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특교

구특교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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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따뜻함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 일이 안 될 때는 현장으로 가 직접 두 발로 뛰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하겠습니다.

kootg@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산업44%
기획27%
기업10%
사회일반7%
정치일반3%
건설3%
사고3%
경제일반3%
  • 현장 목격 유성기업 대표의 증언 “폭행 흔적 치우는 ‘정리조’도 있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폭력을 실제 눈앞에서 보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감금된) 1시간이 10년 지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29일 오후 2시 40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난 유성기업 최철규 대표이사(64)의 눈빛은 불안해 보였다. 최 대표는 22일 폭행을 당한 김모 상무(49)와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 갇힌 채 김 상무가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최 대표는 이 사건 이후 “어두컴컴한 길에서 사람이 나타나기만 해도 가슴이 덜컹거리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해둔 상태다. 최 대표는 “일부 노조원들이 ‘최 대표를 몰아내자’고 주장하고 있는 등 다음 타깃은 나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부하 직원이 맞는 걸 옆에서 보면서도 지켜주지 못한 게 가장 가슴 아프다”고 털어놨다. 최 대표는 ‘우발적 폭행’이라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표이사실 문을 부수고 들어와 초반 1, 2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폭행이 이뤄졌고, 이후에도 2, 3차 폭행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 그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함께 김 상무가 얼굴에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계속 얼굴을 가격하고 뺨을 10여 차례 때렸다”고 전했다. 당시 노조원들끼리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나섰다는 게 최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폭행으로 바닥이 피범벅이 되자 물을 뿌리고 정리를 했다. 집기류 엎어진 것도 다 세우는 등 ‘정리조’가 있더라”고 말했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에는 아쉬움을 밝혔다. 최 대표는 “비명 소리가 나고 두들겨 맞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라도 경찰이 노조원들을 밀치고 들어오는 모습만 보여줬어도 위안이 됐을 텐데 그러질 않았다”고 지적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김 상무 폭행에 가담하거나 경찰·소방관의 현장 진입을 막은 11명을 출국 금지하고 출석을 요구했다고 29일 밝혔다.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노조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원들은 계획된 폭행이 아니라 1, 2분 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발적 폭력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어진 서울사무소 점거 농성도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사측이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도성대 유성기업 노조 아산지회장은 “(2011년부터 진행된) 사측의 노조 파괴와 사람을 죽게 한 행위들이 무엇 때문에 발생하게 된 건지 잘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장관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유성기업 폭행 사건) 피해자한테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구특교 kootg@donga.com / 아산=지명훈 기자}

    •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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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민노총 권력에 취해” 이해찬 “공동체 파괴행위”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임원을 폭행한 사건의 파문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폭행에 가담했거나 경찰의 현장 진입을 막은 10명을 특정해 조사하고 있다. 여야는 28일 한목소리로 유성기업 노조의 폭력성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동체를 파괴하는 중대한 행위”라며 “행정안전부나 경찰청은 각별히 대책을 세워 달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중진연석회의에서 “민노총이 권력에 취했다”며 “정부나 대통령이 이를 방조하니 민노총 입장에서는 세상이 자기들 것처럼 여겨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기득권이 된 거대 노조와 그 노조에 빚진 정부 여당이 비상식적이고 무법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이 발생한 건 22일이다. 회사 측은 이날 오후 3시 55분경 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1노조) 소속 조합원 7명이 노무담당 최모 대표 사무실에서 김모 상무(49)를 집단 폭행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관 4명이 오후 4시 4분경 도착했지만 노조원 40여 명이 가로막아 사무실에 진입하지 못했다. 김 상무는 코뼈가 부러지고 눈 아래 뼈가 함몰되는 등 상처를 입어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경찰은 27일 최 대표를 불러 조사한 뒤 폭행 피의자 5명을 특정했으며 노조원 5명가량이 당일 경찰의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은 현장 출동 경찰관들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는지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노조원들은 “어용노조 관련자를 해고하고 노조 파괴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강남구의 유성기업 서울사무소를 점거 농성 중이다. 회사 측은 경찰에 수차례 노조원들의 퇴거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산=지명훈 mhjee@donga.com / 유근형·구특교 기자}

    •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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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중전화 거는데 30분, 5만원 찾는데 1시간… 이게 지옥”

    26일 오전 9시 서울 관악구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기자는 하루 동안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회사 업무와 일상생활을 하기로 했다. 해방감을 느낀 건 잠시, 시작부터 장벽에 부딪혔다. 회사에 업무 보고를 해야 했지만 공중전화가 보이지 않았다. 골목을 30여 분 헤맨 끝에 공중전화를 찾았다. 동전을 넣고 메모장에 적어둔 선배 기자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지만 선배 기자는 받지 않았다. 취재원과 다른 동료 기자들도 모르는 번호라 그런지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 시간이 평소의 세 배 이상 걸렸다.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는 네트워크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초(超)연결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기자는 일일 체험에서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두고 왔을 뿐인데 모든 일상생활과 업무가 한순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함’이 단절되자 초조함과 무력감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현금 없는 카페’ 발길 돌려 점심시간이 되자 배가 고파왔다. 신용카드가 없어 현금을 찾아야 했다. 집에서 챙겨 온 통장을 들고 은행에 갔다. 대기 인원이 40명을 넘었다. 현금 인출 신청서를 작성해 신분증을 제출하고 5만 원을 찾았다. 돈을 찾기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 평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찾을 때 느끼지 못한 지루한 시간이었다. 현금을 찾은 뒤 식당을 찾아 나섰다. 한 달 전 방문했던 서울 강남역 인근 식당이었지만 길찾기 애플리케이션(앱)이 없어서 찾는 데 애를 먹었다. 방문하려던 식당을 포기하고 근처의 다른 식당에서 먹었다. 이후 자주 이용하는 스타벅스 카페를 찾았다. 계산대 앞에 ‘우리 매장은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보였다. 아뿔싸, ‘캐시리스(현금 없는) 카페’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 10월 말 기준으로 전체 매장 1230개 가운데 403개를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한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 다른 카페를 찾아 나섰다. 오후 2시 반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취재원이 보이지 않았다. 취재원은 차가 막혀 15분가량 늦는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자가 지하에서 기다리는 동안 취재원은 지하철역 밖에서 기다려 동선이 엇갈렸다. 오후 5시경 현금이 떨어져 다시 은행을 찾았지만 이미 창구 문이 닫혔다. 편의점에서는 생수 하나 사서 마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생수 한 병을 들고 1만 원권 지폐를 꺼냈다. 직원이 금고를 열어 보더니 “잔돈이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기자의 1년 카드 결제 횟수는 약 2000건. 휴대전화와 교통카드가 사라지자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만 같았다. 휴대전화와 신용카드가 손에서 떨어지자 불안하고 초조한 금단현상이 생겼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만 모르는 중요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빈 호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지는 이른바 ‘유령 진동 증후군’을 경험했다. 카카오톡 알림음이 귀에서 들리는 것 같은 환청과, 자리에서 일어날 때 휴대전화를 찾는 증상도 생겼다. 오후 9시경 귀가해 카카오톡을 확인하자 약 12시간 만에 1000통이 넘는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 불안·초조함… ‘카톡 알림음’ 환청 들려 올 7월 ‘2018년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51.5%는 하루 이상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KT 아현지사 화재는 초연결 사회에서 모든 생활이 끊기고 멈춰 버렸을 때 ‘위험 사회’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초연결 사회에서 단절을 경험한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겪은 것이다. 트라우마는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통제할 줄 아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 이기쁨 씨(20·여)는 “한 달 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두 지웠는데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꼭 필요한 연락만 취하게 돼 삶이 더욱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기술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휴대전화 사용을 조절할 줄 아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도 이런 생활이 용인되는 정책과 법안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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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돌사고 낸뒤 동승자 깜빡… ‘구조 골든타임’ 술때문에 놓쳤다

    “3시간 안에 발견됐다면 회복됐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태라면 평생을 누워서 생활할 수도 있다고 한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생이 망가진 친구를 도와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했다가 사고가 난 지 7시간 반 만에 발견되는 바람에 심각한 부상을 당한 친구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연평균 4만 명 이상이 음주운전으로 숨지거나 다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음주운전 사고를 보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술에 취한 사람들은 계속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했다 하반신 마비 27일 청주청원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전 5시 57분경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6% 상태에서 김모 씨(26)가 몰던 승용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김 씨와 조수석에 탄 A 씨(26)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고, 김 씨는 “차량엔 나와 조수석 친구, 두 명만 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를 믿고 차 안을 살피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운전자와 조수석 동승자가 크게 다치지 않은 상태로 경찰관 물음에 비교적 또박또박 진술해서 뒷좌석에 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뒷좌석에는 김모 씨(22·여)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뒷좌석에 탄 김 씨는 사고가 난 지 7시간 35분 뒤에야 차량 수리 업체에서 발견됐다. 제때 치료받을 시간을 놓친 것이다. 척추 수술을 받은 김 씨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고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김 씨는 술집에서 소주 3병 이상을 마시고 노래방과 국밥집을 들른 뒤에 운전대를 잡았다. 김 씨는 “노래방에서 나온 이후로 기억이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27일 운전자 김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 씨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후배 목숨 앗아간 음주운전 9월 24일 서울 서초대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9%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한 조모 씨(25)의 옆자리에는 고등학생 때부터 9년간 알고 지낸 친한 동생 이모 씨(24)가 앉아 있었다. 유턴을 하던 조 씨의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했고 이 씨는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조 씨는 이 씨를 남겨둔 채 도주했고,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여 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26일 만난 이 씨의 모친 임모 씨(46)는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사랑한다’는 말을 빼먹지 않았던 아들이 내 곁을 떠났다”며 흐느꼈다. 아직도 임 씨의 카카오톡 알림음은 아들이 생전에 ‘사랑한다’고 남겨둔 목소리 녹음파일이었다. 임 씨는 “아들이 죽은 건 음주운전 형량이 낮기 때문”이라며 “음주운전은 본인뿐 아니라 동승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엄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끔찍한 피해를 낳는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하지만 갈 길이 멀다. 23일에는 김종천 당시 대통령의전비서관이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20%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됐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했던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지난달 31일 혈중알코올농도 0.089%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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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톡 알림음’ 환청까지…휴대전화·신용카드 없이 살아보니

    26일 오전 9시 서울 관악구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기자는 하루 동안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회사 업무와 일상생활을 하기로 했다. 해방감을 느낀 지 잠시, 시작부터 장벽에 부딪혔다. 회사에 업무 보고를 해야 했지만 공중전화가 보이지 않았다. 골목을 30여분 헤맨 끝에 공중전화를 찾았다. 동전을 넣고 메모장에 적어둔 선배 기자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지만 선배 기자는 받지 않았다. 취재원과 다른 동료 기자들도 모르는 번호라 그런지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 시간이 평소의 세배 이상 걸렸다. 24일 발생한 ‘KT아현지사 화재’는 네트워크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초(超)연결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기자는 일일 체험에서 휴대폰과 신용카드를 두고 왔을 뿐인데 모든 일상생활과 업무가 한순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함’이 단절되자 초조함과 무력감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현금 없는 카페’ 발길 돌려 점심시간이 되자 배가 고파왔다. 신용카드가 없어 현금을 찾아야 했다. 집에서 챙겨 온 통장을 들고 은행에 갔다. 대기 인원이 40명을 넘었다. 현금 인출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제출하고 5만 원을 찾았다. 돈을 찾기까지 약 1시간이 걸렸다. 평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찾을 때 느끼지 못한 지루한 시간이었다. 식당을 찾는 데도 애를 먹었다. 한 달 전 방문한 서울 강남역 인근의 식당이었지만 길찾기 애플리케이션(앱)이 없어 찾는데 애를 먹었다. 방문하려던 식당을 포기하고 근처의 다른 식당에서 먹었다. 오후 2시 반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취재원이 보이지 않았다. 취재원은 차가 막혀 15분가량 늦는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자가 지하에서 기다리는 동안 취재원은 지하철역 밖에서 기다려 동선이 엇갈려 버렸다. 기사 작성을 위해 자주 이용하는 스타벅스 카페를 찾았다. 계산대 앞에 ‘우리 매장은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아뿔사, ‘캐시리스(현금 없는) 카페’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 10월 말 기준으로 전체 매장 1230개 가운데 403개를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한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 다른 카페를 찾아 나섰다. 편의점에서 생수 하나 사 마시기도 쉽지 않았다. 생수 한 병을 들고 1만 원권 지폐를 꺼냈다. 직원이 금고를 열어 보더니 동전이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오후 5시경 현금이 떨어져 다시 은행을 찾았지만 이미 창구 문이 닫혔다. 기자의 1년 카드 결제 횟수는 약 2000건. 휴대전화와 교통카드가 사라지자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만 같았다. 휴대전화와 신용카드가 손에서 떨어지자 불안하고 초조한 금단현상이 생겼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만 모르는 중요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빈 호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지는 이른바 ‘유령 진동 증후군’을 경험했다. 카카오톡 알림음이 귀에서 들리는 것 같은 환청과, 자리에서 일어날 때 휴대전화를 찾는 증상도 생겼다. 오후 9시경 집으로 귀가해 카카오톡을 확인하자 약 12시간 만에 1000통이 넘는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 불안·초조함…‘카톡 알림음’ 환청 들려 올 7월 ‘2018년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51.5%는 하루 이상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KT아현지사 화재는 초연결사회에서 모든 생활이 끊기고 멈춰버렸을 때 ‘위험 사회’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초연결사회에서 단절을 경험한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겪은 것이다. 트라우마는 유사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통제할 줄 아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 이기쁨 씨(20·여)는 “한 달 전부터 SNS를 모두 지웠는데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꼭 필요한 연락만 취하게 돼 더욱 삶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기술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휴대전화 사용을 조절할 줄 아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도 이런 생활이 용인되는 정책과 법안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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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선피복 노후? 조명시설 누전? 방화?

    25일 경찰과 소방청, 전기안전공사 등은 전날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빌딩 지하 통신구 화재 현장에서 1차 합동 감식을 했다. 지하 1층 통신구 79m가량이 화재로 탄 것을 확인했지만 화재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KT 관계자도 “합동 감식이 진행 중인 만큼 화재 원인을 추정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26일 오전 10시 2차 정밀 합동 감식을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화재 원인으로 세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먼저 통신구 내 전선에서 전기적 문제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광케이블을 구동시키는 구리케이블에서 전선 피복이 벗겨지며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후화한 전선의 피복이 갈라지거나 벗겨진 곳에 먼지가 쌓이고, 먼지를 통해 전류가 흐르면서 열이 발생해 화재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도 “전선 접촉 불량 등 전기적인 이유가 가장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출입을 위해 설치한 통신구 내 조명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비의 누전이나 합선 가능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통신선로는 과전류·과전압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상대적으로 전력선로보다 화재 발생 가능성이 낮다”며 “조명 전력 등에서 누전이나 합선이 발생한 게 아닌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테러나 방화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손원배 경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통신 시설은 관리 체계가 철저해 테러나 방화가 어렵겠지만 작은 가능성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황태호 기자}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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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신고도 차질… 119는 백업망 전환

    24일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화재로 일부 경찰서의 112 신고 시스템과 인터넷망에 차질이 빚어졌다. 반면 백업망을 갖춘 소방은 119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용산, 마포, 서대문, 남대문경찰서 등 4개 경찰서와 파출소에서 경비전화(내부전화망)와 일반전화가 한동안 작동하지 않았다. KT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민들은 112 신고를 할 수 없었다. 해당 지역에서는 접수한 112 신고 내용을 전파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12는 지방경찰청 상황실에서 접수해 관할 경찰서로 전달하거나, 지구대와 파출소로 직접 전달한다. 지구대와 파출소로 직접 전달할 때는 SK텔레콤 무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관할 경찰서로 접수 내용을 전달할 때에는 KT 유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이후 한동안 원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4개 경찰서는 직원을 서울지방경찰청 상황실로 파견해 관할 구역으로 접수된 신고를 무전을 통해 지구대, 파출소로 전파했다. 경찰의 인터넷 내부망 접속에도 장애가 발생해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 결재가 마비돼 손으로 직접 사건 서류를 작성해 전달하거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내용을 보내는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피의자 신원 등을 조회하는 업무용 스마트폰인 ‘폴리폰’도 화재가 발생한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불통이 돼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 경찰이 운영하는 분실물 신고 사이트인 ‘LOST112’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반면 소방은 화재 발생 10분 뒤 서울 관내의 전 KT 전용회선을 백업망인 LG유플러스 망으로 전환해 별 피해가 없었다. 비상시를 대비해 광대역 네트워크망을 이중화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이일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장은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통신사 이중화 작업을 해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본청과 지방청을 제외하고는 백업망이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에 비해 조직이 크고 통신망 규모도 크다 보니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서형석 기자}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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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남친 성매매 기록 조회” 모방범죄로 2300만원 챙겨

    “010-××××-××××이 번호예요. 결과는 되도록 빨리 부탁드릴게요.” 한 온라인 여성 전용 커뮤니티의 이용자인 여성 A 씨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정모 씨(33)에게 보낸 메시지다. ‘돈을 주면 연인이나 남편의 유흥업소 이용 기록을 확인해 준다’는 게시글을 본 뒤 의뢰 메시지를 보낸 것. 불법 마사지업소에서 일하던 정 씨는 성매매 업주들끼리 은밀히 공유하던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해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이어 A 씨 남자친구의 전화번호가 출입 기록에 남아 있는 유흥업소의 리스트를 A 씨에게 보냈다. A 씨는 “(사실을 알게 되니) × 같다.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 홍보해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대화를 마쳤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정 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13일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는 돈을 받고 유흥업소 이용 기록을 알려주는 ‘유흥탐정’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가 지난달 검거된 뒤 모방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 씨는 8월 27일부터 9월 13일까지 남성 500여 명의 성매매업소 출입 기록을 조회해 주고 23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주로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올려 홍보한 뒤 의뢰자에게서 3만∼5만 원을 받았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문화상품권으로 대금을 받는 수법을 썼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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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근 마친 현직 판사, 자택 욕실서 쓰러진채 숨져

    일요일 밤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40대 여성 판사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전 4시경 서울고등법원 소속 이승윤 판사(42·여·사법연수원 32기)가 자택 안방 화장실의 한쪽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 쓰러져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이 판사의 숨은 멎어 있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판사는 전날인 일요일 오후 9시경 남편에게 “출근해야 한다”며 집을 나섰다. 7시간 뒤인 이날 오전 4시경 잠에서 깬 남편이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잠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 판사가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판사의 복장은 출근 때와 똑같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이 판사가 쓰러지기 이틀 전인 토요일에도 근무를 했다. 올 2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서울고법으로 옮기고 나서 늘어난 업무량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슬하에 초등학교 1, 5학년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관상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타살이나 자살 정황은 없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동훈 세무법인 하나 부회장(71)의 장녀다. 이 판사의 두 남동생인 승기(40·36기), 욱기 씨(38·38기) 모두 변호사다. 이 판사의 남편 박성욱 LIG넥스원 상무(43·34기)는 검사 출신 변호사다. 박 상무의 부친은 박경상 전 국세청 차장으로 8일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이 판사는 18일 오후 10시 30분경 동료 판사들에게 ‘시부상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내용의 e메일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들은 19일 오전 이 판사가 숨진 소식을 모르고 e메일을 확인했고, 뒤늦게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판사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8시 반. 02-3410-6912이호재 hoho@donga.com·전주영·구특교 기자}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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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답 적힌 공책만으로 유죄… 내신비리 정황증거 폭넓게 인정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51·구속)는 12일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결백을 주장했다.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황만으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는 게 A 씨 측 주장이다. 본보는 2005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선고된 전국 중고등학교 교사 학사비리 사건 14건의 판결문 23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12건에서는 물증 없이 정황과 자백만으로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에 넘겨진 교사 23명은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학사비리는 물증을 찾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서울의 한 여고 수학교사는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하면서 숫자만 교묘하게 바꿔 예상문제처럼 편집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출제위원이었던 한 교사는 출제 지문을 기억해뒀다가 이를 학원 강사에게 전달했다. 이런 사건에서는 교사 본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수법을 알아내기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14건 중 11건에서는 물증이 아닌 교사 본인의 자백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공범이 먼저 실토하면 교사가 자백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숙명여고 사건에서는 공범으로 입건된 A 씨와 쌍둥이 딸이 한 가족이다. 어느 한쪽의 자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원은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서 정답이 적힌 공책 등 정황에 기초해 교사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선례가 있다. 과외 교사인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서울 송파구의 사립고 교사 B 씨는 2016년 대법원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시험 정답이 빼곡하게 적힌 과외 학생의 공책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업무방해 혐의를 받았던 B 씨와 딸은 “우연히 시험에 나올 문제를 적중해서 가르쳤을 뿐 시험지를 유출한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참고서 내용 가운데 실제 문제로 출제된 단어만 별도로 필기돼 있고, 정답만 따로 모아 정리돼 있다”며 모녀가 시험문제를 유출했다고 인정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학사비리에 연루된 교사 23명 중 8명에게는 징역 1∼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특히 금품을 받고 범행한 교사 5명은 모두 실형 판결을 받았다. 개인적 이익을 챙길 의도가 아니었고 범행으로 교직에서 물러났다면 집행유예(9명)나 벌금형(6명)이 내려지기도 했다. 자녀를 위해 범행한 교사가 집행유예로 선처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2014년 울산의 한 사립여고 교사 C 씨는 딸의 내신 성적을 조작한 혐의가 인정됐지만 실형 대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딸이 입은 상처가 C 씨에게 더욱 가혹한 형벌이 됐을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A 씨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사건으로 내신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점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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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국민청원 절반이 ‘고발-처벌요구’… 그중 14%는 팩트 오류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모토 아래 시행된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가 도입된 지 1년 3개월을 맞았다. 힘없는 시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됐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수역 폭행사건’ 등을 계기로 왜곡된 정보가 유통되는 부작용도 드러났다. 국민청원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거르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발·처벌 요구 51건 중 7건은 사실관계 오류 본보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34만여 건의 글 중 10만 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 99건의 유형을 분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먼저 99건의 유형을 분류(중복 허용)하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의 피의자를 강하게 처벌해 달라는 요구가 28건, 나경원 의원의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직 파면 요구 등 특정인이나 단체에 대한 고발이 27건이었다. 이 외에 난민 수용 제한 등 제도 개선이나 낙태죄 폐지 등 법안 통과 촉구가 44건이었다. 고 장자연 씨 사건처럼 재조사나 구제 요청이 12건이었고, 문재인 대통령 적폐청산 응원 등 기타 청원이 9건으로 분류됐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고발, 강력한 처벌 요구가 총 51건(중복 4건 제외) 가운데 최근 ‘이수역 폭행사건’을 비롯한 7건은 사실관계에 일부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사례로 올해 9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지×하네’라고 욕설했다며 처벌을 요구했던 청원이 있다. 당시 정상회담 촬영은 청와대 전속 촬영 담당자와 북측 인사만 동석한 상황에서 진행됐고, ‘방송사 카메라 기자’는 아예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곱 살 여아의 나체 사진에 성인 남성의 성기가 함께 찍힌 사진을 음란사이트에 올린 사람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 글 역시 실체가 없었다. 경찰 수사 결과 해당 사진은 중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버 양예원 씨 사건은 당초 청원 제목에서 밝힌 스튜디오 이름이 양 씨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반면 만취차량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윤창호 씨 사건’, 조두순 출소 반대 등 4건은 사실관계에 부합했다. 이 외에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 23건, 청원 글 작성자의 의견 개진이 17건으로 나타났다. ○ 소문·주장이 국민청원 거치면 ‘사실’로 오인 온라인 청원이 확산되는 경로를 보면 대체로 언론을 통해 최초 보도가 나간 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과 △네이트판 △디시인사이드 △보배드림 등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내용이 공유됐다. 이후 댓글에 해석이 달리고, 국민청원으로 이슈가 옮겨가는 양상을 보였다. 10월 14일 오전 8시경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경우 사고 당일 오후 4시경 언론의 첫 보도가 나왔다. 이어 ‘10여 년간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사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됐다. 이때 댓글을 통해 “심신미약 같은 걸로 참작을 받으려고 한다”는 해석이 붙었다. 이후 사건 발생 사흘 만인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단정적인 표현이 담긴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다시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면서 역대 최대인 119만 명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먹고 있는 약이 있느냐’는 물음에 피의자 김성수의 아버지가 진단서를 냈을 뿐 김성수 스스로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윤창호법’ 성과도… “가짜뉴스 걸러내야” 국민청원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억울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사회적 관심을 촉구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청원 글을 통해 행정부나 입법부가 여론을 수렴한 뒤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실제로 윤창호 씨 사건의 경우 윤 씨의 친구들이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이후 40만 명이 넘는 이가 추천하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윤창호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미국 백악관 국민청원 사이트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은 13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이름과 이메일을 인증한 후 150명의 1차 동의자를 모집해야 청원 글을 사이트에 게시할 수 있는 문턱을 두고 있다. 반면 청와대 국민청원은 연령 제한이 없고 추천자 없이 어떤 글이든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명확한 요구사항 없이 특정 집단을 모욕하거나 무분별한 청원을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소한 50∼100명의 동의는 받을 수 있는 글이 공개되도록 하는 규칙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가 ‘가짜뉴스’나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음해성 글은 삭제하고, 청원 글 대상이 된 사람에게서 이의신청을 받는 등 게시판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윤다빈 empty@donga.com·구특교·김자현 기자}

    •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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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할 1명 뽑아 음료수만… 놀이 같은 ‘술자리 보프’ 효과만점

    “단순히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습관이 들도록 재미있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 네덜란드교통안전협회(VVN)에서 만난 로프 솜포르스트 마케팅·교육 담당자가 강조한 말이다. VVN은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 ‘보프는 술에 취하지 않는다(BOB STAYS SOBER)’ 캠페인을 2001년부터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보프(Bob)는 한국의 ‘철수’ ‘영희’처럼 네덜란드에서 흔한 이름이다. ○ 놀이가 된 근절 캠페인 ‘보프의 기적’ 네덜란드 사람들은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 일행 가운데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보프’를 정한다. 보프는 보프라 적힌 열쇠고리를 건네받고 술자리가 끝난 뒤 운전을 책임진다. 술자리를 가지는 사람들이 재미나게 동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음주운전을 줄여 보자는 취지였다. 보프 캠페인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통안전 캠페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네덜란드 운전자의 75%가 차량을 이용해 술이 있는 식사 자리에 가면 캠페인에 참여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보프로 지정된 사람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네덜란드에서는 주말 밤을 기준으로 전체 운전자 중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이 2002년에는 4%였지만 지난해 1.4%로 줄었다. 솜포르스트 씨는 “캠페인이 시작되고 2년 만에 주말 밤 젊은층이 술 마시는 비율이 40%나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주류회사가 함께 캠페인에 참여해 큰 화제가 됐다. VVN이 주류회사의 참여를 제안했을 초기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VVN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설득했고, 주류회사들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보프 캠페인을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술을 즐기며 진행되는 각종 유명 공연 및 축제에서도 보프 캠페인은 큰 효과를 거뒀다. 공연과 축제 참가자들 가운데 보프가 되기로 한 사람에게는 보프라고 적힌 도장을 손목에 찍게 한다. 보프가 된 사람은 행사가 끝난 뒤 직접 ‘보프 캠페인 부스’에 가서 음주 측정을 한다. 이들이 음주를 하지 않았다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된 국내에서 음주운전을 줄이는 데 보프 캠페인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처벌과 계도로 음주운전 잡은 독일 독일은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 강국답게 정부와 산업계, 시민사회가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8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독일도로안전협회(DVW)의 쿠르트 보데비히 회장은 “1970년대 서독에서만 교통사고로 한 해 약 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통일 독일에서 3180명이 줄었다”며 “안전띠 의무화와 함께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큰 비결이었다”고 소개했다. DVW는 1924년 설립된 유럽 최대의 교통안전 비영리기구(NPO)로 독일 전국에서 6만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교통안전 정책을 개발·제언하고 캠페인을 벌인다. 자동차 제조사가 금전적 지원을 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한다. 독일의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한국과 같은 혈중알코올농도 0.05%다. 하지만 운전자가 음주운전의 위험을 일찍이 깨치도록 하는 데 음주운전 근절 정책의 중점을 뒀다. 대표적인 것이 면허를 갓 취득한 후 2년간의 ‘임시면허’ 소지자에 대한 조치다. 이들의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다. 임시면허 운전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정부는 면허를 3∼6개월간 회수한다. 만 18∼21세 임시면허 운전자의 경우에는 임시면허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다. 이 나이에는 임시면허가 아니라도 혈중알코올농도 0.03%를 음주운전 적발 기준으로 한다. 술 한 잔만 마셔도 절대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는 경고인 것이다. 지난해 독일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31명이었다. 2014년 260명과 비교해 11.1% 줄었다. DVW는 이를 모든 연령대로 확대할 것을 정부와 검토하고 있다. 음주 문화가 일찍이 발달한 ‘맥주의 나라’답게 음주운전을 근절하는 다양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처럼 독일에서도 보프 캠페인은 흔한 풍경이다. 주류를 판매하는 식당에서는 고객이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음료를 자발적으로 제공한다. 보데비히 회장은 “술과 운전을 처음 접하는 어린 운전자가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일찍이 알고 단념하도록 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우리도 독일 등 유럽처럼 강력한 처벌로 음주운전 시도를 초기에 막고, 음주를 했을 경우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시동잠금장치’ 보급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아메르스포르트=구특교 kootg@donga.com / 베를린=서형석 기자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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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은 술에 취하지 않는다?…놀이가 된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의 기적

    “단순히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지시’ 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습관이 들도록 재미있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 네덜란드교통안전협회(VVN)에서 만난 로브 스톰프홀스트 마케팅·교육 담당자가 강조한 말이다. VVN은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 ‘밥은 술에 취하지 않는다(BOB STAYS SOBER)’ 캠페인을 2001년부터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밥(BOB)은 한국의 ‘철수’ ‘영희’처럼 네덜란드에서 흔한 이름이다. 전국에 있는 밥들의 동참에 힘입어 네덜란드의 음주운전은 감소하고 있다.● 놀이가 된 근절 캠페인 ‘밥의 기적’ 네덜란드 사람들은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 일행 가운데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밥’을 정한다. 밥은 밥이라 적힌 열쇠고리를 건네받고 술자리가 끝난 뒤 운전을 책임진다. 술자리를 가지는 사람들이 재미나게 동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음주운전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밥 캠페인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통안전 캠페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네덜란드 운전자의 75%가 차량을 이용해 술이 있는 식사 자리에 가면 캠페인에 참여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밥으로 지정된 사람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네덜란드에서는 주말 밤을 기준으로 전체 운전자 중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이 2002년에는 4%였지만 지난해 1.4%로 줄었다. 로브 씨는 “캠페인이 시작하고 2년 만에 주말 밤 젊은층이 술을 마시는 비율이 40%나 줄었다”며 “맥주를 음료처럼 마시는 네덜란드의 문화에서 보다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류 회사가 함께 캠페인에 참여하며 큰 화제가 됐다. VVN이 주류 회사의 참여를 제안했을 초기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VVN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설득했고, 주류 회사들이 올해 2020년까지 3년간 밥 캠페인을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술을 즐기며 진행되는 각종 유명 공연 및 축제에서도 밥 캠페인은 큰 효과를 거뒀다. 공연과 축제 참가자들 가운데 밥이 되기로 한 사람에게는 밥이라고 적힌 도장을 손목에 찍게 한다. 밥이 된 사람은 행사가 끝난 뒤 직접 ‘밥 캠페인 부스’에 가서 음주 측정을 한다. 이들이 음주를 하지 않았다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7개의 대형 축제에서 약 150만 명이 캠페인에 참가했다. 이 중 약 12만 명이 음주 측정에 임했고 약 8만 명이 약속을 지켰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된 국내에서 음주운전을 줄이는 데 밥 캠페인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처벌과 계도로 음주운전 잡은 독일 독일은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 강국답게 정부와 산업계, 시민사회가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8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독일도로안전협회(DVW)의 쿠루트 보데위그 회장은 “1970년대 서독에서만 교통사고로 한 해 약 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통일 독일에서 3180명이 줄었다”며 “안전띠 의무화와 함께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큰 비결이었다”고 소개했다. DVW는 1924년 설립된 유럽 최대의 교통안전 비영리 기구(NPO)로 독일 전국에서 6만 명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며 교통안전 정책을 개발·제언하고 캠페인을 벌인다. 자동차 제조사가 금전적 지원을 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한다. 독일의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한국과 같은 혈중알코올농도 0.05%다. 하지만 운전자가 음주운전의 위험을 일찍이 깨우치도록 하는 데 음주운전 근절 정책의 중점을 뒀다. 대표적인 것이 면허를 갓 취득한 후 2년간의 ‘임시면허’ 소지자에 대한 조치다. 이들의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다. 임시면허 운전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정부는 면허를 3~6개월 간 회수한다. 만 18~21세 임시면허 운전자의 경우에는 임시면허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다. 이 나이에는 임시면허가 아니라도 혈중알코올농도 0.03%를 음주운전 적발 기준으로 한다. 술 한 잔만 마셔도 절대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는 경고인 것이다. 지난해 독일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31명이었다. 2014년 260명과 비교해 11.1% 줄었다. DVW는 이를 모든 연령대로 확대할 것을 정부와 검토하고 있다. 음주 문화가 일찍이 발달한 ‘맥주의 나라’답게 음주운전을 근절하는 다양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처럼 독일에서도 밥 캠페인은 흔한 풍경이다. 주류를 판매하는 식당에서는 고객이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음료수를 자발적으로 제공한다. 보데위그 회장은 “술과 운전을 처음 접하는 어린 운전자가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일찍이 알고 단념하도록 하는데 효과가 크다. 업소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음주운전 예방에 참여하는 좋은 가게라는 인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우리도 독일 등 유럽처럼 강력한 처벌로 음주운전 시도를 초기에 막고, 음주했을 경우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시동잠금장치’ 보급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단 한 잔도 안 된다’…교통안전 선진국의 음주근절 방법은? 교통안전 선진국들은 초보 운전자를 특별 관리하는 ‘임시면허’를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일반 운전자보다 엄격하게 처벌하는데, 임시면허는 특히 상습 음주운전자가 되지 않도록 운전 초기에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쓰인다. 프랑스는 법적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5%지만 임시면허 소지자는 0.02%부터 면허가 취소된다. 0.02%는 맥주 1잔으로도 나올 수 있는 수치다. ‘단 한 잔도 안 된다’는 의식을 확실히 심어주기 위해서 기준을 강화했다. 임시면허 기간 동안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인 상태로 운전하다가 적발되면 3년간 면허 발급이 정지된다. 또 임시면허 기간인 3년 동안에는 의무적으로 초보운전 스티커를 차 뒤편에 붙여야 한다. 영국은 임시면허 기간인 2년간 벌점 한도가 일반 운전자보다 낮다. 벌점이 6점 이상 쌓이면 면허가 자동 취소된다. 음주운전은 벌점 10점이므로 임시면허 기간 중 한 번만 걸려도 면허가 취소된다. 독일도 면허를 딴 뒤 2년 동안 임시면허 기간을 거쳐야 한다. 독일은 음주운전과 뺑소니, 과속 등 중대 위반행위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불법 주정차 등 보통 위반행위로 교통법규 위반 사항을 분류한다. 중대 위반행위 1번, 보통 위반행위 2번으로 적발되면 임시면허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된다. 임시면허 기간이 연장된 사람은 8주 동안 교통안전 보충교육을 9시간 받아야 한다. 보충교육을 받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음주운전은 더욱 엄격하게 처분한다. 임시면허 기간동안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되면 6~12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특별보충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 호주는 운전면허 취득 자체를 어렵게 했다. 임시면허, 예비면허를 거쳐야 정식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고, 각 단계에 의무 보유기간이 있어서 운전면허 취득까지 최소 4년가량 걸린다. 호주에서도 초보운전자의 음주운전은 가장 엄격하게 제재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여야 운전할 수 있는 ‘제로(0)용인법’을 사용하고 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위반자들을 보면 첫 적발 때부터 2회, 3회 거듭될 다음 적발에 걸리는 기간이 짧아지는데 이는 음주운전이 습관이 된다는 의미”라며 “초보운전자일수록 안전운전 습관을 위해 첫 적발 때부터 강하게 처벌해야한다”고 말했다. 아메르스포르트=구특교기자 kootg@donga.com베를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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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혐오 성대결로 번진 ‘이수역 폭행사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 혐오 때문에 남성 일행이 여성 일행을 폭행했다’는 취지로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3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한쪽의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의 발단은 13일 오전 4시경 서울 동작구 7호선 이수역 인근의 한 술집에서 A 씨 등 남성 3명과 B 씨 등 여성 2명이 다툼을 벌인 것에서 시작됐다. 다음 날 B 씨 일행 중 1명으로 추정되는 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자 4명이 여자 2명을 폭행했다”는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남성 일행이 ‘메갈(온라인 남성 혐오 사이트)×’이라고 욕을 하며 폭행해 뼈가 다 보일 정도로 뒤통수가 깊게 파였다”고 주장했다. 피가 묻은 붕대를 감고 있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같은 날 국민청원에는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여성 2명이 폭행을 당했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여성 혐오가 만들어낸 폭행 사건’으로 성격이 규정되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반면 당시 술집에 있었던 남녀 커플 중 한 명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은 SNS에 올린 글에서 “B 씨 일행이 우리 커플을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 커플’이라며 비아냥거려 말싸움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란이 커지자 다른 테이블에 있던 A 씨 일행이 B 씨 일행에게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면서 시비가 붙었다”고 전했다. 인터넷에는 B 씨 일행이 A 씨 일행을 향해 “나 같으면 저런 ○○ 달고 밖에 못 다닌다” 등 성적으로 모욕하는 발언이 담긴 동영상도 올라왔다. ‘여성 혐오’ 대 ‘남성 혐오’ 양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15일 “여성 일행이 먼저 소란을 피웠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다”며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신체 접촉은 여성들이 먼저 한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양측을 모두 폭행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인터넷상에서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양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버스 기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글을 올렸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이른바 ‘240번 버스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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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학교도 숙명여고 닮은꼴” 내신비리 고발 봇물

    “이번 시험문제·답안 유출 의혹은 숙명여고에서만 일어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우리 학교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적이 오른 학생이 많습니다.” 13일 서울 강남지역의 한 교육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경찰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와 쌍둥이 딸의 시험지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에 내신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숙명여고와 비슷한 내신 비리가 우리 학교에서도 버젓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전·현직 교사의 자녀가 아니더라도 시험지 유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교직원이 돈을 받고 시험지를 개인이나 학원으로 유출할 수 있다는 것. 누리꾼 B 씨는 “교과서 외 지문에서 나온 학교 시험문제를 특정 학원에서 미리 다룬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그 학원이 족집게라고 소문이 나 학생들이 몰려가는 걸 보며 이상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노릴 수 있는 지방에서 내신 비리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원 춘천시의 고교 교사 C 씨(50)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암암리에 명문대에 갈 아이들을 찍어두고 교내 상을 몰아주거나 수행평가 점수를 몰래 올려주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숙명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신여학원의 이사진 전원과 감사 5명 중 4명은 숙명여고 졸업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사 10명은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다. 일반 감사 2명도 숙명여고 출신이었고 개방형 감사는 3명 중 2명이 숙명여고를 졸업했다. 1999년 이후 4명의 교장 역시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다. 학부모 D 씨는 “‘숙명’이라는 철옹성 안에서 내신 비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숙명여고는 13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쌍둥이 딸의 성적 재산정(0점 처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학생의 퇴학, A 씨의 파면 절차는 진행 중이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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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학교도?…숙명여고 사태 후 ‘내신부정’ 의혹 확산

    “이번 시험 문제·답안 유출 의혹은 숙명여고에서만 일어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우리 학교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적이 오른 학생들이 많습니다.” 13일 서울 강남지역의 한 교육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경찰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와 쌍둥이 딸의 시험지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에 내신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숙명여고는 서울의 교육 중심에 위치해 이슈가 됐을 뿐 비슷한 내신비리가 우리 학교에서도 버젓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전·현직 교사의 자녀가 아니더라도 시험지 유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교직원이 돈을 받고 시험지를 개인이나 학원으로 유출할 수 있다는 것. 네티즌 B 씨는 “교과서 외 지문에서 나온 학교 시험 문제를 특정 학원에서 미리 다룬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그 학원이 족집게라고 소문이 나 학생들이 몰려가는 걸 보며 이상하다 여겼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하고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노릴 수 있는 지방 학교에서 내신비리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원 춘천시의 고교 교사 C 씨(50)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암암리에 명문대에 갈 아이들을 찍어두고 교내상을 몰아주거나 수행평가 점수를 몰래 올려주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안다”며 “마음만 먹으면 시험지를 인쇄하는 직원이 어렵지 않게 시험지를 빼돌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숙명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신여학원의 이사진 전원과 감사 5명 중 4명은 숙명여고 졸업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사 10명은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다. 일반 감사 2명도 숙명여고 출신이었고, 개방형 감사는 3명 중 2명이 숙명여고를 졸업했다. 1999년 이후 4명의 교장 역시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다. 학부모 C 씨는 “‘숙명’이라는 철옹성 안에서 내신비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10년치 내신비리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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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둥이에 5차례 시험 답안 유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가 쌍둥이 딸에게 5차례의 시험에서 18개 과목의 답안을 유출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A 씨와 쌍둥이 딸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전 교장과 교감, 고사총괄 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등 5차례의 시험에서 답안이 A 씨를 통해 쌍둥이 딸에게 유출됐으며, 특히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는 전 과목 정답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쌍둥이 딸은 유출된 답안을 암기장과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에 적어두고 외운 뒤,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시험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정답을 적어놓고 OMR카드에 기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쌍둥이 딸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에 휴대전화에 작성한 영어 과목 서술식 문제 정답도 핵심적인 유출 증거라고 경찰은 밝혔다. 쌍둥이 딸은 “시험을 친 뒤 가채점을 하기 위해 답안을 적어뒀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가채점을 위해서라면 깨알 같은 글씨로 답안을 적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숙명여고는 “두 학생의 성적 재산정(0점 처리) 및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확정하겠다”며 “A 씨 파면을 징계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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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명여고 2학년 전원 내년2월까지 성적 다시 매길듯

    시험 문제·답안 유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은 자퇴가 아닌 퇴학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숙명여고는 12일 “A 씨의 쌍둥이 딸의 성적을 재산정(0점 처리)하고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쌍둥이 자매는 1일 자퇴서를 제출했다. 학생이 자퇴하면 징계기록이 남지 않지만 퇴학을 당하면 징계기록이 남는다. 쌍둥이가 퇴학 처리되고, 검찰이 문제·답안 유출 시기를 확정하면 그 시기에 쌍둥이와 같이 시험을 치른 모든 학생의 성적이 재산정된다. 쌍둥이를 제외한 현재 숙명여고 2학년 학생 461명이 대상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과목 평균이 달라지기 때문에 쌍둥이보다 성적이 위인지, 아래인지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의 성적을 다시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성적이 재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와 졸업생으로 구성된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수사 결과 발표 직후 “명백한 물증이 공개된 만큼 A 씨와 쌍둥이 딸이 당장 자백해야 한다”며 “쌍둥이 딸의 비교과 과목 수상 내용과 지난 10년간 숙명여고의 내신비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입 수시모집에 대한 불신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쌍둥이와 같은 고2 학생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전체 4년제 대학 모집인원의 77.3%(26만8776명)가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수시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위주 전형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을 합친 비율이 수시 정원의 86.5%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내신성적이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비교과 영역까지 두루 평가되는 학생부 종합전형도 일정 수준의 내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2 딸을 둔 한 학부모는 “비교과 영역 기록도 교사가 부적절하게 수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험 문제까지 유출된다면 학생부를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이날 숙명여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기회에 ‘깜깜이’ 학종보다 훨씬 공정한 정시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조유라 jyr0101@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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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답 미리 외운 쌍둥이, 시험지 받자마자 깨알같이 적어놨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은 스스로 남긴 정답 메모에 발목이 잡혔다. 암기장에 전 과목의 답안을 기록해 두고 시험지에 답안을 깨알처럼 옮겨 적은 것이 결정적인 답안 유출의 증거가 돼서 돌아왔다. 12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A 씨의 쌍둥이 딸은 시험지에 객관식 정답 20∼30개를 빼곡히 적어 뒀다. 가로 3cm, 세로 3cm 남짓한 작은 지면에 모든 정답을 적었을 만큼 작은 글씨였다. 경찰은 두 학생이 미리 외워둔 정답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시험 시작과 동시에 시험지에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지 안에 공간이 많지만 감독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 정답은 뒷장에 조그맣게 적어 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9월 5일 A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쌍둥이 동생의 암기장에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12개)의 답안이 기록돼 있다.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한 과목,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한 과목,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한 과목,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세 과목의 답안도 적혀 있었다. 결국 두 학생이 입학한 이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제외한 다섯 차례의 중간·기말고사에서 일부 또는 전 과목의 정답이 유출됐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쌍둥이 딸이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에 두 과목의 답안을 적어둔 것도 답안 유출의 핵심 정황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가로 10cm, 세로 3cm 크기의 포스트잇에는 20여 문항의 객관식·주관식 답안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다. 경찰은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포스트잇을 ‘커닝 페이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또 물리 과목에서는 계산이 필요한 문제인데도 계산한 흔적 없이 정답만 작성된 것이 발견됐다. 쌍둥이 딸은 경찰 조사에서 “암산해서 풀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가 시험이 실시되기 전 학교에서 야근을 하며 시험지가 보관된 금고에서 몰래 시험지를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고의 비밀번호는 고사총괄 교사와 A 씨만 알고 있었다. A 씨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5일 전, 기말고사 6일 전에 야근을 하고 퇴근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하지만 두 날 모두 초과근무 대장에 근무 기록을 적지 않았다. A 씨는 “평소 초과근무를 할 때보다는 일찍 퇴근해 따로 대장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불거진 후 실시된 2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두 딸의 성적은 모두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과목에서 전교 100등 이하였다”며 “전교 1등을 했던 1학기 기말고사와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쌍둥이 딸은 “이번 사건 때문에 제대로 시험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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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기장에 전과목 답안이…숙명여고 쌍둥이 증거에 발목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은 스스로 남긴 정답 메모에 발목이 잡혔다. 암기장에 전과목의 답안을 기록해두고, 시험지에 답안을 깨알처럼 옮겨 적은 것이 결정적인 답안 유출의 증거가 돼서 돌아왔다. 12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A 씨의 쌍둥이 딸은 시험지에 객관식 정답 20~30개를 빼곡히 적어뒀다. 가로 3cm, 세로 3cm 남짓한 작은 지면에 모든 정답을 적었을 만큼 작은 글씨였다. 경찰은 두 학생이 미리 외워놓은 정답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시험 시작과 동시에 시험지에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지 안에 공간이 많지만 감독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 정답은 뒷장에 조그맣게 적어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9월 5일 A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쌍둥이 동생의 암기장에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과목(12개)의 답안이 기록돼 있다.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한 과목,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한 과목,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한 과목,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세 과목의 답안도 적혀 있었다. 결국 두 학생이 입학한 이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제외한 다섯 차례의 중간·기말고사에서 일부 또는 전 과목의 정답이 유출됐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쌍둥이 딸이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에 두 과목의 답안을 적어둔 것도 답안 유출의 핵심 정황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가로 10cm, 세로 3cm 크기의 포스트잇에는 20여 문제의 객관식·주관식 답안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다. 경찰은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포스트잇을 ‘커닝 페이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또 물리 과목에서는 계산이 필요한 문제인 데도 계산한 흔적 없이 정답만 작성된 것이 발견됐다. 쌍둥이 딸은 경찰 조사에서 “암산해서 풀었다”고 주장했다. 두 학생이 일부 시험지에 적은 풀이 과정을 통해서는 정답을 도출하는 게 불가능한데도 답안은 맞게 작성된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A 씨가 시험이 실시되기 직전 학교에서 야근을 하며 시험지가 보관된 금고에서 몰래 시험지를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고의 비밀번호는 고사총괄 교사와 A 씨만 알고 있었다. A 씨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5일 전, 기말고사 6일 전에 야근을 하고 퇴근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하지만 두 날 모두 초과근무 대장에 근무 기록을 적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공교롭게 두 날 모두 금요일이었다. 다른 교사들이 일찍 퇴근하는 날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씨는 “평소 초과근무를 할 때보다는 일찍 퇴근해 따로 대장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불거진 후 실시된 2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두 딸의 성적은 모두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과목에서 전교 100등 이하였다”며 “전교 1등을 했던 1학기 기말고사와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쌍둥이 딸은 “이번 사건 때문에 제대로 시험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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