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이지운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구독 72

추천

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asy@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정당40%
정치일반32%
대통령13%
국회8%
경제일반4%
사건·범죄2%
국제일반1%
  • 부작용, 접종 횟수…‘코로나19’ 백신이 넘어야할 까다로운 산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백신 도입이 곧바로 ‘접종 시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백신이 들어오는 만큼 허가와 유통, 접종, 모니터링까지 모든 시스템을 철저히 준비해야 빠른 접종이 가능하다. 부실한 준비로 혼란이 커지면 ‘백신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국가접종사업은 대상자(무료접종)를 크게 늘렸음에도 접종률이 정부 목표(80%)에 미치지 못하는 70% 초반에 그쳤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유통사고’로 인한 일시 중단 등이 백신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백신 불신’에 71%만 접종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1일 마무리되는 2020~2021년 독감 백신 무료접종은 대상자 1960만1240명 중 71.1%(1394만4073명, 28일 기준)만 접종을 완료했다. 임신부 및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어린이가 일부 내년 4월 말까지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정부 목표인 80%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독감 백신 무료접종대상자는 2018년과 2019년의 약 1300만 명과 비교해 1.5배로 늘어났다. 정부가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을 우려해 무료접종대상자를 만 65세 이상에서 만 62세 이상, 만 12세 이하에서 만18세 이하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백신 출하량도 예년보다 20%가량 늘렸다. 하지만 접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신이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터졌다. 백신 연관성에 상관 없이 접종 후 주로 고령자 사망 소식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28일까지 독감백신 접종률은 어린이 81.3%, 청소년 58.9%, 만 62~69세 61.4% 등 평균 71.1%에 그쳤다. 최근 백신 접종률인 2017~2018년 83.1%, 2018~2019년 79.7%, 2019~2020년 80.3%보다 크게 낮다. 출하된 백신 3004만 도스(dose) 중 최소 수백만 명분이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불안감에 사람들이 백신 접종에 나서지 않아 인력과 자원만 낭비한 셈”이라며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은 신뢰 문제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은 가장 까다로운 접종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독감보다 더 까다롭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접종해 임상적으로 안전이 검증된 독감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서 올해 처음 시도된다. 어떤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접종하면 안 되는지, 접종 후 부작용은 무엇인지 이제야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게다가 유통과 접종 방식은 독감 백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은 영하 20~80도 초저온에서 보관 유통해야 한다. 제품별 접종 횟수도 다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는 두 번, 얀센은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두 번 접종하는 백신은 권고 접종간격도 3주, 4주 등으로 제품마다 차이가 있다.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 접종을 위해 별도 접종센터 약 100~250개를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냉장 보관·유통이 가능한 백신은 기존 예방접종 경험이 있는 위탁의료기관 중 지정기준에 부합한 기관을 지정해 접종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초저온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1분기 내 냉동고 250여 대를 구비하고 코로나19 백신 유통·보관 가이드라인도 만든다고 밝혔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초저온 유통망과 접종센터 등 코로나19 백신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며 “백신접종 예약시스템과 접종 후 부작용을 관찰하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은 반드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이지운기자 easy@donga.com}

    • 2020-12-29
    • 좋아요
    • 코멘트
  • “15일 英정부 변이 보고 즉시 영국發 직항 막았어야” 지적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3명은 정부가 영국발 직항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기 하루 전인 22일 입국했다. 정부의 조치가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영국 정부는 15일 변이 바이러스 발생을 보고했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영국에서 입국한 일가족 4명은 22일 입국 당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부터 시행된 집중검역 조치에 따라 전장유전체검사(NGS)를 받았고 이 중 3명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직항 노선 차단 하루 차이로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지 못한 셈이다. 방대본은 “이미 22일부터 집중검역 조치가 시행돼 변이 바이러스 감염을 파악해 걸러냈기에 방역망이 뚫린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지역사회 직접 전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가족이 함께 탑승한 비행기 안에서 변이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입국 당일 확진된 만큼 기내에서도 전파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대본은 22일 입국한 영국발 비행기 내 확진자와의 접촉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항공편에는 승객 62명과 승무원 12명 등 총 74명이 탑승했다. 이 중 승무원 12명은 일단 음성 판정을 받았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1.7배(70%)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확인되자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이후에도 입국 차단이 즉각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 이미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영국발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6명에서 이달 15명으로 늘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달 들어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대상 5건 중 3건(60%)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건 22일 이전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거리 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역당국은 자가 격리 해제 전 진단검사 실시 대상을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모든 해외 입국자로 확대했다. 영국발 항공편 직항 중단 조치는 이달 31일에서 내년 1월 7일까지로 일주일 연장된다. 또 영국, 남아공 입국자들은 내외국인 모두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 영국, 남아공 국적자에 대해선 외교·공무, 인도적 사유 외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에 이어 남아공 입국자에 대해서도 격리면제서 발급을 중단한다. 영국 입국자의 경우 내년 1월 17일까지 해당 조치를 연장한다. 주요 국가들은 서둘러 강도 높은 입국 차단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28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일본 정부는 내년 1월 말까지 모든 국가에서 외국인 입국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든 외국발 항공기에 대한 입국 차단 조치를 일주일 연장했다. 쿠웨이트는 28일부터 국경을 일시 폐쇄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한국도 변이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위해 더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브리핑에서 “일본처럼 외국인에 대한 신규 입국 금지를 다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기존에 해왔던 입국 관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이지운 easy@donga.com·임보미·김소민 기자}

    • 2020-12-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의를 위해선 폭력도 불사” 범인 잡다 안방 사로잡은 형사

    “경찰이 이래도 돼?” MBC 월화드라마 ‘나쁜 형사’에서 우태석(신하균)은 자기 나름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범법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강력계 형사다. 그는 감금된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범인을 고문하고, 가짜 증거를 들이밀며 용의자를 협박한다. 고층 난간에 매달려 ‘구해 달라’고 애원하는 연쇄살인마를 밀어내 버리기까지 한다. 물론 현실에서 경찰은 이러면 안 되고, 실제로 이러지도 않는다. 하지만 ‘다크 히어로’ 우태석의 활약은 잔혹한 범죄 뉴스에 지친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의 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말도 안 되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건 신하균의 출중한 연기력이다. 여기에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센 연출이 눈길을 끈다. 시종일관 어둡고 건조하고 차가운 색감의 화면으로 가득하며, 폭력 묘사는 성인 범죄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수위가 높다. 화제를 모을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나쁜 형사’는 방영 첫 주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4회 10.6%·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월화드라마의 강자로 떠올랐다. 3∼6회를 제외하고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드라마란 점을 감안할 때 더 눈에 띄는 성적이다. 다만 장점만큼 한계도 분명하다. 연쇄살인마 장형민(김건우)이 명백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기를 두 번째로 반복하는 순간, 개연성은 곤두박질쳤다. 13년 전 살인사건 때문에 선량하던 우태석이 ‘나쁜 형사’가 됐다는 설정은 나쁘지 않지만, 밑도 끝도 없는 우연한 만남이 줄을 잇는 스토리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이는 원작인 영국 드라마 ‘루서’의 설정에 한국 드라마식 긴 호흡의 이야기를 억지로 덧씌우다 서사에서 힘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일까. 최근 시청률은 초반보다 다소 하락한 8%대를 맴돌고 있다. ‘웰 메이드’라는 수식어를 이어가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애초에 ‘한드답지 않다’는 이유로 호평을 받은 드라마 아닌가.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77년 만에 세상에 나온 로맹 가리 첫 장편소설

    1956년 ‘하늘의 뿌리’로, 1976년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쓴 ‘자기 앞의 생’으로 두 차례 공쿠르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1914∼1980)의 첫 장편 소설이다. 그가 23세 때 완성했으나 77년간 누런 원고 뭉치로만 보관되다 2014년에야 정식 출간된 이 작품은 로맹 가리의 ‘아이디어의 실험실’로 불린다. 어느 날 술이 거나하게 취한 채 공동묘지 담을 넘은 튤립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허연 백골들의 모습을 보고 기겁한다. 인기척이라곤 없을 것 같은 이곳은 사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공간이었던 것. 시위대를 벌레 잡듯 으스러뜨리는 거인 경찰부터 몸을 파는 모녀, 적이지만 우정을 쌓은 독일군과 프랑스군 병사까지…. 튤립은 묘지를 모험(?)하며 산 사람들보다 더 적나라한 사자(死者)들의 군상을 목도하고, 이를 경쾌한 부조리극으로 풀어낸다. 로맹 가리는 “이 소설은 청춘부터 성숙한 시기까지 줄곧 나와 함께했다”고 회상했다. 이 책에 나오는 시체들의 사연들은 그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자신이 살던 메르몽 하숙집에서 관찰한 인간 군상을 자양분으로 한 것이다. 그는 이곳에 쓰인 에피소드들을 ‘자기 앞의 생’ ‘유럽의 교육’ 같은 이후 작품에서 여러 차례 변주했고, 여기 쓴 문장을 그대로 재사용하기도 했다. 청년 로맹 가리의 재기발랄함과 거장 에밀 아자르의 문학적 토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협만화 ‘표인’으로 中서 돌풍… 조선족 만화가 허선철 씨

    검은 삿갓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 손엔 긴 칼을, 다른 손엔 꼬마 아이를 받쳐 들고 중원을 방랑하는 칼잡이 도마. 어느 날 그는 병약해 보이는 한 사내를 수도 장안(長安·현 시안)까지 호송하라는 임무를 받는데, 사내의 정체는 반란군 수장 ‘지세랑’이었다. 무협만화 ‘표인’의 돌풍이 심상찮다. 2015년부터 중국에서 온라인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중국에선 단행본 출간 6개월 만에 30만 부가 팔렸고, 일본 NHK에서도 세 차례 이 작품을 조명했다. 한국에서도 ‘열혈강호’ 양재현 작가와 ‘용비불패’ 문정후 작가의 극찬을 받으며 지난달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표인’을 그린 허선철 만화가(34)는 최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제가 소수자이기에 쓸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옌볜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이다. ‘표인’은 수나라가 고구려를 침공하기 직전인 611년 발생한 민란을 재해석하는데,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 그는 “국가나 민족,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소수민족의 시선으로 주류 사회를 바라봄으로써 그 시대 속 인물들 자체에 대해 더 깊게 탐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식 만화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작가의 데뷔작이란 점에서도 놀랍다. 허 작가는 김애란 소설가의 ‘달려라, 아비’ 등 한국 문학작품을 중국어로 소개하는 번역가로 활동했었다. 그러던 중 26세 때부터 4년간 ‘표인’ 구상에 몰두했다. 그는 “1화를 내기 전 버려진 원고지만 2000장이 넘는다”며 웃었다. 허 작가는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그 섬세한 필체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표인’의 거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도 섬세한 정서 표현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학으로서의 만화’를 그리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느릿느릿 나무늘보는 말하지 “나처럼 살아보면 어때?”

    이 책은 홍콩과 대한민국, 두 나라를 대표하는 ‘힙스터’들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플랩잭스(FLABJACKS)’라는 활동명으로 나이키, H&M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온 홍콩의 비주얼 아티스트 톤 막(30)이 쓰고 그렸고, 젊은 감각의 감성적 문장으로 사랑받는 이병률 시인(51)이 우리말로 옮겼다. 이 시인은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톤 막 작가는 이메일을 통해 각각 만나 나눈 이야기를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병률=서른 살에 인도를 여행하다 처음 명상을 접했어. 푸나 지역의 한 명상학교에 들어갔는데, 설거지나 채소 손질 같은 잡일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라고 하더라. ‘명상’ 하면 가만히 앉아 참선하는 광경만을 상상했는데 말이야. ▽톤 막(이하 톤)=나도 명상에 정해진 방법이나 규칙은 없다고 생각해. 불안을 극복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든, 예컨대 그림 그리기나 달리기, 아니면 양치질도 명상이 될 수 있지. ▽이=헌사에 ‘첫 명상 스승이었던 어머니에게 바친다’고 썼던데…. ▽톤=10대 시절, 학교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내게 엄마가 마음을 다스리는 호흡법을 알려주셨어. 내 인생 첫 명상이었지. ▽이=요즘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명상이나 마음 다스리기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그쪽은 어때? ▽톤=여기도 마찬가지야. 내 생각에 그건 종교와 전통이 젊은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를 되돌아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명상이 어느 정도 종교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건 아닐까. ▽이=네 그림을 보고 청유형 문장과 닮았다고 생각했어. 선 몇 개로 그린 작은 표정과 몸짓만으로 넌지시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까. “나처럼 해 보는 건 어때?”라고 말하는 나무늘보처럼 말이야. ▽톤=칭찬 고마워. 처음 나무늘보를 봤을 때, 저 느릿느릿한 동물은 분명 ‘혼자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아 슬퍼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 날, 실은 다들 나무늘보처럼 살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았지. 느리고 걱정 없는 삶 말이야. ▽이=나도 그래. 역자 소개에도 ‘한 달에 열흘은 나무늘보로 변신한다’고 썼는걸. 스마트폰만 좀 덜 보면 마음 다스리기가 더 쉬워질 텐데…. ‘스마트폰’이야말로 명상의 반대말이 아닐까. ▽톤=나도 늘상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데, 찔리는군! ‘연결’과 ‘분리’의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해진 세상인 것 같아.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물 만난 다섯 초보해녀 “물질커녕 2m 잠수도 쉽지 않네”

    《여배우와 아이돌 그룹 멤버, 그리고 ‘대세’ 개그우먼이 두꺼운 고무 잠수복을 입고 ‘테왁’(해녀가 사용하는 부표)을 들었다. 26일 처음 선보이는 채널A 새 예능 ‘무작정 풍덩하라, 워터걸스’는 여성 연예인 5인방의 해녀 도전을 다룬 리얼 버라이어티다. 그간 예능프로그램에서 제주의 이색 체험 소재 정도로 해녀를 다룬 적은 있지만, 제주에서 꼬박 열흘을 머물며 진짜 해녀 되기에 도전하는 건 처음이다. 》 ‘워터걸스’는 온몸으로 부딪혀 가며 물질을 익히는 초보 해녀 다섯 명의 성장기가 주 시청포인트. 실제로 젊은 해녀를 양성하는 해녀학교를 찾아가 선배 해녀들에게 일대일 물질 강습을 받는다. 제작진은 “물질을 처음 접해 보는 멤버들이 어엿한 한 명의 해녀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틈틈이 감초처럼 각종 게임과 활동을 곁들여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띄운다. 여기에 제주시 애월읍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이 보는 맛을 더한다. 물론 본격적인 해녀 활동은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에게조차 쉽지 않다. 해녀들이 즐겨 부르는 노동요에 “‘칠성판’(관 바닥에 깔거나 시신 위를 덮는 나무판)을 지고 바다로 뛰어든다”는 대목이 있을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햇병아리 해녀들에게 더욱이 호락호락할 턱이 없다. 출연 멤버들은 다들 수영엔 일가견이 있는 데다 제주로 떠나기 1개월 전부터 다이빙과 잠수 훈련을 했음에도, 처음엔 물질은커녕 2m 남짓한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게 11월 찬 바닷물에서 함께 고생한 탓일까. 직업도,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출연진은 오래도록 지내온 친구처럼 각별한 정을 나눈다. 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들의 ‘케미’와 끈끈한 정이야말로 진짜 볼거리. 특히 배우 최여진은 최근 프리다이빙(수중호흡기 없이 잠수하는 다이빙)을 다룬 영화 ‘딥’에 출연했을 정도로 수중 스포츠에 조예가 깊어 중심을 잘 잡아준다. 배우 김지영이 맏언니로서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배우 김희정과 개그우먼 홍윤화가 특유의 밝은 매력으로 활력을 더한다. 걸그룹 ‘우주소녀’ 멤버인 다영은 제주 출신으로 실제 이모가 해녀로 활동하고 있다. 상큼한 분위기로 깨알 같은 정보를 제공하며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제주 해녀문화는 고유한 언어와 생활양식, 무속신앙과 노동요 등으로 ‘살아 있는 문화박물관’이라는 평을 받는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번 첫 시즌에서는 해녀를 중심으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양 인류’의 삶을 잘 전하는 것이 기획 의도. 연출을 맡은 장통우 PD는 “천 년 넘는 역사를 가진 제주 해녀야말로 첫 시즌에 꼭 소개해야 할 문화라고 생각했다”며 “다음 시즌에선 인도네시아 해상부족, 일본 오키나와의 해남(海男) 등 해외 문화도 체험하고 소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무작정 풍덩하라, 워터걸스’는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20분 채널A에서 방영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살면 상생극락”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사진)은 24일 2019년 새해를 앞두고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함께하자는 취지의 신년 법어를 발표했다. 진제 스님은 “세간의 극심한 경쟁과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모든 사람들이 고통의 바닷속에서 헤매고 있다”며 “나와 남이 둘이 아니고, 인간과 자연이 한 몸이다. 각자 자신의 일에 성실하고 인욕하며,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함께할 때 상생극락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외딴 카페서 찾은 진정한 삶의 목적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 훌쩍 휴가를 떠난 존은 한밤중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외딴 카페를 찾는다. 아늑하지만 어딘지 기묘한 분위기의 이곳, 메뉴판엔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라고 씌어 있다. 가만히 다시 보니 그 글귀는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로 바뀌어 있다. 우리 시선이 닿는 곳 어디든 광고가 붙어 있는 세상이다. 광고는 이 차를 가지면,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면 인생은 행복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듯 우리를 유혹한다. 두둑한 연봉으로 그것들을 사들여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건 행복에 이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카페 사람들은 존에게 묻는다.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한 삶을 살고 있느냐”고. “삶의 목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있느냐”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존은 다른 사람들이 정한 만족스러운 삶의 기준을 따른다고 해서 자신이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연봉을 받아 값진 물건들을 잔뜩 사더라도 본인이 그것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다. 자기계발서지만 머리가 번쩍 뜨이는 듯한 영감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부, 승진, 명예가 아닌 ‘행복’이 새해 목표인 독자라면 카페에서 느긋하게 읽어볼 만한 한 편의 동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프레스센터 소유권 문제, 정부가 나서 해결하라”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12단체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소유권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번 성명은 프레스센터 시설의 소유·관리권에 대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간의 소송에 대해 14일 대법원이 심리 속행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언론12단체는 성명에서 “대법원이 이번 결정에서 시설의 설립 취지와 공적 시설로서의 지위를 고려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닌 시설인 만큼 민사소송이 아니라 공익적·정책적 판단을 통해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1962년 언론계 소유의 ‘신문회관’에서 시작해 1984년 지금의 모습으로 개축된 프레스센터는 2014년 코바코가 재산권을 주장하면서부터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만화부터 설치미술까지… 탈경계를 통한 평화의 메시지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은 20일부터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 ‘너머, 넘어 전(展)’을 연다. 애니메이션 ‘머털도사’로 유명한 원로 만화가 이두호 화백을 비롯해 정재호 화가, 그라피티 작가 STAZ 등이 참여해 만화와 애니메이션부터 설치미술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문 작품들을 선보인다. 설치미술 작품 ‘PPIN’을 출품하기도 한 배우 이광기 씨가 총괄 큐레이터를 맡아 개막식 도슨트(전시 해설)로 나선다. 만화박물관 이소현 큐레이터는 “만화와 미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크로스오버’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내년 4월 24일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5000원.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0대 아들도 TV 앞에 앉혔다…AR 게임 드라마의 마력

    “퀘스트가 뭐야?” “NPC(Non-Player Character)는?” “현빈을 향해 날아오던 화살은 왜 갑자기 멈춘 거야?” 주부 오영진 씨(43)는 최근 주말마다 중학생 아들에게 질문을 쏟아붓는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함께 보는데, 모르는 것투성이기 때문이다. 오 씨는 “중학생 아들이 이렇게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건 처음 봤다. ‘축구 중계를 보자’는 아빠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며 웃었다. 최근 증강현실(AR)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알함브라…’가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TV드라마에 가장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10대 남성들의 관심이 상당하다. 10대 남성층의 평균 시청률이 3%(닐슨코리아 기준)에 이른다. 비슷한 전체 평균시청률(8∼9%대)을 기록했던 tvN ‘백일의 낭군님’의 10대 남성 시청률이 1% 안팎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알함브라…’가 기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지녔기 때문이다. 주인공 유진우(현빈)는 캐주얼 정장이 어울리는 대형 투자회사 대표. 하지만 특수 콘택트렌즈 하나만 끼우면 장검(長劍)을 든 중세의 무사로 변신해 결투를 벌이거나 영화 ‘테이큰’이 떠오르는 총격전을 펼친다. 특히 이런 게임 세계에 들어간 1인칭 시점 화면은 10대 남성들이 익숙한 게임 인터페이스를 똑 닮았다. 심지어 캐릭터의 레벨, 체력 등을 그래픽으로 띄워 시청자가 직접 AR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그렇다고 ‘알함브라…’가 다른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도 아니다. TV드라마의 주력 시청자로 꼽히는 40대 여성도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6회 기준 11.6%)을 유지한다. 이는 제작진이 기획 때부터 염두에 뒀던 ‘투 트랙 전략’을 잘 풀어낸 결과로 보인다. 잘나가는 사업가 현빈과 가난하지만 밝은 박신혜의 감칠맛 나는 ‘밀당’은 기존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문법에 익숙한 이들의 이탈을 방지한다. 현빈 하면 떠오르는 현진헌(MBC ‘내 이름은 김삼순’)과 박신혜의 대표 캐릭터 차은상(SBS ‘상속자들’)이 자연스레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 스페인 그라나다의 아름다운 풍광도 한몫을 한다는 평을 받는다. 드라마에서 현빈이 ‘100조 원짜리 프로젝트’라고 표현한 이 게임. 우리가 이런 형태의 게임을 실제로 즐길 날이 올까. 현재 기술만으론 어렵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대부분 구현 가능한 콘텐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글라스 크기 정도로 소형화된 AR 체험 장비가 이미 나왔고, 위치기반 서비스의 기술이 개선되면 게임 캐릭터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등의 연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지영 명지전문대 소프트웨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콘택트렌즈 형태의 AR 체험 기기는 10년 안에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현빈이 게임 중 처치한 라이벌이 실제로 사망하는 장면은 드라마적 상상력의 산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문학창작-영화비평-요리… 취미와 사교 갈증 동시에 해결

    “제게 ‘살롱(salon)’은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였죠. 학원 다니며 삭막한 자기계발을 하기도, 친구들과 술이나 마시며 세상불평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싫었거든요.” 공공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최균 씨(39)는 ‘살롱’ 예찬론자다. 지난해 여름 살롱 활동을 시작한 그는 현재 5가지 살롱 모임에서 활동한다. 그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 교류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살롱의 매력”이라며 “살롱 활동을 하며 영화비평가로도 살고 싶다는 꿈을 찾았다”고 말했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살롱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살롱은 본래 17∼19세기 유럽에서 성행하던 귀족이나 문인들의 사교 모임을 일컬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세기 룸살롱이나 헤어살롱 등 여기저기서 마구잡이식으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살롱의 본질적인 취지를 잘 살린 다양한 ‘소셜 살롱’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살롱 문화는 독서토론이나 영화비평, 요리 등 관심사나 취미를 중심으로 생산적인 모임을 진행하는 게 특징. 대부분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며 진입 장벽을 높였다. 그 대신 내부에선 개방성 평등성을 운영 규칙으로 삼아 프랑스의 살롱 문화와 상당히 닮았다. 지난해 문을 연 소셜 살롱 ‘문토’는 1년 만에 27개의 모임을 진행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각 모임은 해당 분야에 조예가 깊은 멤버가 리더를 맡는다. 13일 오후 9시 이 살롱을 찾았을 땐 늦은 밤인데도 요리, 도시공학 등 모임 4개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살펴본 살롱 모임은 멤버들 대부분이 존칭을 썼다. 직업이나 나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따지지 않는다. 분위기도 리더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기보단 얘기를 나누며 공통의 관심사를 자연스레 찾아갔다. 에세이 살롱에서 만난 양수석 씨(41)는 “살롱에선 대학생과 대기업 간부도 진솔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음악 살롱에 참여한 의사 심예지 씨(32·여)는 “학창 시절 플루트를 연주했지만 까맣게 잊고 살았다”며 “살롱에 참여한 뒤 다시 옛 친구들과 클래식 앙상블 동아리를 결성해 연습 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살롱도 등장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안전가옥’은 SF나 판타지 등 장르 문학 창작자들을 위한 살롱이다. ‘안전가옥’은 올 한 해 살롱 멤버들의 신작 발표회와 창작 워크숍 등이 70여 차례나 열렸다. 자유롭게 서로의 작품을 비평해주거나 공동작품을 구상해 결과물을 잡지로 내기도 했다. 살롱 자체적으로 공모전을 열어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도 했다. 살롱 멤버인 최수진 씨(23·여)는 “하반기 SF·판타지 공모전에 당선된 뒤 매일 퇴근하고 여기로 온다. 내년 상반기 출간이 목표”라고 말했다. 무엇이 사람들을 살롱으로 이끄는 걸까. 전문가들은 ‘취향’의 위상이 높아진 점을 신(新)살롱 문화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기성세대를 옥죄던 부모 봉양이나 자식 수발의 의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2030세대들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느냐’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단편적인 소통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접 얼굴을 맞대는 ‘아날로그의 반격’인 셈이다. 안전가옥 단골인 윤여경 한국SF협회 부회장(소설가)은 “살롱에선 예기치 않은 만남과 의도치 않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 일이 많다”며 “SNS에선 거의 불가능한 ‘입체적인 소통’이 주는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8-1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취미활동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대안형 교육기관으로 발돋움

    “퇴사와 1인 기업을 준비하는 30대를 위한 모임을 만들면 관심이 있을까요?” 올해 1월 카드회사에 다니다 퇴직한 지 7개월 된 강혁진 씨(36)는 무심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다음 날 오전 무려 100명이 넘는 이가 강 씨의 게시물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겼다. 1주일 뒤인 1월 마지막 수요일, 30대 직장인 40여 명이 서울 강남구 한 공유오피스에 모였다.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작가의 꿈을 꾸는 청년과 취미로 시작한 가죽공방을 차린 한 1인 창업가까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올해 출범한 ‘월간 서른’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모이는 교육형 살롱이다. 현재 매달 평균 100명 넘게 이곳을 찾는다. 월간 서른은 취향 공유를 넘어 직장인들을 위한 교육의 성격까지 지닌 살롱인 셈. 갈수록 사회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지만, 막상 마땅한 정보나 교육을 얻기 힘든 현실을 잘 비집고 들어갔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 살롱은 이런 대안형 교육기관의 성격을 지닌 것이 많다. ‘신촌대학교’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카페나 스튜디오를 빌려 강의실로 사용한다. 캠퍼스도, 학위도 없지만 실용적인 지식을 배우는 데 주안점을 뒀다. 비정부기구(NGO) 세계를 다루는 ‘심봉사학과’나 생생한 프랑스어를 배우는 ‘샹송으로 사랑타령이나 불러볼과’, 창업 교육을 진행하는 ‘그까짓 창업학과’ 등이 인기다. 2015년 4월에 시작해 현재까지 300여 개 학과가 만들어졌다. 이 밖에 ‘낯선 대학’ ‘퇴직학교’ 등 이색적인 교육 살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청년들이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 등 인문학적 배움에 대한 기본적인 갈망을 지녔음을 보여 준다”며 “현재 국내 대학과 기업이 이런 문화적 감수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걸 방증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1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진화 거듭하는 ‘탈것’ 어떤 미래 몰고올까

    호주 퍼스 공항에 내리자마자 ‘우버 존’부터 찾았다. 현지 시간 오전 6시였지만 애플리케이션(엡)에 호텔 이름을 입력한 지 2분 만에 차량이 도착했다. 경유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선 동남아시아의 우버라 불리는 ‘그랩’을 이용해 시내를 둘러봤다. 휴가를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올 땐 ‘쏘카’를 한 시간 동안 빌려 몰고 왔다. 이처럼 기자의 휴가는 시작부터 끝까지 공유자동차와 함께였다. 이젠 스마트폰만 있으면 국내외 어디든 못갈 곳이 없다. 5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으나 이미 너무 익숙해져버린 ‘탈것의 진화’. 저자는 이를 ‘모빌리티 혁명’이라 부른다. 차량 공유 서비스만의 일이 아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가 우리 삶에 가져다줄 변화는 더욱 크다. 모빌리티 분야는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이다. 저자는 한국이 ‘모빌리티의 무덤’ 오명을 벗으려면 정부가 주도권을 기업에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기술 발전의 희생양이 될지 모를 전통 운송산업 종사자들의 생계에 대한 고민 또한 발맞춰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영자-박나래 ‘예능 퀸’… tvN 드라마 왕국 구축

    이영자가 먹고 김태리가 ‘러브’했다. ‘먹방’과 ‘관찰예능’은 대세 자리를 지켰고, tvN ‘미스터 션샤인’을 필두로 비지상파 드라마의 강세도 굳어졌다. 동아일보는 방송계 PD, 작가, 외주제작사 관계자, 평론가 등 24명에게 설문을 받아 2018년 방송계를 돌아봤다.○ 예능 강자로 떠오른 여성들 이영자가 먹으면 먹방도 새로워진다. 올해 최고 예능인(10표)으로 선정된 그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Olive ‘밥블레스유’ 등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소박한 음식도 신선한 평으로 격을 높였다. ‘혀믈리에’라는 별명도 얻었다. 특히 매니저 송성호 씨와 출연한 ‘전지적…’에서 ‘소떡소떡’ 등 그가 먹는 음식들이 휴게소에서 대박이 났다. 박나래도 올해 최고의 강자로 거듭났다. MBC ‘나 혼자 산다’ 등 올해 10편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예능의 판도를 흔들었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기존 예능 강자들을 순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박나래는) 생활 밀착형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라고 했다. 일반인의 ‘썸’을 다룬 채널A ‘하트시그널2’는 지난해보다 마니아층을 넓히며 시즌1의 흥행을 이어갔다. 400만 건 이상의 온라인 영상 클립 조회 수를 기록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핫’했다. SBS ‘로맨스 패키지’, Mnet ‘러브캐처’ 등 유사한 설정의 프로그램들도 양산됐다.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관찰예능은 올해 최고의 예능프로그램 1∼3위에 오르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기를 과시했다. 일부 중장년의 취미로 여겨진 낚시에서 보편적 재미 코드를 발굴해낸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도 큰 화제였다. 이덕화 이경규의 깊은 내공과 에너지 넘치는 핫한 게스트들의 조화가 특히 돋보였다. 김지수 도레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도시에 지친 이들에게 낚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힐링’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흥행과 별개로 새로운 소재 발굴을 위한 고군분투도 빛났다. tvN ‘숲속의 작은집’은 배우 소지섭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그렸고, 유재석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시민들과 퀴즈를 풀기 위해 길거리로 향했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유타주 화성탐사연구기지(MDRS) 실험에 참여했다.○ ‘나의 아저씨’가 흔들고 ‘미스터 션샤인’으로 굳히다 지상파 드라마 위기에 방송계 관계자들도 공감했다. 올해 1%대 시청률을 기록한 지상파 드라마만 총 7편. 설문 결과, 순위권에 든 작품도 전무했다. 4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미스터 션샤인’이 16표를 받으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됐다. 최고시청률 18.1%(닐슨코리아)로 10%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평을 받는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쾌거를 이뤘다. 배우 이병헌, 김태리의 ‘인생작품’ 중 하나가 됐다. 구한말 시대에 걸맞은 고증과 서사로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평이 많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드라마 속 개화기 의상, ‘하오체’ 대사 신드롬도 이어졌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와 21세 여성이 서로를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tvN ‘나의 아저씨’도 작품성을 증명했다. tvN ‘미생’과 ‘시그널’에 이어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는 최고의 드라마 PD에 선정됐다. 차세대 배우로 선정된 배우 도경수의 첫 사극 도전작도 tvN ‘백일의 낭군님’이다. OCN ‘라이프 온 마스’, ‘보이스2’, ‘손 the guest’ 등 장르물도 남성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 2018-1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넷플릭스의 대약진… 이용자 수 90만, 1년새 3배로 늘어

    올 한 해 방송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넷플릭스였다. 설문 참여자 24명 중 10명(41.7%)이 방송계 올해의 이슈로 ‘넷플릭스의 약진’을 꼽았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아시아의 주요 전략 거점으로 삼고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할 것입니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한국은 세계인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넷플릭스는 올해의 드라마로 뽑힌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유재석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제작한 ‘YG전자’ 등 한국 예능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세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국내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는 약 90만 명(9월 기준). 지난해(약 32만 명)보다 3배 가까이로 증가한 수치다.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TV가 난공불락의 매체이던 시기는 지났다”고 평했다. 이진민 채널A PD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해외 자본의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가 방송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업계와 평단은 ‘주52시간 근로제 도입’(7표·2위)과 ‘방송계 미투(#MeToo) 운동’(5표·3위)도 주목했다. 사회적 이슈가 실제로 방송 제작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SBS 이용석 PD는 “방송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습이 변화의 급물살을 탈 것”이라면서 “제작비 대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개선하지 못하면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선명 작가는 “미투 이후 업계에 만연하던 남성 제작진의 성희롱 발언과 행동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 2018-1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원로 언론인 28명의 취재기 ‘취재현장의 목격자들2+’

    대한언론인회가 원로 언론인들의 취재기를 묶은 ‘취재현장의 목격자들2+’(청미디어·사진)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신문 방송 통신에서 활약한 전직 기자 28명이 5·16군사정변, 1988년 서울 올림픽 등의 현장에서 취재하고 기사에 담지 못한 비화와 사연들을 소개한다. 대한언론인회 이병대 회장은 “원로 기자들의 뒷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그 시절의 향수를 다시금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소개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청자 비난-특혜 논란에도… 방통위 ‘지상파 중간광고’ 강행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에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는 개정안 입법 예고를 강행했다. 방통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MBC SBS EBS 등에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허용과 중간광고 고지 자막 크기 규정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향후 40일간 의견 수렴과 심사 절차를 거쳐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지상파 중간광고를 시행한다.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의 근거로 “차별적 규제 해소”를 들었다. 이날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최근 유료방송의 광고 매출과 시청률은 크게 증가한 반면에 지상파 방송 광고매출은 급감해 재정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제작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는 1973년 오일쇼크 당시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금지됐다.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도 광고 매출이 꾸준히 감소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대가 큰 중간광고 허용에 앞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방만 경영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BS는 올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경영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영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KBS에서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임직원은 2015년 57.3%, 2016년 57.9%, 2017년 60%로 해마다 증가해 왔다. 이날 이 위원장은 “지상파가 중간광고로 얻는 수익은 전적으로 제작에 투자하고 직원 복지나 급여에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 계획 등 지상파의 경영 쇄신안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회의에서 “지상파가 마지못해 정부에 제출한 경영자구책 관련 서류는 공문도 아닌 데다 국민에게 직접 경영 쇄신책을 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도 “지상파의 자구 노력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KBS 주요 간부는 방통위원장의 발언을 메모하지도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주무 기관에 대한 KBS 경영진의 불성실함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내 지상파는 2012년 심야방송 허용, 2015년 광고총량제 도입, 700MHz 대역 주파수 무상 할당 등 규제 완화 정책의 특혜를 받아 왔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프로그램을 1, 2부로 나눠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유사 중간광고 형태의 ‘프리미엄 광고(PCM)’를 운영해 왔다. 이런 와중에 방통위는 KBS에 대해 중간광고 허용과 함께 수신료 인상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37년째 묶여 있는 KBS 수신료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들의 수신료 납부 거부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때마다 예로 든 BBC, NHK 같은 공영방송은 상업광고와 협찬 자체를 금한다”며 “중간광고 요구보다는 먼저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수신료 현실화를 요청하는 게 공영방송다운 길”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BBC는 광고 없이도 직원을 10% 이상 감원하는 등 연간 3%의 예산 절감을 이뤄 방송 재원을 충당했다”며 “‘특혜’를 받아온 만큼 반드시 경영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으로 매체 간 균형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는 1177억 원 늘어난다. 반면 신문은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광고시장마저 독식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찬수 중소PP발전위원회 회장은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안 그래도 어려운 중소 PP들의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작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PP들의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꼴”이라며 “지상파들이 공영성이란 책무를 등한시한 채 광고수익 올리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신무경 기자}

    • 2018-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밤토끼’ 잡혀가고 잠시 잠잠하더니… 웹툰 불법 복제 다시 활개

    “하루 14시간씩 일주일 내내 작업해서 한 편을 올리면 한두 시간 만에 불법 사이트에 버젓이 떠돌아다녀요. 불법 도박이나 음란물 광고가 더덕더덕 붙은 채로요. 이런 걸 볼 때마다 웹툰을 계속 그려서 뭘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어요.”(20대 웹툰 작가 B 씨) 5월 국내 최대의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이 검거되면서 웹툰업계에는 ‘불법 웹툰 공유를 근절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밤토끼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와 피해 규모는 이미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업계에선 “이대로라면 한국 웹툰은 3년 안에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웹툰 산업 분석 업체인 웹툰가이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밤토끼 검거 직후인 6월 5억2904만 건까지 줄었던 불법 웹툰 사이트의 페이지 조회수(PV)는 3개월 만인 9월 다시 7억4810만 건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수준(7억5911만 건)을 회복한 것이다. 강태진 웹툰가이드 대표는 “밤토끼 검거 이후 소규모·신생 사이트들이 급성장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법 복제 사이트가 활개 친 후 2년 만에 수입이 3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젠 우울증 약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가 힘듭니다.”(30대 웹툰 작가 A 씨) 현재 운영 중인 곳만 200여 개로 추산되는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들은 유료로 게재된 웹툰을 자동으로 복사해 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대부분 해외에 적을 두고 있기에 운영진 검거가 어렵고 저작권 침해 신고로 차단돼도 금세 사실상 똑같은 사이트를 열어 운영을 재개한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12일 현재 유명 불법 사이트인 ××코믹스의 도메인 주소는 ‘https://××19.com’이었다. 차단된 후 유사 사이트를 열어 운영하기를 19차례나 반복했다는 뜻이다. 불법 사이트는 국내 웹툰 콘텐츠의 다양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웹툰 플랫폼들 사이에선 학원물 같은 남성 취향의 웹툰 작품에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법 사이트 이용자 중 남성의 비중이 높아 남성 취향 웹툰은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순정물 같은 여성 취향의 웹툰이 더 선호된다”고 말했다. 불법 웹툰 감상을 범법행위로 여기지 않는 인식도 문제다. 김동훈 만화가는 8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웹툰 작가가 들어가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조차 불법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불법 사이트에서 작품을 본 독자들이 팬레터를 보내오기도 한다”며 허탈해했다. 현재 불법 웹툰 사이트 차단은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심의한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재차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 때문에 한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평균 2개월이 걸린다. 웹툰 업계에선 저작권 심의를 저작권 보호원으로 일원화해 차단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방심위에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제효원 사무국장은 “어느 쪽으로든 빨리 결론이 나 차단에 걸리는 기간이 줄어들기만을 바라는 게 만화가들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