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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회화과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유출한 사람은 현장에 있던 동료 여성 모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당시 현장에 있던 모델 A 씨(25·여)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모델 4명 중 한 명인 A 씨는 피해자인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이를 게시한 사실을 시인했다. A 씨는 피해자와 감정 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몰래 촬영한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분 강의 후 쉬는 10분 동안 여러 명이 함께 앉아 쉬어야 하는 탁자에 피해 모델이 홀로 누워 있자 A 씨가 “자리가 좁으니 나오라”고 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당시 수업 현장에 있던 모델 4명과 학생 등 20여 명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으나 A 씨는 2대 중 1대는 분실했다며 1대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제출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확인해 입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 모델이 옷을 입지 않고 휴식을 취한 점도 다툼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모델은 “보통 쉬는 시간에 옷을 입고 쉬는데 피해 모델은 옷도 제대로 여미지 않아 다른 모델들이 눈살을 찌푸린 걸로 안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거에는 ‘워마드’ 활동을 했으나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익대 신민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그동안 학교를 향한 비난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범인이 잡혀 다행스럽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 일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기사 2만여 건을 대상으로 댓글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대선 이후까지 포함하면 조작이 의심되는 기사는 9만1800여 건에 달한다. 경찰은 또 대선 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200여 명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후원금 약 2700만 원을 보낸 자료를 확보하고 위법 여부를 확인 중이다. 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씨의 측근인 무역회사 대표 A 씨(온라인 닉네임 ‘초뽀’)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기사 인터넷접속주소(URL) 9만1800여 건이 담긴 파일이 발견됐다. 해당 파일은 경공모 회원들이 2016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실시한 댓글 조작 결과를 기록한 것이다. 2016년 10월은 ‘최순실 태블릿 PC’의 존재와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정 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때다. 경찰은 댓글 조작 과정에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이 사용됐는지 조사 중이다. 파일에 적힌 URL 2만여 건은 지난해 대선(5월 9일) 전 보도된 기사다. 나머지 7만여 건은 지난해 5월 22일부터 올 3월 20일까지 기사다. 이때 URL 7만여 건은 비밀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김 씨에게 보고된 것과 대부분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가 댓글 여론 조작을 주도하며 회원들로부터 활동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의 USB메모리에서는 2016년 11월 경공모 회원 200여 명의 이름으로 약 2700만 원을 김 의원에게 후원한 명세서가 담긴 엑셀 파일도 발견됐다. 자료에는 경공모 회원이 1인당 5만∼10만 원씩 김 의원에게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씨도 본인 이름으로 1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기록됐다. 김 씨는 “김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고 세액공제를 받으라”고 회원들을 독려하며 김 의원 후원회 계좌번호를 공지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 내용을 보면 댓글 조작과 김 의원에 대한 후원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 일당의 불법 ‘쪼개기 후원’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아닌 단체의 후원은 불가능하다. 개인 명의로 후원해도 단체가 모은 돈이라면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한다. 2009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가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킬 목적으로 국회의원 38명에게 쪼개기 후원금 3억여 원을 건넸다가 적발됐고 당시 회장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경찰은 김 의원 후원회 계좌를 확보해 USB메모리에 담긴 후원 명세와 일치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경공모 회원들의 후원과 관련해 “확인해 보겠다. 합법적으로 후원을 했을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자료가 다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김은지 기자}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조건 없는 특별검사 도입 등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사진)가 3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김 원내대표는 5일 오후 2시 30분경 농성장에서 화장실로 가기 위해 국회 본관 앞 계단을 오르던 중 악수를 하자며 접근해 온 김모 씨(31)에게 왼 주먹으로 턱을 한 차례 가격당했다. 김 씨는 “나도 아버지도 한국당 지지자였다. 부산에서 왔다”며 김 원내대표에게 접근한 뒤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자신을 제지한 한국당 당직자들에게 “통일을 해보자는 것을 국회에서 비준해 달라는 게 어렵나”라고 소리를 질렀다. 김 씨는 경찰에서 “김 원내대표를 폭행한 뒤 홍준표 대표도 테러하려고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뒤 여의도지구대에서는 한국당 성일종 의원을 향해 신발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4일 경기 파주시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사를 반대하기 위해 갔다가 경찰 제지로 출입이 불가능해지자 국회로 발길을 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부산, 강원 동해 등지에서 임시직 일자리를 전전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굴착기 기사가 하고 싶었는데 면접에서 계속 안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 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혔지만 한국당 당원 명부에는 이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단독범행”이라는 김 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씨에 대해 6일 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경찰에 전치 2주 상해 진단서를 제출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목에 깁스를 한 뒤 퇴원한 김 원내대표는 5일 오후 9시경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6일로 나흘째인 천막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야당에 대한 정치 테러’로 규정하고, 하루에 10명씩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번 피습 사건에 유감을 표명하고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홍정수 hong@donga.com·김은지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6)가 대한항공 및 관계사 직원을 통해 여러 차례 해외에서 몰래 물건을 들여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신을 현 대한항공 직원이라고 밝힌 A 씨와 전 대한항공 관계사 직원이라는 B 씨는 3일 “조 전 부사장과 조 전 전무의 밀수품 운반책 역할을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A 씨 등에 따르면 이들은 공항에서 빈 여행가방을 수령한 뒤 대한항공 해외지점에서 챙긴 물품을 담아 보내는 일을 했다. B 씨가 승용차로 왕복 4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를 이동해 물품을 실어오면 A 씨가 이를 여객화물로 분류해 비행기에 실었다고 한다. A 씨는 “10년여간 주 평균 2회가량 운반했다. 올해는 2월에 3번, 3월에 2번, 4월에 1번 작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운송한 물품이 명품가방과 각종 스포츠용품, 생필품 등 다양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구매는 주로 조 씨 자매가 온라인을 통해 현지 백화점 등에서 했다. 이어 (대한항공) 지점장이 이를 수령해 전달했다. 받는 사람은 대한항공의 간부였다”고 주장했다. 세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차명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B 씨는 “빈 가방이 들어오면 그날 바로 운반해야 한다. 몸이 아파도 무조건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인 지난달 26일경에는 본사에서 파견 나온 간부로부터 물품을 보낸 기록 등이 남은 e메일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제보자가 진짜 대한항공 직원이었는지 알 수 없으며 그 주장의 진실성 또한 의심할 수밖에 없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 지시를 내린 바도 없다”고 밝혔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전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부인 이명희 씨, 딸 조현민 전 전무 등이 사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모두 3곳의 비밀공간을 확인했지만 밀수 및 탈세 혐의와 관련된 물품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밀공간 3곳 중 1곳은 한진 측 관계자가 스스로 열어줬고 나머지 2곳은 조사관들이 제보를 바탕으로 찾아냈다. 이를 두고 한진 일가가 관세청의 1차 압수수색 이후 문제 소지가 있는 물품을 미리 정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김동혁 hack@donga.com·김은지 기자}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맞아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가 시끄럽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 세력이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팽팽한 세(勢)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한반도 평화협정 촉구’ 청원이 올라온 건 지난달 15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동의했고 평화를 위한 용기에 감사드린다” “한국전쟁을 종식하는 항구적인 평화협정이 이뤄진다면 역사에 오래 기억될 것” 등의 내용이다. 미국 내 한인이 쓴 것으로 보인다. 개설 26일째인 9일 10만 명이 청원에 참여했고 26일 현재 11만 명에 육박했다. 30일 이내에 10만 명이 참여하면 미국 행정부는 60일 내에 공식적인 검토 후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청원은 좋은벗들 미국지부와 평화재단 등의 주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평화재단 관계자는 “1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는 것은 평화협정 체결을 지향하는 남북 정상회담을 찬성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평화협정 찬성 청원이 10만 명을 넘긴 다음 날(10일) 이른바 ‘맞불 청원’이 등장했다. ‘북한의 독재정권이 끝날 때까지 평화협정은 없다’는 제목의 청원이다. “북한과의 평화 조약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것이고 한국은 베트남전과 같은 재앙의 역사를 겪을 것”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충분히 다뤄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청원에는 1만6000여 명이 참여했다. 보수단체 등도 SNS를 중심으로 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26일 “(백악관 청원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핵심 이해당사자인 미국의 동의를 얻으려는 움직임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와 직결된 만큼 국민들 역시 국제적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프라인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인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회원 수십 명이 ‘위장평화 정상회담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24일부터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회원들은 “평화를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더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남북 정상회담 당일도 양측의 집회가 이어진다. 27일 오전 10시 메인프레스센터가 있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 앞에서 고양시민연대 등 20여 개 시민단체 회원 200여 명은 ‘남북 정상회담 성공 기원’ 환영 집회를 연다. 참가자들은 한반도기 200장을 끈으로 연결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오후 1시 30분 파주시 임진각에선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 200여 명이 ‘4·27 김정은-문재인 판문점 회담 평화 가장 대사기극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집회 후 임진각에서 통일대교까지 행진을 벌일 계획이어서 경찰과의 충돌 가능성도 우려된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은지 기자}

‘선플이 보이면 10개 정도 추천을 눌러라’ ‘악플에는 5개 정도 비추를 날려라’ ‘댓글 작성은 하루 20개만 가능하다.’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가 댓글 여론 조작을 지휘하는 과정은 이처럼 치밀하고 구체적이었다. 이처럼 상세한 조작 지침이 나온 건 대통령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지난해 4월. 한 여론조사에서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앞섰다는 결과가 나온 직후다.○ 댓글 여론 조작 ‘4단계 지침’ 공지 김 씨는 지난해 4월 11일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지금이야말로 반격의 때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블로그는 김 씨 구속 후 폐쇄됐다가 다시 열렸는데 이 게시물은 여전히 비공개다. 김 씨는 이 글에서 ‘댓글 기계’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안 후보를 밀고 있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세력이 2012년 대선 때처럼 댓글 기계를 쓰고 있으니 우리가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4단계에 걸친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우선 네이버 댓글을 호감순으로 정렬한 뒤 한 페이지당 10개씩 선플에 추천을 누르고, 선플이 없다면 직접 선플을 달라고 했다. 그 후 댓글을 최신순으로 정렬하고 새로 올라오는 악플에 5개가량 비추천을 누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가장 많이 본 정치 기사 8개에 반드시 선플작업을 하고, 댓글 일일 한도인 20개를 다 채웠다면 선플 추천과 악플 비추천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김 씨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유사한 기계를 언급했다. 인터넷주소(IP)를 새로 생성시키고 가상사설망(VPN)을 변조해 여러 곳에서 댓글을 다는 것처럼 조작할 수 있는 일종의 댓글 기계다. 그는 기계의 존재를 ‘용산 어둠의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이 글을 쓰기 하루 전 발표된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4.1%포인트 앞섰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0.7%포인트로 앞서며 박빙이었다. 김 씨는 글을 쓴 날로부터 12일 후(4월 23일) 여론조사가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여론 공작 동참을 독려했다. 김 씨가 지목한 날은 3차 TV토론이 예정된 날이다. TV토론이 있던 날 발표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를 9%포인트 차로 앞섰다.○ 안철수 “내가 드루킹의 최대 피해자” 대선 당시 김 씨의 주요 공격 대상은 안 후보였다. 김 씨는 블로그에서 안 후보를 두고 ‘MB세력이 호남 토호인 동교동과 손잡고 국민의당에서 주자로 내세웠으니 MB세력이자 내각제 야합세력’이라고 맹비난했다.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 후보는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민주당에서 사조직을 동원해 (대선) 여론 조작을 한 것”이라며 자신이 드루킹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김 씨가 2012년 처음 주장한 ‘안철수는 MB 아바타’ 논리는 지난 대선 때 온라인에서 널리 퍼졌다. 급기야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이를 언급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4월 23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물으며 “2012년 (문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할 당시 ‘민주당에서 MB 아바타라는 소문을 유포시키는데 그걸 좀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런데 5년 후에도 이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문 후보는 “제 의견으로 (MB 아바타라고 글을)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 떠도는 얘기로 말하니까 답할 방법이 없다”고 받았다. 당시에는 안 후보가 맥락 없이 ‘MB 아바타’ 이야기를 꺼내면서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았다.조동주 djc@donga.com·김은지·최우열 기자}

“주식 의결권을 모아 합법적 방법으로 하나의 기업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보일 겁니다.” 2014년 2월 10일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가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남긴 글이다. 5년간 숨겨진 존재였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를 외부에 드러내겠다는 뜻이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소액주주 운동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게 진행됐다. 경공모는 소액주주 운동을 통한 기업화 대신 온라인에서 정치활동을 펼쳤다. 경공모는 일종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확보된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진캠프’ 성격의 조직이 만들어졌다. 이런 움직임은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16년 말부터 본격화했다.○ 경공모 중심으로 전위조직 운영 2016년 12월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 만들어졌다. 김 씨는 경인선을 통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 활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이른바 ‘국민선플단’이다. 이후 경인선은 약 1400건의 글을 올리며 온라인에서 문 대통령 지지 활동을 벌였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대선 이후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비난하는 글을 자주 올렸다. 경인선 회원은 약 1000명이다. 김 씨는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개인계정으로 지지 활동을 했다. 2016년 10월경 트위터 활동을 재개하고 문 대통령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여론 조작 공범으로 지목된 ‘서유기’(온라인 닉네임) 박모 씨(30)도 2016년부터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엠엘비파크’에 꾸준히 김 씨의 글이나 문 후보 지지 글을 올렸다. 김 씨와 박 씨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과 친구를 맺고 김 의원의 글을 자주 공유하기도 했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설된 김 의원 팬카페 ‘우경수(우윳빛깔 김경수)’도 이들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비누 등을 판매하는 경기 파주시의 온라인 쇼핑몰 ‘플로랄맘’은 일종의 자금 조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개설된 맘카페 ‘세이맘’도 김 씨가 개설과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맘카페는 구매력과 여론 주도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주로 가입해 이른바 ‘언더마케팅’ 업자들이 탐내는 곳이다. 세이맘을 통하면 플로랄맘으로 연결된다. 세이맘에는 22일 폐쇄될 것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한 경공모 회원은 “소액주주 운동 같은 것이 어려움에 부딪히자 이를 정치적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그것이 온라인 정치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적자라더니…” 김 씨 출판사 월급은 ‘600만 원’ 본보가 19일 확보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근로계약서에는 김 씨 월급이 600만 원으로 기록됐다. 세부항목을 보면 ‘총무관리와 제품 제조’ 명목으로 570만 원, 중식비 10만 원, 차량유지비 20만 원이다. 근무시간은 월∼토요일(화요일은 제외)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일주일에 30시간이다. 강의가 열리는 토요일을 근무시간으로 지정했다. 이 계약서는 2월에 작성됐다. 계약 기간은 무기한이다. 김 씨는 이 같은 사실을 회원들에게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만난 회원들은 “경공모는 회원들의 자발적 회비 등으로 꾸려졌고 매년 적자였다. 김 씨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플로랄맘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경공모 회원들이 사무실에 모여 만들었다고 한다. 대부분 무보수로 일했다는 게 회원들의 증언이다.권기범 kaki@donga.com·김은지·조응형 기자}

“두 눈을 부릅뜨고 한 달 동안 그를 지켜줘야 합니다. (중략) 적극적으로 의사를 피력하고 댓글을 달고 전화를 하면서 그를 지켜줘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가 2017년 4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다. 대선을 불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된 다음 날이다. 김 씨는 “우리가 손을 놓고 있었다면 정말 위태로운 경선이 됐을 것” “깨어 있는 시민들이 필사적으로 막지 않았다면 치명타를 입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뒤 “남은 한 달 ‘이명박근혜’ 잔당이 문재인에 맞설 것이다.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불리한 기사만 쏟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폐쇄된 블로그 다시 ‘공개’ 전환 이 글은 김 씨의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있는 게시물 200여 건 중 하나다. 김 씨의 블로그는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이 알려진 다음 날인 14일 폐쇄됐다가 16일 오후 늦게 다시 공개됐다. 일부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였다. 뒤이어 김 씨의 또 다른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도 폐쇄상태에서 17일 오후 8시경 공개로 바뀌었다. 김 씨가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다른 운영자가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증폭되는 시점에 민감한 내용이 담긴 블로그를 굳이 공개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김 씨는 지난해 대선 직후 쓴 글에서 “당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이 정권도 실패한다”며 지지자 결집을 촉구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를 언급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안 지사만 깐다. 저는 이거를 일부러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장기적 전술이라고 본다”고 썼다. 다른 세력의 여론전 가능성을 주장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이런 작업이 내 눈에는 띈다.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라는 거대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블로그 ‘경인선’에는 2016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꾸준히 글이 올라왔다. 대선 기간이던 4월 말에는 한 언론사의 기사를 인용해 “안랩 직원들이 안철수 후보의 선거운동에 동원돼 왔다”는 글을 썼다. 선거 뒤에는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등 현 정부를 응원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고서·경선 동원해 ‘아전인수’식 해석 고서와 경전을 이용해 정치나 사회 문제를 해석한 글도 많았다. 특히 ‘송하비결의 재해석’ ‘우주방정식 자미두수(紫微斗數)’ 같은 글이 눈에 띄었다. 송하비결이란 조선 말기에 쓰였다는 일종의 ‘예언서’다. 자미두수는 중국의 도교에서 시작한 점술이다. 2017년 1월 김 씨는 “송하비결에 나온 구절”이라며 ‘해룡기두(海龍起豆)’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 사진과 고향인 거제도 지도를 첨부한 뒤 “바다에서 태어난 자를 대통령으로 뽑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훌륭하냐는 뜻”이라고 썼다. 2014년 7월에는 세월호 참사가 예견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예언했다”(2016년) “일본 대지진이 오고 통일한국이 온다”(2017년)는 내용도 있다. 경공모 회원도 우주와 은하, 태양, 지구(열린 지구와 숨은 지구로 구분), 달, 노비라는 단계로 구분됐다. 50대 전 회원 A 씨는 “우주에 관심이 많아 이런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 ‘노비’는 자조적 표현인데 ‘우리는 아파트 한 채에 목숨을 거는 금융제도의 노비’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를 활동의 본거지로 삼은 것도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 느릅나무 출판사가 입주한 건물 관계자는 “김 씨와 회원들은 ‘교하(交河·지금의 파주시 교하읍)천도론’을 자주 운운했다. 파주를 찍은 항공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하천도론은 1600년대 조선 광해군 때 수도를 교하로 옮기자는 논의가 있었던 데서 비롯됐다. 복도와 벽면에는 ‘교하’를 중심으로 한 가로 길이 2m의 대동여지도가 걸려 있다. 전 경공모 회원들은 김 씨의 행각을 “사이비 교주 같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소액주주 운동을 하자며 주식 10만 원어치를 사서 양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짜(사기꾼)’ 냄새가 났다”는 글을 올린 전 회원도 있다.권기범 kaki@donga.com / 파주=김은지 / 조응형 기자}
댓글 여론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김모 씨(49·온라인 닉네임 ‘드루킹’) 등의 자금 조달 경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주도해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로부터 강의료를 받아 활동자금을 충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그러나 사무실 임차와 모니터요원 운용 등에 상당한 돈이 필요한 만큼 경찰은 김 씨가 어디선가 활동 자금을 지원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이른바 ‘산채’라 표현한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열린 강좌와 외부 강의 등을 통해 수익을 얻었다고 진술했다. 강좌가 열리면 김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인 경공모 회원들이 일정한 수강료를 내고 강의를 들었다는 것. 출판사 사무실에서 천연비누 판매사업도 이뤄졌지만 수익은 미미했다고 한다. 본보가 확인한 올해 ‘산채 동영상 강의 스케줄’에 따르면 강의는 1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열렸다. 1월 6일∼5월 5일 1차, 5월 12일∼9월 15일 2차로 계획됐다. 각 12회씩 구성됐다. 김 씨 일당은 강의 1회당 3만∼4만 원씩 수강료를 받았다. 1명이 24회 강의를 모두 수강하려면 100만 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 올해 강의는 주로 종교나 토속신앙 같은 주제가 많았다. 중국 도교에서 시작된 점술인 ‘자미두수’와 티베트 불교 경전인 ‘티베트사자의 서’, 20세기 중국 유명 재판관인 여주 선생이 저승에서 재판관을 지냈다는 내용을 다룬 ‘여주선생 저승문답’도 포함됐다. 그러나 경찰은 강의 수입만으로 댓글 여론 조작을 추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 씨 일당이 아지트로 활용한 출판사 사무실 임차료만 매달 465만 원에 이르고 휴대전화도 170여 대나 사용했기 때문이다. 건물 관계자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경 C출판사 건물 2층 한쪽에 입주했다. 월 임차료가 70만∼80만 원이었다. 2014년에는 2층 전체를 월 200만 원에 빌렸고, 2015년에는 카페가 있던 1층까지 빌리며 월세가 420만 원으로 늘어났다. 그로부터 몇 달 후에는 3층의 방 2개까지 빌리면서 매달 465만 원씩 냈다. 3층에는 고문변호사가 상주하고 김 씨 등을 위한 숙식공간도 따로 있다. 김 씨는 ‘직원들이 야근하면 잘 곳이 없다’ ‘회원 수가 늘어 모일 공간이 더 필요하다’며 공간을 계속 늘렸다고 한다. 건물 관계자는 “김 씨는 매월 말 출판사 이름인 ‘느릅나무’라는 명의로 월세를 꼬박꼬박 입금했다. 올 2월 김 씨가 ‘사무실을 계속 사용하겠다’며 계약을 연장했고 3월분 월세도 이상 없이 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 / 파주=김은지 기자}
‘댓글 여론 조작’의 본거지로 지목된 곳은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다. 파주출판단지의 한 4층 건물에 있다. 2층에 사무실이, 1층에 같은 이름의 카페가 있다. 이른바 조작 매뉴얼과 온라인 카페 등에서 ‘산채’(산에 만든 진터 또는 산적 소굴)로 표현된 장소가 이곳으로 추정된다. 15일 오후에 찾은 출판사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다. 평소 외부인 출입을 제한한 듯 사무실 입구에는 ‘회원 외 출입금지’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사무실 크기는 60m² 남짓. 통유리를 통해 내부가 보였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안에는 40권 남짓 책이 보였다. 컴퓨터 4대와 복사기, 문서파쇄기가 있었다. 일단 드러난 모습만으로도 보통의 출판사와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근처의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곳에 있는 다른 출판사와는 전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출판하지도 않았고 사람들과 왕래도 많은 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출판업계 종사자 A 씨(53)는 “2층에 가보니 테이블에 둘러앉아 휴대전화로 뭔가 하고 있었다. 사설 인터넷 도박장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자정이 넘어서도 불이 켜져 있던 때가 많았다고 한다. 2014년경 해당 건물에 김 씨가 운영했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간판이 붙어 있는 온라인 기록도 있다. 건물 내 다른 사무실에서도 출판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복도의 책꽂이에는 1990년대에 나온 동화책 500여 권이 있었다. 1층 카페는 입구에 ‘CLOSED’(닫힘) 팻말이 걸린 채 잠겨 있었다. 유리창이 가려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2층에는 온라인 쇼핑몰 사무실도 있었다.파주=김은지 eunji@donga.com / 김동혁 기자}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본격 추진된다. ‘3·1운동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민추진위원회’(국민추진위)는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독립공원 순국선열 현충사 앞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김시명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장과 이기후 ‘우사 김규식 박사 기념사업회’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임원 30여 명에 회원 약 300명이다. 이날 현판식에는 두 공동위원장을 비롯해 박강수 전 배재대 총장, 도재영 전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진철훈 ROTC중앙회 회장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3·1운동에 이어 ‘등재 운동’을 펼치자”고 다짐했다. 이어 1895년 을미사변 이후부터 광복 직전까지 독립운동을 하다 숨진 순국선열 위패 2800위에 참배했다. 국민추진위 결성은 올 3월부터 추진됐다. 김 회장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3·1운동의 정당성과 비폭력성 그리고 우리 민족의 도덕성을 세계에 다시 한번 알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축사에서 “3·1운동은 비폭력 독립운동인 동시에 당시 아시아 각국에 영향을 미친 세계사적 사건이다. 외국에서도 3·1운동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움직임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판식에는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 조근송 씨(63),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의 증손자 이항증 씨(79) 등 독립운동가 자손들도 참석했다. 이 씨는 “외세에 항거했던 선조들의 노력을 전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꼭 필요하다.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온 국민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추진위는 2020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3·1운동 관련 각종 자료를 추적해 수집한다. 관련 기관과 개인에게 자료를 요청한 뒤 목록을 만들어 문화재청에 전달할 계획이다. 회원 5만 명을 모아 등재 촉구 서명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창립총회를 가진 ‘3·1운동 유엔·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기념재단’과의 협력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은지 eunji@donga.com·권기범 기자}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과 네 살짜리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모녀가 살던 집은 아파트 관리비와 수도·전기요금이 수개월째 연체된 상태였다. 8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후 5시 18분경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A 씨(41·여)와 딸(4)이 숨져 있는 것을 119구조대원이 발견했다. 당시 딸은 안방 침대 위에, A 씨는 방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날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A 씨가 4개월째 관리비를 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 상태로 볼 때 적어도 2개월 전 모녀가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의 수도 사용량이 지난해 12월부터 ‘0’으로 표시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숨졌을 가능성도 있다. 현장에서는 ‘혼자 살기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 가족은 2015년 5월 이 아파트(84m²)에 입주했다. 보증금 1억2500만 원에 월세 13만 원짜리 임대아파트였다. 심마니 생활을 했던 A 씨의 남편이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후 A 씨는 남편과 함께 갚아 나가던 채무를 혼자 떠안고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별다른 소득도 없어 월세는 물론이고 아파트 관리비와 수도 및 전기요금 등이 수개월째 연체됐다. 이날 확인한 A 씨 아파트 1층 우편함에는 카드 연체료와 각종 공과금 체납 고지서가 20통 가까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A 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니었다. 임대보증금이 있고 차량도 소유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딸에게 지급되는 월 10만 원의 가정양육수당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복지단체의 관리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증평군 관계자는 “정확한 채무 상태를 확인해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임대보증금과 소유 차량이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 국민연금 체납이나 단수, 단전 등의 이상 징후가 없어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부채 규모와 남편과의 사별 이후 행적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인모 imlee@donga.com / 증평=김은지 기자}

“이 옷 입고 소방학교 들어간다고 했었는데….” 지난달 31일 충남 아산시 온양병원 장례식장. 전날 도로에 풀린 개를 구조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다가 화물차에 치여 숨진 소방 교육생 문새미 씨(23·여)와 김은영 씨(30·여)의 유족들은 유품을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이날 문 씨 빈소에는 50L 크기 플라스틱 박스 세 개와 작은 더플백 하나가 도착했다. 그 속에는 문 씨가 소방학교에 들어가는 날 곱게 차려입었던 트렌치코트가 있었고, 유족들은 이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 분홍색 일기장에는 예비 소방관의 빽빽한 고민과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이 쓰여 있었다. 임용예정일인 13일에는 ‘(소방학교)졸업식’이라고 특별히 표시를 해뒀다. 문 씨가 세운 올해의 목표는 월급으로 부모님 용돈 드리기였다. 김 씨의 유품 속 출동일지에는 환자 이름과 증상, 복용 약물 이름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늦게까지 진료하는 병원’ 목록을 만들고 병원 간 걸리는 시간까지 꼼꼼하게 적어뒀다. 소방학교 동기생 ‘보건부장’답게 누가 어디가 아프고, 무슨 약을 먹었는지까지 기록한 천생 소방관이었다. 몇 번 써보지 못해 빳빳한 소방모자는 주인을 잃고 홀로 돌아왔다. 김 씨의 어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포기하라고 해도 10년이 걸려 기어코 소방관이 되더니…”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들은 이날 아산소방서 소속 소방관들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았다. 사고 지점 철조망에는 하얀 국화 서른 송이가 띄엄띄엄 꽂혀있었다. 동료들이 헌화할 수 있도록 국화 바구니를 가져다 뒀다. 유족들은 빨간 소방차 페인트 자국이 선명한 구겨진 가드레일을 침통한 표정으로 매만졌다. 도로에 남은 혈흔 자국 위에 국화를 올려두고 흐느끼기도 했다. 반파된 소방펌프차와 화물차를 살펴보고는 경찰에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 순직한 두 교육생과 김신형 소방교(29·여)의 합동분향소에는 주말 동안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근조 리본을 단 소방공무원들이 분향소를 많이 찾았다. 이들은 동료를 잃은 슬픔에 깊게 흐느꼈다. 1일 입관을 지켜보던 유족들은 오열하다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기도 했다. 세 소방관에게는 지난달 31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2일 발인과 영결식을 마치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다만 두 교육생에게 ‘순직공무원’ 지위가 인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소방교는 현직 소방관이라 1계급 특진과 순직공무원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두 교육생들은 정식 소방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순직공무원 처분 근거를 찾고 있다. 문 씨의 아버지는 빈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우리 공주들 정복 한번 입혀줘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하며 순직자로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의 오랜 친구라고 밝힌 여성은 ‘친구의 순직자 인정을 도와 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1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화물차 운전자 허모 씨(62)를 구속했다. 허 씨는 사고 당일 “라디오를 조작하느라 소방차를 못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보한 화물차 운행기록계에 따르면 당시 허 씨는 시속 74∼76km로 운전해 과속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존 소방대원 진술을 받고 사고 경위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아산=최지선 aurinko@donga.com·김은지 기자}

“이 옷 입고 소방학교 들어간다고 했었는데…” 31일 충남 아산시 온양병원 장례식장. 지난달 30일 현장 출동했다가 숨진 소방 교육생 문새미 씨(23·여)와 김은영 씨(30·여)의 유족들은 유품을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31일 문 씨 빈소에는 플라스틱 박스 세 개와 작은 더플백 하나가 도착했다. 문 씨가 소방학교에 들어가는 날 곱게 차려입었던 트렌치코트를 보고 유족들은 눈물을 쏟으며 주저앉았다. 분홍색 일기장에는 예비 소방관의 고민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올해의 목표는 ‘부모님 용돈 드리기’였다. 김 씨의 유품 속 출동일지에는 환자 이름과 증상, 복용 약물 이름이 빽빽하게 쓰여 있었다. ‘늦게까지 진료하는 병원’ 목록도 직접 만들었다. 몇 번 써보지 못한 소방모도 주인을 잃고 홀로 돌아왔다. 김 씨의 어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포기하라고 해도 10년이 걸려 기어코 소방관이 되더니…”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순직한 두 교육생과 김신형 소방교(29·여)의 합동분향소에는 주말동안 슬픔을 가누지 못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근조 리본을 단 소방공무원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동료를 잃은 슬픔에 크게 흐느꼈다. 1일 입관을 할 때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오열하다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기도 했다. 세 소방관에게는 31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2일 오전 9시 발인을 마치면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다만 두 교육생에게 ‘순직공무원’ 지위가 인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소방교는 현직 소방관이라 1계급 특진과 순직공무원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두 교육생들은 정식 소방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순직공무원 처분 근거를 찾고 있다. 문 씨의 아버지는 빈소를 찾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우리 공주들 정복 한 번 입혀줘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하며 순직자로 인정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김 씨의 오랜 친구라고 밝힌 여성은 ‘친구의 순직자 인정을 도와 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아산경찰서는 31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화물차 운전자 허모 씨(6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허 씨는 사고 당일 “라디오를 조작하느라 소방차를 못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보한 화물차 운행기록계에 따르면 당시 허 씨가 시속 74~76km로 운전해 과속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존 소방대원 진술을 받고 사고 경위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산=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아산=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금비, 달려∼.” 25일 오전 11시경 서울 성동구 ‘서울숲공원’ 산책로에 들어서자 박모 씨(60)는 반려견 목줄을 풀어줬다. 주변에는 주민 10여 명이 있었다. 흰색 몰티즈는 곧바로 기자에게 달려들었다. 박 씨는 “금비 안 돼. 이리 와!”라고 외쳤다. 금비는 다른 곳으로 내달리더니 나무 근처에 ‘영역 표시’를 했다. 눈살을 찌푸리던 일부 주민은 “목줄 차고 다녀야지”라며 혀를 찼다. 모든 반려견은 야외에서 목줄을 차야 하는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22일부터 이날까지 동아일보 취재진은 서울 여의도·망원·양화 한강시민공원, 북서울꿈의숲, 서울숲공원, 보라매공원 등의 산책로 6곳을 둘러봤다. 본보가 만난 견주 대부분은 위반하면 과태료 최대 50만 원을 물어야 한다는 개정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몸집이 작은 개 상당수의 목줄은 풀려 있었다. 이들의 주인은 “목줄 의무화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강아지’는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박 씨도 “우리 애(금비)는 덩치가 작아서 풀어놔도 괜찮지만 큰 개는 위협적이고 물 수도 있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숲공원에서는 유아용 킥보드를 타던 5세 여아가 목줄 풀린 개 베들링턴테리어를 피하다가 넘어졌다. 그때서야 견주는 목줄을 채우고는 아이 부모에게 사과했다. 같은 날 영등포구 양화한강시민공원에서는 목줄 풀린 닥스훈트가 주인이 목줄을 쥐고 있던 몰티즈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상황은 동작구 보라매공원도 비슷했다. 목줄을 차지 않은 소형견들이 잇달아 공원을 활보했다. 검은색 작은 개를 풀어놓은 홍모 씨(61·여)는 “얘는 유기견이어서 다리가 약해요. 목줄을 하면 아파서 주저앉아 버리거든. 그래서 안 하느니만 못해요”라며 “사람으로 치면 100세 가까운데 목줄을 무조건 채우라는 건 불합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갈색 푸들을 풀어놓은 윤모 씨(46·여)는 “(단속에) 안 걸리면 된다. 우리 애는 순하다”며 불쾌해했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은 걱정이 컸다. 23개월 된 딸과 양화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하던 박미나 씨(35·여)는 “푸들만 봐도 겁난다. 개를 키우는 자유만큼 다른 사람의 자유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줄을 채운 중대형 개들의 주인은 ‘입마개는 왜 안 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현행법으로는 맹견 5종(도사견, 아메리칸핏불테리어, 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바일러)만 입마개를 채우면 된다. 22일 강북구 북서울꿈의숲공원에서 진돗개 ‘호구’와 산책하던 조모 씨(36·여)는 “우리 호구는 앞을 잘 못 봐서 어차피 공격을 못 한다. 체구가 작아도 공격 성향이 강한 개가 많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덩치 큰 개는 입마개를 채워야 안심이 된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배준우 jjoonn@donga.com·김은지 / 인천=조유라 기자}
A 씨(35·여)와 두 딸(15, 12세)이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 묵은 건 19일 오후였다. 이날은 세 모녀 여행 일정의 5일째였다. 15일 전남 장흥의 집을 떠났다. 서울 등 수도권을 둘러본 뒤 21일 귀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참변이 세 모녀의 발길을 가로막았다. A 씨 가정형편은 넉넉지 않았다고 한다. A 씨와 남편(40)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미처 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생활비 긴급지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형편은 어려웠지만 가족 사랑은 각별했다. 이번에도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 A 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출발했다. 남편은 “생활비를 벌겠다”며 함께하지 못했다. 세 모녀도 여행비를 아끼기 위해 가장 싼 숙소를 찾았다. 그렇게 찾은 곳이 불이 난 여관이었다. 한 주민은 “세 모녀 소식을 듣고 너무 안쓰러워 지인들이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흥군은 A 씨 가족에 대한 긴급지원을 준비하는 한편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돕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장여관의 하루 숙박비는 2만∼3만 원 수준이다. 1개월 이상 숙박하는 ‘달방’을 계약하면 하루 1만5000원 정도다. 중상을 입고 치료 중 21일 오후 숨진 김모 씨(54)는 종로의 한 시장에서 퀵서비스 일을 하는 가장이다. 지병으로 입원했다가 건강을 회복해 지난해 12월 말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집은 다른 곳에 있지만 따로 볼일이 있어 잠시 여관에 머물던 중이었다. 김 씨의 유가족은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끝내 김 씨가 숨지자 “팔순 넘은 노모와 시집도 안 간 두 딸은 어떻게 하느냐”며 오열했다. 주로 일용직 근로자였던 장기 투숙객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최모 씨(53)는 화재 당시 2층에서 뛰어내려 다행히 가벼운 부상에 그쳤다. 3개월가량 여관에 머물렀다는 최 씨는 “회사에 가려고 일찌감치 일어났다. 그 덕분에 불이 난 걸 알고 재빨리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물 맨 안쪽 방에 있다가 살아난 박모 씨(58)는 약 3년간 여관에 투숙 중이었다. 그는 종로의 한 양복점에서 옷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때그때 일감이 있으면 돈을 버는 일이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한 푼이라도 싼 숙소를 찾아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한 부상자 가족은 “상태가 좋지 않아 아직도 마음이 불안하다. 연기를 많이 마신 일부 부상자는 뇌 손상도 우려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장흥=이형주 peneye09@donga.com / 이지훈·김은지 기자}

A 씨(35)와 두 딸(15, 12세)이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 묵은 건 19일 오후였다. 이날은 세 모녀 여행일정의 5일째였다. 15일 전남 장흥의 집을 떠났다. 수도권과 서울 등을 둘러본 뒤 21일 귀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참변에 결국 세 모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가정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A 씨와 남편(40)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미처 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생활비 긴급지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형편은 어려웠지만 가족 사랑은 각별했다. 이번에도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 A 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출발했다. 남편은 “생활비를 벌겠다”며 함께하지 못했다. 세 모녀도 여행비를 아끼기 위해 가장 싼 숙소를 찾았다. 그렇게 찾은 곳이 불이 난 여관이었다. 한 주민은 “세 모녀 소식을 듣고 너무 안쓰러워 지인들이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흥군은 A 씨 가족에 대한 긴급지원을 준비하는 한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돕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장여관의 하루 숙박비는 2만~3만 원 수준이다. 1개월 이상 숙박하는 ‘달방’을 계약하면 하루 1만5000원 정도다. 중상을 입고 치료 중 21일 오후 숨진 김모 씨(54)는 종로의 한 시장에서 퀵서비스 일을 하는 가장이다. 지병으로 입원했다가 건강을 회복해 지난해 12월 말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인천에 집이 있지만 따로 볼 일이 있어 잠시 여관에 머물던 중이었다. 김 씨의 유가족은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끝내 김 씨가 숨지자 “팔순 넘은 노모와 시집도 안 간 두 딸은 어떻게 하느냐”며 오열했다. 주로 일용직 근로자였던 장기 투숙객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최모 씨(52)는 화재 당시 2층에서 뛰어내려 다행히 가벼운 부상에 그쳤다. 3개월가량 여관에 머물렀다는 최 씨는 “회사에 가려고 일찌감치 일어났었다. 덕분에 불이 난 걸 알고 재빨리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물 맨 안쪽 방에 있다가 살아난 박모 씨(58)는 약 3년간 여관에 투숙 중이다. 그는 종로의 한 양복점에서 옷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때그때 일감이 있으면 돈을 버는 일이다. 수입이 일정치 않다보니 한 푼이라도 싼 숙소를 찾아 이곳에 머물고 있다. 한 부상자 가족은 “상태가 좋지 않아 아직도 마음이 불안하다. 연기를 많이 마신 일부 부상자는 뇌 손상도 우려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장흥=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외국인 근로자는 건설 현장 일자리를 선호한다. 힘들고 위험하지만 임금 수준이 높아서다. 건설업 취업이 불가능한 외국인까지 몰리는 이유다. 허가받은 인력사무소들은 이 같은 외국인의 불법 고용을 꺼린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인력 공급업자인 이른바 ‘오야지’다. 건설사 하청업체와 계약해 불법 근로자를 대량 공급하는 사람들이다. 오야지는 일을 구하지 못해 시장 근처를 떠도는 무자격 근로자를 노린다. 먼저 “일이 필요하냐”는 말로 접근한 뒤 적당한 조건에 일자리를 소개한다. 그렇게 한 번 끈이 닿으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계속 연락하며 일자리를 알선한다. 경기지역의 한 인력업체 대표 정모 씨는 “공급업자와 근로자 모두 불법이니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인력시장이 인기다. 대표적인 것이 ‘위챗(WeChat)’이다. 위챗은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다. 단속도 없지만 하더라도 적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위챗을 통한 ‘인력시장’은 오후 6~7시경 열린다. 조선족 출신 오야지 A 씨는 “채팅 대화명에 ‘사람 구함/초보자/비자 상관없음’이라고 적어두면 알아서 연락이 온다. 10명 중 9명은 이렇게 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불법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한 온라인 모임에 접속하자 420명이 몰려 있었다. 불법 근로자들은 대부분 팀을 짜서 활동한다. 이들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업무량을 기준으로 일하는 ‘물량 떼기’ 방식으로 일한다.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만 빨리 끝내면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임금은 오야지가 한번에 받아 개인에게 나눠준다. 이 과정에서 오야지들은 통상 10%보다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 업계에서는 ‘벤츠 타고 다니는 오야지’ ‘한 달에 수천만 원 버는 오야지’ 같은 소문이 성공담처럼 돈다. 문제는 오야지가 불법 근로자를 데리고 다니며 낮은 임금을 받아 인력시장에 혼란을 빚고 있는 점이다. 서대문구의 한 건설사 직원인 박모 씨(39)는 “원청업체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효율성 때문에 묵인한다. 결국 내국인 근로자만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은 “원청업체는 효율과 경제적 이익만 생각해 사실상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에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정다은 기자 dec@donga.com}

“차 밑에 뭐가 있는데요?” 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단로 주택가에서 만난 정모 씨(62)가 기자의 손끝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 씨의 시선은 하늘색 SM3 승용차 아래를 향했다. 조금 전 폭 4m 골목길에 세운 자신의 승용차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지름 60cm 정도의 맨홀 뚜껑이 있었다. 얼핏 상하수도 맨홀 같지만 엄연히 불 끄는 데 사용하는 ‘소화전’이다. 뚜껑 바깥에 그려진 노란선 테두리가 소화전이라는 뜻이다. 도로변에서 흔히 보는 빨간 소화전을 매립식으로 설치한 것이 지하식 소화전이다. 당연히 주변 5m 내 주차는 불법이다. 정 씨는 “이런 지하식 소화전이 있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그냥 하수도 맨홀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큰불이 나면 출동한 소방펌프차 물이 바닥날 때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게 소화전이다. 도로나 골목 곳곳에 설치된 소화전에서 급히 호스를 연결해 물을 공급받는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골목길과 전통시장 근처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3일부터 이틀간 서울지역 주요 주택가와 상가 골목에 설치된 지하식 소화전 관리 실태를 확인했다. 대부분의 운전자와 행인이 지하식 소화전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소화전을 땅속에 넣었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에 사람들 인식에서조차 사라진 것이다. 지하식 소화전 뚜껑에는 노란색으로 ‘소화전’ ‘주차금지’ 등이 쓰여 있다. 차량 운전자 시야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노란색 페인트가 벗겨진 채 방치된 곳도 많다. 아예 소화전 위에 흰색 페인트를 덧칠해 주차구역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소화전 위치를 알리는 다른 표지판은 없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소화전 앞 불법 주차 차량을 파손해도 문제가 없게 하려면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분쟁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은지·윤솔 기자}

잇단 타워크레인 사고로 사상자가 속출하자 타워크레인 근로자들이 생명을 지켜 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타워크레인 설치·해체 노조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런 상태라면 언제 죽을지 무서워서 일할 수 없다”며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 및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살고 싶다”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타워크레인 설치와 해체 작업을 하는 근로자 3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 32건 중 20건(62.5%)이 설치나 해체 작업 중 발생했다. 노조는 사고가 연달아 터지는 것은 노후한 장비와 열악한 작업 환경 탓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저가 입찰제로 크레인을 선정하다 보니 임대회사 측이 비용을 줄이려고 부품을 제대로 교체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회운 노조위원장은 “내년부터 노후, 불량 장비를 사용하는 ‘나쁜 작업’은 거부한다”며 “2(특별교육)+6(안전작업) 시간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더 이상 작업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이날 전국 타워크레인 공사현장 500곳을 관계기관과 일제 점검한다고 밝혔다. 설치된 크레인의 연식(年式)이 제대로 등록됐는지, 안전조치가 마련됐는지 등을 확인한다. 정부는 추가 안전대책도 내놨다. 27일부터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근로자들이 작업과정에서 장비 결함 징후를 발견하면 신고할 수 있는 ‘타워크레인 안전콜센터’를 운영한다. 타워크레인 등록부터 폐기까지 사용 및 사고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장비이력 관리시스템’이 도입된다.정임수 imsoo@donga.com·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