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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1994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김옥화(가명·45) 씨가 23일 기자를 찾아왔다. 70세 넘은 그의 노모는 한국으로 오다 최근 중국 공안에 체포된 31명 중 한 명이다.“2월 초 중국에서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어머니가 중국으로 몰래 건너왔다고. 어떻게 딸을 찾았는지 제게 연락을 하신 거예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1994년 탈북한 이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어요. 아니, 소식도 모르고 살았죠. 그런데 어머니가 70세가 넘은 고령으로 한국에 사는 딸을 찾은 거예요. 전화기를 부둥켜 쥐고 소리쳤어요. ‘엄마, 내가 곧 갈 테니 며칠만 기다려줘.’ 태어나서 외할머니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둘째 아이와 사흘 뒤 어머니가 있는 중국으로 갔어요. 그리고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무려 18년 만에 만난 겁니다. 밤새 부둥켜안고 울었죠. 제 기억 속엔 젊은 모습이었던 어머니는 왜 그리도 늙으셨는지. 얼굴에 주름뿐이었어요.아버지 안부부터 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한에서 생활난을 못 이겨 탈북한 직후 굶어 돌아가셨대요. 아니, 자식을 굶기는 당신 처지를 자책하며 식음을 끊고 스스로 돌아가신 거라고 해요. 제 막내 남동생은 장마당에서 맞아 죽었답니다. 배고파서 장마당에서 음식을 훔쳐 먹다 발길질에 차여 가슴에서 피를 토하고 그만…. 남동생이 하나 더 있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직장에서 그 애라도 책임져 주겠다고 데려갔대요. 쌀이 없으니 이 애라도 직장에서 먹여 살려보겠다고 기숙사에 넣은 거죠. 그러고는 좀 있다 군에 보내더래요. 자식들도 없이 홀로 남은 어머니는 먹을 것을 구걸하며 이리저리 떠돌다가 다행히 어느 산골에서 일자리를 얻어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는 거예요. 중국에서 엄마와 이틀 밤을 보냈어요. 그리고 엄마를 한국행 탈북자 일행에 합류시켜 주고 저는 서울로 왔습니다. 귀국 비행기에서 정말 가슴이 부풀었어요. 이제 효도를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어떻게 여생을 행복하게 해드릴까 그런 상상만 했죠. 하지만 몰랐습니다. 그 기쁨과 설렘이 불과 하루 만에 깨질 줄은.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 엄마가 한국으로 오려다 선양(瀋陽)에서 공안에 체포됐다는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은 겁니다.이제 어쩝니까. 엄마가 중국에 들어온 직후 탈북 브로커가 전화로 ‘곧 한국에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지만 제3국을 돌아 한국에 오려면 몇 달이 걸릴 텐데 그전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직접 날아갔던 겁니다. 엄마가 그때 나를 안 기다리고 바로 떠나기만 했어도 체포되지 않았을 텐데. 중국에서 만났을 때 엄마가 제게 좀 더 있다 가면 안 되냐고 묻더군요. 너무 오래 한국을 비우면 그나마 어렵게 취직한 식당에서 잘릴까 걱정이 된 저는 ‘몇 달 뒤면 다시 만날 거야’라고 겨우 달래며 헤어졌어요. 그때 제가 며칠만 더 있었더라도 엄마는 체포되지 않았을 것을. 결국 제가 엄마를 죽게 만든 겁니다. 평생 이 죄책감을 어떻게 짊어지고 가야 하나요.우린 중국에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왜 중국은 이런 고통을 줍니까. 제발 어머니를 저희 품에 돌려보내 주세요. 평생 효도라고는 받지 못한 어머니, 딸자식에게서 밥 한 끼 얻어 드시지 못하고 돌아가셔야 하나요. 저는 지금껏 식당에도 못 나가고 집에 틀어박혀 울기만 합니다. 집 안이 감옥같이 느껴집니다. 애들(형제 둘)이 외할머니가 온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그 애들이 크면 민족의 이 비극이 끝날까요? 기자님?”김 씨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기자는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어느새 그녀와 함께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정부와 여당은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 ‘한국민 증명서’를 발급해 이들의 한국행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23일 국회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천식 통일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 협의를 열어 이런 대책을 논의했다고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밝혔다. 이 의장은 “‘한국민 증명서’를 (탈북자들에게) 발급해 주면 중국 공안이 석방할 수 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나왔다”며 “정부에 증명서 발급을 촉구했고 정부도 이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또 당정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차원에서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국회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 적십자인 ‘홍십자’에도 탈북자들의 인도적 처우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황우여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탈북자들의 법적 문제는 몇몇 나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와 인류의 문제”라며 “중국은 투명하게 국제법적 질서와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통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탈북자 강제 북송에 관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은 23일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결의안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89명)이 서명했다.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며 단식 중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이날 여야 의원 28명의 서명을 받아 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냈다.외교부는 이날 곧바로 ‘한국민 증명서’ 발급과 관련한 정책 검토에 들어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민 증명서’라는 이름의 서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교부는 여권을 분실한 한국 국적자 등에게 현지 공관이 발급하는 임시 여행증명서(TC)가 이런 증명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법무부와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긴 하지만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TC 자체는 얼마든지 발급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외교부 당국자는 “TC 발급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을 수 있다는 탈북자 단체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정부는 최대한 탈북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 활동가는 “한국인이라는 증명서는 체포된 탈북자들을 석방시킬 때 유용하다”며 “중국에는 아직 남한 북한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증명서 한 장이면 체포된 탈북자를 쉽게 꺼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다만 문제는 TC가 있더라도 중국이 출국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한국행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여권에 입국비자를 찍고 들어오지 않은 외국인이 나갈 때는 출국허가 절차를 따로 밟도록 하고 있다. 탈북자를 불법 월경자로 간주하는 중국이 이들에게 출국허가를 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서류 한 장이 없어 죽음의 문턱에서 딸을 구하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소녀 A 양의 가족들은 14일 외교통상부를 찾아가 “제발 내 딸이 한국 국민이라는 서류를 떼달라”고 호소했다. 전날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온 A 양이 “공안 관계자가 한국인이라는 영사관의 증명서류를 가져오면 석방해 주겠다고 한다”고 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A 양은 북한 사람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서류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수년 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부모들은 “우리 딸은 미성년자이고 부모가 다 한국에 살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탈북자를 북한 주민으로 규정한다면 중국에 탈북자 석방을 요구할 명분도 약해지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A 양은 최근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 31명 중 한 명이다.A 양 사례는 최근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려다 체포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현실적 문제 중 하나다. 탈북자 구출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체포된 탈북자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한국 국민으로 인정하는 서류만 발급해 주면 매년 북송되는 수천 명의 탈북자 가운데 상당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22일 중국 공안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안은 탈북자를 체포하면 일단 북한 주민이 아닌 무국적자로 간주해 심문한다. 만약 탈북자가 자신을 한국인으로 주장하며 남쪽에 가족이 살고 있다고 하면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걸친다. 이 때문에 최근 체포된 탈북자 중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은 심문 과정에 한국 가족과 몇 차례 통화까지 했다.중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은 3국으로 탈출하려고 이동하다 일선 공안원들에게 붙잡혀 중국 하급 파출소에서 심문을 받는 일이 많다. 보통 이 경우 현지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물밑에서 공안과 석방 교섭을 벌이는데 이때 가장 많이 요구받는 것이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다. 풀어줄 명분을 달라는 것이다. 공안 소식통은 “중국 정부 역시 탈북자 문제를 골치 아프게 여기고 있어 중앙의 개입 없이 지역에서 조용히 처리하길 바란다”며 “대다수 공안은 탈북자를 악착스럽게 잡아 북송시키는 데 별로 관심이 없지만 보낼 곳이 없으니 할 수 없다”고 말했다.한 탈북 지원 활동가는 “탈북자도 넓은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탈북자 전체에 대해 그렇게 해주는 게 어렵다면 남쪽에 가족이 있는 탈북자만이라도 한국인이라고 입증하는 서류를 발급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 먼저 탈북한 가족이 있는 탈북자는 북송되면 더 큰 처벌을 받는다.▼ 中공안들 “명분이 있어야 풀어주지…”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주민등록이 없는 탈북자를 한국 국민으로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법무부 소관으로 외교부 권한 밖이다”라면서 “하지만 만약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진다면 인증서류를 발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현재 정부는 제3국까지 도착한 탈북자에 대해선 한국인으로 인정해 주민등록이 없더라도 여권을 발급해 주고 있다. 이런 방침을 중국으로 확대하면 탈북자 가족들이 체포된 가족의 신상정보를 정부에 제공하며 보호를 요청해 오는 경우 한국인임을 인정하는 서류를 발급해 줄 수 있다는 게 많은 현지 활동가들의 주장이다. 물론 중국 당국이 앞으로 한국인 입증서류를 인정해 주지 말라고 전국 일선 공안에 지시를 하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경우 여권을 분실한 진짜 한국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또 다른 외교적 문제가 발생한다.판사 출신의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탈북자의 법적 지위는 본인이 북한 지역을 벗어나서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의사를 표시하는 때부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취급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에 들어오면 귀화하거나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만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우리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례며 헌법정신이다”라고 지적했다. 2000년 헌재 판결(97헌가12)과 1996년 대법원 판결(96누1221)에는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2008년 2월에 제정된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북한이탈주민’을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자’로 한정한 뒤 ‘대한민국은 보호대상자에 대하여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특별한 보호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신청을 받은 재외공관장은 지체 없이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에게 통보하여야 하며 국가정보원장은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결과를 통일부 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에 대한 처우는 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언론에 보도돼야 외교부가 중국에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고작이다.국제적으로도 이별한 가족, 특히 미성년 자녀는 부모와 함께 살도록 해주는 것이 보편적인 인도주의적 법률관례다. 미국 등 서방국들에는 ‘가족초청제도’가 있으며 한국도 중국동포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중국에 있는 미성년자를 초청해 함께 살 수 있도록 법으로 지정하고 있다. A 양처럼 부모가 한국에 거주하는 미성년자를 고문과 종신수용이 기다리는 북한으로 송환해 영영 생이별하게 만드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이 탈북자를 북송하는 과정에서 한국으로 가려 한 탈북자인지, 단순 탈북자인지를 가려내 북한에 통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으로 가려 한 탈북자는 북송된 뒤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처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북송 전에 한국행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북한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중국 공안은 이렇게 탈북자들을 북송한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통나무와 광물을 받아왔다고 중국 투먼(圖們)의 공안 소식통이 21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최근 중국은 한국행을 시도한 탈북자의 서류에는 색깔이 다른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북한에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탈북자 북송서류에 ‘한국행’이라고 직접 쓰면 중국이 북한에 협조한 명백한 증거물이 남기 때문에 1월엔 빨간 도장, 2월엔 파란 도장 등 시기별로 북한과 약속한 색깔의 도장을 찍는 방법으로 구분해 통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장 색깔로 북한에 탈북자의 한국행 시도 여부를 알려주는 것은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으로 계속 불거지자 고안해낸 방법으로 알려졌다. 북-중 관계가 좋았을 때는 심문 서류를 북한에 몽땅 넘겨준 일도 있었고 심지어 1990년대 후반에는 북한 국가보위부 조사관이 직접 중국에 건너와 중국 조사관으로 위장하고 탈북자들을 취조했다는 증언도 있다. 당시 북송된 경험이 있는 북한군 대위 출신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국장은 “동정하는 척하며 맞장구를 쳐주는 중국 조사관의 유도질문에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말을 서슴없이 했는데 북송될 때 북한에서 마중 나온 보위부 요원이 바로 그 조사관이었다”고 21일 말했다.▼ ‘한국행 시도’ 도장 찍히면 북송 뒤 생존 가능성 희박해져 ▼중국이 탈북자의 한국행 의도를 북한에 통보하지 않는다면 탈북자가 북송돼도 살아날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북한 보위부 소속 탈북자 조사관들이 직접 중국에 가서 일일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수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북송돼 취조받을 때 한국에 갈 생각이 없었다고 끝까지 버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공안이 취조할 때는 탈북자의 목적지를 가려내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 한국행 탈북자들은 대부분 한국행을 도와주는 일행 등과 함께 체포되기 때문이다. 현지의 중국 당국은 이렇게 탈북자 체포에 적극 협조하고 엄중 처벌 대상 탈북자들까지 골라준 대가로 북송한 탈북자 수만큼 북한 측으로부터 통나무와 철광석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 대가는 시기별로 달라지지만 주로 백두산 원시림에서 벌목한 나무와 무산광산 철광석 등이 건네지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와 통나무의 교환은 1998년 이전부터 시작돼 벌써 14년 넘게 이어져온 전통이라고 복수의 탈북자들이 증언했다. 중국은 체포한 탈북자들을 주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압록강 건너 맞은편인 단둥(丹東)과 두만강의 함경북도 온성군 맞은편 투먼을 통해 북한에 넘긴다. 이 외에도 북한과 중국 간 다리가 연결된 여러 지역에서 탈북자들이 북송된다.투먼 한 곳만 해도 최근 1년간 북송된 탈북자가 3000명을 넘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를 미루어 짐작하면 중국에서 한 해 북송되는 탈북자가 5000명은 훨씬 넘는다고 유추할 수 있다. 중국은 투먼변방수용소에 탈북자들을 감금했다가 인원이 차는 대로 매주 한두 번씩 버스에 태워 북한에 넘긴다. 과거엔 군용트럭으로 북송했지만 북송 도중에 북-중 국경다리에서 몸을 던져 죽음을 택하는 탈북자들이 많아 버스로 바꾸었다고 한다.투먼변방수용소는 지린(吉林) 성에 소속된 국제감옥(외국인 수감용)이지만 실제 수감자는 모두 탈북자다. 이곳에서 탈북자 구타가 수시로 이뤄지며 북송을 앞두고 공포에 질린 여성 탈북자들을 성추행하거나 심지어 북송을 늦춰주겠다는 등의 회유를 하며 성관계를 요구하는 일도 끊이질 않는다고 이곳을 경험한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가슴 터지는 이 심정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꼭 구해주십시오. 북으로 보낼 바에는 차라리 죽여서 시신이라도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제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입니다. 제발 그 애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주세요.”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31명의 가족들이 1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호소했다“김정일 애도기간이라 이번에 북송되면 무조건 본보기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살아서 북으로 끌려가면 오늘은 어떤 고문을 당할까, 내일은 어떤 고문을 당할까…. 이렇게 본인도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가족도 함께 고통에 몸부림칠 바에는 한순간 마음이 아프더라도 차라리 죽여서 시신만이라도 어미 품으로….” 아들이 체포돼 있는 문영은(가명) 씨는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가족들은 혈육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지난 한 주간 제대로 자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치권과 정부, 중국 공관 등에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다 보니 추위와 체력적 한계로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김유미(가명) 씨는 독감에 걸려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으면서도 동생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다음 날 고열 속에 북송 반대 시위대열에 합세했다. 17일 채널A의 ‘박종진의 시사토크 쾌도난마’에 출연하기 위해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김 씨의 입술은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 체포된 혈육들의 북송이 오늘내일 시간을 다툰다는 언론 보도는 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심하게 옥죈다. 이들과 동행하며 구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 회장은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31명의 탈북자는 선양(瀋陽) 투먼(圖們) 등 각 구류소에 분산 수감돼 있으며 아직 북송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가족들의 가장 큰 걱정은 중국 당국이 시간을 질질 끌다가 세계적인 구명 여론이 잦아들었다고 생각되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조용히 탈북자들을 북송시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탈북자 구출을 촉구하는 여론을 계속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피해자 가족들은 아파도, 힘들어도 결코 주저앉을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체포된 혈육들의 생명을 하루라도 더 연장시키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구명에 유엔 기구가 팔을 걷고 나섰다. 유엔 산하 유엔난민기구(UNHCR)는 17일 탈북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중국 당국에 요청했다. 앤 메리 캠벨 UNHCR서울사무소 대표는 17일 채널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베이징사무소를 통해) 중국 당국에 억류된 탈북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한편 이들이 북송될 경우 가해질 박해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함께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캠벨 대표는 “중국은 1951년 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 가입국이며 탈북자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하는 것은 이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1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북자 북송을 막아줄 것을 촉구하는 현병철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보냈다. 캐나다 북한인권협의회는 16일 토론토, 오타와 주재 중국총영사관을 통해 후진타오 주석에게 “탈북자의 북송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조 대니얼 연방하원의원 사무실에서 북송 중지를 촉구하는 행사와 난민 보호를 위한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탈북자 구명운동은 국내에서도 활발히 일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각종 시위 참여에 소극적이던 국내외 정착 탈북자들이 구명운동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17일 오후 국내 탈북자 최대 커뮤니티사이트 ‘새터민들의 쉼터’ 회원들은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시위를 벌였다. 전날 ‘소향’이라는 닉네임의 한 탈북자가 “우리가 가만있으면서 어떻게 세계와 한국 정부에 형제들을 구명해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가”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판에 올리자 탈북자들이 호응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광주지역 탈북자들도 16일에 이어 17일에도 광주 주재 중국영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 중단을 요구했다. 시위를 주도한 지현아 씨(33)는 북송돼 지옥 같은 증산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적이 있다. 역시 탈북자가 대표로 있는 통일운동단체 ‘통일시대사람들’은 홈페이지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번역한 탈북자 구명 호소문을 게재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e메일 팩스 등을 활용해 호소문을 전 세계에 릴레이로 전파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탈북자 구출을 위한 서명운동도 활발하다. 기독교사회책임 등 10개 북한인권단체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중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명자 명부를 외교통상부와 주한 중국대사관, 유엔에 전달할 계획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탈북자 북한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온라인 탄원운동을 시작해 수천 명의 서명을 받았다. 다음 아고라와 세계적인 서명운동 사이트인 체인지에서도 서명운동이 시작돼 1만 명 이상이 이미 서명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안 채널A 기자 jkim@donga.com }
북한이 탈북자로 위장해 탈북자를 색출할 임무를 지닌 요원을 중국에 대거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에서 검거된 탈북자들도 이 위장 탈북자들로 인해 중국 공안에 발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지원단체인 탈북난민인권연합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국가안전보위부와 정찰총국 소속 탈북자 검거요원을 대거 중국에 보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15일 전했다. 이번에 파견된 요원 수는 역대 최대 규모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에도 종종 탈북자로 가장한 요원을 중국에 파견해 왔지만 보통 수십 명 규모였다. 이 단체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암약하는 북한 검거 요원이 최대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탈북자 색출 요원을 대거 파견한 것은 김정은의 지시라기보다는 김정은 등장 이후 보안기관별 충성경쟁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뒤 탈북자 방지에 가장 큰 관심을 쏟자 시군 단위 보위부까지 나서 ‘김정은 대장의 심려를 덜어드리겠다’며 각자 탈북자 체포조를 조직했다는 것. 요원 대다수는 각 지역과 부서에서 선발한 30대 위주의 장교로 구성돼 있으며 중국에선 탈북자로 위장해 주로 2인 1조로 활동한다. 이들 체포조는 실적에 따라 훈장과 승진을 보장받기 때문에 탈북자 색출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이들은 북-중 무역을 통해 확보되는 자금으로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선양에서 체포된 탈북자 10명 중에도 북한 요원으로 추정되는 남매 두 명이 포함돼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윤일과 윤옥이라는 이 남매는 20대 후반이라고 소개했다. 탈북자들이 체포된 직후 이들은 바로 현지 공안 구류장에서 풀려났다. 과거엔 중국에서 탈북자로 가장해 활동하던 북한 요원이 체포되면 중국에서 석방되지 않고 북한으로 송환돼야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즉시 풀려나는 것을 보면 중국 공안이 북한 요원들의 활동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세계적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가 최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호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탈북자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각계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AI는 14일 “권력 교체기에 있는 북한 당국이 지난달 탈북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발표해 상황이 더 위태롭다”며 “유엔난민협약국인 중국은 탈북자들이 망명 절차를 밟고 유엔 난민기구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서구 언론은 물론이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까지 15일 탈북자들이 북송 위기에 처했다는 본보 보도를 요약해 전재했다. 환추시보는 “동아일보는 탈북자들이 송환되면 ‘3대 멸족’에 처해질 것이라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누리꾼들도 탈북자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은 “3대를 멸한다니! 너무 사악하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은 “(북한은) 인간성을 가질 수 없나”라고 지적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한 이용자는 “북한의 이 같은 인권 상황에서 송환은 살인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그들을 한국으로 보내자”라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방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에게 탈북자들이 난민법과 유엔협약에 따라 자유롭게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직언을 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외교통상부가 중국 정부에 탈북자 북송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만 했을 뿐 체포된 탈북자들에 대한 정보를 일절 확인해 주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중국 특유의 시간 끌기 작전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금까지 탈북자 체포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무반응으로 버티다가 여론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아가면 체포된 탈북자들을 슬그머니 북송했다. 북한인권선교회 김희태 회장은 “지난해 9월 말 중국에서 탈북자 35명이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해 한국에서 반대 여론이 일었을 때도 두 달 넘게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변방수용소에 이들을 구금해 놓고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끝내 북송시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8일 선양(瀋陽)에서 탈북자들을 체포한 중국 공안은 처음엔 탈북자들에게 한국 가족들과 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현재는 위치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중국 공안당국의 탈북자 처리 행태로 봤을 때 탈북자들은 모처에서 계속 조사를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중국 당국은 이들을 20일 전에 북송시킬 계획이었지만 비난 여론이 크게 확산되는 바람에 시기를 다시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집단 체포하면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분리 처리해 왔다. 우연히 체포된 경우 공안국에서 기본적인 심문을 한 뒤 변방대로 넘겨 단둥(丹東) 또는 투먼수용소에 넘기지만 추적을 해서 잡은 경우엔 체포를 의뢰한 지역의 공안국으로 호송한다. 이번에 선양에서 체포한 탈북자 9명조와 7명조를 곧바로 각각 옌지(延吉)와 창춘(長春)으로 보낸 것도 이곳에서부터 탈북자 이동을 인지해 체포 작전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도시에 보내진 탈북자들은 탈북 이후 행적, 특히 도와준 사람 및 브로커와 연계를 맺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받는다. 조사가 끝나면 이들 역시 변방수용소로 호송되는데 여기서 일정한 규모의 북송 인원이 차길 기다렸다 한꺼번에 북에 보낸다. 일반적으로 투먼보다 단둥이 북송 전까지 대기 기간이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남미 온두라스의 한 교도소에서 14일 밤 화재가 발생해 300명이 넘는 재소자가 철창에 갇힌 채 목숨을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북쪽으로 140km 떨어진 옛 수도 코마야과 소재 교도소로 852명의 폭력범 및 마약사범이 수감돼 있었다. 화재를 진압한 뒤 357명의 결원이 확인됐다. 대다수가 화재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는 탈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당국은 교도소 내 폭동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호수에 가르시아 소방당국 대변인은 감방 열쇠를 갖고 있던 교도소 직원의 행방을 알 수 없어 많은 재소자가 감방에 갇혀 있었던 것이 피해가 커진 이유로 꼽았다.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관들은 “총격 때문에 교도소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며 “불에 탄 교도소가 사실상 무법 상황”이라고 전했다.중남미 국가들의 수감시설은 과잉 수감과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데 온두라스의 교도소 실태는 특히 심각하다. 2004년 5월에도 온두라스에서 교도소의 화재로 100여 명이 사망한 바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 공안에 탈북자 31명이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했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뒤 국내외에서 탈북자를 구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14일 “정부는 중국 측과 협의해 이들의 북송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탈북자 체포 소식을 보도한 동아일보 14일자 지면을 펼쳐 보이며 “중국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 탈북자를 난민으로 처우하고 북송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황우여 원내대표도 외교통상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북자 강제송환 관련 간담회에서 “탈북자의 법적지위는 본인이 북한을 벗어나 한국으로 올 의사를 표현한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 취급해야 한다”며 “과거 동독 탈출 주민도 같은 법 적용을 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중국도 이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을 찾아가 탈북자 석방을 촉구했다.각계 시민단체들도 강제북송 반대에 목소리를 모았다.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10개 북한인권단체 회원 150여 명은 이날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북자 강제송환은 중국이 가입한 난민조약과 유엔이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 위반”이라며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난민 여부를 심사하고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출국하도록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전부터 중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통일시대사람들 임영규 이사는 “구속된 탈북자들이 석방될 때까지 릴레이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미국에 있는 북한자유연합(대표 수잰 숄티)은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방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에게 인도주의적 탈북자 처리를 촉구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외교부는 이날 탈북자 가족 6명을 외교부 청사로 불러 위로하고 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중 한국대사관과 우방국 대사관을 통해 노력 중이고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관 참사관을 외교부로 불러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억류된 탈북자 신상 등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고 있으며,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북송할지 한국으로 인도할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수년 전 탈북해 한국에 살고 있는 A 씨는 최근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가 국경지대로 갔다. 자신이 넘어올 때에 비해 중국 측 경비가 더욱 삼엄해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중간에서 도와 줄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직접 꽁꽁 언 두만강을 건너가 가족과 만나고 돌아왔다. A 씨의 집은 매우 외진 곳이어서 감시가 별로 심하지 않은 데다 그가 주변 지리를 훤히 알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그를 경악하게 한 것은 중국으로 다시 나온 그가 며칠 뒤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동북 3성 모 도시의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타려 할 때였다. 출국수속을 모두 마치고 한국 국적 비행기에 올라 이륙을 불과 20분가량 남긴 시간, 공안 관련 요원 여러 명이 기내에 들어와 그에게 “여권을 보자”며 비행기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그들은 조용한 곳에 이르자 갑자기 그의 신발 밑창을 보자고 했다. 신발을 살피던 그들은 “신발 밑창 모양을 보니 조선에 갔다 온 사람이 맞네. 우리가 잡아도 할 소린 없겠지만 이번에 조용히 보내준다”고 말했다. 공안들은 A 씨가 북한에 들어갔다 올 때 어딘가에 남긴 족적(足跡) 정보를 갖고 신발을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다. 탈북자 단속과 검거 등을 위한 국경지역의 북-중 공안 기관 간 협조가 긴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A 씨는 말했다.최근 북-중 국경 일대를 방문한 탈북동포 B 씨는 “중국 내륙 소도시에서 국경까지 나가는 길목에 2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변방 수비대 초소와 공안국 초소가 하나씩 생겼고 국경의 감시 카메라도 늘고 전에 보이지 않던 곳에도 철조망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고 말했다.북한 정보기관 출신의 소식통 C 씨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공항의 경우엔 이곳을 오가는 한국인 신상 정보가 오래전부터 북한 보위부와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이번에 탈북자 31명이 체포된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의 한 고위 공안 소식통은 “동북 3성에서 탈북자가 체포되면 현지 북한 영사관에 명단이 즉각 통보되기 때문에 체포 뒤 24시간 내에 손을 쓰지 못하면 사실상 구출이 힘들다”고 말했다.중국이 탈북자 색출 및 검거를 위해 북한에 얼마나 잘 협조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북한은 최근 몇 달간 북-중 국경의 북한 땅에서 한국과 이뤄지는 휴대전화 통화를 막기 위해 방해 전파를 쏘고 있다. 그 전에는 중국 휴대전화 통신이 가능한 북한 지역에서는 한국과도 직접 통화가 가능했으나 요즘은 거의 불가능하다.북한이 강력한 방해 전파를 쏘면 국경 인근 중국 내의 통화도 방해를 받아 중국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 신의주 건너편 단둥(丹東), 혜산 건너편 창바이(長白) 등이 이런 지역이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주민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한국과 북한 내의 가족 등이 서로 통화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북한을 돕고 나선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최근 중국으로 탈북했다 8일 선양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A 양의 아버지 김영남(가명) 씨가 “내 딸을 부모가 눈물 속에 기다리는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여달라”고 호소했다. 동생 B 군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있는 김영란(가명) 양도 “북한에 계시던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동생 외 다른 2명의 혈육은 모두 한국에 있다”면서 “가족도 없는 북한으로 동생을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수일간 집단으로 체포된 탈북자 31명 대부분은 한국에 부모 형제 등 혈육이 있다. 이는 과거 가족들은 모두 북한에 있는데 혼자 넘어오던 때와는 달라진 탈북 흐름을 보여준다.한국 입국 탈북자가 지난해 말 2만3000명을 넘어서면서 먼저 한국에 와 자리를 잡은 가족들이 중국의 탈북 브로커들에게 돈을 줘 북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010년 말 양강도 혜산에서 탈북한 최모 씨의 경우 지난해 초 탈북자 정착 지원기관인 하나원을 나와 서울에 자리 잡은 뒤 12월 중순까지 불과 10개월 만에 10여 명의 북한 가족을 모두 데려왔다.한국에 가족이 살고 있어 이뤄진 계획적 탈북 과정에서 체포된 탈북자는 북한 주민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국민의 가족이라는 특징도 있다. 이미 탈북한 가족이 한국 국민이 됐기 때문이다.이는 한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과거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다. 과거 중국 당국은 탈북자 문제는 북한과 중국 간의 문제로 한국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국제 난민 협약에 따른 인도적 처리에만 호소해야 하는지 고민했다.하지만 체포된 탈북자의 가족이 한국 국민인 경우 이는 한국 국민 가족의 문제가 된다. 그런 만큼 한국 정부도 ‘조용한 외교’를 펴온 기존 태도에서 벗어날 명분이 생겼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 혈연을 강조한 인도주의적 호소를 하며 정공법으로 나갈 여지가 생긴 것이다. 통일운동단체인 ‘통일시대사람들’의 김지우 대표는 “최근 탈북자들이 미국, 영국 등에 적극 진출해 현지 시민권을 따고 있는데 머지않아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가 미국인의 가족, 영국인의 가족이 돼 복잡한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중국은 지금까지 북송된 사람들이 박해받은 증거가 없기 때문에 난민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탈북자 수가 늘면서 북송된 탈북자가 받는 가혹한 처벌의 증거가 사진 영상 등으로 외부 세계로 속속 노출되며 중국의 논리는 점점 궁색해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북한의 탈북자 처벌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해지고 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으로 헤어진 혈육들이 영영 다시 못 만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조용한 외교’만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대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앞으로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탈북자 대규모 체포는 또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함께 모여 살려는 혈육들의 간절한 욕망이 있는 한 탈북 흐름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께.지난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가족들의 애끊는 절규가 저에게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주석님께 편지를 쓰는 용기를 줬습니다. 이제 저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주석님뿐입니다.저 역시 중국을 거쳐 온갖 간난신고 끝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입니다. 북송을 목전에 둔 탈북자들이 느낄 두려움과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 글이 체포된 탈북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마지막 생명줄이 되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갑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체포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해 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석님, 북한의 탈북자 처벌은 과거와 비할 바 없이 가혹해졌습니다. 최근 북한은 탈북을 체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탈북하는 주민들을 국경에서 현장 사살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일 사후 처벌은 더욱 강화돼 100일 애도기간 중 탈북한 사람들은 3대를 멸족시키라는 지시까지 하달됐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행에 올랐던 이들이 한꺼번에 북한에 끌려가면 즉시 본보기로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중국은 최근 들어 탈북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에 철조망을 치고 탈북자 색출, 국경 순찰, 전파 탐지 등 여러 부분에서 북한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탈북자들을 죽음으로 등 떠미는 악역을 언제까지 감당하려 하십니까. 공개 처형과 죽음의 수용소가 아니면 주민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체제의 뒤를 언제까지 봐주려 하십니까.지난 10여 년간 중국에서 수만 명의 탈북자가 북송됐고, 이들 중 많은 이가 가혹한 형벌과 굶주림 끝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의 죽음에는 중국 역시 책임이 있습니다. 탈북자를 한 명 두 명 죽음의 벼랑 아래로 떠밀 때마다 북한의 민심이 중국에서 멀어져 가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하시렵니까.이번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상당수는 가족이 한국에 있습니다. 그들 중엔 한국엔 형과 누나가 살지만 북에는 아무런 혈육도 없는 10대 소년도 있습니다. 식당 허드렛일로 한 푼 두 푼 겨우 모은 돈으로 데려오려던 막내가 죽게 됐다는 소식에 형과 누나는 식음도 전폐한 채 방구석에서 상처 입은 사슴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습니다. 체포된 한 소녀의 부모는 10일 한국의 외교통상부를 찾아 통곡하며 구출을 못할 바에는 딸에게 제발 독약이라도 전해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딸이 북한에 끌려가 온갖 험한 꼴을 당하다 죽을 바에는 차라리 중국에서 죽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다른 가족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입니다.탈북자들이 북송되면 한국에 살고 있는 수십 명의 가족까지 평생을 고통과 악몽, 죄책감에 시달려야 합니다. 후진타오 주석님, 올해는 한중수교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의 모든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인들이 주석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디 저들이 기쁨 속에 가족과 재회할 수 있게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래서 모두가 주석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낼 수 있게 선처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탈북자 31명이 최근 중국 공안에 잇따라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 출범을 계기로 북한 당국이 탈북자는 3대를 멸족시키겠다고 공언한 이후 중국에서 탈북자들이 대규모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중국 현지 활동가들에 따르면 8일 오후 6시경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 시를 떠나 제3국으로 향하던 탈북자 12명(남자 4명, 여자 8명)이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시 선허 공안분국에 체포됐다. 이들 중 남매로 위장한 2명은 중국 공안 정보원이었다. 비슷한 시간 선양 다른 지역에서도 탈북자 9명이 체포돼 옌지로 송환됐다. 선양에서는 주말과 12일에도 탈북자 7명과 5명이 각각 체포돼 창춘(長春) 등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은 탈북자들이 출발할 때부터 추적했으며, 북한 측과 12, 13일 두 차례 조중공안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 공안 당국자는 체포된 탈북자들에게 “늦어도 20일까지는 모두 북송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말 “김정일 사망 애도기간에 탈북하면 3대를 멸족시키겠다”고 대국민 선전을 벌였다. 북한이 정한 100일 애도기간은 3월 말까지다. 이번에 체포된 탈북자 중 상당수가 김정일 사망 이후 탈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 북한 소식통은 “최근 북송된 사람들은 정치범수용소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함북 수성정치범관리소에 종신 수용될 가능성이 크며 일부는 고향에서 본보기로 공개 처형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수성관리소에는 미성년자 수감시설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며칠 동안 한국 관계당국이 중국 측과 탈북자 석방 교섭에 나섰지만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체포된 탈북자의 한국 내 가족들은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요청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사)21C 한중교류협회(회장 김한규)와 주한 중국대사관은 8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대연회장에서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21C 한중교류협회는 200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에 참석한 주룽지(朱鎔基) 당시 중국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설립됐으며 2001년부터 매년 ‘한중 지도자포럼’을 개최하는 등 양국의 민간교류 확대와 우호 증진을 위한 사업을 해왔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민간 차원에서 열린 첫 기념행사인 이날 행사에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고흥길 특임장관 내정자,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 등 한국 측 인사 300여 명과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와 대사관 간부, 중국기업체 대표 등 중국 측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유명 관광지인 필리핀 중부 세부에서 서남쪽으로 약 80km 지점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해 최소 43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실종됐다고 외신이 6일 보도했다. 지진은 이날 오전 11시 49분(현지 시간)에 세부 섬과 네그로스 섬 사이의 해역 깊이 약 46km 지점(진원지)에서 발생했다. 사상자는 대부분 지진 진앙에서 불과 5km 떨어진 필리핀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네그로스 섬에서 발생했다. 네그로스 지역은 판잣집들이 많아 피해가 더 커졌다. 네그로스 섬 오리엔탈 주 기훌릉간 시에서 산사태로 가옥 30여 채가 묻혀 최소 29명이 숨졌다. 라리버타드 시에서도 3층 건물이 붕괴되고 지진으로 갑자기 높아진 파도가 해안 옆 주택 5채를 무너뜨린 것으로 알려졌다.한인들이 많이 사는 인구 230만 명의 관광도시 세부에는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주필리핀 대사관이 한인회 비상연락망을 통해 교민과 여행객 피해를 확인했지만 피해가 보고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부와 네그로스 인근에는 약 2만 명의 교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의 한국 거주민은 “이곳에서 측정된 지진의 규모는 4.8로 3분 정도 진동이 느껴지고 1분 정도의 정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세부 섬 남쪽의 바닷물이 흙탕물로 변하고 약 1m 높이의 작은 쓰나미가 밀려왔다는 목격담도 전해졌다. 미국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는 진원지의 위치가 섬 사이 해협에 있어 태평양 지역으로 쓰나미가 확산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초 지진 후 크고 작은 여진이 200여 차례나 보고됐다. 필리핀 중남부 지역은 환태평양대 ‘불의 고리’에 위치해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1990년 루손 섬에서는 규모 7.7의 지진이 발생해 2000여 명이 숨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북한 내 휴대전화 독점사업자인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텔레콤이 2일 밝혔다. 지난해 초 40만 명이 좀 넘었으니 1년 새 2배 이상으로 성장한 셈이다. 가입자 증가 속도와 북한의 경제수준을 놓고 볼 때 300만 명 돌파까진 무난해 보인다. 이 소식을 듣고 ‘중이 고기에 맛 들이면…’ 하고 시작되는 옛 속담이 떠올랐다.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북한 위정자들이 달러 벌어들이는 맛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100만 명이란 숫자 뒤엔 어마어마한 노다지가 숨겨져 있다. 북한이 가입자에게 약 300달러에 독점 판매하는 중국산 휴대전화는 원가가 80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 개당 이윤이 220달러, 100만 명이면 2억2000만 달러가 떨어진다. 판매 수익은 고스란히 북한이 갖는다. 요즘엔 터치폰도 보급된다. 휴대전화 부품은 모두 중국산이지만 자판만큼은 철저히 ‘주체형’이다. 차림표(메뉴) 통보문(메시지) 수작식사진기(디지털카메라) 축전기(배터리) 유희(게임) 다매체(멀티미디어) 기억기(메모리) 등 대다수 용어가 북한식으로 표기된다. 북한은 또 가입비 명목으로 140달러를 따로 받는다. 100만 명이면 1억4000만 달러다. 거기에 통신요금도 따로 받는다. 이집트 통신사의 수익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은 휴대전화 사업이 시작된 최근 3년간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약 3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개성공단 8년 동안 남측에서 인건비로 1억8000만 달러를 받았음을 감안할 때 휴대전화 사업은 개성공단 몇 개를 운영해 버는 만큼의 달러를 북한 위정자들에게 안겨주었다. 과거 북한 지배층이 달러를 거둬들이는 방법은 주로 대중을 강제로 동원해 금이나 송이 등을 캐서 국가에 바치게 하는 ‘충성의 외화벌이’ 방식이었다. 그러던 북한 지배층에게 휴대전화 사업은 새로운 노다지 밭이었다. 북한이 인터넷은 금지하면서 휴대전화만 허용한 것은 인터넷의 파급력은 통제할 수 없지만 휴대전화는 통제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북한도 비록 인트라넷이긴 하지만 자유게시판이나 채팅을 허용했다. 하지만 2006년 6월 한 사이트 게시판에 “모여서 농구경기를 벌이자”는 글이 오르고 청년 수백 명이 이에 호응해 평양체육관 앞에 나타나는 일이 벌어지자 보위부는 공공기관에서만 사이트와 채팅에 접속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온라인의 위력에 겁을 먹은 것이다. 휴대전화는 군중 동원력은 떨어질지 모르나 북한 상인들에게 타지 가격 동향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지배층의 주머니가 불룩해지는 것에 비례해 시장화의 흐름은 거세지고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깨어난 뒤 10년 가까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죽음과 가까워지는 길임을 알면서도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다. 폐쇄경제를 고집하려 한다면 북한 위정자에게 휴대전화는 담배와 같은 자멸의 유혹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개혁으로 가려 한다면 휴대전화는 인프라도 얻고 돈도 챙기는 꿩 먹고 알 먹기 사업이 될 것이다. 휴대전화 확산이 북한 위정자들에게 ‘조금만 인민에게 양보하면 나라 곳곳에서 노다지가 쏟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20세기 초 사회주의 적색혁명을 이뤘던 러시아에서 21세기 초 ‘백색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다. 29일 모스크바 중심부는 흰색 리본과 풍선을 매단 승용차 3000여 대(주최 측 주장)가 한꺼번에 몰려 나와 3시간 넘게 행진하는 바람에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3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집권하는 것에 반대하는 대규모 자동차 시위가 열린 것.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거리를 누비는 동안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흰 손수건을 흔들었다. 흰색은 푸틴 총리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러시아 시민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조지아 장미혁명, 키르기스스탄 튤립혁명과 같은 옛 소련 국가들의 색깔 혁명에 이어 러시아에선 백색혁명이 시작된 것. 지난해 12월 총선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로 대규모 시위가 발발한 뒤 시민운동가들은 깨끗함과 순결함의 상징인 흰색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대규모 반(反)푸틴 시위가 예정된 다음 달 4일에도 모스크바엔 흰색 물결이 넘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위대의 구성을 따져 보면 정작 순결함의 상징으로 내세운 흰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참가자들도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29일 분석했다. 시위대에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세계화’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적 진보주의자들도 있지만 ‘슬라브인의 러시아’ ‘외국인 추방’을 요구하는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띤 극우파도 있다. 시위의 양대 축은 반푸틴이라는 공통점만 아니라면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다. 한 자유주의 활동가는 “집회 도중 네오나치주의자들이 외국인 추방과 ‘러시아인을 위한 러시아 건설’을 구호로 외치면 정말 큰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쿠바 공산당 특별대회가 28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가운데 국가평의회 의장을 포함한 주요 간부의 임기 제한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특히 북한에서 한 달 전에 3대 세습 정권이 출범한 가운데 비슷한 시기 쿠바는 그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지구상에서 50년 넘게 세습독재를 실시하고 있는 공산국가는 쿠바와 북한뿐이다. 첫날 회의가 끝난 29일에는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약 800명의 대표가 참가한 이번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회의 의제에 당 간부의 장기집권을 금지하는 파격적인 정치개혁안이 올랐다고 전했다. 쿠바 공산당이 주요 간부직의 임기를 제한하는 방안을 공식 의제로 올린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사진)은 자신을 비롯한 공산당 지도부 및 기타 고위직 임기를 5년에 1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이 최장 10년 이상 쿠바를 통치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쿠바 공산당은 지난해 4월 당대회에서 선출된 정치국원 15명 가운데 65세 이하가 불과 3명에 그치는 등 심각한 고령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고위 간부의 임기 제한 추진은 쿠바가 최근 진행하고 있는 경제·사회 개방에 추가해 본격적인 정치개혁의 단초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쿠바 반체제 인사들에게선 ‘꼼수’라는 비난도 받는다. 올해 81세로 어차피 장기집권이 불가능한 카스트로 의장이 오히려 10년 임기 제한 카드로 합법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집권할 명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임기 제한 결정 외에도 이번 대회에서는 100개 항에 가까운 광범위한 정치 경제 사회 개혁안에 대해 공식적인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는 젊은층과 여성, 흑인들이 당·정·군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동성애자들이 당·정·군 조직에서 공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민영언론 육성 등 파격적인 개혁안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는 등 지도부의 일부 교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제 개혁도 여전히 중요 안건이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경제 없는 이념은 없다”며 국가가 경제활동의 90%를 운영하는 현행 경제구조를 민간에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개혁안도 이번 회의에서 집중 협의될 것임을 내비쳤다. 특히 그란마는 “진부한 도그마와 기준에 대한 집착”을 “정신적 장애”로 묘사하면서 “카스트로 의장이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이런 집착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예멘의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70·사진)이 34년간의 장기집권에 마침표를 찍고 22일 예멘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이에 따라 튀니지 민주화 혁명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1월 27일 점화돼 2000여 명이 희생된 예멘의 민주화운동은 1년 만에 열매를 맺게 됐다. 하지만 후임 대통령에 살레 대통령의 최측근이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살레 대통령과 가족들에게 광범위한 면책특권이 주어짐에 따라 예멘 민주화 투쟁은 미완의 혁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살레 대통령은 22일 예멘 국영TV에 출연해 “이제 권력을 이양할 시점이 됐다. 만 33년간의 통치 기간 중 부족한 점에 대해 모든 예멘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며 치료를 하러 미국으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직후 사나 국제공항 관계자는 대통령 전용기가 예멘을 이미 떠났다고 밝혔다. 살레 대통령은 오만에 들렀다가 뉴욕으로 갈 예정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살레 대통령에게 비자를 발급한 사실을 확인하며 “그가 의학적 치료를 받는 ‘제한적 기간’에만 미국에 머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살레 대통령이 미국에서 영구 거주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그의 출국이 일시적 외유인지, 영구 망명이 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살레 대통령은 “집권여당인 국민의회당의 당수로서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이전에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리실 소속 한 관계자는 “치료가 끝나면 아들 하미드가 아버지를 위해 마련한 거처에서 머물 것 같다”고 말했다. 살레 대통령의 출국 하루 전인 21일 예멘 의회는 그의 재임 기간 통치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면책을 인정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살레 대통령의 가족이 앞으로 짓는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도록 했다. 또한 가족이 공직을 맡는 데 제한을 받지 않으며 살레 정권의 핵심 인사들도 테러 행위를 제외한 모든 직무수행에 대해 면책을 받도록 했다. 이 법은 대통령 직함을 유지한 채 정치에 개입하려는 살레 대통령을 조기 사퇴시키기 위해 의회가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 법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어 살레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가 예상된다. 한편 예멘 의회는 다음 달 대선에 출마할 원내 모든 정당을 대표하는 후보로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부통령(67)을 21일 지명했다. 국방장관을 역임한 하디 부통령은 1994년 부통령으로 지명된 뒤 18년간 살레 대통령을 보좌해온 최측근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