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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세종대로에서는 경찰이 새 도로교통법 계도를 진행했다. 경찰이 홍보물을 전달한 차량 30여 대 가운데 뒷좌석 승객이 안전띠를 맨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뒷좌석에 탄 두 명의 동승자 모두 안전띠를 매지 않은 승용차 운전자 박모 씨(30·여)는 “새 도로교통법을 몰랐다. 뒤에 타면 나도 안전띠를 안 맨다”고 했다. 택시 뒷좌석에 타고 있던 한 여성 승객은 취재진과 경찰이 다가가자 안전띠를 매면서 “법이 바뀐 건 알고 있었지만 습관이 안 됐다”며 멋쩍어했다. ○ 급경사에 주차하면서 안전조치 안 지켜 택시 승객이 많이 드나드는 서울 중구의 한 특급호텔 정문 앞. 오전 9시쯤 택시 뒷좌석에 탄 남녀는 택시가 20초가량 정차하는 동안 안전띠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이 호텔의 주차요원은 “선진국에서 온 손님들은 대부분 택시를 타면 바로 안전띠를 매지만 한국 손님들은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들은 승객에게 안전띠를 매라고 말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호소한다. 일반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에서도 승객 대다수가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국회도 사정은 비슷했다. 본보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의 안전띠 착용 실태를 살펴봤다. 일부 정당 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의원이 차량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올 2월 새 도로교통법을 통과시킨 국회조차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경사로 주차 안전조치는 지난해 10월 주차장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어린이가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마련됐다. 경사로에 주차할 때 앞바퀴를 꺾거나 고임목을 대도록 의무화했지만 대부분의 차량은 지키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경 급경사가 많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제1공학관 주변 약 500m의 도로를 살펴보니 내리막 방향 오른쪽 끝에 주차된 53대 가운데 앞바퀴 방향을 꺾어 놓은 차량은 11대뿐이었다. 고임목을 앞바퀴에 괴어 놓은 차량은 없었다. ○ 자전거 운전자 “맥주 한 잔은 괜찮지 않나” 자전거 안전모 착용에 대해 시민들은 무관심했다. 서울시가 공유 자전거 ‘따릉이’ 이용객을 위해 안전모 대여소를 마련한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에서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따릉이를 빌린 23명 중 안전모를 챙긴 사람은 1명도 없었다. 임모 씨(23)는 “짧은 거리를 갈 건데 안전모를 쓰기 귀찮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7월 안전모 시범 운영을 했지만 착용률이 3%에 그치자 안전모 대여 확대를 보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거리 자전거 운행에 대한 안전모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바꾸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어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음주운전 행태는 여전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의 한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주모 씨(40)가 옆에 자전거를 세워 놓은 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 사실은 알고 있지만 한 캔 정도는 괜찮지 않으냐”라고 했다. 1시간 뒤 여의도한강공원 편의점 테이블에서도 윤모 씨(72)가 자전거를 옆에 세워둔 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윤 씨는 “술 먹고 바로 타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카시트 들고 다녀야 하나” 지적도 일부 법 조항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 세종대로에서 여섯 살과 네 살 자녀를 뒷좌석에 태우고 승용차를 몰던 김모 씨(37·여)는 “택시를 탈 때 카시트를 항상 들고 다닐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답답해했다. 경사로 주차 안전조치 조항의 경우 ‘경사로’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경찰청은 이날 “카시트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2개월 계도기간 이후에 카시트 미착용을 단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당분간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구특교·권기범 기자}

28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의 A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 출근길에 자녀를 등교시키는 부모와 학생들이 탄 차량이 줄지어 도착하기 시작했다. 본보 취재팀이 관찰한 결과 1시간 동안 모두 19명의 초등학생이 부모의 차량으로 등교했고, 이 가운데 17명은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뒷좌석에 타고 왔다. ‘모든 도로, 모든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등을 담은 새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이날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졌다. 시민들의 무관심과 정부의 홍보 부족 등으로 법이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 B고등학교 앞에서 살펴보니 자전거를 이용해 등교한 학생 5명은 모두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 교직원으로 보이는 성인 2명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간 부모가 차로 바래다준 학생 24명은 모두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온 최모 양(17)은 “안전모를 오늘부터 꼭 써야 하는지 몰랐다. 공부하느라 신문, 뉴스를 볼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인근 치안센터의 한 경찰관은 “나도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챙겨주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B고교는 이달 19일 ‘학부모 차량 이용 자제 협조 안내’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불과 9일 뒤 시행되는 새 도로교통법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문과 학교 주변에는 새 도로교통법에 관한 포스터나 현수막조차 걸려 있지 않았다. A초등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학교 교직원 김모 씨는 “안전띠, 안전모 등과 관련해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당부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교통안전을 지도하던 녹색어머니회 소속 학부모는 “도로교통법이 바뀐 줄 몰랐다. 그런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경찰이 단속을 벌였다면 안전띠를 매지 않은 고등학생의 부모에게는 과태료 3만 원이 부과된다. 만 13세 미만 어린이는 6만 원이다. 또 공원에서는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모는 음주운전이 여전했고, 경사로에는 미끄럼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주차한 차량이 수두룩했다. 모두 범칙금 부과 대상이다. 경찰은 계도기간을 거쳐 12월부터 단속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홍보와 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새 도로교통법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구특교 기자}

대학생 장모 씨(26)는 최근 80만 원 상당의 고성능 휴대용 녹음기를 구매했다. 휴대전화로 녹음하면 음질이 좋지 않고 배터리가 방전되면 녹음이 끊기기 때문. 그는 새로 산 녹음기로 술자리를 함께한 여성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다. 성관계를 가진 뒤 여성이 마음을 바꿔 자신을 고소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카카오톡으로 여성과 대화할 때는 하트 모양의 이모티콘을 의도적으로 보내고 상대방의 애정 표현을 유도한다. 30여 명의 남성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억울하게 성범죄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생존 수칙’을 공유하기도 한다. 장 씨처럼 ‘성범죄 가해자 안 되기’ 생존 수칙을 공유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달 초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논란이 불거지면서 남성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 사건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남성의 아내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글에 참여한 인원이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생긴 인터넷 카페에는 4000여 명이 가입했고, 다음 달 27일 집회를 열 예정이다. 남성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대처 방안을 공유한다. 버스나 지하철 등 인파가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손을 가슴 위로 올리고, 휴대전화를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조모 씨(26)는 지하철을 탈 때 의식적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켜둔다. 휴대전화를 끄고 손에 쥐고 있으면 ‘몰카범’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 씨는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휴대전화 뒷면 카메라를 아래쪽이 아닌 천장을 향하도록 각도까지 신경 쓴다”고 말했다. ▶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때 지켜야 할 행동 수칙도 퍼지고 있다. 여성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폐쇄회로(CC)TV가 있는 모텔 로비에서 의도적으로 애정행각을 벌이거나, 로비에 놓여 있는 빵을 먹거나 커피를 함께 마시고 들어가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방을 잡은 뒤 남성 혼자서 편의점에 가는 방법도 소개됐다. 여성이 강압적으로 모텔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목격자나 물증을 찾기 어렵고, 여성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성범죄의 특성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유진영 변호사는 “잘못이 없어도 무혐의를 입증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녹음이나 카카오톡 대화를 방어 수단으로 여기는 생존 수칙이 유행처럼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여성을 성범죄의 원인 제공자로 치부하는 남성 중심적인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대학생 장모 씨(26)는 최근 80만 원 상당의 고성능 휴대용 녹음기를 구매했다. 휴대전화로 녹음하면 음질이 좋지 않고 배터리가 방전되면 녹음이 끊기기 때문. 그는 새로 산 녹음기로 술자리를 함께 한 여성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다. 성관계를 가진 뒤 여성이 마음을 바꿔 자신을 고소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카카오톡으로 여성과 대화할 때는 하트 모양의 이모티콘을 의도적으로 보내고 상대방의 애정표현을 유도한다. 30여 명의 남성들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억울하게 성범죄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생존 수칙’을 공유하기도 한다. 장 씨처럼 ‘성범죄 가해자 안 되기’ 생존 수칙을 공유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달 초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논란이 불거지면서 남성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 사건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남성의 아내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글에 참여한 인원이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생긴 인터넷 카페에는 4000여 명이 가입했고, 다음달 27일 집회를 열 예정이다. 남성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대처 방안을 공유한다. 버스나 지하철 등 인파가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휴대전화를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조모 씨(26)는 지하철을 탈 때 의식적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켜둔다. 휴대전화를 끄고 손에 쥐고 있으면 ‘몰카범’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 씨는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휴대전화 뒷면 카메라를 아래쪽이 아닌 천장을 향하도록 각도까지 신경 쓴다”고 말했다.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때 지켜야할 행동 수칙도 퍼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여성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폐쇄회로(CC)TV가 있는 모텔 로비에서 의도적으로 애정행각을 벌이거나, 로비에 놓여있는 빵을 먹거나 커피를 함께 마시고 들어가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방을 잡은 뒤 남성 혼자서 편의점에 가는 방법도 소개됐다. 여성이 강압적으로 모텔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모 씨(26)는 “CCTV가 잘 설치된 모텔 정보를 미리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확인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목격자나 물증을 찾기 어렵고, 여성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성범죄의 특성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유진영 변호사는 “잘못이 없어도 무혐의를 입증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녹음이나 카카오톡 대화를 방어 수단으로 여기는 생존 수칙이 유행처럼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가해자 안 되기 생존 수칙을 공유하는 움직임에는 여성을 잠재적 ‘꽃뱀’으로 보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여성을 성범죄의 원인 제공자로 치부하는 남성 중심적인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선물용 상품권과 숙박권 등을 싸게 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43명에게 약 900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최모 씨(26)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최 씨는 명절을 앞두고 추석 선물용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악용했다. 7월 8일부터 9월 18일까지 백화점 상품권과 추석 기간 이용 가능한 리조트 숙박권 등을 시세보다 20% 싸게 판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돈을 계좌로 보내면 해당 상품을 보내겠다고 약속한 뒤 핑계를 대며 보내지 않는 수법을 썼다. 실제 최 씨는 해당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최 씨는 가로챈 돈 대부분을 도박 자금과 유흥비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명절을 앞두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권 등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분 확인이 안 된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해서는 안 된다”며 “상품을 받은 뒤 잔금을 치르거나 직거래를 해야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경북 김천시의 한 오페라 공연장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이 무대 리프트가 움직이면서 생긴 7m 깊이의 구멍으로 추락해 숨졌다. ‘안전 불감증’이 빚은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김천경찰서에 따르면 6일 경북 김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조연출 박모 씨(24·여)가 오페라의 무대세트에 그림을 그리는 ‘작화’ 작업을 하던 중 리프트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생긴 빈 공간으로 추락했다. 중상을 입은 박 씨는 나흘간 사경을 헤매다가 10일 숨을 거뒀다. 성악을 전공한 박 씨는 독일 유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공연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당시 무대 바닥에 설치돼 있던 리프트에서 3m가량 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때 극장 무대감독 A 씨의 지시로 리프트가 바닥 아래로 내려갔다. 가로 13m, 세로 6m 넓이의 리프트는 평상시에는 무대 바닥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대 장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리프트가 무대 밑으로 쑥 내려가면 7m 깊이의 구멍이 생기게 된다. 경찰은 박 씨가 리프트가 내려간 것을 알지 못한 채 작업한 그림을 보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다가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극단 무대감독 B 씨는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장안전매뉴얼에 따르면 리프트를 움직일 때는 리프트 주변에 안전 울타리나 안전망을 설치해야 하고, 조작자는 리프트 주위에 사람이나 물건이 없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두 사람을 20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 씨와 B 씨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리프트 하강 전 박 씨에게 ‘리프트가 내려가니 주의하라’고 경고했다”고 주장했고, B 씨는 “당시 리프트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 있었는데 리프트 근처에서 박 씨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언젠가 터질 사고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전 남자친구 A 씨와 폭행 혐의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 씨(27·여)가 18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구 씨는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약 5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출석 당시 구 씨의 팔에는 압박붕대가 감겨 있었고, 멍처럼 보이는 자국도 눈에 띄었다. 구 씨는 ‘누가 먼저 때렸느냐’는 질문에 “누가 먼저 때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조사를 받으면 충분히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 씨는 13일 0시 반경 헤어디자이너인 A 씨와 구 씨의 자택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빌라에서 다툼을 벌였다. A 씨는 ‘구 씨에게 이별 통보를 하자 일방적으로 폭행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반면 구 씨는 ‘일방 폭행이 아니라 쌍방 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A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구 씨에게 폭행을 당해 입었다는 얼굴 상처를 공개했다. 이에 맞서 구 씨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A 씨의 폭행과 정신적 충격으로 몸에 멍이 들고 자궁과 질 출혈 진단을 받았다며 사진과 산부인과 진단서를 공개했다. A 씨는 17일 오후 9시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4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산부인과 진단서에 대한 (구 씨의 인터뷰)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출석했다”고 밝혔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서울 수서경찰서는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의 전 교무부장 A 씨를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이 A 씨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A 씨에게는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준 혐의(업무 방해)가 적용됐다. A 씨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한 적이 없고 자녀들이 꾸준히 노력해 좋은 성적을 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학교 과목별 담당 교사와 학원 관계자 등 20여 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진행했다. 5일 학교와 A 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A 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 작업이 끝나는 대로 A 씨 등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웃다 만 표정을 지으면 자신감이 없어 보여요.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을 수 있습니다.” 14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청년드림 잡 콘서트 ‘면접 이미지 컨설팅’ 부스. 이미지 컨설턴트 김지양 씨가 청년 구직자 정지윤 씨(26·여)의 웃는 모습을 본 뒤 이 같은 조언을 건넸다. 면접 이미지 컨설팅은 구직자들에게 잘 어울리는 복장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표정 등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머리 가르마 방향에 따른 이미지 변화와 얼굴색과 형태에 어울리는 옷 색깔 등까지 세세하게 컨설팅했다. 이처럼 최근 ‘면접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면접 이미지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구직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면접 이미지 컨설팅 부스 앞에는 40명이 넘는 구직자들의 줄이 이어지며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정 씨는 “이미지 상담은 처음 받아봤는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이 어떨지 잘 알게 됐다. 앞으로 면접을 볼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청년드림 잡 콘서트에선 면접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면접 이미지 컨설팅 외에도 면접 시 화법과 자세, 예절 등을 알려주는 ‘면접 컨설팅’과 ‘무료 면접 정장 대여 서비스’, ‘이력서 사진 촬영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무료 면접 정장 대여 서비스 부스에서는 구직자들이 정장을 갈아입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고양시는 행사 하루 동안 기업 현장 면접과 이력서 사진 촬영 등에 도움이 되도록 면접용 정장을 무료로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진행했다. 의상 전문 코디네이터가 직접 구직자의 신체 치수를 잰 뒤 알맞은 옷을 골라줬다. 셔츠와 블라우스, 넥타이, 구두 등 소품까지 빌려줘 구직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박은지 씨(24·여)는 “정장과 블라우스를 빌려 입고 현장 면접을 끝냈다. 면접용 화장을 받고 정장을 사면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모든 걸 무료로 처리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이날 외에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청년 구직자에게 연간 5회 면접용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무료 이력서 사진 촬영 서비스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전문 사진사가 촬영을 하고 꼼꼼히 보정 작업을 하자 10분 만에 증명사진이 나왔다. 사진 촬영을 받은 윤기석 씨(30)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증명사진을 찍어 감회가 새롭다. 새 증명사진을 가지고 올해에는 꼭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양=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운 숙명여고에서 시험지 유출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 학교는 불신과 불안의 늪에 갇혔다. 학생들은 자신의 등수를 믿지 못하고, 동고동락해 온 친구를 의심한다. 내신 성적을 사수하려 ‘공부 기계’로 살아온 학생들에게 100등을 건너뛰는 건 상상 불가다. 고3들은 이번 파문이 ‘숙명 디스카운트’로 이어질까 전전긍긍. 학부모들은 촛불을 들면서도 자녀가 불이익을 당할까 마스크를 쓴다. 지금 그 명문여고 교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게 뭐야. 우∼.”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의 한 교실. TV를 통해 교내 방송을 지켜보던 학생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2학년)이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한 것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는 ‘긴급 방송’이었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고 이틀이 지난 이날 숙명여고는 오전 수업 시간을 30분가량 줄이고 방송을 했다. 학생들은 뭔가 중요한 발표를 하거나 학교 측이 진심 어린 사과나 위로를 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방송의 주요 내용은 ‘각종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행복을 지키는 숙명인이 되자’, ‘숙명을 침몰시키려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하나가 돼야 보란 듯이 의연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훈화였다. 방송 중간중간에 학생들은 웅성거렸다. 방송이 끝나자 일부 학생은 책을 집어던지는가 하면 “학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등 거친 말까지 했다고 한다. 숙명여고 2학년 B 양은 “학교가 사실상 학생들의 입을 막으며 잘못을 감추려고 하고, 여러 의혹에 대해선 유언비어라고 변명만 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의 학원 정보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숙명여고 사태’가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여론이 들끓으면서 시교육청 감사가 실시됐고 숙명여고의 교장과 교감이 바뀌었다. 시교육청은 감사 결과 A 씨가 쌍둥이 딸이 속한 학년의 중간·기말고사 시험지와 정답지를 총 6차례 검토, 결재했고 혼자서 최대 50분 동안 시험지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험지 유출 여부는 밝혀내지 못한 채 공을 경찰에 넘겼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 평가가 치러진 5일, 경찰이 학교를 압수수색하며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불만이 많지만 ‘입시’와 ‘성적’이라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속 시원하게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가면을 쓴 채 밤마다 교문 앞에 모여 학교와 과도한 내신 경쟁이 벌어지는 교육 정책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벌이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할 뿐이다. 학생들은 불만을 억누르고 대학 수시전형 원서 접수, 2학기 중간고사, 수능 준비에 매진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숙명여고 사태’ 한 달, 지금 숙명여고 안팎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아무도 못 믿겠다”…불신에 빠진 학생·학부모들 얼마 전 학부모 C 씨는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에게서 가슴 철렁한 이야기를 들었다. 딸이 “학교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자퇴하고 싶다”고 토로한 것. 늘 학생들을 다정다감하게 대해줘 인기가 많았던 A 씨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고 한다. 당황한 C 씨는 “A 씨 딸들도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왜 네가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느냐. 이번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다시 생각하자”고 딸을 달랬다. ‘불신의 늪’에 빠진 학생들은 학교도, 선생님도, 친구도 믿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한다. 수업 시간에 일부 선생님은 “쌍둥이 딸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한다.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쌍둥이 딸을 공격하지 말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학부모 D 씨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가게 되면 대입에 손해를 본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학교 방송이나 선생님의 발언을 녹음해 부모에게 알려주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학부모 E 씨는 “예전부터 학교 관계자의 딸들이 숙명여고에 입학해서 좋은 내신을 받고 명문대에 갔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며 “그래서 A 씨의 쌍둥이 딸이 숙명여고에 입학할 때부터 1년 넘게 많은 사람들이 주시해왔다”고 전했다. 학교 주변에서 ‘A 씨의 두 딸이 전학을 간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니었고 두 학생은 현재 이 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를 불만스럽게 여기는 학생도 있다. 숙명여고 2학년 F 양은 “두 학생이 다른 친구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는데도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는 게 속이 상한다. 우리들끼리 뒷담화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불이익 당할까 봐…” 분노하지만 나서진 못해 이처럼 불신은 깊어졌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하려 하지는 않는다. 10일부터 대학 수시전형 원서 접수가 시작됐고, 이달 28일부터는 2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학교에 밉보이면 원서를 쓸 때나 중간고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져 있다. 치열한 내신 경쟁을 벌이는 현실에서 조그마한 불이익이라도 받으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2학년 G 양은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잠깐 있었지만 변화는 없고 피로감이 쌓인다”며 “우선은 중간고사가 코앞이라 내 공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려면 분하더라도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학부모 H 씨(49·여)는 “부모의 마음으로는 학교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보다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학교만 그런 것도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푸념했다. 11일 오후 8시 숙명여고 교문 앞에는 30여 명의 학부모가 참석해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학부모들은 ‘양심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가 학교냐’는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마스크와 캡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라도 아이가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다. 집회 참가자인 학부모 I 씨는 “잘못된 것을 보고 도저히 침묵할 수 없었지만 내 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매일 집회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익명의 공간을 이용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강남 학원 정보 사이트의 게시판에 의견을 내놓는다. 이들 가운데에는 판검사, 정치인, 의사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인 학부모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했다가 만에 하나 얼굴이 드러나면 아이가 선생님에게 눈총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한다. ○ 치열한 내신 경쟁에 3년 내내 살얼음판 오후 4시 반경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의 숙명여고 학생들은 대치동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개인 과외를 받는다. 학원 수업을 4, 5개 받는 학생이 흔하다.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에 대해 3곳 이상의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다. 수능도 중요하지만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려면 치열한 내신 경쟁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급속히 확산된 것은 명문고인 숙명여고에서 전교 순위 100등 밖이던 학생이 1년 만에 1등이 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학교 시험에서 한 문제를 틀리면 전교 성적이 30등 이상 떨어질 때가 많다. 숙명여고 이과 2학년 학생 J 양은 “이과에서 일본어는 비중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데도 95점을 받으면 3등급”이라고 말했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한순간에 등수가 떨어지고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부 기계’가 돼야만 겨우 성적을 유지하는 경쟁 시스템 속에서 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고 했다. 3년 내내 이어지는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고 ‘내신파(수시에 초점을 맞추는 학생)’에서 ‘수능파(정시에 목표를 두는 학생)’로 바꾸는 학생들도 있다. 3학년 K 양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등수를 하나 올리는 것도 힘들어서 내신은 1학년 첫 성적과 비슷하게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A 씨 쌍둥이 딸의 성적이 수직상승을 하니 자녀들에게 답을 알려줬다는 의혹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처음 치러진 9월 전국모의평가에서 쌍둥이 자매가 어떤 성적을 받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3학년 L 양은 “전국 단위 시험보다 내신 성적 올리는 게 더 어려운 만큼 숙명에서 내신 1등을 하면 당연히 전국 모의고사에선 최고 수준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다양한 후폭풍에 인근 지역도 들썩 숙명여고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우려한다. 3학년 학생들은 스스로를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라고 불렀다.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자칫 ‘숙명 디스카운트’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숙명여고는 이른바 ‘강남 8학군’의 명문여고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숙명여고 학생들은 대학들이 숙명여고 내신에 신뢰가 높은 것으로 믿고 있다. 3학년 M 양은 “일부 내신이 낮은 선배들도 명문대에 진학한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이번 사태로 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 입시에도 뭔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숙명여고와 재단이 같은 숙명여중 학생들도 관심이 많다. 숙명여고 진학을 앞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숙명여중 학생들은 관련 기사와 이야기들을 매일 단톡방에서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숙명여중 3학년 N 양은 “혹시 숙명여고의 명성이 낮아지는 상황이 지속되면 다른 학교에 지원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중·고등학교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고 말했다. 인근 고등학교들은 숙명여고 사태의 불똥이 지역 전체로 확산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의혹 수준을 넘어 시교육청의 감사와 경찰의 수사로 이어진 것에 대해 충격이 크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는 “경찰 수사에서 뭔가 나오기라도 하면 여론이 악화되면서 수사가 확대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강남 8학군’ 학교 전체가 영향을 받을까 봐 숨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파장이 나타나고 있다. 쌍둥이 딸이 다닌 대치동의 수학학원을 경찰이 압수수색하자 실제로 학교 시험지가 학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생겼다. 대치동의 한 보습학원 원장은 “‘몰래 시험 문제를 받으려면 학원에 돈을 따로 줘야 하는 것이냐’고 묻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시험지나 답안지를 몰래 적어서 보여줬다면 당사자 자백 말고는 별다른 물증이 없을 텐데 경찰이 증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초 경찰은 추석 전까지 수사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잡았지만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시교육청 감사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 크다. 주말도 없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천장과 기둥들이 찌그러져 처참한 상태였습니다. 아이들이 불과 몇 시간 전 수업을 받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합니다.” 6일 무너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의 안전점검을 위해 다음 날 건물 내부를 살펴본 서울시 관계자 A 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상도유치원은 6일 오후 11시 21분경 바로 옆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옹벽 붕괴로 지반이 침하하면서 건물의 상당 부분이 무너지고 기울었다. 이날 아이들은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7시 10분경까지 유치원에 머물다 귀가했다. 만약 아이들이 있던 때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전쟁터’ 방불케 한 붕괴 현장 3층 건물인 유치원 내부와 외부는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밖에서 바라본 건물은 10도 이상 기울어져 절벽 위쪽에 바닥이 들린 채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건물 외벽 곳곳은 금이 갔고 건물을 떠받치던 필로티 기둥은 젓가락처럼 부러졌다. 유치원 창틀은 공사장 아래로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고, 공사장 철제 울타리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건물 내부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계단과 교실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진 것처럼 심하게 금이 가 있었다. 특히 가장 많이 기울어진 곳에 위치한 유치원 강당 내부의 피해가 컸다. 천장은 절반 넘게 바닥으로 내려앉아 버렸다. 강당에 설치돼 있던 70인치가량의 대형 TV가 천장과 바닥 사이에 끼어 버릴 정도였다. 건물 기둥들은 엿가락처럼 휘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강당 내부를 둘러본 A 씨는 “강당 전체가 종잇장처럼 심하게 찌그러져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 입구 계단에서 상황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주민들, 사고 1시간 전 ‘붕괴’ 감지 사고 1시간 전부터 ‘붕괴 위험’을 감지한 주민들도 있었다. 상도유치원이 보이는 인근 원룸 옥상에서 이웃들과 식사를 하던 권모 씨(51·여)는 오후 10시 10분경부터 공사장 부근에서 ‘탁! 탁!’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약 10분 간격으로 소리가 반복되며 점점 더 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건물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굉음과 떨림으로 대형 지진이나 전쟁이 난 것으로 착각한 주민이 많았다. 주민 모모 씨(60·여)는 갑자기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후 ‘딱딱딱’ 철근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밖을 보니 유치원 건물이 옆으로 드러눕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이웃 주민들과 함께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건물 밖에는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었고 수도관이 터져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가스가 새는 냄새까지 진동했다. 주민 신모 씨는 “쇠와 쇠가 부딪치며 나는 굉음 때문에 전쟁이 난 줄 알았다. 휴대전화와 집계약서, 금붙이만 급히 챙겨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사고 전에 ‘붕괴 위험’을 경고한 주민들과 유치원 관계자들의 신고가 이어졌지만 묵살된 정황도 여럿 있다. 상도유치원 학부모 B 씨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건물 붕괴를 우려해 여러 곳에 문의를 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며 “공사 관계자들도 ‘일이 중단돼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되레 소리친 적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민 C 씨는 “유치원 건물 외벽 인근에 ‘안전 현수막’이 가로로 길게 붙어 있었다. 그런데 사고 며칠 전 세로로 생긴 균열을 감추려 현수막을 세로로 달아 금을 감춘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 추가 붕괴 없다지만 불안한 주민들 사고가 발생한 직후 인근 주민 25가구의 54명이 근처의 주민센터로 긴급 대피했다. 동작구는 7일 오전 ‘추가 붕괴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귀가해도 좋다’고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추가 붕괴 걱정으로 여전히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D 씨는 “구에서 사고가 난 다음 날 바로 귀가해도 된다고 통보했지만 아직도 심장이 떨려 청심환까지 먹으며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임모 씨(65)도 밤을 지새우며 상가를 지키고 있다. 임 씨는 “사고 당일 낮에 덤프트럭 운전기사에게 ‘흙을 파내는 터파기 작업이 오늘 끝났다’는 말을 들었는데 공교롭게 밤에 사고가 났다”며 “건물이 무너지면 가게를 덮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해서 집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상도유치원생 122명의 등원을 중지시키고 14일까지 일주일간 휴업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휴원 기간 동안 상도초등학교에 임시 유치원을 마련한 뒤 17일부터 정상 등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치원 기둥 붕괴 등으로 인해 건물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상도초교 건물을 빌려 쓰는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구특교 kootg@donga.com·조유라·김예윤 기자}

‘내 남자의 은밀한 사생활을 모두 밝혀낸다.’ 연인이나 남편의 유흥업소 이용 기록을 확인해 준다며 돈을 받는 인터넷 사이트가 내건 문구다. 지난달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이트에는 연인 등의 유흥업소 이용 여부와 횟수를 조회해 달라는 의뢰가 현재까지 600여 건 올라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특정인의 휴대전화번호만 있으면 해당 명의자의 유흥업소 이용 기록을 확인해 준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사이트 운영자가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돈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이트 운영자는 성매매 업주들끼리 은밀하게 공유하는 손님들의 휴대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해 업소 이용 여부를 확인해 준다며 방문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는 “특정인의 연락처를 보내고 3만 원을 입금하면 유흥업소 이용 내역을 확인해 준다”는 설명이 올라와 있다. 입금이 확인되면 의뢰받은 전화번호의 명의자가 다녀갔다는 유흥업소 이름과 이용 날짜를 알려준다. 경찰은 지난달 이 사이트의 존재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의뢰인들에게 돈만 받고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운영자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사이트의 서버가 해외에 있어 현재까진 운영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의 존재가 알려지자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 등에는 “해당 사이트를 이용할지 고민”이라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현재 이 사이트는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어 돈을 주고서라도 계정을 빌려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유흥업소 출입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글도 올라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산부라고 밝힌 A 씨는 “아내가 임신한 동안 남자들이 유흥업소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남편도 유흥업소에 다녔다는 결과가 나올까 봐 사이트에 의뢰할지 고민”이라는 글을 올렸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 기자}
경찰이 5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와 이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A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시험문제 유출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수사관 15명을 보내 숙명여고 교장실과 교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A 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앞서 숙명여고에 재학 중인 A 씨의 쌍둥이 딸의 성적이 급상승해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숙명여고는 이날 입장문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전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에 대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사안에 대해 사립학교법에 따라 징계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 씨는 학교 수업에서 배제돼 이날부터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다. 학부모와 재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에 대한 불신이 크다. 학부모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며 매일 숙명여고 앞에서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학부모 B 씨는 “교육청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학교 측이 ‘학교는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재학생 C 양은 “내신 경쟁이 치열한데 시험문제 유출 의혹까지 터지니 전학을 가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이날 전국 고교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학부모 D 씨는 “하필 고3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날에 압수수색을 해 학생들이 집중하지 못했을까 봐 걱정이 된다”며 “엄밀하면서도 조속히 수사를 마쳐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교도소 같은 방에 있던 성폭행을 저질렀던 남성이 유일하게 반응한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야한 이야기와 여자 이야기입니다.” 한 인터넷방송에서 조폭 출신 방송진행자(BJ)는 “교도소에는 신기하고 재미난 사람들이 많다”며 복역 중 겪은 경험담을 풀어냈다. 같은 교도소에서 지낸 한 성폭행 사범은 다른 일에 열중하다가도 여자 이야기만 나오면 대화에 끼어든다는 것이다. 이 수감자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당시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않아 복역하게 됐다는 등 설명도 덧붙였다. 이처럼 ‘범죄 스펙’을 앞세운 인터넷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이 끝난 뒤에는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와 관련 콘텐츠를 누구나 손쉽게 다시 볼 수 있다. 이들은 본인의 수감 생활이나 조폭 생활 등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경험담으로 시청자를 유인한다. 3 대 1로 싸워 이겼다는 ‘조폭 무용담’, 비싼 사식을 받아먹던 시절이 재미있었다는 ‘교도소 무용담’ 등 다양하다. ‘까마귀(교도소 기동순찰팀)’ 같은 은어를 곁들이며 흥미를 돋운다. “교도소에 성인 잡지가 반입되느냐” 등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기도 한다. 한 BJ는 방송에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를 게스트로 초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이유는 손쉽게 인기를 끌기 위해서다. 아프리카TV BJ 이모 씨(28)는 “요즘 서울대 들어가는 것보다 힘든 게 인기 BJ가 되는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특이한 콘텐츠로 유인해야 시청자를 모으고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송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에 따르면 범죄나 범죄단체를 미화해 범죄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심의를 거쳐 이용정지 등 제재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모든 인터넷방송 콘텐츠를 감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죄 관련 콘텐츠들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모방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청소년들은 이런 방송을 보다가 범죄자와 조폭을 미화하고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며 “폭력성과 구체적인 범행 기술까지 학습하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과천 토막 살인 사건’ 용의자인 노래방 업주 변모 씨(34)는 노래방 손님으로 온 안모 씨(51)가 “도우미 제공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자 화가 나 안 씨를 살해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변 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노래방에서 안 씨의 시신을 훼손했으며, 범행 이후에도 열흘가량 이 노래방에서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과천경찰서에 따르면 변 씨는 10일 오전 1시 15분경 경기 안양시에 있는 자신의 노래방에 온 안 씨와 도우미 교체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안 씨가 ‘도우미 제공은 불법이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해 화가 나서 카운터에 있던 과도로 안 씨의 목 부위를 여러 번 찔렀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변 씨는 날이 밝은 뒤 공구를 구입해 시신을 훼손했다. 이어 자신의 쏘렌토 차량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같은 날 오후 11시 40분경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인근 수풀에 유기했다. 경찰은 “변 씨가 인터넷으로 지도를 검색한 뒤 서울대공원 주변에 수풀이 많은 걸 보고 유기 장소로 정했다”며 “시신을 잘 감추기 위해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살인 및 사체 유기 등 혐의로 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22일 범행 현장인 안양시의 한 노래방에서 현장 감식을 했다. 감식 결과 현장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가 된 상태였다. 변 씨는 살균 소독제를 사용해 바닥에 묻은 혈흔을 지운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 도구로 쓴 과도는 카운터 위에, 시신을 훼손할 때 쓴 공구는 의자 위에 말끔히 닦인 상태로 각각 올려져 있었다. 변 씨는 지난해 노래방을 인수한 뒤 노래방에서 홀로 숙식을 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 씨는 범행 이후 노래방 영업을 중단한 채 ‘휴가’라고 적힌 A4용지를 붙여두고 안에서 생활했다. 시신 유기를 한 이후에도 쏘렌토 차량을 타고 다니다가 21일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휴게소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인근 상인들은 변 씨가 내성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성격인 것으로 기억했다. 한 상인은 “노래방 근처에 잠깐 차를 세워뒀는데 폐쇄회로(CC)TV를 보고 뛰쳐나오더니 ‘차를 당장 빼라’고 소리를 질러 말다툼이 벌어질 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근 가게 업주는 “변 씨가 ‘노래방 장사가 안돼 낮에 다른 직장에 다니며 투잡을 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11일부터 ‘휴가’라고 써 붙이고 계속 문을 닫아놨기에 다른 일을 하다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과천=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서울대공원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된 50대 남성 토막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시신이 발견된 지 이틀 만이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안모 씨(51)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훼손 등)로 변모 씨(34)를 21일 오후 4시경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휴게소에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변 씨는 압송되는 과정에서 “내가 죽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며 범행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은색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변 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과천경찰서로 압송됐다. 그는 살해 수법과 공범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죄송합니다”라고만 세 차례 반복해서 말하고 경찰서로 들어갔다. 경기 안양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변 씨는 10일 새벽 자신의 노래방에 찾아온 안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안 씨가 노래방 도우미를 다른 여성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벌어지면서 변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노래방 폐쇄회로(CC)TV에는 범행 직전 도우미로 추정되는 여성이 노래방에 들렀다가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찍혔다. 경찰은 안 씨와 변 씨가 이 사건 이전에는 일면식이 없던 사이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확한 살해 동기와 범행 수법을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대공원 인근 CCTV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안 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10일 이후 현장 주변에서 멈췄다가 가는 등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 차량들을 확인했다. 이 중엔 쏘렌토 차량이 한 대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안 씨의 행적도 추적하던 중 10일 새벽 안 씨가 노래방에 갔고 이 노래방 업주의 차량이 쏘렌토라는 점을 파악했다. 이어 이 차량을 추적해 변 씨를 검거했다. 앞서 19일 순찰을 돌던 서울랜드 경비대 직원이 “도로 주변 수풀에 있는 비닐봉지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고 신고하면서 안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과천=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거주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원 감축을 추진해 경비원들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추진하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20일 장 실장이 거주하는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 1층 현관 입구에는 ‘경비시스템 개선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경비시스템 개선안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116명인 현 경비인력을 64명으로 대폭 줄이게 된다. 감축된 예산 가운데 2억5000만 원은 아파트 현관 자동문을 설치하고 1억5000만 원은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보안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경비시스템 개선으로 절감되는 관리비는 가구 크기에 따라 월 6만5000∼11만3000원가량이다. 개선안 투표는 다음 달 1일부터 15일까지 입주민 찬반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된다. 이 아파트가 경비인력 감축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고 내년도에도 10.9% 오르게 되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감원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개선안에서 ‘경비원의 휴게시간 확대로 경비비 인상을 최소화해 왔지만 한계에 도달했고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개선안을 추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비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비원 A 씨는 “경비원 월급이 200만 원도 안 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왔다. 개정안이 통과돼 일을 그만두게 되면 뭘 해먹고 살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서울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기 전인 1986년 6월 완공됐다. 장 실장은 이 아파트에서 1999년부터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발견된 50대 남성의 토막 시신을 1차 부검한 결과 ‘사인 불명’으로 나왔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사망자 안모 씨(51)의 시신 부패가 심해 사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1차 구두 소견을 통보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오전 9~11시 부검을 진행한 국과수는 “사인은 불명으로 목졸림 흔적이나 약물 또는 독극물 중독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신을 절단한 도구나 사망 시점도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정밀 부검 결과는 약 2주 뒤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숨진 안 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10일까지 특정인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을 전후해 안 씨가 사망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현장 주변을 다녀간 렌터카 차량 1대를 확인했다. 출입 차량들과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안 씨의 시신은 19일 오전 9시 39분경 순찰을 돌던 서울랜드 경비대 직원이 “도로 주변 수풀에 있는 비닐봉지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고 신고해 발견됐다. 시신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대학생 A 씨(26)는 최근 여자 친구와 페미니즘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눈다.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이 많은 여자 친구는 카페나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A 씨의 의견을 물었다. A 씨는 여자 친구의 말에 공감을 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다는 생각도 품게 됐다. 마침내 최근 ‘홍익대 누드 몰카 사건’ 판결을 놓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여자 친구는 “피해자가 남성이라서 가해자가 빨리 잡혔고 여성 가해자라 실형이 선고됐다”, “몰카 찍고 보는 건 다 남성인데 이들한텐 한없이 관대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A 씨는 “홍대 몰카범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자업자득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순 없다”고 맞섰다. 두 사람은 인식의 간격을 좁히기 어려웠다. A 씨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쪽 성별을 싸잡아 비난하게 돼 감정이 격해질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올해 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촉발된 페미니즘 운동이 최근 홍익대 몰카 여성 피고인에 대한 실형 선고,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무죄 판결 이후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성차별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가치관 차이로 연인이나 친구, 직장 동료, 가족까지도 관계가 소원해지고 소통이 단절되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 씨(28)는 15일 어머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TV를 보다가 안 전 지사 재판 관련 뉴스를 봤다. 60대인 어머니는 “저건 여자가 빌미를 준 게 아니냐”고 했고, 이에 이 씨가 “왜 여자가 빌미를 준 거냐. 무죄가 나왔지만 위력을 행사한 게 맞고 남녀 권력 관계가 다르지 않냐”고 반문하며 말다툼을 벌였다. 갈등이 깊어져 친구들과 절교를 하게 된 경우도 있다. 대학생 방모 씨(25)는 최근 페이스북에 ‘페미니즘을 지지하지만 마녀사냥식 미투 운동은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지인들 가운데 여성 상당수가 방 씨와 페이스북 친구를 끊어버렸다. 이들과는 마주쳐도 모른 척 지나가는 서먹한 사이가 됐다. 그는 “미투 운동이나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소통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회사 내에서도 종종 신경전이 벌어진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임모 씨(31·여)는 회사 간부에게 ‘여직원’이라는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페미니즘 운동을 보면서 용기를 낸 것. 그러나 남성 부장은 “어휴, 무서워. 죄송해요”라며 비꼬는 말투로 대답을 했다. 임 씨는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공감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확대되면서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페미니즘에 ‘공감’을 원하는 여성과 이를 경계하는 남성 간의 갈등, 성적 역할에 대한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는 취지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결국 당장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상대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대학생 A 씨(26)는 최근 여자 친구와 페미니즘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눈다.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이 많은 여자친구는 카페나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A 씨의 의견을 물었다. A 씨는 여자친구의 말에 공감을 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다는 생각도 품게 됐다. 마침내 최근 ‘홍익대 누드 몰카 사건’ 판결을 놓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여자친구는 “피해자가 남성이라서 가해자를 빨리 잡혔고 여성 가해자라 실형이 선고됐다”, “몰카 찍고 보는 건 다 남성인데 이들한텐 한없이 관대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A 씨는 “홍대 몰카범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자업자득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순 없다”고 맞섰다. 두 사람은 인식의 간격을 좁히기 어려웠다. A 씨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보면 한쪽 성별을 싸잡아 비난하게 돼 감정이 격해질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올해 초 미투 운동(#MeToo·나도 당했다)으로 촉발된 페미니즘 운동이 최근 홍익대 몰카 여성 피고인에 대한 실형 선고,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에 대한 무죄 판결 이후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성차별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가치관 차이로 연인이나 친구, 직장 동료, 가족까지도 관계가 소원해지고 소통이 단절되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 씨(28)는 15일 어머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TV를 보다가 안 전 지사 재판 관련 뉴스를 봤다. 60대인 어머니는 “저건 여자가 빌미를 준 게 아니냐”고 했고, 이에 이 씨가 “왜 여자가 빌미를 준거냐, 무죄가 나왔지만 위력을 행사한 게 맞고 남녀 권력 관계가 다르지 않냐”고 반문하며 말다툼을 벌였다. 갈등이 깊어져 친구들과 절교를 하게 된 경우도 있다. 대학생 방모 씨(25)는 최근 페이스북에 ‘페미니즘을 지지하지만 마녀사냥식 미투 운동은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지인들 가운데 여성들 상당수가 방 씨와 페이스북 친구를 끊어버렸다. 이들과는 마주쳐도 모른 척 지나가는 서먹한 사이가 됐다. 그는 “미투 운동이나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소통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회사 내에서도 종종 신경전이 벌어진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임모 씨(31·여)는 회사 간부에게 ‘여직원’이라는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페미니즘 운동을 보면서 용기를 낸 것. 그러나 남성 부장은 “어휴, 무서워. 죄송해요”라며 비꼬는 말투로 대답을 했다. 임 씨는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공감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확대되면서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페미니즘에 ‘공감’을 원하는 여성과 이를 경계하는 남성 간의 갈등, 성적 역할에 대한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는 취지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결국 당장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상대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