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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 4명이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한 여성이 서랍식 수저통을 열었다. 수저가 빽빽하게 들어찬 통 안을 맨손으로 뒤적여 수저 여러 벌을 꺼냈다. 젓가락을 너무 많이 꺼냈는지 일부를 다시 통 안에 집어넣었다. 수저통은 한국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여럿이 함께 가면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이 일행의 수저를 놓아주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이제 ‘수저통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 아니라 언제든지 세균이나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생활 속 위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저는 입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물건이다. 여러 사람이 수저통에 손을 넣고 다른 사람이 쓸 수저를 만지는 행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비말을 입안 점막에 직접 퍼뜨릴 수 있는 행동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행동요령’에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식당에서 수저통 사용 시 손 소독을 철저히 하고, 사업주는 종이로 포장된 수저를 비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취재진이 6일 돌아본 서울 종로구 식당 21곳은 이런 권고와 거리가 멀었다. 종이 포장된 수저는 한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9곳은 서랍형 수저통, 5곳은 테이블 위 함 형태의 수저통, 5곳은 아예 뚜껑이 없는 원형 통에 수저를 넣어두었다. 수저를 따로 주는 곳이 2곳 있었지만 종이 포장은 없었다. 위생에 취약한 부분이 눈에 쉽게 띄었다. 한 분식집은 테이블 16개 중 6개의 서랍형 수저통이 열려 있었고, 일부 통 안에는 떡볶이 국물 자국 등이 보였다. 서랍형 수저통은 세척도 어렵다. 한 해물요리집에는 수저의 입 닿는 부위가 위를 향한 채 나무통에 꽂혀 있었다. 한 손님이 휴대전화를 만지던 손으로 수저를 집는 순간 주변 수저에 손길이 그대로 닿았다. 직장인 임모 씨(24·여)는 “어떤 손이 얼마나 닿았을지 모르는 수저통을 보면서 찜찜한 건 사실”이라며 “요즘은 입이 닿는 부분을 누군가 만졌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저를 열탕 소독하고 개별 포장하는 식당이 속속 늘고 있지만 아직은 많지 않다. 그만큼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저 위생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손님도 늘고 있다. 김문환 씨(63)도 2월부터 개인수저를 비닐 팩에 넣어 갖고 다닌다. 김 씨는 “식당에서도 수저통이 감염 우려가 높아 보였다”며 “조금만 신경 쓰면 개인수저 사용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저통에 수저를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식중독 균 같은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 위생에 좋지 않다”며 “사소한 위생 습관도 돌아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4g1@donga.com·김소민 기자}

포르투갈인 세르지오 멘데스 씨(38)는 2018년 한국인과 결혼한 뒤 한국 음식 마니아가 됐다. 주 요리와 샐러드 위주로 단출하게 구성된 포르투갈 식단과 달리 푸짐한 반찬이 나오는 한식에 빠졌다. 그러나 여럿이 ‘공용 반찬’을 함께 먹을 땐 망설여진다. 포르투갈에선 모든 공용 음식에 ‘서빙 스푼’을 따로 두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에서 가장 놀란 곳은 고깃집이다. 손님들 상당수는 집게를 사용했지만 일부는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입에 넣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집었다. 부모가 쓰던 젓가락으로 자녀에게 반찬을 떠주는 모습도 낯설었다. 멘데스 씨는 “포르투갈에선 개인이 쓴 칼이나 포크로 함께 먹는 음식을 집지 않는 게 기본적인 식사예절이다.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집어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만난 외국인들은 메인요리부터 반찬까지 다양한 음식을 공유하는 한국의 식사문화를 나름대로 즐겼다. 다만 음식을 나누는 방식에선 위생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각자 따로 먹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동양권이라도 개별식사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음식을 공유하는 한국 식사문화에 거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일본에선 찌개를 조리할 때도 채소, 고기 등 개별 식재료마다 집는 젓가락도 따로 쓴다. 집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도 공용 국자와 젓가락으로 따로 덜어먹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에 여러 차례 여행을 온 니시하마 아케미(70) 씨는 “한국식당에 처음 갔을 때 여러 사람이 하나의 찌개에 수저를 넣어 먹는 모습에 적응이 안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일본에선 반찬도 1인분씩 따로 나오는 게 보통이라 함께 나눠먹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 밖에서도 한국인은 음식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이른바 ‘한입만’ 문화다. 커피나 음료를 한 모금 달라고 하거나, 나눠먹는 게 보통이다. 각자 시킨 요리도 “맛이나 보자”며 나눈다. 정(情)이 넘치는 풍경일 수 있지만, 외국인들의 시각에서는 위생상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 생활 2년차인 메르카도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는데 이젠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념통 등 테이블 위 공용물품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식탁 위에 소스를 비치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손을 타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에선 양념통을 개인용인 것 마냥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모로코에서 온 리티 아벨라 양(18)은 “순댓국 식당에서 자신의 숟가락으로 양념을 뜨는 모습을 봤다. 국물 재료가 양념통에 묻어 있는 걸 본 이후로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대를 지나치게 배려하다 위생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 테이블에 수저통을 비치한 식당에선 종종 한 사람이 수저를 뽑아 나눠준다. 한 사람이 컵을 모아 물을 따른 뒤 동료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때 다른 사람의 식기에 손이 닿을 수밖에 없다. 일본인 사쿠라 씨(27·여)는 “일본에선 수저를 종이에 포장해 음식과 함께 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식기를 만질 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전통 식사문화가 바뀌는 건 아쉽지만 약간의 개선은 필요하다고 했다. 멘데스 씨는 “정이 가득한 한국의 음식문화를 잃는 건 아쉽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비위생적으로 비춰지는 점을 바꾸면 한국 음식이 세계인들에게 더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층마다 안전 장비만 설치돼 있었어도 이런 대형사고는 나지 않았습니다.”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3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자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경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를 찾았다. 정 총리는 희생자 영정에 헌화한 뒤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했다. 한 유족은 대기실을 찾은 정 총리에게 “왜 우리가 여기에 있어야 하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족도 “화재로 (시신이 훼손돼) 고인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다. 여기 있는 유가족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나”라고 말했다. 유족들의 말을 경청하던 정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다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총리실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가 ‘더는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표현까지 했는데 앞으로는 비용을 들이더라도 안전을 저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유족들은 합동분향소에서 일반인의 조문을 받지 않고 친인척과 지인들의 조문만 받고 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는 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요원 15명이 투입돼 유해 일부 1점과 휴대전화 2대, 자동차 열쇠 1개를 발견했다. 이들은 이날 6시간 반 동안 물류센터 지하부를 중심으로 호미와 삽, 채 등을 이용해 타고 남은 재를 걷어내는 방식으로 2차 정밀수색을 진행했다. 정요섭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수거한 유해 일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DNA 분석 등으로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희생자 38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됐다. 경찰은 전날 오후 5시경 국과수로부터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마지막 희생자 1명의 DNA가 유족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화재 당시 신원 미확인으로 분류됐던 9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희생자 18명 중 13명에 대한 부검도 마쳤다.이천=이경진 lkj@donga.com·김소민 기자}
“커닝 막으려고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 경영학부의 A 교수는 최근 전공과목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몇몇 학생이 대리 시험을 모의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제자들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기분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A 교수는 조만간 강의실 수업을 시작하면 같은 범위로 한 번 더 시험을 치르겠다고 공지했다. “정당하게 공부해 시험 본 학생을 보호하고 싶다. 두 시험의 점수 차가 크면 성적을 0점 처리하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한창인 대학가에서 중간고사 시즌을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시험인 점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는 학생들이 생기자 학교와 교수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A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은 “일부 몰지각한 이들 탓에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2배로 쏟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양대 공대의 한 교수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스피드 퀴즈’ 형식을 도입했다. 온라인 시험에서 빨리 문제를 풀어 답안지를 제출할수록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몰래 답을 맞춰 보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불합리하다고 아우성이다. 수강생 정모 씨(23)는 “차분하게 시험을 보는 스타일도 있는 건데 단지 빨리 답을 낸다고 점수를 더 주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성균관대에 다니는 최모 씨(25)도 “우리 학교 교양과목도 제한시간을 촉박하게 준다고 했다.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걱정”이라고 했다. 고려대에선 ‘온라인 특화 구술시험’도 등장했다. 문제가 컴퓨터 화면에 뜨면 정해진 시간 안에 구두로 답하는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한다. 영상엔 정면 상반신이 나와야 한다. 이 수업을 듣는 A 씨(25)는 “문제도 풀고 촬영도 하고 저장, 제출까지 해야 한다.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고 원망했다. 지난달 28일 비슷한 방식으로 시험을 보기로 한 고려대 공대에선 ‘사전 리허설’도 벌어졌다. 몇몇 학생이 컴퓨터 화상카메라를 통해 문제를 풀어 제출하는 연습을 했다. 수강생 이모 씨(21)는 “얼굴과 손이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데 노트북 카메라는 이 각도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중간고사에 부정행위를 하려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한 사립대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23일 “답안을 공유하는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수강생들이 문제를 제기해 결국 이 과목은 과제로 시험을 대체했다. 서울의 한 대학 물리학과에 다니는 박모 씨(26)는 “과목마다 비슷한 단체 대화방이 1, 2개씩 있는 눈치”라고 했다. 연세대는 아예 교수진에 중간고사 온·오프라인 시험을 만류하는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권고 수준으로 강제성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재학생 천모 씨(25)는 “전공과목을 6개나 듣는데 모두 기말고사만으로 학점을 주면 너무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한성희 chef@donga.com·이청아·김소민 기자}

15일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 씨(64·여)의 남편은 거의 두 달 만에 집밖에 나왔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는 남편은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뒤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 힘든 걸음을 내딛었다. 김 씨는 “솔직히 나도, 남편도 찍은 정당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래도 투표를 포기하면 유권자를 우습게 여길까봐 왔다”고 했다.● “코로나19 겪으며 투표 결심” 코로나19도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꺾진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 전국 투표율은 66.2%로 잠정 집계돼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뜨거운 투표 열기 속엔 전대미문의 고난을 바라보는 엄중한 민심이 생생하게 묻어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투표소에서 만난 시민 중엔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투표를 결심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에서 만난 김현규 씨(37)는 “코로나19를 온몸으로 겪으며 정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투표를 잘 해야 하는지 체감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속내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정권 지키기’와 ‘정권 심판’으로 갈렸다. 양천구에 사는 윤모 씨(47)는 “지금까지 여당에 실망한 것도 많지만, 코로나19에 대응을 잘해줘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했다. 반면 자영업자 박모 씨(70·여)는 “코로나19로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번다. 알바생도 다 내보내야 했다”며 “서민을 내팽개친 정부가 너무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만 18세 고등학생 유권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독서실에 가는 길에 송파구 석촌경로당 투표소에 들렀다”는 강모 군(18)은 “요즘 잠도 못 자며 공부하고 있다. 끽해야 20분 더 공부하는 것보다 투표가 세상을 더 많이 바꾸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강현 군(18)은 “선거권이 없을 땐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줄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고 했다. 고령자들의 투표 의지도 강했다. 광주 최고령 유권자인 박명순 할머니(117)는 이날 오전 9시 반 광주 북구 문흥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투표했다. 1904년 한일의정서 강제 체결 직전에 태어난 박 할머니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모든 직접 선거에 참여했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다음 대통령 선거 때도 꼭 투표하겠다”고 했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사는 이용금 할머니(116)도 이날 투표한 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투표는 계속할 것”이라 말했다. 최근 불거진 n번방 성 착취물 제작·유포 사건도 표심에 영향을 줬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모 씨(23·여)는 “여성의 정체성을 대변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국회에 진출하길 간절히 바라며 나왔다”고 했다. 투표를 마감하는 오후 6시를 1분 남기고 영등포구 신우경로당 투표소로 뛰어 들어가 한 표를 행사한 한보람 씨(19·여)는 “집안일 때문에 투표 시간을 못 맞출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다행이다”고 기뻐했다.●‘투표 방역’ 성숙한 시민의식 빛나 투표로 민심을 보여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전국 대부분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은 질서 있고 차분하게 방역 지침을 따랐다. 오전에 찾아간 동작구 강남초등학교 투표소는 시민 60여 명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1m 간격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등에 도장을 찍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는데도, 소셜미디어에 도장을 찍고 ‘인증샷’을 올린 사진들도 올라왔다. 이날 오후 6시 일반 투표가 종료된 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해외에서 입국해 자가격리 중이던 유권자들의 개별 투표가 시작됐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이들에게만 투표를 허용했지만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다른 유권자들과 투표 시간을 분리했다. 전국 자가격리자 5만9918명 가운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1만3642명(22.8%)이 투표를 신청했다. 자가격리자 투표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후 5시 52분경 영등포구 신길동의 자택을 나선 자가격리자 이주현 씨(26)도 마찬가지였다. 자택에서 투표소까지는 걸어서 1분 거리였지만 족발가게와 PC방, 편의점 등이 즐비해 다른 시민과 접촉 우려가 있었다. 이 씨의 안내를 맡은 석승민 영등포구 예산팀장은 긴장한 낯빛으로 이 씨와 2m 거리를 유지하며 다른 행인이 접근하지 못하게 제지했다. 이 씨는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한 뒤 수술용 장갑을 끼고 투표소로 들어섰다. 투표소 관계자가 온몸에 방호복과 두꺼운 장갑, 고글을 두른 채 투표용지와 봉투를 건네고 서명을 받았다. 투표를 마친 이 씨는 곧장 귀가했다. 그는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껏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선거권을 이번엔 놓칠까봐 걱정했다. 많은 도움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 ‘48.1㎝ 투표용지’에 투·개표 모두 혼란 역대 최다인 35개 정당의 이름이 적힌 48.1㎝ 짜리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를 받아든 시민들은 투표할 정당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박윤자 씨(71·여)는 “짧은 것(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은 뭔지 알겠는데 긴 것(비례대표 투표용지)은 통 몰라서 잘못 찍은 것 같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선거가 끝난 뒤 개표 현장에서도 일일이 손으로 나누느라 많은 담당자들이 고생했다. 전직 대통령 4명 가운데 4·15 총선에서 투표하지 못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뿐이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 받고 아직 형기를 마치지 않아 선거권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택 구금’ 수준으로 보석 석방 중이라 자택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거소 투표(우편투표)를 했다. 요양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도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거소 투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누군가를 돕는 게 아니라, (어려워도) 함께 살아가는 거죠.” 단팥빵이 세상을 바꾸진 못한다. 하지만 세상과 싸울 힘을 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에 매일같이 빵 300개를 보내는 서울의 빵집이 있다. 6주째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 서초구 베이커리카페 ‘Grit 918’은 지난달 1일부터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대구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에게 단팥빵 300개를 보내고 있다. ‘Grit 918’의 김경미 대표(48·여)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대구의료원, 대구시청에 각각 100개씩 매일 빵을 보내왔다. 김 대표는 “단지 대구를 돕자는 것만 아니라, 우리도 ‘활력’을 되찾고 싶어 빵 보내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이 빵집 역시 매출이 반 토막 났다. 30명 정도 되는 직원을 줄여야 할 판이었지만, 김 대표는 발상을 전환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빵도 남고, 손도 비는데 좋은 일에 매진해보자. 직원들 역시 적극 동참했다. ‘Grit 918’은 매일 아침 6시부터 빵을 굽는다. 오전 7시 40분경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수화물센터로 빵을 나르는 일도 직접 한다. 빵이 담긴 박스마다 직접 쓴 ‘대구 힘내세요, 사랑해요’란 쪽지도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나섰기에 가능했다. 위기를 기회 삼아 똘똘 뭉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대구동산병원도 9일 ‘Grit 918’에 감사장을 보내왔다. 서영성 대구동산병원장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지만, 전국에서 보내주신 사랑은 우리를 다시 세우는 힘이 된다”고 했다. 김소민 somin@donga.com·김태언 기자}

정부가 4·15총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격리자의 투표를 조건부로 허용한 것은 유권자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 대신 전파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발열 등 의심 증세가 있는 격리자는 투표할 수 없도록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추가 내용을 담은 투표 지침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4·15총선 당일 투표를 원하는 자가 격리자는 오후 5시 20분부터 7시까지 격리가 일시 해제된다. 13, 14일 미리 투표 의향을 밝힌 자가 격리자는 도보나 자기 차량으로 투표소까지 이동한다.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다. 전담 공무원이 일정 거리를 두고 일대일 동행하는 게 원칙이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투표소에서 일반 유권자와 자가 격리자의 동선을 최대한 분리하고 선거 관리 참관인의 감염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자가 격리자가 투표소에 도착하면 야외 대기 장소에서 기다려야 한다. 투표는 오후 6시 이후에 하지만, 도착은 일반 유권자처럼 6시 전에 해야 투표할 수 있다. 일반 유권자가 투표 마감 때 몰릴 경우 자가 격리자 투표가 늦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가 확인되면 투표 후 오후 7시를 넘겨 귀가하는 것도 허용된다. 우려되는 건 공무원 동행이 어려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무단이탈 가능성이다. 특히 서울은 자가 격리자가 약 1만7000명, 경기는 1만6500명이나 된다. 미성년자와 외국인 등 투표권이 없는 일부를 제외해도 공무원이 모든 자가 격리자와 동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격리가 해제된 1시간 40분 동안 구체적인 동선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투표 직후 집으로 가지 않고 잠시 다른 곳을 방문할 경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전화만으로는 확인이 어렵다. 또 자가 격리자가 동선을 지켜도 다른 사람이 다가와 접촉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투표소 이동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100% 차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투표 행위 외에 일탈 행위가 적발되면 자가 격리 위반자처럼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전파가 우려되는 대상을 투표소에 데려오는 건 처음이라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위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다양한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11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도 투표소 방역 지침에서 벗어나는 행위가 적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몰려들어 ‘1m씩 간격을 두고 줄을 서라’는 지침이 무색했다. 서대문구의 투표소에서도 건물 통로가 좁고 공간이 협소해 밀접 접촉이 벌어졌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투표소에 나온 자가 격리자 중에는 당일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며 “자가 격리자끼리도 1m 이상 거리를 유지하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사지원·김소민 기자}

10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2동 주민센터. 4·15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이곳을 찾은 이모 씨(48)는 마스크 2개를 겹쳐 착용하고 고글을 쓴 상태였다. 집에서부터 하고 온 위생장갑도 끼고 있었다. 이 씨는 “오늘 투표소에 사람이 많이 올지도 몰라 중무장을 하고 나왔다”고 했다. 투표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늘어선 긴 줄 사이에서는 챙이 긴 투명모자로 얼굴 전체를 가린 유권자들도 있었다. 4·15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과거 투표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많았다. 이날 오후 1시 반경 서울 마포구 합정동주민센터에 차려진 투표소를 찾은 60여 명의 유권자는 차례로 줄을 서 발열 확인과 손 소독을 거친 뒤 일회용 비닐장갑까지 착용하고 나서야 투표를 할 수 있었다. 기표소가 있는 주민센터 3층까지 이어지는 계단 바닥에는 1m 간격으로 X자 모양의 청색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앞뒤 사람 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전국의 다른 사전투표소에서도 이런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인천 중구 영종동의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앞뒤 투표자 간 1m 간격이 유지되지 않자 한 시민이 선거관리원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경북 경주시에 있는 농협경주교육원 등 코로나19 확진 경증 환자들이 머물고 있는 전국의 생활치료센터에 마련된 투표소 선거사무원들은 방호복을 입은 채로 확진자와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의 투표를 도왔다. 총선 당일인 15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아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사전투표를 택했다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10일 오전 7시 20분경 경기 안산시 선부다목적체육관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현준 씨(38)는 “15일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출근하기 전에 투표하려고 왔다”고 했다. 합정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아내와 함께 투표를 한 강신걸 씨(61)는 “사전투표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오늘 왔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조금 걱정스럽다”고 했다.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대구의 병원 종사자들도 점심시간에 틈을 내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이날 낮 12시 40분경 대구 중구 삼덕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 입구에는 긴 줄이 섰는데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경북대병원 사원증을 목에 건 유권자들이 많았다. 경북대병원 한 직원은 “코로나19로 정신없이 바쁘지만 투표를 꼭 해야겠다 싶어 점심을 서둘러 먹고 왔다”고 말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약 500m 떨어진 중구 성내2동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도 이 병원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많이 찾았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총선부터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춰지면서 18세 유권자들도 한 표를 행사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사전투표소를 찾은 18세 대학 신입생 최승연 씨는 “코로나19로 걱정은 좀 됐지만 투표는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다”고 했다.김소민 somin@donga.com·구특교 / 대구=장영훈 기자}

“이젠 어디 가서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8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일명 ‘노량진 학원가’. A학원 건물을 나서던 김종석 씨(31)는 다소 허탈한 표정이었다. “7급 공무원 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방금 막 “학원 자습실에서 짐 챙겨 나오던 길”이라 했다. 수험서 20여 권을 양팔에 잔뜩 껴안고 있었다. 김 씨가 다니던 A학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6일 학원에 다녀간 한 수험생(27)이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씨 말고도 수험생 80여 명이 책 등을 챙겨 학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노량진 학원가는 곳곳에서 ‘짐 꾸러미’ 풍경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삼삼오오 수험서를 짊어진 채 어디론가 바삐 움직였다. 확진자가 나온 A학원은 공무원시험전문으로 노량진에만 10개 분관이 있을 정도로 대형학원이다. 당장 서울시는 확진된 수험생과 같은 건물에서 접촉한 65명을 자가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학원만 휴업했을 뿐 인근 커피숍이나 독서실은 상당히 북적거렸다. 학원을 빠져나온 수험생들이 몰려든 탓이다. 지하철9호선 노량진역 주변의 한 커피숍은 60개 좌석이 모두 책을 펼쳐든 수험생으로 가득했다. 또 다른 커피숍 역시 마스크를 쓴 수험생 50여 명이 온라인강의를 듣고 있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앞둔 윤미라 씨(28·여)는 “학원이 문을 닫는단 소식을 듣고 짐을 챙겨 근처 카페에 갔더니 빈 자리가 하나도 없다”며 “공부할만한 곳을 찾아 30분 째 헤매고 있다”고 했다. 학원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수험생들은 하루 종일 싱숭생숭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김모 씨는 “2월에 열릴 예정이던 공무원 5급, 7급 공개채용 시험 일정도 모두 ‘4월 이후’로 미뤄졌다. 수험생들은 언제 시험을 칠 수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이라며 “일정을 짤 수가 없어 일단 해오던 대로 노량진에서 ‘그룹 스터디’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김모 씨(30)도 “올해 서른인데 코로나19보다 시험 낙방이 더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일단 노량진에 와서 공부해야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몇몇 학원은 수험생들에게 건물 자습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B학원은 직원들이 건물 입구에서 수험생들의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출입시각 등을 일일이 기록했다. 수험생들은 명단을 작성한 뒤 체온을 확인하고 손 소독제를 뿌렸다. 한 수험생은 “줄이 길어 검사를 받고 자습실에 들어가는 데만 5분씩 걸리기도 했다”며 “그나마 공부할 장소가 있는 게 다행”이라고 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김소민기자 somin@donga.com}

22일 오전 11시 46분 인천국제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승객 277명을 태우고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OZ542편의 도착 소식이 전해지자 입국장에서 대기하던 검역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여객기는 유럽에서 들어온 모든 입국자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한다는 정부의 방침 이후 도착한 첫 여객기다. 승객들은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건강상태질문서와 특별검역신고서를 작성한 뒤 발열과 호흡기 증상 검사, 문진 등을 차례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증상과 무증상이 나뉘었다. 기침, 발열 등을 보인 승객들은 별도 공간으로 이동해 검체를 채취했다. 수하물도 항공사 직원들이 가져다줬다. 유증상자는 55명이다. 이들은 유증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인식표를 받은 뒤 터미널을 빠져나와 대기하던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는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훈련원, 오라호텔 등으로 이동했고 승객들은 검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무증상자는 유증상자와 다른 색깔의 인식표를 받은 뒤 수하물을 찾았다. 하지만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다. 홍태린 씨는 “독일 현지 상황이 나빠져 경기 부천 친정에 가려고 피난하듯 들어왔다”며 “생후 8개월 아이가 가장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의료용 장갑을 끼고 여행용 가방을 끄는 사람도 보였다. 대부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반쯤 숙인 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인솔자를 따라 공항 터미널 밖으로 이동했다. 폴란드에 출장을 다녀온 김경태 씨(41)는 “콧물 증상이 있어서 다른 일행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면서 “별일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유럽 감염자가 많아 걱정이다”라고 했다. 건물 밖에서 대기하던 버스에 탄 사람들은 자리에 앉은 뒤에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창밖을 내다봤다. 한 남성은 버스에 탔다가 다시 내려 먼 하늘을 쳐다보며 담배를 피웠고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무증상 승객들은 인천 SK무의연수원, 경기 코레일 인재개발원, 충남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등 8개 시설로 이동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이곳에선 최대 24시간 머무른다. 이후 양성 판정을 받으면 증상에 따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동해 치료를 받는다. 음성 판정을 받아도 내국인과 장기 체류할 외국인은 14일간 격리해야 한다. 거주지 유무에 따라 자택이나 정부가 마련한 시설에 머문다. 음성이 나온 단기 체류 외국인은 격리되지 않지만 14일간 보건 당국의 전화를 받고 건강 상태를 설명하는 ‘능동 감시’를 받아야 한다. 22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지역에서 1300여 명이 6편의 여객기를 타고 입국했다.인천=김소민 somin@donga.com·황금천 / 강승현 기자}

“지인 분들에게 ‘빈소가 차려졌으니 오시라’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안 나오더라고요. 부고도 어제 오후 늦게 서야 전했어요. 돌아가신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입이 안 떨어져서…. 장남으로서 죄송스럽죠.”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고 정원균 씨(82) 빈소를 지킨 장남(50)은 이렇게 말했다. 고인은 폐암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분당제생병원에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고양시 명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닷새 만인 11일 숨졌다. 고인을 곁에서 챙겼던 부인(74)도 코로나 19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다. 빈소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9일 만에 뒤늦게 마련됐다. 고인을 간호하다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던 다른 가족의 자가 격리가 끝나는 일정에 맞춰 잡아뒀던 일정이지만 전날인 19일 남은 가족마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더는 미룰 수가 없어 제사라도 한 번 올리려 장례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복을 입은 고인의 장남 내외만이 빈소를 지켜야 했다. 고인은 고려대 의대를 나와 1967년 방사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2017년 퇴직까지 50년 넘게 환자를 돌본 의사였다. 국군 맹호부대 소속 의무장교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국가유공자이기도 했다. 성남 인하병원의 창립 멤버이자 마지막 병원장으로 대한영상의학 회장도 역임했다. 2003년부터 13년간 분당제생병원 영상의학과장을 지낸 고인은 지난해 10월경 이 병원에서 3기 폐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장남은 “아버지는 후배 의료진과 자신의 CT 영상을 함께 판독하며 치료 방향를 논의하실 정도로 의학에 대한 열정이 있으셨던 분”이라며 “누구보다 암 판독을 잘 알아셨던지라 자신의 병을 처음 판독하시면서는 서럽게 우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지내다 6일 귀국한 장남은 아버지가 숨지기 불과 2시간 전 방호복과 장갑, 고글 등을 착용한 채로 처음이자 마지막 면회를 했다. 영상 통화로 아버지를 다른 가족들과 연결해드렸는데, 이때 가족들이 아버지에게 전한 마지막 말은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였다. 아버지는 마지막 말을 남길 기력이 없었다. 다만 닷새 전 화상통화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미안하다”였다고 한다. 12일 화장식에도 직계가족 중에는 장남만 참석했다. 확진돼 치료를 받거나 자가 격리 중이던 고인의 부인 등 다른 가족들은 고인의 마지막을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지켜봤다. 장례 역시 2일장으로 짧게 치러진다. 고인은 21일 발인을 거쳐 충북 괴산군의 국립괴산호국원에 봉안될 예정이다. 장남은 “가족 모두에게 ‘롤모델’이자 든든한 가장이셨던 아버지께서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이름도 없이 ‘코로나19 67번째 사망자’ ‘몇 번째 확진자’처럼 숫자로 불리신 게 못내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람들이 아버지를 이름이 아니라 숫자로 부르는 게 죄송스럽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숫자로 칭하는 건 참담할 당사자의 사정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유가족이 상실감과 ‘잘 보내드리지 못 했다’는 죄책감을 덜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한성희 기자 chef@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일부 교인과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도권의 한 교회에서 목사 부부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교회는 8일 예배를 진행했고 확진자들은 이 자리에 참석했다. 경기 성남시는 수정구 양지동 은혜의강 교회 목사(61)와 아내(60)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부부는 기침이나 인후통 등이 나타나지 않은 무증상자였으나 검체 검사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은혜의강 교회 관련 확진자는 6명으로 늘었다. 첫 교인 확진자는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대학병원 협력업체 직원(33)으로 감염 사실을 인지하기 하루 전인 8일 오전 은혜의강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은혜의강 교회는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폐쇄를 결정했다. 하지만 첫 확진자와 같은 예배에 참석했던 다른 교인(59·여)이 코로나19에 추가로 감염된 사실이 13일 드러났다. 이 교인의 남편 A 씨(63)와 8일 예배에 함께 참석했던 다른 교인(74·여)도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도매작업장 직원으로 근무한다. 경매에서 낙찰된 양배추를 차량에 싣는 일을 담당한다. 이달 8∼13일 지하철 8호선 가락시장역을 통해 출근한 뒤 업무시간 대부분을 도매시장 작업장에서 보냈다. 송파구보건소는 A 씨와 접촉한 동료 8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밀접 접촉자는 18명이었다. 동료 강모 씨(42)는 “A 씨가 물건을 운반하는 일을 담당해 다른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이 거의 없다. 별다른 증상은 없었는데 아내가 확진돼 바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때때로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말부터 가락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모든 작업자에게 마스크를 끼고 근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공사 관계자는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세 차례 이상 작업장 일대를 방역했다. 작업장이 일반 소비자들이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전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8일 예배에 참석했던 교인 90여 명을 포함해 은혜의강 교회 교인 135명을 대상으로 15일 오전부터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회와 확진자의 자택 등에 대한 방역도 실시했다. 성남시는 확진자들의 동선도 파악하고 있다.홍석호 will@donga.com·한성희·김소민 기자}
“37년생이시면 오늘은 해당이 안 돼요. 내일 다시 오셔야 해요….” 9일 오전 8시 40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한 약국. 약사 A 씨가 주민 박노칠 씨(83)에게 이날부터 시행한 ‘마스크 5부제’를 한참 설명했다. 박 씨는 “(마스크 5부제인지) 전혀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오전 9시 반경에는 2011년생 딸을 대신해 약국을 찾은 장경식 씨(41)가 “가족 중 오늘 구매가 가능한 딸의 마스크를 사려고 출근길에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뽑아왔다. 지난주는 아예 살 수 없었는데 오늘은 구매해 다행”이라고 했다.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첫날인 9일. 전국의 약국 앞에는 전날만 해도 보건용 마스크를 사려고 길게 늘어섰던 줄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행 첫날이다 보니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이날 오전 10시경 성동구 한양대병원 앞 약국 7곳을 둘러보니 정부의 ‘공적 마스크’를 들여놓은 곳은 1곳뿐이었다. 같은 시간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 약국 9곳도 3군데서만 공적 마스크를 팔았다. 약국마다 지정된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가 다른 데다 업체 상황에 따라 입고 시간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를 모른 채 약국을 찾았던 시민들은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경우가 상당했다. 장명환 씨(29)는 “주민등록번호가 1로 끝나는데도 약국 4곳을 들렀지만 재고가 없거나 입고가 안 돼 있어서 살 수 없었다”고 했다. 약국에선 입고 시간을 미리 알 수 없고 5장이 한 묶음으로 포장된 마스크가 많다며 불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약사 이도형 씨(35)는 “(공적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이 들쭉날쭉해 한창 바쁠 때 들어오는 등 시간을 가늠해 대비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했다. 성동구 행당동 대학약국의 약사 김지은 씨(28·여)는 “오늘처럼 5장씩 포장이 돼 오는 부분이 제일 난감하다. 직원 3명이 달라붙어 2장씩 새로 포장하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다른 약국의 약사 B 씨도 “5장씩 포장이 돼 온 것을 나눠서 다시 포장하느라 지퍼백과 비닐장갑까지 샀다.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무료 봉사하는 셈”이라고 했다. 마스크 5부제 덕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도 많았다. 종로구 행복한약국 약사 이경희 씨(52)는 “지난주엔 인파가 몰려들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지금이 한결 낫다. 시민들도 대부분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종로구민 정모 씨(74)도 “일주일에 2장밖에 못 사 아쉽긴 해도 하염없이 줄을 안 서니 살 것 같다”고 했다.김소민 somin@donga.com·김태성·한성희 기자}

“37년생이시면 오늘은 해당이 안 돼요. 내일 다시 오셔야 해요….” 9일 오전 8시 40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한 약국. 약사 A 씨가 주민 박노칠 씨(83)에게 이날부터 시행한 ‘마스크 5부제’를 한참 설명했다. 박 씨는 “(마스크 5부제인지) 전혀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오전 9시 반경. 2011년생 딸을 대신해 약국을 찾은 장경식 씨(41)는 “출근길에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해왔다. 지난주는 아예 살 수가 없었는데 그나마 이젠 구매할 수 있어 다행”이라 했다.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첫날인 9일. 전국의 약국 앞에는 전날만 해도 보건용 마스크를 사려 길게 늘어섰던 줄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행 첫날이다 보니 혼선이 빚어져 실랑이가 벌어지는 광경도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이날 성동구 한양대병원 앞 약국 7곳을 둘러보니 정부의 ‘공적 마스크’를 들여놓은 곳은 1곳뿐이었다. 같은 시간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 약국 9곳도 3군데만 공적 마스크를 팔았다. 약국마다 지정된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가 다른 데다, 업체 상황에 따라 입고 시간도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모른 채 약국을 찾았던 시민들은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경우가 상당했다. 약사 이도형 씨(35)는 “(공적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이 들쭉날쭉한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했다. 약국에서도 불편을 호소했다. 마스크가 5장이 한 묶음으로 포장됐거나 대, 소형 마스크가 함께 섞인 제품들이 많아 팔기가 여간 번거롭지가 않단다. 성동구 행당동 대학약국의 약사 김지은 씨(28·여)는 “오늘처럼 5장씩 포장이 돼 올 때가 있어 제일 난감하다. 직원 3명이 달라붙어 1장씩 새로 싹 다 포장했다”고 했다. 또 다른 약사 A 씨도 “5장씩 들여와서 나눠서 포장하느라 지퍼백과 비닐장갑까지 샀다. 비용이 더 들어 무료봉사하는 셈”이라고 했다. 몇몇 소규모 약국은 공적 마스크 판매에 시달리느라 약 조제 업무는 손을 놓기도 했다. 70대 약사 B 씨는 “공적 마스크 판매가 여간 번거롭지 않다.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해 입력하려면 시간이 꽤 든다. 약 조제는 거의 못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래도 현장에선 마스크 5부제 덕에 그나마 숨이 틔웠다는 반응도 많았다. 종로구 행복한약국 약사 이경희 씨(52)는 “지난주엔 인파가 몰려들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지금이 한결 낫다. 시민들도 차리라 잘 됐다며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종로구민 정모 씨(75)도 “일주일에 2장 밖에 못 사 아쉽긴 해도 하염없이 줄을 안 서니 살 것 같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우리 공장도 내일부터 성인용 마스크는 ‘셧다운(조업 중단)’이에요. 필터 수급이 전혀 안 되고 있어요.” 충북 진천군에서 보건용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4일 동아일보와 통화하는 내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 업체는 지금까지 생산설비 7대로 매일 약 24만 장의 마스크를 제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마스크 수요가 늘자, 직원을 2배 늘리고 야간조도 새로 꾸리며 대응한 덕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24시간 풀가동’하던 공장은 원자재 수급에 발목을 잡혔다. 3일 동아일보가 수도권에 있는 제조업체 4곳을 방문했더니, 이미 한 업체는 필터 공급이 끊겨 생산을 멈춘 상태였다. 아직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나머지 3곳도 “원자재가 부족해 이달 중순까지 버티기도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했다. 제조업체들의 마스크 생산에 가장 큰 걸림돌은 필수자재인 ‘멜트블론(Melt Blown·MB) 필터’다. 특수 부직포인 MB 필터는 외부의 유해물질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건용 마스크에는 장당 약 1.5g의 MB 필터가 꼭 들어간다. 마스크 제조업체 약 130곳 가운데 약 70%는 국내에서 생산한 MB 필터를 쓴다. 문제는 주로 영세 규모인 나머지 30%다. 이 업체들은 대체로 국산보다 50% 이상 저렴한 중국산을 써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산은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수입한 필터용 부직포는 약 1340만 달러(약 159억 원)어치.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2916만 달러보다 54%나 줄었다. 국산을 써왔던 업체라고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MB 필터의 생산설비는 대당 가격이 2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새로 설비를 들여놓은들 완제품 생산까지 최소 두 달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업체로선 설비를 증설하기도 어렵다. 경기 포천시에 있는 한 MB 필터 제조업체는 “현재 공급이 100이라면 수요가 600 정도다. 기존 거래처에 물량을 대기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했다.한성희 chef@donga.com·김소민 / 세종=최혜령 기자}
신천지예수교(신천지)가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검사 결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신천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총회장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지인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그날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총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회장의 코로나19 검사는 신천지 총회 본부 관계자들도 자세한 내용을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이뤄졌다고 한다. 그간 전국에서 신천지 교인들의 확진 판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신천지 안팎에서는 이 총회장의 감염 여부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 총회장이 1일 오후 4시 기준 확진자 115명이 발생한 청도대남병원에서 치러진 자신의 친형 장례식(1월 31일∼2월 2일)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이 쏠렸다. 신천지 관계자는 “현재 이 총회장은 발열 증세도 없고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천지는 그간 이 총회장의 현 거처를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는 사실만 밝혀왔다. 경기 가평군에 따르면 이 총회장은 지난달 24일 이전에는 일명 ‘평화의 궁전’이라 불리는 고성리 신천지연수원에 머물렀다. 경기도가 지난달 24일 감염병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와 49조에 따라 이 연수원을 폐쇄하자, 이 총회장은 이후 소형 배를 타고 연수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찾아간 신천지연수원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인기척이 없었다. 이 총회장이 한때 머물렀다고 알려졌던 경기 의왕시의 아파트도 1일 오후 인기척이 없었다. 인근 주민은 “지난달 중순경 이 총회장이 동행자로 보이는 2명과 함께 차를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김소민 기자}

정부의 마스크 수급대책 발표 이틀째인 27일에도 ‘마스크 대란’은 계속됐다. 대부분의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었고 우체국과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사람도 여전히 많았다. 정부는 이날 공식 사과하고 28일부터 약국, 우체국,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하나로마트는 마스크 확보에 차질을 빚어 당장 28일부터 판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2만4000개 약국으로 공급될 물량 역시 충분치 않아 소비자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려다 허탕을 치는 사례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당초 약국과 하나로마트, 우체국에서 27일 오후부터 마스크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약국 문에는 ‘마스크 품절’이라고 쓰여 있었다. 약사 박모 씨는 “정부가 확보한 마스크를 약국에서 판다는 정부 발표만 믿고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정작 공급처에서는 다음 달 초에나 줄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앞 약국 8곳과 강북삼성병원 인근 약국 6곳을 둘러본 결과 마스크가 있는 약국은 2곳에 불과했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마스크를 사러 서울 종로구의 우체국을 찾았던 윤모 씨(68)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판다고 해서 출근길에 일찍 나와 기다렸는데 허탕을 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대문구의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한 직원은 “영업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전화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내가 받은 전화만 50통이 넘는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어김없이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정부는 수출을 제한해 국내로 생산량의 90%를 돌린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공급 확대를 느낄 수 없었다.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는 오전 4시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스트코가 가족당 마스크 한 상자(24개입)를 판매한다고 해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정모 씨(29)는 “오전 4시 40분경 도착했는데 대기번호표 97번을 받았다. 5시 반 전에 이미 대기 순번이 끝나 버려 그냥 돌아가는 이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혼란이 커지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마스크 수급 불안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마스크 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사과했다. 판매가는 장당 1000∼2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약국을 통해 28일부터 정부가 확보한 ‘공적(公的) 마스크’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읍면 지역의 우체국과 수도권 외 지역의 하나로마트에서도 28일부터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영홈쇼핑(케이블채널 20번 또는 21번)과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백화점에서도 매일 27만 장을 판매한다. 하지만 실제로 28일부터 소비자들이 정부가 확보한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하나로마트는 이날까지 확보하려고 했던 마스크 15만 개를 제조사에서 받지 못해 이르면 29일이 돼서야 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반 약국에 공급하는 마스크도 공적 판매처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우체국은 28일 오후 2시부터 전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전체 수량은 밝히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8일부터 일부 지역 약국에 공급할 수 있지만 얼마나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며 “전국 약국에 충분히 공급하려면 다음 주는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소민 / 김태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사용 금지 방침을 밝혔지만 일부 보수단체가 이틀 연속 집회를 강행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64)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22, 23일 광화문광장에서 수천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전 목사는 23일 연단에서 “광화문 예배에 온 여러분은 진짜 기독교인이다. 오히려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전날 “임상적으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야외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범투본 측은 29일과 다음 달 1일에도 예정된 집회를 이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주변 도심의 사용을 당분간 금지한다”고 밝혔다.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하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박 시장은 현장을 찾았다. 그는 22일 오후 1시 40분경 방송차에 올라 “집회를 금지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조치”라며 “집회를 중지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박 시장에게 야유를 보내며 발언을 방해했고 일부는 고함을 지르면서 박 시장에게 접근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종로구는 22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경찰서에 전 목사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홍석호 will@donga.com·김소민 기자}

20일 오전 9시 50분경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의식불명으로 실려 온 환자 A 씨가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의심한 의료진은 즉시 센터를 폐쇄하고 방역에 돌입했다. 이 센터는 인구 약 979만 명인 경기남부권역 권역응급의료센터 5곳 가운데 하나다. 하루 평균 응급환자 300명 이상을 진료한다. 폐쇄 여파는 작지 않았다. 119구급대는 이날 오후 1시 20분경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되는 87세 남성을 아주대병원으로 옮기려다 센터 폐쇄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혼란을 겪었다. 같은 병원 권역외상센터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외상센터에 중증 외상 환자가 가득 차도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다. 다행히 A 씨는 오후 3시 50분경 코로나19 음성으로 확진됐다. 하지만 약 6시간 동안 지역 응급의료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렸다. 민영기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타격이 엄청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응급의료가 마비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유일한 중증외상센터도 문 닫아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문을 닫은 응급실은 20일 오후 3시 현재 10곳. 이로 인한 응급병상 공백은 161개에 이른다. 이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확진자가 아닌 의심 환자만 방문해도 응급실은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사흘 이상 폐쇄한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의료진은 14일씩 격리된다. 응급의료 공백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같은 날 오전 9시 반경 경기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 응급의료센터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시간 전 호흡곤란으로 실려 왔다 숨진 남성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다.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20명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온 오후 2시까지 응급실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예정돼있던 수술과 외래, 회진을 모두 취소해야 했다. 서울에서 유일한 중증외상센터인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도 18일 소방당국에 ‘환자 수용 불가(바이패스)’를 통보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와 선별진료 등에 핵심 역할을 맡아 외상 환자를 돌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센터가 진료하는 외상 환자는 하루 평균 10명 안팎. 이곳에 오지 못하는 외상 환자는 경기 의정부시나 수원시 권역외상센터까지 가야 한다. 모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35km 이상 떨어져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상공은 비행제한구역이라 닥터헬기로 환자를 옮길 수도 없다.○ 의료진 격리는 더욱 치명적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격리는 응급실 폐쇄보다 더욱 심각한 파장을 낳는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14일이나 손발이 묶이면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코로나19 29번 환자가 다녀간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6일 폐쇄했다가 19일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응급실 인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5명이 여전히 자가 격리 상태다. 18일 응급실을 폐쇄한 경북대병원도 의료진 37명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 언제 문을 다시 열지 모른다. 정상 운영하는 다른 응급실로 환자가 몰리면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져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진우 동아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된 뒤 의심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의료진의 긴장도가 하늘을 찌른다”라며 “특히 의심 환자를 진료할 땐 방역복 착용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해 일반 응급환자에 비해 3, 4배 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보건소가 당분간 코로나19 선별진료 업무만을 전담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선별진료소로 의사들이 차출돼 급성심근경색처럼 ‘골든타임’을 다투는 중증응급질환마저 공백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병원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선별진료소에서 철저히 걸러내 응급실 폐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원광대병원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8번 환자가 방문했지만 선별진료소에서 걸러내 응급실 폐쇄를 막았다.한성희 chef@donga.com·김소민·위은지 기자}

“월세만 200만 원인데…. 이달엔 월세 내기도 빠듯합니다.” 13일 점심 무렵 서울 종로구의 한 피부관리숍.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 온 사장 김모 씨(55)는 대뜸 한숨부터 내뱉었다. 이 가게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10명 이상의 고객이 찾았다. 하지만 요즘엔 단 1명도 오지 않는 날이 적지 않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주 결국 직원 1명을 내보냈다. 너무 미안했지만 다 죽게 생겨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가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라지만, 영세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뭣보다 고객과 신체 접촉을 하는 ‘대면 서비스’ 업체들은 여전히 직격탄의 수렁에서 빠져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13일 오후 6시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 사우나. 180평에 이르는 여탕 내부엔 손님 3명뿐. 그마저 서로 멀찍이 떨어진 채 있었다. 4년 넘게 근무해 온 세신사 양종덕 씨(66)는 “경력 40년인데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단골손님도 다 끊겼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최근 매출은 지난달의 반도 안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골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자식들이 걱정된다고 가지 말란다”는 답만 돌아왔다. 금천구의 한 사우나에선 이달 초 세신사 한 명이 “생활비도 못 번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구하겠다”며 일을 관뒀을 정도다. 고객과 마주보고 앉아 손을 만져야 하는 네일아트 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45·여)는 설 이후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한 명도 오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란다. 김 씨는 “오늘 단골이 찾아와 겨우 1명을 받았다”고 씁쓸해했다. 성동구의 한 네일숍도 13일 고객이 1명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란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러다 월세는커녕 생계 걱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체로 대면 서비스 업소들은 매달 실적에 따라 월급을 받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이 끊기면 임금 자체가 확 줄어든다. 서울 강남구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24·여)는 “인센티브가 확 줄어 이달 월급으론 카드 결제대금 막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요즘 원래는 가장 바쁜 휴일에도 집에만 머무르는 날이 많다. 고객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해 나가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평소 받던 월급으로도 생활이 빠듯했는데, 이달엔 반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일부 업소는 체온을 측정해 발열 증세가 없는 고객만 받는 등 자구책까지 마련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피부관리숍 대표는 “본사에서 ‘모든 고객의 체온을 잰 뒤 37도 이상이면 돌려보내라’는 지침도 내려졌다”고 했다.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미용실은 출입문에 ‘중국 우한에서 왔거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미용실 관계자는 “직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등 청결과 예방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고객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다시 찾아와주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김소민·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