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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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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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06-14~2025-07-14
여행50%
문화 일반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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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협곡… 삼국이 각축전을 벌였던 연천의 가을[전승훈의 아트로드]

    경기도 북부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연천은 용암이 만들어낸 주상절리와 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또한 삼국시대부터 치열했던 세력다툼의 각축장이 됐던 곳이다. 고구려는 임진강 변에 호로고루, 당포성, 은대리성 등 10여 개의 성을 쌓았고,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릉도 연천에 있다. 임진강변 주상절리 절벽 위에 세워진 고구려성 주변엔 가을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만발했다. 가족과 함께 서울 근교 나들이에 맞춤이다.●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재인폭포한탄강(漢灘江)은 한반도의 중서부 화산지대를 관류하는 강이다.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을 거쳐 경기 연천군 전곡읍과 미산면 사이에서 임진강을 만난다. 과거 이 지역에 화산활동이 일어나 용암이 흘러 한탄강 일대에는 수많은 협곡과 절벽이 형성됐다.한탄강 하류인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재인폭포는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 지질공원 내에 있는 대표적인 폭포다. 제주 천지연 폭포처럼 높은 절벽 위에서 쏟아지는 물이 그야말로 장쾌하다. 검은빛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깊은 소(沼)와 에머랄드빛 폭포수가 어우러져 아늑하고 신비한 느낌을 준다. 포천에 있는 비둘기낭 폭포가 비둘기 둥지처럼 아늑하다면, 연천 재인폭포는 18.5m 높이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절벽의 주상절 리가 그야말로 쭉쭉빵빵이다.재인폭포를 구경하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 전망대다. 약간 비스듬한 각도에서 내려다보는 앵글로 폭포를 둘러싼 절벽에 울리고 나오는 굉음까지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곳이다.두번째 포인트는 폭포에서 약간 떨어진 길이 80m의 출렁다리에서 감상하는 것이다. 폭포의 정면에서 공중에 떠서 보는 시각이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약간의 출렁거림을 참으면서 카메라를 쥔 손이 흔들리지 않도록 폭포를 촬영할 수 있다.출렁다리 위에서 ‘재인폭포(才人瀑布)’라는 이름의 유래를 생각해본다. 옛날에 줄타기를 잘하는 재인이 있었는데, 고을의 원님이 그의 부인을 탐했다. 원님은 재인에게 이 폭포 위에서 줄을 타는 재주를 보이게 하던 중 줄을 끊어 재인이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이후 원님은 재인의 부인에게 수청을 들게 했으나, 부인은 원님의 코를 물어 뜯은 뒤 혀를 깨물고 자결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불렀고, 마을의 이름도 절개 굳은 코문이(재인의 부인)가 살았다 해서 코문리로 부르다가 후일 고문리가 되었다고 한다. 재인은 폭포를 가로지르는 외줄 위에 올랐지만, 현재의 나는 튼튼한 강철 케이블로 만들어진 다리 위에서 그의 안타까운 심정을 되새겨본다.세번째 포인트는 출렁다리를 건너서 데크길을 따라 약 300m 정도 걸어 폭포 아랫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데크길 끝에서 재인폭포의 위용을 감상하고, 머리 위를 지나가는 출렁다리와 계곡 절벽을 장식하는 현무암 주상절리를 감상한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쪼개짐이 발생해 만들어지는데 보통 5~6각형 기둥형태를 이룬다. 데크길 계단을 다시 올라오면 폭포 방향으로 한바퀴 도는 약 160m 길이의 선녀탕 산책코스가 있다. 폭포의 물이 어디서 내려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개울물이 흐르다가 폭포 직전에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바로 선녀탕이다.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이곳에는 ‘미래의 재인폭포, 선녀탕’이라는 안내문이 있다. 선녀탕은 재인폭포 상부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약한 곳이 먼저 침식돼 생겨진 ‘폭포호’다. 선녀탕은 현재는 작지만 지금의 재인폭포 주상절리가 오랜세월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침식되어 붕괴되면 미래의 재인폭포가 형성될 곳이다. 그 때가 되면 또다른 선녀탕이 새로운 재인폭포의 상류에 생겨날 것이다. 한탄강과 인접한 지류에 있는 재인폭포는 일반적인 폭포와 달리 평지가 움푹 내려 앉으면서 생긴 협곡에 있는 폭포다. 재인폭포는 원래 한탄강 인근에 있었는데, 점점 현무암 주상절리가 얼고 녹고를 반복하면서 침식작용으로 지반이 움푹 꺼지면서 현재 폭포의 위치는 한탄강에서 약 300m 이상 거슬러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고구려성에 피어난 해바라기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한탄강과 임진강을 따라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와 폭포 등이 웅장하게 펼쳐진 현무암 협곡지역이다. 대부분의 현무암 주상절리는 바닷가에 나타나지만 이 곳의 현무암 주상절리는 강 주변에서 볼 수 있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이다.연천군 미산면 동이리에 있는 ‘임진강 주상절리’는 임진강 최대의 주상절리다. 높이 25m, 길이 2km에 걸쳐 병풍처럼 펼쳐진 ‘임진적벽(臨津赤壁)’이 장관을 이룬다. ‘적벽’은 해 질 무렵 붉은 저녁노을이 임진강에 반사돼 수직절벽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고도 하고, 가을이면 돌단풍이 주상절리 절벽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은 임진적벽의 아름다운 풍광을 진경산수화로 그리기도 했다.고구려는 임진강의 적벽 위에 성을 쌓기도 했다. 그 중에 임진강이 크게 굽어 흐르면서 강물의 흐름이 느려져 쉽게 강을 건널 수 있는 여울목을 수비하는 고구려성이다. 높이 20여m 절벽 위 삼각형 모양의 땅에 지어진 성이다. 당포성이 강에 접해 있는 두 면은 자연성벽 역할을 하는 주상절리 절벽이기 때문에 별도의 성벽을 쌓지 않았다. 평지로 연결된 동쪽에만 현무암을 이용해 높고 견고한 성벽을 쌓았다.성벽 위에는 ‘당포성 나홀로 나무’로 불리는 팽나무 한 그루가 그림처럼 예쁘게 심어져 있다. 당포성은 요즘 서울 근교에서 가장 쉽게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명소로도 유명한데, 이 팽나무를 중심으로 은하수를 찍기 위해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 곳에서 10월6~7일에는 제2회 당포성 별빛축제가 열린다. 목화솜체험, 별보기체험, 캠핑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벌어질 예정이다.경기 연천 장남면을 흐르는 임진강은 5~7세기 삼국시대 세력다툼의 각축장이었다.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를 견제하기 위해 임진강을 방어선으로 삼았다. 고구려 남하에 대비한 백제와 신라로서는 한강이북 국경이었다. 그만큼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다. 지금도 굽이치는 임진강은 남북간 경계선을 치달린다.삼국사기에 임진강은 ‘호로하(瓠蘆河)’로 기록돼 있다.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에는 고구려 시대의 성곽인 호로고루가 있다. 호로고루 일대에는 이맘 때 해바라기가 가득 피어난다. 17일까지 열리는 장남면 ‘통일바라기 축제’는 3만3000㎡부지에 약 5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지난 주말에는 아직 해바라기가 덜 피었던데, 이번 주말에는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노을이 지는 호로고루를 배경으로 해바라기 꽃밭에서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는 포토존으로 인기다.연천은 치열했던 삼국의 역사를 생각하며 여행할 수 있는 곳이이다. 연천군 아미산 자락에 있는 숭의전은 고려시대의 왕들과 공신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모시던 곳이다. 또한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성거산 중턱에 있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릉이다. 경순왕은 신라 제56대 왕이자 마지막 왕으로 후삼국시대에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백성들을 위해 신하들과 큰아들 마의태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화적으로 고려 왕건에 나라를 넘겼다. 귀부 후에는 태조 왕건의 딸 낙랑공주와 결혼하여 여러 자녀를 두고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경순왕릉은 신라 마지막 왕의 무덤이자, 경주 지역이 아니라 경기도에 있는 유일한 신라 왕릉이다.●연천 가볼만한 곳=연천군 중면 삼곶리에 있는 ‘임진강 댑싸리 공원‘이 오는 9월 1일 개장했다. 8월 중순부터 연초록빛으로 물든 댑싸리리는 가을이 깊어갈수록 붉게 물들어가고, 백일홍,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있다. 신안 퍼플섬에 많이 심어져 있는 보랏빛 버들마편초도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룬다.연천회관은 2020년 8월 시골마을의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감성적인 베이커리 카페로 개조한 곳이다. 연천 지역의 특산품인 연천 율무를 넣은 ‘연천 커피’가 시그니처 메뉴다. 고소한 율무와 달콤한 크림, 진한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재인폭포 카스테라’ 등 직접 만든 빵과 함께 인절미와 절편 등 전통 디저트도 판다.전곡리 유적지에는 고려 인삼축제(10월7~9일), 국화전시회(10월 14~29일), 연천 율무축제(11월 10~12일)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밤에 재인폭포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조명쇼를 하는 ‘오르빛 미디어파사드’ 공연은 9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매주 목~일요일 진행된다. 연천=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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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주상절리 협곡… 고구려 역사 탐방과 가을꽃 나들이[전승훈의 기자의 아트로드]

    경기도 북부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연천은 용암이 만들어낸 주상절리와 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또한 삼국시대부터 치열했던 세력 다툼의 각축장이 됐던 곳이다. 고구려는 임진강 변에 호로고루, 당포성, 은대리성 등 10여 개의 성을 쌓았고,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릉도 연천에 있다. 임진강 변 주상절리 절벽 위에 세워진 고구려성 주변엔 가을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만발했다. 가족과 함께 서울 근교 나들이에 맞춤이다. ●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재인폭포한탄강(漢灘江)은 한반도의 중서부 화산지대를 관류하는 강이다. 강원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을 거쳐 경기 연천군 전곡읍과 미산면 사이에서 임진강을 만난다. 과거 이 지역에 화산활동이 일어나 용암이 흘러 한탄강 일대에는 수많은 협곡과 절벽이 형성됐다. 한탄강 하류인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재인폭포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지질공원 내에 있는 대표적인 폭포다. 제주 천지연 폭포처럼 높은 절벽 위에서 쏟아지는 물이 그야말로 장쾌하다. 검은빛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깊은 소(沼)와 에메랄드빛 폭포수가 어우러져 아늑하고 신비한 느낌을 준다. 포천에 있는 비둘기낭 폭포가 비둘기 둥지처럼 아늑하다면, 연천 재인폭포는 18.5m 높이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절벽의 주상절리가 그야말로 ‘쭉쭉빵빵’이다. 재인폭포를 구경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 전망대다. 약간 비스듬한 각도에서 내려다보는 앵글로 폭포를 둘러싼 절벽에 울리고 나오는 굉음까지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폭포에서 약간 떨어진 길이 80m의 출렁다리에서 감상하는 것이다. 폭포의 정면에서 공중에 떠서 보는 시각이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약간의 출렁거림을 참으면서 카메라를 쥔 손이 흔들리지 않도록 폭포를 촬영할 수 있다. 출렁다리 위에서 ‘재인폭포(才人瀑布)’라는 이름의 유래를 생각해 본다. 옛날에 줄타기를 잘하는 재인이 있었는데, 고을의 원님이 그의 부인을 탐했다. 원님은 재인에게 이 폭포 위에서 줄을 타는 재주를 보이게 하던 중 줄을 끊어 재인이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이후 원님은 재인의 부인에게 수청을 들게 했으나, 부인은 원님의 코를 물어뜯은 뒤 혀를 깨물고 자결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불렀고, 마을의 이름도 절개 굳은 코문이(재인의 부인)가 살았다 해서 코문리로 부르다가 후일 고문리가 되었다고 한다. 재인은 폭포를 가로지르는 외줄 위에 올랐지만, 현재의 나는 튼튼한 강철 케이블로 만들어진 다리 위에서 그의 안타까운 심정을 되새겨 본다. 세 번째 포인트는 출렁다리를 건너서 데크길을 따라 300m 정도 걸어 폭포 아래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데크길 끝에서 재인폭포의 위용을 감상하고, 머리 위를 지나가는 출렁다리와 계곡 절벽을 장식하는 현무암 주상절리를 감상한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쪼개짐이 발생해 만들어지는데 보통 5∼6각형 기둥 형태를 이룬다. 재인폭포 뒤편에는 약 160m 길이의 선녀탕 산책코스가 있다. 폭포의 물이 어디서 내려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갔다는 전설이 있는 ‘폭포호’의 맑은 물빛과 소리가 청명한 느낌을 주는 산책길이다. ● 고구려성에 피어난 해바라기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한탄강과 임진강을 따라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와 폭포 등이 웅장하게 펼쳐진 현무암 협곡 지역이다. 대부분의 현무암 주상절리는 바닷가에 나타나지만 이곳의 현무암 주상절리는 강 주변에서 볼 수 있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이다.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에 있는 ‘임진강 주상절리’는 임진강 최대의 주상절리다. 높이 25m, 길이 2km에 걸쳐 병풍처럼 펼쳐진 ‘임진적벽(臨津赤壁)’이 장관을 이룬다. ‘적벽’은 해 질 무렵 붉은 저녁노을이 임진강에 반사돼 수직 절벽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고도 하고, 가을이면 돌단풍이 주상절리 절벽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은 임진적벽의 아름다운 풍광을 진경산수화로 그리기도 했다. 고구려는 임진강의 적벽 위에 성을 쌓기도 했다. 그중에 임진강이 크게 굽어 흐르면서 강물의 흐름이 느려져 쉽게 강을 건널 수 있는 여울목을 수비하는 고구려성이다. 높이 20여 m 절벽 위 삼각형 모양의 땅에 지어진 성이다. 당포성이 강에 접해 있는 두 면은 자연 성벽 역할을 하는 주상절리 절벽이기 때문에 별도의 성벽을 쌓지 않았다. 평지로 연결된 동쪽에만 현무암을 이용해 높고 견고한 성벽을 쌓았다. 성벽 위에는 ‘당포성 나 홀로 나무’로 불리는 팽나무 한 그루가 그림처럼 예쁘게 심어져 있다. 당포성은 요즘 서울 근교에서 가장 쉽게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명소로도 유명한데, 이 팽나무를 중심으로 은하수를 찍기 위해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10월 6∼7일에는 제2회 당포성 별빛축제가 열린다. 목화솜 체험, 별 보기 체험, 캠핑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벌어질 예정이다. 경기 연천군 장남면을 흐르는 임진강은 5∼7세기 삼국시대 세력 다툼의 각축장이었다.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를 견제하기 위해 임진강을 방어선으로 삼았다. 고구려 남하에 대비한 백제와 신라로서는 한강 이북 국경이었다. 그만큼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다. 지금도 굽이치는 임진강은 남북 간 경계선을 치달린다. 삼국사기에 임진강은 ‘호로하(瓠蘆河)’로 기록돼 있다. 경기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에는 고구려 시대의 성곽인 호로고루가 있다. 호로고루 일대에는 이맘때 해바라기가 가득 피어난다. 17일까지 열리는 장남면 ‘통일바라기 축제’는 3만3000㎡ 부지에 약 5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지난 주말에는 아직 해바라기가 덜 피었던데, 이번 주말에는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노을이 지는 호로고루를 배경으로 해바라기 꽃밭에서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는 포토존으로 인기다. 연천은 치열했던 삼국의 역사를 생각하며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연천군 아미산 자락에 있는 숭의전은 고려 시대 왕들과 공신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또한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성거산 중턱에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왕릉이 있다. 경순왕은 신라 제56대 왕이자 마지막 왕으로 후삼국 시대에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백성들을 위해 신하들과 큰아들 마의태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화적으로 고려 왕건에게 나라를 넘겼다. 귀부 후에는 태조 왕건의 딸 낙랑공주와 결혼하여 여러 자녀를 두고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경순왕릉은 신라 마지막 왕의 무덤이자, 경주 지역이 아니라 경기도에 있는 유일한 신라 왕릉이다.연천 가볼 만한 곳연천군 중면 삼곶리에 임진강 댑싸리 정원이 9월 1일 개장했다. 8월 중순부터 연초록빛으로 물든 댑싸리는 가을이 깊어갈수록 붉게 물들어가고, 백일홍과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다. 연천회관은 2020년 8월 시골 마을의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감성적인 베이커리 카페로 개조한 곳이다. 연천 지역의 특산품인 연천 율무를 넣은 ‘연천 커피’가 시그니처 메뉴다. ‘재인폭포 카스텔라’ 등 직접 만든 빵과 함께 인절미와 절편 등 전통 디저트도 판다. 전곡리 유적지에서는 고려 인삼축제(10월 7∼9일), 국화전시회(10월 14∼29일), 연천 율무축제(11월 10∼12일)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밤에 재인폭포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조명쇼를 하는 ‘오르빛 미디어파사드’ 공연은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매주 목∼일요일 진행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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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회 석정시문학상에 김남곤 시인, 석정촛불시문학상에 오창렬 시인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최하는 제10회 석정시문학상에 김남곤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10회 석정촛불시문학상에 오창렬 시인의 시 ‘침묵을 몰고 오다’가 뽑혔다.석정시문학상은 한국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1907~1974) 시인의 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상은 신석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부안군, 석정문학회, 부안군 문화재단, 전북예총,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가 후원한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문효치 시인이 맡았고 문두근, 소재호, 정군수, 김영 시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석정시문학상 수상자인 김남곤 시인은 전북 완주군 출신으로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전북예총연합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김 시인은 삼남, 전북매일을 거쳐 전북일보 문화부장, 편집국장과 수석논설위원, 대표이사 사장, 우석대학 이사장을 역임했다. 전북문학상, 한국문예상, 전북문화상, 목정문화상, 진을주문학상, 바다문학상, 중산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석정시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 및 상패가 수여된다.김남곤 시인은 “신석정 시인의 시혼은 이 시대의 갈등과 불협을 순화시키고 있다고 믿는다”며 “제게 주신 석정시문학상의 궁극적인 목적도 그 역할에 십분의 일이라도 다가서서 사유하라는 엄중한 통고라고 여겨진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인 오창렬 시인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1999년 계간 시 전문지 ‘시안’ 신인상, 2018년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오 시인은 “중학생 시절에 ‘네 눈망울에서는’을 통해 신석정 시인을 처음 알게 된 이후 늘 마음 속으로 시인을 만나왔다”며 “서정의 문맥 속에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의식을 공그르고 감치는 선생님의 시를 다시 배우며 저의 시도 조금 더 성장할 것을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 및 상패가 주어진다.제10회 석정시문학상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시상식은 10월 14일 오후 3시 전북 부안 석정문학관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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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운동의 성지’ 탑골공원의 담장을 허문다면?[전승훈의 아트로드]

    서울 종로2가의 탑골공원은 어르신들이 온종일 바둑과 장기를 두며 시간을 때우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낮에는 무료급식 줄이 서고, 뒷골목엔 값싸게 소주나 막걸리 한잔할 수 있는 허름한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저녁에는 음습한 분위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찾지 않는 공간이다. 그러나 조선왕조가 한양을 도읍지로 정했던 탑골공원이 도성 안에서 차지했던 위상은 현재의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종로의 한복판에 있는 탑골공원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처럼 항상 사람들이 몰려드는 민의(民意)의 중심지였다.또한 탑골공원 인근 인사동에는 종루가 있어서 한양도성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때를 알려주는 ‘시간의 중심’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에 시계탑이 설치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우리는 탑골공원이라고 하면 ‘3.1운동의 발상지’로 기억한다. 식민지 시대 민중들의 항쟁이 시작돼 들불처럼 번져나간 곳이 바로 탑골공원이다. 민족대표 33인은 태화관 음식점에서 기미독립선언문을 읽고 경찰에 잡혀갔지만, 학생대표를 비롯한 백성들은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문을 읽고 투쟁을 시작했다.그러나 탑골공원은 3.1운동 이전에도 길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탑골공원은 고려시대 흥복사(興福寺)가 있었다. 고려는 개경에 도읍을 두었지만, 서울도 남경이라고 해서 매우 중요한 행정중심지로 여겼다. 불교를 숭상했던 고려는 서울의 주산인 북한산과 남산을 중심으로 잡는 남북자오선의 중간지점인 탑골공원 자리에 흥복사를 세운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태종은 서울 남북자오선의 중심축이자 사방이 트인 흥복사지 뒤편에 창덕궁을 세웠다. 이렇게 태종이 터를 잡으면서 그의 손자인 세조 때 흥복사지에 원각사를 세웠다. 불교에 심취했던 세조는 ‘석보상절’을 짓기도 했다. 탑골공원에는 국보 2호인 원각사지 10층 석탑(원래는 13층)을 세웠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 탑은 고려시대 경천사지 10층 석탑과 비슷한 모양인데, 정교한 조각과 문양을 새겨넣은 걸작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원각사지 10층 석탑은 오랜 세월에 풍화로 인한 표면 훼손이 심각한 상태여서 2000년에 유리 보호장치를 해놓은 상태다.세조는 원각사 앞에 조선의 중심거리인 운종가(종로)를 닦았다. 이 운종가는 동쪽의 시작은 흥인문이고, 종점은 서쪽의 돈의문이었는데 이 선은 춘분, 추분을 알 수 있는 표식이 된 것이다. 이런 조선의 도시계획은 이 탑골공원에서 조선 사람들은 누구라도 1년 365일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의 삶의 중심지는 동대문과 서대문으로 이어지는 종로의 한 복판인, 탑골공원과 종각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이 자리는 고려시대 흥복사였다가, 조선시대 원각사로 바뀌었고, 연산군 때는 이 절이 해체되었다. 연산군은 이 절터에 자신의 기쁨조로 활약하는 기생들과 악사들이 활동을 하는 ‘연방원(聯芳院)’을 세웠다. 탑골공원 뒤편에 악기를 파는 낙원상가가 들어선 것도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것이다. 또한 탑골공원 뒤편 창덕궁 앞길과 익선동에는 일제시대에 일자리를 잃었던 왕실의 악사들과 명창들이 자리잡고 조선의 예술을 보존하기 위해 명맥을 이어오기도 했다. 18세기 조선 후기 영조 때 실학운동과 조선학 연구 붐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 많은 젊은 양인들이 조선의 미래를 토론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평생에 최치원과 조헌을 스승으로 생각했던 박제가, 열하일기로 유명한 박지원, 유득공, 이덕무 등이었다.이들은 모여서 새로운 조선의 방향을 논의했는데, 이들이 모여서 토론한 곳이 바로 이 탑골이었다. 이들을 흔히 ‘백탑파’ 라고 불렀다. 이들은 1737년생인 박지원을 좌장이자 정신적 지주로 여긴 지식인 모임이다. 지금의 종로2가 탑골공원에 모여 살았다고 해서 ‘백탑파(白塔派)’라고도 하고, 청나라의 선진 문명과 제도를 배워 조선을 부국강병하게 하자는 주장을 펴 ‘북학파(北學派)’라고도 불렸다.조선 후기 정치가 혼란해지고 고종 때에 경복궁이 재건되면서 정치의 중심지는 잠시 경복궁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경복궁 건청궁에서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고종의 아관파천으로 정치의 중심지는 덕수궁 일대의 정동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때에도 계속해서 민의의 정치는 모든 상권이 모여 있었던 종로에 있었고, 종로에서 가장 넓은 터를 가지고 있었던 탑골광장을 중심으로 유지되었다. 이런 환경은 많은 기독교인들의 포교 활동을 통한 대한인의 정체성 제고, 만민공동회로 불타오른 민의를 수렴하는 광장으로 역할을 했다. 1897년(광무 1년) 고종 때 영국인 브라운이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원을 지었다.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있어 동양의 불탑이라는 뜻의 ‘파고다 공원’이라 이름을 붙였다. 공원 내에는 팔각정도 함께 새롭게 지어졌는데, 1902년 고종 즉위 40년 기념 군악대 연주가 열렸다. 1913년부터는 황실 관현악단의 연주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황실 음악회가 열리던 팔각정 탓일까. 이후 공원 주변에 들어선 파고다 아케이드와 낙원상가는 악기 판매점으로 유명세를 떨쳐왔다.1919년 3월 1일에는 탑골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민족대표 33인들과 함께 일본에 항쟁을 선언하기로 준비했었다. 그러나 민족대표는 태화관에서 점심을 먹고 종로경찰서로 들어갔다.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3.1독립선언서를 읽으며 일본에 항쟁을 선언했다. 이들의 선언과 항쟁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3.1운동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정신은 일제강점기 종로의 상권 지키기로도 이어졌다. 당시 을지로는 중국 사람들의 상권이었고, 충무로는 일본 사람들의 상권이었지만, 종로의 상권은 대한인들이 굳건히 지켜냈다.해방 후 민족의 비극이었던 6.25 전쟁 때에도 탑골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 중심부는 고스란히 보존됐다. 당시 한국을 비롯한 연합군이 서울수복을 할 때 연합군사령부에서는 서울 전체를 폭격하려 했으나, 당시 주일미국대리공사가 맥아더 사령관을 찾아가 청계천 이북은 폭격하지 말라고 부탁해 이곳이 온전히 남아 있게 됐다고 한다. 탑골공원은 전쟁 후에도 민의의 중심이었다. 4·19혁명 때나 국민들의 의견이 모일 때마다 그 터의 역할을 다했다. 또한 1968년 처음으로 세운상가에 국회의원회관이 개원하면서 당시 번화가였던 이 지역은 민의의 토론장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탑골공원은 귀족들이나 지배층들이 점유한 곳이 아니었다. 전체 백성들이 모여서 그들의 안녕을 빌었고, 어려움을 토로했으며 그들의 권리를 주장했던 곳이다. 또한 외세와 싸울 때는 이곳에서 과감하게 싸울 수 있는 민의를 모아주던 곳이다. 이곳에서 근대가 일어났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광장 민주주의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청은 탑골공원의 위상을 정상화하고, 어린이와 젊은이들부터 노년층까지 모두 함께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비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른바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탑골공원의 담장 허물기가 하나의 방책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 도심에 조성된 첫 근대식 공원인 파고다(탑골)공원은 국보 원각사지 10층 석탑, 보물 원각사비가 있고, 3.1운동의 성지인데도 불구하고, 주위를 둘러싼 담장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섬처럼 갇힌 공간이 돼버렸다. 탑골공원의 담장은 언제 생겼을까? 1967년에는 현대화 차원에서 공원 주변으로 상가 건물인 ‘파고다 아케이드’가 건설됐을 때 생겨났다. 그러나 이 상가가 문화재 경관을 망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1983년 철거됐다. 하지만 공원의 경계에 담장은 그대로 남게 됐고, 주변으로 무허가 좌판 등이 설치되면서 무질서하게 됐다. 특히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급증한 이후 고령층의 공간이 됐다.그러나 탑골공원 주변의 담장을 허물어 시민들의 공원으로 개방된다면, 조명도 훨씬 밝아지고 젊은 층이나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는 도심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탑골공원의 역사와 새롭게 공원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학술회의가 14~15일 이틀간 열린다. 서울 YMCA회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14일에는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의 사회로 △탑골공원의 지정학과 역사(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위원, 장경호 강원대학교 교수) △3.1운동 정신과 독립정신(장우순 성균관대 교수, 나행주 건국대 교수) △3.1운동의 세계사적 위상(김지영 숭실대 교수,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연구사) △탑골공원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신운용 교수, 이종국 동국대 교수)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15일에는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의 사회로 △흥복사지와 원각사의 역사적 의미 (최건업 교수-한국불교학회이사)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한 조선 실학 시기의 백탑파의 활동 (최철호 서울성곽연구소장) △대한제국기의 탑골공원 (이민원 동아시아역사연구원장)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한 조선 후기 선교사들과 조선 청년들 (김명구 월남이상재연구소장) △천도교는 어떻게 탑골공원을 지켰나? (정갑천 천도교 교무부장) △국외와 국내 대일항쟁의 상징- 간도의 대일항쟁과 관계 고찰(김동환 국학연구원 원장) △건축에서 탑골의 의미를 어떻게 투영할 것인가?(김개천 국민대학교 교수) 등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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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탑골공원 팔각정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의 팔각정은 1919년 3·1운동 당시 학생과 시민들이 모여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역사적인 장소다. 고종 때 영국인 브라운이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파고다공원을 조성할 때 세운 누정이다. 1902년 고종 즉위 40년 기념 군악대 연주가 열렸고, 1913년부터는 황실 관현악단의 연주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황실 음악회가 열리던 팔각정 탓일까. 공원 주변의 파고다 아케이드와 낙원상가는 악기 판매점으로 명성을 떨쳤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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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종유석과 석순의 만남

    강원 동해에 있는 ‘천곡황금박쥐동굴’은 1991년 6월 천곡동 신시가지 기반 조성과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됐다. 황금박쥐가 발견되기도 한 이 동굴 안에는 수만 개의 종유석과 석순이 신비로운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그중에 ‘수백 년의 기다림’이란 이름의 종유석과 석순은 수만 년 동안 자라서 하나의 기둥(석주)이 되기까지 현재 5cm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안내문에는 석주가 되려면 앞으로 200∼30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쓰여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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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문명과 종교의 발상지, 홍해로 떠나는 크루즈 여행[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홍해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좁고 긴 바다다. 바닷속에 있는 해조류 때문에 가끔 물빛이 붉은빛을 띠는 일이 있기 때문에 ‘홍해(Red Sea)’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가 보면 투명한 물빛은 그야말로 에메랄드 보석 같다. 홍해 연안은 고대 문명과 종교의 발상지가 몰려 있다. 이집트 룩소르 신전과 요르단 페트라 유적,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던 시나이산,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의 관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를 한 번에 둘러보는 데는 ‘홍해 크루즈’ 여행이 제격이다.● 고대 문명과 종교의 발상지홍해 크루즈는 겨울 시즌에 출발한다. 중동 지역의 여름은 너무나 덥기 때문이다. 11월에 출발하는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을 10일간 여행한다. 항공편으로 이집트 카이로로 이동한 후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항에서 크루즈선이 출발한다. 여행은 이집트 고대 문명 탐방으로 시작한다. 기자지구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대표적인 관광지이지만, 기독교의 주요 성지순례지이기도 하다. 먼저 올드카이로에서는 모세가 건져진 나일강 물이 있던 곳에 세워진 모세기념 교회, 예수님을 임신한 성모마리아와 요셉이 피난했던 성가정피난 성당도 순례할 수 있다. 사파가 항구에서는 고대 이집트 왕조의 종교적 수도였던 룩소르를 찾아갈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 신전, 핫셉수트 장제전 등 고대의 무덤과 사원이 장엄한 사막과 나일강의 풍경과 어우러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박물관’이다.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단에 위치한 샤름엘셰이크 항구는 이집트의 ‘리틀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최고의 휴양지다. 이곳에서는 모세가 유대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했을 때 걸었던 시나이반도를 체험할 수 있다.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던 시나이산 기슭에는 성카타리나 수도원이 있다. 성서에 나오는 ‘불타는 떨기나무’가 있던 곳으로 소문이 났던 장소에 세워진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이다. 수도원 박물관에는 화려한 성상과 그리스어, 아랍어, 히브리어, 콥트어, 그루지야어로 작성된 채색 필사본 성서가 보관돼 있다. 홍해의 시나이반도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길게 들어가 있는 만에 위치한 아카바는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다. 요르단은 1965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영토 교환으로 아카바 항구를 확보했다. 요르단은 석유가 나오는 사막지대를 사우디아라비아에 내어주고, 아카바만의 바다에 접해 있는 연안 16km를 얻어냈다. 요르단은 산유국이 되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내륙국 신세를 겨우 면한 것이다. 이 작은 항구를 통해 요르단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치는 홍해 크루즈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명함을 내밀게 됐다. 요르단 아카바 항구에서 차로 2시간 정도 와디룸 사막을 지나 달리다 보면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싸인 페트라가 나온다. ‘사막의 붉은 장미’로 불리는 경이로운 고대 문명 도시다. 기원전 1세기경부터 사막의 대상(隊商) 무역을 하던 나바테아인들이 세웠던 고대 왕국의 수도다. 1.2km 길이의 바위 협곡인 알시끄가 끝날 즈음 거짓말처럼 ‘알카즈네흐’가 등장한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마지막 성배’에 나왔던 신비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낌이다. 25m 높이의 코린트식 기둥이 정면을 받치고 있는 형상으로 1세기경 나바테아 왕의 무덤으로 건축됐다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등과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잘 알려진 페트라는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과 왕궁, 신전,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까지 정교한 건축물이 가득하다. 특히 빗물을 저장하는 댐과 저수지, 수로 등 치수시설에 높은 기술을 갖고 있었던 덕분에 사막에서도 1년 내내 물 부족 없이 살 수 있어 여행자와 상인들을 위한 도시로 융성할 수 있었다. 물 관리를 잘했던 나바테아 사람들은 요르단 페트라뿐 아니라 와디룸 사막(붉은 모래사막)을 건너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에도 고대 문명도시 ‘헤그라’를 세웠다. 또한 페트라에는 약 2000년 전에 지어진 로마 시대의 유산도 많이 남아 있다. 계곡의 남쪽 끝에 바위를 파내어 만든 서기 1세기의 원형 극장이다. 바위를 깎아 만든 이 극장은 무려 85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마이크 없이도 무대에서 말하는 소리가 객석 끝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최고의 음향효과를 자랑한다. 넓은 페트라 유적지를 걸으며 돌아볼 수도 있지만, 낙타와 마차, 당나귀를 타고 여유롭게 다니는 경험도 추억이 된다.● 홍해의 보석 같은 바다 풍경 여행홍해는 세계적인 해변과 문화유산, 건축물, 자연경관 등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해변과 사막 지역이라 이동 교통편이 쉽지 않다. 그러나 크루즈 여행은 먹고, 쉬고, 자는 동안 선박이 도시 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올해 11월 24일, 12월 8일과 22일, 내년 1월 26일 등 4차례 출발하는 MSC오케스트라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크루즈여행닷컴 1599-1659). 9만2000t 규모에 길이가 90m에 이르는 이 선박에서는 다채로운 공연과 파티가 열리며 레스토랑, 바, 스파,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홍해 지역의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인 식사에 술을 곁들이거나 여흥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런데 크루즈 선박은 항구에서 떠나 공해상으로 나가면 선박 내에서는 음주와 여흥이 자유롭기 때문에 크루즈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홍해 크루즈는 사우디 최대 항구도시 제다에도 기항한다. 제다는 7세기부터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로 오는 순례객과 무역상들의 관문이었다. 중세시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전 세계에서 온 순례객들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향신료와 보석, 몰약, 포목 등 각종 특산품을 배에 싣고 왔다고 한다. 순례객들은 이곳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마련해 메카로 떠났다. 제다 항구에 있는 메카 게이트에서 낙타를 타면 1주일 만에 메카에 도착했다고 한다. 제다 항구의 시장에는 지금도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몰려든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순례객 덕분에 제다는 다양한 음식 문화가 살아 있는 글로벌 도시가 됐다. 항구 주변의 구시가지인 알발리드 구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헤자즈’ 양식의 집들이 밀집돼 있다. 집집마다 창문이 화려하게 장식한 나무 베란다인 ‘로샨’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건물은 세월 탓에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고 삐뚤빼뚤하지만 신기하게도 잘 버티고 있다. 이 밖에도 제다에는 호안 미로 등의 작품이 있는 해변 조각공원, 해상 모스크와 아쿠아리움, F1 경기가 벌어지는 해변 도로, 바다 뷰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세계 최대의 쇼핑센터까지 볼거리가 많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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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품 쇼윈도가 아트페어 갤러리로… 발달장애 작가들이 그린 멸종위기 자생 식물[전승훈의 아트로드]

    아트페어는 강남 코엑스(KOEX), 부산 벡스코(BEXCO)같은 전시장이나 호텔, 미술관 등에서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올해는 신라호텔에서 처음으로 호텔아트페어가 열려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코리아(Lush Korea)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의 매장 쇼윈도에서 아트페어를 열었다. 러시 아트페어는 매장을 갤러리 해석한 화장품 업계 최초의 아트페어란 점에서 특이하다. 그것도 일반 화가가 아닌 발달장애인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LUSH는 지난해에는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그린 그림이 주제인 ‘동물, 자연, 사람’ 전시회를 했는데, 발달장애인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디테일한 표현이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았다. 올해 지난 8월 17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8개 매장에서 열린 ‘제2회 러쉬 아트페어’는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 전시에 참여한 발달장애 예술가는 모두 50명.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타이틀로 우리 땅에 사라지는 식물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시회다.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수목원에 방문해 관찰하고 느낀 감정을 작품에 온전히 담아냈다. 발달장애 예술가들은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 뿐 아니라 세종수목원, 서울식물원, 부산 해운대수목원, 용인 한택식물원, 대전 한밭수목원, 태안 천리포수목원, 제주 서귀포 여미지식물원 등에서 멸종위기종 자생식물을 감상하고 개성있는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민서 작가가 그린 ‘주걱댕강나무’는 밥주걱 같기도 하고, 종모양 같기도 한 꽃이 5월 초순부터 가지마다 가득 피어나 나무를 뒤덮는다. 국내에선 2003년에 경남 양산시 천성산의 사면 바위지대에서 발견됐다. 황성제 작가가 그린 땅나리는 제주나 부산의 해안가에서 땅을 보고 자라는 키작은 백합과 식물이다. 6월 중순이면 제주의 북쪽 바닷가에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한라산 중턱에서는 8월까지도 볼 수 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것은 키가 작아 30cm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산지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은 어른의 가슴까지 오는 것도 있다고 한다. 러쉬 아트페어에 2년 연속 참여한 황성제 작가는 “이번 아트페어를 통해 사람들이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라고 소감을 밝히는 등 남다른 독창성,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 기회 편중과 차별에서 벗어나 더 많은 기회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양예준 작가가 그린 ‘대청부채꽃’은 지난 1983년 인천 대청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인근 백령도에도 약간 있지만 대청도에 주로 자생해 대청도를 상징하는 꽃이다. 개체 수가 적어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한 법정 보호종이다. 해변 절벽 끝이나 주변 수풀 속 어딘가에 그 모습을 숨기고 제 모습을 뽐내듯 흩어져 있어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러쉬코리아 우미령 대표는 “올해는 환경과 자연의 소중한 메시지를 밝히는데 수목원과 협업을 한 것에 대해 무척 뜻깊게 생각하며, 모쪼록 세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아트페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는 소망을 전했다.​​또한 아트페어 종료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들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산림청 산하 수목원과 협업하여 특별전도 이어진다. 전국 매장에서 전시된 모든 작품을 한데 모아 9월8일부터 5일간 국립수목원 내 산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특별전이 이어진다.최영태 국립수목원장은 “자생식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발달장애 예술가의 기후 행동 메시지가 모두에게 전달되기 바란다”라며 “지속적인 민관협업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수목원⋅식물원의 보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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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산의 노을과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영화 ‘변산’을 보다[전승훈의 아트로드]

    지난 주말인 8월25일부터 27일 서해안의 노을 명소인 전북 부안 변산해수욕장에서 제1회 무빙팝업시네마가 열렸다. 붉은 태양이 바닷 속으로 빠져들면서 온 세상을 벌겋게 물들이는 시점에서 영화 축제가 개막했다. 초대된 영화감독과 작가, 배우와 내빈들은 레드카펫 대신 오렌지색 팔레트 위를 걸으며 입장했다. 배우나 감독이 해변의 모래사장에 뒤뚱뒤뚱 걸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주최측은 모래 밭 위에 팔레트를 깔아 한껏 분위기를 냈다. 개막식이 끝나갈 무렵.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 쇼가 펼쳐졌다. 변산해수욕장 끝에서 출발한 모터 패러글라이딩 참가자들이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바다와 영화 축제장, 무대 위 스크린 주변으로 날아올랐다. 노을 속을 이리저리 비행하는 낙하산은 인생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낭만의 궁극적 순간이었다. 무빙팝업시네마의 개막작은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박정민, 김고은이 주연한 영화 ‘변산’. 청춘의 고민과 낭만을 담은 영화다. 무엇보다 변산해수욕장에서 영화 변산을 관람하는 것은 특별했다. 변산은 서해안 3대 해수욕장 중 하나로 넓은 갯벌과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로 유명하다. 변산이 가진 특별함은 그 이름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바다인데 지명에 ‘산’이 들어있다. 변산(邊山)은 ‘변방에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서해안의 파도가 부딪치는 기암절벽의 봉우리 끄트머리에 바다가 있다. 이 산들이 내륙으로는 내변산, 바닷가로는 외변산으로 이어진다. 8월의 끝자락, 변산에선 노랑색 상사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앞바다에 있는 위도에서는 순백의 상사화가 만개한다. ​영화 속 노을 장면과 변산해수욕장에서 들리는 실제 파도소리가 서로 묘하게 교차했다. 4D영화관이든, 아이맥스 영화관이든 어떤 첨단시스템의 영화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공감각적인 영화감상상법이 펼쳐진 셈이다. 게다가 영화가 끝난 후 ‘변산’의 이준익 감독과 김세겸 작가가 무대에 올라 관객까지 대화를 나눴으니 말이다. “영화 일을 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겪지 않아도 될 마음의 고통이나 사람들에게 서로 상처입고, 상처주는 일을 감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우 김고은 씨가 여러차례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치유의 경험을 했다는 것은, 배우가 작품 속의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동일시한 감정도 있을 수 있겠지만. 변산이라는 지역의 풍토도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다가 있고, 노을이 있고, 산이 있고, 또 구수한 사투리가 있고… 그것을 배우가 몸으로, 세포로 동화시켜서 구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기안에 카타르시스, 자기 정화가 일어난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김고은 배우에게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 추측합니다.” (이준익 영화감독)​부안 무빙팝업시네마는 개막작 ‘변산’을 시작으로 26일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과 주연배우 차태현, ‘태양은 없다’의 김성수 감독, 27일 ‘델타 보이즈’의 주연배우 백승환과 김충길, ‘젊은 남자’의 배창호 감독이 영화 상영 후 무대에 올라 관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해변의 한쪽에서는 도예가 이능호 작가의 설치작품 ‘집’ 30점이 전시됐다. 바닷가에 늘어선 커다란 몽돌 모양의 도예작품은 노을지는 해변의 풍경과 잘 어울렸다.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미술작품을 변산의 해변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관객들에겐 좋은 경험이었다. 노을이 지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의자에 앉기도 하고, 돗자리를 펴놓고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감상했다. 맥주를 기울이는 관객도 있고, 미리 싸온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팝업시네마는 도시에서 열리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달리 자연의 절경 속을 찾아가 영화를 상영하는 ‘움직이는 영화제’를 표방한 영화 축제다. 전혜정 무빙팝업시네마 집행위원장은 “파도소리가 들리는 해변은 물론 낙엽이 지는 수목원, 별이 쏟아지는 캠핑장 같은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볼 수 있다면 무빙팝업시네마는 어디로든 달려갈 예정”이라며 “OTT로 영화를 보는 것이 대세인 이 시대에 영화를 감상하는 새로운 차원의 관람법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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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소매물도 등대섬

    경남 통영시 한산면 소매물도는 코발트색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해식 절벽이 진경을 이룬다. 소매물도의 명물은 높이 16m의 흰색 등탑이 있는 등대섬이다. 1980년대에 쿠크다스 과자 CF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일명 ‘쿠크다스섬’으로 이름을 날렸다. 썰물 때면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열목개라 불리는 80m의 몽돌 바닷길이 열린다. 통행이 허용되는 2∼5시간 동안 하얀 등대와 어우러진 푸른 초원 위에서 한적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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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녕 우포늪을 가보셨나요? 낙동강의 물안개와 소나무를 그리는 화가[전승훈의 아트로드]

    ​ 아침 물안개가 피어나는 강변 마을. 산이 높으면 강물은 굽이굽이 흐른다. 강물에는 똑같은 산과 나무가 반영된다. 산인지, 강인지 알 수 없는 데칼코마니의 공간으로 하얀 새들이 날아간다. 평화로운 아침의 강변풍경이다. 산과 나무는 그저 하나의 검은 덩어리다. 무심한 듯 풀어놓은 먹물은 자연스럽게 번져나간다. “어릴 적 낙동강 변에 살았어요. 고향을 생각하면 늘 잔잔하게 아침 물안개가 피어나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강변 풍경이 생각납니다. 낙동강은 일직선이 아니라 굽이쳐 흐릅니다. 주변에 산이 많아서 물길이 S자 모양으로 이리저리 돌아가는 거죠. 그런 자연적인 모습이 참 좋았어요. 도시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향을 생각할 때만 떠오르는 감흥이죠.” 한국화가 김경현 작가의 물안개 피어오르는 낙동강 변 그림을 보았을 때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방이 일순간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과 나무, 바위 같은 것을 하나하나 그려넣은 것이 아닌데도, 먹물 속이 번져가는 그림 속에는 물이 흐르는 소리와 새들이 울음 소리가 들릴 듯했다. 지난 8일부터 30일까지 경남 창녕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출향작가전 ‘고향-바라보다’ 전시회. 한국화가 김경현이 고향 창녕을 생각하며 그린 7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낙동강 하류에 있는 창녕은 국내 최대의 자연습지인 우포늪과,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화왕산(757m), 부곡온천 등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자연환경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어린 시절 낙동강변인 창녕군 남지읍 반포마을에 살았던 그에게는 어머니가 시장에 갔다가 돌아오시던 개비리길에서 바라보던 소나무와 강변의 풍경이 영원히 영감을 주는 대상이었다고 한다. “낙동강을 민족의 젖줄이라고 하잖아요. 낙동강물은 산을 굽이쳐 흐르면서 반대쪽에 모래사장과 이어지는 너른 들판으로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비옥한 땅에 농사를 지어요. 새들도 먹이가 많아서 강변을 날아다닙니다. 강 건너 의령이 바라다보이는 풍경을 그린 겁니다.” 그의 고향에 있는 ‘남지 개비리길’은 낙동강의 절경을 감상하며 트레킹할 수 있는 길로 요즘 인기를 얻고 있다. ‘개’는 강변을 뜯하고, ‘비리’는 벼랑이란 말의 사투리다. 강변 벼랑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강을 보며 걷는 길이다. 그는 화가가 된 후 40년 동안 먹물로 소나무를 그려왔다. 그에게 소나무는 고향이자,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시장에 다녀오실 때, 밭에서 일하시다가 돌아오실 때 제는 언덕 위 소나무 밑에서 어머니를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소나무를 보면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떠올라요. 소나무는 제 삶의 버팀목 같은 것입니다.” 그의 작품 속 소나무도 껍질이나 잎의 자세한 묘사는 생략되고, 구부러진 몸통과 줄기가 역광을 받으며 실루엣처럼 표현돼 있다. 안개처럼 흐릿한 강변의 모습이 배경으로 힘차게 서 있는 소나무는 아련한 고향의 느낌을 던져준다. “제 기억 속에 있는 소나무의 특징적인 기둥, 가지 등 의식적인 이미지만을 잡아서 그렸습니다. 비틀어진 소나무의 몸통 모습을요. 소나무를 제대로 보려면 겨울에 솔숲에 가야 합니다. 여름에는 활엽수의 잎이 무성하고, 잡풀이 크게 자라 있어 소나무의 자태가 잘 안보이거든요. 낙엽이 다 떨어지고 난 겨울에 비로소 진면목을 보여주는 소나무를 스케치하러 갑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화선지나 한지가 아닌 옥양목에 그림을 그렸다. 흔히 광목이라고 부르는 무명 천인데, 더욱 하얗게 표백된 천을 옥양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먹물을 받아주는 재료로 흰색 천으로 쓴 것은, 어머니처럼 따뜻한 이불이 감싸주는 느낌이 좋아서입니다. 고향을 떠나서 도시에서 자취를 할 때 흰색 광목으로 싸인 이불을 덮을 때마다 어머니가 따뜻하게 감싸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옥양목에 그림을 그리려면 우선 씨줄날줄로 면을 짤 때 먹였던 풀기를 여러번 씻어내야 합니다. 먹물로 그림을 그릴 때도 물이 적으면 거칠어서 안 받아주고, 말이 많으면 확 번져나가기 때문에 여러번 실험을 해가면서 농담(濃淡)을 표현했습니다.” 그가 창녕을 그릴 때의 또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우포늪’이다. 우포늪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내륙습지다. 둘레 7.5km에 전체 면적 231만4060m²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우포늪은 1998년 ‘람사르조약에 의한 국제보호습지’로 지정됐고, 2018년 10월에는 세계 최초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을 받았다. ​ 창녕에 늪지가 처음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억4000만년 전이라고 한다. 공룡시대였던 중생기 백악기 당시에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낙동강 유역의 지반이 내려앉았다. 그러자 이 일대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들던 물이 고이게 되면서 곳곳에 늪지와 자연호수가 생겨났다. 우포늪 인근에는 공룡발자국 화석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 우포늪 바닥에는 수천만 년 전부터 숱한 생명체들이 생멸을 거듭한 끝에 쌓인 부식층이 두터워서 개펄처럼 발이 푹푹 빠지지도 않는다. 억겁을 세월을 간직한 이 부식층이 있기에 우포늪은 ‘생태계의 고문서’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김 작가는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의 사계(四季)를 표현하기 위해 삼베, 황마 위에 돌가루와 송진, 종이를 붙여 태우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다. 그동안 흰색 천에 먹물로 그려온 수묵화와는 전혀 다른 기법이다. 비구상 현대미술처럼 보이는 그의 작업은 우포늪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수천가지로 변화하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동요 ‘따오기’에 나오는 따오기의 주된 서식지가 우포늪이었어요. 한반도에서는 1970년대 이후 따오기가 멸종돼 사라졌는데, 2005년 중국에서 한쌍을 들여와 우포늪에서 따오기를 복원해 성공적으로 번식하고 있습니다. 우포늪은 시간날 때마다 자주 왔는데, 태고적부터의 생명의 신비를 명상하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전시장 중앙에 가장 큰 화폭은 우포늪의 사계를 그린 그림이다. 종이를 태워서 붙인 작업은 비슷한데, 자세히 보면 봄은 초록색, 가을은 붉은색 배경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다. “우포늪은 여름에 가면 ‘가시연’이 보기가 좋고, 가을에는 억새와 연결돼 낭만적인 분위기를 띱니다. 추운 겨울에도 살아 있는 느낌이 있고, 봄에는 생명이 피어오르고 태어나는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늪은 하나의 커다란 호수가 아닙니다. 연뿌리처럼 잘록하게 됐다가도, 꼬리가 연결돼 연꽃처럼 넓어지기도 합니다. 자연지형에 따라서 늪은 모양새가 계절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그는 늪을 표현하기 위해 누런색 황마 천위에 돌가루로 만든 석채 물감을 바르고, 송진으로 종이를 붙이고, 종이를 불에 그을리고, 태우고, 다시 붙이고, 다시 석채를 올리고, 물감을 켜켜이 쌓는 과정에서 늪의 결을 표현했다. “종이가 태워지면서 색감도 누렇게 바뀌고, 새로운 색이 우러나오기도 합니다. 그런 것이 켜켜이 쌓여 오래된 우포늪을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색감이 물들고, 종이가 태워지면서 그림이 자연스럽게 퇴색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없어지는 것,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고풍스러움이지요. 인위적인 그림이 아니라 우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합쳐져서 늪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찾아가려 했습니다.” 김 작가는 2013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동서미술상(26회) 등을 수상했고, 일본과 프랑스, 서울, 부산 등에서 16차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2013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은 닭장 속 닭을 그린 작품이다. 이후 그는 ‘닭’을 그린 사계장춘, 공명도 같은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닭이 새벽에 홰를 치면, 어둠이 물러가고 하늘이 밝아지잖아요. 어린 시절 시골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닭을 유심히 쳐다보게 됐습니다. 닭장 속의 닭이 어둠 속에서도 홰를 치는 것을 보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도 닭처럼 홰를 치며 당당하게 내 의견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닭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장닭을 그린 동양화에는 ‘공명도(공을 세워서 이름을 떨친다)’ ‘사계장춘’(닭 그림 배경에 개나리나 매화를 그려넣어 1년 사계절 내내 봄의 따뜻함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의 의미가 담겨 있다. 보송보송한 털이 살아 있는 병아리는 옥양목 이불의 따뜻한 느낌과 비슷한 감정을 전달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먹으로 그린 소 그림도 정감이 넘친다. 그는 “소의 ‘선한 눈망울’을 보면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 그가 또다른 스타일의 그림은 도자기와 막사발, 분청사기를 그린 그림이다. 실제로 도자기와 분청사기와 비슷한 석채, 돌가루 재료를 활용한 그림은 ‘소재와 재료의 물성을 통합’하려는 그의 시도에서 나온 작품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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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와 여행, 캠핑의 만남…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움직이는 영화제

    자연과 영화, 그리고 여행과 캠핑의 만남. 칸, 베를린, 베니스, 부산 등 세계 유명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는 정해진 시기와 장소의 영화관에서 열린다. 그런데 노을이 지는 해변, 낙엽이 지는 수목원, 별이 쏟아지는 캠핑장 같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즐기고, 배우와 감독을 만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열린다. 25일 전북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 팝업시네마(MOVING Pop-up Cinema)’는 절경의 자연 속에서 영화와 여행, 캠핑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영화제다. 서해안 3대 해수욕장 중 하나인 변산은 넓은 갯벌과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로 유명하다. “극장에 가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를 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본다는 것이 과연 영화만을 보는 것일까요? 좋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 함께 눈물을 흘릴 때 영화는 영화를 넘어서게 되지요. 그런 영화들을 경이로운 자연과 어우러져 본다면 어떨까요? 무빙 팝업시네마는 영화와 자연의 가슴 뭉클함(moving)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축제입니다.”(전혜정 무빙팝업시네마 집행위원장) 또 자연 속 영화제와 캠핑을 연결하는 시도도 흥미롭다.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무빙팝업시네마에서 ‘자연과 영화, 그리고 캠핑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해변에는 자연과 어울리는 텐트와 타프(그늘막), 테이블, 의자 등의 캠핑 존을 설치해 영화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캠핑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고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영화를 즐기며 영화인들과 소통하는 부안 무빙팝업시네마는 ‘자연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한 인간성 회복’이라는 스노우피크의 브랜드 가치와 통하는 점이 많습니다.”(김남형 스노우피크 대표) 스노우피크는 14년째 온오프라인으로 소통을 이어온 멤버십 고객이 12만 명인 ‘캠핑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명품 캠핑 브랜드. 경기 용인 에버랜드 인근 부지에 호텔 대신 2만 평 규모의 캠핑장을 짓고, 하남에도 캠핑과 카페, 사무실을 겸할 수 있는 랜드스테이션을 짓는 등 캠핑을 좋아하는 고객들과 직접 접촉할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있다. 또 봄·가을에 벌이는 고객 페스티벌인 ‘설봉제’를 열고, 고객들을 캠핑장에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캠핑을 하는 ‘스노우피크 웨이’ 이벤트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5월에 강원 춘천에서 첫 회를 시작한 스노우피크 웨이는 41회까지 이어오는 동안 누적 3000가족, 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캠핑 인구는 약 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 정도인데, 코로나 이전에 300만∼400만 명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캠핑 인구가 2배 정도 증가했다”며 “국내 인구의 30%까지 캠핑 시장을 넓혀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자연과 영화, 캠핑’이 어우러지는 무빙팝업시네마는 고객과 함께하는 멋진 커뮤니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팝업시네마에서는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 다섯 편이 3일 동안 스크린을 장식한다. 개막작인 이준익 감독의 ‘변산’과 폐막작인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를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태양은 없다’ ‘델타보이즈’ 등 5편이 상영된다. 전 집행위원장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본다는 ‘무빙’은 지역의 관광과 경제,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트렌드의 영화제”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변산 해변에는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예가 이능호 작가의 ‘집’ 설치 작품 30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 ‘부안 무빙초이스’라는 이름으로 슬지네제빵소, 곰소어간장, 내츄럴팜 오디액, 곰소할매집젓갈, 정관장굿베이스 부안오디 등 지역 특산품을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는 전시 공간도 마련한다. 김 대표는 “스노우피크도 전국 지방 각지에 캠핑장 사업과 연계한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지방 각지에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좋은 캠핑장을 만들고, 지방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면 지역의 소비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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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을지는 해변에서 영화도 보고 캠핑도 즐기고[전승훈의 아트로드]

    자연과 영화, 그리고 여행과 캠핑의 만남. 칸, 베를린, 베니스, 부산 등 세계 유명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는 정해진 시기와 장소의 영화관에서 열린다. 그런데 노을이 지는 해변, 낙엽이 지는 수목원, 별이 쏟아지는 캠핑장 같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즐기고, 배우와 감독을 만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열린다. 25일 전북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 팝업시네마(MOVING Pop-up Cinema)’는 절경의 자연 속에서 영화와 여행, 캠핑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영화제다. 서해안 3대 해수욕장 중 하나인 변산은 넓은 갯벌과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로 유명하다. “극장을 가는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고,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를 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본다는 것이 과연 영화만을 보는 것일까요? 좋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 함께 눈물을 흘릴 때 영화는 영화를 넘어서게 되지요. 그런 영화들을 경이로운 자연과 어우러져 본다면 어떨까요? 무빙 팝업시네마는 영화와 자연의 가슴뭉클함(moving)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축제입니다.” (전혜정 무빙팝업시네마 집행위원장)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제1회 무빙팝업시네마에서는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 다섯 편이 3일 동안 스크린을 장식한다. 개막작인 이준익 감독의 ‘변산’과 폐막작인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를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태양은 없다’ ‘델타보이즈’ 등 5편이 상영된다. 전혜정 무빙 팝업시네마 집행위원장은 “자연 속에서 영화를 본다는 ‘무빙’은 지역의 관광과 경제,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트렌드의 영화제”라고 설명했다. “변산의 특별함은 이름에 들어 있습니다. 바다인에 지명에 산이 들어 있죠. 변산(邊山)은 ‘변방에 있는 산’이라는 뜻입니다. 서해안의 파도가 부딪치는 기암절벽의 봉우리 끄트머리에 바다가 있습니다. 이 산들이 내륙으로는 내변산, 바닷가로는 외변산으로 이어집니다. 8월 말에는 변산에는 상사화가 만개합니다. 상사화는 인생의 불꽃같은 시기에 사랑하고 아파하는 ‘청춘’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변산 해변에는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예가 이능호 작가의 ‘집’ 설치 작품 30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한 ‘부안 무빙초이스’라는 이름으로 슬지네제빵소, 곰소어간장, 내츄럴팜 오디액, 곰소할매집젓갈, 정관장굿베이스 부안오디 등 지역의 특산품을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이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는 전시공간도 마련한다. 또한 자연 속 영화제와 캠핑을 연결하는 시도도 흥미롭다.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무빙팝업시네마에서 ‘자연과 영화, 그리고 캠핑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해변에는 자연과 어울리는 텐트와 타프, 테이블, 의자 등의 캠핑 존을 설치해 영화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캠핑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고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영화를 즐기과 영화인들과 소통하는 부안 무빙팝업시네마는 스노우피크가 지향하는 ‘자연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한 인간성 회복’을 브랜드 가치와 통하는 점이 많습니다.” (김남형 스노우피크 대표) 스노우피크는 14년째 온오프라인으로 소통을 이어오는 멤버십 고객만 12만 명을 갖고 있는 ‘캠핑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명품 캠핑 브랜드. 용인 에버랜드 인근 부지에 호텔대신 2만 평 규모의 캠핑장을 짓고, 하남에도 캠핑과 카페, 사무실을 겸할 수 있는 랜드스테이션을 짓는 등 캠핑을 좋아하는 고객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있다. 또한 봄가을에 벌이는 고객페스티벌인 ‘설봉제’를 열고, 고객들을 캠핑장에 초청해 함께 직원들과 함께 1박2일 또는 2박3일간 캠핑을 하는 ‘스노우피크 웨이’ 이벤트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5월에 강원도 춘천에서 첫 회를 시작한 스노우피크 웨이는 지금까지 41회 기간 동안 누적 총 3000가족, 1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캠핑 인구는 약 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 정도인데, 코로나 이전에 300~400만 수준 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정도 캠핑 인구가 증가했다”며 “국내 인구의 30%까지 캠핑 시장을 넓혀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자연과 영화, 캠핑’이 어우러지는 무빙팝업시네마는 고객과 함께하는 멋진 커뮤니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스노우피크도 전국 지방 각지에 캠핑장 사업과 연계한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며 “지방 각지에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좋은 캠핑장을 만들고, 지방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면 지역의 소비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남형 스노우피크 대표와 일문일답. - ‘삶 속에서 자연을’을 모토로 내건 스노우피크와 자연 속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무빙팝업시네마의 철학은 어떤 점에서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스노우피크는 자연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실현하는 것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브랜드 철학과 미션을 가지고 있다. 캠핑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고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무빙팝업시네마는 바로 자연에서 영화를 즐기고, 또 영화인들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공감했고, 이번 행사를 통해 부안이라는 지역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더 많은 분들이 이번 무빙팝업시네마에 참여를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 무빙팝업시네마와 같이 지역상생을 목표로 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면? “스노우피크는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전국 지방 각지에 캠핑장 사업과 연계한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들이 다양한 관광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여행객을 유도하는 것에 그쳐 아쉬움이 있는 현실이다.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올 수 있는 좋은 캠핑장을 만들고, 지방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면 평소에도 꾸준히 여행객을 불러 모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역의 소비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유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에 강원도 관광 재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강원도 캠핑 관광 콘텐츠 개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을 함께 해 나가기로 했다. 강원도에는 수려한 자연 환경과 지역 특산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저희 스노우피크에서도 많은 이벤트를 개최해 왔는데 올 10월에는 좀 더 규모를 키워서 200팀 이상의 캠퍼와 가족, 그리고 다수의 기업들이 지역 행사장에 직접 참가하여 2박 3일간 함께하는 캠핑 이벤트를 준비 중에 있다. 또 이러한 일환으로 그동안 스노우피크 직영 스토어에서는 지역의 식자재를 활용하거나 환경 및 지역 단체들과 연계해 기부 활동도 진행해 오고 있다.” -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등 고객들이 자연 지향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이유는? “자연과 소통이라는 두 가지 테마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로 평소에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풍요로운 자연을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스트레스를 낮춰 정서적으로 안정감과 행복함을 느끼도록 하여 인생의 가치를 높여 나갈 수 있다. 두번째로 ‘소통’이다. 자연을 지향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란 삭막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가족, 친구, 동료들과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캠핑 인구는 약 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 정도입니다. 코로나 이전에 300~400만 수준 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정도 캠핑 인구가 증가한 것이죠. 우선은 우리나라 인구의 30%까지 캠핑 시장을 넓혀 나가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을 전개해 나가려고 한다.”- 스노우피크 웨이, 설봉제 등 오프라인 행사가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가. “1년에 크고 작은 오프라인 행사를 15회 정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노우피크 웨이’는 저희 스태프들과 유져 여러분들이 필드에서 직접 만나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함께 캠핑을 하면서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친분을 쌓아가는 고객 참여 이벤트다. 2009년 5월에 강원도 춘천에서 첫 회를 시작으로 매회 60~100팀의 가족들이 참가하여 지금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41회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누적으로는 3000가족, 1만명 이상이 참여해 주셨다. 여기서 만나 친해져서 지속적으로 캠핑을 함께 다니시는 유져들도 상당히 많다. 처음 만났을 때 유치원생이었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부모님들과 여전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캠핑이 정말로 가족의 유대감, 사람들 간의 친밀감 형성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몸소 실감하게 된다. 또 다른 오프라인 행사로 캠핑 초심자들의 올바른 캠핑 입문을 지원하기 위한 ‘스타터 캠프 이벤트’,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고객 축제인 ‘설봉제’, 로열 커스터머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스페셜 미팅’ 과 ‘스노우피크 웨이 프리미엄’ 등이 있다. 솔직히 1년에 이 정도의 이벤트를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 안에서도 이 모든 것을 외부 이벤트 업체에 맡기지 않고 저희 스태프들이 A부터 Z까지 준비하고 실행해 오고 있다. 창사 이후 15년 간의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고객들은 브랜드의 가치관과 진정성을 체감하게 되고, 브랜드와 고객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 같은 캠퍼이자 유져로서 각별한 친밀감과 유대감을 쌓아올 수 있었다.”- 진성 캠퍼만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스노우피크의 창업자 정신은 ‘우리 스스로가 유저이다’ 입니다. 이는 1958년 창업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변함 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유산이자 신념이다. 스스로 사용자 입장에서 정말로 갖고 싶은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제품개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때문에 직원을 채용할 때 소위 말해 학력과 자격증과 같은 스펙보다는 실제로 캠핑을 즐기고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세계관에 공감하고 있는 지가 가장 중요한 인재 채용의 조건이 된다. 유저의 시선에서 그리고 캠퍼의 가치관으로 일을 할 때 비로소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증명되어 오고 있다. 직원들끼리의 캠핑은 회사의 여러 공식적인 오프라인 캠프 이벤트는 물론이고, 직원들 자발적으로 시간을 맞춰 소그룹으로 캠핑을 가는 것이 활성화 되어 있어 조직 문화로 굳어져 있다. 함께 먹고, 자고, 놀면서 남다른 동료애와 결속감이 생기는 것이죠. 일반 회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문화다. 저도 시간이 날때마다 직원들과 캠핑을 가는데 회의실에서 이야기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분위기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느낀다. 저 역시도 캠핑을 좋아한 계기로 입사를 하게 됐다. 스노우피크 코리아가 2008년 11월에 설립이 됐는데, 2009년 3월에 첫번째 직영 매장의 점장으로 입사했다.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14년간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또 주변의 좋은 동료들과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고, 고객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저 스스로와 회사를 성장시켜 올 수 있었다. 저도 1년에 캠핑을 50번 정도 했는데, 아시아본부장을 겸한 뒤엔 이전처럼 짬이 나지 않아 20번 정도로 줄였다(웃음).” - 캠핑 도구와 문화를 사무환경에도 도입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캠핑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일상 생활 환경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씬을 제안하고 있다. 일하는 공간과 환경은 많은 사람들이 하루 일과 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지금까지 업무 환경으로 정형화되어 있는 모습은 건물안의 사무실에서 획일화된 책상과 의자가 배치된 경직된 분위기로 무미건조한 느낌의 환경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업무환경이 과연 맞는 것일까? 그러한 문제 인식을 가졌던 몇몇의 회사들은 최근에 IT산업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다. 저희는 업무 환경을 보다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한 배경으로는 저희는 캠핑의 여러 장점들과 연계한 기업 워크숍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이 체험 사업을 통해 자연에서 생각을 하고 협업을 해보는 경험이 구성원들의 일의 효과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했다. 캠핑기업연수를 통해 실제로 참가자들의 소통 능력, 리더십, 창의성, 협동심, 문제해결능력 등이 향상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외에서의 캠핑 워크숍 뿐 아니라 평상시에 일하는 업무 환경도 자연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 이러한 효과를 더 증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자연과 조화되는 캠핑 씬을 사무 환경에도 도입하는 제안을 하고 있다. 지난 3년여간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속속 디지털 업무 환경으로 전환하고 원격근무를 도입했기 때문에 업무 환경을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고 생각한다.”-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와 스노우피크 랜드스테이션 하남에 캠핑장과 레스토랑, 전시장과 사무실이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된 이유는.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브랜드 정체성의 시각화’입니다. 저희 브랜드가 추구하는 모습을 말로 백번 설명하는 것 보다 한 장면으로 비쥬얼화 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공간이 되기 위해 디자인했다. 에버랜드 캠프필드와 랜드스테이션 하남은 자연과 사람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자연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인 동시에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단지 제품 판매만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캠핑을 테마로 먹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스노우피크의 모든 제품을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언제든지 캠퍼들이 편하게 모여 자유롭고 여유 있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에버랜드 캠프필드와 랜드스테이션 하남은 인간성 회복의 공간이자 자연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제품 만을 판매하는 점포가 따로 있고, 백오피스의 스태프들이 고객과 접점이 없는 동떨어진 사무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은 제 관점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라고 생각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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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강릉 바닷속 스텔라호

    강원 강릉 사천 앞바다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많다. 강릉시가 난파선, 장갑차, 탱크 등 인공 구조물을 넣어 해중공원을 조성해 놨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스텔라호는 2020년 길이 약 60m의 러시아 트롤어선을 수심 30m 바닥에 가라앉혀 놓은 포인트다. 2020년에 보았을 땐 철제 구조물 그 자체였는데, 최근 3년 만에 다시 들어가 보니 갑판과 선실에 산호와 홍합, 멍게가 자라고,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수중 생태계가 형성돼 있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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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끝자락, 순백으로 피어나는 상사화[전승훈의 아트로드]

    상사화(相思花).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꽃이다. 상사병을 앓게 하는 이 지독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서로를 결코 만날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아픔이고 슬픔이 된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위도에는 8월 말 순백의 ‘위도 상사화’가 피어난다. 지구상에서 단 한 곳, 위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여름의 끝자락에 위도를 찾아 떠난다.● 밤에 더 희게 빛나는 위도 상사화보통 한 송이 꽃이 피려면 봄에 먼저 새싹 잎이 나고, 줄기가 자라나고,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망울이 터져 드디어 꽃이 피어나게 된다. 그런데 상사화는 다르다. 추운 겨울(2월)에 푸릇푸릇 새싹이 피어난다. 봄에 잎이 무성해진다. 여름이 올 즈음인 6월, 잎은 말라 다 떨어진다. 그러다 8월 중하순, 잎이 떨어진 뿌리에서 한 가닥 줄기가 불쑥 올라와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치 길거리에서 파는 한 송이 장미가 잎과 가시를 다 제거해 매끈한 줄기 끝에 달린 것처럼 상사화는 땅 위에서 솟아오른 깨끗한 줄기 끝에 꽃 한 송이가 달려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한 것처럼, 한 송이 상사화를 피우기 위해 잎은 추운 겨울부터 새싹을 틔우고 부지런히 광합성을 했다. 그러다 말라붙은 잎은 땅으로 떨어졌고, 뿌리로 들어가 꽃으로 환생한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고, 희생하고, 사랑했는데 잎과 꽃은 살아생전에는 볼 수 없는 운명이다. 죽어서야 만날 수 있는 인연. 그래서 상사화를 이별초, 부활초라고도 부른다.상사화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노랑 상사화, 분홍 상사화, 붉은색 상사화, 흰색 상사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붉은색 상사화인 ‘꽃무릇’(석산)이다. 상사화는 보통 8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피는데, 꽃무릇은 약간 늦어 9~10월에 만개해 ‘가을의 전령’이라고 불린다.​ 이 시기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에 가면 사찰 입구 솔밭 아래에 붉은 융단이 깔린 것처럼 초록색 줄기 위에 피어난 붉은색 상사화가 장관을 이룬다. 선운사 계곡을 따라 길가에 한두 송이 피어난 꽃무릇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8월 말 부안의 위도에서는 흰색 상사화가 만개한다. 백합처럼 순백색으로 피어나는 ‘위도 상사화’. 전 지구상에 오직 위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귀종이다. 붉은색 꽃무릇은 너무나도 한꺼번에 많이 심어 놓아 처절한 사랑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순백의 위도 상사화는 사랑과 슬픔이 과하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아 오히려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기자가 위도를 찾았던 8월 초에는 위도 상사화가 진리 해변가 마을의 가정집 소나무 아래에 탐스럽게 몇 송이 피어 있었다. 올해 위도 상사화는 8월 24~31일경 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26일 위도해수욕장에서는 ‘고슴도치섬 위도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수평선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이 진 후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달빛 속에 은은하게 자태를 드러낸 위도 상사화는 밤에 더욱 희게 빛난다.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위도 해안도로(16.8km)에서 상사화를 만끽하며 위도를 일주하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작가들이 앞다퉈 섬을 찾는다.● 호랑이의 눈? 바닷가에 뜬 달! 부안 격포항에서 1시간쯤 배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는 위도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부안의 지질명소 19곳 중 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위도 대월습곡은 이달 1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했다. 대월습곡에 가려면 위도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진 갯벌을 걸어야 한다. 약간의 첨벙거림 끝에 모래사장을 건너니 숲길이 나온다. 숲길의 나무 밑에는 작은 구멍들이 수백, 수천 개 뚫려 있는데 커다란 집게를 가진 게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면서 와사삭 소리를 낸다. 게의 불그스름한 등 껍데기에는 웃는 사람의 입술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위도 사람들로부터 ‘스마일 게’라는 별칭을 얻은 게다. 숲속 길을 한 20분 걸었을까. 툭 터진 전망이 나온 해안길이 나왔다. 변산반도 채석강, 적벽강처럼 옆으로 길게 지층을 이룬 특이한 바위들이 있는 해변이다. 그런데 눈앞에 등장한 절벽에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수십 개의 층으로 된 지층이 둥그렇게 말려 들어갔는데 그 모양이 꼭 동물의 눈동자처럼 생겼다. 처음 본 사람들은 호랑이의 눈 같다고 하기도 하고, 파충류의 눈동자처럼 기괴한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위도 사람들은 둥글게 말려 들어간 지층의 절벽을 보고 바닷가에 ‘큰 달’이 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른바 ‘대월습곡(大月褶曲)’이다. ​​습곡이란 지층이 물결 모양으로 주름이 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안 위도 진리 대월습곡은 일반적인 습곡과 달리,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지층이 말려 거대한 지층 구조를 만들어낸 횡와습곡이다. ​​대월습곡의 모양은 거대한 반원형 형태다. 원래 둥근달 모양이었는데, 절반이 잘려 나간 듯한 모양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큰 달로 불러왔다고 한다. 뚜렷한 지층 경계로 이뤄진 지름 40m의 거대한 원형 구조가 푸른 해안과 어우러져 수려한 절경을 이룬다. 어찌나 거대한 둥근달인지 바위 아래에 서 있는 사람이 손톱만 해 보일 정도다. 부안의 지질 명소는 이 밖에도 적벽강과 채석강, 솔섬, 모항 ‘생각하는 바위’ 등이 있다. 이런 지질 명소인 변산에서는 25~27일 ‘무빙팝업시네마’ 행사가 열린다. 늦여름 황홀한 낙조를 배경으로 ‘변산’ ‘델타보이즈’ ‘태양은 없다’ 등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 두 섬 사이로 지는 왕등낙조위도 8경 중 하나인 ‘왕등낙조’는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으로 꼽힌다. 오후 7시가 좀 넘었을까. 위도해수욕장에서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붉은 해의 긴 그림자가 바다 위에 내려 비치고 있었다. 급하게 해안도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높은 절벽 위에 놓은 해안도로였기 때문에 지는 해의 그림자가 수면 위로 유난히도 길게 번지고 있었다. 온 하늘과 바다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태양은 위도에서 약 20km 떨어진 두 개의 왕등도(상왕등도, 하왕등도) 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일출이나 일몰이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해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겠지만 이렇게 특정한 섬이나 산, 나무 등을 배경으로 해가 뜨거나 질 때 전국적 명소로 등극하게 된다.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동해 추암해변은 촛대바위 때문에 해돋이 명소가 됐듯이 말이다. 두 개의 왕등도 사이로 정확히 떨어지는 노을은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서로 나란히 있는 섬이 갖고 노는 붉은 구슬처럼 보이는 태양. 어린 시절 해 질 녘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가 저녁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태양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 하늘과 바다의 색감은 더욱 신비스럽고 오묘하게 변화한다. 해가 진 후 바다에서 20~30분 머무르며 황홀한 색채의 향연 속에 사방이 어둑해지는 고요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참맛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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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끝자락, 달빛 아래 순백의 상사화가 피어난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상사화(相思花).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꽃이다. 상사병을 앓게 하는 이 지독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서로를 결코 만날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아픔이고 슬픔이 된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위도에는 8월 말 순백의 ‘위도 상사화’가 피어난다. 지구상에서 단 한 곳, 위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여름의 끝자락에 위도를 찾아 떠난다. ● 밤에 더 희게 빛나는 위도 상사화보통 한 송이 꽃이 피려면 봄에 먼저 새싹잎이 나고, 줄기가 자라나고,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망울이 터져 드디어 꽃이 피어나게 된다. 그런데 상사화는 다르다. 추운 겨울(2월)에 푸릇푸릇 새싹이 피어난다. 봄에 잎이 무성해진다. 여름이 올 즈음인 6월, 잎은 말라 다 떨어진다. 그러다 8월 중하순, 잎이 떨어진 뿌리에서 한 가닥 줄기가 불쑥 올라와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치 길거리에서 파는 한 송이 장미가 잎과 가시를 다 제거해 매끈한 줄기 끝에 달린 것처럼 상사화는 땅 위에서 솟아오른 깨끗한 줄기 끝에 꽃 한 송이가 달려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한 것처럼, 한 송이 상사화를 피우기 위해 잎은 추운 겨울부터 새싹을 틔우고 부지런히 광합성을 했다. 그러다 말라붙은 잎은 땅으로 떨어졌고, 뿌리로 들어가 꽃으로 환생한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고, 희생하고, 사랑했는데 잎과 꽃은 살아생전에는 볼 수 없는 운명이다. 죽어서야 만날 수 있는 인연. 그래서 상사화를 이별초, 부활초라고도 부른다. 상사화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노랑 상사화, 분홍 상사화, 붉은색 상사화, 흰색 상사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붉은색 상사화인 ‘꽃무릇’(석산)이다. 상사화는 보통 8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피는데, 꽃무릇은 약간 늦어 9∼10월에 만개해 ‘가을의 전령’이라고 불린다. 이 시기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에 가면 사찰 입구 솔밭 아래에 붉은 융단이 깔린 것처럼 초록색 줄기 위에 피어난 붉은색 상사화가 장관을 이룬다. 선운사 계곡을 따라 길가에 한두 송이 피어난 꽃무릇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8월 말 부안의 위도에서는 흰색 상사화가 만개한다. 백합처럼 순백색으로 피어나는 ‘위도 상사화’. 전 지구상에 오직 위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귀종이다. 붉은색 꽃무릇은 너무나도 한꺼번에 많이 심어 놓아 처절한 사랑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순백의 위도 상사화는 사랑과 슬픔이 과하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아 오히려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기자가 위도를 찾았던 8월 초에는 위도 상사화가 진리 해변가 마을의 가정집 소나무 아래에 탐스럽게 몇 송이 피어 있었다. 올해 위도 상사화는 8월 24∼31일경 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26일 위도해수욕장에서는 ‘고슴도치섬 위도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수평선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이 진 후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달빛 속에 은은하게 자태를 드러낸 위도 상사화는 밤에 더욱 희게 빛난다.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위도 해안도로(16.8km)에서 상사화를 만끽하며 위도를 일주하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작가들이 앞다퉈 섬을 찾는다. ● 호랑이의 눈? 바닷가에 뜬 달! 부안 격포항에서 1시간쯤 배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는 위도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부안의 지질명소 19곳 중 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위도 대월습곡은 이달 1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했다. 대월습곡에 가려면 위도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진 갯벌을 걸어야 한다. 약간의 첨벙거림 끝에 모래사장을 건너니 숲길이 나온다. 숲길의 나무 밑에는 작은 구멍들이 수백, 수천 개 뚫려 있는데 커다란 집게를 가진 게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면서 와사삭 소리를 낸다. 게의 불그스름한 등껍데기에는 웃는 사람의 입술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위도 사람들로부터 ‘스마일 게’라는 별칭을 얻은 게다. 숲속 길을 한 20분 걸었을까. 툭 터진 전망이 나온 해안길이 나왔다. 변산반도 채석강, 적벽강처럼 옆으로 길게 지층을 이룬 특이한 바위들이 있는 해변이다. 그런데 눈앞에 등장한 절벽에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호랑이의 눈? 공룡의 눈? 이구아나? 수십 개의 층으로 된 지층이 둥그렇게 말려 들어갔는데 그 모양이 꼭 동물의 눈동자처럼 생겼다. 처음 본 사람들은 호랑이의 눈 같다고 하기도 하고, 파충류의 눈동자처럼 기괴한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위도 사람들은 둥글게 말려 들어간 지층의 절벽을 보고 바닷가에 ‘큰 달’이 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른바 ‘대월습곡(大月褶曲)’이다. 습곡이란 지층이 물결 모양으로 주름이 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안 위도 진리 대월습곡은 일반적인 습곡과 달리,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지층이 말려 거대한 지층 구조를 만들어낸 횡와습곡이다. 대월습곡의 모양은 거대한 반원형 형태다. 원래 둥근달 모양이었는데, 절반이 잘려 나간 듯한 모양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큰 달로 불러 왔다고 한다. 뚜렷한 지층 경계로 이뤄진 지름 40m의 거대한 원형 구조가 푸른 해안과 어우러져 수려한 절경을 이룬다. 어찌나 거대한 둥근달인지 바위 아래에 서 있는 사람이 손톱만 해 보일 정도다. 부안의 지질 명소는 이 밖에도 적벽강과 채석강, 솔섬, 모항 ‘생각하는 바위’ 등이 있다. 이런 지질 명소인 변산에서는 25∼27일 ‘무빙팝업시네마’ 행사가 열린다. 늦여름 황홀한 낙조를 배경으로 ‘변산’ ‘델타보이즈’ ‘태양은 없다’ 등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 두 섬 사이로 지는 왕등낙조위도 8경 중 하나인 ‘왕등낙조’는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으로 꼽힌다. 오후 7시가 좀 넘었을까. 위도해수욕장에서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붉은 해의 긴 그림자가 바다 위에 내려 비치고 있었다. 급하게 해안도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높은 절벽 위에 놓은 해안도로였기 때문에 지는 해의 그림자가 수면 위로 유난히도 길게 번지고 있었다. 온 하늘과 바다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태양은 위도에서 약 20km 떨어진 두 개의 왕등도(상왕등도, 하왕등도) 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일출이나 일몰이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해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겠지만 이렇게 특정한 섬이나 산, 나무 등을 배경으로 해가 뜨거나 질 때 전국적 명소로 등극하게 된다.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동해 추암해변은 촛대바위 때문에 해돋이 명소가 됐듯이 말이다. 두 개의 왕등도 사이로 정확히 떨어지는 노을은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서로 나란히 있는 섬이 갖고 노는 붉은 구슬처럼 보이는 태양. 어린 시절 해질 녘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가 저녁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태양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 하늘과 바다의 색감은 더욱 신비스럽고 오묘하게 변화한다. 해가 진 후 바다에서 20∼30분 머무르며 황홀한 색채의 향연 속에 사방이 어둑해지는 고요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참맛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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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생식물 주제 ‘제2회 러쉬 아트페어’

    러쉬코리아(Lush Korea)가 8월 17∼31일 전국 18개 매장에서 ‘제2회 러쉬 아트페어’를 연다. 기후 변화로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들을 주제로 발달장애 예술가 50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러쉬 아트페어’는 매장을 갤러리로 해석한 화장품 업계 최초의 아트페어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타이틀로, 50인의 발달장애 예술가들은 실제 거주하고 있는 각 지역의 수목원을 방문해 관찰하고 느낀 감정을 작품에 온전히 담아냈다. 8월 17일부터 약 2주간 전국 18개 매장에서 진행하는 ‘제2회 러쉬 아트페어’는 모바일 홈페이지 디지털 갤러리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아트페어 종료 이후에는 모든 작품을 한데 모아 9월 8∼12일 국립수목원 내 산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특별전으로 이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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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다즈 서울 강남, 해요 작가 전시회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에 위치한 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은 1층 아츠 갤러리에서 한여름과 어울리는 색감의 해요(HAEYO) 작가의 전시를 연다. 제주에 살며 가족과 일상을 주제로 그리는 해요 작가의 전시는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1층 라운지 아츠(A’+Z)에서는 해요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2종의 콜라보 음료도 선보인다. 루프 코팅 라테(Roof Coating Latte)는 푸른 하늘과 초록색으로 칠해진 지붕을 형상화했고, 안다즈 윈디 돈(Andaz Windy Dawn)은 동이 틀 무렵 붉게 물든 하늘에 바람이 부는 제주를 신선한 오렌지와 복숭아 주스, 석류 시럽으로 표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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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 문화 결합된 호텔 리조트 천국, 마카오로 오세요”

    “코로나 기간 마카오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도시’로 더욱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미식과 쇼핑의 1번지인 마카오로 오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마카오가 올해 1월 8일 국경을 재개방한 이후로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지난달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5년 만에 마카오 관광 로드쇼를 열었다. 마리아 헬레나 드 세나 페르난데스 마카오관광청장(사진)도 내한해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팬데믹 기간 마카오는 새로운 호텔과 시설을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고 소개했다. 런더너(Londoner), 리스보에타(Lisboeta), 래플스(Raffles at Galaxy Macau), 안다즈(Andaz Macau), 모르페우스(Morpheus) 등 새로운 호텔이 개관해 2019년에는 총 4만1000개의 객실이 있었는데, 현재는 4만7000개로 늘었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지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유작으로, 굉장히 독특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로컬 브랜드인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에는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의 쇼핑몰이 들어오고, 카를 라거펠트 호텔과 베르사체 호텔 등이 오픈할 예정이다.” ―마카오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마카오는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동양과 서양 문화가 잘 결합된 여행지다. 마카오의 대표 관광지인 세인트폴 성당 유적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예전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마카오는 전 지역이 면세 지역으로, 호텔 아래에 대형 쇼핑몰이 있어 쇼핑의 천국이기도 하다.” 2019년 마카오를 방문한 한국인은 74만여 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위가 중국, 2위가 홍콩, 3위가 대만이다.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인 중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셈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특징은…. “한국은 마카오의 인바운드 관광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매년 한국인 관광객 70만 명 이상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한국인들이 약 3시간 반의 비행 시간으로 세계적 수준의 호텔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마카오다. 또 유행에 민감한 한국 여행객들은 새로운 호텔이나 어트랙션이 나오면 앞다퉈 직접 경험해 보려고 한다. 최근 오픈한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teamLabSuperNatureMacao)와 리모델링한 그랑프리 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Hong Kong-Zhuhai-Macao Bridge)’ 개통은 마카오 관광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8년 10월 개통한 이 다리는 전체 길이가 55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훨씬 편하게 홍콩과 마카오를 오갈 수 있게 됐다. 24시간 버스 이용이 가능하며 40분(요금 약 1만 원) 정도 걸린다. 페리(약 70분·3만 원)보다 훨씬 빠르고 비용도 저렴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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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사랑의 절벽’

    괌의 에메랄드빛 투몬비치가 내려다보이는 ‘사랑의 절벽’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 괌의 원주민인 차모로 추장의 딸과 남자친구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하트 모양 자물쇠가 매달린 난간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투몬비치, 건비치, 이파오비치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해변에는 남성의 왼쪽 얼굴이 보이고, 절벽에는 여인의 옆모습과 똑 닮은 지형이 있다. 해변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다 보면 남국의 푸른 물빛에 빠져들게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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