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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이 차단된 불법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면 경찰 상징이 뜬다. 경찰청은 성매매 음란 도박 등 불법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면 경고 안내글과 함께 상단에 참수리가 그려진 경찰 CI(Corporate Identity)가 추가됐다고 13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KCSC) CI만 상단에 자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누리꾼이 불법사이트에 접속했다 경찰 CI를 보면 자신의 행동이 불법임을 보다 더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잘못을 정확히 일깨워주기 위해 차단 안내글도 보다 구체적으로 쓴다. 지금까지는 커다랗게 쓴 ‘Warning’(경고) 아래 ‘불법·유해 내용이 제공되고 있어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었음’이라고 떴지만 이제는 ‘불법 성매매·음란 관련 정보’ 등으로 불법 사이트 유형에 따라 경고글도 바뀐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사자성어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경찰국가’ 발언에 대한 답변 성격이다. 더 구체적인 설명은 아꼈다. 이 청장은 “경찰국가 시대가 아니다”라고만 말하며 대응을 자제했다. 앞서 김 총장은 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에서 “근대적 검찰제도는 시민혁명의 산물로,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검찰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 기관으로 탄생했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움직임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 청장의 답변에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각 대선 후보가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최순실 국정 농단과 맞물려 여론도 검찰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청장은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기관 간 다투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국민에게 예의가 아니다”며 “경찰은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수사권이 주어졌을 때 잘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고발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소환 조사를 받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신 구청장에게 11일까지 경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5일 밝혔다. 신 구청장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단톡방)에 ‘놈현·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같은 비방성 글을 올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문 전 대표 측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신 구청장이 유포한 글 아래에는 ‘from 신○○’라는 표현이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복수의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신모 씨가 국정원 출신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여 의원에 따르면 신 씨는 1983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로 입사해 30년간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정원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 씨가 은퇴한 지 오래돼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사건과 별도로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신 구청장의 배임 횡령 등 혐의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내사 중이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최지연 기자}
경찰이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1시간가량 진행한 압수수색에서 신 구청장의 휴대전화 1대를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 구청장은 경찰의 요구에 순순히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놈현·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같은 비방 글을 올린 데 사용된 휴대전화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에 삭제된 데이터가 있다면 복원하는 등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며 “신 구청장이 무슨 의도로 글을 올렸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신 구청장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비방 글을 올린 신 구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고교 2학년 김모 군(18)은 지난해 2월 서울 용산구의 한 PC방에서 학교 선배 A 씨(19)를 만났다. 선배는 일을 시키고 돈이나 먹을 걸 사줬다. “담배 하나만 사다 줄래”, “내 통장에서 돈을 뽑아 올래” 같은 잔심부름이었다. 게임 틈틈이 심부름을 하면서 많게는 하루 30만 원을 받았다. 받은 돈을 손에 쥐고 좋아하는 김 군에게 선배는 “매일같이 이 정도 벌 수 있다. 같이 해보자”라고 제안했다. 김 군은 선배가 알려준 대로 해킹업자에게 15만 원을 주고 네이버 ‘중고나라’ 아이디(ID) 100개를 샀다. 대부분 거래 이력이 많아 안전한 거래자로 평가받는 ID였다. 김 군은 중고나라에 올라온 게임기와 태블릿PC 등의 판매글을 복사해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날짜 등만 바꿔 다시 올렸다. 원본 내용보다 가격을 2만, 3만 원 싸게 올렸다. 허위 내용인 걸 모르는 누리꾼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글을 올린 날은 보통 30만~40만 원씩 벌었다. 김 군은 번 돈을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데 다 썼다. 아예 집을 나와 모텔에서 살았다. 같은 해 4월 영화를 보던 김 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었다. 김 군은 순순히 기다리던 경찰차에 올라탔다. 수사 결과 김 군은 중고나라에서 136명을 속여 2820만 원을 벌었다. 구속된 김 군은 구치소와 소년보호시설에서 10개월간 복역했다. 지구 끝까지 함께하자던 친구들은 아무도 면회 오지 않았다. 올해 3월 출소한 김 군은 ‘20년을 교도소에서 썩게 만들어야 한다’ 등 자신을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을 확인하고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는 “만약 친구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잘 판단해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을 수사한 용산경찰서 조주현 수사관은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앞으로 인생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인터넷 사기로 쉽게 돈 벌 생각을 하는 청소년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4월 2일은 사이버(Cyber)범죄 예방의 날. 사이버의 ‘사(4)’와 ‘이(2)’에서 따 온 말이다. 올해 3년째다. 2015년 1만2755명, 2016년 1만1400명 등 해마다 1만 명이 넘는 10대가 사이버범죄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다. 70% 이상이 인터넷 사기다. 수법이 단순하고 죄책감도 적어 유혹에 빠지는 10대가 많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청소년 사이버범죄를 줄이기 위해 ‘찾아가는 사이버범죄 예방 교육’과 애플리케이션(앱) ‘사이버캅’ 등을 통해 예방 정보 제공을 확대한다고 30일 밝혔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조윤경기자 yunique@donga.com}

현직 국회의원이 교통신호 위반으로 적발되자 불합리한 단속이라며 항의하고 현장 사진까지 찍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서울 송파경찰서 등에 따르면 28일 오후 2시경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역 삼거리에서 쏘렌토 승합차 한 대가 경찰에 단속됐다. 쏘렌토 차량은 잠실 쪽에서 오다 금지신호를 무시하고 올림픽공원 사거리 쪽으로 우회전했다. 이곳은 평소 보행자 교통사고가 잦아 전용신호가 켜졌을 때만 우회전이 가능하다. 단속을 실시한 경찰은 송파경찰서 소속 A 경위. A 경위는 쏘렌토를 비롯해 현장에서 우회전 위반 차량 3대를 잇달아 단속했다. A 경위는 각 차량의 운전자에게 도로교통법 제5조 신호 및 지시에 따를 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한 뒤 범칙금 6만 원을 부과했다. 처음 쏘렌토 차량 운전자는 ‘국회’ 표기가 선명한 신분증을 내밀었다가 A 경위 요구에 따라 정식 신분증을 제시했다. 운전자는 이어 A 경위의 이름을 확인했다. 잠시 후 뒷좌석 탑승자가 “이름이 A 경위냐”고 연거푸 물은 뒤 차량에서 내려 단속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확인 결과 당시 뒷좌석 탑승자는 바른정당 소속 박성중 의원(59·서울 서초을·사진). 박 의원은 경찰청을 담당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간사다. 이날 박 의원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바른정당 대선 후보 선출대회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경찰 단속이 잘못됐다고 느낀 박 의원은 대회장에 도착한 뒤 경찰청 소속 정보관에게 “경찰의 함정단속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겠다. 우회전 신호가 교통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연락을 받은 송파경찰서 정보관이 박 의원에게 “죄송하다. 고치겠다”고 사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경찰청은 해당 지역 교통신호 체계의 문제점까지 확인했다. 박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A 경위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단속, 함정단속을 하지 말라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 뒤에서 우회전하던 차량을 찍은 것”이라며 “A 경위의 이름을 물은 것도 운전기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함정단속과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많다. 올해 정부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보행자 사고 예방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경찰도 우회전 전용신호를 늘리고 단속을 확대하고 있다. 한 교통경찰관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먼저 경찰의 법 집행을 존중해야 일반 시민도 따를 것”이라며 “단속에 걸린 후 함정단속 운운한 것은 현장 경찰관의 사기만 저하시킨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단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전북지역 지지모임에 우석대 학생들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학과 교수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북선관위는 우석대 태권도학과 학생들의 특정 후보 지지모임 참석 의혹과 관련해 교수 등 전·현직 우석대 관계자 4명을 전주지검에 고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전북선관위는 지난달 12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문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에 학생 172명을 참석시킨 의혹을 조사해 왔다. 이들은 행사가 끝난 뒤 화산체육관 인근 식당에서 참석 학생들에게 1인당 3만6000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하고, 7000원 상당의 영화를 관람하게 하는 등 505만7000원 상당의 기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석대 측은 “대선 후보와 관련된 정치 행사에 일부 학과 학생들이 동원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 조사 뒤 사실로 확인되면 상응하는 엄정한 조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 문 전 대표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을 조만간 소환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신 구청장이 글을 올린 단톡방에 많게는 500명 정도가 있었다”며 “내용을 들여다보고 신 구청장을 불러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인터넷에 퍼진 ‘문 전 대표 치매설’에 대해 광주에 사는 김모 씨(28)가 작성에 관련된 정황을 포착하고 현재 공범이 있는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 있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세월호 인양을 애타게 기다린 미수습자 가족의 한을 풀기 위해선 인양 후 미수습자 신원 확인이 중요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미수습자 9명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세월호 침몰 후 정기적으로 대책회의를 열면서 준비했다. 3년 동안 수중 구조물 안에 갇혔다가 발견된 시신에 대한 보고가 없는 탓에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유전자(DNA) 채취 등 모의 훈련도 마쳤다. 우선 미수습자가 발견되면 전남 장성군 광주과학수사연구소를 거점으로 전국에서 파견된 법의관과 법치의학자 유전자분석연구관 등이 모여 신원 확인에 착수한다. 첫 번째로 발견된 미수습자의 상태에 따라 해당 분야 전문가가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식 국과수 원장은 23일 “쉽지 않겠지만 대형 재해재난 때의 경험을 살려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국 대학의 법의인류학자 등과 긴밀히 연락하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미수습자의 상태는 아직 예측하기가 어렵다. 법의학자들도 “상상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의견이다. 국과수는 세월호 내부의 발견 지점에 따라 상태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랍화’ 상태로 발견되길 기대하고 있다. 시랍화는 사망 후 오랜 시간 물속에 있을 경우 체내 지방이 물속의 칼슘 등과 결합해 밀랍처럼 되는 현상이다. 원래 모습에 가장 가깝다. 이숭덕 서울대 의대 교수(법의학)는 “해저 온도가 낮고 미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이 아니어서 부패를 막아주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류나 물살, 날카로운 물체 등으로 인해 유골 상태로 발견될 가능성도 크다. 한 법의학자는 “유골로 성별과 연령대 신장 등을 추정하는 인류학적 감정과 유골 유전자 검사 기법 등을 총동원하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분명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기범 기자}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해킹돼 이용자의 금융정보가 유출됐다. 이를 통해 현금 부정 인출도 이뤄졌다. 국내에서 ATM 해킹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경찰청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밴(VAN·카드사와 가맹점 사이 결제 대행) 업체 청호이지캐쉬가 전국에 설치한 ATM 2290대 중 63대가 2월부터 약 한 달간 악성코드에 감염됐다. 이를 통해 금융사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직불카드 정보 2500여 개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감염된 ATM 63대는 모두 동일 기종으로 보안에 취약한 구형이다. 해당 ATM을 통한 카드 사용 규모는 최소 수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킹 조직은 이용자가 카드를 넣었을 때 카드번호, 유효기간 등 주요 정보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카드정보로 만든 복제카드를 통해 대만 등 해외 ATM에서 총 300만 원이 부정 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도 부정 사용 사례가 1건 적발됐다. 일부 복제카드는 암시장 등에서 거래됐다. 다른 사건으로 경찰에 검거된 복제카드 조직이 이번에 해킹된 ATM에서 복제한 카드정보도 갖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 규모로 볼 때 피해 신고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를 당한 ATM을 분석하고 악성코드 감염 경로를 추적해 국내에 있는 ‘CNC(Command and control·해커들이 사용하는 서버)’ 여러 대를 발견했다. 국내 금융사를 해킹한 전력이 있는 북한 소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악성코드 치료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CNC를 차단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며 “악성코드 해킹부터 복제카드 제작·유통까지 전방위적 수사로 해킹 조직을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ATM에 악성코드를 심어 카드정보를 유출한 첫 사례다. 지금까지 ATM을 표적으로 한 정보 탈취 시도는 주로 소형카메라와 카드복제기를 설치하는 물리적인 방법이었다. ATM 해킹은 기기를 이용하는 금융사 모두 피해를 당할 위험이 있어 특정 금융사를 노린 해킹보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35개 금융사가 정보유출 위험에 처했다. 경찰은 17일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계기관을 긴급 소집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후속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금감원은 피해 가능성이 있는 금융사와 공동으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가동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에서 카드가 복제될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인증 강화 조치를 보완하기로 했다. 또 금융보안원과 금융사 등과 공동으로 ATM 운영 밴 업체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신용카드의 위·변조로 발생하는 손해액은 고객의 과실이 없을 때 금융사가 전액 책임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주애진·임현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갔다. 이날 진돗개 2마리도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른바 ‘퍼스트 도그(dog)’였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이웃들이 취임을 축하하며 선물한 생후 2개월짜리 강아지들이다. 자택 앞 골목에서 진돗개를 안고 밝게 웃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국민들은 진돗개가 혼자 관저에 있을 대통령의 든든한 ‘가족’이 되길 바랐다. 또 영남 출신 대통령이 호남 출신 진돗개와 잘 지내면서 나름의 국민통합 메시지를 전하길 희망했다.○ ‘진돗개 선물 작전’ 많은 국민을 훈훈하게 했던 이 모습은 알고 보니 잘 만들어진 ‘기획 상품’이었다. 당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관계자의 부탁을 받은 한 주민이 진돗개를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당시 위원회 내부에서는 “호남 출신 주민이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진돗개를 영남 출신 대통령에게 선물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위원회 관계자는 호남 출신 주민 A 씨에게 이런 뜻을 알리고 진돗개 선물을 부탁했다. A 씨는 “나도 국민 통합을 바란다”며 동참했다. 진돗개를 구하는 일도 A 씨 몫이었다. 위원회가 진돗개까지 구입해서 주면 나중에 말이 나올까 봐 염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A 씨는 진도에 사는 지인을 통해 생후 2개월 된 진돗개 암수 한 쌍을 구했다. 비용도 A 씨가 냈다. 취임식 날 오전 진돗개를 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가져갈 때는 강남구의 간부가 도와줬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하면 ‘위원회의 부탁을 받아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013년 3월 ‘새로운 희망’이라는 뜻을 담아 진돗개 암컷에게는 ‘새롬이’, 수컷에게는 ‘희망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해 4월에는 동물등록제에 따라 정식으로 등록했다. 동물등록증에는 소유자 ‘박근혜’, 주소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1’로 기재됐다. 새롬이와 희망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줬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출퇴근할 때마다 나와서 반겨준다”며 이들의 소식을 자주 전했다. 청와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인 ‘청와대스토리’ 첫 게시물의 주인공도 새롬이와 희망이였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새롬이와 희망이 작명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사실상 주도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검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이 작성한 ‘진돗개.hwp’라는 문서파일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름을 지으려고 최 씨에게 의견을 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새롬이 희망이는 버려졌나?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퍼스트 도그는 다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진돗개를 청와대에 남기고 갔기 때문이다.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7마리다. 앞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13일 동물보호법상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진돗개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입양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청와대에 요청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소유자가 바뀌는 등 변경 사유가 있으면 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하면 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새롬이, 희망이와 새끼 2마리는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 등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5마리는 분양을 준비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진돗개 혈통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 달라’며 경호실 관저부에 지시하고 떠났다. 이런 결정이 난 후 동물보호단체에서 연락이 와서 그쪽에 입양 보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직 관저에 남은 진돗개는 직원들이 잘 보살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소연 케어 대표는 “자칫 퍼스트 도그라는 이름 아래 상업적으로 분양될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진돗개를 이미지 메이킹에 이용만 하고 결국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진도개혈통보존협회 관계자는 “광주에 있는 종견장에서 키울 뿐 다른 데로 분양하지 않겠다”며 “평소 청와대에 들어가 진돗개의 건강상태를 확인했기 때문에 우리가 맡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돗개를 선물한 A 씨는 “박 전 대통령 처지도 이해하지만 자택으로 올 때 진돗개를 데려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우경임·조윤경 기자}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위상을 조정하겠다.” 올 1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밝힌 내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때 차관급(경호처)에서 장관급으로 승격된 경호실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 유력 대선 주자가 경호실 폐지를 약속한 건 처음이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였다. “대통령 경호를 경찰청이 직접 맡게 되면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덕분에 10일 대선 후보 경호요원 모집이 공고됐을 때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경호를 맡았던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청와대 ‘입성’의 길이 열리거나 경찰에 남아도 입지가 탄탄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반대였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10일부터 5일간 지원서를 접수한 결과 경쟁률이 1.78 대 1이었다. 18대 대선 당시 1.94 대 1보다도 소폭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모집 기간이 과거보다 짧아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관저 경호 인력 중에는 경찰 출신 A 씨가 있었다. 경위였던 A 씨는 대선 경호 이후 경찰에 사표를 쓰고 청와대 경호실 별정직으로 특채됐다. 그러나 A 씨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진 뒤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에 연루돼 청문회까지 출석하는 등 구설에 시달렸다. 한 경찰관은 “경찰에선 조직을 떠난 사람이고 자칫 경호실에선 ‘낙하산’ 소리를 들으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선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관급인 경찰청이 경호실을 흡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승진 특혜 시비 차단’ 방침에 따라 이제는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경호 업무를 마치고 복귀해도 별다른 유불리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대선 후보 경호요원은 모두 150명. 2년 이상 관련 부서 근무 등의 요건을 갖춰야 지원할 수 있다. 경호요원은 각 정당을 지원할 수 있다. 각 정당은 경찰이 추천한 경호요원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호요원과 정당 모두 동향 지역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물론 그보다 큰 선호 기준은 당선 확률이 가장 높은 후보”라고 전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서관, 연금 등 정부의 지원 없이 생활하며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비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의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돕는 ‘호위무사’ 역할을 하기로 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정치권에선 전날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거처를 옮긴 박 전 대통령을 만났던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저 보좌진’이 구성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총괄 및 자문 △윤상현 조원진 이우현 의원은 정무 △김진태 의원은 법률 △박대출 의원은 수행 △민경욱 의원은 언론 대응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속한 한 의원은 “대통령께서 직접 요구하진 않았다”면서도 “어제(12일) 대통령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니 마음도 아프고 해서 의원들끼리 자발적으로 만든 ‘도우미 조직’”이라고 전했다. 한국당의 한 핵심 인사는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검찰 수사를 앞두고 보호막을 만들고 싶지 않았겠느냐”며 ‘사전 교감설’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친박계가 세력 형성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일부 당사자는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조원진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무슨 의도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물론이고 서청원 의원이나 최경환 의원 모두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 최 의원도 “무슨 황당한 소리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도 대거 보강할 방침이다. 먼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변호했던 유영하 변호사(55·사법연수원 24기)가 검찰 수사 변호인으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에 총괄 대응할 전직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도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2개월가량 근무했던 특별수사통 출신 최재경 변호사(55·17기), 박 전 대통령 임기 초반 민정수석을 지낸 홍경식 변호사(66·8기) 등이 거론된다. 채명성 변호사(39·36기) 등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일부 변호사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할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법원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한 전략에 초점을 맞춰 변호인단을 보강해 나갈 방침이다.신진우 niceshin@donga.com·박훈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돌아가면서 청와대에서 자신의 수족 역할을 해온 윤전추(38), 이영선 행정관(39)을 동행했다. 또 이선우 의무실장과 남녀 경호관 등 3명이 사저 2층에서 대기하다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민경욱 의원은 “경호원 20명 정도가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상시 경호한다”고 밝혔다. 이 행정관은 경호관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행정관이 앞으로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 곁을 지킬지는 유동적이다. 현직 청와대 직원이기 때문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를 떠나야지만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 전지현 등 유명 연예인들의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 윤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제2부속비서관실 3급 행정관으로 임용돼 청와대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생활을 챙겼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의상을 챙기며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심부름을 했다. 이 행정관은 경호관으로서 사저 경호팀에 합류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예우가 경호·경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행정관은 지난달 28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등이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 50여 대를 개통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따라서 이 행정관이 향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황성호 기자}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검찰수사관을 의원면직(사표 수리)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8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 최모 씨(54·6급)의 뇌물수수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최 씨는 2015년 한 지청에서 근무하면서 담당 사건의 고소인 A 씨로부터 약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비리를 저지른 동업자를 고소한 뒤 담당인 최 씨에게 현금 수백만 원이 든 봉투를 수차례 전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청탁성이었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에 최 씨가 근무 중인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강수사 지휘를 내리고 영장을 반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준 사람의 진술이 있는데도 검사가 영장을 반려한 걸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영장 반려 며칠 후 최 씨는 사표를 냈고 검찰은 이를 수리했다. 행정규칙상 공무원이 감사원이나 검찰 경찰 등의 조사나 수사를 받을 경우 수사를 마칠 때까지 해당 기관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 그러나 최 씨가 사직하면서 결국 사무실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착수 사실을 최 씨 소속 기관에 통보하지 않은 탓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전과 조회를 하면 입건 여부가 확인되는데 당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진행했고 압수수색 영장까지 신청한 사건”이라며 “검찰이 경찰의 수사 여부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만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최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이 같은 검찰의 부당한 수사지휘 사례를 파악 중이다. 최근에도 경찰이 검찰수사서기관(4급)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데 검찰이 이첩을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협의회를 통해 검찰 측에 시정조치를 요청해 부당 수사지휘 사례 재발을 예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해 3월 경기 의정부시의 한 노래방. 40대 남성 A 씨는 캔맥주와 족발을 시켰다. 노래방 주인에게 여성 도우미도 한 명 불러 달라고 했다. 노래방에서 술을 팔거나 도우미가 술시중을 들면 불법이다. 하지만 주인 B 씨는 최 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다. 얼마 뒤 술에 취한 A 씨가 돌변했다. 그는 “1종 유흥주점도 아니면서 술을 팔았으니 신고하겠다”며 주인을 협박했다. 겁이 난 B 씨는 술값을 받기는커녕 현금 30만 원가량을 A 씨에게 빼앗겼다. A 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근처 노래방 6곳을 돌며 300만 원을 챙겼다. 경찰은 A 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신고한 B 씨의 불법 영업 책임은 묻지 않았다. 경찰청이 ‘동네 조폭’ 신고자의 경우 가벼운 불법 행위는 형사·행정 책임을 면제하는 ‘경미 범죄 면책 제도’를 특별단속 기간인 5월까지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동네 조폭은 상습적으로 주민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금품을 빼앗는 생활 주변의 폭력배를 말한다. 그러나 ‘위법불감증’을 초래하거나 일부 악덕 업주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약자 보호하는 제도” 7일 경찰청에 따르면 면책 제도는 불법이라는 약점 탓에 신고하지 못하는 업주들을 감안한 것이다. 2014년부터 매년 한시적으로 실시했지만 앞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동네 조폭 검거를 늘릴 방침이다. 신고자 면책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예를 들어 술을 팔거나 도우미를 고용한 노래방, 무면허 안마사를 고용한 안마방, 미성년자인 줄 모르고 방을 내준 숙박업소, 신고 없이 영업한 식당 등이다. 단, 성매매 업소처럼 불법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업소나 기업형 및 조직적 행위, 청소년 대상 행위 등은 제외된다. 결정은 경찰서에 설치된 피해자 면책 심의위원회가 한다. 신고자로부터 준법서약서도 받는다. 동종 전과가 있으면 검찰에서 ‘준법서약서조건부 기소유예’ 조치를 하고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 면제를 요청한다. 노래방 업계에서는 경찰의 방침을 반긴다. 동네 조폭들에게 당한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노래연습장업협회 관계자는 “값싸게 술 마시고 노래하려는 손님을 다 거절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며 “벌금과 영업정지보다 건달에게 돈을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업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다”라고 말했다. 신고 없이 운영되는 영세한 식당과 포장마차도 대상이다. 지난해 3월 경남 지역의 한 시장에서 포장마차 주인이 손님에게 폭행을 당했다. 주인은 미신고 포장마차라 신고를 하지 못하다 면책 제도를 알고 나서야 경찰에 피해 내용을 털어놓았다.○ “양심 지킨 업주만 손해” 아무리 가벼운 불법이라도 경찰이 눈감아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많다. 술과 도우미를 제공하는 노래방에서 음성적으로 벌어지는 유사성행위 등 음란영업에 자칫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종로의 한 노래방 주인은 “돈 벌 생각만 하면 불법 영업을 하고 싶지만 처벌보다 양심 때문에 참는데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동호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사법제도를 두고 공권력과 시민이 거래하는 형태라서 이를 일종의 거래로 보고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사법 협조자의 면책 제도를 실시하는 곳이 있다. 미국의 ‘플리바기닝’이 대표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면책 제도에 찬성하면서도 “자체 심사와 준법서약서 작성보다 더 구체적인 심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생활 주변 폭력배 검거에만 매달려 신고자의 불법 행위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기범 기자}
‘앵무새 알을 밀수하는 법.’ A 씨가 경찰 앞에 앉더니 책상 위에 놓인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희귀동물 밀수 조직에서 운반책으로 일하다 입건됐다. A 씨는 식빵과 통조림 깡통을 이용한 신종 밀수 방식을 그림까지 곁들여 생생히 설명했다. 다음은 A 씨가 경찰에 밝힌 밀수 방법이다. 우선 알을 솜으로 잘 싼다. 그러고 미리 구입한 비닐봉지에 든 식빵 사이마다 알을 넣는다. 이어 공기가 잘 통하도록 비닐봉지에 구멍을 숭숭 뚫는다. 통조림 깡통 밀수도 비슷하다. 깡통 안에 솜을 깔고 알을 놓는다. 그 위에 차례로 솜과 알을 층층이 쌓는다. 마찬가지로 구멍을 뚫는다. 초등학생의 유치한 장난 같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밀수 조직은 한 번에 앵무새 알 수백 개를 숨긴 식빵과 통조림이 담긴 가방을 들고 190여 차례나 공항으로 입국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앵무새의 알을 밀수해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한 혐의로 밀수업자 전모 씨(42)를 구속하고 S 씨(44)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대만과 태국 등지에서 190여 회에 걸쳐 앵무새 알 약 4만 개(6억5008만 원어치)를 구입해 밀수입했다. 현지 공급책부터 판매처까지 희귀동물 밀수 경로 전체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밀수 방법이 생각보다 너무 단순해 놀랐다”며 “흉기 등 날카로운 물질은 X선 검사에서 잘 보이지만 알은 잘 보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당은 앵무새 알을 부화시킨 뒤 2, 3개월간 키워 파는 수법으로 10억2000만 원을 챙겼다. 개당 1만 원인 선코뉴어 앵무새 알과 80만 원인 아마존 앵무새 알을 부화시켜 각각 23만 원, 250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 정상적인 경로로 들여온 어미새의 알인 것처럼 속이고 허위로 ‘국제적 멸종위기종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했다. 이처럼 희귀동물 수요가 늘면서 최근 불법 밀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모 씨(39)는 희귀 원숭이 슬로로리스와 가비알 악어 등을 어른 양말 속에 넣고 발목 부분을 묶어 여행 가방에 넣어 왔다. 이번에 구속된 전 씨도 살아 있는 앵무새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재우고 부리에 테이프를 붙여 밀수했다.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밀수하거나 국내에서 불법으로 거래한 사실을 제보하면 1인당 연간 최대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 ‘자살 브로커’를 아시나요? 100만 원 자살 세트 팔고 사는 사회 #. ‘고통 없이 죽는 법, 100% 확실한 자살.’ 지난해 11월 ‘자살 브로커’ 송모 씨(55)가 자신의 트위터에 띄운 광고 문구입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한국에서자살 브로커는 돈벌이 수단.송 씨는 장기 임차한 충남 태안 한 펜션에 질소 가스통, 타이머, 가스호스, 신경안정제 등 원가 50만 원 상당의 일명 자살 세트를 구비하고이를 100만 원에 팔았습니다.#. 스스로를 ‘저승사자’라 부르는 송 씨는 같은 달 인천 38세 여성 집에 찾아가 자살세트를 설치하기도 했죠.비닐로 텐트를 어떻게 감싸는지질소가스에 호스는 어떻게 연결하는지수면제는 어느 정도 먹고 타이머는 몇 시간에 맞춰 놓는지 등 ‘스스로 목숨을 끊는 법’을 소상하게 알려준 겁니다.#. 그해 12월에는 충남 홍성의 50대 남성 집에 자살세트를 설치해 주고자신의 펜션으로 20, 30대 여성 2명을 부르기도 했죠. 천만다행으로 지인의 112 신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다행히 없었습니다.#. 송 씨도 사업 실패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죠. 그는 지난해 7월 차량 안에 연탄을 피우고 수면제를 먹었지만 실패했죠. 이후 질소가스를 이용하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자살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돈 문제로 자살을 택했다 돈을 벌기 위해 자살 브로커로 변신했다”경찰 관계자 #. 송 씨의 고객 중에는 젊은 여성이 많았는데요. 그는 극한 상황에 놓인 여성의 심리를 악용했습니다. ‘동반 자살자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펜션으로 찾아온 22세 여성을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거나 자살 모임에서 만난 여성과 잠시 동거했죠.“죽음이 코앞이니 성관계쯤이야 대수롭지 않으냐는 식이었다.여성에게 유독 집착하고 접근했다”송 씨의 피해자들#.서울지방경찰청은 3일 자살방조 미수 등의 혐의로 송 씨를 구속했는데요. 송 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받고 사람을 살리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와 자주 연락한 50여 명 중 3명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자살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 한국의 자살자 수는 2011년 1만5906명에서 2015년 1만3513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가스 중독에 의한 자살은 같은 기간 1251명에서 2207명으로 늘었는데요. 인터넷에선 질소가스를 판매한다는 글이 버젓이 올라오고 택배로 집까지 배달해 주기도 합니다.#.“자살을 돕거나 동반 자살자를 구한다는 인터넷 글 대부분이 사기나 성추행 목적으로 올린 글이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경찰 관계자자살률 1위에다 자살 브로커까지 판치는 한국.어떻게 고쳐야할까요?}

‘고통 없이 죽는 법, 100% 확실한 자살.’ 지난해 11월 ‘자살 브로커’ 송모 씨(55)는 트위터 아이디 ‘편안한 동행’으로 이 같은 광고 문구를 띄웠다. 그는 장기 임차한 충남 태안의 펜션에 질소가스통, 타이머, 가스호스, 신경안정제 등 일명 ‘자살세트’를 구비하고 동반 자살자를 모집했다. 원가 50만 원의 자살세트를 100만 원에 팔았다. 자살을 택했지만 죽음이 두렵거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송 씨의 주된 ‘고객’이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자살로 내몰린 딱한 처지의 사람도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한국에서 자살 브로커는 돈벌이가 됐다. 송 씨는 스스로를 ‘저승사자’라 불렀다. 같은 달 그는 인천에 사는 38세 여성 집에 찾아가 자살세트를 설치해 줬다. 그리고 비닐로 텐트를 어떻게 감싸는지, 질소가스에 호스는 어떻게 연결하는지, 수면제는 어느 정도 먹고 타이머는 몇 시간에 맞춰 놓는지 등 ‘스스로 목숨을 끊는 법’을 소상하게 알려줬다. 그해 12월에는 충남 홍성군에 사는 50대 남성 집에 자살세트를 설치해 주고, 자살을 도와주겠다며 펜션으로 20, 30대 여성 2명을 부르기도 했다. 다행히 지인의 112 신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송 씨도 한때 자살을 시도했다. 운영하던 도매업이 망하자 지난해 7월 차량 안에 연탄을 피워 놓고 수면제를 먹었지만 실패했다. 이후 질소가스를 이용하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자살 방법을 연구했다. 햄스터로 실험까지 마쳤다.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장기간 일하며 죽음을 가까이 한 경험도 자살 방법을 연구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송 씨가 돈 문제로 자살을 택했다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자살 브로커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동반 자살 희망자 중엔 20, 30대 젊은 여성이 많았다. 송 씨는 극한 상황에 놓인 여성의 심리를 악용해 성적인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동반 자살자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펜션으로 찾아온 22세 여성을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며 강제추행한 것. 죽음이 코앞이니 성관계쯤이야 대수롭지 않으냐는 식이었다. 동반 자살 모임에서 만난 여성과는 잠시 동거하기도 했다. 송 씨의 피해자들은 “여성에게 유독 집착하고 접근했다”고 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자살방조 미수, 무허가 고압가스 판매 등의 혐의로 송 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또 송 씨와 함께 자살 브로커로 활동한 이모 씨(38)도 자살방조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동반 자살 모임에서 송 씨를 알게 된 이 씨 역시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이 있었다. 송 씨는 “돈을 받고 사람을 살리려 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두 사람과 자주 연락한 50여 명 중 3명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자살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을 돕거나 동반 자살자를 구한다는 인터넷 게시글 대부분이 사기나 성추행 목적으로 올린 글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자 수는 2011년 1만5906명에서 2015년 1만3513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가스 중독에 의한 자살은 1251명에서 2207명으로 늘었다. 인터넷에선 질소가스를 판매한다는 글이 버젓이 올라오고 택배로 집까지 배달해 준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오늘 용의자들을 북한대사관 앞에서 본 사람이 있나?”(미국 방송 기자) “오후 9시 기준 발견하질 못했다.”(말레이시아 현지 기자) “(김정남 피살 용의자인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의 사진을 올리며) 우리의 취재 목표(target)다.”(미국 기자) 24일 늦은 밤(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현지 취재진이 가입해 있는 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의 단체 메시지 방의 한 대화 내용이다. 경찰 수사로 북한대사관의 조직적 개입 정황이 확인된 후 각국 취재진 수십 명이 24시간 북한대사관 앞을 생중계하듯 감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온라인 메신저를 이용해 취재 정보를 공유한다. 이 미국 기자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현광성과 김욱일은) 분명 말레이시아 안에 있다. 우리는 전략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용의자를 잡으러 나선 형사의 모습이었다.○ ‘범죄자 소굴’로 낙인찍힌 북한대사관 현지 매체가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한 맹독성 신경 독가스 ‘VX’를 북한대사관이 외교행낭을 통해 들여왔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이후 북한대사관은 ‘범죄자의 소굴’로 낙인찍힌 분위기였다. 26일 오후에도 북한대사관 앞은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기자들로 북적였다. 취재진은 해수욕장 파라솔과 의자, 돗자리를 구해와 자리를 잡고 두 눈과 카메라 렌즈를 북한대사관에 고정했다. 사진기자들은 ‘채증’하듯 사진을 찍었다. 25일 오후 3시경 북한 주민 20여 명이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갔다. 매주 주말이면 대사관 직원 가족이 의무적으로 참가하는 ‘생활 총화’(한 주간 생활을 비판하고 계획하는 일)가 열린다고 한다. 현지 기자들은 가방과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는 북한 주민을 한 명도 빠짐없이 사진에 담았다. 혹시 용의자가 섞여 있지 않나 그 자리에서 사진을 확대해 얼굴을 확인하기도 했다. 주민 20여 명은 2시간가량 대사관 안에 머물렀다. 대사관은 24시간 커튼을 치고 있어 내부 상황을 밖에서 짐작할 수 없었다. 이날 총화의 강도가 여느 때보다 강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북한대사관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계속됐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대사관으로 들어가던 관용 벤츠 차량의 사이드미러가 부러지자 차에서 내린 직원은 “누가 부쉈나”라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기자들이 “현광성, 안에 있느냐”며 질문을 퍼부었지만 그는 무시하고 떠났다. 북한대사관은 직원의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대사관 건물 문 앞에 승용차가 들어갈 만한 공간을 띄워 놓고 그 앞에 밴을 세워 뒀다. 승용차에서 오르내리는 사람을 밴으로 가려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소행이 분명한 증거를 내놓고 있지만 북한대사관이 “경찰 발표는 모두 거짓말, 중상비방이다. 이는 모두 남한의 공작”이라고 일관하자 외국 기자들은 “북한의 대응에 이성이나 합리성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 신문 기자는 “북한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노려 대사관을 앞세워 범행을 저지른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우리와 외교를 맺은 국가라면 ‘용의자들이 다른 알리바이가 있기 때문에 혐의가 없다’는 식으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해명하는 것이 우리를 존중하는 외교관의 자세”라고 비판했다. 택시 운전사 발라 씨는 “이복형을 죽일 정도로 ‘악마(evil)’ 같은 김정은을 향한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우리도 시신을 북한이 가로채 갈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VX 청소, 말레이시아 정부도 여론전 26일 오전 2시경 말레이시아 당국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서 대대적인 VX 제독 작업에 나섰다. 공항은 100여 명의 말레이시아 소방관과 경찰 등으로 가득 찼다. 경찰은 김정남이 VX 공격을 당한 키오스크와 응급센터 등 곳곳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은 2청사 구석구석을 돌며 VX가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1시간가량 확인 작업 후 현지 경찰은 “공항에서는 위험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지에선 말레이시아 정부가 국내외 언론을 공항에 불러 공개적으로 방역 작업에 나선 것이 자국 공항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한편 VX의 위험성을 강조해 북한에 강경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언론에 근접 촬영을 허가했다. 17일 도안티흐엉(29·여) 등 살해 용의자를 대동한 현장검증 당시에는 근접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좀 도와주시라요….” 말레이시아 교민 A 씨는 2013년 가을 쿠알라룸푸르 세이폴 국제학교를 찾았다가 학교 직원의 다급한 부탁을 받았다.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이 자녀의 입학을 원하고 있다며 통역을 요청한 것. A 씨가 직원을 따라가니 난감한 표정의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여권을 보자 북한 사람이었다. 그는 A 씨에게 “아들을 학교에 입학시키고 싶다. 그런데 내가 영어가 안 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간곡한 부탁에 A 씨는 입학 수속을 도왔다. A 씨는 “그때만 해도 여기 한국 교민과 북한 사람 사이에 크고 작은 교류가 있었다. 서로를 피하거나 적대시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1960년, 북한과 1973년 수교했다. 특히 북한과 무비자 방문 협정을 맺는 등 국제사회에서 남다른 관계를 맺은 나라다. 22일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약 1만3000명, 북한인은 400명가량으로 알려졌다. 북한인은 대부분 떨어져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타운’으로 부를 만한 집단 거주지역이 없다. 그러다 보니 남북한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다. 남북한 주민들이 자주 접촉한 곳은 학교다. 자녀라는 공통점을 통해 마치 이웃처럼 지낸 경우도 있다. 일부 교민은 남북한 아이들을 자신의 차량에 함께 태우고 등하교를 시킬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또 학교 행사에서 만나면 자녀의 학업 고민도 서로 나눴다. 여느 학부모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정치적인 이야기나 상대의 직업은 묻지 않았다. 현지 한국 식당에도 북한 사람이 자주 드나들었고 종종 술을 마셨다는 교민도 있다. 고국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한다는 공통점이 경계의 벽을 낮춘 것이다. 상황이 돌변한 건 2013년 12월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면서다. 교민들은 “그때부터 현지 북한인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비공식 교류와 일상적 만남까지 완전히 중단됐다”고 말했다. 당시 국제학교에 다니던 북한 국적의 아이들이 일제히 사라졌다는 증언도 있다. 현지의 한 국제학교 졸업생 C 씨(19)는 “장성택이 처형됐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 날 당시 다니던 북한 학생 3명이 사라졌다. 대사관 직원 아들인 성이 ‘최’였던 친구도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민들에 따르면 북한인들은 이후 알고 지내던 한국인과 길에서 마주쳐도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지나쳤다. 이런 상황이 3년 넘게 이어지던 중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터진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북한과의 무비자 방문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현지 교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더욱 차가워진 북한 사람들을 일상생활에서 계속 마주쳐야 한다.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이 안겨준 테러의 공포감도 크다. 한 교민은 “김정남이 이곳에서 피살됐으니 앞으로 우리도 그렇고 북한 사람들도 먼저 손을 내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