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43

추천

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문학/출판25%
역사21%
정치일반14%
사회일반11%
문화 일반7%
칼럼7%
정당4%
검찰-법원판결4%
인사일반4%
산업3%
  • [책의 향기/술∼술 이책]어른 초등학생

    다섯 살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와 재미있을 때가 많다. 아마 기자가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 작가로 베스트셀러 ‘수짱 시리즈’ 등을 냈던 저자가 추억의 그림책 20권을 다시 읽은 뒤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그림과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동화책이 대부분이지만 마음속 어린아이를 찾아가는 저자의 담담한 회고에 공감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1만3000원.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탕색 잘못된 궁궐 현판 올해안에 14개 바로잡는다

    바탕색과 테두리 모양, 게시 장소 등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궁궐 현판 중 일부가 옛 모습대로 정비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고증 결과 오류가 발견된 궁궐 현판 24개 중 14개를 올해 정비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현판들은 원래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였지만 보수하면서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로 바뀐 경복궁 향원정 현판 등 바탕색이 잘못된 13개와 게시 위치가 잘못된 창덕궁 희우정 현판이다. 지난해 연구 용역조사에서는 옛 사진 속 궁궐 현판과 현재 설치된 현판을 비교한 결과 △바탕색 13건 △글자색 2건 △형태(테두리) 5건 △단청과 장식 9건 △게시 위치 1건 등 총 24개 현판에서 30건의 오류가 발견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털을 뽑으면 더 많이 난다’는 말, 믿어도 될까?

    다섯 번째 한국인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최근 확인됐다. 이 사람을 포함해 5명 중 4명이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감염됐다. 지카 바이러스는 남미에서 유행하던 것 아니었나? 사실 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됐고, 이후 동남아에서도 간헐적으로 등장했다. 대규모 감염은 2007년 뉴기니 섬 북쪽 야프 섬, 2013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발생했고, 결국 태평양을 건너 지난해 브라질 등 남미에서 100만 명 넘게 감염시켰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일본뇌염바이러스의 친척이다. 모기가 매개체지만 사람 사이에도 수혈이나 성관계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책은 이처럼 각종 과학 이슈 36개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최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중력파 검출 성공,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의 ‘붉은 고기·가공육 발암물질’ 발표 등이다. 책은 건강·의학, 고생물학·인류학, 심리학·신경과학, 천문학·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9개의 파트로 나누어 과학 요리, 개인 영양학 시대의 시작, 다리가 있는 뱀 화석의 발견, 화성탐사의 심리, 맹점(盲點)의 생리, 지구 물의 기원 등에 관한 현대 과학의 최근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대머리’처럼 일상과 관련된 소재도 많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대머리를 촉진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호르몬은 수염을 나게 만든다.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셀에 실린, ‘털을 뽑으면 더 많이 난다’는 속설과 관련된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생쥐에서 털을 드문드문 뽑았을 때는 털이 다시 나지 않았지만 많이 뽑으면 털이 원래보다 더 많이 났다. 일정 수준 이상 모낭이 손상되면 복구 시스템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책 뒤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다루는 부록이 붙어 있다.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뷰티풀 마인드’라는 논픽션과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수학자 존 내시 등을 소개했다. 꾸준히 교양과학서를 내며 사랑받고 있는 저자의 ‘과학카페’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제목처럼 차 한 잔 마시면서 부담 없이 읽고 나눌 만한 과학 이야기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항일 투쟁 김학철… 친일 앞장 김종한…

    일제강점기 말기와 격동의 해방공간 등에서 활동한 1916년생 작가들의 탄생 100년을 맞아 그들의 작품세계와 삶을 다룬 문학제가 12일 열렸다. 대산문화재단의 ‘2016년 탄생 100주년 문인 기념문학제’는 ‘해방과 분단, 경계의 재구성’을 주제로 식민지배와 좌우 대립, 6·25전쟁 등 시기에 주로 활동한 설창수 이영도 최금동 최태응 등 8명의 작가를 다뤘다. 이번 문학제는 친일 논란의 중심에 선 김종한이나 월북한 김학철, 재북 작가 안룡만 등 한동안 우리 문학사에서 배제됐던 이들도 주목했다. 김학철(본명 홍성걸·1916∼2001)은 우리 문학사에서 드문 정치 망명 작가다. 1935년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조선민족혁명당에서 활동했다. 조선의용대에 입대해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다 일제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광복 뒤 서울로 돌아온 그는 ‘인간적인 약점이 있는 조선의용군’을 주인공으로 여러 소설을 썼다. 1946년 좌우 대립이 격해지자 월북했고 이후 남쪽의 문학사에서는 오래도록 잊혔다. 1949년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이후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1952년 옌볜에 정착해 현지 조선족 문학의 선구적 역할을 했지만 1957년 우파로 몰려 숙청됐고, ‘대약진운동’을 비판한 ‘20세기의 신화’ 원고가 발각돼 1967년부터 10년 동안 복역했다. 1980년 복권된 뒤 1988년 항일빨치산 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격정시대’ 등을 냈다. 오창은 문학평론가(중앙대 교수)는 이날 발제문에서 “김학철은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국제주의적 감수성을 가지고 민중의 연대, 인간주의와 우애의 윤리를 그리며 전쟁의 참상을 기록했다”고 평했다. 김종한(1916∼1944)은 친일 문예지 ‘국민문학’ 편집을 맡는 등 친일 행적으로 우리 문학사에서 지워졌던 인물이다. 그러나 민요에서 모더니즘에 이르는 다양한 시 세계를 보였고, 민족과 민속에 대한 관심을 계속 표했으며 서정성과 시적 완성도를 지향했다. 시 평론가로 당대 논단을 주도했던 임화의 시를 ‘줄을 끊어 쓴 산문’이라고 비판했고, 백석 시의 빼어남을 설파했다. 임규찬 문학평론가(성공회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김종한은 최근 친일과 관련된 시편이 주목받지만 1965년 시인 김수영은 그를 ‘안서(김억의 필명)와 모더니즘을 연결시키는 중간역’이라고 평했다”고 밝혔다. 1916년생 작가 중 가장 대중적인 이는 청록파의 박두진(1916∼1998). 임 교수는 “그의 시 세계는 6·25전쟁 뒤 급변해 사회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폭발시켰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송진우 선생 탄생 126주년 추모식

    고하 송진우(古下 宋鎭禹·1890∼1945) 선생 탄생 126주년 추모식이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서 열렸다. 고하 송진우 선생 기념사업회(이사장 김창식)가 주최하고 국가보훈처와 광복회,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날 추모식은 선생의 장손인 송상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을 비롯해 이용훈 전 대법원장(인촌기념회 이사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기수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김문환 전 국민대 총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진 전 국회의원, 권오곤 전 국제유고전범재판소 부소장,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나중화 광복회 부회장, 김진우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장, 윤주 윤봉길연구소 이사장, 윤종오 서울남부보훈지청장 등 각계 인사 2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고하 선생의 출생일은 8일이지만 이날이 주말인 점을 고려해 하루 뒤 추모식이 진행됐다. 김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선생은 절망적이었던 일제 암흑기에 조국 광복을 위해 애국 애족 애민운동을 실천하셨고 위당 정인보 선생은 지조와 경륜, 애국심을 겸비한 고하 선생을 충무공에 비하면서 기렸다”고 말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선생에 대한 약전(略傳·간략한 전기)을 봉독했고,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가 ‘이 땅에서 중도 노선으로 살기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로 추모 강연을 했다. 송상현 명예교수는 유족 인사에서 “선생은 광복 뒤 불과 137일 만에 돌아가셨지만 짧은 기간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을 세우셨다”고 말했다. 고하 선생은 일제강점기 중앙학교 교장을 지내며 국내외 각계 지도자와 제휴해 3·1운동을 계획했고 동아일보 3대, 6대, 8대 사장을 지냈다. 광복 뒤 국민대회준비위원장, 한국민주당 수석총무로 활동하다 1945년 12월 극우 청년들에게 암살됐다. 1963년 건국공로훈장이 추서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술∼술 이책]사라진 왕국의 성

    무언가 대가를 치르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중학생 오가키 신은 은행에서 유럽의 고성이 그려진 그림 한 장을 줍는다. 그리고 그림 속의 성 옆에 자신을 그려 넣으면 그림 속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후 같은 학교 학생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 시로타 다마미, 만화 어시스턴트인 파쿠와 함께 이 기이한 세계를 탐험하다가 고성의 탑에 갇힌 소녀를 발견한다. 사람이 그림 속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설정은 낯익지만 자신을 어떻게 그려 넣느냐가 그림 속의 세계에 반영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1만4000원.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인생길 동반자가 되어줄 박이문의 선물같은 메시지

    오로라가 펼쳐지는 북극도, 뼈까지 뜨거워지는 사막도, 물빛이 푸른 섬나라도 좋다. 아니,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도 좋다. 뒷일은 생각지 않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무작정, 격렬히 외로워지기 위해, 말이 통하지 않는 곳으로, 돌아올 기약이 있든 없든, 잠적이든 여행이든 뭐든 간에, 일단 떠난다면. 그래도 동반자로 책 두어 권은 필요하리라. 최근 전집이 발간된 우리 시대 인문학의 거장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의 글에서 경구를 가려 뽑은 이 책은 그런 여행자의 배낭에 들어갈 만하다. 예술과 과학, 동양사상 등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던 박 교수는 ‘사유의 둥지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다. 책에 담긴 글은 둥지에서 튀어나온 나뭇가지들이다. “우리가 병든 것은 우리만의 시간을 소음과 바꾼 까닭이다. …”(혼자만의 시간) “…그는 아직도 혼자다/그는 여기서 딴 곳에 있다.”(바다에는 시인이 산다) 박 교수는 영원히 젊다. 청년들마저 추억을 주억거릴 때 그는 “지나간 경험이 아무리 귀하더라도 내가 정말 돌아가고 싶은 곳은 바로 지금 영원한 현재 이 순간, 이 시간, 이 삶이다”라고 말한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박 교수를 최근 만났다. 그는 책에 실린 글 “이제 아주 나쁜 것도 좋소/추한 것도 아름답소/후회도 소망도 없이/아쉬움도 충만도 없이/그냥 담백하고 맑게 가라앉은 심정으로/모든 것과 조용히 화해한 심정이오”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책을 선물로 주었다. 1권 제목은 ‘이 순간 이 시간 이 삶’, 2권은 ‘저녁은 강을 건너오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처님오신날]동서양 불교학자 한국서 ‘간화선’을 論하다

    동서양 불교학자들이 간화선의 종주국인 한국에 모여 간화선의 이론과 실제를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간화선(看話禪) 국제학술대회’가 6월 23∼30일 동국대(서울 중구 필동로)와 백담사(강원 인제군 북면) 등에서 열린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가 주관하고 안국선원이 후원하는 이 국제학술대회는 2010년 처음 열렸고 올해가 4회째다. ‘간화선, 마음을 밝히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23일 오전 섹션별로 국내외 학자 15명이 관련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23일 오후에는 담선(談禪) 법회가 열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사들이 조계종 정통수행법인 간화선의 실참(實參·화두를 실제로 탐구하는 것) 방법과 지침을 밝히고 질문에 답할 예정이다. 특히 24일부터는 안국선원 선원장인 수불 스님 등의 지도 아래 쟁쟁한 해외 불교학자와 외국인 50여 명이 5박 6일간 백담사 선원에서 간화선 수행에 참가할 예정이다. 참여 학자들은 지미 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 수웬밍 중국 베이징사범대 교수 등이다. 29, 30일에는 국내 간화선 수행의 대표 사찰인 경북 문경 봉암사와 충남 예산 수덕사를 방문한다. 수불 스님은 지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에서도 마곡사와 백담사 등에서 세계적 불교학자인 로버트 버스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피터 그레고리 스미스대 교수 등 해외 불교 학자 100여 명에게 화두참선을 가르친 바 있다. 당시 간화선 수행을 경험한 학자들은 “한국 불교가 보존해 온 간화선이 한국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을 이해했다”며 “간화선은 동서양의 지성들로 하여금 이분법적 갈등을 넘어 통합적 안목을 여는 기회를 주고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때 산사(山寺) 스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간화선은 이제 재가불자들도 할 수 있는 대중적 수행법이 됐다. 안국선원이 이를 이끌었다. 1989년 개원 이래 1주일씩 진행되는 ‘간화선 집중수행’을 250여 회 열었는데, 최근까지 이 수행에 2만 명 넘게 참여했다. 요즘도 여름과 겨울 각 석 달 동안 안거(安居) 때마다 재가 수행자 2500여 명이 안국선원에서 간화선을 수행하며 ‘마음공부’를 한다. 간화선이 바쁜 현대인들도 수행할 수 있는 모델로 자리 잡은 것. 수행자들 사이에서는 “수행을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겼다”는 평이 나온다. 수불 스님은 간화선과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서 간화선 집중수행을 가르쳤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2014년 프랑스 파리의 기메 동양박물관에서 한국 스님으로는 처음으로 파리 지성인들에게 간화선을 소개하고 수행을 지도했다. 야닉 부르통 파리7대학 한국어과 교수의 통역으로 진행된 간화선 프로그램은 개최 한 달 전에 정원이 다 찰 정도로 프랑스 지성인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수불 스님은 또 최근 수년 간 미국 UCLA 듀크대 스미스대 등의 초청을 받아 현지 학생들과 명상 지도 법사들을 상대로 간화선 특강과 실참을 가르쳤다. 인도의 대기업인 TVS 스리니바산 회장의 초청으로 첸나이 시 인도-한국문화원에서 현지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간화선 특강을 열기도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장하준 교수 “박근혜 정부 경제성적 낙제는 아니지만 신성장 동력 못 찾아”

    《한국인 최초의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로 40여 개 국가에 저서가 번역된 장하준 교수(53).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 왔지만 지난해 봄부터 국내 언론에서 그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간간이 올라왔지만 건강이 좋지 않다는 풍문도 들렸다. 4·13총선 전 요청했던 전화 인터뷰가 3일 성사됐다.》 ―근황은…. “건강은 전혀 문제없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쓰는 데 3년이 걸렸다. 좀 지쳤다. 한국뿐 아니라 영국 언론 기고도 중단했는데 본의 아니게 은둔하는 것처럼 됐다. 재충전하고 있다.” ―무슨 연구를 하나. “산업구조 다각화를 위한 논문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 석유가 난다면 시추, 플랫폼 건설, 정제 산업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합성섬유를 개발해 패션산업을 육성할 수도 있다. 산업을 보는 시각에 따라 갈 길이 달라진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 기업에 활발하게 조언하고 있다. “현실 정책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경제학을 시작했다. 지난달 유엔 아프리카경제위원회에 낸 200쪽짜리 보고서가 책으로 나왔다. 최근 농업, 섬유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산업 육성에 대한 보고서인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취임한 지 3년 넘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분야 성적은…. 먼저 성장 부문. “세계 경제가 워낙 안 좋아서, 숫자로 보이는 것만큼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당장의 성장률이 아니라 앞날을 대비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한국이 1970, 80년대 다른 나라들을 밀어냈던 것처럼 중국에 밀려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는 산업 정책을 펴면 안 된다는 잘못된 분위기가 생겨 손놓고 있었다.” ―‘창조경제’ 했지 않나. “방향은 맞는데, 구체적인 게 없다. 창조의 대부분은 굴뚝산업이라고 폄하되는 제조업에서 일어난다. 기술혁신은 정부의 기초 연구개발(R&D) 투자와 지원에서 생긴다. 선진국은 정부 R&D 지출이 전체의 30∼70%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30%가 안 된다.” ―조선, 해운 산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중후장대 산업 이후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산업 내부의 업그레이드나 신산업 다각화를 안 했다. 예전에는 재벌이 자본과 경영 능력으로 ‘비관련’ 다각화를 했는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산업 창출이 안 되고 있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소액주주 권한이 강화됐는데,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은 주인 의식이 전혀 없다. 언제라도 팔고 나간다. 금융규제를 통해 단기 주주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 일례로 주식을 오래 보유할수록 의결권을 더 주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이 장기 안목을 갖고 투자해 다각화를 하고 신산업에 진출하는 메커니즘을 금융시장에서 만들어야 한다.”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재벌 구조가 강화되지 않겠나. “기업 경영권을 보호해줄 테니 국민 경제를 위해서 뭐든지 내놓으라는 것이다. 외국에 아웃소싱을 하거나 공장을 옮길 때 제대로 검토와 허가를 받도록 한다든지. 잘못된 것을 봐주자는 게 아니라, 장기 투자와 경제 다각화를 위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셋업’이 필요하다.” ―정부가 노동 개혁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단기 근로자 비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이고, 도리어 노동시장이 굉장히 유연해서 문제인 나라다. 지금은 기업들의 신산업 진출을 정부가 어떻게 도와주고, 그래서 어떻게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진국을 따라잡느냐가 중요하다.” ―복지 정책은…. “너무 소극적이었다. 복지는 사실 우파 정책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 복지 발전에 초석을 놓을 수 있는 독특한 정치적 위치에 있는 분이었는데, 아까운 기회를 날렸다. 한국은 국민소득 대비 사회복지 지출이 10%가 안 된다. 하루아침에 스웨덴처럼 30%로 올릴 수도 없고, 미국 정도(20%)로 올리는 것도 어렵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 20∼30년을 두고 추진할 장기 프로젝트다.” ―유례없는 인구 절벽으로 부양받을 사람이 더 많아지면 지금 정도의 복지만 유지해도 지출 비율이 저절로 30%로 올라간다는 반론도 있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잘 디자인해 사정에 맞게 하면 된다. 우리 자살률이 OECD 1위다. 평균의 3배이고 노인 자살률은 4배다. 복지의 필요성이 명백하다.” ―말씀을 들어도 답답함이 확 가시지 않는다.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지금 손놓고 있다가 5, 10년 후 산업이 하나씩 망하면 한국은 갈 데가 없어진다.” :: 장하준 교수 약력 :: 199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199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경제학)2003년 세계적 권위의 경제학상인 뮈르달 상 수상2005년 세계적 권위의 경제학상인 레온티예프 상 수상2005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2010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출간2014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옛 문집 200여 권 뒤져 모은 ‘조선의 동시’

    “통째로 남산을/옮기긴 어려워도/깨끗한 돌 하나는/가져가도 되겠지요/초가집 아래다/고이고이 놓아두면/흐르는 물소리/콸콸콸 들리겠죠.” 요즘 서울에 사는 아이가 쓴 동시 같지만 사실 조선 후기 사람인 김수약이 다섯 살 때 지은 시다. 요즘 동시처럼 조선 시대에도 아이들이 쓴 한시 동몽(童蒙)시가 있었다. 정갈한 한시 번역으로 정평이 난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옛사람들의 동시 120여 편을 묶고 해설을 단 ‘내 생애 첫 번째 시’를 최근 냈다.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안 교수는 “13년 전 ‘초등학생인 자식을 위한 책을 써보라’는 권유로 집필에 착수했는데, 문집에 산발적으로 나오는 동시를 모으다 보니 이제야 책을 낸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쓴 시이지만 수준이 놀랍다. “바다가 품어서/깨끗해진 하늘의 해/꽃처럼 뱉어 놓아/일년 내내 붉구나/강 위에 가득해라/고기 잡는 어부들/석양녘 바람결에/돛단배를 멈추었네.” 조선 후기 사람인 곽시징의 딸이 일곱 살 때 지은 이 시는 어부들이 돛배를 멈추고 해를 바라보는 고향 태안 바닷가 마을의 풍경을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이미지로 그려냈다. 동시에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시선과 솔직함이 드러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놀기만 좋아한다고 나무라자 ‘남들이 다들 정승감이래요’라고 읊은 시, 높이 열린 복숭아를 노래한 시 등이 그렇다. 안 교수는 “옛사람들은 잘 썼든 못 썼든 아이들이 시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힘을 키우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봤다”며 “요즘 교육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책에 실린 동시는 운자(韻字)를 맞추지 않았거나 대강만 맞춘 것들이 대부분이다. 안 교수는 “아이들이 형식에 매이지 않고 쓰고 싶은 대로 쓰도록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이라면 초등학생일 열세 살짜리가 소나무 아래서 술을 마시는 흥취를 노래하는 등 옛 풍경을 보여주는 시도 많다. 안 교수는 책을 펴내기 위해 옛 문집 200여 권에서 시를 골랐는데 동시가 문집 초고의 필사본에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안 교수는 “동시를 쓴 본인은 추억이 있어서 문집에 넣었지만 사망 뒤 문집 간행 시에는 자식이나 제자들이 간행할 때 뺐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남아 있는 동시는 참 귀한 것들”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선 후기, 군대 재원으로 백성 먹여 살렸다

    군비(軍費)가 조선을 먹여 살렸다? 조선 군정(軍政)은 ‘삼정(三政)의 문란’ 등 수탈 측면에서 인식되는 게 보통이지만 조선 후기 군문(軍門·군대)이 국가 재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신진 역사학자들의 연구 발표가 나왔다. 군대의 재원이 기근 발생 시 백성의 구휼, 국가의 경상비 사업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됐다는 것이다. 한국역사연구회가 지난달 30일 연 연구발표회 ‘조선후기 중앙군문의 역할과 국가재정’에서 조낙영 서울대 박사는 강화도에 비축한 군량의 활용에 주목했다. 발표에 따르면 강화도는 정묘호란 뒤 왕실과 조정이 유사시 피신할 수 있는 보장처(保障處)로 주목받으면서 유수부로 승격됐고 인조의 명에 따라 군량 비축을 시작했다. 현종 대인 1666년에는 그 양이 15만 석에 이르렀다. 17세기 초 조선의 1년 국가예산이 약 10만 석이다. 강화 유수부의 군량은 인조 대부터 기근의 진휼곡(賑恤穀)으로 사용됐다. 경신(1670∼1671년·경술년과 신해년을 합쳐 부름) 대기근이 발생한 현종 대까지 주로 경기도에 풀린 강화도의 진휼곡이 쌀만 10만 석이 넘는다. 숙종 대는 18만 석 넘게 진휼곡으로 전용됐는데, 평안 황해 충청 제주도의 백성까지 구휼했다. 조 박사는 “18세기 들어 청의 재침략 위기감이 해소되고 (강화도 피신론보다) 서울 방어론이 힘을 얻으면서 강화도에 막대한 군량을 비축할 필요가 줄어들었던 것”이라며 “강화 유수부는 군사기구보다 재정기구로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현재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날 조선 후기 훈련도감, 어영청과 함께 3군문의 하나였던 금위영의 역할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19세기 들어 금위영의 운영은 군사적 기능보다 호조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기능이 우선시됐다”고 평가했다. 연구에 따르면 금위영은 군역을 치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군사의 수를 줄여 생긴 재원을 호조로 보냈는데, 연평균 호조 재원의 5∼22%에 달했다. 발표회의 총론을 맡은 송기중 충남대 박사는 “조선 후기 군대 재원의 전용은 군역 부담 완화 정책과 함께 백성의 부담을 줄이는 민본 이념을 실현하면서 국가 재정의 공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5-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K-뮤지컬]‘김종욱 찾기’부터 ‘보디가드’까지 올해 달굴 주요 뮤지컬 ‘4종 세트’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 등 스테디셀러를 내놨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공동 프로듀싱하기도 한 CJ E&M이 올해도 탄탄한 뮤지컬들을 선보인다.10년 된 스테디셀러 ‘김종욱 찾기’ 인도 여행길에 오른 여주인공은 비행기 안에서 ‘턱 선의 외로운 각도’와 ‘콧날의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절대 훈남’ 김종욱을 만난다. 인도 사막에서 김종욱과 재회한 여주인공은 강렬한 운명의 이끌림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엇갈리고 만다. 7년 뒤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통해 그를 찾아 나선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순수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6월 21일부터 서울 대학로 쁘띠챌씨어터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2006년 이후 3500회 공연되며 6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대학로 창작뮤지컬의 살아있는 신화다. 2013년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중국에 라이선스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이선스 공연이 확정돼 글로벌 뮤지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화려한 탭댄스 ‘브로드웨이 42번가’ CJ E&M은 화려한 연출로 ‘쇼 뮤지컬의 바이블’이라는 평가를 받는 ‘브로드웨이 42번가’를 6월 23일∼8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올린다. 이 뮤지컬은 미국 뉴욕 윈터 가든 극장 초연 이래 브로드웨이에서만 5000회 이상 공연됐고, 한국에서는 1996년 공식 초연돼 올해 20주년을 맞는 대표적 스테디셀러다. 이번 공연은 ‘뉴 제너레이션(New Generation)’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만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안무가로 활동한 레지나 알그렌을 총괄안무 및 연출로 발탁해 일사불란하게 펼쳐지는 탭댄스와 군무에 화려한 테크닉을 추가한다.한국이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 CJ E&M의 글로벌 프로듀싱 성공작이자 토니상 6관왕, 올리비에상 3관왕을 비롯해 유수의 상을 휩쓴 ‘킹키부츠’는 9월 2∼11월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선보인다. CJ E&M은 2013년 1월 이례적으로 브로드웨이 개막전 제작 단계에서 이 뮤지컬에 투자를 결정해 공동프로듀서(22명)중 6번째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선택은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뮤지컬은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며 글로벌 흥행 콘텐츠가 됐다. 영국의 장기 불황 속 성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따듯한 이야기로 2014년 12월 시작된 한국 공연도 관객 10만 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강홍석을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만들기도 했다.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뮤지컬로 ‘보디가드’ 영화 ‘보디가드’에서 휘트니 휴스턴에게 발사된 총알을 대신 맞는 케빈 코스트너의 모습과 ‘I will always love you’를 비롯한 배경음악은 많은 한국 영화 팬들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12월에는 이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2012년 영국 초연작 ‘보디가드’가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 무대에서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다. 휴스턴의 히트곡들이 담긴 이 뮤지컬은 기획에만 6년이 걸렸고 영화 원작의 작가가 어드바이저로 참여했다. 창의력과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2013년 영국 ‘와츠온스테이지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2012년 영국 웨스트엔드를 시작으로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성황리에 공연된 작품이다. 공연은 12월 15일∼2017년 3월 5일.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죄와 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준비물

    도스토옙스키 장편소설은 사실 읽는 데 진입장벽이 좀 있다. 고뇌에 빠졌거나 히스테릭한 등장인물의 말은, 공연으로 그대로 옮긴다면 중간에 극장을 나갔다가 밥을 먹고 들어와도 계속될 것처럼 길다. 러시아 이름은 낯설 뿐 아니라 헷갈린다. 한 사람에 대한 다른 호칭이 적어도 4개는 된다. 그럼 축약본을 읽어볼까? ‘죄와 벌’은 ‘가난한 대학생이 강도 살인을 벌인 뒤 뉘우치고 자수한다’는 식이다. 이보다 더 재미가 없을 수 있을까.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은 정독해야 맛이 난다. 한 번도 정독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정독한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인간 영혼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때로 등장인물이 독자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할리우드 영화처럼 친절하지 않다. 등장인물 자신도 자기가 왜 그러는지 모를 때가 잦다. 독서에 적절한 안내자가 필요한 이유다. 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예술 수업’ 등을 내며 고전의 현재적 가치를 전해 온 저자의 이 책은 ‘죄와 벌’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다. 저자는 19세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살인자, 매춘부, 실직한 주정뱅이, 물질만능주의자, 이념에 휩쓸린 자 등이 빚어내는 이 성화(聖畵)의 장면들에서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성찰해야만 하는 것을 끄집어내 설파한다.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대접을 해주지 말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삶은 손익계산서인가, 존엄과 자유는 어떻게 지킬 수 있나. 대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인데, 복잡한 비평 이론은 한 줄도 안 나온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술∼술 이책]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그 많던 고대의 신들은 어디로 간 걸까. 믿는 이가 없어 힘이 약해졌을 뿐 사람들 속에 섞여 사는 게 아닐까. 북유럽신화의 사랑과 전쟁의 여신 프레야는 미국의 한 정신병원에서 ‘새라’로 지내고 있다. 지금은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만들거나 자신의 상처가 빨리 아물도록 하는 게 고작이다. 어느 날 조직의 일원이 면회를 와 자신들과 손잡지 않으면 새라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새라는 그런 그를 죽인 뒤 병원을 탈출한다. 게임 ‘앵그리버드’의 제작사 로비오의 게임 디자이너가 로비오와 협업해 내놓은 판타지 소설이다. 신이 인간 사이에서 좌충우돌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1만4800원.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일제강점기 ‘똥장사’는 한때 큰 이권사업

    지금은 대부분 가정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만 30∼40년 전만 해도 ‘푸세식’ 화장실이 많아 분뇨 수거를 위해 이른바 ‘똥차’가 ‘퍼∼’라는 외침과 함께 동네 곳곳을 누볐다. 분뇨 수거 처리는 근대 도시행정의 주요 과제지만 관련 연구가 드문 편.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서울의 분뇨 수거 체계에 주목한 연구가 나왔다. 서호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서울역사편찬원의 학술지 ‘서울과 역사’에 논문 ‘서울시 분뇨 수거 체계의 형성과 변화: 189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를 조만간 수록할 예정이다. 서 교수는 “조선 후기까지 서울의 분뇨는 민간 ‘똥장수’가 무상 수거해 도성 안팎의 농민에게 거름으로 판매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한제국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제안으로 1907년 말 설립된 한성위생회(위생회)가 수거권을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독립신문에는 1898년 정부가 경무청에 훈령을 내려 기존 ‘똥장수’에게 표를 발급해 영업권을 인정하면서 구역별 처리를 전담하게 했다고 나온다. 하지만 위생회가 설립되면서 개별 똥장수는 원칙적으로 영업을 못 하게 됐고, 분뇨 처리는 공영화된다. 위생회는 전과 달리 서울시민에게 일정액의 수거 비용을 징수했다. 이는 대규모 이권 사업이었다. 서 교수는 “위생회는 분뇨와 거름으로 쓸 수 있는 쓰레기, 도축장에서 나오는 피 등을 경매로 팔았는데 1908∼13년 해마다 2만 원 이상 흑자가 났고, 1909년에는 7만 원에 이르렀다”며 “일본인으로 대한제국 내무차관을 지내고 일본 돗토리 현 지사가 된 인물이 지사 자리보다 분뇨를 농민에게 비료로 판매하는 회사 사장직을 원한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 가게 딸린 방 월세가 5, 6원이던 시절이다. 1914년부터는 경성부(지금의 서울시청)가 분뇨 처리를 맡으면서 처리비를 따로 징수하지 않고 부 예산으로 사업을 했는데 비용이 엄청났다. 1914년 쓰레기와 분뇨 처리비는 18만여 원으로 전체 지출의 81%를 차지했고, 1920년까지도 매년 예산의 절반이 넘게 들었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차별은 분뇨 처리에서도 벌어졌다. 동아일보 1924년 3월 23일자 기사 ‘남북 차별의 실례, 조선인 시민이 바친 세금 쓰는 길이나 알아보리라’에 따르면 서울 남쪽의 일본인 거주지는 북쪽의 조선인 거주지에 비해 분뇨 처리 인부와 청소부가 자주 순회했고, 운반 차를 비롯한 처리 기구와 설비도 우수했다. 서 교수는 일제강점기 호적제도와 주민 감시 시스템을 연구한 사회사학자. 그는 “식민지 국가 권력의 물리적 폭력이나 경제적 수탈뿐 아니라 보건 위생 등 일상의 지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뉴스룸/조종엽]‘온통 당신이 되는 날’

    17일은 마술적 사실주의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타계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의 소설 ‘백년의 고독’을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주인공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는 주변의 모든 것에서 사랑하는 소녀 레메디오스를 떠올린다. “나른한 오후 두 시의 공기 속에 있는 레메디오스, 장미가 조용히 발산해 내는 향기 속에 있는 레메디오스, 나방들이 뒤덮고 있는 물시계 안에 있는 레메디오스, 아침 빵에서 솟아오르는 김 속에 있는 레메디오스, 어디에나 있는 레메디오스, 영원히 존재하는 레메디오스….” 사랑에 빠진 이들의 상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가 보다. 이별 뒤에도 마찬가지다.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의 그 공기 속에도…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저 의자 위에도/물을 마시려 무심코 집어든 유리잔 안에도/나를 바라보기 위해 마주한 그 거울 속에도/귓가에 살며시 내려앉은 음악 속에도/네가 있어”(넬 ‘기억을 걷는 시간’) 좀 비약해 보자. 이처럼 낯선 사람, 심지어 솟아오르는 김이나 의자 속에 ‘당신’, 즉 숭배하는 대상이 있다면 우리는 낯선 것들을 얼마든지 사랑하고 반길 수 있을 거다. 구약성경에서 신이 아브라함 앞에 낯선 나그네로 모습을 드러내고 아브라함이 나그네 일행을 왕같이 대접한 것처럼 말이다. 사랑에 빠진 이들이 적어서일까. 사회에서 낯선 이라면 곧 사회적 약자일 텐데, 우리 현실은 약자를 환대하기는커녕 조롱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최근 한부모 가정을 희화화한 케이블TV 개그가 논란이 됐다. 사실 지상파도 오랫동안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어 왔다. 사회적 약자 캐릭터가 개그에서 조롱당하지 않고 오히려 성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선사할 수는 없을지 생각해 본다. 발달장애인이 ‘동네 바보 형’이 아니라 서양 중세의 광대 캐릭터처럼 등장할 수도 있을 거다. 범인과는 다른 지혜를 갖고 있으며 헛소리를 통해 영주의 잘못을 꼬집기도 했던 광대 말이다. 어눌한 말투로 ‘사장님 나빠요’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에 공감을 일으켰던 ‘블랑카’ 같은 모델도 있지 않나. “사랑하는 사람의 수만큼, 그리움의 수만큼, 억울한 죽음의 수만큼 제주에는 당신이 많다… 감귤이 당신이 되고, 은대금잔의 제주 수선화가 당신이 되고, 흔들리는 아기동백이 당신이 된들 이상할 것이 없다. 저자거리의 옥돔 돌돔이, 전복 소라 멍게가 어느 날은 당신이 되고 말 것이다. 들판의 감자와 고구마가 무 배추 당근이 또 당신이 되는 날도 올 것이다.” 병마와 싸우다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주용일 시인의 시 ‘제주에는 당신이 많다’의 한 구절이다. 한국에서는 굶는 이들 앞에서 폭식하는 일이 벌어지더니 미국에서는 약자 조롱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잦은 사람이 유력 대선 후보가 됐다. 이 시 구절처럼 ‘산꼭대기에서 바다 깊은 물속까지 삼라만상이 온통 당신이 되는 날’이 오기까지는 우리의 감수성이 아직 한참 모자란 것 같다.조종엽 문화부 기자 jjj@donga.com}

    • 2016-04-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복지 정책·펀드 투자… 수학에 물어봐!

    미국 전 국민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려는 ‘오바마 케어’ 논쟁 당시 한 자유주의적 연구소는 “오바마는 왜 미국을 스웨덴처럼 만들려고 애쓰는가? 스웨덴 사람들마저 덜 스웨덴스러워지려고 애쓰는 마당에”라고 물었다. 스웨덴마저 복지를 줄이는데 미국은 왜 확대하려 하느냐는 얘기다. 얼핏 생각하면 꽤 설득력 있다. 이 연구소가 바라본 세상은 직선 그래프<그림 [1]>처럼 생겼다. 이걸 보면 오바마는 확실히 사회주의의 나락으로 떨어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포물선 그래프<그림 [2]>처럼 생겼을 수도 있다. 이 그래프에서 번영도가 가장 높은 지점은 미국은 스웨덴 쪽으로, 스웨덴은 미국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스웨덴은 복지를 줄이고 미국은 강화하는 것이 옳다. ‘큰 정부는 무조건 나쁘고 작은 정부는 무조건 좋다’는 식의 선형적 사고보다 비선형적 사고가 현실에 가까울 때가 많다.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맞히는 법’과는 한결 다른 수학을 보여준다. 정치 의학 상업 신학에 포함된 수학을 통해 수학이 상식과 이성적 사고의 바탕임을 드러낸다. 특정 학력평가에서 높은 평균 성적을 거두는 학교 중에는 왜 학생수가 적은 곳이 많을까. 작은 학교들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우연히 몇 명만 있어도 평균 점수가 확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면 큰 학교는 그런 학생들이 소수 있어도 전체 평균에 녹아들기 때문에 점수가 확 달라지지 않는다. 동전을 100번 던져서 앞면이 60번 나온 것보다 1000번 던져서 538번 나온 것에 더 놀라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동전을 많이 던질수록 앞면의 비율이 50%에 더 가까워지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시험 운용 결과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펀드에 투자했는데, 실제 수익률은 중간 수준의 펀드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는 출시 전의 높은 수익률이 ‘발생확률이 낮은 사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시험 운용 과정에서 수익률이 보통인(발생확률이 높은) 다른 펀드들이 출시가 안 되고 사라졌을 뿐이다. 공정한 수단처럼 여겨지는 다수결은 사실 허점이 매우 많다. 국가 재정에 대해 국민의 3분의 1은 지출을 줄이지 않고 증세에 동의, 3분의 1은 증세에 반대하고 국방비 삭감에만 동의, 3분의 1은 증세에 반대하고 의료지출 삭감에만 동의한다고 치자. 3분의 2가 증세에 반대하므로 증세는 부결된다. 그러나 국방비나 의료지출 삭감도 각각 반대가 3분의 2이므로 부결된다. 이도저도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저자는 “수학은 우리에게 원칙적인 방식에 따라 확신하지 않을 방법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수학과 통계를 들이미는 각종 정치적 주장과 광고, 예측이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인지 곰곰이 따져 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광화문 현판 바탕색 검정으로 바뀔 듯

    현재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인 광화문 현판이 검정 바탕에 금색이나 흰색 글씨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은 2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광화문 현판 색상과 관련한 자문회의를 열고 “색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현재 현판과는 바탕과 글씨 색이 반대인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소장 광화문 사진의 존재가 본보와 채널A를 통해 지난달 보도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사진을 발견한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본명 김영준) 대표는 이날 회의에 참석한 뒤 “현판 바탕색이 지금의 흰색이 아니라는 데 자문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궁궐 현판 바탕색은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어서 검은색으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회의에는 건축사, 단청미술, 사진, 서예, 컴퓨터그래픽 등 전문가 14명이 참석했다. 문화재청은 분석이 완료되면 색상 자문회의와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심의를 거쳐 현판 색상을 최종 결정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술∼술 이책]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

    혁신은 고달프다. 전에 없던 것들은 처음엔 우스꽝스럽게 보이기 마련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는 2007년 등장한 아이폰에 대해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보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책은 전화기 자동차 등 발명품과 우주여행 등 과학기술, 메릴린 먼로 등 스타를 비롯해 새로 등장했을 때 혹평을 받은 상품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빗나간 예측도 많다. 존 폰 노이만은 현대적 컴퓨터의 기본 설계를 고안한 사람이었음에도 1949년 “컴퓨터로 가능한 일들은 한계에 부닥쳤다”고 앞 못 보는 예견을 했을 정도다. 유머러스한 문체가 장점이다. 1만5000원.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400년의 매혹]셰익스피어학회-영국문화원 문화축제 등 다양한 행사

    23일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맞아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셰익스피어 전공 교수와 연구자들 380여 명이 모인 한국셰익스피어학회는 23일부터 셰익스피어 400주기 기념 제4회 문화축제와 학술제를 연다. 문화축제에서는 셰익스피어 극을 아동용으로 각색한 ‘올 댓 셰익스피어 포 키즈’(5월 28일), ‘시민과 함께하는 셰익스피어낭송연극제’(6월 11일), ‘셰익스피어 대학생 원어연극제’(9월 3일), 시민극단의 ‘바보들의 무대’와 ‘셰익스피어의 여인들-사랑 그리고 욕망’(9월 10, 11일) 등이 예정돼 있다. 10월 22일에는 서거 400주년 기념 포럼 및 가을 학술제가 열린다(문의 02-940-4355). 영국문화원은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 ‘셰익스피어 코리아’를 연다. ‘헨리 5세’(1944년) ‘로미오와 줄리엣’(1968년) ‘코리올라누스’(2011년) 등 영국 영화 20여 편을 선보인다. 또 영국 시인 10명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낭송한 녹음을 홈페이지()에서 제공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6-04-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