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감정노동으로 인한 적응장애와 우울증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더라도 산재보험료는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고객의 ‘갑질’로 인해 근로자들이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보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이런 피해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은 업무상 질병 기준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만 있어 감정노동에 따른 우울증 등은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산재보험료 인상으로 경영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산재보상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이재갑 이사장(57·사진)은 17일 “그동안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인정 범위나 추이로 볼 때 곧바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입장에서도 (적응장애와 우울증을 겪는) 근로자가 적기에 치료를 받고, 계속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 배달대행 기사로 일했던 청소년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서는 “일을 하다 다친 사람들의 실질적인 업무 내용을 정확하게 조사해서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 “전속 대리운전 기사, 신용카드 모집인 등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재임 2년 동안의 성과로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꼽았다. 10인 미만 사업장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곳이 지난해보다 약 13만 개(13.9%)나 늘어난 것. 그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집중 가입 안내 기간을 운영해 인식 개선에 힘쓰고 소규모 협력업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 공공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시민모니터링도 출범시켜 사회보험 의무 가입에 대한 인식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 2014년부터 추진 중인 직무중심 채용도 성과로 꼽았다. 그는 “실제로 올해 하반기 공채에서 고졸자 2명이 합격하는 등 직무중심 채용 효과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평가도구를 강화해 직무중심 채용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노사정(勞使政)이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 등 노동개혁 입법 쟁점에 대한 합의에 실패했다. 전문가그룹이 고용기간 연장 및 파견 확대와 관련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노사정이 이를 두고 최종 합의를 하지 못함에 따라 노동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고용기간 연장과 관련한 전문가그룹의 의견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그룹은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정부안)이 합리적이지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 본인의 신청과 별도로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도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전문가그룹은 앞서 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6개 뿌리산업(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에 일부 보완장치를 전제로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그룹이 두 쟁점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서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이에 특위는 노사정 및 전문가그룹 의견을 모두 병기해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9·15 대타협 때 노사정위가 실태조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자고 했던 합의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자던 실태조사는 방법과 내용 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최영기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실태조사 결과는 안 나왔지만 보완할 수 있는 다른 통계나 분석 자료를 참고하면 법률적, 전문가적 판단을 내리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실태조사단은 17일부터 기간제 및 파견제 사업장 10곳 등을 차례로 방문해 근로자와 사용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당초 계획했던 1000명 이상의 설문조사가 아닌 개별 심층면접조사를 하기로 한 것. 그러나 이런 조사는 정부나 노동계도 수차례 진행한 바 있고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이나 실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야당이 대타협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구속력을 갖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파견 쟁점은 올해 안에 국회 통과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노사정위가 대타협 이후 첫 관문이었던 두 쟁점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앞으로 남겨진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논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노사정위가 아닌 별도의 협의체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노사정위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등 협의체 구성 단계부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어렵더라도 대타협 정신을 존중하고, 노동계와 최대한 협의해서 지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설악산의 비경으로 꼽히는 토왕성폭포(사진)가 45년 만에 공개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토왕성폭포 인근에 새 전망대를 설치해 이달 말부터 연중 개방한다고 15일 밝혔다. 토왕성폭포는 1970년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빙벽대회 등 특수한 경우에만 개방됐다. 공단은 설악동 소공원에서 비룡폭포까지 이어진 2.4km의 기존 탐방로를 410m 정도 더 연장한 지점에 새 전망대를 설치해 탐방객들이 토왕성폭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총 길이 320m인 토왕성폭포는 설악산의 10대 명승 중 하나.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96호로 지정됐다. 토왕성폭포가 개방되면 ‘용아장성(20여 개의 암봉들이 용의 송곳니처럼 솟아 있는 내설악의 능선)’과 ‘내설악 만경대’만이 설악산 내 출입통제지역으로 남는다. 공단은 용아장성의 개방도 추진할 방침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민 10명 중 5명은 이번 정기국회(올해) 안에 노동개혁 5대 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대 법안 가운데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2년→4년)과 파견 확대에 대해서도 찬성이 반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아일보가 15일 모바일 여론조사 업체인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60세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고용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 다수가 노동개혁 조기 입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 정부 여당과 야당, 노동계가 노동개혁을 둘러싼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 절반 “올해 안에 입법 완료해야”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8%는 국회가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존중해 올해 안에 노동개혁 입법을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대타협을 존중한다는 의견도 35.2%였다. 그러나 응답자의 절반 이상(50.3%)은 대타협의 방향과 합의 내용에 대해 ‘보통’이라고 답했다. 적극적으로 찬반 의견을 밝히지 않고 사실상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 두 설문의 응답을 종합하면 대타협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좀 더 책임을 지고 노동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입법 가운데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안(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주조·용접 등 6대 뿌리산업에 파견 허용)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이 각각 39.8%, 34.2%로 반대 의견(21.9%, 21.5%)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 확대안이 일자리 기회를 늘리고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35.6%)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21.7%)보다 많았다. 물론 세 질문 모두 유보적인 태도(보통)가 절반에 육박하고 있어 향후 국회는 물론이고 학계, 시민사회에서 치열한 여론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고용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응답자의 38.2%가 “고용기간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안에 반대하는 응답자 중에서도 고용기간을 제한하지 말자는 의견이 가장 많다는 것은 어쨌든 지금보다는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15∼30일 전국 근로자 및 구직자 274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낮고 △자발적 비정규직 △주부·경력 단절 여성 △현재의 근로조건에 만족하는 근로자일수록 기간 연장에 적극 찬성했다는 내용을 내놨다. 고령자와 고소득자에 대한 파견 허용 역시 찬성이 많았지만 뿌리산업 파견은 찬반이 팽팽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입장은 정반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고용 불안이 심하고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낮다 보니 가급적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뜻일 뿐 비정규직으로 더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누가 비정규직으로 더 일하겠다고 답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쪼개기는 3회 미만으로 줄여야” 정부와 여당은 현재 68시간인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0시간(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행 시기도 중소기업의 피해를 고려해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절반 정도(47.6%)가 정부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정부안에 반대하는 응답자 중에서도 11.8%는 대기업만 단축하고 중소기업, 영세사업장은 그대로 둬야 한다고 답했고, 특히 16.4%는 모든 사업장이 현행 68시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급속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영세 기업의 피해와 근로자의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에 대해서는 정부안(3회 제한)보다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47.2%)이 가장 많았다. 쪼개기 계약이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것을 뜻한다. 쪼개기 계약에 따른 피해가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좀 더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가장 논란이 적은 실업급여 확대안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4.6%)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현재 쪼개기 제한과 실업급여 확대안은 여야 간 의견차가 크지 않다.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역시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여야가 의견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5대 법안의 일괄 통과를 주장하고 있어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이나 파견 확대 같은 쟁점이 합의되지 않으면 이 법안들 역시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여당은 모든 법안을 전부 통과시킨다는 고집을 버리고, 야당도 여당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비정규직 연장’ 실태 조사도 못한 노사정위 ▼방법 등 이견… ‘대안 마련’ 무색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발의한 노동개혁 5대 법안이 16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노동개혁을 둘러싼 국회의 ‘입법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관련 실태 조사를 맡았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소속 조사단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국회 논의도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정위는 지난달 26일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소속의 비정규직 실태조사단을 구성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자는 정부안에 대해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상대로 실태 조사를 벌인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였다. 노사정은 9·15 대타협에서 이렇게 하기로 합의도 했다. 당초 노사정위가 계획한 일정대로라면 최종 조사 결과가 16일 열리는 특위 전체회의에 보고되고, 공익 전문가 의견까지 접수해 최종 대안을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단은 여태껏 조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노사정 간 조사 대상과 조사 방법, 질문 내용 등이 합의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송위섭 특위 위원장은 “국회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16일에는 논의를 종결해야 한다”며 “특위의 최종안을 16일 오후까지 만들어 국회에 송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실태 조사 없이 전문가 의견과 특위 논의만으로 대안을 만들어 국회에 내겠다는 것이다. 특위의 이런 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정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은 “아직 실태 조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며 “특위가 노동계를 무시하고 최종안을 의결한다면 향후 협상에 전면 불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노사정위의 실태 조사가 파행을 겪으면서 5대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 역시 더 낮아졌다. 야당이 9·15 대타협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여당 단독처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법안이 상정되더라도 여야 간 합리적 토론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진짜 원하는 게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쟁(政爭)’만 오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노동개혁 5대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올해 안에 모든 법안을 처리하기가 어렵다면 쪼개기 제한, 실업급여 확대 등 야당의 반대가 덜한 법안부터 먼저 처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2009년 10월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입사한 A 씨는 계산력 등 근무평가가 다섯 달 동안 바닥권이었다. 고객들로부터 ‘물건을 귀찮다는 듯 던진다’ 등의 민원도 받아 서비스 점수도 계속 감점을 받았다. 결국 매년 두 차례씩 실시되는 정기 인사평가에서도 하위 5%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2011년 3월 사측은 A 씨를 포장대 관리 업무로 전보시켰다. 그러나 A 씨는 보직변경을 거부하고 업무를 하지 않았다. 급기야 동료 직원 24명이 “다른 직원들이 A 씨 업무를 대신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심해졌다”고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회사는 같은 해 11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A 씨를 해고했다. A 씨는 해고무효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근무평가에서 연속해서 하위 고과를 받은 것은 취업규칙에 따라 일반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기각했다. 그동안 저(低)성과자 등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는 △관리직 △영업·판매직(금융업 등) 등 업무실적이 분명히 드러나는 업종과 직종만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종은 업무실적이나 성과를 수치화하거나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일반해고의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보가 일반해고 관련 최신 판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캐셔 같은 서비스직종도 일반해고가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실적과 성과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도 공정한 인사평가를 통해 업무에 적응을 하지 못했거나 낮은 성과가 입증만 된다면 서비스직종도 일반해고가 가능하다고 법원이 판결해온 것이다. 특히 관리직에 대한 해고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성과 향상 프로그램’ 등 재교육 과정이 직원 퇴출 목적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1980년 건설사 관리직으로 입사한 B 씨는 1999년 차장으로 승진한 뒤 승진에서 계속 누락됐다. 승진 이후 10년간 인사평가 결과 대부분이 하위 20% 이하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A 씨가 근무하던 현장의 소장은 “민원업무를 거부하고 업무태도도 소극적”이라며 직원 교체를 요구했다. 사측은 B 씨를 포함해 저성과자 29명을 성과 향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본인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3단계로 구성된 과제를 통과하도록 한 것. B 씨는 여기서도 모두 50점 이하의 점수를 받고 탈락했다. 사측은 B 씨와 함께 탈락한 18명을 바로 해고하지 않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지만 B 씨만 유일하게 신청하지 않았다. 결국 B 씨는 해고됐고,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서울고법 재판부는 “성과 향상 프로그램이 직원 퇴출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운영된 게 아니라 저성과자의 직무능력 향상과 직무 재배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바꿔 말하면 저성과자에 대한 재교육이 퇴출 목적으로 악용된다면 이에 따른 해고도 부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대법원은 또 실적이 부진한 시중은행 지점장을 업무추진역으로 발령 내고, 새로운 성과(연봉의 70%를 영업실적 목표로 할당)를 준 뒤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해고한 사건에 대해서도 정당한 해고라고 판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분쟁을 많이 다룬 한 노무사는 “서비스직종은 영업직과 달리 성과가 계량화돼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공정한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해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런 판례들은 정부가 현재 만들고 있는 지침의 중요한 검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에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6개 뿌리산업(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塑性加工 표면처리 열처리) 등 일부 제조업도 보완장치를 전제로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차 전체회의를 열고 공익 전문가그룹(단장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보고받았다. 전문가그룹은 “고령자는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파견을 허용하면 일자리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며 “고소득 전문직 역시 파견제도 안으로 흡수하면 유연한 인력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여당은 9·15 대타협 이후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의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파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문가그룹이 사실상 정부와 같은 의견을 밝힌 것이다. 다만 전문가그룹은 현재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6개 뿌리산업에 대해서는 ‘상용형 파견’ 등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한 뒤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용형 파견이란 유럽에서 보편화된 모델로 파견업체가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근로자가 파견되지 않는 기간에도 직업훈련과 함께 휴업수당, 훈련수당 등을 지급하는 모델이다. 전문가그룹은 “파견을 허용해서 기업들이 겪는 인력난을 해결하되 ‘상용형’ 모델로 양질의 파견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노동시장의 건강성을 동시에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위 특위는 이 의견을 토대로 16일 전체회의에서 최종안을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정규직 기간 연장과 관련된 전문가 의견도 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제시된 전문가 의견에 대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은 “파견을 확대하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악용 소지가 많기 때문에 전혀 동의한 적이 없다”며 “이렇게 일방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면 앞으로 예정된 회의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모처럼 전국에 ‘단비’가 내렸지만 중부지방의 극심한 가뭄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비는 9일까지 이어지겠지만 이후에는 한동안 비 소식이 없을 것으로 예보돼 가뭄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해상 저기압의 영향으로 6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9일 낮까지 이어진 뒤 서서히 그치겠다. 가뭄이 극심한 충남지역의 경우(8일 오후 4시 현재) 홍성이 70.5mm로 가장 많은 비가 내렸고 서산(62.6mm), 보령(45.9mm), 대전(35.0mm) 등에 3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11월 평년 강수량(46.7mm)과 비교하면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비의 양은 부족한 강수량의 10% 정도에 그쳤다. 해갈이 되려면 앞으로 400mm 이상의 비가 더 내려야 한다.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누적강수량(780.4mm)이 평년(1242.9mm)의 62%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열흘 동안에도 특별한 비 소식이 없어 가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토익(TOEIC)이 내년 5월 29일 치러지는 시험부터 듣기 영역에서 3명 이상의 화자가 등장하는 문제가 출제되고, 메신저 채팅 대화문이 출제되는 등 달라진 영어환경에 맞춰 10년 만에 일부 개편된다. 토익 출제를 주관하는 미국 ETS는 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5월 29일 시험부터 적용될 새 문제 유형과 영역별 문항 수 변동 내용을 공개했다. 토익 문제가 개편되는 것은 영국과 호주의 발음 등을 추가하고 난도를 다소 높였던 2006년 이후 10년 만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듣기(L/C) 영역은 전체 문항 수(100개)와 배점(495점), 제한시간(45분)은 그대로지만 파트별 문항 수가 달라지고,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추가된다. 먼저 10문항이던 파트1(사진 묘사)과 30문항이던 파트2(질의응답)의 문항 수가 각각 6문항, 25문항으로 줄어든다. 읽기(R/C) 영역은 문항 수(100문항), 시간(75분), 배점(495점)이 기존과 동일하다. 다만 파트5(단문 공란 메우기)의 문항 수가 30문항으로 10문항 줄고, 12문항인 파트6(장문 공란 메우기)와 48문항인 파트7(지문 독해)의 문항 수가 16문항, 54문항으로 각각 늘어난다. 특히 온라인 대화가 일상화된 환경을 반영해 메신저, 채팅 등을 통한 대화문도 추가되고, 주어진 문장이 지문 속 어디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찾는 식의 문제도 새롭게 출제된다. 난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ETS 관계자는 “난도와 전체 문항 수, 성적 체계, 문제 수준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삼성 현대자동차 SK그룹이 올해 말까지 청년 5300명을 뽑아 직업훈련 및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30대 그룹 인사노무 실무책임자(CHO)들은 4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고 이런 계획을 밝혔다. 대기업이 청년을 뽑아 교육 훈련과 인턴을 시킨 뒤 협력업체 취업까지 알선해 주는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달 20∼29일 2500명을 모집해 내년 3월과 6월 각각 훈련을 시킬 방침이다. 현대차도 다음 달 8∼21일 800명을 뽑아 내년 2월 직업훈련을 시킨 뒤 3월에는 인턴으로 근무시킬 예정이다. SK는 반도체 정보통신(IT) 에너지에서 5일부터 18일까지 2000명을 모집한다. 선발된 인원은 내년 1월부터 두 달간 훈련을 받고 3월에는 인턴 과정에 들어간다. 이들 기업을 포함해 국내 12개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날 참석한 LG 롯데 KT GS 두산 현대중공업 카카오 동부 한전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부 운영 계획은 추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의 완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대기업들이 가급적 많은 청년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처음 왔을 때는 바이어들이 전혀 믿어 주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빠지지 않고 계속 참석했더니 그제야 조금씩 믿고, 계약도 맺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독일 뒤셀도르프 전시장. 안상관 진아산업 대표이사가 외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자사 제품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25년째 방독·방진 마스크를 생산해 온 진아산업은 연평균 10억 원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안 대표는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수천만 원을 들여 국제 인증까지 받았다”며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를 이겨 내려면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함께 선진 시장을 먼저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박람회에 계속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아산업이 참가한 이 박람회는 독일산업안전보건협회가 주최하고 독일 노동사회부가 후원하는 ‘A+A 국제산업안전보건 전시회’다.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고 규모가 큰 전시회로, 2년마다 열리며 세계 60여 개국, 1600여 개 업체와 6만여 명의 전문가가 참가한다. 이 대회는 한국의 중소기업에 ‘기회의 땅’이다. 이번 대회에도 효성, 스왈록아시아 등 25개 업체가 개별 부스를 차렸고, 한국보호구협회 소속 20개 업체는 공동으로 한국관을 만들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네스(안전을 위해 허리와 다리에 차는 벨트)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스왈록코리아는 개막 첫날에만 3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 회사 이장섭 상무이사는 “박람회에 오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기 위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주최 측이 한국을 파트너 국가로 초청해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등 한국 대표단 20명이 참가했다. 파트너 국가는 기조연설은 물론 정책토론회 등의 행사를 주도적으로 개최한다. 이 이사장은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선진국 수준의 안전한 일터를 만들려면 국민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는 안전 보건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주 하청에 대한 위험 관리, 새로운 직업병에 대한 예방 대책 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아 날레스 독일 노동사회부 장관은 “직원의 건강과 안전이 결국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면 산업안전 분야에 있어 양국 모두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뒤셀도르프=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키 162cm 이하는 지원 금지’ ‘예쁜 알바 뽑아요’ ‘남성, 미혼만 지원 가능’.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이런 표현을 하거나 특정 성별에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면 성차별 행위로 인정돼 제재를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성희롱, 성차별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권고문을 대기업 2186곳과 프랜차이즈사 82곳에 발송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권고문에 따르면 모집·채용공고에서 △여성을 배제하거나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남녀를 분리 모집하거나 남녀별 모집인원을 다르게 하는 경우는 성차별에 해당한다. 병역을 마친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거나 성별을 남성으로 못 박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남성 환영’ ‘여성 환영’이란 표현 역시 성차별 행위가 된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여성에게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할 것인지”를 묻거나 합격기준을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 역시 성차별에 해당한다. 이런 행위가 적발될 경우 시정명령은 물론이고 사법 처리될 수도 있다. 다만 소프라노 가수, 남성복 모델 등 직무 특성상 특정 성별이 아니면 업무 수행이 곤란한 경우는 특정 성별만 뽑는 것도 허용된다. 근로기준법상 여성 취업을 금지한 직종(광원 등) 역시 남성만 뽑는 것이 가능하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앞으로 고객의 ‘갑질’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을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질병에 대한 산재 인정이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2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산재보험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적응장애와 우울병이 추가된다. 그동안 고객응대 업무를 맡는 근로자의 정신질병 피해 사례가 늘어났으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만 있어 산재 인정이 어려웠다. 이번 개정으로 텔레마케터, 판매원, 승무원 등 감정노동자가 고객으로부터 장시간 폭언을 듣거나,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하는 등의 ‘고객 갑질’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병이 생기면 산재로 인정받는다. 지난달 16일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스와로브스키 매장에서 여성 고객이 점원들을 무릎 꿇린 일로 해당 점원들이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들도 산재 인정을 받을 길이 열린 셈이다. 적응장애는 사회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무질서한 행동형태를 말한다. 고용부는 “우울병은 우리나라 정신질병 중 발병 비중이 가장 높은 질병”이라며 “적응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까지 포함하면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는 대부분의 정신질병이 산재보험으로 보호받게 된다”고 설명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나 같은 사람들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최근 파견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 50대 노동자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그는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자는 정부안을 보고 안도했지만 정부와 노동계의 양보 없는 줄다리기 탓에 목말라 죽을 지경”이라며 이렇게 적었다. 정부는 현행 2년인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안을 지난해 12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제출했다. 노사정(勞使政) 합의로 비정규직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15일 대타협에서는 노사정이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한 뒤 대안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야당이 기간 연장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개정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메일을 보낸 파견 노동자는 이런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50대에 접어든 사람들은 새 일을 배우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새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기존에 일하던 곳과 큰 차이가 없다”며 “2년은 금방 다가오고, 또 어떤 용역업체에서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거리만 늘어날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같은 중장년층은 2년마다 새 일을 구하기가 너무 힘든 만큼 차라리 고용기간을 늘려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당사자들의 이 같은 요구를 비정규직 대책에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1186명을 조사해보니 82.3%가 기간 연장에 찬성했다는 결과도 내놨다. 청년층의 피해와 악용을 막기 위해 기간 연장 대상을 35세 이상으로 한정하고, 당사자 동의를 거치는 등 안전망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대책은 이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당사자인 비정규직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 조사가 신뢰성이 떨어지고, 비정규직의 뜻이 왜곡됐다고 주장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비정규직 426명에게 물어본 결과 69.2%가 기간 연장에 반대했다는 자료도 발표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기간 제한 필요 없음’(53%)도 기간 연장을 찬성하는 쪽에 포함시켰다”며 “고용불안이 심한 상황이어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지 기간 연장을 무작정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두고서도 정부와 노동계의 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메일을 보낸 파견노동자의 주장이 비정규직 다수의 뜻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원하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노사정 모두가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는 “옛 말씀에 동냥은 못줄지언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며 “어떤 식으로든 비정규직의 현안을 풀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노사정위는 현재 진행 중인 실태조사를 다음 달 중순까지 끝내고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노사정위가 주도하는 이번 조사에서만큼은 객관적으로 밝혀져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고 실태조사만 하기에는 600만 비정규직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 커졌고, 또 이미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중장년층의 근로시간 단축과 임신기 여성의 시간선택제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중장년층들의 경력을 단절하지 않으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정착시켜 출산율까지 높여 보겠다는 것이다. 22일 오전 10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5 리스타트 잡페어-다시 일하는 기쁨!’은 시대에 맞는 유연한 근로형태를 바라는 근로자, 기업과 정부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 시간선택제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현재도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 그러나 정년 연장과 연계된 임금피크제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지원금도 1인당 연간 5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조건도 까다롭고 지원액도 적기 때문에 현장의 호응도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지원액도 늘리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중장년층과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또 정부는 여성이 임신기부터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고, 경력 단절 없이 육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제도를 통해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여 나가면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설문조사한 결과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근로자들의 사유는 ‘육아와 자녀보육’이 52.4%로 절반을 넘었다. 물론 현행 근로기준법도 임신기에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만, 그것도 하루 2시간만 단축할 수 있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도영 고용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은 “임신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 모성을 보호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임신한 근로자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확산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 마리 토끼’ 잡는 기회 시간선택제는 이미 기업 현장에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라며 “직원 입장에서는 정규직과 같은 혜택을 받아 직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은행은 인력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결국 고객은 더 나은 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90명에서 올해는 330명으로 경력단절여성 채용을 크게 늘렸다”며 “해당 직원들의 반응이 좋고 특히 바쁜 시간인 오후에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기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년 행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일제 전환 근무자’도 등장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부스에서 구직자 상담을 맡은 오지혜 스타벅스 주얼리시티점 부점장(36)은 이 회사에서 4, 5시간 근무를 하다 최근 전일제로 전환해 근무하고 있다. 임서정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근로자가 약 20만 명”이라며 “네덜란드나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면 앞으로 이 숫자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범석 bsism@donga.com·유성열·이지은 기자}

이르면 12월부터 50세 이상 전일제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단축해 사실상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면 최대 2년간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중장년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단축하더라도 임금피크제에 들어가지 않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다. 여성 근로자들이 임신기에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새로 추진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5 리스타트 잡페어―다시 일하는 기쁨!’에 참석해 “중장년층도 퇴직과 이직 준비, 건강관리 등을 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용부는 개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으며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12월 초 시행할 방침이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50세 이상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주 32시간 이하로 단축해서 사실상 시간선택제 근로로 전환하는 경우 줄어든 임금의 50%를 최대 2년간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근로자 1인당 월 30만 원까지 2년간 간접노무비(건강보험료 등)도 지원된다. 현재는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에 들어가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에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1인당 연간 500만 원 한도인 정부 지원금도 연간 1080만 원까지 확대된다. 특히 임신기에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여성 근로자에게 매달 20만 원의 전환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근로자만 하루 2시간씩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앞으로는 전체 임신 기간에 아예 시간선택제(주 15∼30시간)로 전환토록 지원해 여성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막아 보자는 취지다. 한편 이날 개막한 잡페어 행사에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공공기관, 정부 부처 등이 100여 개의 부스를 마련해 중장년층, 재취업을 원하는 경력 단절 여성, 청년 구직자 등에게 일자리 정보를 제공했다. 잡페어가 마련한 1000여 개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약 2만5000명의 구직자가 행사장을 방문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개막식 축사를 통해 “경력 단절 여성과 중장년층의 고용 확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이에 대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김범석 기자}

청년희망펀드의 운영과 관리를 맡을 청년희망재단이 고용노동부의 설립 허가를 받아 19일 공식 출범했다. 초대 이사장에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56·사진)가 선임됐다. 청년희망재단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황 이사장을 포함한 7명의 이사진을 선임했다. 이사진에는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과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 노사정(勞使政) 4자 대표와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장의성 한성대 교수가 선임됐다. 인하대 공대를 졸업한 1세대 벤처사업가인 황 이사장은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청년기업가 정신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됐지만 본인이 소유한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백지신탁 등을 이유로 사의한 바 있다. 류 이사는 ‘영원한 제국’ 등을 쓴 소설가이고, 한국잡월드 이사장을 지냈던 장 이사는 상임이사 겸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청년희망재단은 이사회와 사무국, 멘토단지원팀과 기업청년매칭팀, 일자리사업팀 등의 조직을 갖춰 청년희망아카데미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2008년 결혼한 문진석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34)은 7년간 ‘기러기 엄마’였다. 두 딸은 부산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남편이 맡았고, 문 연구원은 대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주말에만 부산에 머물렀다. 다행히 올해 8월부터 주 30시간만 일하는 시간제로 전환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일단 수요일은 아예 쉬는 날로 정했다. 월, 목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화, 금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 뒤 부산으로 간다. 화요일 저녁부터 수요일까지,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내내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 연구원은 “그동안 여기저기 눈치를 보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며 “경력 단절 없이 육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다시 전일제로 전환해 연구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전일제와 시간제의 ‘하이브리드’ 정부는 올해부터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환형 시간제란 육아, 학업 등 개인의 필요에 따라 전일제를 시간제로 전환하고, 본인이 희망하면 다시 전일제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형 일자리’다. 급여는 근로시간에 비례해서 지급되지만 엄연한 정규직이기 때문에 수당, 복지혜택 등은 전일제와 동일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남기원 선임연구원(35)은 나로호 발사 성공의 주역이지만 딸(8)과 아들(5)에게는 주역이 되지 못했다. 발사체 구조를 설계하고 시험하는 업무를 맡다 보니 출장이 잦았고, 두 아이의 육아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맡았다. 나로호 발사 성공에 대한 책임감과 경력 단절 우려 때문에 휴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갈수록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했다. 결국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했다. 휴직 기간 동안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연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남 연구원의 이런 고민을 한번에 해결해준 것이 바로 전환형 시간제였다. 올해 3월 복귀를 앞두고 남 연구원은 한 주에 25시간만 일하는 시간제로 전환했다. 시간제로 전환한 뒤 가장 큰 변화는 ‘저녁’이었다. 과거에는 가족들이 모두 저녁을 따로 먹고 잠만 같이 잤다. 그러나 요즘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모든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시간제로 가족의 저녁을 돌려받은 것이다. 남 연구원은 “경력 단절과 육아 스트레스가 한번에 해결된 것은 물론이고 저녁의 소중함도 깨달았다”며 “급여가 다소 줄었지만 육아도우미를 쓰던 돈을 아낄 수 있어 오히려 이득”이라고 말했다.○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 ‘윈윈’ 신규로 만드는 시간제 일자리는 업무 강도가 낮은 직무가 많다.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이라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크고, 정규직보다 근로조건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전환형 시간제는 기존 일자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적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숙련 인력을 경력단절 없이 오래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강건용 경영본부장은 “과학기술 연구자의 휴직과 이직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연구기관은 창의성이 중요한 만큼 전환형 시간제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회 산하 연구기관 25곳 가운데 21곳이 전환형 시간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전환형 시간제가 정착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문화와 동료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육아 목적으로 올해 7월부터 하루 4시간(주 20시간) 근무로 전환한 한영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37)은 “같은 팀원이 시간제로 전환하면 다른 팀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동료들의 협조와 지원이 없었다면 마음 놓고 시간제로 전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 역시 내년 초부터 전일제로 다시 전환해 동료들에게 진 빚을 갚을 예정이다. 나영돈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독일 네덜란드 등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은 전환형 시간제를 통해 고용률을 높였다”며 “전환형 시간제가 널리 보급되면 일·가정 양립을 통해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장려금 지급 이후 시간제 전환 늘어 ▼근로자 1인당 月12만∼20만원 지원… 대체인력 채용시 인건비도 보조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사업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면서 일자리의 질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시간선택제가 확실히 정착되고, 고용률도 더 상승하려면 ‘전환형 모델’이 확산돼야 한다고 보고 정책 역량을 전환형에 집중할 계획이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년 33.8%에 불과했던 시간제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지난해에는 58.4%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사이 24.6%포인트나 증가한 것. 시간제 근로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6개월 이상 일하다 퇴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같은 기간 시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대비 시간당 임금 비율도 67.3%에서 73.5%로 6.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올라감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용부는 올해부터 전환형 시간제를 도입한 기업에 전환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일제에서 주 15∼25시간으로 전환한 근로자에게는 1인당 월 20만 원을 1년간 지원하고, 주 25∼30시간으로 전환한 근로자는 1년간 월 12만 원을 정액으로 지급한다. 기존에는 전일제를 시간제로 전환하고, 사업주가 추가 부담하게 된 비용이 있어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근로자 1인당 일정금액을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또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장려금을 먼저 지급한 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수령토록 해 사업주가 중간에서 정부 지원금을 가로채는 일이 없도록 했다. 정부는 또 근로자를 고용할 때 발생하는 간접노무비(건강보험료, 산재보험료 등)도 전환형 시간제 근로자 1인당 월 2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지원 대상을 중소, 중견기업으로 한정했다. 특히 기업이 시간제로 전환한 근로자의 대체 인력을 채용할 경우 중소, 중견기업은 대체 인력 인건비의 50%(월 60만 원 한도)까지 1년간 지원받는다. 대기업도 대체 인력 인건비의 50%까지 월 30만 원 한도로 1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시간제 전환으로 생긴 일손 부족을 해결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전환형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지원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시작한 결과 지난달 말까지 총 442개 기업에서 183명의 근로자가 시간제로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기”라며 “시간제를 신규 채용한 기업들이 전환형을 함께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팀장)▽김범석 박선희 한우신 최고야 김성모(소비자경제부) 이지은 유성열(정책사회부) 장윤정 박민우 김준일(경제부) 김창덕 이샘물 기자(산업부) 장원재 도쿄특파원}

올해 처음 실시된 2015 청년드림대학 ‘베스트 프랙티스’ 시상식에서 영남대(경력 개발) 인하대(청년기업가 육성) 한국기술교육대(산학 연계)가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고용노동부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20층 CC큐브에서 6개 수상 대학 총장, 보직 교수, 이기권 고용부 장관,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 청년드림대학 베스트 프랙티스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 실시된 베스트 프랙티스상 시상은 청년 친화적인 교육, 연구 인재 육성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아 선정된 청년드림대학 25곳 가운데 다른 대학의 모범이 될 만한 시스템과 사례를 갖춘 대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대학들의 노력을 널리 알리는 한편 타 대학들이 모범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동아일보사장상은 동국대(경력 개발), 광운대(청년기업가 육성), 울산대(산학 연계)가 각각 수상했다. 김 사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청년 실업이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며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인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지 못해 사회 주변부만 맴돈다면 우리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우리 청년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2012년 청년드림센터를 설립했고, 특히 올해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시상하기로 했다”면서 “많은 대학이 청년드림대학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좀 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도 축사를 통해 “청년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각 대학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체계적으로 진로 교육에 앞장서고, 선도적 역할을 해 준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실용적 전문성, 창의성, 공동체성을 갖춘 미래형 인재들을 양성해 주신다면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의 일자리 영토 역시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돈키호테의 구절을 인용해 “청년들이 감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더 나은 세상을 꿈꿨으면 좋겠다”며 “꿈이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한 ‘N포 세대’가 아닌 꿈이 더 많아지는 ‘M(more) 세대’가 되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상 대학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시상식 도중 각 대학 관계자들은 총장이 상장을 받을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광운대 등은 학내 방송국 기자들이 직접 현장 취재를 나와 리포팅을 하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례를 집중 분석해서 대학을 선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국내 대학들이 면밀히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시상식에 앞서 열린 티타임에서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각 분야가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장관이 “제가 바빠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뛰어도 좋다. 여기 계신 총장님들의 마음이 다 같을 것”이라고 말하자 6개 대학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김 사장은 “우리 세대는 대학을 졸업하면 쉽게 취업하던 시절이었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많은 스펙, 경험, 준비를 갖추고도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면서 “이런 심각성을 깨닫고 동아일보의 청년드림센터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장관상○ 영남대학교경력개발 시스템 구축… 대학생활 스스로 설계영남대는 전교 차원의 경력 개발 프로세스인 CRM(Career Road Map) 체계를 구축해 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맞춰 대학 생활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정규 교과 및 비교과 과정은 물론 학생 지도 프로그램까지 수요자 중심으로 활성화하면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장점이다. ‘Y형 인재교육시스템’을 통해 교육 수요자들의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다른 대학과의 차별점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4대 핵심 역량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고, 기업을 대상으로는 영남대 졸업생에 대한 만족도와 평판 등을 조사한다. 또 기업의 인사 담당자 500명을 조사해 학생들의 평판도와 교육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활용하고 있다. ○ 인하대학교아이템 발굴-투자 유치… 창업 단계별 지원 효과인하대는 체계적인 창업 지원 프로세스인 ‘스타트업 테라피(Startup Therapy)’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인 창업 사례를 쌓아 가고 있다. 창업을 위한 팀 발굴부터 창업 관련 교육 및 멘토링, 창업 지원, 투자 유치까지 창업의 단계마다 맞춤형 성장을 돕는다. 21개 팀이 참여해 8개 팀이 최종 선발됐으며, 이 중 2개 팀은 에인절투자를 유치해 실제 창업에 성공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팀들을 대상으로 기술 개발, 사업계획서 작성, 기업가 마인드 고취 등의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 인하 스타트업 교육도 내실 있게 진행되고 있다. 외부 전문가가 10시간가량 창업 준비에 필요한 기본 이론 과정을 교육한 뒤 교내외 전문가들이 실무 친화적인 창업 교육을 이어 간다. ○ 한국기술교육대학교기업현장서 업무 실습… 창의적 인재 양성 앞장한국기술교육대는 2012년부터 대학 교육과정의 일부를 산업체에서 이수하는 기업 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도(IPP)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학부의 3, 4학년생을 대상으로 국내외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본인의 진로에 맞는 업무를 실습하면서 학점을 따게 함으로써 실무 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IPP에 참여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89.5%로, 참여하지 않은 학생(취업률 79.4%)보다 훨씬 높다. 자연히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아져서 2012년 132명으로 시작해 2013년 225명, 2014년 330명, 2015년 350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의 IPP는 대학과 산업체 간의 미스매치를 비롯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동아일보사장상○ 동국대학교학생별 역량-성과 분석… 목표실현 적극 도와줘동국대는 학생들의 사회 진출과 자아실현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부터 통합적 학생 역량 제고 시스템인 드림패스(Dream PATH)를 운영하고 있다. Dream PATH는 학생의 미래를 준비하는 경로라는 의미와 더불어 미래를 탐색(Pathfinding)하고, 환경을 분석(Analyzing)하며, 비판적 사고(Thinking)가 가능하도록 학교가 지원(Helping)한다는 의미다. 단순한 경력 관리 시스템을 넘어서 학생 개개인의 역량 진단, 성과 분석, 포트폴리오 구축, 상담까지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이다. 기존의 상담 시스템과 연계해 대학 생활 전반에 대한 기록과 코칭, 지원을 해 준다. 매년 신입생 가운데 90%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광운대학교실무에 강한 창업교육… 기업가정신 고취시켜광운대는 공생 발전형 예비산업생태계(MEW·MY Engineering World) 구축을 위한 창업 실무 교육을 모토로 4개의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실무에 강한 창업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특강, 창의리더스클럽 등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학부 교육 모델에 혁신적 산학협력 교육체계를 구축한 것이 강점이다. 매년 참여 학생 및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 주고 있다. 또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로 학생들의 창업을 다각적으로 돕고 있다. 창업보육투자유치경연회는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과 재학생 위주로 선발된 청중 평가단이 참여한다. ○ 울산대학교현대차 임원 교수 초빙… 기업 맞춤형 인력 육성울산대는 ‘산업 수도 울산 전체가 캠퍼스’라는 슬로건을 걸고 산학협력을 통해 실무에 강한 맞춤형 인재를 키워 냄으로써 울산과 동반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과 협약을 맺은 특성화 트랙은 실무 경험이 풍부한 현대차 임원 출신을 산학협력 교수로 초빙하고, 현대차가 장학금 및 입사 특전을 주는 대표적인 윈윈 프로그램이다. 울산대는 659개에 이르는 가족 기업을 위해 비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기업의 애로 기술 문제까지 해결해 주고 있다. 국내 최초로 2008년에 장기 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2014년 기준 기업 227개사, 학생 817명이 참여하고 있다. 6개월 단위로 1년에 두 번 장기 인턴십을 시행하면서 프로그램의 수준을 계속 높이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회사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경북 경산시의 한 제조업체 사장 김모 씨는 11일 “청년들이 3D 업종이라고 피하고, 중소기업이라고 피하니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년 전 김 씨의 회사는 경영난을 겪었다. 제품 주문이 들어와도 직원이 부족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회사 경영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것. 김 씨가 다시 일어선 것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나서다. 이후 안정된 생산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고, 매출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었다면 그냥 망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8월 도입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11년째를 맞았다. 고용허가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에 적정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하는 제도다. 1993년부터 시행된 산업연수생제도가 인권 침해, 불법 체류 등의 문제를 일으키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타국 정부와 직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근로자 도입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에서 한국인과 동등한 적용을 받는다. 정부는 현재 필리핀 몽골 베트남 등 총 15개국과 MOU를 체결했고, 근로자 선정부터 알선까지 직접 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체류의 원인이었던 각종 비리와 브로커들의 활동이 줄었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6월 중소기업 773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4.9%의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유로 ‘내국인 근로자가 없기 때문’을 꼽았다. 고용허가제 시행 전 80%에 육박했던 외국인 근로자 불법체류율도 최근에는 16.3%까지 떨어졌다. 청년들이 ‘3D 업종’과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고용허가제가 중소기업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법 체류 문제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고용허가제 때문에 내국인의 일자리가 더 부족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대부분 단순 노무 인력만 유입되다 보니 국내 산업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내국인 노동시장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한편 숙련기능 인력을 유입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은 “정밀한 노동시장 분석을 통해 외국 인력 공급 정책과 내국 인력 활용 제고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희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은 “앞으로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며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민 기부로 조성 중인 청년희망펀드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 펀드를 관리하고 운용할 공익재단을 설립한 뒤 취업정보 제공부터 실제 취업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설립하기로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정부는 먼저 청년희망펀드를 운용할 청년희망재단을 이달 말에 설립한 뒤 재단 내에 청년희망아카데미를 만들어 이곳에서 각종 청년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설립된 청년희망펀드는 현재 5만4000여 명이 총 43억 원을 기부했으며, 재단과 아카데미 사무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건물 6층에 입주한다. 청년희망아카데미는 정확한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것부터 직업훈련, 교육, 멘토링은 물론이고 실제 취업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 서비스’로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인문계, 예체능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마련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합격한 인문계 학생을 ‘프리미엄 관광 가이드’로 육성해 여행사 취업을 알선하고 국문과 학생들의 영화, 게임산업 진출을 지원하는 식이다. ▼ 지금까지 43억 모금… 해외진출-창업도 지원 ▼청년희망아카데미 설립해외 현지 수요에 맞는 지역 전문가를 육성하는 ‘청년 해외 진출(청해진)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특히 의료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동의 의료기관에 국내 간호학과 졸업생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아랍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 벤처기업, 벤처캐피털 임원 등으로 이뤄진 ‘창업 멘토단’도 구성해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창업도 도울 예정이다. 청년들이 실제로 원하는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크라우드 소싱’(불특정 다수로부터 아이디어를 제안받고 사례를 하는 것)도 도입된다. 후원받기를 희망하는 청년이 제안서를 올리면 기부희망자들이 이를 읽어보고 지원할 청년과 지원액을 결정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또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성공을 거둔 청년이 다른 청년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황 총리는 “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인재를 발굴해 기업에 직접 연결까지 시키는 것이 청년희망아카데미의 목표”라며 “전국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협업도 강화해 취업 지원 서비스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희망아카데미의 사업 상당수가 정부 정책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고, 해외 취업 등 기존 정책과 중복되는 사업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정부가 다수의 청년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청년희망아카데미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국가가 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취지”라며 “청년신문고 등 개방적인 운영을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