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순해서 안물어요”, 여전히 목줄 안매는 견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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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의무화’ 시행 첫 주말 표정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산책로에 목줄 풀린 검은 소형견이 돌아다니고 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산책로에 목줄 풀린 검은 소형견이 돌아다니고 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금비, 달려∼.”

25일 오전 11시경 서울 성동구 ‘서울숲공원’ 산책로에 들어서자 박모 씨(60)는 반려견 목줄을 풀어줬다. 주변에는 주민 10여 명이 있었다. 흰색 몰티즈는 곧바로 기자에게 달려들었다. 박 씨는 “금비 안 돼. 이리 와!”라고 외쳤다. 금비는 다른 곳으로 내달리더니 나무 근처에 ‘영역 표시’를 했다. 눈살을 찌푸리던 일부 주민은 “목줄 차고 다녀야지”라며 혀를 찼다.

모든 반려견은 야외에서 목줄을 차야 하는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22일부터 이날까지 동아일보 취재진은 서울 여의도·망원·양화 한강시민공원, 북서울꿈의숲, 서울숲공원, 보라매공원 등의 산책로 6곳을 둘러봤다. 본보가 만난 견주 대부분은 위반하면 과태료 최대 50만 원을 물어야 한다는 개정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몸집이 작은 개 상당수의 목줄은 풀려 있었다. 이들의 주인은 “목줄 의무화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강아지’는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박 씨도 “우리 애(금비)는 덩치가 작아서 풀어놔도 괜찮지만 큰 개는 위협적이고 물 수도 있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숲공원에서는 유아용 킥보드를 타던 5세 여아가 목줄 풀린 개 베들링턴테리어를 피하다가 넘어졌다. 그때서야 견주는 목줄을 채우고는 아이 부모에게 사과했다. 같은 날 영등포구 양화한강시민공원에서는 목줄 풀린 닥스훈트가 주인이 목줄을 쥐고 있던 몰티즈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상황은 동작구 보라매공원도 비슷했다. 목줄을 차지 않은 소형견들이 잇달아 공원을 활보했다. 검은색 작은 개를 풀어놓은 홍모 씨(61·여)는 “얘는 유기견이어서 다리가 약해요. 목줄을 하면 아파서 주저앉아 버리거든. 그래서 안 하느니만 못해요”라며 “사람으로 치면 100세 가까운데 목줄을 무조건 채우라는 건 불합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갈색 푸들을 풀어놓은 윤모 씨(46·여)는 “(단속에) 안 걸리면 된다. 우리 애는 순하다”며 불쾌해했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은 걱정이 컸다. 23개월 된 딸과 양화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하던 박미나 씨(35·여)는 “푸들만 봐도 겁난다. 개를 키우는 자유만큼 다른 사람의 자유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줄을 채운 중대형 개들의 주인은 ‘입마개는 왜 안 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현행법으로는 맹견 5종(도사견, 아메리칸핏불테리어, 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바일러)만 입마개를 채우면 된다. 22일 강북구 북서울꿈의숲공원에서 진돗개 ‘호구’와 산책하던 조모 씨(36·여)는 “우리 호구는 앞을 잘 못 봐서 어차피 공격을 못 한다. 체구가 작아도 공격 성향이 강한 개가 많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덩치 큰 개는 입마개를 채워야 안심이 된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배준우 jjoonn@donga.com·김은지 / 인천=조유라 기자
#우리 개는 순해서 안물어요#여전히 목줄 안매는 견주#목줄 의무화#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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