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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일본 총리가 15일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 추도사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에 ‘반성’을 언급한 것은 13년 만이다.이시바 총리는 패전 80년을 맞은 이날 도쿄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 후 80년이 지났다. 지금은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대다수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비통한 전쟁의 기억과 부전(不戰)에 대한 결연한 다짐을 세대를 초월하여 계승하고 항구적 평화를 향한 행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가 1993년 “애도의 뜻”을 처음 밝힌 뒤,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깊은 반성” 등 한동안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맞춰 반성의 뜻을 표해 왔다. 특히 무라야마 총리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필설(筆舌·글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희생을 초래했다”고 반성한 뒤 일본 총리들은 추도사에서 반성 표현을 담았다. 하지만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추도사에서 ‘반성’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역사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표현하며 상황이 변했다. 이어 집권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도 패전일 추도사에 반성 표현을 담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추도사에서 반성을 다시 언급했지만 앞선 총리들이 반성과 함께 썼던 ‘침략’, ‘가해’ 등의 표현은 담지 않았다. 종전 50년인 1995년부터 10년마다 공개되던 일본 총리의 담화도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이날 패전일을 맞아 일본 전현직 각료들이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시바 총리는 참배를 하지 않고 공물료를 봉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시바 총리가 ‘반성’을 언급한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과거 아픈 역사를 직시하면서 국가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은 미래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23, 24일 일본 방문과 관련해 “이번 방일을 통해 한일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日이시바 ‘반성’ 언급했지만… 차기 총리 유력 후보들 야스쿠니 참배[광복 80주년]고이즈미-다카이치, 각각 신사 참배… 이시바는 참배대신 공물료 봉납‘종전 80주년 담화’ 안한 이시바… 내달 ‘개인 메시지’ 발표 가능성일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리 유력 후보들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을 맞아 2차 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이날 종전 80주년 총리 담화를 내진 않았지만, 다음 달 ‘개인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과거사 문제를 잘 관리하면서도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은 이날 오전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신사를 각각 참배했다고 교도통신, NHK 등이 전했다. 이들은 지난달 참의원 선거 참패 후 이시바 정권이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총리 후보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다투고 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의 아들로, 높은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일찌감치 차세대 총리감으로 주목받았다. ‘여자 아베’로도 불리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자민당 내 대표적 보수통이다. 이들은 지난해 패전일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이날 야스쿠니신사에선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극우 성향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 대표를 비롯한 중·참의원 의원 18명, 지방의원 등 총 88명이 집단 참배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 참배 대신 공물료를 봉납했다. 현직 총리가 참배한 것은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으로, 이후 총리들은 참배 대신 공물이나 공물료를 봉납해 왔다. 이날 이시바 총리의 종전 80주년 담화 발표는 없었다. 일본 총리들은 전후 50년이던 1995년부터 10년 간격으로 종전일 전후로 각의(국무회의)를 거쳐 총리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에 담화가 발표되지 않은 것은 총리에 대한 선거 패배 책임론과 더불어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종전 80주년 메시지 발신의 의지가 강한 이시바 총리가 일본이 항복문서에 조인한 날짜인 다음 달 2일을 즈음해 ‘개인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사 현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시고,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며 “가혹한 일제 식민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선열들의 간절한 염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 지도층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한국 외교부는 “정부는 야스쿠니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 관계라고 우리는 정의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사전 원고에는 없었던 표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건 가운데 남북 간 신뢰 회복과 한반도 긴장 완화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의 긴장 완화 조치들에 “허망한 개꿈”이라며 찬물을 끼얹었지만 이날 이 대통령은 두 차례 ‘인내심’을 언급하며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남북 소통이 차단된 가운데 이 대통령은 북한의 호응 없이도 9·19남북군사합의 복원에 나서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번 경축사는 북한이 민감해하는 비핵화 방안이나 과거 문재인 정부의 첫 광복절 메시지에 담긴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적극적인 대북 구상 대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한 불신 해소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다.● ‘인내’ 두 차례 강조, 대화 복원 통한 상황 관리이 대통령은 이날 경축식에 남색, 자주색, 흰색의 굵은 사선이 차례로 배열된 통합을 상징하는 넥타이를 맸다. 부인 김혜경 여사는 흰색 한복 차림으로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25분간의 5500자 분량 연설에서 ‘빛’(19번), ‘독립’(14회), ‘평화’(12회), ‘민주’, ‘미래’(각 11회) 등을 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엉킨 실타래’로 규정하며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호응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듯 이날 ‘인내’라는 표현을 두 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도 없다”는 발언은 대북 강경책을 꺼내든 전임 정부와의 차이를 부각하면서 북한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대북 목표가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북측이 화답하길 인내하며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9·19남북군사합의 복원을 공식화하면서 지난해 재개된 남북 접경지 인근 포사격 및 기동훈련 등이 조만간 중단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훈련 중지와 비행금지구역 설정,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대통령이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언급한 건 이 중 일부 조치를 재개한 뒤 북한의 호응에 따라 전면 복원 등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경제협력을 하자는 원칙도 제시했다.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에 담긴 ‘공리공영’ ‘유무상통’ 원칙을 내세운 것. 정부는 내부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등 여러 경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언급하며 일단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비핵화 언급을 줄이고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것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북-미 대화에 한국이 ‘패싱’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단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통한 상황 관리에 집중한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 미국의 대북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한미 간 대북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미 관세 협상 이어 다른 파도 밀려올 것” 이 대통령은 이날 공급망 재편, 통상 질서 변화, 첨단기술 경쟁 등 복합 위기를 거론하며 “한미 관세 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또 다른 파도들이 시시각각 밀려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급변하는 질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고 국민의 삶이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그동안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분열시켰다”며 “전쟁의 참화 속으로 국민을 몰아넣으려는 무도한 시도마저 서슴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정권 비판 세력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며 분열을 부추겼고 비상계엄 과정에서 외환 유치를 시도했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은 앞으로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도록 국가를 위한 희생에는 예우도 높게, 지원은 두텁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독립유공자 후손, 유해 봉환 대상 유족 등 80여 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대한민국이 보훈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조국 독립에 일생을 바치신 독립 유공자의 고귀한 인생에 국민을 대표해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선열을 기리고 유공자의 명예를 지키는 일은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큰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생존해 계신 애국지사님들이 남은 삶을 불편함 없이 보내실 수 있도록 각별히 챙기겠다”며 “독립투쟁의 역사와 정신을 우리 미래 세대들이 계승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선양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하겠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을 가한다고 하는 것이 우리의 대원칙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대북 및 통일 정책의 기본 방향과 원칙을 제시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대북 제안보다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의 비전과 기본 방향을 천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남북 대화 과정에서 맺어진 남북 간 주요 합의서의 의미와 정신을 평가하고 이를 존중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힐 계획”이라며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핵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한일 문제에 대해선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강조할 계획이다. 15일 이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국민임명식’에 참석한다. ‘함께 찾은 빛, 대한민국을 비추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오후 8시부터 100분간 진행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대표’로 선정된 80명에게 ‘빛의 임명장’을 받는다. 국민대표에는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이세돌 바둑기사, 박항서 축구감독, 강제규 영화감독 등과 계엄 당일 장갑차를 막아섰던 유충원·김숙정 부부 등 일반 시민도 포함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이 참석한다. 이 대통령이 초청했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지도부 등은 이날 불참할 예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수감 중인 관계로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민임명식 직전 이 대통령은 한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 등 외교단과 만찬을 갖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비롯한 6대 경제단체장 등 총 170명가량이 참석한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인한 전기 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주요 사항을 점검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규연 대통령홍보소통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 수석은 “감축 목표를 시행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빨리 늘려서 (인상) 압력을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당장 올린다 등의 내용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전기 요금 인상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았지만 전기 요금 인상에 대비한 취약계층 지원 대책 등을 마련하라는 취지였다는 것.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3년엔 윤석열 정부의 전기 요금 인상 계획에 반대한 바 있다. 다만 대선 후보 시절엔 “(전기 요금이) 지금도 비싸다고 느끼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올려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회의에서 “급변하는 통상 질서에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면 소비 회복, 내수 시장 육성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2차 내수 활성화가 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로 각종 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소비 회복 움직임이 멈추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쿠폰 지급에 이은 2차 내수 회복 대책을 예고한 셈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10월 긴 추석 연휴, 연말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활용한 내수 활성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강구해 달라”며 내수 활성화 시점도 특정했다. 이 대통령의 ‘2차 내수 활성화’ 언급을 두고 일각에선 3차 추경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추경과) 연결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소비쿠폰이 내수 진작에 도움을 준다는 지표가 여기저기서 나와 조금 더 이런 정책을 이어 나가 내수 소비를 진작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3일부터 24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취임 후 처음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 이시바 총리와의 회동은 그 자체로 파격적인 대일 메시지라는 평가다. 한국 대통령의 방일이 방미보다 먼저 이뤄지는 건 처음이다.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이어 두 번째 만나는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과거사를 물밑에서 관리하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확대하자는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 ‘실용 외교’에 한미일 공조 강화가 우선순위에 놓여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미래지향적 협력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은 물론이고 역내 평화와 안정,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일 기간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회담 후 만찬을 함께한다. 이후 곧바로 워싱턴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셔틀외교를 조기 가동하는 것은 임기 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방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이 대통령과 참의원 선거 참패로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한 이시바 총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어 한일 관계 협력 비전을 담은 ‘이재명-이시바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과거사 문제를 관리하는 원칙 등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도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 등 민감한 과거사 현안에 대한 이견을 건설적으로 풀어가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강 대변인은 이날 “방미, 방일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대일, 대미 특사단 파견은 추진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이 6월 취임한 지 82일 만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25일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24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변화하는 국제 안보 및 경제 환경에 대응해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주한미군 재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정상회담에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이른바 ‘동맹 현대화’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이날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호 안보에 대한 위협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해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했다. 모든 작전상 조정은 동맹 채널을 통해 협의될 것”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타결된 관세 협상을 바탕으로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를 포함한 경제 협력과 첨단 기술, 핵심 광물 등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中견제’ 주한미군 재배치-국방비 합의에 李-트럼프 첫 회담 달려李 취임 82일만에 트럼프와 첫 대면 25일 정상회담 직후 업무 오찬 트럼프, 국방비 증액 직접 말할수도 한경협, 경제사절단 구성 준비 착수한미 정상회담이 25일(현지 시간)로 확정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오벌 오피스(oval office·미국 대통령 집무실)’ 대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세 협상 극적 타결로 지연된 정상회담이 빠르게 조율되면서 임기 초반 한미동맹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만큼 대통령실은 첨단기술 협력 강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 등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재배치 등 이른바 ‘미국의 동맹 현대화’와 관세 후속 협상을 위한 대(對)미 투자 등 핵심 의제가 걸린 만큼 녹록지 않은 첫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맹 현대화’ 합의 수준 회담 성패 가를 듯 2박 3일 일정의 이번 방미는 ‘공식 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다. 21발 예포가 울리는 백악관 공식 환영식과 만찬, 의회 연설 등 최고 예우가 포함된 ‘국빈 방문’에 비해 의전이 간소화된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만찬 대신 정상회담 직후 업무 오찬을 갖는다. 정부 소식통은 “준비 기간, 당면 현안을 고려해 업무 중심 방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회담을 앞두고 한미가 집중 협의 중인 ‘동맹 현대화’는 현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 성패를 판가름할 핵심 쟁점이 될 예정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재배치와 한국의 자국 안보 부담 확대 등 미국의 요구에 한미가 어느 수준으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느냐는 것. 미국이 국방 예산 감축에 따라 효율적인 국방 전략을 수립하는 가운데 정부도 중국 견제에 집중된 인도태평양 역내 미군 재배치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주한미군 규모·역할 조정이 대북 대비 태세 및 한중 관계 관리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정부는 2006년 한미 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준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2006년 합의에 따라 미중 간 분쟁에 한국의 개입 등은 불가하다는 것. 이와 함께 정부는 주한미군의 유연한 운용에 따른 연합 대비 태세 공백을 대체할 만한 대체 전력 등이 한반도에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8일 “(주한미군 조정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요구에 무작정 끌려갈 수만은 없다”면서 “연합방위태세 유지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했다. 세부 협의에 이견이 있는 만큼 한미는 정상 간 첫 대면에선 동맹 현대화에 대한 큰 틀 합의에 주력한 뒤 후속 실무 협의를 이어가는 방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한반도 방위 기여를 늘리는 국방비 증액 요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사한 국내총생산(GDP)의 5% 기준을 이 대통령에게 직접 언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단계적 국방비 증액 계획과 함께 민군 연구개발(R&D) 등 안보 간접 비용을 합쳐 5% 기준을 맞추는 방안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경제사절단도 준비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12일 공식 발표되면서 이 대통령과 동행할 경제사절단 구성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경제사절단 구성을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사절단은 국내 주요 기업 총수 및 경제단체장을 중심으로 꾸려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방미 기간 관세 협상에서 합의된 대미 투자 펀드 외 대기업들의 추가 대미 투자 발표도 있을 예정이다. 한경협은 25일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추진하며 재계 총수들의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정부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방예산에서도 기존 방위력개선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래식 전력 예산을 줄이고 AI 관련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1호 공약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제시한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실 지침에 따라 기존 예산안에서 AI 관련 예산을 크게 확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기재부는 이르면 내주 내년도 예산안 심의 내용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는 기재부는 지난달 대통령실 지침에 따라 AI 예산을 대폭 늘릴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에 AI 관련 예산을 기존보다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적정한 수준을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올해 한국의 AI 관련 본예산은 1조8000억 원 수준이다. 전체 예산 중 0.3%에 그친다. 올해 5월 1차 추경을 통해 AI 분야에 약 1조9000억 원이 추가 투입됐지만 중국(약 39조 원)이나 미국(약 29조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정부는 우선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예산을 대거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AI 칩으로 주목받는 신경망처리장치(NPU·AI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도 대규모 예산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로 구성되는 국방예산(올해 약 61조 원)도 상당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방위력개선비(약 18조 원)가 북한 핵·미사일 억제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전력 강화에 집중된 가운데 기존 재래식 전력 관련 예산을 삭감해 국방 AI·유무인 관련 예산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 그간 방위력개선비 중 AI 등 첨단기술과 관련한 예산은 1~2%에 불과했다.정부 관계자는 “드론을 활용해 사람을 식별하는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화재 감시, 국방 정찰용 드론을 개발하기 위한 실증 사업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꽤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베트남 서열 1위 또럼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올해 한-베트남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을 맞아 2030년까지 양국의 교역 규모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달성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글로벌 교역질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67억 달러(약 120조 원)인 베트남 교역 규모를 2배가량으로 확대하는 등 신남방정책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전날 국빈 방한한 럼 서기장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베트남 서기장의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자 이재명 정부 이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이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이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은 대한민국에 매우 중요한 이웃 국가”라며 “베트남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럼 서기장은 “한국은 베트남의 중요한 파트너로 직접 투자와 관광에서 1위”라며 “양국 협력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첨단 과학기술·에너지·공급망 등 미래지향적 분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원전, 고속철도,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베트남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과 북남 고속철도 건설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에 한국 기업 진출 지원을 요청했다. 양국은 인공지능(AI),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분야 공동연구 및 재생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국빈 방한 정상인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에서 한-베트남 무역 규모를 향후 5년간 두 배가량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무역체계 재편 속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핵심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대규모 미국 무역 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공통점이 있는 한국과 베트남이 미국발(發) 관세 부과로 인해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공동 대응해 나갈 여지도 크다는 것. 베트남은 2045년 고소득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연간 7%대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원전·고속철도·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양국의 ‘윈윈’ 협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기대다. 정부 관계자는 “전 세계 정상 중 다섯 번째로 취임 통화를 갖고 서울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 대상국이 베트남이라는 것 자체가 베트남을 경제 안보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풍부한 희토류 자원과 한국의 기술 결합” 이 대통령과 럼 서기장은 이날 회담에서 호혜적 경제협력 가속화, 첨단과학기술·재생에너지·핵심광물 등 미래 협력 확대, 인적·문화 교류 강화 등을 담은 ‘한-베트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럼 서기장은 이날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은 무역을 원활히 하고 상호 시장 개방을 지속해 2030년까지 양국간 교역 1500억 달러 달성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지난해 한국의 3대 교역국(867억 달러)이자 1만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아세안 최대 시장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주의 확산으로 무기화된 희토류에 대한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양국은 베트남의 풍부한 희토류 자원과 한국의 기술을 결합하여 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올해부터 조성되는 한-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를 중심으로 핵심 광물의 수급·가공·활용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 불리는 희토류는 중국과 베트남이 각각 전 세계 매장량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베트남과의 협력을 통해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80%에 육박하는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신남방 정책 윤곽 이번 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이재명 정부의 신남방정책 윤곽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따라 아세안 공략을 통한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 특히 한국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하고 베트남에서 최종제품을 생산해 미국 등 시장에 수출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만큼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틀 안에서 경제협력 및 리스크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3위, 한국은 8위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과 북남 고속철도 건설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을 거론하면서 한국 기업 진출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베트남 동남신도시 사업 도시 개발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K-신도시의 첫 수출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럼 서기장은 이날 “동해(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항공 자유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국제법에 근거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영유권을 두고 갈등 중인 중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낸 것.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남북이 공존하고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베트남의 지지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고, 럼 서기장은 “남북 대화 재개 노력에 환영과 지지를 보낸다”고 답했다. 2023년 6월 한-베트남 정상회담 당시 언급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 우려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조 전 대표의 정치권 복귀를 둘러싼 여권 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는 조 전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에 대해선 사면은 물론이고 복권을 함께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뿐 아니라 차기 대선 출마 자격을 얻게 되는 셈이다. 조 전 대표가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대표 주자인 만큼 친명(친이재명) 진영에선 조 전 대표의 전면 등판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조 전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부터 호남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울 경우 범여권의 역학 구도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 사면 두고 엇갈리는 친명-친문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 반대 목소리는 주로 친명 진영에서 두드러지는 기류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8일 통화에서 “조국으로 상징되는 공정성 이슈가 재부각돼 중도층 여론이 악화되는 것과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쥐고 있는 호남을 두고 경쟁 구도가 펼쳐질 것이란 우려가 큰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굳이 사면하겠다면 지방선거를 앞둔 내년 초보다는 올해 빨리 등판시켜서 검증대에 올리는 게 차라리 낫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은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커뮤니티에서 조 전 대표 사면에 반대하는 국민청원문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조 전 대표 사면은 이재명 정부가 지향해야 할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역행하며, 결과적으로 국민 통합이 아닌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사면은 오히려 ‘내로남불’이라는 프레임을 강화시키고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개혁의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문 진영에서는 “통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친문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상 조 전 대표는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지 않냐”며 “반대하는 당원들을 보면 전통 지지층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입당한 지지층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조 전 대표의 복귀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단순히 정치적인 흥정을 넘어 조국 일가족은 아무 죄가 없다고 세뇌시킨 김어준류의 그릇된 인식을 반영하는 최악의 정치 사면”이라고 반발했다.● 조국, 내년 보궐 출마 가능성… 합당도 거론 사면 가능성이 커진 조 전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따라 여권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조 전 대표가 사면되면 출소 후 한두 달가량 전국을 돌며 지지층을 만나고 당 대표로 복귀해 내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것 같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조 전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권 가도의 상징성을 가진 서울시장이나 고향인 부산시장에 출마해 체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대선까지 5년이 남은 만큼 우선 이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인 인천 계양을이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임명으로 빈 충남 아산을 등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복귀를 대선 도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도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지세가 큰 호남에 독자 후보를 내세워 몸집 키우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국혁신당은 지난해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민주당 계열을 호남 전역에서 앞섰다. 올 5월 전남 담양군수 보궐선거에서도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가 민주당 이재종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의원은 “호남 지분을 조국혁신당에 일부 내주고 핵심 승부처인 서울 충청 부산 등에선 단일화하자는 ‘현실론’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그 시기는 지방선거 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선 유력 대권 주자인 조 전 대표가 당장 당에 들어오는 구도를 원치 않는다는 것. 조국혁신당도 지방선거에서 몸값을 높여야 합당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미 양국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이달 25일로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셔틀외교(상호 방문) 복원을 강조한 이 대통령은 방미 전 방일에 무게를 두고 일본 측과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 한미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을 25일로 최종 협의 중인 가운데 양국 정상의 최종 결심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 정상회담이 25일 성사되면 이 대통령 취임 82일 만이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토대로 일정 등 세부 사항에 대한 긴밀한 소통을 지속 중”이라며 “최종 조율되면 미 측과 시점을 협의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조선업 협력을 위해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인 미국 필리조선소를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지난달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 협의를 비롯해 ‘한미동맹 현대화’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청구서’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맞물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추진 중이다. 대통령 취임 첫 방일이 방미보다 먼저 이뤄진다면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한미 정상회담이 25일(현지 시간)로 최종 조율되는 가운데 방미 기간 이재명 대통령의 필라델피아 현지 조선소 방문이 추진되는 건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한미 조선협력의 ‘전진기지’가 될 필리조선소에서 선박 건조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방미 직전 방일해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도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상회담에 더해 한일 간 ‘셔틀외교’까지 조기 가동되면서 핵심 우방국을 대상으로 한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 대통령의 방일이 방미보다 먼저 이뤄지는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동맹 현대화’ 큰 틀 합의, ‘트럼프 변수’도 염두7일 복수의 한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한미는 이달 12∼14일로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추진했으나 회담 준비 기간과 정상 일정 등을 고려해 시점을 늦췄다. 외교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은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 방문이 추진되는 건 미중 해상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미국이 강조해 온 조선협력 기대에 부응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한미는 관세 협상에서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의 조선협력 펀드를 운용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리 관세협상단을 만나 “(조선 분야에) 조속히 투자해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방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소 방문은 추진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한미는 정상회담 핵심 의제가 될 ‘동맹 현대화’는 큰 틀에서 합의한 뒤 고위·실무급 후속 협의를 진행해 나가는 방향을 조율 중이다. 다만 정부는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2006년 한미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의 기반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2006년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 태세 조정에 양국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다만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등 국무부·펜타곤 정책라인 관심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대미 추가 투자, 국방비, 조선협력 등 돈(비용)으로 환산될 수 있는 의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일 변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의 5% 국방비 증액을 회담에서 관철시킨 뒤 이를 성과로 포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실무 협의에선 다뤄지지 않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先방일 後방미 성사 시 ‘파격 메시지’ 될 듯6월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합의한 셔틀외교도 두 달여 만에 조기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30일을 전후로 일본 방문을 추진했지만 당시 일본의 참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 변수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후 일본 측이 미국발 관세 공동 대응 차원에서 이 대통령의 방일을 강하게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한일 회담 추진은 참의원 선거 참패에 따른 퇴진 압박으로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한 이시바 총리와 실용외교 기조에 따라 임기 초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변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이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6일 기자회견에서 “미일 관세 협상 합의를 국익을 지키면서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사실상 퇴진 가능성을 일축했다.만약 이 대통령 방미 전 일본 방문이 최종 성사된다면 그 자체로도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일본을 향한 파격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교 정상화 이후 노태우·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한미 회담보다 먼저 개최된 적은 있었지만 양자 회담에서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이 일본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 반일 발언 등 이 대통령에 대한 일본 내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특히 광복 80주년인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 한일 관계와 관련된 미래지향적 협력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양 정상은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물밑에서 조율하고 한일 양자와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어 한일 관계 협력을 담은 ‘이재명-이시바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북한 주민 1명이 지난달 해상을 통해 귀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일 북한 주민 1명이 중서부 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데 이어 이재명 정부 들어 공개 사례 기준으로는 두 번째 귀순이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은 지난달 31일 북한 남성 1명이 인천 강화군 교동도 앞 해상에서 스티로폼을 몸에 묶은 채 헤엄치는 모습을 감시 장비 등으로 포착했다. 장병들은 북방한계선(NLL) 이북 지역에서부터 이 모습을 포착해 밀착 감시를 이어오다가 이 남성이 NLL을 넘어온 직후 신병을 확보해 관계 당국에 인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동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과 마주하고 있다. 연안군과 직선거리 기준으로 2.5km 떨어진 곳으로 북한과 지척이다. 2013년 북한 주민이 맨몸으로 교동도 해안에 도착해 민가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하는 등 북한 주민들의 단골 귀순 경로다. 지난해 8월에도 북한 남성 주민 1명이 교동도 북측 한강하구중립수역의 강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날 때를 이용해 ‘도보 귀순’했다. 이번에 귀순한 남성은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 관계 당국이 실시하는 합동신문에서 귀순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 남성의 신원 등에 큰 문제가 없는 한 귀순을 수용할 방침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부가 이달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국방비 증액 문제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연계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압박하는 국방비 증액 요구가 한국의 자체 방위 부담 확대와 직결되는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역량 확충 카드와 연계해 전작권 전환 조건도 충족해 나가면서 미국의 증액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한미 간) 국방비 증액은 큰 문제는 아니다”며 “전작권 전환 조건 중 하나인 대북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 우리도 최선을 다해 (조건에) 도달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이 하지 말라고 해도 우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3대 조건은 △연합방위 주도에 필요한 한국군의 군사 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어차피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또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전작권 전환 시점이 명확해질 수 있다”며 “(이재명 정부) 임기 내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구상에 따라 한미 간 국방비 증액 논의가 진전될 경우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를 목표로 추진했던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미국 측 판단에 따라 실현되지 못했다. 미군은 한국군이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려면 최소 2028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전작권 전환 이후 창설될 미래연합사령부를 한국군이 주도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운용능력 검증은 현재까지 1단계(IOC·기본운용능력) 검증·평가와 2단계(FOC·완전운용능력) 평가까지 마무리된 상황이다. 향후 FOC 검증을 진행해 이를 한미 국방장관이 연말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승인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정부는 올해 2단계 FOC를 마무리하긴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2단계 FOC 검증을 통과하면 한미는 전작권 전환의 ‘디데이’인 목표 연도를 논의할 수 있게 되고 목표 연도 직전 해 마지막 3단계 FMC(완전임무수행능력) 검증까지 통과하면 전작권 전환이 완료된다.정부는 국방비 증액에 여러 안보 관련 간접 비용을 포함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끌어오거나 군 간부 처우 개선 등 인건비를 높이는 구상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한미 양국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방, 안보 분야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측 핵심 요구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장 억제에 초점을 맞춰온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의 반발 등을 우려해 “동의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 요구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미국이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라며 “이는 한미 간 합의돼야 할 사안인데, 우리로서는 한반도를 전진기지로 삼으면 중국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 요구는 현행 주한미군의 역할 범위를 한반도를 넘어 중국 견제를 비롯해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일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대북 방어에 전념하는 ‘붙박이 부대’를 벗어나 동아시아 전역에서 ‘작전 기동군’으로 활용하고자 한 미국의 국방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주한미군 규모 축소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해외 주둔 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이 제기된 바 있다. 미 일각에서는 지상군을 대폭 철수하고 공군 위주로 주한미군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마음대로 빼가고 들어가고 싶어 한다”며 “우리는 국익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의 세부사항이 확정되고 안보 협상도 함께 이뤄지는 만큼 양국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국방비 증액의 경우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으로 구성된 우리 정부의 단계적인 증액 계획에 미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美, 주한미군 ‘中견제 전진기지’ 구상… 한국 “동의못해” 난색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거센 압박… 韓 “中반발-대북 억제력 약화 우려”주한미군 감축도 본격 논의 가능성… 순환배치여단 이전 1순위 꼽혀F-35A 등 공군 전력도 변화 예상“미국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다. 모든 핵심 논의가 전략적 유연성을 동의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5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동맹 현대화 차원에서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핵심은) ‘주한미군을 마음대로 빼 가고 들어갔다 나갔다 오며 한반도를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넘어 세계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한반도를 ’전진기지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美 ‘한반도 전진기지’ 구상한미 정상회담이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방, 안보 분야에서 미국 측 요구 사항은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한미 양국 간 관세, 통상 협상에 이어 2차로 국방, 안보 협상이 진행되는 양상인 것.조현 외교부 장관이 3일(현지 시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지금처럼 남아 있고 역할도 오늘과 같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안보 현안에 대한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양국 국방·외교 채널을 통해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과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점을 들어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동참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말하는 ‘한미동맹 현대화’의 핵심은 결국 중국 견제로 나아가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다만 이재명 정부는 국방비 증액 및 한미 첨단기술 분야 협력에는 동의하지만 전략적 유연성 강화에는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주한미군의 대북 억제 역량 약화를 비롯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익 차원에서 단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북한의 키맨이 중국인데, 그렇게 되면 중국과 우리가 원수 사이가 된다”며 “무역·경제뿐만 아니라 중국이 북한을 조종해서 우리에게 장난을 칠 수도 있는 더 큰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 불가피’ 우려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감축 기조와 전략적 유연성 강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태세 변화는 향후 한미 간 주한미군 규모(2만8500명) 조정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대비 미 육군의 인도태평양 역내 주둔 예산이 68% 삭감된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지상군 감축 및 역내 다른 기지로의 재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정부 안팎에선 약 9개월 주기로 한반도에 전개되는 순환배치여단이 주한미군 감축 우선순위로 꼽힌다. 향후 미국의 역내 방어 태세의 중심이 될 괌이나 일본 오키나와로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이 옮겨질 수 있다는 것. 2022년부터 한반도에 순환 배치되고 있는 스트라이커 전투여단 규모는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주한미군 철수 및 역내 재배치 규모(4500명)와 유사하다.주둔 미군의 효율적 운용 기조에 따라 주한 미 공군의 전력 변화도 예상된다. F-16이나 F-35A 등 현재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주요 전력의 규모를 조정해 한반도에 재배치하거나 순환 배치를 확대해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5월 “밤의 위성사진을 보면 한국은 섬 또는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의 고정된 항공모함처럼 보인다”고 언급한 것 역시 한반도가 역내 중국 억제를 위한 공군 전력 발진기지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미 국방부가 역내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방안이 담길 국방전략(NDS)을 수립 중인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핵심 참모였던 댄 콜드웰 전 국방장관 수석고문은 지난달 주한미군 병력을 1만 명 수준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역내 방어 태세의 중심축을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에서 ‘제2열도선’(일본 이즈제도∼괌∼사이판)으로 옮기고, 이에 맞는 전력 재배치와 함께 한국이 한반도 방어에 더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미 정상회담 사전 협의 테이블에서 대만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사실상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연계해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전쟁에 대비해 동맹국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최근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것.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외계인의 지구 침공’에 비유하며 “우리와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는 만큼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에 명확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분석이 나온다. 한미 간에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다룰지를 두고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美, 韓에도 대만 사태 역할 압박 기류한미 당국 간엔 대만 문제에 있어 한국의 역할 등 역내 현안 관련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대만 문제) 상황에 대해서 여러 가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대만 문제를 포함한 주한미군 태세 조정과 연계된 여러 요구들이 산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도 “(미국의 요구 수준이) 한국이 대만 문제에 메시지만 내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새 국방전략(NDS) 수립을 주도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일본과 호주 측에 ‘대만을 둘러싼 미중 전쟁이 벌어졌을 때 어떤 역할을 할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양안 분쟁 시 지근거리에 있는 동맹인 한국에도 역할 정립을 요구하는 기류로 풀이된다.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미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중국의 역내 위협이다. 미 국방부의 ‘임시 국가 방어 전략지침’에도 미국은 본토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한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 중앙정보국(CIA)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 시점을 2027년으로 공식화한 상태다. 이에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와 대만 침공 억제로 조정하고 한국의 자체 방위 능력 향상 및 관련 지원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를테면 대만 유사시 후송·병참 및 무기 지원이나 한국군 투입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이 같은 미국의 구상은 대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과 다소 거리가 있어 향후 한미 간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한미일 회담 계기에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해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미국이 이보다 더 수위가 높은 메시지나 한국의 실질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주한미군 역할 변화 및 대만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역할 확대가 대북 대비태세 약화,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문제로 보고 있다.● 정상회담서 美中 사이 명확한 답 요구할 수도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국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지만 워싱턴 조야에 여전히 현 정부에 대한 ‘친중’ 이미지가 퍼져 있는 만큼 한미 정상회담이 이 같은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측이 한국에 ‘안미경중(安美經中)’ 대신 미국과 중국을 놓고 택일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미 백악관은 6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을 우려한다”는 이례적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최근 요구 흐름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답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주한미군 태세 조정에 따른 한국의 자체 방위 부담 확대도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관세 협상과 함께 진행된 안보 협상에서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으로 구성된 우리 정부의 단계적인 국방비 증액 계획에 미국도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안팎의 우려와 달리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 및 분담금 인상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방위비를 함께 협상하는 기류는 없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 현대화(modernization of the alliance)’를 주장하는 가운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관련한 한국의 대(對)중국 견제 역할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대만 문제)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협의를 (미국 측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도 “특히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대만 문제를 포함한 주한미군 태세 조정과 연계된 여러 요구들이 산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달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일본과 호주에 대만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 측 요구는 ‘실용 외교’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한중 관계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방부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충돌 발생 시 한국이 맡게 될 역할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요청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동아일보 질의에 “우리는 한국 국방부와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미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 억제력, 안정 유지 및 동맹 역량 강화를 계속해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구체적인 역할, 입장을 요청했는지 분명히 밝히진 않았지만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 주도 개발의 핵심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개발 사업에서조차 ‘벌떼 입찰’과 ‘로또 분양’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 공개된 6월 19일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정책실과 국토교통부가 함께 택지 공급 시스템 개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택지 조성을 하고 조성된 택지 가격에 일정한 이익을 붙여서 민간에 파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급 가격과 시장 가격의 차이가 크다 보니 엉터리 가짜 건설회사를 잔뜩 만들어 입찰을 몇백 대 1이 되게 하고 있다”며 “집 짓는 것은 LH가 직접 하고 건설회사에 건축 도급만 주는 것은 안 되는가”라고 했다. 박상우 전 국토부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민간 건설회사들이 직접 택지를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그래서 LH 같은 공공기관에서 공공택지를 조성한 다음 일부는 직접 공공주택을 짓고 일부는 민간에 땅을 팔아서 민영주택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공공사업인데 택지 공급 가격과 실제 가격에 차이가 생겨 소위 말하는 벌떼 입찰을 시키고 로또 분양을 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공공 영역에서 개발 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방법을 찾으면 시장이 이렇게 난리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에게 LH의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을 주문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회의에서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뿌리는 유튜버들을 어떻게 할지 법무부에서 검토해 달라”며 “제일 좋은 것은 징벌 배상(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며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great relationship)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출발하는 길에 ‘한국과 정상회담을 언제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취재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 세계 상호관세 부과 등 최근 주요 현안을 묻는 가운데 한국과의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무역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2주 내 백악관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달 3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 주요 안건 중 하나로 다뤄졌다. 4일부터 8일까지 경남 거제시 저도에서 취임 후 첫 휴가를 보내는 이재명 대통령은 휴가 기간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광복절 80주년 메시지, 광복절 특사 등 정국 구상을 가다듬는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대미 투자 등 관세 협상 관련 후속 조치는 물론 국방비 증액 등 안보 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한미 양국 간 논의에선 이 대통령이 이달 셋째 주 초 방미하는 일정이 유력하게 논의됐지만 이달 마지막 주 등까지 복수의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3일 “회담 개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미 외교 당국 간 조율 중이며 결정 시 양국이 협의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지난달 초 정부는 4강(미·중·일·러)을 중심으로 대통령 특사단을 보내던 전례와 다르게 14개국에 특사단을 파견하겠다고 했다. 국제사회에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고 새 정부 국정 철학과 대외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후 11개국 특사단이 발표됐고 10개국 특사단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전례를 깬 이번 특사 외교를 두고 ‘과연 국익을 극대화한 실용외교인가’라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 대통령 친서를 직접 받은 정상은 유럽연합(EU)과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4개국에 불과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캐나다, 호주 등 6개 국가에선 장관급이 특사단을 맞았다. 역대 정부 출범 직후 파견된 특사단이 모두 정상을 만나고 온 건 아니지만 특사 외교 취지를 고려하면 친서를 받는 대상의 ‘급’은 중요하다. 대통령 의중을 전달하면서 타국 정상의 반응과 한국에 대한 평소 생각을 가감 없이 들어볼 좋은 기회이기 때문. 이는 철저히 카운터파트 틀에서 이뤄지는 외교 소통으론 얻기 힘든 부분이다. “특사 외교가 정상 외교의 한 부분인데 정상을 만나지 못하면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사단 파견 업무에 관여한 한 실무자는 “전 세계가 언유주얼(unusual·특별한)한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발 통상 전쟁과 복합 위기가 뒤얽힌 현 국제 정세로 인해 각국에 특사 파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이번 특사 외교에 대한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전례처럼 이 대통령이 출발을 앞둔 특사단을 면담하거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특사단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특사 외교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사실상 ‘대선 포상 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던 특사단 구성과도 무관치 않다. 지금까지 발표된 특사 33명 중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을 제외하면 32명이 여권 인사로 채워졌다. 9개국 특사단장은 모두 대선 캠프 선대위원장들에게 돌아갔다. 이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업인, 외교안보 전문가 등 단원 구성에 변주를 줬던 문재인 정부 시절과 비교해도 아쉽다는 평가다. 전례대로라면 가장 일찍 출발했어야 할 미·일·중 주요국 특사 외교가 감감무소식이라는 점도 문제다. 중국과 일본은 특사단 구성도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특사단 명단이 발표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출국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장관급 면담을 타진했지만 일정 조율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핵심 동맹 특사가 장관급도 못 만나면 외교 참사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비롯해 ‘전략적 유연성 강화’로 대표되는 주한미군 재편 등 한미 관계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시기에 특사단이 얼마나 국익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주요국 대사 인선이나 서둘러라”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며 시작된 특사 외교가 용두사미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반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특사 외교가 ‘국익 중심 실용외교’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