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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퍼터 브랜드 ‘툴롱 디자인(Toulon Design)’이 한국에 상륙했다. 툴롱 디자인 퍼터의 창립자는 골프 업계의 베테랑 디자이너 션 툴롱이다. 1990년대에 제보(ZEVO)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툴롱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메탈 우드, 아이언, 퍼터를 시장에 선보였다. 2015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툴롱 디자인’을 창립했다. 캘러웨이골프는 2016년 툴롱 디자인을 인수했고, 현재 툴롱은 캘러웨이골프 수석 부사장으로 퍼터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오디세이 툴롱 디자인 퍼터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9개 도시를 모티프로 만들었다는 것. 9개 각각 모델마다 30년 넘는 툴롱의 업계 경력과 경험, 추억 등 특별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포틀랜드’ 모델은 툴롱의 막내아들이 살고 있는 도시 포틀랜드 지명에서 땄으며, ‘인디애나폴리스’ 모델은 레이싱 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기능면에서는 소리(Sound)와 느낌(Feel), 그리고 구름(Roll) 등 퍼팅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의 최적 조화를 이끌어내려 했다. 25종의 각기 다른 밀드 페이스 프로토 타입 패턴들을 연구, 개발하고 실험한 결과 툴롱 디자인만의 딥 다이아몬드 밀 페이스 기술을 탄생시켰다. 일반적인 밀드 페이스 제작 시간이 2∼3분 정도인 반면 딥 다이아몬드 밀 페이스는 40분가량 소요된다. 그만큼 공정 과정이 정교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가에 의해서만 탄생될 수 있다. 페이스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그루브는 퍼팅 시 진동을 조절해 소리와 느낌을 컨트롤하며, 다이아몬드 모양 안의 작은 그루브는 퍼팅 시 일관되고 빠른 볼 구름을 제공한다. 오디세이 툴롱 디자인 퍼터는 소재 면에서도 최고급 303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사용했다. 김흥식 캘러웨이골프 전무는 “지난 1년여간 한국프로골프(K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제품 성능 테스트를 마쳤다. 현재 오디세이 퍼터를 사용하는 선수 중 15%가량이 툴롱 디자인을 사용할 정도로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가격은 60만 원.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기아 한국지점은 고반발 성능으로 비거리가 향상된 ‘슈퍼에그 볼’을 판매하고 있다. ‘슈퍼에그 볼’은 고반발의 비거리와 소프트한 타구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2피스 구조인 슈퍼에그 볼은 ‘슈퍼에그 전용 고반발 코어’가 초고속을 발생시켜 비거리 성능을 높였고, 소프트한 타구감을 실현시켰다. 여기에 ‘슈퍼 에그 272 딤플’을 장착해 적정한 스핀과 높은 탄도를 가능하게 했다. 프로기아 관계자는 “고반발 클럽 ‘뉴 슈퍼에그’ 시리즈와 함께 사용하면 ‘확신의 비거리’로 골프가 더 즐거워진다. 고반발 클럽과 고반발 공의 조합이라면 무서울 것 없는 비거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반발 공인 슈퍼에그 볼은 정규 대회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비공인구다. 식별하기 쉽도록 트리플 넘버를 사용한 게 특징이다. 번호는 333, 555, 777, 999 등이 있다. 색상은 화이트 한 종류이며 1더즌(12개)에 6만 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 핑골프가 2019년 신제품 i500 아이언을 새로 출시했다. i500아이언은 새로운 장르의 비거리형 단조아이언으로 클래식한 블레이드 헤드사이즈에 핑만의 독보적인 중공구조를 결합해 믿을 수 없는 비거리를 선사한다. 드라이버의 반발계수를 가진 아이언으로 탄도 미사일 같은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미스 샷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적인 방향성을 만들어준다.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로 현재 미국과 일본의 i500 헤드가 품절된 상태이며 한국에서도 예약 판매 중이다. 특별 발주 시에는 4∼5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고강도 초박형 페이스를 가능하게 한 프리미엄 소재 머레이징 C300페이스를 블레이드 헤드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431 스테인리스 스틸의 3배 강도로 페이스 주변부를 극한까지 얇게 설계하였고, 5배 이상 향상된 페이스 유연성으로 드라이버의 반발계수를 가진 비거리 성능을 실현했다. 또한 잉여 중량을 최적의 위치에 배치해 미스 샷에 강한 컨트롤 성능을 자랑한다. 페이스 전체가 1피스로 로프트를 증가시키는 핑의 독자적인 중공구조를 채용했다. 로봇 프리즈마 공법으로 헤드와 페이스를 접합한 정밀 밀드 페이스다. 웨지처럼 후가공 처리된 정밀 밀드 그루브로 최적의 스핀량을 자랑하며 뛰어난 고탄도와 비거리로 핀을 노릴 수 있다. i500 아이언은 골퍼의 체형과 스윙에 맞게 핑골프 본사 및 전국 피팅 지정 대리점, 순회 피팅행사를 통해 일 대 일 맞춤이 가능하다. ZELOS 7 / N.S PRO 950(스틸)은 153만 원, Fubuki(경량 그라파이트)는 175만 원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0일 열린 2019 KBO 신인 드래프트(2차)에서 의외의 지명 중 하나는 두산이 2차 1순위에서 부천고 오른손 투수 전창민(18·사진)을 뽑은 거였다. 두산이 전창민을 호명하자 팬들 사이에서는 “전창민이 누구야”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국 무대에서 전창민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이대은(경찰청·KT 지명), 이학주(전 샌프란시스코·삼성 지명), 김창평(광주일고·SK 지명) 등과 함께 2차 1순위 지명자에 이름을 올렸다. 각 구단은 즉시 전력감이나 신체 조건이 뛰어난 선수를 2차 1순위로 지명한다. 2차 1번 지명 선수는 1차 지명 선수와 더불어 최고 유망주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류현진(LA 다저스)도 한화로부터 2006년도 2차 1순위로 지명됐다. 두산 스카우트팀 윤혁 부장은 “아기라 뽑았다. 몸이 아직 여물지 않았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전창민은 현재 키 185cm, 몸무게 87kg이지만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이 이런 식으로 뽑아 성공한 대표적인 선수는 왼손 투수 함덕주(23)다.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던 2013년 5순위로 뽑은 함덕주는 입단 당시 삐쩍 마른 몸으로 겨우 130km대 중반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요즘은 탄탄해진 몸으로 150km 안팎의 강속구를 뿌린다. 올 시즌엔 마무리 투수로 10일 현재 26세이브를 올렸다. 전창민은 140km대 초반의 직구에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수준급으로 구사한다. 힘이 더 붙으면 훨씬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눈앞의 성적에 목을 매는 다른 구단에서는 2차 1순위 지명에 이처럼 파격적인 선택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거의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는 두산이기에 다양한 시도와 모험이 가능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의 배트 플립(Bat flip·방망이 던지기)은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종종 해외 화제로 소개되곤 한다. 미국 선수들은 홈런이나 안타를 친 뒤 좀처럼 배트 플립을 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에 모욕당했다고 느낀 투수가 언제든 빈볼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배트 플립에 대해 관대하다. 한 때 화려한 배트 플립을 선보였던 KT 내야수 황재균도 몇 해 전 샌프란시스코에 진출했을 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10일엔 또 한 명의 월드스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그라운드의 개그맨으로 불리는 NC 박석민이다. 박석민은 9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3회 우중간 안타를 친 뒤 좀처럼 보기 힘든 배트 플립을 선보였다. 스윙 후 몸의 중심이 무너지면서 한 바퀴를 빙글 돌더니 등 뒤로 방망이를 내던졌다. 마치 농구 선수가 비하인드 백패스를 하는 것 같았다. CBS스포츠라인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이 매체는 “박석민이 노 룩(no-look), 비하인드 백 배트 플립을 선보였다”고 소개하며 해당 동영상을 링크했다. 전설적인 농구 스타 매직 존슨도 이 같은 배트 플립을 인정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사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박석민에게 감사한다. 야구를 더 볼만한 것으로 만들어 줘서.”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5번째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김성용 감독(야탑고)이 이끄는 한국은 10일 일본 미야자키 산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대만과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7-5로 승리했다. 직전 대회에서 3위에 그친 한국은 예선에서 고시엔 스타들이 대거 출전한 일본을 3-1로 완파한 데 이어 결승에서 대만을 제치고 우승했다. 1996년, 2003년, 2009년, 2014년에 이어 통산 5번째 아시아 정상에 오른 한국은 일본과 함께 최다 우승국이 됐다. 양 팀은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면서 9회까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대회 규정에 따라 연장 10회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결승타의 주인공은 이날 열린 2019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SK로부터 2차 1번으로 지명된 김창평(광주일고)이었다. 무사만루 찬스에서 김창평은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 내야안타로 소중한 점수를 뽑았다. 곧이어 한화로부터 2차 5번으로 지명받은 김현민(경남고)의 연속 스퀴즈 번트 때 상대 수비 실책이 나오며 2점을 더 얻었다. 후속 김기훈(동성고·KIA 1차 지명)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달아난 한국은 10회말을 2실점으로 막아내며 2점 차 승리를 거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홈런 허용은 투수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렇지만 포수는 투수 못지않게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사인을 내고, 투수를 리드하는 포지션이 포수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4점을 내주는 만루 홈런의 충격은 더욱 크다. 9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삼성-KIA전. 0-0이던 2회말 수비 때 삼성 포수 강민호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2사 만루에서 KIA 타자 한승혁을 맞아 삼성 투수 백정현에게 유도한 2구째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며 만루 홈런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9번 타자이자 상대 포수에게 허용한 만루포라 더욱 뼈아팠다. 한승혁의 생애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설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 이은 3회초 공격에서 삼성이 2점을 따라붙은 후 2사 만루 기회가 강민호에게 왔다. KIA 선발투수 헥터의 2구째 컷패스트볼(시속 144km)이 한가운데로 몰리자 강민호는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정확하게 배트 중심에 맞은 공은 쭉쭉 뻗어가더니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이 홈런에 힘입어 삼성이 6-5로 역전승하면서 강민호의 홈런은 역전 결승포가 됐다. 개인 통산 11번째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린 강민호는 이범호(16개·KIA), 심정수(12개·은퇴)에 이어 통산 만루 홈런 3위에 올랐다. 박재홍(11개·은퇴)과는 동률이다. 포수로서는 최다 만루 홈런. 3연패에서 벗어난 삼성은 KIA를 7위로 끌어내리고 다시 6위로 올라섰다. 강민호는 “지금은 내 타격 컨디션보다 매 경기 투수 싸움에서 지지 않도록 하는 게 임무다. 투수 리드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SK전에서도 만루 홈런이 나왔다. SK 한동민은 1-2로 뒤진 4회말 두산 선발 린드블럼을 상대로 역전 결승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30호이자 개인 통산 4번째 만루포. 한동민이 30홈런 고지에 오르며 SK는 역대 5번째로 한 시즌에 3명 이상의 30홈런 타자를 보유하게 됐다. 로맥(37개)과 최정(31개)이 이미 30홈런 이상을 기록 중이다. SK는 선두 두산을 14-2로 대파했다. KBO리그 역사상 하루에 3개의 만루 홈런이 나온 것은 이번이 5번째로 하루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이다. 올 시즌에만 벌써 40개의 만루 홈런이 쏟아지면서 역대 한 시즌 최다 만루 홈런인 48개(2015년) 경신 가능성도 있다. LG는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진 선발 차우찬의 호투를 발판 삼아 한화를 8-5로 꺾고 5위 자리를 지켰다. 넥센은 KT에 6-4로 승리하며 4연패를 끊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꼭 우승해서 우승컵 들고 갈 거라고 약속했는데….” 기자회견 도중 엄마 얘기를 하던 정슬기(23)는 울음을 터뜨렸다. 정슬기는 9일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치며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다. 한 타 차(9언더파) 공동 2위가 5명이나 됐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 끝에 거둔 뜻깊은 우승이었다. “힘든 경기 끝에 우승까지 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던 정슬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어머니가 결국 먼 곳으로 가셨지만 하늘나라에서 나를 지켜봐 주시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정슬기는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양어장 겸 식당 한구석 빈 땅에 타석을 만들어 어렵게 골프를 시작했다. 연습장까지 차로 20분가량 걸리던 시골에 살면서도 골프 선수의 꿈을 향해 열심히 골프채를 휘둘렀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KLPGA투어에서 뛴 정슬기는 올해까지 3년 동안 상금 40위 이내에 진입해본 적 없는 무명 선수. 올해도 이번 대회 전까지 상금 57위(7000만 원)에 머물러 시드 유지를 걱정해야 했다. 77번째 출전 만에 우승한 정슬기는 “앞으로 남은 7개 대회에서도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딴 건 몰라도 체력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화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29·사진)이 올 시즌 처음으로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호잉은 6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방문경기에서 4회초 내야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전날까지 26홈런-19도루를 기록 중이던 호잉은 20번째 도루를 기록하며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KBO리그 역대 48번째 기록이다. 한화 선수로는 8번째다. 한화에서 가장 최근 20-20클럽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덕 클락으로 10년 전인 2008년 22홈런-25도루를 기록했다. 호잉은 1회 중전 적시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는 등 5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장단 23안타를 몰아치며 KT를 9-2로 대파한 한화는 최근 3연승을 거두며 이날 롯데에 패한 SK를 끌어내리고 2위로 올라섰다. KIA 베테랑 투수 임창용(42)은 넥센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지며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임창용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2007년 8월 21일 롯데전 이후 4034일 만이다. KIA는 8회 안치홍의 역전 만루홈런 등으로 7-2로 이겼다. 두산 거포 김재환은 삼성과의 경기에서 5회 아델만을 상대로 시즌 35호 홈런을 터뜨렸다. 1위 SK 로맥(37개)과는 2개 차이다. 두산은 삼성에 6-2로 승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안현수·33·사진)이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세이 크랍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은 5일(현지 시간) 인테르팍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지만 빅토르 안이 선수 생활을 접고 러시아를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그동안 러시아 쇼트트랙 발전에 기여한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빅토르 안이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정 사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빅토르 안은 2014년 결혼한 우나리 씨와의 사이에 세 살 난 딸 제인을 두고 있다. 한국 국적 회복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빅토르 안은 한국 국적이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 황제’로 불렸다. 하지만 무릎 부상에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까지 겹쳤다. 자신을 받아줄 팀이 없어지자 2011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건너갔다. 빅토르 안은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3관왕에 올랐다. 빅토르 안은 올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나설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금지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변했으나 출전 금지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이 프로를 포함한 최고의 선수들로 야구대표팀을 구성한 첫 국제대회는 1998년 태국 방콕 아시아경기다. 현역 메이저리거 박찬호(LA 다저스)를 비롯해 서재응(뉴욕 메츠), 김병현(성균관대), 이병규(LG), 박한이(동국대·이상 당시 소속팀)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포함됐다. 프로는 물론이고 아마추어 선수들도 대거 승선했다. 면면이 워낙 화려해 ‘드림팀’이란 별명도 붙었다. 한국은 이후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아경기에 프로 선수 위주의 대표팀을 출전시켜 왔다. 하지만 아시아경기 드림팀의 추억은 최근 끝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향후 아시아경기에 한해 정규리그를 중단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KBO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아시아경기 야구를 둘러싼 국민 정서를 깊게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협의를 거쳐 앞으로 한국 야구의 수준과 국제 경쟁력 강화는 물론 저변 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당장 2022년 9월 중국 항저우 대회부터 아시아경기에는 KBO리그 정규 시즌을 중단하지 않는다. 선동열 감독이 이끈 야구대표팀은 이번 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하며 3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표 선수 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거셌다. “최고의 선수를 뽑겠다”는 선 감독의 공언과 달리 몇몇 선수는 병역특례를 위해 뽑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특히 지난달 26일 열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실업팀 선수 위주의 대만에 1-2로 패하면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을 연달아 꺾고 금메달을 따냈지만 성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KBO는 2022년 항저우 대회와 2026년 나고야-아이치 대회에는 젊은 프로 유망주들과 아마추어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한다. 각 프로팀의 핵심 전력이 아니기 때문에 리그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선수 선발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게 야구계의 목소리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최고의 선수들이 나가 금메달을 땄다면 여론이 이처럼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 일부 선수의 병역 회피 수단으로 비친 게 패착”이라고 했다. 실제로 리그를 중단하고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 2002년 부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 때는 박수를 보내는 팬이 많았다. 1998년 방콕,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는 모두 정규 시즌이 끝난 뒤인 11월이나 12월에 열려 리그 중단과는 관계가 없었다. KBO는 2년 뒤 열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때는 리그를 중단하고 대회에 참가할 게 유력하다. 개최국 일본이 리그를 중단하고 정예 선수들을 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같은 논란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선 공정한 선수 선발에 최우선을 둬야 할 것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가 16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2일 막을 내렸다. 대회 안팎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남의 배’로 딴 단일팀 금메달 지난달 21일 팔렘방으로 건너온 드래건보트(용선) 여자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대회 조직위가 제공한 배를 타야 했다. 각국에서 배를 옮겨 오기가 쉽지 않아 모든 출전국이 똑같이 빌린 배로 레이스에 나섰다. 이 배를 처음 타본 단일팀 선수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연습했던 배보다 폭이 넓고, 발 받침대 길이도 짧아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단일팀 선수들은 배를 몸에 맞추는 대신 몸을 배에 맞췄다. 합심해서 짧은 적응 훈련을 마친 단일팀은 지난달 25일 2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26일 500m에선 금메달까지 땄다.○ 병장과 이병의 엇갈린 운명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는 ‘병역 혜택’을 받는다. ‘말년 병장’ 김준호(22·상무)도 예외가 아니다.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딴 김준호는 당초 10월 전역 예정이었으나 이번 금메달로 제대가 약 한 달 당겨졌다. 반면 같은 상무 소속의 ‘이병’ 이우석(21)은 양궁에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만 2개 따 군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상무에 팀이 없어 현역 입영 영장을 받아놓고 있던 김진웅(28·수원시청)은 정구 개인, 단체 2관왕에 오르며 입대 20일을 남겨두고 군 문제를 해결했다.○ 자카르타의 두 은경이 “예쁜 은경이 덕분에 제 이름도 자주 나와서 좋네요.” 대한민국 선수단 부단장 자격으로 자카르타에 온 이은경 현대백화점 양궁단 감독(46)은 신예 이은경(21·순천시청)의 손을 잡으며 밝게 웃었다. 최근까지 ‘양궁 이은경’ 하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그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앞으로는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어린 이은경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 이은경은 “어릴 때부터 롤 모델이던 감독님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승리를 부르는 빨간 팬티 태권도 겨루기 남자 80kg급에서 은메달을 딴 이화준(22·성남시청)이 부적같이 여기는 승리 징표는 ‘빨간 팬티’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사온 ‘그 팬티’를 입은 날 유독 결과가 좋았다. 국내 2인자이던 그는 그 팬티를 입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결승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진 그는 펑펑 울면서 “오늘도 입었다”고 했다. 이화준은 “올림픽 때도 입고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팔렘방의 한류 스타 자카르타와 공동 개최 도시였던 팔렘방에선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한류 스타’가 될 수 있었다.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원래 좋았던 데다 때마침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현지에서 방영되면서 한국 사람의 인기가 급상승했다고. 취재차 팔렘방을 찾은 본보 기자도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한국인은 태어나서 실제로 처음 본다. 함께 사진 찍자”는 요청을 받았다. ○ 진짜 평양냉면은 언제쯤 자카르타 시내 한 호텔에 문을 연 북한 올림픽회관은 평양 옥류관 냉면을 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한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가 됐다. 평양 옥류관 주방장이 직접 와서 만든다고 선전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물자가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 메밀면이 아닌 밀가루 소면으로 만든 것. 안내원은 “내일 제대로 된 면이 도착한다”고 했지만 내일도 모레도 같은 냉면이 나왔다.자카르타=김배중 wanted@donga.com·임보미·이헌재 기자}

‘이겨야 본전’인 대회를 치러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부담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현역 시절 한국 야구대표팀 부동의 4번 타자였던 이승엽(42)은 매 대회, 매 경기를 항상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면서 치러야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내내 이승엽은 후배들을 안쓰럽게 지켜봤다. 대표 선발 논란에 이어 대만과의 예선 1차전에서 1-2로 패해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대만전 패배를 통해 선수들은 각성했다. 한국은 이후 연전연승을 거듭했고 1일 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3-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에이스 양현종이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고, 박병호(사진)는 3회 쐐기 홈런을 쳤다. 4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선수들이 엄청난 부담을 잘 이겨냈다. 남들에겐 쉬워 보일지 몰라도 정말 어렵게 딴 금메달이다. 우리 후배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양현종이 눈부신 피칭을 했다. “대한민국 에이스로서 보여줄 수 있는 100% 투구를 했다. 투구 리듬과 템포가 너무 좋았고, 멀리서 봐도 공에 힘이 느껴졌다. 1회말 안치홍의 적시타로 한국이 2점을 먼저 내면서 어깨가 훨씬 가벼워졌을 것이다. 양현종이 너무 잘 던져 일본으로서는 제대로 된 기회조차 한 번 잡지 못했다.” ―4경기 연속 홈런을 친 박병호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단기전에서 4경기 연속 홈런을 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한국 대표팀의 4번 타자다. 3회 쐐기 결승 홈런으로 점수 차를 3점으로 늘리면서 압승을 불러왔다. 지금처럼 관리를 잘해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멋진 활약을 보여줬으면 한다.” ―기대했던 타선은 이날도 일본의 사회인 야구 투수들로부터 4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장기 레이스인 KBO리그와 단기전인 국제 대회의 차이다. 정규시즌에서는 누가 나오든 이미 여러 번 겪어본 상대다. 분석도 충분히 되어 있다. 이에 비해 단기전에서 만나는 투수는 낯설 수밖에 없다. 거꾸로 대회 전 우려가 많았던 한국 투수들은 매 경기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결승전에서 일본에 단 1안타를 내줬다. 그것도 빗맞은 안타였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야구는, 특히 단기전은 정말 투수 싸움이다.” ―대표팀 선수 선발 부분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선수를 뽑든 항상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장의 눈과 팬들의 기대 사이의 간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국제 대회에서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본다. 정말 뛰고 싶어 하는 선수를 뽑아야 한다. 또한 번트 잘 대는 선수, 수비 잘하는 선수 등 팀의 짜임새를 생각하며 대표 선수들을 뽑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제 선동열호는 2020 도쿄 올림픽을 향해 달려야 한다. “이번 아시아경기 대표팀은 너무 급히 모이다 보니 제대로 손발을 맞출 여유를 갖지 못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준비를 해야 한다. 도쿄 올림픽은 2020년에 열리지만 사실 시간이 많지 않다. 올림픽 예선 격인 프리미어12는 당장 내년에 열린다. 일본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미일 올스타전을 열고, 좋은 팀들을 불러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그렇게까지는 못 하더라도 서로의 호흡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 뭐든지 닥쳐서 급히 하다 보면 실수가 나오는 법이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공동 기수인 한국 여자탁구 선수 서효원(31)과 북한 남자탁구의 최일(25)이 한반도기를 맞들었다. 기수단 입장 후 남북 선수들은 각국 선수들과 자유롭게 어울려 경기장에 들어왔다. 이어진 축하 공연에서는 케이팝 그룹 슈퍼주니어와 아이콘이 인도네시아 가수들과 함께 메인 무대를 장식했다.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가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시아의 에너지(Energy of Asi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달 18일부터 인도네시아를 밝힌 성화는 16일간의 열전을 마친 뒤 마지막 불꽃을 살랐다. 한국은 이날 대회 마지막 종목 트라이애슬론 혼성 릴레이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종합 3위(금 49개, 은 58개, 동 70개)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이 아시아대회 종합 3위로 떨어진 것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중국이 금메달 132개로 1위,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이 금메달 75개로 2위에 올랐다. 역도에서만 금메달 8개를 따 낸 북한은 금메달 12개(은 12개, 동 13개)로 종합 순위 10위에 자리했다. 목표로 했던 6대회 연속 종합 2위 수성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은 폐막 전날인 1일 축구와 야구에서 일본을 꺾고 정상을 차지하는 등 값진 메달을 양산했다. 여자 사이클의 나아름은 4관왕에 올랐고, 수영 김서영과 육상 정혜림은 기초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여름 종합대회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북한이 한 팀으로 출전한 단일팀은 카누와 조정, 여자농구 등 3개 종목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이번 대회 최다인 6관왕에 오른 일본의 수영 기대주 이케에 리카코(18)가 선정됐다. 여자 선수가 아시아경기 MVP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19회 아시아경기는 4년 후인 2022년 중국 항저우(9월 10∼25일)에서 열린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2위 수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의 약진을 의식해서다. 당초 65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내세웠던 한국은 대회 중반 금메달 50개로 하향 조정했다. 최종 금메달 개수는 49개였다. 1990년 베이징 대회(금 54개) 이후 최저 금메달이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에 종합 2위 자리를 빼앗은 일본은 분위기가 정반대다. 일본은 이번 대회 75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역대 두 번째 최다 금메달을 따냈다. 더구나 야구, 축구를 포함한 주요 종목에서 1진급 대신에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고도 이룬 성과다. 이번 대회 수영에서 6관왕으로 사상 최초로 여자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이케에 리카코(18)라는 스타도 탄생시켰다. 일본은 2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은 24개 종목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육상과 수영 같은 기초 종목이다. 일본이 수영에 걸린 41개의 메달 중 절반에 가까운 19개의 금메달(은 20개, 동 13개)을 따는 동안 한국은 금메달 1개(은 1개, 동 4개)에 그쳤다. 김서영(24·경북도청)이 여자 200m 개인혼영에서 딴 금메달이 겨우 한국 수영의 자존심을 지켰다. 일본은 육상에서도 금 6개, 은 2개, 동 10개의 성적으로 중국, 바레인, 인도에 이어 종목 종합 4위에 올랐다. 특히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던 남자 400m 계주는 압도적인 격차로 금메달을 따 2020 도쿄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한국은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이 여자 허들 100m에서 유일한 금메달을 땄을 뿐이다. 한국이 태권도와 양궁 등 전통적인 강세 종목에서 주춤한 반면에 일본은 한국이 주도했던 양궁과 펜싱 등에서도 금메달 수확을 시작했다.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되는 스케이트보드(금 3개, 은 2개), 가라테(금 4개, 동 2개) 등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일본의 선전 배경에는 활성화된 생활 체육이 있다. 학교 체육과 시민 체육이 활성화된 가운데 최근 들어 엘리트 체육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국제무대에서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한국이 일본을 다시 앞지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몇 해 전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통합했지만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엘리트 체육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체육계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2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선수단 해단식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와 있다. 학교체육 활성화와 스포츠클럽의 확대 등 체육의 저변을 확대시켜 그 토양에서 국가대표가 나오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활체육을 강조하다 보면 엘리트체육이 등한시될 수도 있다. 일본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다시 부상하고 있다. 우리는 생활체육 활성화에 힘쓰면서도 엘리트체육의 동반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카르타=임보미 bom@donga.com·이헌재 기자}

“이제 마음 편히 아플 수 있겠네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자신의 4번째 금메달을 따낸 나아름(28·상주시청)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대회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던 그에게는 대기록 달성을 기뻐할 힘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나아름은 31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벨로드롬에서 열린 트랙 사이클 여자 매디슨 결승에서 김유리(31·삼양사)와 짝을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매디슨은 두 선수가 25km(250m 트랙 100바퀴)를 교대로 달려 더 많은 점수를 올리는 팀이 이기는 포인트 레이스다. 10바퀴마다 1위는 5점, 2위는 3점, 3위는 2점, 4위는 1점을 준다. 이날 나아름-김유리 조는 76점을 얻어 홍콩(61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금메달로 나아름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4관왕에 올랐다. 한국 사이클 역사상 최초의 단일 아시아경기 4관왕이기도 하다. 나아름은 대회 초반 열린 도로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104.4km)와 도로독주(18.7km)를 모두 휩쓸었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종목을 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나아름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나아름은 김유미-김현지-이주미와 팀을 이뤄 달린 트랙 사이클 여자 단체추발에서도 우승을 합작했다. 도로와 트랙을 오가며 4종목에 출전하느라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나아름은 “몸에 열이 나는데 에어컨을 켜고 자면 감기에 걸릴까봐 밤새 자며 깨며 버텼다. 그동안 고생한 게 아까워서라도 이겨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아름은 장선재 코치의 지도 아래 지옥 훈련을 했다. 장 코치가 탄 오토바이를 따라잡으며 스피드를 키웠다. 진천선수촌 내 벨로드롬 안에서 최고 시속 70km로 달리는 오토바이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매디슨 경기를 대비해서는 남자 선수들과 레이스 훈련을 했다. 단체추발과 매디슨 2관왕에 오른 김유리는 “훈련이 워낙 힘들어 경기 뛰는 게 오히려 훨씬 편했다”고 했다. 전남 나주에서 벼농사를 짓는 나점수-주명순 씨의 1남 3녀 중 셋째인 그는 “내가 조금만 더 예뻤으면 운동 대신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한 뒤 “그동안 날 위해 헌신해주신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효도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탄 뒤 목표는 항상 올림픽 메달이었다. 내 꿈의 시작과 끝인 올림픽을 향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사이클은 금메달 6개, 은 3개, 동 4개 등 역대 최고 성적으로 모든 대회 일정을 마쳤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매트의 꽃미남’ 곽동한(26)이 화끈한 한판 행진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곽동한은 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유도 남자 90kg급 결승에서 알탄바가나 간툴가(몽골)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꺾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곽동한은 4년 전인 2014 인천 대회에서 간툴가에게 패하며 금메달 꿈이 깨졌다. 당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곽동한은 “인천에서 간툴가에게 진 후 이를 악물었다. 오늘만 생각하고 힘든 훈련을 참아냈다”고 말했다. 절치부심한 곽동한에게 간툴가는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었다. 경기 시작 1분 47초 만에 업어치기로 절반을 따낸 데 이어 2분 23초에는 업어치기로 한판승을 거뒀다. 준결승에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계 혼혈 베이커 마슈(일본)를 역시 한판으로 압도했다.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에서는 김성민(31·한국마사회)이 두렌바야르 울지바야르(몽골)를 꺾고 금메달을 추가했다. 4년 전 인천 대회에서 이 선수에게 져 동메달을 땄던 김성민은 설욕에 성공했다. 남자 100kg급 조구함(수원시청)과 여자 78kg급 박유진(동해시청), 여자 78kg 이상급 김민정(한국마사회) 등 3명은 결승에서 만난 일본 선수들에게 패하며 모두 은메달을 따냈다.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9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궁 선수들은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국민들의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거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이 종목에 걸린 8개의 금메달 중 절반인 4개를 땄다. 종목 종합 1위였지만 예전처럼 압도적이진 않았다. 회견장의 금메달리스트들은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대 뒤에서 조용히 칼을 갈고 있는 선수는 따로 있었다. 남자 리커브 대표팀 막내 이우석(21·상무)이다. 이우석은 양궁 남자 대표 선수들 중 유일하게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 등 3종목에 모두 출전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대표 선발전을 통과했고, 선발전 1위만 누릴 수 있는 전 종목 출전의 영예도 얻었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는 마지막 발 8점을 쏘는 실수를 범해 은메달을 땄다. 팀 선배 김우진(26·청주시청)과 치른 개인전 결승에서도 접전 끝에 패했다. 혼성전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처음 출전한 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 2개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내심 3관왕을 꿈꿨던 그에게는 큰 시련이었다. 어린 나이지만 그는 벌써 여러 차례 아픔을 겪었다. 2014 인천 대회 때는 4명을 뽑는 대표 선발전에서 5위를 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3명을 선발했는데 그는 4위였다. 천신만고 끝에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노렸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팬들은 그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 양궁의 에이스는 항상 시련을 바탕으로 최고의 궁사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 2관왕에 오른 뒤 줄곧 여자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맏언니’ 장혜진(31·LH)은 이우석과 같은 길을 걸었다. 20대 중반까지 그는 항상 한 순위 차이로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곤 했다. 그 시련을 참고 견뎌 20대 후반이 돼서야 에이스로 꽃을 피웠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 첫 금메달을 딴 맏형 오진혁(37·현대제철)은 1999년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뒤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10년을 버텨야 했다. 남자 에이스 김우진은 4년 전 인천 대회 때 4명의 국가대표에는 선발됐으나 출전 선수(3명) 안에는 들지 못해 내내 ‘관중’으로 동료 선수들을 응원해야 했다. 세계 양궁은 날이 갈수록 평준화되고 있다. 한국인 지도자들이 각 나라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기술적으로는 이미 큰 차이가 없다. 한국 양궁의 남아있는 무기는 절실함이다. 김우진은 “한국 양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말 절실해야 한다. 오늘의 아픔이 미래의 에이스 이우석을 위한 토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게 그렇게 힘겹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벼랑 끝까지 밀렸던 한국 야구가 난적 일본을 꺾고 결승행 청신호를 밝혔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5-1로 승리했다. 일본을 넉넉한 점수 차로 이긴 한국은 31일 오후 4시(한국 시간) 중국과의 2차전을 이기면 결승전에 나갈 수 있다. 김하성과 박병호(이상 넥센), 황재균(KT)이 각각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최원태(넥센)-이용찬(두산)-최충연(삼성)-함덕주(두산) 등 젊은 투수들은 예선 3경기에서 56득점을 올린 일본 타선을 1점으로 꽁꽁 묶었다. 현역 시절 ‘일본전의 사나이’로 불렸던 이승엽은 “일본전 승리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결승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3회 김하성과 박병호의 홈런으로 공격의 물꼬가 트였다. “홈런도 잘 쳤지만 2회말 1루수 박병호의 수비를 더 칭찬하고 싶다. 2사 2루에서 마쓰모토 모모타로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만약 이게 우익수 쪽으로 빠져나가 선취점을 허용했다면 정말 어려운 경기를 했을 것이다. 예선에서 대만에 1-2로 패한 우리는 이미 쫓기는 처지였다. 박병호의 결정적인 수비 하나로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오늘의 승부처는 어디였다고 보나. “한국이 4-1로 앞선 5회초 1사 2, 3루 손아섭(롯데) 타석 때 양쪽 벤치가 모두 작전을 걸었다. 한국은 땅볼 시 3루 주자가 홈으로 뛰어드는 작전을, 일본은 잡자마자 홈 송구를 계획했다. 손아섭이 공교롭게 유격수 앞 땅볼을 쳤는데 일본 수비진이 제풀에 흔들리며 우리가 소중한 추가점을 올릴 수 있었다. 곧 이은 5회말 수비 때 투수 이용찬이 1루 주자 아오야기 쇼를 견제로 잡아낸 것도 컸다. 여기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장단 14안타를 쳤지만 5점밖에 내지 못한 건 아쉬워 보인다. “잔루가 13개나 됐으니 너무 많긴 하다. 하지만 중심타자인 박병호가 홈런 포함 3안타를 치며 살아났고, 포수 양의지도 적시타 등 2안타를 쳤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대만전 때 꽉 막혔던 타선이 조금씩이나마 풀려가고 있다.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다.” ―일본은 전원이 사회인야구 소속이지만 꽤 수준 높은 경기를 했다. “확실히 프로 선수들에 비해서는 실력이 모자라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일본 선수 특유의 기본기가 살아 있었다. 주자로 나가면 끊임없이 공을 주시했고, 수비에서도 프로 못지않은 견고함을 보였다. 준프로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사회인야구의 특출한 선수들은 실제로 프로팀으로도 많이 간다.” ―한국은 31일 중국을 넘으면 결승전(9월 1일)에 진출한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결승 상대가 대만이 될 수도 있고 일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우승을 확신한다. 반복해서 하는 얘기지만 초반이 정말 중요하다. 1번 타자 이정후(넥센)가 출루한 뒤 중심타선이 터지면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우리 타자들의 페이스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대만이나 일본의 어느 투수가 나와도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 들어 우리 선수들이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팬 여러분께서도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3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도로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 금메달은 나아름(28·상주시청)의 차지였다. 그렇지만 나아름의 금메달은 104.4km를 달리는 긴 레이스 초반 페이스메이커로 나선 이주미(29·국민체육진흥공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주미는 조연에만 머물지 않았다. 주 무대인 트랙으로 옮겨서는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이주미는 30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벨로드롬에서 열린 트랙 사이클 여자 개인추발 결승에서 왕훙(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개인추발은 3km(250m 트랙 12바퀴)를 누가 빨리 달리는지 겨루는 경기다. 두 선수가 맞은편에서 출발해 상대를 따라잡으면 경기가 끝난다. 이날 이주미는 마지막 1바퀴를 남기고 황훙의 꼬리를 잡는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주미는 앞서 열린 예선에서는 아시아신기록(3분 33초 048)을 작성하며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주미는 28일 김유리(31·삼양사), 김현지(25·서울시청), 나아름이 함께 달린 단체추발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이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이주미의 금메달을 더해 한국 사이클은 30일 현재 벌써 5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효자 종목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나아름이 도로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와 도로독주에서 우승했고, 박상훈은(25·한국국토정보공사)이 하루 전인 29일 남자 개인추발에서 금메달에 목에 걸었다. 이미 3개의 금메달을 따낸 나아름은 31일 여자 매디슨에 출전해 대회 4관왕에 도전한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