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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건물 상층부에서 콘크리트와 함께 철근이 절단된 이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근과 콘크리트 등이 제대로 설계 시공되지 않은 등 총체적 부실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13일 국토교통부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확인했는데 붕괴한 건물 5개 층에 걸쳐 바닥과 벽을 잇는 철근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굉장히 이례적인 사고”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건물이 무너지면 콘크리트 사이로 철근이 노출된다. 이 관계자는 설계보다 짧은 철근 또는 불량 철근을 썼을 가능성과 함께 설계 자체가 부실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콘크리트에 이물질이 섞여 품질이 떨어졌거나 충분히 양생(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광주 서부소방서는 13일 오전 11시 14분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 부근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을 발견했다. 내시경 카메라와 유사한 장비를 동원한 끝에 찾아냈지만 잔해물과 흙더미에 묻혀 있어 신원과 생사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 압수수색한 콘크리트 공급 및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 업체, 장비(펌프카) 업체 등에서 작업일지 등 각종 기록을 확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를 통해 콘크리트 양생 기간, 부실 자재 공급 여부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은 하도급 업체 10여 곳까지로 수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해당 전체 단지(8개동, 847가구)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붕괴 사고 책임이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을 광주시 추진 사업에 일정 기간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16개층이 한꺼번에 무너져… 철근-콘크리트 부실시공 가능성”전문가 제시 ‘붕괴원인 찾을 실마리’크레인 충돌해도 한두 층만 붕괴…콘크리트 강도와 품질 떨어진 듯콘크리트 붓자 거푸집서 ‘두둑’ 소리…붕괴 10분전 39층 바닥 내려앉아거푸집 고정 제대로 했는지 의심…무게 받칠 구조물 부실 했을수도” “20년 가까이 건설 사고 현장을 숱하게 봐왔지만 이런 사고는 처음 본다.”(건축공학과 교수 A 씨)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고다. 현장 시공부터 설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문제가 있을 걸로 보인다.”(건설업체 임원 B 씨) 12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둘러본 국토교통부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한 건물 상층부에서 철근이 끊어지고 16개 층이 와르르 무너진 점 등 일반 사고 현장에서는 보기 힘든 단서들이 잇달아 나온 데에 따른 것이다. 이는 향후 정부의 공식 조사에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바닥-벽면 잇는 철근 안 보여” 사고 직후 현장을 방문한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건물 상층부 여러 층에서 철근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듯이 보이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조사위원들은 사고가 난 201동에 바로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201동을 가장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바로 옆 건물에 올라가 현장을 육안으로 관찰했다. 이런 공사에서는 보통 ‘ㄱ’자로 철근을 휘어서 천장과 하층부 벽면을 연결한다. 이 때문에 붕괴가 일어나면 철근이 슬래브(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판 형태의 구조물로 바닥과 천장에 사용)나 벽에 매달려 있거나 휘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엔 이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슬래브와 벽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하중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설계 부실인지 현장 조사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자재 불량 가능성도 나온다. 광주 서구청에는 지난해 1월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 쌓인 철근이 눈에 노출되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서구청은 현장 방문 당시 인부들이 덮개로 철근을 덮었다고 했지만 관할 구청이 건축 자재 관리 감독을 더 철저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개 층 아닌 16개 층이 와르르 무너져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16개 층 바닥이 연속 붕괴된 건 흔치 않다”고 전했다. 크레인이 충돌했다 해도 정상적으로 시공했다면 직접 충돌한 1, 2개 층만 무너진다는 의미다. 과거 서울 삼성동 한 주상복합 건물에 헬기가 충돌했을 때에도 충돌한 층만 붕괴됐지 다른 층은 영향이 없었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콘크리트 강도만 충분해도 이런 사고가 안 났다”며 “콘크리트를 채취해 품질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을 때까지 양생(굳힘)을 거치지 않아 품질이 떨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조창근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콘크리트에 이물질이 섞였다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강풍이 불고 기온이 떨어지면 양생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했다. ○ 거푸집서 ‘두둑’… 바닥 움푹 가라앉아 이날 사고 아파트 콘크리트 타설업체 관계자는 39층 현장에서 붕괴 직전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고 당일 아파트 23∼39층이 무너지기 12분 전인 오후 3시 35분 현장 작업자가 찍은 2분 10초 분량 영상 2개다. 영상에는 옥상 바닥에 콘크리트를 부으며 무게가 더해지자 거푸집이 ‘두둑’ 하는 소리를 내는 장면이 1초가량 담겼다. 바닥은 눈에 띌 정도로 한가운데가 아래로 움푹 내려앉아 있다. 동영상 촬영자는 “39층 붕괴 지점에서 ‘둥둥’ 하는 소리가 나 계단 쪽으로 피했다가 찍었다”며 “(이상 징후가 느껴져) 계단으로 달려갔고 37층 정도 내려왔을 때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렸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바닥 수평이 맞아야 하는데 무게를 받칠 구조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거푸집이 흔들리지 않게 연결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풀려서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본설계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붕괴가 멈춘 게 23층인데 이 층은 피난안전구역으로 벽면이 다른 층보다 많아 하중을 잘 견뎠다”며 “설계도를 보면 기둥이나 벽면이 부족해 보인다. 안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을 수 있다”고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광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광주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7개월 간격으로 대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현대산업개발이 공식 사과했지만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6월에도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건물이 붕괴돼 사망자 9명 등 사상자 17명이 나왔다. 현대산업개발은 철거 원청업체였다.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날은 안 왔다. 현대산업개발은 “정 회장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날 유 대표는 사과문을 읽고 자리를 바로 떠나려 했다. 현장 기자들이 “질문은 안 받느냐”고 묻자 그는 “사고 원인 규명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유 대표가 떠난 뒤 실종자 가족은 “미안하다고 하면 뭐 하느냐. 할 도리부터 다하라”고 소리쳤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시민 분노가 큰데 현대산업개발은 사과문 한 장만 달랑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현산은 오후 3시 반경 “사실과 다른 보도가 있다”며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해명 자료를 배포해 빈축을 샀다. 시공능력평가 9위의 대형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현대산업개발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겠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이날 현산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19% 하락해 시가총액 3200여억 원이 날아갔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광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부디 살아만 계세요… 제발 돌아만 오세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근로자 6명의 가족들은 12일 사랑하는 가족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빌며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폴리스라인으로 출입이 통제된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눈물만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실종자 김모 씨(56)의 친척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동서(실종자 아내)가 식음을 전폐하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했다.○ “꿈에도 몰랐다”오후 6시경 소방당국은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드론이 촬영한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는데, 가족 일부는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였다. 실종자 김모 씨(66)의 아들은 “지난주까지도 아버지와 통화했는데 광주에서 일하신다고만 들었지, 이런 사고가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느라 전국을 돌아다니셔서 자주 못 뵈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실종자의 조카라고 밝힌 박모 씨(34)는 “(이모부가) 가족을 위해 주말에도 일을 나가시며 바쁘게 지내셨다”면서 “딸과 엄마(실종자 아내)가 현장에 와 있는데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불이라도 비춰 달라”전날 오후 사고 소식을 듣고 황급히 현장을 찾은 실종자 가족들은 강추위 속에 비닐 천막과 전기난로에 의지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일부는 “현장 관계자들의 구조 상황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2일 오전 1시 반경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가 현장을 찾자 실종자 가족들은 불이 꺼져 어두컴컴한 공사 현장을 가리키며 “이 추위 속에서 (실종자가) 기절해 있다가 깨어나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절망스럽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살아있다면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제발 공사장에 불빛이라도 비춰 달라”고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추가 붕괴 우려로 수색 및 구조 활동이 지연되는 것을 두고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저기(공사장)에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니 납득할 수 없다”며 “직접 수색 안 할 거면 나라도 들여보내 달라. 내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도 수년째 문제 제기사고 현장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아파트 건축 공사가 시작된 2020년부터 공사장이 위험하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고 했다. 홍석선 ‘아이파크 피해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공사는 날씨가 춥고 비가 오는 등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공사를 강행했다”며 “사고 전에도 콘크리트 덩어리가 주변으로 떨어져 민원을 넣었고, 사고 당일에도 외벽에서 가루가 계속 떨어졌다”고 했다. 공사 현장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박태주 씨(58)는 “20년 동안 끄떡없던 건물이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고 갈라지고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며 “구청과 시공사 측에 몇 번이고 민원을 넣어도 돌아오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광주시민들도 적지 않다. 조선대 건축과 대학생 이상훈 씨(26)는 “학동에서 사고가 난 지 6개월여밖에 안 됐는데 또 사고가 벌어졌다”면서 “하나도 바뀐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학동 붕괴 사고로 고교생 아들을 잃은 아버지 A 씨는 이날 직접 화정아이파크 현장을 찾았다. A 씨는 “지난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유족을 찾아 진정성 있게 사과한 적도 없었다”며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광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광주=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광주=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소방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됐다. 한편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40여 일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이 현장을 점검한 후 화재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나타나 ‘예견된 인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참석… 유해 국립대전현충원 안장8일 오전 열린 영결식에서는 고 이형석 소방경(51), 박수동 소방장(32), 조우찬 소방교(26)와 함께 일하던 평택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채준영 소방교(34)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별사를 읽었다. 채 소방교는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놓칠까 메케한 연기 속으로 묵묵히 들어가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팀장님 수동아 우찬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뜨겁지 않은 세상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영정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 앞에 주저앉은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영결식장을 지키던 동료들은 “미안하다” “고생 많았다”라는 인사를 남기며 눈시울을 적셨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예고 없이 영결식장을 찾았다. 별도 추도사 없이 일반인 조문객들과 앉았고, 영결식 중간 눈을 질끈 감거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헌화와 분향을 한 뒤 “국민을 대표해 위로를 전한다”며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행렬이 행사장을 빠져나가자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순직 소방관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고인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정부는 순직한 소방관 3명에게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10일 합동감식… 화재 원인 본격 수사이번 사고는 사전에 예고된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11월 23일 이 공사장에 대해 “4층 배관 절단 작업 시 화재 위험이 있다. 불티 비산(날아서 흩어짐) 방지포 및 소화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1, 4층에서는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소화기조차 없었던 것이다. 공단은 지난해 11월 30일 4층에 대해 지적 사항이 개선됐음을 확인했지만 불과 한 달 후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공사장에서는 2020년 12월에도 구조물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숨졌고 그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사고로 약 한 달간 공사가 중단됐지만 준공은 올 2월로 바뀌지 않았다. 경찰은 늦은 밤 시간에 화재가 발생한 만큼 준공 일정을 맞추느라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10일 합동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1층이 집중 감식 대상이다. 7일에는 시공사와 감리업체 하청업체 등 6개 회사 12곳을 압수수색했고 관계자 1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조우찬 소방교의 외삼촌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화재 당시 안전관리자는 현장 작업자가 5명뿐이었다고 했지만, 일부 작업자가 3명 더 남아 있다고 주장해 혼선이 빚어졌다”며 “좀 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수색했다면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있지도 않은 생존자를 찾느라 불필요하게 구조팀이 투입됐다는 지적이다. 유족들은 소방당국에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만취 상태에서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경찰관에게 ‘박치기’를 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경찰 간부가 직위 해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9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 경감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A 경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고 8일 직위 해제됐다. 경찰에 따르면 A 경감은 7일 오후 6시 40분경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한 식당 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채로 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시민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A 경감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A 경감은 오히려 출동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며 수차례 밀치고 이마로 들이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은 A 경감을 이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소방관 3명의 합동영결식이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됐다. 한편 화재 불과 40일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이 현장을 점검한 후 화재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나타나 ‘예견된 인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 참석…유해 현충원 안장8일 오전 열린 영결식에서는 고 이형석 소방경(51) 박수동 소방장(32) 조우찬 소방교(26)와 함께 일하던 평택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채준영 소방교(34)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별사를 읽었다. 채 소방교는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놓칠까 메케한 연기 속으로 묵묵히 들어가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팀장님 수동아 우찬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뜨겁지 않은 세상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충혈된 눈으로 원고를 읽던 채 소방교는 몇 번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영정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 앞에 주저앉은 유족들은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영결식장을 지키던 동료들은 “미안하다” “고생 많았다”라는 인사를 남기며 눈시울을 적셨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예고 없이 영결식장을 찾았다. 별도 추도사 없이 일반 조문객들과 앉아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영결식 중간 눈을 질끈 감거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마지막에 헌화와 분향을 한 뒤 “국민을 대표해 위로를 전한다”며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행렬이 행사장을 빠져나가자 동료 소방관들은 거수경례로 순직 소방관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정부는 순직한 소방관 3명에게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10일 합동감식…화재원인 본격수사이번 사고는 사전에 여러 번 예고된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11월 23일 이 공사장의 ‘1, 4층 작업 현장’을 점검한 후 “4층 배관 절단 작업 시 화재 위험이 있다. 불티 비산(날아서 흩어짐) 방지포 및 소화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일주일 후 개선내용까지 확인했지만 이후 한달 여 만인 5일 밤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공사장에서는 2020년 12월에도 구조물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약 한 달 간 공사가 중단됐지만 준공은 올 2월로 바뀌지 않았다. 경찰은 늦은 밤 시간에 화재가 발생한 만큼 준공 일정을 맞추느라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10일 합동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1층이 집중 감식 대상이다. 7일에는 시공사와 감리업체 하청업체 등 6개 회사 12곳을 압수수색했고 관계자 1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조우찬 소방교의 외삼촌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화재 당시 안전관리자는 현장 작업자가 5명뿐이었다고 했지만, 일부 작업자가 3명 더 남아 있다고 주장해 혼선이 빚어졌다”며 “좀 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수색했다면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있지도 않은 생존자를 찾느라 불필요하게 구조팀이 투입됐다는 지적이다. 유족들은 소방당국에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만취 상태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경찰관에게 ‘박치기’를 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경찰 간부가 직위해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9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 경감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A 경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고 A 경감은 8일 직위해제됐다. 경찰에 따르면 A 경감은 7일 오후 6시 40분경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있는 한 식당 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채로 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그는 인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주차된 차를 빼달라는 전화에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지켜본 시민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A 경감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A 경감은 오히려 출동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며 수차례 밀치고 이마로 들이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은 A 경감을 이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그가 술에 취해 원활한 조사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신병을 가족들에게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과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며 “조만간 A 경감을 다시 불러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회삿돈 188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5일 전격 체포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 씨(45)는 범행 당시 “윗선의 지시”라며 부하 직원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씨를 체포한 데 이어 횡령한 돈으로 사들인 금괴(680억 원)의 절반가량을 회수했지만 나머지의 행방은 여전히 미궁에 빠진 상태다. 6일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씨는 횡령 과정에서 부하 직원 2명에게 잔액증명서 등 서류 위조 작업 등을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씨는 당시 “윗선의 지시”라며 부하 직원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당시 이 씨의 지시를 받았던 두 직원을 최근 직무에서 배제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 씨가 ‘윗선 지시’를 언급한 이유와 배경을 밝힐 방침이다. 다만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며 “억측과 추측성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당사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떤 개입이나 지시도 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 오너 측 측근도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윗선의 지시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윗선 지시 여부와 별도로 오스템임플란트 측 내부 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2020년경에도 당시 재무팀장이던 이 씨와 같은 팀 직원이 회사 자금을 횡령하다 적발됐지만 직원만 전보되고 이 씨는 팀장직을 유지했다. 2014년 6월에는 이 회사 회장(63)이 업무상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형이 확정됐다. 한편 경찰은 5일 밤 경기 파주시의 주거지 건물에서 집과 다른 호실에 숨어 있던 이 씨를 체포한 후 6일 새벽 같은 건물에서 금괴 박스 22개를 압수했다. 이 박스에는 1kg짜리 금괴 400여 개(약 300억 원어치)가 들어 있었다. 이 씨가 자금 은닉 과정에서 사들인 금괴가 총 851개(680억 원어치)였기 때문에 약 절반은 아직 회수되지 않은 것이다. 이 씨는 금괴 구입 당시 거래소에 “금 1000kg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또 이 씨가 횡령한 돈으로 주식을 거래할 때 사용한 키움증권 계좌를 동결했다. 이 계좌에는 예수금이 약 250억 원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수된 금괴의 가치를 더하면 횡령액 가운데 회수 가능한 금액은 약 550억 원이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 씨는 동진쎄미켐 주식을 대량 구매해 ‘파주 슈퍼개미’로 불리던 지난해 10월경 다수의 상장사 주식에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한국거래소는 이 씨 명의 계좌의 거래 내역에서 동진쎄미켐 외에도 수억∼수백억 원대 주식 거래 기록을 발견했다. 이 씨는 동진쎄미켐 투자에서는 120억 원가량 손실을 봤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거액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전 세력 등 공범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향하던 고속철도(KTX)-산천 열차가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탈선해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7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KTX가 대전∼동대구 구간 상하행선을 일반 선로로 운행하면서 열차 운행이 최장 3시간가량 지연됐고, 열차 11편은 아예 취소되는 등 승객들이 종일 큰 불편을 겪었다.○ 미상 물체와 충돌 후 탈선5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46분경 승객과 승무원 303명을 태운 KTX-산천 23열차가 영동군 영동읍 회동리 영동터널을 지나던 중 객차 1량(4호차)이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열차 유리창이 깨지고 객실 선반에서 물건이 떨어지면서 승객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6명은 상태가 경미해 현장에서 바로 귀가했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나머지 1명도 큰 부상이 발견되지 않아 곧바로 퇴원했다. 코레일은 사고 직후 예비 열차를 편성해 오후 2시 2분경 나머지 승객들을 모두 이동시켰다. 또 대전∼동대구를 운행하는 KTX 열차를 고속선이 아닌 일반선으로 우회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KTX 열차 107편이 최장 3시간가량 지연됐고, 오후 2시 반 서울역 출발 부산행 KTX 등 11편은 아예 운행이 중지됐다. 코레일은 KTX 운행을 조기에 정상화시키기 위해 고압선을 차단하고 기중기로 객차를 옮기는 작업을 밤새 진행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6일 오전 5시 5분 서울발 진주행 열차부터 정상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은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승객들은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나며 불꽃이 튀고 열차가 흔들리더니 창문이 깨졌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서에는 “터널 내 철제 구조물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일각에서는 터널 내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달리던 열차와 부딪혔을 거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열차가 뭔가에 부딪힌 후 궤도를 이탈한 건 맞지만 어떤 물체와 부딪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원인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돼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이식용 장기 이송에도 차질이 빚어질 뻔했다. 충북소방본부는 오후 1시 46분경 “열차 지연으로 장기 이송이 늦어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급히 헬기를 출동시켰다. 대전에서 서울로 가던 또 다른 KTX 열차의 운행이 지연됐는데, 이 열차에 이식용 간이 실려 있었던 것. 소방 관계자는 “헬기가 도착하기 전 열차 운행이 재개됐고, 열차로도 이송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복귀했다”고 말했다.○ 발 동동 구른 승객들이날 오후 사고 소식이 전해진 서울역에서 열차 탑승을 대기하던 승객들은 예매했던 열차의 지연 취소를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오후 2시 반 열차로 경주에 가려던 유모 씨(27)는 “취소 안내 문자를 불과 8분 전 받았다”며 “급히 오후 3시 열차를 다시 잡았지만, 예정보다 1시간 더 늦어질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했다. 열차 지연 여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모 씨(24)는 “다른 열차를 예매했는데 알고 보니 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 시간만 늦어지는 것이었다”며 “부산 광안리 일몰을 보려던 계획을 망쳐버렸다. 이런 건 확실히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레일은 이날 운행이 취소된 열차 탑승객의 요금을 전액 환불해 주기로 했다. 사고로 운행이 지연된 열차의 탑승객에게는 요금의 50%(1시간 이상 지연 기준)를 보상한다. 보상은 신청하지 않아도 승차일 다음 날 자동으로 이뤄진다.영동=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에 반발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영업 제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각 점포의 불을 켜 놓는 ‘점등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전국호프연합회 등 자영업 단체들이 모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6~14일 식당 등의 영업이 제한된 오후 9시 이후, 실제 가게 영업은 하지 않지만 간판과 업장의 불을 끄지 않는 방식으로 정부에 항의의 뜻을 알리겠다고 4일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동안 희생을 감내했지만 정부는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있다”면서 “불합리한 정책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집단휴업을 예고했던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이날 휴업 방침을 철회했다. 8개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코자총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회의를 연 뒤 “투표 결과 동맹휴업 안은 부결됐으며, 대신 손실 보상 집단소송 등에 힘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에서는 코자총 소속 단체 가운데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한국휴게음식점중앙회, 한국프렌차이즈산업협회 등 4곳이 회원 피해 등을 우려하며 휴업에 반대 의견을 냈다. 코자총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의 영업 손실이 정부의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정부를 상대 소송에 참여할 자영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12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에 영업시간 연장과 모임 인원 제한 완화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지난해 말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센터 대표 A 씨(41·수감 중)가 엽기적인 방법으로 직원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폭행 직후 현장에 경찰 6명이 출동했음에도 범행을 파악하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 씨가 피해자 머리를 쓰다듬는 등 친분이 깊은 것처럼 행동했다”고 해명했지만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시경 “누나가 맞고 있다”는 A 씨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 6명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여성 대신 하의가 벗겨진 채 누운 남성 직원 B 씨를 발견했다. 만취 상태였던 A 씨는 “B 씨는 술에 취해 자는 것이고 신고와 관련 없다”고 둘러댔다. A 씨가 누워 있는 B 씨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 등을 본 경찰은 B 씨 하반신을 외투로 덮고 철수했다. 하지만 이후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경찰 도착 수분 전 A 씨가 B 씨의 하체를 70cm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7시간 후 A 씨는 “B 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재차 신고했고, 소방 당국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A 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막대에 의해 장기가 손상돼 숨졌다”는 1차 소견을 내놨고 경찰은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현장 출동 경찰관의 대처에 미비한 점이 있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지난해 말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센터 대표 A 씨(41·수감 중)가 엽기적인 방법으로 직원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폭행 직후 현장에 경찰 6명이 출동했음에도 범행을 파악하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 씨가 피해자 머리를 쓰다듬는 등 친분이 깊은 것처럼 행동했다”고 해명했지만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시경 “누나가 맞고 있다”는 A 씨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 6명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여성 대신 하의가 벗겨진 채 누운 남성 직원 B 씨를 발견했다. 만취 상태였던 A 씨는 “B 씨는 술 취해 자는 것이고 신고와 관련 없다”고 둘러댔다. A 씨가 누워 있는 B 씨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 등을 본 경찰은 B 씨 하반신을 외투로 덮고 철수했다. 하지만 이후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경찰 도착 수분 전 A 씨가 B 씨의 하체를 70cm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출동 당시 B 씨가 살아있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폭행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고 있다고 해 신체를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다”고 했다. 현장에는 범행에 사용된 막대도 그대로였다. 약 7시간 후 A 씨는 “B 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재차 신고했고, 소방 당국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A 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막대에 의해 장기가 손상돼 숨졌다”는 1차 소견을 내놨고 경찰은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현장 출동 경찰관의 미비점이 있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비대면 수업 상황을 십분 활용해 올해 있을 공인회계사(CPA) 시험에서 1, 2차를 한 번에 합격하는 게 새해 목표입니다. 물론 학점도 잘 받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02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점을 적극 활용해 자기 계발에 나서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제금융학을 전공하는 심모 씨(22)는 “실시간 수업보다 녹화 강의 위주로 신청한 뒤 일주일에 하루 이틀가량 강의를 몰아 듣고, 나머지 날에는 CPA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CPA는 휴학을 한 채로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비대면 대학 수업 수강과 시험 준비를 병행하고 있는 것. 심 씨는 지난해 학점도 4.5점 만점에 4.26점으로 우수한 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학의 비대면 수업이 전면화하면서 시간 관리가 자유로워진 점을 이용해 심 씨처럼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청년이 적지 않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갓생(‘God·신’+‘生·생’·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의 되는 삶을 뜻함)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부지런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Z세대’에게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했다. 수업과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 인턴 생활을 병행하기도 한다. 한 스타트업 회사에 취업해 3일부터 출근 예정인 오민석 씨(26)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학교 수업을 들으며 3군데에서 잇달아 인턴으로도 일했다고 했다. 퇴근 뒤 학교 수업을 듣고 과제를 준비했다. 오 씨는 “그동안 얻은 시간 관리 노하우를 살려 새해에도 회사 통근 시간을 활용해 경제지를 읽는 등 자기 계발을 이어가고 싶다”라고 했다. 휴학하지 않은 채 다른 대학 입시를 다시 준비하는 ‘반수(半修)’생이 늘어나는 것도 대학의 비대면 수업 전면화로 인한 코로나19 이후의 풍속도다. 대구 소재 대학에 2020년 입학해 재학 중인 박모 씨(22)는 다가올 2023학년도 경찰대 입시에 도전할 생각으로 지난해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박 씨는 “비대면 수업 상황에 적응한 올해에는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게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새해 목표”라고 말했다. 종로학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7만6000여 명이었던 반수생이 지난해에는 8만2000여 명으로 늘어났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추구하는 청년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 진출 경로가 점점 좁아지면서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는 MZ세대 현실의 일면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비대면 수업으로 생긴 시간적 여유까지 자기 계발에 쏟아붓는 건 생존을 위한 전력투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3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 해맞이 광장. 이곳의 명물로 유명한 ‘상생의 손’ 주변은 관광객 한 명 없이 텅 비어있었다. 국내의 대표적 일출 명소로 꼽히는 호미곶은 매년 1월 1일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하지만 이날은 포항시의 전면 봉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포항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경찰 등 500여 명을 배치해 광장 진입로를 전면 차단하고, 차량과 사람 모두 출입할 수 없게 봉쇄했다. 해변 주변 나무와 전신주까지 밧줄로 연결해 ‘접근 금지’ 푯말을 내걸었다. 특히 바닷가 주변 도로에 정차한 해맞이 차량까지 적극 단속하며 관광객의 해변 접근 자체를 막았다. 그 여파로 호미곶으로부터 10km 이상 떨어진 도로부터 차량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일대 전체가 한산했다. 경남 김해에서 온 김문현 씨(38)는 “손 조형물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무척 아쉽다”며 진입로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썰렁한 해맞이 명소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맞이 명소를 잇달아 폐쇄하면서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썰렁한 풍경으로 시작했다. 반면 일부 해변 출입이 허용된 강원도는 35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풍선 효과’를 겪으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일출을 보려는 인파 20만 명이 몰렸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1일 오전 9시까지 출입을 금지한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설치됐다. 울산 울주군도 이날 해맞이 행사를 취소하고 간절곶 인근 주차장(1964대)을 모두 폐쇄하는 동시에 간절곶으로 연결되는 도로 3곳을 모두 막았다. 전남 지역도 목포 유달산 새해맞이 타종식, 순천만국가정원 해맞이 등 31곳의 해넘이·해맞이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수도권 도심의 해맞이 장소도 대부분 폐쇄됐다. 수원 화성 성신사 약수터와 서이치, 서암문에서 서장대에 이르는 3개 구간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됐고, 성남시도 남한산성 수어장대에서 매년 열던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서해의 해넘이 명소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자택 해맞이’를 즐기려는 시민들도 많아졌다. 수원에 사는 나윤정 씨(35·여)는 “올해는 집에서 유튜브 생방송으로 해돋이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풍선 효과’로 비상 걸린 동해안 반면 강원 동해안 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는 1일 동해안을 찾는 차량을 35만6000대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29만5000대)보다 20.6%나 늘어난 수치다. 지자체들은 해변 출입 통제 등 특별방역에 들어갔다. 속초시는 1일 오전 9시까지 속초해수욕장 전 구간(1.2km)을 통제하고, 공영주차장 5곳도 폐쇄했다. 삼척시도 삼척해수욕장 백사장에 출입 금지 라인을 설치했다. 그러나 강릉, 동해 등 일부 시군은 방역요원을 배치하고 현장 방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변을 개방했다. 해변과 백사장은 면적이 넓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강릉 등 일부 해변은 1일 새벽부터 인파가 몰리는 등 ‘풍선 효과’로 몸살을 앓았다. 폐쇄된 해맞이 명소 주변 식당과 숙소에서도 풍선 효과는 이어졌다. 울산 간절곶 인근 한 식당은 “1일 새벽 예약이 이미 꽉 찬 상태”라고 밝혔다. 울주군이 인근 도로 일대를 통제하자 해맞이 관광객들이 이른바 ‘오션뷰’ 카페나 식당으로 몰린 것.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 씨(29)는 “보름 전 미리 간절곶의 오션뷰 카페를 물색하고 예약했다”고 말했다. 일출 명소인 부산 가덕도의 한 카페는 1일에 한해 2인 기준 8만 원의 예약비를 받았는데도 인파가 몰렸다. 관광객들은 바다 조망이 가능한 펜션 등 숙박업소에서 해맞이를 즐기기도 했다. 경북 영덕의 한 펜션 업주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찬 상황이었고, 방역 조치가 강화됐음에도 예약 취소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택가. 좁은 골목을 15분가량 걸어 도착한 박강훈(가명) 씨의 집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현관문 너머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이틀 전인 28일 오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회복지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 안에서 싸늘한 박 씨의 주검을 발견했다. 불이 켜진 전기밥솥에는 먹을 사람이 없는 밥이 담겨 있었다. 보온 시간으로 볼 때 박 씨는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마지막 식사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범죄 정황은 없었다. 경찰은 검안의 소견을 바탕으로 박 씨가 25일경 급성 심장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박 씨의 유족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30일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박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고, 40대였다.○ 한파 속 홀로 숨진 ‘고위험 가구’크리스마스를 전후해 기초생활수급자의 안타깝고 외로운 죽음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주변과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임종을 하고 뒤늦게 주검으로 발견되는 고독사 사례가 적지 않은 것.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고시원 공용 화장실에서는 80대 고시원 주민 김장용(가명)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직원이 발견했다. 전날부터 화장실 문이 계속 잠겨 있었던 것으로 볼 때 김 씨는 27일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고시원 측에 따르면 김 씨는 2016년부터 이 고시원에 월세 20만 원을 내고 혼자 살았다. 다른 가족과 교류도 거의 없었다고 해 경찰이 김 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종로구가 김 씨의 ‘무연고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이 고시원에서는 24일에도 혼자 살던 70대 주민 1명이 방 안에서 혼자 숨을 거뒀다. 2011년부터 거주해온 70대 강모 씨였다. 연락을 받고 찾아온 자녀가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렀다. 김 씨와 강 씨도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코로나19로 사회적 단절 심화고독사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더 악화되고 있다. 감염 확산을 우려해 일부 복지 서비스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된 탓이다. 서울시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지병이 있는 1인 가구 등을 고독사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가구’로 분류해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위험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대면 모니터링을 비대면 모니터링과 병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위험 가구는 휴대전화가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28일 숨진 채 발견된 김 씨도 이달에는 지자체 연락을 받지 못했다. 지자체 복지 담당자는 휴대전화가 있는 고시원 직원을 통해 김 씨의 건강상태 등을 간접적으로만 확인했다. ‘고위험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되던 교류 프로그램도 사실상 중단됐다. 종로구 주민센터 관계자는 “문화 체험과 한식 조리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었는데 코로나19로 2년째 멈춘 상황”이라며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교류를 활발하게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고독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감염병 사태를 핑계로 우리 복지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덮어버리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창문을 사이에 두고 안부를 확인하거나, 현관문만 열고 1, 2m가량 떨어져 잠시 대화하는 등 비대면 관리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편지를 씁니다.”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에 한 남성이 찾아와 노란색 봉투를 건넸다. 이 남성은 자신을 “미국에 있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이 건넨 봉투 안에는 재미동포 A 씨(72)의 사연이 적힌 편지와 1000달러짜리 수표 두 장이 들어 있었다. A 씨는 편지에서 2000달러를 “50년 전 얻어먹은 홍합 한 그릇의 보답”이라고 설명했다. 편지에 따르면 A 씨는 1970년대 중반 강원도 농촌에서 서울로 와 신촌 근처에 살던 고학생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 밤, A 씨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중 신촌시장 뒷골목에서 홍합을 파는 상인을 마주쳤다. A 씨는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상인에게 “홍합을 한 그릇 먹을 수 있겠느냐”며 “돈은 내일 가져다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상인은 A 씨에게 선뜻 따뜻한 홍합 한 그릇을 내주었다. 하지만 당시 사정이 좋지 않던 A 씨는 다음 날에도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후 A 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시간이 흘러 은퇴할 때가 됐지만 당시 내지 못한 홍합 값이 마음에 걸려 줄곧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한다. A 씨는 “지난 50년간 친절하셨던 그 아주머니에게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며 “이제 제 삶을 돌아보고 정리해가면서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 씨는 편지에 수표와 함께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너무 작은 액수라 부끄럽지만 그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속죄의 심정으로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편지를 전달받은 경찰은 A 씨의 요청에 따라 2000달러를 환전한 226만6436원을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마봄협의체)에 28일 기부했다. 마봄협의체는 지역 내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 장애인, 1인 가구 등에게 식품과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 서대문구 산하 단체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편지를 씁니다.” 12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에 한 남성이 찾아와 노란색 봉투를 건넸다. 이 남성은 자신을 “미국에 있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이 건넨 봉투 안에는 재미동포 A 씨(72)의 사연이 적힌 편지와 1000달러짜리 수표 두 장이 들어 있었다. A 씨는 편지에서 2000달러를 “50년 전 얻어 먹은 홍합 한 그릇의 보답”이라고 설명했다. 편지에 따르면 A 씨는 1970년대 중반 강원도 농촌에서 서울로 와 신촌 근처에 살던 고학생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 밤, A 씨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중 신촌시장 뒷골목에서 홍합을 파는 상인을 마주쳤다. A 씨는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상인에게 “홍합을 한 그릇 먹을 수 있겠느냐”며 “돈은 내일 가져다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상인은 A 씨에게 선뜻 따뜻한 홍합 한 그릇을 내주었다. 하지만 당시 사정이 좋지 않던 A 씨는 다음날에도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후 A 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시간이 흘러 은퇴할 때가 됐지만 당시 내지 못한 홍합 값이 마음에 걸려 줄곧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한다. A 씨는 “지난 50년간 친절하셨던 그 아주머니에게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며 “이제 제 삶을 돌아보고 정리해가면서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 씨는 편지에 수표와 함께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너무 작은 액수라 부끄럽지만 그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속죄의 심정으로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편지를 전달받은 경찰은 A 씨의 요청에 따라 2000달러를 환전한 226만6436원을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마봄협의체)에 기부했다. 마봄협의체는 지역 내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 장애인, 1인 가구 등에게 식품과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 서대문구 산하 단체다. 황영식 신촌지구대장은 “어려운 시기에 이런 기부문화가 더욱 퍼져 많은 분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성탄절인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상가에서 불이 나 건물 2층에 살던 80대 노부부가 숨졌다. 불이 난 건물의 주인이었던 노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건물에 입주한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등 선행을 베풀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서울 마포소방서 등에 따르면 25일 오후 1시 14분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인근의 한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 2층에 살던 80대 부부가 숨졌다. 남편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부인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을 거뒀다. 소방 관계자는 “할아버지는 다리 한쪽이 무릎 아래로 없는 상태이고, 할머니는 거동이 약간 불편한 상태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소방은 불이 2층에서 시작돼 3층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물 내부 마감재가 나무 재질이어서 불이 빠르게 번졌고 소방대원들이 내부에 진입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건물 1층에는 식당과 카페 등이 입점해 있었지만 영업 시작 전이었고, 3층에도 입주자가 있었지만 외출한 상태여서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불은 화재 발생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동아일보 기자가 화재 현장을 둘러보니 2층 흰색 외벽이 검게 그을려 있었고, 그을음은 3층까지 이어져 있었다. 플라스틱 소재의 창틀은 녹아내려 아래쪽으로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소방당국은 경찰과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인근 상인들은 노부부를 “붙임성 좋은 이웃”이라고 기억했다. 화재 건물 인근에서 장사를 해온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2, 3년 전부터 거동을 불편해하셨지만 꾸준히 외출하시며 이웃들과 교류하던 분들”이라며 “어르신들 사는 곳 수도관이 고장 나는 등 어려움에 처하면 주변 상인들이 선뜻 나서서 고쳐줄 정도로 사이가 가까웠다”고 했다. A 씨는 노부부의 선행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A 씨는 “카페가 있던 자리에서 장사하던 세탁소가 코로나19 이후 사정이 어려워지자 임대료를 선뜻 깎아주시던 분들”이라며 “결국 세탁소가 문을 닫게 되자 자기 일처럼 많이 안타까워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근처에 있는 마트 직원도 “2, 3일에 한 번씩 오셔서 1.5L 생수를 6개씩 사가시곤 했다”며 “붙임성이 좋으셔서 자녀 얘기나 날씨 얘기 등을 나누곤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노부부는 더 좋은 곳에 거처를 마련해 주겠다는 자녀들의 제안을 마다하고 “익숙한 동네가 좋다”며 건물에서 계속 거주했다고 한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성범죄자 조두순(69·사진)이 둔기를 든 괴한에게 피습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6일 오후 8시 47분경 경기 안산시 소재 조두순의 집에 20대 남성이 침입해 조 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 20대 남성은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을 조두순의 집 옆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페이스북에 “일을 마치고 주차를 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자 치안센터에 있던 분들과 잠복 중이던 형사 6, 7명이 뛰어 올라갔다”며 “조두순을 망치로 때린 사람은 현행범으로 검거됐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12일 출소한 조두순은 안산보호관찰소의 일대일 보호관찰을 받으며 24시간 위치추적을 받고 있다. 경기남부청 소속 기동대원들이 2명씩 짝을 지어 조두순이 사는 동네 주변을 24시간 순찰하고 있다. 조두순은 올 1월부터 배우자와 함께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 총 100여만 원을 매월 복지급여로 받으며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안산=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 씨(43·수감 중)에게 무상으로 차량을 제공받아 이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김무성 전 의원(사진)이 검찰에 송치됐다. 16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김 전 의원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로 판단해 불송치했다. 김 전 의원이 지난해 5월까지 김 씨로부터 제공받아 이용한 3대의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세단 S560과 제네시스 G80, 기아 카니발이다. 김 전 의원 측은 “벤츠는 친형이 김 씨에게 사기를 당한 금액의 담보 차원으로 받아 뒀던 것”이라며 “나머지는 합당한 대금을 지불하고 탔다”는 취지로 해명해 왔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김 전 의원은 2019년 10월 김 씨로부터 제네시스 G80을 제공받아 무상으로 이용하다 지난해 3월부터 이용료를 지불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차량은 김 전 의원의 부인이 최근까지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차량을 보관한 경위와 보관 장소, 이용 횟수 등을 들여다봤다”며 “나머지 두 차량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 씨가 김 전 의원에게 고가의 넥타이를 선물한 사실도 파악했지만 청탁금지법 위반 기준인 100만 원을 넘지 않아 국회에 과태료 처분을 통보하기로 했다. 9월 경찰은 김 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현직 검사,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언론인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의원까지 검찰에 송치되면서 김 씨의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모두 마무리됐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