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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사칭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관한 의견을 개진해 달라는 내용의 e메일이 유포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15일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실, 외교부 정책관실, 통일부 통일정책실 등을 사칭한 e메일 4건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북한 소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e메일은 13, 14일 정부기관과 국책연구기관 종사자 4명에게 발송됐다. 이 가운데 청와대 외교안보실과 외교부 정책총괄담당관실은 각각 외교안보수석실과 정책기획관실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e메일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정책 건의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빠른 시간 내 회신을 부탁한다, 한글(hwp) 파일로 첨부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e메일을 보내서 답장이 오면 악성코드가 담긴 e메일을 다시 보내는 수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e메일 발송에 사용된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해외에서 “공항터미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와 경찰이 수색에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2분경 한국공항공사 콜센터에 한 통의 국제 전화가 걸려왔다. 한 여성은 “여보세요”라고 말하더니 “전국 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당신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는 녹음된 여성의 음성을 흘려보냈다. 목소리는 자동응답시스템(ARS) 기계음과 유사했다. 당초 신고가 ‘불상의 외국인’으로 접수돼 아랍어를 쓰는 남성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공항공사의 신고를 받은 공항경찰대와 기동타격대는 군과 국가정보원 등과 함께 이날 오전 전국 15개 공항 터미널에서 폭발물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수사 결과 전화 발신지는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서울 강서경찰서에 수사본부를 꾸리고 발신자 추적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공항 경계 강화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전화를 역추적해 전화를 건 협박범의 신원을 확인 하겠다”고 밝혔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경찰이 향후 30년간 추진할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로 ‘수사권 독립’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1년 6월 검경 간 일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고 4년여 만에 경찰이 다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경찰청 새경찰추진단은 14일 오전 새경찰추진자문위원회를 열고 ‘경찰 미래비전 2045’를 발표했다. 지난해 경찰 창설 70주년을 맞아 KAIST 미래전략대학원이 경찰청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내용이다. 미래비전에는 ‘정예경찰―당당한 법 집행력 기반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도록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수사권 독립으로 경찰이 일반 사건 수사를 맡고 검찰은 특수한 사건이나 공소 유지를 위한 수사와 지휘만 하자는 내용이다. 미래비전은 헌법 개정을 통한 경찰의 영장 청구권 확보도 주장했다. 현재는 구속과 체포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이 필요하면 경찰은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이를 받아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래비전은 “강제처분 시 법원·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다는 영장주의에 따라 검찰은 적법성 검토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비전에 수사권 독립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경찰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권 조정 이행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이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간부는 조기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장기적 미래비전에 이를 포함한 것은 사실상 포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미래비전에는 첨단과학기술을 치안행정에 접목하는 ‘과학경찰’과 분야별 전문 능력을 키우는 ‘정예경찰’, 시민이 치안 공동 주체로 참여하는 ‘시민경찰’을 비전으로 9가지 추진 전략과 27가지 주요 정책 과제가 담겼다. 스마트 치안활동 과제와 관련해 불법 폭력 집회·시위 대응 방지책으로 저주파 음향기 등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저주파 음향기는 울렁거림, 심리적 불안을 일으켜 상대방을 무력화하는 도구인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제복 입은 사람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큰 영예를 안았으니 상금은 순직한 동료들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동료들을 영원히 기억해주세요.” 제5회 영예로운 제복상을 받은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소속 한만욱 경위는 14일 상금 2000만 원을 기부하기로 한 배경을 이렇게 담담히 밝혔다. 한 경위는 “순직하신 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있었다”며 지난해 순직한 오진석 경감, 2011년 순직한 이청호 경사, 2008년 순직한 박경조 경위 유족에게 상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한 경위는 초임 순경 시절인 2000년 강원 속초시에서 오 경감을 만났다. 2005년에는 인천에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오 경감은 2015년 8월 19일 새벽 인천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공기부양정을 타고 긴급 출동하다가 정박한 배와 충돌하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한 경위는 “오 선배님이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툭툭 해주셨던 말에 늘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멀미 나서 힘들지?” “너무 힘들 땐 일을 즐겨라”는 오 경감의 말이 한 경위에게 큰 힘이 됐던 것이다. 한 경위는 “총각 때 오 선배님이 ‘밥 잘 챙겨먹고 부모님한테 자주 연락드려라’라고 하셨는데 이제 저도 후배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청호 경사는 2011년 12월 12일 인천 옹진군 소청도 인근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했다. 한 경위는 “2012년 인천해경 전용부두에 설치된 이 선배님 흉상 제막식 때 아이들이 흉상의 볼을 만지고 형수님이 우두커니 서 있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게 많았다”고 회고했다. 박경조 경위는 2008년 9월 25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에서 역시 불법 조업 단속 중 순직했다. 한 경위는 “박 선배님과 함께 근무한 경험은 없지만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다 돌아가셨기에 제가 받은 영광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해군 인천해역사령부 조장석 하사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상금을 해군바다사랑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이 장학재단은 전사 또는 순직한 해군 장병의 자녀를 지원한다. 조 하사는 2010년 해군 중사였던 사촌형이 불의의 사고로 순직하면서 재단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군 장학생으로 대학을 다니고 입대했기에 국가와 해군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며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전우들의 자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하사는 평소에도 어린이들을 후원해왔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이광덕 경위도 상금 1000만 원 전액을 경찰청에 기부했다. 이 경위도 조 하사처럼 평소 기부를 실천했다. 그는 “15년 전부터 월급을 조금씩 모아 기부해왔다. 구조활동 중 사고로 마비된 한쪽 다리를 치료하면서 공무집행 중에 다친 경찰 가족들에게 상금을 돌려드리기로 마음먹었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 서부소방서 노석훈 지방소방장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노 소방장의 아내 이민정 씨는 “소액이라도 어려운 경찰 가족을 위해 기부하겠다. 남편의 화상을 치료할 때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 주위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우리도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박훈상 기자}

고 박근수 경사(당시 29세)는 홀어머니를 모셔온 애교 많은 효자였다. 어머니와 데이트를 할 때면 항상 손을 꼭 잡았다. 살갑던 아들은 지난해 3월 13일 어머니 곁을 떠났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항공단 소속이었던 그가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전남 신안군 가거도로 출동하다 짙은 해무(海霧)에 헬기가 추락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숨진 것이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장에 선 박 경사의 어머니(56)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순직한 영예로운 제복 공무원(MIU·Men In Uniform)의 가족으로서 의연함을 되찾았다. 어머니는 “내 걱정은 조금만 하고 편히 쉬어라 아들아. 엄마가 아들 몫까지 열심히 살 테니 그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2년 제정했다. 국방부와 국민안전처(해양경비안전본부, 중앙소방본부), 경찰청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대상 1명과 제복상 5명, 특별상 4명, 위민경찰관상 3명, 위민소방관상 3명 등 모두 16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대상은 서울 마포경찰서 이정남 경감(55)이 선정됐다. 이 경감은 2013년 7월부터 마포대교를 순찰하며 자살을 기도한 233명의 목숨을 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보다 큰 긍지와 자부심으로 일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제도적 기반 정비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유원모 기자}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서 활약하는 자동차 키트 못지않은 똑똑한 순찰차가 연말부터 범죄 현장을 누빈다. 경찰청은 변화하는 국내 치안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첨단 기능을 장착한 ‘한국형 스마트 순찰차’를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해 보급한다고 11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 연구개발(R&D)로 매년 3억5000만 원씩 3년간 10억5000만 원을 투입한다. 1단계로 올해 11월부터 보급되는 스마트 순찰차에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야간 물체 식별이 가능하고 범죄 차량까지 인식하는 ‘멀티 캠(카메라)’이 장착된다. 순찰차 신속 배치 시스템과 연계해 112 신고가 들어왔을 때 빠른 대처도 가능하다. 2018년에는 더 똑똑한 순찰차가 달린다. 기존 수배 차량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납치 강도 등 긴급 수배 차량이 움직이면 해당 차량의 기존 이동 경로를 분석해 예상 도주 경로를 순찰차가 예측한다. 또 인터넷 교통범칙금·과태료 조회 납부 시스템과 연계해 체납 차량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알려준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서 활약하는 자동차 키트 못지않은 똑똑한 순찰차가 연말부터 범죄 현장을 누빈다. 경찰청은 변화하는 국내 치안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첨단 기능을 장착한 ‘한국형 스마트 순찰차’를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해 보급한다고 11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 연구개발(R&D)로 매년 3억5000만 원씩 4년간 10억5000만 원을 투입한다. 1단계로 올해 11월부터 보급되는 스마트 순찰차에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야간 물체식별이 가능하고 범죄차량까지 인식하는 멀티캠이 장착된다. 순찰차 신속배치 시스템과 연계해 112 신고가 들어왔을 때 빠른 대처도 가능하다. 2018년에는 더 똑똑한 순찰차가 달린다. 기존 수배차량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납치 강도 등 긴급수배 차량이 움직이면 해당 차량의 기존 이동 경로를 분석해 예상 도주 경로를 순찰차가 예측한다. 또 인터넷 교통범칙금·과태료 조회 납부시스템과 연계해 체납 차량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알려준다. 최대 200m 후방까지 감지하는 후방물체 감지 기능으로 교통사고 현장이나 음주운전 단속 중 후방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안내 문구를 경광등으로 알리는 기능도 있다. 추격 도중 상대 차량과 충돌을 대비한 특수 범퍼도 달린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 불법 입양으로 큰돈을 벌 목적도 아니었다. 복수나 화풀이도 아니었다. 아이를 굶기거나 학대한 흔적도 없었다. 왜 20대 여성이 집안 형편도 좋지 않은데 아기 6명을 돈을 주고 사서 데려와 키웠을까. 6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충남 논산의 임모 씨(23·여) 이야기다. 경찰은 정확한 범죄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했다. 》 “엄마 없는 애.” 임 씨가 어린 시절 가장 듣기 싫어 한 말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었다. 학교 행사 때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봐야 했다. 엄마가 없다는 사실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다. 임 씨의 아버지나 할머니가 학교를 찾았지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순 없었다. 어린 임 씨는 엄마는 없지만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싶었다. 마음속에 모성애의 욕구가 크게 자리했다. 임 씨의 친척도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키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많이 길렀다”고 그를 설명했다. 엄마가 되긴 쉽지 않았다. 임 씨는 평소 의사소통이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경계선 지능(IQ 70∼84)이었다. 게다가 초등학교 시절 겪은 불미스러운 일로 이성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해 정상적인 결혼과 출산도 어려웠다. 임 씨는 TV를 통해 미혼모의 존재를 알게 됐다. 미혼모에게 버려지는 아기를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에게 엄마 없는 아기는 곧 자신이었다. 그래서 미혼모를 대신해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2014년 3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미혼모의 글을 봤다. 임 씨는 “제가 살게요”라고 답을 달았다. 그렇게 지난해 4월까지 아기 6명을 데려왔다. 임 씨를 면담한 경찰 프로파일러는 “임 씨가 ‘아기를 자기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데려온 이유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임 씨는 스스로를 생모라고 믿었다. 이름을 지어주고 “○○야, 엄마다”라고 불렀다. 경찰 조사에서 무심코 “내가 아기를 낳았다”고 말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밤이면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잠을 설친 기억을 보통 엄마들처럼 이야기했다. 낡은 연립주택에 함께 사는 할머니, 아버지, 남동생 2명도 육아를 도왔다. 어려운 형편에도 돌잔치를 열고 반지까지 마련해줬다. 프로파일러는 심리검사를 위해 가족을 묘사한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임 씨는 가족, 아기들과 함께 큰 상에 둘러앉아 화목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종이에 담았다. 경찰은 임 씨가 돈벌이 목적으로 아기를 데려왔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했다. 하지만 수사결과 아직 관련 혐의점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기의 건강상태도 양호했고 학대 흔적도 없었다. 6명 중 2명의 미혼모가 아기를 돌려주길 원하자 건넨 돈도 받지 않고 아기를 보냈다고 한다. 현재 임 씨와 고모가 키우던 아기 4명은 아동보호기관에서 키우고 있다. 프로파일러는 “임 씨가 버려진 아기를 키우는 일을 선행이라 여기고 죄가 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씨의 과거 상처가 그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한 전문가는 “경계선 지능의 여성이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도구로 이용한 측면도 있다. 장기적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 / 논산=홍정수 기자}
수천억 원대 투자사기를 벌이고 중국으로 밀항했던 벤처업체 대표가 도피 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청은 중국 공안과 협조 끝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이던 이금석 씨(45)를 검거해 8일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04~2008년 비상장 벤처업체 노드시스템 대표로 일하며 매출을 허위로 부풀리고 거짓 해외 수출 계약을 공시하는 방법으로 미등기주식 5억 주를 유통시켜 투자자 1만 여명에게 250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무허가 증권 중개업자들을 통해 ‘주식 보관증’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건네고 투자금을 유치했다”며 “금장 휴대전화 1500만 대를 러시아에, 최첨단 시청률 측정 시스템을 홍콩에 각각 수출한다고 공시했지만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씨는 경찰 수사로 부하 직원들이 구속되자 2009년 중국으로 밀항해 가명으로 신분을 감추고 베이징 왕징 일대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1일 현지 교민이 왕징 일대에서 이 씨를 목격했다고 중국 공안에 신고하면서 은신 생활이 끝났다. 다음날 공안은 베이징 외곽에서 격투 끝이 이 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2013년 한중 경찰협력회의 당시 상호 도피사범 명단 교환에 합의하고 중국과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중요 도피사범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앞으로 총기나 폭탄 제조법을 인터넷에 올리면 처벌을 받는다. 경찰청은 7일부터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이 대폭 개정돼 명칭까지 바뀐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포·화약류 제조방법과 설계도 등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개정 전에는 올린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해당 인터넷 사이트만 폐쇄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총기, 폭탄 제조법을 모방한 범죄나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는 조치다. 불법 총기류 차단을 위한 조항도 마련됐다. 범죄·테러 등에 악용될 수 있는 권총·소총·엽총은 제조하거나 수입할 때 총기에 제조국과 제조사, 제조번호 등을 새겨야 한다. 규제가 완화된 부분도 있다. 예술 소품용 총포 임대업이 허용된다. 개정 전 영화 촬영 등을 위해 총기를 쓰려면 외국에서 일시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또 건설현장에서 못을 박는 데 쓰는 타정총(못총) 소지 허가를 신청할 때 운전면허가 있으면 신체검사서가 없어도 되고 동물원에서 동물 진정용 마취총은 개인별 소지허가를 받지 않아도 동물원 법인 명의로 소지 허가를 받아 사용할 수 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6일 낮 12시 반경 국민들은 북한의 ‘중대 발표’를 숨죽이고 지켜봤다. ‘수소폭탄’과 ‘북한’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북한의 도발에 크게 동요하기보다 곧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오히려 수소폭탄, 핵실험은 젊은 세대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회사원 배성현 씨(29)는 “북한 핵실험을 주변에서 ‘핵노잼’(진짜 재미없다는 뜻)이라 부른다”며 “북한이 같은 수법을 반복하니 불안은커녕 노잼이다”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이든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소폭탄 연관어로 ‘산소폭탄’과 ‘물폭탄’이 가장 많았다. 수소폭탄을 쏘면 산소폭탄으로 맞서 물폭탄을 만들자는 조롱과 장난기가 담긴 내용이다. 인터넷에선 북한 풍계리 지진의 원인이 과체중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줄넘기를 한 탓이라고 비꼬고, 수소폭탄 성공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가 고개를 숙이고 원고를 읽는 이유가 프롬프터도 없기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대다수 시민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해병대 A 상병(21)은 “전쟁이 나도 평소 훈련한 대로 북한에 맞서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북한도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고 자신만만해했다. 6·25전쟁을 경험한 박정구 씨(71)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가진 위상을 고려하면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했다.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주민들은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 주민 김정욱 씨(50)는 “해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도발에 이젠 짜증이 난다”며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민들은 오히려 남북 긴장 국면이 장기화돼 어려운 경제에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특히 금강산 관광길이 다시 열리기를 학수고대하는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 주민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더욱 멀어질까 걱정이 컸다. 유기완 씨(65)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고성지역 경기는 직격탄을 맞았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데 북한의 핵실험으로 기대가 물거품이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철원 화천 등 중부전선의 접경지 주민들 역시 혹시나 장병들의 외출 외박이 금지돼 어려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도심에서 만난 직장인들은 주가 변동 상황을 챙기면서 주식이 폭락할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내 대형마트의 생필품 판매량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마트에선 라면 제품 판매량이 전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2% 줄어들었다.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지 않은 것은 시민의식이 성숙했다는 측면과 함께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안보 불감증이 커진 이유도 있다. 진보, 보수 시민단체 모두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안전을 볼모로 하는 무모한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북한 핵실험에 대해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하여 다시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 /고성=이인모 /인천=황금천 기자}
경찰이 억대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전임 회장과 간부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고보조금 1억6000여만 원을 거짓 신청한 조모 전 회장(64)과 박모 전 사무총장 등 협회 전·현직 직원 16명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협회 비리에 관여한 업체 대표 3명도 입건했다. 협회는 전국 회원 수 76만 명으로 사회복지사 교육훈련 및 복지증진을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립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2010년 협회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에 투자한 A사 대표 민모 씨(48)에게 투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전산장비 구입비를 허위로 복지부에 신청해 보조금 7800만 원을 타냈다. 또 2009~2011년 복지시설에 조경시설을 만들겠다며 산림청 녹색사업단으로부터 보조금 8093만 원을 타냈다. 박 전 총장은 2014년 12월 그해 받은 보조금을 반환하지 않고 B사 김모 대표(38)와 허위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 대금 1억2000만 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조금을 반납하면 다음해 보조금 총액이 깎일 수 있어 실무진까지 모아 회의를 열고 범행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전·현직 국장급 간부가 납품계약을 맺은 대표에게 수백 만 원을 개인 계좌로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복지사 협회는 회장부터 말단 실무까지 조직적으로 보조금 비리에 개입해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고 전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한상균 위원장(53)이 이끄는 민주노총이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도심의 불법 폭력 시위를 앞두고 얼굴을 가릴 마스크의 일종인 ‘버프’ 1만2000개를 구입해 배포하도록 산하 노조에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민주노총은 시위 당일 얼굴을 가릴 버프와 목도리 등을 사전에 준비하고, 체포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지침을 산하 단체에 하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번 시위에 쓰인 기금 중 절반을 부담하며 불법 폭력 시위를 사전에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이문한)는 5일 한 위원장을 재판에 넘기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11·14 시위 당시 참가자들을 선동해 경찰 90명을 다치게 하고 경찰 버스 52대를 손상시키는 등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한 위원장 외에 현장에서 경찰관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폭력을 휘두르거나 한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7명도 구속 기소하고, 경찰을 지휘해 관련자 351명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을 기소하면서 논란이 된 ‘소요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조동주 djc@donga.com·박훈상 기자}
필리핀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일 줄 알았다. 2일 오후 4시 반경(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공항 입국장. 중국발 비행기에서 내린 임모 씨(40)가 입국 절차를 밟았다. 그는 2013년 5월 중국으로 건너가 2014년 6월까지 판돈 706억 원 규모의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300억 원의 수익을 남긴 혐의로 그해 9월 인터폴 적색수배가 돼 있었다. 쫓기는 신세였지만 도박 사이트로 번 돈으로 중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귀족처럼 생활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필리핀 입국 당시에도 검은 중절모, 명품 청바지로 잔뜩 멋을 부렸다. 필리핀 이민청은 임 씨가 한국인 중요 수배자인 사실을 확인하고 필리핀 경찰청에 파견된 코리안데스크와 한국 인터폴에 이를 통보하고 임 씨 입국을 거부했다. 임 씨가 중국으로 돌아가려 하자 입국심사 보류자 대기실에 30시간가량 머물게 하고 한국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결국 임 씨는 4일 한국으로 송환돼 죗값을 치르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가 필리핀을 새로운 사업 근거지와 도피처로 삼으려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필리핀으로 도피하려 한 인터폴 적색수배자 임 씨를 한국으로 강제송환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강신명 경찰청장이 필리핀 방문했을 당시 한국인 중요 수배자가 발견되면 한국 경찰에 통보·인계하는 방안에 협의한 이후 첫 사례다. 경찰은 필리핀으로 도피할 가능성이 큰 중요 수배자 15명의 명단을 필리핀에 전달했다. 한국인 범죄자에게 필리핀은 황금도피처로 꼽혔다. 필리핀은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은신이 쉽다. 9만 명의 교민이 살고 있어 물가도 싸다. 이들은 필리핀으로 건너가 한국인 납치를 하거나 불법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거엔 필리핀으로 입국하면 추적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젠 입국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게 됐다”며 “필리핀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중요 수배자 수를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앞으로 ‘착한 운전 마일리지’ 신청을 인터넷 교통범칙금·과태료 조회 납부시스템인 ‘이파인’(efine.go.kr)뿐 아니라 ‘경찰 민원포털’(minwon.police.go.kr)에서도 할 수 있다. 경찰청은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착한 운전 마일리지 신청, 운전면허 관련 조회, 경찰관 채용 인터넷 원서 제출 등을 경찰 민원포털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3일 밝혔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는 2013년 1월 동아일보-채널A 연중기획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이 시작된 뒤 경찰이 운전자의 자발적인 안전 운전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1년 동안 무사고·무위반을 약속한 운전자가 이를 지켰을 때 특혜점수 10점을 부여한다. 점수는 매년 적립되며 추후 교통 위반으로 벌점을 받게 되면 특혜점수만큼 벌점을 깎아준다. 현재 누적 가입자 수는 약 845만 명이다. 경찰은 민원포털을 통해 발급받을 수 있는 민원서류에 영문 운전경력증명서, 청원경찰 배치 폐지(감축) 통보 등 15종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운전경력증명서, 교통사고 사실확인원 등 모두 47종을 인터넷을 통하거나 한 차례 방문만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앞으로 ‘착한 운전 마일리지’ 신청을 인터넷 교통범칙금·과태료 조회 납부시스템인 ‘이파인’(efine.go.kr) 뿐 아니라 ‘경찰 민원포털’(minwon.police.go.kr)에서도 할 수 있다. 경찰청은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착한 운전 마일리지 신청, 운전면허 관련 조회, 경찰관 채용 인터넷 원서 접수 등을 경찰 민원포털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3일 밝혔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는 2013년 1월 동아일보-채널A 연중기획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이 시작된 뒤 정부가 운전자의 자발적인 안전 운전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1년 동안 무사고·무위반을 약속한 운전자가 이를 지켰을 때 특혜점수 10점을 부여한다. 경찰은 민원포털을 통해 발급받을 수 있는 민원서류에 영문 운전경력증명서, 청원경찰 배치폐지(감축) 통보 등 15종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운전경력증명서, 교통사고 사실확인원 등 모두 47종을 인터넷을 통하거나 한 차례 방문만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애국심과 용기,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영웅들이 2015년 대한민국을 지켰다. 군복에 붙은 태극기가 자랑스러운 그들이다. 8월 4일 오전 7시 28분경 매 순간 남북한이 초긴장 상태로 대치 중인 비무장지대(DMZ) 경기 파주 지역. 서부전선 육군 1사단 소속 김정원 하사(23)는 수색작업을 위해 DMZ 안 최전방 감시초소(GP)와 연결된 철책 안으로 진입했다. 그가 전방 경계를 하는 동안 하재헌 하사(21)가 철책 출입문을 넘어섰다. 그 순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하 하사가 튕겨 나갔다. 주변이 온통 흙먼지로 뒤덮이고, 철책이 흔들릴 정도로 아수라장이 됐다. 땅에 묻혀 있던 북한군 목함지뢰를 밟은 것이다. 김 하사는 하 하사를 보고 몸을 던졌다. 그러다 또 다른 지뢰를 밟으면서 2차 폭발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북한의 지뢰 도발로 중상을 입고도 다시 우뚝 섰다. 국민은 두 사람을 보며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동아일보는 김 하사와 하 하사를 2015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다시 일어난 오뚝이 군인 국민에 희망을 선물하다 ▼ 두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 하 하사는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김 하사도 오른쪽 발목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결코 군인정신을 잃지 않았다. 하 하사는 병실 벽에 전투복 상의를 걸어놓고 “군에 복귀하겠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김 하사는 “부대 팀원들이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이라며 전우부터 챙겼다. 군 장병들도 두 하사와 뜻을 같이했다. 북한이 “48시간 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한다”고 추가 도발을 예고했지만 전방에 근무하는 병사 100여 명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조국을 지키겠다며 전역을 연기했다. 국민은 다리를 잃고도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두 하사의 모습에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김 하사는 이달 2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군복 차림으로 의족을 착용한 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취재진 앞에서 두 발로 성큼 걷고, 좌우로 달리고, 하늘을 향해 높이 뛰기도 했다. 29일엔 하 하사도 두 발로 당당히 걸어 퇴원했다. 두 사람은 내년 11월 중사로 진급한다. 1사단 수색대대로 복귀한 김 하사는 내년 1월부터 본인 희망에 따라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사이버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하사는 동아일보에 “나라를 지키다가 부상을 입은 장병들, 지금도 전후방 각지에서 묵묵히 임무를 다하는 장병들 모두에게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시선이 나눠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마무리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하 하사의 부대 복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 하사도 “나뿐만 아니라 당시 함께 임무를 수행했던 팀원들 모두를 같이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두 하사의 희생과 용기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8·4 DMZ 작전’ 상징 조형물이 들어섰다. 조형물 이름은 ‘평화와 하나 됨을 향한 첫걸음―평화의 발’이다. 11m 높이의 오른발 모양이다. 평화의 발에는 조국의 안보를 위해 제 한 몸 아끼지 않은 두 사람의 군인정신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서려 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정성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55)이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4)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도 고백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노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하면서 활력을 되찾아가던 SK그룹으로서는 4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오너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갑작스러운 심경 고백 최 회장 부부는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에 만나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88년 결혼식을 올렸다. 최 회장 부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사이가 멀어져 2009년 말 별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한 신문사에 보낸 편지에서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며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고백했다. 2000년대 중후반 최 회장을 처음 알게 된 김모 씨(40)는 2010년 최 회장의 딸을 낳았다. 이혼녀인 김 씨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10대 중반의 아들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SK그룹으로부터 수억 원을 편법 증여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씨는 2008년 1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2차 아펠바움 244m2(약 74평) 아파트(2층)를 SK건설로부터 15억5000만 원에 산 뒤 2010년 4월에 SK그룹 계열사인 싱가포르 버가야인터내셔널에 24억 원에 팔았다. 이 아파트 시세는 입주 후 현재까지 20억 원 안팎으로 변동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SK 계열사가 김 씨에게 싸게 팔고, 비싸게 되사 8억5000만 원의 차익을 안긴 것이 된다. SK그룹 측은 “김 씨가 미분양 물량을 사서 시세차익을 본 것은 맞지만 편법 증여는 절대 아니다”라며 “이미 2011년 검찰 조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김 씨가 딸을 출산한 이듬해인 2011년 최 회장은 가족에게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말에는 이혼소송 대리인을 지정하고 소장까지 작성했다. 하지만 500억 원대 투자금 횡령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법원에 접수시키지는 않았다.○ 오너 리스크가 또 SK 발목 잡나 SK그룹은 갑작스럽게 불거진 초대형 악재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03년 2월과 2013년 1월 구속돼 각각 7개월, 2년 7개월 수감 생활을 했다. 수장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SK그룹은 사업 확장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업 경영과 관련한 문제로 법적 처벌을 받은 과거와 달리 이번 사안은 윤리적 문제와 결부돼 파급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의 결단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다소 차가운 편이다. 최 회장도 이를 예상한 듯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한다”며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사가 그룹 경영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치부를 스스로 공개해 논란의 싹을 자르겠다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SK그룹이 큰 리스크를 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기업 지배구조상 오너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아무리 개인사적 문제라 할지라도 오너의 결함은 외부 투자 유치나 향후 경영계획 수립 등 기업 경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혼인파탄 책임물어 이혼청구 기각 가능성 ▼崔회장 측 협의이혼 시도할 듯4兆 주식 보유… 위자료 규모 관심‘고백’뒤 SKT 주가 6.52% 급락 이혼을 원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달리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이혼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법인 지우 소속 이현곤 변호사는 “최 회장이 혼외자를 낳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내더라도 이혼에 이르게 된 책임이 최 회장에게 있다고 보고 법원이 이혼 청구를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소송을 하지 않고 합의를 통해 협의이혼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노 관장이 협의이혼에 동의한다면 최 회장이 위자료를 얼마나 내놓을지가 새로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 지분 23.4%, SK케미칼 지분 0.05% 등 총 4조1942억 원어치(29일 종가 기준)의 주식을 갖고 있다. 40억 원대 자택을 빼고는 부동산은 거의 없다. 노 관장은 SK㈜ 지분 0.01%와 SK이노베이션 지분 0.01% 등 32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SK㈜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최 회장으로서는 그 주식을 팔아 위자료를 지급한다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29일 국내 증시에서 SK그룹 주식들은 동반 약세를 보였다. SK텔레콤은 전날보다 6.52% 급락한 21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도 1.57% 하락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훈상·손택균 기자 박형준 lovesong@donga.com·정임수 기자}

■ 제복상, 김현수 상사수류탄 사고현장 뛰어든 ‘훈련소 큰형님’ 4, 5초의 시간, 김현수 상사(32·사진)는 주저하지 않았다. 실수로 수류탄을 놓친 훈련병 쪽으로 뛰어들었고 그를 밖으로 끌어내 목숨을 살렸다. ‘2016년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 상사는 “당시 다른 부대원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과분한 상을 받게 돼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1월 육군훈련소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김 상사는 당시 안전핀을 제거하고 수류탄을 던지라는 명령을 받은 훈련병이 실수로 수류탄을 자신이 서 있던 호 안에 떨어뜨리자 즉각 “호 안에 수류탄!”을 외치고 몸을 던졌다. 김 상사가 병사의 생명을 구조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당직근무를 서고 있을 때 훈련병 1명이 오전 3시경 갑자기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발작 증세를 보였다. 그는 곧바로 훈련병을 등에 업고 의무대까지 100m가량을 내달려 응급조치를 했고 훈련병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김 상사는 “지난 경험들은 평소 소신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며 “앞으로도 군인정신의 초심을 잃지 않고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근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복상, 조장석 하사급류 무릅쓰고… 두동강난 어선 조난자 구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2016년 영예로운 제복상’에 선정된 해군 인천해역사령부 218대대 223 전진기지대 소속 조장석 하사(24·사진)는 올 4월 어선에 타고 있다가 여객선과 충돌해 물에 빠진 두 사람을 구조했다. 출장을 마치고 여객선을 타고 부대로 복귀하던 조 하사는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선이 두 동강 나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있어 휩쓸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조 하사는 차가운 바다를 20m 이상 헤엄쳐서 조난자들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을 구조한 뒤 자신도 탈진과 저체온증이 온 상태였지만 응급조치를 멈추지 않았다. 의료 지원 시설이 부족한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에서 조 하사는 2013년 전입 이후 올 6월 보건진료소가 생길 때까지 대민 응급의료 지원에 힘썼다. 조 하사의 노력으로 223 전진기지대는 올 10월 군의 격오지 부대 원격 진료 시범 사업 대상 부대로 선정됐다. 해군 바다사랑 장학재단 도움으로 대학 학업을 마친 조 하사는 “영예로운 제복상 상금은 바다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해 내가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 제복상, 남한수 경위‘도둑 없는 마을’ 주민참여 이끈 CCTV 전도사 2011년 8월 경북 상주시 공검면 예주마을. 낯선 1t 트럭이 동네 집 마당에 있는 파이프 등 농자재를 몰래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마을지킴이용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4시간여 만에 절도범을 붙잡았다. 남한수 상주경찰서 동문지구대 순찰팀장(56·경위·사진)은 2010년 지구대 근무 시작 이후 5년여 동안 상주 화동·외서·공검·내서면 등의 마을 진입로에 CCTV 400여 대를 설치했다. 예산 7억9600여만 원은 농협 등의 지원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돈으로 마련했다. 남 팀장이 마을 이장 등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한 결과였다. 그는 “예주마을 사건 해결 이후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후 CCTV를 설치한 마을에서는 절도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그를 ‘훈장선생’으로도 부른다. 경찰청 문화대전 대상을 수상할 만큼 서예 실력이 뛰어난 남 팀장은 매주 3, 4회 아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친다. 서예용품과 교재 등은 자비로 마련해 지원한다. 남 팀장은 “주민 가까이서 치안 서비스를 하는 지구대 근무를 마지막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제복상, 한만욱 경사쇠꼬챙이 공격 뚫고 불법 中어선 단속 지휘 14일 오후 4시 전북 군산시 어청도 남서쪽 128km 해상.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어선 20척을 포착하고 재주해양경비안전서 3012함 등이 긴급 출동했다. 중국 어선 측면에는 3∼5m 크기의 쇠꼬챙이가 무수히 박혀 있었고, 후미에는 그물이 쳐져 있었다. 한국 해경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고속단정을 탄 3012함 검색팀장 한만욱 경사(43·사진)는 지그재그로 도망치는 150t급 어선을 잡기 위해 3m가 넘는 너울을 헤치고 접근했다. 쇠꼬챙이를 잡고 어선에 올라 탄 한 경사는 강하게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을 제압하고 조타실을 장악했다. 한 경사는 “중국 선원들이 쇠파이프, 쇠갈고리 같은 흉기를 들고 저항할 때는 마치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다”라며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긴장을 늦추면 곧장 사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단속 기동전단 검색팀장으로 참여해 최근까지 모두 55척을 나포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 경사는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가족을 지키는 심정으로 바다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 제복상, 박상진 소방장검은 연기속 침착한 대응… 상주터널 참변 막아 수학여행 길에 오른 버스가 상주터널에 들어선 직후 버스 앞에서 ‘쿵’ 하는 폭발음이 들리고 창밖으로 자욱한 연기가 가득했다. 조명이 꺼져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10월 26일 경주로 떠난 서울 신대림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교사 등 40명이 탄 버스 50m 앞에서 시너통을 가득 실은 3.5t 화물차가 터널 벽을 들이받아 폭발했다. 버스에는 119대원 동행 프로그램에 지원해 수학여행에 함께한 서울 119특수구조단 소속 박상진 지방소방장(45·사진)이 타고 있었다. 박 소방장은 버스를 후진시켜 터널 입구로 돌리려다 검은 연기가 빠르게 퍼지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학생들은 겁에 질렸지만 입을 막고 버스에서 내려 차례로 터널 입구로 빠져나가라는 박 소방장의 지시에 따랐다. 터널 안에서는 차량 11대가 전소되고 22명이 부상했지만 학생들은 모두 무사했다. 박 소방장은 특전사를 거쳐 2000년 119구조대원이 됐다. 2002년 소방의 날 상을 받은 이후 2003년 긴급구조훈련 유공, 2008년 2급 응급구조사 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그는 “현장에 갈 때는 가족을 구한다는 마음으로 간다. 가슴 아픈 현장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구조 업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 특별상“가야한다” 칠흑 안갯속 응급헬기 착륙시키다… 3월 13일 밤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바다. 어둠의 바다 위로 짙은 해무가 몰려왔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모호할 만큼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그러나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항공단 목포항공대 소속 조종사 최승호 경감(52)은 반드시 헬기를 착륙시켜야 했다. 한 시간 넘게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일곱 살짜리 응급 환자를 뭍으로 이송하기 위해서였다. 경력 29년의 베테랑 조종사도 갑작스러운 국지성 해무 앞에선 도리가 없었다. 착륙 지점을 찾지 못한 헬기는 그대로 바다로 추락해 최 경감 등 4명이 숨졌다. 사고 지점은 헬기 조종사들에게 악명 높은 곳이다. 섬을 반원형으로 둘러싼 산에 부딪히는 바람 때문에 헬기가 크게 흔들려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야간 이착륙 때 필요한 유도등도 없었다. 최 경감은 헬기 운항 3583시간의 베테랑이다. 2006년 해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해경에 투신해 바다를 지켜 왔다. 부기장 백동흠 경감(46)도 23년 동안 해군과 해경에서 헬기 조종간을 잡았다. 홀어머니를 모셔온 박근수 경사(29)은 5월 결혼 예정이던 예비 신랑이었다. 지난해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둔 장용훈 경장(29)의 시신은 끝내 수습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위민경찰관상엽총 맞고 차량에 치여도 끝까지 임무 다해 고 이강석 경정(순직·당시 43)은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장으로 근무하던 2월 27일 총기 인질극 신고를 받고 부하 직원들을 대신해 현장에 출동했다. 이 경정은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하고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범인이 쏜 엽총에 맞아 순직했다. 경북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고 이기태 경감(순직·당시 57)은 철로 위에 누운 장애 청소년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순직했다. 이 경감은 제70주년 경찰의 날인 10월 21일 자폐성 장애 2급인 김모 군(16)을 집에 데려다주던 중 김 군이 갑자기 철길로 뛰어들자 끝까지 구하려다 함께 사망했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 금광지구대 이광덕 경위(41)는 지체장애 6급을 이겨 내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 경위는 2011년 1월 12일 성남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 활동을 하던 중 부근을 달리던 차량에 치였다. 3년 8개월간의 재활 끝에 지난해 9월 25일 일선에 복직했다. ■ 위민소방관상3000회 출동… 쉬는 날도 달려간 소방영웅들 고 이종태 지방소방경(47)은 9월 벌집 제거 작업 중 벌에 쏘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과민성 쇼크로 숨졌다. 3000회 넘게 화재 구조 현장에 출동한 베테랑 소방관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인사혁신처는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 상황이 아니었다”며 유족의 순직 승인 요청을 거절했다. ‘소방영웅’을 보내는 예우가 아쉬웠다. 지난해 7월 제주 서귀포소방서에 단란주점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고 강수철 지방소방령(순직 당시 48세)은 비번이었지만 신고 문자를 받고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119센터장이라는 사명감에 직접 호스를 들고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 시간여의 사투 끝에 불길을 잡았지만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강 소방령은 건물 2층에서 마스크가 벗겨진 채 발견됐고 끝내 숨을 거뒀다. 광주 서부소방서 노석훈 지방소방장(39)은 올해 8월 주택가 전신주 벌집을 제거하다 감전 사고를 당했다. 상반신에 3도 화상을 입어 피부 이식 등 10여 차례의 수술 끝에 목숨은 구했지만 왼쪽 팔꿈치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노 소방장은 “4개월여의 재활 훈련이 끝나면 동료들이 있는 현장으로 꼭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 이렇게 심사했습니다… 자기 자리서 혼신의 힘 다한 공무원에 높은 점수 ▼5회째를 맞는 ‘영예로운 제복상’은 올해도 외부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1∼4회에 이어 이번에도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심사에는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와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인 안동범 세무법인 로고스 회장이 새롭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백 상임이사는 2005년 푸르메재단을 설립해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건립에 헌신하고 있다. 안 회장은 연평해전 6용사 합동 안장을 제언한 바 있다. 또 국가보훈처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김진국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과 제복상에 2000만 원을 기부한 이현옥 상훈유통 대표가 심사에 힘을 보탰다. 심사위원들은 국방부 경찰청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에서 후보 23명을 추천받아 공적을 종합적으로 심사했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혼신의 힘을 다해 희생한 공무원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그 결과 심사위원단은 대상 1명, 영예로운 제복상 5명, 특별상 4명, 위민경찰관상 3명, 위민소방관상 3명 등 모두 16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자 중 경찰, 소방 공무원은 1계급 특진되고 군인은 이에 준하는 인사 혜택을 받게 된다.시상식: 2016년 1월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62)의 부인 구순열 씨(67)가 지난해 12월 서울시향 직원의 호소문 발표 당시 서울시향 직원에게 직접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27일 확인됐다. 서울시향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정 감독에게 ‘1등급 호텔 스위트룸’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3년 연장하는 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 감독 부인, 호소문 사태 개입 정황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구 씨는 서울시향 직원의 호소문 발표 직전인 지난해 11월 하순 정 감독의 비서인 백모 과장(40·여)에게 ‘시나리오를 잘 짜서 진행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구 씨는 또 박현정 전 시향 대표를 겨냥한 사무국 직원들의 투서 발송, 기사화, 성추행 고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자신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두 지우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구 씨는 백 과장에게서 호소문 사태와 관련해 진행 상황을 시시각각 전달받기도 했다. 백 과장은 지난해 11월 30일 구 씨에게 ‘곽○○을 고소인으로 섭외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곽 씨는 당초 박 전 대표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였지만 허위 사실로 밝혀져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백 과장과 구 씨는 ‘○○일보 김○○ 기자의 기사를 확정했고 다른 기자들과도 접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호소문 사태가 여론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언론플레이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수사 당국은 서울시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구 씨가 시향 직원에게서 당시 상황을 일일이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적인 구 씨는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경찰에 입건됐지만 시향 사태 이후 프랑스에 머물며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구 씨에 대해 범죄 혐의자에게 적용되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린 상태다. 경찰은 백 과장 등 서울시향 핵심 관계자를 불러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구 씨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향-정 감독 재계약 살펴보니… 본보가 27일 입수한 서울시향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 문건에는 그간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과 서울시에 요구해 온 사항 대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혜, 횡령 논란이 지속된 ‘항공료’는 정 감독과 부인 몫으로 외국과 한국을 오갈 때 1등석 2장을 지급하던 것을 명목상으로는 1장으로 줄였다. 하지만 한국 입·출국 시만 지원하던 항공권을 ‘외국 간 입·출국 시’에도 지원하기로 해 정 감독의 수혜 범위가 더 늘었다. 게다가 정 감독이 사전 통보만 하면 동반자에게도 1등석 1장이 지급된다. 정 감독의 호텔 숙박비 지원도 재계약서에 명시했다. 정 감독이 호텔에 묵기만 하면 ‘1등급 호텔 스위트룸’ 숙식비가 지급된다. 지금까지는 정 감독이 청구하면 서울시향이 호텔비를 보조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집수리’를 이유로 서울시향에 호텔비를 청구한 정 감독과 박 전 대표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 감독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미라클 오브 뮤직(MOM) 등이 주최하는 외부 공연 출연도 자유로워진다. 서울시향은 승인만 얻으면 정 감독의 △외부 출연 및 출강 △외국 단체 공연 지휘 연주 △비영리 단체 직무 겸직을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2009년 이후 정 감독은 MOM 주최 등 외부 공연에 60회 이상 출연했고 수익금을 자기 재단으로 기부해 ‘셀프 기부’라는 비판을 받았다. 약 15억 원에 이르는 정 감독의 연봉은 “무보수로 일한다”는 정 감독의 공언대로 내년 1월부터 ‘기금’으로 조성된다. 이 기금은 서울시향 단원의 기량 향상,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재계약 내용에 대해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뒤 취재진과 연락을 끊었다.이철호 irontiger@donga.com·박훈상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 관련 정정보도문]본보 2015년 12월 28일자 A12면 ‘정명훈 부인 “시나리오 잘짜라”…박현정 음해 직접지시 정황’ 기사와 관련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 문건은 서울시향이 제공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향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것으로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