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흑은 우상과 우하에 집이 있고 백은 좌상, 좌하에 집이 있다. 여기서 백의 좌변 진영이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관건이다. 흑은 87로 좌하귀 먼저 건드린다. 하지만 참고 1도와 같이 귀에서 수를 내자는 뜻은 아니다. 줴이는 흑 89, 91로 좌변 백 모양을 파호하는 데 주안점을 둔 작전을 들고 나왔다. 만약 백이 참고 2도 1로 젖히면 흑 2, 4로 어렵지 않게 수습한다. 그래서 백 92로 물러서 자중한 것은 정수이고 흑도 95로 자세를 취하며 좌변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 대신 백은 96, 106으로 하변 흑 ⊙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었다. 흑 ⊙는 109의 마늘모 행마가 묘착이어서 살아갈 수는 있는데, 좀 시달려야 한다. 아직까진 팽팽한 형세.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줴이와 골락시의 결승 5번기 2∼4국은 주요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소개한다. 좌상과 우상을 서로 바꿔치기한 뒤 흑이 우변 백을 공략하러 나선 장면. 흑 41이 인공지능이 좋아하는 붙임수. 인공지능 등장 전에는 A처럼 거리를 두는 수가 압도적이었으나 요즘은 41 같은 밀착형 수를 많이 둔다. 백이 참고 1도 1로 두면 흑 14까지 백 모양이 옹색해진다. 백 48도 타개를 위한 능동적인 붙임. 백 50까지 응급조치한 뒤 52로 큰 곳을 차지한다. 골락시 특유의 발 빠른 행마다. 백 60, 62도 적절한 대응. 참고 2도 흑 1로 젖히는 수가 껄끄럽지만 백 4로 반격하는 수가 있다. 흑 9까지 패가 나는데 이 패에 필적할 만한 팻감이 없다. 흑의 공세를 백이 잘 막아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선 참고 1도를 보자. 백 1∼5(실전 82∼86)가 뜻밖의 수순. 줴이가 상변에 흑 집을 고스란히 내준 것은 왜일까. 백 3, 5의 두터움을 바탕으로 백 11의 강력한 침입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흑으로선 12로 참을 수밖에 없었고, 백 13, 15로 흑의 우변 집이 부서져 실리에서 확실히 백이 앞서게 됐다. 이후 백 116을 둔 것이 실수였으나 흑이 117로 손 따라 두는 바람에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흑은 참고 2도처럼 선수로 이득을 봤어야 했다. 인공지능(AI) 바둑계의 1인자 줴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골락시에 1인자의 위엄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182=77, 207=201, 217=36. 224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참고 1도를 기대한 것. 흑이 선수로 이득을 본다. 하지만 백은 손을 빼고 우하 귀에서 잠시 선수하더니 100으로 죽어 있던 백을 움직인다. 흑 103까지의 수상전은 분명 흑이 한 수 빠르다. 하지만 백은 106으로 절반의 돌을 살릴 수 있다. 애초부터 이런 뒷맛이 남아 있었지만 비세인 흑이 한 수를 더 들여 보강할 여력이 없었다. 흑 105 대신 참고 2도 흑 1의 마늘모 행마가 가능할 것 같지만 백 2로 꽉 막는 수가 있어 백 6까지 역시 절반의 돌이 살아간다. 하변 백 일부가 살아가선 흑이 실리에서 크게 모자란 상황이다. 이후 흑은 계속 의미 없는 수를 교환하며 떼를 쓰다가 백 124로 따내자 돌을 던졌다. 107=101, 117=◎.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는 흑 ⊙인데, 참고 1도 흑 1로 타이트하게 두지 않고 왜 뒤로 물러섰을까. 백 2, 4 때 흑은 선수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참고 1도처럼 두면 우변 백 진에 남아있는 뒷맛이 완전히 사라진다. 지금은 평범한 끝내기로는 역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뒷맛을 남겨놓는 게 낫다. 백 80은 좌상 흑 사활상 선수가 되는 곳. 흑 85를 두지 않으면 백 A로 뻗어 흑 대마가 잡힌다. 이제 정리해야 할 곳은 좌하 귀. 백이 88로 젖힌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보통은 백 88 이전에 참고 2도 백 1로 젖히는 수를 많이 둔다. 하지만 지금은 흑이 참고 2도 4로 반발할 수 있다. 백 88은 약간 손해지만 변화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끊은 것은 사실 백 A로 이어주길 기대하는 건 아니다. 장차 우변의 뒷맛을 노리고자 하는 것. 흑 ⊙로 끊으면 우변 흑을 잡은 백이 완벽하게 살았다고 볼 수 없다. 예를 들면 흑이 69 대신 참고 1도 1로 수상전을 유도할 수 있다. 만약 빅을 내면 ‘대박’인데, 지금은 흑의 수가 한참 부족하다. 그래서 흑 69로 지켜야만 수상전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백이 여기서 손을 빼고 큰 끝내기를 하려고 욕심을 내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참고 2도 흑 1로 두면 의외로 아까와는 달리 박빙의 수상전이 펼쳐진다. 백이 무사히 처리하긴 힘든 모양이다. 그래서 백 72로 끝내기 겸 우변 보강을 했고, 이제부턴 끝내기만 남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수순을 뒤로 돌려 흑 ⊙와 백 ◎가 교환되기 전으로 가보자. 흑 ⊙ 대신 참고 1도 흑 1로 우변 돌을 살렸으면 어떠했느냐는 것이다. 백 8까지 예상되는데 형세는 백에게 기울어진 상황이다. 실전에선 하변과 우변을 주고받는 대형 바꿔치기가 됐는데 역시 백의 우세에는 변함이 없다. 결국 중앙에서의 공방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백이 바꿔치기를 하며 잘 버텼다고 할 수 있다. 흑 55로 참고 2도 흑 1로 끊는 것은 백 6까지 상변 흑이 다쳐 좋은 게 없는 그림. 흑은 55, 57로 보강한 뒤 백이 60으로 큰 곳을 가져가자 드디어 61, 63으로 끊었다. 이제 백도 마지막 고비를 맞이한 느낌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배짱 좋게 42, 44로 상변과 우변 돌을 모두 살렸다. 백 44로 참고 1도 1처럼 하변을 보강하는 건 어떨까. 그럼 흑 2로 끊는데, 12까지 패가 난다. 이 그림은 흑이 ‘가’ 부근의 팻감이 많고, ‘나’로 상변 백을 잡는 수가 보너스로 남아 백의 부담이 크다. 대신 흑은 45로 이어 하변에서 대가를 찾아나섰다. 이때 참고 2도 백 1로 이어 수상전을 시도하는 것은 무리. 흑 2가 급소로 흑의 수가 크게 늘어나 수상전에서 이긴다. 결국 잡혔던 하변 흑이 49까지 백을 잡으며 살아났다. 하지만 백도 52로 우변 흑 일단을 포획했다. 이 바꿔치기는 누가 이득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열린 제13회 춘란배에서 신진서 변상일 박영훈 9단이 8강에 진출했다. 한국 기사들은 연말에 열릴 8강전에서 각각 중국의 판팅위 렌샤오 탕웨이싱 9단과 맞붙는다. 나머지 8강 진출자는 중국의 커제 9단과 대만의 쉬하오홍 6단이다. 중국 춘란그룹이 후원하는 춘란배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각국 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흑 ⊙로 끊어 상변 백 전체를 노린다. 희미한 희망이지만 지금은 어디든 걸고 넘어져야 한다. 백 34가 적절한 응수타진. 흑이 기존에 포획했던 백 5점을 놓치지 않으려면 참고도 흑 1로 둬야 하는데 백 2, 4로 흑 한 점을 때려내 아까 흑 ⊙로 끊은 의미가 없어진다. 흑 5로 단점을 보강해야 할 때 백 6으로 가일수할 여유도 있다. 흑은 백돌을 살려주는 대신 39, 41로 새로운 희망을 캐려고 하고 있다. 백도 조심해야 할 타이밍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에서 줴이(백)의 실수를 골락시(흑)가 제때 응징했다면 하변 백 집이 꽤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흑이 손 따라 두다가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흑 21로 잇는 것도 불가피하다. 백 A로 끊으면 하변 흑을 잡을 수 있지만 상변 백이 다칠 수 있다. 백은 22, 24로 상변에서 선수를 이득 보자고 나섰다. 흑 27 대신 참고 1도 1로 두면 5까지 패가 난다. 패 자체는 백의 부담이 더 큰 모양이지만 흑의 팻감이 부족해 지금은 불가능한 그림이다. 백 28은 적극적인 수. 형세가 유리한 만큼 참고 2도 백 1을 선수하고 3으로 두면 확실했다. 흑은 29, 31로 끊어 상변 백 대마 전체를 노리는 작전으로 나왔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의 단수에 백 8, 10으로 슬쩍 비켜나는 것이 좋았다. 비록 흑 11을 허용해 백 다섯 점을 내줬지만 우변 흑 진을 돌파한 데다 백 12로 하중앙 흑까지 공격하게 돼 국면의 흐름은 완연히 백의 편이다. 그런데 백 16이 의문의 한 수. 당연히 참고 1도 백 1, 3으로 끼워 이어야 했다. 흑이 4, 6으로 크게 공격해도 흑 14까지 바꿔치기하는 정도다. 이 그림은 백이 불리할 게 없다. 하변에서 손을 뺀 백을 응징하는 수는 참고 2도 흑 1이었다. 흑 9까진 외길인데 흑은 이후 쏠쏠하게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골락시가 흑 17로 손 따라 응수하자 백은 18, 20으로 얼른 보강한다. 좋은 기회를 날린 흑은 A, B 중 어디를 잇느냐도 고민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98은 흑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는 수처럼 보이지만 상변에 대해 선수이기도 하다. 흑은 손을 빼고 99로 버텼다. 백 다섯 점을 잡자는 뜻보다는 백 대마 전체의 안형을 없애는 뜻이 크다. 여기서 백이 다섯 점을 살리고자 하면 흑의 계략에 넘어가는 꼴. 백 100으로 동문서답한 것이 올바르다. 여기서 참고 1도 흑 1은 성립하지 않는다. 백 6까지 우상변 흑이 잡힌다. 백 102가 멋진 행마. 상변 백에 대한 응원과 함께 하중앙 흑 대마를 노리는 양수겸장의 수다. 백 104의 단수에 대해 참고 2도 흑 1로 한 점을 살리는 건 안 된다. 물론 상변 백을 잡긴 하지만 백 14면 우변 흑이 사경을 헤매게 된다. 흑 105, 107은 고육책인데 백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신파: 흥행을 위해 억지스러운 설정과 연출로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는 것.’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신파에 대한 정의는 보통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반도’가 300만 관객에 육박하면서 여름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볼만한 영화들이 다 개봉을 연기하는 바람에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꽤 준수한 숫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1000만 영화 ‘부산행’의 후속작이라는 점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이라는 후광도 관객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영화 ‘반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툴툴거리는 관객도 적지 않았으리라. 좀비보다 더한 인간 군상의 악행과 화려한 차량 액션신이 펼쳐지는 데까지는 괜찮은데, 막판 15분여 동안 슬로모션을 곁들여 쏟아지는 신파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반도 신파’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인터넷 등에 올라온 후기를 봐도 신파에 대한 비판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도의 장점들은 신파라는 압도적인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린다’는 강도 높은 비난도 올라왔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좀비를 유인하는 미끼가 되기를 자처해 결국 좀비에 둘러싸인 엄마…, 다음이 어떻게 되는지 스포일러를 하지 않아도 왜 신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눈물을 뽑자는 것이 신파인데 신파가 너무 심하면 눈물도 잘 나오지 않는다. 세계관 확장에 능한 연상호 감독이 신파에 발목을 잡히는 것일까. 이런 비판에 시달리던 연 감독도 입을 열었다. 요약하면 감독 본인이 신파를 좋아한다, 영화는 대중적 콘텐츠니까 보편적인 관객의 감수성을 표현하려 했다, 신파적 요소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그런 장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등이다. 연 감독이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반도’의 신파적 요소는 이미 촬영 전부터 설정된 것이었다. 투자 및 배급사도 동의했다고 한다.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과 아시아권 국가들의 흥행을 노렸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도 좋지만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서 개봉하자마자 흥행 열풍이 일어난 것을 보면 신파를 강조한 연 감독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눈이 높은 관객들은 과거의 촌스러운 유물로 보지만 신파가 분명 흥행에 한몫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영화의 특질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네이버 영화 추천에는 아예 ‘신파’ 항목이 있고, 거기에는 얼마든지 다른 장르로 분류할 수 있는 ‘7번방의 선물’ ‘국제시장’ ‘해운대’ 같은 1000만 영화들이 들어가 있다. 재난(혹은 무기력한 상황) 속에 가족애의 소중함을 비현실적으로 담아낸 것이 우리의 정서에는 와 닿는 것이다. 신파를 어떻게 잘 그려내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신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비현실적인 합리성보다는 현실적인 비합리성을 껴안는 한국의 정서가 우선 아시아권에선 통할 가능성을 ‘반도’에서 엿볼 수 있다. 연 감독 역시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 박스오피스를 통해 제작비(190억 원)를 회수할 기틀을 반도가 마련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신파를 좀 넓게 보면 한국적 카타르시스라고 볼 수 있다. BTS, 블랙핑크 등 아이돌그룹이 독특한 스타일의 한국 팝을 K팝으로 끌어올렸듯 K신파가 한국 콘텐츠의 장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백 88, 90은 선수가 되는 곳. 이때 흑은 A로 잇는 것이 정수인데, 91로 둔 것은 형세가 나쁘다고 보고 버틴 것이다. 하지만 백 A로 끊는 수가 부담으로 남는다. 여기서 백 92로 우변에 뛰어든 수가 흑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수. 우변은 늘 흑 집으로 계산했는데 92가 성공한다면 흑은 실리 부족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백 92를 탈출하지 못하게 하려면 참고도 흑 1로 차단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백 2부터 10까지 두면 백이 너무 쉽게 살아버린다. 우상에 병풍처럼 늘어선 백 ◎의 원군 덕분에 백 4, 8이 선수가 되기 때문이다. 흑 93이 눈물겨운 후퇴. 백의 선수가 되는 곳을 막아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백이 94, 96으로 유유히 탈출하자 흑이 초반부터 자랑하던 우변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흑은 이제 97처럼 상변 백을 공격해서 대가를 얻지 않으면 실리로는 따라갈 수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74는 평소 줴이의 기풍대로 두터운 수. 이제 상변 흑 진을 키울 시점인데 골락시는 갑자기 흑 75로 하변에서 응수를 물었다. 백이 어떻게든 받으면 이득이 된다는 뜻. 하지만 백이 막상 손을 빼자 뾰족한 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흑 75로는 참고 1도처럼 상변 모양을 키우는 것이 정수였다. 백 76으로 상변 흑 진을 삭감하자 국면의 주도권을 백이 잡은 느낌이다. 백 78로 끊은 수도 강수. 흑은 81로 백의 연결을 끊으며 공격하려 했지만 백 82, 84가 날카롭다. 흑 85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참고 2도 흑 1로 젖혀 욕심을 내면 백 2, 4로 끊을 때 대책이 없다. 흑 87로 상변을 가까스로 지켜냈지만 참고 1도와 비교하면 많이 납작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우변을 차지한 대가로 하변을 백에게 내주긴 했는데 생각보단 하변 백 집이 두툼하게 커졌다. 백 62로 급소 한 방을 때리는 것이 기분 좋고, 백 64로 하변에 30집이 넘는 실리가 생겼다. 흑 65로는 참고 1도 흑 1로 나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흑 5까지 됐을 때 백이 ‘가’로 막으면 수상전에서 흑 승인데, 백 6으로 끊는 묘수가 있다. 이렇게 흑 모양을 돌돌 뭉치게 돌려 치면 백이 한 수 빠른 수상전이다. 골락시는 흑 65로 보강한 뒤 반상 최대의 곳인 좌상으로 손을 돌렸다. 하변 절충 자체로는 백이 이득이지만 흑도 선수로 좌상에 선착해선 불만이 없다. 백 70은 AI가 개발한 수. 쉽고 두텁다. 참고 2도가 보통이지만 흑 6으로 상변 흑 모양이 커지는 것이 백으로선 불안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51은 A의 패를 노리는 수. 백 52는 이에 대한 간접 보강이다. 흑 53, 백 54의 교환으로 하변 흑 3점은 확실히 백의 수중에 넘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뒷맛이 많다. 흑으로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선수가 되는 곳. 패가 발생한다면 백에게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백 54는 반드시 익혀 둬야 할 수. 참고 1도 백 1의 쌍립이 더 좋은 모양 같지만 흑 4로 한 점 때리는 것이 선수여서 중앙 흑이 훨씬 두터워진다. 흑 55로 우변을 지킬 때 백 56이 뜻밖의 좋은 수. 이 한 방에 중앙 흑의 운신이 좀 어려워졌다. 참고 2도와 같은 회돌이를 막기 위해 흑 57은 필수. 이어 흑 59로 버텨 보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하변 전투가 어지럽게 이어지고 있다. 자칫 길을 잃기가 쉬운 장면이다. 하지만 인공지능들은 이미 제 갈 길을 정해놓고 있었다. 백 40, 42가 이런 모양에서 축이 유리할 때 쓰는 바른 대응이다. 축을 막기 위해 흑이 43으로 임시 처방을 내린 뒤 47까지 우변을 확실하게 했다. 이것은 우변을 차지하는 대신 하변은 백에게 내주겠다는 뜻. 여기서 백이 성급하게 하변 ⊙을 잡으면 안 된다. 흑이 중앙을 봉쇄하면 우변과 함께 웅장한 세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 48로 나간 것은 절대의 한 수. 흑이 이때 하변을 살리려면 참고도 흑 1로 급소를 두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은 백 2의 강수가 통한다. 백 12까지 흑 모양이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진다. 흑은 애초에 정해놓은 대로 49로 하변을 버리고 중앙을 보강했다. 하변 백 집이 크긴 하지만 흑은 우변을 차지하고, 하변 ⊙도 뒷맛이 남아 있어 충분히 둘 수 있는 형세라고 본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32로 뛰어나온 건 우변 한 점은 포기하겠다는 것. 백이 하변, 우변 둘 다 살리려고 하면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대신 백 34로 압박해 하변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흑 37이 강력한 끊음. 참고 1도처럼 온건하게 하변에서 터를 잡는 진행도 있다. 하지만 하변 흑의 생사를 빌미로 백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 내키지는 않는다. 사람끼리의 바둑에서 참고 1도가 나왔다면 “박력이 부족하다”고 했을 것이다. 흑 37은 설혹 하변이 잡히더라도 중앙 두터움을 쌓으면 우변 흑 세력과 호응해 좋은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의도로 보인다. 흑 39로는 참고 2도처럼 흑 1로 먼저 단수하는 수도 있다. 백 14까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22는 인간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수. 물론 24의 곳에 두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오지만 인간이라면 백 22를 먼저 두진 않는다. 백 26의 걸침에 대해 흑이 협공해 우변에 집을 짓겠다고 하는 것은 좋은 작전이 아니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기 때문. 뭐든지 ‘몰빵’은 리스크가 큰 법이다. 흑 27로 백 한 점을 공격하면서 하변에 실리를 만드는 것이 낫다. 참고 1도 흑 1, 3도 같은 맥락이다. 흑 5를 확실히 선점할 수 있는 것이 참고 1도의 장점이다. 백 28의 반발에 흑도 29로 최강의 협공을 하고 나선다. 참고 2도 흑 1이 부분적으론 정수지만, 백 2로 하변을 차지하면 백이 만족스럽다. 초반부터 스멀스멀 전운이 감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