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공간입니다. 개가 짖지 않도록 해 주세요!” 일요일인 2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한 주민이 소형 확성기를 들고 바깥으로 소리를 쳤다. 아파트 울타리 너머 ‘애견 동반 카페’에 모인 개들이 한꺼번에 짖어대자 소음을 참다못한 주민 A 씨(35·여)가 카페를 향해 항의를 한 것.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애견을 데려 올 수 있는 이 카페에는 495m³(약 150평) 규모의 ‘애견 운동장’이 설치돼 있다. 이날 오후에는 개 10여 마리가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힘차게 짖으며 달리고 있었다. 이 카페는 애견 운동장이 있어서 개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고, 수도권 각지에서 애견인들이 몰려든다.○ 주민들 “개 짖는 소리에 주말은 지옥” 애견 인구가 늘면서 도심에 애견 카페나 애견 호텔 등 애견 관련 시설물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소음과 악취 때문에 인근 주민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확성기 방송’을 했던 A 씨가 사는 아파트의 동과 해당 애견 카페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15m에 불과하다. A 씨는 “4개월 전 아파트 단지 앞에 애견 카페가 생긴 이후 올해 네 살인 딸이 자다가 개 짖는 소리에 놀라서 깨서 울곤 한다.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일부러 외출도 한다”고 토로했다. 같은 동 주민 김모 씨(41·여)는 “고등학생 아들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더운 날도 방 창문을 닫아 둔다. 석 달 전에 이사를 왔는데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옆 동 주민 남모 씨(41)도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 층간소음만큼 심한 소음에 시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주말에는 집이 휴식처가 아니라 지옥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애견과 함께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멀리에서도 찾아오기 때문에 평소보다 소음이 더 심하다. 주민들은 지난달 말 주민 공청회와 입주자 대표회의를 열고 카페 소음에 대한 항의 현수막을 걸기로 결의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애견 시설과 주민 간의 갈등은 종종 빚어진다.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는 330m² 규모의 야외 운동장을 갖춘 애견 카페와 인접해 있다. 아파트 가장 가까운 동과 카페의 직선거리는 50m 정도다.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카페 측은 내부에 ‘개가 짖지 않게 말려 주세요’라는 내용의 안내판을 설치했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5월 주택가에 애견 호텔이 들어서자 주민들이 “소음과 악취가 심각하다”며 반발했다.○ 카페 측 “합법적 영업”…법 미비가 갈등 원인 제공 그렇다고 카페 측만 탓하기도 어렵다. 카페 업주 김모 씨(47)는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것인데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과 대화해 방음 시설 설치를 논의할 의향은 있지만 가게 이전이나 야외 운동장 철거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로서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 남양주시의 해당 읍사무소 관계자는 “애견 카페 관련 민원이 많지만 카페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난감해했다. 동물보호법에는 애견 호텔, 애견 미용실 등 ‘동물 관련 사업장’의 내부 시설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입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애견 카페는 동물 관련 사업장이 아닌 식품접객업소로 분류돼 아예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애견 놀이터나 운동장 등 외부에 노출된 시설은 사업체를 등록해야 하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아무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동물 울음소리는 소음진동관리법상 소음에 해당하지 않아 지자체가 관리하기 어렵다. 청주시 관계자는 “관련 법규가 없어 갈등 중재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현재로서는 업주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하는 정도”라고 말했다.남양주=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공간입니다. 개가 짖지 않도록 해 주세요!” 일요일인 2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한 주민이 소형 확성기를 들고 바깥으로 소리를 쳤다. 아파트 울타리 너머 ‘애견 동반 카페’에 모인 개들이 한꺼번에 짖어대자 소음을 참다못한 주민 A 씨(35·여)가 카페를 향해 항의를 한 것.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애견을 데려 올 수 있는 이 카페에는 495㎥(약 150평)규모의 ‘애견 운동장’이 설치돼있다. 이날 오후에는 개 10여 마리가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힘차게 짖으며 달리고 있었다. 이 카페는 애견 운동장이 함께 있어서 개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고, 수도권 각지에서 애견인들이 몰려든다.● 주민들 “개 짖는 소리에 주말은 지옥” 애견 인구가 늘면서 도심에 애견 카페나 애견 호텔 등 애견 관련 시설물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소음과 악취 때문에 인근 주민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확성기 방송’을 했던 A 씨가 사는 아파트의 동과 해당 애견 카페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15m에 불과하다. A 씨는 “올해 네 살인 딸이 자다가 개 짖는 소리에 놀라서 깨서 울곤 한다.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일부러 외출을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같은 동 주민 김모 씨(41·여)는 “고등학생 아들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더운 날도 방 창문을 닫아 둔다. 세 달 전에 이사를 왔는데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옆 동 주민 남모 씨(41)도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다. 층간소음만큼 심한 소음에 시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주말에는 집이 휴식처가 아니라 지옥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애견과 함께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멀리에서도 찾아오기 때문에 평소보다 소음이 더 심하다. 주민들은 지난달 말 주민 공청회와 입주자 대표회의를 열고 카페 소음에 대한 항의 현수막을 걸기로 결의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애견 시설과 주민 간의 갈등은 종종 빚어진다.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는 330㎡ 규모의 야외 운동장을 갖춘 애견 카페와 인접해 있다. 아파트 가장 가까운 동과 카페의 직선거리는 50m 정도다.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카페 측은 내부에 ‘개가 짖지 않게 말려주세요’라는 내용의 안내판을 설치했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5월 주택가에 애견 호텔이 들어서자 주민들이 “소음과 악취가 심각하다”며 반발했다.● 카페 측 “합법적 영업”…법 미비가 갈등 원인 제공 그렇다고 카페 측만 탓하기도 어렵다. 카페 업주 김모 씨(47)는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것인데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과 대화해 방음 시설 설치를 논의할 의향은 있지만 가게 이전이나 야외 운동장 철거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로서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 남양주시의 해당 읍사무소 관계자는 “애견 카페 관련 민원이 많지만 카페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난감해했다. 동물보호법에는 애견 호텔·애견 미용실 등 ‘동물 관련 사업장’의 내부 시설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입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애견 카페는 동물 관련 사업장이 아닌 식품접객업소로 분류돼 아예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애견 놀이터나 운동장 등 외부에 노출된 시설은 사업체를 등록해야 하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아무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동물 울음소리는 소음진동관리법상 소음에 해당하지 않아 지자체가 관리하기 어렵다. 청주시 관계자는 “관련 법규가 없어 갈등 중재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현재로서는 업주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양해를 구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남양주=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가 마셨던 ‘작두콩 커피’입니다. 비염 기관지에도 좋아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8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박람회’. 행사장에 마련된 작두콩 커피회사 ‘그린로드’ 부스에서 수십 명의 관람객이 줄지어 커피를 맛봤다. 지난달 31일 행사 개막식에 참석한 이 총리가 들러 커피를 마셨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부스는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지난달 31일부터 3일간 열린 에이팜쇼 현장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대거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개막식 최고 스타였던 20대 여성 농부 송주희 너래안 대표(29) 관련 기사에는 1일까지 약 1400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행사 현장과 온라인에서 관심이 뜨거웠다. 관람객 오현미 씨(43·여)는 “아이들과 주말농장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농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에이팜쇼에서 귀농 정보를 얻고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간다”고 말했다. ○ 방대하고 정확한 귀농·귀촌 정보의 바다 관람객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귀농·귀촌 상담 부스를 돌며 선배 농부들의 조언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진지한 모습이었다. “농촌에 집을 지을 때는 축사 주변은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 “주소지를 최대한 빨리 옮겨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등 ‘귀농 멘토’들의 조언을 일일이 수첩에 적는 관람객도 많았다. 전북 김제시 부스를 찾은 심재훈 씨(29)는 “부모님이 김제에 있어 내려가 농사를 지어볼까 계획 중”이라며 “에이팜쇼에는 귀농 정보 외에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문했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행사장에 마련된 귀농·귀촌 적합도 테스트를 받는 모습도 보였다. 김동술 씨(66)는 “귀농·귀촌 적합도 테스트를 했는데 나는 66점, 아내는 64점이 나왔다”고 말했다. 60점 이상이면 귀농·귀촌에 대한 적응력, 의욕, 준비 정도가 상당히 높다는 의미다. 김 씨는 “은퇴 뒤 꾸릴 제2의 삶으로 귀농을 꿈꾸며 전북 정읍시에 땅을 사 꾸준히 준비를 한 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 북적 귀농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낯선 곳으로의 이주와 정착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가족 전체가 함께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행사장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던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20년 전 귀농해 경기 양평군에서 체험농장을 운영 중인 정경섭 씨(71)는 중학생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방문했다. 아들이 진로를 택할 때 자신의 농장을 이어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정 씨는 “에이팜쇼를 통해 귀농에 대한 세간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면 아들도 농업에 호기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요즘은 농업이 밭에서 호미질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기술, 생명공학 등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들인 정지안 군(15)은 “현장을 보니 농업 전망이 좋아 보여 농부가 되는 게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농산물 싸게 사고 즐길 거리도 풍부 행사장에는 은퇴 후 귀농을 준비하는 중장년층 외에도 부모 손을 잡고 박람회를 찾은 어린 관람객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지자체가 마련한 먹거리를 시식할 수 있고 곤충체험, 승마체험, 아이 직업교육 등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각종 행사가 마련됐다. 아내, 초등학생 두 딸과 행사장에 온 김성호 씨(42)는 “농업 쪽으로 전직할 생각이라 아내와 함께 정보를 찾다가 에이팜쇼가 열린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며 “아이들을 위한 체험관도 마련돼 있다고 해서 딸들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틈틈이 진행되는 무대 행사에도 많은 시민이 몰렸다. 2일 오전 열린 수박 빨리 먹기 대회에서는 이른 시간에도 수십 명이 참여했다.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지역 특산물 경매도 질 좋은 농산물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현태 전북 김제시 귀농귀촌협의회 부회장(58)은 “박람회에 오시는 분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농촌에 향수를 갖고 언젠가 귀농하겠다는 꿈을 갖게 된다”며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신 귀농인들이 시골에 정착하면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김은지 기자}

“명문대 나온 당신은 머리 좋은 조사관인데, 날카롭게 항의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상사로부터 8개월간 성추행을 당한 P 씨(36·여)가 재판 과정에서 판사에게 들은 말이다. “머리도 좋은 편일 텐데 성추행 당했을 때 기록이나 메모를 안 남겼느냐” “처음부터 문제제기를 않고 몇 달 동안 왜 참은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분명 ‘질문’이었지만 그에겐 ‘질책’처럼 들렸다. P 씨는 고학력 여성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7급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2014년 2월부터 8개월간 직속 상사의 괴롭힘이 이어졌다. 그러나 P 씨는 항의하지 못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가해자는 직장 내에서 지위 등이 자신보다 우월한 상사였기 때문이다. P 씨는 “가해자는 나보다 더 학력이 높고 사회적 지위가 높았다. 그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니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하며 8개월간 참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1심 무죄 판결 이후 고학력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폭넓게 인정하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3)처럼 학력이 높고 장애가 없는 성인이 위력에 굴복해 성폭력 피해를 반복적으로 당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논리는 성폭력 피해자의 상담 사례나 통계와는 큰 차이가 있다. 피해자의 나이, 학력, 결혼 여부를 불문하고 성폭력은 무작위로 발생했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실시한 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19세 이상 성인 피해자 중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가 40.3%였다. 미혼(23.6%) 피해자보다 기혼(67.3%)이 많았다. 장애가 있는 사례는 1.3%로 대부분 장애가 없었다. 학력이나 지위가 낮은 약자(弱者)가 성범죄에 취약할 거라는 사회적 통념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고학력자가 왜 저항하지 못했느냐고 묻는 건 상하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성범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저항하라” “증거를 남겨라” 같은 조언들은 실제 상황에선 무력하게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계에 종사하는 K 씨(52·여) 역시 4년 전 술자리에서 선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을 때 아무 저항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K 씨는 “불쾌감과 모욕감이 밀려오지만 당시 나는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더욱 끔찍했다. 성추행을 하는 선배의 손을 아무도 보지 못하길 속으로 기도했다”고 했다. 남성 역시 직장 내 서열에서 발생하는 위력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대기업 3년 차 사원인 Q 씨(28)는 지난해 7월 15년 먼저 입사한 여자 선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자정 넘어 업무가 끝나자 선배는 Q 씨에게 “단둘이 노래방에 가자”고 제안했다. 선배는 웃옷을 벗고 Q 씨를 끌어안는 등 2시간 넘게 추행을 계속했다. Q 씨는 “(피해 상황에서) ‘성폭력을 당하면 항의하라’는 정언 따윈 생각나지도 않았다. 피해 다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 성폭력피해 상담 전문가는 “고학력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는 상대적으로 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강자(强者)다.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 속에서 강자가 휘두르는 위력에 굴복하지 않을 피해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34·여)는 요즘 신경을 쓸 일이 부쩍 늘었다. 매장 내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 손님 중 일부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일회용 컵)을 사용하겠다’며 고집을 부려서다. 정부 지침에 따라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업주에게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도 “내가 일회용 컵에 먹겠다는데 왜 상관을 하느냐”며 짜증을 내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 “일회용 컵 가격만큼 음료 가격을 깎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 씨는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을 해도 손님들이 불쾌하게 여길 때가 많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2일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 컵 단속에 나선 지 약 한 달이 흘렀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잡음이 나온다.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업주와 손님들이 컵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내가 편한 대로 하겠다는데 왜…” 손님 갑질 지난해 작은 카페를 연 김모 씨(26·여)는 최근 난감한 일을 겪었다. “나가서 마시겠다”며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은 한 손님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 망설이던 김 씨가 어렵사리 다가가 “더 드실 거면 음료를 머그잔에 옮겨 드리겠다”고 권했지만 손님은 “잠깐 앉았다가 갈 건데 왜 그러느냐”고 퉁명스레 응대했다. 김 씨는 불안한 마음에 속이 탔지만 가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다시 요구하지는 못했다. 손님은 1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카페를 벗어났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 대형 프랜차이즈의 카페를 관리하는 김모 씨(27·여)도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플라스틱 컵 대신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은 손님이 “커피가 꽉 차지 않았다”며 항의한 것. “정량을 담아 줬다”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김 씨는 결국 이 손님에게 음료를 더 담아줬다. 손님이 음료를 마시고 난 뒤 놔두고 나간 머그잔을 노리는 ‘머그잔 도난’도 부쩍 늘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머그잔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상표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서울 광진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한 달 사이 10개가 넘는 컵을 잃어버렸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머그잔은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1개에 8000원에서 8500원 선이다.○ 손님들도 불편… “융통성 있어야” 손님들도 불편을 토로한다.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부산 동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향은 씨(26·여)는 지난주 동료와 함께 부산역 앞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았다. 먼저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은 김 씨는 아직 음료를 받지 못한 일행을 기다리는 사이에 잠깐 자리에 앉았는데 곧장 직원이 다가와 제재했다. 간신히 양해를 구했지만 당황스럽고 불쾌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점심시간에 카페를 찾은 직장인들은 잠시 앉았다가 나가야 하는데 음료를 머그잔에 받았다가 다시 일회용 컵으로 옮기는 건 오히려 낭비”라고 말했다.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집 앞 카페를 자주 찾는 주부 A 씨도 머그잔에 음료를 담는 게 불안하다. A 씨는 “아이들이 컵을 엎을 때가 종종 있는데 컵을 깨뜨려 다칠까 봐 걱정된다”며 “그런데도 무조건 머그잔을 이용하라고 하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계도 기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정부에서 적극 홍보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김자현 기자}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34·여)는 요즘 신경을 쓸 일이 부쩍 늘었다. 매장 내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 손님 중 일부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일회용 컵)을 사용하겠다’며 고집을 부려서다. 정부 지침에 따라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업주에게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도 “내가 일회용 컵에 먹겠다는데 왜 상관을 하느냐”며 짜증을 내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 “일회용 컵 가격만큼 음료 가격을 깎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 씨는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을 해도 손님들이 불쾌하게 여길 때가 많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2일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 컵 단속에 나선 지 약 한 달이 흘렀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잡음이 나온다.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업주와 손님들이 컵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내가 편한 대로 하겠다는데 왜…” 갑(甲)질 하는 손님들 지난해 작은 카페를 연 김모 씨(26·여)는 최근 난감한 일을 겪었다. “나가서 마시겠다”며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은 한 손님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 망설이던 김 씨가 어렵사리 다가가 “더 드실 거면 음료를 머그잔에 옮겨 드리겠다”고 권했지만 손님은 “잠깐 앉았다가 갈 건데 왜 그러느냐”고 퉁명스레 응대했다. 김 씨는 불안한 마음에 속이 탔지만 가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다시 요구하지는 못했다. 손님은 1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카페를 벗어났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 대형 프랜차이즈의 카페를 관리하는 김모 씨(27·여)도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플라스틱 컵 대신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은 손님이 “커피가 꽉 차지 않았다”며 항의한 것. “정량을 담아 줬다”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김 씨는 결국 이 손님에게 음료를 더 담아줬다. 손님이 음료를 마시고 난 뒤 놔두고 나간 머그잔을 노리는 ‘머그잔 도난’도 부쩍 늘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머그잔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상표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서울 광진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한 달 사이 10개가 넘는 컵을 잃어버렸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머그잔은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1개에 8000원에서 8500원 선이다.●손님들도 불편…“융통성 있어야” 손님들도 불편을 토로한다.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부산 동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향은 씨(26·여)는 지난주 동료와 함께 부산역 앞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았다. 먼저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은 김 씨는 아직 음료를 받지 못한 일행을 기다리는 사이에 잠깐 자리에 앉았는데 곧장 직원이 다가와 제재했다. 간신히 양해를 구했지만 당황스럽고 불쾌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점심시간에 카페를 찾은 직장인들은 잠시 앉았다가 나가야 하는데 음료를 머그잔에 받았다가 다시 일회용 컵으로 옮기는 건 오히려 낭비”라고 말했다.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집 앞 카페를 자주 찾는 주부 A 씨도 머그잔에 음료를 담는 게 불안하다. A 씨는 “아이들이 컵을 엎을 때가 종종 있는데 컵을 깨뜨려 다칠까 봐 걱정된다”며 “그런데도 무조건 머그잔을 이용하라고 하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계도 기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정부에서 적극 홍보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아파트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대낮부터 전기가 끊겨 주말 자택에 머물던 900여 가구가 온종일 불편을 겪었다. 26일 오후 1시경부터 한양1차아파트에서 변압기가 고장 나면서 정전이 발생해 오후 9시 30분에야 복구됐다. 변압기 관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관한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정전 초기에는 아파트 측에서 다른 원인을 추정했으나 변압기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돼 사고 복구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단지는 이달 2일에도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 8시간 넘도록 교체 작업이 진행되는 사이에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밤까지 정전이 이어지자 일부 주민은 급히 랜턴 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주민 A 씨는 “엘리베이터가 멈춰 걸어서 건물을 오르내려야 했고 오후 4시부터는 물도 끊겼다”며 “서울 도심에서 ‘원시인 생활’을 체험한 셈”이라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더 빨리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어머니….”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관. 한국계 프랑스인인 그자비에 모토(한국명 신동은·37) 씨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윤순예 씨(59)는 잡고 있던 아들의 손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모토 씨는 1981년 1월 대전에서 태어났지만 구순구개열(입술 잇몸 입천장이 갈라진 기형) 장애가 있었다. 젖을 빨지 못해 입안으로 모유를 흘려줘야 했다. 병원을 여러 곳 찾아갔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로는 치료가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윤 씨 부부는 아들을 해외로 데려가 치료할 여력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차라리 아이를 해외 선진국으로 보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결국 한 달여 만에 첫아들을 입양기관으로 보냈다.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도 윤 씨는 수시로 입양기관에 아들의 행적을 물었다. 윤 씨는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는 응답이 돌아왔지만 언젠가 연락이 닿으리라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토 씨는 프랑스 중동부 디종의 의사 부부에게 입양됐고 수술을 받아 장애를 잘 치료했다. 그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면서도 항상 모국인 한국이 궁금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에서 연 ‘차세대동포 한국어 집중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11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를 찾으려고 입양기관을 찾은 모토 씨는 깜짝 놀랐다. 장애 때문에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어머니가 사실은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주기 위해 떠나보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젖먹이 때 떠나보낸 아들을 성인이 돼서야 다시 만난 윤 씨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씨는 남편과 2008년 사별했다. 이날 두 명의 남동생과 첫 만남을 가진 모토 씨는 “내가 형제들과도 많이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모토 씨는 프랑스로 돌아간 후에도 한국의 가족과 연락하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다섯 살 아들이 있어요. 어머니에게 보여드리러 또 한국에 올 거예요.” 모토 씨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더 빨리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어머니….”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관. 한국계 프랑스인인 그자비에 모토(한국명 신동은·37) 씨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윤순예 씨(59)는 잡고 있던 아들의 손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모토 씨는 1981년 1월 대전에서 태어났지만 구순구개열(입술 잇몸 입천장이 갈라진 기형) 장애가 있었다. 젖을 빨지 못해 입안으로 모유를 흘려줘야 했다. 병원을 여러 곳 찾아갔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로는 치료가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형편이 넉넉지 못했던 윤 씨 부부는 아들을 해외로 데려가 치료할 여력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차라리 아이를 해외 선진국으로 보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결국 한 달여 만에 첫아들을 입양기관으로 보냈다.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다는 사실을 들은 뒤에도 윤 씨는 수시로 입양기관에 아들의 행적을 물었다. 윤 씨는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는 응답이 돌아왔지만 언젠가 연락이 닿으리라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토 씨는 프랑스 중동부 디종의 의사 부부에게 입양됐고 수술을 받아 장애를 잘 치료했다. 그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면서도 항상 모국인 한국이 궁금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에서 연 ‘차세대동포 한국어 집중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11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를 찾으려고 입양기관을 찾은 모토 씨는 깜짝 놀랐다. 장애 때문에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어머니가 사실은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주기 위해 떠나보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젖먹이 때 떠나보낸 아들을 성인이 돼서야 다시 만난 윤 씨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씨는 남편과 2008년 사별했다. 이날 두 명의 남동생과 첫 만남을 가진 모토 씨는 “내가 형제들과도 많이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모토 씨는 프랑스로 돌아간 후에도 한국의 가족과 연락하기 위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다섯 살 아들이 있어요. 어머니에게 보여드리러 또 한국에 올 거예요.” 모토 씨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검찰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20일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심리 미진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안 전 지사와 수행비서 김지은 씨(33)가 위력관계에 있지만 성관계 당시 위력이 행사되지는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위력을 너무 좁게 해석했고 이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보다 훨씬 더 성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결한 사례가 많다”며 관련 판례를 언급했다. ○ “더 성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도 유죄 판결” 이날 검찰이 제시한 4건의 판례를 보면 법원은 업무상 상급자의 위력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했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5월 한 방송 제작사 간부인 A 씨(49)가 자신이 부하직원 B 씨(26·여)를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B 씨는 사건 당시 피고인 A 씨의 지시에 따라 모텔방으로 들어갔지만 A 씨의 스킨십 요구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A 씨는 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묵시적 동의하에 몸을 만졌을 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추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가 인사평가 권한을 내세워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과 3심 역시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A 씨의 항소와 상고를 기각했다. 또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김 씨의 행동이 성폭력의) 피해자로 보일 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한 것이 많다”며 “통화내역이라든지 김 씨의 피해 호소를 들은 증인 등 증거자료가 충분히 있는데도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전주지법은 1월 전주의 한 장애인 지원단체 고위간부 C 씨(61)가 직원 D 씨(27·여)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간음한 혐의를 인정하면서 피해자의 평소 언행 중 일부 의심되는 정황에 대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 씨가 피고인 C 씨와의 성관계 이후 C 씨에게 하트(♡) 표시가 들어간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런 정황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 검찰, 법원의 심리감정에 공정성 문제 제기 검찰은 안 전 지사 재판 과정에서 김 씨의 심리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절차적 하자로 인해 심리가 미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 초기 법원이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가 해촉한 사설심리상담소장 E 씨의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E 씨가 전문심리위원에서 해촉되자 안 전 지사 측에서 E 씨를 다시 감정증인으로 신청해 지난달 16일 비공개로 진행된 안 전 지사의 6차 공판에서 증언했다. 이 자리에서 검사가 E 씨에게 ‘어떤 경위로 나왔느냐’고 묻자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의 친구로 나왔다’고 답했고, 심리분석을 전문적으로 해 본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E 씨의 증언은 향후 재판에서 배제됐다. 안 전 지사 측은 “결론적으로는 피고인 측 감정증인의 증언이 누락된 셈이라 재판의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재판부가 검찰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 씨가 그루밍(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힌 김태경 전문심리위원의 증언을 다른 전문심리위원에게 보내 판단을 받으려고 했던 점, 이 전문심리위원에게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 전달하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보내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도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김은지 eunji@donga.com·김자현 기자}
수행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것은 ‘위력’의 존재와 행사 여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고 피해자가 제압당할 만한 사정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본보가 19일 입수한 114쪽 분량의 1심 판결문 전문에는 사건들의 내용과 재판부의 판단이 상세히 나와 있다.○ 재판부 “더 명시적으로 거절할 여지 있었다” 안 전 지사는 스위스 제네바로 출장을 간 지난해 9월 3일 오전 1시 반경(현지 시간) 호텔에서 김 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담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담배를 가지고 객실로 간 김 씨를 안 전 지사가 성폭행했다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재판부는 객실로 온 김 씨에게 안 전 지사가 “침대로 오라”고 요구했고 김 씨는 거절 의사로 “아니요, 모르겠어요, 아닌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한 부분은 인정했다. 방으로 오라는 지시를 받은 뒤 김 씨가 전임 수행비서였던 A 씨에게 전화해 “(안 전 지사가) 부른다. 어떻게 하느냐”라고 물으며 우려한 사실도 인정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방으로 오라는) 요구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더 명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표현할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위력이 행사됐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담배를 피고인의 방문 앞에 두고 텔레그램으로 방문 앞에 뒀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만 했어도 간음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의 옷차림도 쟁점이 됐다.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가 슬립 차림으로 객실로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씨는 “옷을 갖춰 입고 나갔던 것 같고 평상복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어떤 종류의 옷인지는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의상의 대략적인 종류조차 전혀 특정하지 못하는 취지의 증언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측은 “지사가 시킨 일을 시킨 방식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수행비서의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상화원리조트’ 사건에서 김 씨 진술 인정 안 해 지난해 8월 18, 19일 안 전 지사와 아내 민주원 씨(54)는 1박 2일 일정으로 주한 중국대사를 초청해 충남 보령시 상화원리조트에 묵었다. 안 전 지사 측은 19일 오전 4시경 김 씨가 부부의 침실로 몰래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이에 김 씨는 “같은 건물에 묵고 있던 중국인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2차를 기대한다. 옥상에서 만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착신 전환된 휴대전화로 확인했다”며 “두 사람이 부적절한 만남을 가지는 것을 염려해 문 앞 계단에서 지키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을 뿐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안 전 지사도 당시 중국인 여성을 만났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김 씨는 보름 전부터 2회에 걸쳐 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수행비서의 업무를 철저히 행하고 한중 관계 악화를 막으려는 의도로 안 전 지사의 밀회를 저지하기 위해 침실 앞에서 밤새 기다렸다는 김 씨의 해명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김 씨가 민 씨에게 사과 전화를 한 점 등도 재판부 판단에 반영됐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지사의 여자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김 씨가 비서 업무로 인수인계받았던 내용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이지훈 기자}

14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재판부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의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한 결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가 위력에 못 이겨 억지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보기에는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다른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 떨어져” 재판부는 권력적 상하관계에 있는 남녀가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될 수는 없다고 봤다. 평소에도 상대의 의사를 제압할 정도로 위력이 행사돼야 하고, 특히 성관계를 맺을 당시 상급자가 위력을 동원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김 씨는 검찰 조사와 공판 과정에서 “안 전 지사의 요구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고 수행비서로 할 수 있는 최선의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김 씨가 성관계 거부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지 않았다고 봤다. 두 사람이 첫 성관계를 한 지난해 7월 안 전 지사가 “안아 달라”고 요구하자 김 씨는 바닥을 보며 중얼거리는 방식으로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안 전 지사를 살짝 안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 달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하게 된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씻고 오라”고 했을 때 김 씨가 별다른 저항 없이 응한 점, 이후 스위스 출장 당시 김 씨가 전임 수행비서로부터 “안 전 지사의 객실에 들어가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도 방에 들어간 점 등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건 이후 김 씨의 행동도 김 씨의 자유의사가 제압당한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근거로 판단했다. 첫 성관계 몇 시간 뒤 김 씨는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한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려고 노력했고, 당일 저녁에는 안 전 지사와 함께 와인바를 간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지인과 지속적으로 안 전 지사를 지지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며 “피해를 잊고 수행비서 일을 열심히 수행하려 한 것뿐이라는 김 씨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지막 성관계를 맺었던 올 2월, 대전에 있던 김 씨가 밤에 안 전 지사의 연락을 받고 바로 서울의 한 오피스텔로 찾아간 것도 의문이라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다. 당시 김 씨는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가 아닌 정무비서 신분이었고, 당시 안 전 지사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대화 내용을 삭제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과거 안 전 지사의 운전비서로부터 성희롱을 당했을 때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하는 등 성적 주체성과 자존감이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안 전 지사와의 강압적인 성관계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동의 안 한 성관계라도 현행법상 처벌 어려워 재판부는 김 씨가 안 전 지사와의 성관계를 거절하려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을 가능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유죄 여부는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지가 아니라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는지에 달려 있어 가능성만으로 안 전 지사를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북미와 유럽 등 10개국에서는 상대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했음에도 성관계를 맺은 경우 강간으로 간주하거나(No Means No rule), 상대가 적극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성관계를 맺은 경우까지 처벌하는(Yes Means Yes rule) 입법례가 있다. 독일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상황이라도 위계관계에서 발생한 성관계는 무조건 ‘비동의 간음’으로 간주해 처벌한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새로운 처벌 규정을 도입할지는 입법 정책적 문제이고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성문화와 성인식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은지 기자}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수행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는 14일 법원을 나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일 첫 정식 공판이 시작된 이후 안 전 지사가 법원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안 전 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재판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만 해왔다. 이날도 법원에 출석하면서 선고를 앞둔 심경, 예상 판결 등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나 선고가 끝난 뒤 법원을 나서면서는 양손을 모은 채 침착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안 전 지사는 판결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고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가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정치적 재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재기가 쉽진 않겠지만 ‘다시 태어나겠다’는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철저히 반성하겠다는 뜻”이라면서 “지금 재기를 말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장관석 기자}

수행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이 업무상 상하관계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강압적인 성관계였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4일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데 이를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성관계가) 피해자의 진정한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체계하에서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4월 안 전 지사를 피감독자 간음·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안 전 지사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김 씨를 상대로 네 차례에 걸쳐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등 10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안 전 지사가 김 씨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업무상 위력을 동원했는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이자 도지사로서 피해자를 임명 또는 면직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두 사람이 업무상 위력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 행사돼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고 피해자가 제압당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가 집무실 등에서 김 씨의 몸을 만지거나 입을 맞추는 등 강제추행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안 전 지사는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씨는 선고 직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굳건히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여러 증거에 의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이지훈 기자}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대법정. 26분에 걸쳐 A4용지 13쪽 분량으로 요약한 판결문 낭독을 마친 조병구 부장판사가 “피고인은 무죄”라는 주문을 읽자 법정이 술렁였다. 검은 재킷에 안경을 쓰고 머리를 한 갈래로 묶은 차림으로 피해자 변호인들 사이에 앉아 있던 김지은 씨(33)는 굳은 얼굴로 재판부를 응시했다. 이어 채 1분도 법정에 더 머무르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나갔다. 판결문을 읽는 동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는 피고인석에서 양손을 포개어 모으고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주문을 읽은 재판부가 퇴정하자 안 전 지사는 긴장이 풀린 듯 안경을 벗으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이어 변호인들과 악수를 한 뒤 미소 띤 얼굴로 5분여간 법정에 머무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선고 시각인 이날 오전 10시 반에 맞춰 긴장한 표정으로 법정에 도착했다. 안 전 지사는 법정에 들어가자마자 천장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굳은 얼굴로 입정한 김 씨는 지인들과 인사도 나누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법정 내에서 안 전 지사와 김 씨 사이의 거리는 약 3.5m에 불과했지만 두 사람은 한 차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판결문을 읽는 동안 안 전 지사는 줄곧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었고, 김 씨는 재판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청객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선고 직후 한 30대 여성은 “정말 정의가 없다. 정의가 없는 나라”라며 울부짖었다. 법정 경위가 여성을 만류하는 사이 일부 방청객들은 반대로 “지사님, 힘내세요”를 외쳤다. 법정 밖에서도 안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든 현수막을 여성단체 회원들이 잡아당기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방청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른 오전부터 법정 밖은 재판을 방청하러 온 시민들과 150여 명의 취재진으로 붐볐다. 이날 마련된 방청석은 40석에 불과했지만 80여 명의 시민이 방청을 희망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로봇이 성범죄 피해를 상담하고 무인항공기(드론)가 교통사고 현장을 통제하는 ‘첨단 치안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기술이 개발된다. 2일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앞으로 3년간 120억 원을 투자해 접이식 초경량 방패, 교통사고 현장 드론 등 6가지 첨단 치안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2020년까지 해당 기술을 치안 현장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들은 경찰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편의를 제공한다. 성범죄 피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밝히는 것을 꺼리는 피해자들을 위해 고안된 ‘성범죄 상담 챗봇(Chat-bot)’이 대표적이다. 피해자들이 로봇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면 로봇이 이를 분석해 적합한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다. 교통사고의 경우 현장에 드론을 띄우면 멀리에서도 사고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교통 통제를 할 수 있다. 뒤 차량이 경찰차의 경광등을 보지 못해 생기는 2차 사고도 막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신원 확인 시스템 △더욱 정밀한 휴대전화 위치정보 서비스 △블랙박스 제보 및 자동 분석 시스템 등이 개발된다. 연구진은 현장에서 경찰관과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적극 반영하는 ‘리빙 랩(Living laboratory)’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실제 이용자들에게서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기술이 현장에 적용될 때 생길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경찰 관계자는 “연구마다 주제에 맞는 경찰서나 지구대를 매칭해 현장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요즘에는 좌남우남(左男右男)이 대세예요.” 은행원 김모 씨(28·여)가 전한 요즘 회식 자리의 풍경이다. 김 씨가 입사한 2016년 이후 지난해 초까지 회식에 참석하면 남자 지점장 옆에는 늘 젊은 여직원이 앉았다. 김 씨도 내키지 않지만 분위기 때문에 회식 자리에서 지점장 옆에 앉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중간급 간부들이 나서서 지점장의 오른쪽, 왼쪽 모두 남자 직원을 앉힌다. 지점장도 ‘여직원이 술시중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까봐 이런 자리 배치를 선호한다고 한다. ‘2차’로 노래방을 가던 관행이 사라졌고, 오후 9시 이후에는 법인카드 사용을 금지하는 기업도 있다. 대학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교수와 학생의 면담이다. 예전에는 교수들이 자기 연구실로 학생을 불러 문을 닫고 대화를 나누는 ‘일대일 밀실 면담’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미투 운동 이후 교수들은 ‘개방 면담’을 선호하고 있다. 서울예대에 재학 중인 박모 씨(23·여)는 1일 “연구실에 상담하러 가서 문을 닫으려고 하면 교수가 ‘열어둬라’고 한다”며 “교수들이 학생들보다 미투를 더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45)가 올해 1월 29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2)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한국 사회에 미투 열풍이 분 지 6개월이 흘렀다. 시민들은 일상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미투 이후…을(乙)의 눈치를보는 갑(甲) 직장 상사, 대학교수 같은 ‘갑(甲)’의 위치에 서 있던 사람들이 먼저 ‘을(乙)’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하는 것이 가장 몸에 와 닿는 변화다. 연극배우 A 씨(27)는 미투 이후 달라진 극단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발성 지도를 할 때 남자 연출가가 자세를 고쳐준다는 이유로 여배우의 허리춤이나 쇄골 부근에 손을 대는 일이 흔했다. A 씨는 “지금은 모든 연기지도가 ‘터치리스(touchless)’로 이뤄진다”며 “터치가 꼭 필요하면 다른 여배우가 연출가를 대신해서 한다”고 전했다. 연기지도 과정에서 ‘요염해 보여야 한다’ 등 성적으로 민감하게 들릴 수 있는 표현도 사라졌다고 한다. 문제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업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회식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다. 한 유통업체 회계팀에 재직 중인 3년 차 직장인 B 씨는 “미투 이전에는 1주일에 세 차례 회식을 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줄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한모 씨(26)는 “상사들이 ‘혹시 이런 것도 미투가 되느냐’고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윗사람들이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조심하게 된 것만으로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성폭력은 감춰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성폭력 지원 기관인 해바라기센터·여성긴급전화1366에 피해를 상담한 건수는 올 1분기 기준 1만1392건으로 지난해 1분기(8442건)에 비해 약 35% 늘었다.●2차 피해 우려에 위축되는 피해자들 하지만 피해를 폭로한 사람들은 극심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3월 8일부터 7월 16일까지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266건을 분석한 결과 119건(44.7%)이 ‘2차 피해’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2차 피해는 △‘배신자’라는 낙인과 따돌림 △부당전보 및 부당해고 △‘꽃뱀’ 등 악의적 소문 △가해자로부터의 역고소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한 예로 고은 시인은 자신의 성희롱·성추행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폭로한 최영미 시인(57·여)과 박진성 시인(40)에게 각 1000만 원, 이를 보도한 본보와 동아닷컴, 취재기자 2명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최 시인은 “오래된 악습에 젖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영미와 고은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노벨상 후보, 문단의 거목이라는 껍데기와 알맹이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족문화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각을 가려왔다”며 “이 재판에는 제 개인의 명예뿐 아니라 이 땅의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으므로 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소송에 대해 “전형적인 2차 피해”라며 “법률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이번 소송은) 미투 운동으로 용기 내 고발했던 사람들에게 ‘고발하면 큰 코 다친다’는 사인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C 씨는 올 4월 1년 넘게 이어져 온 직속 상사의 성추행과 성희롱을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제기했다. 그러나 문제 제기 뒤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것은 가해자가 아닌 C 씨였다. 부당전보의 근거는 ‘업무 능력이 안 좋고 불성실했다’는 인사평가 내용.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은 바로 직속 상사였다. 결국 C 씨는 병가를 내고 휴직했다. 이렇다 보니 ‘피해를 호소했다가는 자칫 나만 다친다’는 인식이 퍼져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한 대기업 사원 조모 씨(27·여)는 “미투를 한 사람들의 일상이 망가지는 걸 보니 ‘폭로를 하면 저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무기력해진다”며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받지 못한다면 미투 운동의 효과가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으로 논란에 휩싸인 국군기무사령부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통화까지 감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무사 관계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불온서적’으로 지칭하는 등 반감을 드러냈다는 증언도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기무사의 조직 구조와 사찰 방식 등을 공개했다. 이 센터 임태훈 소장은 “(복수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기무사는 노 전 대통령과 윤광웅 당시 국방부 장관의 통화를 감청했다”며 “당시 대통령과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관한 업무를 논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권자까지 감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무사령관들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갖고 있던 입학생에게 기무학교 교관이 “이런 불온서적을 읽어도 되느냐”며 추궁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에 일부 기무사 요원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는 제보도 있었다고도 한다. 또 기무사가 군부대 면회, 군사법원 방청, 군병원 병문안 등으로 군사시설을 방문한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취합해 누적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를 사찰해 왔다고 이 센터는 주장했다. 감청 의혹과 관련해 윤광웅 전 장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재직한 기간이 만 2년이 넘는 만큼 한 번쯤은 (노 전 대통령과) 통화를 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기무사가) 감청을 했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입장을 밝힐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군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윤 전 장관이 군용 유선전화로 통화했다면 기무사의 감청이 불법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등에는 기무사령관이 작전용 통신인 군용전기통신 등에 한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할 경우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돼 있다.김은지 eunji@donga.com·손효주 기자}
27일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 수행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 피해자 김 씨는 법정에 나와 최후진술을 했다. 김 씨의 공개 발언은 3월 5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를 한 이후 144일 만이다. 김 씨는 안 전 지사를 ‘피고인’, ‘피고인 안희정’ 등으로 지칭하며 “당신은 명백한 범죄자”라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씨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에게 ‘지사님’이었다. 피고인도 저를 직원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는) 자신의 권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의 성을 착취하고, 영혼까지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또 “(안 전 지사로부터) ‘너는 나의 그림자다’ ‘마지막 방어선이니 끝까지 나를 지켜라’는 등의 말을 세뇌하듯 듣다 보니 제 생살여탈권을 쥔 피고인의 이중성을 말하기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피고인에게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당하고도 숨죽이는 피해자가 여러 명 있어 제가 쓰러지면 그들도 함께 다친다”며 재판부에 처벌을 호소했다. 김 씨는 이 같은 내용의 A4용지 14장 분량 진술서를 33분 동안 읽으며 때때로 책상을 짚고 흐느꼈다. 안 전 지사는 가끔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기도 했다. 법정에서 3m 거리를 두고 앉은 김 씨와 안 전 지사는 재판이 진행된 4시간 30분 동안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최후진술에 나선 안 전 지사는 “어떻게 지위를 가지고서 다른 사람의 인권을 빼앗습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지위를 가지고 위력을 행사한 바가 없다”며 김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징역 3년까지만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형을 선고해 달라는 요구였다. 검찰은 “피고인이 10회에 걸쳐 장기간, 다수의 범행을 저질렀지만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아 죄질이 나쁘다”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지하철역 안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 7세 여아의 손이 끼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6일 낮 12시경 서울역 내 공항철도와 지하철 1호선을 잇는 환승통로에서 이모 양(7)의 오른손이 컨베이어 벨트 아래쪽 끝부분 틈에 빨려 들어갔다. 이 양은 손을 크게 다쳐 인대 손상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서울역 환승통로에는 계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여행용 가방 등 짐을 편리하게 옮길 수 있도록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돼 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던 이 양은 여행용 가방을 벨트에 올려놓고 계단을 내려가다 가방 손잡이를 놓쳤다. 손잡이를 다시 잡으려고 하다가 손을 헛짚으면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고무 재질의 컨베이어 벨트와 철제 롤이 연결되는 지점에는 폭 1cm가량의 틈이 있어 어린이의 손이 낄 수 있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 20여 명이 달려들어 일단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손으로 붙들었다. 벨트가 멈춘 뒤에도 아이의 손이 빠지지 않자 쇠꼬챙이 등을 가져와 틈을 벌렸다. 한 남성이 가위로 벨트를 끊어낸 뒤에야 이 양은 겨우 손을 뺄 수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의 위아래 끝에는 ‘EMERGENCY(긴급)’라고 쓰인 빨간 비상 버튼이 각각 설치돼 있다. 이 양의 어머니 전모 씨(39)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시민들이 아래쪽 버튼을 여러 차례 눌렀지만 벨트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위쪽에 설치된 버튼을 발견한 시민이 누른 뒤에야 벨트가 멈췄다는 것이다. 다만 코레일은 점검 결과 비상 버튼에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비상 버튼을 누르면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고,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버튼이 풀리며 다시 작동하도록 돼 있다”며 “당황한 시민들이 버튼을 돌려서 벨트가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버튼 위에는 시계 방향으로 흰색 화살표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비상 상황에서 버튼을 눌러야 할지, 돌려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명확하게 표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한유주 인턴기자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