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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공노할 잘못을 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2일 새벽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출소를 준비하던 조두순(68)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문 안에서 차량에 탄 채 대기하던 그가 자신의 출소에 격렬히 반발하는 시위대를 보고서 한 말이다. 초등학생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2008년 구속 수감됐던 조두순이 12년 형을 마치고 12일 출소했다. 시위대의 반발로 예정 시간보다 늦은 오전 6시 45분쯤 떠난 차량은 안산준법지원센터(안산보호관찰소)에 들른 뒤 오전 9시경 거주지로 갔다. 교도소는 물론 보호관찰소와 거주지 주변엔 인파가 몰려 ‘조두순 사형’ 등을 외치며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뒷짐 진 채 고개 숙인 조두순 남부교도소 정문 앞은 전날인 11일 밤부터 밤샘 대기를 한 인원이 수십 명이었다. 12일 오전 차량이 정문을 나서자 시위대는 도로에 드러눕고 달걀을 던지며 격렬히 반발했다. 일부는 차량으로 돌진해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전 6시 반경 출발 예정이던 차량은 시위대로 인해 15분가량 출발을 늦추고 대기했다. 이때 시위대를 본 조두순은 놀란 표정으로 “천인공노할 잘못을 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시민들 반응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시위대를 뚫고 떠난 차는 오전 7시 47분경 보호관찰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며 처음 모습을 드러낸 조두순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카키색 패딩 점퍼를 입은 그는 오른손엔 귤을 쥐고 있었다. 약 1시간 동안 전자감독 신고 절차를 마치고 나온 조두순은 뒷짐을 진 채 두 차례 정도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피해자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했으나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보호관찰소 앞에선 더 큰 혼란이 벌어졌다. 교도소보다 많은 100여 명이 거세게 차량을 공격했다. 몇몇은 차량 위에 올라가거나 돌덩이 등으로 창문을 내려찍기도 했다. 조두순은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으며 차마 바깥을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자택 주변 난장판…고역은 주민 몫 법무부에 따르면 12일 오전 9시경 귀가한 조두순은 13일 오후까지 자택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출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당분간 먹을 게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두순은 아직 휴대전화가 없어 그의 아내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일 조두순 자택 주변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유튜버와 인터넷방송 진행자 등도 찾아오며 한때 200명이 넘는 이들이 뒤섞였다. 일부는 건물 뒤편에 있는 가스밸브를 잠그고, 배관을 타고 침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밤에는 불이 꺼진 조두순의 거주지 창문에서 손전등 불빛이 바깥을 비춰 유튜버들이 “조두순 나와”라며 고성을 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방송 진행자와 시민 등 4명을 주거침입 미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말했다. 고역을 치른 건 주민들이다. 경찰은 소란에 따른 주민 민원이 이어지자 12일 밤부터 경비 방침을 바꿨다. 자택이 있는 주택가에 진입하는 골목 입구부터 차단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조두순의 출소 소식을 들은 피해자 아버지는 “(조두순이) 정말 반성한다면 안산으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 이사한 집에서 모든 걸 잊고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와는 멀리 떨어졌지만 불안해할 이웃 주민들과 고생하는 경찰에게 미안하다”고 심경을 밝혔다.안산=신지환 jhshin93@donga.com / 박종민 기자}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못할 극소 형량이다.’ 조두순(68)의 출소를 나흘 앞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의 일부 내용이다. 해당 청원은 13일 오후 기준 약 7만 명이 동의했다. 2009년 9월 대법원이 조두순의 징역 12년 형을 확정하자 ‘형량이 적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조두순이 출소한 뒤에도 형량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2008년 12월 조두순에게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상해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5개월 전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상해범을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검찰은 법 개정 사실을 모르고 성폭력처벌법으로는 무기징역형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착각해 형법상 강간상해 혐의로 조두순을 기소했다. 이 때문에 조두순은 아동성범죄 특별법보다 형량 하한선이 낮은 일반법인 형법으로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도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잘못된 법 적용을 바로잡지 않았다. 법정에 선 조두순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을 주장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징역 12년과 7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5년 동안 신상정보 공개 명령 등을 선고했다. 조두순은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선고 형량이 관례상 상해죄 기준에 적당하다’는 이유였다. 항소심에서는 항소인에게 더 불리하지 않게 판단한다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2, 3심에서 징역 12년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 선고 이후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검찰은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감찰했다. 수사 검사는 법리 적용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주의’ 처분만 받았고, 항소를 포기한 당시 공판검사와 안산지청장 등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못할 극소 형량이다.’ 조두순(68)의 출소를 나흘 앞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의 일부 내용이다. 해당 청원은 13일 오후 기준 약 7만 명이 동의했다. 2009년 9월 대법원이 조두순의 징역 12년 형을 확정하자 ‘형량이 적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조두순이 출소한 뒤에도 형량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2008년 12월 조두순에게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상해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5개월 전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상해범을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검찰은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강간상해 혐의로 조두순을 기소했다. 이 때문에 조두순은 아동성범죄 특별법 보다 형량 하한선이 낮은 형법으로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도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잘못된 법 적용을 바로잡지 않았다. 법정에 선 조두순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7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과 5년 동안의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조두순은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선고 형량이 관례상 상해죄 기준에 적당하다’는 이유였다. 항소심에서는 항소인에게 더 불리하지 않게 판단한다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2, 3심에서 징역 12년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 선고 이후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검찰은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감찰했다. 하지만 수사 검사는 ‘주의’ 처분만 받았고, 항소를 포기한 공판검사와 안산지청장 등은 “업무상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안산=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이 12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오전 6시경 교도소에서 나와 지역 보호관찰소에서 신고 및 교육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집으로 향할 예정이다. 전자발찌(위치추적전자장치)는 석방 직전에 착용하며, 법무부 보호관찰소와 경찰 특별관리팀이 24시간 감시 관찰에 나선다. 검찰이 청구한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외출 제한’도 법원이 심리 중이다.○ 야간 외출·음주 제한 가능성도 법무부 등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출소자는 오전 5시쯤 풀려나지만, 조두순은 1시간 정도 늦어질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돌발 상황을 고려해 시간을 조금 조정했다. 개인적으로 이동하지 않고 법무부 관용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혹시 모를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부 유튜버 등이 공개적으로 조두순에 대한 보복을 예고해 사고 방지 차원의 조치”라며 “사정에 따라 관용차로 집까지 이송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출소 전날인 11일 조두순이 수감된 교도소 앞에선 출소 반대 집회와 유튜브 생방송이 곳곳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일부는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철야집회를 경찰에 신고했다. 조두순은 출소 뒤 지역 보호관찰소로 향한다. 신상정보 등을 신고하며 전자발찌 훼손 금지 등 향후 준수 사항에 대해 약 2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다.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달면 형 종료 10일 이내에 보호관찰소에 직접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후 거주지에 도착해 보호관찰관이 감독 장치 등을 설치하면 이송 절차는 마무리된다. 이때부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조두순 관리 감독 시스템을 가동한다. 20년 경력의 전담 보호관찰관이 전자감독 시스템을 통해 매일 생활을 점검하고 주 4회 대면 면담을 한다. 관할 경찰서는 특별관리팀을 꾸려 거주지 주변을 순찰할 예정이다. 24시간 상시 모니터링 집중 관제 시스템도 구축했다. 주거지 반경 1km 이내 지역은 순찰이 강화된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달 통과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조두순 방지법)에 따라 주소지는 도로명 및 건물번호까지 공개된다. 추가적인 제한 조치도 진행 중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이정형)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청구한 특별준수사항을 심리하고 있다.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외출과 음주를 제한하고 학교 등 교육시설의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심리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 나올 예정이다.○ “마스크 쓰고 다니면 어찌 알아보나” 관계기관이 관리 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조두순 거주지로 알려진 경기 안산의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두순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이사를 선택한 이들도 있다. 9일 만난 주민 박모 씨는 “고민 끝에 이사를 결심하고 최근 계약을 맺었다. 폐쇄회로(CC)TV 몇 개 늘린다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들의 이사 문의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B 씨는 “조두순도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닐 텐데 옆에 와도 어떻게 알아보느냐”고 하소연했다. 해당 지역 주민자치위원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언론이 여러 문제점과 대책의 필요성을 보도해준 것은 감사하지만, 주민들이 불편과 피해를 겪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관할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출소 이후 국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찰 등과 협조해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겠다”고 말했다.강승현 byhuman@donga.com / 안산=박종민 / 박상준 기자}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이 12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법무부 관용차량을 이용해 오전 6시경 교도소에서 나와 지역 보호관찰소에서 신고 및 교육 등을 받은 뒤 집으로 향할 예정이다. 전자발찌(위치추적전자장치)는 석방 직전에 착용하며, 경찰 특별관리팀이 24시간 감시 관찰에 나선다. 검찰이 청구한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외출 제한’의 심리 결과는 이르면 출소 당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야간 외출 제한, 당일 결정될 듯법무부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출소자는 오전5시쯤 풀려나지만, 조두순은 1시간 정도 늦어질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돌발 상황을 고려해 시간을 다소 조정했다. 개인적으로 이동하지 않고 법무부 관용 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혹시 모를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부 유튜버 등이 공개적으로 조두순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고 있어 사고 방지 차원의 조치”라며 “사정에 따라 관용차로 집까지 이송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조두순은 출소 뒤 지역 보호관찰소로 향한다. 신상정보 등을 신고하며 관련 교육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달면 형 종료 10일 이내에 보호관찰소에 직접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후 거주지에 도착해 보호관찰관이 감독 장치 등을 설치면 이송 절차는 마무리된다. 이때부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조두순 관리·감독 시스템을 가동한다. 20년 경력의 전담 보호관찰관이 전자감독시스템을 통해 매일 생활을 점검하고 주 4회 대면 면담을 한다. 관할 경찰서는 특별관리팀을 꾸려 거주지 주변을 순찰할 예정이다. 24시간 상시 모니터링 집중 관제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달 통과된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조두순 방지법)’에 따라 주소지는 도로명 및 건물번호까지 공개된다. 추가적인 제한 조치도 진행 중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이정형)는 안산지청이 청구한 특별준수사항을 심리하고 있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외출과 음주를 제한하고 학교 등 교육시설의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심리 결과는 12일 나올 가능성이 크다.●“마스크 쓰고 다니면 어찌 알아보나”관계기관이 관리 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조두순의 거주지로 알려진 경기 안산 주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두순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이사를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다. 9일 만난 주민 박모 씨는 “고민 끝에 이사를 결심하고 최근 계약을 맺었다. 폐쇄회로(CC)TV 몇 개 늘린다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이사를 문의하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B 씨는 “조두순도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닐 텐데 옆에 와도 어떻게 알아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해당 지역 주민자치위원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언론이 여러 문제점과 대책의 필요성을 보도해준 것은 감사하지만, 과도한 취재로 주민들이 불편과 피해를 겪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관할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출소 이후 국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찰 등과 협조해 철저하게 관리감독 하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byhuman@donga.com박종민 기자blick@donga.com}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 최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벽과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대형 법무법인 대표인 차 소유주는 목숨을 잃었으며 대리기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오후 9시 43분경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남동의 한 아파트에서 차량이 주차장 벽면에 충돌해 불이 났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차량 주인인 A 변호사(60)는 조수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A 변호사는 오후 10시 8분에 구조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판사 출신인 A 변호사는 대형 법무법인에서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10일 빈소에는 A 변호사와 대학 동문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찾아와 조문했다. 함께 타고 있던 대리기사 B 씨(59)는 소방대 도착 전 스스로 차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이후 가슴과 배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B 씨가 사고 뒤 의식을 잃은 A 변호사를 구조하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화기로 초기에 진화를 시도했던 아파트 직원(43)은 연기를 다량 흡입해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사고 차종은 테슬라에서 올해 생산된 ‘모델X 롱레인지’(사진)로 가격은 약 1억3000만 원이다. 화재는 신고 약 1시간 뒤인 오후 10시 48분에야 진화됐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차량이 벽면과 충돌하며 전기배터리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폴리머 소재로 일반 소화기나 물로는 화재 진화가 어렵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화재는 포말 형태의 특수 소화기를 사용해야 빠르게 불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소방대는 현장에서 테슬라 모델X의 특성 때문에 차량에 갇혀 있던 A 변호사를 꺼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전기차는 문의 개폐가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아 전자식으로 이뤄진다. 또 손잡이가 차체에 들어가 있다가 열 때만 나오는 형태다. 소유주의 스마트키가 없거나 배터리 전원 공급이 끊기면 손잡이가 돌출되지 않아 외부에서 열기 어렵다. 소방 관계자는 “A 씨가 앉아 있던 조수석 문이 심하게 파손돼 열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뒷좌석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는데 모델X의 뒷좌석은 문이 날개처럼 위아래로 여닫는 구조여서 소방대가 가진 장비로 뜯어내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도 테슬라 모델S가 나무와 충돌해 화재가 발생하며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경찰관이 차량으로 다가갔지만 차체에 매몰된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아 운전자를 구출하는 데 실패했다. 유족들은 테슬라 측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이 현장에 있는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한 결과 사고 차량은 지하주차장에 진입한 뒤 평평한 구간에서 갑자기 속력이 높아지다가 벽면에 부딪쳤다. 대리기사인 B 씨는 경찰의 사고 현장 조사에서 “차량이 정상적으로 제어되지 않았다”며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B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추후에 조사할 예정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차량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은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분석 결과를 봐야 넓은 지하주차장에서 속력이 올라간 게 차량 결함 탓인지, 운전자의 잘못인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사고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일반 차량보다 인명 구조나 화재 진화가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고”라며 “전기차 관련 구조·구난 매뉴얼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지민구 기자}

힙합가수 아이언(본명 정헌철·28·사진)이 미성년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정 씨는 2018년에도 여자친구를 폭행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미성년자에게 폭행을 가한 혐의(특수상해)로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씨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함께 사는 A 군(18)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야구방망이로 수십 차례 내려친 혐의를 받고 있다. 힙합가수를 지망하는 A 군은 정 씨의 집에서 음악을 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A 군은 허벅지 등에 큰 부상을 입었으며 그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 정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훈육 차원”이라며 혐의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 우려가 있고 범죄의 중대성, 재범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2014년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3’에 아이언이란 예명으로 출연한 정 씨는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2018년 11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의 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여성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명예훼손)로 올해 9월 500만 원의 벌금형도 받았다. 2016년 대마 흡연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 최고급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벽과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대형 법무법인 대표로 알려진 차 소유주는 목숨을 잃었으며 대리기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오후 9시 43분경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에서 차량이 주차장 벽면과 충돌해 불이 났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차량 주인인 A 씨(60)는 조수석에 갇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A 씨는 오후 10시 8분에 구조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함께 타고 있던 대리기사 B 씨(59)는 소방대가 도착 전 스스로 차를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슴과 배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화기로 초기에 진화를 시도했던 아파트 직원(43)은 연기를 다량 흡입해 응급조치를 받았다. 사고 차종은 테슬라에서 올해 생산된 ‘모델X 롱레인지’다. 화재는 신고 약 1시간 뒤인 오후 10시 48분에야 진화됐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차량이 벽면과 충돌하며 전기배터리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폴리머 소재로 일반 소화기나 물로는 화재 진화가 어렵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화재는 포말 형태의 특수소화기를 사용해야 빠르게 불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소방대는 현장에서 테슬라 모델X의 특성 때문에 차량에 갇혀 있던 A 씨를 꺼내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전기차는 문의 개폐가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아 전자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전력이 차단돼 강제로 문을 열기 어렵다. 소방 관계자는 “A 씨가 앉아있던 조수석 문이 심하게 파손돼 열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뒷좌석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는데 모델X는 뒷좌석의 문이 날개처럼 위아래로 여닫는 구조라 소방대가 가진 장비로는 뜯어내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도 테슬라 모델S가 나무와 충돌해 화재가 충돌한 사건이 벌어졌다.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아 운전자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이 현장에 있는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한 결과, 사고 차량은 지하주차장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가 벽면에 부딪혔다. 대리기사인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이 정상적으로 제어되지 않았다”며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B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추후에 조사할 예정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은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사고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일반 차량보다 인명 구조나 화재 진화가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전기차 관련 구조·구난 매뉴얼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8일 정부의 노조법 개정에 반대하며 전국에서 집회를 벌였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선 기습 기자회견을 열려다가 제지당했다. 경찰은 서울시의 금지 통고에도 집회를 강행한 민노총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민노총은 이날 오전 “앞으로 이틀 동안 국회 인근과 전국에서 정부의 노동개악안 저지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태일 3법 입법을 위한 집중 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집회란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 집회 개최 의사다. 앞서 서울시는 최근 4일부터 9일까지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민노총은 이날 국회 및 더불어민주당 당사, 여의도공원 등 여의도 일대에서 1명 혹은 여럿이 모여 집회를 진행했다. 민노총은 이날 오전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혜경 부위원장,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등이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시도했다가 국회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했다. 현행법상 국회 내에선 집회가 금지돼 있다. 이날 오후 5시 반경 중구 서울역에서도 민노총은 2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1시간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열린 민노총 집회 다수가 불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채증 자료를 분석하는 등 내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 기자}

성범죄자 조두순(68)의 출소가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도권에 있는 또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의 거주지 주변 감시망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이건학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에 지리정보체계(GIS) 분석을 의뢰해 ‘성범죄자알림e’에 고지된 서울 경기 거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40명(2회 이상)을 전수 조사한 결과, 거주지 반경 1km 내에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된 장소가 한 군데도 없는 곳이 17곳(42.5%)이었다. 이번 분석의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제공했다. 분석 대상 중에는 여성안심구역은 물론 여성안심귀갓길도 없는 지역 역시 5곳이나 됐다. 여성안심구역 등으로 선정되면 경찰의 집중 순찰 대상에 오르고 조명과 비상벨 등 범죄예방시설을 강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40개 지역에서 그나마 지정돼 있는 여성안심귀갓길과 여성안심구역도 성범죄자의 거주지와 상당히 동떨어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에서 범죄 예방 목적으로 설치한 폐쇄회로(CC)TV 역시 충분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큰길이나 사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밀집돼 실제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외진 골목 등을 비추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경 1km 내 CCTV가 단 7개뿐인 곳도 있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CCTV 안 보이고 골목길 어두컴컴…곳곳에 도사린 ‘성범죄 공포’▼청소년 성범죄자 거주지 가보니주변 건물 대부분 필로티 구조…야간 CCTV 감시망서 벗어나‘안심지킴이집’ 지정된 편의점 대처요령 묻자 “교육받은적 없어”전문가 “환경 바꿔야 성범죄 막아”“출소한 지 딱 8일 만이었다는데….”서울 강남구 주민 A 씨는 한 건물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올해 3월경 이 건물에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박모 씨(44)가 13세 여중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박 씨의 범행 경과는 여러모로 조두순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는 조두순이 범행한 2008년 다수의 중학생을 인근 건물 등으로 끌고 가 범행을 저질렀다. 수법도 비슷하고 법정에서 ‘심신 미약’을 주장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것도 닮았다. 그런 박 씨가 출소 뒤 8일 만에 다시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여성안심구역 없고 CCTV와 가로등마저 부실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2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 40명의 거주지 반경 1km 내 여성안심구역 개수는 평균 1.15개다. 여성안심구역이 없는 지역은 17곳, 여성안심귀갓길이 없는 지역이 7곳이었다. 이 중 5곳은 둘 다 선정돼 있지 않았다.폐쇄회로(CC)TV 개수는 반경 1km 내 평균 147개로 분석됐다. 하지만 많게는 382개부터 적게는 7개까지 지역마다 편차가 컸다. CCTV 개수 하위 20곳 중 15곳이 경기 지역이었다.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범죄예방설계(CPTED)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재범들의 거주지 인근을 직접 살펴봤다. 전문가들은 현장을 둘러보며 “곳곳에 범행에 유리한 환경이 보인다”고 지적했다.아동 성범죄 전과 2범인 A 씨의 거주지 반경 1km 내 방범용 CCTV는 32대뿐이다. 여성안심구역은 없으며, 거주지와 약 500m 떨어진 곳에 여성안심귀갓길만 1곳 있다. A 씨가 사는 골목 끝 CCTV 4대가 함께 설치돼 있었지만, 주변 건물이 ‘필로티 구조’인 탓에 곳곳에 사각지대가 생겼다.흔히 쓰이는 건축 방식인 필로티 구조는 범죄에 매우 취약하다. 한국셉테드학회장을 지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필로티는 CCTV의 사각을 만들고 야간에는 주변 조명도 가린다”고 했다. 박 씨가 피해자를 끌고 가 범행을 저지른 곳도 필로티 구조의 건물이었다.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전과 4범인 B 씨의 거주지는 가로등마저 문제였다. 인근 골목에 설치된 가로등이 철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해가 지자 골목은 사람의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어두워졌다. 이민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빛 공해 민원에 따른 조치로 보이는데, 야간 시야 확보는 범죄 예방의 핵심 요소다. 가로등을 쓸모없게 만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B 씨의 집 앞 편의점은 ‘여성안심지킴이집’이다. 위협을 느낀 여성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시와 협약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B 씨의 거주지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엔 어린이집이 2곳이나 있었다.○ 관리 어렵다면 예방 환경부터 만들어야성범죄자들의 거주지 반경 1km 내 범죄예방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재범을 저지른 사건 292건 가운데 157건(54%)이 거주지 반경 1km 내에서 일어났다. 박 씨가 범죄를 저지른 장소도 거주지에서 1km 안이었다. 그의 범행 장소는 여성안심구역도, 여성안심귀갓길도 아니었다. 박 씨가 피해자를 끌고 가는 장면이 찍힌 CCTV는 도주한 박 씨를 추적하는 데 활용됐을 뿐 예방 효과는 없었다.10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이 내놓은 ‘조두순 출소 대비 재범 방지를 위한 관리방안’에서도 주거지 반경 1km를 강조하고 있다. 방안에는 △조두순 주거지 반경 1km 내 여성안심구역 지정 △CCTV 증설 △전담 보호관찰관 지정 △관할 경찰서 특별대응팀 편성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는 조두순만을 위한 조치일 뿐, 박 씨와 같은 다른 성범죄자들은 여전히 수십 명을 관리하는 일반 보호관찰관의 몫이다.전문가들은 조두순만이 아닌 불특정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훈 교수는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시민들이 불안한 이유가 꼭 조두순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조두순에 버금가는 감시 조치를 당장 시행할 순 없더라도, 적어도 어두운 골목의 조도를 개선하거나 사각지대를 조금씩 없애 나가는 등 작은 것부터 해결해가야 한다”고 말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조응형 기자}

“출소한 지 딱 8일 만이었다는데….” 서울 강남구 주민 A 씨는 한 건물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올해 3월경 이 건물에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박모 씨(44)가 13세 여중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박 씨의 범행 경과는 여러모로 조두순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는 조두순이 범행한 2008년 다수의 중학생을 인근 건물 등으로 끌고 가 범행을 저질렀다. 수법도 비슷하고 법정에서 ‘심신 미약’을 주장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것도 닮았다. 그런 박 씨가 출소 뒤 8일 만에 다시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 여성안심구역 없고 CCTV와 가로등마저 부실 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2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 40명의 거주지 반경 1km 내 여성안심구역 개수는 평균 1.15개다. 여성안심구역이 없는 지역은 17곳, 여성안심귀갓길이 없는 지역이 7곳이었다. 이 중 5곳은 둘 다 선정돼 있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 개수는 반경 1km 내 평균 147개로 분석됐다. 하지만 많게는 382개부터 적게는 7개까지 지역마다 편차가 컸다. CCTV 개수 하위 20곳 중 15곳이 경기 지역이었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범죄예방설계(CPTED)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재범들의 거주지 인근을 직접 살펴봤다. 전문가들은 현장을 둘러보며 “곳곳에 범행에 유리한 환경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동 성범죄 전과 2범인 A 씨의 거주지 반경 1km 내 방범용 CCTV는 32대뿐이다. 여성안심구역은 없으며, 거주지와 약 500m 떨어진 곳에 여성안심귀갓길만 1곳 있다. A 씨가 사는 골목 끝 CCTV 4대가 함께 설치돼 있었지만, 주변 건물이 ‘필로티 구조’인 탓에 곳곳에 사각지대가 생겼다. 흔히 쓰이는 건축 방식인 필로티 구조는 범죄에 매우 취약하다. 한국셉테드학회장을 지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필로티는 CCTV의 사각을 만들고 야간에는 주변 조명도 가린다”고 했다. 박 씨가 피해자를 끌고 가 범행을 저지른 곳도 필로티 구조의 건물이었다.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전과 4범인 B 씨의 거주지는 가로등마저 문제였다. 인근 골목에 설치된 가로등이 철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해가 지자 골목은 사람의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어두워졌다. 이민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빛 공해 민원에 따른 조치로 보이는데, 야간 시야 확보는 범죄 예방의 핵심 요소다. 가로등을 쓸모없게 만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B 씨의 집 앞 편의점은 ‘여성안심지킴이집’이다. 위협을 느낀 여성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시와 협약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B 씨의 거주지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엔 어린이집이 2곳이나 있었다. ○ 관리 어렵다면 예방 환경부터 만들어야 성범죄자들의 거주지 반경 1km 내 범죄예방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재범을 저지른 사건 292건 가운데 157건(54%)이 거주지 반경 1km 내에서 일어났다. 박 씨가 범죄를 저지른 장소도 거주지에서 1km 안이었다. 그의 범행 장소는 여성안심구역도, 여성안심귀갓길도 아니었다. 박 씨가 피해자를 끌고 가는 장면이 찍힌 CCTV는 도주한 박 씨를 추적하는 데 활용됐을 뿐 예방 효과는 없었다. 10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이 내놓은 ‘조두순 출소 대비 재범 방지를 위한 관리방안’에서도 주거지 반경 1km를 강조하고 있다. 방안에는 △조두순 주거지 반경 1km 내 여성안심구역 지정 △CCTV 증설 △전담 보호관찰관 지정 △관할 경찰서 특별대응팀 편성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는 조두순만을 위한 조치일 뿐, 박 씨와 같은 다른 성범죄자들은 여전히 수십 명을 관리하는 일반 보호관찰관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조두순만이 아닌 불특정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훈 교수는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시민들이 불안한 이유가 꼭 조두순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조두순에 버금가는 감시 조치를 당장 시행할 순 없더라도, 적어도 어두운 골목의 조도를 개선하거나 사각지대를 조금씩 없애 나가는 등 작은 것부터 해결해가야 한다”고 말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조응형 기자}

“확진입니다. 얼굴 사진과 사용하신 카드 내역을 보내주세요.” 20일 오전 10시경 A 씨는 방역당국의 모바일메신저 문자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음 날은 오랫동안 준비했던 임용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메시지를 받았을 때도 마지막 정리 차원에서 교육학 논술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던 중이었다. A 씨는 “문자를 받자마자 눈앞이 막막해져 책상 위에 펜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최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임용시험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터지면서 A 씨도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검체 검사를 받은 A 씨는 이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공부에 몰두했지만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아 응시 기회를 잃었다. A 씨는 “내가 잘못해 감염된 것도 아닌데, 오랜 노력을 부정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노량진 임용시험 학원 관련 확진자가 22일 기준 76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1일 치러진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 1차 시험 직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전국 11개 시·도 수험생 67명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응시하지 못했다. 해당 수험생 등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는데 임용시험은 안 된다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분노했다. 교육부는 10월 초 ‘코로나19 확진자는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하고 각 시도교육청이 낸 공고에 명시했다.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들 가운데 음성 판정을 받은 응시자 142명과 밀접접촉자가 아닌 검사 대상자 395명은 일반 응시자와 분리된 별도의 시험장 등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 방침이 명확한 기준 없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교육부가 “다음 달 3일 열리는 수능은 확진자도 별도 공간에서 응시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일 확진돼 시험을 보지 못한 조범진 씨(25)는 “응시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능도 시험을 보게 해주는데 상대적으로 응시자가 적은 임용시험을 못 보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확진 통보 시점이 몇 시간 차이로 갈리며 시험 응시 여부가 정해지기도 했다. 수험생 최영진 씨(26)는 21일 오전 시험 시작 3시간 전에 확진 소식을 전달받았다. 검사를 받은 뒤 언제 결과가 나올지 몰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그는 24만 원을 들여 방역 택시까지 예약해뒀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최 씨는 “모집 공고 시점부터 시험이 치러질 때까지 한 달이나 여유가 있었다”며 “교육부가 확진자를 위한 응시 방안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대구에서 시험에 응시한 C 씨는 같은 날 오후에 양성 판정을 통보받아 시험을 모두 치렀다. 대구시교육청 측은 “C 씨는 대구의 한 중학교에 마련한 자가격리자 시험장에서 시험을 쳤다”며 “확진자의 밀접접촉자가 아닌 임용시험 학원 관련 전수조사 대상자였다.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응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최모 씨(29)는 이에 대해 “교육청에 명확한 기준 없이 확진 시점에 따라 응시 여부가 갈리는 건 문제 아니냐고 문의했다”며 “그저 ‘방침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다른 수험생은 “검사에 신속하게 응한 이들만 바보가 됐다. 최대한 미루다가 검사받았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속상해했다. 최 씨는 임용시험을 보려고 기존 직업도 포기했지만 응시조차 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정상환 변호사는 “헌법 제15조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 따르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관련해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당할 경우 인권위가 조사에 나설 수 있다”며 “교육부가 확진자들의 수능과 임용시험 응시 여부에 차이를 둔 것 역시 차별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박종민 blick@donga.com·김소영 기자}

“자꾸만 바뀌는 질병청 지침에 맞춰 방역 방법을 매번 다르게 적용하기엔 힘이 듭니다.” 19일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기 전 만난 사장 A 씨는 “서울시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1.5단계로 올라갔단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방역 지침을 세세하게 확인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A 씨는 “지쳐서”라고 했다. 그는 1단계 때부터 어떤 단계든 상관없이 비말을 차단할 수 있도록 모든 테이블 양 끝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뒀다. 최근 서울과 경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19일 0시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됐다. 하지만 이날 동아일보가 둘러본 서울의 다중이용시설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며 시민들의 피로감이 늘어났다. 자칫 방역 노력을 포기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거리 두기 격상으로 바뀐 방역지침에 따르면 이날부터 식당이나 카페 등은 기존에 150m² 이상의 시설에서만 의무였던 핵심 방역수칙 준수 사항이 50m² 규모까지 확대됐다. 많은 업소들이 지침에 따라 운영하고 있지만 “원래부터 해오던 방식”이라고 했다. 115m²(약 35평) 남짓한 카페를 운영하는 전모 씨는 “코로나19 상황을 매일 확인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바뀐 지침을 손님이 와서 알려줄 때도 있다”고 했다. 거리 두기 격상 자체를 모르고 있는 업소도 적지 않았다. 동대문구에 있는 한 PC방의 직원 B 씨(37)는 “그런 지침은 솔직히 몇 달 전부터 안 챙겨봤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해당 PC방에서는 3명이 줄지어 앉는 등 한 명씩 띄어 앉아야 하는 1.5단계 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는 여의도도 거리 두기 1.5단계 격상이 무색할 정도로 이전과 바뀐 게 없었다. 오전 11시 45분경 한 식당은 비가 오는데도 고객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간격은 30cm가 안 될 정도였다. 식당 내부 역시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반면 이미 고객 발길이 끊긴 지 오래라 딱히 방역지침 준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종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 씨(46)는 ‘사회적 거리 두기 1.5단계에 따른 지침 변경’에 대해 묻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김 씨는 “코로나19가 터진 뒤 사람들이 오질 않아 방이 차본 적도 없다”며 “‘고객이 이용한 방은 소독 30분 뒤 재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일어나지도 않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성북구에 있는 한 미용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직원 곽모 씨(29)는 “제한할 인원이 찾아오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시큰둥해했다. 미용실은 4m²(약 1.21평)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되고 음식 섭취도 안 되는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하나. 곽 씨는 “1년째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누구라도 찾아오면 방역지침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잠깐의 방심이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힘들더라도 방역지침 준수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오늘부터 2주간 우리 사회가 철저한 비대면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특히 회식이나 음주는 일절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김태언 beborn@donga.com·박종민·조응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료계가 힘든 시기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80대 사업가가 자신의 모교에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의학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10억 원을 내놓았다. 고려대 상학과(현 경영학과) 58학번인 유휘성 씨(82)는 이전까지도 고려대에 약 54억 원을 기부한 ‘슈퍼 기부자’다. 고려대는 “유휘성 동문이 3일 오전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식에서 10억 원을 내놓았다”고 16일 밝혔다. 유 씨는 2011년과 2015년, 지난해에도 10억 원씩 학교에 기부했다. 2017년에는 가족들이 살던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당시 매매가가 24억 원이었다고 한다. 유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을 보며 항상 고마움을 느껴 왔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치고 힘든 상황일 텐데도 크게 내색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0년 건설사를 창업한 유 씨는 평생 열심히 일하며 견실하게 회사를 지금껏 이끌어 왔다. 하지만 해당 업체 역시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1000억 원가량 줄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유 씨는 “사정이 어려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어렵다고 기부를 멈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유 씨가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까닭이 있다. 자신도 역시 누군가의 도움 덕에 이만큼 살아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 씨는 어린 시절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여읜 뒤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충북 진천에서 먹고살기도 막막했지만 주변에서 도와준 덕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유 씨는 “언제나 마음속엔 나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살아왔다”며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평생의 소원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돈이란 바닷물과 같아요.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큰 부를 일군 재산가지만 유 씨의 삶은 소탈하다. 3일 열렸던 기부식에도 도보 40분 거리를 걸어서 찾아갔다. 운전기사를 고용해도 될 만한 형편이지만 자가용도 없다. 2017년 자녀들이 독립한 뒤엔 2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하기도 했다. 그때 원래 살던 50평형대 아파트를 고려대에 기부한 것이다. 유 씨가 기부한 돈은 고려대의 ‘인성기금’을 마련하는 기반이 됐다. 유 씨의 어머니와 할머니 성함에 있는 ‘인(仁)’ 자와 본인 이름의 ‘성(星)’ 자를 따와 이름을 지었다. 고려대 측은 “이번 기부금 역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학발전기금과 심혈관질환 연구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다음 달 13일 만기 출소를 앞둔 가운데, 경기 안산에서 조두순이 머물 곳으로 알려진 지역에 설치됐거나 설치될 폐쇄회로(CC)TV가 범죄 예방에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조두순뿐만 아니라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거주지 역시 범죄 예방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안산 2020년 방범 CCTV 설치 계획’에 따르면 해당 구에서 12월까지 설치를 마무리할 CCTV는 모두 148대. 법무부가 조두순 예상 거주지의 반경 1km 이내에 증설하겠다고 발표한 CCTV 70여 대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범죄예방설계 전문가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와 현장을 점검했더니, 해당 CCTV 설치안은 범죄 예방에 적절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단 결론이 나왔다. 먼저 148대나 추가되지만 같은 장소가 중복돼 실제 늘어난 방범지역은 38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나 사거리 위주로 설치돼 골목 등 실제 범행이 자주 벌어지는 공간은 사각지대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 교수는 “이런 식의 CCTV 설치는 범죄 예방이 아니라 사후 검거에만 효과적”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해당 지역의 종합적인 범죄 예방 환경도 ‘낙제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행이 용이한 외진 공간들이 방치돼 있고 △주변 거리의 야간 조명이 미비하며 △유흥가 골목이 초등학생 등하굣길로 쓰이는 점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서울 경기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거주지들도 함께 검토한 결과 똑같은 약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범죄 취약한 골목 대신 큰길 향한 CCTV… 가로등도 상당수 꺼져 ▼ “솔직히 예상보다 더 심각합니다. 모든 측면에서 ‘평균 이하’예요.”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 주변을 4시간가량 둘러보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셉테드(범죄예방설계)학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던 이 교수는 국내에서 범죄 가능성을 줄이는 환경 구축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날은 다음 달 만기 출소하는 조두순이 부인의 거주지인 안산으로 돌아오는 데 한 달이 남은 시점.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출소 전 범죄예방 환경 조성 및 법률 개정 △일대일 전자감독 등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 감독 등의 내용이 담긴 ‘조두순의 재범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향후 계획안을 토대로 현장을 둘러보니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CCTV 큰 거리에만…고장 난 가로등도 많아 조두순 예상 거주지의 반경 1km 이내를 샅샅이 훑어본 이 교수는 먼저 폐쇄회로(CC)TV의 비효율적인 위치부터 지적했다. 이날 인근 대형 건물들의 외곽을 돌아본 결과 모두 다섯 군데에서 방범용 CCTV 10여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차량이 다니는 대로나 사거리 교차로 위에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대다수가 카메라 방향이 차도 등 큰 거리만 비추고 있어 주변 골목이나 시설물을 감시하지 못했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CCTV는 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으나 민간에서 설치한 CCTV는 눈에 띄게 노후화돼 있었다. 또 몇몇 CCTV는 렌즈 유리에 먼지가 뿌옇게 앉아 제대로 촬영이 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설치된 CCTV는 범죄 예방이나 현장 포착에 효과가 없다. 사고가 발생한 뒤 용의자의 도주 경로를 추정하는 용도로밖에 쓰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조두순 예상 거주지 인근 38곳에 설치될 CCTV들의 위치도 문제였다. 이 가운데 32곳이 대로나 사거리에만 집중돼 있었다. 이 교수는 “CCTV는 개수보다 ‘분포’와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다양한 실제 동선을 고려해서 위치를 잡아야 하는데, 너무 일괄적으로 ‘사람 많이 다니는 곳’에만 몰려 있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 ‘으슥한 공간’이 많은 것도 지적됐다. 인근 건물들의 창고나 지하실 등이 별다른 장치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문의 걸쇠가 대부분 부식돼 있고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실제로 들어가면 음침하고 밖에선 확인이 안 되는 공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범죄 예방에 이런 공간의 관리는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지하 공간 등은 반드시 꼭 잠금장치를 설치해 관리해야 한다. 이 교수는 “건물 옥상 역시 평소에는 열 수 없고 화재경보기가 울릴 때만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후 8시가 되자 주변은 상당히 어두워졌다. 한 주거지 뒤편 거리는 약 20m 간격으로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지만, 고장 난 가로등이 적지 않았다. 인근 주차장의 조도도 개선 사항이었다. 이 교수는 “밝기가 평균적으로 0∼1럭스(LUX)로 5∼10m 전방에 있는 물체의 윤곽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런 불빛으론 CCTV도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아동 성범죄자 거주지도 개선 시급 그런데 이런 문제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거주지 역시 사정은 좋지 않았다. 조두순 거주지로부터 10km가량 떨어진 지역에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네 차례 저질렀던 A 씨가 살고 있다. 이곳은 크고 작은 빌라들이 빽빽이 들어선 지역이다. 최근 둘러본 이 지역은 골목 곳곳이 음습해 성인 남성도 밤에는 혼자 다니기 께름칙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골목에 가득한데 차고가 높은 화물트럭이 많아서 성인 남성도 건너편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곳의 방범용 CCTV는 처음 거리로 들어서는 골목 입구 사거리에만 설치돼 있다. 한 주민은 “이마저도 차량들에 가려 안쪽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혀를 찼다. CCTV 아래 기둥에 비상벨이 달려 있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아동 성범죄 전과 4범인 B 씨가 살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은 가로등이 너무 부족했다. 야간이 되자 인근 주택 등에서 새어나오는 생활조명에 의지해 겨우 주변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골목은 누군가가 아예 가로등을 철판으로 막아 거리를 어두컴컴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곳 역시 CCTV는 골목 입구에만 3, 4대씩 설치돼 있었다. 카메라가 골목 안쪽으로 바라보고 있긴 했는데, 정작 골목이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아무리 범행 의도를 가진 용의자가 있더라도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범행 발생률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CCTV의 분포와 주변의 밝기, 시야 확보 등 사소한 문제만 해결해도 범죄 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안산=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솔직히 예상보다 더 심각합니다. 모든 측면에서 ‘평균 이하’예요.”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 주변을 4시간가량 둘러보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셉테드(범죄예방설계)학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던 이 교수는 국내에서 범죄 가능성을 줄이는 환경 구축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날은 다음 달 만기 출소하는 조두순이 부인의 거주지인 안산으로 돌아오는 데 한 달이 남은 시점.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출소 전 범죄예방 환경 조성 및 법률 개정 △일대일 전자감독 등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 감독 등의 내용이 담긴 ‘조두순의 재범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향후 계획안을 토대로 현장을 둘러보니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CCTV 큰 거리에만…고장 난 가로등도 많아 조두순 예상 거주지의 반경 1km 이내를 샅샅이 훑어본 이 교수는 먼저 폐쇄회로(CC)TV의 비효율적인 위치부터 지적했다. 이날 인근 대형 건물들의 외곽을 돌아본 결과 모두 다섯 군데에서 방범용 CCTV 10여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차량이 다니는 대로나 사거리 교차로 위에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대다수가 카메라 방향이 차도 등 큰 거리만 비추고 있어 주변 골목이나 시설물을 감시하지 못했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CCTV는 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으나 민간에서 설치한 CCTV는 눈에 띄게 노후화돼 있었다. 또 몇몇 CCTV는 렌즈 유리에 먼지가 뿌옇게 앉아 제대로 촬영이 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설치된 CCTV는 범죄 예방이나 현장 포착에 효과가 없다. 사고가 발생한 뒤 용의자의 도주 경로를 추정하는 용도로밖에 쓰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조두순 예상 거주지 인근 38곳에 설치될 CCTV들의 위치도 문제였다. 이 가운데 32곳이 대로나 사거리에만 집중돼 있었다. 이 교수는 “CCTV는 개수보다 ‘분포’와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다양한 실제 동선을 고려해서 위치를 잡아야 하는데, 너무 일괄적으로 ‘사람 많이 다니는 곳’에만 몰려 있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 ‘으슥한 공간’이 많은 것도 지적됐다. 인근 건물들의 창고나 지하실 등이 별다른 장치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문의 걸쇠가 대부분 부식돼 있고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실제로 들어가면 음침하고 밖에선 확인이 안 되는 공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범죄 예방에 이런 공간의 관리는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지하 공간 등은 반드시 꼭 잠금장치를 설치해 관리해야 한다. 이 교수는 “건물 옥상 역시 평소에는 열 수 없고 화재경보기가 울릴 때만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후 8시가 되자 주변은 상당히 어두워졌다. 한 주거지 뒤편 거리는 약 20m 간격으로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지만, 고장 난 가로등이 적지 않았다. 인근 주차장의 조도도 개선 사항이었다. 이 교수는 “밝기가 평균적으로 0∼1럭스(LUX)로 5∼10m 전방에 있는 물체의 윤곽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런 불빛으론 CCTV도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아동 성범죄자 거주지도 개선 시급 그런데 이런 문제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거주지 역시 사정은 좋지 않았다. 조두순 거주지로부터 10km가량 떨어진 지역에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네 차례 저질렀던 A 씨가 살고 있다. 이곳은 크고 작은 빌라들이 빽빽이 들어선 지역이다. 최근 둘러본 이 지역은 골목 곳곳이 음습해 성인 남성도 밤에는 혼자 다니기 께름칙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골목에 가득한데 차고가 높은 화물트럭이 많아서 성인 남성도 건너편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곳의 방범용 CCTV는 처음 거리로 들어서는 골목 입구 사거리에만 설치돼 있다. 한 주민은 “이마저도 차량들에 가려 안쪽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혀를 찼다. CCTV 아래 기둥에 비상벨이 달려 있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아동 성범죄 전과 4범인 B 씨가 살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은 가로등이 너무 부족했다. 야간이 되자 인근 주택 등에서 새어나오는 생활조명에 의지해 겨우 주변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골목은 누군가가 아예 가로등을 철판으로 막아 거리를 어두컴컴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곳 역시 CCTV는 골목 입구에만 3, 4대씩 설치돼 있었다. 카메라가 골목 안쪽으로 바라보고 있긴 했는데, 정작 골목이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아무리 범행 의도를 가진 용의자가 있더라도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범행 발생률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CCTV의 분포와 주변의 밝기, 시야 확보 등 사소한 문제만 해결해도 범죄 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안산=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의 조사를 앞두고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대책 회의’를 했던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같은 시기 이 룸살롱에서 검사 출신 전관 A 변호사와 현직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락현)는 “김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무렵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F룸살롱에 방 2, 3개씩을 잡아두고 대책 회의를 했다”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감 중)과 저녁식사를 한 뒤 룸살롱 작은 방 안으로 이동해 회의를 했다고 한다. 룸살롱 마담 B 씨는 올 4월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이 지난해 6, 7월부터는 이전과는 달리 방을 2, 3개씩 (많이) 잡았다”며 “어떤 방엔 아가씨가 들어갔고, 어떤 방엔 안 들어갔다. 김 전 회장은 두 방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21일 이 룸살롱 방 안에서 라임에 대한 검사 계획이 담긴 금융감독원의 대외비 문건을 건네받았다. 같은 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룸살롱의 큰 방에서 라임 검사를 담당한 금감원 선임검사역과 당시 검찰 파견 근무 중이던 금감원 조사역과 함께 술을 마셨다. 김 전 행정관은 룸살롱 방 안에 딸린 화장실에서 검사역으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았고, 다른 방에 있던 김 전 회장을 찾아가 문건을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은 문건을 복사했고, 이 전 부사장이 뒤늦게 룸살롱에 도착해 복사본을 건네받았다. A 변호사도 김 전 회장과 함께 이 룸살롱을 여러 차례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행정관은 검찰에서 “김 전 회장과 함께 2019년에 7, 8회 유흥주점에 간 적이 있다. A 변호사나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55·수감 중), 김모 수원여객 재무이사 등도 함께 간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행정관은 올 3월 30일 진행된 금감원의 조사에서도 “지난해 룸살롱에서 A 변호사와 스태프 변호사들을 만났고 한 번은 A 변호사와 김 전 회장이 있는 상태에서 제가 합류했다”며 “지난해 12월 룸살롱에서 김 전 회장의 생일파티를 할 때도 A 변호사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행정관은 올 3월부터 이어진 금감원 감찰과 검찰 조사에서 룸살롱에서 현직 검사들을 소개받았다는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을 4일 서울남부지검으로 불러 A 변호사와 검사들을 룸살롱에서 접대한 구체적인 날짜 등을 조사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박종민 기자}

2일 오후 1시 반 수원지법 501호 법정에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가 들어섰다. 이춘재가 23세였던 1986년 경기 화성시에서 처음 살인을 저지른 지 34년 만이다. 청록색 수의를 입고 증인석에 선 이춘재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는 그의 고교 졸업사진과 흡사했다. 이날 이춘재는 자신의 8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복역했던 윤성여 씨(53)가 청구한 재심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가 저지른 14건의 연쇄살인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 “증인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맞습니까?”(윤 씨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 “네, 맞습니다.”(이춘재)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의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1989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에서 모두 14건의 살인과 34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를 저지른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이춘재는 박 변호사가 1988년 ‘8번째 사건’ 관련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직접 그린 범행 장소 약도 등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묻자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당시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말을 벗어 손에 끼고 범행을 했습니다. 피해자의 속옷은 벗긴 뒤 범행 뒤처리에 사용하고 사망한 피해자에게 새로운 속옷을 입히고 나왔습니다.” 이춘재는 “목을 조르는 위치가 비슷해 항상 같은 곳을 누르게 된다”며 손을 들고 목을 조르는 방식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피해자들을 스타킹으로 결박하고 속옷 등으로 재갈을 물린 이유에 대해 “결박은 반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재갈은 소리 지르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일 뿐”이라며 “피해자의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씌운 것은 나를 못 보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 중 9세, 13세 여성이 포함된 점 등을 지적하며 이춘재에게 연쇄살인을 저지른 동기가 무엇인지를 여러 번 물었다. 그때마다 이춘재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멈추면 강간이 되고 진행되면 살인이 되는 것”이라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한 것이 아닙니다. 불을 찾아가는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그런 행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춘재는 이어 “(범행 후) 후회를 하기는 했지만 순간적으로 ‘또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찰나의 생각일 뿐이었다”고 했다. 당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시 경찰 보여주기식 수사” 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범행 당시 경찰 수사의 허술함에 대해서도 상세히 증언했다. “검문을 받다가 파출소까지 불려간 적이 있었지만 용의선상에는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들킬 만한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나를 왜 못 잡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이춘재는 파출소에 갔을 당시 피해자의 것으로 기억되는 시계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경찰에 “길에서 주웠다”고 말하자 바로 풀어줬다고 했다. 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나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경찰이 수백 명씩 왔다 갔다 했지만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경찰이 지난해 자신이 수감돼있던 부산교도소로 찾아왔을 때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이춘재는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살인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수로 복역 중이었다. 그는 박 변호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성 프로파일러에게 손을 한번 만져봐도 되냐고 물었던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손이 예뻐 보였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재판 말미에 “저의 사건에 관계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반성하고 있고, 그런 마음에서 자백했다. 하루속히 마음의 안정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본인이 저지른 수많은 범행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을 지켜본 윤 씨는 “이춘재가 법정에 나와 진실을 말해준 것은 고맙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다만 그가 진실을 말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수원=이경진 lkj@donga.com·박종민 기자}

“증인의 범행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다고 했는데 보고 어땠습니까?”(박준영 변호사) “별다른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이춘재) 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는 자기 대신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53) 측 박준영 변호사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춘재는 “‘살인의 추억’을 교도소에서 봤지만 감흥은 없었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증인신문을 하며 이춘재가 저지른 14건의 살인사건 현장 사진들을 법정 안 대형 화면에 띄웠다. 피해자들의 최후 모습과 각종 증거 사진들이 슬라이드 형식으로 약 5분에 걸쳐 연이어 제시됐다. 그동안 이춘재는 이 화면에 시선을 또렷이 고정한 채 미동도 없이 바라봤다. 이춘재는 “지난 27년간 교도소 생활을 하며 반성하고 생각이 바뀌었느냐”는 박 변호사의 질문에 “조두순이 나간다고 해서 밖에서 난리가 났다고 들었다”며 “가석방을 생각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나간다고 했을 때 (조두순보다) 더한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온 윤 씨 측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들에게 “이춘재는 완전히 사이코패스로 보인다. 이 사람은 자기 마음 그대로 말한 것 같아서 역설적으로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윤 씨 측 다른 변호사는 “이춘재는 상습적 폭력사범, 지능화 범죄 이런 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인데 공감능력이 전혀 없어서 자신의 범행에 대해 잠깐의 후회는 있지만 자신의 범행의 반인륜성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수원=이경진 lkj@donga.com·박종민 기자}

2일 오후 1시 반 수원지법 501호 법정에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가 들어섰다. 이춘재가 23세였던 1986년 경기 화성시에서 처음 살인을 저지른 지 34년 만이다. 청녹색 수의를 입고 증인석에 선 이춘재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눈매는 30여 년 전 몽타주 사진과 흡사했다. 이날 이춘재는 자신의 8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간 복역했던 윤성여 씨(53)가 청구한 재심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가 저지른 14건의 연쇄살인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1989년 9월 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 화성과 청주에서 모두 14건의 살인과 34건의 강간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자백한 것에 대해 “내가 진범이 맞다”고 증언했다. 윤 씨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춘재가 1988년 ‘8번째 사건’ 관련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직접 그린 범행 장소 약도와 당시 피해자 집 구조 영상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묻자 차분한 목소리로 상세히 답변했다. 이춘재는 “당시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말을 벗어 손에 끼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의 속옷은 벗긴 뒤 범행 뒤처리에 사용하고 사망한 피해자에 새로운 속옷을 입히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목을 조르는 위치가 비슷한 위치에 항상 같은 곳을 누르게 된다”며 손을 들고 목을 조르는 방식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춘재에는 피해자들을 스타킹 결박하고 속옷 등으로 재갈을 물린 이유에 대해선 “결박은 반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재갈은 소리 지르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며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씌운 것은 나를 못 보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에게 피해자 중 9세, 13세 여성이 포함된 점 등을 지적하며 연쇄살인을 저지른 동기가 무엇인지를 여러 번 물었다. 그때마다 이춘재는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멈추면 강간이 되고 진행되면 살인이 되는 것”이라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이춘재는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한 것이 아니라 불을 찾아가는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을 저질렀다. 그냥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그런 행동을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춘재는 이어 “(범행 후)후회는 항상 했지만 순간적으로 ‘또 일이 벌어졌구나’라는 찰나의 생각일 뿐이었다”며 당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증인신문 도중 이춘재가 저지른 14건의 살인사건 현장 사진들을 법정 안 대형화면에 띄우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최후 모습과 각종 증거 사진들이 슬라이드 형식으로 제시되는 약 5분 동안 이춘재는 시선을 화면에 또렷이 고정한 채 미동도 없이 바라봤다. ● “당시 경찰 보여주기식 수사”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범행 당시 경찰 수사의 허술함에 대해서도 상세히 증언했다. 이춘재는 “검문을 받다가 파출소까지 불려간 적이 있었지만 용의선상에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며 “들킬만한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나를 왜 못 잡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피해자가 당시 소지했던 시계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경찰에서 “길에서 주웠다”고 말해 바로 풀려났다고 했다. 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자신을)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경찰이 수백 명씩 왔다 갔다 했지만 ‘보여주기 식’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경찰이 지난해 이춘재가 있던 부산교도소로 찾아왔을 때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박 변호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성 프로파일러에게 손을 한 번 만져봐도 되냐고 물었던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손이 예뻐 보였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재판 말미에 “저의 사건에 관계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며 “반성하고 있고, 그런 마음에서 자백했다. 하루속히 마음의 안정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윤 씨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이춘재가 법정에 나와 진실을 말해준 것은 고맙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다만 그가 진실을 말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수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