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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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에서 환경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mi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사회일반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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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탐 표준점수, 과목별로 23점 차이 나… ‘실력’보다 ‘과목선택’ 따라 유불리 우려

    지난달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과학탐구 영역에선 선택과목에 따라 만점자의 점수 차이가 20점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 간 유불리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실력보다는 ‘과목 선택’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발표된 9월 모의평가 성적에 따르면 과학탐구 영역 선택과목 8개(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 중 지구과학Ⅱ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89점, 지구과학Ⅰ은 66점으로, 23점이나 차이가 났다. 두 응시생이 각각 만점을 맞았어도 지구과학Ⅱ 응시생이 지구과학Ⅰ 응시생보다 23점 더 높은 점수를 확보한 셈이다. 최근 2년간 수능에선 과목별 최대 편차가 각각 9점, 8점이었다. 올해 입시부터 서울대가 과탐Ⅱ를 이공계 필수 선택 과목에서 해제했지만 2024학년도 수능 과탐Ⅱ 응시생은 2만889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4900명(30.6%)이나 늘었다. 과탐Ⅰ보다 공부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고득점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재수 이상 N수생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은 과목별 점수 편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는 과탐Ⅱ 안에서도 화학Ⅱ(76점)와 지구과학Ⅱ(89점)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3점 차가 났다. 다만 실제 수능에서는 격차가 다소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수생 등 상위권 학생들이 과탐Ⅱ에 몰리면 그만큼 평균 점수도 오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표준점수 최고점이 낮아진다. 과목 간 점수 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학마다 선택과목 점수 적용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입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는 표준점수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과탐Ⅱ를 선택해 높은 표준점수를 받으면 입시에서 유리하다. 반면 나머지 상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표준점수를 한 번 바꾼 ‘변환 표준점수’를 쓴다. 이때는 점수보다 백분위가 중요해질 수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1월 본수능에서는 선택과목 간 점수 격차가 해소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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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 세기, 덧셈뺄셈 힘든 아이들… 서울시교육청, ‘난산증’ 초등생 도와

    서울시교육청이 이화여대 아동발달센터와 함께 난산증(難算症) 고위험군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2년 차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난산증은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난독증처럼 수(數) 개념 이해나 연산 능력이 떨어지는 일종의 학습장애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전체 학령기 아동의 3∼6%가 난산증을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시범사업은 초등학교 3∼6학년생 20명을 지원했다. 매회 50분씩 총 15회 안팎으로 운영됐다.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 92.9%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85.8%가 ‘수학에 대한 흥미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올해는 대상 학년을 초2년생까지 넓히고, 모집 인원도 40명으로 확대한다. 프로그램도 매회 60분, 25회 이내로 확대해 내실을 더했다. 난산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학습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수 개념이 취약하다면, 연령대별 자녀의 난산증 징후를 참고할 만하다. 미취학 시기에 수를 세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수와 사물의 개수를 연결시키지 못하면 난산증을 의심할 수 있다. 초교 입학 후에도 기초 연산을 못 하거나 수의 크고 작음을 비교하지 못하면 난산증 가능성이 있다. 이때 연산 능력도 정교하게 평가해야 한다. 가령 난산증 아동은 ‘2+4=6’은 알지만, ‘4+2=6’은 모르는 경우도 있다. 큰 수가 작은 수의 합으로 이뤄진다는 개념은 모른 채 익숙한 수식만 외워 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난산증 학생은 난독증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국어 능력의 저하가 수학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올해는 연산 능력뿐 아니라 문장으로 이뤄진 문제도 풀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그동안 난산증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적절한 개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더 체계적인 지원 모델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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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 떼기도 전에 주입식 교육? 아이 마음 다칠 수 있어요”

    #사례 1. 유아 대상 영어학원(속칭 ‘영어유치원’)에 다니던 A 군은 초등학교 입학 후 다닐 영어학원의 레벨 테스트를 받던 중 갑자기 섬망(譫妄) 증세가 나타났다. 시험지의 단어를 읽지도 못하고, 불안해하더니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수년간 부모에게 받아온 공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이날 테스트는 가장 높은 수준의 반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이었다. 불안 증세가 지속된 A 군은 한동안 심리 상담을 받아야 했다. #사례 2. 어릴 때부터 부모가 학습 시간과 행동을 철저히 관리해온 B 군은 5세 무렵 갑자기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배변을 거부하고,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몰래 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이는 부모의 통제력이 너무 강했을 때 간혹 나타나는 행동이다. 식사, 배변 등 일차적인 욕구를 부모가 싫어하는 방향으로 행동해 반항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 코로나19-사교육 부담에 정서 위기 증가 최근 이처럼 불안, 우울 등 정서행동 위기를 겪는 영유아가 늘고 있다. 유아교육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비대면 수업이 이뤄진 영향으로 언어와 사회성 등 발달 지연을 겪는 아이들이 증가한 데다, 한글도 못 뗀 시기부터 시작되는 각종 사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영향으로 분석한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은 이런 고민이 있는 가정을 상담 기관과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와 부모가 각각 40분씩, 총 10회의 상담 및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코로나19 이전에 평균 2 대 1이었던 경쟁률은 올해 약 10 대 1까지 높아졌다. 황보영 유아교육진흥원 기획연구과장은 “가족 기능이 약화되고 구성원이 줄어들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정서 지원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봄아동청소년심리발달센터는 유아교육진흥원이 연계한 상담 기관 네 곳 중 한 곳이다. 상담실 책상에는 모래로 가득 찬 넓은 판이 올려져 있었고, 다양한 피규어와 인형 등 장난감들이 방 안 가득 진열돼 있었다. 조은아 심리상담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좋아하는 장난감을 갖고 놀며 욕구를 해소한다. ‘엄마가 싫어해서 마음껏 축구를 못 한다’며 속얘기도 하고, 배변 활동을 못 하던 아이는 긴장이 완화돼 스스로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 과도한 인지교육, 아이 발달 방해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사교육 시작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취학 전 아동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는 것을 경계한다. 놀이가 중심이 돼야 할 시기에 인지교육에 치중하면서 그 시기에 필요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가령 센터에 온 유아 중에는 ‘상상놀이’를 못 하는 사례도 있었다. 답을 찾는 데만 익숙해지다 보니 상상력이 필요한 경우나 추상적인 개념 앞에 막막해지는 것이다. 물감 놀이를 할 때면 마음껏 색을 섞지 않고 “어떤 색을 얼마나 섞을지 정확하게 알려 달라”고 묻는 등 또래답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 오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강민수 봄아동청소년심리발달센터 소장은 “상담 후 6개월이 지나니 선생님께 괴물 역할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부모와 아이의 놀이 시간을 관찰해보면 실제로 놀이가 아닌 학습에 방점을 찍는 경우가 많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노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주입하는 데 치중하는 것이다. 강 소장은 “부모가 장난감 자동차의 색깔을 묻고, 영어로 ‘레드’라고 일러주는 식이다. 부모가 원하는 학습식 놀이를 강요하면 아이는 금세 흥미를 잃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짜 놀이’와 ‘진짜 놀이’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식 주입을 목적으로 놀이를 병행해놓곤 ‘놀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안명현 센터장은 “놀이는 목적이 없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또 자기 주도적으로 해야 진짜 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마음대로 안 되는 내 자식, 부모는 인내해야정서행동 위기를 겪는 아이들의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일 때가 많다. 전문가들은 “자녀에 대한 객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외동 가정이 많아지면서 아이가 또래와 지낼 때 보이는 행동 특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유치원 교사인 이솔아 유아교육진흥원 팀장은 “유치원에서 단체 생활에서의 규칙 숙지, 친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알려줘도 ‘집에선 잘 지내는데, 선생님이 잘못 돌보는 것 아니냐’며 교사 탓, 다른 아이 탓을 하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자녀가 달라질 것이란 기대를 접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부모로서 겪게 된 인생의 ‘첫 실패’ 앞에서 담담해질 필요가 있다. 강 소장은 “학창 시절부터 직장까지 인생의 큰 위기가 없던 부모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육아와 교육 앞에서 생애 첫 좌절감을 느낀다. 부모로서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 아이를 회복시키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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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대 수시 경쟁률 5.11 대 1… 3년 연속 하락

    전국 교육대학과 초등교육과의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경쟁률이 평균 5.11 대 1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규 교사 선발 규모가 줄어든 데다, 최근 교권 침해 논란 등으로 교직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교대 10곳과 초등교육과 3곳의 수시모집에 총 1만2400명이 지원해 경쟁률 5.11 대 1을 기록했다. 이들 13개 대학의 경쟁률은 2022학년도 6.11 대 1, 지난해 5.19 대 1에 이어 3년 연속 하락했다. 지원자는 지난해 대비 411명 줄었다. 13곳 중 진주교대, 춘천교대 등 8곳의 지원자가 줄었다. 이는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 경쟁률이 오른 것과 상반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여파로 재수생이 늘어나자 서울 주요 12개 대학 수시 경쟁률은 지난해 19.97 대 1에서 올해 21.39 대 1로 올랐다. 교대 인기 하락에는 임용 적체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률은 48.6%로 2013년(43.5%) 이후 가장 낮았다. 교권 추락 등 낮은 직무 만족도도 교대 선호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올 8월 교대생 680명 대상 설문에서 응답자의 51.1%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후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고 답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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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 학생 18만명으로 급증… 한국어 예비과정 신설

    경기 안산시 원곡초등학교는 전교생 461명 중 다문화 학생이 431명(93.5%)에 이른다. 중국, 베트남 등 부모의 출신 국가도 17개국으로 다양하다. 학생들의 학교 적응력은 천차만별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학생은 그나마 낫지만, 해외에서 이주한 학생은 한국어 습득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안복현 원곡초 교장은 “모국어 뿌리가 깊은 고학년은 한국어를 익히는 데 2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점점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우수 인재 장학금을 신설한다. 교육부는 26일 ‘이주배경 학생 인재양성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다문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우수 인재로 키우려는 취지다. 국내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은 2013년 5만5780명에서 올해 18만1178명으로 10년 새 약 3.2배로 급증했다. 전체 초중고교생의 3.5%에 달한다. 앞으로 각 시도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은 3∼12개월 단위의 ‘한국어 예비과정’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외부 기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출석을 인정받는 형태로, 다문화 밀집학교가 있는 33개 시군구부터 우선 추진한다. 다문화 밀집학교는 재학생 100명 이상 초중고교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이 30% 이상인 곳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71곳이다. 이중언어 등 문화적 강점이 있는 저소득층 다문화 학생을 위해 ‘글로벌 우수인재 장학금’도 내년부터 신설한다. 매년 100∼200명씩을 선발해 대학 졸업 때까지 매달 장학금을 준다. 교육부는 “장학금 규모는 저소득층 우수 학생에게 지원하는 꿈사다리 장학금(월 25만∼45만 원)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번 방안 시행을 위해 내년 1014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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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대1 상담 필요한 학폭 가해자 교육, 청소-자습 ‘시간 때우기’

    충남의 한 교육지원청에 근무하는 상담교사 A 씨는 지난해 약 200명의 중고교 학교폭력(학폭) 가해 학생 특별교육을 혼자 전담했다. 나머지 교사 2명은 각각 초등학생과 학부모 교육을 맡았다. 일주일에 3일은 상담교사가 없는 관내 학교에 순회 근무를 가야 해, 이틀간 몰아서 교육 대상자를 교육할 수밖에 없었다. 신청자가 많을 때는 한 번에 8명을 불러 하루 4∼7시간의 특별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학폭 관련법 설명 등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A 씨는 “학생이 많으니 집단 상담을 할 수밖에 없는데, 처음 보는 학생들 앞에서 속내를 터놓고 말하기 쉽지 않다. 시간만 때울 뿐 학생들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 효과 없는 특별교육 학폭 가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특별교육 수요는 늘고 있다. 2020학년도 1만7391건이던 특별교육 조치 대상 건수는 2022학년도엔 3만6079건에 달했다. 그러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선 “재발 방지 등 교육적 효과가 전혀 없다”며 “교육 대상과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폭 발생 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의 처분을 내린다. 특별교육은 이 중 비교적 중한 5호 처분(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이다. 이 밖에 2∼4호, 6∼8호 처분을 받았을 때도 부가 조치로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내린다. 4호 이상의 처분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대상이다. 교육청에서 주로 학폭 특별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위(Wee)센터’다. 개별 학교에서 다루기 힘든 부적응, 정서 위기 등의 학생을 진단, 상담, 치료하는 곳이다. 하지만 전국 206개(일반형 기준) 위센터에서 특별교육 대상자를 모두 담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시도교육청은 외부 상담 기관과 연계해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담 인력 부족으로 전문성 있는 교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수도권의 한 고교 교사는 “외부 기관 중에는 아동 문제나 가정폭력 전문 상담소 등 고등학생 대상 학폭 상담이 어려운 기관도 있다”고 말했다. 외부 상담 기관에 가는 것을 거부하거나, 처분받은 교육 시간이 짧은 학생은 주로 학교에서 특별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교내 특별교육은 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기준 전국 1만1794개 초중고교 중 학폭 교육 등을 담당할 전문 상담교사가 배치된 곳은 41.8%에 불과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생활지도 담당 교사는 “마땅한 특별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학폭 가해 학생에게) 교내 청소를 시키거나, 상담실에 앉혀 놓고 동영상 시청, 자율학습을 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폭 유형별 맞춤형 교육 필요”일선 학교에선 정부가 최근 교권 보호 대책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특별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부실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를 통과한 교원지위법 등에 따르면 교권 침해로 특별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기존의 전학 조치 학생에서 출석정지와 학급교체 처분 학생까지 확대된다. 교권 침해 학부모도 특별교육 조치가 가능해지도록 했다. 황수진 교사노동조합연맹 부대변인은 “특별교육 이수 기관이 부족하니, 학교에서 시간만 보내고 교육청엔 이수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교권 침해 가해자 특별교육도 학교와 교사 부담만 늘어날 뿐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별교육의 실효성을 높여 재발 우려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완 인천 인하대사범대부속중 교감은 “아이들은 몇 시간 교육으로 절대 바뀌지 않는다. 교사 및 부모와 함께 진행하는 합숙형 프로그램 등 아이들의 결핍된 부분을 다룰 수 있는 심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폭 전문 한아름 변호사는 “최근 학폭은 괴롭힘의 방식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학폭 유형별 맞춤형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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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추석엔 친환경까지 챙긴 ‘착한 선물’ 어떠세요

    추석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환경을 고려한 친환경 포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대 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SK가 설립한 구매 서비스 회사인 행복나래는 최근 ‘사회적 기업과 함께하는 추석 명절 선물전’을 진행했다. 이번 선물전에는 사회적 기업, 예비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등 총 32곳이 참여해 한우, 곶감, 건어물, 건강식품 등 총 117종류의 상품을 판매했다. 판매 제품들은 모두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했다. 스티로폼 상자는 종이상자나 다회용 보랭 가방으로 바꿔 재활용률을 높였다. 플라스틱 완충재는 종이 완충재로, 환경오염 우려가 크고 재활용이 어려운 젤 아이스팩은 물 아이스팩으로 대체했다. 비닐 소재의 박스 테이프 대신 친환경 종이테이프를 사용했다. 종이로 된 제품 안내서 대신 휴대전화로 볼 수 있는 ‘e-설명서’를 도입해 종이 사용을 줄였다. 이번 행사는 친환경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들이 다수 참여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강 관리 제품을 개발하는 ‘블루레오’, 저소득 농가의 소득 증대에 힘쓰는 ‘화이통협동조합’,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알티스트’ 등이다. 제품 판매는 행복나래 온라인몰인 ‘스피드몰’과 행복나래가 11번가와 함께 운영하는 ‘소백(SOVAC)마켓’에서 진행했다. 소백마켓은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상품을 소개하는 사회적 가치 상품 전문몰이다. 행복나래 측은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며 전국 각지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과 함께 선물전을 준비했다”면서 “다음 세대들도 추석의 풍성함을 누릴 수 있도록 지구와 사회 전체를 위한 소비에 참여해주신 고객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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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모평 출제 현직교사 24명, 입시학원에 문제 팔았다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팔았다고 자진 신고한 교사 중 24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모의평가(모평) 출제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4명은 입시학원 등에 문제를 판 경력을 일부러 숨겼다. 2016년 이후 수능과 모평에 6차례나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사도 있었다. 교육부는 수능 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허술한 출제위원 관리로 수능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원에 문제 팔고 수능-모평 출제19일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 조사와 관련해 사교육 업체에서 돈을 받고 문제를 판 사실을 자진 신고한 교사 322명을 조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까지 자진 신고 교사는 297명이었는데 이후 25명이 추가됐다. 이번에 적발된 교사들 중 24명은 수능이나 모평에 출제위원(또는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20명은 출제에 참여한 이후 문제를 팔았고, 2명은 출제하기 전에, 나머지 2명은 출제 전후로 다 팔았다. 특히 이 중 4명은 사교육 업체와 사전에 거래한 사실을 ‘일부러’ 숨기고 출제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3명은 수능과 모평, 나머지 1명은 모평 출제에 참여했다. 교육부는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규정에 따르면 출제위원은 최근 3년 이내 △수능 관련 상업용 수험서 집필 △입시학원이나 영리 목적의 인터넷·방송 등에서 수능 강의를 한 경력이 없어야 한다. 수험생들이 유사한 문제를 사전에 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적발된 교사들은 수능 출제 경력을 내세워 자신의 ‘몸값’을 높였다. 경기의 한 사립고 수학 교사 A 씨는 2018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약 5년간 7곳의 대형 사교육 업체 및 부설연구소 모의고사 출제에 참여해 총 4억8526만 원을 받았다. 교육부는 적발된 교사들을 청탁금지법과 비밀유지 의무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수능, 모평 출제 교사들과 문항을 거래한 사교육 업체는 21곳으로 나타났다. 대형 입시업체와 유명 ‘일타 강사’도 있었다. 교육부는 이들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드러난 카르텔 “수능 공정성 훼손”수능과 모평을 출제한 현직 교사들이 거액을 받고 학원에 문제까지 팔았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1994학년도부터 이어진 수능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현재 수능 출제위원에는 교사와 교수가 각각 45 대 55 비율로 참여한다. 검토위원은 모두 교사다. 이들은 현장 교습 능력이나 모의평가 출제 경험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교사들이다. 이들이 학원과 결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출제위원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자진 신고하지 않은 교사들 수를 감안하면 실제 ‘사교육 카르텔’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9일 “이들이 학원에 판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수능에 그대로 출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500여 명의 출제 및 검토위원이 출제, 검토, 폐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특정 출제위원이 의도한 문제가 시험에 그대로 출제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주장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그동안 치러진 수능과 모평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발된 교사들이 만든 문제가 수능, 모평에 나왔는지를 교육부가 직접 추적하거나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부의 해명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사들이 학원에 제공한 문제가 일부 수험생들에게만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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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립니다]제37회 인촌상 수상자 발표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18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7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과학·기술 등 3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6∼8월 3개월간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2023년 제37회 인촌상 수상자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습니다. ▽교육=이대봉 서울예술학원 이사장·참빛그룹 회장 ▽언론·문화=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과학·기술=최순원 미국 MIT 물리학과 교수 인촌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도연)는 올해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 대해 5월 1일부터 후보자를 접수해 8월 말까지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3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인문·사회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동아일보와 경성방직을 설립하고 중앙학교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를 통해 인재를 양성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87년부터 인촌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시상식은 10월 11일 열릴 예정입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억 원과 메달을 각각 수여합니다.제37회 인촌상영광의 수상자들실력-인성 두루 갖춘 인재 육성…“세계적 예술인 배출이 나의 사명” 교육 이대봉 이사장 “사회를 발전시키면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무엇보다도 교육의 힘을 강조했던 인촌 김성수 선생의 깊은 뜻이 담긴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예고에서 만난 이대봉 서울예술학원 이사장(82·참빛그룹 회장)은 인촌상 수상 소감을 말한 뒤 한동안 교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습실부터 학생들의 공연 기회를 넓히기 위해 본관 옆에 지은 서울아트센터까지, 어느 하나 이 이사장의 애정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2010년 서울예술학원을 인수하기 전까지 이 이사장은 약 40년을 기업인으로 살았다.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시작으로 물류, 에너지,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베트남까지 진출해 성공한 기업인으로 평가받았다.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36년 전 학교폭력으로 셋째 아들 대웅 군을 떠나보내면서다. 서울예고 2학년으로 촉망받는 성악도였던 아들은 선배들에게 맞아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가해자에 대한 울분을 삭이고 또 삭이면서, 대신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1988년 만든 ‘이대웅음악장학회’가 시작이었다. 아들과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을 지원하기 위해 성악 콩쿠르를 개최하고, 유학비도 지원하고 있다. 음악도뿐 아니라 그룹이 진출한 중국의 독립운동가 자손, 베트남 소수민족 학생 등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올해까지 36년간 5만1000여 명에게 약 221억 원을 지원했다. 2010년엔 부실 운영으로 흔들리던 서울예술학원(서울예고, 예원학교) 재단을 인수했다. 아들은 떠났지만 아들이 사랑했던 학교가 더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학생들의 교육 환경부터 개선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학교들을 직접 둘러본 뒤 일반 예고에선 기대하기 힘들었던 연습실을 만들었다. 이 이사장은 “예술교육을 열심히 뒷받침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예술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떠나보낸 뒤 이 이사장은 “폭력과 예술은 공존할 수 없다”는 소신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신입생들은 입학 후 가장 먼저 학폭 예방 교육을 받는다. 밤늦게까지 연습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에게 이 이사장은 늘 운동을 강조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듭니다. 거기서 좋은 예술도 나온다고 믿습니다.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갖춘 예술인을 키워내고 싶습니다.”공적 194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진주농림고를 자퇴한 뒤, 부산과 서울에서 부두 하역, 탄피 수집, 물류 사업 등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설립해 계열사 17곳을 가진 참빛그룹으로 키웠다. 2010년 서울예술학원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사재 약 550억 원을 출연했다. 5월엔 서울예고에 1084석 규모의 공연장(도암홀)을 갖춘 서울아트센터를 개관했다. 학교 인수 후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발레리나 박세은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하며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서울예고를 국내 최고 예술 명문고로 키웠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매입 등 앞장… “문화 지키는 작은 씨앗 뿌릴 것” 언론·문화 김종규 이사장 “인촌 선생은 일제강점기 언론·교육·출판을 비롯해 우리의 문화를 지켜낸 수호자입니다. 선생의 뜻을 잇는 상을 여든이 넘은 제게 주신 까닭은 여생 동안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더욱 매진하라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의미겠지요.”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84)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인촌 선생이 뿌린 문화의 씨앗이 지금까지 이어져 숲을 이뤘듯 나 역시 문화를 지키는 작은 씨앗들을 뿌릴 것”이라고 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탠 회원들의 기금으로 문화유산을 지키는 특수법인이다. 김 이사장은 2007년 문화유산국민신탁 설립 당시 설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2009년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돈 받고 할 수는 없다”며 무보수로 일한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12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매입하는 등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해 왔다. 김 이사장은 “국가 예산으로 모든 문화유산을 지킬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민들이 보탠 돈이 우리 문화를 지켜 국격(國格)을 높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박물관·출판·미술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발로 뛰며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을 늘려 왔다. 2009년 취임 당시 약 300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1만6000여 명에 이른다. 김 이사장은 “내가 바꾼 것은 단 하나, 월 1만 원 넘는 돈은 후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뿐”이라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문화유산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돈보다 더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월 최고 후원금 액수를 1만 원으로 낮추자 회원 가입을 주저했던 이들이 선뜻 가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고려 현종 때 판각한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13’(국보)을 비롯해 10만 점이 넘는 고문헌 등 문화유산을 수집했으며, 1990년 국내 처음으로 출판·인쇄 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설립해 이를 지켜왔다. 삼성출판사에서 이사 및 회장(1964∼2005년)으로 일하면서도 돈을 모으는 족족 거금을 들여 고문헌을 사들였다. 주변에선 “새 책을 팔아 왜 헌 책을 사느냐”며 만류했지만 그는 뜻을 꺾지 않았다. “책을 팔아 돈을 벌었으니, 이를 사회에 환원하려면 역시 책과 문화로 해야겠지요.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우리가 힘이 없을 때 지키지 못했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공적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지키고 가꾸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헌신했다. “국력은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국격(國格)은 문화유산이 말해 주는 것으로 하루아침엔 안 된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문화유산 지킴이로 헌신해 왔다. 1990년 국내 최초 출판·인쇄 박물관인 삼성(三省)출판박물관 설립을 주도했다. 박물관은 초조대장경 등 국보를 비롯한 문화재 10만여 점을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12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대한제국공사관 매입에 나서, 1910년 일제가 강제 매각한 지 102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양자과학 분야 석학 주목… “순수과학자로서 실용부문 기여하고 싶어” 과학·기술 최순원 교수 “아직 주니어(교수)인데 영예로운 상을 주셔서 영광입니다. 상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고 저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해 많은 기여를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최순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 교수(36)는 “과학자로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큰 상을 받아 부담도 되지만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받고 2021년 MIT 교수로 부임한 최 교수는 양자과학 분야 석학으로 주목받는 세계적 인재로 꼽힌다. 양자시뮬레이션, 양자계측, 양자정보이론, 양자인공지능, 양자계산 및 알고리즘 개발 등 양자과학 전 분야에 걸친 연구 논문을 유력 학술지에 게재해 왔다.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 편수가 약 18편에 이른다. 최 교수는 특히 이론 물리학자로서 실험과 이론의 가교 역할을 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사 과정 중인 2017년 ‘시간 결정(Time Crystals)’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 네이처지 표지를 장식한 공동 연구도 이론과 실험의 융합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시간 결정은 공간 속의 ‘결정체’가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것처럼 시간에 따라 물질의 원자구조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변화하는 물질을 말한다. 최 교수는 “움직임은 에너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안정화해 동기화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다 안정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곧바로 연구제안서를 썼고, 동료였던 최준희 현 스탠퍼드대 교수가 실험으로 이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제안서 작성에서 첫 실험 데이터가 나오기까지 48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 교수는 올해 초 양자 시뮬레이터의 오류 검증 방식을 개발해 관련 논문이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각각 실렸다. 양자 시뮬레이터는 특정 물질의 양자역학적 현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장비다. 최 교수는 시뮬레이터에서 양자현상을 고안할 때 오류를 검증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교수는 “100년 전 트랜지스터 연구자에게 컴퓨터가 어디에 쓰일지 물었다면 ‘회계장부 작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정도로 답했을 것”이라며 “이미 양자과학은 컴퓨팅, 암호, 신약 등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있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미래를 바꿀 것이다. 순수 과학자로서 새롭게 자연을 이해하고 실용 부문에도 기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공적 최순원 교수는 양자시뮬레이션, 양자계측, 양자인공지능, 양자계산 및 알고리즘 개발 등 양자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최첨단 연구 결과를 낸 세계적인 석학이다. 다이아몬드 인공 원자를 활용해 양자시뮬레이션으로 시간 결정(Time Crystals)을 구현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양자 시뮬레이션이나 계산을 위해 중요한 ‘결맞음’이 깨지는 에러율을 효율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 최신 이론 개발과 동시에 이를 실험으로 구현하는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최 교수는 올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37회 인촌상 심사위원 ▽교육 △위원장 김경성 전 서울교대 총장 △위원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신종호 서울대 교수 ▽언론·문화 △위원장 김영석 연세대 명예교수 △위원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문학평론가, 최맹호 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한규섭 서울대 교수 ▽인문·사회 △위원장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 △위원 구범진 서울대 교수, 김영민 서울대 교수,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과학·기술 △위원장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 △위원 이긍원 고려대 교수, 천진우 연세대 교수,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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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교권 위기’ MZ교사 결집… 교사노조 조합원 2배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의 조합원이 올해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두 달 만에 43% 늘었다. 정치색이 강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이 최근 20년 새 9만 명대에서 4만여 명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교사노조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2030 젊은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실용주의, 교사 권익 신장을 지향하는 신생 노조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5만5708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13일 현재 11만6493명이다. 8개월 만에 6만785명(109%)이 급증한 것. 교사노조는 2016년 전교조의 운영에 비판적이었던 교사들이 전교조를 탈퇴한 뒤 설립한 서울교사노조가 전신이다. 2017년 12월 363명이 교사노조로 출범했고, 2021년엔 조합원이 4만5098명까지 늘어 전교조(4만3756명)를 추월했다. 현재는 전교조의 약 2.7배로 커진 셈이다. 각 단체가 밝힌 숫자로는 이전까지 국내 최대 교원단체였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10만4714명도 넘어섰다. 다만 중복 가입자, 교총의 교수 조합원 등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서이초 사건은 교사노조에 교사들이 몰리는 기폭제가 됐다. 설립부터 서이초 사건(7월 18일) 전까지 월평균 900여 명 수준이던 교사노조 신규 가입자는 사건 이후 월평균 1만7400여 명(1900%)으로 폭증했다. 서이초 사건 당일 8만1580명이었던 조합원은 9월 13일 현재 3만4913명(42.8%)이 늘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은 “정치적 색깔이 강한 전교조나, 교장과 교감 중심의 교총과 달리 교사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기대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교사들, 정치색 덜한 실용노조로 몰려… 2030이 66% 결집하는 MZ교사 초등교사 가입자 증가세 가팔라“교권보호 울타리 필요성 커진듯” 교사노조는 기존 교원단체와 달리 20대(27.8%)와 30대(38.2%) 조합원 비율이 총 3분의 2에 이른다. 교총, 전교조 등 다른 교원단체들이 40, 50대가 중심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서이초 사건 이후엔 초등교사 가입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교사노조 26개 연맹 중 하나인 초등교사노조 가입자는 서이초 사건 전 2만804명에서 이달 13일 기준 3만5007명으로 68.3% 급증했다. 초교는 상급 학교보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따른 교권 침해가 특히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도 높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 교사들은 노조에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혼란스러운 학교 현장을 경험하며 자신을 보호해 줄 울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화명초 차유라 교사(26)는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직위해제까지 당하는 동료 교사들을 보며 가입을 결심하게 됐다. 법률 자문이나 변호사 지원 등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사노조의 성장은 학교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치색이 강한 전교조는 소속 교사들이 “미국이 6·25전쟁을 유도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총에 많이 소속된 교장, 교감들은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사노조 소속 교사들은 정치색은 덜하고, 교사 권익을 중요시해 이런 논란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젊은 교사들은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수당 등 처우 문제부터 학교폭력 대응 부담 완화 등 실용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16일 재개되는 국회 앞 교사 집회에서도 교사노조는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공교롭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교조 집회도 열리면서 교사 집회가 정치적 집회나 반(反)정부 집회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초교 교사는 “두 달간 이어진 교사들의 집회가 국민과 정부의 공감을 받은 것은 정치 구호를 배제하고 법을 엄격히 지켰기 때문”이라며 “교사들 내부에서도 변질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9월 4일 서이초 교사의 49재 때도 교사노조는 정치적 구호나 반정부 투쟁을 엄격히 금지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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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호 “교권침해 상담 직통 전화 만들어 대응”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별도의 직통 전화번호 회선을 마련해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 사항에 대해 빠르게 도움을 요청하고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13일 말했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170개 교직 단체(산하 단체 포함)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도부교육감회의를 열고 교권 침해 상담을 위한 직통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경찰청에서 콜센터 형태로 운영 중인 학교폭력 신고 직통전화(117)와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뜻. 이 부총리는 “교사 개인이 아닌 기관에서 대응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는 유아교육법 등 ‘교권 회복 4법’을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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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통폐합 쉬워진다… 27년 만에 대학 운영 규제 완화

    대학 운영 관련 규제가 27년 만에 크게 완화된다.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려는 조치다. 교육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학 설립·운영 규정’ 일부 개정령안이 통과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규정은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할 때 충족해야 할 교지(땅), 교사(건물),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 기준을 정한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제정돼 이후 소폭 개정돼 왔지만, 신입생 감소 등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 법령은 대학 설립과 운영 기준을 분리했다. 설립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되 현재 운영 중인 대학에는 ‘교지’ 기준을 폐지해 ‘3대 요건’만 적용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건폐율과 용적률 등 건축법 관련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 교사 규정도 완화돼 자연과학 공학 예체능 의학계열의 경우 학생 1인당 교사 기준 면적이 기존 17∼20㎡에서 14㎡로 완화된다. 원격수업과 대학 간 공동수업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대학은 남는 땅이나 시설을 수익용으로 활용해 재정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일반대의 겸임·초빙교원 비율은 전체 교원의 5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확대된다. 첨단 분야 등 산업계 우수 인력을 대학이 더 적극적으로 끌어오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법인이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의 2.8% 이상만 대학에 지원하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된다. 대학 간 통폐합 시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하는 기준도 삭제됐다. ‘3대 기준’을 전년도 기준으로만 유지하면 정원 감축 없이 통폐합이 가능하다. 다수의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 법인을 분리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특정 학교가 재정난을 겪게 되면 같은 법인의 다른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대학의 이전과 캠퍼스 간 학생 정원 이동 조건도 완화돼 지역 여건에 맞춰 캠퍼스가 특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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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모평 기준으로 합격 예측… 진학사, 대입지원전략 서비스

    진학사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점수를 바탕으로 대입 지원 전략 등을 알려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진학닷컴을 통해 제공한다. 점수에 따른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의 유불리를 분석해 지원 전략을 제시하는 ‘수시·정시 진단 서비스’,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을 고려해 대학을 추천해 주는 ‘추천 대학 서비스’, 목표 대학과 학과의 지원 가능 여부를 분석해 주는 ‘모평 합격 예측 리포트’ 등이다. 합격 예측 서비스를 이용하며 포인트를 쌓으면 다양한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진학 포인트로 선물 뽑기’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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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일식 前고려대 총장 별세

    한국학 분야의 권위자이자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수제자였던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사진)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홍 전 총장은 동 대학원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6년부터 모교에서 문과대 교수로 교단에 섰고 민족문화연구소장, 고려대 제13대 총장, 중국 베이징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현대문학연구회장, 공동체의식개혁 국민운동협의회장,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사업회장,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았다. 한국 문화와 문학을 평생 연구하며 ‘한국전통문화시론’ ‘한국개화기의 문학사상연구’ ‘일제치하의 문화운동사’(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제1회 세종문화상(문화부문)을 수상하고, 대통령 표창·문화훈장 보관장·청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유족으로 딸 혜정 씨(서울 종로구보건소장), 아들 성걸(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성업(코프란 대표) 성구(경북대 사범대학장)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7시. 02-923-4442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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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모평, 국어 최대 8점 내려가고 수학 8점 올라

    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분석 결과 ‘쉬웠다’는 평가가 나온 수학은 평균 점수가 올라갔고, 어렵게 나온 국어는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배제된 이번 시험은 국어의 경우 지문은 쉬워졌지만 선택지가 어렵게 출제됐다. 7일 EBS와 입시기관 등에 따르면 원점수 기준 국어 영역 1등급 구분점수(커트라인)는 선택 과목에 따라 ‘화법과 작문’ 90점, ‘언어와 매체’ 86∼88점으로 전망됐다. 올 6월 모의평가(6모)보다 각각 8점, 5∼7점 내려갔다. ‘불수능’(어려운 수능)을 넘어 ‘용암수능’(매우 어려운 수능)이라 불렸던 2022학년도 수능(86점, 84점)에 가깝다. 수학 1등급 커트라인은 ‘확률과 통계’ 90∼93점, ‘미적분’ 87∼88점, ‘기하’ 90점으로 전망됐다. 각각 6모보다 1∼4점, 7∼8점, 8점 올랐다. EBS와 진학사는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을 국어 141∼142점, 수학 142∼143점으로 전망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를 일정한 수식을 거쳐 상대평가에 맞게 바꾼 점수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을수록 시험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수학(145점)이 국어(134점)에 비해 11점이나 높았다. 수학이 국어보다 매우 어려웠다는 것이다. 6모에서는 차이가 15점에 달했다.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 편차는 꽤 컸을 것으로 보인다. EBS의 온라인 설문에서 응답자 2743명 중 50.2%가 ‘매우 어려웠다’고 답했다. ‘약간 어려웠다’는 35.9%, ‘보통이다’ 9.4%, ‘쉬웠다’는 4.5%였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국어와 수학 난도 차는 현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킬러 문항이 사라진 만큼 최상위권은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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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모평, 킬러문항 없지만 국어-영어 어려웠다”

    6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는 “교과 과정 밖의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확실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모의평가 난이도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지 84일 만이다. 킬러 문항이 없으면 ‘물수능(쉬운 수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날 교사들과 사교육 업체들은 “변별력도 있게 출제돼 까다로웠다”고 평가했다. 이번 모의평가는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첫 한국교육과정평가원(수능출제기관) 주관 시험이라 관심이 컸다. 윤 대통령이 ‘지나치게 어렵다’고 지적했던 국어 영역 독서 과목의 경우 배경지식이 필요하거나 과도한 개념이 많이 들어간 지문이 이번 9월 모의평가에는 없었다. 출제 경향을 분석한 김성길 인천 영흥고 교사는 수험생이 어렵게 느끼는 과학·기술 지문에 대해 “EBS 교재에서 다룬 ‘압전 효과와 초정밀 저울’에 관한 내용이었고, 배경지식이 없어도 지문에 충분히 정보가 제공돼 킬러 문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수학 영역은 EBS 모의고사 교재에서 숫자만 바뀐 문항이 나오는 등 다소 쉬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수열을 다룬 12번 문항은 EBS 모의고사와 숫자만 달랐다. 종로학원은 “수학에서 EBS 문제가 똑같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6월에 킬러 문항 예시로 제시했던 ‘세 가지 이상의 수학 개념이 결합’하거나 ‘대학 수준 개념’을 알아야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없었다. 영어 영역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거나 한국어로 번역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지문이 배제됐다. 김보라 서울 삼각산고 교사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지가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함정으로 기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험은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국어, 영어는 다소 어렵고 수학은 다소 쉬웠다. 6월에 수학이 최근 8년 사이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평가원이 이번에 난이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국어, 영어는 다소 어렵고 수학은 유사했다.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는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질문과 선택지가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킬러 문항이 확실히 배제됐기에 수능 때 N수생은 더욱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 원서 접수가 이달 8일까지인데 이날 모의평가 뒤 “나도 도전해보겠다”는 대학생이 많았다. N수생은 재학생보다 수능에 유리하므로, 올해 대입에서는 최상위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모의평가 성적은 다음 달 5일 통지된다.“대학수준 지문 사라진 9월모평, 질문 까다로워 변별력은 확보” [9월 수능 모의평가]“국어, 정답률 60%미만 문항6월모평 5개서 12개로 늘어”영어 1등급 비율 낮아질 듯6일 시행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킬러 문항’을 배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교육부가 올해 수능부터 도입하기로 한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이번 모의평가 출제 단계에서 시범 운영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장 교사들로 구성된 점검위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이 있는지만 체크해 핀셋처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문제지 인쇄 전에 점검위가 킬러 문항이 있는지를 검토해 의견을 줬고 출제진이 이를 반영해 수정했다”고 말했다.● 선택지 까다로워 체감 난도 높아 이번 모의평가는 EBS 체감 연계율이 크게 높아진 게 특징이다. EBS 연계율은 50%로 지난해 수능 및 올해 6월 모의평가와 같다. 하지만 예전에는 EBS 교재에서 다룬 지문, 문제, 개념을 변형해 출제됐다면 이번에는 유사도를 높였다. ‘킬러 문항을 준킬러 문항이 대체할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질문과 선택지가 어려워졌을 뿐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없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어 영역은 특히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독서 영역의 모든 지문이 EBS 수능 특강 및 교재와 연계됐다. 8∼11번 ‘압전효과’ 관련 문제는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과학·기술 지문이지만 EBS 수능특강 과학기술 부문에서 주요 개념이 다 나왔다. 문학 영역은 “제시문 길이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 수험생의 부담감이 줄었을 것”(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선택지는 까다로웠다. 최서희 서울 중동고 교사는 선택지에서 정답과 오답을 판단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요소가 많아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험생의 체감 난도는 높았다. 종로학원은 국어 영역의 표본조사 결과 정답률 60% 미만인 문항이 6월 모의평가 때는 5개였지만 이번에는 12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수학은 최상위권 변별력 낮아질 듯 수학은 6월 모의평가에 비해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확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은 국어와 만점 격차가 15점까지 벌어질 정도로 ‘불수학’이었다. 종로학원은 표본조사에서 선택과목 ‘미분과 적분’은 6월 모의평가 대비 원점수 평균이 4.4점, ‘기하’ 5.2점, ‘확률과 통계’ 3.0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지금까지는 교과 몇 단원의 전체 그림을 알고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한 단원 개념만 알아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고 말했다. 종로학원 표본조사에서는 정답률 60% 미만 문항 수가 6월 모의평가와 동일하게 10개로 나왔다. 중상위권의 변별력은 확보됐지만 수학 영역 만점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 영어, 등급 하락 수험생 많을 듯 영어 영역은 EBS에서 봤던 지문이나 소재인데도 수험생들이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보라 서울 삼각산고 교사는 “지문을 끝까지 읽어야 풀 수 있는 문제, 선택지들의 오답 매력도가 높은 문제가 출제됐다”며 “전문 지식이 없으면 해석해도 이해가 안 되는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쉽게 출제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로학원은 표본조사에서 영어 영역 원점수 평균이 6월 모의평가보다 2.2점 하락했다고 밝혔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6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 비율이 7.6%로 2023학년도 수능(7.8%) 때와 유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등급 비율이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세종=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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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수능 ‘수학 쉽게, 국어 어렵게’ 기조 이어질 듯”

    “수험생들이 포기할 만한 문항은 없다.” EBS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영역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6일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출제 경향을 브리핑하면서 수험생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른바 ‘킬러(초고난도) 문항’을 풀기도 전에 지레 포기해 버리는 과거의 수능 준비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였다. 심 교사는 “교육 과정에 충실하고 EBS 교재 연계 문항을 충분히 공부하면 풀 수 있는 문항이 앞으로 수능에 출제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11월 16일 치러지는 수능도 전 영역에서 ‘킬러 문항 배제’ 원칙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험생을 당혹스럽게 하는 새로운 유형 문항이나 교육 과정 밖의 풀이법이 필요한 킬러 문항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교육부는 9월 모평에서 국영수 세 영역에 가동한 공정수능출제점검위원회를 수능에선 전 영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EBS 연계 문제도 단순히 소재나 개념 활용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게 변주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모의평가처럼 ‘수학은 쉽게, 국어는 어렵게’ 기조가 수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두 과목의 표준점수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학 점수에 입시가 지나치게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수능의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34점, 수학 145점으로 격차가 11점에 달했다.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우면 최고점이 올라간다.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이후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들이 문과생보다 입시에서 유리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수학의 경우 고난도 문항 한두 문제를 조정해 난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상위권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에 따라 상위권의 변별력이 너무 낮다는 얘기가 나오면 고난도 문항이 수학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올해 N수생 17만명 육박… 비중 역대 최대 예상 의대-상위권大 경쟁 치열해질 듯“재학생 불리… 수시 보수적 지원을”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졸업생이 많아지면 성적에서 밀려날까 걱정이에요.” 6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나온 서울 강서구의 한 고3 수험생은 이렇게 말했다. 수능을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 실전연습 기회였던 이번 모의평가에서 ‘킬러(초고난도) 문항’은 나오지 않았다. 수능이 쉬워지면 재수 이상 ‘N수생’들이 대거 응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수학은 최상위권 변별도가 떨어져 올해 수능에서 의대나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을 노리는 학생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까다로운 문제가 다수 출제된 국어나 영어와 달리 다소 쉬운 기조인 수학에서는 최상위권 동점자가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 고득점에 자신감을 얻은 N수생이 늘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 재수생은 “이번 모의평가 출제 기조가 대체로 수능까지 이어질 것 같다”며 “수학이 쉬워지면 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졸업생(검정고시생 포함)은 10만4377명(21.9%)으로 관련 통계가 공시된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종로학원은 올해 재수 이상 N수생 비중이 전체 수험생의 34%대(약 16만75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N수생이 늘면 재학생에게는 불리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수험생이 많아지면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등수가 확 밀려나기 때문”이라며 “재학생은 변별력이 있는 과목 학습에 더 신경쓰고, 수시 지원을 할 때도 보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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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 바뀌어도 학부모 신고땐 조사받아야”… 교사들 우려 여전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2학기가 시작됐어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인과 동료 교사들이 느끼는 무력감을 토로했다.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각종 대책이 발표되고 시행됐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 학부모를 마주하기 두렵다는 반응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신뢰하기 어렵다는 정서도 깔려 있었다. 한 교사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통해 사망한 동료 교사를 추모하겠다는데 교육부가 맨 처음 꺼낸 이야기는 ‘징계’였다. 이런 교육부를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 문제는 실효성…“신고 자체 못 막아”앞서 1일부터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시행됐지만 많은 교사들은 “학교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황수진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여야가 논의 중인 법안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범죄 면책권을 주고 있지만, 법이 통과돼도 교사가 학부모에게 신고당하는 것 자체를 막아주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에겐 지방자치단체의 조사나 경찰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라는 뜻이다. 한 교사는 “설령 내가 떳떳하다고 해도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수업 방해 학생의 분리 조치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교육부 고시는 구체적인 분리 장소, 학습지원 방안 등 세부 지침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서이초 사건 후 자발적으로 구성된 ‘현장교사 정책 태스크포스(TF)’는 30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어떤 수준의 교권 침해일 때 학생을 즉시 분리할 수 있는지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연 경기 화성시 반송초 교사는 “과밀 학급인 학교에선 학생을 분리할 공간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학교별로 운영하겠다고 한 ‘민원대응팀’도 제대로 작동할지 미지수다. 학부모의 민원을 교사 대신 교감과 행정실장 등이 일차적으로 걸러내겠다는 것인데, 현장에선 “민원 업무를 분담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초교 교감은 “정부 대책에는 인력, 예산 지원이 빠져 있다. 기존 자원만으로 교권을 강화하자는 뜻인데 결국 학교와 교사들에게 모든 걸 떠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교사-학부모 “교육부가 혼란 키워” 4일 진행된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 번복을 두고도 교사들은 교육부를 비판했다. 인천의 한 초교 교사는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겁주던 교육부가 막상 집회에 수십만 명이 모이고, 49재에 교사들이 대거 거리로 나오자 눈치를 보며 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교육부의 경직된 태도가 학교 혼란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경기 하남시에서 초등생 자녀를 키우는 윤모 씨는 “상처 입은 교사들을 위해 교육부가 미리 휴업을 허용했으면 학부모들도 미리 연차를 쓰는 등 대비를 했을 것”이라며 “사태를 봉합해야 할 교육부가 혼란을 더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매주 1회 현장 교사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한 교사는 “교사들을 들러리 세우는 자리인데, 장관을 왜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경기도의 20년 차 초교 교사는 “정치 구호도 없이 자발적으로 모여 위로하고 추모하겠다는 교사들을 교육부는 범법자 취급했다”며 “이제 와서 장관이 사과도 없이 시혜 베푸는 듯 징계하지 않겠다고 하니 교사들은 더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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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선택’ 용인 교사, 학부모 요청에 감사 받았다

    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등학교 교사가 수업 중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교육 당국의 감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사는 주변에 “34년 교직 생활의 자긍심이 무너졌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4일 경기도교육청과 유족 등에 따르면 전날 숨진 채 발견된 A 씨는 정년을 1년 남기고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 6월 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눈을 맞아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피해 학생 학부모는 관할 교육청에 A 씨에 대한 감사와 징계를 요청해 감사가 진행 중이었다. 또 학부모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날 A 씨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은 “최근 학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자주 했다. 34년 교직생활의 자긍심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다”며 “경찰 조사도 받아야 한다는 것에 충격이 많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A 씨 휴대전화의 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31일 전북 군산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초등학교 교사 B 씨가 과도한 업무 때문에 “이렇게 학교 생활이 힘든 건 처음”이라며 주변에 하소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4일 전북교사노조에 따르면 숨진 B 씨는 6학년 담임 업무 외에도 방과후, 돌봄, 정보기술(IT), 생활, 현장 체험학습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B 씨가 맡은 업무량은 일반 학교에서 교사 5명이 맡는 정도”라며 “소규모 학교이긴 했지만 업무량이 과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 씨는 올 6월 동료 교사에게 “나름으로 10년을 했는데 이렇게 학교생활 힘들게 하긴 처음이다”, “내 인생에서 학교 일은 열에 하나둘이었는데 지금은 여섯, 일곱이 돼버렸다”며 업무 과중을 호소했다고 한다. 역시 지난달 31일 숨진 서울 양천구의 초등교사 C 씨가 학생 생활지도로 고충을 겪었다는 학부모 주장도 나왔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C 씨가 맡은 학급에서 한 학생이 의자를 들고 친구를 위협하거나 친구를 폭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한편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을 선언한 4일 제주도교육청 간부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제주 서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7분경 서귀포시 법환동 포구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제주도교육청 D 과장(57)이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D 과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군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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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공백에… 등교하자마자 하교 통보, 교장까지 합반수업 맡아

    4일 경기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갓 등교를 마친 오전 9시경 학부모들에게 단축 수업을 알리는 긴급 문자를 보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어려워 전교생이 일괄 낮 12시 30분에 하교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학교는 담임 교사의 70% 이상이 출근하지 않아 여러 반을 합쳐 수업하는 등 정상 운영이 어려웠다. 소식을 들은 일부 학부모는 1교시 후 자녀를 데리고 귀가했다. 맞벌이 탓에 일찍 하교한 자녀를 돌볼 수 없는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학부모 김모 씨(42)는 “친정어머니께 2시간만 아이를 봐달라고 급히 부탁했다”고 말했다.● 단축 수업, 합반… 퇴직 교사까지 투입 교육부가 이날 학교장의 재량 휴업을 막으면서, 전국의 휴업 초교는 38개교로 3일 집계(32개교) 대비 많이 늘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병가나 연가를 내고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면서 수업은 파행이 불가피했다. 인천과 부산은 전체 유치원 및 초중고교, 특수교사 중 각각 2255명, 1820명이 병가나 연가로 결근했다. 대구도 1300여 명이 동참했다. 서울도 전체 초등 교원 약 2만7000명 중 절반 이상이 병가나 연가를 낸 것으로 시교육청은 파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는 교장 등 관리자급 교원 외엔 거의 출근하지 않은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정확한 결근 교원 수는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임시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대체한 학교도 많았다. 서울의 한 초교는 전체 23학급 중 16학급의 담임 교사가 출근하지 않았다. 학년별로 두세 학급을 합반하고, 교장과 교감, 외부 예체능 강사까지 투입해 수업을 진행했다. 서울의 한 초교 교감은 “정년 퇴임한 선생님께도 연락해 하루만 합반 교실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교사 공백을 일찌감치 파악한 일부 학교는 연극 관람, 컴퓨터 코딩 수업, 진로 탐색 교육 등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하지만 당일 아침에야 교사들의 병가를 확인한 곳은 동영상 시청이나 자습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대체 인력이 부족해 교사 1명이 7개 반을 맡은 학교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소속 직원 850여 명을 관내 학교에 파견해 생활지도, 등하교 안전 지도를 지원했다.● “교사들에게 힘 실어줘야” vs “학습권 침해는 과해”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으며 교사들을 지지했다. 인천의 한 초교 1학년 담임 교사는 “학생 26명 중 22명이 미리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교사들의 뜻을 헤아리고 응원해주는 학부모가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에서 초등생 자녀 둘을 키우는 강모 씨는 “교권이 더 추락하면 내 아이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들다는 생각에 하루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우회 파업’ 참여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갑작스레 학사 일정 변경을 통보받은 학부모들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충북 충주시에 사는 윤모 씨(44)는 “담임 교사가 파업에 참여해 오전에만 1∼3학년 통합 수업을 했다”며 “회사를 빠질 수가 없어 대학생인 큰 애가 수업을 빠지고 동생을 돌봤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응원하지 않으면 ‘진상 학부모’로 취급받는 분위기에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생 학부모는 “교사들의 주장도 존중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학교를 비우는 것이 옳은 방법인지 의문”이라며 “학부모회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다른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재량 휴업에 대해 강경 방침을 밝힌 탓에 학교 휴업에서 교사들의 개인 병가, 연가로 방향을 바꾼 곳들이 많아 오히려 수업 차질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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