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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는 어디를 가든 많은 일본 취재진을 만날 수 있다. 2020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터라 취재 열기가 평소보다 뜨겁다. 수영이나 육상 등은 일본에서 경기가 열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소외된 종목이 있다. 바로 야구다. 일본에서 야구는 사실상 국기(國技)로 평가받는 인기 종목이다. 하지만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만 구성된 이번 대회 야구 대표팀은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예선 라운드 자국 경기에도 3, 4명 정도 취재진이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대표팀도 성적에 큰 욕심을 내는 것 같지 않다. 당초 일본 대표팀 에이스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요시카와 슌페이(파나소닉)였다. 그런데 요시카와는 대회 직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 사전 계약을 한 게 발각돼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일본은 그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한국과 대만이 24명의 선수단으로 경기를 치르는 데 비해 일본은 한 명 적은 23명이다. 투수는 8명밖에 되지 않는다. 30일 오후 2시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과 만나는 한국으로서는 좋은 소식이다. 예선 1차전에서 대만에 1-2로 덜미를 잡힌 한국 대표팀은 이날 일본에 2점차 이상으로 승리하고 31일 중국을 이기면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전력이 생각 이상으로 탄탄하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자카르타를 찾은 장성호 KBS 해설위원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라고 해도 투수들은 꽤 정교한 공을 던진다. 한국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일본 대표팀 몇몇 선수는 프로에서 지명을 받을 만한 수준이다. 전력으로만 따지면 대만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A조에서 치른 예선 라운드 3경기에서 모두 상대팀을 압도했다. 상대팀이 약체였다고는 해도 56득점하는 동안 2점만 내줬다. 3경기 모두 콜드게임 승리였다. 일본의 사회인 야구는 한국 동호인 야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기업들이 주로 운영하며 준프로라고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해마다 많은 선수가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야구로 진출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일본의 야구 영웅 노모 히데오, 주니치 구원투수 이와세 히토키 등 사회인 야구를 거친 선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콜로라도 오승환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사회인 야구 선수 조노 히사요시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았는데 조노 역시 몇 해 후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예선전을 치르며 한국 타자들의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1번 타자 이정후(넥센·사진)는 홍콩전 2홈런 포함 12타수 7안타(타율 0.573)를 쳤고, 황재균(KT)도 2홈런과 함께 타율 0.364를 기록 중이다. 4번 타자 박병호(넥센)도 홍콩전 9회에 홈런을 신고했다. 한국은 임기영(KIA)이나 최원태(넥센)가 선발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베테랑 투수 사타케 가쓰토시(도요타)나 파키스탄전에서 4이닝을 던진 오카노 유이치로(도시바)가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6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을 앞두고 정보경(27·안산시청)은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였다.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에 대한 각오였다. 누구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리우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은 정보경으로부터 나왔다. 154cm의 작은 키에도 공격적으로 상대를 메친 정보경은 유도 여자 48kg급에서 누구도 기대치 못한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스스로는 ‘금빛’이 아닌 ‘은빛’이 아쉬웠다. 안바울(24·남양주시청)에게도 리우 올림픽은 기쁨보다 아쉬움이 큰 대회였다.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진출했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파비오 바실레(22·이탈리아)에게 뜻밖의 한판 패를 당했다. 하지만 2년 뒤 정보경과 안바울은 당시 은메달의 아쉬움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깨끗이 씻어냈다. 두 선수 모두 종주국 일본 선수들을 결승에서 꺾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시 옅은 금발 염색을 한 정보경(세계랭킹 16위)은 29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도 여자 48kg급 결승에서 일본의 곤도 아미(7위)를 연장 승부 끝에 골든 스코어 절반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투혼이 정보경의 메달 색깔을 바꿨다. 정보경은 4분 내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점수를 얻지 못했다. 유도의 연장전인 골든 스코어에 돌입해서는 오히려 곤도의 팔가로누워꺾기에 걸려 위기를 맞았다. 아픔을 참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연장 1분 22초에 벼락같은 업어치기 공격으로 절반을 얻으며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정보경은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준결승에서 곤도에게 당한 패배를 이번에 되갚았다. 당시 그는 동메달을 땄다. 정보경은 “꺾기에 걸렸을 때 너무 아파 ‘이렇게 지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꾹 참았다”며 “리우 올림픽에서 못 딴 금메달을 꼭 따고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는데 목표를 이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남자 66kg급 결승에서 마루야마 조시로(일본·18위)를 경기 시작 50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으로 이긴 안바울(7위·사진)의 금메달에도 아픔이 서려 있다. 안바울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업어치기로 모든 경기를 이겼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이날은 오른팔, 왼팔 업어치기를 모두 사용했다는 것. 이전까지 안바울은 왼팔 업어치기를 주무기로 써 왔다. 그러자 모든 선수들이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해답은 오른손 업어치기였다. 엄청난 연습에 수없이 손톱이 깨지고 빠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날 마루야마를 꺾은 기술도 새로 익힌 오른팔 업어치기였다. 그는 “지금까지도 손톱이 많이 빠졌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따려면 수도 없이 더 빠져야 한다. 앞으로도 끈질기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52kg급의 박다솔(22·순천시청)과 남자 60kg급의 이하림(21·용인대)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유도 경기 첫날인 이날 출전한 4명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사이클의 간판 나아름(28·상주시청)이 도로와 트랙을 넘나들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리(삼양사), 김현지(서울시청), 이주미(국민체육진흥공단), 나아름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단체추발 대표팀은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벨로드롬에서 열린 트랙 여자 단체추발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기록은 4분31초222였다. 앞서 사이클 개인도로와 도로독주에서 금메달을 딴 나아름은 이번 대회 한국의 첫 3관왕이 됐다. 단일 아시아경기에서 도로 사이클과 트랙 두 종목에서 우승한 것은 나아름이 처음. 사이클 이혜진(연천군청)은 여자 경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에서는 3개의 금메달이 쏟아졌다. 한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맞붙은 리커브 남자 경기에서는 김우진(26·청주시청)이 후배 이우석(21·상무)을 6-4로 이기고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8년 만에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최보민, 송윤수, 소채원으로 구성된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과 최용희, 김종호, 홍성호의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은 각각 인도를 이기고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총 8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획득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여자 탁구는 단체전 준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패해 동메달을 보탰다. 이 종목에서 한국이 메달을 딴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 동메달 이후 8년 만이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는 임은지(성남시청)가 4m20을 넘어 3위를 차지하며 4년 전 인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땄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아시아경기 메달을 수집한 한국 선수는 임은지뿐이다. 여자 축구는 준결승에서 일본에 1-2로 패했다.자카르타=이헌재 uni@donga.com / 조응형 기자}
이겼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28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야구 B조 예선 3차전에서 홍콩을 21-3으로 꺾었다. 당초 약체로 평가되는 홍콩을 상대로 콜드게임 승리가 예상됐지만 답답한 타선 탓에 9회까지 경기를 치러야 했다. 9회초 이정후와 박병호, 이재원의 홈런 등으로 대거 10득점해 대승을 일궜지만 전체적으론 불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발 투수 임찬규는 상대 4번 타자 매슈 홀리데이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중심 타선도 화끈한 타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26일 한국을 2-1로 꺾은 대만은 전날 홍콩에 16-1, 5회 콜드게임 승을 거두고 B조 1위를 확정했다. 2승 1패로 B조 2위가 된 한국은 30일 오후 2시 A조 1위 일본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31일 중국과의 2차전을 잡는다고 가정할 때 한국은 일본에 정규이닝에서 2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결승전은 9월 1일 열린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마지막 화살은 10점 과녁을 꿰뚫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8년 만의 개인전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김우진(26·청주시청)은 웃지 않았다. 동료 선수가 세리머리를 위해 대형 태극기를 전해주려 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결승전 상대였던 대표팀 후배 이우석(21·상무)에 대한 배려였다. 28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양궁 남자 리커브 결승전은 왜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인지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올해 2월 상무에 입대한 이우석은 이날 금메달을 따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병역혜택을 위한 느슨한 플레이는 없었다. 금메달은 세트스코어 4-4 동점에서 마지막 10점을 쏜 김우진의 차지였다. 김우진은 “병역이나 경기 외적인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쏘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하루 전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은 딴 뒤 펑펑 눈물을 쏟았던 이우석은 이날은 담담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이우석은 “은메달을 딸 수밖에 없는 경기를 했다. 내가 부족해서 진 경기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내년 전역하는 그는 “남은 군 생활 열심히 하겠다. 어차피 한국 남자라면 다들 가지 않나. 군대도 나쁘지 않아요”라며 웃기도 했다. 이우석은 일병을 달 시기이지만 국가대표 선발전 등으로 기본군사훈련을 2주 밖에 받지 않아 여전히 ‘이병’ 신분이다. 한국 남녀 컴파운드 대표팀은 단체전 결승에서 모두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최보민-송윤수-소채원으로 구성된 여자 컴파운드 대표팀은 인도를 231-228로 꺾었다. 최용희-김종호-홍성호의 남자 대표팀도 슛오프 끝에 인도를 제압하고 역대 이 종목 첫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양궁은 총 8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획득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6일 실업 야구 선수가 주축인 대만에 당한 1-2 패배. 충격의 하루를 보낸 한국 야구 대표팀은 수모를 씻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해결사로 맹활약했던 ‘국민타자’ 이승엽(42)은 “아직 기회는 있다. 두 번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본보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찾은 이승엽과의 직격 인터뷰를 통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께 전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허무한 패배였다. “초반부터 경기가 너무 안 풀렸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정공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작전 등을 통해 풀어가야 하는데 그런 찬스가 아예 오질 않았다. 치고, 받고, 던지는 단순한 야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란 게 참 어렵다. 안 될 때는 뭘 해도 잘되지 않는다.” ―평소 선취점의 중요성을 많이 언급했는데…. “1회초 홈런을 맞아 2점을 먼저 내준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쉬운 것은 1회말 공격이다. 선두 타자 이정후가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클린업 트리오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 점을 내지 못한 게 컸다. 야구는 흐름의 싸움이다. 만약 1회말에 곧바로 한 점이라도 따라붙었다면 이후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것이다.” ―최근 국제대회마다 한국은 낯선 투수만 만나면 타선이 침묵한다. “타자 입장에서는 생소한 투수를 만나 펑펑 안타를 치는 게 상당히 힘들다. 그건 상대편도 마찬가지다. 실력 차가 월등하지 않는 한 큰 점수 차는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선수들이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상대는 아마추어가 주축이었다. 져도 본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겨야 했다. 초반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선수들이 더 조급해졌고, 결과는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렀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됐던 대만에 지면서 여론도 더 악화됐다. 이런 분위기는 어떻게 타개해야 하나. “분위기 메이커가 나와야 한다. 출루하면 발로 그라운드를 휘젓거나, 공격과 수비에서 파이팅을 보여주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플레이와 분위기는 전염된다. 좋은 의미에서 한 명이 미치면 팀 전체에 활기가 생긴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어졌다. 앞뒤 볼 것 없다. 더 악착같이 해야 한다.” ―남은 경기에서 우리가 전승을 하면 결승에서 대만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 “대만 야구가 정말 많이 늘었다. 수비 짜임새도 몇 년 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더라. 하지만 대만 야구는 여전히 디테일에 약점을 갖고 있다. 4회 어처구니없는 주루 플레이가 나왔고, 8회엔 보내기 번트를 실패했다. 단기전에서는 실수 하나에 따라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우리가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상대방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 다시 만나면 우리 후배들이 두 번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 ―슈퍼라운드에서 만날 일본과의 경기 전망은…. “일본은 24명 전원을 사회인 야구 선수로 채웠다. 하지만 사회인 야구 선수라 해도 국제대회에서는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 실력 차가 있는 만큼 우리는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이게 말은 쉽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실천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도 그런 부담을 이겨내고 승리해야 하는 게 국가대표의 숙명이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한국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예선 B조 2차전에서 황재균의 2홈런 등 장단 14개의 안타를 집중시키며 15-0, 5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박종훈(3이닝), 최원태, 임기영(이상 1이닝) 등 3명의 투수가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전날 한국에 2-1로 승리한 대만은 이날 홍콩을 16-1, 5회 콜드게임으로 이기고 2연승으로 조 1위를 확정했다. B조 2위가 유력한 한국이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28일 홍콩과의 예선 3차전은 물론 A조 1, 2위와 치르는 슈퍼라운드 2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한다. 승률이 같을 경우 득실점으로 순위를 가리기 때문에 한국은 큰 점수 차로 이겨야 결승에서 대만과 리턴매치를 벌일 수 있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마지막 사수 장혜진(31·LH)의 활을 떠난 화살은 정확히 10점 과녁을 맞혔다. 만약 이 화살이 9점이었다면 한국 여자 양궁의 아시아경기 6연패는 물 건너갈 뻔했다. 마지막 대만 선수의 화살이 9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장혜진과 강채영(22·경희대), 이은경(21·순천시청)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 양궁이 27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세트 스코어 5-3으로 꺾고 아시아 정상을 굳게 지켰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6대회 연속 아시아경기 정상이다. 결과는 금메달이었으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근 들어 기량이 급상승한 대만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3세트까지 양 팀은 세트 스코어 3-3으로 동률을 이뤘다. 4세트 첫 세 발까지 한국은 대만에 오히려 1점을 뒤졌다. 하지만 마지막 3발에서 이은경과 강채영이 9점을 쏜 데 이어 장혜진이 10점을 꽂아 넣으며 극적인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 들어 여자 리커브 대표팀 선수들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특히 선발전 1위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전 등 3종목 출전권을 따 낸 에이스 장혜진은 극도의 부담감에 시달리며 연일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장혜진은 23일 열린 여자 개인전 8강에서 디아난다 초이루니사(인도네시아)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24일에는 혼성전 8강에서 약체 몽골에 덜미를 잡혔다. 주변에서 그의 ‘멘털(정신력) 붕괴’를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충격을 딛고 단체전에 나선 장혜진은 첫 발부터 10점을 쏘며 부활했다. 마지막 10점으로 금메달을 확정 지은 것도 그였다. 장혜진의 마지막 10점에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도 눈물을 쏟았다. 장혜진은 “모든 염원을 담아 쏜 마지막 화살이 10점에 꽂혔다. 이번 대회에서 제가 너무 못 쏴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의 한국 양궁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렸을까 봐 힘들었는데 값진 메달로 위로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진혁(37·현대제철), 김우진(26·청주시청), 이우석(21·상무)의 남자 양궁 리커브 대표팀은 대만과의 결승에서 3-5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2014년 인천 대회 은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이다. 양궁 컴파운드의 김종호(24·현대제철)와 소채원(21·현대모비스)도 혼성전에서 대만에 150-151로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실력으로는 한국이 질 수 없다. 다만 대만을 만나면 이상하리만치 경기가 꼬이곤 했던 게 마음에 걸린다.” 26일 한국과 대만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야구 예선 B조 1차전이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불안한 예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KBO리그 최고의 선수들로 ‘드림팀’을 꾸린 한국 야구 대표팀이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대만에 졸전 끝에 1-2로 패했다. 한국의 3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당초 예선 3경기를 모두 이겨 B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슈퍼라운드는 A, B조 1, 2위가 서로 한 번씩 맞붙어 순위를 가린다. 만약 슈퍼라운드에서 동률이 나올 경우 예선전 성적을 더해 순위를 정하기 때문에 예선전 성적도 중요하다. 대만은 대만프로야구연맹(CPBL)과 아마 야구를 관장하는 대만야구협회(CTBA)의 갈등 속에 24명 최종 엔트리 가운데 7명만 프로를 선발했다. 나머지는 실업 야구 선수들로 채웠다. KBO리그의 왼손 투수 왕웨이중(NC)도 대회 직전 부상으로 이탈해 전력은 역대 최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대만은 도깨비 같은 야구를 했고, 한국은 수렁에 빠졌다. 1회초 수비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한국 선발 투수 양현종(KIA)은 2사후 장젠민에게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았다. 2루타성 타구였지만 좌익수 김현수가 이 공을 뒤로 흘리면서 장젠민은 3루에 안착했다. 기록상은 3루타였지만 명백한 실책이었다. 양현종은 2사 3루 위기에서 4번 타자 린자유를 상대로 무난히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성급히 승부에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양현종의 3구는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몰렸고, 린자유는 이 공을 좌중간을 넘어가는 선제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믿었던 타선은 대만의 변칙 투수 기용에 농락당했다. 대만 언론들은 당초 한국전 선발로 프로에서 뛰는 오른손 투수 린화칭을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선발 등판한 것은 실업팀(합작금고)의 사이드암 투수 우성펑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낯선 투구 폼의 우성펑에게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0km도 채 나오지 않는 우성펑을 상대로 3회까지 안타를 친 선수는 안치홍(KIA)이 유일했다. 4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재환(두산)이 우성펑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쳐 1점을 따라갔으나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았다. 우성펑은 이날 5이닝 4안타 1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한국 타선은 왕쭝하오와 왕정하오 등 구원 투수들을 상대로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대회 전 한 대만 언론은 양국 선수들의 연봉을 비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대만 선수 24명의 연봉 합계(2630만 대만달러·약 9억6000만 원)가 양현종(23억 원) 한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대표팀에는 박병호와 손아섭(이상 15억 원), 김현수(14억 원) 등 대만 팀 전체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꽤 된다. 한국은 27일 오후 8시 30분 인도네시아와 예선 2차전을 치른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란의 여자 양궁 선수 자라 네마티(33).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1만여 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휠체어를 탄다.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지만 당당하게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했다. 21일 열린 여자 리커브 개인전 예선에서 그는 622점을 쏴 31위에 올랐다. 32강전과 16강전을 연이어 통과했지만 8강전 경기 개시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기권패를 당했다. 24일 혼성전에서도 8강까지 진출한 뒤 강호 일본 선수들에게 0-6으로 완패해 아시아경기 일정을 마감했다. 경기 후 그는 10분 넘게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이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패배의 아픔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듯 보였다. 네마티의 눈물에 대해 이란 대표팀 관계자는 “네마티는 자존심이 센 선수다. 장애인치고 잘했다는 평가보다는 누구랑 상대해도 이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한국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양궁은 척추가 중심을 잡아줘야 잘할 수 있는 종목이다. 휠체어를 타고 보통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네마티의 경기 방식은 보통 선수들과는 조금 달랐다. 양궁 규정상 활을 쏜 뒤에는 사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휠체어를 탄 그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심판에게 활을 쏜 사실을 알렸다. 점수 확인도 직접 과녁에 가지 않고 망원경을 통해서 했다. 이는 장애인 양궁 경기 방식에 따른 것이다. 비록 메달을 따진 못한 채 아시아경기를 마무리했지만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9월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장애인 아시아경기다. 그는 유일하게 아시아경기와 장애인 아시아경기를 함께 뛴다. 양궁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을 허문 그는 이란에서는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학생 시절 엘리트 태권도 선수였던 그는 18세이던 2003년 이란 지역에 일어났던 대지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사고 후 2년간 상실감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던 그는 양궁을 접한 뒤 새 인생을 걷게 됐다. 네마티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양궁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란 선수로는 최초로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시 출전했다.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33위를 차지했고, 패럴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 때 이란 선수단 기수를 맡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세계양궁연맹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네마티는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장애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능하면 2020년 도쿄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자체가 내겐 큰 즐거움”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제 딱 절반 끝났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한국 여자 사이클의 간판 나아름(28·상주시청)이 24일 인도네시아 웨스트 자바 수방 지역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사이클 여자 도로독주에서 18.7km를 31분57초10에 주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2일 열린 여자 개인도로에 이어 이번 대회 2번째 금메달이다. 역대 아시아경기를 통틀어 한 대회에서 개인도로와 도로독주를 석권한 것은 나아름이 처음이다. 2014 인천 대회 도로독주에서 금메달을 땄던 그는 대회 이 종목 2연패에도 성공했다. 나아름은 27일부터 자카르타 국제벨로드롬에서 시작되는 트랙 경기에도 출전해 메달 행진을 이어간다. 여자 단체추발과 여자 매디슨 종목에 나서는 그는 “남은 대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가겠다”고 말했다. 박현수(23·경북도청)는 조정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박현수는 같은 날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조정 카누 레가타 코스에서 열린 조정 남자 경량급 싱글스컬 결선에서 2000m 구간을 7분12초86에 통과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사격에서는 2개의 금메달이 나왔다. 현역 육군 상사인 최영전(37·상무)은 사격 남자 30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 569점을 쏴 1위에 올랐다. 최영전과 함께 출전한 이원규(25·상무)도 563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정유진(35·청주시청)은 남자 10m 러닝타깃 결승에서 만난 북한 선수 박명원을 6-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태규(29), 손영기(33·이상 대전도시공사), 허준(30·광주시청), 이광현(25·화성시청)이 출전한 펜싱 남자 플뢰레 대표팀은 결승에서 홍콩을 45-37로 꺾고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앞서 열린 여자 에페 결승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중국에 28-29, 한 점 차로 패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펜싱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 등 15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종합 랭킹 1위에 올랐다. 조별리그에서 종주국 인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던 남자 카바디 대표팀은 결승에서 이란에 16-26으로 패하며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반면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이날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장혜진(31·LH)-이우석(21·국군체육부대) 조는 리커브 혼성전 8강에서 몽골에 세트 스코어 1-5로 덜미를 잡혔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경기도 매너도 ‘세계 최강’다웠다. 우승의 감격스러운 순간에도 주먹을 불끈 쥐는 대신 주저앉은 상대에게 다가가 위로부터 건넸다. 이대훈(26·대전시체육회)이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 태권도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태권도 겨루기(68kg급)에서 이란의 아미르모하마드 바흐시칼로리(19)를 12-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경기 3연패에 성공했다. 태권도 종목 아시아경기 3연속 우승은 이대훈이 처음이다. 태권도 경기 마지막 날을 맞아 이날 경기장에는 500명이 넘는 교민이 찾아와 태극기를 들고 이대훈을 응원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다른 나라 선수들과 관중 모두 68kg급 세계 1위로 각국 선수들의 롤 모델로 꼽혀온 이대훈의 이름 석 자를 외치며 응원했다. 16강전부터 경기에 나선 이대훈은 명성에 걸맞게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인도네시아의 무하마드 무하마드(19)에게 26-5로 승리한 이대훈은 준결승전까지 모두 20점 차 이상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결승전이 위기라면 위기였다. 2016 세계주니어챔피언십 우승자로 성인 무대에 갓 데뷔한 ‘신예’ 바흐시칼로리를 맞아 1라운드서 1-4로 뒤진 이대훈은 2라운드로 접어들며 발차기와 주먹 공격을 효과적으로 구사해 1점 차로 추격(6-7)했다. 3라운드 초반 발차기로 머리 공격(3점)을 성공시켜 처음 역전한 이대훈은 상대를 몰아붙이며 리드를 유지했다. 이대훈의 마지막 경기 금메달로 태권도 겨루기는 10개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날 여자 49kg급에 출전한 강보라(18·성주여고)는 8강전에서 탈락했다.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23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의 모든 일정을 마친 태권도는 이번에 첫선을 보인 품새가 관심을 끌었다. 태권도 품새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여름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겨루기에서 보기 힘든 태권도 본연의 동작 하나하나를 절도 있게 보여준 품새는 웬만한 액션영화 못지않은 화려한 발기술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품새 경기가 열린 19일 자카르타컨벤션센터 총회장은 5000석의 관중석이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품새와 겨루기의 동반 인기몰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총회에서 일본 전통무예 가라테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태권도 겨루기는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정식 종목이 됐다. 하지만 가라테는 2020년 도쿄 올림픽부터 곧바로 정식 종목에 편입됐다. 겨루기의 일종인 ‘구미테’와 품새와 유사한 ‘가타’가 모두 정식 종목이다. 이에 비해 올림픽에서 겨루기 종목만 열리는 태권도는 대회 때마다 “재미가 없다”는 비난에 시달리거나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점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많고, 호쾌한 기술보다는 잔기술로 점수를 따려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새의 등장은 이 같은 평가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서 겨루기 16종목이던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는 겨루기 10종목, 품새 4종목으로 치러졌다. 품새를 통해 태권도 동작의 매력을 발견한 인도네시아 관중은 겨루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겨루기 역시 올해부터 뒤차기 점수를 3점에서 4점으로 올리고, 주먹 지르기(1점)에도 곧잘 유효 판정을 내리며 공격적인 플레이가 크게 늘었다.○ 화려함 앞세워 가타 뒤쫓는 품새 태권도의 품새는 가라테의 가타와 비슷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새로 도입한 새 품새와 자유 품새는 발차기를 앞세운 태권도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각, 새별, 십진 등 새 품새는 모두 발동작 위주다.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춘 자유 품새에서는 선수들이 한 몸처럼 ‘두 바퀴 반 회전(900도) 돌려차기’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다. 태권도의 품새는 25일 열리는 가라테 가타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된다. 가라테는 진중하고 무게 있는 손동작 위주다. 품새에 비해 화려함은 훨씬 덜하다. 국제화에 앞선 것은 가타다. 가라테는 1994년 일본에서 열린 히로시마 대회부터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됐는데 이때 구미테와 가타가 함께 편입됐다. 이번 아시아경기 가라테에는 모두 12개의 금메달(가타 2개, 구미테 10개)이 걸려 있다.○ 남은 과제는 공정성 보완 가라테는 일단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잔류를 확신하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태권도에 비해 가라테가 훨씬 뿌리 깊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미주 지역에서는 태권도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 2019년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팬 아메리칸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태권도 품새가 정식 종목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강신철 이란 대표팀 총감독은 “이번 대회 품새는 ‘나눠 먹기’가 심해 보였다”며 심판 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세계태권도연맹 품새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태성 가천대 교수는 “품새에 격파 등을 넣어 더 흥미롭게 만드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오빠∼, 오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이 열린 23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구본길(29) 김정환(35·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22·대전대), 김준호(24·국군체육부대) 등 한국 대표 4명이 입장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인도네시아 소녀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뛰어난 실력에 깔끔한 외모로 펜싱 팬들 사이에서 ‘F4’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 팬들도 이들이 득점을 올릴 때마다 “오상욱 잘한다” “구본길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마치 홈으로 착각할 만큼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이들은 이란을 45-32로 꺾고 2014년 인천대회에 이어 이 종목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구본길은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로는 처음 2관왕에 올랐다. 2016년부터 각종 국제대회 금메달을 휩쓸며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아시아 무대는 좁았다. 신현우(34·대구시설공단)는 사격 남자 더블트랩 결선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사격에서 나온 한국의 첫 금메달. 신현우는 결선에서 인도의 샤르둘 비한(15)을 74-73으로 힘겹게 눌렀다.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에서는 이우석(21·코오롱), 김우진(26·청주시청)이 나란히 결승에 올라 한국은 금, 은을 확보했다. 반면 여자 양궁 리커브에서는 장혜진(32·LH)과 강채영(22·경희대)이 각각 8강과 4강에서 탈락해 2002 부산대회 이후 16년 만에 노 골드에 머물렀다. 한국 여자 양궁이 이 종목에서 결승에도 못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이 6연패를 노렸던 여자 펜싱 플뢰레 단체전에서는 전희숙(서울시청), 남현희(성남시청), 채송오(충북도청), 홍서인(서울시청)이 준결승에서 일본에 36-45로 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배구(세계 랭킹 10위)는 B조 예선에서 세계 1위 중국에 0-3(21-25, 16-25, 16-25)으로 완패했다.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는 이덕희(서울시청)가 청각장애 3급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12년 만에 테니스 메달을 확보했다. 자카르타=이헌재 uni@donga.com / 조응형 기자}
한국 여자 도로 사이클의 간판 나아름(28)이 ‘사이클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사이클 첫 종목부터 금맥을 캐내면서 한국은 이번 대회 사이클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기대하게 됐다. 나아름은 22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수방 일대 도로에서 열린 도로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서 104.4km 구간을 2시간55분47초 만에 통과해 12개국 21명의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2014년 인천 대회 여자 도로독주 금메달에 이어 아시아경기 연속 금메달이다. 2위로 골인한 푸이셴(중국)과는 1분20초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거리로 따지면 거의 1km가량 벌어졌다. 나아름은 “작전의 승리였다. 함께 출전한 (이)주미 언니의 도움이 컸다. 지도자 선생님들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만든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8위로 골인한 이주미(29)는 레이스 중반까지 다른 나라 선수들의 힘을 빼며 나아름의 막판 스퍼트를 도왔다. 두 선수는 레이스 중 서로 물을 건네주거나 뿌려주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번 대회 코스는 80km 정도의 평지 이후 20km의 산악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덕을 오르는 능력이 뛰어난 나아름은 결승선을 5km가량 남겨두고 앞으로 치고나갔다. 한국 사이클이 아시아대회 여자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02년 부산 대회의 김용미 이후 16년 만이다. 나아름은 주니어 시절부터 유망주로 승승장구했지만 20대 초 유독 국제대회에서 불운에 시달렸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상대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같이 넘어지며 메달을 놓쳤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3차례나 자전거에서 넘어졌고 체인이 벗겨지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13위로 레이스를 마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힘든 시기에도 쉼 없이 페달을 밟은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를 계기로 국제대회 징크스를 완전히 떨쳐냈다. 나아름은 24일 여자 도로독주에 출전해 대회 2관왕이자 종목 2연패를 노린다. 도로독주는 90초 간격으로 한 명씩 출발해 가장 짧은 시간 내 구간을 통과하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이번 대회 도로독주는 18km의 산악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업힐 능력이 뛰어난 나아름이 강점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이클은 이번 대회에서 최대 7개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어서 빨리 이 금메달을 들고 어머니 묘소에 인사하러 가고 싶습니다.” 북한의 신예 역사(力士) 오강철(25)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의 인터뷰를 했다. 오강철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역도 남자 69kg급 결선에서 합계 336kg(인상 151kg, 용상 185kg)을 들어올리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북한은 이날까지 치러진 역도 5개 종목에서 벌써 3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시상식 후 기자들과 만난 오강철은 기쁜 표정을 짓는 가운데서로 끊임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유를 묻자 그는 “올해 5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조국의 명예를 빛낸 것과 함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경기는 한국의 원정식과 북한의 김명혁이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공교롭게 경기 중 쥐가 나면서 제 실력을 펼쳐 보이지 못했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은메달리스트 김명혁은 150kg을 신청한 인상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하면서 실격했다. 인상 2차 시기에서 겨우 145kg를 들어올린 원정식 역시 용상에서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해 실격당했다. 원정식은 경기 후 “인상 1차 시기부터 양쪽 종아리에 쥐가 올라왔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기 중 종아리에 쥐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했던 원정식은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아시아경기 3대회 연속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빈자리는 오강철의 차지였다. 오강철은 인상 2차 시기에서 151kg을 들어올린 뒤 용상 2차 시기에서도 185kg를 성공시켰다. 오강철은 “우리 선수들은 100번 싸우면 100번 승리하는 기질을 타고났다. 이런 훈련을 진행하면 모든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남북한 선수들이 맞대결을 벌인 이날 경기의 시상자로는 한국 유일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유승민 위원이 나섰다. 관중석에서는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을 비롯한 수십 명의 남북 관계자가 양쪽 선수들을 모두 응원했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uni@donga.com}

태권도 보는 재미까지 선물한 값진 2연패였다.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 태권도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태권도 겨루기에 출전한 이다빈(22·한국체대)이 여자 67kg 초과급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경기 2연패에 성공했다. 스스로 “공격적”이라고 소개한 이다빈의 시원한 발차기가 빛났다. 경기 시작 1초 만에 왼발찍기를 칸셀 데니스(27·카자흐스탄)의 머리에 적중(3-0)시킨 이다빈은 3-2로 쫓긴 순간 다시 왼발을 상대 머리에 적중시키며 6-2로 앞서갔다. 2라운드 중반 데니스의 필사적인 공격에 6-6, 9-9 두 차례 동점을 허용했지만 또다시 2차례의 발차기 공격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2라운드 종료 버저와 함께 또 한 번 왼발찍기를 상대 머리에 적중(3점)시키며 19-12,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여유를 찾은 이다빈은 3라운드 발, 주먹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점수를 쌓으며 점수차를 유지했다. 27-21로 경기가 종료된 순간 이다빈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든 뒤 양소이 코치(34)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경기장을 돌았다. 16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이다빈은 자신의 첫 경기인 8강전부터 거침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적인 전술로 상대를 압박해 쉽게 득점하며 결승에 올랐다. 이다빈은 “국민들께 재미있는 태권도를 보여주고 싶어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재밌다’는 반응이라 기분 좋다. 조금 쉬다가 그랑프리 시리즈, 내년 대표선발전, 세계선수권대회를 다시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다빈에 앞서 여자 57kg급 결승에 오른 이아름(26·고양시청)은 중국의 뤄쭝스(20)에게 패하며 아시아경기 2연패에 실패했다. 이아름은 3-4로 뒤지던 경기 종료 4초 전 감점, 주먹공격(각각 1점)으로 5-4 역전에 성공해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종료 2초를 남기고 상대에게 발차기 공격(2점)을 허용(5-6)해 아쉬움을 삼켰다. 이날 남자 80kg 초과급에 출전한 이승환(25·한국가스공사)은 첫 경기에서 이란의 사이드 라자비(22)에게 3-6으로 패했다. 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현대자동차가 회장사를 맡고 있는 대한양궁협회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남다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자카르타 붕 카르노 양궁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5성급 호텔 객실을 경기나 훈련 사이에 쉴 곳이 마땅치 않은 선수들의 ‘휴게실’로 제공하고 있다. 잠은 버스로 45∼50분 정도 걸리는 선수촌에서 잔다. 선수단 점심은 인근 한국 식당에서 한식 도시락을 공수한다. 양궁 선수들의 이런 화려함 뒤엔 냉혹함도 숨어 있다. 남녀 리커브 개인 및 팀 예선이 열린 21일은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날이었다. 70m 거리에서 72발을 쏘는 여자 리커브 예선 라운드에서 한국 선수들은 나란히 순위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 여자 대표 선수 4명 중 1명이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특정 국가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양궁 아시아경기 결선 라운드에서 국가당 단체전은 최대 3명, 개인전은 2명만 뛰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협회는 이날 예선 라운드 성적까지 반영해 아시아경기 메달을 노릴 출전 선수를 결정했다. 이날 예선에서 장혜진과 강채영, 이은경은 1, 2, 3위를 차지했고 정다소미는 5위에 머물렀다. 포인트 합산 결과 장혜진과 강채영은 개인전과 단체전 출전을, 3위 이은경은 단체전에 출전하게 됐다. 정다소미는 탈락이다. 남자는 포인트 1위 이우석과 2위 김우진이 개인전과 단체전에 나서고, 3위 오진혁은 단체전에만 나선다. 4위 임동현은 탈락이다. 남녀 1위 이우석과 장혜진은 혼성전 출전 자격도 갖춰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 김성훈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현행 선발 방식이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선수들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나를 시작으로 다른 선수들도 다 잘할 것 같다.” 금메달 소감에는 태권도 경량급 세계 최강 선수다운 여유가 묻어났다. 김태훈(24)이 아시아경기 2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김태훈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태권도 겨루기 남자 58kg급 결승에서 니야즈 풀라토프(우즈베키스탄)를 24-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겨루기 첫 금메달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4년 전 인천 아시아대회에서는 남자 54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인천 대회까지 겨루기로만 16체급을 치렀던 태권도는 이번 대회부터 겨루기 10개에 품새 부문 4개로 바뀌었다. 지난 대회까지는 54kg급이 남자 최경량급이었지만 이번 대회에는 58kg급이 최경량급이다. 1라운드 중반까지 0-1로 뒤지던 김태훈은 1라운드 종료 직전 발차기를 몸통에 적중시켜 2점을 얻었다. 2라운드부터는 김태훈의 독무대였다. 4점짜리 기술인 뒤차기 등 화려한 기술로 9점을 얻으며 승기를 잡았다. 3라운드에서도 쉴 새 없이 공격을 몰아치며 완승을 엮어냈다. 김태훈은 8강에서 카자흐스탄의 옐도스 이스카크에게 11-9로 힘겹게 역전승해 한 고비를 넘은 뒤 준결승에서는 스즈키 모론(일본)을 24-11로 가볍게 꺾었다. 그동안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 이대훈의 그늘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첫 경기를 진 뒤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땄다. 그걸 계기로 선수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자부의 하민아(23)와 김잔디(23)는 투혼의 은메달을 따냈다. 하민아는 태권도 겨루기 여자 53kg급 결승에서 대만의 쑤포야에게 10-29로 졌다. 발목 부상에 시달린 하민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나 정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여자 67kg급의 김잔디도 결승에서 줄리아나 알 사데끄(요르단)에게 1-5로 패했다. 전날 품새 종목에서 금 2개, 은 1개, 동 1개를 따냈던 한국 태권도는 겨루기 첫날인 이날 금 1개와 은 2개를 추가해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용대가 오지 않아서 아쉽다.” 기자 일행이 한국에서 온 걸 확인한 현지 택시기사는 한국 남자 배드민턴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이용대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손완호 성지현 이소희 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축구를 잘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라도 호날두나 메시를 아는 것처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누구나 이용대를 잘 아는 듯했다. 20일 배드민턴이 열리는 자카르타 겔로나 붕 카르노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만난 여성 자원봉사자 부디와티 위워호 씨는 “이용대는 모든 인도네시아 사람이 좋아하는 선수다. 잘생긴 데다 실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후 대표팀에서 잠정 은퇴해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여자 단체전 2라운드(8강)는 관중의 열기로 가득했다. 월요일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전체 관중석(6100석)의 절반 정도가 인도네시아 팬들로 들어찼다. 일요일인 전날은 만석이었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자국 선수가 스매싱을 한 번 할 때마다 함께 함성을 지르는 특유의 응원을 펼쳤다. 상대국 선수들로서는 일방적인 응원에 기가 질릴 만했다. 성지현 등이 출전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인도네시아에 1-3으로 패하며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에 아시아경기 여자 단체전 노메달에 그쳤다. 4년 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대표팀 역시 단체전 8강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해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전날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태국 선수를 이긴 손완호는 “옆 코트 인도네시아 선수를 응원하는 함성이 너무 커서 벤치의 작전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며 “한국에서보다 인도네시아 길거리에서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청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18일 열린 개회식의 성화 최종 점화자도 배드민턴 선수 출신 수시 수산티였다. 수산티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인도네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