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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터는 작품을 마치고 자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을 최고로 꼽는다고 한다. 가족처럼 애정을 쏟은 캐릭터가 애니메이터의 손길 없이도 비로소 살아 숨쉬게 되기 때문이다. 26일 홍보차 한국을 찾은 디즈니 ‘겨울왕국2’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현민 슈퍼바이저(38)는 인터뷰 내내 그가 담당한 캐릭터 ‘안나’를 가족의 일부처럼 표현했다. 그는 ‘겨울왕국2’에 참여한 수십 명의 애니메이터들을 총괄해 ‘안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캐릭터가 스스로 생명력을 갖게 됐을 때 애니메이터들은 비로소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안나와 엘사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시는 걸 보면 마음 한편에 ‘아휴, 앞으로 더 잘 살아야 해!’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를 졸업하고 2007년 인턴십으로 디즈니에 발을 들여 13년째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다.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1’, ‘주토피아’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겨울왕국1’ 제작 당시 안나 캐릭터의 초기 디자인 작업을 하며 인연을 맺어 ‘겨울왕국2’에서는 애니메이터들이 디자인한 안나의 모습을 총괄해 일관성을 더하는 슈퍼바이저가 됐다. “안나가 1편에서도 그랬듯 여전히 씩씩하고 밝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책임감이 많아졌어요. 생각이 깊어진 모습을 무게감 있는 색깔의 의상, 머리 스타일까지 다방면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엘사의 초능력이 눈과 얼음을 만드는 것이라면 안나가 가진 능력은 무엇일까. 이 씨는 안나가 가진 ‘초능력’으로 다른 이들을 걱정하고 감싸 안는 ‘포용력’을 꼽았다. “1편에서는 철없는 왈가닥 직진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 걱정하고 갈등하는 캐릭터로 좀 더 성숙했지요. 안나는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는 캐릭터인데 혼자가 됐을 때 어떻게 자기만의 힘을 끌어내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안나가 실제 사람이라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통통 튀고 발랄한 이 씨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해에 애니메이터의 길을 누구보다 응원한 어머니를 갑작스레 암으로 잃는 시련을 겪었다. “낯선 미국에서 혼자 적응하는 게 큰 도전이었어요. 안나가 ‘The Next Right Thing’을 부르는 장면 기억하시죠? 항상 옆에 있던 사람들 없이 어느 순간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그런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관객들이 안나를 보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1905년 설립된 보성전문학교(고려대의 전신)에서 당시 학생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고려대에 기증됐다. 26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농학과 63학번 김고영 씨는 아버지 김덕은 전 고려대 교우회 이사장(보성전문 상과 27회)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성전문 시절 자료를 여러 건 발견해 교우회에 기증했다. 김 전 이사장이 학교를 다녔던 1931∼1934년 소장한 것으로 보이는 교가와 학생회가, 축구 응원가, 결석에 관한 규정, 여행비에 관한 규정 등 문서 5종이 기증 자료에 포함됐다. 학교 규정은 한문으로 썼지만 교가, 학생회가, 축구 응원가는 한글로 가사가 적혀 있다. ‘우하하 헛다리 퉁방울/또또또 또 굴렀다 콩고물/그러면 그렇지 아무렴 그렇지/엇잔 말이야 젓(젖) 먹고 와’라는 가사의 보성전문 시절 축구 응원가가 발견된 건 처음이다. 이 응원가가 ‘보연전’(보성전문학교-연희전문학교·현재 고연전)에서 사용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고려대는 당시 신문 등을 검증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기증된 자료에 대해 음원 복원작업을 할 예정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애니메이터는 작품을 마치고 자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을 최고로 꼽는다고 한다. 가족처럼 애정을 쏟은 캐릭터가 애니메이터의 손길 없이도 비로소 살아 숨쉬게 되기 때문이다. 26일 만난 디즈니 ‘겨울왕국2’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현민 수퍼바이저(38)는 인터뷰 내내 그가 담당한 캐릭터 ‘안나’를 가족의 일부처럼 표현했다. 그는 ‘겨울왕국2’에 참여한 수십 명의 애니메이터들을 총괄해 ‘안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수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캐릭터가 스스로 생명력을 갖게 됐을 때 애니메이터들은 비로소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안나와 엘사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시는 걸 보면 마음 한 켠에 ‘아휴, 앞으로 더 잘 살아야 해!’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를 졸업하고 2007년 인턴십으로 디즈니에 발을 들여 12년 째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다.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1’, ‘주토피아’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겨울왕국1’ 제작 당시 안나 캐릭터의 초기 디자인 작업을 하며 인연을 맺어 ‘겨울왕국2’에서는 애니메이터들이 디자인 한 안나의 모습을 총괄해 일관성을 더하는 수퍼바이저가 됐다. “안나가 1편도 그랬듯 여전히 씩씩하고 밝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책임감이 많아졌어요. 생각이 깊어진 모습을 무게감 있는 색깔의 의상, 머리 스타일까지 다방면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엘사의 초능력이 눈과 얼음을 만드는 것이라면 안나가 가진 능력은 무엇일까. 이 씨는 안나가 가진 ‘초능력’으로 다른 이들을 걱정하고 감싸 안는 ‘포용력’을 꼽았다. “1편에서는 철없는 왈가닥 직진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 걱정하고 갈등하는 캐릭터로 좀 더 성숙했지요. 안나는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는 캐릭터인데 혼자가 됐을 때 어떻게 자기만의 힘을 끌어내는 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안나가 실제 사람이라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통통 튀고 발랄한 이 씨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해 애니메이터의 길을 누구보다 응원한 어머니를 갑작스레 암으로 잃는 시련을 겪었다. “낯선 미국에서 혼자 적응하는 게 큰 도전이었어요. 안나가 ‘The Next Right Thing’을 부르는 장면 기억하시죠? 항상 옆에 있던 사람들 없이 어느 순간 혼자 살아가야한다는,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그런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관객들이 안나를 보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흥보가’ 이수자인 김정민 씨(사진)가 다음 달 1일 이탈리아 바를라시니 벨로니 극장에서 ‘흥보가’ 판소리 완창에 도전한다. 이탈리아에서 판소리 완창 공연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는 흥보·놀보 등 등장인물 15명을 혼자서 연기한다. 창본집 기준 65페이지 분량, 글자로는 3만2764자에 이른다. 그는 아니리(사설)와 발림(몸동작), 휘모리장단, 중모리장단, 진양조장단을 넘나들며 3시간가량 쉬는 시간 없이 공연할 예정이다. 김 씨는 “이번 공연이 판소리 세계화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5년 동안 ‘흥보가’ 10회, ‘적벽가’ 3회를 공연했다. 1994년 국악을 소재로 한 영화 ‘휘몰이’에는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엘사’의 마법이 세계를 ‘아렌델’(겨울왕국 배경인 가상 국가)로 만들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국내에서 개봉 4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도 개봉 첫 주말 4억7720만 달러(약 5635억 원)의 수입을 거둬들이며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미국보다 하루 앞선 21일 개봉한 ‘겨울왕국2’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25일 443만8048명을 기록했다. 23일 토요일 하루만 166만1967명이 관람해 역대 최다 일일 관객 수 기록을 보유한 ‘어벤져스4: 엔드게임’(166만2469명)보다 겨우 502명이 적었다. 2014년 국내에 개봉했던 전작 ‘겨울왕국’은 당시 애니메이션으로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으며 전국을 주제곡 ‘렛 잇 고’로 물들였다. 5년 만에 돌아온 2편도 이미 애니메이션 최초로 사전 예매 110만 장을 넘기며 흥행 광풍을 예고했다. 때마침 25일 한국을 찾은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과 피터 델 베코 프로듀서, 이현민 슈퍼바이저 등 제작진은 이 같은 세계적 흥행에 “압도적인 감정을 느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벅 감독은 전편에 이어 신드롬으로 번지는 소감으로 “열심히 몰두해서 창작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겸허하게 만든다”며 고마워했다. 감독들은 1, 2편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전작이 엘사의 초능력과 자매의 우애를 그린 ‘두려움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변화와 성숙’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1편에 비해 다소 스토리가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릴 때 봤던 피노키오나 신데렐라, 밤비 등도 그런 면을 갖고 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른 생각보다 아이들은 강하다”(리 감독)라고 답했다. 벅 감독은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오래전부터 일해 왔는데, 디즈니의 핵심은 영감을 주는 희망의 이야기라는 점”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제작진은 역경을 극복하며 더욱 깊어진 엘사와 안나 자매 캐릭터, 더욱 진취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디즈니 ‘공주들’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벅 감독은 “디즈니는 이전까지 로맨틱한 사랑에 초점을 맞춰 왔는데, ‘진정한 사랑은 가족의 사랑이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겨울왕국’이 시작됐다”며 “우리는 ‘자매의 사랑’이란 소재가 아주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여성 캐릭터는 항상 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자매가 합심해서 도전을 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그리고 사랑은 복잡하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죠. 엘사에 대한 세계적인 사랑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힘만으로도 영화를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리 감독)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이집션 시어터. 600석 규모의 극장은 상영 전부터 몰려든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LA 한국문화원이 영화 ‘기생충’을 상영하고 봉준호 감독이 참석하는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한 자리였다. LA 한국문화원은 당초 200석을 현지 영화 관계자들과 취재진을 위해 마련하고 400장을 일반 관객 몫으로 남겨뒀는데, 400석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날 봉 감독과 LA타임스 칼럼니스트 저스틴 창이 진행한 질의응답에 관객석에서는 쉴 새 없이 폭소가 터져 나왔다. 올해 5월 프랑스 칸을 집어삼킨 기생충은 이제 북미 대륙을 장악하고 있다. 22일 기준 북미 수입 약 1442만 달러(약 170억 원)로 올해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올렸다. 상영관 수도 600여 개에 이른다. 기생충 이전의 1위는 올해 3월 개봉해 927만 달러를 벌어들인 코미디 영화 ‘노 만체스 프리다 2’다.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1위인 리안(李安) 감독의 ‘와호장룡’(1억2800만 달러)이나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57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할리우드 거장 감독 및 배우들의 호평과 일반 관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쏟아내는 열광적인 반응은 역대 한국 영화가 누리지 못한 현상이다. ○ 할리우드는 지금 #bonghive 최근 트위터와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남매 기정(박소담)과 오빠 기우(최우식)가 신분을 속이며 말을 맞추기 위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다. 미국에서 ‘제시카 징글’이란 이름이 붙은 이 노래는 ‘아카데미 주제가상감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발 빠르게 홈페이지에 휴대전화 벨소리로 이 노래를 내려받을 수 있는 링크를 게시했고, 배우 박소담은 이 노래를 가르쳐주는 동영상을 SNS에 게시했다. 인터넷에는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라는 가사를 담은 머그잔과 티셔츠 등 갖가지 패러디 상품까지 등장했다. 봉준호 감독의 열성 팬덤을 뜻하는 ‘#봉하이브(hive·벌집)’라는 해시태그에는 ‘제시카 징글’뿐만 아니라 핼러윈을 맞아 기생충의 주요 장면을 패러디하거나 영화에 등장하는 한우 토핑을 넣은 ‘짜파구리’를 만든 인증샷을 공유한다. 기생충이란 콘텐츠가 변방의 영화가 아닌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다. 박위진 LA 한국문화원장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관람했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기생충의 프로모션으로 만난 북미 영화계 관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전했다. 박 원장은 “‘스토리가 탄탄하고 기발하다. 미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회갈등과 빈부격차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영화를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다고 한다. 등장인물 중 ‘누가 나쁜 사람이냐. 사회가 만들어낸 악인들 아니냐’며 서로 논쟁하는 모습도 흥미롭다”고 전했다. ○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카타르시스 선사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기생충은 어떻게 북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외국어 영화가 됐나’라는 기사에서 ‘기생충 현상’을 진단했다. 가디언은 “기생충은 계급 갈등을 적절하게 건드리면서도 빈부격차에 대한 담론에 굶주린 젊은 관객들에게 보편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기생충이 다양한 세대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특히 최근 미국 내에서 뜨겁게 떠오른 ‘오케이 부머(OK Bommer)’, 즉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됐거든요, 베이비 부머!’를 외치는 젊은 세대들에게 더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배급사 네온의 톰 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가 ‘위층-아래층’에 관한 이야기라고 묘사하지만 이 영화에는 악당도, 무고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가 기생충이다. 우리는 결국 모두 자본주의 안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코믹스 영화로는 처음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조커’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과도 맞닿아 있다. ‘조커’는 R등급(만 17세 미만이 영화를 관람할 때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는 등급) 영화로는 처음으로 전 세계 흥행 수입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를 돌파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계급 갈등은 오랜 기간 영화의 주제였지만 기생충은 특유의 유머감각을 지닌 영화”라며 “칸 영화제 현장에서도 관객들이 국적에 관계없이 기생충의 유머감각과 시니컬함에 열광했는데, 북미 관객들도 같은 맥락에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랜 기간 축적된 한류의 저변에 종합예술로서 한국 영화가 제대로 평가받았다는 의견도 있다. 완전히 다른 문화권의 영화지만 그동안 북미에서 K팝과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 문화가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타 문화권의 영화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LA 곳곳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강의를 하러 다니다 보면 자신을 ‘계란말이’라는 별명으로 소개하거나, 드라마 ‘대장금’ 노래를 흥얼거리는 미국인을 만나기도 한다. 한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 전역 곳곳에 퍼져 있다. 기생충의 인기는 이런 씨앗이 곳곳에 뿌려져 있는 토양 위에서 폭발적으로 돋아났다”고 설명했다. ○ 미국 대선 못지않은 캠페인전 기생충은 10월 개봉을 시작으로 ‘오스카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내년 2월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각 배급사의 ‘어워드 팀’이 본격적으로 프로모션 활동에 돌입했다. 1929년 시작된 아카데미상의 수상작 선정 방식은 복잡하기로 악명 높다. 전 세계에서 8000명 안팎의 아카데미 회원의 투표를 거쳐 작품상, 감독상 등 24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한 제작자, 감독, 배우 등이 해당 부문에 투표한다. 아카데미상 선정 방식을 설명한 규정집만 A4용지로 35쪽에 이른다. 투표권을 가진 봉 감독조차 “아카데미 수상작 선정 방식은 너무나 복잡하다. 예측하기도 어렵지 않냐”고 반문할 정도다. 올해는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명칭을 ‘국제영화상(Best International Feature)’으로 바꾸고 심사 규칙도 변경해 기생충의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까지는 100개 가까이 올라오는 각국 출품작 가운데 아카데미 회원 투표를 통해 1차로 예비 후보 10편을 정한 뒤 내부 심의를 통해 최종 후보를 5편으로 압축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예비 후보 10편이 정해지면 아카데미 회원들이 스트리밍으로 작품을 감상한 후 투표해 최종 5편을 정하도록 심사 방식을 바꿨다. 후보작들은 미국 내 주요 도시의 극장에서 상영하고 아카데미 회원 전용 사이트에서 스트리밍한다. 작품을 볼 수 있는 장소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아카데미 회원들의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 10편에 들어갔지만 최종 후보 5편에서는 탈락했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최종 수상작이 됐다. 할리우드 영화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기생충은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국제영화상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가고 작품상 후보까지 넘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올해 국제영화상 부문에는 93개국의 영화가 출품됐다. 외신들이 유력 후보로 예측하는 작품은 기생충과 함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드 글로리’, 세네갈계 출신 마티 디오프 감독의 ‘아틀란틱스’ 등이다. 수년간 ‘백인들만의 오스카(#Oscars so white)’라는 비판을 받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기대도 크다.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를 둘러싼 설왕설래에도 정작 봉 감독은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잖아요. 지역의(local) 축제지요”라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미국인들조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테마 파크’라는 두 단어로 마블을 날려 버렸다면 봉 감독은 단 한 단어(local)로 콧대 높은 오스카의 권위를 날려 버렸다며 통쾌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생충은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 이어 내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 시어터까지 집어삼킬 수 있을까. 봉 감독의 발언처럼 아카데미는 세계적인 시상식이지만 분명 미국의, 아직은 백인 남성 중심의 잔치다. 그럼에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후보 지명으로 전 세계 더 많은 사람이 한국 영화에 새로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한국 영화 100년을 맞은 올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서현 문화부 기자 baltika7@donga.com}

지난달 3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이집션 시어터. 600석 규모의 극장은 상영 전부터 몰려든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LA한국문화원이 영화 ‘기생충’을 상영하고 봉준호 감독이 참석하는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한 자리였다. LA한국문화원은 당초 200석을 현지 영화 관계자들과 취재진을 위해 마련하고 400장을 일반 관객 몫으로 남겨뒀는데, 400석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날 봉 감독과 LA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창이 진행한 질의응답에 관객석에서는 쉴 새 없이 폭소가 터져 나왔다. 올해 5월 프랑스 칸을 집어삼킨 기생충은 이제 북미 대륙을 장악중이다. 22일 기준 북미 수입 약 1442만 달러(약 170억 원)로 올해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올렸다. 상영관 수도 600여 개에 이른다. 기생충 이전의 1위는 올해 3월 개봉해 927만 달러를 벌어들인 코미디 영화 ‘노 만체스 프리다2’다.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1위인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1억2800만 달러)이나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57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할리우드 거장 감독 및 배우들의 호평과 일반 관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쏟아내는 열광적인 반응은 역대 한국 영화가 누리지 못한 현상이다. ●할리우드는 지금 #bonghive 최근 트위터와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남매 기정(박소담)과 오빠 기우(최우식)가 신분을 속이며 말을 맞추기 위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노래다. 미국에서는 ‘제시카 징글’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노래는 ‘아카데미 주제가상감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발 빠르게 홈페이지에 휴대폰 벨소리로 이 노래를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를 게시했고, 배우 박소담은 이 노래를 가르쳐주는 동영상을 SNS에 게시했다. 인터넷에는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라는 가사를 담은 머그컵과 티셔츠 등 갖가지 패러디 상품까지 등장했다. 봉준호 감독의 열성 팬덤을 뜻하는 ‘#봉하이브(hive·벌집)’라는 해시태그에는 ‘제시카 징글’ 뿐 아니라 핼러윈을 맞아 기생충 주요 장면을 패러디 하거나 영화에 등장하는 한우 토핑을 넣은 ‘짜파구리’를 만든 인증샷을 공유한다. 기생충이라는 콘텐츠가 변방의 영화가 아닌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박위진 LA한국문화원장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관람했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기생충의 프로모션으로 만난 북미 영화계 관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전했다. 박 원장은 “‘스토리가 탄탄하고 기발하다. 미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는 반응이 많다. 사회 갈등과 빈부격차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영화를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다고 한다. 등장인물 중 ‘누가 나쁜 사람이냐. 사회가 만들어낸 악인들 아니냐’며 서로 논쟁하는 모습도 흥미롭다”고 전했다.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카타르시스 선사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기생충은 어떻게 북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외국어 영화가 됐나’라는 기사에서 ‘기생충 현상’을 진단했다. 가디언은 “기생충은 계급 갈등을 적절하게 건드리면서도 빈부 격차에 대한 담론에 굶주린 젊은 관객들에게 보편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기생충이 다양한 세대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특히 최근 미국 내에서 뜨겁게 떠오른 ‘오케이 부머(OK bommer)’, 즉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됐거든요, 베이비 부머!’를 외치는 젊은 세대들에게 더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배급사 네온의 톰 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가 ‘위층-아래층’에 관한 이야기라고 묘사하지만 이 영화에는 악당도, 무고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들이 기생충이다. 우리는 결국 모두 자본주의 안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코믹스 영화로는 처음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조커’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과도 맞닿아 있다. ‘조커’는 R등급(만 17세 미만이 영화를 관람할 때 보호자를 동반해야하는 등급) 영화로는 처음으로 전 세계 흥행 수입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를 돌파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계급 갈등은 오랜 기간 영화의 주제였지만 기생충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지닌 영화”라며 “칸 영화제 현장에서도 관객들이 국적에 관계없이 기생충의 유머감각과 시니컬함에 열광했는데 북미 관객들도 같은 맥락에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랜 기간 축적된 한류의 저변에 종합예술로서 한국 영화가 제대로 평가받았다는 의견도 있다. 완전히 다른 문화권의 영화지만 그동안 북미에서 K팝과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 문화가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타 문화권의 영화로 느끼지 않다는 것이다. 박위진 원장은 “LA 곳곳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강의를 하러 다니다 보면 자신을 ‘계란말이’라는 별명으로 소개하거나, 드라마 ‘대장금’ 노래를 흥얼거리는 미국인을 만나기도 한다. 한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 전역 곳곳에 퍼져있다. 기생충의 인기는 이런 씨앗이 곳곳에 뿌려져 있는 토양 위에서 폭발적으로 돋아났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 못지않은 캠페인전 기생충은 10월 개봉을 시작으로 ‘오스카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내년 2월 9일 열리는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각 배급사의 ‘어워드 팀’이 본격적으로 프로모션 활동에 돌입했다. 1929년 시작된 아카데미상의 수상작 선정 방식은 복잡하기로 악명 높다. 전 세계에서 8000명 안팎의 아카데미 회원의 투표를 거쳐 작품상, 감독상 등 24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한 제작자, 감독, 배우 등이 해당 부문에 투표한다. 아카데미상 선정 방식을 설명한 규정집만 A4용지로 35쪽에 이른다. 투표권을 가진 봉 감독조차도 “아카데미 수상작 선정 방식은 너무나 복잡하다. 예측하기도 어렵지 않나?”고 반문할 정도다. 올해는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명칭을 ‘국제영화상(Best International Feature)’으로 바꾸고 심사 규칙도 변경해 기생충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까지는 100개 가까이 올라오는 각국 출품작 가운데 아카데미 회원 투표를 통해 1차로 예비 후보 10편을 정한 뒤 내부 심의를 통해 최종 후보를 5편으로 압축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예비후보 10편이 정해지면 아카데미 회원들이 스트리밍으로 작품을 감상한 후 투표해 최종 5편을 정하도록 심사 방식을 바꿨다. 후보작들은 미국 내 주요 도시의 극장에서 상영하고 아카데미 회원 전용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한다. 작품을 볼 수 있는 장소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아카데미 회원들의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 10편에 들어갔지만 최종후보 5편에는 탈락했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최종 수상작이 됐다. 할리우드 영화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기생충은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국제영화상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가고 작품상 후보까지 넘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올해 국제영화상 부문에는 93개국의 영화가 출품됐다. 외신들이 유력 후보로 예측하는 작품은 기생충과 함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세네갈 출신 마티 디옵 감독의 ‘아틀란틱스’ 등이다. 수년간 ‘백인들만의 오스카(#Oscars so white)’라는 비판을 받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대한 기대가 크다.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를 둘러싼 설왕설래에도 정작 봉 감독은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잖아요. 지역의(local) 축제지요”라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미국인들조차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테마 파크’라는 두 단어로 마블을 날려버렸다면 봉 감독은 단 한 단어(local)로 콧대 높은 오스카의 권위를 날려버렸다며 통쾌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생충은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 이어 내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 시어터 까지 집어 삼킬 수 있을까. 봉 감독의 발언처럼 아카데미는 세계적인 시상식이지만 분명 미국의, 아직은 백인 남성 중심의 잔치다. 그럼에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후보 지명으로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에 새로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한국 영화 100년을 맞은 올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라라랜드’를 만든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가 케이팝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한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는 케이팝 걸그룹의 데뷔와 성장을 다룬 코미디 영화 ‘서울 걸스(Seoul Girls)’를 제작하기로 했다. 케이팝이 할리우드 영화의 주제로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언스게이트는 영화 ‘라라랜드’ ‘헝거게임’ 등을 만든 유명 제작사다. 호주 출신 영화배우 겸 제작자인 레벨 윌슨(사진)이 제작 겸 주연을 맡는 ‘서울 걸스’는 미 고교에 다니는 한국인 여학생과 또래 친구들이 세계적인 케이팝 보이밴드의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국의 유명 걸그룹 멤버도 합류해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선다는 내용을 코믹하게 담아낼 예정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 영화로 여러 영화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한 아프리카계 청소년이 제게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라고. 그때 느꼈습니다. ‘헤로니모’의 이야기는 모든 이민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을요.” 체 게바라·피델 카스트로와 쿠바 혁명을 함께 한 인물. 쿠바 내 한인 사회의 구심점. 한국 동포 헤로니모 임(한국명 임은조·1926~2006년)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의 21일 국내 개봉을 맞아 전후석 감독(35)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났다. 코트라 뉴욕 무역관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전 감독은 2015년 휴가차 우연히 찾은 쿠바에서 헤로니모의 가족들을 우연히 만나며 그의 삶에 매료됐다. 멕시코 사탕수수 농장의 한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헤로니모는 아바나대 법학과를 졸업한 쿠바의 첫 한인 대학생이었다. 쿠바 혁명 직후에는 산업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지냈고 인생의 후반부에는 쿠바 한인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 쿠바에서도 평생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간 헤로니모의 이야기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디아스포라(diaspora·離散)’를 체득하며 자란 전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 밖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 늘 많이 생각했어요. 학부 시절 연변과학기술대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시절도 있었고, 법대에 다닐 때는 브라질에서 인턴십을 한 적도 있었죠. 어느 곳에서든 한인 교포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에 눈을 떴는데 쿠바에 놀러가서 헤로니모의 삶을 듣는 순간 그 모든 경험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학부에서 영화를 전공했지만 실전은 전혀 다른 얘기였다. 자발적으로 도와준 친구들의 재능기부로 시작한 작업이 3년에 이르자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 등을 통해 개인 후원을 모집했다. 전 감독은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 작업에 매달렸다. 선조들이 떠나온 땅은 분명 하나의 한국이었지만 광복 이후 조국은 이념으로 분단됐다. 공산주의 혁명을 겪은 쿠바 한인들은 늘 ‘당신들은 어느 편이냐’는 질문을 안고 살아야 했다. 전 감독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종착점은 애국심이나 민족주의가 아닌 인본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로니모가 그의 삶을 통해 준 메시지는 나라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삶의 목적을 ‘한국인이 되는 것’에서 찾는 셈이지요. ‘나는 네가 누구든, 어디서 왔든 너를 포용할 수 있다’는 정신입니다.” 영화에 소개된 헤로니모가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의 정신을 그대로 압축했다. 전 감독은 “보석 같은 편지 내용 중 무엇보다 ‘조국’에 대한 문구가 감동적이었다”며 “조국이라는 건 헤로니모의 표현대로 새벽녘에 들리는 새소리, 행복하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농부들의 땀, 선조들의 우정”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비행기로 전 세계를 이동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민을 둘러싸고 갈등과 반목을 겪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 이 영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샌디에이고 아시안 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공산주의에 반대해 쿠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하신 분들을 뵌 적이 있어요. 쿠바 내 한인들과 오랜 기간 마음의 벽을 쌓고 계셨다고 들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그분들이 저를 안아주시더군요. 이념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알려줘 고맙다는 이야기와 함께요. 모든 이민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좀 더 열린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겨울왕국2’는 전편이 만든 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을까. 21일 개봉하는 ‘겨울왕국2’가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서 18일 베일을 벗었다. ‘겨울왕국2’는 디즈니가 100년에 걸쳐 쌓아올린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쏟아부은 작품으로 전작에서 진일보한 요소를 고루 갖췄다. 개봉을 이틀 앞둔 19일 기준 예매율은 86.2%에 이른다. ‘겨울왕국2’의 새로운 모습을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아렌델의 가을 ‘겨울왕국1’은 아렌델 왕국을 중심으로 엘사의 비밀스러운 마법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졌다. 배경도 얼음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중심으로 단조로웠으나 ‘겨울왕국2’의 배경은 아렌델의 가을과 안개가 둘러싼 비밀의 숲으로 더 넓어졌다. 디즈니 제작진은 스크린에 붉은 단풍의 물결을 수놓기 위해 핀란드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를 답사해 각국의 다양한 가을을 포착하는 한편 각국의 문화, 환경학, 식물학까지 연구했다. ‘겨울왕국2’ 영상미의 하이라이트는 엘사가 자신이 가진 힘의 원천과 과거의 진실을 찾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장면. 실사 영화를 능가하는 섬세하고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키스로는 비밀의 숲을 구하지 못해” ‘겨울왕국2’는 ‘엘사는 왜 마법의 능력을 갖고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위기에 빠진 아렌델 왕국을 구해야 하는 엘사와 안나는 엘사의 마법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올라프 등 친구들과 함께 다시 모험을 떠난다. 디즈니는 ‘겨울왕국1, 2’에서 전통적 공주 캐릭터와 완전히 결별했다. 엘사와 안나 자매는 구두를 벗어던지고 바지를 입는다. 맨발로 물에 빠지고 절벽을 뛰어넘으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선보인다. 마법의 능력을 가진 엘사가 차디찬 바다에서 고군분투하거나 평범한 안나가 절벽을 기어오르고 기지를 발휘하는 장면은 동화와 마법을 사랑하는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성인 관객들에게도 울림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신화를 연상시키는 물과 불, 바람, 땅의 정령 등 다양한 설정과 선대의 과오를 되돌리려는 자매의 노력 등이 어린이 관객들의 눈에는 다소 어둡고 복잡하게 보일 수도 있다.○ 제2의 ‘렛 잇 고’? 사운드트랙이 돌풍을 일으킨 ‘겨울왕국1’과 달리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겨울왕국2’의 대표곡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은 ‘렛 잇 고’만큼의 중독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엘사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게 되는 순간에 부르는 ‘Show Yourself’, 안나가 시련의 순간에 부르는 ‘The Next Right Thing’은 분명 저마다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겨울왕국2’에 등장하는 새로운 노래 7곡은 모두 ‘겨울왕국1’ 사운드트랙을 제작한 크리스틴과 로버트 로페즈 부부의 손에서 탄생했다.○ 새로운 신스틸러 ‘브루니’ ‘겨울왕국1’ 최고의 신스틸러는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 올라프였다. 무한 긍정 캐릭터 올라프의 사랑스러운 활약은 ‘겨울왕국2’에서도 계속된다. 1990년대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Lost in the Woods’를 부르는 크리스토프와 순록 스벤의 모습도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도마뱀을 연상시키는 불의 정령 ‘브루니’가 ‘심쿵 미소’로 올라프만큼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지 주목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엘사가 입은 옷은 1편과 같은가요?” 21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를 기다리는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엘사’의 의상이다. ‘겨울왕국’ 국내 개봉 5년이 지난 지금도 ‘엘사’의 원피스를 입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듯 2013년 미국에서 1편이 개봉한 이후 엘사의 푸른 드레스는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개봉 이후 한 달 동안에만 북미 대륙에서 엘사 드레스가 300만 벌 팔렸는데 이는 북미 대륙에 사는 4세 여아의 수와 비슷하다. ‘겨울왕국 2’ 개봉을 앞두고 극장과 유통가의 분위기는 5년 전 분위기를 재연하듯 벌써부터 뜨겁다. 13일 기준 ‘겨울왕국 2’는 개봉을 약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도 예매율 52.9%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개봉 전부터 인터넷에서 엘사와 안나, 올라프 등 캐릭터 굿즈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역시 파트너사들에 오랜 기간 공들여 상품 작업을 하며 라이선스의 로열티를 높이려는 시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종로구 삼청동에서는 극중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 ‘올라프’ 캐릭터를 앞세워 내년 2월까지 캐릭터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개봉 전부터 벌어지는 이러한 ‘열풍’은 ‘겨울왕국 1’이 세운 전무후무한 기록 때문이다. “디즈니 역사는 ‘겨울왕국 1’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1편은 각종 흥행과 수익 기록을 갈아 치웠다. 1편이 극장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12억7422만 달러(약 1조4803억 원). 각종 라이선스 상품이 쏟아지며 디즈니가 1편의 극장 개봉 이후 단 1년간 관련 제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도 약 10억 달러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2편 국내 개봉일자는 북미 개봉(22일)보다 하루 앞선 21일로 결정됐다. 12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보다 먼저 겨울방학 관객을 선점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종 캐릭터 상품과 장난감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내용 면에서도 1편의 신드롬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공을 쏟은 흔적이 엿보인다. 1편은 디즈니 공주로서는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운명을 헤쳐 나가는 자매 캐릭터로 선보였다. 2편은 엘사와 안나가 펼치는 새로운 모험 이야기의 배경을 겨울에서 가을로 바꿨다. 북미 시사에서는 “모든 것이 환상적”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캐릭터들의 의상도 달라졌다. 보다 다채로운 색감을 적용해 1편과 차별화된 라이선스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렛잇고’가 될 ‘겨울왕국 2’ 속 엘사의 주제곡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은 미국에선 전편과 같이 이디나 멘젤이, 한국에서는 가수 태연이 부른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는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비교해 속편의 여러 위험 요소를 통제하기 수월한 편”이라며 “1편에서 탄탄하게 다져놓은 엘사와 안나의 서사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편의 성공에 이어 추가 시리즈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엘사가 입은 옷은 1편과 같은가요?” 21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엘사’의 의상이다. ‘겨울왕국’ 국내 개봉 5년이 지난 지금도 ‘엘사’의 원피스를 입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듯 2013년 미국에서 1편이 개봉한 이후 엘사의 푸른 드레스는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개봉 이후 한 달 동안에만 북미 대륙에서 엘사 드레스가 300만 벌 팔렸는데 이는 북미 대륙에 사는 4세 여아의 숫자와 비슷하다. ‘겨울왕국 2’ 개봉을 앞두고 극장과 유통가의 분위기는 5년 전 분위기를 재연하듯 벌써부터 뜨겁다. 13일 기준 ‘겨울왕국 2’는 개봉을 약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도 예매율 52.9%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개봉 전부터 인터넷에서 엘사와 안나, 올라프 등 캐릭터 굿즈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역시 파트너사들에게 오랜 기간 공들여 상품 작업을 하며 라이선스의 로열티를 높이려는 시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종로구 삼청동에서는 극중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 ‘올라프’ 캐릭터를 앞세워 내년 2월까지 캐릭터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개봉 전부터 벌어지는 이러한 ‘열풍’은 ‘겨울왕국 1’이 세운 전무후무한 기록 때문이다. “디즈니 역사는 ‘겨울왕국 1’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1편은 각종 흥행과 수익 기록을 갈아 치웠다. 1편이 극장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12억7422만 달러(한화 약 1조4803억 원). 각종 라이선스 상품이 쏟아지며 디즈니가 1편의 극장 개봉 이후 단 1년간 관련 제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도 약 10억 달러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2편 국내 개봉일자는 북미 개봉(22일)보다 하루 앞선 21일로 결정됐다. 12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 보다 먼저 겨울방학 관객을 선점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종 캐릭터 상품과 장난감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내용 면에서도 1편의 신드롬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공을 쏟은 흔적이 엿보인다. 1편이 디즈니 공주로서는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운명을 헤쳐 나가는 자매 캐릭터로 선보였다. 2편은 엘사와 안나가 펼치는 새로운 모험 이야기의 배경을 겨울에서 가을로 바꿨다. 북미 시사에서는 “모든 것이 환상적”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캐릭터들의 의상도 달라졌다. 보다 다채로운 색감을 적용해 1편과 차별화된 라이선스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렛잇고’가 될 ‘겨울왕국 2’속 엘사의 주제곡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 미국에선 전편과 같이 이디나 멘젤이, 한국에서는 가수 태연이 부른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는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비교해 속편의 여러 위험 요소를 통제하기 수월한 편”이라며 “1편에서 탄탄하게 다져놓은 엘사와 안나의 서사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편의 성공에 이어 추가 시리즈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바로 이웃의 이야기처럼 써내려간 게 놀라웠어요. 이런 이야기가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첫사랑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가 딸 새봄(김소혜)과 함께 설원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의 시나리오에는 여백이 많다. 이 영화를 한 편의 시로 완성시킨 것은 오랜 세월 묻어둔 감정을 따라 조심스레 흔들리는 배우 김희애의 눈빛이다. 올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이 영화는 14일 개봉한다. 1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김희애는 “어떤 사랑이라도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느낌이라는 시사 후기를 보고 너무 기뻤다”며 말문을 열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숨죽여 가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들이 서로 토닥여주고, 위로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그림자처럼 살던 윤희는 첫사랑을 찾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과 대면하고 한발 더 나아간다. “한번 돌아보세요. 자기 자신의 시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요. 특히 중년 이후에는 자신을 위해서 오롯이 집중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희생을 치러내 충분히 인생을 즐길 자격이 있는 ‘윤희’처럼요. 더 일찍 깨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김희애도 나이가 들며 배우나 엄마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는 친구를 안 만나면 외롭고 우울했는데 요즘은 만나면 우울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이가 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충만하게 느껴져요. 그 속에서 행복감을 맛보는 것 같아요.” ‘윤희’에 몰입하기 위해 그는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과 영화를 보며 담금질을 했다. 그 덕에 중압감 없이 배역에 몰입할 수 있었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나 ‘쓰리 빌보드’의 샘 록웰 등 최근 흠뻑 빠져 본 영화와 배우들을 열거할 때는 소녀처럼 설레는 표정이 묻어났다. 데뷔 36년 차인 김희애는 워킹맘 경찰로 변신한 드라마 ‘미세스 캅’(2015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재판을 주도하는 여행사 사장이었던 ‘허스토리’(2017년)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중이다. “나문희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서 안심하기도 해요. 제가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신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최근 여성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늘어나는 데 대해 그는 “작은 소용돌이가 많이 일어나서 자리를 잡고 다른 시도가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국내 아웃도어 업체 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배우 김혜자 씨(78)를 모델로 한 광고를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아웃도어 광고 모델은 20, 30대의 젊은 연예인들이 주로 맡아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자연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등산은 모델과 같은 몸매를 지니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찾는 야외 활동인 점도 강조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을 반영했다. 보디 포지티브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은 개인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모든 몸은 그 자체로 예쁘다 보디 포지티브 운동은 일반적인 마네킹 사이즈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발탁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외모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5월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구치는 립스틱 광고에 치열이 고르지 않은 모델을 기용했다. 치아도 하얗지 않고, 윗니 중 앞니와 송곳니 사이는 비어 있는 채 웃고 있는 입을 가깝게 확대해 찍었다. 이는 기존 립스틱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은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가 아니다. 이 치아 모델의 주인공은 영국 펑크록 그룹 ‘서프볼트(surfbort)’의 여성 보컬 대니 밀러다. 이 광고는 화장을 할 때 사회가 원하는 ‘예쁜 여성’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외모의 결점을 가리려고 하는 화장이 아니라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화장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보디 포지티브 운동은 성적 소수자나 장애인, 조금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 등 ‘외모 소수자’에 대한 포용도 포함하고 있다. 영국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하르남 카우르(24·여)는 11세 때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얼굴과 몸에 털이 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걸렸다. 집단 따돌림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받아들이고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보디 포지티브 운동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아름다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태도도 바꿨다. 그동안 전통적인 ‘마네킹 몸매’를 앞세워 매년 패션쇼를 선보여 왔던 것으로 유명한 이 업체는 지난달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알리 테이트 커틀러와 계약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올 8월에는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치나 삼파이우와도 계약했다.○ ‘원조’ 탈코르셋 운동도 국내 확산 1960, 70년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페미니즘 운동 중 하나인 ‘탈코르셋’ 운동도 틀에 박힌 미의 기준에 반발하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잘록한 허리를 위한 코르셋이나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브래지어처럼 ‘예뻐 보이는’ 속옷과 화장을 거부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트위터를 중심으로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됐다. ‘#탈코르셋_인증’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화장대에 있던 화장품들을 못 쓰게 버려놓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화장법을 알려주는 뷰티 유튜버 가운데 일부는 화장을 지우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국내에선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이 커졌다. 이런 흐름 속에 여성들의 주체적인 자기결정권이 강조되면서 최근 보디 포지티브나 탈코르셋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보디 포지티브 운동에 대해 비판도 제기된다. 마른 몸과 살찐 몸이 강요된 아름다움이냐 아니냐의 기준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비만이라는 질병의 기준으로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디 포지티브가 기업의 마케팅 대상이 되면서 예쁜 보디 포지티브와 그렇지 않은 보디 포지티브를 구분 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형태로 몸의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광고는 사회를 주도하기보다 일차적으로 사회를 반영하는 틀의 역할을 한다. 이미지의 다양화 현상은 더 확대되고 기존 가치관과 충돌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이서현 기자}

어떤 아이들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그 대신 엄마가 쏟아버린 맥주와 같은 황금색으로 도화지를 가득 메우거나 분노 조절이 어려워 화가 나면 빙글빙글 돌 뿐이다. 영국 브라이턴 빈민가의 무료 탁아소에서 일한 저자는 사회의 밑바닥에 내던져진 작고 연약한 존재들을 통해 그 사이에서 무기력하게 굴러다니는 정치를 겨냥한다. 보수당이 집권하자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고 이민자와 하층민은 혐오의 전장에서 대립한다. 그 사이에서 아이들의 삶은 파괴된다. 오언 존스의 ‘차브’가 영국 사회의 불평등을 거시적으로 조망했다면 이 책은 영국 도시 골목마다 흐르는 추악한 계급과 인종 차별을 미시적으로, 현장의 언어 그대로 그려냈다. 1996년 영국으로 건너가 아일랜드인과 결혼해 아이를 키우며 철저히 이방인으로 일한 일본인 저자의 객관적인 시선이 흥미롭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홍보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양성 영화(소규모 저예산 영화)들에는 굿즈를 통한 홍보가 중요하다. 관객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를 만들면 홍보 효과는 극장 안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들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다리던 영화와 굿즈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패키지 상영회’가 영화 팬들에게 인기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경계선’은 후각으로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여인 ‘티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보레’의 기묘한 만남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다. ‘경계선’은 지난달 말 열린 패키지 상영회에서 관객들에게 향초와 디퓨저, 나무 받침까지 들어있는 세트를 제공했다. ‘티나’가 가진 특별한 능력인 후각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할리우드 내 쟁쟁한 여성 배우들이 겪은 성차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는 내털리 포트먼 등 ‘레전드 배우’들의 사진이 담긴 엽서, 배지, 스마트폰 줄 등 굿즈를 제공하는 패키지 상영회를 열었다. 패키지 상영회 가격은 보통 영화 티켓과 같은 1만 원에서 1만5000원가량인데 상영 회차가 제한적인 데다 한정판 굿즈를 소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보니 다양성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상영관이 적은 지역의 관객들은 스페셜 상영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근 도시 상영관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승호 CGV아트하우스 팀장은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영화 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패키지 상영회를 열고 있다”며 “특히 20, 30대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배급사도 영화팬들에게 입소문을 내고 새로운 유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패키지 상영회가 상당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여긴다. 다양성 영화는 개봉 초반 관객을 붙잡지 못하면 전체 관객이 1만 명도 채 넘지 못하고 스크린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개봉 초반, 가장 애정을 가지고 영화에 대한 평을 할 수 있는 마니아 관객들이 최고의 ‘홍보 대사’인 셈이다. 영화의 이미지를 잘 구현해낸 굿즈들은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상영이 끝난 뒤에도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는다. 영화 ‘캐롤’(2015년·32만 명)이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년·20만 명)의 굿즈는 인터넷에서 여전히 중고로 거래될 정도다. 한 영화수입사 관계자는 “실용성보다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예쁜 이미지와 작품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엄마가 되고 나니까 제가 하는 작품이 적어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이영애(48)가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박찬욱 감독의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이다. 이 씨는 2009년 사업가 정호영 씨와 결혼해 2011년 남녀 쌍둥이를 출산했다. 2017년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로 드라마에 복귀했으나, 결혼 뒤 영화는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이 씨는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4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도 모성애가 있는 엄마였지만 ‘나를 찾아줘’ 정연과의 차이는 제가 정말 엄마가 됐다는 점”이라며 “그래서 여러 가지를 더 느낄 수 있었고 더 힘들고 아팠다”고 말했다.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는 실종된 지 6년 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고 낯선 곳으로 떠난 엄마 정연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경찰 홍 경장(유재명)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무엇인가 숨기고 있음을 직감하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정연을 이영애가 연기했다. “7∼8년 엄마로 살아왔는데, 그래서 제 안에 담긴 감정들이 영화에 어떻게 나타났을지 궁금해요. 결혼 전에는 역할과 장르의 색깔에 집중해서 욕심을 냈는데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는 이번 영화를 “스릴러지만 따뜻하다”고 표현했다. “감동이 있고 착한 사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리멸렬한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그것이 현실과 닮았다”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이 있다”고 말했다. “늦게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고 엄마가 됐기 때문에 그 생활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몰랐어요. 이런 시간이 큰 자양분이 돼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뿌리가 되지 않았을까요. 앞으로도 가정과 배우의 균형을 맞춰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소중한 휴가 일주일, 읽고 또 읽은 여행 책, 긴 비행 끝에 도착한 여행지의 호텔방, 바닥에 캐리어를 내려놓는 순간 ‘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여행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사람들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종종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여행지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틈만 나면 어디론가 떠날 궁리를 하는 여행 ‘덕후’인 저자가 여행지에서 겪는 불편하고 낯선 감정들을 짚어준다. 미국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면서 현대 심리학 연구의 핵심 성과들을 총동원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여행 선배의 조언이 가득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봉준호의 디스토피아, 우리는 그곳에 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봉준호 감독(사진)의 영화 ‘기생충’을 집중 조명했다. NYT는 “한국에서 이미 블록버스터가 돼 7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 영화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쟁을 이어가게 했다”며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 영화를 통해 봉 감독은 소수 마니아들이 열광하던 감독에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외국어 영화상을 뛰어넘어 그 이상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생충’은 호러와 풍자, 비극이 혼합된 현대판 우화로 한국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계급 투쟁에 대한 날카로운 교훈을 전한다”며 “그의 캐릭터들은 무게감과 깊이, 우아함과 어리석음을 겸비하고 있다”고 평했다. 봉 감독의 주요 작품들도 자세히 언급했다. ‘기생충’은 ‘괴물’이나 ‘설국열차’, ‘옥자’에 비해 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초기작인 ‘플란다스의 개’나 ‘살인의 추억’에 더 가깝다고 봤다. 그러나 “봉 감독의 작품을 장르나 스타일로 구분하는 것은 그의 독창성과 일관성 두 가지 모두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투자 유치 총 1조 원, 선광고 계약만 1000억 원.’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실적일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정작 이 회사 서비스는 아직 공개하지도 않았다.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캐천버그가 최근 만든 미국 콘텐츠 제작회사 ‘퀴비(Quibi)’의 실적이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퀴비 투자에 뛰어들면서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가 모였다. 내년 초에 공개할 동영상에 벌써 광고 물량만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계약했다.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가 퀴비에 이렇게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핵심은 캐천버그가 이 회사를 차린 배경이다. 그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의 미디어 소비 습관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이들은 모든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이동 중에도 소비한다. 퀴비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제작할 동영상은 모두 편당 10분 내외다. 회사 이름도 ‘간편하게 즐기는 한입거리’라는 뜻인 ‘퀵 바이트(quick bites)’의 줄임말.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츠’에 ‘쇼트폼(short from)’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퀴비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스냅챗’도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경쟁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쇼트폼+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구사 중이다. 역시 주요 이용자인 Z세대를 서비스 안에 묶어 두기 위해서다. ‘스냅 오리지널스’라고 불리는 이 동영상들은 철저히 Z세대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스마트폰을 일부러 가로로 돌리지 않고 보는 세로형 동영상으로 러닝타임은 5분 내외다. 세로의 긴 화면을 활용하기 위해 만화처럼 한 장면을 위아래로 나누는 파격적인 분할 편집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10분 내외 분량의 웹드라마 등을 통해 꾸준히 짧은 콘텐츠 제작이 이뤄져 왔다.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2017년)의 누적 조회수는 1억 뷰를 훌쩍 넘었다. 최근 선보인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도 대표적인 쇼트폼 사례다. 인기 예능 ‘신서유기’의 시즌7 방송을 앞두고 파격적으로 단 5분 분량으로 편성했다. 쇼트폼은 이미 영상 콘텐츠의 러닝타임을 새롭게 정의하고 제작 지형을 바꿔 놓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가 새로 출범시킨 자회사 ‘카카오M’은 자체 콘텐츠 제작을 앞두고 쇼트폼에 대한 내부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기존 영상 제작은 TV용으로 만든 콘텐츠를 모바일용 쇼트폼으로 전환하는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모바일용 짧은 콘텐츠를 TV등 다른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유통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쇼트폼 콘텐츠는 화면 크기나 러닝타임을 고려했을 때 등장인물 수가 적고 촬영지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는 곧 제작비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쇼트폼 콘텐츠 전문 제작사가 꾸준히 늘어나며 콘텐츠의 저작권(IP)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도 벌어지고 있다. ‘바나나액츄얼리’ ‘dxyz’ 등 1∼5분 내외의 드라마로 유명한 제작사 ‘72초TV’는 쇼트폼 콘텐츠와 연계한 맥주나 의류 브랜드 등을 선보였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히트시킨 ‘와이낫미디어’는 의류 브랜드와 협업해 배우 박보검을 영상에 등장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건국대 경영학과의 이승윤 교수는 “최근 콘텐츠의 러닝타임은 점점 짧아지고 편집도 빠른 호흡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라며 “앞으로 이 같은 쇼트폼 콘텐츠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