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웅

강동웅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구독 10

추천

2018년에 입사해 교육과 보건복지(정책사회부), 야구, 농구, 육상, 탁구, 체조, 당구(스포츠부) 등을 취재해왔습니다. 빛나는 당신이 이룬 업적보다 어려움을 극복해낸 과정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leper@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칼럼24%
농구20%
야구17%
NBA10%
메이저리그10%
스포츠일반7%
육상3%
日프로야구3%
e스포츠3%
인사일반3%
  • 이국종교수 “동물 응급의료도 사람과 다를바 없습니다”

    “사람도 진화된 동물의 형태일 뿐입니다. 수의과대에서 하려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과대 스코필드홀. 이곳에서 열린 서울대 동물병원 응급의료센터 개소 기념 세미나에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권역외상센터장·사진)가 특강 강사로 나섰다. 이 교수는 “경기 남부권에서 버스 사고가 발생해 10명가량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제가 오늘 여기에 오느라 제 밑에 있는 동료들이 비행 출동을 나갔다”며 늘 급박한 응급의료 현실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오랜 외상센터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 응급 치료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을 조언했다. 그는 “몸에서 가장 질긴 부위가 피부이기 때문에 내장이 터져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밖에서 볼 땐 별문제가 없어 보여도 신체 내부에서 내장이 터지는 게 제일 심각한 문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응급의료센터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24시간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어렵고 힘들 때 시니어 스태프들이 정면에 서야 한다. 그래야 (응급의료센터가)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의 사례를 많이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 심각한 얼굴로 회의만 하는 걸로는 응급의료가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그는 외과 수술 수업 때 동물을 수술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사람과 동물이 참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사람이면 말이 통하겠지만 동물은 그렇지 못하니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잘 받아 동물들과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보다는 동물을 편한 마음으로 치료할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좀 죄스러운 부분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스코필드홀 좌석 190석은 가득 찼다. 청중은 노트북을 꺼내 이 교수의 말을 메모하고 강연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서울대 수의학과 졸업생 김하영 씨(30·여)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응급환자를 대하는 자세는 다 똑같다는 이국종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 수의학계도 체계적인 응급의료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강동웅 기자}

    • 2019-03-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실직자 몰린 건설일용직도 ‘한파’… “한달에 열흘만 일해도 행운”

    첫차가 다니기 시작한 12일 새벽 4시 30분. 수도권 최대 건설인력 시장인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삼거리에 일용직 노동자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30여 년간 서울 영등포에서 전기하청업체를 운영하며 ‘사장님’으로 불렸던 김모 씨(57)는 이날 ‘남구로 인력시장’의 ‘뉴 페이스’(새 얼굴)였다. 김 씨는 “공사대금을 못 받아 폐업할 위기에 몰렸다”며 초조한 듯 발을 구르며 서성였다. 그는 꽃샘추위 속에 2시간을 서성였지만 결국 차를 타지 못했다. “당일에 바로 현찰을 쥘 수 있어서 온 건데….” 고용 참사는 김 씨에게 일용직 일자리조차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일감이 절반 이상 줄었어요. 일자리가 거의 말라버린 거죠.” 이날 새벽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난 일용직 근로자들은 “막노동 일자리도 없다면 도대체 어디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냐”고 한목소리로 하소연했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터에서 밀려난 장년층 근로자의 상당수는 단순노동 등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런 저임금 일자리를 따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고용의 양과 질이 한꺼번에 나빠지는 모습이다. ○ 건설 일용직도 일자리 급감 막노동 생활만 38년을 해온 조모 씨(58)가 갑자기 기자에게 장부를 보여줬다. 일을 한 날을 꼼꼼히 기록한 ‘일자리 장부’였다. 지난달에는 한 달 중 열흘, 이달에는 고작 사흘만 일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한 달에 23일이나 일한 2015년 8월의 ‘호황’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조 씨는 “이젠 한 달에 열흘만 일해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나충현 씨(61)는 “작년에는 한 달 평균 20일 정도 일해 월 300만 원 넘게 벌었지만 이달엔 한 번도 일을 못 했다”고 거들었다. 50대 이모 씨는 “2017년엔 일당이 많은 일자리를 골라 나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과거 실직자들이 인력시장을 많이 찾았던 것은 일당이 서비스업종 아르바이트보다 높고 일자리가 많아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이다. 또 그날그날 현찰을 바로 쥘 수 있다는 이점도 컸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건설경기 자체가 둔화하면서 진입장벽이 낮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에서 실업급여를 새로 신청한 사람(13만147명)은 전년보다 43.2% 증가했다. 실직자들의 버팀목이 돼 주던 건설일용직마저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체류 중국인이 늘어난 것도 건설일용직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남구로 인력시장에선 한국인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중국동포들마저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불법 체류 중국인 때문에 일감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중국동포 최모 씨(58)는 “관광비자를 받아 온 중국인들은 일당을 6만 원만 줘도 일한다”며 “우리는 최소 10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런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질 낮은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는 50, 60대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쟁은 통계청이 13일 내놓은 ‘2월 고용동향’에서도 확인된다. 2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6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00명(0.1%) 감소했다. 건설업의 전년 동월 대비 월별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만 해도 10만 명이나 증가할 정도로 일자리 창출을 견인했지만, 이후 건설경기가 꺾이면서 올 1월에는 1만9000명 급감하는 등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직업별 취업자 증감 폭을 보면 임금 수준이 낮은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 종사자 수는 지난해 2월보다 10만1000명 감소했다. 이 분야의 취업자 감소세는 지난해 2월(―15만3000명) 이후 13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노동시장의 가장 아래층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가장 먼저 빼앗아 간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근로 여건이 좋지 않아도 일을 하려는 노동시장의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다. 기존 직장에서 조기에 밀려나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50, 60대 장·노년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직장을 잡지 못하는 전체 실업자 수는 지난달 130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8000명 늘었다. 박은서 clue@donga.com·강동웅 / 세종=이새샘 기자}

    • 2019-03-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카풀 졸속 합의” 서울개인택시-공유업계 모두 반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이 나왔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 제한적으로 카풀을 허용한 이번 합의안을 두고 일부 택시업계와 승차 공유업계에서 ‘졸속 합의’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 목적의 불법 자가용 영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합의안의 시행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조합의 한 관계자는 “대타협기구에 참여한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서 서울지부가 탈퇴하는 방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16개의 시도 조합이 모인 단체다. 전체 회원은 16만 명으로 이 중 서울 회원이 5만 명에 이른다. 합의안에 포함된 ‘기사 월급제’ 도입을 놓고서도 해석이 엇갈렸다. 택시 회사 측은 “노사가 추후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사납금을 폐지하고) 택시월급제를 법제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승차공유 업계에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합의안대로 3월 임시 국회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면 사업 모델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풀 업체인 풀러스는 이달부터 운전자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의 수수료를 받지 않되 1일 2회로 운행 횟수만 제한하는 방식의 ‘무상 카풀 풀러스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이번 합의로 카풀 수요가 많은 오후 10시 이후 시간대에 운행을 못 하게 돼 차후 계획했던 유료화도 어렵게 됐다”며 “합의안대로라면 드라이버들을 모집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렌터카와 대리기사를 통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인 이동우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도 “택시업계는 렌터카에 기반한 ‘타다’의 서비스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 서비스도 렌터카 기반”이라며 “택시업계 목소리를 거의 들어주고 있어 우리 사업도 불법으로 몰리고 제한받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등의 반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택시 4개 단체가 모여 합의를 이룬 만큼 이를 무효화할 수는 없다”며 “서울 개인택시 기사들의 요구 조건 등을 수렴해 계속 협상해나가겠다”고 밝혔다.김재형 monami@donga.com·강동웅·박효목 기자}

    • 2019-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상묵 교수 “멘토링은 영화 스포일러 같아… 직접 부딪쳐 실패 통해 배워라”

    “상묵아, (서울대 합격을) 축하한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보니 대학 때까지가 공부고 실력이지, 그 이후엔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한 것 같더라.” 4일 오전 서울대 입학식이 열린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 단상 위에서 전동휠체어에 앉아있던 중년의 한 남성이 자신의 축사 순서가 되자 38년 전 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가 해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57)였다. 서울대 81학번인 이 교수는 신입생 후배들을 향해 “여러분들도 (아버지 말이) 무슨 말인지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나이 마흔이 되면 내가 서울대를 나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밑에 몇 명의 직원을 두고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교수는 ‘학문의 중요성’을 자신의 사고 경험과 함께 얘기해 입학생과 학부모 등 청중을 숙연하게 했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지 1년 6개월여 만인 2006년 학생들과 함께 연구 목적으로 미국을 찾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이 교수는 전신이 마비됐다. 이 교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되면 ‘산다는 게 무엇인가’처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며 “내가 지금까지 배운 학문적 소양을 통해 스스로 답해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교수는 전공 분야가 아닌 철학과 역사를 포함해 여러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축사를 하는 10여 분 동안 자신이 미리 써온 원고를 한 번도 보지 않고 학생들과 눈을 마주쳐가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입학생 이형용 씨(20·경영학과)는 이 교수의 축사에 대해 “친근하게 말씀해주셔서 좋았다”며 “공부가 대학 입학이나 취업 준비 등 어떤 목적을 위해서만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오늘 축사를 통해 인생 전반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조언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는 “멘토링은 자칫하면 ‘이미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이 영화를 보려고 들어가는 사람에게 줄거리를 얘기해 주는 것’과 같다”며 “직접 겪어보고 문제에 부닥쳐 봐야 차별화된 사람이 될 수 있다. 실수를 했을 때 더 많이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이 교수는 입학식 축사를 위해 3일 귀국했다가 4일 저녁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강동웅 기자}

    • 2019-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BTS와 나를 만든 건 꿈이 아닌 분노”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 73회 학위수여식이 열린 이곳에서 관현악단의 연주로 방탄소년단(BTS) 노래 ‘DNA’가 흘러나오자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47·서울대 미학과 91학번)가 연단에 올랐다. 방 대표가 자기소개를 시작하자 체육관에 있던 졸업생 1200명과 학부모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나는 부정할 수 없는 기성세대다. 나도 모르게 꼰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며 축사를 시작했다. 방 대표는 자신이 음악 프로듀서가 된 계기에 대해 “아무리 돌이켜봐도 결정적인 순간은 없었다”며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다”고 했다. 방 대표는 자신의 ‘성정(性情)’과 ‘행복’에 대해 얘기하면서 ‘분노’와 ‘화’를 여러 차례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냈다”고 했다. 또 “불공정과 불합리가 팽배한 음악산업 세계를 알아가면서 점점 분노가 커졌다”며 “음악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화를 내는 것이 내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졸업생 강수연 씨(26·여·디자인학부)는 “많은 사람이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반대의 이야기를 하니 더 와 닿았다. 나를 좀 더 다듬어 취업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어떨 때 행복한지 먼저 정의를 내려보고 여러분을 그런 상황에 놓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 구체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리지 못했다고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며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을 추구하려고 정진하지 말고 무엇이 진짜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고민하라”고도 했다.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연예계 인사가 축사를 한 것은 방 대표가 처음이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강동웅 기자}

    • 2019-0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MIT 거액기부 소식에 “우리도 인재 키워야” 기부액 2배 넘게 늘려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이 건물 4층에 있는 소회의실 문이 열리자 푸른 넥타이에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한 노인이 들어섰다. 그는 평소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에 의지했지만 이날만은 “직접 걸어보겠다”며 용기를 냈다. 그는 느리지만 한 발씩 뚜벅뚜벅 걸음을 내디뎠다. 회의실 벽면에는 ‘해동첨단공학기술원 건립 및 운영기금 출연 협약식’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울대가 500억 원의 기부금을 기탁받는 자리였다. 기부자는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90)이었다.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김 회장은 이날 1시간가량 차를 타고 특별한 외출을 했다. 그는 협약식에서 “건물 짓는 데 그치지 말고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 채워 달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48학번)를 졸업한 김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모교에 기부해왔다. 이날 기탁한 500억 원을 포함해 누적 기부액이 657억 원에 이른다. 서울대가 개인한테서 받은 기부금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액수다. 김 회장의 기부금은 그동안 학내 건물 10여 동을 짓는 데 쓰였다. 전날인 17일 김 회장은 차국헌 서울대 공과대학장을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 차 학장은 “김 회장이 뼈저리게 가난했던 젊은 시절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한이 맺힌 듯 눈물을 흘렸다. ‘어려운 학생들이 기회가 없으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1948년 서울대 공대에 합격한 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첫 학기만 마치고 휴학했다. 호텔 웨이터 등 궂은일을 하며 1년 넘게 등록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1950년 6·25전쟁이 터져 복학하지 못했다. 학도병으로 입대한 김 회장은 3년간의 전쟁이 멈춘 뒤 학교로 돌아왔다. 김 회장은 1972년 전자부품 업체인 대덕전자를 창업한 이후 기술인력 양성에 집중 투자했다. 회사는 성장을 거듭해 반도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인 인쇄회로기판을 생산하는 연매출 1조 원대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가 주 거래처다. 김 회장은 1991년 공학인재 양성을 위해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세워 본격적인 기부 인생을 시작했다. 전국 20여 개 공대에 도서관을 짓고 재단이 제정한 해동상을 받은 이공계 연구자 282명에게는 연구비를 지원했다. 지원 금액이 450억 원에 달한다. 김 회장은 한국 전자산업 기술 개발에 헌신한 공로로 2010년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가 수여하는 인촌상을 받았다. 당시 김 회장은 “일본을 오가며 기술을 배웠는데 그때 고생은 말로 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많은 과학인재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은 상금으로 받은 1억 원도 “의학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고려대 의대에 기부했다. 김 회장은 정작 자신의 삶에선 절제를 보여줬다. 김 회장 곁을 20년간 지켜온 박성한 해동과학문화재단 이사는 “김 회장은 옷차림이 수수해서 푸근한 인상의 동네 할아버지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차 학장도 “김 회장은 기부금 관련 행사를 열 때마다 ‘화려하게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도우라’고 하신다”고 전했다. 대덕전자 직원 등 주변 사람들은 김 회장에 대해 ‘따뜻하고 합리적인 리더’라고 했다. 직원 A 씨는 “회장님은 공장에서 직원들과 식사도 자주 하고 경조사 때마다 직접 불러서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9년 차 직원 B 씨(34)는 “회장님은 ‘엔지니어로서 한 군데 갇혀 있지 말고 틀을 깨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했다. 김 회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 관계자는 “김 회장은 한참 연하인 간병인에게 늘 존댓말을 쓴다. 간병인이 씻는 것을 도와줄 때는 ‘고맙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한다”고 전했다. 창업 이후 30여 년간 서울대 공대에 157억 원을 기부해온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내가 구순이 넘어 얼마나 더 살게 될지 모르니 이제는 제대로 된 기부를 하고 싶다. 20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학교 측에 밝혀왔다. 김 회장은 미국 금융회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최고경영자(CEO)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 3000억여 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올 1월 접한 뒤 기부 금액을 두 배가 넘는 500억 원으로 올렸다고 한다. 차 학장은 “김 회장은 건물이 완공된 후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시설 운영을 더 열심히 해 달라’고 조언하신다. 모교에 대한 애정을 넘어 국가의 공학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신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강동웅·사지원 기자}

    • 2019-0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식 임용전에… 유치원 교사 ‘울며겨자먹기’ 무급 출근

    지난달 초 지방의 한 사립유치원에 신입 교사로 채용된 A 씨(22·여)의 정식 출근일은 다음 달 1일이다. 하지만 A 씨는 이미 지난달 초부터 출근하기 시작해 한 달 보름 가까이 일하고 있다. 오전 8시 반에 출근해 오후 6시 반까지 일한다. 그런데 A 씨가 두 달 일하고 이달 말 받게 될 돈은 교통비 50만 원이 전부다. 사실상 무급인 셈이다. 올해 최저시급(8350원)을 기준으로 하면 A 씨는 두 달 치 급여로 300만 원 가까이를 받아야 한다. A 씨는 “출근 3일째 되던 날 원장이 ‘3월 1일 전까지는 교통비만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A 씨는 따지지 못했다. 원장이 채용을 취소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유치원 신입 교사들의 정식 임용일은 대개 3월 1일이다. 하지만 A 씨처럼 임용 한두 달 전부터 사실상 무급으로 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유치원 원장들이 업무 인수인계와 빠른 적응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무급 출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에 채용된 B 씨(25·여)도 당시 정식 임용되기 전에 졸업식과 신학기 준비 업무를 하면서 한 달 넘게 일했다. B 씨 역시 교통비만 받았다. B 씨는 “신입 교사이다 보니 적응 기간이 필요한 건 맞지만 받는 돈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앞으로 계속 출근해야 할 직장이라 돈 얘기를 꺼내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다음 달 1일 광역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 정식 채용될 예정인 C 씨는 18일부터 출근해야 한다. 원장은 지난달 초 C 씨에게 합격을 통보하면서 ‘교육 차원의 출근이기 때문에 당연히 무급’이라고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들은 신입 교사들의 빠른 업무 적응을 위해 ‘임용 전 출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입 교사들이 ‘임용 전 무급 출근’ 요구를 거부하기는 힘들다. 원장들이 ‘무급 출근’을 거부한 교사 명단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유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무급 출근에 대해 “임금 체불, 최저임금법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 교원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다. 신입 교사라도 근로를 했다면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들의 취업난이 무급 출근 관행을 없애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유치원 교사 자격증 취득자는 한 해 1만 명이 넘는다. 전국 사립·공립 유치원 교사 수가 4만5255명(2018년 4월 기준)임을 감안하면 전체 유치원 교사의 4분의 1에 가까운 예비 교사들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강동웅 leper@donga.com·김하경 기자}

    • 2019-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대 위기론, 외부 탓보다 자성 필요”… 오세정 신임 총장 취임식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사회 전체의 안녕을 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 왔는지 진솔하게 자문해야 합니다.” 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오세정 신임 서울대 총장(66)은 통렬한 자성론으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오 총장은 “많은 사람이 서울대 위기론을 말하는데 근본적으로 서울대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외부 여건을 탓하기보다 우리 자신의 자성이 먼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지성의 권위를 뿌리부터 흔드는 부적절한 행위들이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대 교수들의 표절 등 연구 부정행위나 성추행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으며 위기론이 더욱 확산되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오 총장은 “좋은 대학에 대한 통념을 바꿔 나가겠다”며 “좋은 대학이란 뛰어난 학생을 잘 뽑는 대학이 아니라 잘 가르쳐 뛰어난 인재를 만드는 대학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분야에서 양적으로 많은 업적을 내는 것보다 새로운 분야를 여는 근본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연구가 필요한 때”라면서 “논문의 수나 인용횟수를 세는 계량적 평가의 틀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혀 교수 임용 및 재계약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오 총장이 풀어야 할 학내 문제는 적지 않다. 이날 문화관 앞에서는 전날 파업에 돌입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서울대 기계·전기분회 소속 직원 등이 요구사항이 담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2017년 시흥캠퍼스 추진을 반대하며 서울대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학생들에 대한 전임 총장의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취임식에는 이현재 조완규 선우중호 이기준 정운찬 이장무 오연천 성낙인 씨 등 서울대 역대 총장들을 비롯해 교직원과 학생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오 총장은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의원이 됐지만 지난해 10월 총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강동웅 기자}

    • 2019-02-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도서관 난방 끈 서울대 기계전기 노조

    서울대에서 기계와 전기를 담당하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중앙도서관을 비롯해 학교 건물 세 곳의 난방 가동을 멈추면서 애꿎은 학생들만 추위에 떨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 기계·전기분회 소속 직원들은 7일 낮 12시 반경부터 서울대 행정관과 중앙도서관, 제1파워플랜트에 진입해 농성하는 과정에서 각 건물의 기계실 업무를 중단했다. 서울대 기계·전기분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접 고용됐지만 서울대는 2년 전 용역회사 시절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수준 제조업 시중 노임단가 적용 △성과급, 명절휴가비, 복지포인트 등의 차별 없는 적용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세정 서울대 신임 총장이 이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농성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영하 0.2도로 최근 들어 가장 추웠던 이날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 학생은 난방 온도를 높여달라고 경비실에 요구하기도 했다. 오후 4시경 중앙도서관 정문에 ‘중앙도서관 본관 및 관정관(신관) 전 구역 난방 공급이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고 방송이 나오고서야 학생들은 파업 사실을 알게 됐다. 파업에 들어간 직원들이 복귀하지 않는 한 중앙도서관 난방을 켤 방법은 없다. 총장과 직원들이 근무하는 행정관은 개별난방 시스템이 있어 난방을 유지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과 직원 갈등에 피해를 입어 아쉽다는 분위기다. 정모 씨(27·자유전공학부)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그만큼 학생 피해도 커질 것 같다. 너무 추워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워 집에 가야 하나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A 씨(22·여)도 “문제가 있다면 학교 측과 협의해 풀어야지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행동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오세정 총장이 취임 전 일어난 일들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원칙을 가지고 최대한 대화에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강동웅 leper@donga.com·김하경 기자}

    • 2019-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