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시간 끌기용 6자회담에는 관심이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7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힌 데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은 최룡해 방중 이후에도 여전히 경제개발과 핵 병진노선을 계속하겠다고 고집하고 있고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며 “6자회담은 비핵화를 위해 열려야 하는 것이지 회담을 위한 회담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화 언급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개발과 핵 병진노선 포기’와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라는 두 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도발-협상-보상’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일관된 의지에 따른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최룡해의 방중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만큼 북한의 추가 변화가 없으면 남북 간 경색 국면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특히 중국이 최룡해 방중 기간 일관되게 비핵화 기조를 강조하며 북한의 변화를 촉구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중국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최룡해 간 회견 내용에 대한 북-중 간 보도 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중국이 북한에 전달한 입장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관련 당사국들은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야 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굳건히 유지하며,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비핵화 관련 견해를 명확하게 전달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한중 간 더욱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최근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중국과 북한 관계는 일반적 국가 관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부터 24일까지 여야 의원들과 중국을 방문해 왕 부장을 만난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최룡해가 김정은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으나 그를 맞는 (중국의) 태도는 이전과 달랐다”며 “왕 부장이 ‘(북한을) 잘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북한이 예전처럼 중국의 말을 듣지는 않는다. 앞으로 중국이 직접 북한을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그런 취지에서 양국 관계는) 일반적인 국가관계가 됐다”고 강조했다고 또 다른 참석자가 전했다.동정민·이승헌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ditto@donga.com}

탈북자 출신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사진)이 미국 측의 초청을 받아 워싱턴을 방문 중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조 의원은 신변 보호 대상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조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에 강경론을 펴 온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등을 만나 인권문제와 식량난 등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스 위원장은 올 2월 당선인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북한 인권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 조 의원의 행보가 박 대통령의 향후 대북 정책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여권 주변에서 나온다. 조 의원 측 관계자는 “조 의원이 다음 달 초 귀국해 방문 배경과 결과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회고록 집필 준비에 들어갔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개 퇴임 후 몇 년이 지난 뒤 회고록 집필을 구상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달 초부터 매주 월요일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핵심 참모들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인 사무실에서 관련 회의를 갖고 회고록 구성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임기 중 마지막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회고록 실무 집필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관계자는 26일 “기억이 조금이라도 더 생생할 때 회고록 관련 자료를 모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 녹색성장 어젠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 임기 중 주요 이슈의 뒷얘기와 평가를 회고록에 담을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등 임기 중 언급을 꺼렸던 정치 이슈에 대해서도 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 시기는 미정이나 빠르면 내년이 될 수 있다고 임재현 비서관은 전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참모들과 머물던 경남 거제에서 골프를 친 데 대해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26일 논평을 내고 “또 한 번 국민 가슴에 대못질을 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정”이라고 설명했고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유명인의 추도식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밀양 주민들이 참여하는 전문가 협의체가 구성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산하 통상·에너지소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밀양 송전탑 건설지역 주민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협의체는 정부, 밀양 주민, 국회 추천 각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 추천 3명은 여당, 야당, 여야 합의로 한 명씩 추천키로 했다. 협의체는 최장 45일간 활동하면서 송전탑 건설의 대안으로 주민들이 제시하는 기존 선로를 활용한 우회 송전, 지중화 작업을 통한 송전 등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문화재청(청장 변영섭)이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제시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사진) ‘임시제방 설치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문화재청은 16일 ‘반구대 암각화, 최선의 보존방안을 찾아야 합니다’라는 보도자료에서 “현재 암각화 상황에선 어떤 제방을 설치하든 심각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음을 관계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암각화 암석은 진흙이 퇴적돼 만들어진 이암(泥巖·shale)으로 물에 취약한 성질”이라며 “매년 4∼7개월간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훼손이 진행 중”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발표는 최근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의 ‘케네이택 댐’ 건설을 제안할 계획이던 새누리당과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여준다. 케네이택 댐이란 조립식 구조로 댐 형태의 투명 막을 만들어 물을 차단하는 것.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 차원에서 하 교수가 제안한 안을 보고받았는데 새로운 구조라 경청할 내용이 많다”며 “문화재청에 함께 고려할 것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 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기관으로서 의견을 제시했을 뿐 반대나 대립으로 비치면 곤란하다”면서도 “임시 제방은 검증이 되지 않아 암각화 침수를 100% 막을 수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책 마련을 위해 “관련 기관들과 다각도로 상의하겠다”면서도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곡천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바꿀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한편 변 청장은 최근 논란이 된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미국 뉴욕 전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변 청장은 “소중한 국보가 너무 자주 해외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취임 전부터) 추진돼 왔던 사안이라 꼭 나가야 한다면 비교적 해외전시가 덜했던 제78호 반가사유상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0월부터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제83호 반가사유상을 비롯한 국보 12점 등을 선보이는 특별기획전 ‘황금의 나라, 신라’전을 개최할 예정이었다.정양환·이승헌 기자 ray@donga.com}
박근혜정부의 사실상 첫 여야 원내 지도부 조합이 완성되면서 주요 정국 현안에 대한 여야 ‘원내 궁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신임 원내대표는 15일 선출 직후 각각 ‘강한 집권여당’과 ‘선명한 야당’을 내세우면서 국정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 새 원내 지도부가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주요 현안을 놓고 ‘강 대 강’ 충돌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여야 새 원내 사령탑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이다. 민주당은 윤창중 사태 발생 직후 ‘윤창중 성추행 및 국격 추락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최 원내대표도 철저한 조사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청문회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미묘한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윤창중 사태는) 국격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정략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청와대가 이 문제를) 계속 축소, 은폐한다면 좀더 단계가 높은 조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창중 청문회를 당장 정치 공세의 소재로는 이용하지 않겠지만 정부 차원의 조치가 미흡하면 언제든 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최 원내대표는 이날 선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은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므로 지켜봐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서 박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윤창중 청문회’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여야 일각에선 새 원내대표들의 데뷔 무대인 6월 임시국회 개회 조건과 맞물려 당분간 윤창중 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각종 경제민주화 입법 추진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도 미묘한 견해차가 감지되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일단 전임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독점규제법, 가맹사업법 등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김한길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부당 내부거래 시 대기업 총수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아직 여야 간 논의가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을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반면 경제관료 출신으로 여권 내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법 속도조절론자인 최 원내대표는 최근 엔화 약세 위기 등 경기 상황을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날도 “경제민주화 법안의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는 여야 간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최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법은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하지만 사안의 경중이 있고 특히 경제 주체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양당에서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 전 원내대표가 동시에 원내를 이끌게 되면서 모처럼 여야 간 ‘정치’가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없지 않다.이승헌·이남희 기자 ddr@donga.com}
“임기 첫 순방인 만큼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시기엔 부처 공무원들에게 일을 시키면 대부분 알아서 길 정도다. 윤창중 사태는 이런 ‘정치적 흥분 상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스캔들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처음 대통령 전용기도 타고 말로만 듣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봤으니 벼락출세한 기분에 눈에 보이는 게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이번 성추행 의혹 사건의 원인을 놓고 1차적으론 윤 전 대변인 개인의 문제이지만 그 외에도 임기 초 ‘슈퍼 갑(甲) 완장’ 심리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전엔 공직을 경험하지 못한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이 같은 심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계 어공들 사이에선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에 이명박 정권 5년까지 합쳐 15년 만에 정권을 잡았다’는 말이 얼마 전까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미국 순방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등 역대 최대 규모인 52명의 경제인이 수행해 직원들의 자부심은 절정에 이르렀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임기 초에 처음 접하는 권력의 달콤함은 곳곳에 녹아 있다. 대통령 전용기는 좌석이 넓어 선임행정관급 이상은 일반 항공기의 비즈니스석에 준하는 좌석을 탈 수 있다. 외국에 도착해도 별도의 보안 검사 없이 공항을 나설 수도 있다. 방미 행사를 실무 준비했던 주미 한국문화원과 재미 교포들 사이에서 윤창중 사태가 터지자 윤 전 대변인 외에도 일부 관계자가 소리를 지르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첫 해외 순방인 만큼 대통령 수행 업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파열음이 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가 누구인지 아느냐’는 심리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도 임기 초에 한껏 들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최고’라는 심리가 있게 마련”이라며 “MB 정부 임기 첫해에 터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따른 촛불 정국도 ‘우리가 결정하면 따른다’는 심리가 작용한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공직 생활을 하다 보면 대통령 임기 첫해에 업무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 일은 일대로 하고 대통령과 친하다는 청와대 직원들은 말단 행정관까지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창중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 직원들이 스스로 ‘임기 초 완장 심리’를 제어하지 않으면 ‘제2의 윤창중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임기 첫해에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 보니 임기 5년은 금방 간다”며 “완장이 평생 가는 게 아닌 만큼 지금부터 자중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 직원들이 직무 기강 확립을 넘어 도덕적 재무장을 할 필요가 있다”며 “유사한 참사가 재발하면 국민들이 그들의 팔에 찬 ‘청와대 완장’은 물론이고 박근혜정부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잘 시간도 부족한데 어떻게 여성 인턴이랑 호텔에서 술을 마실 정신이 있나?” 최근까지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들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한결같이 “대변인의 기본을 망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는 “같은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사람으로서 수치스럽다”고도 했다. 우선 이들은 방미 일정이 한창이던 7일 밤(현지 시간) 윤 전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이나 수행 기자단과 함께 있지 않고 인턴과 호텔 바에서 ‘별도의 일정’을 보낸 것을 의아해했다. 전직 대변인 A 씨는 “미국 방문은 정권을 떠나 임기 초든 후반이든 가장 중요한 해외 일정 중 하나”라며 “내 경우 미국에선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시간 단위로 쪼개져 있었는데 어떻게 술 마실 시간을 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미국 순방은 하루에 3, 4시간도 못 잘 만큼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출발 며칠 전부터 술을 자제하며 몸을 만들어야 할 정도”라며 “나는 미국 순방 기간에 과로로 대상포진에 걸렸지만 일정이 바빠서 치료도 못 받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은 서울보다 13시간 늦은 만큼 미국 순방 기간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 시간에 맞춰 주로 밤이나 새벽에 기자단에 브리핑을 한다. 전직 대변인 B 씨는 “해외 순방 시 대변인의 동선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 수행이고, 또 하나는 프레스센터에서 수행기자단에 브리핑하는 것”이라며 “잠시 짬이 나면 기자들과 맥주 한잔하며 기사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겠지만 인턴이랑 따로 술을 마신 것은 대변인의 임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B 씨는 “윤 전 대변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박 대통령을 밀착 취재하는 ‘단독 기자’라며 허세를 떨더니 순방 내용을 열심히 파악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주기는커녕 엉뚱한 짓을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전직 대변인 C 씨는 “미국 순방을 가면 하루 종일 대통령 수행과 기자단 브리핑을 하다가 시간이 나면 식사도 거른 채 소파에서 1∼2시간 쓰러지듯 토막 잠을 자곤 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변인이 여성 인턴을 격려하겠다며 술을 마신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 씨는 “순방 현지에서 나를 도왔던 인턴은 대부분 교포 대학생이었는데 어린 학생들과 무슨 술을 마시느냐”며 “격려 차원에서 순방을 마무리하면 수첩에 사인을 해주거나 인턴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B 씨는 “대통령 서명이 적힌 손목시계 등 작은 선물을 전용기에 싣고 가 순방이 끝난 뒤 인턴 직원들에게 나눠 주면 참 좋아했다”며 “인턴들이 청와대 대변인을 어려워해 함께 식사하는 것도 불편하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윤 전 대변인의 호텔 방에 여성 인턴이 방문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C 씨는 “해외 순방 중 인턴 직원은 차량을 준비하거나 길을 안내하는 게 주 임무이며 순방 관련 서류 전달은 대부분 청와대 행정관들이 맡는다”며 “인턴이 대변인의 호텔 방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순방 지역이 비영어권인 경우 운전사도 종종 현지인이라 인턴 직원의 통역이 없으면 차를 타고 수행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 이런 일 빼고는 대변인이 따로 인턴을 부를 일이 없다”고 전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인 출신이다. 코리아타임스, KBS, 세계일보 기자를 거쳐 노태우 대통령 말기 대통령정무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김영삼 정권 출범 뒤 언론계로 돌아가 세계일보 정치부장을 지냈다. 1997년 대선 때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언론담당 보좌역으로 뛰었지만 이 후보가 대선에서 패하자 언론계로 컴백해 문화일보 논설실장 직무대행 등을 지냈다. 평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한 그는 지난해 ‘윤창중의 칼럼세상’이란 1인 블로그를 열어 야권을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지지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가리켜 “수많은 ‘정치적 창녀’의 한 사람”이라고 비난했고, 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는 “대한민국 세력과 이를 깨부수려는 ‘반(反)대한민국 세력’과의 일대 회전에서 승리했다”고 하는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우호세력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서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책에 대해 “젖비린내 나는 강남좌파 책”이라고 악평해 ‘안철수 저격수’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같은 독설은 지난해 12월 말 당선인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됐을 때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야권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하면서 “제 글과 말로 상처 입은 분들께 송구스럽다”는 사과와 함께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이 알려지지 않아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선 원로그룹 7인회 멤버가 추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그를 눈여겨보던 박 대통령이 직접 발탁했다는 것이 정설이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부실 브리핑’으로 언론과 자주 충돌했다. 윤 전 대변인 후임에 대해서는 검증된 인사를 대상으로 임명 전 주변의 여론을 폭넓게 들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청와대 인사 중에서 발탁하자는 의견도 있다. 전직 의원인 김선동 대통령정무비서관,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공보실장을 지낸 최형두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등이 거론된다. 장원재·이승헌 기자 peacechaos@donga.com}
“K-pop만 있나, ‘K-Democracy’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월 선거 관련 최고 국제기구인 A-WEB(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세계선거기관협의회) 사무처 본부 유치를 계기로 본격적인 ‘선거 한류(韓流)’를 준비하고 있다. 선관위가 창설을 주도해온 A-WEB는 세계 각국의 선거 관련 정보, 지식, 경험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개발도상국 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기구. 2011년 10월 선관위가 창설을 제안했고 올해 3월 제주도에서 세계 각국 선거 관련 기구 대표자들이 참석한 실무단회의에서 A-WEB 사무처를 한국에 두기로 최종 결정했다. 10월에는 서울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A-WEB 출범을 공식 선언한다. 선관위는 A-WEB 유치를 계기로 ‘한국형 선거제도’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치문화는 여전히 불통과 ‘삼류’라는 딱지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에 걸맞은 선거 하드웨어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외국 선거 관련 기구와의 상호 교류가 활성화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세계 41개국 317명의 선거기구 종사자가 한국을 방문해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등 주요 선거를 지켜봤다. 특히 네팔 몽골 등에는 정치관계법을 ‘수출’하기도 했다. 네팔선거위원회는 2011년 사무처장 등을 한국으로 보내 중앙선관위와 세미나를 갖고 우리의 정당법, 선거법을 98%가량 그대로 수용해 네팔의 정치관계법을 만들었다. 몽골중앙선관위는 2012년 대선 기간에 한국에 관계자들을 파견해 자국의 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선거법을 만들기 위한 자료를 수집해가기도 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부탄 방글라데시 탄자니아 등 총 8개국에 정치관계법을 수출할 계획이다. A-WEB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선관위는 기대하고 있다. 녹색성장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통하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들어서는 인천 송도 아이타워에 자리 잡을 A-WEB 사무처에는 각국의 선거 관련 전문가 300여 명이 상근할 계획이다. A-WEB가 ‘선거 분야의 GCF’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 문상부 사무총장은 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송영길 인천시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시는 송도 아이타워 1개 층을 A-WEB 사무실로 무상 제공하고 국제회의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 GCF와 같은 수준으로 직원 자녀 국제학교 입학 특례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A-WEB가 들어서면 세계 선거기관의 국제콘퍼런스 등 MICE산업(회의, 인센티브 관광, 컨벤션, 전시회와 관련된 서비스업)으로 인한 경제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달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 사무실은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행보를 위한 베이스캠프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달부터 거의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며 “경제위기 극복, 녹색성장 등 임기 중 주요 어젠다와 관련한 책과 보고서를 주로 읽고 있다”고 말했다.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역대 참모들도 종종 사무실을 찾는다. 임재현 비서관 등 비서진도 대부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별다른 식사 약속이 없으면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를 먹거나 비서진과 인근 음식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전 대통령은 이달 중순경 사무실 개소식을 하려 했으나 별도 행사 없이 조용히 사무실을 운영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새누리당은 1년에 7, 8개월은 물에 잠겨 훼손이 심각한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를 보존하기 위해 일대에 임시 생태제방 축조를 추진하기로 했다. 황우여 대표는 2일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임시 보존 방법을 취한 후 영구적인 보존책을 선택하는 게 지혜롭다”며 “암각화 보존 문제가 더는 논쟁에 그쳐선 안 되며 필요하면 재정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울산시는 생태 제방 축조를, 문화재청은 인근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해 왔지만 10년 넘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암각화를 2017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문화재청은 암각화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울산시와 협의해 대체 수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임시 제방 축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여권 내부에서 경제민주화 및 근로조건 개선 입법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점차 고립되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당정청 핵심 관계자들이 잇달아 속도조절론을 제기하고 있는 데다 경제민주화의 핵심 법안 논의를 앞두고 재계가 정치권을 상대로 전방위적 대응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선의원 모임 ‘초정회’의 조찬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상황에 대한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60세 정년연장법’에 대해 “기업은 새로운 인력을 쓰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아직 국회 계류 중인 ‘대체휴일제’에 대해 “공휴일을 법률로 정한 나라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지난달 29일에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방문해 경제활성화 방안을 건의했다.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 입법을 천천히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하다가 일부 의원들과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대표, 원내대표 경선 주자인 최경환 의원도 최근 들어 “경기 자체가 위축되면 안 된다”며 속도조절론을 공개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부당거래 시 대기업 총수의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 논의를 주도하는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그런 분들(경제5단체 관계자들)이 (국회를) 돌아다니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말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새누리당은 재계의 이해를 대변하기보다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초재선 그룹 내에서도 “경제민주화도 좋지만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는 말도 없지 않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정부 여당이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를 보존하기 위해 암각화 일대에 임시 생태제방을 쌓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석기 문화 유적인 반구대암각화는 인근에 사연댐이 세워진 뒤 1년에 7, 8개월은 물에 잠겨 일부 그림이 지워질 정도로 훼손이 심각하지만 해법을 놓고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10년 넘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 당시 2017년까지 반구대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황우여 대표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귀중한 문화유산이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부처의 갈등 조정 실패로 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암각화 일대에 임시로 생태제방을 쌓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시로 생태 제방을 쌓아 물에 잠겨 있는 암각화를 꺼내 더 훼손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암각화의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 당정협의를 거쳐 예산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밟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식수원 대책 마련뒤 댐수위 낮출 방안 검토 ▼새누리당은 2일 암각화 인근인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암각화 보존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암각화 보존 방법을 놓고 울산시는 생태제방 축조를, 문화재청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울산시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출 경우 식수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문화재청은 영구 생태제방을 쌓으면 암각화의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반대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일단 ‘임시 생태제방’을 쌓았다가 추후 식수원 대책을 마련한 뒤 임시 제방을 허물겠다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4월 초 국무총리실에 암각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한 정부도 새누리당과 함께 암각화 보존을 위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훼손이 계속되는) 암각화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신속한 대책 수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암각화 보존 방안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안을 ‘조기 경보’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모철민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가능한 한 빨리 암각화 보존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며 “특히 울산시민들의 식수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 시절 암각화 보존대책을 정부에 촉구할 정도로 ‘암각화 보존 전도사’로 활약 중인 김형오 전 의장도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갈등을 끝내고 하루빨리 암각화를 물속에서 꺼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고 싶으면 우선 물속에 잠긴 암각화를 꺼내 정상화해야 한다”며 “‘작살 박힌 고래’ 등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그림은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일본 각료 등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및 침략전쟁 부인 망언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한일 과거사 부정 언행을 겨냥한 것이다. 재석의원 239명 가운데 238명이 찬성하고 민주통합당 김경협 의원 1명만 기권했다. 국회는 결의안에서 “(일본 아베 내각의) 비이성적 망동과 망언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과 동북아 평화정착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외교적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다. 결의안은 이어 “일본 자신의 미래와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더이상 태평양전쟁의 전범을 참배하는 비이성적 망동과 어리석은 망언을 중지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처절한 고통을 초래한 일본의 과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죄를 표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기권한 김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정치인들의 한국 입국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결의안에 빠졌다”며 “항의 차원에서 기권했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 청탁과 함께 로비스트 박태규 씨(73·수감 중)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56)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수석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금융당국의 검사를 완화하고 퇴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박 씨로부터 2010년 7월부터 9차례에 걸쳐 현금 1억1500만 원과 상품권 1500만 원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 전 수석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1140만 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박 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의적으로 피고인을 모함하려고 말을 꾸며낸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판결했다.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치인에게 ‘외국과의 궁합’이 있다면 권영세 전 새누리당 의원(54)은 미국이나 영국과 맞아 보인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10년 한국맞춤양복패션문화협회 선정 베스트드레서상을 받았을 정도로 여전히 완벽하게 정장을 소화하는 여의도의 대표적인 패셔니스타다. 그런 그가 지난달 말 박근혜정부 첫 주중대사로 내정되자 다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 당 사무총장으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호흡을 맞추며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부상한 데 이어 다시 ‘박근혜 외교 도우미’로 발탁된 정치적 비결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장기화되는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박 대통령의 북핵 해법 시나리오를 중국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그의 행보도 어느 때보다 집중 조명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지낸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에 이어 중국을 잘 모르는 대통령 핵심 측근이 잇따라 주중대사를 지내는 게 맞는지에 대한 정치적 논쟁도 없지 않다. 요즘 하루를 시간 단위로 쪼개 쓴다는 권 내정자를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주중대사 내정은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박 대통령에게 처음 제안을 받고서는 잠시 망설였다. 내가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의정활동 기간 외교안보 분야를 오래 들여다봤지만 중국이 내 전공 분야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으로부터 인선 취지를 설명 듣고서는 그동안 박 대통령과 맞춰 온 정치적 호흡을 이어간다면 ‘외교 채널’로서 프로페셔널 외교관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명명한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창조 외교’라 해두자.” ―중국어는 잘하나? 박 대통령이 주중대사로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나. “영어 독일어는 잘하지만 중국어는 아직…. 해당국 언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외교적으로 민감한 현안은 통역이 더 안전하니까 별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의 개인적 신뢰는 북핵위기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하고, 실제로 역대 어느 정부의 정상 간 신뢰보다 탄탄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나는 이 관계를 지속시키고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권 내정자라는 채널을 통해 한중관계도 직접 하나하나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각에서 박 대통령이 주요 분야를 만기친람(萬機親覽)한다는 식으로 인식하던데 이는 사실과 좀 다르다.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보고받으며 일하는 스타일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일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겠다는,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특징이 도드라지다 보니 그런(만기친람한다는) 오해를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잇따라 중용되는 비결이 뭔가. ‘권영세가 사는 법’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나를 친박 핵심으로 분류하지만 난 원조 친박은 아니다. 일을 하다 보니 박 대통령과 가까워졌다는 게 옳을 것이다. 난 지금도 친박 그룹으로 분류되기보단 박 대통령과 일을 해본 그룹으로 분류되길 원한다. 굳이 자평하자면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박 대통령이 나와 일하는 걸 편안해하는 것 같다.”(권 내정자는 2007년 대선 때 중립이었고 내내 비주류로 있다가 2011년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로 유럽을 방문할 때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가까워졌다.) ―그 몇 가지가 뭔가. “팀플레이에 익숙한 게 그렇다. 팀원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거나 ‘보스’와 의견이 잘 맞지 않는다고 팀 밖으로 뛰쳐나가 개인플레이 하는 건 내 체질과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에 그런 사람들 많지 않았나? 그냥 듣기만 하지 않고 필요하면 정중히 건의하는 것도 내 스타일이다.” 실제로 권 내정자는 지난해 총선에서 사무총장으로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해 가급적 뒷소리 나지 않고 깔끔하게 일처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정 활동을 하면서 다른 정치인보다 친화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관시(關係·인적 네트워크)’ 사회인데…. “좀 억울한 평가다. 사인 간엔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별로 듣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김무성 의원처럼 ‘친화력의 화신’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 비교되지 않나 싶다. 지역구 의원을 세 차례 하면서 다진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중국 사람들 만나면 정장도 지금보단 좀 편하게 입고 잘 맞춰야겠지.” ―하긴 친박 내에서는 네트워크 좋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도 각별하지 않나. “이 시점에선 노코멘트 하는 게 좋겠다.” 요즘 류우익 신정승 전 주중대사를 잇따라 만나며 내공을 다지고 있다는 권 내정자는 5월 말 중국 현지에 부임할 예정이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24일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빅3’로 꼽혔던 안철수(51·서울 노원병·무소속) 김무성(61·부산 영도·새누리당) 이완구(63·충남 부여-청양·새누리당) 후보가 무난히 승리했다. 영도에서 김무성 당선자는 65.7%로 22.3%를 얻은 김비오 민주통합당 후보를 꺾고 5선 고지에 올랐다. 안 당선자는 60.5%의 득표율로 32.8%에 그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이 당선자는 77.4%로 16.9%의 민주당 황인석 후보를 각각 제치며 여의도 입성을 확정했다. 이들의 당선은 여야의 권력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장외에 있던 안 당선자가 창당을 포함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다면 민주통합당은 새 지도부를 뽑는 5·4 전당대회를 치르자마자 ‘제2의 안철수 바람’에 휘말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안 당선자는 이날 밤 선거사무소에서 “반드시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원조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진인 김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부터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된 만큼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황우여 대표 체제와의 관계 설정에 벌써부터 여권의 관심이 쏠려 있다. 김 당선자는 이날 밤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충청권 맹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2승1패를 거두면서 향후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의원 선거 3곳에서 사실상 전패하면서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추진하는 강령·정책 개정안 등을 둘러싸고 내분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국회의원 3개 선거구의 평균 투표율은 41.3%로 나타났다. 2001년 10월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 평균투표율(34.9%)보다 6.4%포인트 높다. 이날 선거에선 국회의원 선거구 외에 경기 가평, 경남 함양 등 기초단체장 2곳과 광역의원 4곳, 기초의원 3곳에서의 재·보선도 함께 치러졌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새누리당이 풀뿌리 민주주의 복원이라는 취지로 이번 4·24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재·보선에서 처음 시도한 무공천 실험이 계속될 수 있을까. 일단 이번 선거 결과만 보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 무공천 지역구 5곳 중 후보를 낸 3곳에서 전패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마 기초의원 선거에선 민주당 강동석 후보가 31.4%를 얻어 무소속 김순길 당선자(48.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경기 고양시마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박창현 후보가 28.0%를 얻어 무소속 이규열 당선자(49.9%)의 뒤를 이었다. 경기 가평군수 선거에선 24일 오후 11시 현재 민주당 김봉현 후보가 무소속 김성기 후보 등에게 현저히 뒤지고 있어 낙선이 확실시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10월 재·보선부터 여야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무공천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 정치쇄신특위 등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새누리당이 무공천한 지역이 5개에 불과한 데다 경남 함양 등 민주당 취약 지역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도 이런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봇물 터지듯 진행되는 일련의 경제민주화 입법과 선진국형 ‘근로조건 개선’ 법안으로 국회와 재계가 새 정부 임기 초부터 대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가 재계와 정부 일각의 속도조절론에도 이 법안들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회 환노위는 2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공공·민간 부문 근로자의 정년 60세 의무화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안전행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대체휴일제를 규정한 ‘공휴일에 관한 법’ 제정안을 처리하려다 의사일정을 놓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25일 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이미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에 앞서 정무위는 22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공정거래위원회만 갖고 있던 부당거래 기업에 대한 검찰 고발권을 감사원장 중소기업청장 조달청장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부당 내부거래 시 대기업 총수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심사 기일을 다시 잡아 5월 임시국회에서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정치권의 이 같은 경제민주화 법안이 엔화 약세 현상, 글로벌 시장 침체와 겹쳐 저성장 국면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민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 정책에 골몰하는 정치권이 경제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수시로 여권 관계자들을 접촉해 법안 추진의 부당성을 설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까지 법제화하며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은 경기침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국회발 ‘경제민주화 및 근로조건 개선’ 법안 드라이브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실제로 정부는 22일 대체휴일제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 주재로 관계부처 국·실장급 회의를 열어 ‘공휴일에 관한 법’ 제정안 처리에 앞서 범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전행정위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대체휴일제에 대한 재계 반발에 “2010년 대체휴일제를 시행하면 24조5160억 원의 사회경제적 순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던 조사 결과도 있다”며 “재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경제위기 상황에서 마치 도미노 하듯 처리하는 것은 법 집행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승헌·김용석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