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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재차 강조하며 사실상의 대선 메시지를 제시한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반도체 특별법에 포함할지를 두고 당내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가 연설에서 이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성장 우선’ 키워드를 앞세운 데 대해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오면서 이 대표의 중도 확장 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성장 우선 기조에 맞춰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친(親)기업 등 경제 법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반도체법 당내 반발에 ‘성장 우선’ 잡음9일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주제는 ‘회복과 성장’”이라며 “인공지능(AI), 바이오, K컬처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및 육성 정책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정 4자 회담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반도체 특별법상 주 52시간 예외에 대한 입장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52시간제는 정치적으로 밀어붙일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주 52시간 문제는 우선 제외하고 반도체 특별법 논의를 하자는 게 당내 중론인 것으로 전해졌다.민주당 내에선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이 대표의 친기업 행보에 대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당의 전통적 노동 정책을 지켜야 한다는 운동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6일 “이렇게 갈등이 심한 사안을 일거에 처리할 순 없다”며 52시간 특례 조항 제외를 강조했다. 이인영 의원도 “민주당의 노동 정책이 윤석열의 정책과 똑같아서야 되겠느냐”며 “단순한 우클릭, 기계적 중도 확장은 오답”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주 52시간 예외 등 기업 요구를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던 이 대표가 지나치게 깊게 발을 들여 이도 저도 못 하는 형국이 됐다”고 했다.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우클릭’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민주당이 ‘삼성전자급 기업 6개를 만들겠다’는 것에 대해 “주 52시간에 묶여 있는데 삼성전자 6개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했다.● 친명계도 ‘성장 우선’ 법안 잇달아 발의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우클릭에 발 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2일 ‘흑묘백묘론’을 언급하며 성장 우선 노선을 공식화한 뒤로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정일영 의원은 6일 AI와 미래형 운송수단,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해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국가전략기술로 반도체, 이차전지 등 7개 분야 기술을 지정하고 있는데, 이를 10개 분야로 늘려 법인세를 공제해 준다는 것. 윤석열 정부 초기였던 2022년 민주당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에 대해 ‘부자 감세’를 이유로 들며 대기업 혜택을 줄이고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이연희 의원은 2차전지 필수재인 리튬, 흑연 등과 관련해 해외에 투자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김주영 의원은 자녀 소득공제 나이 제한을 현행 ‘만 20세 이하’에서 ‘만 23세 이하’로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놨으며, 윤후덕 의원은 10년 미만 중소기업 재직 근로자에게 근속 연수에 따라 소득세의 5~15%를 감면하는 조특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대왕고래 유망구조’가 1차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자 야당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프로젝트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6일 민주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던 결과”라며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정한 연구 및 검증, 그리고 과학적 데이터를 수반한 국민 설득 작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불통과 무능, 협작은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운운하며 꿈속을 헤매던 정부는 아무런 자료도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경과 및 시추 추진의 과학적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달 그림자를 쫓았던 것은 윤석열”이라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뚫겠다’던 호언장담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고, ‘2260조 원 가치’라는 숫자 놀음은 국민을 우롱한 잔인한 희망고문이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4·10총선에서 심판받은 윤석열이 호들갑을 떨 때부터 알아봤다. 내용을 뜯어보면 정부가 탐사 시추를 승인했다 정도였을 뿐”이라고 했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민의힘은 이날 시추 실패와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3일 “대왕고래에 이어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서 최대 51억7000만 배럴의 가스·석유가 더 매장돼 있다는 용역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며 “향후 추경 등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구시키고 본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판단이 따로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입장을 낼 수는 없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대왕고래 유망구조’가 1차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자 야당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프로젝트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6일 민주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던 결과”라며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정한 연구 및 검증, 그리고 과학적 데이터를 수반한 국민 설득 작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불통과 무능, 협작은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이들은 정부가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와 주고받은 자료를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운운하며 꿈 속을 헤매던 정부는 아무런 자료도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경과 및 시추 추진의 과학적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달 그림자를 쫓았던 것은 윤석열”이라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뚫겠다’던 호언장담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고, ‘2260조 원 가치’라는 숫자 놀음은 국민을 우롱한 잔인한 희망고문이었다”고 했다.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났다”며 “4·10 총선에서 심판받은 윤석열이 호들갑을 떨 때부터 알아봤다. 내용을 뜯어보면 정부가 탐사시추를 승인했다 정도였을 뿐”이라고 했다.최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민의힘은 이날 시추 실패와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3일 “대왕고래에 이어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서 최대 51억7000만 배럴의 가스·석유가 더 매장돼 있다는 용역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며 “향후 추경 등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구시키고 본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판단이 따로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입장을 낼 수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역시 시추 실패와 관련해 이날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탄핵 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뒤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를 두고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사태를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내란 피고인이 내란 사태를 장난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며 “무슨 달 그림자니, 아무 일도 없었다느니 이런 식으로 ‘한여름 밤의 꿈’ 정도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명한 건 이들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완벽히 파괴하고 군정에 의한 영구 집권을 획책했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인권은 파괴됐을 것이고, 이 나라 경제는 폭망했을 것이고, 군인들이 통치하는 후진국으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한준호 최고위원도 ‘호수 위 달 그림자’ 발언에 대해 “이런 걸 두고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표현한다”며 “비상계엄 당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국민들이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면 천벌을 받아 마땅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최고위원은 또 “문득 윤석열이 계엄 당시 유혈사태나 인명사고가 있었냐고 반문했던 일이 떠오른다”며 “그런 참혹한 상황까지 시나리오에 써놨는데 무위에 그쳤기 때문에 없던 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 기물이 무참히 깨지고, 국회의원들이 담장을 넘다 부상을 입고, 국민들이 국가적 폭력 앞에 서 있었던 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인원을 빼내라고 한 시점에 ‘요원’들은 (국회) 안에 있지 않았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두 번째 청문회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명확하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지시했다”며 ‘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는 것이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계엄 당일 국회를 마비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연일 부인하는 가운데 이날 청문회에선 이를 부정하는 증언들이 이어졌다.● 국회 계엄 해제 의결 2시간 뒤 군 철수 지시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 등이)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맞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질문에 “대통령이 나한테 직접 비화폰으로 전화해 ‘아직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의원’이냐 ‘요원’이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진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인원을 빼내라고 했던 시점에는 (요원 등) 병력들이 (국회) 본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요원이 아닌 의원이 맞다는 취지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게 아니라 요원들을 빼라고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계엄 해제 의결 후 바로 군 철수를 지시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반박하는 증언도 나왔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의 군 철수 지시 시간을 묻는 질문에 “(12월 4일) 오전 2시 50분에서 3시 사이”라고 했다. 국회의 의결 해제 시간인 오전 1시보다 두 시간가량 늦게 철수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 곽 전 사령관은 ‘철수 지시’를 받지 않았으며 스스로 판단해 철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비화폰으로 ‘어떻게 하냐’라고 물어봐서 ‘국회, 선관위,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에서의 임무를 중지하고 철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질서 유지를 위해 군을 투입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제가 비상계엄 상황이 발생하기 전이나 중간에도 누구로부터 ‘질서를 유지하라’, ‘시민을 보호하라’, ‘경고용이다’라는 말은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尹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에 소방청장 “그렇게 기억” 이날 청문회에선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윤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받았느냐’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함께 출석한 허석곤 소방청장은 ‘이상민 증인이 경찰이 (단전·단수를) 요청하면 소방청에서 적의 조치하라고 말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공개된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찰력을 동원해 언론사 5곳을 봉쇄한 뒤 단전·단수 조치를 하라’고 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계엄 당일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비상입법기구 창설 등 윤 대통령의 계엄 지시 사항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F4 회의에서) 예비비 확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로 (비상입법기구 창설 목적) 예비비를 마련할 수 있느냐’는 민주당 민병덕 의원 질문에 이 총재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묻는 질문엔 “아직 (분석이) 진행 중”이라며 “상당한 대미지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인원을 빼내라고 한 시점에 ‘요원’들은 (국회) 안에 있지 않았다.”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두 번째 청문회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명확하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지시했다”며 ‘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는 것이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윤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계엄 당일 국회를 마비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연일 부인하는 가운데 이날 청문회에선 이를 부정하는 증언들이 이어졌다.● 국회 계엄 해제 의결 2시간 뒤 군 철수 지시곽 전 사령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 등이)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맞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질문에 “대통령이 나한테 직접 비화폰으로 전화해 ‘아직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의원’이냐 ‘요원’이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진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인원을 빼내라고 했던 시점에는 (요원 등) 병력들이 (국회) 본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요원이 아닌 의원이 맞다는 취지다.앞서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게 아니라 요원들을 빼라고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이날 청문회에선 ‘계엄 해제 의결 후 바로 군 철수를 지시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반박하는 증언도 나왔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의 군 철수 지시 시간을 묻는 질문에 “(12월 4일) 오전 2시 50분에서 3시 사이”라고 했다. 국회의 의결 해제 시간인 오전 1시보다 두 시간가량 늦게 철수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곽 전 사령관은 ‘철수 지시’를 받지 않았으며 스스로 판단해 철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비화폰으로 ‘어떻게 하냐’라고 물어봐서 ‘국회, 선관위,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에서의 임무를 중지하고 철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윤 대통령 측이 ‘질서 유지를 위해 군을 투입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제가 비상계엄 상황이 발생하기 전이나 중간에도 누구로부터 ‘질서를 유지하라’, ‘시민을 보호하라’, ‘경고용이다’라는 말은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尹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에 소방청장 “그렇게 기억”이날 청문회에선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윤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받았느냐’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함께 출석한 허석곤 소방청장은 ‘이상민 증인이 경찰이 (단전·단수를) 요청하면 소방청에서 적의 조치하라고 말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공개된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찰력을 동원해 언론사 5곳을 봉쇄한 뒤 단전·단수 조치를 하라’고 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계엄 당일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비상입법기구 창설 등 윤 대통령의 계엄 지시사항이 논의됐는냐는 질문에 “(F4 회의에서) 예비비 확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로 (비상입법기구 창설 목적) 예비비를 마련할 수 있느냐’는 민주당 민병덕 의원 질문에 이 총재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묻는 질문엔 “아직 (분석이) 진행 중”이라며 “상당한 데미지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고소득 반도체 연구진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구체적인 소득 기준을 제시하며 반도체 연구진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3일 민주당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를 주재하며 “1억3000만 원이나 1억5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그리고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고 하는 의견에 저도 많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하는 고소득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제 유연 적용 제도를 신설하는 방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에 대해 정부가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산업계와 노동계는 이 법에 반도체 연구진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두고 충돌해 왔다.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당내 의견을 추가 수렴해 반도체특별법 관련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은 필수불가결하다”며 “민생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국정협의회에서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반도체 토론회 연 이재명 “‘몰아서 일하기 왜 안되냐’에 할말 없더라”반도체 주52시간 예외 적용에 공감민주당, 구체적 소득기준 등 마련… 이르면 이달내 공식 입장 밝힐듯업계 “소득 기준 적용 신중 검토를”… 노조 “근로기준법 사실상 무력화”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의 제한적인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한 당내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발의한 반도체 업계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특례 적용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이 대표가 반도체 연구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에 전향적 입장을 보인 데 대해 반도체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소득을 기준으로 예외를 적용할 경우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 조건 최저 기준을 법정화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李,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공감이 대표는 반도체 특별법상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여부를 두고 업계는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이견이 이어지자 이날 직접 토론회를 주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상 근로시간 특례 조항은 노사 간 합의 시 주 52시간을 넘어선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는 반도체 특별법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조항을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을 반도체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예외 조항을 도입하더라도 반도체 특별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나도) 할 말이 없더라”라고 했다. 그는 “내가 보기엔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도) 나름 합리성이 있고, 불필요한 쪽은 이 제도를 안 쓰면 된다”며 “악용 소지가 있으면 그걸 봉쇄하면 되고, 구더기가 생기면 구더기를 제거하면 되지 장 담그지 말자는 건 원치 않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그는 이날 ‘1억3000만 원’ 등 근로시간 예외 적용 대상의 구체적인 연 소득 기준도 제시했다. 다만 당 관계자는 “미국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적용하는 기준(연 10만7432달러)을 환산해 한화로 예를 든 것”이라며 “아직 당내에서 구체적인 소득 기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민주당은 당내 논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내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에서는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나 재량근로제를 확대해 노동부 장관 고시로 시행하는 방안과 반도체 특별법상에 이 대표가 예로 든 고소득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는 엇갈린 반응이날 토론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노사 관계자 및 노동법 전문가 등도 참석해 직접 찬반 입장을 밝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중국 ‘딥시크’ 사태를 보면 미국 인공지능(AI) 업체들은 72시간에서 100시간 범위 내에서 자사 엔진과 (딥시크를) 비교해서 분석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52시간제와 같은 경직성에 따르게 되면 그대로 손해를 입게 된다”고 했다.반면 노동계 인사들은 “주 52시간 예외 규정이 전반적인 근로시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은 “기업 경쟁력을 노동자의 근로시간 탓으로 돌리는 것이 문제”라며 “장시간 노동이 아닌 숙련된 인력 확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반도체 업계에서는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주 52시간 적용의 예외를 두자는 ‘조건부 적용’ 주장과 관련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해외 기준을 참고해 고민하는 것은 좋으나 산업계에서 바라는 방향은 연봉에 차등을 두지 않고 주 52시간 적용의 예외를 두는 것”이라며 “연봉 1억 원이 되지 않는 주니어급 연구개발 인력도 많기 때문에 고소득 개발자만 예외로 할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와 국민의힘은 4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특례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일본과의 관계를 더 심화하고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지속하는 데 이의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2023년 한미일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선언 합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 “친일 행위” “국방 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것에서 물러선 것. 이 대표는 또 지난해 총선 당시 논란이 됐던 “중국에도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발언에 대해선 “실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자 한미동맹 강화 원칙을 밝힌 데 이어 한일·한중 관계 방향 등 외교안보 공약의 밑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일본에 “관계 개선 의향” 메시지 전달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공개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와 한일·한미일 협력, 한중 관계에 대한 원칙을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 가능성이 있는 이재명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이 대표를 “분열적인(divisive) 진보 리더”라며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그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며 이는 한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에 대해 “한국의 강력한 군대, 미국과의 동맹,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이미 북한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군사적으로 충분히 강하다”며 “이제 필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소통과 관여”라고 했다. 한일·한미일 협력에 대해선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이라고 강조하며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은 만큼 일본의 국방력 강화가 남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일본을 방문한 뒤 일본인의 근면함과 성실함, 예의에 충격을 받았다. 결국 정치로 인해 관계가 왜곡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측은 최근 일본 정부에 추후 양국 관계 개선 의향을 밝히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 유세 도중 정부의 대중 외교 기조를 비판하며 했던 이른바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발언에 대해서는 “한국이 실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는 의미일 뿐, 국익을 해칠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李 측 “국제정세 변화 따른 것” 이 대표의 한미일 협력에 대한 입장은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다. 이 대표는 2022년 한미일 해상합동 훈련에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라고 했으며 2023년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합의 때는 “일본과의 군사동맹의 문을 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측 외교 분야 핵심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미중 대립이라는 우리 주변의 정세를 보면 그 흐름으로 가는 게 대세”라며 “지금 하고 있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포함해 (한미일 공조)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동맹이 아니라 파트너”라며 한미동맹을 한중 관계보다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등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변화라는 것. 일각에선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지지율 정체 속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비판이 커지자 약점으로 꼽히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도 확장을 위한 전략적인 변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카멜레온 정치”라고 주장했고, 같은 당 소속인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 대표는 왜 갑자기 토착왜구가 됐냐”고 비판했다.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인터뷰 자체는 트럼프 2기 출범 시기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발언”이라면서도 “지지율 답보 등 국내 정치 상황과도 엮여 있는 만큼 향후 이 대표의 외교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해병대를 독립해 육군, 해군, 공군과 함께 ‘준4군 체제’로 군을 개편하자고 주장하는 등 국방 정책 기조도 내놨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일본과의 관계를 더 심화하고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지속하는 데 이의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2023년 한미일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선언 합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한미일 군사 훈련에 대해 “친일 행위” “국방 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것에서 물러선 것.이 대표는 또 지난해 총선 당시 논란이 됐던 “중국에도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발언에 대해선 “실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자 한미동맹 강화 원칙을 밝힌 데 이어 한일·한중 관계 방향 등 외교안보 공약의 밑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일본에 “관계개선 의향” 메시지 전달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공개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와 한일·한미일 협력, 한중 관계에 대한 원칙을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 가능성이 있는 이재명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이 대표를 “분열적인(divisive) 진보 리더”라며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그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며 이는 한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에 대해 “한국의 강력한 군대, 미국과의 동맹,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이미 북한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군사적으로 충분히 강하다”며 “이제 필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소통과 관여”라고 했다.한일·한미일 협력에 대해선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이라고 강조하며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은 만큼 일본의 국방력 강화가 남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일본을 방문한 뒤 일본인의 근면함과 성실함, 예의에 충격을 받았다. 결국 정치로 인해 관계가 왜곡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대표 측은 최근 일본 정부에 추후 양국 관계 개선 의향을 밝히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 유세 도중 정부의 대중 외교 기조를 비판하며 했던 이른바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발언에 대해서는 “한국이 실용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는 의미일 뿐, 국익을 해칠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李 측 “국제정세 변화 따른 것”이 대표의 한미일 협력에 대한 입장은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다. 이 대표는 2022년 한미일 해상합동 훈련에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라고 했으며 2023년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합의 때는 “일본과의 군사동맹의 문을 연 것”이라고 비판했다.이 대표 측 외교 분야 핵심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미중 대립이라는 우리 주변의 정세를 보면 그 흐름으로 가는 게 대세”라며 “지금 하고 있는 한미일 군사 협력을 포함해 (한미일 공조)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동맹이 아니라 파트너”라며 한미동맹을 한중관계보다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등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변화라는 것.일각에선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지지율 정체 속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비판이 커지자 약점으로 꼽히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도 확장을 위한 전략적인 변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카멜레온 정치”라고 주장했고, 같은 당 소속인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 대표는 왜 갑자기 토착왜구가 됐냐”고 비판했다.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인터뷰 자체는 트럼프 2기 출범 시기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발언”이라면서도 “지지율 답보 등 국내 정치 상황과도 엮여 있는 만큼 향후 이 대표의 외교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한편 이 대표는 이날 해병대를 독립해 육군, 해군, 공군과 함께 ‘준4군 체제’로 군을 개편하자고 주장하는 등 국방 정책 기조도 내놨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영올드’의 부상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도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일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유동화(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을 마치고 유동화 여력이 되는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360만 건 정도”라며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적고 부동산과 종신보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도 주택연금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이 완료됐으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3억 원이고 50%를 연금으로 받기로 할 경우 1억5000만 원을 연금으로 다달이 수령하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사망 시 유족이 받는 식이다. 정부는 또 세제 혜택이 풍부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연금 계좌에 ‘의료 저축 계좌’의 기능도 부여한다.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으로 돈을 인출할 때 납입한도를 복원해주기로 했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들을 위해 미리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이 대상으로 보험성 자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법령 개정을 거쳐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추가하면서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의 세부사항을 계획해 놓을 수 있다. 정모 씨(41)는 3년 전 이혼한 뒤 올해 여덟 살 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최근 은행 상담을 거쳐 3억 원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매년 2000만 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딸의 졸업 이후 한꺼번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정 씨는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안심”이라고 전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귀여운 애완동물도 천수(타고난 수명)를 누리게 해드립니다.’ 지난해 말 방문한 아시아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도쿄 본사에서 받아든 ‘오히토리사마신탁’(1인 가구 신탁) 금융상품 안내서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본 최초로 신탁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양한 고령층 대상 금융 서비스에 더해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상품까지 내놓았다. 금융회사가 노인이 숨질 경우 부고를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유품 정리, 장례까지 책임져 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노트북을 수거해 데이터를 삭제해 주고, 반려동물을 정해진 사람에게 인도해 주는 일까지 도맡는다. 다니구치 요시미쓰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특별이사는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 업체에 맡기려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담보할 수 없다. 은행의 ‘신뢰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며 “해당 상품은 고객 수요가 많아 꾸준히 가입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급부상하면서 고령자들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최첨단 기술, ‘에이징 테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 앞다퉈 신탁 비즈니스로…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아오조라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화에 따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언 신탁과 유산 정리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언서 작성과 보관, 유언 집행까지 은행이 도맡아 해주고 유산 분할 협의서 작성, 상속 재산의 인도까지 아우른다. 평생 일군 재산을 ‘내 뜻대로’ 정확하게 상속되길 원하는 똑똑한 영올드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세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최근 신탁 비즈니스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치매가 발생하면 운용 자금을 병원, 간병,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주는 치매 신탁(후견 지원 신탁), 사망 시 장례비를 준비해 두는 상조 신탁, 손주 등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 행사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상속하거나 증여해 주는 이벤트형 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신탁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영올드를 겨냥한 각종 테크놀로지, 일명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사나’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마트 변기 커버를 개발했다. 변기 커버에 센서를 달아 심박수, 혈중 산소 수치, 심박수 변화도, 화장실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해 클라우드에 자료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자와 케어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국 ‘마이티헬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이와 건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과 영양 계획을 제안해 주고 나섰다.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수 저하, 폐경 관리 등에 대한 전문 강좌도 제공한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손보저팬보험이 만든 요양 사업자 ‘손보케어’는 2019년 ‘퓨처 케어 랩 인 저팬’을 설립하면서 요양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게 돌봄용 입욕 장치. 휠체어에 탄 채로 오르고 내릴 필요 없이 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 2021년 9월 개발해 200여 대를 보급했다. 손보저팬보험 관계자는 “낙상 위험 등을 사전에 감지해 주는 수면 측정기도 1만9000여 대를 도입하는 등 요양 산업에 혁신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리빙’ 시장도 확대 고령 친화적인 주거공간과 돌봄 서비스 등을 결합한 시니어 리빙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시니어 리빙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운동 시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호주의 ‘BUPA(부파)’ 은퇴자 마을에서 만난 린 씨(78)는 “집을 팔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5060세대가 곧 고령층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하우징 수요층이 세분화되며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10년이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국민의힘이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기한 연장 불허 결정에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엉터리 부실수사로 구속기소는 안된다”며 “윤 대통령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회의를 소집한 검찰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라”고 촉구했다.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파출소를 방문해 경찰을 격려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구속기간) 연장이 불허됐으면 서둘러 기소할 게 아니라 신중하게 검찰이 부족하다고 보는 부분에 대해서 불구속으로 수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돼서 석방하는 건데 그게 무슨 옹호이고 동조인가”라며 “민주당의 지지율이 지금 떨어지는 이유도 그런 무리한 주장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밤 입장문을 내 “검찰이 공수처의 엉터리 부실수사 내용을 근거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기소를 결정해서는 안된다”며 윤 대통령 석방을 주장했다. 이어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 모든 혼란을 일으킨데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검찰총장이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맞다”며 “검찰은 공수처의 불법을 치유해 주려고 발버둥 칠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 살아 있음을 결정으로써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소를 촉구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굳이 윤석열의 처리 방향을 두고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공수처 수사의 미비를 핑계로 추가 수사해야 한다며 윤석열을 풀어주려는 속셈인가”라고 지적했다.한 대변인은 이어 “어떤 이유든 윤석열을 석방한다면 대국민 사기”라며 “검찰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멍청한 선택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그는 “거짓말쟁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 검찰”이라며 “이제 윤석열을 위해 다시 한번 구명줄을 내려줄 셈인가. 내란 수괴도 제식구면 지켜주는 것이 검찰의 의리인가”라고 반문했다.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석방을 주장한 데 대해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저질 코미디 같은 궤변”이라며 “반헌법·내란세력들에게 헌법과 법치가 더 이상 조롱 당해서는 안 된다. 수사기관들은 내란세력들의 망상을 발본색원하라”고 했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국민이 심리적 내전 상태인데 정치가 극단적인 자기 입장만 고수하면 실질적인 내전 상태로 갈 수도 있다”며 “정치 보복을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일부에서 ‘내란 세력도 사면할 것이냐’는 얘기가 벌써 나오는데, 그것은 부(不)정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공정 성장’과 ‘탈이념 실용주의’도 강조했다.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성장론’을 제시한 것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 출마선언 같은 기자회견”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개헌에 선 그은 李 “대통령 책무는 통합”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장”을 11번 언급하며 경제성장 필요성과 실용주의 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 탈이념·탈진영의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이틀 연속 인용했다.이 대표는 경제위기 극복 해법으로 민간 기업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인공지능(AI)·바이오 산업 투자 등 신성장동력 창출, 비정상적 지배 경영구조 혁신을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등을 제시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의 핵심은 ‘성장’이라는 선결 과제를 해소해야 ‘분배’도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보통 ‘우파’ 논리로 보일 수 있는데, ‘탈이념’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이 대표는 회견 질의응답에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핵심적인 책무는 통합과 포용”이라며 “우리 사회가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정치 보복은 있어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된다. 그 단어조차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만 이 대표는 “(계엄 사태 관련자들의) 명백한 위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며 “그런 것까지 어떻게 (사면하겠느냐). 그건 부정의 아니겠냐”고 반문했다.이 대표는 최근 여권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에 대해선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개헌 내용에 대해선 지난 대선 때 입장을 설명한 게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에서 여야 합의로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이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지지율 하락에 “겸허히 수용”… 기본사회 공약 재검토이 대표는 ‘여전히 기본소득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정책은 ‘어떤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라며 “대한민국이 너무 많이 부서지고 어려워졌다.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어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이 대표는 최근 당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 뜻으로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항의하고 저항하는 야당, 소위 약자의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강자가 제거된 일종의 갑 위치,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보고, 국민께서 민주당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낮은 자세로 우리 역할을 재정립하고 정책 방향도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명(비이재명)계에서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한 것에 대해선 “(당내) 다양한 목소리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지금의 당 상황을) 일극 체제라고 할지, 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대선 행보를 묻는 말엔 “지금은 내란 사태 극복에 중점을 둬야 할 시기”라며 답을 아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2일 열린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첫 청문회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원 체포나 국가 비상입법기구 설치에 대해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를 반박하는 증언이 잇따른 것. 야당은 “‘나 살자’고 구질구질한 변명으로 목숨 걸고 따른 부하들을 나 몰라라 하는 비겁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비상입법기구 쪽지 부인한 尹 증언 반박김철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 20분부터 11시 10분까지 (대통령실이 아닌)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있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쪽지를 받던 오후 10시 40분경 김 전 장관은 대통령실 밖에 있었던 만큼 국회 비상입법기구 설치 지시를 담은 쪽지를 전달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전날 헌재 변론에서 “(쪽지를 최 권한대행에게) 준 적 없다”며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문건을 만들어 최 권한대행에게 전달한 인물로 김 전 장관을 지목했지만 이날 청문회에선 정반대 증언이 나온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현안질의에서 “내용은 자세히 보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서 실무자가 저에게 준 참고자료”라고 했었다.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외교부 계엄 대응 조치를 담은 쪽지를 윤 대통령에게 직접 받았다고 확인했다. 조 장관은 ‘윤 대통령이 조 장관에게 자리에서 쪽지를 준 것이 맞느냐’는 질의에 “사실이다”라고 답했다.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 대통령이 직접 비상입법기구에 대한 쪽지를 줬느냐는 질의에 “그때 상황이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최 권한대행이 받은 지시서 하단에 쪽번호 8이 적혀 있었다. 합리적으로 보면 최소 앞에 7장이 더 있었다는 것”이라며 “한 총리는 ‘나는 받은 바 없다’고 했는데 남들은 받았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尹 ‘국회의원 체포’ 지시 분명한 사실”이날 청문회에선 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윤 대통령의 전날 헌재 진술에 대한 반박이 나왔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라 이야기한 것은 분명하게 사실”이라고 했다.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도 이날 ‘대통령이 계엄 당일 전화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 질의에 “‘이번에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고 말씀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정치인 체포에 대해 보고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조 원장에게) 정황상 관련된 보고를 드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문회에 출석한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제 명예를 걸고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며 부인했다.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계엄 선포 다음 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과 가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 회동과 관련해 ‘누가 모이자고 했느냐’는 질문에 “이 전 장관”이라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청문회 시작 때 증인 선서도 거부했다.대통령경호처가 2023년 윤 대통령의 ‘생일잔치’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한 추가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게 “2023년도 (경호처) 60주년 행사에 서울지구병원 간호장교를 투입했다”고 지적했다.민주당 소속 국조특위 안규백 위원장은 오전 청문회 중 김 차장에게 “지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한남동 관저에 압수수색을 나갔다. 관저 압수수색 승인권자인 김 차장이 승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 차장은 “영부인도 경호 대상자”라며 압수수색 거부를 시사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자신의 대표 의제인 ‘기본사회’를 제외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배 정책에 가까운 ‘기본사회’ 공약 대신 성장에 방점을 찍은 새로운 경제 공약을 앞세우겠다는 것. 최근 지지율 하락세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도층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민생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사회’ 대신 성장 공약 복수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기본사회 공약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 이후 경제 안정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기본사회론은 차기 주요 대선 의제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기본소득, 기본주택, 대학 무상교육 등 기본사회 5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도 이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하면서 강령에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 실현’을 반영하는 등 ‘기본사회’를 핵심 정책으로 전면에 내걸었다. 이 대표 측 정책 분야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장기 저성장 기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제는 경제 성장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사회론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정책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의원도 “이번 대선에서 기본사회 의제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 대표가 특정 정책 이슈로 묶이기보다는 경제 살리기 메시지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재명표 ‘기본사회’ 개념을 만든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역시 최근 성장 전략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16일 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성장도 민주당” 구호를 제안했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가 흔들리고 있는데 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급선무”라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기본사회론을 전면으로 내세우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이 대표 측 일각에서는 기본사회 공약은 용어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기본사회라는 말에 대해 아무래도 대중의 오해가 있지 않냐”며 “단어가 주는 따뜻한 의미를 감안해 포용성장이나 포용사회라는 용어도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백묘흑묘론 꺼낸 李… 비명계 잇따라 회동 이 대표도 22일 최고위원회에서 “경제, 민주주의, 국제 신뢰, 국격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성장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당 대표실 백드롭(배경 현수막)에 쓰인 ‘회복과 성장, 다시 大한민국’이라는 구호가 윤 대통령실 벽에 걸린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구호와 겹친다는 논란에 대해 “쥐만 잘 잡으면 됐지 그게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무슨 상관인가”라고 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인용하며 “탈이념, 탈진영의 실용주의로 완전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이 대표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 외교에 이어 경제에서도 정책 기조를 전환한 것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 대표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꿈틀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도층 공략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것. 이런 가운데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원외 모임 초일회는 다음 달 9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과 모임을 갖는다. 또 23일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든 정책연구소 ‘일곱번째나라 LAB’ 창립기념 심포지엄에는 정 전 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비명계 대선 잠룡들이 참석할 예정이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2일 열린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첫 청문회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원 체포나 국가 비상입법기구 설치에 대해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를 반박하는 증언이 잇따른 것. 야당은 “‘나 살자’고 구질구질한 변명으로 목숨걸고 따른 부하들을 나몰라라 하는 비겁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비상입법기구 쪽지 부인한 尹 증언 반박김철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20분부터 11시 10분까지 (대통령실이 아닌)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있었느냐”는 민주당 박선원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최 권한대행이 쪽지를 받던 오후 10시 40분경 김 전 장관은 대통령실 밖에 있었던 만큼 국회 비상입법기구 설치 지시를 담은 쪽지를 전달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전날 헌재 변론에서 “(쪽지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 없다”며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문건을 만들어 최 권한대행에게 전달한 인물로 김 전 장관을 지목했지만 이날 청문회에선 정반대 증언이 나온 것이다.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비상계엄 당일 외교부 계엄 대응 조치를 담은 쪽지를 윤 대통령에게 직접 받았다고 확인했다. 조 장관은 ‘당시 윤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 김용현 이상민 전 장관, 박성재 장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윤 대통령이 조 장관에게 자리에서 쪽지를 준 것이 맞느냐’는 질의에 “사실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직접 비상입법기구에 대한 쪽지를 줬느냐는 질의에 “그때 상황이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尹 ‘국회의원 체포’ 지시 분명한 사실”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윤 대통령의 전날 헌재 진술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라 이야기한 것은 분명하게 사실”이라고 했다. 홍 전 차장도 “대통령이 계엄 당일 전화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 질의에 “‘이번에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고 말씀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그 때 목적어가 없어서 누구를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한 뒤 정치인 체포 지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홍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정치인 체포에 대해 보고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조 원장에게) 정황상 관련된 보고를 드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문회에 출석한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제 명예를 걸고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부인했다.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계엄 선포 다음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과 삼청동 대통령 안가 회동과 관련해 ‘누가 모이자고 했느냐’는 질문에 “이 전 장관”이라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청문회 시작 때 증인 선서도 거부했다.대통령 경호처가 2023년 윤 대통령의 ‘생일잔치’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한 추가 의혹제기도 이어졌다. 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게 “2023년도 (경호처) 60주년 행사에 서울지구병원 간호장교를 투입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여경까지 불렀다는 제보가 있다. 30만 원을 줬다고 한다. 기쁨조냐”라고 했다. 이에 김 차장은 “이렇게 비난 받을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항변했다. 민주당 소속 국조특위 안규백 위원장은 오전 청문회 중 김 차장에게 “지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한남동 관저에 압수수색을 나갔다. 관저 압수수색 승인권자인 김 차장이 승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 차장은 “영부인도 경호 대상자”라며 압수수색 거부를 시사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자신의 대표 의제인 ‘기본사회’를 제외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배 정책에 가까운 ‘기본사회’ 공약 대신 성장에 방점을 찍은 새로운 경제 공약을 앞세우겠다는 것. 최근 지지율 하락세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도층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민생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사회’ 대신 성장 공약복수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기본사회 공약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 이후 경제 안정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기본사회론은 차기 주요 대선 의제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기본소득, 기본주택, 대학 무상교육 등 기본사회 5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도 이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하면서 강령에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 실현’을 반영하는 등 ‘기본사회’를 핵심 정책으로 전면에 내걸었다.이 대표 측 정책 분야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장기 저성장 기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제는 경제 성장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사회론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정책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의원도 “이번 대선에서 기본사회 의제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 대표가 특정 정책 이슈로 묶이기보다는 경제 살리기 메시지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라고 했다.이재명표 ‘기본사회’ 개념을 만든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역시 최근 성장 전략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16일 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성장도 민주당” 구호를 제안했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가 흔들리고 있는데 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급선무”라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기본사회론을 전면으로 내세우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이 대표 측 일각에서는 기본사회 공약은 용어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기본사회라는 말에 대해 아무래도 대중의 오해가 있지 않냐”며 “단어가 주는 따뜻한 의미를 감안해 포용성장이나 포용사회라는 용어도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백묘흑묘론 꺼낸 李… 비명계 잇따라 회동이 대표도 22일 최고위원회에서 “경제, 민주주의, 국제 신뢰, 국격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성장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당 대표실 백드롭(배경 현수막)에 쓰인 ‘회복과 성장, 다시 大한민국’이라는 구호가 윤석열 대통령실 벽에 걸린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구호와 겹친다는 논란에 대해 “쥐만 잘 잡으면 됐지 그게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무슨 상관인가”라고 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인용하며 “탈이념, 탈진영의 실용주의로 완전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대표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 외교에 이어 경제에서도 정책 기조를 전환한 것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 대표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꿈틀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도층 공략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런 가운데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원외 모임 초일회는 다음 달 9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과 모임을 갖는다. 또 23일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든 정책연구소 ‘일곱번째나라 LAB’ 창립기념 심포지엄에는 정 전 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비명계 대선 잠룡들이 참석할 예정이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 82명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력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며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발의한다. 결의안에는 이재명 대표도 이름을 올렸다.21일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다시금 한반도에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결의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 또한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동북아시아의 안보는 불안정하고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이 혈맹 수준으로 강화했다”며 “이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시 사실상 러시아의 자동 개입을 의미한다. 그만큼 한반도 안보 환경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과 함께 지지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6·25 참전 한국군, 미군, UN군 헌신과 희생에 대한 경의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기틀이 됐으며, 한반도 평화의 기반, 동북아 안보의 핵심축임을 재확인 △여야를 초월해 한미동맹 강화 지지 및 한반도 평화 위한 지속적 협력 약속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조기 종전 지지 등을 결의했다. 최근 민주당은 ‘한미동맹 강화’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대전환 시대의 막이 오른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새로운 외교·안보와 통상 전략을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미동맹 강화는 줄곧 민주당의 당론이었다”며 “비상시국이라 여러 가지가 제한되지만 앞으로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여러 활동을 국회 차원에서 할 계획”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연금 백만장자인 영올드가 소비의 버팀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고령층은 집 한 채에 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어 소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 피델리티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프랑스도 연금 부자가 적지 않다. 프랑스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는 약 7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 이들 연금 부자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영올드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는다. 상당수 한국의 고령자들이 은퇴 후 소득절벽에 시달리며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령층의 자금난을 반영하듯 대출도 확대되고 있다. 주택 구매를 위해 빌린 돈에 생활비 부족에 따른 대출 수요까지 더해지며 대출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추정한 60대 이상 차주의 대출 잔액 비중은 2021년 말 18.5%에서 지난해 9월 말 20%까지 뛰었다. 이제 올해 1965년생 은퇴를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가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시장에서는 2차 베이비부머의 씀씀이가 살아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부동산의 연금화 등으로 고령층의 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 성향이 단기간 내에 정책으로 쉽게 바꾸기 힘든 만큼 주택연금 제도의 개선 및 활성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자산과 소득, 건강을 갖춘 6070 ‘젊은’ 고령층 ‘영올드(Young Old)’가 소비의 주체로서 선진국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K팝에 열중하고, 순수 학문에 심취하며 더 나아가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축이 된 것이다. 한국도 ‘영올드’가 부상하고 있지만 ‘집 한 채’에 자산이 묶여 소비 주체로 부상하기엔 한계가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2023년 십수 년간 근무했던 콜센터 직장을 떠났다. 이제는 평생 모은 금융 자산과 연금 등 월 33만 엔가량의 실소득을 기반으로 하루를 한국어 공부로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국어학당을 두 번 이상 다니며 틈이 나면 한국 여행에도 나선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 함안을 찾아 전통 문화를,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에서 식도락을 즐겼다. 그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70)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이웃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연금(월 4000달러) 덕에 틈틈이 돈을 모아 여행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올해 9월에는 70세 생일을 맞아 두 아들과 네 명의 손주와 유람선 여행을 계획 중이다.과거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며,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는 강력한 소비 및 사회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충분한 자산을 기반으로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들은 기업에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돈 있는 영올드가 경제의 ‘비밀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령 세대는)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배움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강연자로도 변신 지적 호기심을 자랑하며 배움을 위해서도 투자하고 사회적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도 영올드의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 지하 2층의 한 강의실. 흰머리에, 돋보기를 코 아래로 내려 쓴 수강생 40여 명이 모여 앉아 판서를 노트에 옮겨 적고 있었다. 이날 수업 주제는 천문학. 시간제로 일하며 짬짬이 수업에 나오는 60대부터 100세가 임박한 수강생까지 ‘별의 법칙’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강의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네덜란드 대학 5곳이 운영하는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현재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는 약 7000명의 시니어가 수업을 듣고 있다. 네덜란드 전체로 넓히면 2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오프라인 수강생을 모집한 ‘미술사 코스’가 매주 2시간씩 10회 진행되는데 강좌 가격이 355유로(약 54만 원)로, 전반적으로 수강료가 저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올드들의 등록 열기는 뜨겁다.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피터 그리피스 씨(76)는 은퇴 이후 영국 남동부에 소규모 강의를 다니며 자신의 인생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홍콩 국적기 조종사부터 러시아 석유 재벌, 카자흐스탄 광업 재벌, 벨기에의 한 금융인 등의 개인 파일럿으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영어 교육” 사회적 가치 창출도 2010년 교사로 은퇴한 영국의 제니퍼 윌슨 씨(70)는 2016년부터 은퇴자 학습공동체 ‘U3A’(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 활동에 여념이 없다. 영국 U3A는 회원 수 40만 명 이상, 산하 소규모 그룹만 1000곳이 넘는 대형 노인 커뮤니티다. 윌슨 씨는 “U3A 구성원들이 새로운 노년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데 대해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U3A는 단순 친목단체 이상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000여 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 영국 옥스퍼드대의 지원을 받아 제2차 세계대전의 일상 이야기와 물건을 담은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영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영올드가 출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2023년 기준 3469만 원으로 2020년보다 442만 원 늘었다.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고졸 비율은 2020년 28.4%에서 31.2%로 2.8%포인트 증가했고, 전문대 이상 졸업자도 같은 기간 1.1%포인트 늘어 7.0%로 집계됐다. 하지만 영올드의 등장과 동시에 한국 노인들의 외로움과 빈곤 문제 역시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565만5000가구로, 이 중 213만8000가구(37.8%)가 홀몸노인이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5.8%)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