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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버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15일)을 이틀 앞둔 13일 정부는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전에 노조를, 오후에 주무부처 장관들을 만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버스요금의 인상 여부를 지켜본 뒤 파업을 강행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버스 대란’ 위기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버스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다만 신규 노선 개설 등 버스 인프라 확충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500인 이상 업체의 근로자도 최대 2년간 임금 감소분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광역급행버스(M버스)에도 예산을 지원해 사실상 준공영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소관인 M버스는 예산 지원이 가능하지만 국토부는 지금까지 민간사업으로 보고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M버스는 수도권에서 400대가량이 운행 중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측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파업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자동차노련 관계자는 “일단 버스요금 인상이 결정돼야 한다”며 “파업 여부는 지역별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대책에도 노조가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이 임금 보전과 요금 인상이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사들은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 근로시간이 줄면서 임금도 줄어든다. 노조는 감소한 임금을 회사나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정난을 겪고 있는 버스업체는 그럴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노조 요구를 일부 수용해 인건비 지원을 늘리기로 했으나 요금 인상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맡겼다. 요금 인상의 법적 권한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 등 대다수 지자체는 시민 반발을 우려해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시내버스 요금을 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문제는 지자체 간 견해차가 커 정부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4일 당정협의를 통해 버스 총파업 대책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버스요금 인상을 두고 서울시와 경기도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당정협회는 끝내 무산됐다. 정부가 재정 지원의 ‘우회로’를 마련하긴 했지만 총파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정부가 버스업계 지원 대책을 내놓은 직후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협상이 타결돼 파업을 철회했다. 대구시버스노동조합과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임금 4.0% 인상, 63세 정년 연장으로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했다. 노조 측은 당초 임금 7.67%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한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마지막 조정회의가 열리는 14일 막판 극적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현재 파업을 결의한 곳은 서울과 경기(광역버스만 해당), 부산, 울산, 광주, 전남 등 10곳이다. 하지만 노조 내 일부 강경파가 “일단 칼을 뽑았으면 부분 파업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남은 변수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내놓은 것 같다”며 “자동차노련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냐에 따라 파업 실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주애진 기자}

파업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진 전국 노선버스 운전사들이 노사 합의점을 못 찾을 경우 15일 첫차부터 운전대를 놓겠다고 10일 결정했다. “7월부터 적용될 주 52시간제로 인한 임금 감소를 보전해 달라”는 목적이다. 반면 정부는 이번 파업을 근로시간 단축 때문이 아니라 ‘임금을 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규정했다. ‘버스 파업이 주 52시간제에 따른 것이 맞냐’를 두고 정부와 버스 노조 간의 공방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은 10일 서울 서초구 연맹 사옥에서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과 서울, 부산 등 12개 지역노조 위원장이 참석한 대표자회의를 열고 15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8∼10일 서울, 부산, 광주 등 버스업체 노조는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 88.0%로 파업을 가결했다. 자동차노련은 14일까지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15일 첫차(오전 4시)부터 전면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류 위원장은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며 (임금 삭감이) 이미 예견된 일인데 사측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말했다. 10일까지 파업을 결정한 곳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전남, 충남, 세종, 충북 청주, 경기(광역버스만 해당), 경남 창원 등 11곳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202개 노조에 속한 버스 1만7862대가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자 정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재에 나서겠지만, 이번 파업은 주 52시간제와 상관없이 임금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손명수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전국 약 550개 버스 노조 중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245곳 대부분이 준공영제나 1일 2교대제를 이미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준공영제’란 민간 버스업체가 노선을 운행하지만 지자체가 수익금을 공동 관리하고 적자가 나면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역의 버스 업체에선 주 52시간 이하 근무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버스 노조가 주 노동시간을 ‘45시간’까지 낮추거나 노동시간이 줄어도 임금은 그대로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자동차노련은 정부 주장을 재반박하고 나섰다. 자동차노련은 “버스 기사가 주 47.5시간을 일하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준공영제 도입 지역은 매일 9시간씩 주 6일, 즉 ‘주 54시간’ 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버스 운전사의 월 노동시간 ‘198시간’을 단순히 4주로 나눠 주 52시간이 안 넘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파업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향후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지역에선 파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금 협정 기간이 남아 이번 파업에 동참하지 못한 230여 곳의 버스 노조 대부분은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이다. 실제 준공영제 미도입 사업장 노조에선 6월 말 파업을 벼르고 있다. 경기 고양의 A업체 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준공영제 도입 업체의 기사보다 평균 20시간 더 일하는데도 임금은 80만 원가량 적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국토부는 “아직 파업을 신청하지 않은 업체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며 “특히 경기도에 300인 이상 버스 업체 22곳이 몰려있어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향후 관건은 버스 요금 ‘인상’ 여부다. 국토부는 경기도가 버스 요금을 100원 올릴 경우 연간 1250억 원을, 200원 올릴 경우 25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내버스는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할 방법이 없다. 국토부가 지자체에 버스 요금 인상을 촉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각 지방노동위원회는 14일까지 쟁의 조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사 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15일 ‘버스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파업을 대비해 도시철도 연장 운행 및 증편, 대체 기사 및 전세버스 투입 등을 지자체와 준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단체협상을 적극 중재한다는 입장이다.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조윤경 기자}

지난해 5월 위촉된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다른 공익위원 7명과 동반 사퇴하겠다는 뜻을 9일 밝혔다. 정부도 이들의 뜻을 즉각 수용해 이달 안에 새 공익위원들을 위촉하기로 했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공익위원이 집단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인상 폭을 조절하기 위해 추진했던 결정체계 개편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공익위원과 정부 측 모두 불가피한 선택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새 공익위원들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이전처럼 친(親)노동계 인사를 대거 위촉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 “간판 새로 다는 게 좋다” 류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운영에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대원칙으로 고민했다”며 “(제가) 계속할 때와 그만둘 때 득실을 고려했을 때 간판을 새로 다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은 올 3월에도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만큼 자리를 비워주는 게 맞다”며 고용노동부에 사표를 냈지만, 고용부는 그동안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또 류 위원장은 “만약 최저임금 심의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면 그만둘 수 없다”며 “5월에 회의를 여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공익위원들이 위촉될 때까지 기존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퇴 의사를 두 번이나 밝힌 만큼 정부도 수용할 계획”이라며 “가급적 빨리 새 공익위원들을 위촉해 최저임금 심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신 당연직인 임승순 최저임금위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의 공익위원(류 위원장 포함)이 이달 안에 새로 위촉될 예정이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공익위원 위촉을 포함한 향후 대책을 13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 공익위원 위촉부터 갈등 커질 듯 그동안 고용부는 국회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을 자연스레 교체하려고 했다. 개편안은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공익위원도 국회(4명)가 정부(3명)보다 더 많이 추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결정체계 개편을 토대로 내년도 최저임금부터 인상 폭을 낮추려는 계획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가 공전하면서 올해 결정체계 개편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존 체계대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논란과 혼란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공익위원 위촉부터 문제다. 박근혜 정부 때는 경영계에 가까운 인사가, 현 정부 들어서는 노동계에 가까운 인사가 공익위원에 임명되면서 최저임금 인상 폭이 정권의 성향에 따라 결정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기존처럼 노동계에 가까운 인사를 공익위원에 대거 위촉하면 갈등이 극심해질 수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익위원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에 어떤 문제가 없었는지 되새겨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전문성이 있는 위원을 위촉하고, 정부가 이들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 기자}
서울과 대구 등 전국 노선버스업체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88%의 압도적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향후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15일 전국 2만여 대가 참여하는 버스 총파업이 현실화된다. 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에 따르면 8, 9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9개 지역 193개 사업장에서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재적 조합원 3만5493명 중 3만1218명(88%)이 파업에 찬성했다. 자동차노련 소속 234개 노조는 지난달 29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임금 보전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동조합법상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찬성하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자동차노련은 10일 긴급 대표자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일정과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파업을 결의했지만 막판 변수는 남아 있다. 각 지방노동위원회에서 14일까지 수차례 조정회의가 열린다. 자동차노련 관계자는 “14일 최종 조정회의 때까지 파업 돌입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임금 보전과 인력 충원을 위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책이 나오지 않으면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버스 총파업 분위기가 고조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국토교통부 김정렬 2차관은 9일 전국 17개 시도 부단체장을 소집해 노선버스 파업과 노동시간 단축 대응계획을 점검했다. 김 차관은 “지자체와 협조체계를 구축해 파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 기자}

서울과 대구 등 전국 노선버스업체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88%의 압도적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향후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15일 전국 2만여 대가 참여하는 버스 총파업이 현실화된다. 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에 따르면 8, 9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9개 지역 193개 사업장에서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재적 조합원 3만5493명 중 3만1218명(88%)이 파업에 찬성했다. 자동차노련 소속 234개 노조는 지난달 29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임금 보전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동조합법상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찬성하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자동차노련은 10일 긴급 대표자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일정과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파업을 결의했지만 막판 변수는 남아 있다. 각 지방노동위원회에서 14일까지 수차례 조정회의가 열린다. 자동차노련 관계자는 “14일 최종 조정회의 때까지 파업 돌입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임금 보전과 인력충원을 위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책이 나오지 않으면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버스 총파업 분위기가 고조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국토교통부 김정렬 2차관은 9일 전국 17개 시도 부단체장을 소집해 노선버스 파업과 노동시간 단축 대응계획을 점검했다. 김 차관은 “지자체와 협조체계를 구축해 파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정부 차원의 방안보다 지자체별 버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차관은 “정부와 지자체 재원만으로 모든 부담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파업방지와 인력 충원을 위해 동결된 버스 요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버스업계도 늘어나는 기사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시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요금 인상을 주저하면서 버스 대책이 겉돌고 있다. 박은서기자 clue@donga.com송혜미기자 1am@donga.com}

“바깥양반이 죽었을 때 애들이 장례식장에 안 왔어. 내가 돈이 없어서 그런지….” 이정례 씨(92·여)가 눈가를 훔쳤다. 이 씨가 남편과 사별한 건 9년 전. 네 아들과의 마지막 왕래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혼한 셋째와 막내를 대신해 키운 손자손녀도 독립해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이 씨는 “늙은이 혼자 두고 다들 어디서 뭐 하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버이날인 8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 씨를 비롯한 홀몸노인 120명을 초청해 ‘어버이날 효(孝)사랑 큰잔치’를 열었다.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다. 이날 1년여 만에 거주지인 경기 동두천시 밖으로 나왔다는 이 씨는 행사 시작 1시간 전 행사장에 도착해 즉석인화 사진을 찍고 자원봉사자에게 네일아트를 받았다. 45년 전 이혼한 뒤 자녀들과 왕래가 끊긴 배기숙 씨(80·여)도 모처럼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았다. “혼자 지낸 지 오래돼 쓸쓸한 줄도 모르고 살았다”는 배 씨는 식사 뒤 예정된 서울 남산과 고궁 나들이를 위해 흰색 벙거지 모자를 준비해 왔다. 올해 팔순을 맞은 그는 칠순과 팔순을 맞은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며 환하게 웃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은 정서적 고립과 사회적 관계 단절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어르신들이 예우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부는 경동제약㈜, 한국머크와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독거노인 사랑잇기는 홀몸노인에게 후원물품을 지원하고 돌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동아일보는 지난해부터 이 사업에 참여해 올해 7500여 명의 홀몸노인에게 무료로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부산 울산 등 전국의 노선버스업체 노조가 주 52시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8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80%가 넘는 압도적 찬성표가 나왔다. 9일 투표를 실시하는 서울 등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 전국 버스 2만여 대가 동시에 멈추는 ‘버스 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에 따르면 부산지역 시내버스 노조와 마을버스 노조가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 인원 대비 84.4%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울산은 찬성률 87.7%로, 충남은 88.9%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서울과 경기 등은 9일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300인 이상 노선버스업체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자동차노련은 “주 52시간제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보전하고 인력을 추가 채용하라”며 이달 15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지역별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서울 경기 등 230여 개 사업장에서 4만여 명의 운전사가 참여해 버스 대란이 예상된다.박은서 clue@donga.com·송혜미·홍석호 기자}

부산 울산 등 전국의 노선버스업체 노조가 주 52시간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8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왔다. 9일 투표를 실시하는 서울 등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 전국 버스 2만여 대가 동시에 멈추는 ‘버스 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에 따르면 부산지역 2개 버스업체 노조가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84.4%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울산은 찬성률 87.7%로, 충남은 88.9%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서울과 경기 등은 9일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300인 이상 노선버스업체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자동차노련은 “주 52시간제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보전하고 인력을 추가 채용하라”며 이달 15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지역별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8일 투표 결과 총파업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어서 15일 총파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서울 경기 등 230여개 사업장에서 4만여 명의 기사가 참여해 버스 대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로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버스요금을 인상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지자체들은 역풍을 우려해 요금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노사관계를 중재해야 할 고용노동부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은서기자 clue@donga.com송혜미기자 1am@donga.com}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의 말대로 손을 움직여 본 조명희 씨(42·여)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몇 시간 전, 경기 이천시의 한 정육점에서 기계를 청소하다가 왼쪽 손목이 완전히 절단됐을 때만 해도 출혈이 심해 목숨을 잃을 위기였다. 살아남아서 자신의 뜻대로 손을 움직이는 게 기적 같았다. 지난해 12월 조 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 치료 가능한 가장 가까운 병원은 차로 1시간 거리에 있었다. 조금만 지체해도 신경이 손상돼 봉합이 안 될 수도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조 씨를 구한 것은 이 교수가 탄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였다. 조 씨는 하늘에서 이 교수의 응급처치를 받은 뒤 20분 만에 아주대병원에 도착해 수술을 받았다. 조 씨는 “점점 가까워지는 헬기 소리를 들으면서 ‘이제 살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6대가 운영되는 닥터헬기가 실어 나른 환자는 지난해에만 1676명이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섬이나 산에서 생명의 위기를 맞은 환자들에게 닥터헬기는 ‘생명의 동아줄’이다. 올 2월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전선 작업 중 12m 아래로 추락한 이종균 씨(43)가 그랬다. 경추와 척추가 부러져 신경 손상 위험이 컸지만 닥터헬기가 긴급 출동해 이 씨를 20분 만에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으로 옮겨 손상을 막았다. 이 씨는 “닥터헬기 덕분에 두 번째 인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 신도에 사는 김두선 씨(65)는 27년째 앓고 있는 심장질환 탓에 한 해 두세 차례 닥터헬기의 도움을 받는다. 그의 부인 백정임 씨(65)도 2012년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닥터헬기 덕에 목숨을 건졌다. 닥터헬기가 없을 땐 해경 공중부양선과 구급차를 타고 2시간이 걸려 인천 길병원까지 가야 했다. 닥터헬기 덕에 새 생명을 찾은 이들은 하나같이 “닥터헬기가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상에서 지체되는 시간을 단 1분이라도 줄여야 소생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절박함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겐 닥터헬기로 인한 소음과 먼지 등 당장의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응급구조에 전념해야 할 구조대원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닥터헬기 바람에 튄 돌로 차량이 긁혔다’는 차주를 상대하는 일이 적지 않다. 전남 A병원은 주변 아파트 주민의 소음 민원 탓에 닥터헬기 계류장을 인근 신안군 압해도로 이전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국민 대다수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잠깐의 불편을 감내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6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10∼50대 1000명을 설문한 결과 ‘닥터헬기가 관공서나 학교 운동장 등 환자가 있는 어디서나 뜨고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데 72.8%가 찬성했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잠깐의 불편이나 손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확인된 것이다. 또 응답자의 59.2%는 ‘닥터헬기가 24시간 운항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는 사전에 허가된 이착륙장인 인계점에서 해가 지기 전에만 뜨고 내릴 수 있다. 각 문항에서 ‘중증환자를 이송할 땐 헬기가 어디서나 뜨고 내리도록 허용하자’는 의견을 더하면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은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둔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 근처의 닥터헬기 소음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는 물음엔 44.7%가 ‘횟수 제한 없이 감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낮에는 상관없다’ ‘3, 4회는 괜찮다’는 응답도 각각 32%, 18.2%였다. 닥터헬기 한 대가 출동하는 횟수가 하루 평균 3회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94.9%가 닥터헬기 소음을 ‘생명의 소리’로 여기고 견딜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다만 불편을 견뎌야 하는 헬기장 주변 주민에겐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47%로 많았다. 응답자의 80.5%는 닥터헬기 이착륙 전 문자메시지 알림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박성민 min@donga.com / 옹진=송혜미 기자}

경기 김포시는 지난해 12월 관내 모든 중고교생에게 한 명당 30만 원의 수학여행비를 지원하는 데 예산 21억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수학여행비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10여 곳이지만 가정형편을 따지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지원하는 건 김포시가 처음이었다. 학계에선 이 사업을 허용하면 ‘무상 급식’과 ‘무상 교복’에 이은 현금 퍼주기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김포시의 계획을 받아 든 보건복지부는 전문가 회의를 1차례도 열지 않았다. 협의 요청 접수부터 최종 동의까지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현금 복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이를 적절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협의를 거쳐 지난해 신설된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 사업(연간 예산 10억 원 이상)은 36건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2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중 25건은 전문가의 공식 검토를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규모가 상당한 사업조차 공무원의 자체 심사만으로 통과된 것이다. 나머지 11건은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축인 ‘협의지원단’ 회의를 거쳤다. 하지만 협의지원단 회의가 열린 시간은 안건 1건당 평균 16분에 불과했다. 18∼39세 도민이 취업 면접을 보면 재산과 무관하게 최대 30만 원을 주는 경기도 ‘청년 면접수당’ 사업을 검토할 땐 회의가 총 4시간 만에 끝났다. 같은 날 다른 안건 16건도 함께 심사해야 했기에 청년 면접수당 논의에만 할애한 시간은 1시간도 되지 않았다. 도민 설문조사에서 찬성률이 46.4%에 그칠 정도로 논란이 컸던 사업을 겉핥기로 졸속 심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협의지원단을 통과한 사업 중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된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회’의 추가 검토를 거친 것은 강원도 ‘출산장려수당’(3세 이하에게 월 30만 원 지원) 등 3건뿐이었다. 문제는 이 회의에서도 정부나 지자체가 출연한 기관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다수를 이룬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이 짧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협의지원단과 협의회 회의록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에는 “회의록을 남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박성민 기자■ 충남도 아기수당, 기존 아동수당과 대상 - 금액 겹치는데 ‘통과’ ■충남도는 지난해 만 1세 미만 아동 1만5500명에게 월 10만 원을 주는 ‘아기수당’ 사업을 신설했다.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아동수당(만 6세 미만에게 월 10만 원)과 액수가 똑같고 지급 대상도 겹쳤다. 사회보장기본법상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제도와 중복되는 사업을 신설할 수 없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충남도로부터 협의 요청을 접수한 지 한 달여 만에 이 사업을 통과시켰다. 아동수당과 아기수당은 사업 목적이 각각 ‘아동의 권리’와 ‘저출산 대응’으로 엄연히 다르다는 논리였다. 충남도가 아기수당 협의 요청서를 제출하며 사업 목적을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의 아동수당 지급과 같다”고 명시한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복지 제동권’ 포기 후폭풍 속출 복지부는 지난해 1월 사회보장제도 협의 지침을 바꿔 지자체의 신설 사업에 대해 정부가 내릴 수 있는 ‘부동의(不同意)’ 결정을 없앴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제동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요청에 정부가 최종 동의한 비율은 현 정부 출범 전 80.3%에서 출범 이후 91.6%로 높아졌다. 복지부는 신설 사업의 타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곳곳에서 부실 심사의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 ‘유급병가’ 제도다. 저소득층(중위소득 이하)이 질병으로 입원하면 하루 생활비 8만1184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예상 수급자를 1만4610명으로 내다보고 소요 예산을 62억 원으로 책정했다.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축인 ‘협의지원단’과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된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회’를 각각 한 차례씩 열어 이 제도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서울시는 90억 원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새로운 계산 결과에 따라 복지부에 재협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당초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를 기준으로 소득을 파악했는데 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면 수급 대상이 7만여 명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의 과정에서도 인지한 사실이지만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건보료를 기준으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업의 협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 사례도 있다. 복지부는 연간 423억 원이 들어가는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산모 1명당 50만 원)을 전문가 회의도 열지 않고 통과시켰다. 이와 유사한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을 2017년에 강원 속초시 등 5개 시군이 신설하겠다고 했을 땐 동의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 선정 기준도 깜깜이 또 다른 문제는 누구에게 심사 검토를 맡길지 기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협의회 전문가 인력 풀(pool)’을 구성해 이 명단에 등재된 74명 중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일정이 맞는 전문가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해당 명단의 전문가 중 10명을 무작위로 인터뷰해 보니 7명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그런 인력 풀에 속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답했다. 아동 및 보육 전문가로 이름을 올린 A 교수는 “협의회가 뭐하는 기구냐”라고 반문했다. 과거 정부에서 2주에 한 번꼴로 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여러 차례 신설 복지 제도에 반대했던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1년간은 한 번도 소집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실한 협의 절차는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복지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예산 10억 원 이상의 현금성 복지 제도를 신설한 지자체 중 강원도와 전북 완주군 등 7곳은 재정 자립도가 30%도 되지 않았다. 이런 부실 재정 속에서도 복지를 확대하는 이유는 인근 지자체로부터 인구를 끌어와야 정부가 주는 지방재정교부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시군구일수록 무리하게 복지를 확대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선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검토를 내실화하고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송혜미 기자}

노동절을 맞은 1일 양대 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각각 기념행사를 열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7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경노선을 거듭 밝힌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기존 노조운동을 낡은 방식이라며 민노총을 겨냥했다. 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세계 노동절 대회’를 열고 7월 총파업 방침을 확인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온전한 노동기본권 쟁취는 더 이상 미루거나 양보할 수 없다”며 “노동 개악에 맞서는 힘찬 파업투쟁을 조직해 제대로 된 노동의 권리를 쟁취하자”고 말했다. 지난달 민노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정부가 소극적이라며 7월 20만 명 규모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 안팎에선 지난달 국회 담장을 뜯어내는 폭력시위로 민노총을 향한 여론이 나빠지자 비정규직 문제를 새 투쟁 동력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노동절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과 서울고용노동청, 대한상공회의소 등으로 흩어져 행진했다. 한때 세종대로 일부가 통제돼 일대 교통이 큰 혼잡을 빚었다. 이날 참가자는 경찰 추산 2만3000명이다. 이날 한국노총은 민노총을 향해 투쟁 일변도의 운동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거듭 요구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19 노동절 마라톤대회’에서 “전부를 쟁취하지 못하면 아무런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는 노동조합 운동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았다”며 “노동조합에 익숙한 방식과 활동은 대중에게 ‘낡은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투쟁을 강조하는 민노총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또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위원 3명의 불참으로 식물 상태가 돼버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두고 “사회적 대화만이 구시대의 출구이자 새 시대의 입구가 될 수 있다”며 “(경사노위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제도 개선과 법 개정 등 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절 마라톤대회에는 여야 5당과 노사 단체 대표 등 1만 명이 참여했다.송혜미 1am@donga.com·박상준 기자}
뇌병변 장애 2급인 교육대 학생 김모 씨(25)는 2017년 임용고시를 치르는 과정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손가락 사용이 어려운 김 씨가 관할 교육청에 컴퓨터 지원을 요청했지만 “요청자가 1명뿐이라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겨우 시험 당일 컴퓨터를 받았으나 답안지 양식조차 깔려있지 않았다. 교원 발령 대기 중인 김 씨는 “장애인 선생님이 많지 않다보니 임용고시에서 장애인 배려가 매우 부족하다”며 “막상 교사가 돼도 오래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장애인 교사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임용 과정에서의 배려 부족 등으로 교육청의 장애인 공무원 고용비율이 13년째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 2만9018곳에서 고용한 장애인은 22만6995명이다. 전년보다 8554명 늘었다. 이 중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교육청의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직원의 1.7%로 전년(1.84%)보다 오히려 0.1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정부가 정한 장애인 공무원 의무고용비율(전체 직원의 3.2%)에 한참 미달한다. 장애인 고용률이 낮은 건 장애인 교사를 그만큼 채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교원 임용고시에 응시하는 장애인이 많지 않고 탈락한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이 장애인 공무원 의무 고용률(지난해 12월 기준 1만2889명)을 맞추려면 현재보다 6038명을 더 채용해야 한다. 교원 양성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데다 장애인을 위한 직무 개발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본은 장애인 교원 양성 대학을 별도로 만들었으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전국 교육청들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내년에도 맞추지 못하면 막대한 부담금을 내야 한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2016년 개정돼 공무원 부문도 의무 고용률 미준수 시 2020년부터 부담금을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17개 교육청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올해와 같다면 내년에 내야 할 부담금은 최소 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박은서기자 clue@donga.com송혜미기자 1am@donga.com}
이달 9일 경기 지역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새벽부터 맞불 시위를 벌였다. 먼저 머리띠를 두른 건 한국노총이다. 시공업체 측이 한국노총보다 민노총 소속 조합원을 더 많이 채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민노총 측도 물러서지 않고 시위에 가세하면서 이날 공사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더욱이 이날 집회는 단순 시위로 끝나지 않았다. 양대 노총 조합원들은 카메라를 들고 공사 현장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안전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나 환경 보호 조치가 미흡한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공사현장의 법규 위반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할 수 있다는 시공업체 ‘압박 전략’이었다. 건설 일자리를 둘러싼 양대 노총의 ‘밥그릇 싸움’에 피해를 보는 건설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노조의 ‘몽니’를 근절해야 할 정부는 양대 노총의 눈치만 살피며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건설현장 집회를 ‘생존권 투쟁’이라고 부른다. 민노총 관계자는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노조) 조합원을 우선 채용하도록 돼 있는 곳이 많아 우리 조합원을 채용해 달라는 것은 정당한 요구”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짧게는 10개월, 길게는 1년 6개월가량 진행하는 공사가 끝나면 다음 현장이 언제 있을지 모른다. 새로 생기는 건설현장을 놓치면 생존권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우리도 가만히 있다가는 (민노총에) 일자리를 다 잃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의 ‘생존권 투쟁’은 역설적으로 건설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평택시에서는 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아파트 건설현장 입구를 막아 17일간 공사가 중단됐다. 이달 23일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재건축 현장에서는 양대 노총 조합원 1000여 명이 12시간 동안 대치하며 정면충돌했다. 이처럼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노총의 집회는 서울에서만 26일 12건, 29일 9건에 이른다. 양대 노총 간 밥그릇 싸움의 근본 이유로는 건설경기 침체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해 1, 2월 모두 전년보다 줄었다. 3월은 지난해보다 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 일자리가 작년보다 약 12만 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자리가 많을 때는 (노조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지 않았다”며 “일감이 줄어드니 점점 과격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노조가 현장에 문제가 있다며 꼬투리를 잡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거나 현장 점거에 나서면 대책이 없다”며 “이런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노사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도 없고, 일일이 감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노조의 불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정부가 개별 노사관계에 일일이 개입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특정 노총 소속만 고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법과 제도를 정비해 이런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대표적인 서구의 암(癌)으로 불리는 대장암은 서구식 식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지난 20년간 국내에서도 급격히 늘어났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장암 발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국내에서 위암 다음으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 대장암이다. 인구 10만 명당 17.1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는 위암(10만 명당 15.7명)보다 높은 수치다. 동아일보는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대장암 조기 검진을 활성화하기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 진행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남규 교수가 맡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와 박소희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조영석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한윤대 교수 등이 발표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임에도… 2016년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983년 암 사망자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위암 사망자 수를 앞질렀다. 대장암 사망자 수는 폐암과 간암에 이어 사망자 수 3위다. 암으로 죽는 사람 10명 중 1명은 대장암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대장암은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라고 불릴 만큼 조기 검진을 통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대장암은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95.3%에 달한다. 하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10%대로 뚝 떨어진다. 조기검진을 활성화하면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좌담회에 참여한 교수들은 현재 시행하는 대장암 검진 방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만 5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무료 국가대장암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대변에 남아 있는 혈액을 검사하는 분변잠혈검사를 매년 실시하고 양성 반응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사용해 진단하는 식이다. 그러나 분변잠혈검사는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서 양성이 나올 확률’을 뜻하는 민감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한윤대 교수는 “대변을 빠른 시간 내에 병원에 제출하지 못할 경우 변이 변질될 수 있고, 변의 혈흔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어서 대장암 환자가 아닌 항문질환 환자들이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분변잠혈검사 자체에 한계가 있다 보니 검사를 받는 비율도 낮다. 2016년 기준 분변잠혈검사 참여율은 35.7%에 그치고 있다. 또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 중 절반만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차재명 교수는 “수검자 1000명 중 1명만이 국가대장암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대장암을 발견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유전자 이용한 새로운 검사법 ‘각광’ 전문가들은 분변잠혈검사보다 더 정확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검진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석 교수는 “분변잠혈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비침습적, 즉 몸에 고통을 주지 않고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분변잠혈검사를 대체하는 새로운 검진 방법을 도입하려면 역시 고통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최근 분변을 이용하면서도 정확도를 90%까지 높인 대장암 검사 방법이 새롭게 개발됐다”며 “민감도와 정확도를 높인 조기 진단 기술이라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가 소개한 대장암 검진 방법은 대장암 때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인 ‘신데칸-2(Syndecan-2)’를 찾아내는 기법이다. 정상세포가 암세포가 될 때 유전자가 변하는데, 신데칸-2를 통해 이런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는 신데칸-2를 이용한 대장암 검진을 통해 민감도와 특이도(질병이 없는 환자에게서 음성이 나올 확률)가 90%에 이른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김남규 교수는 “신데칸-2에 기반한 ‘얼리텍 대장암 검사’는 기존 분변잠혈검사보다 민감도와 정확도가 높고, 장을 깨끗하게 비울 필요가 없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전 중간단계 검사로 상당히 의미 있는 검사”라며 “이 검사를 통해 향후 많은 환자들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충돌했다. 현장 건설 일자리를 두고 “우리 조합원을 고용해 달라”며 양대 노총이 갈등을 빚은 것이다. 향후 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나서 건설 공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2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재건축 건설 현장에서 23일 오전 7시부터 12시간 가까이 한국노총과 민노총 소속 건설 노동자 간에 대치가 이어졌다. 양대 노총의 충돌은 민노총이 17일 “우리 조합원을 더 고용하라”며 공사장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한국노총은 23일 소속 노동자 1000여 명을 동원해 공사장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은 같은 날 건설현장 안전교육장을 점거해 한국노총 조합원 40명이 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각각 500여 명을 동원해 건설 현장에서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24일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연 민노총은 26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양대 노총이 일자리를 두고 다투면서 건설 공사는 중단됐다. 최근 건설 현장의 일자리가 줄면서 양대 노총 간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이달 초 경기지역의 한 건설 현장에서도 양대 노총이 일자리를 두고 맞불 시위를 벌였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우리 사회에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려면 국회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가 가족 친화적 일터 조성에 함께하겠다는 의지 표명의 기회를 거부한 셈이에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이달 5일 국회 본회의에 생후 7개월 된 아이와 함께 등원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현행 국회법상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국회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국회 본회의장 출입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신 의원은 ‘아이와의 등원’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요청했으나 문 의장은 고심 끝에 불허했다. 문 의장은 신 의원이 지난해 9월 24개월 이하 영아의 본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불허 이유로 꼽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신 의원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이 현재 심의 중인 만큼 법안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불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이와 함께 법안 설명하려 했지만… 신 의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호주는 의회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지만 의원 자녀는 외부인이 아니라고 해석한다”며 “미국과 뉴질랜드 의회에서도 의원이 영아와 함께 본회의장에 등장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아이와의 등원은) 의지의 문제였다. 영아 출입의 전례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경직된 사무처 분위기 때문에 거부한 것으로 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신 의원이 아이와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가려 했던 것은 국회부터 가족 친화적 일터로 만들겠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최근 환노위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제안 취지를 국회의원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법안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 △모든 출산휴가의 유급화 △출산휴가를 사용한 배우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 처벌 등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육아휴직 부부 동시 사용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분할 사용’ 유연화 △직장어린이집 비정규직 자녀 입소 차별 금지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환노위원들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여성의 독박육아로 이어지기 쉬운 제도적 허점을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 의원은 운이 좋게도 출산 직후 회사원인 남편이 한 달간 휴가를 내 함께 육아를 할 수 있었다. 신 의원은 “몸도 회복되지 않고 육아도 낯설기만 한 출산 초기에 남편과 함께할 수 있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 때문에 부부 동시 육아휴직 등을 허용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과 재정 부담 사이에서 그러나 환노위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민간기업에 부담을 주면서 배우자의 출산휴가까지 늘려야 하느냐”는 등의 반대가 쏟아졌다.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기업에 부담을 지울 순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유급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급여는 정부가 지원하도록 돼 있으나, 현재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원이 사용자와 근로자가 내는 고용보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급 출산휴가를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면 기업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최근 ‘고용 참사’가 이어지며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출하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사상 최대치(6397억 원)를 기록한 만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비용까지 늘어나면 기금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경영계의 한 인사는 “모성 보호와 관련한 지원은 고용 불안과 관계가 없는 만큼 고용보험기금이 아닌 다른 재원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신 의원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다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확대되면 애사심이 더 높아지는 만큼 기업에 마냥 부담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과 막대한 재정 부담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겨진 셈이다. 신 의원은 또 “진정한 의미의 일·가정 양립은 부부가 함께하는 육아가 정착돼야 실현된다”며 “국회가 먼저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아이와 함께하는 본회의장 등원은 좌절됐지만 상임위 회의장에 아이와 함께 참석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상임위에 아이를 데려갈 때는 국회의장의 허가가 필요 없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우리 사회에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려면 국회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가 가족 친화적 일터 조성에 함께하겠다는 의지 표명의 기회를 거부한 셈이에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이달 5일 국회 본회의에 생후 7개월 된 아이와 함께 등원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현행 국회법상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국회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국회 본회의장 출입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신 의원은 ‘아이와의 등원’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요청했으나, 문 의장은 고심 끝에 불허했다. 문 의장은 신 의원이 지난해 9월 24개월 이하 영아의 본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불허 이유로 꼽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신 의원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이 현재 심의 중인만큼 법안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불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이와 함께 법안 설명하려 했지만… 신 의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호주는 의회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지만 의원 자녀는 외부인이 아니라고 해석한다”며 “미국과 뉴질랜드 의회에서도 의원이 영아와 함께 본회의장에 등장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아이와의 등원은) 의지의 문제였다. 영아 출입의 전례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경직된 사무처 분위기 때문에 거부한 것으로 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신 의원이 아이와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가려 했던 것은 국회부터 가족 친화적 일터로 만들겠다는 의미 이상이 있었다. 최근 환노위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제안 취지를 국회의원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법안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 △모든 출산휴가의 유급화 △출산휴가를 사용한 배우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 처벌 등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춰져 있다. 또 △육아휴직 부부 동시 사용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분할 사용’ 유연화 △직장어린이집 비정규직 자녀 입소 차별금지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환노위원들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여성의 독박육아로 이어지기 쉬운 제도적 허점을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 의원은 운이 좋게도 출산 직후 회사원인 남편이 한 달간 휴가를 내 함께 육아를 할 수 있었다. 신 의원은 “몸도 회복되지 않고 육아도 낯설기만 한 출산 초기에 남편과 함께할 수 있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 때문에 부부 동시 육아휴직 등을 허용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과 재정 부담 사이에서 그러나 환노위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민간기업에 부담을 주면서 배우자의 출산휴가까지 늘려야 하느냐”는 등의 반대가 쏟아졌다.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기업에 부담을 지울 순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유급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급여는 정부가 지원하도록 돼있으나, 현재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원이 사용자와 근로자가 내는 고용보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급 출산휴가를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면 기업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최근 ‘고용 참사’가 이어지며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출하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사상 최대치(6397억 원)를 기록한 만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비용까지 늘어나면 기금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경영계의 한 인사는 “모성 보호와 관련한 지원은 고용 불안과 관계가 없는 만큼 고용보험기금이 아닌 다른 재원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신 의원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다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확대되면 애사심이 더 높아지는 만큼 기업에 마냥 부담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과 막대한 재정 부담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겨진 셈이다. 신 의원은 또 “진정한 의미의 일·가정 양립은 부부가 함께 하는 육아가 정착돼야 실현된다”며 “국회가 먼저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아이와 함께하는 본회의장 등원은 좌절됐지만 상임위 회의장에 아이와 함께 참석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상임위에 아이를 데려갈 때는 국회의장의 허가가 필요 없다. 송혜미기자 1am@donga.com}

상습적으로 많은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 242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체불 액수가 이들보다 적은 419명은 대출제한 등 신용제재를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임금 체불 사업주 242명의 명단을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와 관보에 공개하고 419명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신용제재를 내렸다. 근로기준법은 최근 3년간 2회 이상 임금 체불로 유죄가 확정되고, 1년간 3000만 원 이상 체불한 사업주의 이름과 나이, 상호, 주소, 체불금액 등을 3년간 공개토록 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3개월간 소명 기회를 줬고, 임금을 모두 지급하거나 지급 계획을 밝힌 33명은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은 3년 동안 9억5338만 원의 임금을 체불해 체불 금액이 가장 많았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고, 5~29인 95명, 30~99인 16명, 100~299인 4명, 300인 이상 1명 순이었다. 신용 제재를 받은 419명은 최근 3년간 임금체불로 2회 이상 유죄를 확정받고, 1년간 2000만 원 이상의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다. 이들은 7년간 신용관리 대상자로 등재되고 대출 제한을 받는다. 송혜미기자 1am@donga.com}

“생후 7개월 된 딸이 있어요. 아내와 딸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창구에서 만난 임모 씨(36)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년간 식자재 배송업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 지난달 권고사직을 당했다. 배송 중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 팔과 어깨의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어 3주간 입원까지 한 임 씨는 “몸도 안 좋은데 어디를 가냐”란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창구를 찾았다. “아파도 가족을 생각하면 얼른 일을 구해야 하는데, 경기가 어렵다고 하니….” 가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9, 10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고용센터 실업급여 창구에선 우리 경제의 허리인 30, 40대의 ‘암울한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경력이 있고 한창 일할 나이인데 회사에서 잘렸다”며 막막함을 토로했다. 10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5만 명 늘었지만 30대는 8만2000명, 40대는 16만8000명 줄었다. 40대는 전 연령 중 유일하게 고용률(78.0%)이 전년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를 찾은 이모 씨(48)는 20년 동안 일한 정보기술(IT)업체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는 아내에게 해고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평소 출근 복장인 점퍼 차림에 백팩을 메고 나온 이 씨는 “출근한다고 집을 나선 뒤 실업급여라도 받으려고 왔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실업급여 설명회를 듣고 나온 그는 퇴근시간까지 머물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외국계 제조업체에서 26년간 일한 박모 씨(49)는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실직자가 됐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던 120명이 하루아침에 전부 해고됐다. 허무함이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나이에 경력사원으로 들어가기도 힘들다. 우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평생 할 만한 일을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고용 사정은 ‘투잡’ ‘스리잡’을 뛰며 열심히 살아온 청년조차 실업급여 창구로 내몰고 있다. 바이오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한 강모 씨(34)는 오전 2시까지 대리운전을 했다. 주말에는 9시간 발레파킹 아르바이트도 했다. 몸이 부서져라 일해 번 한 달 수입은 300만 원이 채 안 됐다. 강 씨는 지난달 말 바이오업체에서 해고되면서 모든 일을 그만뒀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일을 구하지 못하면 비정규직으로라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본업이 미술 강사인 박모 씨(31·여)도 8개월간 일한 한식뷔페에서 해고돼 실업급여 창구를 찾았다. 일주일에 세 번만 수업을 하는 박 씨는 투잡 생활이 8년째다. 그는 “요즘 폐업하는 식당이 많아 일자리를 옮긴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6397억 원)과 수급인원(50만6000명)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센터는 실직자들의 최후 피난처였다.송혜미 1am@donga.com·박은서 기자}

40대 남성 A 씨는 13년 동안 대기업 건설사를 다녔다. 하지만 회사의 재정 상태가 최근 나빠지면서 회사에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제 시행에 이어 건설 경기마저 가라앉자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사내에서는 경영이 더 악화되면 권고사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A 씨는 고민 끝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안정적인 소득에 대한 미련은 남지만 회사만 쳐다볼 순 없었다”며 “희망퇴직을 하지 않은 동료들은 연봉이 동결됐고, 무급휴직도 신청을 받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A 씨처럼 대기업을 퇴직하고 소규모 창업을 준비하거나 영세업체에 취업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내내 일자리가 급감하는 ‘고용 참사’가 이어진 데 이어 올해는 고용의 ‘질’마저 나빠지기 시작했다. 2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월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245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247만3000명)보다 1만4000명 감소했다. 300인 이상 업체의 취업자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했다. 대기업의 월별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1년 동안 한 번도 감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246만9000명)에는 전년 동월 대비 3000명이 줄어드는 등 감소세로 전환한 뒤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월 기준 5인 미만 영세업체의 취업자(948만3000명)는 지난해 같은 달(933만6000명)보다 14만7000명이나 급증했다. 5인 미만 업체의 취업자는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했고 지난해 11, 12월은 전년 동월과 같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업체 고용자가 감소해 왔으나, 올해 들어 갑자기 취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전반적으로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나빠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라며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5인 미만 영세업체가 되는 케이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정부 보조금 때문에 영세업체 취업자가 늘어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 보조금으로 창출한 일자리는 일회성”이라며 “근본적으로는 민간 노동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퇴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750만 명이나 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기 시작했는데, 대기업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신규채용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일 공시된 대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30대 기업(공기업 및 금융업 제외)의 임직원 수는 50만1413명으로 2017년(49만6066명)보다 5347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반도체 착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7년 만에 처음으로 임직원 10만 명을 돌파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2576명 증가)를 빼면 사실상 감소세다. 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