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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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공연]정교한 터치와 힘… 일곱 번의 앙코르

    각 음표의 음량을 정확히 달아내는 정교한 터치, 빠른 악구에서의 날렵함, 강렬한 부분의 압도적인 파워. 피아니스트라면 추구해야 할 기교의 세 가지 덕목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이 중에서 한두 가지만 두드러져도 ‘기교파 피아니스트’라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나아가 정교한 터치와 파워감이라는 두 과제는 ‘세련된 거한’이라는 말이 주는 인상처럼 때로는 서로 위배되는 속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는 기교파 피아니스트에게 필요한 세 가지 덕목을 균형 있게 갖춰 피아노 명인기의 호화로운 향연을 만끽하게 했다. 초반부에 연주한 소나타 7번 등 스크랴빈의 곡에서는 ‘정교한 터치’와 힘이 돋보였다. 반(半)페달의 절묘한 사용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었다. 드뷔시를 잇는 감각주의 계보의 대가로서 스크랴빈이 악보에 담아낸 화려한 색채감을 생생히 살려냈다. 이어지는 슈만 ‘유모레스크’는 ‘날렵함’에 방점을 찍었다. 과장을 배제한 적절한 루바토(음표 길이의 의도적인 변화)가 슈만의 들뜬 듯한 흥취를 적확하게 표현했다. 중반부에 연주한 몸포우 ‘어린이 정경’과 알베니스 ‘평원’은 날렵함에 정교한 터치가 결합해 남국의 정취를 눈앞에 잡힐 듯 그려냈다. 기타의 분산화음을 모방하는 왼손도 또랑또랑하니 음표마다 ‘이(齒)가 고른’ 모습으로 실제 기타 명인의 연주를 연상시켰다. 기교의 세 덕목을 총체적 합(合)으로 통일한 부분은 마지막 곡으로 고른 리스트의 ‘단테를 읽고’였다. 팔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뿜어내는 압도적인 음량은 경이로웠다. 후반부 88개 건반의 대부분을 쳐내려가는 거대한 스케일의 하행음형마저 기계로 깎아낸 듯 매끄러웠다. 작곡자인 리스트 자신이라면 이 곡을 볼로도스만큼 연주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족. ‘최근 콘서트 리뷰 별점에 인플레이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독자가 제기할지 모르겠다. 청중의 반응이 연주 품질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날 청중의 열렬한 환호에 볼로도스가 슈만 ‘숲의 정경’ 등 무려 일곱 곡의 앙코르로 화답한 사실을 귀띔하고 싶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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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조수미 아리아의 ‘트리플 러츠’ 도전

    초고난도 오페라 + 독일가곡내달 28일부터 전국순회공연 2000년대 들어 뮤지컬 넘버와 팝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를 넓혀온 ‘월드 디바’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오랜만에 독일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묶어 정통 클래식팬을 위한 콘서트를 연다. 3월 2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로 시작해 4월 마산, 대전, 일산, 인천으로 이어지는 5개 도시 투어 콘서트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에 나오는 체르비네타의 아리아 ‘고귀하신 공주님’이 눈길을 끈다. 이 아리아는 극단적으로 높은 음역에서 초고난도의 콜로라투라(목관악기의 빠른 손놀림을 연상시키는 기교) 악구들이 이어져 소프라노들의 진을 빼기로 유명하며 종종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소프라노 아리아’로 불린다. 피겨스케이팅으로 따지면 트리플 러츠나 트리플 악셀이 이어지는 것에 비교할 만하다. 조 씨는 1997년 영국 버진클래식스에서 출반된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에 체르비네타로 출연해 이 곡을 부른 뒤 세계 음반평론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그는 1999년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 노래는 음표가 요구하는 기교가 극한적일 뿐 아니라 섬세한 가사 해석과 감정 표현도 동시에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에 음반이 아닌 실제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은 더더욱 엄청난 도전”이라고 밝혔다. 독일 가곡으로는 베토벤 ‘그대를 사랑해’, 슈베르트 ‘송어’ ‘음악에’ ‘들장미’, 슈만 ‘헌정’ ‘달밤’, 멘델스존 ‘노래의 날개 위에’ 등을 부른다. 대부분 우리 귀에 친숙한 곡이지만 조 씨가 레퍼토리에 넣은 일은 드문 곡들이어서 의외의 느낌도 준다. 그러나 조 씨가 특유의 청초하면서도 윤기가 듬뿍 느껴지는 소릿결에 맞는 곡들을 골랐다는 점도 확인된다. ‘들장미’ ‘송어’의 빠른 악구는 그가 가진 날렵함과 정교한 해석이 빛날 수 있는 부분. ‘헌정’에서는 그의 높은 음역이 가진 휘황한 음색을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연주에서 선보이는 독일 가곡들은 3월 세계 최고 권위의 음반사인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CD로 발매된다. 서울 공연 8만∼17만 원. 1544-1555, 02-3461-097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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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던 껄서 문맹퇴치운동까지… ‘신문속 타임캡슐’ 역사가 되다

    《동아일보가 2009년 10월 8일 ‘문맹퇴치운동’ 편을 시작으로 연재해 온 ‘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이 23일 100회 ‘민족지 폐간’ 편을 끝으로 4개월의 여정을 마감했다.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부터 1940년 8월 10일 일제의 폐간 조치에 이르기까지 동아일보의 지면에 비친 일제강점기 현실은 당시 조선 사회가 내부 동력과 역량을 지니고 근대화를 이행할 수 있었음에도 일제의 억압 때문에 근대화의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아울러 일제의 엄혹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민족정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독립의 열망을 이어나갔다는 긍지도 느끼게 한다.》 신문물 선보이고 민족의식 고취동아일보에 비친 근대모습 통해일제강점기 사회상 새롭게 조명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안익태 최승희 등 당대가 배출한 재사(才士), 재원들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이를 정도의 재능을 발휘하며 민족의 문화 역량을 입증했다. 선각자들의 치열한 계몽과 대중의 교육열은 광복 후 한국사회가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문화통치’ 내세운 일제 강압 일제강점기 동아일보의 지면에 비친 조선은 ‘문화통치’의 허울 속에 탄압과 차별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현행범이 아닌 사람도 경찰이 마음대로 구금할 수 있어 죄 없는 사람도 20일이나 유치장에서 고초를 받았고(78회 ‘경찰’) 초중등 학제에서부터 교육내용, 심지어 장례 절차에까지 조선인과 일본인 간의 끝없는 차별이 이어졌다(82회 ‘민족차별’). 일제는 ‘토지조사’라는 명목으로 전국 곳곳의 토지를 몰수하고 회사령과 광업령 등으로 조선인들에 의한 산업화 기회도 박탈했다. 나아가 일제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마음대로 파괴 및 반출했으며 신사 참배와 일본어 사용 강요로 민족혼을 말살하려 했다.○ 생활의 편리와 민중의 자각 그러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찾아왔다. 이 시기는 새로운 사조와 문물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면서 대중이 새로운 의식에 눈뜨고 일상의 편의가 증대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1928년 동아일보는 ‘정강이 위에 펄럭거리는 사지 치마’를 입은 모던 걸의 모습을 전했다.(9회 ‘모던 뽀이와 모던 껄’) 자유연애도 급속히 퍼져 1924년 10월 동아일보 기사는 ‘과연 조선처럼 연애가 성한 곳은 다시 업스리라’고 지적했다(18회 ‘연애’). 서민들은 여름이면 ‘전차 삯 10전으로 갈 수 있는 한강철교 밑’으로 몰려들었다(22회 ‘바캉스’). 대중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상품에 빠져들었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 음반은 1만 장 이상이 팔려 대히트를 쳤고(59회 ‘대중가요’) 1925년 영화제작사만 12곳을 헤아렸다(77회 ‘영화’). 겨울 대동강은 매일 스케이트를 지치는 수백 명의 청년들로 장관을 이루었다(90회 ‘빙상’).○ 정론으로, 사업으로 민족혼 고취 국권을 빼앗긴 시기에 민족 언론은 겨레의 대변자였다. 동아일보는 과감한 보도와 논설로 일제의 강압에 맞섰다. ‘양심을 기만하는 자는 친일이 되고 자기의 양심을 그대로 발표하는 자는 배일(排日)이다’라는 1922년 4월 9일 사설에서 보듯 일제와 매족(賣族)세력을 직접 겨냥한 논설이 이어졌다. 일제의 핵심 인물들을 겨눈 의사(義士)들이 법정에서 피력한 소신도 지면에 그대로 전해졌다. “조선독립을 이루기까지 긋치지 아니할 것이라. 아모리 문화통치를 한대야 그것을 찬성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업스며….”(1922년 5월 9일자 김익상 의사 법정진술·29회 ‘김익상 의거’) 민족혼을 고취하는 행사와 특집기사도 이어졌다. 1923년 5월 15일 민족 지도자의 면면을 부각하기 위해 실시한 ‘현대인물투표’는 총독부가 결과 부분을 삭제해 하얗게 지워진 채 보도됐다(14회 ‘현대인물투표’). 육당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 연재, 충무공 이순신 현창사업, 우리 역사와 문화를 되돌아본 ‘오천년 문화 재음미’ 기획연재 등도 우리의 민족혼을 압살하려는 일제에 맞선 ‘문화투쟁’이었다. 동아일보가 일제강점기 내내 펼친 각종 사업도 민족의 자각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심훈이 소설 ‘상록수’로 형상화한 문맹퇴치운동(1928년), 조선청년연합회와 동아일보가 주축이 된 물산장려운동(1923년), 여권 신장을 의도한 여자정구대회 개최(1923년 시작), 국권상실기 국가를 대신할 겨레의 노래를 만들어낸 ‘조선의 노래’ 현상공모(1930년) 등이 각각 시리즈 1회, 4회, 35회, 94회 기사에서 소개됐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근대 풍경’ 어디서 찾았나신문PDF와 결합된 본보 색인 DB 활용근대 사회상 다룬 서적도 참고‘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 연재는 동아일보의 ‘1920∼1962년 색인 데이터베이스(DB)’ 덕택에 가능했다. 오늘날 신문기사는 디지털로 작성돼 검색이 용이하지만 디지털화 이전의 신문은 색인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날짜별로 신문 전체를 읽으며 필요한 주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1920∼1962년 색인 데이터베이스’는 1982년 10권의 책으로 완성된 동아일보 색인집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1969년 1월 기사 색인집 발간작업을 시작해 13년에 걸쳐 색인집을 만들었다. 2001∼2003년 이 색인집을 디지털화한 뒤 신문지면을 담은 PDF와 결합했다. 이 색인 데이터베이스는 현재 동아일보 홈페이지(www.dongA.com)에서 일반 독자들에게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동아일보 지면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당대 폭넓은 사회상을 알아내기 위해 참고도서도 이용했다. ‘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신명직 지음·현실문화연구), ‘부랑청년 전성시대’(소영현 지음·푸른역사), ‘경성상계’(박상하 지음·생각의 나무), ‘꼿가치 피어 매혹게 하라’(김태수 지음·황소자리) 등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사회상을 전해주는 대표적인 도서들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201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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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음악+영화 +문학… 통영국제음악제 내달 19~25일

    올해로 9회를 맞는 통영국제음악제 공식 공연이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경남 통영시민문화회관과 도천테마파크 내 메모리홀 등에서 열린다. 이번 음악제의 테마는 ‘Music+’로 정했다. 음악에 영화를 더한 ‘이병우 영화음악 콘서트’, 음악에 문학을 더한 ‘카프카 프라그멘트’처럼 음악이 중심이 된 축제에 다양한 장르를 결합했다는 의미다. 예년에 비해 프로그램의 대중성도 강화했다. 개막 연주회는 국립오페라단과 공동 제작한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로 잡았다. 카운터테너 이동규가 오르페오 역을 맡는다. 세계 카운터테너계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안드레아스 숄 공연, EMI사에서 그리그 슈만의 협주곡와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집 등 수많은 히트 음반을 내놓은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 공연 등도 축제 공식공연에 끌어들였다. 반면 ‘카프카 프라그멘트’와 음악극 ‘에코’ 등은 이 음악제 특유의 현대성을 살린 공연이다. ‘카프카 프라그멘트’는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 프란츠 카프카의 짧은 글 40편에 헝가리 작곡가 죄르지 쿠르타그의 곡을 붙인 작품. 소프라노 토니 아널드가 바이올리니스트 모브세스 포고시안과 협연한다. ‘에코’는 한국 초등학교 교정에서 볼 수 있는 ‘책 읽는 소년’ 동상과 그리스 신화 속의 요정 에코를 모티브로 만든 3막 구성의 창작 음악극. 독일 카를스루에 음대 작곡 최고전문가 과정을 졸업한 신나라 씨가 곡을 썼다. 공식 공연에 앞서 12일부터는 통영시 일대 곳곳에서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린다. 오페라 팝 등 다양한 장르를 노래하는 남성 4인조 앙상블 ‘비바보체’ 공연, 도종환 시인과 가수 안치환이 함께하는 노래모임 ‘나팔꽃’ 공연 등을 마련했다. 22일부터 나흘 동안은 전문음악가가 젊은 음악도를 가르치는 ‘TIMF 아카데미’가 열린다. 055-645-2137, www.timf.org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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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예술의 전당 ‘그레이트 3B 시리즈’ 수원시향 첫 공연

    경이로운 합주… 아쉬운 협주… 그래도 빛난 베토벤 서울 예술의 전당이 3년간의 ‘그레이트 3B(베토벤 바흐 브람스) 시리즈’ 계획을 세우고 베토벤을 2010년의 집중 조명 주제로 정했다. 그 첫 공연이 1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임동민(계명대 교수)의 협연으로 열렸다. 수원시향은 첫 곡 ‘코리올란’ 서곡부터 경이로운 합주력으로 귀를 파고들었다. 치밀하고 단단한 현의 질감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피날레를 향해 치닫는 악구에서는 붉게 달아오르는 듯한 뜨거움마저 느껴졌다. 목관 금관과 팀파니도 믿음직하게 자기 몫을 다했다. 피아노협주곡 4번에서 협연자인 임동민은 활달한 리듬감과 정묘한 음색을 자랑하며 뜨거운 갈채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악단과의 호흡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체적인 윤곽에서는 상이한 템포를 염두에 두고 서로 겨루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세부로 들어가면 솔리스트가 미세하게 앞서 달려가는 인상이었다. 특히 1악장 중반부까지는 이에 따른 껄끄러움이 이어졌다. 콘서트 마지막 곡인 교향곡 7번에서 지휘자 김대진은 이 작품의 남다른 개성으로 알려진 ‘춤’, 이른바 ‘무도(舞蹈)의 성화(聖化)’를 의도적으로 부풀리지 않았다. 목관과 금관의 볼륨을 시종일관 일정 수준에서 묶어두었지만 치밀한 합주력 덕분에 연주는 충분히 뜨거웠다. 4악장 피날레에서도 지휘자는 의식적으로 템포를 당기거나 금관의 색채를 강조하지 않았다. 취향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객관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시종일관 유지한 그 분위기가 오히려 긴 여운으로 남았다. 수원시향은 12월 9일까지 8회의 콘서트에서 베토벤 교향곡과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2011년에는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브람스 시리즈에, 2012년에는 서울바로크합주단이 바흐 시리즈에 나선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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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을 여는 젊은 국악인들]‘프로젝트 락’

    “용왕, 별주부에게 명하기를 ‘토끼를 잡아 오너라’ 하니 이 말 들은 별주부 말하기를….” 별주부는 뭐라고 했을까. 그룹 ‘프로젝트 락(樂)’이 상상한 그 답은 이 그룹의 간판곡 ‘난감하네’가 됐다. 보컬을 맡은 조엘라 씨의 소리는 노래를 듣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후크송(hook song) 반복구처럼 머리에서 떨쳐내기 힘들다. “난감하네!” 지난해 케이블 TV 음악채널에서 ‘판소리 창법’과 대금 가야금의 튀는 음향을 선보이며 시선을 끈 바로 그 노래다. “난감할 때요? 모이는 게 가장 난감하죠. 10명이나 되니 연습시간 내기도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한 사람만 엑스트라 단원으로 대체해도 멤버 누구나 소리에 만족을 못하니…. 계속 이렇게 갈 수밖에요. 하하.”(이충우 씨·타악)○ 1년 준비 첫 앨범 ‘뷰티풀 데이스’ 햇빛 프로젝트 락은 2006년 결성됐다. 방송음악이나 뮤지컬 편곡 작업 등을 하면서 알고 지내던 네 음악인이 ‘작곡부터 음향까지 제대로 된 곡 한번 만들어 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유태환 오승현 씨는 실용음악과 출신, 심영섭 김백찬 씨는 국악 전공. 네 사람 모두 작곡을 하면서 사운드 믹싱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이후 ‘더 충실한 음향’을 고민하면서 팀원이 10명까지 늘어났지만 ‘완벽한 연주자이면서 완벽한 작곡 편곡에 녹음 엔지니어 자질까지 갖춘 음악인’을 영입한다는 원칙은 고수했다. 이런 이들의 강점은 2007년 삼성전자가 주최한 ‘옙 뮤직 튜닝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주어진 선율을 가장 매력적인 음향으로 새롭게 엮어낸 단체에 주는 상이었다. 2007년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는 대상인 한국음악상을 수상했고 ‘난감하네’도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이들의 활동은 새로운 도약을 맞았다. 1년여 동안 준비한 첫 앨범 ‘뷰티풀 데이스’가 나왔고 ‘난감하네’ 뮤직비디오도 찍어 선을 보였다. 뮤직비디오는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천혁진 감독이 맡았다. 올해 여름엔 2집 앨범을 준비 중이다. “1집에는 아름답고 예쁜 노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을 많이 넣었어요. 2집에서는 원래부터 우리가 하고 싶던 것, 우리의 색깔을 더 짙게 나타낼 수 있는 곡으로 승부할 생각입니다.”(오승현 씨·일렉트릭 베이스)○ 평소엔 10인 10색, 모이면 10인 1색 ‘연습시간 내기 쉽지 않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유태환 씨는 애니메이션 음악 작곡 편곡으로, 오승현 씨는 뮤지컬 오케스트라 작업으로, 김백찬 씨는 무용음악과 영화음악 작업으로…. 각자 한껏 자기 일로 바쁘다. ‘프로젝트 락’은 이들에게 ‘한가한 가욋일’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최태영 씨(해금)는 아니라고 했다. “각각의 활동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우리 팀을 젊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새로운 요소를 가져오면 우리 팀은 그걸 꼭 소화해 내거든요. 이런 치열함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의 귀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호식 씨(대금 소금)가 거들었다. “저희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에요. 음악 인생에서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귀한 시간이죠. 날마다 발전하면서 평생 이 팀을 하고 싶습니다. 그게 멤버 모두의 꿈이에요.”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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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이봉창 의거

    《“범인 리봉창에 관한 취조는 동경 검사국에서 현행범으로 범행 직후에 구류하고 궁성검사청의 명령에 의하야 붕정(棚停) 차석검사와 구산(龜山) 선진(船津) 두 부장이 마타 취조하얏는데… 의외에 간단히 자백하고 사상범이 가지기 쉬운 오만한 태도는 업섯다고 한다.”―동아일보 1932년 9월 21일자》일제강점기 내내 강우규 김익상 김상옥 나석주 윤봉길 의사 등이 국내외에서 일으킨 항일의거는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폭압 통치에 대한 세계인의 여론을 환기시켰다. 이들 의거 중 가장 대담한 목표를 세웠던 의거는 무엇이었을까. 일제의 심장부이자 ‘1인 기관’인 일왕 히로히토를 제거하려 했던 이봉창 의사의 의거였다. 1932년 1월 8일 일본 도쿄 경시청 앞. 육군 관병식(觀兵式)에 참석한 뒤 돌아오는 일왕의 행렬을 보려는 사람들로 길은 혼잡했다. 두 번째 마차가 지나가려는 순간 폭음이 울렸다. 행렬은 그대로 질주했다. 무명옷을 입은 남자를 범인으로 체포하려는 일본 경찰에게 말쑥한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갔다. “그 사람 아냐! 나야!” 그는 아무런 저항 없이 끌려갔다. 이봉창. 의거 당시 32세. 서울에서 기차 운전 견습생으로 일하다 25세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조선인이 당하는 고용차별 등 암울한 현실을 접하면서 노예로 전락한 민족의 아픔에 눈뜨게 된다. 1931년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백범 김구를 만난다. 일왕을 제거하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먼저 제안한 것도 그였다. 12월 13일, 그는 김구가 이끄는 한인애국단 가입선서를 하고 양손에 수류탄을 든 채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흘 뒤 일본으로 떠나면서 그는 눈물을 보이는 김구에게 “대사(大事)를 성취할 터인데 기쁘게 헤어집시다”라며 위로했다. 거사가 실패한 것은 행렬 맨 앞 마차에 탄 일왕을 두 번째 마차에 탄 것으로 잘못 생각한 데다 수류탄의 위력이 예상외로 약했기 때문이었다. 재판은 왕실 인사에 대한 범죄의 경우 단심(單審)으로 형을 확정한다는 일본 형법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 이 의사는 9월 30일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순간까지 내내 침착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대심원장 화인(和仁) 재판관은… 피고 리봉창을 사형에 처한다고 선언하얏다. 때는 오전 9시 15분. 피고는 각오한 듯이 별로 안색도 변치 안코 창백한 얼굴을 들어 고개를 끄덕이었다. 아츰부터 나리는 가을비는 무거운 법정의 공긔를 더욱 무겁게 하엿다.”(1932년 10월 1일 동아일보) 사형은 선고 열흘 뒤인 10월 10일 집행됐다. 이 의사의 의거는 국내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해외 애국지사들이 속속 임시정부에 모여드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그해 4월 29일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훙커우공원 의거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가 임시정부에 대한 지원에 나선 것도 두 의사의 의거가 계기가 됐다. 광복 후 김구는 이봉창 의사의 유해를 돌려받아 1946년 효창공원에 윤봉길 백정기 의사와 함께 안장했다. 이 의사에게는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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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팬텀 씨]Q: 합창석은 음악감상에 안 좋다는데…

    Q: 합창석은 음악감상에 안 좋다는데…―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교향악 연주회를 보려는데, 합창석을 예매하려 하니 친구가 ‘합창석에서는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며 차라리 3층에서 공연을 보라고 합니다. 3층보다는 합창석이 오케스트라에 훨씬 가까워서 좋을 듯 한데, 진짜로 합창석은 소리가 나쁜가요?(현지수·29·서울 강남구 개포동)A: 악기배치 뒤집혀 독특한 감상 장점단점부터 말하면 합창석은 ‘뒤집힌 자리’입니다.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악단과 연주자들은 합창석과 마주한 ‘일반 좌석’ 자리에 청중이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연주를 준비합니다. 이 때문에 합창석에서 관현악 연주를 들으면 콘서트나 음반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소리와 좌우 악기배치가 반대로 들리게 됩니다. 좌우만 반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케스트라의 배치는 주선율을 맡는 제1바이올린을 비롯해 악단의 뼈대를 이루는 현악기가 앞에 자리하고 금관악기나 타악기 등 음량이 큰 악기는 뒤에 자리를 잡도록 짜여 있습니다. 합창석에 앉으면 이 같은 앞뒤의 공간감도 반대가 됩니다. 악기 음량의 균형도 문제입니다. 타악기나 금관악기와 가까운 합창석에 앉으면 가뜩이나 큰 이 악기들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현악기 소리가 금관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불평도 나올 만합니다. 그러나 합창석만이 갖는 장점도 있습니다. 타악기나 금관악기 소리가 크다는 점은 음향의 균형 문제에서는 단점이 되지만 다이내믹한 연주를 좋아하는 청중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연주회를 많이 다니면 음량의 불균형쯤은 청각기관과 대뇌의 연산으로 보정할 수 있다는 ‘학설’(?)을 내세우는 음악팬들도 있죠. 연주가 진행되는 바로 옆에 있다는 ‘현장감’도 합창석의 매력입니다. 1층 앞자리보다도 악단과 더 가까운 자리에서 악단을 바로 내려다볼 수 있으니 실감이 한층 커집니다. 시각적으로도 큰 장점이 있습니다. ‘보통’ 객석의 청중이 지휘자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는 데 비해 합창석에 앉으면 지휘자의 정면을 보며 상세한 동작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하면 합창석이 3층 좌석보다야 훨씬 낫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해외 유명 연주장에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합창석과 비슷한 좌석들이 있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홀은 객석이 악단을 5각형으로 감싸도록 설계돼 예술의 전당 합창석처럼 좌우와 앞뒤가 ‘뒤집힌’ 좌석 비중이 높습니다. 기자는 영국 런던에 들를 때마다 로열 페스티벌홀의 객석 전면 반대쪽 입장권을 구해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곤 합니다. 물가가 비싸기로 이름난 런던에서도 이 좌석 티켓 가격은 9파운드(약 1만6000원) 정도에 그치니까요.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씨가 대답해드립니다.}

    • 20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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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내가 제2의 호로비츠? 동의 못합니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38·사진)의 연주는 고급 승용차를 연상하게 한다. 힘이 있으면서도 세부까지 잘 튜닝돼 안락함이 느껴진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나친 개성도 없다. 연주회 실황 CD를 듣고 나면 멋진 드라이브를 했을 때처럼 상쾌한 만족감이 밀려온다. 세계 음악평단에서 ‘제2의 호로비츠’라는 별명을 얻은 볼로도스가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스크랴빈 전주곡 작품 37-1, 작품 11-16, 소나타 7번 ‘하얀 미사’, 슈만 ‘유모레스크’, 몸포우 ‘어린이 정경’, 리스트 ‘단테를 읽고’ 등으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27일 오후 5시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볼로도스는 피아니스트로서 비교적 늦은 나이인 16세 때 상트페테르부르그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음악원과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소피아 고등음악원을 거쳤다. 무명이던 23세 때 음반사 소니클래시컬의 직원이 우연히 그의 연주를 듣고 감탄해 데뷔앨범 ‘피아노 편곡집’ 발매에 나섰다. 오늘날 볼로도스는 베를린 필, 뉴욕 필, 런던 필 등과 협연하며 같은 세대 피아니스트 중 정상 가도를 달리고 있다. 9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제2의 호로비츠라는 별명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합창음악 학교 ‘에콜 카펠라 스쿨’에 다니던 15세 때쯤 부친이 소장하고 있던 피아노 음반을 들으며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처음으로 불태웠다. “그때 사랑한 피아니스트는 라흐마니노프, 기제킹, 슈나벨, 코르토 등이었고, 그분들의 연주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죠. 물론 호로비츠의 편곡 작품도 많이 들었지만, 특별히 내 연주의 특징을 호로비츠와 연결하는 데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한국 아티스트를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는 지휘자 정명훈 씨와의 협연을 회상하며 “연주자로서 무척이나 편안한 작업이었다”고 했다. “정 씨가 피아니스트여서 그렇겠지만 그는 독주자가 내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낱낱이 꿰뚫어보는 지휘자죠.” 볼로도스의 리사이틀은 보통 특별한 즐거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라고 알려져 있다. 연주가들이 보통 앙코르곡으로 연주하지 않는, 까다롭거나 남다른 효과가 있는 곡을 선사하는 일이 많기 때문. 한국에서는 어떤 앙코르곡을 연주할까. 그는 “지금 얘기하면 재미없으니 콘서트를 기다리시죠”라고 했다. 살짝 윙크하는 그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4만∼15만 원. 031-783-8000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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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할리우드 덧칠 벗은 ‘순수한 말러’

    할리우드 볼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를 지낸 존 모체리는 “오늘날의 말러 열풍에는 할리우드가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말러의 음악어법을 이어받은 코른골트 등 후배 작곡가들이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할리우드로 진출했고, 그들의 영향으로 말러의 음악적 특징이 미국 영화음악에 흘러들어갔으며, 이를 통해 말러의 ‘음악적 유전자’에 친숙해진 세대가 말러에 열광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말러의 작품 중에서 어느 것이 특히 할리우드 음악을 느끼게 할까? ‘교향적 가곡집’ 또는 ‘가곡적 교향곡’으로 불리는 ‘대지의 노래’를 그중 하나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덧없이 떠도는 이국적 색채의 현과 목관의 장식적 악구, 첼레스타나 만돌린을 포함한 색다른 음색 효과는 어떤 영화음악 못지않게 ‘20세기 풍’으로 회화적이다. 4일 예술의 전당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부지휘자 성시연 씨의 지휘로 이 작품을 연주했다. 이날 연주는 신세대 지휘자들 사이에서 최근 주요 경향을 이루는 이 작품의 영화음악적 해석에서 일정 부분 거리를 둔 연주였다. 마지막 악장 ‘고별’에서 중고음역의 현이 한없이 부유하는 ‘all¨uberall(어디서나)’ 부분은 최근 젊은 지휘자들이 현의 열도를 더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음색으로 포장하곤 한다. 그러나 이날 연주에서 성시연 씨는 현의 에너지를 일정한 수준에서 묶어 깔끔하게 꾸려냄으로써 한층 고전적이고 실내악적인 음색을 선보였다.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만돌린과 첼레스타의 이국적 음향도 두드러지지 않게 해석했다. 성악가 두 사람이 한 악장씩 번갈아 솔로를 맡는 이 작품에서 메조소프라노 예카테리나 구바노바의 깔끔한 노래결에 비해 테너 사이먼 오닐의 가창은 단조로웠다. 바그너 테너로 유명한 르네 콜로의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음색을 가졌지만 중저음역에서 콜로와 같은 윤택함은 찾기 힘들었다. 첫 악장 ‘현세의 비탄에 대한 주가(酒歌)’에서는 하향음형의 단2도와 장2도의 표현이 선명한 명암대비를 드러내야 하는데 오닐은 음색과 음정에서 분명한 대비를 나타내지 못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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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만당 이혜구 예술원 원로회원 별세

    한국 음악 이론계의 태두로 꼽히는 만당(晩堂) 이혜구 예술원 원로회원(사진)이 지난달 30일 낮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1세. 고인은 1909년 1월 10일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성제국대(현 서울대) 영문과 재학 시절 이왕직아악부에 드나들며 국악과 인연을 맺었다. 1932년 KBS의 전신인 경성방송국에 입사해 국악 방송을 담당하며 본격적으로 국악 연구를 시작했다. 광복 후 공보부 방송국장을 거쳐 1947년 서울대 음대 교수가 된 뒤엔 1963년 국악과를 신설해 초대 과장을 지내면서 당시까지 실기 위주였던 국악을 이론화해 체계적인 학문으로 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음대 학장을 거쳐 1974년 정년퇴임한 후에는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객원교수, 한양대 객원교수로 후학을 양성해 왔다. 그는 1954년 한국국악학회를 창립하고 국제민속음악학회(현 국제전통음악학회·ICTM) 한국 대회 유치, 아시아태평양민족음악학회(APSE) 활등 등을 통해 한국 전통음악 이론 연구와 국제화에 앞장섰다. 저서로 ‘한국음악연구’ ‘국역 악학궤범’ ‘한국음악논고’ 등이 있으며 90세가 넘어서도 ‘한국음악이론’(2005년)을 내는 등 연구와 저술을 계속해 왔다. 타계 직전까지도 국악 역사와 이론을 집대성한 ‘한국음악사’를 집필 중이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기영 여사와 영숙 창복(안과의사·재미) 영복(사업) 대복(전 창문여중 교장) 영혜 씨 등 3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3일 오전 8시. 오전 10시에는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02-3410-6915}

    • 201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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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 올해 15개작품 무대 올린다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이 2010년 공연을 대폭 늘렸다. 국립오페라단은 정기공연 작품을 지난해 4편에서 8편으로 늘리고 전국투어 공연도 대폭 확대한다. 국립발레단도 지난해보다 두 편 늘어난 발레 7편을 제작한다. 두 단체가 예술의 전당오페라하우스(토월극장, 자유소극장 포함)를 대관하는 날짜 수도 지난해 136일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277일로 늘었다. 이는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고 지원을 45억 원(국립발레단), 50억 원(국립오페라단)에서 각각 75억 원, 80억 원으로 증액한데 따른 것. 문화부는 “성과를 연말에 엄밀하게 평가해 내년도 지원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늘어난 공연의 양만큼이나품질도 진일보할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황홀한 파격감각적·관능적 안무 ‘트리플 빌’ 국내 초연러시아 고전 발레 극치 ‘레이몬다’도 기대 발레 7편에 이르는 올해 국립발레단 정기공연은 오늘날 발레 안무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일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전발레부터 컨템퍼러리 발레까지 다양한 안무가의 작품을 ‘골라 보는 재미’가 있도록 구성했다. 올해 정기공연작으로 추가된 작품은 프랑스의 대표적 안무가 롤랑 프티가 안무한 ‘트리플 빌’(7월 15∼18일)과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의 ‘레이몬다’(9월 25∼30일). ‘트리플 빌’은 국내 초연이다.○ 감정표출 중시하는 프티 안무 ‘트리플 빌’ 장인주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은 “프티는 20세기 이후 안무가 중 한번쯤 꼭 거론해야 하는 인물이었지만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다”며 “프티의 작품을 정기공연으로 넣은 것은 국립발레단으로서 갖춰야 할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리플 빌’은 ‘아를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을 모은 작품. 고전발레의 바탕 위에 대중적이고 감각적인 감수성을 결합했다. 프티가 1946년 초연한 ‘젊은이와 죽음’에는 특히 무용수의 감정표출을 중시하는 현대무용의 영향이 엿보인다. 영화 ‘백야’의 도입부에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이 작품을 추는 장면이 삽입되기도 했다. ‘카르멘’의 경우 카바레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의상과 분장, 관능적인 안무가 특징이다. 무용평론가 문애령 씨는 “현대무용이 작가 자신의 개인적 감정표현을 중시하는 데 영향을 받은 프티는 이를 한층 객관화해 연애감정이나 그로 인한 비참함 등 보편적인 심리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고전 발레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 계승 ‘레이몬다’는 고전발레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십자군 전쟁에 출정한 기사 장 드 브리앙의 약혼녀 레이몬다 공주가 사라센 영주 압드라호만의 유혹과 협박을 물리치고 마침내 드 브리앙과 결혼한다는 줄거리다. 그리고로비치는 생존 안무가 중 러시아 고전발레의 전통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레이몬다’에서는 고전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 무용칼럼니스트 유형종 씨는 “이 작품은 프티파가 말년에 안무한 작품으로 러시아 고전발레의 극치를 보여준다”며 “헝가리 민속춤처럼 기존에는 디베르티스망에만 사용됐던 이국적 동작을 주역 무용수의 파드되에 넣는 등 고난도 안무를 선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발레 비튼 ‘신데렐라’ 2009년 정기공연작이었던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와 보리스 에이프만의 ‘차이콥스키’도 각각 29∼31일과 2월 4∼7일 무대에 오른다. ‘신데렐라’는 작년 공연에서 95%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에이프만은 드라마 발레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안무가로 평가받는다. 드라마 발레는 연극적 연출을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고 극적으로 표현하는 장르다. 특히 ‘차이콥스키’는 에이프만이 안무가로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됐다. 국립발레단은 이 외에 제임스 전 씨가 안무한 ‘코펠리아’를 해설이 있는 발레로 4월 27일∼5월 6일 공연하고 12월에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모차르트의 추천… 정명훈의 지휘‘이도메네오’ 새해 장식… 3월엔 베르디 ‘맥베스’ 예약 오페라 국립오페라단의 2010년은 모차르트의 야심작 ‘이도메네오’로 서두를 장식한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해외 유명 오페라 극장에서 활동해온 성악진이 함께 꾸미는 무대다. 테너 김재형, 소프라노 임선혜와 헬렌 권,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씨가 호흡을 맞춰 21∼24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이도메네오’는 모차르트가 25세 때 쓴 작품으로 그의 오페라 ‘7대 거작’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 작품. 아들 이다만테 왕자를 해신(海神)에게 바쳐야 하는 이도메네오 왕의 고뇌, 이다만테를 둘러싼 아르고스의 공주 엘레트라와 트로이의 왕녀 일리아의 갈등을 그렸다. 모차르트 스스로 ‘내 최고 걸작’이라고 공언했지만 빈번한 중창과 합창, 격랑 이는 바다와 바람을 효과적으로 나타내야 하는 까다로운 무대효과 등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는 않는다. 국내 초연 무대인 이번 공연은 사뭇 화려한 배역진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의 최근 음반 중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것은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아르모니아문디사의 전집. 이 음반에서 일리아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임선혜 씨가 같은 역할로 출연한다. 유럽 무대에서 모차르트 오페라에 700여 회나 출연해온 소프라노 헬렌 권 씨가 엘레트라 역을 맡아 임 씨와 대결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극장 등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해온 테너 김재형 씨가 이도메네오 왕 역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해온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씨가 ‘바지역할’(여성이 남성 역을 하는 것)인 이다만테 역을 맡는다. 테너 이성은 씨와 소프라노 이상은 씨가 각각 이도메네오와 일리아 역의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한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전 공연 오후 8시. 2만∼15만 원. 02-586-5282 올해 국립오페라단의 시즌공연은 다양한 지역과 시대의 작품을 망라한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여는 대형 무대는 3월 베르디 ‘맥베스’, 4월 도니체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10월 보이토 ‘메피스토펠레’, 11월 베르크 ‘룰루’를 준비했다. 우수 레퍼토리를 지방도시에서 공연하는 전국 순회공연도 지난해 7개 지역에서 올해 10곳 정도로 확대할 예정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투어 오페라 전국 순회공연도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바그너 작품을 골라 20개 지역에서 100회 이상 실시할 예정이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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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무시치의 하모니, 앤디 워홀을 적시다

    바로크 실내악단의 대명사인 ‘이 무시치(이 무지치)’가 팝아트의 대명사인 앤디 워홀과 만났다. 17일 마산 3·15 아트홀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 중인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시치는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을 20일 오후 5시에 찾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안토니오 안셀미 씨와 비올리스트 마시모 파리스 씨의 손에는 자신들의 분신과도 같은 악기가 들려 있었다. 미술관 로비에 선 두 사람이 요한 할보르센이 편곡한 헨델의 ‘파사칼리아’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전시회를 찾은 관객들은 나직한 탄성을 질렀다. 친구들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성연주 씨(26·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이 무시치가 연주하는 비발디 ‘사계절’로 클래식 음악에 입문했는데, 뜻밖의 자리에서 이들을 만나 감개무량하다”며 기뻐했다. 이선희 씨(55·경기 용인시)는 “최고의 예술가들이 다른 분야 최고의 예술을 진지하게 감상하고 연주도 들려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열두 명의 단원은 두 사람의 연주가 끝난 뒤 찬찬히 전시를 둘러보았다. 이들은 특히 이탈리아 명화를 소재로 한 ‘비너스의 탄생’(산드로 보티첼리 원작),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원작)과 클래식 음악가를 소재로 한 ‘베토벤’ 앞에서 한동안 발길을 멈췄다. 안셀미 씨는 “잊혀졌던 비발디의 ‘사계절’을 이 무시치가 1948년 재발견했듯이 워홀은 고전 명화가 주는 의미를 재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무시치의 리더인 살바토레 안토니오 씨는 이번 내한 공연을 끝으로 악단에서 은퇴할 예정. 그는 “1980년대 이후 내한 공연을 통해 수많은 추억을 안겨준 한국에서 멋진 전시회를 방문하게 돼 감회가 깊다”며 “이탈리아에서도 이런 수준 높은 전시는 자주 만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은 4월 4일까지 열린다. 어른 1만2000원, 청소년 1만 원, 어린이 8000원. 02-548-8690, www.warhol.co.kr 이 무시치 서울 연주회는 22, 26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4만∼12만 원. 02-732-3090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dongA.com에 동영상▲동아일보 유윤종 기자}

    • 201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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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을 여는 젊은 국악인들]여성민요그룹 ‘아리수’

    담백하지만 강렬… 국악계 ‘빅마마’《2000년대 들어 제법 많은 국악그룹과 연주단체가 등장했다.그러나 ‘민요’를 들고 나온 그룹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저희도 그게 궁금했어요. 민요가 이 시대에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갖는다면 어떤 의미일지 고민하다 보니 여기 왔네요.”》 여성민요그룹 ‘아리수’(대표 왕규식)를 이끄는 조미정 음악감독의 말. ‘아리랑+나무(樹)’를 뜻하는 아리수는 각각 판소리와 경서도민요를 전공한 여성 국악인 7명으로 구성됐다. 2007년 1집 음반 ‘아리랑 나무를 심다’를 발매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북촌 창우극장에서 열린 ‘천차만별 콘서트’에 이들 중 판소리를 전공한 박인혜 김주영, 경기민요를 전공한 견두리 씨가 피리, 해금, 기타, 드럼과 함께 구성한 ‘아리수 밴드’가 대상을 받았다. 시상식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국악 팬들은 ‘국악계의 빅마마가 등장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저희들도 새로 탄생하는 계기였어요. 거의 매일 연습하면서 마음으로 의지하며 노래할 수 있었거든요.”(김주영) 공식 창단은 2006년이지만 아리수의 뿌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미정 감독이 대학 재학 중 활동하던 전국 민요 연구회 ‘아라리오’가 해산된 것을 아쉬워하다 2004년 예전 아라리오 단원과 새 단원들을 모아 당시의 대학로 문예회관대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열었다. 당시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자산으로 부정기적으로 연습과 공연을 하다 마침내 ‘아리수’로 정식 결성을 하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게 됐다. 제주 민요 ‘너영나영’에서 경상도의 ‘상주회상가’, 전라도의 ‘진도방아타령’, 황해도 ‘연평도 난봉가’까지 전국에서 불리던 민요가 이들의 기본 레퍼토리다.창법 자신감 바탕 현대음악 접목도 통해홍대앞 인디밴드 필적할 국악밴드 목표무엇이 이들이 노래하는 민요를 ‘뜨게’ 만들었을까. 박인혜 씨는 “녹음 등의 작업을 할 때 ‘판소리와 경기민요의 탄탄한 기본 음색을 갖고 색다르게 변용해서 노래하니 시원시원하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악기로는 아무 서양 선율이나 연주하면 ‘퓨전 국악’으로 들리지만, 노래로는 어설픈 국악 창법을 쓰면 가요처럼 들리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뒤집어 해석하면 현대의 음악어법과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지만 창법에 있어서는 튼튼히 전통에 뿌리박고 있는 이들의 자신감을 설명한다. 국악평론가 윤중강 씨도 “민요를 제대로 된 발성으로 부르는 이가 부족한 요즘 ‘아리수’가 부르는 솔직 담백하고 강렬 시원한 노래가 무척 값지다”고 말했다. 이들이 예부터 내려오는 민요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민요가 살아 있는 이 시대의 음악이 되려면 오늘날 창작한 음악도 ‘21세기 민요’로 소화해야 한다고 견두리 씨는 설명했다. 1집 앨범을 여는 노래도 이들이 공동작곡한 ‘아리랑 나무에 꽃피다’를 택했다. 앞으로 ‘아리수’는 세 가지 편성을 주축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여성민요그룹 아리수’가 7명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3명이 주축이 된 ‘아리수밴드’가 ‘홍익대 앞 인디밴드에 필적할 국악밴드’를 표방하며 활동의 폭을 넓혀 나간다. 또 다른 4명은 올해를 음악극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맹연습에 들어갈 계획이다. 2집 앨범도 3월 말 내놓는다. 아리수 카페에서 이들이 참가한 천차만별 콘서트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cafe.daum.net/ari-su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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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 전당을 ‘클래식 한류’ 산실로”

    서울 예술의 전당이 1030석의 중대형 극장과 600여 석의 체임버홀을 2012년까지 갖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장실 예술의 전당 사장(사진)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중대형 극장은 현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건물 내 2층 객석 구조의 토월극장을 3층으로 개조해 조성한다. 체임버홀은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 있는 리허설룸 자리에 마련한다. 공사비는 각각 250억 원과 80억∼100억 원을 예상하며 중대형 극장의 경우 150억 원을 자체 자금 및 국고 지원으로 충당하고 100억 원은 기업 후원으로 조달할 예정이라고 김 사장은 밝혔다. 그는 “세계 수준의 복합아트센터인 예술의 전당에 중간 규모의 연극 뮤지컬 공연공간과 중형 실내악단 연주회장을 갖추게 되면 품격 있는 ‘클래식 한류’의 산실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은 이날 △6월 자체 입장권 매표 시스템 가동 △사회 각계 전문가로 싱크탱크 협의체 구성 △대학 오페라 축제를 비롯한 신인 아티스트 발굴 프로그램 개발 등의 계획도 밝혔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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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앙상블 기교는 흉내 내겠지만… 따라잡기 힘든 80여년의 연륜

    빈 소년합창단의 역사는 알려졌다시피 다섯 세기를 넘는다. 그러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소년 합창 콘서트’의 역사는 오스트리아 ‘궁정합창단’이 제정 해체 후 1924년 오늘날의 이름으로 재구성되면서 비롯됐다. 음역의 넓이도, 다이내믹(강약)도 제한된 소년 합창으로 하룻밤의 콘서트를 꾸린다는 도전이 그때 시작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연초마다 한국 청중을 찾아온 빈 소년합창단이 15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천사 같은 순수함’만으로 메우기 힘든 음역과 강약의 제한을 이들은 어떻게 극복할까. 그 답은 80년 넘게 쌓아온 이들의 프로그램 구성 노하우에서 찾을 수 있었다. 퍼셀 멘델스존 바흐 등의 합창곡으로 도입부를 장식한 뒤 이들은 3중 합창곡인 모차르트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랑합니다’를 꺼내들었다. 합창단 전체를 무대 좌우로 넓게 분산시켜 화려한 입체음향과 잔향을 이끌어 낸다는 계산이었다. 이어 라틴아메리카의 손북 리듬이 펼쳐지는 라미레스의 ‘미사 크리오야’가 흥을 돋우었다. 2부는 ‘아리랑’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민요 무대와 대중음악 무대에 이어 요한 슈트라우스의 폴카와 왈츠 무대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시간 진행에 따라 변하는 관객들의 흥미와 감정고조의 곡선을 절묘하게 파악한 진행이었다. 거의 매일 펼쳐지는 공연과 합숙 훈련으로 정련된 앙상블은 정묘했다. 그러나 한국의 어린이 합창단이 모방하고자 한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멜로디 파트는 성량이 큰 몇몇의 목소리가 도드라지게 들려 때로는 균질함을 잃어버렸다. 여러 솔리스트가 번갈아 등장하는 ‘의로우신 알리’에서 이들의 성량 차이는 더욱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날 무대는 앙상블의 정밀함에서는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무대 구성의 묘미에서는 함부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에 올라선, 유서 깊은 합창단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서울공연 23일 오후 8시, 2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만∼10만 원. 1577-526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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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사물놀이, 3D만나 신명나게 한판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 씨가 장구를 친다. 이윽고 무대 위에 북 징 꽹과리를 치는 연주자들이 등장해 사물놀이를 펼친다. 그런데 네 사람 모두 김덕수 씨다. 무대 위의 말라죽은 나무에서는 어느새 꽃이 피고 지면서 꽃잎이 흩날린다. 실제현실과 3차원(3D) 가상현실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사물놀이가 탄생한다. 27∼31일 서울 사직동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리는 ‘디지로그 사물놀이’.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해 3D안경이 필요 없는 입체 가상현실을 무대 위에 불러내고, 실제의 김덕수 씨가 미리 촬영한 가상의 김덕수 씨와 호흡을 맞춘다. 무용가 국수호 씨와 안숙선 명창도 실제 혹은 가상으로 등장해 사물놀이와 혼연일체가 된다. 차가운 겨울 장면에서 시작된 무대에는 어느새 풀이 자라고 꽃이 피며 문명의 사계절을 표현한다. 극본을 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2010년 세계의 화두는 ‘스마트’와 ‘3D’”라며 “이번 무대는 입체를 나타내는 3D에 상이한 시공간을 불러낸다는 의미에서 또 하나의 차원을 합쳤으므로 4차원(4D) 공연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5월 서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에서 이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며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세계 정상들 앞에 이 공연을 펼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홀로그램 기술을 담당한 ‘디스트릭트’의 최은석 대표는 “사물 부분의 고유 색상을 표현할 수 없었던 예전의 홀로그램과 달리 무대 위에 구현된 입체 사물은 섬세한 질감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제와 큰 차이 없는 부피감과 색상을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7∼29일 오후 8시, 30일과 31일 오후 2시 6시. 4만∼5만 원. 02-722-341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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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팬텀씨]Q: 악보만 보는 연주자, 지휘자 정말 안 보나요

    Q: 악보만 보는 연주자, 지휘자 정말 안 보나요―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보러 갔는데, 단원들이 악보만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지휘자는 쳐다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DVD로 본 오케스트라 연습 장면에서도 지휘자가 중단 신호를 보냈는데 몇 초 동안 연주를 계속하는 연주자들이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 중 정말로 지휘자를 안 보나요? (성준기·33·서울 잠원동)A: 주변 시야로 지휘자 움직임 느껴인간의 시력에는 ‘중심시력’과 ‘주변시력(시야)’이 있습니다. 미세한 사물을 구별하거나 글씨를 읽는 것은 중심시력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사물의 움직임이나 빛의 변화는 주변시력으로도 충분히 포착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들여다보면서도 다른 차에 부딪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악보를 읽으면서 지휘자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운전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적응이 필요해서, 합주에 처음 참여하는 연주자는 악보를 읽으면서 지휘자의 지시에 따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개인차도 있어서 실제로 지휘자를 잘 안 보는 연주자도 있습니다. 광주시향 상임지휘자인 구자범 씨가 한 일본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 일인데요, 오보에 연주자가 자신의 비트에 정확히 반응하지 않아 그 연주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그가 먼저 일어나 고개 숙여 미안함을 표시하더랍니다. 지휘자를 보지 않았음을 고백한 거죠. 말씀하셨듯이 일류 오케스트라의 연습 때도 지휘자가 중단 신호를 보냈는데 계속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있습니다. 연주자들은 특히 현악기나 목관악기가 빠른 악구를 연주할 경우 몇 마디씩을 한 묶음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그 묶음 속에서 연주를 중단하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 교수인 정치용 창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는 이 때문에 지휘 교습을 할 때 ‘가급적 여러 악기가 동시에 쉬는 부분에서 중지 신호를 내리라’고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더. 오케스트라 연주 때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움직임뿐 아니라 동료 연주자들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현악기 연주자들은 활을 사용해 몸 움직임이 크고 자기 파트 내에서의 합주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기 파트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항상 눈여겨봅니다. 2009년 BBC 아마추어 지휘자 선발대회인 ‘마에스트로’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지휘자 로저 노링턴은 “합창단이 포함된 관현악곡을 지휘하는 것은 오케스트라만 지휘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합창단은 옆 사람의 움직임에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지휘에 대한 반응이 오케스트라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드립니다.}

    • 201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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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을 여는 젊은 국악인들]대금연주자 겸 작곡가 차승민 씨

    2009년 8월 21일 서울 종로구 북촌창우극장에서 열린 ‘2009 천차만별 콘서트’ 첫날 공연. 가야금과 기타, 노래가 어울리는 ‘프로젝트 시로(詩路)’의 무대였다. 얼핏 뉴웨이브풍으로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싶더니 곧 아득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가락이 객석을 차분히 감싸 안았다. 사람들의 눈길은 대금을 부는 리더에게 쏠렸다. “몇 년 전 TV에서 봤는데”라는 속삭임도 들렸다. “4년간의 공백이었죠. 지난해 문득 ‘내가 20년 동안 해온 게 국악인데’라는 그리움 같은 게 밀려들더군요. 대학 때부터 작곡했던 네 곡을 들고 천차만별 콘서트에 무작정 신청했습니다. 며칠 뒤 ‘개막 공연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대금연주자 겸 작곡가 차승민 씨(30). 그는 치열한 20대를 보냈다. 서울대 국악과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후 친구 둘을 ‘꾀어’ 6개월 동안 남아시아와 유럽 20여 개국을 여행하며 길거리 공연을 했다. 오늘날 국악 가수로 활동하는 이안도 셋 중 하나였다. 세 사람의 좌충우돌 여행기는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이라는 4부작 다큐멘터리로 2003년 TV에 방영됐다. 그 뒤 그의 끼는 럭비공처럼 튀었다. 개인 홈페이지에 만화를 그려 올려 ‘인터넷만화가’로 이름을 얻었다. 만화를 곁들인 여행기도 출판했다. 그의 끼를 알아본 출판사들이 일러스트 작업을 제의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함도 곁들이게 됐다. 졸업 연주는 그가 국악과 한순간 작별하는 계기가 됐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무대공포증 때문에 한순간에 무너졌어요. 자존심이 상했죠. 아, 나는 체질이 아니구나….” 결혼하고, 아이 둘을 손이 덜 갈 정도로 키워놓았더니 그토록 자신을 괴롭힌 국악이 다시 마음속에 찾아왔다. 천차만별 콘서트 측에서 선뜻 ‘참가하라’는 연락을 받은 뒤 모교인 서울대 국악과 조교에게 ‘똘끼’ 있는 후배들 좀 찾아 달라고 부탁해 7명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시로’를 만들었다. “왜 똘끼냐고요? 실력은 다들 비슷해요.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었죠.” 천차만별 콘서트 개막공연에 이어 ‘2009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월드뮤직상을 수상했다. 외국 청중의 마음에도 가 닿을 접점이 많음을 인정받은 것. 여행과 예술을 접목하는 TV 프로그램에도 잇따라 출연했다. 그 덕분에 요즘 알아보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다며 그는 웃음을 지었다. 그와 음악이 만나는 사이에는 언제나 ‘시’가 있다. 새 곡을 만들기 위해 늘 시집을 들여다본다고 했다. “운율이 있고 심상(心想)이 확 드러나는 시를 만나면 선율이 떠오르죠. 하이네나 정지용, 김소월의 시 중에 간결하면서도 짙은 심상이 들어있는 시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국악의 세계로 돌아오면서 그가 다짐한 일 중 하나는 이른바 ‘한국적 정한’이라고 알려진, 애조가 드러나는 국악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 그래서 창작가들이 즐겨 쓰는 국악 조성은 피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첫 몇 소절 동안은 ‘국악에 바탕을 두었구나’라고 이내 알아차리기 힘든 노래도 많다. 그는 앞으로 ‘어린이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를 바탕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문학과 소통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고, 거기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의 갈증을 채워드리고 싶습니다. 갤러리든 카페든, 객석과 소통하는 무대를 많이 만드는 게 꿈이에요.”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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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 중 지휘자를 보나요?

    [Q]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보러 갔는데, 단원들이 악보만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지휘자는 쳐다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DVD로 본 오케스트라 연습 장면에서도 지휘자가 중단 신호를 보냈는데 몇 초 동안 연주를 계속하는 연주자들이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 중 정말로 지휘자를 보나요? (성준기·33·서울 잠원동) 인간의 시력에는 '중심시력'과 '주변시력(시야)'이 있습니다. 미세한 사물을 구별하거나 글씨를 읽는 것은 중심시력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사물의 움직임이나 빛의 변화는 주변시력으로도 충분히 포착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들여다보면서도 다른 차에 부딪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악보를 읽으면서 지휘자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운전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적응이 필요해서, 합주에 처음 참여하는 연주자는 악보를 읽으면서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가기 힘이 든다고 합니다. 개인차도 있어서 실제로 지휘자를 잘 안 보는 연주자도 있습니다. 광주시향 상임지휘자인 구자범 씨가 한 일본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 일인데요, 오보에 연주자가 자신의 비트에 정확히 반응하지 않아 그 연주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그가 먼저 일어나 고개 숙여 미안함을 표시하더랍니다. 지휘자를 보지 않았음을 고백한 거죠. 말씀하셨듯이 일류 오케스트라의 연습 때도 지휘자가 중단 신호를 보냈는데 계속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있습니다. 연주자들은 특히 현악기나 목관악기가 빠른 악구를 연주할 경우 몇 마디씩을 한 묶음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그 묶음 속에서 연주를 중단하기 힘이 든다고 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 교수인 정치용 창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는 이 때문에 지휘 교습을 할 때 "가급적 여러 악기가 동시에 쉬는 부분에서 중지 신호를 내려라"고 가르친다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더. 오케스트라 연주 때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움직임 뿐 아니라 동료 연주자들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현악기 연주자들은 활을 사용해 몸 움직임이 크고 자기 파트 내에서의 합주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기 파트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항상 눈여겨봅니다. 2009년 BBC 아마추어 지휘자 선발대회인 '마에스트로'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지휘자 로저 노링턴 경은 "합창단이 포함된 관현악곡을 지휘하는 것은 오케스트라만 지휘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합창단은 옆 사람의 움직임에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지휘에 대한 반응이 오케스트라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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