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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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서현 기자입니다.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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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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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후석 감독 “영화 ‘헤로니모’, 쿠바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입니다”

    “이 영화로 여러 영화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한 아프리카계 청소년이 제게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라고. 그때 느꼈습니다. ‘헤로니모’의 이야기는 모든 이민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을요.” 체 게바라·피델 카스트로와 쿠바 혁명을 함께 한 인물. 쿠바 내 한인 사회의 구심점. 한국 동포 헤로니모 임(한국명 임은조·1926~2006년)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의 21일 국내 개봉을 맞아 전후석 감독(35)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났다. 코트라 뉴욕 무역관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전 감독은 2015년 휴가차 우연히 찾은 쿠바에서 헤로니모의 가족들을 우연히 만나며 그의 삶에 매료됐다. 멕시코 사탕수수 농장의 한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헤로니모는 아바나대 법학과를 졸업한 쿠바의 첫 한인 대학생이었다. 쿠바 혁명 직후에는 산업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지냈고 인생의 후반부에는 쿠바 한인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 쿠바에서도 평생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간 헤로니모의 이야기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디아스포라(diaspora·離散)’를 체득하며 자란 전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 밖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 늘 많이 생각했어요. 학부 시절 연변과학기술대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시절도 있었고, 법대에 다닐 때는 브라질에서 인턴십을 한 적도 있었죠. 어느 곳에서든 한인 교포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에 눈을 떴는데 쿠바에 놀러가서 헤로니모의 삶을 듣는 순간 그 모든 경험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학부에서 영화를 전공했지만 실전은 전혀 다른 얘기였다. 자발적으로 도와준 친구들의 재능기부로 시작한 작업이 3년에 이르자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 등을 통해 개인 후원을 모집했다. 전 감독은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 작업에 매달렸다. 선조들이 떠나온 땅은 분명 하나의 한국이었지만 광복 이후 조국은 이념으로 분단됐다. 공산주의 혁명을 겪은 쿠바 한인들은 늘 ‘당신들은 어느 편이냐’는 질문을 안고 살아야 했다. 전 감독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종착점은 애국심이나 민족주의가 아닌 인본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로니모가 그의 삶을 통해 준 메시지는 나라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삶의 목적을 ‘한국인이 되는 것’에서 찾는 셈이지요. ‘나는 네가 누구든, 어디서 왔든 너를 포용할 수 있다’는 정신입니다.” 영화에 소개된 헤로니모가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의 정신을 그대로 압축했다. 전 감독은 “보석 같은 편지 내용 중 무엇보다 ‘조국’에 대한 문구가 감동적이었다”며 “조국이라는 건 헤로니모의 표현대로 새벽녘에 들리는 새소리, 행복하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농부들의 땀, 선조들의 우정”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비행기로 전 세계를 이동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민을 둘러싸고 갈등과 반목을 겪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 이 영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샌디에이고 아시안 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공산주의에 반대해 쿠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하신 분들을 뵌 적이 있어요. 쿠바 내 한인들과 오랜 기간 마음의 벽을 쌓고 계셨다고 들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그분들이 저를 안아주시더군요. 이념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알려줘 고맙다는 이야기와 함께요. 모든 이민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좀 더 열린 세상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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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엔 단풍 물결… 심쿵 미소 ‘브루니’ 신스틸러 예약

    ‘겨울왕국2’는 전편이 만든 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을까. 21일 개봉하는 ‘겨울왕국2’가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서 18일 베일을 벗었다. ‘겨울왕국2’는 디즈니가 100년에 걸쳐 쌓아올린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쏟아부은 작품으로 전작에서 진일보한 요소를 고루 갖췄다. 개봉을 이틀 앞둔 19일 기준 예매율은 86.2%에 이른다. ‘겨울왕국2’의 새로운 모습을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아렌델의 가을 ‘겨울왕국1’은 아렌델 왕국을 중심으로 엘사의 비밀스러운 마법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졌다. 배경도 얼음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중심으로 단조로웠으나 ‘겨울왕국2’의 배경은 아렌델의 가을과 안개가 둘러싼 비밀의 숲으로 더 넓어졌다. 디즈니 제작진은 스크린에 붉은 단풍의 물결을 수놓기 위해 핀란드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를 답사해 각국의 다양한 가을을 포착하는 한편 각국의 문화, 환경학, 식물학까지 연구했다. ‘겨울왕국2’ 영상미의 하이라이트는 엘사가 자신이 가진 힘의 원천과 과거의 진실을 찾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장면. 실사 영화를 능가하는 섬세하고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키스로는 비밀의 숲을 구하지 못해” ‘겨울왕국2’는 ‘엘사는 왜 마법의 능력을 갖고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위기에 빠진 아렌델 왕국을 구해야 하는 엘사와 안나는 엘사의 마법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올라프 등 친구들과 함께 다시 모험을 떠난다. 디즈니는 ‘겨울왕국1, 2’에서 전통적 공주 캐릭터와 완전히 결별했다. 엘사와 안나 자매는 구두를 벗어던지고 바지를 입는다. 맨발로 물에 빠지고 절벽을 뛰어넘으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선보인다. 마법의 능력을 가진 엘사가 차디찬 바다에서 고군분투하거나 평범한 안나가 절벽을 기어오르고 기지를 발휘하는 장면은 동화와 마법을 사랑하는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성인 관객들에게도 울림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신화를 연상시키는 물과 불, 바람, 땅의 정령 등 다양한 설정과 선대의 과오를 되돌리려는 자매의 노력 등이 어린이 관객들의 눈에는 다소 어둡고 복잡하게 보일 수도 있다.○ 제2의 ‘렛 잇 고’? 사운드트랙이 돌풍을 일으킨 ‘겨울왕국1’과 달리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겨울왕국2’의 대표곡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은 ‘렛 잇 고’만큼의 중독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엘사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게 되는 순간에 부르는 ‘Show Yourself’, 안나가 시련의 순간에 부르는 ‘The Next Right Thing’은 분명 저마다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겨울왕국2’에 등장하는 새로운 노래 7곡은 모두 ‘겨울왕국1’ 사운드트랙을 제작한 크리스틴과 로버트 로페즈 부부의 손에서 탄생했다.○ 새로운 신스틸러 ‘브루니’ ‘겨울왕국1’ 최고의 신스틸러는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 올라프였다. 무한 긍정 캐릭터 올라프의 사랑스러운 활약은 ‘겨울왕국2’에서도 계속된다. 1990년대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Lost in the Woods’를 부르는 크리스토프와 순록 스벤의 모습도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도마뱀을 연상시키는 불의 정령 ‘브루니’가 ‘심쿵 미소’로 올라프만큼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지 주목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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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왕국’ 2편도 대박?… 엘사의 도전은 계속된다

    “엘사가 입은 옷은 1편과 같은가요?” 21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를 기다리는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엘사’의 의상이다. ‘겨울왕국’ 국내 개봉 5년이 지난 지금도 ‘엘사’의 원피스를 입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듯 2013년 미국에서 1편이 개봉한 이후 엘사의 푸른 드레스는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개봉 이후 한 달 동안에만 북미 대륙에서 엘사 드레스가 300만 벌 팔렸는데 이는 북미 대륙에 사는 4세 여아의 수와 비슷하다. ‘겨울왕국 2’ 개봉을 앞두고 극장과 유통가의 분위기는 5년 전 분위기를 재연하듯 벌써부터 뜨겁다. 13일 기준 ‘겨울왕국 2’는 개봉을 약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도 예매율 52.9%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개봉 전부터 인터넷에서 엘사와 안나, 올라프 등 캐릭터 굿즈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역시 파트너사들에 오랜 기간 공들여 상품 작업을 하며 라이선스의 로열티를 높이려는 시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종로구 삼청동에서는 극중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 ‘올라프’ 캐릭터를 앞세워 내년 2월까지 캐릭터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개봉 전부터 벌어지는 이러한 ‘열풍’은 ‘겨울왕국 1’이 세운 전무후무한 기록 때문이다. “디즈니 역사는 ‘겨울왕국 1’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1편은 각종 흥행과 수익 기록을 갈아 치웠다. 1편이 극장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12억7422만 달러(약 1조4803억 원). 각종 라이선스 상품이 쏟아지며 디즈니가 1편의 극장 개봉 이후 단 1년간 관련 제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도 약 10억 달러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2편 국내 개봉일자는 북미 개봉(22일)보다 하루 앞선 21일로 결정됐다. 12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보다 먼저 겨울방학 관객을 선점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종 캐릭터 상품과 장난감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내용 면에서도 1편의 신드롬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공을 쏟은 흔적이 엿보인다. 1편은 디즈니 공주로서는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운명을 헤쳐 나가는 자매 캐릭터로 선보였다. 2편은 엘사와 안나가 펼치는 새로운 모험 이야기의 배경을 겨울에서 가을로 바꿨다. 북미 시사에서는 “모든 것이 환상적”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캐릭터들의 의상도 달라졌다. 보다 다채로운 색감을 적용해 1편과 차별화된 라이선스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렛잇고’가 될 ‘겨울왕국 2’ 속 엘사의 주제곡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은 미국에선 전편과 같이 이디나 멘젤이, 한국에서는 가수 태연이 부른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는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비교해 속편의 여러 위험 요소를 통제하기 수월한 편”이라며 “1편에서 탄탄하게 다져놓은 엘사와 안나의 서사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편의 성공에 이어 추가 시리즈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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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왕국 2’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 열풍…1편 신드롬 이어질까

    “엘사가 입은 옷은 1편과 같은가요?” 21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엘사’의 의상이다. ‘겨울왕국’ 국내 개봉 5년이 지난 지금도 ‘엘사’의 원피스를 입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듯 2013년 미국에서 1편이 개봉한 이후 엘사의 푸른 드레스는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개봉 이후 한 달 동안에만 북미 대륙에서 엘사 드레스가 300만 벌 팔렸는데 이는 북미 대륙에 사는 4세 여아의 숫자와 비슷하다. ‘겨울왕국 2’ 개봉을 앞두고 극장과 유통가의 분위기는 5년 전 분위기를 재연하듯 벌써부터 뜨겁다. 13일 기준 ‘겨울왕국 2’는 개봉을 약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도 예매율 52.9%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개봉 전부터 인터넷에서 엘사와 안나, 올라프 등 캐릭터 굿즈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역시 파트너사들에게 오랜 기간 공들여 상품 작업을 하며 라이선스의 로열티를 높이려는 시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종로구 삼청동에서는 극중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 ‘올라프’ 캐릭터를 앞세워 내년 2월까지 캐릭터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개봉 전부터 벌어지는 이러한 ‘열풍’은 ‘겨울왕국 1’이 세운 전무후무한 기록 때문이다. “디즈니 역사는 ‘겨울왕국 1’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1편은 각종 흥행과 수익 기록을 갈아 치웠다. 1편이 극장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12억7422만 달러(한화 약 1조4803억 원). 각종 라이선스 상품이 쏟아지며 디즈니가 1편의 극장 개봉 이후 단 1년간 관련 제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도 약 10억 달러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2편 국내 개봉일자는 북미 개봉(22일)보다 하루 앞선 21일로 결정됐다. 12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 보다 먼저 겨울방학 관객을 선점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종 캐릭터 상품과 장난감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내용 면에서도 1편의 신드롬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공을 쏟은 흔적이 엿보인다. 1편이 디즈니 공주로서는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운명을 헤쳐 나가는 자매 캐릭터로 선보였다. 2편은 엘사와 안나가 펼치는 새로운 모험 이야기의 배경을 겨울에서 가을로 바꿨다. 북미 시사에서는 “모든 것이 환상적”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캐릭터들의 의상도 달라졌다. 보다 다채로운 색감을 적용해 1편과 차별화된 라이선스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렛잇고’가 될 ‘겨울왕국 2’속 엘사의 주제곡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 미국에선 전편과 같이 이디나 멘젤이, 한국에서는 가수 태연이 부른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는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비교해 속편의 여러 위험 요소를 통제하기 수월한 편”이라며 “1편에서 탄탄하게 다져놓은 엘사와 안나의 서사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편의 성공에 이어 추가 시리즈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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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나 엄마가 아닌 내게 충실하고 싶어”… 영화 ‘윤희에게’ 주연 김희애

    “바로 이웃의 이야기처럼 써내려간 게 놀라웠어요. 이런 이야기가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첫사랑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가 딸 새봄(김소혜)과 함께 설원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의 시나리오에는 여백이 많다. 이 영화를 한 편의 시로 완성시킨 것은 오랜 세월 묻어둔 감정을 따라 조심스레 흔들리는 배우 김희애의 눈빛이다. 올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이 영화는 14일 개봉한다. 1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김희애는 “어떤 사랑이라도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느낌이라는 시사 후기를 보고 너무 기뻤다”며 말문을 열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숨죽여 가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들이 서로 토닥여주고, 위로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그림자처럼 살던 윤희는 첫사랑을 찾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과 대면하고 한발 더 나아간다. “한번 돌아보세요. 자기 자신의 시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요. 특히 중년 이후에는 자신을 위해서 오롯이 집중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희생을 치러내 충분히 인생을 즐길 자격이 있는 ‘윤희’처럼요. 더 일찍 깨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김희애도 나이가 들며 배우나 엄마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는 친구를 안 만나면 외롭고 우울했는데 요즘은 만나면 우울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이가 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충만하게 느껴져요. 그 속에서 행복감을 맛보는 것 같아요.” ‘윤희’에 몰입하기 위해 그는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과 영화를 보며 담금질을 했다. 그 덕에 중압감 없이 배역에 몰입할 수 있었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나 ‘쓰리 빌보드’의 샘 록웰 등 최근 흠뻑 빠져 본 영화와 배우들을 열거할 때는 소녀처럼 설레는 표정이 묻어났다. 데뷔 36년 차인 김희애는 워킹맘 경찰로 변신한 드라마 ‘미세스 캅’(2015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재판을 주도하는 여행사 사장이었던 ‘허스토리’(2017년)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중이다. “나문희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서 안심하기도 해요. 제가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신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최근 여성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늘어나는 데 대해 그는 “작은 소용돌이가 많이 일어나서 자리를 잡고 다른 시도가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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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 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배우 김혜자 씨(78)를 모델로 한 광고를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아웃도어 광고 모델은 20, 30대의 젊은 연예인들이 주로 맡아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자연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등산은 모델과 같은 몸매를 지니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찾는 야외 활동인 점도 강조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을 반영했다. 보디 포지티브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은 개인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모든 몸은 그 자체로 예쁘다 보디 포지티브 운동은 일반적인 마네킹 사이즈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발탁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외모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5월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구치는 립스틱 광고에 치열이 고르지 않은 모델을 기용했다. 치아도 하얗지 않고, 윗니 중 앞니와 송곳니 사이는 비어 있는 채 웃고 있는 입을 가깝게 확대해 찍었다. 이는 기존 립스틱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은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가 아니다. 이 치아 모델의 주인공은 영국 펑크록 그룹 ‘서프볼트(surfbort)’의 여성 보컬 대니 밀러다. 이 광고는 화장을 할 때 사회가 원하는 ‘예쁜 여성’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외모의 결점을 가리려고 하는 화장이 아니라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화장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보디 포지티브 운동은 성적 소수자나 장애인, 조금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 등 ‘외모 소수자’에 대한 포용도 포함하고 있다. 영국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하르남 카우르(24·여)는 11세 때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얼굴과 몸에 털이 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걸렸다. 집단 따돌림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받아들이고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보디 포지티브 운동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아름다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태도도 바꿨다. 그동안 전통적인 ‘마네킹 몸매’를 앞세워 매년 패션쇼를 선보여 왔던 것으로 유명한 이 업체는 지난달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알리 테이트 커틀러와 계약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올 8월에는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치나 삼파이우와도 계약했다.○ ‘원조’ 탈코르셋 운동도 국내 확산 1960, 70년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페미니즘 운동 중 하나인 ‘탈코르셋’ 운동도 틀에 박힌 미의 기준에 반발하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잘록한 허리를 위한 코르셋이나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브래지어처럼 ‘예뻐 보이는’ 속옷과 화장을 거부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트위터를 중심으로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됐다. ‘#탈코르셋_인증’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화장대에 있던 화장품들을 못 쓰게 버려놓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화장법을 알려주는 뷰티 유튜버 가운데 일부는 화장을 지우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국내에선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이 커졌다. 이런 흐름 속에 여성들의 주체적인 자기결정권이 강조되면서 최근 보디 포지티브나 탈코르셋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보디 포지티브 운동에 대해 비판도 제기된다. 마른 몸과 살찐 몸이 강요된 아름다움이냐 아니냐의 기준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비만이라는 질병의 기준으로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디 포지티브가 기업의 마케팅 대상이 되면서 예쁜 보디 포지티브와 그렇지 않은 보디 포지티브를 구분 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형태로 몸의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광고는 사회를 주도하기보다 일차적으로 사회를 반영하는 틀의 역할을 한다. 이미지의 다양화 현상은 더 확대되고 기존 가치관과 충돌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이서현 기자}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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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英 빈민가에서 만난 불평등의 민낯

    어떤 아이들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그 대신 엄마가 쏟아버린 맥주와 같은 황금색으로 도화지를 가득 메우거나 분노 조절이 어려워 화가 나면 빙글빙글 돌 뿐이다. 영국 브라이턴 빈민가의 무료 탁아소에서 일한 저자는 사회의 밑바닥에 내던져진 작고 연약한 존재들을 통해 그 사이에서 무기력하게 굴러다니는 정치를 겨냥한다. 보수당이 집권하자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고 이민자와 하층민은 혐오의 전장에서 대립한다. 그 사이에서 아이들의 삶은 파괴된다. 오언 존스의 ‘차브’가 영국 사회의 불평등을 거시적으로 조망했다면 이 책은 영국 도시 골목마다 흐르는 추악한 계급과 인종 차별을 미시적으로, 현장의 언어 그대로 그려냈다. 1996년 영국으로 건너가 아일랜드인과 결혼해 아이를 키우며 철저히 이방인으로 일한 일본인 저자의 객관적인 시선이 흥미롭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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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도 보고 굿즈도 득템하고

    홍보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양성 영화(소규모 저예산 영화)들에는 굿즈를 통한 홍보가 중요하다. 관객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를 만들면 홍보 효과는 극장 안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들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다리던 영화와 굿즈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패키지 상영회’가 영화 팬들에게 인기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경계선’은 후각으로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여인 ‘티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보레’의 기묘한 만남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다. ‘경계선’은 지난달 말 열린 패키지 상영회에서 관객들에게 향초와 디퓨저, 나무 받침까지 들어있는 세트를 제공했다. ‘티나’가 가진 특별한 능력인 후각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할리우드 내 쟁쟁한 여성 배우들이 겪은 성차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는 내털리 포트먼 등 ‘레전드 배우’들의 사진이 담긴 엽서, 배지, 스마트폰 줄 등 굿즈를 제공하는 패키지 상영회를 열었다. 패키지 상영회 가격은 보통 영화 티켓과 같은 1만 원에서 1만5000원가량인데 상영 회차가 제한적인 데다 한정판 굿즈를 소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보니 다양성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상영관이 적은 지역의 관객들은 스페셜 상영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근 도시 상영관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승호 CGV아트하우스 팀장은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영화 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패키지 상영회를 열고 있다”며 “특히 20, 30대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배급사도 영화팬들에게 입소문을 내고 새로운 유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패키지 상영회가 상당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여긴다. 다양성 영화는 개봉 초반 관객을 붙잡지 못하면 전체 관객이 1만 명도 채 넘지 못하고 스크린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개봉 초반, 가장 애정을 가지고 영화에 대한 평을 할 수 있는 마니아 관객들이 최고의 ‘홍보 대사’인 셈이다. 영화의 이미지를 잘 구현해낸 굿즈들은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상영이 끝난 뒤에도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는다. 영화 ‘캐롤’(2015년·32만 명)이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년·20만 명)의 굿즈는 인터넷에서 여전히 중고로 거래될 정도다. 한 영화수입사 관계자는 “실용성보다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예쁜 이미지와 작품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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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 복귀 이영애 “모성연기 더 힘들고 아파”

    “엄마가 되고 나니까 제가 하는 작품이 적어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이영애(48)가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박찬욱 감독의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이다. 이 씨는 2009년 사업가 정호영 씨와 결혼해 2011년 남녀 쌍둥이를 출산했다. 2017년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로 드라마에 복귀했으나, 결혼 뒤 영화는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이 씨는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4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도 모성애가 있는 엄마였지만 ‘나를 찾아줘’ 정연과의 차이는 제가 정말 엄마가 됐다는 점”이라며 “그래서 여러 가지를 더 느낄 수 있었고 더 힘들고 아팠다”고 말했다.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는 실종된 지 6년 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고 낯선 곳으로 떠난 엄마 정연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경찰 홍 경장(유재명)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무엇인가 숨기고 있음을 직감하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정연을 이영애가 연기했다. “7∼8년 엄마로 살아왔는데, 그래서 제 안에 담긴 감정들이 영화에 어떻게 나타났을지 궁금해요. 결혼 전에는 역할과 장르의 색깔에 집중해서 욕심을 냈는데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는 이번 영화를 “스릴러지만 따뜻하다”고 표현했다. “감동이 있고 착한 사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리멸렬한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그것이 현실과 닮았다”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이 있다”고 말했다. “늦게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고 엄마가 됐기 때문에 그 생활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몰랐어요. 이런 시간이 큰 자양분이 돼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뿌리가 되지 않았을까요. 앞으로도 가정과 배우의 균형을 맞춰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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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행만 가면 왜 집에 가고 싶을까

    소중한 휴가 일주일, 읽고 또 읽은 여행 책, 긴 비행 끝에 도착한 여행지의 호텔방, 바닥에 캐리어를 내려놓는 순간 ‘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여행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사람들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종종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여행지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틈만 나면 어디론가 떠날 궁리를 하는 여행 ‘덕후’인 저자가 여행지에서 겪는 불편하고 낯선 감정들을 짚어준다. 미국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면서 현대 심리학 연구의 핵심 성과들을 총동원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여행 선배의 조언이 가득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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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우린 봉준호의 디스토피아에 산다”

    “봉준호의 디스토피아, 우리는 그곳에 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봉준호 감독(사진)의 영화 ‘기생충’을 집중 조명했다. NYT는 “한국에서 이미 블록버스터가 돼 7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 영화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쟁을 이어가게 했다”며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 영화를 통해 봉 감독은 소수 마니아들이 열광하던 감독에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외국어 영화상을 뛰어넘어 그 이상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생충’은 호러와 풍자, 비극이 혼합된 현대판 우화로 한국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계급 투쟁에 대한 날카로운 교훈을 전한다”며 “그의 캐릭터들은 무게감과 깊이, 우아함과 어리석음을 겸비하고 있다”고 평했다. 봉 감독의 주요 작품들도 자세히 언급했다. ‘기생충’은 ‘괴물’이나 ‘설국열차’, ‘옥자’에 비해 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초기작인 ‘플란다스의 개’나 ‘살인의 추억’에 더 가깝다고 봤다. 그러나 “봉 감독의 작품을 장르나 스타일로 구분하는 것은 그의 독창성과 일관성 두 가지 모두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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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아야 본다” 쇼트폼 콘텐츠 글로벌 大戰

    ‘투자 유치 총 1조 원, 선광고 계약만 1000억 원.’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실적일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정작 이 회사 서비스는 아직 공개하지도 않았다.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캐천버그가 최근 만든 미국 콘텐츠 제작회사 ‘퀴비(Quibi)’의 실적이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퀴비 투자에 뛰어들면서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가 모였다. 내년 초에 공개할 동영상에 벌써 광고 물량만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계약했다.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가 퀴비에 이렇게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핵심은 캐천버그가 이 회사를 차린 배경이다. 그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의 미디어 소비 습관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이들은 모든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이동 중에도 소비한다. 퀴비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제작할 동영상은 모두 편당 10분 내외다. 회사 이름도 ‘간편하게 즐기는 한입거리’라는 뜻인 ‘퀵 바이트(quick bites)’의 줄임말.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츠’에 ‘쇼트폼(short from)’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퀴비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스냅챗’도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경쟁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쇼트폼+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구사 중이다. 역시 주요 이용자인 Z세대를 서비스 안에 묶어 두기 위해서다. ‘스냅 오리지널스’라고 불리는 이 동영상들은 철저히 Z세대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스마트폰을 일부러 가로로 돌리지 않고 보는 세로형 동영상으로 러닝타임은 5분 내외다. 세로의 긴 화면을 활용하기 위해 만화처럼 한 장면을 위아래로 나누는 파격적인 분할 편집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10분 내외 분량의 웹드라마 등을 통해 꾸준히 짧은 콘텐츠 제작이 이뤄져 왔다.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2017년)의 누적 조회수는 1억 뷰를 훌쩍 넘었다. 최근 선보인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도 대표적인 쇼트폼 사례다. 인기 예능 ‘신서유기’의 시즌7 방송을 앞두고 파격적으로 단 5분 분량으로 편성했다. 쇼트폼은 이미 영상 콘텐츠의 러닝타임을 새롭게 정의하고 제작 지형을 바꿔 놓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가 새로 출범시킨 자회사 ‘카카오M’은 자체 콘텐츠 제작을 앞두고 쇼트폼에 대한 내부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기존 영상 제작은 TV용으로 만든 콘텐츠를 모바일용 쇼트폼으로 전환하는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모바일용 짧은 콘텐츠를 TV등 다른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유통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쇼트폼 콘텐츠는 화면 크기나 러닝타임을 고려했을 때 등장인물 수가 적고 촬영지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는 곧 제작비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쇼트폼 콘텐츠 전문 제작사가 꾸준히 늘어나며 콘텐츠의 저작권(IP)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도 벌어지고 있다. ‘바나나액츄얼리’ ‘dxyz’ 등 1∼5분 내외의 드라마로 유명한 제작사 ‘72초TV’는 쇼트폼 콘텐츠와 연계한 맥주나 의류 브랜드 등을 선보였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히트시킨 ‘와이낫미디어’는 의류 브랜드와 협업해 배우 박보검을 영상에 등장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건국대 경영학과의 이승윤 교수는 “최근 콘텐츠의 러닝타임은 점점 짧아지고 편집도 빠른 호흡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라며 “앞으로 이 같은 쇼트폼 콘텐츠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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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리우드·실리콘밸리가 숏폼 플랫폼 ‘퀴비’에 주목하는 이유

    ‘투자유치 총 1조 원, 선 광고 계약만 1000억 원.’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실적일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정작 이 회사 서비스는 아직 공개하지도 않았다.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카젠버그가 최근 만든 미국 콘텐츠 제작회사 ‘퀴비(Quibi)’의 실적이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퀴비’ 투자에 뛰어들면서 총 10억 달러(한화 약 1조2000억 원)가 모였다. 내년 초 공개할 동영상에 벌써 광고 물량만 1억 달러(약1200억 원)를 계약했다.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가 퀴비에 이렇게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핵심은 카젠버그가 이 회사를 차린 배경이다. 그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태어난 세대)’의 미디어 소비 습관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여기는 이들은 모든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이동 중에도 소비한다. ‘퀴비’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제작할 동영상은 모두 편당 10분 내외다. 회사 이름도 ‘간편하게 즐기는 한입거리’라는 뜻인 ‘퀵 바이트(quick bites)’의 줄임말.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츠’에 ‘숏 폼(short-from)’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퀴비에 앞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 ‘스냅챗’도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경쟁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숏 폼+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구사중이다. 역시 주요 이용자들인 Z세대를 서비스 안에 묶어두기 위해서다. ‘스냅 오리지널스’라고 불리는 이 동영상들은 철저히 Z세대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스마트폰을 일부러 가로로 돌리지 않고 보는 세로형 동영상으로 러닝타임은 5분 내외다. 세로의 긴 화면을 활용하기 위해 만화처럼 한 장면을 위아래로 나누는 파격적인 분할 편집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10분 내외 분량으로 보는 웹드라마 등을 통해 꾸준히 짧은 콘텐츠 제작이 이뤄져왔다.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2017년)의 누적 조회수는 1억 뷰를 훌쩍 넘었다. 최근 선보인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도 대표적인 숏 폼 사례다. 인기예능 ‘신서유기’의 시즌7 방송을 앞두고 파격적으로 단 5분 분량으로 편성했다. ‘숏 폼’은 이미 영상 콘텐츠의 러닝타임을 새롭게 정의하고 제작 지형을 바꿔놓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가 새로 출범시킨 자회사 ‘카카오M’은 자체 콘텐츠 제작을 앞두고 ‘숏 폼’에 대한 내부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기존 영상 제작은 TV용으로 만든 콘텐츠를 모바일용 ‘숏 폼’으로 전환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모바일용 짧은 콘텐츠를 TV등 다른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유통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중심 ‘숏 폼’ 콘텐츠는 화면 크기나 러닝타임을 고려했을 때, 등장인물 수가 적고 촬영지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는 곧 제작비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도 숏폼 콘텐츠 전문 제작사들이 꾸준히 늘어나며 콘텐츠의 저작권(IP)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도 벌어지고 있다. ‘바나나액츄얼리’ ‘dxyz’ 등 1~5분 내외 드라마로 유명한 제작사 ‘72초TV’는 숏 폼 콘텐츠와 연계한 맥주나 의류 브랜드 등을 선보였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히트시킨 ‘와이낫미디어’는 의류브랜드와 협업해 배우 박보검을 영상에 등장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건국대 경영학과의 이승윤 교수는 “최근 콘텐츠의 러닝타임은 점점 짧아지고 편집도 빠른 호흡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라며 “앞으로 이 같은 ‘숏 폼’ 콘텐츠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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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감독, ‘제9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영화예술인 부문 수상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사장 안성기)은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사진)을 ‘제9회 아름다운 예술인상’의 영화예술인 부문에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영화 ‘벌새’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김보라 감독은 신인예술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공로예술인에는 배우 김지미, 연극예술인에는 배우 정동환, 선행부문인 굿피플 예술인에는 최수종 하희라 부부가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2000만 원씩 총 1억 원 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시상식은 다음달 6일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에서 열린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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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잘나가는 ‘기생충’, 오스카상도 품에 안을까

    ‘기생충’이 황금종려상(프랑스 칸 영화제)에 이어 오스카도 집어삼킬 수 있을까. 내년 2월로 다가온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현지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할리우드 감독, 배우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카데미 기준 외국어영화라는 점에서 ‘기생충’은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은 물론이고 감독상, 촬영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와 함께 자주 언급되고 있다. 미 매체 인디와이어는 24일(현지 시간) “로마는 대다수가 넷플릭스를 통해 관람해 극장에서 깊은 몰입을 선사하는 방법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기생충은 극장에서 빠른 속도로 수익을 내며 폭넓은 관객을 만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천지도 최근 ‘기생충’의 북미 개봉 직후 봉 감독과 영화 내용, 할리우드 반응,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 등을 집중 분석했다. 기생충은 11일 극장 3곳에서 먼저 개봉한 뒤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열흘 만에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등 33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지 영화감독과 배우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감독 제임스 건은 SNS에 “슬프고 웃겼으며, 때론 끔찍하게 아름다운 영화”라며 “봉준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라고 언급했다. ‘유전’과 ‘미드소마’를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도 “아찔할 정도로 효율적이며, 어떤 것보다도 재미있고, 완전히 미쳤으며, 너무나도 슬프다”는 평을 남겼다. 영화를 출품하면 심사위원들이 후보와 수상작을 선정하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는 회원 6000여 명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선정한다. 이 때문에 미 영화사들은 대개 이듬해 시상식을 위해 여름부터 홍보활동에 돌입한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의 톰 퀸 CEO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뿐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기생충의 국내 배급사 CJ ENM도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 영진위는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3년 만에 홍보 부스를 여는 한편 북미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파티 등 프로모션 행사를 기획 중이다. CJ ENM은 북미 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평단의 호평과 흥행 성적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북미 배급사 네온과 공동으로 미 영화계에 영향력이 큰 유력 인사들을 공략하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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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캐머런 감독 “터미네이터의 테마는 오늘날에도 반영된다고 생각”

    “터미네이터2가 독창성을 가지되 어떻게 하면 새롭게 비틀어 볼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SF(공상과학) 액션영화의 전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창조주’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돌아왔다. 30일 국내 개봉하는 새로운 후속편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 제작자로 참여한 것. 개봉을 앞두고 그는 25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화상통화로 라이브 컨퍼런스를 가졌다. 이번 영화는 1984년, 1991년 개봉한 시리즈 1, 2편에서 활약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린다 해밀턴과 28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제가 이 세계관에서 무엇을 더 이야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는 지금 ‘터미네이터’ 바로 직전의 세계에 살고 있어요. 1편이 나온 1984년만 해도 인공지능이란 판타지였지만, 지금은 자가 인식이 가능한 컴퓨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는 인공지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걸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습니다.” 신작의 하이라이트는 60대 여 전사 새라 코너로 활약한 해밀턴의 귀환이다. 인류의 미래인 대니(나탈리아 레예스)와 그를 지키기 위해 활약하는 슈퍼 솔져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도 모두 여성이다. “남성들이 나오는 액션영화는 이미 수천편이 있어요. 특히 이번 영화가 스테레오타입(전형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63세인 해밀턴이 액션 리더로 나온 점입니다. 미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60대 여성이라니….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궁금합니다.” 그는 “앞으로 여성 서사와 여성 감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결혼을 네 번이나 해봤잖아요. 여성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캐머런 감독은 전 부인이기도 한 해밀턴의 캐스팅 뒷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직접 e메일을 썼습니다. 이 영화에 출연해야 할 이유를 두 페이지로, 이 영화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두 페이지로 각각 설명해서 보냈죠. 린다는 최고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전설적 작품으로 남은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현재 젊은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 그는 “터미네이터의 테마는 오늘날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터미네이터는 개인이 존엄성을 가지고 어떠한 역할을 풀어낼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변화할 수 있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오늘날 젊은이들은 기후변화나 정치적 문제로부터 스스로를 구해야 합니다. 개인 스스로 그것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의 메시지는 이전보다 더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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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키우고 마흔아홉에 첫 영화… 나의, 모두의 이야기”

    어렵게 세상에 나온 자식 같은 영화를 두고 평점을 낮추거나 악플을 달아도 ‘엄마’는 의연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도영 감독(49)은 태어나기 전부터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아이를 살뜰히 보듬는 엄마의 모습에 가까웠다. “원작 소설을 읽은 뒤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 엄마와 저 자신,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었거든요. 그걸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소설이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킨 반향을 담으며 영화 장르로서 완결된 서사를 갖추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한 번도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엄마나 고모가 생각났어요. 지영의 엄마 ‘미숙’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인물들, 딸들에 관한 이야기에 마음을 담으면 그 가치가 드러날 것이라 믿었습니다.” 김지영의 1인칭 독백 같은 소설은 그의 손길을 거쳐 지영과 가족,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모두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는 개봉 첫날 관객 13만8968명이 찾아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개봉 전부터 촉발된 젠더 갈등을 무력화하듯 영화에는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누구든 ‘빌런(악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인물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어요.” 이런 의도는 주연 배우 정유미와 공유뿐 아니라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역을 맡은 동명이인의 두 김미경, 귀한 외아들로 자란 남동생 역의 김성철 등 조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 덕분에 개연성을 얻었다. 그는 이 영화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평범한 ‘김지영’의 이야기가 퍼져나가 일본과 대만에서 소설이 화제가 됐듯, 영화 역시 호주 홍콩 대만 등 37개국에 판매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의 희망은 이 영화가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가서 말을 거는 것,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무언가 느끼면 그걸로 충분해요. 중요한 건 살아가면서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작은 변화라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니까요.” 영화 속 지영은 마침내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시간을 매듭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연극무대와 결혼, 출산, 육아를 거쳐 47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으로 연출을 공부하고, 49세 때 첫 장편영화를 만든 김 감독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수족구병에 걸려 등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에 갔던 일, 아기 띠와 한몸이 돼 보낸 시절은 ‘82년생 김지영’뿐 아니라 ‘70년생 김도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사회로 나가길 머뭇거리는 ‘지영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한참을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젊을 땐 누구나 산을 끝까지 올라가는 데 의미를 두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이라도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소중한 건 우리 내면의 목소리니까요.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깨친 뒤 이 영화를 만난 것이 참 다행이에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기자의 스마트폰에 영화를 본 지인들의 감상이 하나, 둘 도착했다.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 영화를 볼 즈음엔 세상에!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겠지?’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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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 “영화 속 누구든 ‘악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

    어렵게 세상에 나온 자식 같은 영화를 두고 평점을 낮추거나 악플을 달아도 ‘엄마’는 의연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도영 감독(49)은 태어나기 전부터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아이를 살뜰히 보듬는 엄마의 모습에 가까웠다. “원작 소설을 읽은 뒤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 엄마와 제 자신,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었거든요. 그걸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소설이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킨 반향을 담으며 영화 장르로서 완결된 서사를 갖추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한번도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엄마나 고모가 생각났어요. 지영의 엄마 ‘미숙’ 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인물들, 딸들에 관한 이야기에 마음을 담으면 그 가치가 드러날 것이라 믿었습니다.” 김지영의 1인칭 독백 같은 소설은 그의 손길을 거쳐 지영과 가족,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모두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는 개봉 첫날 13만 8968명의 관객이 찾아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개봉 전부터 촉발된 젠더 갈등을 무력화하듯 영화에는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누구든 ‘빌런(악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인물들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어요.” 이런 의도는 주연배우 정유미와 공유 뿐 아니라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역을 맡은 동명이인의 두 김미경, 귀한 외아들로 자란 남동생 역의 김성철 등 조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 덕분에 개연성을 얻었다. 그는 이 영화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평범한 ‘김지영’의 이야기가 퍼져나가 일본과 대만에서 소설이 화제가 됐듯, 영화 역시 호주, 홍콩, 대만 등 37개국에 판매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의 희망은 이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서 말을 거는 것,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무언가 느끼면 그걸로 충분해요. 중요한 건 살아가면서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작은 변화라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니까요.” 영화 속 지영은 마침내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시간을 매듭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연극 무대와 결혼, 출산, 육아를 거쳐 47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으로 연출을 공부하고, 49세 때 첫 장편 영화를 만든 김 감독의 삶과도 맞닿아있다. 수족구에 걸려 등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에 갔던 일, 아기띠와 한 몸이 돼 보낸 시절은 ‘82년생 김지영’ 뿐 아니라 ‘70년생 김도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사회로 나가길 머뭇거리는 ‘지영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한참을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젊을 땐 누구나 산을 끝까지 올라가는데 의미를 두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이라도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소중한 건 우리 내면의 목소리니까요.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깨우친 뒤 이 영화를 만난 것이 참 다행이에요.” 인터뷰가 마무리 될 무렵 그의 스마트폰에 영화를 본 지인들의 감상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 영화를 볼 즈음엔 세상에!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겠지?’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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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이 원하면…” OTT 플랫폼, 온라인-극장 벽 허문다

    “와! 진짜 크다, 커.”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등록된 슈퍼플렉스G관에 들어선 관객들이 스크린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스트리밍서비스(OTT) 왓챠플레이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HBO 미니시리즈 ‘체르노빌’의 극장 특별 상영을 마련한 날이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만 볼 수 있는 5부작 시리즈를 6시간에 걸쳐 극장 스크린으로 ‘정주행’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보니 신청자 총 5만8571명이 몰렸다. 이 중 628명만 낙점받았다. 이날 아침 대전에서 출발했다는 김모 씨는 “체르노빌 재난을 그대로 고증한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신청했는데 당첨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와 애플 등이 뛰어든 스트리밍서비스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며 콘텐츠 유통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멀티플렉스 극장 메가박스에서 23일 개봉한 데이비드 미쇼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콘텐츠와 스크린의 경계를 한 단계 무너뜨렸다. 자유분방한 왕자 할(티모테 샬라메)이 왕좌에 올라 혼란에 빠진 영국의 운명을 짊어지는 이 영화는 영국-프랑스 간 100년 전쟁 중 일어난 아쟁쿠르 전투를 하이라이트로 다룬다. 국내에서는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중세 전쟁 현장에 있는 듯 몰입감 넘치는 장면이 입소문을 타면서 더 큰 화면에서 상영되길 원하는 관객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상영을 시작으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 극장들과 충돌해왔다. 통상 극장 개봉 영화들이 2∼3주간의 극장 상영기간(홀드백)을 둔 뒤 주문형 비디오(VOD)로 넘어가는 데 비해 넷플릭스 영화는 극장과 넷플릭스 동시 상영을 고수했기 때문. ‘더 킹…’에서는 극장 상영 기간을 8일로 보장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고객이 콘텐츠를 보기에 가장 좋은 스크린이 무엇인지가 판단 기준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과 감독을 비롯한 창작자들의 의견을 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개봉할 경우 영화 생태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다른 한편에는 영화를 보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형태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선극장 개봉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극장들의 넷플릭스 콘텐츠 상영은 수익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극장의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최근 극장의 기조는 ‘재미있는 콘텐츠는 최대한 상영한다’다. 올해 시즌8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상영하기 위해 극장들이 HBO와 접촉했을 정도다. 대관 행사로 관객을 모으고 4D 등 새로운 상영 버전의 개발과 함께 해외 시장도 계속 모색하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초로 ‘1000만 영화’가 4편(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기생충, 알라딘)이나 나오며 극장은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8월은 성수기인데도 박스오피스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극장이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낸 것은 영화관 시장의 구조적 성장이 아닌 콘텐츠 흥행에 따른 일시적인 호조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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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워제네거 “I'll be back 약속 지켰죠”… 새 터미네이터 시리즈 홍보차 내한

    “지난번 내한했을 때 ‘아일 비 백(I‘ll be back)’이라고 말씀드렸지요. 터미네이터는 약속을 지킵니다.” 영원한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72)가 이달 30일 개봉하는 새 터미네이터 시리즈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영화는 1991년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2’를 잇는 작품. 캐머런 감독이 제작을, ‘데드풀’의 감독 팀 밀러가 연출을 맡았다. 터미네이터2 이후 속편 3편이 나왔지만 터미네이터 1, 2의 캐머런 감독, 슈워제네거와 ‘세라 코너’ 역을 맡은 린다 해밀턴(63)까지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은 28년 만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21일 열린 기자회견에는 슈워제네거와 해밀턴, 매켄지 데이비스, 게이브리얼 루나, 나탈리아 레예스 등 배우들과 밀러 감독이 참석했다. 슈워제네거는 오랜 기간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비결에 대해 “여전히 팔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트레이닝을 매일 하고 여러 스턴트 액션 장면들을 반복했어요. 나이가 들었다는 마음도, 제가 쓸모없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처음 한국을 방문한 해밀턴은 60대에도 여전사의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그는 시리즈로 복귀한 데 대해 “1년 전부터 트레이닝을 해서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촬영장에서 아널드를 다시 만났을 때 ‘내가 이 영화에 정말 복귀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슈워제네거도 “‘터미네이터2’의 린다처럼 멋지고 강인한 여성을 연기한 배우는 없었다”며 재회의 기쁨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는 ‘슈퍼 솔저’ 역의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 등 여성들이 이끌어간다. 밀러 감독은 “여성 주인공들은 (시리즈) 처음부터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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