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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직적인 퇴직자 재취업이 공정위 운영지원과장을 거쳐 위원장에게까지 보고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검찰은 규제 기관인 공정위가 민간기업에 퇴직자 취업을 사실상 강요한 것으로 보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관련자를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지난달 20일 세종시의 공정위 운영지원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퇴직자 재취업이 ‘운영지원과장―사무처장―부위원장―위원장’ 보고 라인을 거쳐 최종 승인됐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2010년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공정위의 감독을 받는 주요 기업들에 채용을 사실상 강요해 퇴직자들을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20여 곳에 재취업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모 공정위 운영지원과장을 포함해 전·현직 운영지원과장 3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5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를 포함한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쿠팡 등 4곳을 압수수색해 재취업 퇴직자들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이들 기업에는 공정위 퇴직자들이 고문, 자문역 등으로 취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들의 재취업이 기업 요청이 아닌 공정위의 강요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 내부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퇴직 후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기업들에 자리를 요구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공정위 재취업에 관여한 기업 관계자들을 대부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공정위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취업을 승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취업자 대부분이 고문 등의 직함을 달고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맡으며 출근도 하지 않고 법인카드 영수증만 제출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공정위에서 재취업 과정에 개입해 민간기업의 인사권을 침해한 전·현직 간부들에겐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검찰은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7년)를 감안해 2011년 이후 공정위에 재직했던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처장, 운영지원과장 등 10여 명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동수(63) 노대래(62) 정재찬 전 위원장(62)을 포함해 신영선(57) 김학현 전 부위원장(61) 등 전직 고위 간부 여러 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다만 현직인 김상조 위원장(56)은 재취업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2월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운영지원과의 재취업 알선에 대해 진술한 뒤 공정위가 몸을 사리면서 예전처럼 공공연하게 재취업 알선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들이 재취업 과정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대기업들이 위장계열사를 세운 뒤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퇴직자들이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 뇌물 수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대기업이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퇴직자들을 채용했거나 퇴직자가 현직에 있을 때 이를 약속했다면 뇌물죄 성립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국토교통부에서 항공정책 실무를 총괄해온 구본환 항공정책실장(58)이 4일 사임했다. 진에어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전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토부에 인사 적체도 많고 해서 내부 인사순환 차원에서 사표를 썼다”고 했다. 국토부 안팎에선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재직과 관련해 관리감독 부실의 책임을 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구 전 실장은 “진에어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구 전 실장의 후임으로는 손명수 철도국장(53)이 승진 임명됐다. 새 철도국장은 황성규 종합교통정책관(54)이 맡는다. 한편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과 대한항공 직원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과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42)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대한항공’ ‘KOREAN AIR’와 태극문양 로고 등의 상표권을 2013년 설립된 지주회사 한진칼에 이전한 뒤 지난해까지 1364억1500만 원을 사용료로 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정당한 사용료 수취를 경영층의 사익 편취나 배임으로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황형준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이어 또 다른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한국 정부가 이른바 적폐청산 과정에서 해외 투기자본의 표적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메이슨은 지난달 8일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ISD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중재의향서는 ISD를 제기하기 전 재판까지 가지 않고 합의할 뜻이 있는지 묻는 절차로 법무부가 이를 거부하면 정식 절차를 밟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메이슨은 중재의향서에서 두 회사 합병 관련 한국 정부의 조치로 1880억 원(미화 1억7500만 달러)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이슨의 피해 주장도 엘리엇의 ISD 중재의향서와 유사한 취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4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약 70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합병 당시 각각 삼성물산 지분 7.12%와 2.2%를 갖고 있던 엘리엇과 메이슨은 합병에 강하게 반대했다. ISD는 외국인 투자가가 상대국 법령 또는 계약 위반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 중재기관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일 공정위 김모 운영지원과장을 소환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 김 과장을 상대로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퇴직자들의 대기업, 로펌 등에 대한 취업을 알선했는지, 공정위 고위 직급이 취업 알선에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공직자윤리법을 적용해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20여 년간 운영지원과 등을 통해 대기업의 요청에 따라 재취업을 희망하는 직원을 소개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대기업 측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희망하는 직원을 알선하는 역할을 한다. (재취업 과정을) 부위원장과 위원장에게 보고한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달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운영지원과 등을 압수수색해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정위 고위 간부들이 취업 알선을 보고받은 게 사실인지 확인하고 있다. 수십 년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취업 알선을 고위 간부들이 몰랐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형 로펌에 주로 재취업한 행정고시 출신 고위 간부들뿐 아니라 비고시 출신 퇴직자들도 공정위 운영지원과를 통해 자리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비고시 출신 A 씨는 운영지원과를 통해 신세계 계열사 신세계페이먼츠에 취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세계페이먼츠가 취업 제한 대상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노려 신세계가 A 씨에게 자리를 내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로펌과 대기업들이 공정위 퇴직자들을 채용하거나 그들과 자문계약을 맺은 대가로 공정위에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주식 현황 등의 신고 위무를 위반한 대기업들이 대부분 공정위의 고발 등 법적 제재가 아닌 경고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게 퇴직자 채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SK, CJ 등 대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해 공정위 출신을 채용한 대가로 특혜를 받은 게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과거사위는 2일 “장자연 문건에 명시된 ‘술 접대’ 등 강요가 있었는지, 이와 관련된 수사를 고의로 하지 않거나 미진한 부분이 있는지,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등 의혹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 씨는 숨지기 전 직접 쓴 문건에서 기업인과 언론사 고위층 등 유력 인사들에게 술 접대와 잠자리 요구를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경찰이 장 씨를 자살로 몰고 간 성 접대 의혹을 규명하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하자 외압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본조사를 맡은 대검 진상조사단은 2009년 수사 과정에 허점과 외압이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 장자연 리스트에 거론된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검찰의 재수사가 벌어질 수 있다. 앞서 과거사위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 A 씨가 장 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에 대해 검찰 재수사를 권고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A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과거사위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 외에도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1990년)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사건(2008년) △용산지역 철거 사건(2009년)도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하창우 회장 수임 명세를 뒷조사한 뒤 일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정황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검찰은 또 변협에 광고 삭감 등 불이익을 준 것이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로써 2017년 3월 처음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대법원의 3차례 진상 조사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첫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변협에 대한 보복 기획과 실행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지난달 29일 하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0시간 동안 조사했다. 판사 뒷조사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탄희 판사도 지난주 조사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26일 대법원 특별조사단으로부터 받은 문건 410건 중 10건에 ‘변협 압박방안 검토’ ‘변협 대응방안 검토’ ‘변협 회장 관련 대응방안’ 등 하 전 회장 개인과 변협을 압박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건은 건당 8∼10쪽으로 구성됐으며 문건 작성자는 차장, 기획조정실,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등 법원행정처 주요 국실로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하 전 회장에게 대법원이 작성한 문건을 보여준 뒤 실제 압박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는 데 조사의 초점을 맞췄다. 하 전 회장은 조사 직후 “대법원이 이런 일까지 할 줄은 몰랐다. 정말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하 전 회장은 2015년 2월부터 2년간 변협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상고법원 설치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과 각을 세웠다.○ “A 기자 이용”… 문건에 3, 4차례 등장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보복 조치를 기획한 뒤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법원전산망으로 하 전 회장의 수임 명세를 전수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 전 회장 수임 명세를 국세청에 통보해 탈세 정황을 살펴보는 방안 등도 등장한다. 2016년 11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이 하 전 회장을 세무조사한 점 등이 문건 내용과 관련 있는지도 검찰은 수사 중이다. 문건에는 하 전 회장 수임 명세와 관련해 ‘○○○ 기자 등을 이용해 이미지 손상’ ‘이미지 타격을 가하기 위해 언론을 동원하고…’ 등의 표현이 3, 4차례 등장한다. 중앙 일간지 A 기자는 2015년 5월경 하 전 회장이 취임 전 수임 사건을 변협 사무차장에게 맡겼다는 취지의 기사를 썼다. 하 전 회장은 “당시에도 취재한 게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정보를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변협과 함께하는 행사에 대법원장이 불참하고, 변협 산하 법률구조재단에 대한 예산 지원을 대폭 줄이는 등 구체적인 변협 압박 사례가 담겼다. 하 전 회장의 건물 뒷조사, 2016년 총선 야당 후보 출마 가능성 등도 언급됐다.○ 檢, 형사처벌 가능 판단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박 정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판결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이미 법리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법원 자체 조사 때 큰 논란이 됐던 이른바 진보 성향 판사의 뒷조사 문건이 아닌 변협에 대한 대법원의 보복 조치를 검찰은 주요 수사 타깃으로 삼았다. 이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변협 관련 문건 내용 가운데 상당수가 실행됐다는 점 때문이다. 직권남용은 위법 행위에 착수했지만 끝내지 못한 미수범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직권남용 외에도 재산과 수임 명세 뒷조사 과정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현 변협 회장 등 현 집행부는 문건에 적힌 내용의 실행 여부를 자체적으로 조사한 뒤 이번 주 안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호재 기자}
앞으로 데이트폭력 사범은 음주운전과 같은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데이트 폭력을 세 번 이상 저지르면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를 받거나 정식 재판에 넘어가게 된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권순범 검사장)는 1일 “데이트폭력 범죄의 특성을 고려한 구속 기준 및 사건 처리 기준을 강화해 전국 검찰청에서 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여성이 대다수이고 동일한 피해자에게 단기간 반복적으로 범행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에 두 번째 폭행이더라도 첫 번째 폭행보다 중한 범행을 저지르거나 처음 수사기관에 입건이 됐더라도 피해자가 3번 이상 맞은 것으로 조사되는 경우 등에도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 검찰은 보복범죄 차단 등 피해자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위치확인장치(비상호출기) 등 가해자의 접근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 제공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2009년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불거진 이른바 ‘논두렁 시계’ 기획 보도 의혹에 대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최근 밝힌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60)이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면 귀국해 증언하겠다’는 뜻을 추가로 밝혔다. 이 전 부장은 27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일부 언론과 좌파 인사들이 제가 마치 국가정보원의 사주를 받아 노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를 기획하고 미국으로 도피한 것처럼 허위 보도해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밝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은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해 다루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이 전 부장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던 만큼 국회 청문회가 열리면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부장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미국 버지니아주에 체류 중인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즉각 소환해 수사해야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펴자 25일 “검찰은 개입한 사실이 없고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또 “시계 수수 사실이 보도되고 난 후 권양숙 여사가 밖에 내다 버렸다”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을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이와 같은 조사 내용은 모두 녹화됐고 조서로 작성됐다. 그 조서는 영구 보존 문서로 검찰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의 입장 발표에 여권은 발끈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26일 “이 전 부장이 정말 떳떳하다면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만 가득한 입장문으로 언론 플레이를 할 것이 아니라 귀국해 당당히 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전해철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그런 진술이 있지 않은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며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들에 대한 공작 내지 부적절한 위법 행위에 대해 정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10월 국정원의 한 간부가 2009년 4월 이 전 부장을 만나 “고가 시계 수수 건 등을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라”고 말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국정원 간부가 언론 플레이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고 공소시효도 지나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못했다. 다만 현재 활동 중인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조사 대상으로 추가 선정할 가능성은 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황형준 기자}

‘언론(KBS)에 시계 수수 사실이 보도되고 난 후 권양숙 여사가 밖에 내다 버렸다.’ 2009년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주도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60)이 이른바 ‘논두렁 시계’ 기획 보도 의혹과 관련해 25일 처음 밝힌 검찰 수사 내용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하면서 ‘증거물로 피아제 명품 시계를 제출해 달라’는 검사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해 수사 책임자가 당시 상황을 자세히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이날 A4용지 4쪽 분량으로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위 논두렁 시계 보도 관련’ 입장문을 법조기자단에 보냈다. 최근 일부 언론이 ‘논두렁 시계 보도’를 기획한 인물로 자신을 지목하자 “검찰은 개입한 사실이 없고 배후에 국가정보원이 있었다”며 거듭 반박한 것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 수사가 시작되자 9월 미국으로 돌연 출국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던 이 전 중수부장의 사진을 공개하자 온라인에는 “즉각 소환해 수사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입장문에 따르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2006년 9월경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이해 피아제 남녀 손목시계 한 세트를 2억 원에 구입해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그 후 2007년 봄경 청와대 관저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만찬을 할 때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감사 인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그와 같은 시계 세트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자신은 KBS에서 시계 수수 사실이 보도된 후에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이런 조사 내용은 모두 녹화됐고 조서로 작성됐다”며 “노 전 대통령은 작성된 조서를 열람한 후 서명 날인했으며, 그 조서는 영구보존문서로 검찰에 남아 있다”고 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검찰은 언론의 치열한 보도 경쟁 속에서 수사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시계 수수 관련 수사 내용이 보도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검찰이 의도한 바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중수부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직원을 자신에게 보낸 것 외에 임채진 검찰총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가 거절을 당한 적도 있었다는 정황을 들었다. 또 노 전 대통령 시계 수수 첫 보도가 KBS에 나갈 당시 이 전 중수부장은 국회 전문위원, 행정안전부 차관 등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알게 된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국정원의 행태에 대해 크게 화를 냈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2009년 5월 13일 SBS는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 회갑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시계 2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열흘 뒤인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 뒷산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입장문에서 “KBS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해 이루어진 것을 확인했다”며 “SBS 보도의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주장했다. SBS는 이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통해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한 데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검찰과 경찰은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공식 입장을 통해 “수사·기소 분리의 사법 민주화 원리가 작동하는 선진 수사구조로 변화하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환영하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반면 검찰은 내부적으로 불만이 들끓었다.○ 검사들 “누더기 합의안” 강력 반발 서울지역 검찰청의 부장검사는 “경찰이 통상 무혐의로 불기소 의견을 내는 경우가 40%였던 만큼 앞으로 40% 사건은 경찰이 결정하는 상황이 됐다”며 “경찰이 사법기관이 된 것 아니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부장검사는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게 마련인데, 검찰이 수사할 수 없는 혐의가 나오면 그것만 떼어내 경찰에 보내줘야 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정부 합의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평검사는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할 경우 검찰이 직무배제나 징계 요구를 하더라도 경찰이 안 들어주면 그만”이라며 “조정안에는 실효성을 보장할 구체적인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사들은 합의안 곳곳에 구멍이 많아 국회에서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검사나 검찰청 직원의 범죄 혐의에 대해 적법한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합의문 내용에 대해 검찰에서는 “영장 청구 요건을 따져야 되는데 검사나 검찰청 직원에 대한 영장이라는 이유로 ‘지체 없이’ 청구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박철환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글을 올리자 법무부 검찰국의 한 검사는 “나도 합의안을 한 번도 못 봤다”는 댓글을 달았다가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문무일 검찰총장은 퇴근길에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국가가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성숙됐다. 그만큼 문명국가다운 형사사법체계를 새로이 구축해야 한다”고 합의안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선 경찰 “선물 보따리 받은 것 같다” 경찰은 이번 합의안을 “견제 균형을 토대로 한 수사제도로의 전환”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수직적 관계였던 검찰과 경찰이 명목상의 협력 관계로 규정된 데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선물 보따리를 받은 것 같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영장청구권이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찰청 수사 관계자는 “수사 지휘를 폐지한다고 했지만 지금도 검사에게 수사 지시를 받는 건 영장 신청 단계에서뿐”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은지 기자}

검찰이 2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공정경쟁연합회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검찰 조사는 전현직 공정위 부위원장 등이 유관 기관에 불법 취업했는지와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법 위반 혐의를 ‘봐주기’ 차원에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대기업 관련 불공정거래 사건은 물론이고 다른 부처의 퇴직 공무원 전관예우 관행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공정위-경제계 유착 여부에 주목 검찰은 20일 공정위 본부와 함께 압수수색을 한 공정경쟁연합회가 공정위와 기업들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대기업과 대형 로펌 등이 회원사로 있는 경쟁연합회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공정위 직원과 민간 기업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주선해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쟁연합회는 지난해 9월 8일부터 11월 24일까지 11주 과정으로 ‘제7기 공정거래법 전문연구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공정위 직원과 대기업 및 로펌 관계자 등 59명이 참여했다. 전문적인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는 명목으로 마련된 자리지만 일각에서는 관료와 민간인이 과도하게 유착되는 계기가 됐다고 비판한다. 2박 3일의 해외 워크숍과 1박 2일짜리 국내 워크숍 등으로 운영된 이 프로그램은 조별 활동도 했다. 1조는 서로 다른 대기업 소속 변호사, 차장, 과장, 로펌 전문위원과 공정위 사무관으로 이뤄지는 등 5개 조 모두에 공정위 직원과 대기업 및 로펌 관계자들이 골고루 포진했다. 로펌 전문위원 중에는 공정위 퇴직자도 있었다. 민간 기업인은 회원사인 경우 370만 원, 비회원사인 경우 420만 원의 회비를 냈지만 공무원은 200만 원만 내는 혜택을 받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직원과 외부 관계자들의 불필요한 접촉이 빈번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외부인 출입 접촉 관리 방안 및 윤리준칙’을 마련했다. 이른바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이다. 대형 로펌 변호사 및 회계사,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직원 등 외부인은 공정위에 출입 사전 등록을 하고 공정위 직원은 사전등록 외부인을 만난 뒤 5일 안에 감사담당관실에 대화 내용 등을 자세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경쟁연합회가 마련한 교육프로그램 참석은 예외였다. 사회 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라는 이유에서였다. 대기업 직원 접촉을 투명화하도록 한 규정을 만들어놓고서 대면 접촉이 언제든 가능한 프로그램을 예외로 둬 ‘로비스트 규정’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 “조직 차원에서 대응” 공정위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21일 인트라넷에 올린 ‘검찰 압수수색 관련 위원회 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정당한 업무수행에 따른 수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 일이 없도록 조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검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되 당당하게 조사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위원장이 간부들과 사전 협의 없이 개인적으로 올린 글”이라며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직원들의 동요가 커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황형준 기자}
신세계, 다음 등 대기업들이 위장계열사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한 정황을 공정거래위원회가 파악하고도 고발을 하지 않은 사실을 검찰이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런 과정에 공정위 전직 간부들이 개입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20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서울 여의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신고자료 제출 등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가 있어 자료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대기업들이 위장계열사를 세운 뒤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했다. 최근 5년 이내에 위반한 사례만 50∼60건에 달하고 10대 그룹 대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고 사건 처리를 고의로 누락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또 공정위 일부 전현직 간부들이 재취업 과정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거나 정식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정황도 확보했다. 취업 비리와 관련해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법무부가 19일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54·사법연수원 25기)를 법무부 검찰국장에 승진 임명하는 등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3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적폐 청산 수사 지속 등 민감한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가기 위한 ‘청와대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분석이 많다. 검찰의 인사, 예산, 수사를 총괄하면서 청와대, 국회 등과 정책을 협의하는 검찰국장에 윤 차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근무해 현 청와대와도 원활한 업무 협의가 기대된다. 윤 차장은 또 문무일 검찰총장과도 가까워 대검 지휘부와 원만한 협조가 가능해 보인다. 청와대, 대검 양쪽과 모두 소통이 잘되는 윤 차장을 검찰국장에 기용한 것이다. 윤 차장은 법무부 검찰국에 근무한 경험이 없고 전임 검찰국장보다 4개 기수 아래인 초임 검사장이어서 ‘파격적인 발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차장과 친밀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돼 검찰 안팎에서는 “형제 같은 두 윤 검사장이 법무부와 검찰의 핵심 보직을 차지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인사에서는 윤 차장 등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검사들이 중용돼 전진 배치됐다. 당시 청와대에서 윤 차장의 후임 특별감찰반장으로 일했던 이성윤 대검 형사부장(56·23기)은 요직인 대검 반부패부장(옛 중앙수사부장)에, 이 부장의 후임 특별감찰반장이었던 조남관 국가정보원 감찰실장(53·24기)은 검사장급인 대검 과학수사부장에 승진 임명됐다. 이 부장은 경희대 법대를 졸업해 문재인 대통령과 동문이다. 법무부는 윤 차장을 포함해 9명을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들의 출신 지역은 △수도권 2명 △충청권 1명 △대구·경북권 2명 △부산·경남권 2명 △호남권 2명 등으로 고루 안배했다. 또 문 총장이 신임하는 간부들이 검사장급 대검 참모로 적극 기용된 점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이 15일 신설을 지시한 대검 인권보호부장에는 권순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49·25기)이 내정돼 직제 개정 전까지 강력부장으로 근무하며 부서 신설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김후곤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53·25기)은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서 다스 수사팀장을 맡았던 문창석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57·24기)는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각각 승진 임명됐다. 고검장급에선 김오수 법무연수원장(55·20기)이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신임 차관은 국회 등을 상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은석 서울고검장(53·19기)은 법무연수원장으로, 박정식 부산고검장(57·20기)은 서울고검장으로 이동했다. 봉욱 대검 차장(53·19기)은 유임됐다. 박균택 검찰국장(52·21기)은 광주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외압 논란에 휘말린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52·21기)과 이영주 춘천지검장(51·22기)은 각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기획부장으로 좌천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면서 문 총장과 충돌했던 양부남 광주지검장(57·22기)은 문책 없이 의정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내 최정예 수사 부서로 평가받는 특수부에 수사를 맡겼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가 철저하고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최정예 수사팀’에 배당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수사할 주체와 관련해 “공공형사수사부에 있는 고발 등 관련 사건들을 이날 특수1부로 재배당했다”며 “사안의 중요성과 서울중앙지검 부서 간 업무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2차장 산하에 있는 공공형사수사부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의혹 수사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3차장 산하 특수부 4개 중 수사 인력이 가장 많고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최강 수사팀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3차장, 신자용 특수1부장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수사 능력은 물론이고 비타협적인 수사 의지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함께 활약했다. 윤 지검장은 지난해 5월 대선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후 이들을 중앙지검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한 3차장은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 굵직한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신 부장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최 씨와 함께 있었다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규명했다. 검찰은 수사 인력을 보강한 뒤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우선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대법원 법원행정처 문건 98건 등을 검토하면서 법리 검토와 쟁점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조단이 공개하지 않은 문건 300여 개에 대해서도 임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관련자들의 혐의가 윤곽이 드러나면 검찰은 당시 문건을 작성한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이를 지시한 간부 등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고위직의 개입 정황이 발견된다면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법원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법원 관계자는 “무제한적인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사법부 내부의 인사 정보나 감사 정보가 검찰로 무분별하게 유출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변 “행정처 판결 관여 정황 많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날 오후 기자좌담회를 열고 “법원행정처가 실제로 판결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많다”고 주장했다. 민변 최용근 변호사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1심 선고일이던 2014년 9월 11일 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업무일지에 ‘元―2.6y, 4유, 停3(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이라고 적혀 있던 사실을 공개했다. 최 변호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는 오전에 열리고 원 전 원장의 1심 판결은 오후에 선고됐으므로 판단 결과가 청와대에 누설되지 않았다면 미리 알 수 없을 내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민변 등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윤수 기자}

“남북 교류 확대는 우리 변호사들에게도 포화 상태인 국내 법률시장을 벗어날 큰 기회, ‘블루오션’이 될 겁니다.”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53)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변호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면 북한과 북한 주민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 법률을 공부해야 한다. 통일 한국에 적합한 통일법을 만드는 역할도 변호사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이 회장은 법조계에서 손꼽히는 북한법 전문가다. 박사과정에서 북한 행정법을 공부한 이 회장은 연세대 법무대학원에서 현재 북한법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장과 통일부 통일교육위원도 역임했다. 그의 관심사를 보여주듯이 서울변호사회 회장실 곳곳에는 북한 관련 법률 서적과 각종 자료가 쌓여 있다. 이 회장이 북한법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변회 재무이사를 맡고 있던 2005년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린 국제인권법회의에 참석하면서다. 이 회장은 “회의에서 만난 외국인들이 북한법과 북한 이탈주민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전문가보다도 해박한 지식과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북한 이탈주민을 찾아다니고 북한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북한 이탈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변호사 모임도 꾸렸다.지난해 1월 서울변호사회 회장에 취임한 직후 이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식과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30명을 모아 통일법제특별위원회를 꾸린 것이다. 이 회장은 “보통의 위원회와 달리 보다 엄격한 선발 기준을 거쳐 지원자 180여 명 중 30명을 뽑았다”며 “법무부 통일법무과 근무 이력이 있는 변호사, 다양한 북한 관련 사회단체 활동을 했던 변호사, 국정원 출신 변호사 등 어디든 내놓을 만한 경력을 지닌 분들이다”라고 밝혔다.통일법제특위는 그동안 진행한 학술세미나와 연구 성과를 토대로 7월 중에 북한 변호사 제도 관련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북한의 신분등록, 등기제도 등 법조계 안팎에서 관심이 큰 사안들에 대한 보고서도 차례로 발간할 계획이다.이 회장은 “국내 변호사들에게 언어가 같고 한 민족인 북한은 가장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법률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화해 국면으로 경제적인 교류가 늘어나면 계약체결이나 대금과 관련된 민사 분쟁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만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법을 남북 교류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등 법률가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며 “북한법을 공부한 변호사들은 두 체제를 접목하는 아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변호사회는 500여 명의 변호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변호사업계와 민간 차원의 친선 교류도 추진 중이다. 경평(서울·평양)축구처럼 서울과 평양의 변호사단체 간 축구경기대회를 열고 이를 발판삼아 왕래를 늘려가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구상이다. 딱딱한 법률 대신 축구공으로 분단의 벽을 뛰어넘겠다는 것. 이 회장은 “남북 교류 관련 단체 및 중국 로펌 등을 통해 북측과의 교섭 채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남북 교류 활성화에 대비해 북한 내 14개 경제특구와 국내 14개 지방변호사회를 일대일로 매칭하자는 아이디어도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안한 상태다. 각 지방변호사회가 해당 특구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계약과 관련한 법률 자문은 물론이고 분쟁 조정 등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예를 들면 평양의 옥류관 냉면도 이미 남한에도 상표권이 등록된 상태라 통일 이후 당장 소송으로 충돌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그밖에 서울변호사회는 통일부와 법무부 등 국가 기관을 비롯해 대한적십자사 등 비교적 북한과 교류가 빈번한 외부 단체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남북 교류방식을 찾는 중이다. 이 회장은 “‘통일 대박’은 우리 변호사들에게도 대박이 될 것”이라며 “북한법에 대한 이해가 높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서울변호사회 변호사들이 남북 교류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과 오찬을 갖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하고,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찰은 사후적·보충적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문명국가”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수사권 조정 방침을 우회적으로 맞받았다.○ 문 대통령 “왜 같은 내용으로 두 번 조사받나” 문 대통령은 이날 1시간 30분 동안 문 총장, 이 청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이건 국민의 인권침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검경 내부의 여론 수렴을 거쳐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하고 내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정보 수집 등을 폐지한 국가정보원의 예를 들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서부터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검찰과 경찰 모두 국정원처럼 큰 폭의 변화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공약과 2012년 대선 공약을 자신이 만들 정도로 오래전부터 고려해온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내가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경력도 있고 하니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대해 적대적일 거라 지레짐작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런 권력기관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이 되는 데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큰 기대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조직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사권 조정안이 나오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다들 미흡하게 여기고 불만이 나올 텐데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잘 설득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찬에 앞서 문 대통령은 문 총장의 요청에 따라 조 수석만 배석한 채 30분간 문 총장을 별도로 만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내부의) 우려를 대단히 솔직하게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 문무일 “문명국가 제도 정착돼야…”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방침이라 공직자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앞으로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허탈해했다. 문 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국민이 문명국가의 시민으로 온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마련한 수사권 조정안이 ‘문명국가’에 걸맞지 않은 ‘야만적인 제도’라는 뉘앙스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다음 주중 수사권 조정안이 공식 발표되면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문 총장이 거취를 표명하는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만큼 거취 표명이 나올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이 1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사실상 검찰 수사를 요구해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은 다음 주 시민단체 등의 고소 고발 10여 건을 어느 수사 부서에서 담당할지 결정한 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분석 등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대법관들은 “재판 거래 의혹은 근거 없다.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최종심을 하는 대법관들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검찰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18일 사건 새로 배당 검찰이 규명해야 할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중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등의 재판을 청와대와 거래하려고 한 의혹 △법원의 체포 및 구속영장 발부 권한을 대정부 협상 카드로 쓰려고 한 의혹 △진보 성향 판사들 동향 파악 및 대응 의혹이다. 검찰 수사의 정점은 이 같은 의혹들에 양 전 원장이 개입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행정처의 의혹 관련 문건들을 작성하거나 문건 내용을 실행에 옮기도록 직접 지시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문건 작성 경위를 알고 방조 또는 묵인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위해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 실장, 심의관 등 판사들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 또 재판 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들과 일선 법원 재판부 간 통화나 면담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수사 필요에 따라 법원행정처나 의혹에 연루된 고등법원, 지방법원의 판사실을 압수수색할 수도 있다. 검찰 내부에는 김 대법원장 지시로 의혹을 조사했던 법원 특별조사단의 보고서 내용만으로도 의혹에 연루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의 문제가 된 문건의 내용이 실행된 경우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행되지 않았더라도 문건을 작성한 과정 자체가 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는 검사가 많다. 예를 들어 2015년 10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원세훈 사건 환송 후 당심(서울고법 2015노1998호) 심리 방향’ 문건에는 당시 이 사건 재판장 및 주심판사와 각각 통화한 내용이 정리돼 있는데 이 통화를 해 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한 법원행정처 관계자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맡게 된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주말 동안 논의를 거쳐 18일 사건을 새로 배당할 계획이다. 시민단체 등이 고소 고발한 사건 10여 건은 현재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돼 있다. 검찰 안팎에선 특별수사부가 맡아서 수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본격적인 수사는 다음 주초 검찰 검사장급 이상 인사가 마무리된 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재판 거래 없어” vs “의혹 해소해야” 김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결정 직후 고영한 선임대법관 등 대법관 13명은 입장문을 통해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 재판의 독립에 관해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가 일치됐다”고 강조했다. “개인적 믿음과는 무관하게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였다는 부분에 대한 의혹 해소도 필요하다”고 한 김 대법원장의 판단을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퇴근길에 취재진에게 “사법행정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대법원장과 일선에서 직접 재판을 맡고 있는 대법관님들의 걱정이 표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사법 개혁 조치와 의구심 해소에 대해 저와 의견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법원 내부 해결을 주장해 온 고위직 판사들은 검찰 수사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데 검찰 수사를 받아들이면서 일을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혹에 대한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주장해온 일부 소장 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결정이 미온적이라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지방법원의 판사는 “사법 불신 여론이 팽배한데 이 정도 후속 조치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윤수 기자}
다음 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공상훈 인천지검장(59·사법연수원 19기)과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56·19기), 안상돈 서울북부지검장(56·20기), 신유철 서울서부지검장(53·20기)이 14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12일 김강욱 대전고검장(60·19기)이 검찰을 떠나기로 하는 등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5명이 용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또 김회재 의정부지검장(56·20기)도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공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28년 4개월간 검사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선배, 후배, 동료 여러분 덕분”이라고 밝혔다. 안 지검장도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듯 “비록 많은 것을 빼앗겨도 마지막 남은 주머니칼 하나라도 힘줘 들고 정의를 세우겠다는 결심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 신 지검장은 글에서 “앞으로 우리 검찰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성원하겠다”고 했다. 여성 검사장 1호인 조 지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총장에게 구두로 사의를 전했다. 고검장급 8명 중에 여성이 없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이상 직위는 49개에서 43개(고검장급 8개, 검사장급 35개)로 줄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정부가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다음 주 초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 지휘’를 폐지하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상하 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적 관계로 규정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최근 마련했다. 또 피의자에 대한 인권 침해 발생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도 부패 범죄와 경제·금융 범죄, 선거 범죄 등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안부 장관 등은 올 2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비공개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문무일 검찰총장이 논의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검찰 패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논의는 잠정 보류됐다. 문 총장은 조 민정수석과 박 장관을 겨냥해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당시 검찰 수장까지 강하게 반발하자 청와대는 대검찰청과 경찰청 등 양측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입장 및 쟁점, 의견 수렴안을 제출받았다. 앞서 정부의 수사권 조정 협의 과정에서는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 종결권을 온전히 가져야 된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이에 반대하면서 예외 조항 삽입을 전제로 절충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종결은 일종의 사법 판단인 만큼 법률가인 검사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다음 주에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려고 하는 것도 검경 수사권 조정 발표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안 발표 이후 예상되는 검찰 반발을 감안해 인사 일정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이번 검사장 인사에서는 연수원 20, 21기의 고검장 승진과 24, 25기의 검사장 승진이 예상되고 있다. 김강욱 대전고검장(60·사법연수원 19기)은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사직 인사를 올려 “오늘 제 청춘의 전부를 쏟아부은 정든 검찰을 떠나기로 했다”며 “바라건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근시안적이고 감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형사사법체계가 결정되기를 소망한다”고 당부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최근 주요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경찰과 검찰이 여론에 편승한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엄벌을 원하는 여론의 압박 속에서 “일단 영장부터 신청해 놓고 보자”는 면피성 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35)에 대한 구속영장은 무리한 영장 신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초 경찰은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냈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유리컵을 바닥에 던진 것만으론 폭행죄가 성립하기 어렵고, 조 전 전무와 비슷한 사건으로 구속된 사례가 거의 없다며 무리한 신청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프로야구팀 넥센 히어로즈의 박동원 씨(28·포수)와 조상우 씨(24·투수)에 대한 구속영장도 4일 검찰에서 기각됐다. 피의자들과 피해자들의 주장이 상반되고 조사된 내용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고 구속할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주목을 받는 사건에 신중하게 접근할 경우 소극적인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당한 경우도 있다. 검찰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에 대해 특수폭행 등 7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4일 기각됐다.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 및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의 염려가 없다며 기각한 것이다. 최근 구속영장의 기각 사례가 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거론되기도 한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과 검찰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구속영장 신청이나 청구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문제는 구속영장 기각 사례가 늘어날수록 수사기관의 법 집행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조 전 전무 등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여론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거나 ‘전관예우 효과 아니냐’란 식으로 반응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 기각 논란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대원칙은 불구속 수사”라며 “수사기관이 여론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리지 않도록 구속 필요성을 엄격하고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구속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을 줄이기 위해 구속 요건과 발부 기준을 좀 더 세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