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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월 8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맞은편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세종청사 출범 1년 반 만에 생긴 대형 카페. 점심시간 공무원들은 카페 앞에 100m 넘게 줄을 섰다. 너무 오래 기다리는 공무원들에게 카페 주인은 작은 종이컵에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분량씩 담아 나눠줬다. 경제 부처의 한 과장은 “이게 ‘서울의 맛’”이라고 했다. # 지난달 29일 오후 세종시 종촌동의 한 상가. 금요일 오후인 데다 영화관까지 있는 건물이지만 내부는 썰렁했다. 영화관과 같은 층에 있는 카페나 바로 아래층 식당가에도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음식점 종업원은 “금요일 오후부터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해 주말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 나가는 듯하다”고 했다. 2012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가 지난해 인구 30만 명을 넘어섰다. 출범 이듬해인 2013년 7월만 해도 세종시 인구는 12만 명에 불과했다. 도시의 외형은 커졌지만 세종시가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목적을 이뤘다고 보는 시각은 드물다. “세종시에만 자원이 집중되며 ‘블랙홀’이 되고 있다”거나 “허우대만 멀쩡한 반쪽짜리 도시”라는 비판이 나온다. ● ‘공무원의 도시’가 돼가는 세종 세종시가 인근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세종시로 전입한 인구 가운데 38.3%는 원래 대전에 살았다. 전입 전 충남에 살던 사람 비중도 11.6%나 됐다. 인근 지역인 대전, 충남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세종시 전입 인구의 절반 정도인 셈이다. 반면 대전 인구는 2013년 153만 명에서 지난해 149만 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주변 지역서 세종시로 이주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세종시의 거주 여건 때문이다. 대전에서 출퇴근을 하다 최근 세종시로 이사한 정부 부처 40대 주무관 A 씨는 “거리가 깨끗하고 공원도 많고, 집도 깔끔하다”며 주변에 세종시로 이사할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몇 년 사이 세종시 집값이 뛰면서 공무원 특별 공급 대상이 아니더라도 세종시로 이사해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다 아파트 분양권 당첨을 노리려는 수요도 많다. 세종시 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통계가 출산율이다. 세종시 합계출산율은 2015년 1.89명, 2016년 1.81명, 2017년 1.67명으로 3년 연속 전국 1위다. 젊은 인구가 많은 데다 육아휴직이 수월한 공공 부문 종사자가 많아서다. 청사마다 직장어린이집이 있는 등 양육 환경도 좋다. 정부 부처의 30대 사무관 B 씨는 “청사 내 어린이집이 있다 보니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고, 야근을 하는 경우엔 근처에서 일하는 아내가 아이를 데리러 온다”며 “둘째를 낳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월화수목의 도시’로 전락할 우려도 세종청사 계약직 직원인 30대 C 씨는 주중에 세종에 머물다가 주말이면 부모님 댁이 있는 대전서 지낸 후 일요일 저녁 때 다시 세종으로 온다. C씨는 “세종시는 주말에 놀러 나갔다 회사 사람을 마주칠 때도 많고, 별로 즐길 만한 거리도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삭막하다”고도 했다. C 씨처럼 실제 세종시 거주민의 실제 만족도는 높지 않다. 리얼미터에서 올해 3월 조사한 광역자치단체 주민생활만족도에서 ‘세종시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 비중은 54.6%로 전체 광역시도 중 8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대전세종연구원이 세종시 주민 12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이 세종시 거주 여건 중 가장 불만이라고 꼽은 것은 높은 물가였다. 병의원, 대중교통, 쇼핑시설, 매매 및 전세 가격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장사가 잘 안되는 상가는 세종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건물은 번듯하게 지어놨는데 들어와서 장사하는 사람이 적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세종시 상가 공실률은 14.3%로 전국 평균(10.8%)보다 높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가의 1층 상가가 몇 달 동안 비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들이 금요일부터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 되돌아가면서 유동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월화수목의 도시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세종 때문에 충남·대전권 불균형 심화” 세종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침에 버스가 오지 않아 결국 지각했다” “버스가 만원이라 탈 수가 없었다”는 불만이 자주 올라온다. ‘차 없는 도시’를 표방하며 출범한 세종시지만 상황은 반대다. 2014년 12월 약 6만7880대였던 자동차 등록대수는 올해 3월 기준 15만 2988대로 크게 늘었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평일 출퇴근시간에 이동량이 집중돼 교통체증이 반복된다. 다른 시간대에는 승객이 적어 무작정 대중교통을 확충하기도 힘들다. 이렇다 보니 여전히 서울에서 출퇴근하거나 숙소를 얻어 지내다 금요일 오후면 서울로 올라가는 공무원도 여전히 많다. 올해 공무원통근버스 운행 예산은 지난해 98억2200만 원에서 106억6200만 원으로 8억4000만 원 증액됐다. 김홍배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종시가 당초 목적대로 균형발전을 촉진하기보다는 충남·대전권의 불균형을 심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기자iamsam@donga.com}
태양광발전용 셀을 연결한 판인 ‘태양광 모듈’에 최저효율 기준을 도입하는 등 태양광발전설비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이런 내용의 ‘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 방식을 기존의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점차 전환한다. 아울러 저효율 태양광발전소 설치로 국토가 훼손된다는 지적을 감안해 올해 상반기(1∼6월) 내 한국산업표준(KS)에 태양광 모듈의 최저효율기준을 신설하고 효율이 높은 제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우대 방안도 검토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태양광 모듈에 대한 KS 인증심사 때 애프터서비스 조직의 인력 요건도 보완할 계획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의 취약점을 보완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부가 나랏돈이 들어가는 대규모 지방 사업을 평가할 때 경제성 대신 지역균형발전 기여도를 더 감안하기로 했다. 사업을 할지 최종 결정하는 권한도 기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기획재정부로 갖고 오기로 했다. 지방의 사회간접자본(SOC)과 복지시설을 확충하려는 취지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성 사업이 대거 추진돼 재정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현행 예타는 개별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따른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해당 사업의 경제성과 정책 효과 등을 지수화해 일정 기준 이하면 사업을 못 하게 한다. 그동안 심사 대상 3건 중 1건꼴로 탈락했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지자체나 관련 부처에서 제도 운영에 대한 지적이 많아 이번에 개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예타는 △경제성 △지역균형발전 △정책성 항목을 평가한다. KDI에서 세 항목을 모두 평가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했지만 앞으론 기재부 산하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정책성과 균형발전 항목을 평가한 뒤 경제성 조사 결과를 받아 사업을 허가해준다. 기재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어서 사실상 정부가 다양한 경제외적 변수를 고려해 사업을 허가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정책성을 평가할 때는 간접고용 효과, 생활여건 개선 정도 등 수치로 나타내기 힘든 사회적 가치를 대거 반영할 예정이다. 평가 기준에서도 비수도권 사업은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5%포인트 낮추는 반면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5%포인트 높인다. 정책성 항목은 지금과 동일하다. 수도권 사업은 감점 요인이 됐던 경우가 많은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아예 빼고 경제성과 정책성으로만 평가한다. 복지사업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달리 사회적 영향도 등을 중요하게 볼 예정이다. 예타 기간은 1년 7개월에서 1년으로 줄인다. 지자체들은 일제히 이번 결정을 반겼다. 정치권도 여야를 막론하고 긍정적인 반응이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목적은 환영한다”면서도 “취지를 악용해 선거 공학적으로 이용하면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타는 선심성 재정사업을 추진하려는 정치권의 공세를 막는 최후의 보루였는데, 이번 방안으로 예타 자체가 무력화됐다”고 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송충현 / 홍정수 기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 방안이 각 지역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여권이 밀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부산 신항 등 지역 광역시 사업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지침은 현재 예타 중인 40여 개 사업과 1일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12개 사업부터 적용된다. 정부가 수도권 사업에 대해서는 종합점수 평가에 감점 요인이 되던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아예 제외하고, 비수도권 사업에서는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높이면서 전반적으로 사업 통과율이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지침을 적용받는 사업 중 신분당선 연장사업은 광교에서 호매실까지 이어지는 11.1km 구간을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인 수도권광역전철(GTX) B노선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사업 통과가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들은 대상 지역이 덜 낙후한 편이어서 그동안 균형발전 항목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책성 평가에 지역 주민 수요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 신설된다는 점도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번 예타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동남권 신공항(가덕도 신공항), 부산 신항 등 지역 광역시 사업도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예타에서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경제성이 0.94로 기준인 1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역낙후도에서 점수가 깎였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감점 요인이 사라지고, 경제성 비중은 낮아져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같은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접경, 도서지역 등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지역은 비수도권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수도권 중 경기 김포, 동두천, 양주, 연천, 파주, 포천, 안산 풍도 및 육도, 화성 제부도 및 국화도, 인천 강화군 등은 도서 및 접경 지역으로 분류돼 비수도권 예타 기준이 적용된다. 반면 경기 고양시는 일부가 접경 지역이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있어 전체가 수도권으로 분류된다. 이번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계양∼강화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경우 접경 지역인 강화군의 비중이 커 비수도권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유류세와 농축산물 가격 인하 효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그쳤다. 1분기(1∼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4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상승했다. 이 같은 물가상승률은 2016년 7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1.3%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 0.8%, 2월 0.5%를 나타내는 등 올 들어 3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분기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가장 낮았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 제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6% 하락했다. 이는 3월 전체 소비자물가를 0.43%포인트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추세인 데다 유류세 인하 효과로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채소류 물가는 12.9%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21%포인트 끌어내렸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기상 여건이 좋아 채소류와 축산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상승하며 전달(1.4%)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다만 개인서비스 물가상승률은 2%로 평균보다 높았다. 공동주택 관리비(4.1%), 치킨(6.9%), 구내식당 식사비(2.9%) 등의 상승폭이 컸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의 수출이 4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조업일수 감소 같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주력 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기 부진이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7∼12월)부터 반도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까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에만 기대는 대책으로는 수출이 장기 침체에 빠지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 하락이다. 가격이 하락하자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수요를 줄였고 전체 수출액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구글, 애플 등이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반도체 물량을 주문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며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8GB(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지난해 3월 9.1달러에서 올해 3월 5.1달러로 44% 급락했다. 128GB 낸드플래시는 같은 기간 6.8달러에서 4.9달러로 27.9% 떨어졌다. 이와 함께 모바일용 D램의 수요는 지난해 4분기(10∼12월)와 비교해 올해 1분기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90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억 달러)에 비해 16.6% 떨어졌다. 정부는 수출 실적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1일 무역보험공사, 시중은행과 함께 수출채권(해외어음)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보증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준의 반도체 호황은 올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이 2월 반도체 업계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가 “지난해보다는 부진하지만 평년 수준 혹은 평년보다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평년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가격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해 수출 시장에도 활력이 돌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반도체 가격이 대세 상승기 직전인 2016년 말∼2017년 초 수준으로 떨어졌고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던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이 여전히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올해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수출 상대국을 다변화하는 중단기 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가) 최근 ‘회복되더라도 조금 늦게, 속도도 조금 더디게’ 이런 의견이 나오고 있어 상당한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등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는 만큼 기술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유관 기관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기자}
반도체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을 보여주는 반도체 가동률지수가 43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들이 생산도 줄이고 있는 것이다. 31일 통계청의 광업·제조업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업의 2월 가동률지수는 1월보다 4포인트 하락한 97.1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15년 7월(9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동률지수는 해당 업종의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 변화를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낸 지수로 2015년(100)을 기준으로 한다. 반도체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지난해 10월 114.1을 나타낸 뒤 4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2월에는 100 아래로 떨어졌다. 반도체 가동률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수출 실적 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석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감소율 역시 지난해 12월 8.4%, 23.3%, 24.8%로 커지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3월 1∼20일 수출 실적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3월 수출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산업 활력이 떨어지며 제조업 전반의 가동률지수도 하락했다. 2월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1월 대비 2.9포인트 감소한 95.6이었다. 2016년 95.4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낮다. 일반적으로 생산능력이 감소하면 가동률지수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두 지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제조업 가동률지수 하락 기여도를 살펴보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이 가장 높았고, 반도체 제조업이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 사회가 내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할 수 있는 ‘인구 위기’에 직면한 것은 전셋집 마련도 힘든 경제 문제,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비혼(非婚) 문화, 경력 단절을 초래하는 양육 환경이 복합된 결과다. 올해부터 경제활동에 주로 참여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는 데 이어 내년부터는 감소 폭이 대폭 확대된다. 백화점식 저출산대책으로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출산을 유도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주시급’ 생산인구 매년 감소 통계청은 28일 낙관적, 중립적, 비관적 시나리오(고위, 중위, 저위 추계)에 따라 미래 인구를 예상했다. 이 가운데 중립적 시나리오가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계청 주장이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2016년 인구추계 발표 때도 통계청은 2018년 합계출산율을 1.13명으로 예상하면서 가능성이 낮은 저위 추계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작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더 낮았다. 그만큼 한국의 출산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진입하면서 내년부터는 연평균 33만 명씩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점이다. 강원 원주시 주민(34만 명) 정도의 인구가 매년 경제현장에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2030년대에는 연평균 52만 명 정도 생산인구가 줄어든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부양 부담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유소년 혹은 고령인구의 수(총부양비)는 36.7명이었다. 2060년에는 피부양자 수가 생산가능인구보다 많아지고, 2067년에는 100명당 부양해야 할 사람이 126.8명(저위 추계 기준)에 이른다. 돈을 버는 사람 한 명이 안 버는 사람 한 명 이상을 돌봐야 하는 셈이다. 통계청은 “2065년에 총부양비가 100명을 넘어서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대표적인 고령사회로 꼽히는 일본도 2065년 총부양비는 96.2명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복지비 부담을 떠안는 셈이다.○ 인구 부족 위기 겪은 일본 전철 밟을 우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에 인구 위기가 겹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일본의 전체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는 1992년만 해도 69.8%였지만 지난해 중반에는 59.8%로 급감했다. 이 기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0∼1%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세계에서 처음 ‘30-50(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명) 클럽’에 들었지만 이후 인구 감소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한국이 이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감소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역동성을 떨어뜨려 성장을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라 2000년대 연평균 4.3%였던 경제성장률이 2030년대 1.1%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일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생산연령인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생산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고령화 쓰나미 막을 파격 대책 필요” 인구 감소의 충격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 국내 건설업 취업자 가운데 55세 이상인 사람은 121만8000명으로 전체의 60.8%에 달했다. 새로 건설 업종에 진입하는 젊은이가 없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올해 건설 노동자 수요가 173만 명인데 외국인 근로자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32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현장 업무 중에서도 힘든 작업으로 분류되는 현장 거푸집 세우기 작업은 이미 외국인들이 100% 전담해 작업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가운데는 이런 일을 할 숙련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조제분유 소비량은 2000년 2만7000t에서 2017년 1만4000t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파악한 음용 우유 소매 시장 규모도 2016년 2조879억 원에서 2017년 2조494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학령인구(6∼21세)는 2017년 846만 명에서 10년 동안 연평균 20만 명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날 어린이집 확대, 남성 육아휴직 확대 등 올해 2월 발표한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6월 말까지 주요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인구 감소는 한국 사회의 최대 난제로 국가 전반에 ‘고령화 쓰나미’가 올 것”이라고 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박재명·신희철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한국의 총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당장 올해부터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면서 1990년대 일본이 겪은 인구절벽의 재앙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2006년부터 12년 동안 150조 원을 쏟아붓고도 효과를 내지 못한 저출산대책부터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28일 내놓은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자연감소 시작 시점이 올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가임 여성 1명의 예상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87명까지 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통계청은 2016년 정기추계 당시 인구 자연감소가 2022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봤지만 불과 3년 만에 전망을 바꿨다. 그나마 올해 총인구는 결혼 유학 이민 등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 덕분에 작년보다 5만 명 늘어날 것(5165만 명)으로 보인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가정(저위추계)하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인구가 1만 명 줄어든다. 총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1949년 이후 처음이다. 이 추세대로면 2034년에는 총인구가 4993만 명으로 5000만 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가능연령인 만 15∼64세 인구는 지난해 376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올해는 그보다 9만 명가량 줄어든다. 2029년까지 생산가능인구는 364만 명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463만 명 증가한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줄면서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작년까지 152조2000억 원을 출산장려책에 투입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지난해 0.98명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출산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복지만 늘리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주거 교육 양육환경을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계청은 당초 2021년에 5년 주기의 정기 인구 추계를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최근 출산율이 2016년 전망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3년 만에 특별추계를 내놓았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이새샘 기자}
5월부터 저축은행과 우체국에서도 해외송금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 벤처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액송금업 자본금 요건을 2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완화한다. 정부는 27일 이처럼 규제입증책임제를 시범 실시해 각종 규제를 개선한 결과와 함께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규제입증책임제는 고시, 훈령 등 이미 제정된 행정규칙을 대상으로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담당 부처의 공무원이 직접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규제가 신설 혹은 강화되거나, 일몰이 도래한 규제를 연장할 때는 현재도 규제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미 제정된 규제를 대상으로 한 심사 제도는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부터 소관인 외환조달과 국가계약, 조달 분야를 대상으로 규제입증책임제를 시범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272건 중 30%가 넘는 83건을 폐지하거나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산규모 1조 원 이상 저축은행 21곳이 해외 송금 및 수금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소액송금업자를 포함해 증권사나 카드사의 해외 송금한도도 현행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상향 조정된다. 조달 분야의 경우 입찰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과도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없애고 입찰할 때 보증금 대신 지급각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시범 실시에서 기재부는 분야별 행정규칙을 전수조사 해 관련 협회와 기업, 단체 등과 함께 개선이 필요한 규제 목록을 작성했다. 이후 분야별로 민간위원이 과반인 규제입증위원회를 구성해 규제 필요성과 적절성을 심의했다. 폐지 또는 개선 대상으로 결정된 규제 중 행정규칙 62건은 4월까지 개정을 마무리하고, 시행령 등 법령 21건은 상반기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 재량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규제 18건은 이미 개정을 완료했다. 정부는 “시범실시 결과 규제를 입증할 책임을 공무원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상당수 규제 혁파가 가능한 것으로 입증됐다”며 앞으로 전 부처에서 규제입증책임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5월까지 부처별로 민원이 많은 2∼3개 분야 행정규칙 480여 건을 정비하고, 이후 행정규칙 1300여 건을 추가 정비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등 법령에 근거는 없지만 실제로는 규제로 인식되는 ‘그림자 규제’나 공공기관의 정관, 약관 등 유사 행정규제로까지 개선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담당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극행정면책제도’를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SK하이닉스의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례적으로 한 달여 만에 심의 관문을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수도권 규제 완화 사례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K하이닉스 용인 공장 신설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신청한 산업단지 특별 배정 요청안이 15일 실무위원회를 거쳐 26일 본위원회를 통과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달 22일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지 한 달여 만에 정부 심의의 첫 주요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성장이 벽에 부닥쳤고 고용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를 속도감 있게 풀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SK하이닉스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정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공장 터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120조 원 규모를 투자해 4개의 팹(FAB·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50개 이상의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와 함께 클러스터를 조성해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첫 반도체 팹 기공 이후 10년에 걸쳐 △상생펀드 조성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상생협력센터 설립 및 상생프로그램 추진 △협력사 공동 연구개발(R&D) 등에 1조22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SK 측은 반도체 클러스터 설립을 위해 이르면 2021년 터 조성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업체 관계자로 구성된 정부합동투자지원반을 운영하면서 남은 절차를 지원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으로 신규 일자리 1만7000명, 부가가치 약 188조 원 창출이 기대된다”며 “착공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SK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는 지난달 20일 용인시에 120조 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용인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공장용지가 제한돼 있어 SK가 새로 공장을 지으려면 정부 승인을 통해 특별용지를 배정받아야 했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산업단지 지정계획 고시, 산업단지계획 승인 신청, 교통·환경·재해영향평가 및 산업단지계획 승인 등이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김지현 기자}
기업 실적 악화로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내년 예산이 사상 처음 5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저소득층 지원금을 늘리는 등 정부 주도로 분배와 고용을 개선하려는 취지지만 돈 나올 곳은 말라가는데 기존 계획대로 계속 재정을 풀면 나랏빚만 늘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 1분기(1∼3월)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했다. 정부 각 부처는 이 지침에 따라 5월 말까지 내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은 504조 원 규모로 올해(469조6000억 원)보다 7.3%가량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예산 증가율이 9.5%로 10년 만에 최대에 이른 데 이어 2020년 예산안도 슈퍼급으로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 예산의 중점 투자 분야로 경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만큼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기재부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 우려에다 국내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계속 하락하는 악재가 겹쳤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강화와 소외계층 지원 등으로 분배를 개선하기로 하면서 내년 복지 관련 예산은 역대 처음 18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정부 지출을 뒷받침할 세수 기반은 약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당초 예상보다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의 환경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시해 사실상 ‘어닝쇼크’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는 중국 패널업체의 설비 증설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분야 공급이 늘어난 데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진 때문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내놓은 컨센서스(7조1000억 원)보다 실제 실적이 더 안 좋을 것으로 보여 이례적으로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제 실적이 6조 원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0조8000억 원이었지만 한 분기 만에 이익이 40%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반도체 경기 하락 여파로 정부의 법인세 수입도 대폭 줄게 생겼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점차 낮아지고 있어 2020년도 세수 여건이 2019년보다 더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70조9000억 원으로 전체 세수(293조6000억 원)의 2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내는 법인세는 총 법인세수의 20%를 차지한다. 소득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법인세가 기업 실적 악화로 감소하면서 나라 곳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미 1월 국세수입 진도율(목표액 대비 징수액 비율)은 12.6%로 지난해 1월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이나 혁신 성장은 한계가 있다”며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김지현 기자}
2017년 11월 포항 지진을 촉발한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이 적정했는지 조사해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산업부는 25일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 과정 및 용지 선정의 적정성 등과 관련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미 감사원에 해당 사업과 관련한 국민감사가 청구돼 있지만 정부가 따로 감사를 청구한 것이다. 앞서 20일 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지열발전 기술개발을 위해 지하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진이 촉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등의 수법으로 탈세한 혐의가 드러난 전국 유흥업소 21곳에 대해 국세청이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 대형클럽 ‘아레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발된 탈세 행태가 다른 유흥업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세청은 22일 사업자 명의위장, 신용카드 위장가맹 등의 수법으로 탈세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국 유흥업소 21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세청은 전날(21일) 탈세 의혹이 불거진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룸살롱, 클럽, 호스트바 등 의 유흥업소들은 재산이 없는 종업원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체납과 폐업을 반복하는 일명 ‘모자 바꿔 쓰기’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해왔다. 또 제3자 명의로 등록한 일반음식점, 모텔 등의 신용카드 단말기로 유흥업소 대금을 결제하도록 해 수입을 분산하는 수법도 포착됐다. 앞서 국세청은 20일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모 씨를 명의위장·조세포탈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아레나는 성매매 알선 의혹 등을 받는 가수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를 접대한 장소로 지목된 곳이기도 하다. 또 승리의 전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다음 날인 21일에는 이사로 있었던 클럽 ‘버닝썬’의 운영사인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지열발전 과정에서 지진이 빈발할 수 있음을 경고한 용역결과를 보고받고도 정부가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성과주의에 매몰돼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는 구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포항 지열발전소가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가 아니라 민간 사업단 주도의 연구개발(R&D) 과정이어서 직접적인 관리 책임은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시험단계일수록 탐사와 시추 과정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포항은 2011년 4월 지열발전 부지로 선정됐다. 이곳은 경주, 경남 양산, 부산 등지와 연결된 활성단층지역이어서 지진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열발전은 지열에너지가 센 지역에서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최적지로 꼽혔다. 지진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2008년 용역보고서 이후 국내외에서 수차례 나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12년 ‘지열에너지의 환경성 평가 및 환경친화적 이용방안’ 보고서에서 지진 유발을 지열에너지 활용 시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물 주입 시 지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경고한 논문도 적지 않았다. 2015년 학술지 ‘지구물리와 물리탐사’에 발표된 ‘유발지진 관측과 활용’ 논문은 강한 압력으로 물을 주입해 지층을 깨뜨리면 기존 단층이 활성화돼 더 큰 지진이 촉발될 수 있다고 했다. 스위스 바젤에 지어진 지열발전소는 물 주입을 시작한 2006년 12월부터 2007년 3월까지 3개월 사이에 규모 0.7 이상의 지진이 200번 이상 발생했다.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지열발전소 건설은 2009년 중단됐다. 2009년 11월 스위스 연구팀은 계산상 최대 규모 5.7의 지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란다우에 지어진 지열발전소도 2009년 규모 2.7 지진이 발생한 뒤 가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사업단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정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지만 실질적인 지진 방지 대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시 사업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업단은 오히려 지진이 발생했던 스위스 바젤과 독일 란다우 발전소의 기술자를 해외 자문단에 포함시키고 수억 원대의 자문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2013년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단이 작성한 연차 보고서를 보면 ‘소규모 진동의 위치와 빈도를 해석한 뒤 물 주입 빈도를 조절해 최적의 효율을 얻게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물 주입으로 생기는 진동을 측정하는 이유가 지진 위험을 확인해 대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장 효과적으로 땅에 물을 넣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었던 셈이다. 사업단은 이후 2016년 12월 본격적으로 물을 주입하기 전 ‘미소 진동 관리 신호등 체계’라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지진 규모 단계별로 주입하는 물의 양을 줄이거나 물 주입을 중단하는 방법과 보고 체계가 담겼다. 해당 체계를 설명한 사업단 문건에는 안전성 보장과 민원 문제 최소화가 목적이라고 돼 있다. 2017년 4월 14일까지 진행된 3차 물 주입 직후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상황에서 4개월 뒤 다시 4차 물 주입을 강행하기까지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했는지도 의문이다. 사업을 주관한 넥스지오의 윤운상 대표는 “물 주입을 중단하고 배수하는 조치를 통해 소규모 지진이 바로 멈췄고, 이후 기존 연구를 재검토하고 해외 연구진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작성한 내부 문건인 ‘포항 지열발전 관련 국가배상에 대한 법률자문 보고’에서 해당 사업은 공무원의 직무 집행이 아니라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에 민사소송의 대상이고, 이로 인해 국가배상 요건은 충족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4월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사실이 산업부까지 보고된 만큼 정부가 완전히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 기상청 같은 지진 관련 기관과 협의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했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김도형 기자 / 윤신영동아사이언스 기자}
경북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드러난 지열발전소를 착공하기 4년 전인 2008년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으로 지진 발생 빈도가 크게 늘 수 있다는 경고가 정부 용역보고서에 담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를 간과한 채 사업을 진행해 대규모 지진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지열시스템이 토양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 및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지하수토양학회가 작성했다. 지열발전 사업단에 들어간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연구의 전문성을 높였다. 보고서는 “일부 지역에서는 열수를 꺼내거나 다시 주입하는 경우 지진의 원인이 되거나 지진의 빈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고 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인용해 발전을 위해 땅속에 물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면 지진 발생 건수가 늘어나는 반면 물 주입을 줄이면 지진 발생 건수가 감소하는 관측 결과를 그래프로 설명했다. 보고서를 쓴 이진용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당시 한국에서도 지열에너지 활용 사례가 많아지는 추세였기 때문에 지진 위험이 있다는 내용을 반영했다”고 했다. 연구용역을 발주한 환경부는 지반침하 등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관련 규정 개편에 보고서를 참조하겠다고 했지만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실질적인 지진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아울러 지열발전 사업단은 지진 대비 매뉴얼을 2016년 말 만들었지만 이는 민원 해소 등 사업 추진 과정상의 불협화음을 줄이려는 성격이 짙었다. 지열발전 사업을 발주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실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사업단은 ‘신호등 체계’로 불리는 5단계 진동 관리 규정을 확정하며 ‘미소(微小)진동으로 인한 민원 문제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 대중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침’이라고 했다. 정부조사연구단의 결과 발표 다음 날인 이날 하루에만 약 1500명이 정부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혀 소송 참가자는 약 2700명으로 늘어났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포항=박광일 기자}

2017년 11월 포항 지진은 정부와 사업자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초래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열발전이라는 신기술을 적용하면서 사전에 지진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사업 진행 중에도 위기의 징후를 간과한 정황이 드러났다. ○ 위험한 단층 조사 건너뛴 안전불감증 포항 지진은 비 오는 날 자동차 타이어가 밀리듯 지층이 밀리며 작은 지진이 발생했고 이런 작은 지진이 누적된 끝에 큰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단층인 임계응력단층을 활성화해 일어난 것이다. 임계응력단층의 활성화를 촉진한 것이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이었다.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장은 20일 “임계응력단층면을 따라 단층면이 움직이려는 힘과 이를 막는 마찰력이 균열을 일으키던 차에 지열발전소에 의해 단층면에 물이 주입되면서 지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큰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임계응력단층의 존재를 사전조사를 통해 파악했다면 지진을 미리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미 지열발전이나 셰일가스 추출 등 지하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 사업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개발(R&D) 과제 공모를 통해 사업자로 선정된 민간 기업인 넥스지오를 중심으로 포스코, 서울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지반 안정성 조사는 했지만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을 파악하는 것은 별개”라며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이 포항 지하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단층 조사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지하를 4km나 파면서도 땅 밑에 어떤 위험 요인이 있는지 모르는 깜깜이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한 셈이다. 이강근 단장 역시 “시간과 돈에 제약이 많은 프로젝트 구조상 임계응력단층의 존재를 파악하는 데 따로 많은 시간을 들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진 63번 났는데도 사업 강행 실증 연구 진행 과정에서도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업을 공모한 주체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열발전소에서는 지진 강도에 따라 5단계의 안전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규모 2.5 이상의 지진이 나면 물 유입 압력을 감소시키고 기존에 유입된 물을 배수시키는 등 긴급 조치를 하고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실제로 3번째로 지하에 물을 주입한 다음 날인 2017년 4월 15일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고 사업단은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위기의 징후가 뚜렷했던 셈이지만 사업단은 지진 4개월 뒤 4번째와 5번째 물 주입을 강행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컨소시엄의 연구진과 민간 연구진 등이 검토해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계속 실증연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및 기상청이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실에 제출한 관련 모니터링 보고서 등에 따르면 물 주입 기간인 2016년 1월∼2017년 11월 총 63차례의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2006년 스위스 바젤에서는 지열발전소 건립과 시험 운영 과정에서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 정밀조사 끝에 2009년 발전소를 폐쇄했다. ○ 지열발전소 책임 범위 놓고 논란 정부조사연구단은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한 것이 아니라 ‘촉발’했다는 표현을 썼다. 지질학계에서 유발은 지열발전소가 직접 지진을 일으켰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촉발은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뜻이다. 촉발인 경우 유발에 비해 정부의 배상책임이 가벼워질 소지가 있다. 이날 정부는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은 영구 중단되고, 해당 발전소 부지는 원상 복구될 예정이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 포항=장영훈 기자}
경북 포항에서 2017년 발생한 지진은 인근에 건설 중이던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발전소 사업단은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단층이 있는지 파악하지 않았고, 시험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강한 지진이 났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단은 지난해 3월부터 진행한 조사 결과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자연 지진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 지열발전을 위해 지하에 넣은 물 때문에 땅속에서 수차례 작은 지진이 일어났고 이런 지진이 누적된 끝에 위험한 단층인 ‘임계응력단층’에까지 영향을 미쳐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장(대한지질학회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은 “울기 직전인 사람은 살짝 손바닥만 대도 울음이 터지는데, 그 손바닥을 대도록 이끈 주원인이 지열발전의 물 주입이었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포항 지진 발생 7개월 전인 2017년 4월 15일 포항 지진의 진앙과 가까운 포항시 북구 북쪽 8km 지점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는 총 5차례 진행된 물 주입 작업 중 3번째 주입 시기(2017년 3월 16일∼4월 14일) 직후다. 사업단은 발전소 규정에 따라 물 주입을 중단하고 물을 뺐다. 이후 산업부는 사업단으로부터 해당 보고를 받았지만 진동이 큰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조사하는 등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정부와 사업 주체인 넥스지오 등 민간 컨소시엄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활성 단층을 인지하고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지열발전은 지하 4∼5km 지점에 물을 넣고 지열로 150∼170도로 데운 뒤 이 물을 뽑아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기술이다. 포항지열발전소는 국내 유일의 지열발전시스템으로 2012년 착공 후 공정 90% 상태에서 지진 발생 이후 중단됐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김도형 기자·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침을 내놓았다가 철회한 정부가 대기업 위주로 시설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여건이 악화되자 기업부문에 대한 세제지원 축소로 이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메우기 위해 올해 근로장려금을 전년의 4배 가까이로 올린 바 있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9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액은 47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감면액보다 5조5000억 원 늘어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세수입 대비 감면액 비율인 국세감면율은 13.9%로 감면 한도(13.5%)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감면율이 한도를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는 세금 환급 방식으로 지급되는 근로장려금이 지난해 1조3000억 원에서 올해 4조9000억 원으로 급증하는 등 복지 관련 재정지원이 늘기 때문이다. 비과세·감면세액이 임계치에 이르면서 정부는 조세특례 심층평가 제도를 강화하고, 평가 결과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심층평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고 총 감면액이 300억 원 이상인 세액공제 제도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 심층평가 대상은 △비과세종합저축 과세특례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 3가지다. 이 가운데 저축 관련 세금지원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재산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축소나 폐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 생활과 연관성이 낮은 생산성향상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가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제도는 자동화시설과 물류관리시스템 등에 투자한 금액 중 일부를 세금에서 빼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 공제율을 3%에서 1%로 내렸다. 그 결과 총감면액은 2017년 3782억 원에서 2019년 959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올해 이 투자세액공제의 일몰이 도래함에 따라 공제 혜택을 추가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공제 대상이 되는 시설의 종류를 줄이거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산업 관련 시설 투자로 공제 대상을 바꾸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2017년 심층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가 고용증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불확실하다면서도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미치는 효과는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정부는 휴게실 등 근로자복지증진시설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세액공제율을 7%에서 3%로 내렸다. 물류비용 세액공제 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고용 증대 중심으로 세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전체 비과세·감면 예정액(47조4000억 원) 중 서민·중산층 관련 금액은 24조4000억 원으로 전체의 51%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감면액은 지난해 7조3000억 원에서 올해 7조7000억 원으로 4000억 원 늘 예정이다. 반면 대기업 감면액은 지난해 2조4000억 원에서 올해 2조 원으로 줄어든다. 올해 전체 감면액 대비 대기업 감면예정액 비중은 4.26%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적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국 정부가 유럽연합(EU)발 데이터 전쟁에서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일본은 EU의 신데이터법 규제에서 벗어났다. 개인정보보호법이 EU의 신데이터법 규정과 같은 수준으로 보안을 준수하고 있다는 ‘적정성 평가’를 거치고 EU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뉴질랜드 캐나다 등도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국이 EU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정보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은 2017년 한국과 함께 아시아에서 적정성 우선 평가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이후 한국은 EU와의 관련 협상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일본은 지난해 7월 EU와 협의를 시작해 올 1월 EU와 대등한 개인정보보호제도를 갖췄다는 인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EU와 일본은 법 규정을 준수하기만 하면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처럼 즉각적인 제도 개편이 가능했던 것은 일본이 EU에서 신데이터법 초안이 나온 2012년 직후 국내법을 정비하며 대응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5년 9월 EU 기준에 맞도록 자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2017년부터 전면 시행했다. 250명 이상 고용 기업에 대해 다양한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유럽 기준에 맞춰 자국 내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국경을 넘어 이전되는 데이터에 대해 사업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특히 지난해 2월과 4월 신데이터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기업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민감 정보의 범위를 EU 기준에 맞춰 확대하고, EU에서 이전된 개인 데이터를 익명 처리하는 경우 가공 방법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고 재확인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 법으로 규제하는 대신 기업들이 새로운 법체계에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 나침반 역할을 한 셈이다. EU 적정성 평가는 상대 국가의 법체계를 정밀 심사하는 등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일본이 EU와의 협상을 빨리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7년 우선 평가 대상국으로 지정된 뒤 직접 EU 집행위원회를 찾아 위원들을 만나는 등 외교전을 펼쳤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