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원

사지원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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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편견을 허물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4g1@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인사일반22%
연극18%
문화 일반18%
문학/출판15%
사회일반9%
음악6%
검찰-법원판결3%
대통령3%
만화3%
무용3%
  • ‘K팝 1세대’ H.O.T. 6년 만에 완전체 무대 선다

    케이팝 1세대 간판 그룹 H.O.T.가 9월 6, 7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한터 음악 페스티벌(한음페)’에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나온다고 한터글로벌이 23일 밝혔다.H.O.T. 다섯 멤버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은 2019년 9월 서울 고척스카이돔 콘서트 이후 6년 만이다. 이들은 한음페에서 60분 이상 단독 공연 수준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공연 이튿날인 9월 7일은 데뷔 29주년 기념일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한터글로벌에 따르면 H.O.T.는 헤드라이너로서 무대에 올라 60분 이상 단독 공연 수준의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이들의 완전체 공연은 2019년 이후 약 6년 만인 데다가, 데뷔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터라 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9월 7일은 데뷔 29주년 기념일이자, 30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날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한터글로벌 측은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한국 음악의 역사와 함께해 온 K-POP 1세대 아티스트부터 5세대 아티스트의 스페셜 무대가 펼쳐진다”며 “처음 론칭하는 페스티벌인 만큼 K-POP의 시초이자 상징 같은 존재인 H.O.T.를 헤드라이너로 세우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고 밝혔다. H.O.T.를 시작으로 무대에 설 가수들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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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우즈 “동료 병사들이 사인 부탁할때 ‘뭔가 잘됐구나’ 느껴”

    최근 1년 가까이 음원 차트를 뜨겁게 달궜던 노래 ‘Drowning’(드라우닝)을 부른 가수 우즈(WOODZ·본명 조승연)가 최근 전역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발매한 자작곡 ‘Drowning’은 군 복무 중이던 지난해 말부터 ‘역주행’하며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우즈의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21일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으며, 9월 말 신곡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즈는 소속사를 통해 “(군 생활은)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Drowning’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저까지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제대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월 육군에 입대한 우즈는 육군사관학교 군악대에서 복무했다.‘Drowning’은 우즈가 2023년 4월에 발표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우리(OO-LI)’에 수록된 곡이다. 강렬한 베이스 사운드와 호소력 짙은 보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이란 비에 잠겨 서서히 죽어가는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표 때만 해도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곡은 지난해 10월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우즈가 군복 차림으로 부르는 영상이 방영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차트를 역주행하더니 올 5월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서클차트 상반기 결산에서도 디지털 차트와 스트리밍 차트 모두 정상에 올랐다. 우즈는 “전역 직전까지도 역주행이 잘 체감되지 않았다”며 “부대 안에서 간부나 다른 병사들이 말을 걸어주거나 사인을 부탁할 때 ‘뭔가 잘되었구나’ 정도 느꼈다”고 했다. 또 “부대에 있으니 (활동을 하지 않아) ‘노래가 혼자 노를 젓고 있다’ ‘자율주행한다’는 댓글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우즈는 다음 달 일본 ‘서머소닉 2025’와 9월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등 대형 페스티벌에 잇따라 참가할 예정이다. 그는 “순위를 크게 생각하며 작업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막상 이런 순간을 마주하니 너무 행복했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음악, 더 좋은 활동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작업하겠다”고 전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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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복무중 뜬 ‘역주행 아이콘’ 우즈 “노래가 혼자 노 저은거죠”

    최근 1년 가까이 음원 차트를 뜨겁게 달궜던 노래 ‘Drowning(드라우닝)’을 부른 가수 우즈(WOODZ·본명 조승연)가 최근 전역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발매한 자작곡 ‘Drowning’은 군 복무 중이던 지난해 말부터 ‘역주행’하며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우즈의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21일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으며, 9월 말 신곡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즈는 소속사를 통해 “(군 생활은)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Drowning’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저까지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제대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월 육군에 입대한 우즈는 육군사관학교 군악대에서 복무했다.‘Drowning’은 우즈가 2023년 4월 발표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우리(OO-LI)’에 수록된 곡이다. 강렬한 베이스 사운드와 호소력 짙은 보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이란 비에 잠겨 서서히 죽어가는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표 때만 해도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곡은 지난해 10월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우즈가 군복 차림으로 부르는 영상이 방영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차트를 역주행하더니 올 5월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써클차트 상반기 결산에서도 디지털 차트와 스트리밍 차트 모두 정상에 올랐다.우즈는 “전역 직전까지도 역주행이 잘 체감되지 않았다”며 “부대 안에서 간부나 다른 병사들이 말을 걸어주거나 사인을 부탁할 때 ‘뭔가 잘 되었구나’ 정도는 느꼈다”고 했다. 또 “부대에 있으니 (활동을 하지 않아) ‘노래가 혼자 노를 젓고 있다’, ‘자율주행한다’는 댓글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우즈는 다음 달 일본 ‘서머소닉 2025’과 9월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등 대형 페스티벌에 잇따라 참가할 예정이다. 그는 “순위를 크게 생각하며 작업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막상 이런 순간을 마주하니 너무 행복했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음악, 더 좋은 활동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작업하겠다”고 전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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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 K팝 아이돌, BTS도 못가본 경지 올라”

    “애니메이션의 가상 K팝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들도 가보지 못한 경지(heights)까지 올라갔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적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케데헌 현상(phenomenon)’이 지니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조명했다. WSJ는 20일(현지 시간) ‘음악차트의 정점에 오른 K팝 밴드는 실제가 아니다’란 기사에서 “현재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K팝 그룹은 BTS(방탄소년단)가 아니라 케데헌의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스’란 가상 아이돌”라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사자 보이스’ 멤버로 노래를 부른 케빈 우는 최근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가 약 2000만 명에 이르렀다. 아이돌 ‘유키스’ 출신인 그는 케데헌이 나오기 전엔 청취자 수가 1만 명 정도였다. 케빈 우는 WSJ에 “가상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사람들이 나를 실제 K팝 아티스트로 알아보진 못하지만, 예술적 재능을 새롭게 재창조한 것과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케데헌의 성공이 ‘K팝의 가상 아이돌 시대’를 이끌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김석영 교수는 WSJ에 “K팝 기업들의 오랜 꿈이 실현됐다”며 “잠도 안 자고, 아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아이돌이 등장했다”고 평했다. 이어 “팬들이 인간이 아닌 아이돌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반면 K팝 프로듀서인 베니 차는 “실제 아티스트들이 지닌 예측 불가능성이나 화학 작용은 (가상 아이돌이)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다. 케데헌 영화음악(OST)은 발매 4주 차에도 여전히 음악차트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20일 미 빌보드 차트 예고에 따르면 해당 OST 앨범은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5위에 올랐다. 지난주 2위보단 살짝 떨어졌다. 빌보드는 “케데헌 OST는 이번 집계 기간에 전주보다 14% 오른 8만5000장에 해당하는 앨범 유닛(Album Units)을 기록했다”고 전했다.한편 케데헌이 화제를 모으자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의 ‘루미’ 역을 맡은 가수 이재(EJAE·본명 김은재·사진)가 원로 영화배우인 신영균 전 의원(국민의힘 상임고문) 외손녀인 사실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이재는 2011년 뉴욕대 재학 당시 한 지상파 아침 프로그램에 신 전 의원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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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동뮤지션’ 귀여운 소년서 ‘에로스’ 노래하는 솔로로…

    ‘악뮤(악동 뮤지션)’의 이찬혁이 솔로 가수로 돌아왔다. 14일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솔로 앨범 ‘에로스(EROS)’는 듀오와는 차별화된, 자기만의 색깔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겨운 ‘다리꼬지마’, ‘라면인건가’ 등을 부르던 악뮤의 귀여운 소년은 솔로 활동에선 상당히 진중한 행보를 보여준다. 그는 2022년 10월 첫 솔로 앨범 ‘에러(ERROR)’에서 ‘자신의 죽음’을 내밀하게 그려냈다. 이후 2년 9개월 만에 나온 이번 앨범은 더 나아가 ‘타인의 죽음’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담았다. 소중한 존재를 잃고 남겨진 이의 결핍과 그 속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그다운 방식으로 풀어냈단 의견이 나온다.● 이상적인 사랑이란 존재하는가 첫 트랙 ‘시니 시니(SINNY SINNY)’는 마치 소설의 프롤로그 같다. “Man who lived in Seoul city(서울에 살던 남자). 그는 우릴 떠났지.”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상실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뮤지컬과 가스펠 사이 어딘가를 연상시키는 풍성한 코러스가 이채롭다. 이어지는 곡 ‘돌아버렸어’는 레트로한 신스 멜로디에 “다들 내가 춤을 추는 줄 알지만… 그냥 돌아버렸어”라는 기묘한 가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타이틀곡 ‘비비드라라러브’는 이번 앨범의 주제 의식이 가장 잘 집약돼 있다. ‘진실하고 이상적인 사랑이 실재하는가’라고 묻는 나직한 노랫말과, 무거운 스트링에 어울리는 보컬이 어우러지며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뮤직비디오가 놀랍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우는 사람들, 꽃에 둘러싸여 춤추는 여성 등 비일상적인 이미지가 디스토피아적 영상미를 구현했다. 4번 트랙 ‘티비쇼(TV Show)’에선 이러한 상실감이 ‘화면 속의 가식적 자아’에 대한 자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토크쇼 배경음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가 허탈한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어지는 ‘멸종위기사랑’은 달콤한 멜로디와는 달리 냉소적인 메시지가 귀를 사로잡는다.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사랑. 왔다네 정말로.” 하지만 사랑의 끝을 인류의 위기로 격상시킨 이찬혁의 시도에선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결핍을 인정하면 보이는 세상 앨범 후반부로 접어들면 몽환적인 정서가 짙어진다. 뉴 잭 스윙의 경쾌함을 입힌 ‘이브(Eve)’는 “두 쪽이 나도 하늘이 우릴 가를 수 없는” 사랑을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어지는 ‘앤드루(Andrew)’는 차분한 멜로디로 내면의 고백을 담아낸다. 사람들을 꼬리 잘린 새에 비유한 듯한 ‘꼬리’는 종결 직전의 여운을 극대화한다. 꼬리 없는 새가 길을 찾지 못하고 맴돌듯, 사랑이란 방향성을 잃어버린 우리가 가질 혼란스러움을 묘사한 듯하다. 앨범은 보코더(vocoder)를 활용한 기계음이 두드러지는 곡 ‘빛나는 세상’으로 마무리한다. “빛나는 세상은 오지 않겠지만 그런 걸 바라는 우린 빛이 날 거야”란 가사는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위로로 다가온다. 사랑을 의심하고, 조롱하고, 갈구하던 그는 결국 사랑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야 만다. 이로써 앨범 ‘에로스’는 모자람을 받아들여도 그 자체로 조화와 빛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표현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앨범에 대해 “신스팝 위주로 채워졌던 1집에 비해 음악적 일관성은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찬혁의 성장과 넓어진 스펙트럼이 인상적”이라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와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듯한 그가 보여줄 앞으로의 음악적 디스코그래피가 더욱 궁금해진다”고 평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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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뮤 이찬혁 ‘에로스’…결핍 속에서 묻는 이상적인 사랑

    ‘악뮤(악동 뮤지션)’의 이찬혁이 솔로 가수로 돌아왔다. 14일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솔로 앨범 ‘에로스(EROS·14일 발매)’는 듀오와는 차별화된, 자기만의 색깔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흥겨운 ‘다리꼬지마’, ‘라면인건가’ 등을 부르던 악뮤의 귀여운 소년은 솔로 활동에선 상당히 진중한 행보를 보여준다. 그는 2022년 10월 첫 솔로 앨범 ‘에러(ERROR)’에서도 ‘자신의 죽음’을 내밀하게 그려냈다. 이후 2년 9개월 만에 이번 앨범은 더 나아가 ‘타인의 죽음’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담았다. 소중한 존재를 잃고 남겨진 이의 결핍과 그 속에서 시작되는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그다운 방식으로 풀어냈단 의견이 나온다.● 이상적인 사랑이란 존재하는가첫 트랙 ‘시니 시니(SINNY SINNY)’는 마치 소설의 프롤로그 같다. “Man who lived in Seoul city(서울에 살던 남자). 그는 우릴 떠났지.”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상실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뮤지컬과 가스펠 사이 어딘가를 연상시키는 풍성한 코러스가 이채롭다. 이어지는 곡 ‘돌아버렸어’는 레트로한 신스 멜로디에 “다들 내가 춤을 추는 줄 알지만 그냥 돌아버렸다”라는 기묘한 가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타이틀곡 ‘비비드 라라 러브’는 이번 앨범의 주제 의식이 가장 잘 집약돼 있다. “진실하고 이상적인 사랑이 실재하는가”라고 묻는 나직한 노랫말과, 무거운 스트링에 어울리는 보컬이 어우러지며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뮤직비디오가 놀랍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우는 사람들, 꽃에 둘러싸여 춤추는 여성 등 비일상적인 이미지가 디스토피아적 영상미를 구현했다.4번 트랙 ‘티비쇼(TV Show)’에선 이러한 상실감이 ‘화면 속의 가식적 자아’에 대한 자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토크쇼 배경음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가 허탈한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어지는 ‘멸종위기사랑’은 달콤한 멜로디와는 달리 냉소적인 메시지가 귀를 사로잡는다.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사랑. 왔다네 정말로.” 하지만 사랑의 끝을 인류의 위기로 격상시킨 이찬혁의 시도에선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결핍을 인정하면 보이는 세상앨범 후반부로 접어들면 몽환적인 정서가 짙어진다. 뉴 잭 스윙의 경쾌함을 입힌 ‘이브(Eve)’는 “두 쪽이 나도 하늘이 우릴 가를 수 없는” 사랑을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어지는 ‘앤드류(Andrew)’는 차분한 멜로디로 내면의 고백을 담아낸다. 사람들을 꼬리 잘린 새에 비유한 듯한 ‘꼬리’는 종결 직전의 여운을 극대화한다. 꼬리 없는 새가 길을 찾지 못하고 맴돌듯, 사랑이란 방향성을 잃어버린 우리가 가질 혼란스러움을 묘사한 듯하다.앨범은 보코더(vocoder)를 활용한 기계음이 두드러지는 곡 ‘빛나는 세상’으로 마무리한다. “빛나는 세상은 오지 않겠지만 그런 걸 바라는 우린 빛이 날 거야”란 가사는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위로로 다가온다. 사랑을 의심하고, 조롱하고, 갈구하던 그는 결국 사랑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야 만다. 이로써 앨범 ‘에로스’는 모자람을 받아들여도 그 자체로 조화와 빛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표현했다.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앨범에 대해 “신스팝 위주로 채워졌던 1집에 비해 음악적 일관성은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찬혁의 성장과 넓어진 스펙트럼이 인상적”이라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와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듯한 그가 보여줄 앞으로의 음악적 디스코그래피가 더욱 궁금해진다”고 평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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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데헌, 늙지 않는 아이돌이라는 K팝의 오랜 꿈”

    “가상 아이돌 밴드가 인간 아이돌이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정점에 올랐다.”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 시간) ‘K팝에서 가장 큰 이름은 BTS가 아니다. 넷플릭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적인 인기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전곡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등 실제 아이돌보다 인기 있는 현상을 조명한 것이다.WSJ에 따르면 케데헌 속 보이그룹 ‘사자 보이스’의 멤버 ‘미스터리’의 보컬을 맡은 케빈 우의 최근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는 약 2000만 명에 달한다. K팝 보이그룹 유키스 출신인 그는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기 이전까지만 해도 청취자 수가 1만 명에 그쳤다. 케빈 우는 WSJ에 “가상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면서 “사람들이 나를 케빈 우나 K팝 아티스트로 알아보진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미스터리는) 내 예술적 재능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과 같다”며 가상 캐릭터가 유키스 시절이나 공연 활동보다 더 빛을 발하더라도 상관 없다는 뜻을 전했다.또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K팝을 연구하는 김석영 교수는 “케데헌의 성공은 팬들이 인간이 아닌 아이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모방작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K팝 기업들의 오랜 꿈”이라며 “잠도 안 자고, 아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아이돌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K팝 프로듀서 겸 작곡가인 베니 차는 “진짜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연약함과 화학 작용, 예측 불가능성은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라며 여전한 인간 아티스트의 역할을 강조했다.6월 20일 개봉한 케데헌은 공개 직후 전세계 40개국 이상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OST 앨범은 미국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발매 4주차에도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앨범은 발매 첫 주 8위로 진입해 둘째 주 3위, 셋째 주 2위로 자체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케데헌 OST는 이번 집계 기간에 전주보다 14% 많은 8만5000장에 해당하는 앨범 유닛(Album Units)을 기록했고, 스트리밍 횟수는 1억953만 회에 달했다. 빌보드는 “이는 2022년 3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OST가 ‘빌보드 200’에서 7주째 1위에 오르며 1억1467만 회를 기록한 이래 가장 많은 스트리밍 수치”라고 전했다.케데헌은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인 멜론의 ‘톱 100’ 차트에서도 ‘골든(Golden)’으로 1위, ‘소다팝(Soda Pop)’으로 2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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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반구대 암각화, 폭우로 2년 만에 물에 잠겨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가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일주일 만에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잠겼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울주군 사연댐 수위는 19일 오전 5시 53m를 넘었고, 오후 1시경 57m에 이르렀다. 20일엔 59m에 육박했다. 가로세로 8X4.5m 크기인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침수가 시작된다. 57m 이상 되면 거의 물에 잠긴다.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된 건 2023년 8월 이후 약 2년 만이나, 2014년부터 10년간을 따져보면 해마다 평균 38일은 물에 잠기고 있다. 이에 댐 수위 조절을 위해 수문 3개를 설치할 방침이지만 예상 완공 시점은 2029년 말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20일 오전까지 전국에서 국가유산 8건이 피해를 입었다. 경남 산청군에 있는 국가유산 보물 ‘산청 율곡사 대웅전’은 건물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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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구대 암각화’도 불어난 강물에 잠겼다…매년 평균 38일 수몰

    울산 울주군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가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일주일 만에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잠겼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울주군 사연댐 수위는 19일 오전 5시 53m를 넘었고, 오후 1시경 57m에 이르렀다. 20일엔 59m에 육박했다. 가로세로 8X4.5m 크기인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침수가 시작된다. 57m 이상 되면 거의 물에 잠긴다.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된 건 2023년 8월 이후 약 2년 만이나, 2014년부터 10년 간을 따져보면 해마다 평균 38일은 물에 잠기고 있다. 이에 댐 수위 조절을 위해 수문 3개를 설치할 방침이지만 예상 완공 시점은 2029년 말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20일 오전까지 전국에서 국가유산 8건이 피해를 입었다. 경남 산청군에 있는 국가 유산 보물 ‘산청 율곡사 대웅전’은 건물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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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생각하는 법 배우는 컴퓨터’ 초등생 때 꿈꾼 올트먼

    “오늘 챗GPT를 출시합니다. 다음 주소에서 채팅해 보세요. chat.openai.com.” 2022년 11월 30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트위터에 남긴 이 짧은 문장이 이후 세계를 뒤흔드는 광풍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챗GPT의 등장은 본격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의 막을 여는 열쇠였다. 출시 3개월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확보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의 일상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동시에 AI 윤리 및 과의존 문제 등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고민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트먼은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가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오늘날 빅테크 업계의 중심 인물이 된 올트먼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챗GPT4가 공개된 2023년 3월 올트먼을 처음 만나 오픈AI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이후 올트먼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 멘토, 경쟁자, 투자자 등 25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올트먼을 “속도를 중시하고 위험을 좋아하는 영리한 거래 해결사”로 묘사한다. 올트먼은 마냥 코딩 개발에만 몰두하는 ‘너드남’과도, 어느 타이밍에 기행을 저지를지 몰라 마음을 졸이게 하는 ‘괴팍한 천재’와도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 올트먼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유명 투자자 폴 그레이엄이 그에 대해 남긴 말을 인용한다. “그 친구를 식인종이 우글거리는 섬에 낙하산으로 투하하고 5년 만에 가보면 왕 노릇을 하고 있을 게다.” 책은 올트먼의 어린 시절과 불우한 가족사, 실패한 첫 창업기와 오픈AI의 설립 과정 등을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올트먼은 어려서부터 비범함을 보였다. 초등학교 컴퓨터실에서 코딩을 하면서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래밍할 필요 없이 컴퓨터가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하면 어떨까”라고 상상했다. 대학생 땐 ‘AI’와 ‘원자력’ ‘교육’을 삶의 목표로 적어뒀다.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아버지로부턴 창의적인 거래 성사에 대한 열정을, 피부과 의사였던 어머니로부턴 치열한 노동 윤리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스탠퍼드대 재학 중 창업한 첫 스타트업 ‘루프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대신 실리콘밸리에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책은 올트먼을 순수한 이상주의자로만 묘사하진 않는다. 올트먼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를 이끌고 수천 개의 회사를 길러내며 협상에 능숙해졌다. 2015년 비영리 법인으로 출범한 오픈AI를 나중에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려다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AI의 윤리와 안전을 외치면서도 경쟁을 위해선 공격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2023년 11월 올트먼이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일시적으로 해임됐던 사태도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자세하게 담았다. 올트먼은 “지속적으로 소통에 솔직하지 않았다”며 해임됐지만, 직원 770명 가운데 700명이 올트먼을 지지하면서 불과 닷새 만에 복귀했다.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2018년 올트먼과 갈라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대립도 흥미롭다. AI를 ‘악령을 불러내는 일’로 표현한 머스크와 달리, 올트먼은 기술주의를 낙관하며 미래의 AI가 인간의 의지를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견지했다. 인류의 미래를 바꾼 기술 개발자의 탄생 과정을 잘 묘사했지만, 올트먼과의 교감이 강했던 때문인지 날카로운 비판보단 너그러운 이해가 더 두드러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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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기화되는 기억속 사랑 쌓기… 애틋한 사연에 관객 웃고 울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누적된 시간’이란 깊어가는 마음을 위한 필수조건이지 않을까. 함께 데이트하며 추억을 쌓고, 그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던 두 사람은 점차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중 한 사람의 기억이 매일 초기화된다면?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그 사랑은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개막한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바로 이 시간과 사랑에 대한 질문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일본 소설가 이치조 미사키(一条岬)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순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 ‘히노 마오리’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우려 거짓 고백을 한 소년 ‘가미야 도루’가 주인공. 가미야 역은 이준 윤소호 김인성이, 히노 역은 장민제 솔빈이 맡았다.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2022년 국내 개봉해 12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에서 선보인 일본 실사 영화의 최고 성적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한국 제작사 라이브러리컴퍼니와 유니버설라이브가 뮤지컬로 공동 제작해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황정은 작가와 이상훈 작곡가, 이대웅 연출이 제작에 참여했다. 가미야의 고백을 받아준 히노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건다. ‘학교에서 말 걸지 않기’, ‘연락은 최소한으로 하기’,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기’. 그렇게 시작된 가짜 연애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진짜 사랑으로 변해 간다. 순행성 기억상실증은 로맨스 장르에서 익숙한 설정이다. 그래서 너무 뻔하지만 더 쉽게 공감할 장점도 된다. 풋풋한 가미야의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은 웃음을 자아내고, 매일 사진 찍고 일기 쓰며 그를 기억하려 애쓰는 히노를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기억이 없기에 오히려 새롭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소년과 소녀. 공연을 보는 내내 웃었다 울었다 하며 몸에 변화가 생길까 봐 걱정하게 된다. 주변 ‘친구’들의 존재는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 가미야가 사라진 뒤 히노를 지키기 위해 기억을 지우려는 ‘와타야 이즈미’는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가미야를 괴롭히다 그의 진심에 감화된 ‘사에구사 겐토’ 역시 매력적이다. 낭만적이고 상큼한 넘버들도 하이틴 로맨스 정서와 잘 어울린다. 1부 마지막 곡 ‘너에게 달려가’는 가미야와 히노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벅차고 애틋한 감정을 잘 담아냈다. 모던 록과 포크, 발라드, 신스팝까지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듣는 재미를 더한다.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해 구현한 봄날의 벚꽃, 여름날 불꽃놀이, 푸른 수족관 등 무대 세트도 섬세하고 완성도가 높다. 다만 1부(85분)에 비해 러닝타임이 짧은 2부(45분)는 감정선이 섬세하지 않아 아쉽다. 황 작가는 “청소년이 극의 주축이지만, 사랑과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정말 이 뮤지컬처럼 결핍에서 시작된 사랑이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꿈은 꾸는 자의 몫일 뿐. 다음 달 24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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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셋되는 기억 속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K-뮤지컬로 만나는 ‘오세이사’

    사랑하는 이들에게 ‘누적된 시간’이란 깊어가는 마음을 위한 필수조건이지 않을까. 함께 데이트하며 추억을 쌓고, 그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던 두 사람은 점차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 중 한 사람의 기억이 매일 초기화된다면?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그 사랑은 이어질 수 있을까.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개막한 뮤지컬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바로 이 시간과 사랑에 대한 질문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일본 소설가 이치조 미사키(一条岬) 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순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 ‘히노 마오리’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우려 거짓 고백을 한 소년 ‘가미야 도루’가 주인공. 도루 역은 이준·윤소호·김인성이, 마오리 역은 장민제·솔빈이 맡았다.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2022년 국내 개봉해 12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에서 선보인 일본 실사영화의 최고 성적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한국제작사 라이브러리컴퍼니와 유니버설라이브가 뮤지컬로 공동제작했다. 황정은 작가와 이상훈 작곡가, 이대웅 연출의 초연작.도루의 고백을 받아준 마오리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건다. ‘학교에서 말 걸지 않기’, ‘연락은 최소한으로 하기’,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기’. 그렇게 시작된 가짜 연애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진짜 사랑으로 변해간다.순행성 기억상실증은 로맨스 장르에서 익숙한 설정이다. 그래서 너무 뻔하지만 더 쉽게 공감할 장점도 된다. 풋풋한 도루의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은 웃음을 자아내고, 매일 사진 찍고 일기 쓰며 그를 기억하려 애쓰는 마오리는 마음이 뭉클하다. 기억이 없기에 오히려 새롭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소년과 소녀. 공연을 보는 내내, 웃었다 울었다 하며 몸에 변화가 생길까봐 걱정하게 된다.주변 ‘친구’들의 존재는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 도루가 사라진 뒤 마오리를 지키기 위해 기억을 지우려는 ‘와타야 이즈미’는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도루를 괴롭히다 그의 진심에 감화된 ‘사에구사 겐토’ 역시 매력적이다.낭만적이고 상큼한 넘버들도 하이틴 로맨스 정서와 잘 어울린다. 1부 마지막 곡 ‘너에게 달려가’는 도루와 마오리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벅차고 애틋한 감정을 잘 담아냈다. 모던 록과 포크, 발라드, 신스팝까지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듣는 재미를 더한다.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해 구현한 봄날의 벚꽃, 여름날 불꽃놀이, 푸른 수족관 등 무대 세트도 섬세하고 완성도가 높다. 다만 1부(85분)에 비해 러닝타임이 짧은 2부(45분)는 감정선이 섬세하지 않아 아쉽다.황 작가는 “청소년이 극의 주축이지만, 사랑과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정말 이 뮤지컬처럼 결핍에서 시작된 사랑이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꿈은 꾸는 자의 몫일뿐. 다음 달 24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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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년만에 돌아온 오리지널 ‘위키드’… 블록버스터다운 화려한 무대 압권

    “서쪽의 나쁜 마녀가 죽었다. 애도(哀悼) 따윈 필요 없어.” 환호하는 에메랄드 시티 주민들 사이로, 착한 마녀 ‘글린다’가 거대한 버블머신을 타고 내려온다. 한 아이가 묻는다. “서쪽 마녀와 친구였다는 게 사실인가요?” 글린다는 잠시 표정을 굳히며 과거를 떠올린다. “그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어요….” 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위키드’는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여전히 신선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2013년과 2016년, 2021년 국내 제작진이 선보인 라이선스 공연으로 세 차례 무대에 올랐으며, 지난해 11월 개봉한 동명의 영화는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이번 공연은 2012년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오리지널 영어 버전.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던 순회 공연의 일환이다. 위키드는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1900년) 속 마녀들을 재해석한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동명 소설(1995년)을 원작으로 한다. 마법 재능을 지녔지만 초록빛 피부 탓에 따돌림당하는 서쪽 마녀 ‘엘파바’와 똑똑하고 야심 찬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을 그린다. 처음엔 상극이던 두 사람은 갈등을 극복하며 친해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상은 엘파바를 ‘사악한(Wicked)’ 마녀로, 글린다를 ‘착한’ 마녀로 규정한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무조건적인 선과 악의 이분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뮤지컬은 블록버스터 작품다운 화려한 무대가 압도적이다. 무대 상단에서 12.4m 길이의 기계 용(龍) ‘타임 드래건’이 연기를 뿜어내고, 글린다의 버블머신이 수천 개의 비눗방울을 흩뿌리며 하늘을 누빈다. 날아다니는 원숭이와 거대한 시계 톱니바퀴 등 세밀하게 꾸며진 무대 장치는 오즈의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낸다. 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가 1막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동화 속 세상을 구현했다면, 뮤지컬은 배우들의 생생한 라이브를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며 공연만의 감동을 전한다. 글린다가 엘파바를 변신시키며 부르는 넘버인 ‘파퓰러(Popular)’는 글린다 캐릭터 특유의 유쾌하고 과장된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1부 마지막 장면의 엘파바가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르며 공중으로 솟구치는 장면에선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영화가 차별받는 동물들의 이야기 등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보다 세밀하게 다뤘다면, 뮤지컬은 엘파바의 성장과 내면에 초점을 맞춰 간결하고 힘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도 다르다. 서울 공연은 10월 26일까지. 이후 부산과 대구에서 순차적으로 공연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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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파잉 그래비티의 전율…돌아온 초록마녀, 뮤지컬 ‘위키드’

    “서쪽의 나쁜 마녀가 죽었다. 애도(哀悼) 따윈 필요 없어.”환호하는 에메랄드 시티 주민들 사이로, 착한 마녀 ‘글린다’가 거대한 버블머신을 타고 내려온다. 한 아이가 묻는다. “서쪽 마녀와 친구였다는 게 사실인가요?” 글린다는 잠시 표정을 굳히며 과거를 떠올린다. “그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어요….”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위키드’는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여전히 신선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2013년과 2016년, 2021년 국내 제작진이 선보인 라이선스 공연으로 세 차례 무대에 올랐으며, 지난해 11월 개봉한 동명의 영화는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이번 공연은 2012년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오리지널 영어 버전.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던 순회 공연의 일환이다.위키드는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1900년) 속 마녀들을 재해석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1995년)을 원작으로 한다. 마법 재능을 지녔지만 초록빛 피부 탓에 따돌림당하는 서쪽 마녀 ‘엘파바’와 똑똑하고 야심찬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을 그린다. 처음엔 상극이던 두 사람은 갈등을 극복하며 친해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상은 엘파바를 ‘사악한(Wicked)’ 마녀로, 글린다를 ‘착한’ 마녀로 규정한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무조건적인 선과 악의 이분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뮤지컬은 블록버스터 작품다운 화려한 무대가 압도적이다. 무대 상단에서 12.4m 길이의 기계 용(龍) ‘타임 드래곤’이 연기를 뿜어내고, 글린다의 버블머신이 수천 개의 비누방울을 흩뿌리며 하늘을 누빈다. 날아다니는 원숭이와 거대한 시계 톱니바퀴 등 세밀하게 꾸며진 무대 장치는 오즈의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낸다.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가 1막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동화 속 세상을 구현했다면, 뮤지컬은 배우들의 생생한 라이브를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며 공연만의 감동을 전한다. 글린다가 엘파바를 변신시키며 부르는 넘버인 ‘파퓰러(Popular)’는 글린다 캐릭터 특유의 유쾌하고 과장된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1부 마지막 장면에서 엘파바가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르며 공중으로 솟구치는 장면에선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영화가 차별받는 동물들의 이야기 등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보다 세밀하게 다뤘다면, 뮤지컬은 엘파바의 성장과 내면에 초점을 맞춰 간결하고 힘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도 다르다다. 서울 공연은 10월 26일까지. 이후 부산과 대구에서 순차적으로 공연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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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니상 K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내달 韓에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긴장된 설렘’이었다면, 한국 공연은 ‘긴장된 두려움’입니다.” 다음 달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국내 첫선을 보이는 한국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프로듀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15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론칭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옮긴 이 작품은 신 대표가 아시아 최초로 브로드웨이에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2024년 4월 브로드웨이 개막 뒤 관객 60만 명 이상을 모았고, 올 4월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1130만 파운드(약 2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엔 제77회 미국 토니상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기도 했다. 신 대표는 “서울 공연만을 위해 미국에서 따로 선발한 개성 있는 배우들과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며 “무대와 의상도 새로 제작하는 등 기존 공연을 더욱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주연 배우로는 뮤지컬 ‘컴퍼니’로 2022년 토니상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한 맷 도일(제이 개츠비 역), 뮤지컬 ‘알라딘’ 북미 투어에서 자스민으로 열연한 센젤 아마디(데이지 뷰캐넌 역) 등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인 뷰캐넌을 되찾기 위해 인생을 건 백만장자 개츠비의 일생을 그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도일은 “20년간 뉴욕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세계관이 좁아진다고 느껴 새로운 커뮤니티(서울)에서 일해 보고 싶었다”며 “사랑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개츠비에게 공감됐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고등학생 때부터 동경하던 데이지를 연기하게 돼 흥분된다”며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데이지의 복잡한 내면을 잘 보여주겠다”고 했다. 신 대표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 미국, 영국 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유기적으로 좋은 화학적 결합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공연은 다음 달 1∼7일 프리뷰를 하고 난 뒤, 8월 8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린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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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로드웨이서 60만명 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내달 국내 초연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긴장된 설렘’이었다면, 한국 공연은 ‘긴장된 두려움’입니다.”다음 달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국내 첫선을 보이는 한국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프로듀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15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론칭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1986~1940)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옮긴 이 작품은 신 대표가 아시아 최초로 브로드웨이에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2024년 4월 브로드웨이 개막 뒤 관객 60만 명 이상을 모았고, 올 4월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1130만 파운드(약 2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엔 제77회 미국 토니상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기도 했다.신 대표는 “서울 공연만을 위해 미국에서 따로 선발한 개성 있는 배우들과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며 “무대와 의상도 새로 제작하는 등 기존 공연을 더욱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주연 배우로는 뮤지컬 ‘컴퍼니’로 2022년 토니상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한 매트 도일(제이 개츠비 역), 뮤지컬 ‘알라딘’ 북미 투어에서 자스민으로 열연한 센젤 아마디(데이지 뷰캐넌 역) 등이 출연한다.이 작품은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인 뷰캐넌을 되찾기 위해 인생을 건 백만장자 개츠비의 일생을 그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도일은 “20년간 뉴욕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세계관이 좁아진다고 느껴 새로운 커뮤니티(서울)에서 일해보고 싶었다”며 “사랑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개츠비에게 공감됐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고등학생 때부터 동경하던 데이지를 연기하게 돼 흥분된다”며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데이지의 복잡한 내면을 잘 보여주겠다”고 했다.신 대표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 미국, 영국 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유기적으로 좋은 화학적 결합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공연은 다음달 1~7일 프리뷰를 하고 난 뒤, 8월 8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린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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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달군 K팝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사진)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베를린’에서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제이홉은 13일(현지 시간) 독일 올림피아스타디움 베를린에서 롤라팔루자 베를린의 헤드라이너로 출연한다. 그는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를 맡아 90분간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제이홉은 2022년 7월 한국 가수 최초로 ‘롤라팔루자 시카고’ 헤드라이너로서 관객 10만5000여 명 앞에 섰다. 당시 미국 음악매체 컨시퀀스 오브 사운드는 “음악 역사책에서 눈에 띄는 한 페이지를 장식할 공연”이라고 호평했다. 제이홉은 소속사를 통해 “3년 전 롤라팔루자 시카고는 뭔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가득했다면, 이번엔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걸그룹 아이브는 제이홉보다 하루 빠른 12일 롤라팔루자 베를린 무대에 올랐다. 55분 동안 펼친 라이브 공연에서 ‘레블 하트(REBEL HEART)’와 ‘아이엠(I AM)’,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등의 히트곡을 선보였다. 신곡 ‘티케이오(TKO)’를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브는 소속사를 통해 “빗속에서도 끝까지 함께해 주신 다이브(공식 팬클럽)와 관객분의 응원과 떼창 덕에 정말 행복하고 벅찬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아이브는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롱샹 경마장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파리’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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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브 ‘롤라팔루자 베를린’서 55분간 화려한 라이브…제이홉도 출격

    한국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과 걸그룹 아이브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베를린’에 나란히 선다.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제이홉은 13일 오후(현지 시간) 독일 올림피아스타디움 베를린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베를린’의 헤드라이너로 출연한다. 그는 이틀간(독일 시간 12, 13일) 열리는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를 맡아 90분간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제이홉은 2022년 7월 한국 가수 최초로 ‘롤라팔루자 시카고’ 헤드라이너로서 관객 10만5000여명 앞에서 18곡을 완창한 바 있다. 공연을 관람한 외신들은 “음악 역사책에서 눈에 띄는 한 페이지를 장식할 공연”(컨시퀀스 오브 사운드) 등의 호평을 했다. 베를린 공연을 앞둔 제이홉은 소속사를 통해 “3년 전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 올랐을 땐 무언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가득했다면 이번엔 페스티벌을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걸그룹 아이브도 제이홉보다 하루 빠른 12일 오후(현지 시간) ‘롤라팔루자 베를린’에 올라 55분 간 라이브를 펼쳤다. 한국에서 선보인 ‘레블 하트(REBEL HEART)’로 포문을 열고, ‘아이엠(I AM)’, ‘배디(Baddie)’ 등의 히트곡을 선보였다. 이날 처음 공개된 신곡 ‘티케이오(TKO)’에선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곡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무대에서는 전 구간에 걸친 관객들의 한국어 떼창이 이어졌다. 아이브는 소속사를 통해 “빗속에서도 끝까지 함께해 주신 다이브(공식 팬클럽)와 관객분들의 응원과 떼창 덕에 정말 행복하고 벅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브는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롱샴 경마장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파리’에도 오를 예정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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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 난제 해결할 과학 연구소 방문기

    독일 드레스덴의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 및 유전학 연구소에서는 최근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소형 인공 장기. 실험용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장기의 기능과 재생 과정을 연구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연구원들은 이를 이용해 간 조직의 재생 조건을 탐구하고 있다. 막스플랑크협회장인 저자는 “이런 연구를 통해 언젠가 각 장기가 잘 재생되거나 재생되지 못하는 이유가 밝혀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막스플랑크협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1년 동안 세계 연구소 84곳을 직접 방문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100여 개국에서 온 연구자 2만4000여 명이 이끄는 현장의 열정을 생생히 담아낸 덕분에 단순한 연구소 방문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천문학과 기후 연구, 생물의학, 인공지능 등 폭넓은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르포에 가깝다. 특히 어려운 이론적 설명은 최소화하고, 대중이 흥미를 느낄 만한 실생활과 연결된 주제를 다양하게 다뤘다는 게 장점이다. 책에는 지구 온난화 연구로 잘 알려진 클라우스 하셀만의 사례도 소개된다. 함부르크에 있는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의 하셀만은 1993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온실가스이며, 그 증가의 책임 95%가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인과관계는 2015년 파리협약이 제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는 이 공로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대체 에너지가 기후 재앙을 막을 가능성’, ‘고령화 사회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 등 현대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과학이 던지는 통찰이 이 책엔 촘촘히 묻어난다. 저자가 직접 만난 생존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대화가 수록돼 현장감도 더한다. 다만 저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막스플랑크협회의 연구가 중심이 되는 구성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른 기관의 연구까지 종합적으로 다뤄지길 기대한 독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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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디가 만든 혼성아이돌 ‘올데이프로젝트’ K팝을 흔들다

    열흘. 지난달 23일 데뷔한 5인조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ALLDAY PROJECT)’가 3일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데뷔곡 ‘페이머스(Famous)’는 공개 4일 만에 멜론 ‘톱 100’ 1위에 올랐다. 심지어 5일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에도 94위로 진입하더니 한 주 뒤 43위로 무려 51계단을 뛰어올랐다. 이례적이란 표현도 무색한, 충격적인 기록이다. 언젠가부터 “혼성그룹은 필패(必敗)”라던 K팝 시장에서, 이들은 오래 묵은 장벽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었던 걸까.●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퍼포먼스 따지고 보면, 올데이프로젝트는 데뷔 전부터 관심을 끌 만한 요소들이 풍성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빅뱅과 블랙핑크 탄생에 핵심 역할을 했던 프로듀서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이 선보이는 첫 혼성그룹이기 때문이다. 테디는 현재 난리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음악 협업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 번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멤버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장녀인 애니를 필두로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조였던 영서, 유명 안무가 베일리, 모델 겸 무용가 타잔, ‘쇼미더머니6’ 최연소 본선 진출자였던 우찬.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내던 인물이었다. 여기서 그쳤다면 바람은 ‘찻잔 속 태풍’이었을 터. 데뷔 뒤엔 세련된 음악과 노련한 퍼포먼스가 더 주목받았다. 더블 타이틀곡 ‘페이머스’는 “유명하진 않지만 이미 주목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플라멩코풍 기타 리프와 중독적인 훅에 세련되게 담아냈다. 퍼포먼스도 신인답지 않게 강렬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 많다. 이전 혼성그룹과 다른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녀가 각자 입장에서 가사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풀어가던 전통적인 서사를 탈피했다. 그 대신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퍼포먼스를 소화하며 팀 매력을 극대화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남성 멤버가 나올 땐 보이그룹, 여성 멤버들은 걸그룹처럼 보이면서도 한팀으로 어우러진다”며 “남녀가 함께 있지만 각각 멋있게 보이도록 한 역발상이 통한 것 같다”고 했다.●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 공존해야” K팝 시장에서 혼성그룹이 돌풍을 일으킨 건 정말 드문 일이다. 1990∼2000년대엔 쿨, 코요태, 거북이, 샵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가요 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되며 팬덤을 단단히 구축할 수 있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주류가 됐다. 심지어 ‘유사 연애’가 팬덤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으며 혼성그룹은 더 불리해졌다. 합숙과 트레이닝이 기본인 K팝 시스템에서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컸다. 그 때문에 2017년 DSP미디어에서 데뷔한 4인조 혼성그룹 ‘카드(KARD)’가 라틴팝을 앞세워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게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다.하지만 올데이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혼성그룹들도 다시 기지개를 펼 계기가 마련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는 2일 미니 8집 ‘드리프트’를 발표하고 19일부터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이들은 최근 인터뷰에서 “처음엔 혼성그룹이 거의 없어 우리가 길을 잘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더 많은 분이 혼성그룹의 매력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2006년 데뷔한 타이푼도 11일 신곡 ‘퐁당! 푹’으로 돌아온다. 시원한 브라스와 일렉 기타가 어우러진 뉴트로 감성의 여름 곡이다. 다만 한 사례만 두고 ‘혼성그룹 붐’의 도래를 내다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올데이프로젝트는 여러모로 특이한 현상이어서 시장의 확장으로 곧장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대신 “K팝 시장이 재편되며 기존 보이그룹과 걸그룹 구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혼성그룹이 한 축을 차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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