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536가구 중 난방비가 나오지 않은 전례가 있는 128가구를 수사대상에 올렸고, 이 중 16가구를 집중 수사해 왔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 사건을 종결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전국적으로도 H아파트와 같은 ‘난방비 0원’ 아파트가 10가구 중 1가구꼴로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전국 아파트 난방비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료가 모인 32만9252가구 중 2만5917가구(7.9%)가 난방비를 내지 않았다. 이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 중 실제로 난방을 하지 않거나 미입주 가정이 대부분(77.3%)이었지만 계량기가 고장 나거나 고의로 훼손돼 관리비를 내지 않은 사례도 4270건(16.5%)에 달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체 1391가구 중 144가구(10.4%)가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를 내지 않았다.최혜령 herstory@donga.com·박재명 기자}
로또와 연금복권 등 국내 복권사업을 통합 운영하는 ‘나눔로또 컨소시엄’이 정부에 허위 자료를 제출해 사업자 선정을 받았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됐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2018년 12월까지 예정된 나눔로또의 복권사업자 취소 등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일 감사원과 복권업계 등에 따르면 나눔로또 컨소시엄 참여업체인 SG&G는 최근 “나눔로또가 지난해 8월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진행된 기획재정부 복권 용역입찰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3기 복권 수탁사업자로 선정됐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SG&G가 ‘허위 자료’로 본 것은 나눔로또가 지난해 8월 기재부 복권위원회에 제출한 컨소시엄 계약서다. 감사 청구서에 따르면 나눔로또는 당시 유진기업(49.3%), 대우정보시스템(10%), 농협(10%), 윈디플랜(10%), SG&G(3.3%), 삼성출판사(3.3%), 빅솔론(3%)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사인 연합복권 컨소시엄을 4.806점 차로 이겼다. SG&G는 청구서에서 “제출된 계약서에는 시스템 구축(대우정보시스템)과 시스템 운영 및 관리(윈디플랜), 전자복권 업무지원(SG&G) 등을 자본금 분담업체가 담당하기로 했으나 사업자 선정 이후 나눔로또가 이 회사들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나눔로또가 복권 수탁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SG&G는 청구서를 통해 “기재부 복권위원회의 사업자 제안요청서에는 ‘금융 이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업체는 복권 수탁사업자로 참여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현재 나눔로또는 다수의 컨소시엄 참여사가 사업 운영에서 배제된 채 배당만 받고 있어 해당 항목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나눔로또 측은 “입찰 당시 체결한 컨소시엄 계약서에 참여사 간 이견이 생긴 것”이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신상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신원미상 변사자’의 정보가 전 국민에게 공개된다. 6월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매실밭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한 달 넘게 확인하지 못했던 수사당국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조치다. 경찰청은 국민들이 변사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신원미상 변사자 정보공개 사이트(가칭)를 이달 구축해 이르면 12월부터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이 사이트에서는 신상이 밝혀지지 않은 변사자의 △발견 일시 및 장소 △사망 추정 일시 △추정 연령과 성별, 혈액형, 신체 특징, 수술 흔적 같은 신체 정보 △유류품 목록 및 사진 등을 공개한다. 경찰에 따르면 매년 국내에서 발견되는 변사자는 4만여 명에 이른다. 이 중 연평균 127명(0.3%)이 신원미상으로 처리된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경찰이 9월부터 두 달간 미성년자 폭력단체를 집중 단속한 결과 전국에서 48개 단체가 적발됐다. 이 중에는 성인 폭력배를 주축으로 가입자 수가 100명이 넘는 일반 조직폭력배 수준의 단체도 포함됐다. 경찰청은 9~10월 미성년자 폭력동아리 일제 단속을 벌여 학생이나 가출청소년 등이 만든 동아리 48곳을 적발해 872명을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이 중 16명을 구속했다. 적발된 폭력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가 적발한 폭력동아리다. 이 동아리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성인과 가출청소년, 전주의 각 학교 '일진' 등이 가입하면서 검거된 구성원만 102명에 달했다. 이 동아리는 전주 시내에서 일반인과 학생을 상습 폭행하거나 돈을 빼앗아 왔다. 동아리 내에서 성인인 한모 씨(42)가 가출청소년 김모 양을 성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제천에서는 보육원 출신 여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폭력 조직이 적발됐다. 엄모 양과 이모양 등 A 보육원 출신 여학생들은 4월부터 폭력동아리를 만들어 심야시간에 무리지어 제천 지역 학생들을 때리거나 금품을 빼앗아 왔다. 인근 중·고교생까지 합세해 40여 명까지 단체 규모가 늘었지만 이번 단속으로 와해됐다. 이번에 적발된 폭력동아리 48개를 분석한 결과 여러 학교가 연계된 폭력단체가 22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단일학교 단체(12개), 가출청소년 연계 단체(11개), 성인 연계단체(3개) 순으로 나타났다. 적발 방법으로는 피해학생 신고(12개)를 통한 검거가 가장 많았다. 경찰은 해체한 폭력단체 구성원들을 1대 1로 면담해 재발을 막을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도 프로그램을 마련해 폭력동아리 재결성을 막는 한편, 상시 단속체제를 갖춰 학교폭력을 뿌리뽑겠다"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44)이 6·4지방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문충실 전 동작구청장을 매수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정황이 발견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이 구청장이 문 전 구청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 31일 문 전 구청장 자택과 홍보물 제작업체, 양측이 회동을 한 서울 동작구의 한 횟집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이 구청장이 문 전 구청장에게 출마를 포기하면 선거비용 보전 및 공무원 인사권 배분을 약속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은행 가상계좌를 이용해 2조 원대 불법자금을 거래해 준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그동안 범죄에 악용되던 대포통장(타인 명의 계좌)이 한층 진화된 형태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4월부터 입금 전용 가상계좌 95만 개를 만들어 이 중 5만 개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나 대출 사기범 등에게 빌려주고 수수료 15억 원을 챙긴 이모 씨(50)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가상계좌는 통상 기업이 고객 개인별 입금 확인을 위해 활용한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각 가정마다 다른 은행 계좌번호가 적혀 있는 것이 대표적인 가상계좌 활용 사례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 등은 가상계좌를 이용한 포인트 적립 사업을 하다가 사업 부진에 빠지자 가상계좌를 활용해 돈을 벌 생각을 했다. 이들은 “가상계좌는 금융실명제 적용을 받지 않고 대포통장에 비해 단속도 약하다”며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가상계좌를 제공했다. 입금 전용 가상계좌에 도박 이용자가 돈을 입금하면 수수료를 제외하고 운영자에게 재입금하는 형식으로 이득을 취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계좌를 대규모로 만들어 범죄에 활용한 일당을 붙잡은 것은 처음”이라며 “대포통장 대신 가상계좌로 범죄 자금이 흘러가는 만큼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동작이 안 되는데 어떻게 이겨. 김 전무 아들이면 다야?” 지난해 7월 8일 ‘전국 추계 한마음태권도 선수권대회’가 열린 경기 의정부시의 한 대학 체육관이 고성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목소리를 높인 사람은 품새 고등부 4강전에서 패한 A팀 코치. 특정인 이름을 거론한 거친 항의였지만 심판과 이긴 팀 감독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했다. 지난해 5월 아들의 편파 판정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밀중 관장(당시 47세) 사건 이후 태권도 승부조작이 또 드러났다. 이번에도 특정인 아들을 위한 밀어주기였다. 문제의 대회 4강전 동영상을 확인하면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두 팀의 기량 차이가 컸다. 당시 서울시태권도협회 김모 전무(45)의 아들이 속한 서울 K고 팀은 4명이 출전했는데 품새 ‘금강’ 중 외발로 서는 자세에서 수차례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발차기 각도도 4명이 일치하지 못했다. A팀 코치가 “동작이 안 된다”고 항의한 부분이다. 반면 앞서 출전한 A팀은 3명이 한몸처럼 절도 있는 자세를 보였다. 관중석에서 “잘한다”는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5 대 0, 심판 전원 일치 K고 팀의 승리였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심판 5명은 승부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심판 이모 씨(45)는 “무조건 아니라고 뻗댈 작정이었는데 (경찰이) 동영상을 보여주니 부인할 수 없다”며 “승부조작이 맞다”고 진술했다. 승부조작은 대회를 주최한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의 겨루기 부문 심판 부의장인 김모 씨(62)가 주도했다. 김 씨는 K고 팀에 김 전무 아들이 속한 것을 확인하고 품새 담당 심판 부의장인 전모 씨(61)에게 “K고 팀을 잘 봐주라”고 지시했다. 전 씨는 경기 직전에 심판들을 불러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K고 팀은 대회 품새 고등부에서 우승했다. 김 군은 이 성적을 바탕으로 태권도 명문 Y대에 들어갔고 함께 출전한 K고 팀원 2명은 이 대회 우승 경력만으로 태권도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승부조작을 지시한 심판 부의장 김 씨와 전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심판 5명은 단순히 지시를 이행한 것으로 보고 입건하지 않고 해당 단체에 수사 내용을 통보했다. 금전거래는 드러나지 않았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27명의 사상자가 나온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에서 공무원들이 한 명도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 및 성남시 공무원들을 소환 조사했지만 뚜렷한 개입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무원 과실을 수사했으나 형사 입건할 근거가 없다”며 “이들을 사법처리 선상에 올리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수사 결과를 보면 사고가 발생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이 같은 결론을 낸 가장 큰 이유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3000명 미만이 참여하는 공연은 민간의 ‘자율관리’ 영역에 속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관여하지 않는 민간 행사다 보니 단속권 등 권한이 없는 공무원을 처벌할 근거 역시 미약하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만큼 지자체가 안전 담당 공무원을 자체 징계하거나 시민들이 지자체를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할 수는 있어도 형사 입건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고 행사를 이데일리와 공동 주최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성남시 역시 사고 책임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주최자인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관계자가 경찰 조사에서 “성남시가 이번 행사에 5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진술해 성남시 책임 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설령 성남시가 자금을 이데일리에 실제로 집행했더라도 이는 ‘주최’라기보다 ‘후원’에 가까운 형태”라며 “이번 사고는 기본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거나 준비한 사람들의 과실로 벌어진 것으로 후원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 / 성남=남경현 기자}

제69주년 경찰의 날 행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도피 사건 이후 문제점이 제기된 경찰 조직을 현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경찰이 업무 패러다임을 시대에 맞게 바꿔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고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안전하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경찰이 치안 사각지대를 없애 달라”고 당부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현장의 기초 치안을 충실히 다져나가고,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혁신해 경찰을 ‘일 잘하는 조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최종헌 중앙경찰학교장(55·치안감·사진)이 홍조근정훈장을 받는 등 403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부산지방경찰청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치안활동을 한 공로로 대통령표창(단체)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경찰 지휘부와 일선 경찰관 외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진영 국회 안전행정위원장 등 내빈 3000여 명이 참석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순간에 27명(사망 16명, 부상 11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는 환풍구 덮개 부실시공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 대상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와 경기 성남시 등에 따르면 환풍구 사고 현장의 덮개와 이를 지탱하는 하부 십자형 앵글을 확인한 결과 용접이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앵글 같은 경우 상부의 하중을 지지하는 중요한 자재임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 봐도 접합 부위의 용접이 불량했다”며 “부실시공으로 인한 붕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말 최종 감식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도 1차 육안감식으로 비슷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과 국과수는 21일 오후 사고현장 환풍구에서 추락하지 않고 남은 덮개에서 어느 정도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시공됐는지 강도와 접합 상태 등을 감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환풍구가 정상 시공되면 어느 정도의 인원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실시공 여부와 함께 당초 계획된 자재가 아닌 부실 또는 불량 자재가 쓰였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사고 장소인 2개동 연면적 8만3000m²의 유스페이스는 업무용 건물로 포스코건설이 시공했으며 2012년 2월 성남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았다. 경찰은 포스코건설과 문제의 환풍구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공사 감리업체 등을 상대로 설계도면, 환풍구 덮개와 앵글의 강도와 규격 등이 기재된 공사 시공 도면을 임의제출 받아 이 부분을 확인 중이다. 또 유스페이스 건축주로부터 건물 관리위탁을 받은 빌딩관리회사 관계자들도 불러 안전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독립공간에 있었다면 모를까 많은 인파가 찾는 공원 옆 환풍구인 만큼 평소에도 안전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경찰청 차장은 판교 사고 유가족들이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한 직후에도 기자들을 만나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또 19일 압수수색한 행사 관련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관련자 휴대전화 등 20상자 분량의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참고인 소환조사도 계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이미 출국금지된 6명 중에 첫 형사 입건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성남시의 책임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본부장이 “(행사 주최를 위해) 성남시에서 50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고 이틀 전인 15일 성남시가 이데일리에 1100만 원의 배너 광고를 집행하려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초 사고 행사의 축사를 할 예정이었던 까닭에 ‘성남시 공동 책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20일 성남시의 행정광고 집행이 편법 협찬인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감사관실 직원 4명을 보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성남시는 “경기도가 책임을 전가하려고 정상적 광고 집행을 문제 삼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 측은 “설령 행사를 지원하고 협찬 광고를 집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십자형 앵글::직사각형 형태의 쇠막대로, 현장 환풍구 덮개 바로 밑에서 전체적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환풍구 벽에 가로세로로 여러 개 연결돼 설치된 것. 환풍구를 일괄적으로는 철골 구조물이라고 칭한다. 위 철망 덮개는 스틸 그레이팅, 아래쪽 앵글은 T형강으로 부른다.성남=남경현 bibulus@donga.com·박재명·황성호 기자}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숨진 16명의 유가족들이 사고가 난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주관사와 피해 보상에 합의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재난으로는 이례적으로 사고 발생 이후 57시간 만에 빠른 합의에 도달했다. 한재창 유가족 대표는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벽 3시 20분에 사고 행사를 주최한 이데일리, 경기과학기술진흥연구원과 피해 보상에 합의했다”며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유가족들도 꿋꿋이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는 신속한 사고 수습을 원하는 유가족들의 의중이 반영됐다. 통상 대규모 인명피해가 나면 액수를 정해 합의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상적인 법원의 사망사고 판례에 따라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기준만 결정했다. 중재에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유가족들이 과다한 요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빠른 합의가 가능했다”며 “협상 과정에서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유가족과 책임 기관 등이 법정 공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빠른 합의를 통해 국가 재난에 대처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유가족의 뜻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이데일리와 경기과기원은 유가족들이 요구하면 30일 이내에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 희생자의 월 급여 등에 차이가 있어 유가족마다 보상 액수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장례 과정에서는 이데일리 등이 유가족당 2500만 원을 일괄 지원한다. 만약 경찰 수사를 통해 경기도나 성남시 등 다른 기관의 과실이 추가로 드러나면 보상에 나서는 기관 수도 늘어난다. 이와 별개로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은 19일 유가족들을 만나 희생자 자녀의 대학 졸업 때까지 학자금 전액 지원을 약속했다. 유가족들은 피해 보상 합의와 함께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형사처벌 최소화도 요청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개인의 악의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 만큼 사건 당사자들의 형사처벌이 최소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 경기과기원 관계자 한 분이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 등에 가족들의 서명을 담은 입장문도 전달할 방침이다. 성남=박재명 jmpark@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