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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의 최종 권고는 대기업 총수 일가가 우회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뒀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것 역시 총수 일가에 부(富)가 집중되는 현상을 차단하는 것과 더불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대기업을 코너로 몰아세우는 권고안에 대해 재계는 “우리의 기업 지배구조를 무조건 악(惡)으로 취급하는 편견을 드러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의결권 제한 강화로 재벌 개혁 본격화 29일 특위가 내놓은 최종보고서에는 공익법인 및 금융계열사, 기존 순환출자 등 크게 세 분야에서 의결권 규제를 강화하라는 권고가 담겼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부터 제도 개편을 주장했던 분야들이다. 특위는 금산분리를 원칙적으로 지켜야 할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이 총수의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봤다. 의결권을 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5월 말 기준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7.25%. 1.27%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두 회사의 지분 8.52%는 총수 등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산해 15% 이내에서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되면 삼성생명과 화재의 지분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8.52%에서 5%로 줄어든다. 공익법인 역시 금융계열사와 같은 방식으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기존 순환출자 규제 강화는 아직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못한 대기업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현재 삼성, 현대자동차 등 6개 대기업집단은 41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위는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을 제한하라고 요청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3개 회사의 마지막에 있는 기아차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라는 것이다. 이 권고가 현실화하면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7%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 기업이 경영권을 위협하면 방어하기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가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상장사와 20% 이상 보유한 비상장사에서 상장사, 비상장사 지분 기준을 20%로 일원화하라고 권고했다. 공정위가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는 지난해 기준 203개에서 최소 441개로 늘어나게 된다. ○ 무늬뿐인 벤처 활성화 이런 대기업 규제와 달리 특위는 대기업이 혁신성장에 기여하도록 벤처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업계가 핵심으로 보는 벤처지주회사 내 벤처캐피털회사(CVC) 허용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의견을 내며 공정위가 규제를 유지할 명분을 준 셈이 됐다. 특위는 보고서에서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벤처지주회사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진수 전면개편 특위 위원장(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벤처지주회사가 되기 위한 자산 요건과 벤처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을 완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가 요구하는 벤처지주회사 내 벤처캐피털회사 설립은 권고안에서 제외됐다. 벤처캐피털은 금융회사로 분류돼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벤처캐피털을 통해 2013년 이후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 “관치의 부활” 우려하는 재계 법 개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경제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25일 열린 공정거래법 관련 토론회에서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이유로 재벌 및 대기업집단을 규제하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정부가 민간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 의사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계열사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관치의 부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김지현 기자}

내년부터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재정에서 지원하는 양육비인 자녀장려금이 현행 최대 50만 원에서 최대 70만 원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산후조리원 비용이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1인당 최대 30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2018년 세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당정은 이번 세법 개정을 통해 부유층에 쏠린 소득을 재분배하고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줄여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자녀장려금을 자녀 1인당 30만∼50만 원에서 50만∼7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자녀장려금은 부부 합산 연 소득 4000만 원 이하인 저소득 가구에만 지원하고 있다. 홑벌이 가구는 연 2100만 원 미만, 맞벌이 가구는 2500만 원 미만을 벌 때 자녀 1인당 50만 원을 지급받는다. 이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가구는 수입이 많을수록 장려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당정은 자녀장려금 액수를 최대 70만 원에서 최하 50만 원으로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생계급여 수급자도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위소득의 30% 이하를 벌어 생계급여를 받는 가구가 새로 수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내년도 생계급여 수급 대상은 4인 가구 기준 월수입이 138만4000원 이하인 가구다. 올해 자녀장려금 신청 대상은 107만 명이었으며 생계급여 수급자는 123만7000명이다. 이에 따라 230만 명가량이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은 이와 함께 산후조리비용도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에 넣기로 했다. 의료비 세액공제는 총급여의 3%를 초과한 금액의 15%를 세금에서 빼주는 제도다. 다만 산후조리비용 세액공제 혜택은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자와 사업소득금액 6000만 원 이하인 성실 사업자만 받을 수 있다. 급여 수준이 이보다 높은 개인이나 세금을 체납한 불성실 사업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이번 세법 개정으로 앞으로 5년간 2조5000억 원 정도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은퇴 시기가 지난 고령층 3명 중 1명꼴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직장이 없지만 향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고령층 비중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과 개인저축만으로 노후를 대비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만큼 고령층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통계청이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65∼79세 노인 576만5000명 중 취업자는 220만9000명으로 고용률이 38.3%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준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고용률이다. 이들 중 36.1%(79만6000명)는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등 일의 질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55∼79세 고령층 가운데 계속 일하려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장래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응답한 고령층 비율은 64.1%로 전년 동기(62.6%)보다 1.5%포인트 늘었다. 역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평균 근로 희망 연령은 72세였다. 고령층이 장래 근로를 원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59%)였고 이어 ‘일하는 즐거움’(33.9%), ‘무료해서’(3.3%) 등의 순이었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고령층이 일터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고령층 인구 중 연금을 수령하는 인구는 45.6%에 불과했다. 전년(44.6%)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이긴 하지만 여전히 연금수령을 절반도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수령자 중 50만 원 미만을 받는 인구가 71.1%에 달해 생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편 올해 55∼64세 실업자 증가 폭은 3만1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3만1000명) 이후 최대였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관세청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사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겨냥해 올 4월 첫 압수수색을 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23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관세청 인천세관본부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인천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해외에서 산 개인 물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대한항공 항공기를 통해 몰래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관세청은 약 6억 원 상당의 물품을 범죄 품목으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의 동생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알려진 이후 밀수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의혹이 추가로 폭로되자 관세청은 일가족 5명이 쓴 5년간의 신용카드 명세를 확보해 조사해 왔다. 이어 4월 21일 이후 5차례에 걸쳐 오너 일가의 자택과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은 밀수품으로 의심할 만한 2.5t 분량의 현물을 확보했고, 상당수가 조 전 부사장의 것이라고 판단해 그를 세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관세청은 소환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태도가 좋지 않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혐의를 부인하며 조사 도중 조사실을 뛰쳐나가고, 구매물품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집행유예 기간에 밀수를 한 것도 구속영장 신청의 한 이유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2014년 12월 구속된 뒤 이듬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신규 일자리가 정부 목표치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5개월째 이어지면서 고용 부진이 더 이상 쇼크가 아닌 한국 경제의 만성질환이 되고 있다.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7만2000명에 그치는 고용 참사가 발생했을 때 청와대는 봄비 같은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며 6, 7월을 두고 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6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했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보고인 제조업에서 고용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 확인됐다. 깊고 긴 터널로 빠져드는 일자리 참사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가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쇼크가 5개월째 이어졌다. 일자리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업종에서 모두 취업자 수가 감소하며 월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10만 명대 이하에 그쳤다. 당초 지난달부터 고용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인구 감소, 경기 침체 등으로 일자리 시장이 쉽게 개선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규제혁신을 통해 기업의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조업 일자리 쇼크 통계청이 11일 내놓은 ‘고용동향’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6000명 늘었다.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 7만2000명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지만 정부가 목표로 한 신규 고용 32만 명 창출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올해 들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월 33만4000명에서 2월 10만4000명으로 떨어진 뒤 5개월째 10만 명대 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 명대로 집계된 건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일자리 시장을 지탱하는 주요 업종에서 모두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제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수가 12만6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12만 명 이상 줄어든 건 지난해 1월(17만 명 감소)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5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의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급감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당국자는 “자동차, 조선 구조조정의 여파로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취업자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매달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 ‘고용참사’ 안이하게 대응한 정부 일각에서는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동안 청와대와 정부의 현실 진단이 안이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청와대는 5월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오자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감소했고 공무원 시험과 강우일 증가가 고용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 때문에 고용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취업할 수 있는 인구가 줄었다는 데 방점을 둘 게 아니라 일자리가 줄어든 것에 초점을 맞춰야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는 장기적인 흐름으로 계속 이어져 왔다”며 “결국은 기업 투자가 안 되니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인데 인구구조 때문에 취업자가 줄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당초 설명과 달리 조업일수 증가도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달 “취업자 수는 줄어도 상용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1, 2월 상용직 일자리 증가폭이 43만∼48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6월 상용직 증가폭은 36만5000명으로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민간고용 늘릴 기업투자 촉진 대책 나와야” 청와대는 부실한 진단을 토대로 고용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해왔다. 반장식 전 대통령일자리수석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공기업 채용, 근로시간 단축 등이 본격화하면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경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지원 등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해 근로자를 더 뽑기보다는 기존 인력으로 어떻게 생산성을 끌어올릴지 집중해 왔다.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구조의 선순환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고용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줘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과 관련된 불확실성, 각종 규제 등으로 민간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 환경을 개선할 의사가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등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송충현 기자공태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가 소비 투자 고용 측면에서 동반 부진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KDI는 10일 내놓은 경제동향에서 “전반적인 경기 개선 추세는 완만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1개월 전만 해도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던 KDI의 진단과 뉘앙스가 달라지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와 관련해 KDI는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소비 분야 흐름을 분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비자심리지수는 모두 전월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올해 5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려 하지만 선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설비투자도 하락하고 있다. 6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은 전달보다 48.4%나 감소하는 등 2개월 연속으로 줄었고, 기계류 수입 역시 2개월째 하락했다. 제조기업들의 향후 경기 여건을 나쁘게 전망해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고용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임금만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5월 제조업의 취업자 수(―7만9000명)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건설업 서비스업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축소됐다. 고용시장은 불안정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영향 등으로 4월 상용근로자의 명목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하며 예년보다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다만 KDI는 수출 분야에 대해서는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인천에서 붉은불개미가 또 발견됐다. 특히 이번에는 여왕개미의 서식까지 확인됐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 붉은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후 여왕개미의 존재가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7일 인천 중구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 컨테이너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 여왕개미 1마리, 애벌레 16마리, 일개미 560여 마리가 발견됐다. 약 80m 떨어진 지점에서는 일개미 50여 마리가 목격됐다. 6일에도 이곳에서 붉은불개미 70여 마리가 발견됐다. 다만 8일 현장에 전문가 59명이 투입돼 조사했지만 추가로 붉은불개미가 발견되지 않았다. 인천항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올해 봄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검역당국은 여왕개미가 발견됐지만 일단 번식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번식능력이 있는 수컷 개미가 발견되지 않아서다. 앞으로 여왕개미로 성장할 공주개미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한꺼번에 발견된 여왕개미와 애벌레 일개미 등은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번식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은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붉은불개미가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붉은불개미의 독성에 대한 공포도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의견이 있다. 일각에서 ‘살인개미’라고 부르지만 실제 독성은 다른 곤충과 비교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물렸을 때 고통이 오기 때문에 이로 인한 쇼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밋 교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말벌에게 쏘였을 때의 고통이 2.0 수준이라면 붉은불개미에게 물렸을 때의 고통은 1.2 수준이다. 붉은불개미 독에는 ‘솔레놉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통증과 가려움을 유발한다. 과민성 반응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50년 이후 32명이 붉은불개미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정훈 농림축산검역본부 위험관리과 농업연구사는 “붉은불개미의 독성 자체는 센 편은 아니지만 사람별로 과민반응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역본부는 앞으로 일주일간 추가로 붉은불개미가 발견되지 않으면 합동조사를 중단하고 평소처럼 정기 조사만 진행할 예정이다. 검역본부는 발견 지점을 정밀 조사하는 한편 주변에 설치한 예찰 트랩을 11개에서 766개로 크게 늘렸다. 발견지점 주위(200m×200m 격자)에 있던 컨테이너는 반출 전에 철저히 소독하도록 했다. 또 붉은불개미의 유입 원인과 시기, 발견 지점의 연계성 등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DNA) 분석 등을 통한 역학조사도 실시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3월부터 항만 12곳에 점검인력 122명을 투입해 붉은불개미 분포 국가에서 오는 컨테이너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붉은불개미는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이번까지 총 6차례 포착됐다. 인천항에서는 올 2월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항에서 도착한 중국산 고무나무 묘목에서 붉은불개미 1마리가 발견됐다.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ICT는 컨테이너 50∼60%가 중국에서 들어오고 붉은불개미 분포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컨테이너가 들어와 언제든지 추가 유입 가능성이 있다.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반도체 산업의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최근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한국 경제를 홀로 지탱하던 반도체 산업의 수출 동력마저 급속도로 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초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시장이 조정에 들어갈 시점이 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르면서 수출 시장을 조속하게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14억299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6% 줄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5월(17억3546만 달러)에도 6.6% 감소했다. 이는 2016년 7월(―19.4%)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6월에는 두 달 연속 줄면서 감소 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향후 반도체 산업의 경기를 예고하는 중요한 지표다. 반도체 경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하면 기업들이 제조 설비를 확대하기 위해 제조용 장비 수입을 늘리고 반대로 전망이 나쁘면 수입을 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지난해부터 한국의 수출을 ‘나 홀로’ 이끌어 온 효자 산업이다. 2016년 반도체 수출 금액은 622억2800만 달러였다. 전년 대비 1.1% 줄어든 수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반도체 수출이 급격히 늘면서 2017년 수출 금액은 전년보다 60.2% 증가한 997억12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런 호황에 앞서 반도체 업체들은 제조용 장비 수입을 크게 늘렸다. 2016년 8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전년 동월보다 138%나 늘었으며 한때 월별 기준으로 증가 폭이 266.5%에 달할 때도 있었다. 2016년 8월 이후 올해 3월까지 1년 8개월간 월평균 증가율은 113.1%다. 하지만 좋았던 흐름이 최근 들어 크게 둔화하고 있다. 올해 2월 102.1%로 줄었고 3월에는 29.1%로 내려앉았다. 그러다 5월부터는 아예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줄고 있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대한 한국 반도체 업계의 수출도 함께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이 한국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6달러였던 D램 반도체 가격은 6월 8.6달러로 하락했다. 6개월 연속 내림세다. 낸드 가격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슈퍼호황’ 흐름에서는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을 보통 8개 분기(2년) 단위로 보는 데다 최근 반도체 가격 흐름,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 등을 함께 고려해보면 반도체 산업에서 조정이 이뤄질 타이밍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 수출이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 둔화는 곧 한국 경제의 둔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7.3%에 달한다. 올해 1∼4월에는 20.1%로 비중이 더 확대됐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내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회사 수가 현재 203개에서 최소 441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융 계열사와 공익법인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의결권을 5%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공정위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특위는 그동안 논의해 온 내용을 토대로 공정거래법 개편 권고안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이달 중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확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위는 민간 전문가들과 3명의 공정위 국장이 참여하고 있어 공정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우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규제 기준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상장사와 20% 이상 보유한 비상장사다. 특위는 이 지분 보유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추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또 규제 대상인 계열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이렇게 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는 지난해 기준 203개에서 최소 441개로 늘어나게 된다. 규제 대상 기업이 50% 이상 주식을 보유한 자회사만 214개에 달하는 등 추가로 편입하는 회사가 크게 늘기 때문이다. 이런 방안이 확정되면 그동안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현대차그룹의 이노션, 한진그룹의 한진칼, 삼성그룹의 제일패션리테일 등이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특위는 또 총수 일가가 금융 계열사와 공익법인을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들이 가진 그룹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 계열사의 경우 지금은 상장 계열사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 정관 변경, 다른 회사로 합병되는 경우 등에 한해 금융 계열사 합산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를 5%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또 공익법인은 보유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특수관계인과 합해 15%, 전체 공익법인 합산 5%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재계에서 관심이 큰 기존 순환출자고리 해소 여부는 해소보다는 의결권을 제한하라고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재계는 특위가 제시한 안이 사실상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의결권을 제한하면 외국인 주주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져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지분을 갖고 있을 필요도 없고 결국은 매각하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규제가 더 강하다”며 “경영권 방어 장치는 잘 없는 상태에서 의결권만 잔뜩 줄여 버리면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정부가 내년부터 실거래가격이 23억 원 초과인 주택 1채를 가진 사람과 보유 주택 총액이 19억 원 초과인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한다. 다주택자 중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0.3%포인트의 세율을 추가해 중과세한다. 정부는 부동산 자산가 35만 명에게 연간 7400억 원의 종부세를 더 거둬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기획재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종부세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은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내놓은 권고안을 토대로 마련됐다. 기재부는 이달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종부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뒤 8월 말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편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 부과 기준 금액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5%포인트씩 두 차례 올릴 계획이다. 2019년 85%로 오른 뒤 2020년에는 90%가 된다. 반면 종부세율은 과표 구간별로 0.05∼0.5%포인트 인상하라는 특위 권고안보다 높은 0.1∼0.5%포인트 오른다. 아울러 정부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23억∼33억 원짜리 주택에 적용하는 종부세율을 현행 0.75%에서 0.85%로 올리기로 했다. 고가 주택인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세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감안해 특위안(0.8%)보다 세율을 더 높였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가 17억1000만 원짜리 1주택자의 세 부담은 5만 원 정도 늘어난다. 이에 비해 집값 총액이 50억 원인 3주택자의 종부세는 현행 1576만 원에서 2575만 원으로 999만 원(63.4%%) 증가한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최혜령 기자}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주택임대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반대 의사를 보인 가운데 청와대와 여당이 기재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민감한 세법 개정안에 대해 혼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재정특위는 자문기구일 뿐”이라며 정부가 권고안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재부와 청와대 입장에는 차이가 없다”며 “과세권은 입법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4일 재정특위의 세법 개정권고안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이 파악되지 않아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고, 내년 세제 개편에는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 같은 기재부의 방침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국민들이 재정특위의 권고안을 사실상 정부안으로 받아들여 혼란이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김 대변인은 “특위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이며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자문기구 권고안을 정부안으로 이해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풍토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책 혼선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기존 관행 때문에 시장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최근 당정협의를 열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번에 하지 않을 것이고, (권고안을) 완전히 빼버렸다”고 말했다. 당장은 특위가 주택임대소득세를 강화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서도 당정은 이번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말로 일몰이 예정돼 있는 주택임대소득 비과세 항목도 일몰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주택임대소득이 연 2000만 원인 사람의 경우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고 약 56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비과세 혜택을 내년 이후로 연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한상준 기자}

기획재정부가 4일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주택 임대소득 과세 기준을 강화하라는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은 민감한 세법을 두고 정부와 특위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위가 민간 중심의 자문기구이긴 하지만 대통령 직속 기구인 데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있어 상당수 국민은 특위의 권고안을 사실상 정부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런 특위의 권고안에 대해 정부가 하루 만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국민의 혼란이 커졌다. 청와대와 기재부, 특위가 국민 실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민감한 세법 관련 권고안을 발표하기 전에 충분히 의견 조율을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불통 위원회’가 초래한 혼선 올 4월 재정특위 출범 이후 기재부는 줄곧 금융과 임대소득 강화를 너무 빨리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기재부 세제실장을 통해 특위에 “현재 경제 상황을 볼 때 한 번에 많은 세목을 인상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까지만 해도 특위도 이들 세법 개정안을 중장기 과제로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특위가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기 전날인 2일 청와대에 보고한 권고안에는 그동안 논의가 무르익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뿐만 아니라 금융소득과 임대소득 과세안이 포함됐다. 특위는 주무 부처인 기재부의 우려를 고려하지 않은 권고안을 불쑥 발표했고, 청와대와 정부는 특위가 권고안을 발표한 당일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특위 권고안은 청와대, 정부와 의견 조율을 거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정부가 뒤늦게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소통 부족 논란이 벌어지자 특위는 4일 “우리와 정부의 시각은 다를 수 있으며 결정은 정부의 몫”이라고 했다. 반면 기재부는 애초부터 종부세 개편안만 정부안으로 발표하기로 한 만큼 이번 혼란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 “금융자산 옥죄면 집값 오를 것” 기재부가 특위 권고안에 제동을 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종부세 인상과 금융소득 과세를 동시에 강화하면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다. ‘집값 안정’을 주요 경제 정책 목표로 삼는 현 정부로서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최소화하는 게 공평 과세라는 거창한 목표보다 시급한 과제였던 셈이다. 기재부는 또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해 조세 저항이 일어나면 종부세에 대한 여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 원 초과에서 1000만 원 초과로 낮추는 안을 검토했지만 은퇴 후 이자소득으로 생계를 잇는 계층 등의 반발을 고려해 중장기 과제로 돌린 바 있다. ○ 기재부로 넘어간 공 청와대 관계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내년에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기재부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종부세 이외의 세법 개정안이 중장기 과제로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가 특위 권고안에 대해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기재부가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내건 공약인 만큼 결국에는 관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은 만큼 기재부에 결정권을 넘기고 청와대는 소모적인 정치적 논란에서 발을 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송충현 / 문병기 기자}

문재인 정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파죽지세로 ‘재벌개혁’을 몰아붙이고 있다. 공정위는 3일 대기업 지주회사들이 법 취지와 달리 오너 일가의 부를 늘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열흘 동안 공정위가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공익법인 실태 조사 결과를 내놓은 데 이어 3번째로 나온 재벌개혁 관련 조치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앞두고 공정위가 전면적인 재벌개혁을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개인적인 신념을 앞세워 지나치게 기업 경영에 간섭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배당수익 외국과 비교해도 지나치지 않아” 공정위는 3일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결과’를 통해 지난해 LG SK 한진칼 등 18개 대기업 지주회사들이 소속회사와의 내부거래로 총 2조40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체 매출액의 55.4%에 달하는 규모다. 주로 부동산 거래, 브랜드 사용료 지급, 경영컨설팅 수수료 지급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주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은 49%로 다른 계열사들보다 규모가 크다”며 “총수 지분이 크다 보니 사익 편취의 동기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과거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대안이라며 지주회사 전환을 권고하더니 이제 와서 대주주 사익 편취 수단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배당수익은 40%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이게 왜 나쁘다는 건지 근거가 없다”며 “한국의 기업들은 현금을 배당보다는 미래 투자에 사용하기 때문에 배당수익 비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해외의 지주회사들도 배당수익과 배당 외 수익이 50 대 50을 유지하고 있어 외국과 비교해도 지나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조사, 결론 내린 뒤 끼워 맞췄다는 느낌” 공정위의 이날 발표는 단순히 지주회사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는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대기업이 내부거래를 확대해 총수 일가에 부를 몰아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달 1일에는 대기업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공개했다. 지주회사 실태 역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재벌개혁은 몰아치듯 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기조를 바꿨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이건 위원장이 처음부터 구상하던 타임라인”이라며 “공정위도 상반기에 실태조사를 끝내고 하반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일해 왔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공정위의 강도 높은 개혁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기업 현장을 적극적으로 찾아 기업 활동을 독려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경쟁 당국은 옥죄기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해 ‘일단 잘못됐다’고 결론을 내린 뒤 조사 결과도 거기에 끼워 맞췄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공정위의 발표로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내 철강업계 담합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다음 주에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과징금 규모가 1조 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발(發) 관세폭탄 우려가 커진 철강업계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셈이다. 3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주 전원회의에 ‘7개 제강사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올려 과징금 등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부터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YK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7개 회사의 담합혐의 조사를 벌여왔다. 최근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수위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이들 업체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건설용 철근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철근 값을 두고 업체들은 건설업계와 분기(3개월)마다 가격협상을 해왔고 이는 담합이라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만약 전원회의에서도 공정위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면 과징금이 역대 최대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징금은 담합기간 동안 업체들이 올린 매출의 최대 10%까지 매길 수 있다. 7개 업체의 6년간 매출액이 수십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 과징금이었던 퀄컴 과징금(1조311억 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는 가격협상이 정부 주도로 시작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철근 가격 인상을 두고 건설사와 철강업계 간 분쟁이 생기자 정부의 중재로 단체 간 가격협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로는 이 협상은 중지됐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이런 배경도 충분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제철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증거자료를 삭제하다가 적발돼 지난해 4월 총 3억1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지난달 산업생산은 수출 증가에 힘입어 두 달째 증가했지만 설비투자가 3개월째 내리막을 탔고 소비도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선행지수가 4개월째 하락하는 등 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29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설비투자는 3.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증가하다가 3월 7.6%나 급감한 데 이어 4월에도 2.7% 줄었다. 소비도 지지부진했다. 지난달 소비판매는 전월보다 1.0% 줄어 4월(―0.9%)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3∼6개월 후의 경기를 미리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100을 나타냈다. 올해 2월(100.6)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다. 통상 이 지표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둔화 내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본다. 그나마 지난달 친환경차 수출 확대, 신형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산업생산이 0.3% 늘며 선방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107.5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과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동시에 경기 전망에 대한 경고음을 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80.0이었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100 이하면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는 뜻이다.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 꺼진 것이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7월 전망치가 90.7로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 심화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와 내수 부진, 주 52시간 근무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을 부정적 경기 전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한우신 기자}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 정비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편 작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속고발권은 기업 경영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 가격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공정거래법 개편을 주도하는 특별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검찰은 논의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28일 공정위와 공정거래법 개편특위가 공동 주최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 특위는 전속고발권을 선별적으로 폐지하기보다는 보완 및 유지하는 게 다수 의견이라는 논의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청 등이 고발을 요구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 ‘의무고발요청제’를 도입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전속고발권 폐지 범위를 놓고 공정위와 검찰이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특위가 공정위에 유리한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검찰 측 인사로 참석한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은 전속고발권이 함께 다뤄지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작업 자체가 밀실에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구 부장검사는 현재 공정위 직원에 대한 재취업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그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막판까지 몰랐다”며 “관계부처들이 특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공정위가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졸속 추진으로) 법 개정이 안 되면 결국 전속고발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공정위는 나쁠 게 없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개인적으로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 부장검사는 공정위가 자신들이 선호하는 안을 만들어 특위 위원에게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작업을 민간이 중심인 특위에 맡긴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스스로 법 개정을 주도하는 ‘셀프 개편’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공정위는 실무안을 제시했을 뿐 모든 논의는 분과를 중심으로 했다”고 반박했다. 경쟁정책국은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실무를 책임지는 부서다. 공정위는 최근 공정위 직원에 대한 재취업 관련 수사가 전속고발권 논의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차 규제혁신 회의를 불과 3시간여 앞두고 연기한 것은 기존 정책을 재탕한 백화점식 대책의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는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해 청와대가 정책라인을 개편하면서까지 강조한 혁신성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호만 무성했지 기업 환경을 옥죄는 규제가 그대로인 현실을 타개하려면 규제당국이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5개월 동안 손 놓은 규제혁신 올 1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혁신 토론회’에서는 신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38개 규제를 개혁하는 과제가 쏟아졌다. 자율주행차의 임시운행 절차 간소화, 로봇과의 협동작업을 허용하는 스마트 공장 도입, 드론 시험비행 규제 완화, 핀테크 활성화 등 지난 정부 때도 논의됐던 개별 과제가 빼곡히 보고서를 채웠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과감한 방식,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27일 회의 안건은 △드론 및 자율주행차 육성안 △에너지 신산업 혁신 방안 △스마트공장 보급 및 확산 방안 등으로 1월 안건의 판박이다. 기존 정책을 확대하는 차원이라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애로를 호소하는 현장의 규제를 외면한 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벤처, 중소기업 분야에 정책이 쏠려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핵심 규제 이슈인 인터넷 전문은행과 개인정보 규제 완화 방안은 초기 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에 투자한 기업은 의결권 지분을 4% 넘게 보유할 수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늘어나려면 지분 상한선을 높여야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과 시민단체는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신산업에서 일자리를 늘릴 기회를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개인정보 규제와 관련해 산업계에서는 익명 처리된 개인정보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빅데이터 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시민단체는 규제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지만 정부가 평행선만 달리도록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핵심 이슈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변죽만 울리는 회의를 해서는 혁신성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부가 개혁 반대파 설득하라” 기업들이 꾸준히 요청해 온 수도권 규제 완화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았다. 수도권 규제는 구직자가 선호하는 수도권 일자리를 가로막는 덩어리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달 15일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개혁과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에 대한 지원 확대를 정부에 건의했다. 모두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큰 과제들이지만 규제혁신 회의 안건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모호한 정책 리스트만 만들지 말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어떤 산업에는 규제를 강화하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완화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철폐의 효과가 전체 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도훈 경희대 특임교수(전 산업연구원장)는 “규제혁신에 반대하는 기득권층이나 시민단체를 설득해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한국 경제를 더 나은 길로 유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김준일 기자}

소비심리가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고용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경기를 불안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2018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107.9)보다 2.4포인트 내린 105.5로 집계됐다. 2017년 4월(10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CSI가 100을 넘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최근 심리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넘고 있지만 등락이 심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다. CCSI는 지난 정권 말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급격히 내려갔다가 새 정부가 출범한 5월 단숨에 107.7로 상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12.0으로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고용지표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하향세를 타고 있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등 6개 지표를 토대로 집계된다. 이 때문에 고용 상황과 기대치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은 8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7만2000명 수준으로 후퇴해 고용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서로 관세 폭탄을 안기겠다며 긴장감을 높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도 소비심리에 영향을 줬다. 한은은 “무역 분쟁 재발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재정,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두 요소가 겹치면서 이번 감소 폭(―2.4)은 2016년 11월(―6.5) 이후 가장 컸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극대화된 시기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6일 “산업용 심야전기요금 조정은 확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입 취지와 다르게 기업들의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허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날 세종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기업들이 심야(오후 11시∼오전 9시)에 쓴 전기가 전체의 49%에 육박할 정도로 사용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에 심야에 남는 전기를 할인해 주자는 취지가 약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심야 시간(경부하 시간대) 산업용 전기 사용료는 낮 시간대의 27∼54% 수준이다. 그러나 점점 심야 시간대에 전기를 쓰는 기업이 몰리면서 정부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원전에 따른 발전 원가 인상을 기업 몫으로 돌린다는 지적도 있다. 김 사장은 “심야 전기 사용량의 53%를 대기업이 쓰고 있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전기를 16% 싼 가격에 쓰고 있는데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고려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정부가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경부하 요금을 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적자는 났지만 견딜 만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한전의 매출이 늘지 않는 범위에서 경부하 요금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오너 일가에 대해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라고 공개 요구한 데 이어 대기업들의 공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김상조호(號) 공정위가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재벌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재벌개혁 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경영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할 것” 공정위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된 이후의 규제 대상 기업 내부거래 실태를 분석한 결과 거래 규모가 2014년 160개 계열사, 12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203개사, 14조 원으로 늘었다고 25일 밝혔다. 2014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총수 일가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와 2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6조5000억 원으로 전체 거래의 7.1%였다고 밝혔다. 도입 직후인 2014년 5조8000억 원(5.3%)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계열사의 지분 기준을 상장사, 비상장사 구분 없이 모두 20%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와 추가 논의를 한 뒤 새로운 규제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총수 일가가 간접 지배하는 회사에 대한 내부거래 규정도 개선안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김상조표 재벌개혁 본격화 김 위원장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의 근절을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특정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고 대주주 일가는 이 이익을 활용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시각이다. 공정위의 핵심 간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부쩍 재벌개혁 정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지난달 10일에는 10대 그룹 전문경영인(CEO) 간담회에서 “총수 일가는 비주력 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 달라”고 언급했다. 취임 이후 한동안 재벌들에 “스스로 개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던 기조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분야에서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여당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자 발언 강도는 더욱 세졌다. 이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비주력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잇달아 발표한 공정위의 대기업 관련 실태조사 및 규제 강화 예고에 대한 포석이었다. 재벌개혁 최전선에 있는 기업집단국은 24일 대기업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비상장사 중요 공시 등을 제대로 확인하는지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5일에는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재벌개혁 방향을 분명히 했다. 다음 달에는 대기업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촉각 곤두세우는 재계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의 기치를 높이자 재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개인적인 철학을 앞세워 재벌개혁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기업들의 경영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취임 초기에 논란이 됐던 ‘재벌을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는 발언이 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국내 투자와 일자리는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처음에는 소프트하게 갔다가 점점 (김 위원장) 본인 철학에 따라 칼을 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생각 기저에 깔린 것은 재벌 불신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지배구조는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데, 옳지 않다고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