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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발표된 청와대 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3명이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특정 사립대학 출신이 청와대 주요직을 싹쓸이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고·소·영 내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 초대 인선에서 고려대 출신 수석비서관은 2명에 불과했다.각료 인선을 포함하면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법무부 장관 및 민정수석이 모두 법대 동문으로 채워지는 셈이어서 국정운영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대 전성시대’18일 오전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이 청와대 주요직 인선을 발표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성균관대가 왕립대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성균관대 법대 67학번이며 곽상도 민정수석 내정자는 같은 학과 79학번이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내정자(행정 76)와 이남기 홍보수석 내정자(신문방송 68)도 성균관대 출신이다.내각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법대 63)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법대 77)가 같은 과 선후배 사이다. 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내각의 수장인 국무총리와 청와대의 수장인 비서실장이 동문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황 후보자도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고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민정수석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시하는 법질서 확립을 책임질 법무부 장관까지 모두 ‘성균관대 법대 라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정권의 도덕성을 특정 대학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朴 당선인은 성균관대와 별다른 인연 없어현재까지 발표된 내각 및 청와대 인선은 모두 24명. 이 중 성균관대 출신은 6명이다. 서울대(7명)에 이어 2위로 두 대학을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하지만 정작 박 당선인은 성균관대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벌써 세간에는 ‘정홍원 총리 후보자가 법대 후배들을 챙긴 것’, ‘인수위 총괄간사인 유민봉 내정자가 청와대에 성균관대 인맥을 구축한 것’이라는 등 근거 없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이번에 발탁된 성균관대 출신 인사 중 허태열 이남기 내정자와 황교안 후보자는 각각 국회 동문회장, 언론인회장, 법대 동창회장 등을 지내는 등 동문회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인사들로 분류된다. 황 후보자는 이달 초 발간된 동창회보에서 “(동창회에서는) 합리보다 정(情)이 우선한다. 어떤 면에서는 제2의 가족과 같다”며 소속감을 과시했다.그 밖에 인수위원 중에서는 선거 기간 박 당선인의 정책 메시지를 총괄한 안종범 고용복지분과 위원(경제 77)과 모철민 여성문화분과 간사(경영 78)가 성균관 인맥이어서 향후 후속 인선에 따라 ‘성균관 라인’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성균관대 출신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지금까지 발표된 인선에서 고시 출신이 절반을 넘고 경기고 졸업생이 많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내각’에 빗대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내각’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위스콘신 인맥도 각광, 서강대는 울상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핵심 인맥으로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을 거론하는 이도 많다.허태열 내정자는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받았으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사회학 박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법학 박사를 받았다. 친박(親朴) 핵심그룹에서는 새누리당 최경환 강석훈 안종범 유승민 의원이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아 ‘위스콘신 4인방’으로 불린다. 최 의원은 위스콘신대 한국 동문회장이며 강 의원은 부회장이다.반면 박 당선인이 졸업한 서강대 출신 중에는 내각과 청와대 주요 인선에 포함된 인사가 아직 한 명도 없다. 서강대는 1960년 개교 이후 반세기 넘게 장관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 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서강대를 나왔지만 육사 출신으로 위탁교육을 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지역안배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이 직접 챙기고자 하는 국정의 핵심 부처에는 오랫동안 자신과 호흡을 맞춰온 측근을 앉혀 친정 체제를 구축하고 전문성이 중시되는 분야에는 자신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도 과감하게 발탁하는 박 당선인의 ‘투 트랙’ 인사 스타일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수도권 내각? 서울 등 수도권 출신이 국무총리와 17명의 장관 후보자 중 9명으로 절반이어서 ‘수도권 내각’이라 불릴 정도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영남 출신은 5명(경북 2명, 경남 3명)이지만 호남 출신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전남 완도)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전북 고창) 등 2명에 그쳤다. 진 후보자의 경우 초중고교를 모두 서울에서 졸업했으나 이날 기자들에게 “태어난 곳은 전남 담양이고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전학을 다녔다. 아버지 쪽을 따라 전북이라고 써 달라”고 했다. 그 밖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 2명이 충청 출신이며 강원 출신은 1명도 없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에 지역별로 2∼4명씩 각료를 배분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역 탕평’에는 다소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평균 나이는 58.2세로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61세)보다 2.8세 젊어졌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69)를 제외하면 최고령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65)이고, 최연소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47)다. 연령대별로는 60대 6명, 50대 11명, 40대 1명이다. 특히 56∼58세가 전체의 절반인 9명을 차지해 주축을 이뤘다. 여성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조윤선 후보자 등 2명으로 5년 전과 같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내각에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포함해 여성이 4명 기용됐던 것과 비교하면 ‘첫 여성대통령 탄생’으로 여성 국무위원이 대거 등용될 것이란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다. 출신 학교는 다양해졌다. 서울대가 7명, 연세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2명씩이었다. 고려대 한양대 육군사관학교 한국외국어대 영남대 부산여대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1명씩 후보자를 배출했다. 후보자를 1명이라도 배출한 학교는 10곳으로 5년 전 7곳보다 다소 늘었다. 출신고교는 경기고가 5명, 서울고가 4명이었으며 윤성규 후보자는 유일하게 실업계 고교를 나왔다.○ 투 트랙 인사 스타일 복지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진 부위원장을 복지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국정의 핵심 분야는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국정의 핵심기조로 내세운 ‘국민안전’을 담당할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박 당선인을 가장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의 초대 비서실장(진영)과 최장수 비서실장(유정복)을 당선인이 역점을 두고 있는 ‘국민행복’의 핵심요소인 복지와 안전의 책임자로 각각 내세운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과 동시에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인 북핵 문제 해결은 윤병세 외교부,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몫이다. 두 후보자는 모두 박 당선인의 외교통일 분야 ‘책사’로 통한다. 여기에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내정자를 포함해 남북문제 ‘해결사’가 모두 박 당선인의 코어그룹(core group)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국가미래연구원 창립발기인이자 국민행복추진위 주택·부동산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박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국민행복추진위 지속가능추진단장이었다. 두 후보자는 인수위에도 참여했다. 인수위 전문위원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장관 후보자는 17명 가운데 모두 8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박 당선인에게서 여러 차례 중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9명은 박 당선인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 이런 ‘깜짝 발탁’은 현 후보자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 등 경제 부처에서 두드러진다. 주로 관료나 연구원 출신이어서 이들의 전문성을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는 관료에게 맡겼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선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깜짝 발탁에는 실력과 함께 내부 평판을 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박 당선인과 별다른 인연 없이 발탁된 관료 출신들은 대부분 내부 평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공무원들의 자발적 협조 없이는 ‘증세 없는 공약재원 마련’이 힘들다는 판단에서 평판이 좋고 추진력이 강한 관료 출신들을 곳곳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
25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천안함 폭침 당시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 씨, ‘아덴 만의 영웅’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 고 이태석 신부의 형 이태형 신부, 나로호 발사의 총책임자인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 등 100명이 국민대표로 선정돼 본행사 단상에 오른다. 이날 오전 11시에 국회에서 열리는 본행사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와 바리톤 최현수 씨가 애국가를 부른다. 인수위는 15일 “참여 신청이 쇄도해 취임식 초청 인원을 6만 명에서 7만 명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4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2의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인수위에서 열린 18차 간사단 회의에서 발제를 맡은 안상훈 고용복지분과 위원은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공약에 포함된 창조경제를 시장경제만 이야기하는 것에서 사회적 경제까지 개념을 확장할 것”이라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공동체적인 경제주체들을 활성화시키는 ‘두 번째 새마을운동’을 제안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경제는 공동체 이익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호혜적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즉, 예전 새마을운동이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에 입각한 농촌 환경 개선 및 소득증대 운동이었다면 새롭게 도입되는 운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공동체를 지원해 ‘고용’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당선인도 선거 직후 당선 인사에서 “우리 국민은 두레 같은 상부상조의 미덕을 가지고 나라를 지켜왔다”며 경제 분야에서도 ‘상생’과 ‘공생’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최성재 고용복지분과 간사는 “(제2의 새마을운동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과 관련된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통일부 장관은 왜 이번 발표에서 빠졌나.”13일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의 6개 부처 장관 인선 발표 후 기자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처하는 정부 부처 트로이카인 국방부-외교부-통일부 중 통일부 장관만 발표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직제상으로도 통일부는 외교부와 국방부 사이다. 진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일각에선 박근혜 당선인이 통일부 장관으로 처음부터 점찍어 둔 최대석 인수위원이 중도에 사퇴하면서 달리 적당한 사람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핵실험으로 남북이 경색 국면에 돌입한 상황에서 교류 협력을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 인선의 시급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윤병세 외교부 장관-김병관 국방부 장관의 삼각편대가 대북제재 등 강경 노선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윤병세 ‘예견된 외교부 수장’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외무고시 10회)는 인수위에 참여할 때부터 일찌감치 외교부 장관 1순위로 꼽혔다. 31년 동안의 공직 생활을 거쳐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으며 박 당선인의 외교사절 접견에 항상 배석할 정도로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외교통상부 내부에선 그가 인수위에 합류한 직후부터 장관 임명을 기정사실화하며 “윤병세가 아니라 윤갑세”라는 말까지 나왔다.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장과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엔 유럽 지역 대사 하마평에 올랐으나 노무현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탈락한 뒤 대사를 못한 채 공직생활을 마쳤다. 윤 후보자는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시절 이 대학 출신인 박 당선인을 만나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조언해주며 인연을 맺었다. 2010년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지난해 새누리당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통일추진단장을 맡으며 핵심 브레인으로 떠올랐다. 그가 국가미래연구원에 합류할 때 “노무현 정부 사람인데 같이 해도 되느냐”는 주변의 지적에 박 당선인이 “정책에 이념이 어디 있나. 상관없다”며 감쌌다는 후문이다.그는 박 당선인이 ‘신뢰외교와 균형정책’을 처음 내세운 지난해 8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의 뼈대를 수립했으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으면서도 정책의 방향키를 잘 잡아 이끄는 리더십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워커홀릭(일중독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에 전념하고 하루 3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고 한다. ○ 김병관 “영광이면서 부담”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육사 28기·예비역 육군 대장)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는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위기가 닥친 만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방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형’ 군인이다. 육사 졸업 때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소 “박 전 대통령 내외를 존경한다”며 휴대전화에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인쇄된 고리를 달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내며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신뢰관계를 형성해 한미 군사관계를 공고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당선인도 북한 핵실험 사태를 맞아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그를 적임자로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김 후보자는 손자병법을 300회 이상 정독했으며 미군 장교들에게 내용을 강의할 정도여서 군 내부에서 ‘손자병법의 대가’로도 불린다. 합참에서 전력기획부장을 맡아 군 전력 증강 분야에도 식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그는 지난해 11월 역대 예비역 장성 80여 명을 모아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사병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군의 장기 발전계획을 보면서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원재·윤완준 기자 peacechaos@donga.com}

“1, 2차 핵실험이 핵폭발 장치를 테스트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번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은 핵을 무기화하는 문턱을 넘었다.”(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안보통일연구부장) “국제사회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여 북한의 핵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금까지의 대북 전략이 왜 잘못됐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한용섭 국방대 부총장) 외교·국방 분야 전문가인 두 사람은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3차 핵실험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긴급 대담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9층 회의실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핵실험은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전봉근 부장=지금까지는 플루토늄으로 핵실험을 했는데 이번 핵실험은 고농축우라늄(HEU)으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크다. 플루토늄과 달리 HEU는 재고가 제한돼 있지 않고 계속 생산할 수 있다. 또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미사일과 결합하면 핵무기를 전력화하는 문턱을 넘게 된다. ▽한용섭 부총장=2차 핵실험 때는 폭발력이 2∼6kt으로 추정됐다. 이번에는 리히터 규모 4.9∼5.1로 감지됐는데 이를 감안하면 2차보다 훨씬 성능이 강화된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비핵화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인데…. ▽전=지금까지 제시된 비핵화 모델은 한반도 현실에 맞는 모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비핵화 모델을 그대로 썼다. 1994년의 북-미 제네바합의는 우크라이나 비핵화 모델을 사용했다. 이 나라들은 냉전시대가 끝난 뒤 정권교체 등의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비핵화 결정을 내렸다. 북한은 정반대로 핵무장 의지가 강한 나라다. 따라서 훨씬 더 강력한 유인책과 제재가 있는 ‘한반도형 모델’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6자회담을 다시 하더라도 공전할 개연성이 높다. ▽한=1991년 남북 북핵 협상에 실무자로 참석한 뒤부터 북한의 핵개발 전략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 있다. 처음부터 북한은 핵 보유 정책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일시적으로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거나 외부에 신고한 핵시설만 보여 주는 식으로, 주변 이슈를 협상카드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 보유 정책을 백지화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할지에 대한 중대한 전략적 선택을 아직 안 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을 점차 포기하면서 개혁개방을 하도록 선택을 강요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위기다. ▽한=(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핵 능력을 기정사실화하고 핵협상을 하려는 기선제압 성격이 크다.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정책이기 때문에 대화 국면을 전개하기 힘들어졌다. ▽전=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핵 무장력이 커지고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다. 북한과의 신뢰회복을 전제하고 무엇을 하겠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엔 북한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비핵화 비관론도 있지만 실상은 그 중간이다. 더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강화된 대화와 강화된 제재가 함께 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어떤 새로운 대처를 해야 하나? ▽한=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도 중요하지만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공통된 입장을 바탕으로 북한과 전략적으로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 비핵화 방침을 유지하되 대화를 통해 북한의 계획을 들어 보고 비핵화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현재 핵 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패키지딜(Package Deal)의 내용을 새로 채워야 한다. 유엔 제재 결의를 계속하되 대화 국면이 오면 북한이 다른 전략적 선택을 해 국제사회의 성숙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강온 양면 작전이 필요하다. ▽전=지난 20년간의 비핵화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은 곤란하다. 합의를 만들고 깨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대북정책의 일관성도 없었다. 당근과 채찍을 썼지만 효과적인 당근과 채찍은 없었다. 형식적인 제재와 보여 주기 식 보상만 있었다. 핵무장을 향해 가는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한 푸시(밀기)와 풀(끌어당기기)이 있어야 한다. 실체가 있는 유인책과 제재가 필요하다. 이런 요소가 있어야 새로운 정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때 중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라는 단어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경제제재를 포함한 내용에 찬성했다. 그랬으면서도 나중에 따로 북한에 경제 원조를 해 줬다. PSI에 성의 있게 가담하는 것에 더해 중국은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한다는 공식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는 과거 두 차례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에 핵을 사용하면 핵보유국들이 연합해 막아 준다는 내용의 핵우산 결의를 한 적이 있다.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언질만 북한에 주더라도 큰 경고가 될 것이다. ▽전=북한의 경제적 활로는 상당 부분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이 비핵화 조건과 연계해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도록 한국이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많은 물품이 중국을 통해 들어갈 개연성이 높다. 국경 통제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장원재·윤완준 기자 peacechaos@donga.com}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계의 여성 지도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등 모두 18명이다. 한국이 주도해 ‘G18 여성지도자 정상회의’(가칭)를 개최하고 정례화하는 것은 어떨까? 여성 특유의 리더십으로 세계와 여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경기도에 사는 심모 씨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제안한 내용이다. 11일 인수위에 따르면 8일 접수를 마감한 국민행복제안센터에는 이처럼 기발하고 이색적인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일부는 개인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부산에 사는 한모 씨는 “탈모 때문에 사회생활을 못하거나 결혼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 탈모가 아닌 사람들은 이 스트레스를 모른다”며 탈모도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왕따, 게임중독 등 사회 병리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제안도 있었다. 교련 교육 부활을 제안한 안모 씨는 “교련을 통해 왕따 현상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게임이 설치되지 않는 스마트폰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우주 개발을 책임질 우주청을 설립하자는 제안은 4건이 접수됐다. 김모 씨는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이 필요하다. 우주청을 설립하고 (청장이) 최고 통수권자에게 직접 보고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여성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하자” “법원 검찰청 경찰청 1층에 투명 유리로 방을 만들고 기관장들이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시민들과) 면담을 하게 하자” “국격을 높이기 위해 단기와 서기를 병행해 사용하자” “국민 건강을 위해 하루에 두 번씩 TV에서 줄넘기와 국민체조를 보여주자”는 등의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인수위에 당부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최모 씨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TV에서 보면 버거운 인상이다. 인상을 좀 관리해 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인수위는 이에 대해 “대변인미디어지원실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온·오프라인으로 국민행복제안센터에 접수된 제안은 총 3만2500여 건에 이른다. 5년 전(4만4694건)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국정운영의 방향타가 될 100대 국정과제를 20일경 발표할 예정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100개 남짓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가 192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약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각 분야의 과제를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기보다 ‘지킬 수 있는 약속’만 추려 확실히 실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새로운 정책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인수위의 기조를 감안하면 국정과제는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공약 중에서 선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정과제 발표일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취임식이 25일이고 인수위 활동이 22일 종료되는 것을 감안하면 20일이 유력하다. 인수위는 국정과제와 함께 발표할 국정비전으로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에 강조했던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을 조화시킨 ‘함께 행복한 100% 대한민국’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박 당선인은 8일 인수위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국민에게 보내는 2분 16초 분량의 새해 인사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동영상에서 “설날의 어원은 ‘낯설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그간의 낡은 것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저는 과거 국가중심의 국정운영을 과감하게 바꿔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국정운영을 펼쳐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들을 바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 출범과 동시에 ‘박근혜표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국무총리 후보자와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및 경호실장 내정자가 발표되면서 다소 지체됐던 ‘박근혜 정부’ 출범 준비가 설 연휴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경제부총리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주요직에 대한 ‘2차 인선’은 설 연휴 직후인 12일경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비서실장은 ‘정무형(?)’ 8일 박근혜 당선인의 1차 인선 발표에서 예상과 달리 대통령비서실장은 빠졌다. 당선인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선인은 비서실장과 그 산하의 나머지 9개 수석비서관을 한꺼번에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당선인이 비서실장 인선에 심각한 고심을 하고 있어서 발표를 미룬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력하게 거론되는 실장 후보들이 모두 “연락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어 아직 당선인이 최종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선인에게는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이 필요하다는 측근들의 건의가 계속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지금 당, 언론과의 소통이 꽉 막혀 있어 국민과의 소통도 잘 안 되고 있다”며 “정치인 비서실장이 가야만 임기 초반 여론의 흐름에 맞춰 위기를 잘 돌파하고 초기 박근혜 정부가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서실장으로 유력했던 최외출 영남대 교수의 경우 본인이 여러 차례 고사하고 있어 가능성은 낮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최경환 의원, 권영세 전 의원 등 정치인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뢰하는 인물을 기용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상 비서실장과 함께 발표될 수석비서관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당선인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상당수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전반적으로 다뤄야 할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는 유민봉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안종범 강석훈 의원이 거론된다. 정무수석비서관에는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당선인이 여야와의 소통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3선 의원 출신인 권영세 전 의원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홍보수석으로는 이정현 정무팀장,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 외에 외부 언론인 출신의 영입 가능성도 있다.○ 경제부총리는 ‘호남 출신(?)’ 인수위와 관가 안팎에서는 경제부총리의 조건으로 경제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 전체 경제부처와 관료들을 통솔할 수 있는 리더십을 꼽는다. 특히 새 정부의 부총리는 대폭 확대되는 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또 가계부채 문제 해결, 고용률 70% 달성 등 박 당선인의 경제공약을 실현해야 한다. 당선인의 최측근 경제 참모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등이 유력 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세 후보 모두 현역 대구경북(TK) 지역구 의원이고 친박계 인사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가 경남 하동 출신인 만큼 부총리까지 영남지역 인사를 쓸 경우 당선인이 공언해온 ‘탕평 인사’의 취지와 상충할 수 있다. 출신 지역을 고려한다면 호남 출신 인사의 발탁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등이 후보군에 들어가며 진념 전 경제부총리,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실무형인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 민주, “냉혹한 검증” 박 당선인 측은 7일 북핵 3자 회동을 통해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만큼 총리 후보자와 새로 인선될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일사천리로 진행할 계획이다. 대통령 취임식(25일)까지 일정이 빠듯한 만큼 박 당선인은 설 연휴 직후인 12일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 측은 서둘러 진행할 경우 10일 안에 모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야당이 적극 협조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역 귀성인사에서 “야당의 책무는 ‘얄짤 없는’(봐주지 않는) 냉혹한 검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당선인이 취임한 후 국무회의 등에 한동안 현 정부의 장관을 빌려 써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정민·이상훈·장원재 기자 ditto@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직을 사퇴했을 때부터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4·11총선에서 공천을 무리 없이 이끌었고 검찰 시절부터 엄격한 주변 관리로 유명했던 만큼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적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었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정 후보자와 김 전 원장을 포함해 총리 후보군 다수로부터 지난 주말 검증 동의서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집중적인 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증팀은 이정현 비서실 정무팀장이 행정안전부 국세청 경찰청 등에서 차출한 6, 7명으로 꾸려졌으며 인수위 사무실과 당선인 집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동의서를 냈고 (관련 기관에서) 자료를 받아 온갖 것을 다 검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강도 높은 검증이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검증팀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 후보자와 김 전 원장으로 압축해 박 당선인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누구를 후보로 결정할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돈간인 김 전 원장이 총리가 될 경우 향후 행정부와 사법부의 독립성 확보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한 박 당선인이 정 후보자로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후보자와 김 전 원장은 보안을 중요하게 여기는 박 당선인의 뜻에 따라 검증 동의서를 쓴 후부터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정 후보자는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선 가능성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 후 일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새 정부의 주요 직위 인선을 예고한 7일 오후에는 사무실 문을 일찍 닫고 잠적했으며 8일 인선 발표 30분 전에야 전화를 받아 자신이 후보임을 시인했다. 김 전 원장도 휴대전화를 부인에게 맡겨둔 채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인수위 기자회견장 앞에 검색대가 설치되면서 박 당선인이 직접 인선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으나 실제로는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발표를 맡았다. 당선인이 직접 총리 후보자를 두 번 연속해서 발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전 총리 후보자여서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골목시장을 찾았다. 그는 “지금까지는 (전통시장) 시설을 현대화한다고 주차장을 늘리는 등 하드웨어적으로 많이 했다면 이제는 과학기술, 소프트웨어와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1차 주요 인선 예고와 관련해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7일 “당선인 검증팀이 설 연휴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주요 수석비서관 인선을 발표하기 위해 검증에 박차를 가해왔다”며 “8일 1차 발표 때 그중 상당수가 포함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인선 발표를 하루 전에 예고한 것은 그만큼 “빨리 인선을 발표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에서 인선마저 발표되지 않으면 설 민심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소한 총리와 비서실장은 발표되어야만 인수위가 추진력 있게 일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5일 대통령 취임에 맞춰 국회의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급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1차 발표에 포함되는 인선을 마무리해놓고 이날 북핵 3자 회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발표를 하루 미뤘다는 분석도 있다. 박 당선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에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선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런 과정 때문에 설 연휴 전에 (인선을) 다 못하고 설 연휴 끝난 뒤에도 발표한다”고 했다. 인선 검증 작업은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이 6, 7명으로 구성된 검증팀을 꾸려 함께 작업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행정안전부, 국세청, 경찰청 소속 팀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용준 낙마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도덕성 위주의 검증 작업에 주력해왔다는 후문이다. 유력한 총리 후보자로 꼽히는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은 2006년 간첩단 ‘일심회’ 사건 때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사표를 낸 인물. 그의 3남이 양승태 대법원장 차녀와 결혼해 김 전 원장이 총리로 임명되면 사돈이 행정부와 사법부 수장이 되는 셈이다. 정홍원 전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은 특별수사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4월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신뢰가 두터워졌다는 전언이다. 정 전 위원장은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선 가능성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 이후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당선인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인연이 오래된 데다 총선, 대선 공약을 사실상 총괄해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조무제 전 대법관도 꾸준히 거론된다.동정민·장원재 기자 ditto@donga.com}
새 정부의 명칭이 ‘박근혜 정부’로 결정됐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인수위 전체회의를 열고 새 정부의 명칭을 ‘박근혜 정부’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윤 대변인은 “외부 전문가 인터뷰와 간사회의 논의를 통해 정부 명칭 후보를 ‘박근혜 정부’ ‘민생정부’ ‘국민행복정부’로 압축했다”며 “하지만 역대 정부와 같은 헌법하에 있는 새 정부가 별칭을 정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비춰 어색하고 해외에서도 별도의 정부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박근혜 정부로 명칭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활동 기한을 2주가량 남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남은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은 25일이며 인수위는 22일까지 모든 활동을 마칠 계획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5일 “분과별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부한 내용을 중심으로 국정과제를 만들고 있지만 설 연휴 전까지 마무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정과제와 인수위 백서 작업을 병행하는 투트랙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백서 발간을 위해 2주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 받았으며 국정기획조정분과와 행정실 주관하에 분과별로 분야를 할당해 백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업무가 밀려 설 연휴에도 쉴 수가 없다”며 “설 당일을 제외하면 나머지 연휴 기간에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각하, 저는 경제에 대해서나 좀 알 뿐 정치는 전혀 모릅니다. 비서실장만은 적임이 아닙니다.”(김정렴 당시 상공부 장관) “경제가 국정의 기본이야. 경제가 잘돼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등 따뜻하게 생활해야 정치가 안정되고 국방도 튼튼하게 할 수 있지 않나. 나는 국방과 외교안보에 치중할 수밖에 없으니 임자가 경제 문제를 대신 잘 챙겨.”(박정희 당시 대통령)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사진)은 1969년 10월 위의 대화를 계기로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돼 9년 3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했다. ‘영원한 비서실장’으로도 불린 그는 한국 헌정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상대를 믿고 일을 맡기면서도 늘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면서 국가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려 했다”고 회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릴 때는 여당 지도부와 국무총리, 부총리, 관계 장관들을 모아 자유롭게 토론을 시켰다. 김 회장은 “활발한 토론을 위해 자신은 절대 먼저 말하지 않고 참석자들의 발언부터 들었다. 모두 돌아가며 말한 다음에야 내용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실무형 조직으로 구성했으며 정부 정책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주무장관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 김 회장은 “부처끼리 의견 마찰이 있을 때에만 비서실이 나서서 중재를 했고 나머지는 장관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비서실은 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대통령을 팔아 이권에 개입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친인척이 이권에 개입할 경우 해당 인사의 청와대 출입을 금지하고 이를 막지 못한 비서실 담당자를 엄하게 문책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그대로 시행했다는 것. 김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9년 3개월 동안 칭찬은 한 번도 못 들었고 딱 두 번 혼났다”고 말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인사전략가’로 통한다. 10월 유신으로 독재 체제를 수립한 뒤 서서히 몰락의 길에 들어섰지만, 현재도 장단점을 깊이 따져보고 벤치마킹할 만한 특유의 용인술을 보여줬다. ○ 장수형 용인술박 전 대통령은 현장 지휘관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되 전투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 ‘장수형 용인술’을 폈다.경제부총리제를 만들어 경제정책과 관련된 제반 권한을 보장했고, 국면전환용으로 부총리나 장관을 교체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 초대 경제부총리인 장기영 전 부총리는 3년 5개월 동안 재임하며 외자 도입을 주도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경제부총리 시절 최장수인 4년 3개월 동안 재임하며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밀고 나갔다.차관 이하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장관에게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에서 각 부처에 연락할 때도 국·실장이 아니라 장관에게만 연락하게 해 장관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했다.그 대신 책임은 엄격하게 물었다. 1960년대 경제개발을 이끌며 ‘불도저’라는 별칭을 얻은 장 전 부총리였지만 삼성계열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사건’에 대한 대처를 잘못하자 즉각 경질했다. 장·차관 공동운명제도 적용했다. 장관이 데리고 일할 사람으로 차관을 인선하게 한 만큼 차관이 중대한 잘못을 저지를 경우 장관까지 함께 물러나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총리와 장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발표되자마자 ‘책임총리’로 적합한 인물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추후 인선에서는 자율성을 갖고 권한과 책임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총리, 책임장관제에 적합한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통 큰 용인술5대 대선 이틀 전인 1963년 10월 13일 동아일보는 당시 박정희 공화당 후보가 여수·순천사건 관련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사실을 호외로 보도했다. 당시 사상 논쟁은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만큼 그는 동아일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뒤 그는 초대 국무총리로 최두선 당시 동아일보 사장을 임명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 사례를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의 용인술은 한마디로 폭이 넓었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섰던 인사까지 과감히 발탁했다는 것.이 전 의장은 예편한 이한림 장군을 1969년 건설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박 전 대통령의 ‘통 큰 용인술’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했다. 그는 5·16군사정변 당시 1군사령관으로서 ‘군의 정치 개입 반대’를 외치며 혁명군을 진압하려 했기 때문이다.▼ 5·16 진압하려한 이한림 장군을 장관 임명 ‘통큰 인사’ ▼능력만 있다면 지역적인 연고를 묻지 않고 요직에 기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남 영광 출신의 박경원 2군사령관을 내무부 장관을 포함해 세 차례 장관으로 임명했다. 광주 출신인 정래혁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인사 대탕평’ 의지를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람이나 대표적인 탈박(脫朴) 인사로 분류됐던 김무성 전 의원을 중책에 기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15년의 정치 인생 동안 자신을 겨냥해 쓴소리를 하거나 불편한 관계를 겪은 인사들을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 CEO형 용인술현장에서 실무를 관장하는 젊은 인재들을 눈여겨봤다가 직접 발탁하는 것도 ‘박정희 스타일’이었다. 누군가에게 몇 차례 걸러진 인사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동훈 전 국토통일원 차관은 “박 전 대통령은 농림부 농정국장, 내무부 지방국장, 재무부 이재국장 등 당시 주요 정부 부처 핵심 실·국장들의 정책 입안과 실행 역량을 관찰했다”고 전했다. 직접 불러 토론하고 과제를 내기도 했다.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재무부 차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재무부 장관 등 ‘계단식 승진’의 대표적 사례. 1967년 12월 재무부 이재국장 시절 “경부고속도로의 건설비 소요액을 산출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유류세 신설을 통한 재원 조달 방안까지 마련해 브리핑했다. 예상 밖의 보고에 흡족해한 박 전 대통령은 그때 김 고문을 낙점했다. 신년초도(新年初度) 순시나 국무회의도 실무 인재 발굴의 장으로 활용했다. ○ 교사 용인술“OOO 귀하. 청와대 근무 10년의 노고와 그간의 업적을 높이 치하하며 앞으로도 방가(邦家·국가)를 위해 위국 대성 있기를 기원합니다. 대통령 박정희” 박 전 대통령은 대구사범학교 출신으로 경북 문경보통학교에서 3년 동안 교사생활을 한 경험을 살려 교사 같은 용인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손으로 눌러 쓴 친서를 통해 주위 공직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이 있음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의 인사 수첩에는 사람에 대한 기록도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고 한다. 관직을 그만둔 인사에게 “1년 있다가 연락할 테니 좀 쉬고 있으라”고 한 뒤에는 정확히 1년 뒤 연락을 했다. 자리를 다시 주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낚시라도 하라”고 연락을 보내 잊혀진 존재가 아님을 각인시켰다. 실수나 뜻을 달리해 내친 사람에게 재기의 기회를 반드시 한 번은 줬다고 한다. 김용태 공화당 원내총무는 1967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공화당 사전조직 작업’에 가담해 출당 조치됐지만 1978년 무임소(無任所)장관(현 특임장관)에 복귀했다. 인력풀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치밀하게 관리해 대상 인물들이 자연히 다른 마음을 먹을 수 없게 했다는 것. 박 당선인 특유의 정에 연연하지 않는 통치술은 장점이 많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 당선인은 세심한 동시에 냉혹한 리더라는 평가도 나온다. ○ 균형 용인술박 전 대통령은 측근끼리도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분리통치(divide and rule)’의 용인술을 구사했다. 유신 전에는 이후락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경쟁 구도를, 유신 후에는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경쟁 구도를 유도했다. 10·26사태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지만 힘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려는 권력 관리 의도가 깔려 있었다. 여기엔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세력을 만들지 않기 위한 측면도 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던 만큼 정권 내내 견제를 받았다. ‘2인자를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은 아버지를 빼닮았다. 17년 동안의 청와대 생활을 거치면서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데다 ‘배신 트라우마’로 오히려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민주화를 거치며 권력구조가 안정화된 만큼 박 전 대통령의 ‘균형 용인술’을 국정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세중 전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현 시대정신 발행인)는 “박 전 대통령은 쿠데타로 집권해 언제 권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권력 관리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박 당선인은 그렇지 않은 만큼 총리나 장관에게 과감히 권한을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홍수영·장원재 기자 gaea@donga.com}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물러난 대신에 인수위원장직은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30일 평소처럼 호텔에서 수영을 마치고 오후에는 인수위에서 진행된 정무분과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위원장직을 유지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을 흐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그대로 가는 걸로 봐야 한다”며 “김 위원장 본인도 남은 기간 인수위 마무리를 잘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굳이 경질할 필요는 없다는 쪽이다”고 설명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그냥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무분과 업무보고 후 일부 인수위원과 티타임을 가진 뒤 오후 7시경 퇴근한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추운데 고생이 많다. 사진 찍게 여기 좀 서 있을까”라며 전날에 비해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엔 “뭘 어떻게 해. 밥 먹고 잠자고 그렇게 사는 거지 뭐”라고 받아넘겼다. 김 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유지하더라도 이미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만큼 진 부위원장이 남은 기간 실질적인 위원장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가족이나 친인척과 관련된 사적인 부분을 너무 공격하니까 좋은 인재들이 인사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을 기피할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29일 자진 사퇴한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인근의 안전가옥(안가)에서 새누리당 소속 강원 지역 의원 8명과 한 시간 반 동안 오찬을 함께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박 당선인의 안가 사용은 당선 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으로 활동한 한 의원이 먼저 “‘망신 주기’ 청문회는 그만해야 한다”면서 인사청문회를 화두로 꺼냈다. 일부 참석자도 “예수도 인사청문회에 가면 문제가 된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이에 박 당선인은 “우리 인사청문회 제도가 죄인 신문하듯 몰아붙이기 식으로 가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며 “인사청문회라는 것이 일할 능력에 맞춰져야 하는데 조금 잘못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 “청문회는 좋은 공직자를 가려내는 게 돼야 하는데 후보자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을 보였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후보자의 정책 검증은 공개적으로 국민 앞에서 철저히 하되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나 후보자의 인격에 대한 것은 지켜줘야 하지 않느냐”며 “미국은 그런 게 잘 지켜지고 있어 인사청문회를 더 효과적으로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업무보고에서 “(공약 이행을 위해) 새로운 세금을 걷지 않는 대신 정부의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고 비과세·감면 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재정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세(增稅) 없이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 박 당선인은 “의지만 가지고 정부에서 노력한다면 이런 재정은 확보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기대와 달리 정부 부처가 업무보고를 통해 인수위에 제출한 예산 절감 계획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재량지출 7% 일괄 축소 등 예산 절감을 통해 5년 동안 71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재원 마련 계획이 첫 단추부터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30일 “각 부처에서 예산 절감 계획을 받았지만 대부분 깎는 시늉만 했다”고 말했다. 인수위에서 ‘경상경비 10% 이상 절감을 포함한 예산 절감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지만 경비 10% 삭감 방침만 형식적으로 따랐을 뿐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곳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상당수 부처는 경비만 10% 줄이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위는 업무추진비, 동호회 지원금 등을 깎아 2억400만 원을 절감하겠다고 보고했다. 절감액은 올해 예산 618억2000만 원의 0.3% 수준이다. 우선순위를 조정해 사업비를 절감하겠다고 보고한 곳도 대부분 생색내기에 그쳤다. 소관 예산이 6조6000억 원에 이르는 중소기업청은 경비 43억 원을 절감하고 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해 사업비 예산 28억 원을 추가로 절감하겠다고 보고했다. 예산 규모 대비 총절감액은 0.1% 남짓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업무보고에서 “복지 분야는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예산을 크게 절감하기는 힘들다”고 보고했으며, 일부 부처는 “자체적인 사업비 절감은 어렵다. 기획재정부에서 일괄 조정해야 한다”며 부담을 떠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각 부처가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예산 절감 방안을 보고하자 결국 인수위는 재정부에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재정부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덩치가 큰 사업을 상당수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하는데 이런 사업들은 이미 타당성조사 등 절차를 밟고 진행 중이어서 취소하거나 연기할 경우 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새 정부가 출범한 뒤 해당 사업을 연기하겠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가 인수위에 제출하는 세출 구조조정 방안이 결국 현실과는 동떨어진 ‘숫자 맞추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장원재·이상훈·손영일 기자 peacechaos@donga.com}

최근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다단계 점증화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 당선인이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 일차적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또는 위원장을 통해 의사를 표시하되 이것으로 충분치 않을 경우 ‘당선인 대변인을 통한 메시지 공표’ 또는 ‘직접 의견 표명’ 단계로 수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런 ‘박근혜 스타일’은 인수위 출범 초기부터 나타났다. 인수위 출범 첫날인 6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조용한 인수위’ ‘혼선을 막기 위한 대외창구 단일화’ 등을 선언하며 철저한 보안을 강조했다. 하지만 발표하지 않은 내용이 다음 날 신문에 보도되자 박 당선인이 전체회의 석상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안 아닌가. 저도 언론에서 처음 봤다. 제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저의 바람이자 부탁 말씀”이라며 강한 경고를 던졌고 이는 인수위에 철통보안 기조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 중순 새누리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대선 공약을 모두 지키는 것은 무리”라며 ‘공약수정론’을 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성을 다해 만든 공약에 대해 ‘폐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박 당선인이 직접 나섰다. 그는 25일 인수위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에서 “공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현실성이 있나, 예산은 어떻게 되나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으로 아는데 국정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굳건한 의지로 실천하면 하려는 일을 모두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공약수정론’을 일축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은 같은 방식으로 비판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였다. 윤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런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대변인으로서 (박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했다”고 말해 박 당선인의 의중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청와대에서 특사 단행 의지를 굽히지 않자 28일에는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나서 “박 당선인은 언론에 보도되는 임기 말 특별사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사면이 강행된다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란 생각”이라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수순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이 특사를 강행할 경우 박 당선인이 직접 비판 견해를 밝힐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박 당선인의 점증화법에 대해 인수위에서는 ‘인수위를 존중하는 동시에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발언의 무게를 잘 알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원래 박 당선인은 자신의 육성 발언에 대해서는 아주 신중한 편”이라고 말했다. 직접 말한 것은 꼭 관철돼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필요한 경우에만 직접 입을 연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박 당선인이 분과별 업무보고에서 연일 원고지 수십 장 규모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신중모드’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는 얼마 남지 않은 인수위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약 실행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인 ‘근혜노믹스’의 구체적 방안들이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손톱 밑 가시 뽑기’와 공약 실천에 대한 강한 의지 외에 말을 아끼던 당선인이 인수위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언급하며 실천방안 마련을 적극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박 당선인은 25, 27일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업무보고)에서 “감기가 걸려도 나을 거라는 희망이 있으니 견디지, 일생 콧물 흘리고 삭신이 쑤신다면 너무 고통스러워 쓰러질 것”이라는 비유로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 개발을 당부했다. 또 그는 “산모가 고통스럽게 산통을 하고 있는데 ‘이제 고생이 끝났습니까’ 물어보니 의사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라고 했다”며 정책을 도입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창조경제와 관련해서는 “미래창조과학부 한 부처에서 담당하는 게 아니라 모든 부처가 각각 담당하고 있는 실물경제 현장에서 적용돼야 한다”며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창의력·과학기술 접목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대보증 없어지면 정신 번쩍 차릴 것”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국회에서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당선인이 공개석상에서 경제민주화를 언급한 것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경제민주화 이행 주체로는 대기업과 금융권을 거론했다. 대기업에 대해선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기로 한 건 경영권 방어에 막대한 비용을 쓰기보다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를 해 달라, 이런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에 쓰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대기업 투자 확대로 경제민주화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이 판매수수료를 너무 많이 떼 간다고 하더라”면서 “판매수수료, 판매장려금 등을 공개하는 것을 포함해 다각적 개선책을 검토해 달라”며 중소 상공인 지원을 위한 구체적 방안까지 언급했다. 금융권을 향한 압박의 강도는 더 높았다. “연대보증이 없어지면 금융권에서 정신 번쩍 차리고 ‘우리가 책임지고 해야 되겠다’ 그럴지도 모른다” “정부가 자금지원 확대를 약속해도 정작 금융창구에서는 재무지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담보를 요구한다”는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며 금융권을 긴장시켰다. 박 당선인은 “중견기업이라고 딱 올라서면 규제만 잔뜩 있고 지원은 다 끊어지면 누가 그러려고(중견기업으로 가려고) 그러겠나”라며 중견기업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언급했다. 또 “연간 10조 원의 예산을 써도 막상 중소기업들은 피부에 와 닿는 게 없다. 전부 다 사정이 다른데 똑같은 옷을 만들어 놓고 키 큰 사람과 작은 사람에게 다 입으라고 하면 어떻게 입겠느냐”며 수혜자에게 맞는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국민행복기금, 기초연금 올 상반기 실현될 듯복지공약 실현에 대해 박 당선인은 “단순히 돈을 써서 없애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재정을 아낄 수 있는 길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과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인 ‘18조 원 규모 국민행복기금 조성’을 위한 법안 마련을 올 상반기(1∼6월)에 끝내라고 주문했다. 그는 “(기초연금은) 실행하기도 바쁜데 (입법이 지연되면) 시간만 계속 간다”며 “가계부채 문제 같은 것은 새 정부를 시작하면 즉시 (해결)해야 된다”고 ‘속도전’을 강조했다.복지정책 외에 중소기업 근로자의 재산 형성, 노후대책 지원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박 당선인은 “재형저축, 퇴직공제 등이 확실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추진해 달라”며 관련법 개정안을 서둘러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추가금리 지원, 세제혜택 확대 등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복지재원 마련의 핵심 해법으로 당선인은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는 방안을 꼽았다. 박 당선인은 “일단 일몰되면 무조건 다 그것은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준 총 29조7000억 원 규모의 비과세·감면 중 연말로 종료되는 △재활용 폐자원 부가가치세 매입공제(7375억 원)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2957억 원) △택시 부가가치세 경감(1576억 원) 등의 폐지가 적극 검토된다.이상훈·장원재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