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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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1~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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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제 유지한채 美와 관계개선… 김정은 ‘베트남 모델’ 꾀하나

    “북한이 앞으로 베트남처럼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조심스럽게 남북 대화 국면이 움트던 1월,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도 “급박하게 펼쳐지는 지금의 양상을 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베트남식 모델을 생각하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수교한 베트남은 김정은이 원하는 ‘정상 국가화’와 가장 흡사한 모델 중 하나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역학 관계를 둘러싼 복잡한 계산이 이면에 숨어있어 현실화하기까지는 다양한 걸림돌이 놓여 있다.○ 反美에서 “친구”로 바뀐 베트남 베트남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격렬한 내전을 겪었다. 월맹이 승리한 이후 베트남은 지금까지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전 초반 중국의 지원을 받으며 미국과 싸웠던 월맹은 대표적인 반미(反美) 국가였다. 베트남과 북한은 평양과 하노이에 각각 대사관을 둘 정도로 가까웠다. 그러나 베트남은 시장 경제를 수용하고 1995년 미국과 수교하면서 북한과 다른 길을 걸었다.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5년 수교 20주년을 맞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찾은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우리는 적에서 친구로 탈바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뛰어넘어 정상 국가화를 노리는 김정은이 이런 베트남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현재 북-미 정상회담의 틀을 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 미대사관 개설 등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도 무관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수교를 통해 대북 제재 굴레를 벗고 경제 발전으로 체제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김정은의 구상으로 보인다”며 “젊은 나이로 장기 집권을 자신하는 김정은이 통치 기간 동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 관건은 미중의 역학 관계 현재 베트남과 북한 모두 국경을 접한 중국과 소원한 관계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갈등으로 중국과 삐걱대고 있고, 북-중 관계는 김정은이 “중국과 담을 쌓고 있다”고 할 정도다. 미국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은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5일 베트남에 입항했다. 자연히 베트남이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구상하는 북-미 수교가 현실화되면 중국의 위기의식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북-미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 수준의 전략적 변환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김정은은 ‘G2’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줄타기가 가능해지고, 두 국가로부터 경제 발전의 도움을 경쟁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시나리오의 관건은 중국의 의중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추시보의 10일 보도에도 중국의 고민이 엿보인다. 이 신문은 “중국이 (아시아권에서) 주변화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국이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이라고 논평했다. 또 북한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 文의 ‘신(新)경제지도’의 키는 북한과 베트남 여기에 북한과 베트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다. 신북방정책 성공의 열쇠가 북한과 러시아라고 한다면,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는 베트남이다. 청와대는 두 경제협력 축을 연결해 평화의 번영의 경제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청와대가 “최근 한반도 평화 국면으로 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 구상의 현실화가 더 앞당겨졌다”고 보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을 정상 국가로 볼 것이냐는 문제는 미중 관계는 물론이고 러시아까지 관련된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라며 “북-미 관계 정상화도 예단하기 힘든 만큼 단기간에 판가름 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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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4년 연임제… 현직이 대선 패배땐 재도전 못하게”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한이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 4년 연임(連任)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 초안이 12일 확정됐다. 정부 개헌안이 가시화됨에 따라 여당은 국회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했지만, 야권은 정부 주도 개헌에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위)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개헌안 초안에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더불어 수도 규정을 법률에 위임하는 조항을 넣기로 12일 결정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규정하고 있으며, 수도에 대해선 명문을 두고 있지 않다. 자문위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重任)제를 선호하는 만큼 이를 넣으려 하다가 논의 과정에서 중임제를 연임제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중임제에선 4년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패배해도 나중에 대선에 도전할 수 있으나, 연속으로 두 번의 임기만 보장하는 연임제에선 불가능하다. 연임제로 개헌이 이뤄져도 현직 대통령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현행 헌법조항에 따라 문 대통령 임기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헌법에 수도 조항이 들어가면 행정수도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해소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정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4년 10월 관습 헌법을 근거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 전문에 지난해 촛불혁명을 넣자는 주장에 대해선 “촛불혁명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개헌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 밖에 헌법 기본권 조항에서 천부인권 성격을 띤 조항에 대해선 기본권 주체를 기존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지방분권 개헌’ 취지에 맞게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강화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정부 개헌안이 이처럼 윤곽을 드러낸 것과 달리 국회 개헌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2일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 전체회의에선 여야가 정부형태(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를 벌였지만 기존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무총리 임명을 전제로 한 대통령제를, 야당은 국회가 국무총리를 선출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각각 고수했다. 여야 개헌 논의가 한 치도 진전되지 못한 채 공전만 벌인 셈이다. 여야는 국회 개헌안 논의가 부진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사실상 국회의 책임을 방기하거나 포기한다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의 개헌안 발의는 마냥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개헌안을 확정했으며 야당의 책임 있고 성의 있는 협상 태도를 기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관제개헌 자체가 무리한 정치적 시도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6·13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진행하자는 여당 입장을 정략으로 규정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의 개헌안에 야당이 조건 없이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개헌은 대의기관인 국회가 주도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김상운 sukim@donga.com·한상준 기자}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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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 2차관 “남북관계 개선땐 철도-가스관 연결 사업 진행”… 靑 “각 부처-기관들 너무 앞서나가” 일침

    맹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이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러시아 가스관 연결과 북한의 노후 철도 개량 사업을 연계해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부처 간 조율된 내용도 아니고 깊게 들여다본 적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맹 차관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철도부문 협력과 관련해 가장 먼저 할 일이 철도 동해북부선 연결”이라며 “이를 통해 부산에서 동해선 타고 (북한의) 나진, (러시아) 하산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동해북부선은 강원 고성군 제진역과 강릉 사이의 110km가 끊긴 상태다. 지난 정부 때 중단된 경원선 연결사업도 먼저 해야 할 사업으로 꼽았다. 그는 “북한의 철로를 개량하면서 러시아 가스관을 우리나라로 끌어와 폭 60m 철도 부지에 가스관을 매립하면 토지 점용료를 아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중단된 북한 항공로 이용에 대해서는 “이를 이용하면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시간이 40분 가까이 단축된다”며 “우회 항공로를 이용할 때 드는 연료비가 과거 북한에 지불했던 이용료 60억 원보다 더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이 같은 협력사업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해제된 뒤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맹 차관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남북 평화 국면에 대한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 상황에서 각 부처나 기관들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는 반응이다.주애진 jaj@donga.com·한상준 기자}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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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北은 가난한 나라” 언급… 경제난 해결도 함께 노려

    “김정은이 스스로 북한을 가난한 나라(poor country)라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방미단을 만난 백악관 관료의 말을 빌려 11일 이같이 전했다. NYT는 “정 실장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가 북한을 정말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1월 “적들이 100년을 제재한다고 해도 뚫지 못할 난관이 없다”는 김정은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역대급 대북제재에 직면하고 있는 김정은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 북-미 평화협정 체결까지 시도하는 전략을 현실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전략적 대전환’ 노리는 김정은 언제나 체제의 위엄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던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스스로 ‘가난한 나라’라고 지칭하는 것도, 북-미 정상회담을 선제적으로 제안한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여기에 김정은이 평화협정 등 북-미 관계 정상화의 의지를 밝힌 것은 북한이 지금까지 핵을 조건으로 벌여온 협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정은의 행보에 대해 “(우리가 알던 것과 달리) 핵을 더 이상 체제 보장의 마지막 수단으로 보지 않고 (핵을) 포기하는 대신 안보, 외교, 경제적 지원을 받아낼 협상 카드로 보기 시작했다면 전략적 결단이 된다”며 “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역사상 최초로 국제적 경제 제재의 타격을 느끼기 시작했고, 계속되면 엘리트 및 민심의 동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 때처럼 핵을 통한 협상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래를 얻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을 통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강조한 것도 지난해까지 매달렸던 핵 개발을 일단 한쪽으로 미루거나 심지어 포기하는 데 따른 북한 체제 내부 반발을 ‘유훈’으로 무마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 ‘대가 요구’가 아닌 더 큰 차원 내건 北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을 만나 ‘비핵화를 내놓을 테니 이걸 달라’는 식의 접근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그 대신 ‘정상 국가화’의 기조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세부적인 조건에 매달리지 않고 북-미 정상회담을 뛰어넘어 북-미 평화협정과 외교 관계 수립 등 ‘거대 담론’에 대한 의견과 의지를 밝혔다는 것.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는 김정은의 이런 언급을 ‘조건’이 아닌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은 ‘북한의 존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큰 차원의 문제라서 그렇게 빨리 쉽게 결론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미국에 이어 중·러·일에 연이어 파견한 것도 “김정은의 제안을 수용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사회의 위험을 제거하자”고 설득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데 대해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을 뗐다고 봐 달라. 미국과 긴밀한 공조하에 잘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김정은의 선언이 언제,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느냐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등을 약속했다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여권 핵심 관계자는 “ICBM 개발 중단 등은 비핵화 프로세스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지 별도로 약속할 사안이 아니다”고 부인한 뒤 “억류 미국인 석방은 김정은이 미국과의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일종의 선물처럼 전격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서 4월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남북 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하면서도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김정은의 의도를 파악하고 북-미 정상 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게 남북 회담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사실상 ‘2인 3각’의 공조를 끌어내기 위해 한미 간 고위급 실무준비 채널을 가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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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평양에 美대사관’ 메시지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 측 대북특사단에 북-미 정상회담을 뛰어넘어 북-미 평화협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10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한 공개할 수 없는 김정은의 구두 특별 메시지’도 북-미 평화협정 및 수교 등 관계 정상화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김정은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미 평화협정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 수립이다. 평양에 미국대사관을 두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뒤 북한이 본격적으로 평화협정 등 관계 정상화를 꺼내들 것”이라며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전한 메시지는 억류 미국인 석방 등 세부적인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김정은의 특별 메시지에 대해 “정상 간에 관련된 것이라 다 공개할 수는 없다.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상호 신뢰 구축의 일환으로 (비핵화를 포함한) 매우 포괄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이)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에 관한 보장이 있어야겠다, 평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은 대북제재 완화를 뛰어넘어 장기적으로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이에 따라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속에서 ‘투 트랙 협상’으로 조율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 평화협정 등 안보·군사적 성격의 협상이 주를 이룰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긴장 완화 논의와 함께 이산가족, 문화 교류 등 남북 간 교류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빗장을 열고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비핵화 문제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청와대는 “교류를 해도 대북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검증하고 확인하기 전까진 제재와 압박을 거두지 않겠다는 백악관과의 공조다. 이날 귀국해 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2일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한다. 정 실장은 12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면담해 방북, 방미 결과를 설명한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같은 날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난다.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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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간 면제협상 가능… 정부, 美설득 총력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수입 철강재 고율관세가 실제 적용되기까지 15일간 정부는 예외국으로 지정받기 위해 총력 외교전에 나설 방침이다.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8일(현지 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철강 관세에서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두 사람은 “적극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백악관에서 열린 미 각료들의 모임과 이어지는 오벌오피스 모임을 통해 예외를 인정해 달라면서 ‘오늘 상황을 보라. 한미 동맹이 얼마나 중요하냐’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북-미 대화가 이뤄지게 된 분위기에서 기대해봄직 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동안 미국 설득에 실패한 통상당국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히 많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골든타임’ 총력전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철강업계와 긴급 민관합동대책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면제나 경감을 받기 위해 미 무역대표부(USTR)와 관련 협의를 조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을 대상으로 USTR와의 협의를 거쳐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할 경우 관세를 조정하거나 면제해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상태다.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한국이 관세 예외국으로 지정되는 ‘국가 면제’와 한국의 개별 기업이 미국 현지 기업의 요청을 받아 미 상무부에 신청하는 ‘품목 면제’를 적용받기 위해 투트랙으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등을 만나 관련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이마저 안 되면 유럽연합(EU) 등과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피해를 구제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중국산 철강재 환적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 문제만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무기 구매나 방위비 분담 같은 문제까지 패키지로 넣어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국내 일자리 1만4400개 위협 국내 철강업계를 포함한 산업계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면 한국의 대미(對美) 철강 수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21.9%(8억8000만 달러·약 9425억 원) 급감한다고 추산했다. 이로 인해 3년 동안 한국 경제의 부가가치는 1조3300억 원, 취업자는 1만4400명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대미 철강재 전체 수출액의 88%에 반덤핑 상계 관세를 받고 있는데 25%의 고율 관세가 더해지면 상당한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관세 면제 협상을 벌이는 USTR는 한미 FTA 협상 주체이기도 하다. 미국이 철강 관세를 FTA 개정 협상의 압박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이번 관세 적용을 보류하는 등 ‘관세 폭탄’을 FTA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한우신·한상준 기자}

    • 20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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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워싱턴? 트럼프 ‘실익 크다’ 판단땐 訪北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역사적인 첫 만남에 합의하면서 한반도가 ‘운명의 봄’을 맞게 됐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핵 폐기는 물론이고 6·25 종전 이후 64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 체제는 그야말로 전혀 다른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의제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당분간 ‘살얼음판’ 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정상의 ‘원샷 타결’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큰 이번 비핵화 시도가 좌초하면 한반도는 다시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위기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목표가 아니라 첫걸음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다.○ 정상회담 평양서? 워싱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듣고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수락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일가견이 있다”며 “김정은은 독특한 전체주의 체제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결정권자의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 등 회담을 위한 디테일은 이제부터 정해야 한다. 북-미 간 실무 접촉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 시기는 ‘5월 안(by May)’이라고 돼 있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4월로 하자고 했다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하자는 우리 측의 요청에 따라 바꾼 것이다. 그만큼 아직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 정상회담이 어디서 열릴지도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김정은이 먼저 ‘초청’ 의사를 밝힌 만큼 평양에서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이날 백악관에선 정상회담을 미국에서 열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한으로선 북-미 관계 정상화의 극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94, 2010,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년 억류된 여기자 석방 협의를 위해 평양을 찾았다. 하지만 이는 퇴임 후라서 현직인 트럼프와는 파장이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판문점과 서울, 제주 등 한국에서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장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접 평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북-미 수교 일괄타결 시도될 듯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북한이 이미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핵무기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은 줄기차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해 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 의제에 대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이에 대한 검증이라는 결과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 2차 북핵 위기 당시 비핵화 협상과 달리 정상회담이라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담에선 북핵 폐기와 북-미 수교를 한꺼번에 논의하거나 주고받는 일괄타결이 시도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큰 목표를 놓고 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핵 폐기,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에 “미국은 우리를 정상국가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셔틀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큰 그림이 나오면 곧바로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프로세스가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미 간 이견이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정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김정은과는 만나서 대화를 나누려는 것이며 (구체적인 협상 등) 그 이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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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나면 큰 성과” 김정은 말 전하자… 트럼프 “좋다” 즉석 수락

    8일(현지 시간) 오전 9시 50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덜레스공항에 도착했다. 검색대를 신속하게 빠져나온 뒤 주미 대사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차량에 올라타고 곧장 워싱턴으로 향했다. 정 실장은 다시 한번 메모를 점검했다. 대북특사로 방북한 뒤 카운터파트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로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이번에도 도착해서 확정된 트럼프 면담 앞서 5일 평양을 방문했던 정 실장은 김정은과의 정확한 회동 시간을 알지 못한 채 비행기에 올랐다. 워싱턴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 실장, 서 원장이 현지 시간으로 9일(금요일)에 만나는 쪽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주미 대사관에서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에 들어섰다. 오후 2시 30분부터 3시까지 정 실장은 평소 친구로 부르는 맥매스터와, 서 원장은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과 각각 만났다. ‘정의용-맥마스터’ 라인과 ‘국정원-CIA’ 라인은 지난달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간 회동 주선의 핵심 축이기도 했다. 백악관 인사들과의 미팅은 계속 이어졌다. 3시부터는 정 실장, 서 원장과 맥매스터 보좌관과 해스펠 부국장이 모두 참여하는 ‘2+2’ 미팅을 가졌다. 끝나자마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데이비드 멀패스 재무부 차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등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관련 참모 20명이 한꺼번에 들어와 정 실장과 서 원장의 설명을 들었다. 우리 측에서는 조윤재 주미 대사가 합류했다. 이례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3+20’ 미팅이었다. ○ 트럼프 “당장 집무실로 들어오라” 원래 이 브리핑은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한창 브리핑이 진행되던 중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당장 집무실로 들어오라. 빨리 만나자”는 연락이 온 것. 이에 정 실장과 서 원장은 4시 15분경 급하게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오벌오피스에서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아 김정은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기까지 온 것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고 운을 뗀 뒤 방미 전까지 사흘 동안 여러 차례 되뇌고 연습했던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급적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달했다.” 이어 정 실장은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 보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 김정은에 대한 우리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켈리 비서실장,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은 일제히 정 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악관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트럼프 “한국 대표 이름으로 직접 해 달라” 정 실장의 설명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했다. 북-미 중매 외교를 위해 줄타기를 해 온 청와대가 애타게 기다린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 참모들을 보며 “거 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4월에 만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 실장이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우선 남북이 만난 뒤에 북-미가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5월로 조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한국의 대표들이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 실장은 물론이고 청와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었다. 이에 정 실장은 오후 5시부터 맥매스터 보좌관 방에서 발표 문구를 미국 측과 조율하는 한편 급하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상황과 합의 문안을 보고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실을 갑자기 찾아 “한국이 북한과 관련해 오후 7시에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실을 찾은 건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백악관에 어둠이 깔린 오후 7시 5분, 정 실장은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기로 했다는 발표문을 읽었다. 정 실장이 워싱턴에 도착한 지 9시간여 만, 그리고 백악관에 발을 디딘 지 5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20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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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잘 다룰까 우려 많았던 ‘올드맨’, 안보실세로 자리잡아

    “고령인데도 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네요.” 대북 수석특사였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72)이 8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 워싱턴으로 다시 출국하는 장면을 TV로 본 한 정부 관계자가 “엔도르핀이 도는 거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실장은 1박 2일간의 방북에 이어 김정은의 메시지를 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를 설득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았다. 청와대 안팎에선 “트럼프와 김정은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느냐의 첫 번째 관문이 정 실장의 혀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정의용, 맥매스터 집에서 와인 마시며 스킨십 정 실장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 대화 국면에서 일찌감치 대북 특사로 낙점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김정은 특사로 방한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만난 직후 대북 특사단 파견을 구상하며 정 실장을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후보로 거론되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미 정 실장이 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정 실장이 대북 특사의 중책을 맡은 것은 방북 결과를 전달하고 미국을 설득할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실장은 미국의 안보 컨트롤타워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려진 것 이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현안이 있을 때 곧장 전화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고 워싱턴을 방문할 때는 정 실장이 맥매스터의 집에 들러 와인도 한잔 기울이는 사이라고 한다. 정 실장은 6일 북한에서 돌아온 직후 맥매스터 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방북 결과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정 실장은 “맥매스터와는 개인적으로 잘 통한다. 사적인 얘기도 많이 나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외교 경험 부족 우려 반전시켜 정 실장과 맥매스터는 당초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안보수장 0순위가 아니었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17대 의원을 지낸 정 실장은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단인 ‘국민아그레망’ 단장을 맡았지만 안보실장에는 서훈 원장이 0순위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 원장을 국정원장으로 지명하면서 정 실장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로 낙점됐다. 맥매스터도 지난해 2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스캔들’로 낙마한 뒤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는 안보보좌관 후보군에도 끼지 못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추천으로 자리를 꿰찼다. 주로 군 출신이 맡았던 안보실장 자리에 외교관 출신인 정 실장이 임명되면서 처음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워싱턴 근무 경력이 있지만 주제네바대사를 지냈을 만큼 북핵이 아닌 통상이 주특기여서 한미관계를 조율하면서 북핵 해법의 큰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과 관련한 워싱턴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남북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아내면서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이다.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알려진 것 이상으로 안보 현안에 대해 정 실장의 의견을 경청한다”고 전했다. 외교 현장을 오래전에 떠났지만 워싱턴 핵심 인사들과 오랜 교류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문 대통령의 지난해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던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정 실장에 대해 이름을 부르며 “의용은 내 오랜 친구”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미국에 도착한 정 실장과 서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들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면담을 갖는다. 맥매스터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회동을 가진 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장관 3명과도 만날 예정이다. 8일 오후 또는 9일 오전(현지 시간)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도 만날 계획이다. 청와대는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비핵화 관련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밝힌 합당한 조건(right condition)을 충족하고도 남는 것”이라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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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宋국방 “美전략무기 안와도 된다” 논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8일 방한한 스콧 스위프트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해군 대장)을 만나 “(4월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확장억제 전력이나 원자력잠수함 같은 것들을 전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송 장관은 “5월에 (스위프트 사령관의) 후임자가 올 때까지 역할을 잘하셔야 한다. 그때 남북관계라든지 한반도 주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스위프트 사령관이 “준비하고 있겠다”고 하자 송 장관은 “아니, 한반도에 오지 않고…”라고 답했다. 4월 시작하는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것이며 미 전략무기를 전개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5월에 전역하는 스위프트 사령관이 재임 중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위해 고생한 데 대해 송 장관이 ‘위로와 농담, 덕담’ 차원에서 건넨 말이라고 해명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연합훈련은 예년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감안해 한미 군사훈련에 항모와 전략폭격기 등 전략무기 참가가 대폭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여전하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특사단의 활동에 대해 “남북 간의 대화뿐만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고 말했다. 대북 특사단 수석을 맡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등을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미 대화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한상준 기자}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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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해외평가 잘 알아…“난 땅딸보” 농담도

    청와대가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발표한 합의문 6개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전달한 문제에 김정은이 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특사단이 1박 2일 간의 북한 방문에 대해 “화려하고 극진하기보다는 세심하고 정성어린 환대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도착 직후 ‘오늘 김정은과 만찬’ 통보한 北 특사단은 방북 전 북측과 세부 일정을 조율했지만 김정은과의 구체적인 회동 일자를 정하지 못한 채 5일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청와대는 “5일 만찬 또는 6일 오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정도만 짐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숙소인 고방산초대소에 도착한 특사단 일행이 짐을 풀자마자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찾아와 “오늘 접견과 만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특사단이 노동당 본부에 도착했을 때 김정은은 김여정과 함께 입구에서 기다리며 특사단을 맞았다. 한 시간가량의 접견이 끝나고 만찬장으로 이동할 때도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만찬장 문 밖에서 특사단을 기다리며 악수를 했다. 정 실장은 접견에서 인사말과 함께 준비해 간 안건을 설명했다. 그러자 곧바로 김정은이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며 6개 합의문과 관련된 주요 내용을 먼저 제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 김영철 등)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비핵화, 모라토리엄(유예), 군사 회담, 문화 교류 등 특사단이 발표한 6개항에 대해 이른바 숙제를 던졌었다”며 “이를 전달받은 북한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고민한 것으로 보이고, 특사단에 답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 靑, “김정은, 자신에 대한 외신 평가 알고 있어” 청와대는 “김정은은 우리 언론이나 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신의 평가, 알려진 이미지 등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런 평가와 이미지에 대해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가며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스스로를 ‘땅딸보’라고 칭하며 농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김정은에게 “나는 그를 땅딸보(short and fat)라 부르지 않았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또 ‘꼬마 로켓맨’ ‘미치광이(mad man)’라고 한 바 있다. 만찬에서는 지난달 방남으로 특사단과 구면(舊面)인 김여정이 “북한 음식이 입에 맞느냐”며 챙겼다고 한다. 테이블에는 와인, 수삼삼로 등의 술이 준비됐지만 참석자들은 주로 평양 소주를 마셨다. 북한은 첫날 만찬에서는 온반을, 둘째 날 오찬에서는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제공했다. 김영철은 둘째 날 오찬에서 “원래 평양 인민들은 냉면을 두 그릇씩 먹는다”며 냉면을 더 권하기도 했다. 고방산초대소에는 국내 지상파와 뉴스전문 채널은 물론이고 미국 CNN, 중국 중국중앙(CC)TV 등도 시청할 수 있었다. 청와대는 “인터넷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특사단은 실시간으로 국내 뉴스를 검색했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특사단의 김정은에 대한 평가를 전하며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려심이 넘쳤다” “숙성된 고민을 했다” “솔직하고 대담하다”며 극찬을 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 국가 수장에게 찬양을 보내고 있는 특사단의 사상과 태도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이복형(김정남)을 화학무기로 독살시키는 반인륜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데, 이런 공포정치도 대담함으로 설명할 것인가”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김정남 암살에 대해 “패륜적인 범죄”라고 비판했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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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美 향해 “정상국가 대우해달라”

    북한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대북 특사단에 “(미국은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우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의해 지정된 테러지원국 꼬리표를 떼고, 보편적 국가이자 대화 상대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는 것. 더 나아가 대북제재 완화 및 해소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김정은이 특사단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 등과 관련해 다른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 않고 북한을 ‘정상 국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이 압박을 풀면 북한 역시 비핵화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이번 회동에서 별다른 (주고받는 식의) 계산을 안 한 것 같다. 했다면 아주 큰 차원의 계산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강조했다는 ‘정상 국가(normal state)’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 등을 지키는 일반적인 국가를 의미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정상 국가를 꺼낸 건 미국에 ‘제재 대상이 아닌 국제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대우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정상 국가화는 제재 완화와 경제 정상화, 궁극적으로는 체제 보장까지 다 담긴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화 국면 동안 핵·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도 ‘불량 국가’가 아닌 정상 국가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박 4일(기내 1박) 일정으로 8일 미국을 방문하는 정 실장이 미국에 전달할 김정은의 메시지에도 정상 국가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4월 말 3차 남북 정상회담 전까지 북-미 간 어떠한 형태의 접촉이라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악관은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압박을 거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두고 볼 것이다. 한국과 북한에서 나온 발표들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백악관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은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데 전념할 것이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대화 기조는 환영하지만 김정은이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거나, 국면 전환을 위해 기습 도발 등을 할 경우 언제든 군사 옵션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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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재완화+α’ 노리는 김정은… ‘최대압박’ 못 푼다는 트럼프

    《북한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반도 대화 국면의 불씨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환영 의사와 함께 완전한 비핵화를 재차 강조하면서 북-미가 실제로 마주 앉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청와대 역시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한 실질적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대북 특사단이 들고 온 결과를 토대로 미-일-중-러 설득에 나선다.》 ● 김정은의 전략은부인 만찬 동석-특사단 깍듯한 예우… 파격적 제스처체제보장-북미수교 염두 ‘불량국 아닌 정상국가’ 강조북한 김정은은 5일 우리 특사단과의 회동에서 내용과 형식 모두 파격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인정하고, 노동당 청사 본관에서 만찬을 열고, 부인 리설주와 동행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이상한 나라가 아닌 ‘정상 국가(normal state)’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고, 더 나아가 미국이 이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정은이 꺼내든 정상 국가 요구 카드는 대북제재 완화 차원을 뛰어넘어 체제 보장, 북-미 수교까지도 포괄하는 ‘패키지’인 만큼 이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수용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7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회동에서 대부분의 합의사항을 먼저 제안했다. 특사단이 준비해 간 내용을 김정은이 선제적으로 밝히면서 “북한이 뭔가 다른 것을 요구한 것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청와대는 “다른 요구조건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명시적으로 없었다”고 했다. 그 대신 김정은은 정상 국가라는 더 큰 차원의 논의를 언급했다. 국제사회에서 테러지원국, 불량 국가로 낙인 찍혀 있지만 국제사회의 규범을 지키는 보편적인 국가로 대우해 달라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도발에 나서지 않으면서 방어적 군사훈련을 인정하고, 정상 간 직통 라인을 구축하는 것 등은 국제사회의 규범상 당연한 일들”이라며 “보편적인 국가 간에 제재는 없기 때문에 정상 국가를 꺼낸 건 대북제재를 끝내 달라는 의미도 자연히 포함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 자리로 걸어가 건배를 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두 손으로 받는 등 예의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여권 관계자는 “특사단과의 회동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안하무인의 독재자가 아닌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국가 원수의 모습을 보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런 요구를 내놓은 건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6년 동안 집권하며 내부 단속을 마쳤다고 생각한다. 2016년 헌법을 개정해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자신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정상 국가화(化) 로드맵을 추진해온 것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특사 접견 과정에서 보인 특유의 파격적인 행보도 정상 국가 인정 요구로 북-미 현안을 ‘원샷’에 풀려는 것과 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건은 김정은의 이런 요구를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의 의지를 북한이 보인 만큼 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 등 후속 카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체제 보장을 넘어 북-미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질 수 있는 정상 국가 카드를 트럼프가 현 단계에서 덜컥 받아야 할 계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결국 대북제재 때문에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것인 만큼 트럼프는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할지를 판단하기 전에 비핵화 의지가 검증 가능한 것인지를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은 선언적 비핵화를 했을 뿐이고 트럼프와 국제사회는 검증된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 정상 국가는 아직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 트럼프의 전략은“압박작전 효과… 前정권과 다르게” 제재 강화할수도北, 과거에 대화 제의뒤 핵개발… 美 “진의파악 우선”“우리는 전에 그런 영화를 여러 번 봤다. 결말이 매우 나쁜 영화의 최신 속편을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다.”(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 미 백악관은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사 표명에도 ‘최대한의 압박’ 작전을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7년간 반복된 북-미 대화 실패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흔드는 ‘올리브 가지’가 핵무기 완성의 속내를 감추기 위한 ‘무화과 잎’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 최대한 압박 작전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자신이 대북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무엇인지 다시 똑똑히 밝혔다. 바로 ‘뭘 하든 지난 정권과는 다르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돌이켜보라. 일이 풀린 적이 없다”며 “어떤 방향으로든 뭔가를 해야 한다. 상황이 더 썩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전임 행정부와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 북한의 수출을 90%까지 차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국의 제재 압박이라고 인식한다. 그는 북한의 대화 의사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한 일과 제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줄곧 반대해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 워싱턴에 (진정성에 대한) 믿음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과 국제사회에 대북 압박을 더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화 노력에도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이미 여기까지 와 본 적이 많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과거 대화 제의가 숨은 의도를 감추는 무화과 잎으로 판명났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깨고 핵 개발을 계속했고 2005년 9월 5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에 합의했지만 이듬해 미사일 및 핵실험을 강행했다. 2012년의 2·29합의도 장거리 로켓 발사로 깨졌다. 미 정부는 이번 주 워싱턴에서 대북 특사단을 만나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고 북-미 대화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핵 동결 의사만으로도 북한과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북한의 의도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미국 내에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조건부 중단 의사를 밝힌 ‘핵미사일 모라토리엄’도 얻어낼 게 없으면 얼마든지 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의 ‘북한식 비핵화 공세’에 나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우리는 한국을 굳게 믿고 있으며 매우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 한국과 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럴림픽이 끝나면 방어 목적의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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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몇년 만에 처음 진전 이뤄져”… 北-美 대화 수용 시사

    남북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천명과 대화 기간 중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담은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격한 전환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을 넘어 비핵화 대화 추진에 합의하면서 북-미 대화 성사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합의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요구 조건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대북특사 활동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례적인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8일 워싱턴으로 향하는 우리 특사단의 설명, 특히 김정은의 미공개 제안을 접한 뒤 긍정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면 ‘평창 모멘텀’은 북-미 대화 또는 접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조건부 핵 모라토리엄으로 일단 화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한 언론발표문에서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비핵화에 대해 ‘선대의 유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실장은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다.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다는 걸 (김정은이)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차 언급하는 형태로 미국이 제시한 북-미 대화 조건을 맞추려 한 셈이다. 정 실장은 또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기 전 사전 신뢰회복 조치로 핵·미사일 도발 중단(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 청와대는 이번 합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김정은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은은 정 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걱정하지 말라”며 이번 합의 사항을 먼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합의 사항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방한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전한 내용들이 뼈대를 이룬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푸는 방식을 미리 고민해 준비해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전 있다”는 트럼프, 김정은 제안 받을지가 핵심 이제 관심은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정 실장이 김정은에게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받고 워싱턴으로 향하는 만큼, 여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대화 기조를 이어갈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 포기의 조건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를 내건 것을 보면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철회는 물론이고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의견을 담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이 남북 교류 활성화를 강조한 만큼 대북 제재 완화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정상국가로서 제대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1차적 반응을 보면 어느 정도 기대를 갖게 한다. 트럼프는 이날 특사단의 발표가 나온 뒤 2시간 만에 트위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고 한 뒤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노력이 (북핵) 관련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한 뒤 “세계가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취임 후 전개해 온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했고 김정은을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자평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게 헛된 희망일 수도 있지만, 미국은 (외교적 해법이든, 군사적 옵션이든) 어떤 방향으로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북-미 대화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또다시 군사적 옵션 카드를 꺼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보유국 선언까지 한 만큼 실제 비핵화로 가는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당장 북-미 간 대화를 시작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는 분위기이지만 대화를 하는 것과 비핵화를 이루는 데는 아직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며 “양측 간에 존재하는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면서 그 차이를 메우는 데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남북 간의 급속한 대화 기조를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일 동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남북 합의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정책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 한 대북 압박을 약화할 이유가 없다”며 “회담 결과가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로 이어질지 앞으로 신중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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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金씨 3代 北지도자 중 처음으로 한국 땅 밟는다

    2000년, 2007년에 이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4월 말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대(代)를 이어온 북한의 정상 가운데 김정은이 최초로 한국 땅을 밟게 되는 것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핫라인을 구축하고 전화 통화를 갖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다시 한반도 운전석에 앉게 될지 여부는 이 정상회담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 아닌 판문점 남측에서 당초 청와대는 김정은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신중한 기류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김정은이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방북을 제안하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원칙적 수락 의사를 보이면서도 북-미 대화를 위한 여건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에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사단에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정상회담은 급물살을 탔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것. 이에 특사단은 북측과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1주년(5월 10일) 전에 정상회담을 갖는 데 남북이 잠정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다른 점은 남북 정상이 만나는 장소다. 김정은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지만, 문 대통령은 특사단을 통해 “우리 측으로 오라”고 역제안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떠나기 전 내부 회의에서 정상회담 장소를 서울이나 제주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김정은의 남측 방문을 제안한 것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국면을 만들지 못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 ‘비핵화’, 정상회담 제1의제 가능성 정 실장은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사무실이 있는 청와대 여민1관 3층과 김정은의 사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 본관 책상에 직통 전화가 놓이는 것이다. 우발적 충돌이 한반도 긴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면이 잘 조성된다면 한미 정상 통화처럼 남북 정상 통화도 자주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기본 설비 작업이 끝나는 3월 말경 첫 통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통화에서 정상회담 의제 등을 사전에 조율할 수도 있다. 3차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는 역시 비핵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비핵화 뜻을 밝히긴 했지만, 4월 말까지 구체적인 행동이 없다면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해야 할 수도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도 북-미 대화의 진척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신뢰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 의지 등 진전된 합의를 도출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방남한 김여정,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을 통해 김정은이 우리의 입장을 알고 있었고, 특사단에 그 답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면서 4월부터 5월 30일까지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종료 시점이 언제가 될지도 관건이다. 군 관계자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조기 종료될 가능성에 대해 “일단 정 실장이 백악관과 논의를 해야 종료 시점을 알 수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면 훈련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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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공개된 정의용 수첩에 “한미훈련으로 단절 없어야”, ‘김정은이 엄포’ 한때 혼란

    6일 방북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언론 발표문을 읽은 뒤 질문을 받기 전 “수첩 이야기를 먼저 하겠다”고 말했다. 5일 김정은과 정 실장 등 대북 특사단의 회동 사진에서 정 실장의 수첩이 일부 공개됐기 때문이다. 수첩에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 관계가 다시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또 한 번의 결단으로 이 고비를 극복 기대’, ‘전략 무기 전개’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4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김정은과의 회동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이 문제가 제기될 경우 ‘이러한 논리로 북측을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훈련을 하루아침에 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이미 북측 대표단이 왔을 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준비한 논리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한미 연합훈련의 개최 여부가 한반도 정세의 큰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막상 김정은이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 김정은은 정 실장에게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연기된 한미 훈련과 관련해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은 “한반도 정세가 안정기로 진입하면 한미 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을 정 실장에게 밝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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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정상회담 4월말 판문점서 연다

    남북이 다음 달 말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정은을 면담한 뒤 6일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을 위해)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정 실장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며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김정은이 조건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북-미대화 성사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실장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이르면 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 실장은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별도로 갖고 있다”며 김정은의 또 다른 미공개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미국에 제시할 별도 카드를 내놓았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제재 완화, 군사적 옵션 철회 등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 발표가 나온 지 2시간 후 트위터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하고 제대로 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헛된 희망일 수도 있으나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열심히 갈(go hard)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았던 4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김정은은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 훈련은 규모와 기간과는 무관하게 일단 4월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방미 뒤 중국과 러시아를, 서 원장은 일본을 방문해 북핵 해결을 위한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은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말했다. 남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방북 결과를 보고받고 “앞으로 남북 간에 합의한 내용을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했다고 정 실장은 밝혔다. 김정은은 정 실장 등 특사단과 5일 만나 “중대하고도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눴다. 북과 남이 서로 이해하고 마음을 합치고 성의 있게 노력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그 어떤 일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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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사단, 방북 3시간만에 김정은 만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과 평양에서 접견 및 만찬을 했다. 대북제재와 국제적 고립 속에 김정은이 북핵 외교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한 김정은의 답변과 향후 행보에 따라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중재 외교가 중대 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특사단과 김정은 위원장의 접견 및 만찬이 이날 오후 6시(이하 한국 시간)부터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한국 정부 당국자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2011년 김정일의 사망으로 집권한 지 7년 만에 처음이다. 특사단은 이날 오후 1시 50분경 ‘공군 2호기’ 편으로 출국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후 2시 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영접을 받은 특사단은 오후 3시 40분경 숙소인 평양 인근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해 김영철 통전부장 등과 방북 일정을 협의했다. 김정은과 면담을 한 특사단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정은과의 만찬 자리에선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북 첫날 첫 회담으로 김 위원장과 면담을 한 것인 만큼 김 위원장도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사단은 김정은 면담에 이어 6일에는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실무회담을 하고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한다. 특히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북-미 대화를 위한 사전 신뢰 조치와 남북교류 확대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귀국한 뒤 북한과의 합의에 따라 협의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사단이 방북한 이날도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에 대해 “만일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그 무슨 해상 봉쇄니, 자금줄 차단이니 하면서 우리의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그에 따른 강력한 대응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대북 특사단 파견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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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핵화 메시지 들고 간 특사단… 곧바로 상대한 김정은

    5일 평양에 도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은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면담 및 만찬을 했다. 청와대는 특사단 출발 전부터 방북 첫날 김정은과의 회동을 성사시키려 조율해왔다. 북한 1인자인 김정은과의 회동을 통해 상호 관심사를 확인하는 등 큰 틀에서의 논의를 마치고 둘째 날 실무 회동에서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한다는 복안이었다. 아직까지 특사단의 첫날 일정은 이 계획대로 가고 있다. ○ 靑의 ‘비핵화’ 의지 알고도 만난 김정은의 속내는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 수석특사인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출국 전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이번 특사의 목적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와 이를 토대로 한 북-미 대화 주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미 백악관 역시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이 비핵화라는 데는 흔들림이 없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달 방남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비핵화를 위한 사전 조치 등을 전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특사단 방북 첫날부터 만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하더라도 일단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의 방남, 그 이후 청와대와 백악관의 메시지를 보면 이번 방북 특사단이 김정은에게 무슨 말을 꺼낼지는 이미 정해진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김정은이 실무자들을 앞세우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실장을 비롯한 특사단은 이날 오후 6시 시작된 접견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親書)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대한 평가, 한반도 평화와 이를 위한 북-미 대화의 필요성 등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접견과 만찬 시간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접견과 만찬이 짧은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여정 방한 당시 문 대통령과의 회동 및 오찬이 대략 2시간 45분가량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사단이 김정은을 접촉한 시간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답변에 달린 한반도의 봄 관건은 김정은이 앞으로 내놓을 카드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행동 또는 그에 걸맞은 수준의 의지를 내보인다면 향후 논의가 궤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전제조건적 대화는 없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한다면 한반도의 상황은 오히려 평창 겨울올림픽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김정은이 첫 일정으로 특사단을 만나 대화에 나섰다는 점과 고급 휴양시설인 고방산 초대소를 특사단의 숙소로 제공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기류로 읽힌다. 당초 이번 특사단의 숙소는 과거의 전례처럼 백화원 초대소가 유력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해서야 일정을 확인하는 수준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준비했다는 것은 북측도 이번 대화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정은과의 접견 사실이 알려진 뒤 “조심스럽지만 일단 첫날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위기였다.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 관계자들이 김정일과는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어 협상 스타일 등을 잘 알고 있지만 김정은은 사실상 남북 협상의 데뷔 무대라는 점이 변수”라며 “젊은 김정은이 선뜻 우리의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김정은이 기존 태도를 고수한다면 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북-미 대화를 위한 ‘중매쟁이’ 역할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6일 실무회담 결과로 백악관 설득 나설 듯 청와대는 김정은과의 만찬에서 향후 북-미 대화를 위한 조건에 원칙적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낸 뒤, 6일 실무진 협상에서 백악관에 전달할 북측의 카드를 전달받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이 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시간 벌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유례없는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청와대도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특사단의 방북으로 뚜렷한 성과물이 도출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번 방북을 계기로 한국 미국 북한 간의 3각 릴레이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만 있어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 역시 “중매가 한 번에 성사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 측 당국자들의 추가 방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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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사단, 비화팩스-위성전화 가져가… 도-감청 차단위해 비화팩스로 연락

    5일 평양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은 가장 먼저 청와대에서 가져온 비화(秘話) 팩스와 위성전화를 설치했다. 특사단은 비화 팩스를 통해 청와대 상황본부에 “오후 2시 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에서 날아온 특사단의 ‘1신(信)’이다. 이 팩스에는 “오후 6시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접견 및 만찬을 갖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긴장된 상태로 특사단의 팩스를 기다렸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예정됐던 일정으로 가고 있다”고 안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특사단과 청와대 상황본부 간 ‘핫라인’은 비화 팩스와 위성전화 등 두 가지다. 이 장비들을 다룰 줄 아는 정보 당국자도 특사단 수행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비 중 청와대가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화 팩스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성전화는 아무래도 보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암호화된 신호로 전송돼 우리만 해석할 수 있는 비화 팩스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위성 전화는 도·감청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긴급 상황에만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역시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북한에서 가져온 비화 팩스와 위성전화를 설치하고 평양과 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은 도착 보고를 시작으로 이날 청와대 상황본부에 비화 팩스를 이용해 추가 보고를 했다. 청와대는 “언론 브리핑도 비화 팩스로 도착한 내용 중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특사단의 평양 활동 사진은 위성망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에는 국내 취재진은 물론이고 청와대 전속 사진단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특사단은 수행단이 직접 찍은 사진 3장을 e메일로 청와대에 전송했고, 청와대는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유선전화 사용 여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통상 남북은 방문단의 편의를 위해 숙소에 유선으로 된 연락 채널을 마련하지만 보안 문제 때문에 이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자체적으로 마련해 간 통신 수단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다만 1월 3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 원산 마식령 스키장에서 열린 남북 스키공동훈련 취재 때는 유선전화가 사용됐다. 당시 방북 취재단은 북한 측이 마식령호텔에 마련해 준 유선전화를 통해 서울의 남측 회담본부로 전화를 걸어 취재 내용을 불러줬다. 호텔에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었지만 우리 측 취재진의 사용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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