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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를 채택했지만 결의 성공의 열쇠를 쥔 중국의 이행 정도를 놓고 벌써부터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이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미온적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김정은 체제를 뒤흔들 정도로는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별로 중국 이행 상황 파악”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7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보다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체계를 촘촘히 가동하겠다. 이번 제재의 핵심인 석탄 금수조치에 대해 중국의 시기별 이행 상황까지도 유엔을 통해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처럼 ‘포괄적 위임’ 방식으로 대북제재를 맡기는 게 아니라 미국이 직접 챙기겠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각국은 수년간의 실패 끝에 마침내 북한이 일으키는 위험을 다루기 위해 하나가 되고 있다. 우리는 강경하고 단호해져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나오자 “전면적으로 실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중국은 대북제재 결의의 법망을 피해 북한과 꾸준히 교역했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KOTRA 기준)는 2010년 83.0%에서 지난해 92.5%까지 증가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최근 북한 관련 중국 정보 수집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일단 ‘성실한 이행’을 약속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데 대가를 치르는 주요국은 중국”이라면서 “핵 비확산체제 수호를 위해 엄격하게 (결의를) 집행하겠다”고 했다.○ 북-중 암거래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워 하지만 ‘북한의 안정적 관리와 유지’를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 놓고 있는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결의 이행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CBS 인터뷰에서 “중국의 비협조로 북핵 저지를 위한 유엔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난민이 발생하는 상황을 중국이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방 경제가 아닌 데다 각종 밀무역으로 북-중 간 무역 통계 자료를 정확히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데 걸림돌이다. 중국은 지난해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해 지방정부에 결의 이행을 지시하는 통지문을 발송한 적이 있지만 구체적인 이행 수준을 검증할 만한 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김봉현 전 주호주 대사는 “이미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각종 북-중 거래가 손댈 수 없을 만큼 커져 중국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피해 최근 수개월 동안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석탄을 수출해 최소 2억7000만 달러(약 3042억 원)를 벌어들였다는 사실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7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북한이 중국 말고도 제2, 제3의 불법 거래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100% 만족한다.” 2013년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장거리 로켓 발사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겨냥해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 2087호를 내놓자 당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자평했다. 하지만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라는 국제사회의 흥분과는 달리 북한은 보란 듯 더 강한 도발로 국제사회를 비웃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맞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도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카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의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이번 제재안도 대북 압박 효과를 낳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①북한의 추가 도발 시=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반발한 김정은이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이번 결의안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핵 도발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중국,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마지막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이번 결의안에서 빠진 원유 공급 제한 등 평양의 목줄을 죌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주도해 원유 수출 제한 등이 포함된 초강력 제재안이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백악관에서 대북 ‘예방 전쟁’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군사 옵션 카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유엔 결의안을 통한 외교, 경제적 해결 가능성은 낮아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북한이 당분간은 도발을 멈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봉현 전 주호주 대사는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을 통해 추가 도발 시 치러야 할 ‘비용’을 북한에 충분히 설명했을 것”이라고 했다.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북한은 겉으론 미국을 협박하지만 내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생긴 ‘불확실성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②중국이 얼마나 결의안 집행할까=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전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이행보다는 집행(enforce)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로 중국의 집행 의지는 이번 결의안의 성공을 가늠할 키다. 일단 미국은 중국의 이행 노력을 지켜본 뒤 만족스럽지 않다면 무역법 슈퍼 301조 적용 등 강도 높은 통상 제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모든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을 꺼내 들면 북핵 해법은 미중 간의 통상 마찰 등 더욱 복잡한 변수가 끼어들어가는 방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결의안 집행에 나서더라도 핵 포기를 유도할 수준으로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아무리 미국이 각종 통상 카드로 중국을 압박해도 북한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주는 지정학적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대화론으로 인한 한미 공조 균열도=상대적으로 가능성은 적지만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간의 대북 대응에 작은 균열이라도 발생할 경우 이는 곧장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집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ICBM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대화를 놓고 우리 정부가 서두르거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이슈에서 미국과 의견 차가 생기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럴 경우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과정에서 우리만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을 야기할 수도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 이슈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 지난 한 달은 시련의 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제안을 전후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각에서 베를린 구상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대화 재개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을 유지하고, 국제사회의 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인데, 결국 이는 남북 대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포괄적으로 타결하기 위한 베를린 구상을 공개했다. 북한 붕괴나 흡수통일을 배제한 채, 북 핵·미사일 동결을 시작으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담대한 여정을 시작한다”는 말로 앞으로 많은 난항과 함께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북한은 베를린 구상 발표 이틀 전인 지난달 4일 화성-14형 1차 발사라는 기습 도발로 재를 뿌렸고, 이후엔 우리 측 제안에 화답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로 남북 군사회담(지난달 2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1일)을 제안했지만 북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가 우선”이라며 철저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은 무시하고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니 무력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여건은 좋지 않지만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 속에서도 ‘대화와 압박 병행’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화성-14형 2차 발사 직후 심야에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하는 강수(强手)를 뒀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의 기습도발로 긴장이 고조됐지만 “대화는 필요하다”는 원칙을 유지한 것이다. 정부는 최근 미중 갈등이 극대화되자 또 다른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북중러 vs 한미일’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대북 이슈에서 우리가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어진다. 특히 미국이 “북한은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최종 판단을 내릴 경우 강력한 제재뿐만 아니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은 급격히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베를린 구상 실현의 기본 요건인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을 남북 간 대화의 틀로 이끌어 낼 방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도발 이후 한반도 안보지형이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추가 미사일 발사나 핵탄두 소형화를 입증하기 위한 6차 핵실험 또는 국지 도발 등에 나설 것이라는 ‘8말(末) 9초(初)’ 위기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21일부터 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에 들어가고, 다음 달 9일은 북한의 정권수립일이다. 한 정보 소식통은 4일 “북한은 한미 연합 훈련 기간이나 정권수립일 전후 자주 도발을 해온 만큼 화성-14형 도발의 효과를 이어갈 수 있는 시기로 이달 말과 다음 달 초를 상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조만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CFTNI)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4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한 국방부 관료가 최근 익명을 전제로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을 마무리짓고 있으며, 6∼18개월 안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들도 “아슬아슬하다”는 말로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기류가 일관성이 부족해 김정은이 도발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 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나라와 러시아, 이란을 목표로 한 제재법안이 (미국에서) 채택된 데 대해 국제적 반발이 크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면서 추가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새로운 대북 제재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일 “미국이 유엔의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를 위한 대화를 15개국으로 곧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침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4일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안보리 대북 결의를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계속 집행하겠다”고 밝혀 미중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미국의 북한·러시아·이란제재법 통과에 거듭 불만을 표출하고 나선 러시아를 설득하는 게 변수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지난달 30일 “새로운 대북 제재에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것이 진정한 시험(true test)”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의 발언과는 달리 실제로 중국이 원유 수입 제한 등 핵심 대북 제재안을 놓고서는 여전히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여전히 몇몇 조건에 난색을 표하는 걸로 안다”고 했다. 설령 미중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에 합의하더라도 김정은이 반발해 추가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핵실험 등에 대한 유엔 결의안 채택에 반발해 ‘맞불 도발’을 해 왔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개막하는 필리핀 마닐라에도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안보협의체다. 4일 필리핀 국제회의장(PICC) 주변은 주말에 열리는 회의에 맞춰 모여든 각국 당국자들과 취재진으로 분주한 모양새다. 현지에선 리용호 외무상이 이끄는 북한 정부 대표단이 6일 입국을 앞두고 급하게 호텔을 바꾼 것 아니냐는 등 각종 정보가 급박하게 오가고 있다. 이번 ARF에선 27개 회원국이 모두 참석하는 7일 본회의에서 북핵 문제를 의제로 관련국들이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ARF 회원 자격 정지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 대북 압박정책에 동조해 달라고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핵무기와 ICBM 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신진우 niceshin@donga.com / 마닐라=신나리 / 뉴욕=박용 특파원}
주에티오피아 한국 대사 김모 씨가 현지에서 ‘심각한 성 비위’ 행위를 수차례 한 것으로 외교부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됐다. 외교부는 4일 “에티오피아 한국 대사의 성 비위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사단을 보내 현장 감사를 벌인 결과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김 대사가 대사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거나 젊은 여성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 등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강요했다는 등의 제보를 받고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 성 비위가 확인됨에 따라 외교부는 3일 중앙징계위원회에 김 대사의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또 대검찰청에는 형사 고발 조치했다. 김 대사는 최근까지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의 혐의가 단순 성추행을 넘어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됐다”며 “피해자 증언 등도 구체적으로 확보했다”고 전했다. 앞서 외교부는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현직 외교관의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도중 피해자인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대사에게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에 착수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어느 시점에 북한과 마주앉아 대화하고 싶다”며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공식 언급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안팎의 핵심 외교안보 인사들은 여전히 대북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군사적 조치도 적극 고려하라는 사실상 ‘전쟁 불사론’도 제기되고 있다.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에 기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일(현지 시간)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이란 칼럼에서 “성공적인 외교적 플레이가 없었기 때문에 이제 남아 있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군사적 옵션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대표적인 ‘신보수주의자(네오콘)’로 대북 강경론자인 그는 “모든 (군사적 옵션 시행) 시나리오가 한국, 특히 서울의 민간인들에 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미국은 무력 사용 전 한국과 일본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면서도 “가까운 우방국 정부라도 김정은의 핵무기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겠다는 조치에 반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북한과의 직접 대화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전날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화 발언을 뒤집었다. WSJ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동유럽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기자들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막는 전략이 뭐냐’고 질문하자 이같이 말했다. 백악관의 안보 사령탑이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2일 MSNBC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그는 밤에 편히 잠자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전 세계가 김정은에게 대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밤에 편하게 잘 수 없을 것이란 발언을 두고 김정은을 직접 겨냥한 위협적인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도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극우진영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2일 전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소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사회 주류 안보 전문가들 중에도 일본의 핵무기 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북한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원 자격 정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대행은 전화 브리핑에서 “아세안은 분쟁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라며 “ARF에서 다른 회원국과 함께 북한의 회원 자격을 정지할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워싱턴 안팎의 강경론, 특히 김정은 정권교체(레짐 체인지) 주장에 대해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김정은에 대한 압박용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추가 경제 제재를 통해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한미일 군사훈련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제재가 이어지면 북한은 결국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난달 31일 워싱턴에서 그를 면담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3일 전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신진우·한기재 기자}
미국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일(현지 시간) “어느 시점에 북한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이를 역내(동북아시아)나 미 본토에 보낼 수 있는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잇달아 쏘아 올린 북한에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출구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워싱턴 국무부 브리핑에서 특히 “북한 체제의 변화와 붕괴, 급진적인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38선 이북에 미군을 주둔시키기 위한 구실 등을 찾고 있지 않다”고 재확인했다. “다른 옵션은 특별히 매력적이지 않다(not particularly attractive)”며 대북 군사 제재 가능성을 일축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생산적 대화의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며 ‘중국 역할론’을 재차 거론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워싱턴 조야에서 대북 군사옵션 사용과 김정은 정권 교체(regime change)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옵션들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한 정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 양자 협상에 나서겠다는 시그널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일 “그냥 지나칠 부분은 분명 아니다”라며 “미국 기류를 엄밀하게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 등에서는 여전히 대북 강경 발언이 나오는 등 미국 내 대북 정책 메시지가 강온 양면의 백가쟁명식 말잔치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1일 미 NBC방송 투데이쇼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쪽(한반도)에서 있을 것이다. 만약 수천 명이 죽어도 여기가 아닌 거기일 것’이라고 내 면전에서 말했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진우 기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서면서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우리 정부를 뺀 대화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북-미 물밑 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코리아 패싱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북핵 관련 대화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며 “현재 동북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이 굉장히 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을 제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야권에서 우려하는 ‘코리아 패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갔기 때문에 ‘코리아 패싱’이다, (북한 도발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를 안 했기 때문에 ‘코리아 패싱’이다 말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며 “한미 간에는 충분하게 거의 데일리베이스(매일)로 (북핵과 관련해)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 “의제도 없는데 전화하기 어렵다”며 “지금 (북핵 대응) 잘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부도 이날 밤 예정에 없던 자료를 내고 “미중 간 빅딜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북-미 대화 가능성 등 ‘극단적 견해’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한국을 제외한 북-미 대화가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널뛰는 워싱턴발(發) 메시지에 깊어지는 정부 고민 하지만 일부 전문가의 예측은 청와대와 다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이 군사적 옵션에 부담을 느낄 경우 북-미 대화로 급격히 선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최근 인터뷰에서 “9월쯤 상황이 진전되면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 국방부는 군사 옵션, 국무부는 외교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내부 역할 분담은 언제나 있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발신하는 메시지가 워낙 널을 뛰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가 우리 정부의 고민이다. 미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 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의회가 아니라 행정부라는) 공식 라인을 통한 이야기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인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트럼프의 진짜 의중 파악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비서실장이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되는 등 백악관 내부가 안정되지 않은 영향도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양국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 신민경 인턴기자 서강대 영미어문학과 4학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이어가면서 동북아 안보 정세에 격랑이 몰아치고 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가 ‘임계치’에 다가설수록 미국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중(美中) 대결의 격화로 한국의 운신의 폭도 날로 좁아지고 있다. 군사력을 동원한 파국적 사태부터 극적인 외교적 해결 가능성까지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고 한국에 미칠 파장을 짚어 본다. 》 [1] 美, 北의 핵-미사일기지 선제타격 北 보복땐 대량피해… 한국정부 동의할 리 없어북한이 핵 탑재 ICBM을 실전배치하면 미국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고 보고, 대북 선제타격을 ‘실행 가능한 옵션’으로 검토할 수 있다. ICBM이 미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만큼 ‘예방적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으로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제거 수순에 돌입하겠다는 것. 스텔스전폭기와 초정밀유도무기로 영변 핵시설 등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이동식발사차량(TEL), 지휘부를 파괴하는 내용이 거론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더 많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동의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동맹 파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독자적 대북 선제타격 확률은 제로(0)”라고 말했다. 득보다 실이 크다는 우려도 많다. 지하에 건설된 다수의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모두 제거하기 힘들고 북한의 보복으로 대규모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비화돼 한국에 엄청난 인명·물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2] 대북 원유공급 차단 등 국제사회 제재 강화유엔의 현실적 액션플랜… 中-러 협조 미지수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포함한 유엔 제재결의안은 국제사회가 현 상황에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급 1, 2차 도발로 중국,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초강경 제재 결의안 채택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원유 공급 제한을 결의안에 포함시키려고 중국, 러시아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도 “중국이 겉으론 심드렁해도 결의안 조건 등을 놓고 미국과 치열한 물밑협상을 진행 중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원유 공급원인 두 나라가 ‘인도적 지원’ 차원의 원유 차단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야 일이 풀린다는 지적이 많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모든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과 개인 제재)’을 통한 독자 방식 등 지금보다 강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3]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한국 독자 핵개발‘공포의 균형’으로 北에 맞불… 비핵화에 역행북한이 핵미사일을 다량으로 전력화하면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 한미연합군의 첨단 재래식 전력의 대북 우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한(對韓) 확장억제의 효용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유사시 미국이 자국민에 대한 핵공격의 위협을 무릅쓰고, 한반도에 군사적 개입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 핵개발 등 대북 핵옵션도 대안으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으로 북한 핵무기의 효용성을 반감시키는 시나리오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특정 시점까지 북핵 문제가 성과가 없으면 전술핵을 들여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 한계가 많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비핵화 목표에도 상치돼 국제적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의 핵개발은 ‘역내 핵도미노’에 대한 우려로 미국 등 주변국이 동의할 리 만무하고, 국제사회 제재 등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4] 北-美 양자대화 통한 핵동결 합의 추진‘北핵보유’ 인정하는 미봉책… 한국 방관자 전락북-미 양자 대화는 외교적 해법으로는 한국에 최악이고, 북한에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김정은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기조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미국은 핵시설 동결 및 미사일 발사 유예 등의 조건을 걸고 북한과 양자 대화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전략적 중요성보다 미국의 실리(북한 핵무기 확산 방지 등)를 앞세워 문제를 푸는 지름길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미 비확산 문제 연구기관 군축협회(ACA)의 켈시 대븐포트 비확산담당관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과 의회는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지원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도 양측 견해차가 커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 양자대화가 성사되면 한국 정부는 대북문제의 ‘운전석’에서 밀려나 방관자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런 기류가 감지되면 우리 정부가 그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코리아 패싱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5] 中-러 적극적 중재로 北 다자대화 복귀中-러 ‘北의 전략적 가치’ 포기할 기색 안보여북한의 ‘경제적 목줄’을 쥔 중국, 러시아가 북한을 회유해 핵·미사일을 포기토록 하거나 미국, 한국 등이 포함된 다자 대화로 복귀시키는 시나리오다. 한국으로선 최선의 방안이다. 국제사회의 대북공조를 유지하면서 대화 재개를 통한 현 정부 대북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자산’인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어서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는 “북한의 잇단 ICBM급 도발 이후 두 나라의 태도를 보라. 달라진 게 있느냐”며 “김정은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인 국제사회의 분열을 보며 ‘비웃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중국이 북한을 우습게 보고 있는데 오판”이라며 “무릎 위에 올려놓은 애완견(북한)은 관리가 가능하지만 미친개가 되면 언제 물지 모른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저지에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이 중국에도 이득이라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신나리 기자}

미국 대륙을 겨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로 한미 양국은 우선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5년 만에 개정이 추진되는 새로운 한미 미사일 지침의 핵심은 북한 전역에 산재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벙커는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기지까지 유사시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초토화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사거리 800km 기준으로 현재 500kg에서 1t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화답해 한미 간 실무협상이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탄두 중량이 1t으로 늘어나면 제주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백두산 삼지연 인근의 김정은 지하벙커까지 완파할 수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만찬 회동 사실을 공개하며 “송 장관이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서 탄두 무게를 2t 이상까지도 주장을 할 생각이 있다. 1t을 넘어 탄두무게 제한을 철폐하자고 화끈하게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29일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 및 시험발사 장면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명 ‘한국형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수초 만에 4발이 발사돼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김정은 벙커 등 전쟁지휘부, 장사정포 진지 등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 공군과 미군은 다음 달 실시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서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전파 발사 원점을 찾아내 신속 타격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북한 김정은이 28일 오후 11시 41분 최대 사거리가 1만 km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도발을 감행하면서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김정은은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또 30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이 군사적 모험과 초강도 제재 책동에 매달린다면 정의의 행동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탄두 소형화를 위한 6차 핵실험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은 최종 검증되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거의 수중에 넣으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문재인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배치에 이어 탄도미사일로 김정은의 벙커 지휘소 타격력을 높이기 위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도 탄두 중량을 늘리는 데 공감하고 있다. 목표 중량이 1t이 아니다.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좋은 것 아닌가”라며 “이번 미사일이 ICBM이라면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의 임계치에 왔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선 탄두 무게 제한을 아예 철폐하는 게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수십만 명이 ‘김정은의 핵 인질’로 잡힐 처지에 놓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트위터에 “중국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에 대해 “한국 측의 유관 행위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문제를 삼았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ICBM을 보유한 클럽에 가입하길 원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작스러운 정밀 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선제타격론’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ICBM 이후’에 집중한 새로운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구상이 현실을 앞설 수는 없다”며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대북정책이 조정되는 것을 후퇴라고 인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핵 억지력을 갖춰 (북한과)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게 1차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중국 외교 실력자인 탕자쉬안(唐家璇·사진)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27일(현지 시간) ‘한중 차세대 정치지도자 포럼’에 참석한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탕 전 위원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가진 만찬에서 “한국 정부가 사드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의 연내 중국 방문은 우리도 환영한다”면서도 “사드 문제가 해결돼야 정상회담의 성과도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문제와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연계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만찬엔 문 대통령의 측근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소속 의원 11명이 참석했다. 한국 의원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발언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탕 전 위원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29일 귀국하는 여야 의원들은 당초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날 계획이었으나 중국 사정으로 일정이 취소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 확대(500kg→1t)를 미국에 요청한 문재인 정부의 ‘다음 카드’가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핵 도발을 억지하는 압도적 군사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대북 국방기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北 SLBM 도발하면 핵잠 도입론 급부상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비롯해 신형 미사일을 잇달아 쏴 올렸다. 최근에는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징후까지 포착됐다. 김정은이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신형 SLBM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이 또다시 SLBM 도발을 한다면 국내에선 ‘핵잠 보유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핵 탑재 SLBM은 ‘궁극의 핵무기’로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하다. 수중에서 기습 발사돼 사전 포착이 힘들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도 요격에 한계가 있다. 군 관계자는 “이 경우 북한의 핵 위협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정부가 미국 정부와 핵잠 도입을 본격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취임 전인 4월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핵추진잠수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당선되면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핵잠건조사업(일명 362사업)에 주요 실무자로 참여했다. 핵잠은 은밀성과 공격력에서 재래식잠수함을 압도한다. 재래식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용 산소 공급을 위해 수시로 물 위로 부상(浮上)해야 해 적에게 들킬 위험이 높고 최대 수중작전 가능 기간도 2주가량에 그친다. 핵잠은 사실상 무제한 수중작전이 가능하고, 속도도 디젤잠수함보다 3배가량 빠르다. SLBM을 실은 북 잠수함을 장시간 감시추적하고, 유사시 김정은 지휘부 등 전략표적을 타격한 뒤 신속히 빠져나올 수 있다. 북핵 억지를 위한 킬체인(Kill Chain) 능력이 극대화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2020년대 중반에 배치되는 3000t 잠수함 3척을 핵잠으로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은 핵잠용 소형 원자로 개발능력을 갖췄고,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돼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핵잠 연료로 쓰임)도 가능하다.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 등 주변국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군 당국자는 “북핵 위협이 용납하기 힘든 사태로 전개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의 핵잠 필요성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탄두중량 확대 막전막후 “오케이. 와이 낫(Why not·안 될 게 뭐야).”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 자리, 문 대통령이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중량의 확대 필요성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몇 초 만에 흔쾌히 ‘오케이’라고 호응한 뒤 즉석에서 논의하자고 화답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탄두중량 확대는 회담 공식의제가 아니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북 대화는 시도하되 ‘강한 안보’에 대한 의지 관철을 위한 카드로 준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ICBM용으로 추정되는 로켓엔진시험을 한 게 문 대통령이 결심을 굳힌 계기”라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을 열 대 때리고 싶지만 우린 한 대만 맞아도 상처가 커져 못 때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한 ‘공감 전략’으로 대화를 풀어나간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 등으로 인한 ‘김정은 스트레스’를 토로하자 문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탄두중량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회담에 참석한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제안을 시원하게 받아들여 우리가 더 놀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잘 고려하면 향후 우리가 챙길 것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한미 정상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는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이 표적으로 삼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김정은 지휘소 등 북한의 전략적 핵심 시설은 800∼1000곳인데, 주로 화강암반 지하 수십 m 깊이에 있다. 문제는 현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제한된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에 부착되는 500kg급 재래식 탄두로는 북한의 견고한 지하 시설물을 완벽하게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군 당국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북한 전역의 지하 표적을 파괴하려면 사거리 800km급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1t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탄두 중량이 늘어날수록 그 안에 실을 재래식 폭약의 중량은 커지고 파괴력도 높아진다. 다만 탄두 중량을 늘리려면 미사일 지침 개정이 필요하고, 결국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2012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최대 사거리를 기존 300km에서 800km로 늘렸지만 탄두 중량은 500kg을 유지하는 선에서 협상이 타결됐었다. 정부 안팎에선 우리 군의 숙원인 탄두 중량 증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견을 나누고도 이 사실을 밝히지 않다가 이날 언론을 통해 뒤늦게 공개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북 대화를 제안한 상황에서 지금 나와서는 곤란한 내용인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향후 북한이 핵 실험 등 도발 시 우리 정부가 즉각적으로 내놓을 대응 카드가 소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한 원론적 합의에 도달한 것에 대해서는 서로의 이해가 맞은 ‘윈윈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 기지에 대한 대대적인 보강공사를 한 데다 한미 정상이 만나기 직전 실제 미사일 도발까지 하면서 높아진 긴장감이 지침 개정에 대한 합의로 이끌었을 거란 해석도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는 내용의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24일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당시 양국 정상이 미사일 지침 개정과 관련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탄두 중량을 늘려야 하는 배경을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탄두 중량을 사거리 800km 기준으로 현재 500kg에서 1t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2012년 10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300km에서 800km로 늘어났다. 하지만 탄두 중량의 한계는 꾸준히 지적돼왔다. 현재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은 ‘트레이드오프(trade off·탄두 중량을 줄여 사거리를 늘리는 방식)’가 적용돼 사거리 300km는 2t, 550km는 1t, 800km는 500kg의 탄두까지만 각각 탑재할 수 있다. 그러나 1t 수준이 돼야 ‘김정은 지하 벙커’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협의해야겠지만 양국 정상이 북한과의 대화 등과는 별개로 우리 정부가 강한 안보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측면에선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빠르면 10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국의 군사 회담 제의가 북한의 무반응으로 불발된 데 대해 국방부가 21일 북측에 조속한 호응을 거듭 촉구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안 관련 입장’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군사 분야 대화채널 복원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매우 시급한 과제”라며 “북측이 조속히 제안에 호응해 나오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군은 21일까지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원해 군사 회담 개최에 회답해 줄 것을 북측에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문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단을 제안한) 27일(정전협정 기념일)까지는 제의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다음 달 1일 갖자고 제안한 상황이지만 아직 북측의 응답은 없다. 이유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의 공식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추가 제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정부의 대북 기조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정부가 전혀 가능성 없는 시기를 골라 회담을 제안했다”며 “(국제사회에) 실없는 정부로 비치고 회담을 구걸하는 비굴한 모습만 보였다”고 비판했다. 민병원 이화여대 교수는 “갑자기 선물을 확 들이대면 향후 북한이 훨씬 더 많은 걸 요구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와 정부는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팻 투미 상원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은 ‘북한과 연관된 은행업무 제한법안’을 발의하며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모든 핵·화학·생체·방사능 무기를 해체한 뒤에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중국 여행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27일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북으로 들어가는 관광 수익을 끊겠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합의를 목표로 잡고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비핵화 합의의 목표 시점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신(新)냉전 기류 속에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북핵 협상의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를 목표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과속 우려를 감안해 ‘조속한 전환’으로 한발 물러섰다.○ 격론 끝에 나온 2020년 비핵화 합의 목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북한과의 ‘완전한 핵 폐기’ 합의 도출 시점을 2020년으로 잡았다. 올해 안에 포괄적인 비핵화 협상 방안을 포함한 로드맵을 완성해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란 구상도 밝혔다. 2020년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협상의 ‘입구’인 핵 동결을 완료하고 핵 폐기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시점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계적 북핵 협상 구상을 밝히며 핵 동결을 비핵화 협상의 ‘입구’, 완전한 비핵화를 ‘출구’로 제시했다. 비핵화 합의 목표 시점을 명시하는 것을 두고 국정기획위 내부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이견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핵화 합의 목표 시점을 못 박는 것이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목표 시점을 공개하기로 결정할 것은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목표 시점 제시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합의를 이끌어낼 힘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현실적으로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먼저 속내를 내비친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3년 안에는 핵 동결 절차를 밟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조급하다는 걸 북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절충된 전작권 전환 목표 국정기획위는 국방개혁 분야에선 대통령 직속으로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방개혁 2.0’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내놨던 ‘국방개혁 2020’을 업그레이드해 국방부 문민화와 육군 중심의 군 구조 개편 등 강도 높은 국방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임기 내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목표는 한미 정상 간 합의와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체제 구축 시기를 고려해 ‘조속한 전환’으로 수정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정기획위의 보고를 받고 이를 직접 고쳤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위원인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전작권 전환의 시기를 못 박지 않되 전제조건에 얽매여 한없이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 있다”며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빨리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한국군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구비를 전작권 전환의 ‘주요 조건’으로 설정했다.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조건에 따른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것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전작권을 조속히 전환하겠다는 배경에는 국방부에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빨리 갖추라는 압박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병력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 한편 100대 국정과제에는 병력을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한편 이와 연계해 병사 복무 기간을 현재 21개월(육군 기준)에서 18개월로 줄이는 계획도 제시됐다. 이 과제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힌 내용들이다. 하지만 병력 자원 확보의 어려움과 부사관·여군 증원에 따른 예산 문제 등 현실적 난관이 적지 않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군사당국·적십자 회담을 동시에 제안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18일 미국이 “지금은 대화의 조건이 멀리 떨어져 있다”(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또다시 엇박자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 나간다는 것에 대해선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사회와 의견을 같이한 부분”이라며 미국 등과 사전 조율도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미 정상이 합의한 대화 재개의 ‘올바른 조건’을 놓고 공조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회담 제안 카드는 ‘베를린 구상’ 이행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가에선 저녁에 실무부처 긴급 브리핑이 열린다는 말이 돌기도 했지만 회의 내용은 보안에 부쳐졌다. 이후 사흘 뒤 대화 카드가 공개된 건 미국에 이해와 동조를 구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거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실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NSC 하루 뒤인 14일 청사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만나 베를린 구상과 관련해 일관된 기조로 후속조치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당시 “내퍼 대사 대리가 조 장관의 설명에 이해와 지지를 표시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파이서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한 질문에 “한국에 물어봐 달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브리핑을 통해 “한미 간 (인식에) 큰 차이는 없다”며 “우리 정부가 제안한 건 본격적 대화 조건이 마련됐다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초기 단계 ‘접촉’ 수준의 성격으로 봐야 하고, 미국 일본 등이 언급하는 ‘본격적 대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외교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등 주요 국가와) 사전에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최근 국제사회가 북한을 상대로 초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인 만큼 회담 제의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미국 측과의 정교한 사전 조율이 미흡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담 내용 등 구체적인 부분까진 미국 등과 교감이 없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만 치고 나가는 상황이 반복되면 앞으로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를 논의할 때 우리만 배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내에서 충분한 사전 의견 조율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대북 경제 제재 방식 등을 두고 고민하던 중 회담 제안 사실을 들었다.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과 공조해온 일본에서도 우리 정부의 회담 제의에 일부 냉담한 반응이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고 했고, 마루야마 노리오(丸山則夫)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우선순위는 제재를 통해 평양에 압박을 가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핵 문제 진전에서 얻어왔던 긍정적인 성과는 하나같이 대화를 통해 얻은 것”이라며 “(대화에) 힘을 줘야지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을 비판한 것이다. 북한 문제 해결의 ‘운전대’를 잡기 위해 던진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의 카드가 초장부터 힘을 받지 못하자 북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등 문재인 정부의 ‘쌍끌이’ 대화 제의에 북한은 이틀째 침묵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도쿄=서영아/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대사관의 현직 외교관이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가운데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해당국 대사의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외교관 A 씨의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도중 피해자인 대사관 직원 B 씨로부터 ‘대사에게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대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A 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외교부는 A 씨가 8일(현지 시간) 함께 저녁을 먹은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피해자 측 제보를 접수하고 A 씨를 국내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외교부는 성교육 등 사전예방과 함께 성 비위 사건이 터졌을 때 조사를 담당하는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독일 베를린에서 이달 6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시 북-중 관계를 “혈맹”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동행기자단에 밝혔지만 사실 확인 결과 시 주석이 “혈맹”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북한과 혈맹 관계를 맺어왔고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어왔지만 많은 관계 변화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 시 주석의 혈맹 발언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 발사 도발 직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터에,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각별하게 감싼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어서 관련국과 전문가들의 의구심이 많았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한중 정상회담에 배석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시 주석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과거엔 북한과 ‘선혈을 나누는 관계’였으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측 통역관도 “(북-중은) 피로 맺어진 우의 관계였다”고 한국어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어로 선혈은 ‘피’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환추시보 사설에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언급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다.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선혈’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시 주석의 입에서 ‘혈맹’이란 표현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브리핑을 근거로 대다수 언론은 북한과의 ‘혈맹’을 부각한 중국의 대북 인식을 집중 보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시 주석이 혈맹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밝혔다. ‘혈맹’이나 ‘피로 맺어진 우의’가 비슷한 개념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014년 류젠차오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중국과 북한이 군사동맹 관계에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어떤 국가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 것이 중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피로 맺어진 우의’라는 표현은 과거 북한과의 역사적 특수성을 부각할 때 자주 쓰는 수사일 뿐이란 얘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외교에는 혈맹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의 발언은 대북 제재에 있어서 이미 중국이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이어서 청와대의 브리핑은 시 주석의 발언 취지 자체를 왜곡한 셈이 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시 주석 발언의) 방점은 (북한과) 피를 나눈 관계지만 지금은 ‘변화했다’라는 뒷부분에 찍혀 있다”며 “지금은 (북-중 관계가) 더 이상 그런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혈맹 브리핑’은 청와대의 외교안보적 무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라는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중 정상회담 당시 배석한 정부 인사 중에 중국어에 능통한 인물이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정확한 대국민 소통을 위해 발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의역한 것은 큰 문제”라며 “강 장관이라도 브리핑 이후 혈맹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생각해 바로잡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신나리 jouranri@donga.com·신진우 기자 / 문예슬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