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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65)이 중국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의 주요 경영진으로 이동했다.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7년 퇴임까지 36년을 ‘삼성맨’이었던 장 전 사장의 중국행에 전자업계에서는 중국의 노골적인 한국 인력 빼가기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올 초 중국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시스템반도체 설계 생산 업체인 에스윈(ESWIN)의 부총경리(부회장)로 선임됐다. 에스윈은 2016년 3월 설립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 설계와 생산 등을 맡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의 회장을 지낸 왕둥성(王東升) 회장도 에스윈에 합류했다. 장 전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입사해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장(사장)을 지냈다. 2011년 중국삼성 사장, 2015년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등을 거쳤다. 삼성 사장급 임원이 중국의 디스플레이 반도체 업체의 주요 경영진으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장 전 사장이 주로 LCD 사업을 맡았고, 중국에서 대관업무를 주로 맡아 기술 유출 우려는 확대해석이란 분위기도 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정부가 기업 경영권을 흔드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10일 법무부는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법개정안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감시·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나란히 입법예고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고용노동부도 노조 권한을 강화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추진에 나섰다. 세 법안 모두 20대 국회에서 추진됐지만 여야 합의 불발로 폐기됐던 법안들이다. 그러나 176석의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입법화에 나섰고, 정부가 입법 예고를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40일의 입법예고 기간 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해당 법안들을 9월 정기국회 때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계는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생존조차 위협받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기업 옥죄기’ 법안을 쏟아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유턴 기업을 지원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더니 더욱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개정안들이 다 통과되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이 더 강해지고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도 시달리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 불이익을 줬다’며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되는데 어떻게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노조법이 “근로자가 아닌 사람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 결국 막강해진 노조의 정치 파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조만간 반대 의견서를 낼 계획이다. 재계는 특히 의원 발의로 추진됐던 상법 개정안이 정부 입법으로 바뀐 것은 정부 여당의 강한 ‘재벌 개혁’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 옥죄기’ 법안은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더욱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번 국회 입법 목표로 ‘공정 경제’를 꼽으며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중소기업 상생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15총선을 앞두고 올해 3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공동선거 대책본부를 구성하며 21대 국회에서 ‘친노동 입법’도 약속한 바 있다.김현수 kimhs@donga.com·김지현·배석준 기자}

“걸핏하면 회사로 고발 통보가 날아들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경영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전속고발권 폐지를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가격·입찰담합 등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의 경우 누구나 대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들은 이 경우 이중 처벌 부담을 안게 된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이 동시에 이뤄져 제재 총량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재계는 이날 동시에 발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이 입법화되면 대주주와 기업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는 반면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는 크게 제한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사외이사 권한 강화 등 사내 통제 기능을 확충하는 게 핵심인데 정부는 엉뚱한 규제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주사 만들라더니 규제만 늘리나”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를 더 엄격히 규제한다.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로 더 넓힌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현대글로비스, SK㈜ 등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에 새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법 적용 대상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업의 자회사까지 포함되면 381개 기업이 추가된다. 또 지주회사를 신규 설립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새로 편입할 때는 자회사 지분을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하도록 했다. 기존보다 10%포인트씩 올렸다.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고, 지주회사는 의무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사들이도록 한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와 재계는 이러한 내용의 규제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보유 지분은 낮추게 하면서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높이기 위해 돈을 더 쓰라고 한다. 대주주 중심의 경영을 포기하라는 뜻”이라고 토로했다.○ 경영권 방어력은 취약해져 대주주가 지분을 낮추면 그만큼 경영권 방어력이 떨어진다. 특히 정부의 권고에 따라 지주회사를 미리 도입한 기업일수록 투기자본 공격에 취약해진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대주주 지분이 집중돼 있는 지주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 자회사는 20%, 비상장 자회사는 40% 소유하고 있는 상태다.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 및 3%룰에 따르면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법정 최소비율 20%만 보유해도 감사를 뽑을 때 특수관계인 포함 3%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돼있어 대주주나 지주사가 감사위원을 선출하기 매우 어렵게 됐다. 결국 정부 권고대로 지주사가 충실히 자회사 지배력을 높인 회사일수록 손해다. 반면 해외 행동주의 펀드는 영향력이 커진다. 다른 기관투자가와 힘을 합쳐 직접 내세운 감사위원이 선출되도록 해 해당 기업 이사회 입성을 노릴 수 있고,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를 활용해 자기가 지분을 사들인 기업의 자회사 경영권 간섭에 나설 수 있다. 다중대표 소송제는 상장된 모회사의 지분 0.01%(비상장사 1%)만 가져도 모회사가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 경영진(이사)에게 소송을 걸 수 있다. 대기업 모회사의 소액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주식 79.6%를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을 사면 코리아세븐의 대표이사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며 경영권 간섭에 나설 수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비상장 계열사 지분 최소 50% 이상을 보유하도록 하는데, 50%가 되는 순간 다중대표소송제(상법), 일감 몰아주기 규제(공정거래법) 대상이 된다”며 “두 법안이 촘촘히 기업을 옴짝달싹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김현수 / 세종=남건우 기자}
9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삼성은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경영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이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여전히 수사를 받고 있고,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며 “삼성이 사법 리스크에서 당분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미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4년 동안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기소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곧바로 기소당할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멈췄던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하기가 쉽지 않다. 피고인으로서 두 가지 재판을 동시에 받으면서 해외 사업까지 챙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이날 새벽 자택에 머물다 오후에 업무 현안 등을 보고받은 것도 삼성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은 7일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내고 “삼성이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정상적 경영이 위축돼 있고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9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결과를 기다리던 삼성 주요 임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삼성 임직원들은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된 8일 오전 10시 30분 이전부터 서울구치소와 서초사옥 등에서 초조하게 법원의 결과를 기다렸다. 삼성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직후 변호인단 이름으로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면서도 “이제 한 고비 넘겼다”는 분위기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검찰이 재청구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1년8개월 동안 삼성 직원 110여 명은 430여 차례 검찰에 소환됐다.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여전히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며 “삼성으로서는 수사 리스크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앞서 7일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내고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위축돼 있고,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 지금의 위기가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한 고비를 넘긴 삼성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외부 전문가 및 시민 등에 합병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했다는 것을 소명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지난달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뉴 삼성‘ 비전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된 삼성을 보이겠다는 의지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 번만이라도, 하지 말아라(For once, Don‘t Do it).” 최근 나이키가 자사의 유명한 슬로건 ‘그냥 해보자(Just Do it)’를 ‘하지 말자’로 바꾼 영상을 선보였다.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씨를 기리며 ‘인종차별을 하지 말자’ ‘우리가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의미로 만든 슬로건이다. 사실 나이키는 흑인 운동선수들을 꾸준히 후원했고, 흑인 고객층이 상당하다. 나이키는 2018년에도 경찰의 과잉 진압에 반대하는 ‘무릎 꿇기’ 시위를 지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에는, 다른 기업도 나서고 있다. 애플(정보기술), 레고(장난감), 벤앤제리스(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업종의 많은 기업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에 동참 중이다. 흑인 디자이너 고용에 무심했던 유럽 럭셔리 브랜드마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언급을 피했던 글로벌 기업의 과거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면 논란에 휩싸이고 특정 소비층을 잃을 수 있다며 언급을 꺼렸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 및 Z세대)가 가치 지향적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많은 기업이 인종차별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라고 평했다. 왜 그럴까. 소비자가 또 변했기 때문이다. 여성 문제(미투), 환경 문제(지구 온난화)에 목소리를 내던 MZ세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불평등에 더 민감해졌다. 같은 재난을 겪어도 누군가는 일상을 유지하지만 누군가는 실업의 고통에 허덕이게 되는 현실에 눈을 떴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의 발표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생각을 밝혀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기업이 인종차별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또다시 질문을 던진다. ‘이 사회에 흑인은 몇 명인가’와 같은 질문이다. 직원들도 회사에 가치관을 묻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한 사회공헌 담당 임원은 “요즘 미국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은 입사 지원을 할 때 연봉이 아닌 다양성, 지향점, 조직문화 등을 먼저 묻는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페이스북 직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와 같은 게시물에 대해 회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설명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도했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도 어떤 의미에서는 ‘노동 3권 보장’ 등 삼성의 가치관을 밝히는 자리였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사과였지만 소비자에게도, 임직원에게도, 협력사에도 ‘과거의 관행이 어땠든 현재 삼성의 생각은 이렇다’는 답을 준 셈이다. 한국의 다른 기업들도 언제든 ‘당신 기업의 생각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마케팅 활동만 그럴듯하게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좋든 싫든 제품만 잘 만들면 됐던 시대는 정말로 가버렸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삼성이 위기입니다.” 삼성이 이 같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호소문을 7일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발표한 호소문에는 일부 언론의 검찰 수사 결과 보도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경영 위기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은 호소문에서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인데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이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라며 대외에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입장문의 제목이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이지만 사실상 대국민 호소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날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며 삼성의 ‘질적으로의 대전환’을 천명한 이른바 신경영 선언 27주년 기념일이다. 삼성의 정신적 기반이나 다름없는 날에 위기감을 호소한 것은 그만큼 삼성이 초비상 상태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 외 다른 그룹에서도 총수의 부재 동안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이 지연됐다. 전문경영인이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어 정체기가 생겼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삼성도 비슷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지민구 기자}

삼성이 7일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내고 “경험하지 못한 위기”라고 밝힌 이유는 최근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뿐 아니라 지정학적 위기도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수립에 나선 상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놓고 갈등이 격해지며 양측이 삼성에 각각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한일 갈등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 수출 규제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의 구속 우려도 삼성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호소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주역이 돼야 할 삼성이 오히려 경영 위기를 맞으면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부끄럽고 송구스럽다”고도 밝혔다. ○ 또 기로에 선 삼성이 부회장이 8일 구속 기로에 놓이게 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지 약 19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46)는 8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 옛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부회장(69), 김종중 전 사장(64) 등 3명에 대한 영장 심사를 진행한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이를 부인하며 외부에 해당 사안의 판단을 맡기고 싶다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지만 곧바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적극적인 반박으로 태세를 바꿨다. 삼성은 최근 세 차례 입장문을 통해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합병 성사 위한 주가 조종 △이 부회장에게 승계 작업 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문제 등에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고, 이 부회장은 보고를 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삼성 초격차 전략 흔들리나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꺼리던 삼성이 3일 연속 의혹에 대한 반박에 나선 것은 총수의 부재가 전례 없는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삼성은 반도체 설계, 자동차용 반도체 부문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해야 하는데 조 단위 대규모 M&A를 결정할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세계 패권 국가 간 갈등 국면이라 총수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던 2017년에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좋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2017년은 반도체 최대 호황기였다. 호황기를 내다본 투자 결정의 중요성을 모르는 지적”이라는 반응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 산업은 속도전이다. 빠른 의사 결정과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총수 부재 시 삼성에서 누구도 빠른 결정과 판단을 책임지고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황성호·지민구 기자}

“삼성이 위기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7일, 삼성은 이 같은 문구로 시작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으로 검찰 수사 쟁점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고 경영 위기감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삼성이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경영 정상화할 수 있게 해달라”라며 극도의 위기감을 공식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주가에 불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와 관련해 “당시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은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재차 반박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논란에 대해서도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6일 한 방송사가 ‘검찰이 이 부회장에 승계 작업이 보고된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하자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 자료를 냈었다. 삼성은 7일 호소문에서 “이러한 기사들은 객관적 사법 판단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주역이 되어야 할 삼성이 오히려 경영의 위기를 맞으면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있다.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인데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재차 호소했다. 삼성이 이례적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경영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은 그만큼 내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비상경영 중인 전례 없는 위기 속에 경영진 공백 우려가 겹쳤다”며 “삼성의 내부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바이러스 전쟁에서 앞서 싸웠던 삼성 억만장자의 운명이 위험에 처했다.”(블룸버그) “한국이 삼성 후계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로이터) 4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주요하게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핵심 플레이어였다”며 “삼성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 속에 이 부회장은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다소 권위를 잃을 수 있는 위험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이 같은 외신들의 보도에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는 수사로 주요 경영진이 검찰을 오가는 모습이 세계에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는 리더십 공백 리스크로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삼성은 2016년 12월 특검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5년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긴 수사에 따른 경영진 공백이 자주 발생했고 해외 출장부터 대형 인수합병(M&A)까지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2016년 약 9조 원을 들여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사들인 이후 대규모 M&A가 끊긴 상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2018년 석방된 직후 유럽 미국 등을 오가며 글로벌 경영부터 챙겼다. 1년여의 수감 기간 동안 멈췄던 신사업 해외 수주나 M&A, 투자 논의를 위한 것”이라며 “총수가 없으면 전문경영인이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 기업의 경영에는 총수의 빠른 의사결정, 해외 네트워크가 큰 몫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 부회장은 일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2위 통신사 KDDI로부터 2조4000억 원 규모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다. 삼성은 또 최근 코로나19 사태에도 경기 평택사업장에 18조 원에 이르는 반도체 시설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삼성의 리더십 공백은 국가적인 경기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4일 오전 11시 40분경 검찰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옛 미래전략실의 실장 최지성 전 부회장, 김종중 전 사장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 영장계에 접수시켰다. 150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구속이 필요한 이유를 담은 수백 쪽 분량의 의견서를 함께 제출했다. 400권 20만 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법원에 접수시키느라 트럭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모든 서류가 접수된 직후인 오전 11시 50분경 검찰은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 고발 등으로 수사에 착수한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고 밝혔다. ○ 검찰 영장 청구에 변호인 “강한 유감”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19개월 만에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그동안 검찰은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조사 등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를 해왔다. 지난달 26, 29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 측은 학계와 시민단체, 법조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에게 기소의 타당성을 묻겠다며 2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회의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 측의 소집 신청 이틀 만에 구속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꺼내들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강한 유감을 피력했다. 변호인은 이날 오후 2시경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며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으려 했던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 이전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정해졌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찰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도 규정되어 있듯이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은 사건관계인 신청에 따른 수사심의의 대상이 아니며, 소집 신청으로 수사 절차가 중단되지도 않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한 수사 지휘라인은 1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구속영장 청구 승인을 건의했고, 3일 오후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한때 구속영장을 주초에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관련 서류를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청구 시점이 다소 뒤로 밀렸다고 한다. ○ 재계 “검찰 수사, 기업인에 유독 가혹”삼성 측은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신청서를 낸 지 이틀 만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설마 했는데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만든 취지가 대기업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로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의 중립성 확보와 수사권 남용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대기업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7년 8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도입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다’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문제제기도 많다. 이런 부분도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점검 받고 (필요하다면) 사후적으로도 수사하도록 하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8년 첫 심의위 회의 안건은 불법 파업을 주도했다며 기아자동차 사측이 고소한 노조 간부들의 처분 문제였다. 검찰은 기소를 주장했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불기소 처분’ 결론을 내렸고, 결국 불기소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이라고 수사에 예외를 두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인이라고 더 가혹하게 처분 받아도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8일 오전 영장 심사검찰이 지난해 5월과 7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에 대해 청구한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되어 있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이후 검찰은 1년 가까운 보강 조사를 통해 수사 초점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이번 영장 청구 초점이 분식회계 관련 의혹이 아닌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의혹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 등의 구속 여부는 8일 서울중앙지법의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46·사법연수원 30기)가 심리할 영장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경북 구미 출신으로 구미여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원 부장판사는 올 2월 법원 정기인사 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배치됐다. 서울중앙지법의 역대 두 번째 여성 영장전담판사다.신동진 shine@donga.com·김현수·김예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기업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신청서를 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의위가 실제 가동된 사례가 8차례에 불과하고 피고인 측 요청으로 이뤄진 적도 드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청서를 내고 “외부의 판단을 받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은 그만큼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분식회계 및 승계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18년부터 2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삼성의 주요 경영진 및 임원 30여 명이 100여 차례 검찰에 소환됐다.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은 8차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4차례 소환됐다. 삼성 내부에선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자 무리하게 수사기간을 늘리면서 경영진에 대한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한 기간 동안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경영환경이 극도로 어려워졌다”며 “경영위기 속에 검찰이 오랫동안 수사를 끌면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는 피로감이 증폭됐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에서 출발한 수사가 앞서 특검이 수사했던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의 합병 의혹으로 확대된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2016년 12월 시작된 특검 수사까지 포함하면 5년째 같은 사안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5년째 이어지는 수사로 글로벌 경영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의 검찰 소환 소식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이 다루며 투자자나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 때문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12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을 신청한 것은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검찰 수사팀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에게 먼저 맡겨보기 위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불러 조사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예상 밖 카드를 꺼내면서 향후 검찰의 주요 일정 등에 변수가 생긴 것이다. ○ 다음 주 검찰시민위원회가 1차 관문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인 2017년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제도다. 같은 해 12월 대검찰청 예규로 운영지침이 제정됐고, 201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운영지침에 따르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사건 관계인 등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다.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분야 전문가 150∼250명 규모의 위원단이 현재 구성되어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되면 이들 중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관련 현안을 비공개로 심의한다. 위원장은 양창수 전 대법관이 맡게 된다. 하지만 사건 관계인이 신청한다고 곧바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라는 ‘사전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와 교사 등 다양한 시민들로 이뤄진 검찰시민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 이 부회장 사건을 대검찰청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附議)’할지를 결정한다. 검찰시민위원 15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심사를 하게 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약 2년 동안 수십 건의 신청 중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받은 사례는 8건이었다. 2018년 4월 기아자동차 노조의 파업 업무방해 피소 사건을 시작으로 홈앤쇼핑 대표 횡령, 아사히글라스의 불법 파견 사건 등 일부 중소기업 사건도 포함됐다.○ 이 부회장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다”이 부회장은 검찰의 두 차례 조사에서 삼성바이오 관련 의혹 등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말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나돌자 최후의 수단으로 외부의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 싶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은 합병은 승계를 위한 것이란 전제를 먼저 깔아놓고 모든 것을 보니 제일모직이 당시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했고, 그 중심에 제일모직이 지분 43.6%를 가진 삼성바이오를 놓고 보니 분식회계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게 삼성이 억울해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에 대해 시민들의 상식적 판단을 받고 싶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바이오 수사는 2018년 11월부터 약 1년 6개월 동안 이어졌다. 제일모직의 가치 평가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 평가가 중요한 이슈였고, 이를 의도적으로 높게 만들어 삼성물산과의 합병에 적용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2015년 합병 발표 직전 거래일의 제일모직 시가총액은 약 25조 원으로 코스피 6위였고, 옛 삼성물산의 시총은 8조6000억 원(32위) 수준이었다. 당시 제일모직의 자산은 삼성물산의 3분의 1, 매출은 5분의 1에 불과했는데도 시가총액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약 3배였던 것이다. 당시 자산 규모가 큰 삼성물산이 인수 대상이 되면서 ‘새우가 고래를 집어삼켰다’는 말이 나왔고 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큰 그림’이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삼성은 이 같은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로 인해 바이오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가 시장에서 높게 평가된 것이지 주가는 삼성이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합병 이후 5년여가 지난 6월 3일 현재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이 41조4193억 원 수준”이라며 “연매출이 1조 원이 되지 않는데도 한국 시가총액 3위 기업이 됐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현재보다 미래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 검찰 일정, 한 달 이상 밀릴 수도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사건 관계인이 신청한 경우엔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처분 종결된 수사의 적정성만을 심의할 수 있다.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 수위를 결정할 권한은 없는 것이다. 외부 위원을 추첨하고 심의 절차에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한 달 가까이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 처리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 이 부회장 측의 대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검찰은 향후 수사 일정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자칫 올 7월로 예정된 검찰 인사 때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배석준·김현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으로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를 검찰 수사팀이 아닌 외부 전문가 등이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을 신청했다. 2018년 1월 검찰 수사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도입된 이후 대기업 총수가 검찰 수사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옛 미래전략실 김종중 전 사장 측 변호인은 전날 오후 3시경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회계 처리, 승계 의혹 등이 기소 사안이 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의 신청서를 냈다. 신청서에는 해당 사건은 기소될 사안이 아니라는 삼성의 쟁점별 주장과 검찰의 과잉 수사로 기업이 실질적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이르면 다음 주 검찰시민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측의 신청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할지 논의할 방침이다. 만약 부의하게 되면 학계와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 26, 29일 이 전 부회장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 절차가 끝날 때까지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 여부를 유보할 것으로 전해졌다.배석준 eulius@donga.com·김현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으로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를 검찰 수사팀이 아닌 외부 전문가 등이 판단해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을 신청했다. 2018년 1월 검찰 수사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도입된 이후 대기업 총수가 검찰 수사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옛 미래전략실 김종중 전 사장 측 변호인은 전날 오후 3시 경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회계 처리, 승계 의혹 등이 기소 사안이 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로 신청서를 냈다는 입장이다. 신청서에는 해당 사건은 기소될 사안이 아니라는 삼성의 쟁점별 주장, 검찰의 과잉 수사로 기업이 실질적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이르면 다음 주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대검찰청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할지를 논의할 방침이다. 만약 부의하게 되면 학계와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018년 11월부터 18개월 이상 검찰 수사가 진행된 삼성바이오 의혹에 대한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달 26, 29일 이 전 부회장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 전 부회장의 신병 처리 여부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절차가 끝날 때까지 유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삼성 사장단 20여 명이 한데 모여 ‘노사관계’ 공부에 나섰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강연을 들은 것이다. 삼성 사장단이 외부 강연을 함께한 것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처음이다. 1일 경기 용인시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이번 강연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 20여 명이 참석했다. 문 위원장은 이날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형성’을 주제로 한국 노동운동의 특징과 역사 등을 설명하며 “경영진이 직접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먼저 변화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 노사관계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강연 후 문 위원장과 삼성 사장단은 변화가 시작된 삼성의 노조 문제를 시민사회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 “노사관계에 대한 삼성의 입장과 계획을 듣고 싶었다”는 평소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외부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앞서 삼성은 2018년 11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말 노조 와해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지난달 이 부회장이 “삼성에서 노동 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노사문화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 명예복직 등을 요구하며 1년여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전 삼성테크윈 직원 김용희 씨와 합의하기도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독일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빨리 발전했을까.’ 1954년 기계 발주를 위해 독일을 찾은 조홍제 효성 창업회장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년도 안됐는데도 눈부시게 돌아가는 공장을 보고 이렇게 감탄했다. 조 회장이 찾아낸 답은 기술력이었다. 6·25전쟁이 끝난 지 1년이 채 안 된 당시 한국은 공산품 기술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모든 물자가 부족해 품질을 따지는 이도 적었다. 조 회장의 일화를 모은 책인 ‘늦되고 어리석을지라도’에 따르면 당시 조 회장은 “지금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지 모르지만 세월이 흐른 뒤엔 품질이 아니면 못 파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착실히 준비해 나가는 것만이 기업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1966년 효성의 전신인 동양나일론 설립 이후 5년 만인 1971년에 한국 최초로 민간 기술 연구소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미국 독일에 의지하던 섬유 제조 기술을 한국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열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조 회장의 장남 조석래 회장도 소재 원천 개발에 힘을 실으면서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에어백 원사, 안전벨트 원사 등 주요 소재 시장점유율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7년 취임한 조현준 회장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탄소섬유와 폴리케톤 아라미드 등 신소재 사업을 발판으로 ‘100년 효성’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늦되어도… 조국의 샛별이 되자” 조홍제 창업회장의 호는 ‘만우(晩愚)’다. 스스로에게 ‘늦되고 어리석다’는 뜻의 호를 붙인 셈이다. 조 회장은 평생 늦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데 늦은 법은 없다’는 것을 실천해 왔다. 1906년 태어나 19세에 중앙고보에 입학해 신학문에 눈을 떴다. 서른에 대학을 졸업하고 마흔이 넘어 사업에 입문했다. 그리고 예순에 동양나일론 설립으로 효성그룹의 기틀을 닦았다. ‘효성’은 조 회장이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부 유학 시절 고향 친구들과 ‘동방명성’을 뜻하는 모임인 동성사를 만들었던 데서 기원한다. 어둠을 밝히는 조국의 샛별이 되자는 뜻으로 모였던 당시의 뜻을 생각해 샛별이라는 뜻의 기업명을 지은 것이다. 조 회장은 기업이 기술을 키우는 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라고 봤다. 섬유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기술개발에 매달린 효성은 1967년 ‘타이어코드’ 국산화에 성공했다. 1981년 조석래 회장이 효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더욱 사업 고도화에 힘을 실었다. 기술강국만 만들 수 있는 어렵고 까다롭지만 필요한 소재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 ‘프로젝트Q’로 탄생한 스판덱스 1990년 조석래 회장은 연구원들을 불러 모아 ‘스판덱스’를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연구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고무실보다 쭉쭉 잘 늘어나고, 속옷 안감 겉옷 어디에도 잘 쓰이는 소재지만 만들기는 까다로워 독일 미국 일본만 만들 수 있었다. 뭐가 나올지 의문투성이라며 당시 스판덱스 개발 프로젝트 이름이 ‘Q(Question)’일 정도였다. 효성 내에서 ‘돈만 낭비하는 사업’이라며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조 회장이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사업”이라며 연구를 독려했다고 한다. 결국 만 3년여의 연구 끝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스판덱스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효성에서 현금 창출원인 대표적 효자 사업이다. 2010년에는 스판덱스 부문 글로벌 1위가 되기도 했다. 현재에도 스판덱스 시장점유율 32%를 효성이 차지하고 있다. 타이어코드 역시 2000년에 세계시장 점유율 21.5%로 글로벌 1위에 처음 등극했고 현재는 시장점유율 45%로 부동의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소재로 소재강국 이루겠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이유는 소재부터 생산 공정까지 독자 개발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기술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소재 사업의 씨앗을 심기 위해 도전을 계속 해나가겠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 8월 전북 전주시 탄소섬유공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탄소섬유 신규 투자 협약식’ 자리였다. 조 회장은 2028년까지 탄소섬유 산업에 총 1조 원을 투자해 2만4000t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효성은 올 초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일본이 먼저 개발했고 현재도 도레이첨단소재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효성은 2011년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의 독자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탄소섬유는 수소자동차 연료탱크, 우주항공 등 첨단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핵심 소재를 독자 개발해 한국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54년 전 기업보국의 창업정신이 여전히 효성의 DNA로 이어져 온 셈이다. 지난해 협약식에서 조 회장은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강조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 이후 약 3년 3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 부회장을 상대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 가치는 고의로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의혹 등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조사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삼성은 그동안 “분식회계로 기업 가치를 높인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현재의 기업 가치로 증명됐다”며 “삼성바이오가 시가총액 약 42조 원으로 국내 시총 3위 기업이 되면서 오히려 삼성바이오 주식 42%를 보유한 합병 삼성물산 주주들이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밝힌 바 있다.신동진 shine@donga.com·김현수 기자}

26일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소환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극도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와 함께 5년째 이어지는 특검 및 검찰 수사, 재판 등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무엇보다 삼성 안팎에서는 ‘수사 피로감’이 크다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 박영수 특검팀으로부터 첫 소환 조사를 받았고 다음 달 구속됐다. 이듬해 2월 석방됐지만 출소 다음 날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해 7∼9월에는 세 차례에 걸쳐 노동조합 와해 사건으로, 지난해 5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연간 100여 명의 삼성 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7년에는 반도체 호황이라 버텨줬지만 삼성은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이후 1년여 동안 비상경영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문제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파급력을 주시하는 상황이다. 미중이 격돌 중인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등은 삼성의 핵심 사업이다. 전례 없는 위기 속에 전사가 위기 돌파에 매달려야 하는데 수사 대응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삼성은 2016년 미국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끊긴 상태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언제든 압수수색을 당할 수 있고, 누구든 출국금지 및 구속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투자 결정 하나하나에 재무적 이윤뿐만 아니라 정무적, 외교적 파급력까지 고민해야 해 고도의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진 부재 시 또 다른 경영진이 채워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는 한국 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최고경영진의 부재는 심각한 기업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삼겹살 폭식투쟁/이재용 집앞/음주가무….’ 24일 유튜브 ‘연대TV’ 채널에 이 같은 제목이 붙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삼성 해고노동자 고성농성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10여 명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영상이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공무원들이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 자택 앞에 친 텐트도 있었다. 영상에 따르면 구청 공무원이 “주변에 민원이 신고돼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자 삼겹살을 먹던 시위대는 “집회 신고하고 집회를 하는 것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오라”고 답했다. 임미리 공대위 대표는 “피해 정도가 심하다고 하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소송을 거시라고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대위는 서초사옥 앞에서 고공농성 중인 전 삼성테크윈 직원 김용희 씨의 복직을 위해 구성된 단체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음주가무’ 시위가 주민들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다는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영상은 유튜브 등에서 삭제됐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도 바뀌어야 하지만 시위도 품격과 상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