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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고비를 넘긴 데 안도하며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착수할 계획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 이번 주로 예정된 부처 업무보고가 파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후속 대책을 점검한다. 행정안전부는 이미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은 회의에서 청와대 직제 개편 방안,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인 인사위원회 구성안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위는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원장을, 각 수석비서관이 위원을 맡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모든 공직에 대한 후보자를 심사, 검증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대통령 자문기구 구성안에 대해서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특위는 기획단 및 300명의 자문단으로 4월에, 국민대통합위는 이념, 시민단체, 노사 등 분야별 소위를 두는 구조로 5월에 출범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음 날인 21일 국무회의를 열어 공표하고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보낼 예정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박 대통령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 중반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처 3곳 정도는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업무보고를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세종시를 찾아 현지에서 업무보고를 듣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타결된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내세운 미래창조과학부를 거의 원안에 가깝게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뒀지만 반면에 잃은 것도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착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여당 내에서 직권상정론이 제기됐을 때 강행처리라는 유혹을 거부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대국민담화(4일) 등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자신이 약속한 “국회 존중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어 대야 관계에서 많은 부담을 안게 됐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이번 대치 정국을 보면서 박 대통령이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16일 열린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나라가 처한 위급한 상황과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며 “초기 100일에 새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각오로 국정과제를 하나하나 잘 챙겨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 운영 4대 원칙으로는 △국민 중심 행정 △부처 간 칸막이 철폐 △현장 중심 정책 피드백 시스템 정착 △공직기강 확립을 제시했다. 동정민·장원재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신임 검찰총장에 채동욱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국세청장에 김덕중 중부지방국세청장, 경찰청장에 이성한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지명하는 등 18개 외청장 인사를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주요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민형종 조달청장(현 조달청 차장), 김영민 특허청장(현 특허청 차장) 등 18명 중 9명이 내부 승진이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현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1998년 금감원 설립 이후 내부 승진으로 금감원장에 오른 첫 사례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전문성을 중시했으며 주무부에서 청장이 내려왔던 것을 최소화하고 내부 차장을 적극 승진 발령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주무부에서 청장으로 간 경우는 백운찬 관세청장(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이용걸 방위사업청장(현 국방부 차관), 이양호 농촌진흥청장(현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이다. 황철주 전 벤처기업협회장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의 첫 중소기업청장으로 임명됐다. ‘손톱 밑 가시’로 대표되는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총장의 경우 다른 외청장들과 별도로 인선을 발표해 권력기관장으로서 대우를 해주던 관례를 깨고 이날 다른 외청장 인사와 함께 발표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개혁의 신호탄 아니냐”며 긴장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 권력기관장 ‘빅4’ 서울 3명-대전 1명… 지역안배 없어 ▼■ 靑 “채 후보, 군산에 선산” 궁색 해명… 경찰청장 임기보장 공약 뒤집어, 임기 남은 감사원장도 교체 가능성출신 지역을 보면 영남이 9명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충청 4명, 호남과 서울이 각각 2명, 경기 1명이었다. 특히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에는 이례적으로 영·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고, 서울 3명, 대전 1명(국세청장)이었다. 호남 출신 중용 등의 지역 안배는 없었던 셈이다. 윤 대변인은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 인선 배경의 하나는 지역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채 후보자는 서울 출생이지만 아버지가 5대 종손이고 선산이 전북 군산에 있다”고 말했다. 또 “(채 후보자가) 매년 선산을 다니면서 그 지역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궁색한 설명이란 지적이 나왔다. 채 후보자는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법조인 대관에도 출신지가 서울로 기재돼 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윤 대변인의 발언은 궤변과 변명에 불과하다. 지역 안배가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경찰청장 2년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지난해 5월 임명된 김기용 경찰청장을 이날 교체했다. 윤 대변인은 경찰청장 교체 배경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새롭게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오늘 발표하게 됐다”고만 했다. 전날 오후 10시경 갑자기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위원들에게 소집 연락을 한 점이나 ‘약속’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뒤집으면서까지 경찰청장을 갑자기 교체하게 된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임기 2년 보장 약속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4대 악 척결이라는 국정철학 실천이 더 중요하다”며 “경찰청장 교체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기가 남아 유임이 예상돼 온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뭐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해 교체 가능성을 열어뒀다. ▼ 백운찬 관세청장 ▼ 기획재정부 관세정책관, 재산소비세정책관, 세제실장 등 조세와 관련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세제 전문가. 세제실장으로 일하면서 재벌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제도를 도입했다. 국선도를 10년 이상 수련했다. △경남 하동(57) △진주고 △동아대 법학과, 서울시립대 세무학 박사 △행정고시 24회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장 ▼ 박형수 통계청장 ▼한국은행 출신으로 2001년부터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재정, 예산 분야를 연구한 재정 전문가. 역대 최연소 통계청장이다.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맡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전남 화순(46) △광주 동신고 △서울대 경제학과 △한국은행 조사국 △한국조세연구원 예산분석센터장, 연구기획본부장 ▼ 이용걸 방위사업청장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예산·재정 분야 전문가다. 뛰어난 기획력과 꼼꼼한 일처리가 장점. 국방부 차관 재직 시 저렴하고 질 좋은 민간제품을 군수품으로 채택해 예산 절감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56)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23회 △기획예산처 재정운용기획관 △기획재정부 2차관 △국방부 차관 ▼ 변영섭 문화재청장 ▼조선시대 회화를 전공한 미술사학자로 사상 첫 여성 문화재청장이란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평소엔 털털한 성격이나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호에 적극적이다. △경북 봉화(62) △안동여고 △이화여대 사학과 박사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한국미술사학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 신원섭 산림청장 ▼충북대에서 20년간 강단에 섰으며 산림휴양관리 전문가로 산림치유사업단장 등 실무 경험도 많다. 부드러운 성격에 소통이 능하다. ‘숲으로 가는 건강 여행’ ‘치유의 숲’ 등 저서를 냈다. △충북 진천(54) △청주 운호고 △충북대 임학과 △캐나다 뉴브런즈윅대 석사 △토론토대 박사 △세계산림의학회 부회장 △한국산림휴양학회장 ▼ 이일수 기상청장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1988년 과학기술처 행정사무관에 특채된 뒤 2007년 기상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머감각이 있고 친화력이 뛰어나 기상청 출신이 아닌데도 인기가 높다. 외국인 기상전문가 영입 등 기상청 혁신 업무를 주도했다. △부산(57) △기장종합고 △공사 29기 △과학기술부 총무과장 △기상청 기획조정관, 차장 ▼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행정고시 출신으로 법제처에서 근무하다 1997년 해경에 경정으로 특채됐다. 해적 퇴치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국내 첫 ‘해적 박사’로 국제해양법의 전문가다. 기획통으로 제주지방해경청과 평택, 창원해경서 신설을 주도했다. △경남 하동(48) △진주 동명고 △한양대 행정학과 △행정고시 37회 △해경 기획과장 △남해지방해경청장, 기획조정관 ▼ 민형종 조달청장 ▼공직 입문 후 32년간 외길을 걸어온 조달정책 전문 관료. 조달청장에 내부 출신이 임명된 건 1997년 이후 16년 만이다. 전자조달 체계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남 영암(55) △광주 제일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24회 △서울지방조달청장 △부산지방조달청장 △조달청 차장, 기획조정관 ▼ 박창명 병무청장 ▼학군장교(ROTC) 출신으로 주로 야전에서 근무한 작전통이다. 후방 지역의 민관군 통합방위작전 경험이 풍부해 병역자원 관리와 예비군 동원 업무에 밝다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작년에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국방안보추진단에서 활동했다. △경남 사천(63) △마산고 △경상대 △학군 12기 △36사단장 △9군단장 △육군 1군사령부 부사령관 △국방대 총장 ▼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소방방재청을 떠난 지 8년 만에 청장으로 복귀했다. 1980년 소방간부후보생 2기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소방이론과 실무에 모두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화한 성품으로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충북 괴산(60) △청주상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충남대 행정대학원 석사 △행정자치부 소방국장 △한국소방검정공사 사장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대우교수 ▼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농림부에서 기획 인사 공보 등 주요 업무를 두루 거쳤다. 성격이 온화해 부하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높다. 차관 승진 유력 후보였지만 영남대 선배인 이동필 장관이 취임함에 따라 외청장으로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경북 구미(54) △영남고 △영남대 행정학과 △행시 26회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식품산업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 김영민 특허청장 ▼공직에 입문한 뒤 30여 년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와 특허청에서 근무하며 산업정책과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때는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의 기초를 닦았다. △경북 상주(55) △함창고 △경북대 행정학과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정책학 석사 △행정고시 25회 △산업자원부 기획예산담당관 △지식경제부 통상협력정책관 △특허청 차장 ▼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7급 공무원 출신으로 드물게 차관급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올랐다. 고교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뒤 한국방송통신대를 다녔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택·도시계획 전문가로 개성공단 등의 개발에 참여했다. △경기 연천(58) △용문고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행복도시건설청 차장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재무부, 금융위원회를 거친 금융관료로 2011년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맡았다. 금감원에서 수석부원장이 곧바로 원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꼼꼼한 성격과 강한 추진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충남 예산(58) △서울고 △서울대 생물학과 △행시 25회 △재무부 이재국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금융위 기획조정관 △금감원 수석부원장동정민·장원재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학교폭력이 심각한데 CC(폐쇄회로)TV 등도 설치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인성과 창의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서울 종로구 명신초등학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각자의 끼와 소질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능력을 이끌어 내 발휘하게 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에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서남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명신초교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안전하지 않으면 꿈과 끼를 키울 수 없고, 안전해야만 꿈을 키울 수 있다”며 “시험 걱정에서 자유롭게 하고, 좋아하는 것을 체험하게 하고 키워주면 그것에 몰두하느라 누구를 해코지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인성교육에 있어 체육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 체육담당 교사를 배치해 어린이들이 균형 잡힌 교육을 받아 나갈 수 있다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학교 규정에 따라 교문을 들어가기 전 방명록을 썼다. 직책에는 안내에 따라 ‘대통령’이라고 썼다. 학교에 들어선 뒤에는 CCTV와 비상벨 등 안전설비와 급식실을 둘러봤다. 박 대통령은 1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5분 동안 일일교사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은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어린이에게 “만화가가 되려면 소설도 많이 읽고 역사공부도 해야 한다”며 “그게 진짜 공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행복하게 공부하고 나중에 그 꿈을 이루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는 1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정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안장돼 있는 너럭바위 앞에서 묵념한 뒤 방명록에 “국가 발전을 위해 애쓰신 대통령님의 크신 뜻을 기립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현직 총리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김황식 전 총리는 취임 초기 묘역을 찾으려 했으나 일정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정 총리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것은 박근혜 정부의 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 정 총리는 창원 국립3·15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3주년 3·15 의거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3·15 의거는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지역에서 발생한 최초의 민주화 운동으로 4·19혁명의 기폭제가 됐으며 2011년부터 총리가 참석하는 정부 주관 행사로 기념하고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산업은행이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예금상품을 만들어 손실을 내고 영업이익을 부풀려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장의 기준으로 ‘새 정부와 국정철학을 공유할 사람’을 언급한 데 이어 산은의 부실경영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MB노믹스’의 설계자인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은은 2011년 9월 다이렉트예금(점포 방문 없이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하는 예금)을 내놓으면서 조달비용 중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제외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상품을 만들었다. 감사원은 산은이 고금리 예금을 판매해 입는 손실이 올해만 14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이렉트예금은 지난달 말까지 9조 원 이상을 모은 강 회장의 대표상품이다. 또 감사원은 돈을 빌린 기업이 파산했는데도 산은이 이 같은 사실을 영업실적에 반영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2011년 영업이익을 최대 2443억 원 부풀렸고 이를 통해 임직원 성과급을 최대 41억 원 더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산은 측은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고금리상품으로 인한 손실은 민영화를 앞두고 소매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감수하는 기회비용일 뿐 손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감사 결과가 금융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며 술렁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발언 이후 사흘 만에 감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 예사롭지 않다. 강 회장 등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퇴진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장원재·황형준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선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발송했다. 박 대통령은 축전에서 한중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 및 한반도와 동북아,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시 주석이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이날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축하하면서 “전통적인 조중 친선 협조 관계가 계속 훌륭하게 발전되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1983년부터 법제처에서 근무한 ‘터줏대감’으로 일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9년 동안 청와대 파견 경험이 있어 정무 감각도 갖췄다. 법제처 내부에서 처장이 나온 것은 2007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는 1948년 법제처 설립 후 6번째 내부 출신 수장이다. △경남 고성(57) △마산고 △동아대 법학과 △행정고시 25회 △법제처 행정법제국장, 법령해석정보국장, 기획조정관, 차장}

정홍원 국무총리는 14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서해 서북단 연평도를 찾아 “(북한이 도발할 경우) 10배의 타격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연평도 해병대 관측소(OP)에서 군의 대응 태세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결국 화력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경제력의 차이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지체 없이 강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이었다. 정 총리는 이날 평화추모공원을 찾아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추모하고 전사자 위령탑에 헌화한 뒤 해병대를 찾아 부대 현황과 북한군과의 대치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헬기로 연평도에 도착해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새로 정비한 주민대피시설을 둘러봤다. 이어 연평도 주민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는 “여러분 이상의 애국자도 없다”며 “저는 정부가 여러분의 곁에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왔다. 이럴 때일수록 더 꿋꿋한 자세로 일해주시면 모든 국민에게 감동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직 총리가 연평도를 방문한 것은 2011년 5월 당시 김황식 총리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대통령께서 큰 정치를 위해 결단을 내려 양보하는 게 좋겠습니다. 용단을 내리시면 국민들이 박수를 치고 박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할 것입니다.”(이만섭 전 국회의장) “양보하고 싶어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13일 백선엽 대한민국육군협회 회장 등 각계 원로 12명을 초청해 청와대 인왕실에서 오찬을 가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전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에게 국회에 넘어가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양보를 권유했다. 그는 “대국민 담화를 봤는데 많은 국민이 공감했을 것”이라면서도 “야당 입장에서 보면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압력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 지도부가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며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 과학기술과 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 외에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며 “(산업의) 진흥을 막는 핵심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그것까지 내놓으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은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아직도 우리 정치가 정치적 관점에만 매달려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시 드러낸 것이다.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전 의장은 “담화문이 나오기 전 야당과의 협상을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 지도부의 정치력이 부족하다”며 여당을 비판하고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선엽 회장은 “북한의 전쟁 도발에 대한 억지책은 동맹국과의 강력한 연대”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국 방문이 중요하고 아시아 평화 정착이 중요하다는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시중 한국과학기술포럼 이사장은 “과학계가 바라는 것은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만큼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참석한 원로들과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인연도 관심을 끌었다. 백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1948년 남로당 연루 혐의로 조사를 받을 때 구명을 도와준 ‘은인’이다. 남덕우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은 박정희 정부에서 9년 2개월 동안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내며 한국 경제를 일으켰다. 이 전 의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했고 정권 초기 ‘혁명동지’에 맞먹는 신임을 받았지만 3선 개헌에 반대하며 멀어졌다. 그런가 하면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한 진보 경제학자였다. 취임 후 원로들과 오찬을 갖고 조언을 듣는 것은 청와대의 관행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후 고건 박태준 남덕우 전 국무총리 등 원로 12명과 오찬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열흘 후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리영희 한양대 교수,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등 진보진영 원로 12명과 오찬을 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교육부 차관에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을 내정하는 등 새 정부 첫 차관 인사 20명을 발표했다. 나 차관 내정자는 지난해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행복교육추진위원과 올해 대통령직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날 발표된 차관 가운데 유일하게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을 도운 인사다. 이날 인선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사는 박 차관 내정자다. 국가대표 사격 선수 출신인 그는 나이가 67세로 20명 가운데 가장 많다. 유진룡 문화부 장관보다 열 살 위다. 김학의 법무부 차관 내정자도 ‘깜짝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4기로 현재 검찰총장 후보 3명의 연수원 동기거나 선배다. 그동안 법무부 차관은 장관급인 검찰총장의 사법시험이나 연수원 후배가 맡아 온 관례가 깨진 셈이다. 차관 20명 가운데 18명은 관료 출신이어서 전문성과 조직 안정을 고려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가 6명,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충청, 호남이 각각 3명, 강원과 제주가 각각 1명으로 지역 안배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평가다.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

청와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공약 실천’에서 시작해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끝난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북한의 위협 등 긴급한 현안에 대해 말할 때를 빼면 대부분의 발언이 이 두 가지를 맴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처음 주재하면서 ‘증세 없이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수석들에게 “공약이 반드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증세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 세금을 걷는 것부터 생각하지 말아 달라. 최대한 낭비를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등의 노력을 중심으로 가능한 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4일 두 번째로 주재한 수석회의에서는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혁신을 통해 중복 예산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1일 첫 국무회의에서는 ‘증세 없는 공약 이행’의 원칙을 다시 강조하고 세부 방안을 하나하나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복지정책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복지공약 실천 재원을 놓고 ‘예산 부족으로 어렵다’ ‘증세를 해야 한다’ 하는 등의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원 마련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탈세를 뿌리 뽑고 △주가 조작에 대해 자금 출처 등을 철저히 밝혀 투명화하며 △예산 낭비가 없도록 정부 부처를 점검하고 △대형 국책사업을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대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등을 직접 언급하며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 앞으로 예산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도 공약 이행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견지했다. 여당 일각에서 ‘공약 수정론’이 나오자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통해 “정성을 다해 만든 대선 공약을 ‘지키지 마라, 폐기하라’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는 ‘증세 없는 공약 이행’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앞으로도 재원 마련을 위한 다양한 구상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때 공약한 52개 법안 중 51개를 지켰다는 점을 대선기간 내내 강조할 만큼 공약 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초반에 재원 마련의 틀을 제대로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다음주부터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총 40명의 대통령비서관 인사를 발표했다. 평균 나이는 51.7세로 이명박 정부의 첫 비서진보다 2.1세 많아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청 7명, 대구·경북(TK)과 호남이 6명씩, 부산·경남(PK) 5명, 강원 4명이었다. 법무비서관으로는 변환철 내정자(중앙대 교수) 대신 이혜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간사가 임명됐다. 변 전 내정자는 곽상도 민정수석,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과 함께 대구 출신이어서 민정라인이 대구·경북(TK) 일색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혜진 비서관은 부산 출신이다. 이종원 전 조선일보 부국장 내정설이 돌던 홍보기획비서관에는 최형두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이 임명됐다. 이 전 부국장은 뚜렷한 이유 없이 지난달 26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아 여러 추측이 나왔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 전 부국장에 대해 “검증에서 탈락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훌륭한 언론인이고 능력도 탁월해 앞으로 적소를 찾아 일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실 소속 비서관 3명은 내정 상태이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식 임명된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정부의 핵심 화두인 ‘창조경제’와 관련해 청와대가 임기 중 추진할 로드맵을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창조경제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핵심은 지금까지 경제를 국가와 기업이 끌고 갔다면 앞으로는 국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주축으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와 교육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 부처 뿐 아니라 대학, 공공기관, 민간기업, 일반인이 모두 창조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으는 시스템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이날 새로 임명된 13개 부처 장관과 국방부 차관에게 자신의 주문을 쏟아냈다. 부처 직제 순에 따라 한 곳도 빼놓지 않고 일일이 신임 장관들과 눈을 맞추며 당부 사항을 전했다. 장관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꼼꼼히 받아 적었다. 박 대통령의 주문은 3450자, 200자 원고지로 17장 분량이었다. 발언 시간만 20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흐트러진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고 임기 초 국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상적인 정부 출범이 보름가량 늦어진 데다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까지 겹치면서 자칫 산적한 국정과제들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이날 대대적 인사 태풍과 고강도 감찰 카드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약 실천 재원 마련에 ‘올인’ 취임 14일 만에 처음 열린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재원 마련을 위한 공직사회의 대대적 변화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 한반도 통일 기반 조성이란 네 가지 시대적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야 한다”며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사항이고, 이를 위해 적당한 개선이 아니라 철저한 변화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산출한 공약 실천 재원은 235조 원으로 이 중 60%는 기존 예산을 절약해, 나머지 40%는 제대로 거두지 못했던 세금을 징수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직사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구체적 방안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먼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140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하경제 양성화 등 조세정의 확립’을 강조한 바 있다. 가짜 석유 등 지하경제와 차명 재산 은닉, 비자금 조성, 국부 유출 역외 탈세 등을 집중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주가 조작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혔다. 국정 과제에는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조사 기능을 강화하고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이날 주가 조작 엄단을 콕 찍어 얘기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민경제를 힘들게 하는 사안에 대해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소득층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책무)를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MB와의 차별화 나서 박 대통령이 이날 각 부처의 예산 낭비를 막고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점검해 달라고 강조한 것도 이를 재원 마련의 주요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주문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거대 국책사업이 없어 국민이 정부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상반기 중 무언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잡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 기강 다잡기 박 대통령은 일부 언론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주말 현역 장성들이 골프를 쳤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접하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이용걸 국방부 차관에게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다”며 “특별히 주의해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엄중 경고’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일부터 키 리졸브 훈련이 예정돼 있어 지난 주말에는 공식적으로 골프를 금지하지 않았다”며 “다만 현 상황을 감안해 주요 직위자들은 스스로 골프 약속을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이날부터 공직기강 특별점검에 나섰다. 이를 위해 감사원은 지난달부터 진행하던 공직기강 감사에 특별점검 명목으로 정예요원 85명을 추가 투입했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도 과다한 음주로 업무차질을 빚거나 국민으로부터 ‘청와대 직원이 골프나 치고 다닌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장관 임명에 이어 청와대 비서관, 차관, 외청장 인선을 이번 주 중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12일 청와대 비서관 40명을, 13일 각 부처 차관 인사를, 14일 외청장 인사를 각각 발표한다”고 밝혔다. 정부 출범이 늦어진 상황에서 인사를 매듭지음으로써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다잡고 임기 초 국정동력을 회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 앞서 13개 부처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으며, 12일엔 여야 이견으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 인사에 앞서 박 대통령이 신설한 대통령인사위원회가 처음 가동된다. 12일 열리는 인사위원회에서는 장관들이 3배수로 추천한 차관 후보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하게 된다. 인사위원장은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이 맡고 관련 수석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관료의 꽃’이라 불리는 차관 인사 발표를 앞두고 부처별로 하마평이 무성하다. 1, 2차관이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장으로 영전한 기획재정부의 후임 1차관으로 내부에선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 외부에선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과 강호인 조달청장,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예산과 공공정책을 담당하는 2차관으로는 이석준 예산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외교부 1차관으로는 위성락 주러시아 대사,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규현 차관보, 조태용 주호주 대사 등이 거명된다. 안호영 현 1차관의 유임설도 있다. 2차관에는 오준 주싱가포르 대사, 조태열 경기도자문대사, 조현 주오스트리아 대사 등이 후보군에 속해 있다. 한때 외부인사로 이정민 연세대 교수, 정옥임 전 의원 등도 거론됐으나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차관 후보로 내부에서는 김남식 기조실장과 양창석 남북회담본부장이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 차관 후보로는 김광우 기획조정실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용걸 현 국방차관과 장수만 전 국방차관이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이어서 이번에는 국방부 내부 출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가 “북한이 집중적으로 사이버공격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는데 그 기법을 연구하면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9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을 찾아 “적의 기법을 알면 그만큼 대응하기 쉽다”고 말하고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정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국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술력이 세계 3위까지 갔다가 19위까지 떨어졌다. 미래부를 설치하겠다고 하는 건 그것을 회복하겠다는 뜻인데 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대비 태세에 대해서는 “너무 요란하면 국민이 불안하고 너무 조용하면 경각심이 없어져 적절한 수위가 필요하다”며 “각 부처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야당의 힘은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2005년 6월 28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전방 감시소초 총기 난사 사건의 책임을 물어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을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강한 야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이 ‘힘없는 대통령’을 도와 달라는 취지였다. 》다음 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유례없이 강한 어조로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대표는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은 최근 잇단 군기 문란에 대해 총체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글을 보면 아무런 책임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도 절절히 반성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표는 이날 예정된 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오찬도 거부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오찬 제안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박 대표는 “지난번에도 행사 전날 갑자기 만찬에 참석해 달라고 했는데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권위주의의 극치”라고 쏘아붙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의 교훈’ 박근혜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04년 3월 23일부터 2006년 6월 16일까지 2년 3개월간 야당 대표를 맡았다. 이 기간 박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하며 사실상 국정 주도권을 쥐었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할 때는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노 정부가 여당의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기 정치’를 하려 들 때마다 ‘강 대 강’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 정부의 실정(失政)에 야당의 선명성이 부각되면서 국민은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 줬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정치 지도자 박근혜’로 입지를 굳힌 것도 이 시기다. 노 전 대통령은 “야당의 힘은 참으로 무섭다”고 했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이는 ‘엄살’에 가까웠다. 2005년 6월 열린우리당은 146석으로 과반(150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명실상부한 제1당이었다. 이어 한나라당 125석, 민주당 10석, 민주노동당 10석, 자민련 3석, 무소속 5석으로 야권의 전체 의석(153석)은 여당보다 7석 많았다. 하지만 모두 ‘같은 편’은 아니었다. 실제 윤 장관 해임건의안은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손을 잡으면서 결국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를 연일 비판하면서 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고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하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그해 9월 7일 노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150분간 불꽃 튀는 대화를 나눴다. 노 전 대통령이 대연정과 관련해 “(민생이 어렵다고 하니 한나라당이) 직접 맡아 보라는 거다. 제발 맡아서 서로의 이해를 높이자”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보다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대로 한번 해볼 수 있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박 대통령은 또 노 전 대통령에게 “여소야대여서 힘들다고 하는데, (2004년) 총선 직후에는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넘긴) 여대야소 아니었느냐. 국민이 맘에 안 들면 (여소야대로)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야당 대표 박근혜를 잊지 말아야” 야당 대표 시절 박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소속이던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를 총리로 임명하려 하자 “한나라당은 상관하지 않고 (김 전 지사의 임명을) 밀어붙이면 야당을 무시하겠다는 오기”라며 “힘없는 쪽이 양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위해 노 대통령이 큰 정치를 해 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나라당이 반대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하려 하자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국무위원 청문회의 입법 취지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회 청문위원들이 청문 대상자의 적격 여부를 표결에 부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이던 시절과 민주통합당이 정부 출범 자체를 가로막은 현재 상황은 여러모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의 협조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에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는 새로운 프레지던트십(프레지던트+리더십의 합성어)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역지사지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국회를 존중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정기국회 연설 정례화 △국가지도자 연석회의 개최 △대탕평 인사 등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많은 전문가는 박 대통령의 대선 기간 약속과 야당 대표 시절 발언 속에 국정 운영의 모든 해답이 들어 있다고 조언한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현재 야당은 주인이 없는 상황인데, 야당을 강하게 몰아붙이면 오히려 야당 내 강경파가 다시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정치의 대승적 관점에서 야당 내 합리적 인사들이 제대로 된 정치를 펼 수 있도록 대통령이 도와 줘야 한다. 그것은 야당과의 파트너십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Key Resolve)가 11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북한은 키리졸브 개시일에 맞춰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겠다고 선언한 터여서 한반도 주변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영철 북한군 총참모장이 9일 오후 6시부터 30분간 판문점을 방문한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군사작전권을 행사하는 총참모장(한국의 합참의장 격)이 판문점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도발 준비와 관련 있는지 주목된다. 현영철은 판문점 인근에 새로 건립된 초소에 올라 주변을 관측했으며 지난해 10월 한 북한군이 상관을 살해한 뒤 남한으로 귀순했던 부대에도 들러 군 기강을 점검했다고 한국군 관계자가 밝혔다.북한 노동신문은 10일 “최후의 전면대결전에 진입한 육해공 및 반항공군부대와 전략로켓군부대가 최후돌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밀핵타격수단도 만단(만반)의 전투동원태세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은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비난하며 “세계는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와 위성발사국 지위가 어떻게 영구화되는가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정권 교체나 정권 붕괴로 대응하겠다”고 답한 것과 관련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망발을 사죄하지 않으면 조국통일대전의 첫 번째 벌초대상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11일부터 강원 원산 일대에서 육해공군과 특수전부대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가급 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서해에 선박과 항공기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해 KN-02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매체인 데일리NK는 10일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비상식량을 확보하고 방송국·신문사를 지하로 옮기는 등 전시에 준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 속에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첫 국무회의를 열고 국정 정상화에 나선다. 청문회를 통과한 13명의 장관은 이날 오전 임명장을 받은 뒤 회의에 참석하며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용걸 국방부 차관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김병관 후보자도 12일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런 비상조치를 취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안보위기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태세 강화를 각 부처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21일까지 진행되는 키리졸브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한미연합사가 아닌 합참이 주도적으로 작전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지난달 21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연습 일정을 통보하고 정세와 무관한 연례연습인 점을 전달했다.조숭호·장원재·윤완준 기자 shcho@donga.com}

박근혜 정부의 신임 장관들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할 때 국정과제와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100일 계획’의 세부 추진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이는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초반 3개월이 중요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토론회 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토론회에서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에 따라 140개 국정과제 현안 및 추진상황과 관련한 국정목표를 내일 임명될 각 부처 장관과 행정부에 제공해 장관이 임명되는 대로 국정 수행에 차질 없이 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과 목표 및 과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국정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청와대 위민1관 대회의실에서 허 비서실장과 9명의 수석비서관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3시부터 4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허 비서실장은 모두발언에서 “정부조직법 통과가 지연되고 있어 정말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취임 후 두 번째다. 이명박 정부 때는 매주 화요일 국무회의가 열렸다. 취임 후 9일 동안 한 번도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일정을 잡지 않은 건 전날 강경한 어조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야당을 향해 국정 공백에 대한 압박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남은 청와대와 정부직의 인선 작업을 계속하며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 과정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 여야 대치 이후 아직 민생탐방을 비롯한 대통령 외부 일정을 잡지 못하고 비공개 위주로만 일정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월 임시국회가 정부조직 개편 처리에 실패한 채 종료되자 장기전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 박 대통령, 장기전 대비 박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담화 직후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 때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5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며 야당을 압박했지만 비공개 회의 때는 정부조직법 통과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국정 운영을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회의 때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정과제 진행상황에 대해 각 수석실의 보고를 받은 뒤 “국정과제 100일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의에서 “부처별로 140개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4월 국회 때 제출할 입법계획, 시행령 개정 사안, 4월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심의 사안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정과제 100일 계획 수립을 지시한 건 각 부처 장관이 임명되기까지 국정을 방치할 경우 올 상반기 대부분의 국정과제를 실행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물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면서 전셋값이 잡히지 않아 서민들의 피해가 크다는 부분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물가가 안 잡히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앙보다는 지역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소외계층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실장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국무총리 중심으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라면서 “국정은 청와대와 국무총리가 각 부처 차관과 함께 챙길 것이며 꼭 필요하다면 전 정부 장관들과도 국무회의 등을 열어 시급한 현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은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참여하는 상황점검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를 다시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수석실은 정부조직법과 관련한 시행령 작업을 거의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야당에 화난 진짜 이유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더이상 양보의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로 여기고 있어 먼저 추가 양보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한다. 정부조직 개편 정국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게 정부조직법은 대선 경선 때 오픈프라이머리 룰 논란과 같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 주자들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했을 때 선두주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으나 그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당시 박 대통령은 경선 룰은 친이(친이명박)계가 5년 전 주장해서 만든 것인데, 자기네들이 불리하다고 룰을 수정하자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불통 논란을 감수하면서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대선 때 야당이 방송통신 융합을 함께 공약해놓고 이제 와서 어깃장을 놓고 있으며, 이는 정파적 이익 때문이지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론을 앞세워 야당을 누르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게 아니라 특유의 원칙과 신뢰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며 “여론전을 의식했다면 민주당을 한밤중에 찾아가는 등 약자의 이미지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동정민·장원재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