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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1시경. 비포장도로를 10분가량 차로 달려서 산골짜기 방면으로 들어서자 개 수십 마리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기 하남시의 한 건설 공사 현장에 위치한 이곳은 개 임시 보호소. 이른바 ‘개장수’들에게 사육되며 학대를 받다가 긴급 격리 조치된 개들이 모여 있다. 폭염 속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자원봉사자 2명이 보호소 입구로 뛰어나와 기자의 신원을 물었다. 개장수들이 빼앗긴 개를 몰래 훔쳐가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감시의 눈길을 뗄 수 없다는 것이다. 봉사자 A 씨(37·여)는 “개장수들이 신분을 속이고 찾아와 개를 훔쳐가기 때문에 차가 지나가면 매번 신원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24시간 개를 지키는 사람들 16일 말복을 앞두고 임시 보호소에서는 개를 노리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 사이에 숨 막히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격리 조치됐던 개 200여 마리 가운데 도난당하거나 입양시킨 개를 제외한 80여 마리가 보호소 안팎을 돌아다녔다. 보호소 안은 개들의 사체와 분뇨, 악취가 뒤섞여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10여 명의 봉사자가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6일 새벽 40여 마리의 개를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동물보호단체들은 6월 말 피부병에 걸린 채 굶어 죽어가는 개들을 발견했고, 지난달 초 하남시가 개장수로부터 개들을 긴급 격리 조치했다. 개장수들은 개의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이 때문에 개를 훔쳐가고 있는 것이다. 개장수들이 일주일에 두세 차례 ‘침투’를 시도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봉사자들은 입을 모았다. 오전 11시 반경 2명의 남성이 탄 1t 트럭이 보호소 앞을 지나갔다. 이야기를 나누던 봉사자들이 차량을 응시하더니 부리나케 달려갔다. 다행히 폐지 처리업체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정주 씨(60·여)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 오전에만 봉사활동을 하는데 한 달 동안 개장수와 4번 마주쳤다”고 말했다. ‘철통 검문’이 지속되자 개장수들의 수법도 다양해졌다. 낮에 오토바이를 타고 보호소에 사람이 있는지 파악한 뒤 밤에 다시 트럭을 타고 와서 개를 훔쳐가기도 한다. 봉사자 김지영 씨(32·여)는 “자원봉사자라고 속이고 임시 보호소를 염탐한 개장수를 쫓아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법 사각지대에서 학대받는 개들 개장수들이 개들을 사육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당국은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사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축과 유통을 규정한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빠져 있다. 이렇다 보니 소나 돼지 등 다른 가축과 달리 정부에서 위생을 점검하기 어렵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식용 개를 유통하면 불법이지만 암묵적으로 허용이 되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보니 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고기 식용 금지’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고, 청와대는 10일 “가축에서 개가 빠지도록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한육견협회는 16일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집회를 하기로 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 회원 500여 명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복날은 가라’ 집회를 열 계획이다.구특교 kootg@donga.com·최지선 기자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

10일 오전 11시 경. 경기 하남시의 비포장도로를 10분가량 차로 달려서 산골짜기 방면으로 들어서자 개 수십 마리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른바 ‘개장수’들에게 사육당하며 학대를 받다가 긴급 격리 조치된 개들이 모인 임시 보호소가 있었다. 폭염 속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자원봉사자 2명이 보호소 입구로 뛰어나와 기자의 신원을 물었다. 개장수들이 빼앗긴 개를 몰래 훔쳐가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감시의 눈길을 뗄 수 없다는 것이다. 봉사자 A 씨(37·여)는 “개장수들이 신분을 속이고 찾아와 개를 훔쳐가기 때문에 차가 지나가면 매번 신원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 24시간 개를 지키는 사람들 16일 말복을 앞두고 임시 보호소에서는 개를 노리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 사이에 숨 막히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격리 조치됐던 개 200여 마리 가운데 도난당하거나 입양시킨 개를 제외한 80여 마리가 보호소 안팎을 돌아다녔다. 보호소 안은 개들의 사체와 분뇨, 악취가 뒤섞여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10여 명의 봉사자들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6일 새벽 40여 마리의 개들이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동물보호단체들은 6월 말 피부병에 걸린 채 굶어 죽어가는 개들을 발견했고, 지난달 초 하남시가 개장수로부터 개들을 긴급 격리 조치했다. 개장수들은 개의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때문에 개를 훔쳐가고 있는 것이다. 개장수들이 일주일에 두세 차례 ‘침투’를 시도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봉사자들은 입을 모았다. 오전 11시 반 경 2명의 남성이 탄 1t 트럭이 보호소 앞을 지나갔다. 이야기를 나누던 봉사자들이 차량을 응시하더니 부리나케 달려갔다. 다행히 폐지 처리업체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정주 씨(60·여)는 “1주일에 서너 차례 오전에만 봉사활동을 하는데 한 달 동안 개장수와 4번 마주쳤다”고 말했다. ‘철통 검문’이 지속되자 개장수들의 수법도 다양해졌다. 낮에 오토바이를 타고 보호소에 사람이 있는지 파악한 뒤 밤에 다시 트럭을 타고 와서 개를 훔쳐가기도 한다. 봉사자 김지영 씨(32·여)는 “자원봉사자라고 속이고 임시보호소를 염탐한 개장수를 쫓아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법 사각지대에서 학대받는 개들 개장수들의 개들을 사육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당국은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사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축과 유통을 규정한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빠져 있다. 이렇다 보니 소나 돼지 등 다른 가축과 달리 정부에서 위생을 점검하기 어렵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식용 개를 유통하면 불법이지만 암묵적으로 허용이 되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보니 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고지 식용 금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고, 청와대는 10일 “가축에서 개가 빠지도록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한육견협회는 16일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집회를 하기로 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 500여 명은 이날 광화문에서 ‘복날은 가라’ 집회를 열 계획이다.구특교기자 kootg@donga.com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
정부가 14일까지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BMW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사상 초유의 조치에 사유재산권 침해 등 우려도 나오지만 “국민 안전을 위한 대책”이라는 명분이 정부 내에서 힘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김현미 장관이 BMW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14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담화에는 BMW 차량 운행정지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계부처 이견 조율을 위해 세부 시행계획은 바뀔 수 있다. 이에 앞서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진단기한이 지난) BMW 차량을 운행정지하는 게 맞다. 내일(14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차관은 “운행정지 대상 차량은 1만 대 정도이며 (BMW 측이) 렌터카 1만5000대 정도를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특정 자동차 차종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내린 적은 없다. 하지만 올해에만 BMW 차량 39대에서 화재가 난 데다 제3자 피해 가능성까지 커지자 더 이상 BMW 측의 상황수습에만 맡길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조차 잇따라 불이 나고 있어 운행정지만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운행정지 명령을 내린 이후에도 BMW 안전진단은 지금처럼 계속할 예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13일 0시 현재 안전진단을 완료한 BMW 자동차는 총 7만2188대로 전체 리콜 대상(10만6317대)의 67.9%에 그쳤다. 국토부 측은 “하루 1만 대가량 안전진단이 가능한 만큼 남은 13일과 14일 이틀간 서두르더라도 총 9만2000대 정도만 점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경우 리콜 대상 BMW 가운데 약 1만4000대가 기한이 지난 이후에도 안전진단 없이 도로를 주행하게 된다. 김 차관이 “운행정지할 것”이라고 말하는 차량은 이 자동차들이다. 차량 운행정지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안전 운전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지방자치단체장이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장관 명의의 운행정지 결정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BMW 화재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53분 경기 남양주시 양양고속도로 양양 방향 화도 나들목 부근 도로를 달리던 BMW M3 휘발유 차량에서 불이 났다. 해당 차량은 리콜 대상이 아니다. 운전자 변모 씨(52)와 동승자 1명이 바로 대피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앞서 12일 경기 하남시 미사대로에서 광주 방향으로 달리던 BMW 520d 차량에서도 불이 났다. 이로써 BMW 화재 차량은 올해 들어 39대로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BMW 화재사고와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과징금 부과 근거 마련 등 대응책을 찾기로 했다. 다만 이번 BMW 화재사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소급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재명 jmpark@donga.com·구특교·박성진 기자}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버지를 교무부장으로 둔 두 자녀의 성적이 1년 만에 급상승하며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서울시교육청·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방학식에서 A 씨의 두 자녀는 각각 문·이과 1등에게 주는 상을 받았다. 두 자녀는 1년 전만 해도 각각 문·이과에서 121등, 59등이었다. A 씨 자녀의 성적이 급등한 것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A 씨는 지난달 30일 학교 측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이달 10일 학교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렸다. 두 자녀가 급격하게 성적이 오른 건 맞지만 문제는 없다는 취지였다. A 씨는 “두 아이가 수학클리닉 선생님을 소개 받아 성적이 올랐다”며 “두 아이가 하루에 4시간도 못 자고 얻어낸 결과”라고 밝혔다. 특히 A 씨가 교무부장으로서 자녀들이 치른 시험지를 사전에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A 씨는 “해당 시험지를 사전에 확인한 건 맞지만 오픈된 교무실에서 형식적인 오류를 잡기 위해 1분가량 검토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학교 측도 A 씨가 시험지 검토를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업성적 관리지침’에는 부모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재직·재학할 경우 △자녀가 속한 학년의 시험문항 출제 및 검토에서 부모 교사를 배제하고 △부모 교사는 자녀가 속한 학년의 담임이나 교과 담당을 맡지 말도록 한 규정이 있다. 이에 비춰보면 학교 측과 A 씨가 시험문항 검토에서 부모 교사를 배제하도록 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 교사인 부모와 그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제한하는 별도의 법적장치는 없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부모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 배치를 원하지 않으면 진학 희망고교 신청 시 별도 신청을 통해 부모 학교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11일 의혹을 밝혀 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하루 만에 약 4000명이 서명했다. 한 학부모는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냈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협의한 뒤 특별장학(장학관이 파견돼 학교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 또는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학교는 13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에 자체 감사를 요청하거나 변호사,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자체조사위를 통해서라도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이지훈·조유라 기자}
6일 서울 서초구 특별검사 사무실 앞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출석 전부터 혼잡했다. “김경수 파이팅”을 외치는 지지자들과 “김경수 구속하라”를 외치는 보수단체의 함성이 뒤엉켰기 때문. 소나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양측은 김 지사의 소환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앞선 오전 8시 반경부터 특검 사무실 주변으로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김경수를 지키는 사람들’ 회원 50여 명은 응원의 의미로 희망을 상징하는 분홍색 장미꽃을 들고 “김경수 힘내라” 등을 연신 외쳤다. ‘특검을 특검하라’ ‘특검은 피의사실 공표를 멈춰라’ 등의 팻말을 든 지지자들도 보였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세력 50여 명은 “김경수를 구속하라” 등을 큰 소리로 외쳤다. 양측은 서로에게 “욕하지 말라”며 밀치는 등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가 그친 오전 9시 25분경 김 지사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내리자 양측의 구호는 더욱 거세졌다. 김 지사가 30m가량 걸어서 포토라인에 다가서자 지지자들은 들고 있던 장미꽃을 김 지사를 향해 던지며 응원했다. 김 지사는 지지자 쪽으로 얼굴을 돌려 손을 흔들고 주먹을 불끈 쥐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김 지사의 특검 출석은 석 달 전인 5월 4일 경찰 출석 때와는 달랐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경찰 출석 때 동행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대신 허치림(50·사법연수원 33기), 문상식(46·사법연수원 33기), 오영중(49·사법연수원 39기) 등 변호사들이 함께했다. 김 지사는 “저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검도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특검’이 아닌 ‘진실특검’이 돼 달라”고 1분 동안 얘기했다. 김 지사는 특검 사무실 9층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변호인 입회 아래 특검팀의 조사를 받았다. 한편 경남도청 공무원들은 김 지사의 특검 출석을 방송으로 지켜봤다. 김 지사는 6∼9일 여름휴가를 냈다. 한경호 행정부지사는 간부회의에서 “주요 현안 처리에 차질이 없도록 실국원장 중심으로 업무를 잘 챙기라”고 당부했다.구특교 kootg@donga.com / 창원=강정훈 기자}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6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 전 A4 용지 100여 장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댓글 여론 조작 관련 업무방해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질문 분량이 가장 많았다. 이날 조사의 초점은 김 지사가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의 댓글 여론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킹크랩’을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 전에 알고 있었는지에 맞춰졌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김 씨를 포함해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과 댓글 여론 조작 작업을 공모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 지사가 김 씨에게 올 6월 지방선거를 위한 댓글 작업을 요청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7일 새벽까지 이어진 특검팀 조사에서 두 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 특검 “김경수 앞에서 킹크랩 시연” 진술 확보 특검팀이 확보한 경공모의 문서 파일 중 ‘킹크랩’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20161109온라인정보보고.docx’이다. 파일 생성기록을 보면 이 파일은 2016년 11월 9일 작성됐다. 김 씨는 그날 자신이 만든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 2층 강연장에서 김 지사가 보는 가운데 이 파일 내용을 대형 화면에 띄워 놓고 온라인 여론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킹크랩을 설명했다고 특검팀에서 진술했다. 또 경공모 회원인 ‘서유기’ 박모 씨(30·수감 중)는 김 씨의 설명 속도에 맞춰 마우스를 작동시켜 문서 파일 내용을 순서대로 보여줬다고 진술했다. 김 씨가 킹크랩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둘리’ 우모 씨(32·수감 중)에게 휴대전화를 가져오게 한 뒤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게 우 씨의 진술이다. 당시 ‘솔본아르타’ 양모 씨(34·수감 중)는 2층 강연장 유리문 밖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고 특검팀에 진술했다. 이들은 각각 특검팀에서 김 지사가 앉아 있던 위치와 몸짓을 묘사했는데 그 내용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를 비롯해 당시 산채에 있었다고 진술한 경공모 회원들은 김 지사가 이날 오후 8시경 산채에 도착했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카니발을 타고 산채에 왔다가 오후 9시 20분경 떠났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카니발 운전사가 산채 인근 식당에서 김 지사의 신용카드로 저녁식사를 결제한 명세를 확보했다. 또 이날 오후 10시경 김 지사의 카니발 차량이 판교 톨게이트를 지난 기록도 입수했다. ○ 김경수 “지방선거 댓글 요청 안 했다” 김 지사는 이 같은 행적에 대해 6일 오전 9시 반부터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 9층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변호사가 입회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신문은 댓글 여론 조작 의혹 수사 담당인 최득신 특검보와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수사 담당인 방봉혁 수사팀장이 번갈아 했다. 김 지사는 “산채를 세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댓글 여론조작을 공모하지 않았고,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지사가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고 했다’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 김 지사는 “(김 씨가)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시점이 지난해 3월이다. 지방선거까지 1년 3개월이나 남아 있던 시점인데 그런 요청을 했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김 지사로부터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받았다는 김 씨의 진술을 지방선거 댓글 작업의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 지사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아내 성폭력 사건 첫 재판에 출석했다. 김 씨 측은 아내를 때린 혐의만 인정하고, 성폭력 등 나머지 공소사실은 부인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구특교·정성택 기자}

“몇 대 불났다고 BMW 안 타나요? 어제도 520d 차량 팔았어요.” 1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고자동차 시장.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BMW 520d 차량이 요즘도 팔리느냐’고 묻자 중고차 딜러 A 씨가 한 말이다. 소비자들이 BMW 차량 화재 가능성을 걱정하면서도 인기는 여전하다고 한다. 그는 “520d는 젊은층이 ‘보여주기’용으로 가장 선호하는 모델”이라며 “우리 매장에서 520d가 한 달에 평균 8대 정도 팔렸는데 최근에도 한 달 동안 7, 8대 팔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중고자동차 시장에서 만난 딜러 B 씨도 연이은 화재가 판매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520d는 10대가량 매물이 나와 있는데 요즘 판매량이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차량에서 불이 나고 있는데도 BMW 차량이 여전히 잘 팔리는 데에는 중고차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싼 가격에 BMW를 타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동대문에서 일하는 딜러 C 씨는 “화재가 많이 발생한 520d 모델은 중고차 가격이 100만 원 정도 떨어졌다”고 전했다. ‘혹시 BMW 중고차 가격이 많이 떨어졌느냐’는 문의 전화도 많이 온다고 한다. BMW 애호가들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굳건하다. 리콜 대상인 BMW 5GT 차량을 타고 다니는 D 씨(40)는 화재 위험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설마 내 차에서 불이 나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해도 BMW를 포기할 의사는 없다. 그는 “앞으로 차를 교체해도 BMW를 계속 탈 것”이라며 “불이 나서 새 차로 바꿔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외제차를 선호하는 세태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아우디 A3 차량 3000대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A3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우디코리아 측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지만 매장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우디 매장 관계자는 “하루 수천 통의 전화를 받는 것 같다. 부모가 자식에게 차를 사주려고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외제차라는 이유만으로 맹신하는 것은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언제든 화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콜을 하는 것인데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폭염에는 화재 위험이 더 높아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

최근 닷새간 하루에 한 건씩 BMW 승용차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는 BMW코리아가 사전에 차량 결함을 알고도 이를 은폐 및 축소하려 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2일 오전 11시 47분경 강원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104km 지점에서 최모 씨(29·여)가 운전하던 BMW520d 승용차에 불이 났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등이 20여 분 만에 진화했다. 최 씨는 “가속페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갓길에 세웠는데 차 앞부분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고 진술했다. 최 씨와 동승자는 신속히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올해 들어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은 30대에 이른다. 화재는 차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사고 차량은 520d와 같은 디젤 차량(24대)이 대부분이지만 가솔린 차량도 6대가 포함돼 있다. 1일 충남 아산시에서 전소된 BMW의 745i,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사거리에서 불이 난 미니쿠퍼도 가솔린 차량이다. 미니는 BMW가 영국에서 인수한 브랜드로 시중에선 “언제 어느 차에서 불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일 화재 원인 조사와 함께 BMW가 차량 결함을 사전에 알고서도 이를 은폐 및 축소하려거나 늑장 리콜을 한 게 아닌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은폐 및 축소 정황이 발견될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확한 화재 발생 원인과 은폐 여부 등에 대한 정부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0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조사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전문가는 “국토부에 수사권이 없어 BMW코리아의 협조 없이는 사고 원인 조사에 필요한 화재 차량 부품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리콜 등 관련 규정을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강성휘 yolo@donga.com / 원주=이인모 / 구특교 기자}

여름 휴가철을 맞아 비어 있는 아파트를 골라서 턴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6~12일 서울의 고급 아파트를 돌며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를 이용해 출입문을 뜯고 10차례에 걸쳐 약 1억3000만 원의 금품을 훔친 정모 씨(38)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부유층이 거주하면서도 방범시설은 허술한 송파, 강남, 용산, 영등포 등에 위치한 아파트를 노렸다. 그는 아파트 주민인 척 얼굴을 가리지 않고 노루발못뽑이는 배드민턴 라켓에 숨긴 채 아파트 출입구를 드나들었다. 현관 앞에 가서는 벨을 몇 번 눌러보고 인기척이 없으면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동종 전과로 수차례 복역한 뒤 올 4월 출소했다. 정 씨가 문을 뜯는 데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집 안에 들어가 현금과 각종 귀금속을 챙겨서 나왔다. 피해자 중에는 예물 반지를 분실한 신혼부부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휴가철을 맞아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는 가급적 현금을 집 안에 보관하지 말고 귀금속 등은 파출소나 지구대에 맡겨 두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늦은 밤 취객을 노린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교대사거리 일대에서 길거리나 버스정류장에 쓰러진 취객의 소지품을 훔친 김모 씨(57)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올 3~6월 7차례에 걸쳐 약 760만 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술에 취한 시민을 부축하는 척하면서 지갑이나 시계, 휴대폰 등을 훔치는 이른바 ‘부축빼기’ 수법을 주로 썼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동종 전과로 출소한 뒤 생활비가 부족하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음을 하면 쉽게 정신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길에 쓰러진 취객을 목격하면 곧바로 112에 신고해 범죄를 예방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찜통더위’가 이어지던 7월 30일 오후 1시 반.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한 떡볶이 가게를 찾아가 ‘오늘 손님이 몇 명이냐’고 물었다. 사장 윤모 씨(53·여)는 손가락 하나를 폈다. 오전 11시에 가게 문을 열었지만 2시간 반 동안 온 손님이 1명뿐이라는 뜻이다. 그마저도 가게 옆 공무원학원에서 공부하는 단골이 “이모가 걱정된다”며 왔다고 한다. 윤 씨는 무더위 때문에 가게 손님은 줄어들고 물가는 오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폭염의 영향으로 떡볶이 재료인 양배추, 깻잎, 대파 모두 20% 이상 비싸졌다. 반면 뜨거운 떡볶이나 어묵을 사먹는 손님은 확 줄어들었다. 그는 “떡볶이를 사먹으면 얼음물을 제공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폭염에 그늘 깊어지는 소상공인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폭염에 서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폭염 물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김대영 씨(46)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의 과일소매점 판매대에는 과일이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햇빛이 너무 강해 과일이 잘 자라지 않아 과일 값이 크게 올랐다. 비슷한 크기의 수박을 지난해보다 5000원 정도 비싼 1만5000원에 팔고 있다고 한다. 안 팔리다 보니 지난해에는 도매상에서 수박을 하루에 40통 가져왔지만 올해는 15통만 가져온다. 김 씨는 “매출이 줄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구제성 씨(45)도 매출이 지난해 여름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구 씨는 “지난해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그늘에서 먹는 모습이 흔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예 사람들이 밖으로 안 나와서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이경태 씨(51)의 매출도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더위 때문에 전통시장이 아닌 인근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이 늘어서다. 반면 생선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얼음 비용은 더 많이 쓴다. 이 씨는 “지난해 여름엔 매일 5포대가량 썼지만 올해는 10포대 이상 쓰는 날도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전기료, 임차료 ‘삼중 폭탄’에 신음 서울 종로구에서 PC방을 10년째 운영하는 손모 씨(62)는 올해가 가장 힘들다. 31일 오전 11시경 방학 기간인데도 전체 컴퓨터 56대 중 10대 앞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대형 에어컨 4대는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누진제 때문에 평소보다 전기료가 40만 원 이상 더 나왔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보통 가게보다 2배가 넘는 냉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에어컨을 끌 수 없다. 손 씨는 “에어컨을 1대만 꺼도 덥다며 손님들이 나가 버린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전기료가 늘고 임차료 부담도 커서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야간에 에어컨을 꺼버리는 고시원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청년들도 있다. 대학생 안모 씨(23)가 살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시원은 전기료를 줄이기 위해 밤에는 환풍구를 통해 나오는 에어컨을 꺼버린다. 창문조차 없는 방에 사는 사람들은 할 수 없이 방문을 열어놓고 자기도 한다. 안 씨는 “밤마다 땀이 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저 참고 자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한유주 인턴기자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찜통 더위’가 이어지던 7월 30일 오후 1시 반.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한 떡볶이 가게를 찾아가 ‘오늘 손님이 몇 명이냐’고 물었다. 사장 윤모 씨(53·여)는 손가락 하나를 폈다. 오전 11시에 가게 문을 열었지만 2시간 반 동안 온 손님이 1명뿐이라는 뜻이다. 그마저도 가게 옆 공무원학원에서 공부하는 단골이 “이모가 걱정된다”며 왔다고 한다. 윤 씨는 무더위 때문에 가게 손님은 줄어들고 물가는 오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폭염의 영향으로 떡볶이 재료인 양배추, 깻잎, 대파 모두 20% 이상 비싸졌다. 반면 뜨거운 떡볶이나 어묵을 사먹는 손님은 확 줄어들었다. 그는 “떡볶이를 사먹으면 얼음물을 제공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폭염에 그늘 깊어지는 소상공인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폭염에 서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폭염 물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김대영 씨(46)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의 과일소매점 판매대에는 과일이 듬성듬성 놓여있었다. 햇빛이 너무 강해 과일이 잘 자라지 않아 과일 값이 크게 올랐다. 비슷한 크기의 수박을 지난해보다 5000원 정도 비싸게 팔고 있다고 한다. 안 팔리다 보니 지난해에는 도매상에서 수박을 하루 40통 가져왔지만 올해는 15통만 가져온다. 김 씨는 “매출이 줄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구제성 씨(45)도 매출이 지난해 여름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구 씨는 “지난해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그늘에서 먹는 모습이 흔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예 사람들이 밖으로 안 나와서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이경태 씨(51)의 매출도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더위 때문에 전통시장이 아닌 인근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이 늘어서다. 반면 생선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얼음비용은 더 많이 쓴다. 이 씨는 “지난해 여름엔 매일 5포대 가량 썼지만 올해는 10포대 이상 쓰는 날도 있다”고 했다. ● 최저임금, 전기료, 임대료 ‘삼중 폭탄’에 신음 서울 종로구에서 PC방을 10년째 운영 중인 손모 씨(62)는 올해가 가장 힘들다. 31일 오전 11시경 방학 기간인데도 전체 56대 컴퓨터 중 10대 앞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4대의 대형 에어컨은 24시간 가동 중이다. 누진세 때문에 평소보다 전기료가 40만 원 이상 더 나왔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보통 가게보다 2배가 넘는 냉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에어컨을 끌 수 없다. 손 씨는 “에어컨 1대만 꺼도 덥다며 손님들이 나가버린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전기료가 늘고 임대료 부담도 커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야간에 에어컨을 꺼버리는 고시원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청년들도 있다. 대학생 안모 씨(23)가 살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시원은 누진세를 줄이기 위해 밤에는 환풍구를 통해 나오는 에어컨을 꺼버린다. 창문조차 없는 방에 사는 사람들은 할 수 없이 방문을 열어놓고 자기도 한다. 안 씨는 “밤마다 땀이 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저 참고 자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한유주 인턴기자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서울의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긴 27일. 밤 12시 무렵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는 KTX에서 내린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택시를 기다리는 60여 명의 승객이 50m 넘게 줄을 서서 부채질을 하거나 휴대용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다. ‘폭염 불금’에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택시는 5분에 1대꼴. 승객들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택시를 불러봤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30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하자 도로변까지 나가는 승객도 보였다. 하지만 택시 운전사들은 목적지를 묻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때 줄을 서 있는 시민들에게 한 남성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저기 택시가 있다. 더운데 왜 여기서 기다리느냐”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캐리어를 든 한 여성이 땀을 닦으며 남성을 따라갔다. 승강장 근처에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에 탑승했다. 이른바 ‘나라시’였다. ○ 폭염 속 택시 안 잡히자 ‘나라시’ 등장 나라시는 ‘택시 등이 손님을 찾아 돌아다닌다’는 뜻인 일본말 ‘나가시’에서 유래한 말로 한국에서는 불법 택시를 가리키는 은어다. 나라시는 주로 금요일과 주말에 활동한다. 늦은 시간 승객이 몰리는 서울역, 강남역, 을지로입구 등이 대표적인 활동 장소다. 최근 계속되는 무더위를 견디지 못한 승객들이 이런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28일 오전 1시경 이모 씨(21)가 경기 평택시로 가는 택시를 잡지 못해 나라시 운전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이 씨는 “12만 원에서 8만 원으로 가격을 깎았지만 부담된다. 더워 죽겠는데 집에 가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도 나라시 택시의 주 고객이다. 국내에서 불법인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로 착각해 먼저 운전자에게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외국인이 “강남, 하우 머치”라고 물어보자 운전자 한 명이 2만 원을 뜻하는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외국인이 “오케이”를 외치며 흰색 카니발 차량에 탑승했다. 승강장 주변에 모인 10여 대의 나라시는 일반 승용차, 렌터카 등 다양했다. 인천공항이라 적힌 용달 화물차량도 눈에 띄었다. 대전에서 올라온 운전자도 있었다. 그는 “대전에서 올라오느라 힘들었다. 오늘 20만 원은 찍고 가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함께 일하는 택시 운전사가 택시 예약 앱을 활용해 장거리 손님의 위치를 파악한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승객들의 위치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면 이른바 ‘터줏대감’이 운전자 간 목적지와 방향을 겹치지 않게 나누고 조율했다. 방향이 맞으면 합승을 시도한다. 합승도 불법이지만 ‘이익 극대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 경찰서 맞은편에서 버젓이 불법 영업 오전 2시 나라시 택시 탑승을 직접 시도해봤다. 터줏대감 A 씨가 가격 흥정을 맡았다. 기자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방향 1만5000원을 제시하자 “그쪽은 같이 갈 사람이 없어 2만 원을 주지 않으면 안 간다”고 했다. 2만 원에 협상을 마친 뒤 A 씨가 알려준 차량에 탑승했다. 운전자는 현금을 요구했다. 휴대전화 앱을 통해 계좌이체를 시켰다. 일부 차량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차량을 세운 뒤 승객이 인출한 돈을 받았다. 불법 운행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나라시는 운전자들의 범죄 경력 조회가 되지 않아 승객이 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합승과 바가지요금 등 각종 불법 행위도 벌어진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 큰길 바로 맞은편에는 경찰서가 있었지만 단속은 없었다. 서울역파출소 관계자는 “승객들의 신고가 거의 없고 단속할 인원은 한정돼 있어 매번 단속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

서울의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긴 27일 밤 12시 경.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는 KTX에서 내린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택시를 기다리는 60여 명의 승객이 50m 넘게 줄을 서서. 부채질을 하거나 휴대용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다. ‘폭염 불금’에 택시잡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택시는 5분에 1대꼴. 승객들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택시를 불러봤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30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하자 도로변까지 나가는 승객도 보였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은 목적지를 묻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때 줄을 서 있는 시민들에게 한 남성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저기 택시가 있다. 더운데 왜 여기서 기다리느냐”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캐리어를 든 한 여성이 땀을 닦으며 남성을 따라갔다. 승강장 근처에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에 탑승했다. 일반 차량을 이용해 불법으로 승객을 태우는 이른바 ‘나라시’였다. ● 폭염 속 택시 안 잡히자 ‘나라시’ 등장 나라시는 주로 택시 수요가 많은 금요일과 주말에 활동한다. 늦은 시간 승객이 몰리는 서울역, 강남역, 을지로입구 등이 대표적인 활동 장소다. 최근 계속되는 무더위를 견디지 못한 승객들이 이런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28일 오전 1시경 이모 씨(21)가 경기 평택시로 가는 택시를 잡지 못해 나라시 운전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이 씨는 “12만 원에서 8만 원으로 가격을 깎았지만 부담된다. 더워 죽겠는데 집에 가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도 나라시 택시의 주 고객이다. 국내에서 불법인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로 착각해 먼저 운전자에게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외국인이 “강남, 하우 머치”라고 물어보자 운전자 한 명이 2만 원을 뜻하는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외국인이 “오케이”를 외치며 흰색 카니발 차량에 탑승했다. 승강장 주변에 모인 10여 대의 나라시는 일반 승용차, 렌트카 등 다양했다. 인천공항이라 적힌 용달 화물차량도 눈에 띄었다. 대전에서 올라온 운전자도 있었다. 그는 “대전에서 올라오느라 힘들었다. 오늘 20만 원은 찍고 가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함께 일하는 택시기사가 택시 예약 앱을 활용해 장거리 손님의 위치를 파악해 SNS 단체 대화방에서 승객들의 위치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면 이른바 ‘터줏대감’이 운전자 간 목적지와 방향을 겹치지 않게 나누고 조율했다. 방향이 맞으면 합승을 시도한다. 합승 자체도 불법이지만 ‘이익 극대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 경찰서 맞은편에서 버젓이 불법 영업 오전 2시 본보 기자는 나라시 택시 탑승을 시도했다. 터줏대감 A 씨가 가격 흥정을 맡았다. 기자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방향 1만5000원을 제시하자 “그쪽은 같이 갈 사람이 없어 2만 원을 주지 않으면 안 간다”고 했다. 2만 원에 협상을 마친 뒤 A 씨가 알려준 차량에 탑승했다. 운전자는 곧바로 현금을 요구했다. 휴대폰 앱을 통해 계좌이체를 시켰다. 일부 차량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차량을 세운 뒤 승객이 인출한 돈을 받았다. 불법 운행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한 수법이다. 나라시는 운전자들의 범죄경력조회가 되지 않아 승객이 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합승과 바가지요금 등 각종 불법 행위도 벌어진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 큰길 바로 맞은편에는 경찰서가 있었지만 단속은 없었다. 서울역파출소 관계자는 “승객들의 신고가 거의 없고 단속할 인원은 한정돼 있어 매번 단속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

‘띠리링.’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 도서관 열람실.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갑자기 에어컨이 종료음을 내며 꺼졌다. 더위를 피해 공부하러 온 전모 씨(24·여)가 다시 에어컨 전원을 켰다. 하지만 잠시 뒤 에어컨에서 ‘띠리링’ 소리가 나면서 다시 꺼져버렸다. 알고 보니 추위를 느낀 열람실의 다른 이용자가 스마트폰 리모컨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에 앉은 채 몰래 에어컨을 끈 것이다. 일부 에어컨은 같은 회사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리모컨처럼 쓸 수 있다. 전 씨는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기준이 다르다 보니 요즘 열람실에서 ‘띠리링’ 소리가 자주 들린다”며 “안 그래도 더운데 정신 사납고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학교, 카페, 오피스텔 등 곳곳에서 ‘폭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사장 오모 씨(57·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에 이어 전기료를 아끼려고 카페에 머무는 ‘카페 난민’까지 등장한 것. 문제는 여러 명이 와서 커피를 한두 잔만 주문하거나 아예 주문을 하지 않고 더위만 식히고 나가는 손님들이 적잖다는 점이다. 가게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함부로 손님에게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오 씨는 조만간 카페 입구에 ‘1인 1잔 주문’ 문구를 붙일 생각이다. 오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올라 감당하기 힘든데 회전율까지 떨어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과 원룸 등에서는 ‘담배 전쟁’이 벌어졌다. 26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는 ‘제발 집에서 흡연을 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이 붙어 있었다. 덥다는 이유로 야외의 지정된 흡연 장소에 가지 않고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거주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주민들은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담배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 피해를 호소한다. 이 오피스텔 경비원은 “담배 민원이 속출하는데 어느 집 거주자가 ‘범인’인지 알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에 복도에 내놓은 쓰레기들이 쉽게 썩어 벌레가 늘고 냄새가 퍼지면서 ‘쓰레기 악취’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전문가는 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만큼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폭염 때문에 감정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증상”이라며 “대인관계에서 더 많이 배려하고 이해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
고은 시인(85)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57·여)과 해당 기사를 보도한 본보 등을 대상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고 시인은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자신의 성추행 의혹 기사를 보도한 동아일보사와 동아닷컴, 취재기자 2명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또 최 시인과 박진성 시인(40)에게 각 1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본보는 2월 고 시인이 2008년 한 대학 초청 강연회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직접 봤다는 박 시인 등 2명의 증언을 보도했다. 또 고 시인이 1992년 겨울부터 1994년 봄 사이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모습을 최 시인이 직접 봤다는 내용의 기고를 보도했다. 고 시인은 소장에서 두 시인의 폭로를 근거 없는 일부의 낭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 시인은 “싸움을 좋아하지 않지만 내게 싸움을 걸었으니 기꺼이 응해 주겠다. 최영미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 더 많은 증인들이 나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당시 문단 전체가 침묵한 상황에서 최 시인의 폭로가 거짓으로 몰리는 상황이 안타까워 폭로에 동참했다”며 “내가 목격하고 들은 것은 전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40대에 회사에서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 편의점 말고 뭐가 있겠어요?” 24일 오후 3시 반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한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창업설명회를 찾은 김모 씨(40). 그는 14년간 다니던 회사를 나온 뒤 편의점 창업을 알아보고 있다. 편의점 본사 직원이 참석자들을 ‘경영주님’이라고 부르며 설명을 시작했다. 15분 간 해당 편의점의 홍보영상이 상영됐다. 직원은 ‘약 2000만 원만 있으면 곧바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는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카페를 여는데 필요한 초기 비용은 1억 원이 넘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편의점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고 저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하니 (편의점 창업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 인상에도 편의점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상승한 8350원으로 결정되며 편의점 업계는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들은 전국에 수십 개의 지역 영업소를 두고 매일 창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19~25일 열린 편의점 창업설명회에 참가한 ‘예비 창업주’들은 만나보니 대부분 “힘든 건 알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편의점 창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20대 아들과 함께 1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창업설명회장을 찾았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가족 경영’ 형태로 운영하려고 아들과 함께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A 씨는 “인건비 때문에 걱정이 크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싶어 창업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참석자 중 상당수가 실제로 계약을 맺는다”는 본사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다음주 일대일 상담을 약속했다. 이후 다른 편의점 설명회에 가본다며 자리를 떴다. 직장인 정모 씨(30)는 20일 일을 하다 잠시 짬을 내 설명회장을 찾았다. 정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는 만족스럽지 않은 회사 일보다 혼자 편의점을 운영하는 게 쉽다고 생각한다. 정 씨는 “어차피 퇴직하고 시작할 텐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편의점 공화국’…“악순환 끊어야” 반면 편의점을 운영 중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점주 B 씨는 폐업을 고민 중이다. 지난해 개업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B 씨는 “작은 돈을 꾸준히 벌고 싶다는 게 꿈이었는데 산산조각 나버렸다”고 한다. 지난해 개업한 점주 윤모 씨(40)도 마찬가지다. 그만두고 싶어도 인테리어비 등 5000만 원 이상 위약금이 예상돼 4년을 더 버텨야 한다. 윤 씨는 “편의점만큼 쉬워 보이는 게 없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며 “4년을 어떻게 더 버틸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포 수는 4만 개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미 ‘과포화 상태’라고 진단한다. 손쉽게, ‘진입 장벽’이 낮은 점이 ‘편의점 공화국’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다 보니 편의점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는 점주가 버는 돈에서 일정 몫을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가맹점을 많이 유치할수록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리 출점 규제’, ‘자영업 총량제’, ‘폐업 비용 일부 지원’ 등을 실질적인 방안으로 꼽았다.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소상공인은 약 700만 명으로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몰리지 않도록 경제구조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띠리링.’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 도서관 열람실.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갑가지 에어컨이 종료음을 내며 꺼졌다. 더위를 피해 공부하러 온 전모 씨(24·여)가 다시 에어컨 전원을 켰다. 하지만 잠시 뒤 에어컨에서 ‘띠리링’ 소리가 나면서 다시 꺼져버렸다. 알고 보니 추위를 느낀 열람실의 다른 이용자가 스마트폰 리모컨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에 앉은 채 몰래 에어컨을 끈 것이다. 일부 에어컨은 같은 회사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리모컨처럼 쓸 수 있다. 전 씨는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기준이 다르다보니 요즘 열람실에서 ‘띠리링’ 소리가 자주 들린다”며 “안 그래도 더운데 정신 사납고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학교, 카페, 오피스텔 등 곳곳에서 ‘폭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사장 오모 씨(57·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에 이어 전기료를 아끼려고 카페에 머무는 ‘카페 난민’까지 등장한 것. 문제는 여러 명이 와서 커피를 한두 잔만 주문하거나 아예 주문을 하지 않고 더위만 식히고 나가는 손님들이 적잖다는 점이다. 가게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함부로 손님에게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오 씨는 조만간 카페 입구에 ‘1인 1잔 주문’ 문구를 입구에 붙일 생각이다. 오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올라 감당하기 힘든데 회전율까지 떨어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과 원룸 등에서는 ‘담배 전쟁’이 벌어졌다. 26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는 ‘제발 집에서 흡연을 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이 붙어 있었다. 덥다는 이유로 야외의 지정된 흡연 장소에 가지 않고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거주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주민들은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담배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 피해를 호소한다. 이 오피스텔 경비원은 “담배 민원이 속출하는데 어느 집 거주자가 ‘범인’인지 알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에 복도에 내놓은 쓰레기들이 쉽게 썩어 벌레가 늘고 악취가 퍼지면서 ‘쓰레기 악취’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전문가는 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만큼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폭염 때문에 감정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증상”이라며 “대인관계에서 더 많이 배려하고 이해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

장마가 물러가고 가마솥더위가 시작됐다. 16일 전국 최고기온은 37.7도. 서울은 올해 첫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밖에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 때문에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서울 주요 지역에서 측정한 온도는 차량 배기가스, 복사열 등이 겹치며 40도를 훌쩍 넘겼다. 17일에도 무더위가 이어졌다. 본보 취재팀은 폭염과 맞서 싸우는 ‘극한 노동자’ 5명의 일터 속으로 직접 들어가 ‘폭염 전쟁’을 함께 체험했다. 이들은 내리쬐는 햇볕과 작업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1100도’ 열기에 맞서는 주물공장 장인, 가수의 꿈을 위해 인형 탈을 쓴 열여섯 소년, 지하 10m ‘더위 지옥’에서 철근을 나르는 건설 노동자, 휴게실에서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지하철 청소노동자가 주인공들이다.● “가수 꿈 위해…” 인형 탈을 쓰는 열여섯 소년 16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 회색 고양이 인형 탈을 쓴 이건희 군(16)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 군이 더위를 식히려 잠시 인형 탈을 벗자 땀 냄새가 진동했다. 등 뒤 조끼에 달린 아이스 팩 3개가 눈에 띄었다. 더위를 견디기 위해 마련한 임시방책이라고 한다. 이 군의 등은 녹은 얼음물과 땀이 뒤섞여 흥건했다. 이 군에게 양해를 구하고 직접 인형 탈을 체험해봤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온몸이 땀범벅이 됐다. 5kg 무게의 인형 탈을 쓰자 아령을 머리에 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형 탈 내부는 땀에 젖은 털 때문에 답답했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호흡이 가빠지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탈을 벗은 뒤 멍하니 계단에 주저앉았다. 이 군도 얼마 전 이 일을 하다 5분동안 거리에 쓰러진 적이 있다. 무더위 속에 버티다 순간 정신을 잃은 것이다. 다행히 근처 시민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깨어났다. 위험하지만 인형 탈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지 못한다. 매일 4시간씩 주 5일간 일한다. 아이돌 가수의 꿈 때문이다. 그는 한 대형기획사에서 수업을 들으며 춤과 노래를 배운다. 월 수강료는 90만 원. 학교를 자퇴한 이 군은 학원비와 생활비를 손수 벌어야 한다. 편의점이나 카페에서는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그가 미성년자인 탓이다. 시급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인형 탈을 쓰면 현행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 8000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군은 “기획사 수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연습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같은 무더위에도 인형 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땀으로 축축해진 인형 탈을 다시 얼굴에 쓰며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 ‘1100도’ 열기에 맞서 싸우는 주물공장 장인 오후 3시 서울 중구의 7평 남짓한 한 주물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뜨거운 불가마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작은 공장 안에서는 김모 씨(60)가 벌건 쇳물을 바가지로 퍼 올렸다. 그는 1100도가 넘는 쇳물의 열기와 매일 맞서 싸우는 40년 경력의 장인이다. 쇳물을 퍼낼 때 실내 온도는 40도를 넘는다고 한다. 김 씨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열기 속에서 김 씨가 삽으로 흙을 퍼 거푸집을 덮었다. 뿌연 흙먼지가 공장 안을 가득 매웠다. 시야가 흐려지지만 집중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자칫 작은 불순물이라도 용광로에 들어가면 폭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 김 씨의 양 팔에는 화상 자국들이 가득했다. 폭염에 쇳물의 열기까지 그를 괴롭히지만 별다른 방법은 없다. 김 씨는 “에어컨 바람도 소용이 없어 잠시 얼굴을 에어컨 가까이 대고 더위를 식히는 게 전부입니다. 대한민국 산업 역군으로 일해 온 자부심 하나로 이 더위도 버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더위 지옥’ 지하 10m에서 철근 나르는 건설 노동자 오후 1시 반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건설현장에서 강모 씨(40)가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철근 구조물로 가득한 지하로 내려갔다. 그는 무거운 쇳덩이를 나르는 ‘철근공’이다. 햇빛이 닿지 않는 10m 깊이에서 철근을 나른다. 이곳 아래는 바람이 통하지 않아 숨이 턱턱 막힌다. 강 씨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제외하고는 온몸을 천으로 감싼 상태였다. 둥그런 모자와 목토시, 팔토시, 긴 등산 바지, 두꺼운 작업용 안전화로 ‘완전 무장’을 한 것만으로도 더위가 느껴졌다. 이 때문에 이 현장에는 제빙기를 설치해두고 포도당 알약을 배치해둔다. 폭염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 탈진 증상을 보이는 노동자들이 많아서다. 이날은 이미 두 통의 포도당 알약 통이 텅텅 비어 있었다. 건설 현장의 한 관리자는 “오늘처럼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은 일하는 분들이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 휴게실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지하철 청소노동자 일할 때는 물론 쉴 때도 더위와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 송모 씨(55·여)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지하철역에서 쓰레기를 치운다. 장갑과 안전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쉴 틈 없이 1시간 반을 돌아다니며 청소한다. 유동인구가 많아 20분이면 쓰레기통이 가득 찬다. 송 씨는 머리에 손수건도 매고 있었다. 그는 “수건으로 머리를 안 싸매면 땀이 눈으로 흘려 내려가 너무 따가워진다”고 말했다. ‘테이크아웃 커피’가 일상화되며 쓰레기통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처리하는 일이 가장 고되다. 커피가 든 일회용 컵을 버리는 시민들이 많아서다. 송 씨는 일회용 컵을 하나하나 분리해 남은 커피를 양동이에 부어 담았다. 어느새 양동이 두 바가지가 커피로 가득 찼다. 쉬는 시간에도 더위와의 사투는 계속된다. 지하 1층 휴게실에는 6명의 청소노동자가 앉아 있었지만 선풍기 한 대가 전부다. 지하 공간이라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 휴게실 양 옆에는 남녀 화장실이 있어 오물 냄새까지 안으로 들어오는 악조건이다. 지하철 정규직 직원 샤워실이 있지만 눈치가 보여 사용을 하는 것도 어렵다. 송 씨는 “선풍기 한 대로는 역부족이라 아예 콘센트를 뽑아 놓아두는 경우가 많다. 쉴 때만이라도 땀을 식히며 제대로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

불법 유통되는 ‘짝퉁’ 휴대용 선풍기(사진)의 배터리가 폭발하는 등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 속에서 ‘여름철 필수품’으로 애용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행정안전부는 휴대용 선풍기와 관련된 안전사고가 지난해 33건이 접수돼 2016년(4건)의 8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주요 사고 원인으로는 배터리 폭발이나 화재, 과열 등이 5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산 짝퉁 제품’의 폭발 위험률이 높았다.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미인증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박진영 전기안전연구원 안전연구부 연구원은 “중국에서 유통된 값싼 미인증 제품은 보호 회로장치가 갖춰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경기 파주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중국산 휴대용 선풍기의 배터리가 폭발해 학생 13명이 화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휴대용 선풍기 폭발 사고를 막기 위해 예방책을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무작정 구입할 게 아니라 KC마크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서정남 책임연구원은 “물에 젖으면 과열돼 폭발 위험성이 커지므로 비 오는 날에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수행비서 김지은 씨(33) 측이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54)와 전현직 비서 등이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을 반박했다. “안 전 지사 측이 김 씨의 이미지를 왜곡하는 ‘김지은 이미지 메이킹’에 나섰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 김 씨를 돕고 있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13일 재판이 끝난 뒤 입장문을 내고 “피고인 측 증인 7명 모두 김 씨를 거짓말하는 사람, 안희정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몰고 갔다”며 “피해자에 대한 비방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전성협은 “김 씨가 ‘귀여운 척’ ‘홍조를 띠고’ ‘남자 이야기를 했다’는 등 가상의 김 씨 (이미지) 만들기 프로젝트를 했다”며 “증언을 미리 ‘예고’하고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등의 수법은 위기에 처한 정치인이 전형적으로 하는 수사”라고 주장했다. 전성협은 “김 씨가 부부 침실에 새벽에 침입해 깜짝 놀랐다”는 이른바 ‘상화원 리조트 사건’에 대한 민 씨의 증언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성협은 “민 씨가 상화원 사건 이후에도 김 씨에게 홍삼을 보내고 스스럼없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상화원 사건 뒤인 지난해 12월까지도 김 씨가 수행비서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에도 (민 씨가) 김 씨를 의심했다면 위와 같은 일이 어떻게 가능했겠느냐”고 반박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