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적평가 어려운 서비스직도 低성과자 기준 적용 해고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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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해고 관련 법원 최근 판례 살펴보니

2009년 10월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입사한 A 씨는 계산력 등 근무평가가 다섯 달 동안 바닥권이었다. 고객들로부터 ‘물건을 귀찮다는 듯 던진다’ 등의 민원도 받아 서비스 점수도 계속 감점을 받았다. 결국 매년 두 차례씩 실시되는 정기 인사평가에서도 하위 5%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2011년 3월 사측은 A 씨를 포장대 관리 업무로 전보시켰다. 그러나 A 씨는 보직변경을 거부하고 업무를 하지 않았다. 급기야 동료 직원 24명이 “다른 직원들이 A 씨 업무를 대신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심해졌다”고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회사는 같은 해 11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A 씨를 해고했다. A 씨는 해고무효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근무평가에서 연속해서 하위 고과를 받은 것은 취업규칙에 따라 일반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기각했다.

그동안 저(低)성과자 등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는 △관리직 △영업·판매직(금융업 등) 등 업무실적이 분명히 드러나는 업종과 직종만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종은 업무실적이나 성과를 수치화하거나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일반해고의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보가 일반해고 관련 최신 판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캐셔 같은 서비스직종도 일반해고가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실적과 성과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도 공정한 인사평가를 통해 업무에 적응을 하지 못했거나 낮은 성과가 입증만 된다면 서비스직종도 일반해고가 가능하다고 법원이 판결해온 것이다.

특히 관리직에 대한 해고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성과 향상 프로그램’ 등 재교육 과정이 직원 퇴출 목적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1980년 건설사 관리직으로 입사한 B 씨는 1999년 차장으로 승진한 뒤 승진에서 계속 누락됐다. 승진 이후 10년간 인사평가 결과 대부분이 하위 20% 이하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A 씨가 근무하던 현장의 소장은 “민원업무를 거부하고 업무태도도 소극적”이라며 직원 교체를 요구했다.

사측은 B 씨를 포함해 저성과자 29명을 성과 향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본인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3단계로 구성된 과제를 통과하도록 한 것. B 씨는 여기서도 모두 50점 이하의 점수를 받고 탈락했다. 사측은 B 씨와 함께 탈락한 18명을 바로 해고하지 않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지만 B 씨만 유일하게 신청하지 않았다. 결국 B 씨는 해고됐고,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서울고법 재판부는 “성과 향상 프로그램이 직원 퇴출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운영된 게 아니라 저성과자의 직무능력 향상과 직무 재배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바꿔 말하면 저성과자에 대한 재교육이 퇴출 목적으로 악용된다면 이에 따른 해고도 부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대법원은 또 실적이 부진한 시중은행 지점장을 업무추진역으로 발령 내고, 새로운 성과(연봉의 70%를 영업실적 목표로 할당)를 준 뒤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해고한 사건에 대해서도 정당한 해고라고 판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분쟁을 많이 다룬 한 노무사는 “서비스직종은 영업직과 달리 성과가 계량화돼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공정한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해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런 판례들은 정부가 현재 만들고 있는 지침의 중요한 검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서비스직#해고#실적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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