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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체 A사는 1월 유럽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참가한 뒤 자사 대표의 동정을 담은 자료를 돌리다 낭패를 봤다. 행사 사무국이 사진 속 유럽 기업인들 이름을 모두 지우라고 강하게 요구한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데이터법이 유럽연합(EU)에서 시행되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엄격한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EU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신데이터법)이 한국 기업에 돌발변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연일 수출 지원을 강조하는 정부는 손을 놓고 있어 기업들이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중견 바이오업체 B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한 법무법인에 1억 원을 주고 신데이터법과 관련해 자문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사업을 시작했는데 정부에서 조언받을 게 없어 급한 마음에 1억 원을 주고 민간 컨설팅을 받았다”고 했다. 신데이터법은 기업이 EU 거주자의 이름, 성별, 주소, 인터넷 검색 기록 등 개인정보를 EU 밖으로 유출하거나 동의 없이 사용하면 2000만 유로(약 260억 원) 또는 해당 기업 전 세계 매출의 4% 중 많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물리는 규제다. 역대 최강 개인정보 통제방안으로 불린다. 1월 구글이 최초로 과징금 5000만 유로(약 640억 원)를 부과받았고, 이달 들어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도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유럽 법인이나 지사가 유럽에서 영업활동을 하다 얻은 고객정보를 본사와 공유하는 것조차 금지된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TV 한 대를 팔아도 애프터서비스(AS) 등을 위해 고객정보를 갖고 있게 된다”며 “본사에서 이런 정보가 없으면 마케팅 전략을 짤 때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대기업은 전담조직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비용 문제와 노하우 부족 등으로 난감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1월 이미 신데이터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국가 간 합의인 ‘적정성 평가’를 끝냈다. 국가 자체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검증받은 것이다. 반면 수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은 행정안전부가 주무 부처”라며 책임을 돌렸다. 앞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본 등은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 해외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한 바 있다. 통상전문가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구호성 대책에 집중하지 말고 기업이 진짜 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신동진 기자}
지난해 처음 시행된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올해 편성된 예산 중 미세먼지 관련 예산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도 2020년도 예산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해 국민참여예산을 접수한다. 기획재정부는 18일 “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에서 4월 15일까지 국민의 예산 관련 제안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예산제도는 2018년 처음 시행된 제도로 국민이 직접 각종 정책을 제안하면 부처 검토와 국민참여단 논의 등을 거쳐 실제로 예산안에 반영하는 제도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1206개 제안이 접수돼 928억 원 규모 38개 사업이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 이 중 전체의 절반이 넘는 500억 원이 미세먼지 관련 예산이었다. 청소년 대책, 취약계층 지원이 각각 140억 원과 48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기재부 측은 “반영된 사업들은 국민이 꼭 해결해야 한다고 느끼는 생활밀착형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올해도 미세먼지, 청소년 자살,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관한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재부는 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의 이슈’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현황보고서를 내 해결 방법에 대한 국민 토론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이 과정에서 도출된 국민제안은 내달 제안 마감 시점이 지나더라도 최대한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예산 과정에서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스마트폰 잠금화면 광고를 만드는 스타트업 A사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유럽 업체들과 사업제휴를 모색하다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고객이 어떤 광고나 콘텐츠를 주로 보는지 파악하려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신데이터법)에 저촉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신데이터법 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과징금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 ○ EU가 세운 데이터 거래 장벽 지난해 5월 25일부터 시행된 신데이터법은 개인정보를 해외로 반출하거나 활용할 때 개인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잊혀질 권리’인 삭제권도 신설돼 개인이 동의를 철회하면 정보를 수집한 기관이 해당 정보를 바로 지워야 하는 의무도 생겼다. EU가 역외 기업에 대해 ‘데이터 거래 장벽’을 세운 셈이다. 정보통신업계에서 신데이터법은 ‘역대 최강의 개인정보 규제’로 통한다. 법 위반 시 최대 2000만 유로(약 260억 원) 혹은 전년도 전 세계 매출액의 4% 중 더 큰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가령 영국 인터넷서비스기업 ‘토크토크(Talk Talk)’는 2015년 10월 고객 약 15만7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로 당시 개인정보 관련 최고액인 40만 파운드(약 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신데이터법이 적용됐다면 과징금은 7400만 파운드(약 1100억 원)까지 치솟는다. 신데이터법은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적용된다. 한국 기업이 유럽에 설치된 지점이나 지사를 통해 현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 지점이 없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유럽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신데이터법을 따라야 한다. ○ 각자도생 나선 기업들 신데이터법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에는 코앞에 닥친 위협이다. 올해 1월 구글을 시작으로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잇달아 신데이터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구글은 이용자 맞춤형 광고에 개인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 때문에 5000만 유로(약 64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3월엔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가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EU에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9만50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고 현재 225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신데이터법을 잘 아는 글로벌 업체까지 EU의 제재 선상에 오르면서 한국 기업들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개인정보 관리 규정이 워낙 방대하고 해석이 다양해 ‘EU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걸고넘어질 수 있는 규제’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부 회사는 컨설팅 비용을 내고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유럽에 진출한 B금융사는 고객정보도 아닌 현지인 직원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 다른 한국 금융회사들과 합동으로 신데이터법 컨설팅을 받아야 했다. ○ 정부는 아직 ‘강 건너 불구경’ 해외에 나간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정부는 느긋한 편이다. 신데이터법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업체를 타깃으로 한 규제라서 한국 기업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럽에 진출한 기업 중 얼마나 신데이터법을 준비하고 있는지 실태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을 총괄하는 산업부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규정을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산업부는 주무 부처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기업 민원이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창구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행안부는 “산업부로부터 유럽 진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했다. 부처끼리 ‘핑퐁’ 하는 사이 기업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데이터법이 이미 시행된 이상 한국 기업도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한다. 대기업과 달리 비용과 인력 문제로 신데이터법 대응을 충분히 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이 특히 취약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자문을 총괄하는 손도일 변호사는 “현지 직원이 해고당했을 때나 현지 기업과의 거래가 틀어졌을 때 고의로 당국에 신고할 수 있다”며 “EU 당국이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정하지 않아도 여러 경로로 신고가 접수되면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EU의 제재가 한국 기업 코앞까지 온 상황”이라며 “산업부가 관망하지 말고 기업들에 새로운 법체계에서 주의할 점을 알리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 신동진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홍 부총리는 취임 당시 “이제 성과로 말하고 성과로 승부내야 한다”며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공언했다. 각 경제부처가 ‘원 팀(one team)’이 돼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남기호’는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 추진 등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취임 당시의 일성에는 아직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제부총리의 필수덕목인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책은 많았지만 ‘한 방’은 없었다 홍 부총리는 취임 직후 기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명칭을 변경했다. 10차까지 열린 이 회의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및 규제 입증책임 전환 추진계획’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제2 벤처붐 확산전략’ 등 30여 개 정책을 생산해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각 부처에서 이미 발표했던 대책을 다시 정리한 ‘재탕’이 눈에 띈다. 6일 내놓은 ‘제2 벤처붐 확산전략’은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의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과 흡사하다. 신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는 방안은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추진해오던 대책이다. 그런데도 ‘데이터·AI 경제활성화 대책’(1월 16일), ‘ICT 산업 고도화 및 확산전략’(1월 30일)에 2주 간격으로 등장했다. ‘뚝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9일 부총리로 내정된 당일 홍 부총리는 카풀 문제에 대해 “선진국에서 하는 서비스면 한국에서도 못 할 바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2월 15일 최고경영자(CEO) 혁신 포럼에서 “이해 당사자 간 타협이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홍 부총리 발언에 “비상식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을 정도다. 한 정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 취임 뒤 성과를 강조하며 각 부처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어떻게 매번 새로운 대책을 내놓겠느냐”며 결국 기존 대책을 재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경제구조를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소신이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 “대안 없이 말 앞세운다” 내부 지적도 혁신성장과 민간 활력 대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홍 부총리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급력이 큰 사안에 대해 정치권 반응이나 여론에 따라 기존 입장을 바꾸는 등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4일 납세자의 날 축사에서 홍 부총리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근로소득자에 대한 사실상의 증세”라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12일 기재부가 “일몰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고 13일 일몰을 대선이 있는 2022년까지 3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일몰을 1년 연장할 당시 제도를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 역시 1월 초 세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당시 기재부는 “주식 양도 소득세 전면 도입 이후(2022년)에나 검토가 가능하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1월 15일 여당과 금융투자협회 간담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권거래세 인하를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발언한 뒤 홍 부총리는 “인하를 검토하겠다”며 물러섰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일감 몰아주기 규제 완화 등의 사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이 같은 상황에 기재부 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부총리가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을 언급할 때는 반대 여론을 설득할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발언이 앞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홍 부총리가) 시장이나 여론 반응을 지나치게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총리급의 인물이 발언했다 관철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측은 “합리적 문제 제기를 내부 검토를 거쳐 받아들이는 것은 정상적인 정책 협의 과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송충현·최혜령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7년 차인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 흑자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 교역액은 13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한미 교역액은 2017년을 제외하고 매년 전체 교역액 증가율을 넘어서며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한 규모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727억 달러였다. 지난해 미국에서 들어온 수입은 58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한국이 원유(520.1%) 천연가스(179.2%) 액화석유가스(50.3%) 등을 미국에서 대거 들여왔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에 비해 수입물량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38억 달러로 전년(179억 달러)보다 22.9% 감소했다. 대미 흑자는 2015년 258억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낸 뒤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무역 불균형을 문제로 지적하며 자동차 등에서 한국의 수출을 줄이도록 압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보다 7% 가까이 감소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올해 일몰 예정이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시한을 3년 더 연장하기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합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시사하면서 직장인의 반발을 초래한 지 9일 만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청 협의회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이는 보편적 제도로 운용된 점을 감안해 일몰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법 개정을 통해 일몰이 연장되면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2022년까지 신용카드 공제를 현행대로 받을 수 있다. 이날 협의에는 홍 부총리, 국회 기획재정위원, 황덕순 대통령일자리기획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홍 부총리는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그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장인에 대한 사실상의 증세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기재부는 11일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일단 일몰을 연장할 것이고, 공제율을 축소하는 문제도 경제 여건 등 여러 상황을 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한걸음 물러섰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세원을 투명하게 드러내려는 의도로 1999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뒤 계속 일몰이 연장됐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일몰을 1년 연장하며 “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부대 의견을 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당초 2020년 이후에 추진할 예정이던 경기 광명∼서울 고속도로, 경기 평택∼전북 익산 고속도로 등 총 12조6000억 원 규모의 13개 민간투자 프로젝트가 연내 착공된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것이다. 정부는 13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민간투자사업 추진방향’을 내놓았다. 추진방향에 따르면 관계 부처 간 이견으로 착공이 지연됐던 평택∼익산 고속도로(3조7000억 원), 주민 민원 등으로 지연됐던 광명∼서울 고속도로(1조8000억 원) 등 13개 사업이 연내 첫 삽을 뜰 수 있다. 하수처리시설, 어린이집 등 생활밀착형 민자사업 8건(6000억 원)도 4월경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4조9000억 원 규모인 11개 사업에 대해서는 10개월가량 착공 시기를 앞당겨 내년 이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을 수정해 2, 3년씩 걸리던 민자적격성조사 기간을 최장 1년으로 제한하고 실시협약 기간도 18개월로 한정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현행 민간투자법에 따라 민간투자가 가능한 시설은 53개로 묶여 있지만 이를 풀어 모든 사회기반시설에 대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어 4월까지 민투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만 할 수 있는 민자사업 제안서 검토 작업을 다른 기관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는 사업은 민자적격성조사에서도 경제성 및 정책성 분석을 면제받도록 할 예정이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첫차가 다니기 시작한 12일 새벽 4시 30분. 수도권 최대 건설인력 시장인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삼거리에 일용직 노동자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30여 년간 서울 영등포에서 전기하청업체를 운영하며 ‘사장님’으로 불렸던 김모 씨(57)는 이날 ‘남구로 인력시장’의 ‘뉴 페이스’(새 얼굴)였다. 김 씨는 “공사대금을 못 받아 폐업할 위기에 몰렸다”며 초조한 듯 발을 구르며 서성였다. 그는 꽃샘추위 속에 2시간을 서성였지만 결국 차를 타지 못했다. “당일에 바로 현찰을 쥘 수 있어서 온 건데….” 고용 참사는 김 씨에게 일용직 일자리조차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일감이 절반 이상 줄었어요. 일자리가 거의 말라버린 거죠.” 이날 새벽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난 일용직 근로자들은 “막노동 일자리도 없다면 도대체 어디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냐”고 한목소리로 하소연했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터에서 밀려난 장년층 근로자의 상당수는 단순노동 등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런 저임금 일자리를 따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고용의 양과 질이 한꺼번에 나빠지는 모습이다. ○ 건설 일용직도 일자리 급감 막노동 생활만 38년을 해온 조모 씨(58)가 갑자기 기자에게 장부를 보여줬다. 일을 한 날을 꼼꼼히 기록한 ‘일자리 장부’였다. 지난달에는 한 달 중 열흘, 이달에는 고작 사흘만 일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한 달에 23일이나 일한 2015년 8월의 ‘호황’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조 씨는 “이젠 한 달에 열흘만 일해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나충현 씨(61)는 “작년에는 한 달 평균 20일 정도 일해 월 300만 원 넘게 벌었지만 이달엔 한 번도 일을 못 했다”고 거들었다. 50대 이모 씨는 “2017년엔 일당이 많은 일자리를 골라 나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과거 실직자들이 인력시장을 많이 찾았던 것은 일당이 서비스업종 아르바이트보다 높고 일자리가 많아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이다. 또 그날그날 현찰을 바로 쥘 수 있다는 이점도 컸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건설경기 자체가 둔화하면서 진입장벽이 낮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에서 실업급여를 새로 신청한 사람(13만147명)은 전년보다 43.2% 증가했다. 실직자들의 버팀목이 돼 주던 건설일용직마저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체류 중국인이 늘어난 것도 건설일용직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남구로 인력시장에선 한국인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중국동포들마저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불법 체류 중국인 때문에 일감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중국동포 최모 씨(58)는 “관광비자를 받아 온 중국인들은 일당을 6만 원만 줘도 일한다”며 “우리는 최소 10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런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질 낮은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는 50, 60대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쟁은 통계청이 13일 내놓은 ‘2월 고용동향’에서도 확인된다. 2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6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00명(0.1%) 감소했다. 건설업의 전년 동월 대비 월별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만 해도 10만 명이나 증가할 정도로 일자리 창출을 견인했지만, 이후 건설경기가 꺾이면서 올 1월에는 1만9000명 급감하는 등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직업별 취업자 증감 폭을 보면 임금 수준이 낮은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 종사자 수는 지난해 2월보다 10만1000명 감소했다. 이 분야의 취업자 감소세는 지난해 2월(―15만3000명) 이후 13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노동시장의 가장 아래층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가장 먼저 빼앗아 간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근로 여건이 좋지 않아도 일을 하려는 노동시장의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다. 기존 직장에서 조기에 밀려나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50, 60대 장·노년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직장을 잡지 못하는 전체 실업자 수는 지난달 130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8000명 늘었다. 박은서 clue@donga.com·강동웅 / 세종=이새샘 기자}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6만3000명 증가하며 고용 재난 상황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이는 재정으로 만들어낸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랏돈으로 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30, 40대 취업자 수는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3일 내놓은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만7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취업자 수는 11만5000명 감소했고 40대 취업자 수는 12만8000명 줄었다. 이에 따라 각 연령대의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뜻하는 2월 고용률은 60대 이상이 37.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포인트 높아진 반면 30대의 고용률은 74.9%로 0.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달 40대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2%포인트 낮은 78.3%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2월 취업자 증감에 반영됐다. 60세 이상에서 취업자 증가가 많았는데 그 대부분이 노인 일자리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또 “60대 이상 인구가 보건복지서비스업, 공공행정업에 많이 취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증가폭은 23만7000명으로 전체 산업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반면 경제성장에 따라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고용이 이뤄지는 제조업(―15만1000명)과 도소매업(―6만 명) 분야에서는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은 2017년 12월(―6만5000명) 이후 15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줄었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만7000명 증가해 지난달에 이어 10만 명 이상 증가하는 기현상을 이어갔다. 통계청 관계자는 “은퇴 이후 귀촌할 경우 귀촌한 사람의 배우자가 무급가족종사자로 분류돼 취업자로 집계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농림·어업 취업자 전체를 실질적인 취업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전년 2월보다 44만3000명 감소한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75만1000명 증가했다. 2월에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36시간 미만 일자리라는 뜻이다. 이처럼 고용의 질이 낮은 상황에서 취업을 하고 싶지만 포기한 사람, 현재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포괄한 ‘사실상의 실업률’은 13.4%로 공식 실업률(4.7%)의 3배 수준에 이른다. 15∼29세 청년층이 느끼는 사실상의 실업률은 24.4%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취업자 증가폭 중 최소 10만 명 정도는 재정 투입으로 늘어난 일자리에 취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 일자리 증가 없이는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힘든 고용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 정부가 8조∼9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 투입을 늘리지 않으면 올해 성장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진단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IMF 연례협의 미션단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 정부와의 정책협의 직후 “재정정책은 더 확장적이고, 통화정책은 완화적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타르한 페이지오을루 미션단장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지만 투자가 줄고 세계교역이 감소하는 등 중단기적인 역풍에 직면하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한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0.5%를 넘어서는 추경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편성해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가 올해 2.6∼2.7% 성장률을 노리고 있는데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규모 추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국책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추경을 고려할 경우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도 함께 하는 추경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 미션단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만나 최저임금과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가 노동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는 매년 거시경제, 재정, 금융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회원국과 정례 협의를 한다. 이날 면담에서 IMF 측은 빠른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생 및 창업기업 중심으로 지원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숙련된 노동력, 낮은 공공부채, 풍부한 외환보유액 등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지만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감안해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IMF의 우려를 이해한다고 했다. 또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강화하고 근로자 재교육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또 한국의 서비스 산업이 미래 일자리와 성장에 매우 큰 잠재력이 있다며 올해를 서비스산업 활성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IMF 미션단은 12일까지 연례협의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이날 오후에 발표한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부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관련 법규가 미비해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정부와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5월로 폐쇄가 예정된 보령석탄발전소 1, 2호기 등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6기의 폐쇄 시점을 당초 예정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전기사업법에는 발전사업자의 전기사업허가 취소 사유에 미세먼지 같은 환경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 발전소의 폐쇄를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석탄발전소는 설계수명 기간이 끝난 뒤에 가동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정해진 수명이 없다. 정부는 현재 석탄발전소는 대부분 발전공기업이 운영하고 있어 정부가 협의나 행정지도를 통해 폐쇄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 관계자는 “발전공기업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법에 규정돼 있어 충분히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석탄발전의 빈자리를 채울 대안으로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생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우선 충남 등 석탄발전 밀집지역에 있는 발전소를 LNG발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장 4월부터 유연탄 개별소비세율을 kg당 36원에서 46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LNG 개별소비세는 kg당 60원에서 12원으로 낮춘다. 세제 개편을 통해 유연탄보다 LNG발전이 우선 가동되는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유연탄에서 LNG로 대체되는 비율은 전체 발전용량의 0.5%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LNG 발전에 유리하도록 세제개편을 하더라도 LNG의 가격 자체가 높기 때문에 유연탄과 LNG의 발전단가 순위가 바뀔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연료원별 발전단가는 LNG가 킬로와트시(kWh)당 144.2원, 유연탄이 78.9원이었다. LNG발전도 결국 화력발전이라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는 점도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MWh의 전력을 생산할 때 석탄은 오염물질 561g, 초미세먼지 120g을 발생시킨다. LNG도 오염물질 171g, 초미세먼지 15g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현재 LNG발전소 중에는 도심 인근에서 난방과 발전을 함께 공급하는 형태가 많은데 이 경우 미세먼지가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제 배출량과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부가 올해로 일몰이 예정됐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당장 폐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공제율의 축소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최근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검토가 “사실상 월급쟁이에 대한 증세”라는 반발이 나오자 기존 방침에서 물러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근로자의 보편적 공제 제도로 운용돼온 만큼 일몰 종료가 아니라 연장돼야 한다는 대전제하에서 (제도 개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재부 관계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일단 일몰을 연장할 것이고, 공제율을 축소하는 문제도 경제 여건 등 여러 상황을 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현금 수입이 많은 자영업자 등의 소득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당초 도입 목적이 달성된 데다 카드 사용액이 많은 고소득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효과가 있어 제도를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공제 제도를 없애면 봉급생활자에 대한 증세 효과가 있어 정부는 계속 일몰을 연장해 왔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만 15세 이하인 청소년이 토플에 응시할 때 보호자가 시험장에 반드시 동반하도록 한 조항이 삭제돼 이달부터 적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영어시험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토플), YBM(토익), 서울대학교발전기금(텝스), 지텔프코리아(지텔프)의 약관을 심사해 4개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토플은 그동안 응시자의 안전을 이유로 15세 이하인 사람이 응시할 때 보호자가 시험장 안에 머물도록 했다. 이 조항을 어기면 점수를 무효로 하고 환불도 해주지 않았다. 공정위는 시험장 관리 책임이 사업자에게 있는 만큼 권장사항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악천후 등으로 이미 치른 시험이 취소될 수 있고 취소 시 무료 재시험이나 환불 여부는 사업자 재량에 있다는 조항도 삭제했다. 텝스와 지텔프의 경우 응시자가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받아 성적통보 보류자로 분류되면 추가 재시험 기회를 1회 주고 6주 안에 응시하도록 했다. 종전에는 통보 보류자가 2주 내에 지정된 장소에서 단 1번 열리는 재시험에 응시해야 했다. 개정 약관은 이달 신청한 응시자부터 적용된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쇼핑몰과 영화관 등 실내 매장의 카드 사용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는 겨울철인 2017년 12월∼2018년 1월과 2018년 12월∼2019년 1월의 카드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이 기간에 미세먼지 등급이 ‘좋음’인 날은 전체의 10%에 그쳤고 ‘보통’ 60%, ‘나쁨’ 24%, ‘매우 나쁨’ 6%였다. 카드 사용처의 업종별로 보면 미세먼지 등급이 매우 나쁨일 때 멀티플렉스 및 영화관의 카드 사용액은 미세먼지 등급이 보통인 날에 비해 33% 늘었다. 미세먼지 등급이 나쁨일 때는 보통일 때보다 카드 사용이 29% 증가했다. 복합쇼핑몰과 키즈카페의 카드 사용액도 미세먼지 등급이 나쁨일 경우 평소보다 각각 15% 늘어났다. 공기 질이 악화됐을 때 여성의 카드 사용액이 남성보다 많이 증가했다. 미세먼지 등급이 나쁨일 때 여성의 카드 사용액은 평소보다 3.2% 증가했고 매우 나쁨일 때는 10.2% 증가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 나쁨일 때 2.6%, 매우 나쁨일 때 5.9%가량 카드 사용이 평소보다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카드 사용액이 미세먼지가 나쁨일 때 5.7%, 매우 나쁨일 때 15.5%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반면 60대의 경우 미세먼지 등급이 나쁨일 때 카드 사용액이 오히려 0.8% 감소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부 부처가 지침이나 고시 등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규제를 철폐토록 하는 ‘규제입증 책임전환제’가 6월까지 전 부처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음에도 규제 총량이 더 늘어난 데다 정부가 폐지키로 약속한 규제마저 시한을 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6일 내놓은 ‘2019년 기획재정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계약 및 조달, 외환거래 분야에서 규제입증 책임전환제를 시범 추진한 뒤 이달 안으로 추진 결과를 종합해 상반기(1∼6월)에 전 부처로 확대 시행한다. 규제입증 책임전환제는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담당 부처의 공무원이 직접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올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종태 퍼시스 회장이 이 같은 방안을 제안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부처가 검토하도록 지시한 내용이다. 새로 만드는 고시, 지침, 훈령의 경우 현재도 규제의 필요성을 담당 부처가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일몰이 도래한 기존 규제도 연장하려면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기존 제도와 규제입증 책임전환제의 차이점은 이미 제정된 지침 등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규제 개편 방식이라는 것이다. 1995년 교육부가 전체 행정규칙 5332건을 심사해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한 2639건을 폐지한 적은 있지만 이 같은 제도를 전 부처로 확대해 정례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규제가 철폐된 뒤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공무원에 대해 면책해주는 등 후속 대책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기재부는 대한건설협회 은행연합회 등 각 분야 민간 관계자와 전문가가 중심이 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존 행정규칙을 심의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정 당시 취지와는 달리 불필요한 규제로 변질됐거나 향후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행정규칙까지 존치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정도의 규제 개혁이 단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규제개혁포털에 따르면 정부가 그동안 884건을 규제혁신 과제로 선정했지만 200건 이상은 이미 약속 시한을 넘겼다. 또 공무원들이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실상 동일한 규제를 잘게 쪼개 일부만 폐지하거나 명목상으로만 규제를 없앨 뿐 일선 현장에서는 감사를 의식해 인허가권을 이용해 규제를 존속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편 이날 업무계획에는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3조9000억 원 규모의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상반기 내에 조기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2월 투자의향서가 제출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경우 이달 중 조성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192개를 선정하고 국비 8조6000억 원을 투입한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종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은 2.6%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는 6일(현지 시간)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2019년과 2020년 모두 2.6%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11월 전망치에 비해 올 성장률 전망은 0.2%포인트 줄고 내년 성장률 전망은 0.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OECD의 올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예상(2.6∼2.7%)과 비슷한 수준이다. OECD가 한국의 성장 전망을 낮춰 잡은 것은 국제 교역량이 줄어드는 데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대외 경제 부진에 따라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낮은 물가상승률 덕분에 국내 수요가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역시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아진 3.3%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과 유로존의 경기가 둔화하고 주요국 간 무역 긴장이 지속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경제가 위축될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OECD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0.1%포인트 줄어든 2.6% 선이 될 것으로 봤다.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1.8%에서 1%로 대폭 낮췄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연말정산의 핵심 공제 항목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53회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 축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그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사업자들의 탈세를 막고 세원을 파악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계속 일몰이 연장되다 올해 다시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사업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드러낸다는 제도 도입 목적이 달성된 데다 카드 사용액이 많은 고소득자에게 공제 혜택이 몰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은 ‘조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에서 “제도 도입을 통한 사업자 과표 양성화 효과는 초기에 극적으로 나타났고 현재는 둔화됐다”며 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장 소득공제 제도로 혜택을 보고 있는 근로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있어 폐지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이날 홍 부총리는 분배 개선과 공평과세, 기업의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을 올해 주요 조세 정책 과제로 꼽았다. 홍 부총리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 지원하고 창업 시 증여세 과세 특례를 받는 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세제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 등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영세 자영업자의 체납액 경감 방안 등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보다 0.5∼0.6%포인트 낮은 것이다. 무디스는 4일 공개한 ‘세계 거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1%로 떨어진 뒤 내년에도 2.2%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거시전망에서는 한국 경제가 2019년 2.3%, 2020년 2.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예상치와 같은 2.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G20의 내년 성장률은 종전 2.7%에서 2.8%로 0.1%포인트 올렸다. 한국의 성장률을 내린 것에 대해 무디스는 “글로벌 무역 둔화 등이 경제 모멘텀을 해쳤다”며 “중국의 중간재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반도체 수요가 침체돼 투자와 수출 전망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탓이 크다”며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을 경쟁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무디스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성공한다면 일자리 전망도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시작되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일제히 받은 베트남 유치원이 있다. 바로 ‘베트남-북한 우정유치원’이다. 이 유치원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딴 ‘김일성반’ ‘김정일반’이 있다. 1978년 북한의 지원으로 설립된 이 유치원은 한때 ‘혈맹’으로 불렸던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소다. 양측은 1950년 국교를 수립했다. 호찌민 주석과 김일성 주석이 상대국을 교환 방문하는 등 당과 국가 차원의 연대 외교를 했다. 공산주의자이면서 민족주의자인 호찌민과 김일성의 정치적 입장이나 성향이 비슷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두 나라가 ‘혈맹’ 관계가 된 것은 1960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과 베트남이 치른 베트남전을 통해서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북베트남에 대포 등 무기와 차량은 물론이고 현금까지 지원했다. 돈독했던 양국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공격해 점령하면서다. 당시 북한은 베트남을 비난하며 캄보디아 시아누크 당시 국왕이 북한으로 망명해 머무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1980년대 베트남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고 여기에 남한과 베트남이 1992년 공식 수교를 하며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한 뒤 2000년대 들어 두 나라 관계는 다시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7년 농둑만 당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북한을 방문했는데, 당시 한 홍콩 언론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이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의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며 베트남의 경험에서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에도 두 나라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창건 85돌을 맞는 베트남 공산당에 보낸 축전에서 “두 당,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 협조 관계가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를 위한 한길에서 더욱 강화, 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하기도 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