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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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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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4~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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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세리 ‘금녀의 땅’ 오거스타 새 역사 열다

    “당연히 이곳에서 우승을 꿈꿨지만 여자 선수들은 경기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가능해졌다. 아이들의 꿈도 더 커질 것이다.”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 박세리(42)가 꿈의 무대인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에서 생애 첫 샷을 날렸다. 미국 조지아주의 소도시 오거스타에 위치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가 열리는 곳이다. 11일 개막하는 2019 마스터스를 며칠 앞둔 7일 이곳에서는 오거스타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골프대회 마지막 라운드가 열렸다. 1933년 문을 연 뒤 처음 개최한 여자 대회다. 이 대회는 앞선 두 라운드를 인근 다른 골프장에서 치른 뒤 최종 라운드만 이곳에서 개최했다. 박세리는 이날 라운드에 앞서 낸시 로페즈(62·미국), 안니카 소렌스탐(49·스웨덴), 로레나 오초아(38·멕시코) 등 여자 골프 명예의전당에 입회한 전설들과 함께 시타자로 나섰다.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선 박세리는 네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티샷을 날렸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여성으로서는 가장 먼저 시타를 한 것이다.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25승에 빛나는 박세리가 이 골프장에서 샷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때 금녀의 공간이었던 이곳에서 샷을 날린 여자 골프 전설들은 감개무량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세리는 “이번 대회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골퍼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페즈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정말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렌스탐 역시 “신성한 오거스타에서 티샷 하는 순간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대회 첫 우승은 10언더파 206타를 친 여자 아마추어 골프 세계랭킹 1위 제니퍼 컵초(22·미국)가 차지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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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장 위의 ‘두 청춘’ 버킷리스트는 “자전거 타고 평양까지”

    “혹시 자전거 타고 오셨어요?” 통기타 가수 김세환 씨(71)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곧잘 이런 말을 듣는다. 약속 장소에 하체에 딱 달라붙는 ‘쫄바지’를 입고 나타나기 일쑤니 그럴 수밖에 없다. ‘쎄시봉’의 막내 가수인 그에게 음악은 인생의 한 바퀴다. 나머지 한 바퀴는 바로 자전거다. 그는 요즘도 자전거 안장 위에서 시내 곳곳, 전국 곳곳을 누빈다. 가요계 데뷔 50주년을 맞은 올해 그는 정규 앨범 ‘올드 & 뉴(Old & New)’를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앨범 출시는 2000년 두 장의 리메이크 앨범 ‘리멤버(Remember)’ 이후 19년 만이다. 팝 트로트 곡 ‘사랑이 무엇이냐’를 비롯한 신곡 4곡과 통기타 세대를 사로잡았던 히트곡 4곡을 넣었다. 앨범 발표 후 그는 방송국이나 행사장에 가는 날이 많다.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역시 자전거다. 그는 “자전거 헬멧을 쓰면 머리가 눌리기 때문에 TV 출연을 하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탄다. 하지만 라디오 방송이나 개인적인 모임, 행사 때는 무조건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고 했다. “건강에 좋죠, 차 막히는 거 걱정할 필요 없죠, 차가 안 막히니 시간도 절약되죠, 주차 걱정할 필요도 없죠….” 묻기도 전에 자전거 예찬이 이어졌다. “그러면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타시나요”라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횟수는 잘 모르겠다. 자전거는 시간이 되면 언제나 타는 것”이라는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겨우내 라이딩에 굶주렸던 그는 본격적인 라이딩의 계절 봄을 맞아 더욱 열심히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 마니아로 유명한 그와의 동반 라이딩은 지난달 23일 이뤄졌다. ○ 안장 위에 나이는 없다 김 씨는 원래 라이딩을 할 생각이 없었다. 이날 오후 개인 일정으로 캄보디아로 출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자전거 친구’인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66·LS그룹 회장)의 ‘번개’ 제안에 단숨에 약속 장소로 달려왔다. “아직 짐도 채 꾸리지 못했다. 도중에 돌아가더라도 탈 만큼 타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 자전거로 단련된 두 사람의 스피드를 따라잡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초보 라이더인 기자는 두 사람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벅찰 지경이었다. 두 사람이 앞장서 바람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진즉에 낙오했을 터였다. 이날 라이딩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출발해 한강 남쪽 자전거도로∼팔당대교∼한강 북쪽 자전거도로를 통해 다시 올림픽공원으로 돌아오는 약 50km코스였다. 쉬지 않고 2시간 정도 페달을 밟아야 했다. 라이딩 막판 무렵 기자는 더 이상 페달을 밟지 못할 정도로 기진맥진했다. 봄을 시샘하는 진눈깨비까지 쏟아져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무척 짧은 라이딩”이라고 입을 모았다. 궂은 날씨 때문에 더 긴 코스를 달리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김 씨는 “한창 때인 40대 때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250km 넘는 코스를 하루에 달린 적도 있다. 새벽 5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속초에 도착하자 오후 6시였다. 꼬박 13시간이 걸렸다. 미시령 고개를 올라가는 데만 5시간 걸렸다”고 했다. 김 씨 일행은 그날 속초에서 하루를 자고 이튿날 다시 페달을 밟아 서울로 돌아왔단다. 헬멧을 벗은 그의 얼굴에선 나이가 가늠되지 않았다. 여전히 미소년 같은 미소가 남아있었고, 건강한 사람 특유의 활력이 넘쳤다. 기자의 눈치를 알아챘는지 김 씨는 “1948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72세다. 그런데 긍정적인 마음으로 좋아하는 자전거를 즐기다 보니 나이도 먹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두 바퀴 김 씨는 한국에서 ‘산악자전거(MTB) 1세대’로 꼽힌다. MTB란 말이 생소하던 1980년대 중반 미국 유타주에 스키를 타러 갔다가 MTB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마침 그날 스키장이 운영을 하지 않았다. 근처에 자전거 가게가 있어 들렀더니 기어가 3단으로 된 자전거가 있더라. 직원에게 무슨 자전거냐고 물었더니 ‘산에서 타는 자전거’라고 하더라. 산을 내려오는 게 스키랑 비슷한 묘미가 있을 것 같아 바로 구매해 한국에 갖고 들어왔다”고 했다. 큰 자전거를 그대로 비행기에 싣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사를 하나씩 다 풀어 분리해서 트렁크에 나눠 실었다. 혹시 나중에 조립을 못 할까 싶어 일일이 그림을 그려 위치를 파악했다. 그는 “붓대 속에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이 된 것 같았다”며 웃었다. 구 회장과의 인연도 두 사람의 공통된 취미인 스키장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됐다. 김 씨는 국내에서도 겨울이면 스키장을 자주 다녔다. 그런데 보통 사람처럼 자동차가 아닌 MTB를 타고 스키장엘 갔다. 이미 자전거에 관심이 많던 구 회장은 스키장에서 만난 김 씨가 타고 온 MTB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이후 두 사람은 틈틈이 MTB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김 씨는 MTB 타기에 대해 “공기 좋은 산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정말이지 산소가 씹히는 기분이 든다. 잠자리가 때리는 뺨도, 코스모스가 방긋방긋 웃는 모습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했다. 김 씨가 꼽은 ‘MTB 인생 자전거’길은 강원 양양 미천골이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사람이 거의 없을 때다. 여러 친구와 함께 미천골을 타고 내려오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 모두 넋을 잃었다. 자전거에서 내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폭포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구 회장 역시 2002년 유럽 알프스산맥 650km 구간을 6박 7일간 달리는 ‘트랜스 알프스’를 완주할 정도로 ‘MTB 마니아’다. 구 회장은 “코스가 너무 위험해 아내(이현주 씨)가 알프스 대회 내내 냉수 떠 놓고 사고 나지 말라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무사히 완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내가 자신의 이름을 ‘완주’라고 바꾸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요즘 들어 두 사람은 도로 사이클을 더 많이 탄다. 김 씨는 “MTB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라면 로드는 세단이라고 보면 된다. 도로 사이클은 MTB로는 느끼기 힘든 스피드가 매력”이라고 했다. 김 씨는 2007년 자신의 자전거 경험을 살려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라는 책도 펴냈다. 부제는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두 바퀴’다. ○ 남은 버킷리스트는? 김 씨는 기자와 같은 초보 라이더들에게 책에 나오는 내용 두 가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첫 번째는 “자전거를 가장 잘 타는 사람은 안 다치고 오래 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어떤 사람들은 비싼 자전거를 타야 잘 타는 거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다치고 아프면 타고 싶어도 못 타는 게 자전거”라고 했다. 두 번째는 “자전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바로 안장 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괜히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할 필요가 없다. 고가의 자전거, 고가의 부품이 아니라 안장 위에 앉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자전거는 자신의 심장과 체력과 근력으로 타야 한다”고 했다. 김 씨와 구 회장에게 ‘초보 라이더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를 물었다. 따로따로 질문을 던졌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답이 나왔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북한강 자전거길(서울∼춘천)을 추천했다. 구 회장은 “이곳저곳 많이 다녀봤지만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북한강 자전거길만 한 곳이 없는 것 같다. 달리다 보면 산이 있고, 또 달리다 보면 물이 있다. 초보자분들께는 강촌이나 춘천까지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 드린다. 실력이 좀 붙으면 왕복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서울∼춘천 코스는 어디를 가도 작품이다. 외국 라이더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라고 했다. 우연처럼 필연처럼 두 사람의 ‘버킷리스트’도 똑같았다. 자전거로 평양까지 달려 보고 싶다는 거였다. 구 회장은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함께 타는 멤버들과 함께 평양까지 한번 가 보고 싶다”고 했다. 김 씨도 “아버지가 원래 개성 출신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개성은 너무 가깝지 않나. 이왕이면 평양까지 달려보고 싶다”고 했다. 안장 위 영원한 청춘인 두 사람은 언제까지 자전거를 타고 싶을까. 이미 준비된 대답이 김 씨의 입에서 나왔다. “제가 얼마 전에 자전거 보험을 들었어요. 85세 만기로 보험료를 냅니다. 그때까지만 돈을 내면 100세까지 보장이 된다고 하네요, 하하∼.”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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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까지 달려 보고 싶다”…대기업 총수와 ‘세시봉’ 막내 가수의 자전거 여행

    “혹시 자전거 타고 오셨어요?” 통기타 가수 김세환 씨(71)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곧잘 이런 말을 듣는다. 약속 장소에 하체에 딱 달라붙는 ‘쫄바지’를 입고 나타나기 일쑤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세시봉’의 막내 가수인 그에게 음악은 인생의 한 바퀴다. 나머지 한 바퀴는 바로 자전거다. 그는 요즘도 자전거 안장 위에서 시내 곳곳, 전국 곳곳을 누빈다. 가요계 데뷔 50주년을 맞은 올해 그는 정규 앨범 ‘올드 & 뉴(Old & New)’를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앨범 출시는 2000년 두 장의 리메이크 앨범 ‘리멤버(Remember)’ 이후 19년 만이다. 팝 트로트 곡 ‘사랑이 무엇이냐’를 비롯한 신곡 4곡과 통기타 세대를 사로잡았던 히트곡 4곡을 넣었다. 앨범 발표 후 그는 방송국이나 행사장에 가는 날이 많다.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역시 자전거다. 그는 “자전거 헬멧을 쓰면 머리가 눌리기 때문에 TV 출연을 하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탄다. 하지만 라디오 방송이나 개인적인 모임, 행사 때는 무조건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라고 했다. “건강에 좋죠, 차 막히는 거 걱정할 필요 없죠, 차가 안 막히니 시간도 절약되죠, 주차 걱정할 필요도 없죠….” 묻기도 전에 자전거 예찬이 이어졌다. “그러면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타시나요”라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횟수는 잘 모르겠다. 자전거는 시간이 되면 언제나 타는 것”이라는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겨우내 라이딩에 굶주렸던 그는 본격적인 라이딩의 계절 봄을 맞아 더욱 열심히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 마니아로 유명한 그와의 동반 라이딩은 지난 달 16일 이뤄졌다. ●안장 위에 나이는 없다 김 씨는 원래 라이딩을 할 생각이 없었다. 이날 오후 개인 일정으로 캄보디아로 출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자전거 친구’인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66·LS그룹 회장)의 ‘번개’ 제안에 단숨에 약속 장소로 달려왔다. “아직 짐도 채 꾸리지 못했다. 도중에 돌아가더라도 탈 만큼 타고 가려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 자전거로 단련된 두 사람의 스피드는 따라잡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꾸준히 시속 30km를 넘겼고, 빠를 때는 40km 이상의 속도를 냈다. 초보 라이더인 기자는 두 사람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벅찰 지경이었다. 두 사람이 앞장서 바람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진즉에 낙오했을 터였다. 이날 라이딩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출발해 한강 남쪽 자전거도로~팔당대교~한강 북쪽 자전거도로를 통해 다시 올림픽공원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쉬지 않고 2시간 정도 페달을 밟아야 했다. 라이딩 막판 무렵 기자는 더 이상 페달을 밟지 못할 정도로 기진맥진했다. 봄을 시샘하는 진눈깨비까지 쏟아져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무척 짧은 라이딩”이라고 입을 모았다. 궂은 날씨 때문에 더 긴 코스를 달리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김 씨는 “한창 때인 40대 때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250km 넘는 코스를 하루에 달린 적도 있다. 새벽 5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속초에 도착하자 오후 6시였다. 꼬박 13시간이 걸렸다. 미시령 고개를 올라가는 데만 5시간 걸렸다”고 했다. 김 씨 일행은 그날 속초에서 하루를 자고 이튿날 다시 페달을 거꾸로 밟아 서울도 돌아왔단다. 헬멧을 벗은 그의 얼굴에선 나이가 가늠되지 않았다. 여전히 미소년 같은 미소가 남아 있었고, 건강한 사람 특유의 활력이 넘쳤다. 기자의 눈치를 알아챘는지 김 씨는 “1948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72세다. 그런데 긍정적인 마음으로 좋아하는 걸 자전거를 즐기다 보니 나이도 먹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두 바퀴 김 씨는 한국에서 ‘산악자전거(MTB) 1세대’로 꼽힌다. MTB란 말이 생소하던 1980년대 중반 미국 유타 주에 스키를 타러 갔다가 MTB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마침 그 날 스키장이 운영을 하지 않았다. 근처에 자전거 가게가 있어 들렀더니 기어가 3단으로 된 자전거가 있더라. 직원에게 무슨 자전거냐고 물었더니 ‘산에서 타는 자전거’라고 하더라. 산을 내려오는 게 스키랑 비슷한 묘미가 있을 것 같아 바로 구매해 한국에 갖고 들어왔다”고 했다. 큰 자전거를 그대로 비행기에 싣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사를 하나씩 다 풀어 분리해서 트렁크에 나눠 실었다. 혹시 나중에 조립을 못할까 싶어 일일이 그림을 그려 위치를 파악했다. 그는 “붓대 속에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이 된 것 같았다”며 웃었다. 구 회장과의 인연도 스키장에서 시작됐다. 김 씨는 국내에서도 겨울이면 스키장을 자주 다녔다. 그런데 보통 사람처럼 자동차가 아닌 MTB를 타고 스키장엘 갔다. 이미 자전거에 관심이 많던 구 회장은 단숨에 김 씨가 타고 온 MTB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이후 두 사람은 틈틈이 MTB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김 씨는 MTB 타기에 대해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일부를 인용해 “공기 좋은 산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정말이지 산소가 씹히는 기분이 든다. 잠자리가 때리는 뺨도, 코스모스가 방긋방긋 웃는 모습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했다. 김 씨가 꼽은 ‘MTB 인생 자전거’길은 강원 양양 미천골이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사람이 거의 없을 때다. 여러 친구들과 함께 미천골을 타고 내려오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 모두 넋을 잃었다. 자전거에서 내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폭포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구 회장 역시 2002년 유럽 알프스산맥 650km 구간을 6박 7일간 달리는 ‘트랜스 알프스’를 완주할 정도로 ‘MTB 마니아’다. 구 회장은 “코스가 너무 위험해 아내(이현주 씨)가 알프스 대회 내내 냉수 떠 놓고 사고 나지 말라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무사히 완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내가 자신의 이름을 ‘완주’라고 바꾸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요즘 들어 두 사람은 도로 사이클을 더 많이 탄다. 김 씨는 “MTB가 SUV라면 로드는 세단이라고 보면 된다. 도로 사이클은 MTB로는 느끼기 힘든 스피드가 매력”이라고 했다. 김 씨는 2007년 자신의 자전거 경험을 살려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라는 책도 펴냈다. 부제는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두 바퀴다. ●남은 버킷리스트는? 김 씨는 기자와 같은 초보 라이더들에게 책에 나오는 내용 두 가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첫 번째는 “자전거를 가장 잘 타는 사람은 안 다치고 오래 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어떤 사람들은 비싼 자전거를 타야 잘 타는 거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다치고 아프면 타고 싶어도 못 타는 게 자전거”라고 했다. 두 번째는 “자전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바로 안장 위에 있다”라는 것이다. 그는 “괜히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할 필요가 없다. 고가의 자전거, 고가의 부품이 아니라 안장 위에 앉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자전거는 사진의 심장과 체력과 근력으로 타야 한다”고 했다. 김 씨와 구 회장에게 ‘초보 라이더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를 물었다. 따로 따로 질문을 던졌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답이 나왔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북한강 자전거길(서울~춘천)을 추천했다. 구 회장은 “이곳저곳 많이 다녀봤지만 전 세계를 통틀어도 북한강 자전거길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달리다 보면 산이 있고, 또 달리다 보면 물이 있다. 초보자 분들께는 강촌이나 춘천까지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 드린다. 실력이 좀 붙으면 왕복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서울~춘천 코스는 어디를 가도 작품이다. 외국 라이더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라고 했다. 우연처럼 필연처럼 두 사람의 ‘버킷리스트’도 똑같았다. 자전거로 평양까지 달려 보고 싶다는 거였다. 구 회장은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함께 타는 멤버들과 함께 평양까지 한 번 가 보고 싶다”고 했다. 김 씨도 “아버지가 원래 개성 출신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개성은 너무 가깝지 않나. 이왕이면 평양까지 달려보고 싶다”고 했다. 안장 위의 영원한 청춘인 두 사람은 언제까지 자전거를 타고 싶을까. 이미 준비된 대답이 김 씨의 입에서 나왔다. “제가 얼마 전에 자전거 보험을 들었어요. 85세 만기로 보험료를 냅니다. 그때까지만 돈을 내면 100세까지 보장이 된다고 하네요, 하하~.” 이헌재기자 uni@donga.com}

    •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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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가 기가 막혀 “아멘”… 기막힌 경치에 또 “아멘”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대회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다. 총상금이 1250만 달러(약 142억 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모든 프로 골퍼들이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대회는 단연 마스터스다.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이른 4월에 열리는 마스터스는 모든 골퍼들에게 꿈의 무대다. 11일부터 15일까지 열전에 들어간다. 무엇이 마스터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친동생 나상욱(미국명 케빈 나)을 따라 3차례 마스터스 대회를 참관한 나상현 SBS 해설위원(사진)을 통해 마스터스가 특별한 이유를 알아봤다. 꿈같이 아름답지만 냉혹한 곳이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대회 장소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은 통상 대회 5개월 전부터 마스터스 준비에 들어간다. 코스 세팅에 돌입하면 골프장 회원들도 라운딩을 할 수 없다. 그 가운데 공략하기 너무 어려워 ‘아멘’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고 해서 아멘 코너로 불리는 11∼13번홀의 아름다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 위원은 “아멘 코너는 골프장의 한쪽 코너에 위치해 있는데 무척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세 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에 서면 누구든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TV 중계 화면에는 담기지 않는 초자연적인 아름다움이다”라고 설명했다. 골프장 측은 이를 위해 잔디 관리와 조경에 엄청나게 신경 쓴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그린재킷을 걸치고 가족들과 함께 만개한 분홍 철쭉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눈다. 코스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철쭉꽃은 오거스타의 상징과도 같다. 개막에 맞춰 철쭉이 피게 하려고 대회 주최 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철쭉나무 주위에 얼음을 놓아 개화를 늦춰 왔다. 녹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처럼 일정한 색깔의 그린과 한결같이 파란색을 유지하는 연못도 노력의 산물이다. 누렇게 변한 잔디에는 녹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연못에도 푸른색 식용 색소를 넣는다. ○ 숨겨진 발톱 마스터스 우승자는 ‘신이 점지한다’는 말이 있다. 거의 해마다 승부를 결정짓는 ‘대형 사고’가 속출하는 대회가 바로 마스터스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2017년 19번째 도전 만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1라운드 15번홀(파5) 한 홀에서만 8오버파를 치며 13타(옥튜플 보기)를 적어 냈다. 2015년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는 2016년 대회 때도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달리다 아멘 코너인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며 2년 연속 그린재킷을 입는 데 실패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역시 2011년 대회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10번홀(파4) 트리플 보기, 11번홀(파4) 보기, 12번홀(파3)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나 위원은 “전 세계 많은 골프장을 가 봤지만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 그린이 가장 빠르다. TV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코스와 그린의 언듈레이션도 엄청 심하다”며 “내리막 라이에 서면 공을 세울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온 그린을 해도 3퍼트가 쉽게 나온다. 핀 위치에 따라 세컨드 샷, 서드 샷을 정확한 위치에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터스는 대회 기간에 하루 8번씩 잔디를 깎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55야드의 짧은 파3 홀인 12번홀은 좁은 그린과 워터 해저드, 변화무쌍한 바람 때문에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힌다.○ 마스터스는 신비한 대회 장소를 바꿔 여는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마스터스는 매년 같은 곳에서 열린다. 이 골프장은 회원 신청을 아예 받지 않는다. 결원이 생길 때 초청장을 발부해 가입 여부를 묻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새 회원을 뽑는다. 300명 내외로 알려진 회원 가운데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가 워런 버핏,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포함돼 있다. 최초의 흑인 회원은 1990년, 첫 여성 회원은 2012년에야 받아들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 씨가 주인공이었다. 나 위원은 “이 골프장에 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마스터스를 신비하게 느끼는 선수가 많다”고 했다. 마스터스는 PGA투어 시드를 갖고 있다고 뛸 수 있는 게 아니다. 세계 랭킹 50위 이내나 전년도 PGA투어 대회 우승자를 포함한 19가지의 조건에 해당하는 선수들만 초청한다. 4일 현재 2019 마스터스 출전 티켓을 쥔 선수는 86명에 불과하다. 5일 시작된 발레로 텍사스 오픈 우승자가 마지막 1장의 티켓을 잡을 수 있다. 올해 마스터스 대회에 나서는 한국 선수는 김시우가 유일하다. 재미동포로 범위를 넓히면 나상욱과 마이클 김 등 3명이 ‘명인열전’에 초대받았다.이헌재 uni@donga.com·정윤철 기자}

    •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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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답지만 냉혹한 골퍼들의 ‘꿈의 무대’…왜 마스터스인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대회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다. 총 상금이 1250만 달러(약 142억 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모든 프로 골퍼들이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대회는 단연 마스터스다.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이른 4월에 열리는 마스터스는 모든 골퍼들에게 꿈의 무대다. 11일부터 15일까지 열전에 들어간다. 무엇이 마스터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친동생 나상욱(미국명 케빈 나)을 따라 3차례 마스터스 대회를 참관한 나상현 SBS 해설위원을 통해 마스터스가 특별한 이유를 알아봤다. 꿈 같이 아름답지만 냉혹한 곳이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대회 장소인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은 통상 대회 5개월 전부터 마스터스 준비에 들어간다. 코스 세팅에 돌입하면 골프장 회원들도 라운딩을 할 수 없다. 그 가운데 아멘 코너로 불리는 11~13번 홀의 아름다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 위원은 “아멘 코너는 골프장의 한 쪽 코너에 위치해 있는데 무척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세 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위치에 서면 누구든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TV 중계화면에는 담기지 않는 초자연적인 아름다움이다”라고 설명했다. 골프장 측은 이를 위해 잔디 관리와 조경에 엄청나게 신경 쓴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그린재킷을 걸치고 가족들과 함께 만개한 분홍 철쭉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눈다. 코스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철쭉꽃은 오거스타의 상징과도 같다. 개막에 맞춰 철쭉이 피게 하려고 대회 주최 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철쭉나무 주위에 얼음을 놓아 개화를 늦춰왔다. 녹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처럼 일정한 색깔의 그린과 한결같이 파란색을 유지하는 연못도 노력의 산물이다. 누렇게 변한 잔디에는 녹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연못에도 푸른색 식용 색소를 넣는다. ●숨겨진 발톱 마스터스 우승자는 ‘신이 점지한다’는 말이 있다. 거의 해마다 승부를 결정짓는 ‘대형사고’가 속출하는 대회가 바로 마스터스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2017년 19번째 도전 만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1라운드 15번홀(파5) 한 홀에서만 8오버파를 치며 13타(옥튜플 보기)를 적어 냈다. 2015년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는 2016년 대회 때도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달리다 아멘 코너인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며 2년 연속 그린재킷을 입는 데 실패했다. 매킬로이 역시 2011년 대회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10번홀(파4) 트리플 보기, 11번홀(파4) 보기, 12번홀(파3)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나 위원은 “전 세계 많은 골프장을 가 봤지만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 그린이 가장 빠르다. TV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코스와 그린의 언듈레이션도 엄청 심하다”며 “내리막 라이에 서면 공을 세울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온 그린을 해도 3퍼트가 쉽게 나온다. 그린 핀 위치에 따라 세컨드샷, 서드 샷을 정확한 위치에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터스는 대회 기간에 하루 8번씩 잔디를 깎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55야드의 짧은 파3인 12번 홀은 좁은 그린과 워터 해저드, 변화무쌍한 바람 때문에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힌다. ●마스터스는 신비한 대회 장소를 바꿔 여는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마스터스는 매년 같은 곳에서 열린다 이 골프장은 회원 신청을 아예 받지 않는다. 결원이 생길 때 초청장을 발부해 가입 여부를 묻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새 회원을 뽑는다. 300명 내외로 알려진 회원 가운데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가 워런 버핏,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포함돼 있다. 최초의 흑인 회원은 1990년, 첫 여성 회원은 2012년에야 받아들였다. 곤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 씨가 주인공이었다. 나 위원은 “이 골프장에 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마스터스를 신비하게 느끼는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마스터스는 PGA 투어 시드를 갖고 있다고 뛸 수 있는 게 아니다. 세계랭킹 50위 이내나 전년도 PGA 투어 대회 우승자를 포함한 19가지의 조건에 해당하는 선수들만 초청한다. 4일 현재 2019 마스터스 출전 티켓을 쥔 선수는 86명에 불과하다. 5일 시작되는 발레로 텍사스 오픈 우승자가 마지막 1장의 티켓을 잡을 수 있다. 올해 마스터스 대회에 나서는 한국 선수는 김시우가 유일하다. 재미동포로 범위를 넓히면 나상욱과 마이클 김 등 3명이 ‘명인열전’에 초대받았다. ●엄격한 갤러리 관리 마스터스에 참가한 ‘골프 명인’의 환상적인 플레이와 ‘천국의 코스’로 불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려면 갤러리가 지켜야할 사항이 많다. 마스터스에는 ‘대회 기간 중 휴대전화와 카메라 등 전자장비 반입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퇴장되며 영구 입장금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금속탐지기로 휴대전화 반입을 탐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마스터스에서는 공중전화에 줄을 서 있는 갤러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수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갤러리는 클럽하우스 근처 워싱턴로드로 불리는 곳에서만 사인을 받을 수 있다. 경기 운영의 디테일한 면까지 신경 쓰는 주최 측은 반입 가능한 비닐봉지 색도 잔디와 같은 녹색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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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건창 ‘뜬공 실책 사건’… 맥 풀린 안우진

    키움 내야수 서건창(30)에게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경기는 영원히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차례(2012년, 2014년, 2016년)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그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실책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양 팀 선발 투수(키움 안우진, NC 박진우)의 호투 속에 양 팀은 6회초까지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특히 2년 차 신예 안우진의 피칭은 눈부셨다. 1회말 선두 타자 이상호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2번 노진혁-3번 박석민-4번 양의지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고 시속 149km의 빠른 공에는 힘이 넘쳤고, 141km까지 나온 슬라이더도 타자 눈앞에서 날카롭게 꺾였다. 6회말 1사 후까지 무려 8개의 삼진을 빼앗으며 NC 타자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1사 후 NC 모창민 타석 때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모창민이 초구에 타격한 공은 2루수 방향으로 높이 떠올랐다. 누구라도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그런데 타구는 서건창의 글러브를 맞고 거짓말처럼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어이없는 실책에 서건창의 얼굴은 바위처럼 굳어졌다. 순간 팽팽하던 실의 한쪽이 탁∼ 풀려 버렸다. 모창민은 2루 도루에 성공해 안우진을 흔들었고, 후속 타자 권희동은 우익선상 적시 2루타로 모창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2사 후 김태진이 적시타를 때리면서 스코어는 3-1로 벌어졌다. 이어진 7회 1사 후 NC 노진혁은 안우진의 7구째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4번 타자 박석민은 직구를 공략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안우진은 결국 6과 3분의 1이닝 10피안타 5실점(3자책)을 한 채 강판됐다. 이후에도 NC 타자들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구원투수 이보근을 상대로 6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3점을 추가했고 8회에도 1점을 보탰다. 9-1로 대승을 거둔 NC는 6승 4패로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5년 차 사이드암 투수 박진우는 7이닝 1실점 호투로 개막 후 선발 2연승을 달렸다. LG도 선발 투수 차우찬의 5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한화를 7-0으로 꺾고 NC와 함께 공동 2위가 됐다.  이헌재 uni@donga.com·이원주 기자}

    •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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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스 류현진, 이번엔 너무 익숙한 범가너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잭 그링키(36·애리조나)에게 완승을 거둔 류현진(32·LA 다저스)의 다음 상대는 샌프란시스코 왼손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30)다. 류현진은 3일 오전 11시 10분 안방인 다저스타디움에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시즌 2승째에 도전한다. 류현진에게 범가너는 무척 익숙한 상대다.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던 2013년 4월 3일 경기부터 지난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9월 29일 경기까지 무려 7차례나 맞대결했다. 두 선수 모두 상대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은 어깨 부상으로 조기 강판한 2014년 9월 13일(1이닝 5안타 4실점)과 2017년 9월 24일(2와 3분의 1이닝 3안타 1실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했다. 범가너는 2017년 4월 18일 경기를 빼고는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2017년 7월 31일 맞대결에서는 두 선수 모두 나란히 7이닝 5안타 1볼넷 7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승패가 엇갈리긴 했지만 올해 개막전에서도 둘은 나란히 좋은 투구를 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29일 애리조나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같은 날 샌디에이고를 상대한 범가너는 7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두 선수 모두에게 올 시즌은 무척 중요하다. 시즌 후 나란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대박 계약’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범가너는 메이저리그에서 실력에 비해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그는 20대 중반이던 2013년 팀과 5년간 3500만 달러(약 397억 원)에 ‘염가 계약’을 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팀 옵션으로 각각 1200만 달러씩을 받는다. 합쳐도 7년 5900만 달러(약 669억 원)다. 2010년과 2012년, 2014년 등 3차례나 팀에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안긴 활약을 감안하면 한참 모자란 액수다.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 한 다저스 왼손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는 2014년 7년 2억1500만 달러(약 2440억 원)에 계약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남은 계약을 파기하고 3년간 9300만 달러(약 1055억 원)에 재계약했다.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범가너가 2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여 올해 연봉 1790만 달러(약 203억 원)를 받는 류현진도 꾸준히 개막전과 같은 활약을 보이면 시즌 후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다. 범가너 같은 에이스급 투수를 이기면 가치는 훨씬 높아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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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존 DNA’로 일자리 창출에 앞장… 사회적 소외계층-취약계층 ‘열린 채용’

    골프존뉴딘그룹이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골프존 DNA’로 일자리 창출에까지 발 벗고 나섰다. 골프존뉴딘그룹은 GDR 직영매장 사업 확대와 더불어 올해 400여 명의 신규 인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는 그룹사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골프장 운영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 ‘골프존카운티’를 통해서도 지역 일자리 창출 및 고용시장 활성화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골프존카운티’는 최근 순천, 선산, 사천CC 등을 추가 인수하며 수도권(안성Q, H, W)은 물론 호남(선운, 순천, 무등산), 영남(선산, 청통, 구미, 감포, 사천) 지역에 골프장 운영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약 1200명에 달하는 골프장 직원 및 캐디 등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 발전에 힘을 보탰다. 골프존뉴딘그룹은 또 사회적 소외계층 및 취약계층에 ‘열린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2017년 12월 국내 최초의 음악 부문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뉴딘파스텔’을 설립해 지적·지체·정신 장애인들을 합창단원으로 채용했다.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수상했다. 골프존뉴딘그룹은 탄탄한 복지와 수평적 근무 환경, 활기차고 따듯한 기업 문화로도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평적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나이, 직급에 상관없이 ‘프로’ 또는 ‘매니저’로 직위와 호칭을 일원화했다. 또 △난임, 출산, 입양, 양육지원 △노부모 부양지원 △배우자 기념일 지원 △직장 내 어린이집 △유연근무제 등 근로자의 일과 여가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해 2011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인증기업’으로 선정됐다. 이후 현재까지 8년 연속 ‘가족친화 인증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기업문화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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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랜D’로 나와 개막전 삼켰다… 류현진, 애리조나전 6이닝 8K

    애리조나-LA 다저스의 2019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린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다저스의 1회초 수비 때 선발 마운드에 선 이는 등번호 22번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아니었다. 개막전 첫 공을 던진 선수는 등번호 99번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었다. 그의 손을 떠난 첫 공은 선두 타자 애덤 존스의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빨려 들어가며 스트라이크가 됐다. 이렇게 ‘괴물 투수’ 류현진의 또 하나의 신화가 시작됐다. 류현진이 2001년 박찬호(당시 다저스)에 이어 18년 만에 한국인 빅리거 메이저리그 개막전 승리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이날 애리조나를 상대로 6이닝 4안타(1홈런 포함)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2-5, 대승을 이끌었다.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8개나 잡아냈다. 투구 수 82개 중 스트라이크는 59개였다. 류현진은 7-1로 넉넉하게 앞선 6회말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됐다.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에이스’급 피칭이었다.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잭 그링키와의 선발 맞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그링키는 3과 3분의 2이닝 동안 4홈런을 포함해 7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개막전 선발 류현진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그를 ‘플랜D’라고 표현했다. 1∼3선발이었던 커쇼, 워커 뷸러, 리치 힐이 모두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하지 못하는 바람에 개막전 선발 자리를 차지했다는 의미였다. 야후스포츠는 30개 팀 개막전 선발 투수 랭킹을 매기면서 류현진을 19위로 평가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류현진은 1회 선두타자 존스와 8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몸쪽 커터(시속 140km)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볼카운트가 3볼 1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이끌어낸 귀중한 아웃카운트였다. 이후부터 그의 투구에는 거칠 게 없었다. 포심 패스트볼, 커터, 커브, 체인지업을 고루 사용하며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를 골고루 공략했다. 1회 1사 1루에서 윌메르 플로레스와 다비드 페랄타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1회 3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플로레스를 시작으로 5회 2사 후 닉 아메드에게 2루타를 허용할 때까지 무려 13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다 6회초 선두 타자 존스에게 좌월 홈런을 허용한 게 옥에 티였다. 경기 후 미국 언론의 태도도 180도 바뀌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커쇼와 샌디 쿠팩스 앞에서 류현진이 개막전을 지배해 온 다저스 좌완의 전통을 이어갔다”고 극찬했다. 쿠팩스는 다저스는 물론 메이저리그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왼손 투수로 평가받는다. 커쇼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다. 다저스 타선도 역대 메이저리그 개막전 최다인 8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한 경기 8홈런은 2002년 5월 24일 밀워키를 상대로 다저스가 세운 팀 한 경기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1회말 족 피더슨의 3점 홈런을 시작으로 다저스 타선은 연속해서 불을 뿜었다. 피더슨과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홈런을 2개씩 쳤고, 오스틴 반스, 코리 시거, 맥스 먼시, 코디 벨린저 등이 개막 축포를 날렸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개막전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 캠프 시작 후 몸 상태가 좋아 내 몸을 믿고 던졌다. 타자들이 초반부터 시원하게 점수를 지원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1년 박찬호와의 비교를 묻는 질문에는 웃음을 지으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잘 마쳤기 때문에 다음 게임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의 심장박동은 일정했다. 어떤 부담감이나 긴장도 느끼지 않고 타자들을 상대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내달 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안방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상대 선발은 샌프란시스코 왼손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30)가 유력하다. 29일 샌디에이고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범가너는 7이닝 5안타 9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팀이 0-2로 패해 패전투수가 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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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받지 못한 추신수… 2타점 존재감 강정호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린 29일은 베테랑 외야수 추신수(37·텍사스·사진)에게는 가슴 아픈 하루가 됐다. 2008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개막전에서는 추신수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상대 선발로 왼손 투수 존 레스터가 나오자 왼손 타자 추신수를 빼고 오른손 타자 헌터 펜스를 5번 지명타자로 선발 기용했다. 추신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벤치를 지켰다. 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지난해 53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간 추신수는 팀의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텍사스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팀 내 최고 연봉 선수(2100만 달러·약 239억 원)이기도 한 그는 클럽하우스 리더로 선수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드워드 감독은 “추신수에게 ‘개막전이 특별하긴 하지만 162경기 중 한 경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답게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나는 텍사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해 왔다”며 “라인업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질문은 감독에게 하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변칙 기용은 성공하지 못했다. 펜스는 왼손 선발 레스터에게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오른손 구원 투수 페드로 스트로프를 상대로 안타를 쳤다. 텍사스는 이날 홈런 3개 포함 13안타를 얻어맞으며 4-12로 졌다. ‘돌부처’ 오승환(37·콜로라도)도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오승환은 같은 날 마이애미와의 방문경기에서 6-2로 앞선 9회말 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으나 2사 후 호르헤 알파로에게 우월 1점 홈런을 허용했다. 생애 처음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최지만(28·탬파베이)은 휴스턴과의 경기에 3번 타자 1루수로 출장했으나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류현진과 동갑내기 친구인 피츠버그 내야수 강정호(32)는 신시내티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6회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는 등 3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으로 활약했다. 피츠버그는 3-5로 역전패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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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레는 ML 개막전… 벌랜더, 11번째 ‘영광의 마운드’

    2019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29일 일제히 열린다. 오클랜드와 시애틀이 20,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먼저 공식전을 치렀지만 본토 개막전이야말로 진정한 개막전이라 할 수 있다. 30개 팀에서 현재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 30명만 개막전 선발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 선발로 낙점된 류현진(32·LA 다저스)도 그중 한 명이다. 류현진은 이날 안방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애리조나의 잭 그링키(36)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 이 밖에도 각 구장에서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괴물’ 투수들이 첫 공을 던진다. 대표 주자는 개인 통산 11번째 개막전 선발로 등판하는 저스틴 벌랜더(36·휴스턴)다. 2005년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한 벌랜더는 2017년까지 9차례나 팀의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2006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시작으로 다승왕 2차례, 삼진왕 5차례 등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유독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런데 2017년 시즌 중반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후 모든 게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그해 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 반지에 입을 맞췄다. 우승 이틀 후 세계적인 톱 모델이자 배우 케이트 업턴과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첫딸을 낳았다. 뛰어난 야구 실력과 재력에 미모의 아내까지 있는 그는 팬들로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라고 불렸다. 지난해 휴스턴의 개막전을 책임졌던 그는 올해도 개막전 마운드에 오른다. 개인 통산 11번째 개막전 선발로 메이저리그 통산 공동 10위다. 역대 최다는 16회의 기록을 가진 톰 시버다. MLB.com과 ESPN 등은 벌랜더와 게릿 콜이 원투펀치를 이루는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다. 시카고의 왼손 투수 존 레스터(8회)와 애틀랜타의 훌리오 테헤란(6회)이 뒤를 잇는다.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와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는 각각 5번째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류현진 외에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가 제1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개인 통산 4번째로 아시아 선수를 통틀어 역대 최다다. 당초 양키스 선발로 예정됐던 루이스 세베리노가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전격 캐스팅됐다. 개막전 선발요원들은 몸값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최근 벌랜더는 휴스턴과 내년부터 2년간 6600만 달러(약 749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연장 계약을 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뉴욕 메츠의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제이컵 디그롬은 27일 5년 1억3750만 달러(약 1560억 원)에 연장 계약을 발표했다. 2024년 3250만 달러의 팀 옵션을 포함하면 총액이 6년 1억7000만 달러에 이른다. 보스턴의 개막전 선발 크리스 세일도 최근 5년 1억4500만 달러(약 1645억 원)에 연장 계약을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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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헌재]이치로의 은퇴, 이종범의 후회

    이종범 프로야구 LG 2군 총괄 및 타격코치(49)는 21일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을 마친 후 선수들에게 “오늘 저녁에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시청하라”고 조언했다. 이날 일본 도쿄돔에서는 오클랜드와 시애틀의 경기가 열렸다. ‘타격 기계’ 스즈키 이치로(46)의 은퇴 경기였다. 자기 방에서 TV로 이치로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무엇보다 스스로 많은 반성을 했다”고 했다. 이종범은 이치로보다 세 살 위다. 직접 실력을 겨룬 적은 3번 있다. 1995년 한일 슈퍼게임과 1998년 일본프로야구 시범경기,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둘은 닮은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공을 잘 때렸다. 발도 빨랐고, 어깨도 강했다. 2012년 초 이종범이 현역에서 물러났을 때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의 이치로’가 은퇴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역 시절 이종범은 이치로에게 단 하나를 부러워했다. 자신은 오른손 타자인데 이치로는 왼손 타자라는 것이었다. 왼손 타자는 타격과 함께 1루를 향해 달려가는 거리가 짧아 오른손 타자보다 유리하다. 우투좌타(던지는 건 오른손, 치는 건 왼쪽 타석에서 하는 것)였던 이치로는 빠른 발을 이용해 수많은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타고난 왼손잡이였으나 야구를 시작할 무렵 왼손잡이용 글러브가 없어 오른손으로 야구를 한 이종범으로선 억울할 만도 했다. 한을 푼 것은 아들 이정후(21·키움)를 통해서였다. 그는 오른손잡이인 이정후를 이치로처럼 우투좌타로 만들었다. 이정후의 우상 역시 이종범이 아닌 이치로다. 이치로는 이종범보다 7년이나 더 선수 생활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부러움은 더욱 커졌다. 이종범은 “이치로는 타고난 천재였지만 그 천재성을 지키기 위해 더 준비하고 노력했다. 결과보다 준비 과정에서 행복해했다.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한 선수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적을 떠나 같은 야구인으로 존경스럽다. 나 역시 선수 시절 이치로같이 더 노력한다는 생각을 갖지 못한 게 후회된다. 우리나라 프로 선수들도 이치로의 노력과 준비를 배웠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치로는 고국 팀 관중의 기립박수 속에서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들이 떠나는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경기 후에 1시간 넘게 열린 은퇴 기자회견은 몇몇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그를 기리기 위해 그의 등번호인 51번 게이트에서 출발했다. 그날 LG 2군 선수 가운데 몇 명이나 이치로의 경기를 지켜봤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치로의 아름다운 퇴장에서 뭔가를 깨달은 선수가 있다면 그만큼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종범은 이렇게 말했다. “이치로는 프로 28년간 4367개의 안타를 쳤다. 그런 선수도 은퇴하는 날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안타를 못 치면 아쉬워했다. 나 같은 보통 선수들은 2, 3배 더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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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정 유니폼’ 쌍둥이… 개막 3연승 신바람

    검은색 상의 원정 유니폼을 다시 입은 LG가 또 이겼다. 개막 후 3연승 행진으로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LG는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방문경기에서 3회에 터진 외국인 선수 조셉의 역전 결승 3점포에 힘입어 6-3으로 승리했다. 2011년 7월 이후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곤 회색 원정 유니폼을 사용했던 LG는 올 시즌부터 검은색 원정 유니폼을 다시 입기 시작했다. 과거의 화려했던 역사를 되살리고, 강인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LG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1990년과 1994년에 모두 방문경기에서 검은색 유니폼을 착용한 바 있다. LG는 23, 24일 열린 KIA와의 광주 원정 개막 2연전에서 예상을 뒤집고 두 경기 모두 완승을 거뒀다. LG는 올해 날씨 등에 따라 방문경기 때 검은색 유니폼과 회색 유니폼을 번갈아 입을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검은색을 입는 날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SK 한동민은 1회 선제 홈런으로 개막 후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KIA는 한화에 7-13으로 져 개막 3연패에 빠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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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온 3점포 17발… KCC장벽 격파

    17개의 3점슛을 몰아친 오리온이 KCC를 꺾고 6강 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오리온은 25일 전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KCC와의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97-86으로 이겼다. 이틀 전 1차전에서 7점 차(87-94)로 진 오리온은 적지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뒤 3, 4차전 장소인 안방 고양으로 향하게 됐다. 지난해까지 44차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패배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적은 두 번밖에 없다. 오리온으로서는 6.8%의 확률에 도전하는 셈이다. 오리온은 이날 36개의 3점슛 가운데 17개를 림 안으로 통과시켜 47.2%의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3점슛 17개는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해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기록 타이다. 모비스(현 현대모비스)가 2006년 4월 21일 열린 2005∼2006시즌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3점슛 17개를 넣은 적이 있다. 오리온은 조쉬 에코이언이 3점슛 4개를 포함해 23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대릴 먼로가 3점슛 3개를 포함해 18득점 12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뒤를 받쳤다. 이승현(19점), 최진수(18점), 허일영(12점) 등도 고른 활약을 보였다. 허일영은 91-86으로 쫓기던 4쿼터 종료 1분 19초 전 3점슛을 꽂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먼로 역시 종료 버저와 함께 승리를 자축하는 3점슛을 성공시켰다. KCC는 31점을 몰아친 브랜든 브라운 등을 앞세워 4쿼터 한때 2점 차까지 따라붙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3차전은 27일 계속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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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구의 신은 샬럿 편?’…NBA 플레이오프 희망 살린 ‘하프라인 버저비터’

    샬럿의 제러미 램이 하프라인에서 허겁지겁 던진 공은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를 향했다. 공은 백보드를 맞은 뒤 거짓말처럼 골 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샬럿의 역전승을 이끈 기적 같은 역전 3점포였다. 샬럿이 램의 14.6m짜리 결승 버저비터에 힘입어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이어갔다. 샬럿은 25일 캐나다 토론토의 스코샤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토론토와의 방문 경기에서 115-114, 1점 차로 이겼다. 동부 콘퍼런스 10위 샷럿은 최근 3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8위 마이애미와의 승차를 2경기 차로 좁혔다. 샬럿은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만 해도 동부콘퍼런스 대서양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토론토의 승리가 유력해 보였다. 토론토는 4쿼터 종료 1분을 남기고 카와이 레너드의 2점 슛에 힘입어 114-112로 앞섰다. 수비도 잘 이뤄지며 승리의 문턱까지 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종료 3.1초로 남기고 램으로 향하던 공을 토론토 파스칼 시아캄이 쳐내며 하프라인 너머로 보냈다. 이 공을 쫓아간 램은 공을 잡자마자 슛을 시도했다. 램의 손을 떠난 공은 48피트(14.6m)를 날아가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ESPN에 따르면 램의 버저비터는 지난 20년 동안 NBA에서 나온 두 번째로 긴 결승 버저비터였다. 제임스 보레고 샬럿 감독은 경기 후 “램이 기도를 담아 슛을 던졌다. 아마 오늘은 농구의 신들이 우리 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샬럿은 전날 보스턴을 상대로 4쿼터 18점까지 뒤지다 역전승을 거두는 등 이틀 연속 극적인 승리를 이어갔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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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합니다∼” 이틀간 21만 명 야구맞이

    ‘야구의 봄’이 왔다. 겨우내 야구를 그리워했던 팬들은 쌀쌀한 초봄 날씨에도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KBO리그 개막전이 열린 23일 전국 5개 구장에는 역대 개막전 최다인 11만4028명이 각 구장을 가득 메웠다. 올해 새로 문을 연 NC의 안방구장 창원NC파크가 시즌 첫 매진(2만2112명)을 기록한 가운데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제외한 4개 구장이 차례로 만원사례를 이뤘다. 개막 이틀째인 24일에도 한화-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이 2만5000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5개 구장에는 모두 10만31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틀 연속 10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찬 것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창원NC파크에는 이날도 2만 명 넘는 관중(2만67명)이 입장해 봄 야구를 만끽했다. 이틀간 5만 명이 입장한 24일 잠실구장 3루 측은 한화의 상징색인 오렌지색으로 물결쳤다. 방문 팀 응원석을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은 1회부터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는 가사의 ‘행복 송’을 불렀다. 올해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채드벨은 눈부신 호투로 한화 팬들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올해 옵션 포함 85만 달러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왼손 투수 채드벨은 1회말 선두 타자 허경민에게 빗맞은 우익수 앞 안타를 내준 뒤 8회말을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추가 안타를 맞지 않았다. 8회 선두 타자 오재일을 볼넷으로 내보낸 게 유일한 출루 허용이었다. 8이닝 1안타 1볼넷 8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였다. 두산은 지난해 팀 타율 0.309를 기록한 강한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공격형 포수 양의지가 NC로 이적했다고 해도 여전히 짜임새 있는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채드벨은 최고 시속 147km에 이르는 빠른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두산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채드벨은 바깥쪽 꽉 차는 직구로 지난해 홈런왕 김재환을 두 차례나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타선에서는 김태균이 1회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고 7회와 8회 상대 실책을 틈타 각각 4점과 5점을 추가하며 11-1로 완승을 거뒀다. 두산은 2루수 오재원, 1루수 오재일, 3루수 허경민 등이 연달아 실책을 범하며 무너졌다. 전날 4-5로 역전패했던 한화는 주말 개막 2연전에서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SK와 LG는 나란히 2연승을 거뒀다. SK는 KT와의 안방경기에서 2-3으로 뒤진 8회말 이재원의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와 이어진 강승호의 쐐기 2점 홈런으로 6-3으로 역전승했다. 검은색 방문 유니폼을 입은 LG 역시 오지환과 조셉의 2점 홈런 등을 앞세워 KIA를 9-3으로 꺾었다. 삼성은 NC를 4-3으로, 롯데는 키움을 6-2로 꺾고 1승 1패를 주고받았다. 4-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점 차 승리를 지킨 삼성 우규민은 LG 시절이던 2012년 7월 18일 이후 2440일 만에 세이브를 추가했다. 롯데 전준우는 6회 결승 2점 홈런으로 팀의 첫 승리를 이끌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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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막전 선발 류현진 “그링키, 각오해”

    ‘괴물 투수’ 류현진(32)이 29일 오전 5시 10분 안방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애리조나와의 2019시즌 개막전 선발로 최종 낙점됐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6·은퇴)에 이어 두 번째다. 개막전 선발은 큰 영광이지만 책임감도 그만큼 크다. 주축 선발 투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져 있는 LA 다저스는 제1선발 류현진을 필두로 로스 스트리플링, 마에다 겐타, 워커 뷸러, 훌리오 우리아스로 5인 선발진을 꾸렸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돌아오는 4월 중순까지는 류현진이 사실상 1선발이다. 류현진으로서는 29일 개막전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선발 맞대결 상대는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잭 그링키(36)다. 한때 류현진과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그링키는 2015시즌 후 6년 2억650만 달러(약 2342억 원)에 애리조나로 이적했다. 연평균 약 3442만 달러(약 390억 원)를 받는다. 류현진의 올 시즌 연봉은 1790만 달러(약 203억 원)다. 그링키는 24일 개막 전 마지막 실전 등판인 콜로라도 마이너리그팀과의 경기에서 6과 3분의 1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홈런 2개 등 10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그링키는 “내용은 안 좋았지만 느낌은 괜찮았다. 건강하게 던진 것으로 만족한다”며 결과에 크게 연연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링키는 지난해 33경기에 선발 등판해 207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15승 11패, 평균자책점 3.21로 에이스 구실을 다했다. 류현진과 그링키는 그동안 두 차례 맞대결했다. 첫 대결인 2017년 9월 6일에는 류현진이 6이닝 1실점, 그링키는 7이닝 1실점으로 나란히 호투했다. 둘은 승패 없이 물러났고 경기는 애리조나가 3-1로 이겼다. 지난해 9월 1일 맞대결에서도 류현진이 7이닝 2실점, 그링키는 7과 3분의 1이닝 3실점으로 잘 던졌다. 류현진이 승패 없이 물러난 뒤 다저스가 3-2로 역전승하며 그링키는 패전 투수가 됐다. 로테이션대로라면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4월 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다. 상대 선발은 3차례나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끈 왼손 투수 매디슨 범가너(30)가 유력하다. 범가너 역시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27로 부진했으나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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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웠다, 봄 야구”…쌀쌀한 날씨에도 이틀 연속 10만 관중 기록

    ‘야구의 봄’이 왔다. 겨우내 야구를 그리워했던 팬들은 쌀쌀한 초봄 날씨에도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KBO리그 개막전이 열린 23일 전국 5개 구장에는 역대 개막전 최다인 11만 4028명이 각 구장을 가득 메웠다. 올해 새로 문을 연 NC의 홈구장 창원NC파크가 올 시즌 첫 매진(2만2112명)을 기록한 가운데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제외한 4개 구장이 차례로 만원사례를 이뤘다. 개막 이틀째인 24일에도 한화-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이 2만5000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5개 구장에는 모두 10만31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틀 연속 10만 명 이상 관중이 들어찬 것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창원NC파크에는 이날도 2만 명 넘는 관중(2만 67명)이 입장해 봄 야구를 만끽했다. 이틀간 5만 명이 입장한 24일 잠실구장 3루 측은 한화의 상징색인 오렌지색으로 물결쳤다. 방문 팀 응원석을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은 1회부터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는 가사의 ‘행복 송’을 불렀다. 올해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채드벨은 눈부신 호투로 한화 팬들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올해 옵션 포함 85만 달러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왼손 투수 채드벨은 1회말 선두 타자 허경민에게 빗맞은 우익수 앞 안타를 내 준 뒤 8회말을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추가 안타를 맞지 않았다. 8회 선두 타자 오재일을 볼넷으로 내보낸 게 유일한 출루 허용이었다. 8이닝 1안타 1볼넷 8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였다. 두산은 지난해 팀 타율 0.309를 기록한 강한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공격형 포수 양의지가 NC로 이적했다고 해도 여전히 짜임새 있는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채드벨은 최고 147km에 이르는 빠른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두산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채드벨은 바깥쪽 꽉 차는 직구로 지난해 홈런왕 김재환을 두 차례나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타선에서는 김태균이 1회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고 7회와 8회 상대 실책을 틈타 각각 4점과 5점을 추가하며 11-1로 완승을 거뒀다. 두산은 2루수 오재원, 1루수 오재일, 3루수 허경민 등이 연달아 실책을 범하며 제풀에 무너졌다. 전날 4-5로 역전패했던 한화는 주말 개막 2연전에서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SK와 LG는 나란히 2연승을 거두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SK는 2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8회말 이재원의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와 이어진 강승호의 쐐기 2점 홈런으로 6-3으로 역전승했다. SK는 하루 전에도 7-4로 역전승했다. 검은색 원정유니폼을 입은 LG 역시 24일 오지환과 조셉의 2점 홈런 등을 앞세워 KIA를 9-3으로 꺾었다. 전날 2-0으로 승리에 이어 2연승이다. 삼성은 NC를 4-3, 롯데는 키움을 6-2로 꺾고 1승 1패를 주고받았다. 4-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점차 승리를 지킨 삼성 우규민은 LG 시절이던 2012년 7월 18일 이후 2440일 만에 세이브를 추가했다. 롯데 전준우는 6회 결승 2점 홈런으로 팀의 첫 승리를 이끌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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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관 “양의지에겐 몸에 맞는 공”… 양의지 “형 몸쪽공 손으로 잡겠다”

    “LG에서 저한테 세탁기 한 대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산 왼손 투수 유희관(33)의 한마디에 장내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다.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을 이틀 앞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미디어데이 & 팬 페스트의 주인공은 단연 유희관이었다. ‘한 지붕 두 가족’ 두산-LG의 잠실더비를 묻는 질문에 LG 주장 김현수는 “작년에는 두산에 15연패를 당한 뒤 마지막 한 경기를 겨우 이겼다. 올해는 반대로 두산을 상대로 16전 전승을 거두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유희관은 “그 경기 선발 투수가 바로 저였다”며 농담처럼 LG에 세탁기를 요구한 것이다. 입담 좋은 유희관은 미디어데이의 단골손님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두산 대표로 나섰지만 올해는 명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원래 나오기로 했던 주장 오재원이 허리 부상을 이유로 불참하는 바람에 ‘구원 투수’로 네 번째 미디어데이에 나왔다. 올해 팀의 5선발로 낙점된 그의 입은 상대 팀과 자기 팀을 가리지 않았다. 두산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하다 지난겨울 4년 총액 125억 원에 NC로 옮긴 포수 양의지에 대해 그는 “(양)의지가 있었기에 내가 두산에서 선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면서도 “다만 같은 팀에서 청백전을 할 때 의지가 내 공을 상당히 잘 쳤다. 올해 NC전에서 홈런을 맞을 바에는 차라리 몸에 맞는 공을 던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강속구 투수’인 희관이 형의 직구를 잘 노려 치겠다. 몸쪽 공은 손으로 잡아내겠다”고 응수했다. 실제 유희관은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20km대 후반인 ‘느린 공’ 투수다. 두산의 1차 지명 신인 김대한이 투수 대신 외야수로 전향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두산 대표로 참석한 외야수 정수빈을 바라보며 “열심히 해서 수빈이를 넘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독 두산 출신 감독과 선수들이 많았다. 올해 KT 지휘봉을 잡게 된 이강철 감독과 한용덕 한화 감독은 모두 김태형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다. 김현수와 양의지 역시 한때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김 감독은 “이 자리를 빌려 네 사람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두 감독님은 원래 감독으로 가실 분들인데 두산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양)의지와 (김)현수도 지금 팀에서 잘하길 바란다. 하지만 옛정을 생각해서 우리한테는 그렇게 잘하면 안 된다”고 진심 섞인 농담을 던졌다. 지난 4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두 번과 준우승 두 번을 차지한 그는 “5년 연속 목표는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염경엽 감독은 수성 의지를 드러냈고 나머지 감독들은 모두 지난해의 아쉬움을 씻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23일 개막전 선발 투수도 모두 정해졌다. 한화 서폴드-두산 린드블럼(잠실), KT 쿠에바스-SK 김광현(문학), LG 윌슨-KIA 양현종(광주), 삼성 맥과이어-NC 버틀러(창원), 키움 브리검-롯데 레일리(사직)로 토종 투수 2명에 외국인 투수 8명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각각 2016년 이후 3년 만에 개막전에 등판한다.이헌재 uni@donga.com·김배중 기자}

    •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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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4821억원’… 거포 트라우트, 사상 최대 홈런

    올해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혔던 브라이스 하퍼(27)는 이달 초 워싱턴에서 필라델피아로 이적하면서 13년 3억3000만 달러(약 3730억 원)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총액 기준으로 가장 큰 계약이었다. 하퍼의 계약서 잉크가 말라갈 무렵 사상 최초로 4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계약이 성사됐다. 대박의 주인공은 LA 에인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마이크 트라우트(28·사진)다. 20일 MLB.com과 ESPN 등에 따르면 트라우트는 소속팀 에인절스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3억6000만 달러(약 4069억 원)에 계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트라우트는 2014년 말 에인절스와 6년 1억4450만 달러(약 1633억 원)에 사인했다. 올해와 내년까지 2년간 6650만 달러(약 752억 원)의 계약이 남아 있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2020년 후 FA가 되는 트라우트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남아 있는 계약 2년에 10년 3억6000만 달러를 더해 트라우트는 12년 총액 4억2650만 달러(약 4821억 원)를 받게 된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북미 4대 프로스포츠(MLB, NFL, NBA, NHL)를 통틀어 가장 큰 계약이다. 계약 총액뿐 아니라 연평균 금액(3554만 달러·약 402억 원)에서도 1위가 된다. 종전 기록은 애리조나 투수 잭 그링키의 3440만 달러(약 389억 원)였다. 그링키는 2015시즌 후 애리조나와 6년 2억65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해 통산 타율 0.307, 240홈런, 648타점을 올린 트라우트는 역대 최고의 외야수로 평가받는다. 2012년 신인왕에 이어 2014년과 2016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괴물타자’로 불렸던 같은 팀의 앨버트 푸홀스는 “트라우트는 50년이나 100년에 한 번 나오는 선수다. 그와 계속 같은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FA 한파’ 속에서도 올해 스토브리그에는 유독 큰 계약이 쏟아져 나왔다. 하퍼와 함께 FA ‘투 톱’이었던 매니 마차도는 2월에 10년 3억 달러의 대박을 터뜨렸다. 마차도의 기록은 불과 며칠 뒤 하퍼에 의해 깨졌고, 하퍼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트라우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2월 말에는 놀런 에러나도 역시 콜로라도와 연장 계약을 통해 8년 2억60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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