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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민주당은 14일 오전 1시 현재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에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특히 부산과 경남, 울산 등 PK 지역 3곳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첫 광역단체장이 동시에 탄생했다. 서울 25곳 중 최소 23곳 등 전국 기초단체장 226곳 중에서도 민주당이 145곳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니총선’급 국회의원 재·보선도 민주당은 12곳 중 후보를 낸 11곳 모두에서 당선이 유력하다. 자유한국당은 경북 김천 재·보선에서도 무소속 후보에게 고전하고 있다. 1995년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이후 여당이 광역단체장 과반을 획득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로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사라져 전례가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2016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3연패하면서 당 해체 수준의 정계 개편 블랙홀로 급속히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는 이르면 14일 대표직에서 사퇴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과의 합당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국 17곳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후보 11명 중 8명의 당선이 확실하다. 진보진영이 4년 전에 이어 다시 압승을 거둔 것이다.정원수 needjung@donga.com·김호경 기자}

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민주당은 13일 오후 10시 30분 현재 광역단체장 17곳 중 최소 13곳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부산과 울산 등 PK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첫 광역단체장이 동시에 탄생했다. ‘미니총선’으로 불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12곳 중 최소 10곳의 당선이 유력하다. 1995년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이후 여당이 광역단체장 과반을 획득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로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사라져 전례가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016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3연패하면서 당 해체 수준의 정계 개편 블랙홀로 급속히 빨려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는 이르면 14일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에 안철수 후보를 내세웠지만 광역단체장 1석도 건지지 못한 바른미래당도 한국당과의 합당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60.2%로 1995년(68.4%)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국 17곳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후보 11명 중 9명이 1위이며, 11명까지 늘 수 있다. 진보진영이 4년 전에 이어 다시 압승을 거두며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 2기가 시작된 것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표적인 ‘교육 적폐’로 규정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진상조사를 8일 마무리했다. 교육부는 이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청와대, 교육부 공무원과 민간인 등 1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6명은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청와대와 상급자 지시를 이행한 실무자까지 처벌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한 대상은 총 17명. 이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직권 남용, 업무상 배임, 강요 등 혐의가 있다고 봤다.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청와대 인사와 교육부에서 파견된 김관복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비서관을 비롯한 교육부 실무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교육부에 수사 의뢰해달라고 권고한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서남수 황우여 전 장관 등 8명은 수사 의뢰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지를 거듭 밝힌 박 전 대통령 등이 빠져 있어 진상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어 현직 교육부 공무원이 아닌 외부 인사는 제대로 조사하지 못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또 교육부는 교육부(5명)와 소속기관 공무원(1명) 등 총 6명을 인사혁신처에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고위 공직자 2명은 중징계를, 과장 팀장급 이하 직원 4명은 경징계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곤 부총리는 “상급자 지시에 따른 중·하위직 실무자의 처벌은 최소화하되 고위 공직자에게는 엄중히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무원 사이에서는 과도한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와 상급자 지시를 따른 실무자까지 징계를 받게 됐을 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 의뢰 대상에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 교육부 공무원은 “청와대 지시를 이행했다고 처벌을 요구하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겠냐”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위법 행위를 인지하고 있던 실무자까지 책임을 면해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진상조사 백서를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토론 수업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역사 교육과정도 바꾼다. 한편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실무를 맡았던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은 사과문을 통해 “역사 전문기관으로서의 사명과 정체성을 망각하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함으로써 잘못된 정책 추진의 공범자가 됐다”며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고 학계와 신뢰관계를 무너뜨린 점을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모든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만류해도 저는 도전합니다.’ ‘교육생산자가 제공하는 물건을 받는 교육이 아니라 교육소비자가 물건을 공급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박효석 부산시교육감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5대 대표 공약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교육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공약이 하나도 없는 유일한 후보자였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황당 공약’을 내세운 후보자들도 눈에 띄었다. 최태호 세종시교육감 후보는 대표 공약 5개 중 2개가 직업체험 테마파크와 청소년 멀티플렉스 건립이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전용 직업체험관과 가상현실(VR)센터, 수영장, 영화관, 연극무대 등 청소년 멀티플렉스를 짓겠다고 공약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후보는 스포츠 공간과 VR 공간을 합친 문화놀이공간 건립을 약속했다. 1곳당 20억 원이 소요돼 ‘비싼 대형 오락실’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송명석 세종시교육감 후보는 중고교 학생들에게 해외여행비를 주고, 세종시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이들에겐 대학 학비와 기숙사비까지 내준다고 공약했다. 국립대인 한국교원대 학부를 충북 청주시에서 세종시로 이전하고 한국교원대 부속 고교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국립대 이전은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인 데다 한국교원대부설고교는 이미 청주시에 있다. 홍덕률 대구시교육감 후보는 시교육청에 비정규직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노동특보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작 학생은 뒷전이고 노동계에만 선심을 쓰겠다는 것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조희연 현 교육감, 조영달 서울대 교수, 전 국회의원인 박선영 동국대 교수 3파전으로 치러진다. 향후 4년간 대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서울의 교육정책이 이들 손에 달려 있다. 본보 취재팀은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6가지 교육 현안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을 들었다.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안은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였다. 일명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됐다. 교육부는 당초 유치원 영어수업(특별활동)까지 금지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최종 결정을 내년 초로 미뤘다. 조희연 후보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입장이 같다”며 “모든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는 등 영어교육 격차 해소에 힘쓰겠다”고 했다. 반대 의견을 낸 박 후보는 “유치원 영어수업은 허용하고 초등 1, 2학년은 학교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유치원, 초등 방과후 수업은 선행학습금지법 적용 예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영달 후보는 “영어 놀이학습까지 선행학습으로 보면 안 된다”며 “놀이 형태의 영어교육은 허용해야 한다”며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학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두고도 서로 엇갈렸다. 중 2, 3학년과 달리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 1학년은 일제고사인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다. 이에 아예 중학교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내신 절대평가를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추첨제를 공약으로 내건 조영달 후보는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고입 추첨제가 되면 고입이 사실상 폐지돼 중학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절대평가 도입을 찬성했다. 반면 박 후보는 “절대평가 도입은 학교 간 격차를 확대하고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희연 후보는 “당장 절대평가 도입은 어렵다.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혁신학교 확대 여부에 대해 조희연 후보는 “자유학기제 내실화와 혁신학교의 질적 향상, 일반 학교로의 혁신교육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자유학기제 확대를 반대하며 혁신학교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그 대신 일반 학교를 지원해 ‘학교 혁신’을 꾀하겠다”며 반대했다. 조영달 후보는 “자유학기제 취지는 공감하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서울 초등학교 10곳 중 8곳은 학생 수면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등교시간을 오전 8시40분에서 오전 9시로 늦췄다. 맞벌이 부모 사이에서는 출근시간대 돌봄 공백이 생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희연 후보는 “현직 시절 9시 등교를 권고하되 학교가 자율 결정하도록 했다”고 했다. 조영달 후보는 9시 등교에 찬성하면서도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0시 돌봄교실’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등교시간은 학교별로 자율 결정해야 한다”며 정규 수업 전에 운영하는 ‘굿모닝 교실’과 무료 조식 제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립 유치원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후보 3명 모두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조금씩 달랐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기자의 영어 실력은 고3 때 이후 내리막길이다. 외국어고를 졸업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토익 점수와 무관하게 예나 지금이나 외국인 앞에 서면 벙어리이다. 그래서 영어 인터뷰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하필 인터뷰이가 세계적인 언어학자라니.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스티븐 크라션 명예교수(77)는 평생 외국어를 어떻게 잘 습득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비결은 책 읽기에 있다’는 그의 주장은 저서 ‘읽기혁명’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크라션 교수를 만났다. 영어 조기교육 논쟁부터 퇴보하는 기자의 영어 실력에 대한 해법까지 묻고 싶은 게 많았다(인터뷰는 통역을 통해 이뤄졌다). ―왜 책 읽기가 중요한가. “언어는 ‘학습(studying)’을 통해 ‘습득(acquisition)’하는 게 아니다. 문법을 배우고 단어를 외우며 고통스럽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남이 말하는 것과 자신이 읽은 걸 이해하는 게 언어 습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 입력이 필요한데, 45년간 연구한 결과 책 읽기가 가장 효과적인 언어 입력 수단이었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쓰고 어휘력이 풍부해지며 문법도 잘한다. 지식을 쌓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읽고 싶은 걸 읽어야 하며, 책 읽기가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즐거운 독서(Pleasant reading)’는 영어 교재를 읽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은 걸 골라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 전 침대에서 보는 만화책도 재미를 느낀다면 언어 습득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선택해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세상에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다만 적절한 책을 아직 못 찾았을 뿐이다. 그래서 책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책 읽을 시간과 장소, 그리고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서울 성북구 우촌초로부터 영어 수업 컨설팅을 의뢰받은 크라션 교수는 방한 직후 가장 먼저 학교 도서관부터 들렀다. ―교육부가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했다. “교육부의 방침은 문제없다고 본다. 고학년이 저학년보다 더 빨리 배우기 때문에 영어를 1학년 때 배우나 3학년 때 배우나 상관없다. 사실 5학년쯤 되면 실력 차이가 거의 안 난다. 영어 유치원은 필요 없다. 모국어가 가장 중요(extremely important)하기 때문이다. 모국어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외국어도 잘 습득한다. 한국어를 익히는 게 먼저다. 이후 영어 원서 읽기를 즐기면 된다.” ―원어민 강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인가. “통상 발음 때문에 (원어민 강사를 선호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의 발음을 배우지 않는다. 대신 친구나 영화배우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발음을 배운다. 선생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좋은 발음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하는지, 언어 습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다.” ―부모들은 자녀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빠져 있어 걱정인데…. “과거엔 라디오, 영화, TV가 책 읽기를 방해한다고 걱정했지만 실제로 정반대거나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미미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아직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나쁘다고 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러니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너무 민감하게 굴 필요는 없다. 무엇으로 보든 읽기를 즐기는 게 중요할 뿐이다.” 크라션 교수의 메시지는 명료했다. ‘논어’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돌이켜보면 기자는 영어 공부가 즐겁지 않았고, 자의로 영어 원서를 읽은 적도 없었다. ‘영어 벙어리’가 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해법은 명쾌한데 실천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기자의 영어 실력은 고3 때 이후 내리막길이다. 외국어고를 졸업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토익 점수와 무관하게 예나 지금이나 외국인 앞에 서면 벙어리였다. 그래서 영어 인터뷰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하필 인터뷰이가 세계적인 언어학자라니.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스티븐 크라센 명예교수(77)는 평생 외국어를 어떻게 잘 습득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비결은 책 읽기에 있다’는 그의 주장은 저서 ‘읽기혁명’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크라센 교수를 만났다. 영어 조기교육 논쟁부터 퇴보하는 기자의 영어실력에 대한 해법까지 묻고 싶은 게 많았다(인터뷰는 통역을 통해 이뤄졌다).―왜 책 읽기가 중요한가.“언어는 ‘학습(studying)’을 통해 ‘습득(acquisition)’하는 게 아니다. 문법을 배우고 단어를 외우며 고통스럽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남이 말하는 것과 자신이 읽은 걸 이해하는 게 언어 습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 입력이 필요한데, 45년간 연구한 결과 책 읽기가 가장 효과적인 언어 입력 수단이었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쓰고 어휘력이 풍부해지며 문법도 잘한다. 지식을 쌓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읽고 싶은 걸 읽어야 하며, 책 읽기가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즐거운 독서(Pleasant reading)’는 영어 교재를 읽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은 걸 골라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 전 침대에서 보는 만화책도 재미를 느낀다면 언어 습득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선택해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세상에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다만 적절한 책을 아직 못 찾았을 뿐이다. 그래서 책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책 읽을 시간과 장소, 그리고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서울 성북구 우촌초로부터 영어수업 컨설팅을 의뢰받은 크라센 교수는 방한 직후 가장 먼저 학교 도서관부터 들렀다. ―교육부가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했다. “교육부의 방침은 문제없다고 본다. 고학년이 저학년보다 더 빨리 배우기 때문에 영어를 1학년 때 배우나, 3학년 때 배우나 상관없다. 사실 5학년쯤 되면 실력 차이가 거의 안 난다. 영어 유치원은 필요없다. 모국어가 가장 중요(extremely important)하기 때문이다. 모국어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외국어도 잘 습득한다. 한국어를 익히는 게 먼저다. 이후 영어 원서 읽기를 즐기면 된다.”―원어민 강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인가. “통상 발음 때문에 (원어민 강사를 선호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의 발음을 배우지 않는다. 대신 친구나 영화배우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발음을 배운다. 선생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좋은 발음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는지, 언어습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다.”―부모들은 자녀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빠져 있어 걱정인데….“과거엔 라디오, 영화, TV가 책 읽기를 방해한다고 걱정했지만 실제로 정반대거나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미미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아직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나쁘다는 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러니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너무 민감하게 굴 필요는 없다. 무엇으로 보든 읽기를 즐기는 게 중요할 뿐이다.” 크라센 교수의 메시지는 명료했다. ‘논어’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돌이켜보면 기자는 영어 공부가 즐겁지 않았고, 자의로 영어 원서를 읽은 적도 없었다. ‘영어 벙어리’가 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해법은 명쾌한데 실천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논의의 성패는 시민참여단 400명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대입제도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일반 시민에게 최종 선택을 맡겼다는 점에서 정부가 ‘시민참여’의 방패 뒤로 숨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고리 원전보다 한층 복잡한 공론화 과정 16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공론화는 지난해 10월까지 석 달간 진행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 방식을 차용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은 참여 의사를 밝힌 2만여 명 중 471명이 뽑혀 숙의 과정을 거친 뒤 ‘건설 재개’로 최종 권고안을 냈다. 한동섭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 대변인은 “시민참여단 400명은 7월 한 달간 4, 5개 대입제도 개편 모형에 관한 자료를 학습하고 숙의 과정을 거쳐 설문조사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의 결정을,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위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각각 밝힌 만큼 향후 대입제도는 이들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하지만 신고리 원전 때보다 논의는 한층 복잡할 수밖에 없다. 김학린 공론화위원은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라 시나리오가 없었지만 대입 개편은 다양한 변수를 조합해야 해 여러 개의 모형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대입 개편 모형은 학부모와 교사 등 이해관계자와 교육 전문가 20∼25명이 참여한 워크숍에서 각 모형의 장단점을 취사선택한 뒤 4, 5개로 압축된다. 대입 개편 공론화 절차 중 눈에 띄는 것은 대입 개편안의 직접적 당사자인 중고교생의 의견을 네 차례에 걸쳐 듣기로 한 점이다. 다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은 시민참여단 400명에서 제외된다.○ 비전문가의 여론조사 뒤에 숨은 정부 당초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중단을 공약했으나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의 59.5%가 공사 재개를 선택하자 이를 수용했다.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았듯이 정책의 옳고 그름에 앞서 추진 과정에서 공감을 얻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찬반만 결정하면 됐던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 과정과 달리 대입제도 개편은 최소한 4, 5개의 시나리오를 두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의견을 요청한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 △정시와 수시 시기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식(절대평가, 상대평가, 원점수) 등이다. 주요 쟁점별 ‘경우의 수’만 수십 개가 만들어진다. 당장 이를 압축해 대입제도 모형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간단치 않다. 만약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 모형별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다면 공론화 과정 이후 더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이 ‘어떤 학생을 선발하느냐’와 대중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전문가 집단인 정부는 숨어버리고 아테네식 직접민주주의로 복잡한 교육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입제도 개편은 미래 세대가 희생되기 쉬운 연금개혁과 달리 공론화를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선호도 조사가 아니므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정보 숙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3 딸을 둔 학부모 김모 씨(42·서울 강남구)는 “대입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문제를 알 수 없다”며 “이해당사자인 고교생과 최근 대입을 경험한 대학 신입생, 그리고 이들의 부모가 설문조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상위 1%는 ‘공부 실력’ 상위 1%와 동의어다. 대부분은 수능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입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종 입학생이 수능 입학생보다 대학 성적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학종과 수능 비율에 대한 의견 수렴이 한창인 가운데 수능 확대의 주요 근거인 ‘수능이 진짜 공부 실력’이라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을 통해 입수한 서울대 2013∼2017학년도 입학생 전형별 평균 학점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문사회 자연과학 공학 의학 계열 학종 입학생의 평균 학점이 수능 입학생보다 0.17∼0.44점(4.3점 만점) 높았다. 가장 차이가 큰 곳은 공대였다. 공대 학종 입학생의 평균 학점은 3.37점으로 등급으로는 ‘B+’였다. 수능 입학생의 평균학점은 2.93점, 등급은 ‘B―’로 두 단계 낮았다. 수능 성적 최상위권만 진학하는 의학 계열에서도 학종 입학생 학점이 평균 0.17점 더 높았다. 수능 입학생의 학점은 ‘기회균형특별전형(기균)’ 입학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자연, 의학계열은 수능 입학생의 학점이 더 높았지만 공학 계열에서는 기균 입학생이 더 높은 학점을 받았다. 서울대뿐만이 아니다. 한양대가 2015∼2017학년도 입학생의 전형별 평균 학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했다. 한양대는 성별, 소속 단과대, 출신 고교가 학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전형을 제외한 다른 변수의 영향은 통계적으로 배제했다. 그 결과 학종 입학생의 평균 학점은 △1학년 3.40점 △2학년 3.48점 △3학년 3.38점으로 수능 입학생보다 0.04∼0.2점 높았다. 다른 대학에서도 학종 입학생의 학점이 수능 입학생보다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학종과 수능 입학생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 일명 ‘수시 납치’다. 이를 피하려고 학종 지원 시 정말 가고 싶은 대학에만 지원하기 때문에 합격 후 대학에 대한 만족도와 적응도가 높다. 반면 점수에 맞춰 원치 않은 대학, 학과에 갈 수 있는 수능 입학생은 이들보다 대학 만족도가 낮아 학점 관리에 소홀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학종 입학생은 ‘상향 지원’, 수능 입학생은 ‘하향 지원’의 경향이 강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수능 최상위권인 의대 입학생은 ‘고교 시절 강속구를 뿌리다 어깨가 망가진 에이스’다. 고교 때 진을 다 빼서 대학 공부를 오히려 소홀히 한다”고 비유했다. 대학 수업과 평가 방식이 학종 입학생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준민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문제 풀이에 익숙한 수능 입학생보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해본 학종 입학생들이 대학 수업 방식을 따라가는 데 더 적합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학점 차이를 근거로 학종 입학생이 더 뛰어나다고 결론짓는 건 섣부르다는 의견이 많다. 김희동 토마토스쿨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성실한 학생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정말 똑똑하고 뛰어난 학생인지는 대학 졸업 후 사회 진로까지 따져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도 “기형적인 한국의 입시제도를 고려하면 특정 전형 입학생의 학점이 좋아서 더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2018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입학생 4명 중 1명(25.7%)은 서울 지역 고교 출신이었다. 전국 고교 중 서울 지역 고교가 차지하는 비율(13.6%)의 2배에 가깝다. 서울대는 2005학년부터 입학생의 지역별, 고교별 다양한 구성을 위해 지역균형선발을 도입했다. 13년이 지난 ‘2018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입학생 현황’ 분석 결과는 과거와는 크게 달랐다. ○ 이름만 지역균형선발…서울 쏠림 뚜렷 지역균형선발은 학교마다 최대 2명씩 추천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17개 시도 고교 가운데 지역균형 입학생을 배출한 고교 비율을 따져봤다. 그 결과 ‘서울 쏠림 현상’은 강했다. 전국 고교(2360곳) 가운데 17개 시도 고교 비율은 경기(20%) 서울(13.6%) 경남(8.1%) 경북(8%) 순이다. 서울을 포함해 인천(6.4%) 광주(4.7%) 대구(4.5%) 대전(3.3%) 제주(2.1%) 등 특별·광역·자치시 6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도(道) 지역은 지역균형 입학생을 배출한 고교 비율이 전국 모든 고교 중 지역 소재 고교가 차지하는 비율에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역균형선발이 도입 취지와 다르게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서울→서울 강남으로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진다. 서울 안에서 25개 자치구별로 차이가 컸다. 자치구별 소재 고교에서 지역균형 입학생을 배출한 고교를 추출한 결과 서초구(90.9%) 동작구(71.4%) 광진구(66.7%) 순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에는 자율형사립고(2곳) 일반고(8곳) 특성화고(1곳) 등 11개 고교가 있다. 이 가운데 10개 고교가 2018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입학생을 배출한 것이다. 반면 성북구(15.4%) 중구(18.2%) 도봉구(20%)는 서울 자치구 중 하위권을 맴돌았다. ○ 도입 당시 서울보다 광역시 입학생 많아 2005학년도 지역균형선발 도입 당시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대는 지역할당제 대신 전국 고교에 동일하게 추천권을 부여했다. 안현기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지역 인재를 고르게 뽑는다는 취지에서 지역균형선발로 명명했으나 인위적인 할당이 어려워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도입 첫해 지역균형선발 합격자는 △서울 25.7% △광역시 34.1% △시 32.9% △군 7.4% 등의 분포를 보였다.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다. 당시에는 개교 이래 서울대 입학생을 처음 배출하는 고교가 나타나는 등 지역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시업계는 서울대가 여론을 의식해 지역균형선발이라는 틀은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전형과 마찬가지로 성적을 엄격히 적용한다고 보고 있다. 2015학년도부터 지역균형선발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이 2개 영역 2등급에서 3개 영역 2등급으로 강화됐다. 이 때문에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지역균형선발 초기에는 내신 성적 위주로 뽑았는데 입학 이후 학업성취도 등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수능 기준이 강화됐을 것”이라며 “수능 기준이 강화되면 지방보다 당연히 서울 학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서울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 선발 비율을 늘리자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수생 입학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스펙 쌓기를 유발하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일면서 교육부는 최근 대학에 정시 확대를 주문해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2020학년도 정시 비율을 늘렸다. 하지만 서울대의 경우 정시 확대가 오히려 강남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게 입증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7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최종 등록 인원 기준)으로 수능과 학종 합격자들을 분석했다. 2014학년도 20%였던 서울대 정시 비율은 2015학년도 29%로 오르자 서울 강남 3구 소재 고교 출신(졸업생 포함) 정시 입학생이 145명에서 215명으로 70명(48.2%) 늘었다. 자사고 출신 정시 입학생은 2014학년도 171명에서 2015학년도 279명으로 108명(63.2%)이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고 출신은 333명에서 460명으로 127명(3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후 2016, 2017학년도 정시 비율은 28∼29%대를 유지하다 2018학년도에 26.1%로 다소 줄었다. 그러자 강남 3구 고교 정시 입학생은 194명→191명→176명으로, 자사고 출신 정시 입학생은 311명→295명→227명으로 정시 비율에 따라 움직였다. 수시보다 대부분 정시로 입학하는 재수생들도 증가 추세는 비슷했다. 2014학년도 472명이던 재수생 입학생은 정시 비율이 늘어난 2015학년도 581명으로 109명(23%) 늘었다. 같은 기간 재학생 입학생이 2641명에서 2596명으로 45명(―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후에도 재수생 입학생은 계속 늘어 2018학년도에는 614명에 달했다. 반면 학종이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한지는 이번 분석 결과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4년간 정시 비율 증감에 따라 학종 비율이 줄었지만 일반고 입학생 수는 매년 별 차이가 없었다.▼ ‘정시 확대, 수능에 강한 강남-재수생 유리’ 통계로 확인돼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연 어느 시험이 공정한가.’ 국가교육회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는 학종전형과 수능전형의 선발 비율이다. 학종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수능이 사교육을 누릴 수 있는 서울 강남 학생 및 재수생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능 확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학종이야말로 일반고보다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만 유리하다”고 맞서고 있다. 3일 충남대에서 열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특위 첫 토론회에서도 학종과 수능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도돌이표 논란’이 계속됐다. 동아일보가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입수해 수시·정시 비율에 따른 고교·지역별 분포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서울대 수시전형 중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등전형을 제외한 학종만을 대상으로 수능전형과 비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지역균형과 기회균등 합격자까지 포함된 수시전형이 일반고·지방고 선발 효과를 과장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내신 불리한 강남권·자사고·재수생 수능에 ‘올인’ 정시 비율이 높아지면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교 학생, 재수 이상 수험생(N수생), 자사고 졸업생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파’들은 수능이 가장 단순하고 공정한 시험이라고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정한 시험의 결과가 특정 지역 학생이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면 그 ‘공정성’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강남 효과’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한 자사고가 강남에 주로 위치하고, 내신에 불리한 자사고 학생들이 수능에 올인하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이 때문에 원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강남에 모여 있는데 정시에서 나타나는 ‘강남효과’를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능이나 학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종의 일반고 선발 효과도 없어 이번 분석 결과는 선뜻 ‘학종 확대’에 손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결과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종을 확대하면서 ‘교육 기회의 공정성’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폈다. 학종을 확대해 일반고 및 지방고 학생들의 대학 입학 문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 입학생 현황을 보면 수시 비율과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지방고 수 및 졸업생 수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5학년도의 경우 수시 비율이 9%포인트 감소했는데, 서울대 일반고 출신 수시 합격자는 621명으로 오히려 2014학년도(559명)보다 11% 늘어났다.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일반고 수도 362곳에서 405곳으로 늘었다. 2018학년도에는 수시 비율이 73.9%로 2017학년도(70.5%)보다 3.4%포인트 늘었는데, 일반고 수시 합격자는 565명으로 2017학년도(560명)와 비슷했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고교 한 곳당 입학생 수를 비교해도 자사고는 수시·정시 비율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일반고는 변화가 없었다. 자사고는 정시가 9%포인트 증가한 2015학년도에 정시 인원이 학교당 3.89명에서 6.20명으로 크게 뛰었다. 정시 비율이 낮아진 2018학년도에는 학교당 4.83명으로 줄었다. 반면 일반고는 수시·정시 비율 변화와 상관없이 학종은 학교당 1.4∼1.5명, 수능은 학교당 1∼1.1명 수준을 유지했다. ○ 입학생 수도권 ‘쏠림현상’도 심화 수시·정시 비율의 등락과 관계없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서울대 입학생 배출 고교와 입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다. 2018학년도는 2014학년도에 비해 경기 지역 입학생 배출 고교는 41곳(95곳→136곳)이 증가했다. 이어 서울은 고교 19곳(146곳→165곳)이 늘었다. 반면 경남은 14곳, 광주는 6곳, 울산은 5곳이 각각 줄었다. 서울 경기에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가 몰려 있어 성적 좋은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지역 간, 고교 간 격차를 외면한 채 수시·정시 비율 조정만으로 공정한 입시 제도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그동안 입시 자료 및 고교 정보를 분석한 자료가 없어 혼란이 가중됐다”며 “대입제도 개편안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면 이제라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우경임 woohaha@donga.com}
학부모 사이에서 고교 입시는 대입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어느 고교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자녀가 진학하는 대학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동아일보 취재팀이 7일 2014∼2018학년도 5년간 서울대 입학전형별로 입학생을 많이 배출한 고교 명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출신 고교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내외 활동, 자기소개서 등을 반영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 출신이,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전형에서는 자율형사립고와 서울 ‘강남 3구’ 소재 일반고 출신 입학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권 학생이 경쟁하는 서울대 입시에서는 출신 고교에 따른 유불리가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다. 학종 입학생 상위 고교 20곳 중 14곳이 특목고였다. 과학고와 외고가 각각 7곳과 4곳이었다. 예술고는 3곳이었다. 자사고는 하나고를 비롯해 용인한국외대부고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안산동산고 등 5곳이었다. 일반고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면 수능 정시전형에서는 자사고가 상대적으로 특목고보다 강세였다. 5년간 정시 입학생 상위 20곳 중 9곳이 자사고였다. 전북 전주의 상산고가 168명으로 가장 많은 정시 입학생을 배출했다. 이어 용인한국외대부고(157명) 대원외고(123명) 세화고(102명) 휘문고(100명) 순이다. 이 중 대원외고를 뺀 4곳은 모두 자사고다. 단대부고 수지고 강서고 등 일반고 8곳도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일반고 8곳 중 4곳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에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시에 강한 자사고와 일반고는 고교 내신 문제를 수능 만큼 어렵게 출제하거나 수능 공부를 매우 강조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처럼 최상위권 대학 학종에 합격하려면 교과 성적은 물론이고 비교과도 탄탄하게 준비해야 하며, 동시에 출신 고교도 중요하다. 일반고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기 쉽지 않다”고 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자유’와 ‘유일한’.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울 역사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에서 사라진 다섯 글자다. 교육부가 2일 공개한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바뀌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서술이 빠졌다. 이를 두고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주의에 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포함돼 있지만 그동안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구분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써왔다”며 “자유를 왜 삭제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은 없다. 그 대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헌법 전문과 4조에서 두 차례 등장한다. 그런데 헌법 8조 4항을 보면 ‘자유’란 단어가 빠진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나온다.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의 근거가 된 조항이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민주적 기본질서가 모두 나온다”며 “민주주의는 당연히 자유를 전제로 하고 있어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자유가 빠져도 그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시안에서 대한민국이 유엔이 승인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진건 헌법 3조의 영토 조항(‘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에는 한반도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뿐이다. 교육부가 집필기준을 바꾸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가려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한반도 전체를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못하고 있어 헌법 3조는 현실과 괴리된 대표적인 조항으로 꼽힌다. 명분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헌법 3조만 보면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지만 헌법 4조에서 ‘통일을 지향한다’고 되어 있다. 간접적으로 북한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은 반국가 단체이지만 대화의 대상이라는 이중성을 띤다고 본다. 이것 자체가 유일한 정부라는 개념을 부정하는 것이라 더 이상 논쟁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자유’와 ‘유일한’.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울 역사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에서 사라진 다섯 글자다. 교육부가 2일 공개한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바뀌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서술이 빠졌다. 이를 두고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주의에 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포함돼있지만 그동안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구분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써왔다”며 “자유를 왜 삭제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은 없다. 대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헌법 전문과 3조에서 두 차례 등장한다. 그런데 헌법 8조4항를 보면 ‘자유’란 단어가 빠진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나온다.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의 근거가 된 조항이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민주적 기본질서가 모두 나온다”며 “민주주의는 당연히 자유를 전제로 하고 있어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자유가 빠져도 그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시안에서 대한민국이 유엔이 승인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진 건 헌법 3조의 영토조항(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다. 허영 경희대 법한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에는 한반도를 영토를 규정하고 있고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 뿐이다. 교육부가 집필기준을 바꾸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가려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한반도 전체를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못하고 있어 헌법 3조는 현실과 괴리된 대표적인 조항으로 꼽힌다. 명분은 있지만 실효성은 없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헌법 3조만 보면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지만 헌법 4조에서 ‘통일을 지향한다’고 되어 있다. 간접적으로 북한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은 반국가 단체이지만 대화의 대상이라는 이중성을 띤다고 본다. 이것 자체가 유일한 정부라는 개념을 부정하는 것이라 더 이상 논쟁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일 교육부가 공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은 총 7페이지다. 박근혜 정부 때 개정 교육과정 집필기준(45페이지)의 6분의 1도 안 된다. 그간 집필기준이 너무 세세하다는 비판을 고려해 최소한의 방향만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커지면서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은 오히려 치열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역사교과서의 핵심 표현이 들어갔다 빠졌다 하면서 학생들에게 혼선을 주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바뀐 집필기준에 27년 전 논쟁 재연 새 역사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시안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지면서 역사학계의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과정은 학생이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이고, 집필기준은 교육과정을 어떻게 교과서에 담을지를 정리한 지침이다. 출판사는 교과서를 만들 때 집필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 논쟁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1991년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면서 1948년 유엔 총회 결의에 대한 해석 문제가 불거졌다. 보수진영에선 종전처럼 한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유엔 결의는 1948년 당시 선거가 가능한 ‘남한지역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봐야 한다는 게 진보진영의 주장이었다. 해묵은 논쟁이 역사교과서로 옮겨온 건 이명박 정부 때다. 당시 교육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처음으로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았다’라고 명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 개정 교육과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는 ‘유엔에 의해 합법정부로 승인됐다’고만 돼 있었다. ‘한반도의 유일한’이란 부분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일부 출판사가 2009 개정 집필기준과 달리 합법정부의 전제로 ‘38도선 이남 지역’이라는 단서를 달자 교육부는 “객관적 사실을 오해하도록 했다”며 수정 명령을 내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유지됐으나 이번에 빠진 것이다.○ “역사교과서에 정치색 입히는 정권이 문제” 학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라면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개입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1948년 총선거 당시 유엔 임시위원단은 소련의 반발로 북쪽에 가지 못했다”며 “임시위원단이 관리한 선거는 한반도 남쪽뿐이기에 ‘한반도 이남’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한민국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인지 ‘민주주의’인지도 오랜 논쟁거리다. 노무현 정부까지 역대 모든 역사교과서에서는 민주주의라고 기술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꿨다. 민주주의라고만 쓰면 북한의 정치체제인 ‘인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를 유지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다시 민주주의로 원상 복귀했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처음으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했다. 그전까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1919년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부터 온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뀌었다. 앞서 3차례 공청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6·25전쟁 남침 부분은 다시 포함됐다.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2020년 3월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역사 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서술이 빠졌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관련된 핵심 표현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교과서 주요 내용이 오락가락해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한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 기준 시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고교 한국사 집필 기준 시안에서 ‘대한민국의 발전’ 단원을 보면 ‘남한과 북한에 각각 들어선 정부의 수립 과정과 체제적 특징을 비교한다’고 적시했다. 현행 교과서 집필 기준에선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서술돼 있는데, 이 내용이 삭제됐다. 평가원은 △1948년 유엔 결의에서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38선 이남)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단서가 붙은 점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는 점을 들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시비를 다툴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역사를 일관성 있게 가르쳐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에 정치색을 입힌다”고 지적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2일 교육부가 공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은 총 7페이지다. 박근혜 정부 때 개정 교육과정 집필기준(45페이지)의 6분의 1도 안 된다. 그간 집필기준이 너무 세세하다는 비판을 고려해 최소한의 방향만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커지면서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은 오히려 치열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역사교과서의 핵심 표현이 들어갔다 빠졌다 하면서 학생들에게 혼선을 주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바뀐 집필기준에 27년 전 논쟁 재연 새 역사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시안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지면서 역사학계의 해묵은 논쟁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과정은 학생이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이고, 집필기준은 교육과정을 어떻게 교과서에 담을지를 정리한 지침이다. 출판사는 교과서를 만들 때 집필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 논쟁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1991년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면서 1948년 유엔 총의 결의안에 대한 해석 문제가 불거졌다. 보수진영에선 종전처럼 한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유엔 결의안은 1948년 당시 선거가 가능한 ‘남한지역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봐야 한다는 게 진보진영의 주장이었다. 해묵은 논쟁이 역사교과서로 옮겨온 건 이명박 정부 때다. 당시 교육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처음으로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 받았다’라고 명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 개정 교육과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는 ‘유엔이 의해 합법정부로 승인됐다’고만 돼 있었다. ‘한반도의 유일한’이란 부분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일부 출판사가 2009 개정 집필기준과 달리 합법정부의 전제로 ‘38도선 이남 지역’이라는 단서를 달자 교육부는 “객관적 사실을 오해하도록 했다”며 수정 명령을 내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유지됐으나 이번에 빠진 것이다. ● “역사교과서에 정치색 입히는 정권이 문제” 학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라면 6·25 전쟁 당시 유엔군의 개입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1948년 총선거 당시 유엔 임시위원단은 소련의 반발로 북쪽에 가지 못했다”며 “임시위원단이 관리한 선거는 한반도 남쪽뿐이기에 ‘한반도 이남’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한민국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인지 ‘민주주의’인지도 오랜 논쟁거리다. 노무현 정부까지 역대 모든 역사교과서에서는 민주주의라고 기술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꿨다. 민주주의라고만 쓰면 북한의 정치체제인 ‘인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를 유지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다시 민주주의로 원상 복귀했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처음으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했다. 그전까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1919년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부터 온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뀌었다. 앞서 3차례 공청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6·25전쟁 남침 부분은 다시 포함됐다.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정권의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역사교육을 자기 생각대로 하려다보니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내년부터 선생님 되기가 어려워진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계속 줄자 정부가 공립 초중고교 교사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에 따르면 올해 8556명이었던 선발 인원은 2030년 2000명가량 줄어든 65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감소 폭이 커지면 신입 교사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30일 발표한 ‘2019∼2030년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은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마련한 첫 중장기 플랜이다. 그간 교육부 자체 계획은 있었다. 하지만 공무원 정원은 행안부, 예산은 기재부가 쥐고 있어 아무런 실효성이 없었다. 지난해 8월 서울 초등교사 선발 예정 인원이 급감한 ‘임용절벽’ 사태를 계기로 중장기 계획의 필요성이 커지자 여러 부처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이번 계획은 교사 수를 매년 줄여 저출산 시대에 ‘연착륙’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7년 775만 명이던 초중고교 학생은 올해 559만 명으로 줄었다. 2030년이면 110만 명이 더 줄어 449만 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교사 선발 인원도 줄일 예정이다. 올해 4088명이었던 공립 초등학교 교과 교사 선발 규모는 내년 최대 4040명, 2030년 3500명으로 줄어든다. 공립 중고교 교사는 올해 4468명을 뽑았지만 내년 4460명, 2023년 4250명, 2030년 3000명으로 매년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초등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15.2명으로 줄어든다. 현재 초등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6.4명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교육여건을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좋다. 중고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이미 OECD 평균(13.1명)이다. 다만 중학교 자유학기제, 고교 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선택 과목이 늘면서 교사가 더 필요해지기 때문에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11명대까지 낮출 계획이다. 내년 17개 시도별 정확한 임용 규모는 이달 중 발표된다. 장미란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지난해 임용절벽 사태가 불거진 서울의 내년 초등교사 선발 인원은 올해(382명)와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교사 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교총은 “실제 권한이 있는 국무조정실, 기재부, 행안부가 참여해 실행력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교사 정원 확대를 주장해온 전교조는 “학령인구 감소만 고려하고 교육여건 개선을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교원수급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교원감축 계획에 정치적 계산을 고려했다는 의견이 있다. 교육부 계획을 보면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교사 선발 인원은 전년 대비 8∼50명 정도만 줄어든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부터는 매년 수백 명씩 감소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교대와 사범대의 반발이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이 큰 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미룬 것 같다”고 했다. 학령인구 감소 폭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부는 2015년 통계청의 장래인구추이를 토대로 이번 계획을 세웠다. 2015년 당시 통계청은 2017년 출생아가 40만 명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지난해 출생아는 35만 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이미 예측에 실패한 자료인 셈이다. 교육부는 통계청 자료와 실제 출생아 오차를 고려해 보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출생아는 더 줄어들 텐데 교육부 방식으로는 이런 현실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교육부가 인구를 너무 모른다”고 꼬집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올해 4년제 대학생이 연간 내는 평균 등록금은 671만1800원으로 집계됐다. 등록금이 가장 비싼 4년제 대학은 연세대(910만1600원)였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30일 올해 대학 등록금 현황과 학생 성적평가 결과 등을 담은 ‘2018년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4년제 대학 185곳 중 95.7%인 177곳이 등록금을 동결(165곳)하거나 내렸다(12곳). 감리교신학대 덕성여대 서울한영대 영남신학대 인천가톨릭대 중원대 칼빈대 호남신학대 등 8곳은 등록금을 올렸다. 연간 평균 등록금은 지난해(668만6800원)보다 2만5000원 올랐다. 대학이 문과보다 등록금이 비싼 이과 정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모집 계열별로는 의학계열 평균 등록금이 962만97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예체능 779만6400원 △공학 714만4900원 △자연과학 679만900원 △인문사회가 596만65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연세대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이 됐다. 연세대 다음으로 등록금이 비싼 곳은 △한국산업기술대 900만4600원 △이화여대 858만4500원 △을지대 849만5900원 △한양대 847만8500원 순이었다. 고려대는 825만6900원, 서울대는 501만5300원이었다. 등록금이 가장 싼 곳은 한국방송통신대(75만4600원)다. 광주가톨릭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정석대학 등 3곳은 등록금이 무료다. 4년제 대학을 포함해 전문대학, 대학원 대학 등 418곳의 세부 공시자료는 ‘대학알리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27일 오전 9시 29분. 서울 구로구 서서울생활과학고 1층 강당은 학생들이 지른 탄성과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콘크리트 연석 앞에서 서로의 손을 마주 잡은 순간이었다. 1학년 학생 100여 명이 남북 정상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통일관’ 여기저기서는 “진짜 통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터져 나왔다. 같은 시각 서울 양천구 신은초교 6학년 교실에서 TV에 눈을 고정한 학생들은 두 정상이 한 번씩 MDL을 넘나들자 환호성을 질렀다. ○ 시민들 “김정은, 생각보다 멀쩡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MDL을 넘어 북으로 오도록 깜짝 제안한 것을 두고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정구 씨(32)는 “북으로 와보라고 하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전하려고 하는 중요 메시지임을 보여준 행동 같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어렵사리 평양에서 냉면을 가져왔다. 대통령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한 말은 전국에 냉면 바람을 몰고 왔다. 김 위원장은 평양냉면을 멀리서 가지고 왔다고 하면서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바라보며 “아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울시내 평양냉면집들은 점심식사로 냉면을 먹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뤄 ‘김정은 특수’를 누렸다. 서울 마포구의 평양냉면 전문점 ‘을밀대’는 한반도기를 꽂은 냉면을 손님에게 냈다. 온라인에서는 “김 위원장이 고모부(장성택)와 친형(김정남) 죽이는 것을 보면서 이상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해 놀랐다”거나 “하는 행동이 귀엽다. 대선 나오면 뽑아줘야겠다” “생각보다 호감” 등의 친근함을 표시한 반응도 나왔다.○ 회담 성공 기원 곳곳서 울려 퍼져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종로구 청와대 창성동별관 앞부터 광화문 사거리까지는 전국에서 모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원과 시민 5000여 명으로 긴 띠가 만들어졌다.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며 문 대통령을 배웅하려 모인 사람들은 태극기를 흔들거나 ‘정상회담, 비핵화 꼭 성공해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대구 북구에 사는 실향민 진병룡 씨(91)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지) 70년이 넘었다. 지속적으로 가족들과 연락하고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김경자 씨(58·여)는 “두 정상이 함께 서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지역의 천주교 성당 130여 곳에서는 일제히 타종 소리가 울렸다. 오전 9시 반에 맞춰 1분간 지속된 종소리는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일부 음식점과 카페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축하 이벤트 아메리카노 무료’ ‘막걸리 1000원 할인’ 이벤트를 내걸기도 했다.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 수용자들도 남북 정상회담을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 기소)은 생방송을 시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 “사과가 먼저, 가슴 찢어져” 북한의 도발로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유족들은 정상회담을 장밋빛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아들을 잃은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58)는 “북한이 의도적인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먼저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아이들(장병들)의 아픔이 묻힌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천안함 폭침으로 숨진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75)는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TV에 비칠 때마다 “정말 꼴도 보기 싫다”며 언성을 높였다. 판문점과 가까운 경기 파주시 임진각 일대는 정상회담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단체 간의 대립으로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찬반 단체 회원들은 서로 마주칠 때마다 곳곳에서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 김동혁 hack@donga.com·김호경 / 파주=김자현 기자 /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