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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도화지에 까만 점 네 개를 찍었다. 미술수업 시간, 아이가 그린 건 포크였다. “핵심을 찌르는 표현력에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당시 수업을 했던 화가 엄정순 ‘우리들의 눈’ 디렉터(58)가 한 말이다. 그 아이는 맹학교를 다니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우리들의 눈’은 시각장애인과 미술작업을 하는 비영리단체로, 엄 디렉터가 설립했다. 이 단체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23년간 맹학교에서 미술수업을 열고 있다. 독일 유학파로 국내 대학 전임교수였던 그가 왜 이런 길을 택했을까? 지난해 12월 20일 맹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그를 만났다. ○ 호기심에서 시작한 맹학교 미술수업 “사람들은 봉사활동으로 보지만 제겐 ‘콜라보’입니다. 화가랑 조각가가 함께 작업하듯, 다만 남다른 감각을 가진 아이들과 작업하는 겁니다.” 엄 디렉터가 처음 맹학교에 간 건 대학교수 시절이었다. 맹학교에 성당을 지어주고 싶다는 한 독지가의 부탁을 받고 성당 건축 프로젝트를 맡은 게 계기였다.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그때 만난 학교 아이들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본다’는 걸 주제로 작품활동을 해온 제게 맹학교 아이들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1996년 엄 디렉터가 교수를 그만두고 맹학교로 간 이유다. 당시 시각장애 학생들은 미술교육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었다. ‘안 보이는데 미술교육이 왜 필요하냐’는 편견의 벽이 높았다. 그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점 같았다”고 말했다. 학교를 꾸준히 설득한 끝에 엄 디렉터는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미술수업 참여를 허락받았다. ‘그나저나 안 보이는데 어떻게 미술을 하지, 색깔을 구별할 수 있을까.’ 기자의 머릿속에서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엄 디렉터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술은 그리고 만들기에 앞서 생각하고 질문하는 훈련이거든요. 안 보여도 궁금한 게 있고 다른 감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맹학교 학생이라고 미술을 못 할 이유가 없죠.” ○ 시각장애 학생이 던진 세상에 없던 질문 실제 맹학교 학생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 봤고 세상에 없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초등 4학년 학생이 자신과 친구들의 얼굴을 한참 만지더니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제가 보기엔 사람은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은데 왜 누구는 예쁘다고 하고 누구는 밉다고 하나요?” 엄 디렉터는 이 질문이 너무 창의적이고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수업에서는 교사와 제자 구분이 없다. 다만 학생들에게 자신이 느낀 세상을 표현하는 방법을 조언해줄 뿐이다. 학생들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물을 만지고, 맛보고, 귀를 대는 등 오감으로 이해했다. 그는 유독 기억에 남는 학생으로 인천혜광맹학교에서 만난 한 학생을 꼽았다. 어느 여름, 인천 ‘차이나타운’에 견학을 다녀온 뒤 그림을 그려 보라고 했다. 지하철역에서 차이나타운까지 가는 길에 계단이 많았고, 전맹인 이 아이는 그날을 ‘덥고 힘들었던 날’이었다며 몸으로 기억했다. 크레용만 만지작거리는 학생에게 ‘크레용이 네 다리라고 생각해 봐’라고 조언하자, 그는 이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분홍, 빨강 등 형형색색의 크레용을 쓰며 전지 10장에 걸쳐 계단을 그렸다.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색감을 세상에 드러냈다. ‘우리들의 눈’은 맹학교 학생들에게 직접 코끼리를 만져보고 작품을 만들어보는 ‘코끼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맹학교 12곳 중 7곳에서 이 프로젝트를 마쳤다. 학생들이 만든 코끼리마다 개성이 살아 있었다. 엄 디렉터는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며 “그동안 이 아이들한테는 그런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업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던 아이도 미술수업 시간엔 적극적이었다. 미술로 진로를 정한 학생도 나왔다. 엄 디렉터는 이런 학생들의 입시 준비를 따로 도왔다. 2015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미대 입학생이 나왔다. 다들 안 된다고 여기던 사회의 금기를 깨뜨린 것이다. ○ 23년간 경험이 사회적 자산으로 남길 엄 디렉터는 맹학교 학생들을 ‘샘물’에 비유했다.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들이 요즘 시대가 원하는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 샘물’이 사회로 더 멀리 뻗어가야 한다고 했다. 맹학교 미술수업이 제도적으로 정착되는 것은 물론이고 장애와 비장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벽을 허무는 과정을 통해 시각장애인과 사회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 교육, 예술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전문가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사회에 어떤 쓸모가 있을지 당장 알 순 없다. 장애가 없는 아이들이 시각장애 미술교사에게 미술을 배운다면 이들의 상상력은 어떻게 달라질까….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지만, 적어도 아이들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미술수업에 흥미를 느끼며, 장애를 차별로 여기지 않고, 무엇보다 생각의 크기가 달라질 것 같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2012년 이후 7년 만에 정수장학회 실태 조사에 나선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지은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이사장을 지내면서 소유권 공방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일 “정수장학회 실태조사를 위해 현재 회계법인을 통한 결산자료 검토까지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조사에 나선 이유에 대해 시교육청은 “정수장학회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지 오래된 데다 국정감사 때 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소유 문제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원래 장학회나 학교는 정기적으로 실태 조사를 해왔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사 주식 100%와 MBC 주식 30%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일간 신문을 경영하는 법인은 지상파방송사업자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소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다만 교육청은 정수장학회가 언론사 지분을 소유하게 된 시점이 해당 방송법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이어서 이번 실태 조사에서 문제 삼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정수장학회는 정치권의 논란거리였다. 박정희 정권에 헌납된 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 부산일보 주식과 부일장학회 기본 재산 등을 토대로 설립된 ‘5·16장학회’가 전신인 탓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대다수 유치원생 학부모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교육부의 온라인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를 이용했다. 처음학교로가 만들어진 건 2016년이지만, 지난해 이전까지 소수의 사립유치원만 처음학교로에 참여해 사실상 국공립유치원 위주로 운영됐다. 지난해 교육 당국이 처음학교로에 불참할 경우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면서 2017년 2.7%에 불과했던 사립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참여율은 지난해 59.9%로 크게 늘었다. 당시 학부모들은 “불편함을 크게 덜게 됐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처음학교로를 이용하면 직접 유치원에 가지 않고도 원서 접수와 추첨 결과 확인, 등록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국공립유치원은 처음학교로를 통해 지원하되,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려면 학부모가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해가며 발품을 팔고, 추첨 현장에도 가야 했다. 유치원 추첨일이 몰릴 경우 온 가족이 동원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대대적으로 처음학교로를 홍보해놓고 정작 처음학교로를 통한 원아 모집은 연말까지로 제한했다. 처음학교로에서 지원한 유치원 추첨 결과는 지난해 12월 4일 발표됐다. 이때 당첨되지 않은 학부모들은 대기번호를 받았지만 공식적인 효력은 1일 상실됐다. 다만, 개별 유치원이 알아서 기존 대기번호 효력을 계속 유지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아직 자녀가 다닐 유치원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자신이 지원한 유치원에 대기번호 효력이 유지되는지를 문의하고, 그렇지 않다면 빈자리가 있는 유치원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빈자리가 없으면 또다시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맞벌이 부부인 김모 씨(37·여)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네 살까지만 반을 운영해 올해 꼭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다 떨어졌다”며 막막해했다. 김 씨처럼 처음학교로에서 모두 탈락한 학부모 수는 아직 정부의 공식 집계가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치원 대비 학부모 수요가 많은 데다 학부모가 선호하는 유치원과 그렇지 않은 유치원이 극명하게 갈려 인기 유치원 위주로 지원했다가 당첨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학부모가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유치원 탈락에 따른 고민을 호소하거나, 추가 모집을 실시하는 유치원을 문의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중 추가 모집을 실시하는 유치원 명단을 이날 처음학교로에 공지했다. 그런데 추가 모집 일정과 선발 방식 등은 전적으로 유치원 재량에 달려 있고, 선발과 발표 및 등록도 유치원들이 각기 진행한다. 탈락자나 대기자들이 처음학교로 내에서 유치원 등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학부모가 발품을 팔아야 하는 예전 상황에서 나아진 게 없거나 실망감만 높아진 것이다. 빈자리가 있는 유치원이 있어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비인기 유치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학부모들에겐 고민거리다. 교육부는 현재 처음학교로에서 탈락한 학부모가 어느 정도인지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르는 유치원부터 정원 미달인 유치원까지 사정이 워낙 달라 대기번호 효력을 일률적으로 2월 말까지 유지하긴 어렵다”며 “연초는 유치원이 특히 바쁠 시기여서 추가모집을 일반모집처럼 처음학교로에서 진행할 경우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연말까지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렸는데 결국 다 떨어졌습니다. 이젠 ‘각개전투’ 해야죠.”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강모 씨(37·여)는 새해 첫날부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유치원 입학관리 시스템 ‘처음학교로’를 통해 네 살짜리 딸이 다닐 유치원 3곳을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렸지만 빈자리가 나지 않았고, 급기야 해가 바뀌면서 대기번호 효력마저 사라졌다. 이제 유치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기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거 처음학교로를 이용하지 않을 때 여러 유치원에 한 번만 지원해 놓으면 탈락해도 이듬해 2월 말까지 대기번호가 유효해 빈자리가 있는 유치원을 찾을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번거로워졌다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처음학교로 참여를 많이 독려했지만 탈락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는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탈락한 학부모들이 받은 대기번호가 유치원에 입학하는 이듬해 2월 말까지는 유효하도록 지난해 교육부가 시스템을 미리 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의 입학 편의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2016년 도입된 인터넷 시스템이다. 모집 절차가 시작되는 1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일반모집이 마무리된다. 해가 넘어가면 일반모집 탈락자들의 대기번호 효력이 공식적으로 소멸된다. 다만, 희망하는 유치원이 있을 경우 대기번호의 효력을 유지할 수는 있다. 따라서 탈락 학부모들은 오프라인에서 유치원을 찾아다니며 대기번호가 유효한지, 빈자리가 있는지 등을 문의해야 한다. 대기번호가 무효가 된 학부모들은 “처음학교로에서 받은 대기번호를 연초 이후 진행되는 추가 모집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탈락 학부모들에게 꽤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내년부터 정부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은 연구자가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자신의 자녀나 배우자를 연구에 참여시키거나, 성 관련 비위와 ‘갑(甲)질’로 징계를 받으면 연구비 지원이 즉각 중단된다. 또 1년간 다른 학술지원 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30일 발표했다. 내년 한 해 동안 인문사회, 이공 분야 학술연구 지원에 총 7847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연구 윤리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연구자가 자녀나 배우자 등 직계 존·비속을 연구에 참여시킬 경우 반드시 연구비 지원 기관에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중고교생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연구자가 자신의 논문에 자녀를 공동 저자로 끼워 넣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앞서 교육부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논문을 조사한 결과 49개 대학 교수 86명이 138개 논문에서 미성년 자녀를 공동 저자로 등록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제자 성희롱 등 성 비위나 갑질로 대학이나 교육부로부터 징계를 받으면 연구비가 끊기고 학술지원 대상에서 1년간 제외된다. 논문 표절이나 부당한 저자 표시, 부실학회 참가 등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도 강화된다. 현행 학술진흥법상 연구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최대 5년간 학술지원 참여가 금지된다. 교육부는 법을 개정해 참여 금지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구비 총액 상위 20개 대학에 대해서는 연구윤리 실태 평가를 실시한다. 내년 시범 실시한 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교육당국은 2015년부터 방학 때마다 전국의 초중고교의 석면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이 과거 국내에서 건축자재로 널리 쓰였던 탓에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교 건물에 석면자재가 들어가 있다. 석면은 건물이 노후화될수록 입자 상태로 흩날릴 위험이 높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2012∼2015년 학교 건물에 대한 석면지도를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학교에 석면이 사용됐는지, 각 학교 건물의 어느 부분에 석면이 사용됐는지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석면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년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매년 겨울·여름방학마다 철거 대상 학교를 정해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학교에서 석면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겨울방학의 경우 1227곳, 여름방학에는 641곳의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가 이뤄졌다. 문제는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가 ‘개학 전 끝내기’를 목표로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사를 할 때는 공사현장 전체와 에어컨 등 집기를 일일이 비닐로 최대한 감싸야 한다. 석면이 섞인 공기가 밖으로 새지 않게 음압기도 설치하고 공사 후에는 철저한 청소가 필수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교육당국 조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던 서울 관악구 인헌초에서 공사 완료 후 석면 잔존물이 검출돼 개학이 연기됐다. 당시 환경시민단체와 함께 조사를 주관한 인헌초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이 공사를 대충 진행하고 문제를 은폐하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뒤늦게 교육부가 벌인 재조사에서 43개 학교에서 잔존물이 검출됐다. 교육부는 부실공사 업체에 대한 징계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진 사무국장은 “교육부가 알면서도 석면지도 자체를 엉망으로 만든 게 드러난 만큼 석면지도를 전면 재조사하고 철거 계획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현행 국가공무원 채용 제도 중 하나인 ‘지역인재추천 제도’ 선발 과정에서 전문대 학생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지역인재추천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 지역인재추천 제도는 공개채용과 별도로 학교장 추천으로 선발하는 일종의 특별전형이다. 다양한 지역과 학력의 공무원을 선발하기 위한 취지로 2005년 7급 국가공무직, 2012년 9급 국가공무직에 각각 도입됐다.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들끼리만 경쟁해 합격생을 가린다. 다만 7급은 학사 학위를 주는 대학만 추천 권한을 갖는다. 9급은 특성화·마이스터고, 전문대 학생 추천이 가능하다. 전문대는 추천할 수 있는 학생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7급 지역인재추천 제도는 사실상 학사 학위 수여가 가능한 일반대 위주로 운영된다. 9급은 행정직과 기술직을 나눠 선발한다. 특성화·마이스터고 등 고졸자는 두 직군에 모두 지원할 수 있지만 전문대는 기술 직군에만 가능하다. 올해 9급 지역인재추천 전체 선발인원 180명 중 기술직군은 43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고졸자를 절반 이상 우선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실제 전문대 학생은 많아야 21명이다. 내년에는 지역인재추천으로 총 210명을 뽑는데 이 중 전문대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25명이다. 전문대들은 지역인재추천 제도가 전문대 학생을 차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대교협 측은 “전문대에서 행정직 관련 전공생이 매년 1만6000명씩 배출되는데 9급 행정직군에 대한 지원 자체를 막은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충남도립대 윤석환 자치행정과 교수는 “전문대에도 일반 대학에 다닐 형편이 안 되거나, 빨리 졸업해 취업하기 위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전문대 학생들에게만 공직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고 했다. 인사혁신처는 전문대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9급 지역인재추천 제도는 애초에 고졸자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전문대의 요구에 따라 기술직군 일부에서 전문대 추천을 허용해줬는데 이걸 더 확대해 달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2019학년도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29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최근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고 신입생을 선발하는 혁신적인 대학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처음으로 정시모집에서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선발을 도입하며 대학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입시 제도를 고친 것인데, 주요 대학 중 최초 사례로 주목받았다. 특히 도입 1년 만에 성공적으로 통합선발이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년간 전공 탐색 후 원하는 전공 100% 보장 계열별 통합선발은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입학 후 1년간 전공 없이 여러 전공을 탐색한 뒤 2학년 진학 전 희망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통상 대학 지원 시 전공도 결정해야 하는데 고교 시절 한정된 정보만 갖고 전공을 택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통합선발의 최대 장점은 1년간 충분한 전공탐색 기회를 가진 뒤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1학년 성적과 전공별 인원 제한 없이 원하는 전공을 100% 보장받는다. 이화여대는 자유로운 전공탐색 기회와 학생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통합선발 제도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학생에게 다양한 전공탐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입학 후 전공 설명회와 전공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어 7개 단과대가 참여하는 총 5개의 전공탐색 과목을 개설해 신입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전공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도교수가 따로 배정돼 분반 또는 모둠 제도를 통해 모든 신입생을 밀착 지도하고 있다. 통합선발로 뽑힌 학생들은 “다양한 흥미와 적성을 가진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지난해 통합선발로 입학한 18학번 장혜수 씨는 “통계학에 막연한 관심이 있었는데 전공 설명회와 박람회, 전공탐색 과목을 들으면서 흥미와 적성에 관한 확신이 생겼다”며 “진학하고 싶은 학과 선배와 교수를 직접 만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게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18학번 함초롬 씨도 “고교 땐 문과였지만 대학 입학 후 1년이 지난 지금 이공계 전공을 최종 선택했다”며 “1년간 충분한 전공 탐색 기회를 가진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았다”고 했다. ○상위 50% 장학금 주고 전원 기숙사 제공 이화여대는 통합선발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제공한다. 최초 합격자 중 상위 50%에게는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준다. 정시 통합선발 합격생 전원에게 최근 신설한 친환경 기숙사 ‘이하우스(E-House)’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2016년 신축된 이하우스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 기숙사 중 수용률 2위에 이르는 대규모 기숙사다. 통합선발 합격생이라면 누구나 기숙사에 입소할 수 있다. 이화여대는 2019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계열별 통합선발로 총 382명(인문계 201명, 자연계 181명)을 뽑는다. 정시모집 인원(694명)의 55%, 수시를 포함한 전체 모집정원(3034명)의 12.6%다. 계열별 통합선발 합격생은 전공을 선택하기 전까지 ‘호크마교양대학’에 소속돼 전공탐색 및 학교생활 지원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호크마’는 히브리어로 지혜를 뜻한다. 1학년을 마칠 때 △인문과학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 △엘텍공과대 △경영대 △신산업융합대(체육과학부 제외) △스크랜튼대(국제학부, 융합학부) 등 7개 단과대 내 41개 학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올해 통합선발로 처음 입학한 학생들은 최근 2학년 진학을 앞두고 전공 신청을 완료했다. 흔히 여학생들은 인문사회 분야를 선호할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비교적 7개 단과대학에 고루 분포되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개설된 뇌인지과학, 휴먼기계바이오공학을 포함해 화학나노과학, 생명과학, 컴퓨터공학,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 전자전기공학 등을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미래 지향적인 분야를 공부하고 진로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사회에 대비해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우수 여성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15년 만의 ‘3기 신도시 계획’이 19일 발표된 뒤 교육부가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끝없는 출산율 하락에 기존 학교마저 비어가는 상황에도 신도시를 위한 학교를 148개나 신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도 부담이지만 인구 이동에 따른 도심 학교 ‘공동화(空洞化)’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기존 학교의 폐교나 이동도 쉽지 않아 학생은 없는데 학교 수만 늘어날 상황이다. 3기 신도시 계획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계양 등에 총 12만2000가구 규모의 주택이 공급된다. 최근 경기 화성의 동탄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 이후 정부는 3기 신도시 지역의 유치원을 모두 국공립으로 짓기로 했다. 동탄 신도시 조성 당시 유치원 공급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기업형 사립유치원이 대거 설립되며 비리를 키웠다는 지적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3기 신도시 지역에 설립될 학교수를 시뮬레이션했다. 15만 가구 입주 시를 가정해 추산한 결과 △유치원 70개 △초등학교 38개 △중학교 25개 △고등학교 15개 등 총 148개 유초중고교(3708학급)를 신설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상 초등학교는 4000가구당 1곳, 중학교는 6000가구당 1곳, 고등학교는 1만 가구당 1곳을 공급해야 한다. 3기 신도시의 학교 신설비용은 약 2조6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공립유치원 1개를 세우는 데 평균 100억 원, 초중고교 1곳 설립 시에는 평균 250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학교 설립 재원보다 교육당국의 더 큰 고민은 기존 학교의 공동화다. 학생 수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 학생의 ‘이동’에 따른 설립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새 학교가 생기는 만큼, 기존 학교의 학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은 물론이고 최근엔 서울 지역도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폐교나 학교 이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상당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서 사상 처음으로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학생수 감소를 버티지 못한 초등학교 폐교(은혜초) 사례가 나왔다. 서울 풍문여고 등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들마저 학생을 찾아 강남, 수도권 신도시 등으로 학교를 옮기는 형편이다. 당장 2020년 국내 고교생 수(145만 명)는 내년(156만 명)보다 10만 명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미 학생 수가 태부족인 종로, 중구, 용산 등 서울 중심부 학교들의 고민은 크다. 서울시 추계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20년 뒤 학생 수는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얼핏 생각하면 학생이 없는 지역의 학교를 신도시로 옮기면 될 것 같지만 학교를 옮기려면 기존 학교 부지를 매각하고 기존 학생들의 수용계획도 세워야 하기 때문에 만만한 일이 아니다”며 “특히 기존 학교를 폐교할 경우 해당 지역사회의 반발이 워낙 커 학교 수를 줄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신도시의 실제 학생 수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통상 작은 평형이 많으면 초등학생 수를 높게 잡고, 대형 평형이 많으면 중고교생 수를 많이 잡지만 정확한 건 실제 입주가 돼봐야 안다”며 “이런 이유로 학생 수용계획을 미리 잡는 게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 중 한 대목이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인재(人災)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안전무시 관행 근절대책’이 올해 사회복지 분야 정책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다. 교육문화 분야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정책은 ‘깜깜이’ 기준으로 대학들의 반발을 산 대학기본역량 평가였다.》복지교육 분야 “이번이라고 다를까요? 참변이 발생하면 난리가 나지만 며칠 지나면 안전의식과 대책은 연기처럼 사라질 겁니다.”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시민들은 불안한 동시에 허탈해하고 있다. 늘 인재(人災)라는 말이 뒤따르고 뒷북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새로운 인재를 다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및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와 함께 분석한 사회복지 분야 정책평가에서 ‘안전 무시 관행 근절대책’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교육문화 분야에선 대학기본역량 평가가 최악의 정책으로 꼽혔다.○ 반복되는 사고에 불신 커진 안전대책 행정안전부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이 대형사고의 원인이라며 5월 ‘안전 무시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불법 주·정차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등 7가지 주요 안전 무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종합 평균 점수는 3.22점으로 사회복지 분야 평균(3.4점) 이하였다. 정책 인지도는 일반인 2.2점, 전문가 2.6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효과성은 2점에 그쳤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주요 원인은 올해 안전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시작으로 7월 김해공항 BMW 과속사고와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윤창호 씨 사건, 11월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그리고 18일 강릉 펜션 사고까지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안전 무시 관행은 이 사고들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문재인표 복지정책, 지속 가능성 의문 건강보험 보장 항목을 확대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와 올해 9월 도입된 아동수당 등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책 체감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속성이나 효과성 등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평균 점수 3.50점을 받은 문재인 케어의 항목별 평가를 보면 목표명확성과 사회현안 반영도는 각각 3.7점으로 높은 반면 실현가능성은 3.2점, 효과성은 3.1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장성을 확대하면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료는 3.49% 인상된다. 2011년 5.9% 인상 이후 8년 만에 인상폭이 가장 크다. 2025년에는 문재인 케어에만 100조 원이 넘는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동수당제도 역시 사회현안 반영도(3.9점)나 목표명확성(3.7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책임성(3.1점)과 효과성(3.3점)에서 평균 점수가 깎였다. 아동수당은 내년 9월부터 지급 대상이 생후 0∼83개월로, 현재보다 12개월 더 확대된다. 지급 대상을 선진국 수준(12∼15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 경우 연평균 8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을 최대 40만 원까지 올리는 방안이 담긴 국민연금 개편안도 14일 발표됐다. 향후 연 40조 원의 예산이 들 수 있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이 재정 고갈은 물론이고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 자율 외면한 대학기본역량 평가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대학기본역량 평가는 교육문화 분야 10개 정책 중 가장 낮은 점수(2.65점)를 받았다. 전체 분석 대상 정책 40개 중 39위였다.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평가 방식으로 대학의 반발을 사면서 전문가들이 낙제점을 줬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아질 때를 대비해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3년마다 대학기본역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가 안 좋은 대학은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혀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올해는 전체 323개 대학 중 116곳이 정원 감축 조치를 받았다. 이 중 50곳은 재정 지원이 제한된다. 최하위 11곳은 학자금 대출까지 막혀 사실상 ‘퇴출 대학’으로 분류됐다. 대학기본역량 평가는 정량과 정성 평가로 이뤄지는데 정성 평가 기준은 불분명하다. 평가위원들은 대학 관계자와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위원끼리 의견을 나눠선 안 된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는 “이런 비정상적인 조건에서 대학의 미래지향적 고등교육 품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학 스스로 혁신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교육 평가: 윤견수, 김두래 고려대 교수▼ 이산상봉 지원-복무기간 단축 호평… ‘고사 위기’ 방위산업 정책 최하위권 ▼외교안보 분야 지난해 북한의 핵위협 속에서 군사분계선(MDL)을 오간 남북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대화 국면 속에 무려 5687대의 차량(18일 기준)이 육로로 남북을 오갔다. 지난해 남북을 오간 인원은 115명이었지만 올핸 이미 7000명을 넘겼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실시한 2018 대한민국 정책평가에도 이런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일반 국민과 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화와 교류를 강조한 외교안보 정책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정책 평가 대상이 된 각 부처의 40개 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5점 만점에 3.66점)를 받은 건 통일부의 ‘이산가족 문제해결 지원’이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총 170가족 833명이 상봉 행사를 가졌다.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행사에선 개별 상봉이 이전보다 1시간 늘어 3시간이 됐고, 객실 내에서 가족끼리만 도시락 점심을 먹게 돼 호평을 받았다. 김병대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은 “‘도시락 점심’ 등 우리 측 편의 제안을 북측이 적극 수용했다”고 했다. 남북 교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각 부문에서 전방위로 펼쳐졌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46명이 참가했고, 9월 평양 정상회담 때는 재계 총수들을 비롯한 각계 관계자가 평양으로 갔다. 이와 관련한 통일부의 ‘남북 사회문화교류 활성화 추진’과 ‘남북대화 재개 및 남북 관계 재정립’ 정책은 나란히 3.44점을 받았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후에도 핵위력을 증강하는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우리 군사적 대응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의 ‘북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억제 및 대응능력 강화 정책’은 3.17점을 받아 비교적 양호한 점수였지만 이는 2018년 방위력 개선비가 13조52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 느는 등 ‘수치적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상황에서 실전 대응 태세가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사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방위산업의 정책인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 및 일자리 창출지원’과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실효적 제재 정책’(이상 방위사업청)은 각각 3.16점, 3.14점에 그쳐 외교안보 평가 대상 중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및 발굴 강화(국가보훈처)’는 3.47점, ‘병 복무기간 단축’(국방부)은 3.37점으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가유공자를 향한 따뜻한 보훈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산비리 관련 사건이 최근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이전 방산비리로 인해 ‘방위산업=비리’라는 이미지가 굳어져버린 것 같다. 제도 개선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최지선 기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외교안보 평가: 김선혁, 임현 고려대 교수}
내년부터 초등학교나 중학교 취학을 미루거나 면제받으려면 반드시 보호자가 학교를 방문해야 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학대하는 걸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의무교육단계 아동·학생 취학 이행 및 독려를 위한 시행지침’ 개정안을 내년 1월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의무교육단계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다. 부모 등 보호자는 아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반드시 아이를 입학시켜야 한다. 단 유학, 질병, 발육 부진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그 시기를 미루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취학 유예를 승인받으려면 온라인으로 관련 서류를 학교에 내면 됐다. 하지만 아동 학대를 은폐하기 위해 서류를 꾸며 허위로 신청하더라도 학교에서 걸러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고, 내년부터는 반드시 학교에 방문해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내년부터는 조기 유학 시 주로 활용하던 ‘조건부 유예’ 제도도 사라진다. 초·중학교 유학은 현행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에서 인정하는 유학과 그렇지 않은 미인정 유학으로 나뉜다. 조기 유학 대다수가 미인정 유학이다. 기존 조건부 유예 제도를 활용해 보호자가 자녀의 소재를 정기적으로 신고하는 조건으로 미인정 유학, 미인가 교육시설 진학을 이유로 취학 유예를 승인해줬다. 하지만 교육청은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라 내년부터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이미 조건부 유예제도 승인을 받았다면 그 효력은 정해진 기간만큼 유지된다. 앞으로 조기 유학이나 미인가 교육시설로 아이를 보내더라도 교육당국의 소재 파악에만 성실히 응하면 문제가 없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올해 초등학생 희망직업 조사에서 ‘유튜버’로 불리는 인터넷방송 진행자가 ‘톱10’에 포함됐다.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올해 6, 7월 초중고교생 2만7265명을 대상으로 희망직업을 조사한 결과 인터넷방송 진행자는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였다. 지난해에는 20위권 밖이었다가 1년 사이 순위가 급등했다. 이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등 인터넷방송을 보고 자란 요즘 초등생들의 세태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궁금한 게 생기면 포털사이트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검색한다”고 할 정도로 요즘 초등생은 유튜브와 친숙하다. 유튜브에는 새로 나온 장난감이나 인기 게임 리뷰, 화장법 강의 등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영상이 셀 수 없이 많다. 초등학생들에게 유튜브는 놀이문화이자 교육 채널 중 하나인 셈이다. 장난감 리뷰 영상을 올리는 ‘마이린 TV’ 진행자 최린 군(12)은 구독자가 73만 명이 넘는 유명 유튜버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244억 원)을 올린 유튜버 역시 7세 미국 소년이다. 초등생들은 이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자신만의 콘텐츠로 세상과 소통하는 전문직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달라진 인터넷방송의 위상도 희망직업 순위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비주류 문화로 여긴 유튜브 등 인터넷방송의 영향력은 현재 TV를 압도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TV 대신 유튜브 방송을 하고, 유명 유튜버에겐 TV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 유명 유튜버들의 인기가 연예인 못지않은 것이다. 유명 유튜버의 수입은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을 뛰어넘는다. 뷰티 디자이너가 올해 중학생과 고교생 희망직업에서 각각 6위, 4위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뷰티 디자이너는 헤어 디자이너, 메이크업·네일 아티스트, 타투이스트(문신사) 등을 말한다. 국내 유명 유튜버 중에는 화장하는 법을 알려주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특히 많다. 지난해 초중고교를 통틀어 희망직업 1위였던 교사는 올해 초등학생 희망직업 2위로 밀려났다. 1위는 운동선수였다. 교사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2012년 단 한 해만 제외하고 모두 초중고 희망직업 1위였다. 2012년에도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가 운동선수였다. 이번 조사는 학생들이 주관식으로 희망직업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희망직업 상위 10개를 적어낸 초중고교생 비율은 2007년 59.7%에서 올해 42.4%로 떨어졌다. 그만큼 직업이 구체화되고 다양해지면서 쏠림 현상이 덜해졌다는 뜻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진로 탐색이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8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 교육부 예산 중 강사법 관련 예산은 288억 원이다. 내년 8월 강사법 시행 이후 대학이 추가로 부담할 강사 임금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자신들이 부담할 비용이 2300억∼2400억 원에 이른다며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고 주장한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학들은 당장 내년 2학기부터 강사들에게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금까지 강사들은 수업을 하는 학기 중에만 임금을 받았다. 방학 중 성적 산정이나 이의신청 업무를 처리해도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런 관행을 끊고자 강사법은 ‘방학 중 임금 지급’을 명시했다. 문제는 연간 4개월에 이르는 방학 기간 중 몇 개월 치 임금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다는 데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대학과 강사가 임용 계약을 체결할 때 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학들은 방학 4개월 치 임금을 모두 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비용이 연간 2300억∼2400억 원이라는 얘기다. 교육부는 이런 대학들의 계산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방학 중 실제 강사들이 업무를 하는 기간은 방학 초기 2주씩 연간 한 달 정도인 만큼 이 기간만 월급을 주면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교육부는 연간 45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 시행이 8월인 만큼 내년에는 이 비용의 절반가량인 288억 원만 반영했다는 얘기다. 서울 한 대학 관계자는 “강사법 취지를 고려하면 4개월 치를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 게 옳다”며 “교육부가 예산이 부족하니 1개월 치만 계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대학들이 4개월 치를 모두 주겠느냐”고 반박했다. 교육부는 법 시행에 앞서 시행령을 만들 계획이다. 다만 방학 중 임금 지급 기간에 대한 내용은 담지 않을 방침이어서 몇 개월 치 월급을 더 줄지를 두고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내년부터 서울의 모든 중학생은 학기당 최소 1과목은 객관식 시험을 보지 않는다. 그 대신 수행평가, 서술 및 논술 평가로만 성적을 매긴다. 중간·기말고사의 서술·논술형 문항도 늘어난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수업·평가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결과’만 평가하는 객관식 시험의 한계를 뛰어넘어 ‘과정’ 중심의 평가를 확산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 1학기부터 서울의 모든 중학교에서는 학기당 최소 1과목은 수행평가와 서술, 논술 평가로만 성적을 매겨야 한다. 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역사와 도덕을 포함한 사회 관련 과목 △기술가정과 정보를 포함한 과학 관련 과목 등 5개 과목군 중 1개를 골라 실시하면 된다. 시교육청은 올 한 해 동안 21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학기당 3과목 이상을 이런 방식으로 평가하는 시범사업을 벌였다. 이 중 14개 학교가 이런 평가를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강연흥 시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나머지 7곳은 업무량이 많아진다는 이유에서 사업 지속을 고사했지만, 이런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중학교 서술·논술형 시험과 수행평가 비중을 현재 45%에서 5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중간·기말고사 문항 10개 중 최소 2개 이상은 서술·논술형 문항으로 출제하도록 권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시교육청은 정답만 써내면 되는 ‘단답형 서술·논술형 문항’을 내지 않도록 점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평가 방식이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서술·논술형 평가를 확장하는 게 시대적 방향”이라며 “공정성 시비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평가 혁신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이곳 아이들은 누구나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BTS)을 잘 알고 있었다.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는 이 나라의 ‘국민 드라마’로 통했다. 한국인을 보면 누구나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지난달 28∼30일 찾은 우즈베키스탄은 한국보다 더 ‘한국적’이었다.○초등생부터 대학생까지 한국어 ‘열공’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이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익숙한 멜로디에 맞춰 율동을 시작했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35학교 초등 4학년 한국어 수업 현장이다. 선생님이 책상이 그려진 한국어 낱말 카드를 들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책상”이라고 소리쳤다. 옆 교실에서는 9학년(한국 고교 1학년) 학생들이 한국어 동사 변형을 배우고 있었다. 초중고교 통합학교인 35학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 교육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고려인 한국어 교사가 1990년 방과 후 한국어 수업을 연 게 시작이었다. 한국어는 2009년 정규과목이 됐다. 현재 전교생 1849명 중 809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대학에서도 한국어는 큰 인기다. 타슈켄트 국립 동방대는 올 9월 중앙아시아 최초로 한국학 단과대를 설립했다. 1992년 한국어과에 이어 이번에 한국정치경제과, 한국역사문화과를 신설했다. 만노노프 압두라킴 동방대 총장은 “한국 전반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라며 “한국어과는 올해 전 학과 중 가장 높은 입학 경쟁률을 보였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은 47개 학교 총 1만1400여 명에 이른다. 2015∼2017년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한국교육원이 함께 개발한 한국어 국정 교과서가 나오면서 한국어 채택 학교가 급증했다. 국정 교과서로만 수업을 해야 하는 이곳에서 외국어 교과서가 발간된 건 한국어가 영어에 이어 두 번째다. 정규학교가 아닌 한국교육원과 한글학교 수강생까지 합치면 한국어 교육 인원은 2만 명이 넘는다. 35학교 학생인 아흐메도바 세빈치 양(15)도 한국교육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다. 그는 “한국어능력시험 6급(최고등급)을 받아 한국에서 유학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한국 교육부가 설립한 한국교육원은 연중 한국어 무료 강좌를 운영한다. 경쟁률은 3 대 1에 달한다. 오기열 한국교육원장은 “한국어능력시험 원서 접수 날에는 인파가 몰려 경찰이 교통 지도를 할 정도”라고 했다.○한국을 모델로 삼은 ‘젊은 나라’ 우즈베크 우즈베키스탄의 한국어 열풍은 한류만으론 설명되지 않았다. 3년 전 파견된 이순흠 한국교육원 부원장은 “이곳에선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똑똑한 아이를 한국으로 유학 보낼 정도로 교육열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국, 베트남, 몽골 다음으로 한국에 유학생을 많이 보낸 나라다. 왜 한국일까.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한 ‘젊은 나라’다. 소련 시절 목화 생산기지였던 탓에 변변한 산업 기반이 없었다. 당시 정부가 발전 모델로 삼은 나라가 한국이었다. 대우그룹은 1996년 우즈베키스탄에 중앙아시아 최초의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현재 이 공장은 국유화됐지만 대우차에 대한 현지인의 향수는 여전하다. 한국에선 오래전 단종된 대우차 ‘티코’를 이곳에선 쉽게 볼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지한파 인사도 많다. 이 나라 국민교육부의 사르바르 바바코자예프 차관도 대표적 지한파다. 그는 2014년 이곳 정부와 인하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타슈켄트-인하대 총장을 지냈다. 바바코자예프 차관은 “모든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약 2000달러로 한국의 15분의 1 수준이지만 인구(3300만 명)가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고, 평균 연령이 28.5세인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모델로 인적 자원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한류가 더해지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은 ‘이웃 나라’다. 올해 동방대에 입학한 소디코바 라노 씨(18·여)는 “어릴 적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며 “나중에 한국 고려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타슈켄트로 돌아와 마케팅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은 ‘꿈’ 자체였다.타슈켄트=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3년 뒤면 알게 될 거다. 지금의 강사법이 얼마나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켰는지를…. 소수 강사의 삶은 나아지겠지만 나머지 강사들은 완전히 설 곳을 잃게 된다. 학위를 마치고 나오는 이들이 갈 곳이 없는데 대학원에 오려는 이가 있겠나. 강사들이 사실상 전임화되니 전임교수 충원도 힘들어진다.”(서울 D대) “강사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안다. 문제는 대학들이 지금의 강사법을 견딜 체력이 안 된다는 점이다. 등록금은 10년째 동결이고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든다. 재정 압박이 극심하다. 결국 (강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충청 E대) 내년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둔 대학가에는 강사 대량 해고뿐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적 저하 및 ‘학문 생태계 붕괴’라는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동아일보 인터뷰에 응한 20개 대학의 강사 수는 포항공대(9명)를 제외하고 대학별로 최소 70명에서 최대 1300명 이상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대규모 강사 구조조정 및 수업 질 저하 △향후 배출될 학위 소지자 일자리 소멸 △지방대 타격 등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비용 감당 안 되는 법” 줄어드는 강사 일자리 대학들은 고용하고 있는 강사의 규모에 따라 강사법으로 인한 추가 재원 부담을 연간 최소 10억 원에서 최대 70억 원까지로 추산했다. 방학 중 임금을 제공해야 해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강사 규모를 감축한 4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정부가 일부 예산 지원을 한다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강사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 T대는 “현재 1과목씩 수업하는 강사들에게 2과목씩 수업하게 할 것”이라며 “1인 2수업이 불가능한 일부 전공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강사 수를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N대는 “전임교원들이 맡는 강의 수를 늘릴 것”이라며 “전임들에게 초과강의 수당을 줘야겠지만 강사료의 절반 수준이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L대는 “분반 수업을 줄이고 폐강 인원 기준을 높여 강좌 수를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강사들의 전체적인 일자리가 감소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줄고 강의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B대는 “대학의 꽃은 교양강좌인데 강사법이 도입되면 교양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며 “소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강사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래 학위 소지자는…” 대학원 경쟁력도 우려 강사법은 강사들의 임용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3년간 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학들은 이를 “사실상 한번 뽑은 강사는 최소 3년 이상 전임교원처럼 둬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서울 I대는 “수요 조사를 해보니 각 학과에서 되도록 강사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신중하게 뽑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강사 일자리 안정화’와 ‘신규 강사 일자리 감소’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다. 기존 강사가 강사직을 오래 유지할수록 새롭게 쏟아지는 학위 소지자들에게 돌아갈 취업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 C대는 “있는 사람 정리하기도 바쁜데 새 사람을 살필 여유가 있겠느냐”며 “학위를 취득해도 강의를 경험할 일자리조차 못 구하니 대학원에 오려는 이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강사법은 앞으로의 후속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임용되는 데 성공한 소수의 강사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 강사, 대학 모두에 불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임교수도 못 뽑아” 지방대 비명 지방대들은 서울지역 대학들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하고 전체 교원 대비 강사 비율도 높다는 점에서 강사법의 타격이 엄청나다고 호소했다. 충청지역의 H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예산을 지원한다지만 288억 원을 대학 수로 나누면 평균 1억∼2억 원꼴”이라며 “교육부가 평생 예산 전액을 지원할 게 아니고서야 강사 수를 줄이는 것만이 현 상황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세부 시행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1월 이후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구체적인 방학 중 임금 지급 기간이나 급여 산정 방식은 시행령에 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과 강사 간 자율 협약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강사 축소 움직임과 관련해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오랜 시간 합의를 통해 강사법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해고하는 건 대학들의 반칙”이라며 “정년 보장 전임교원에게는 인건비의 50%를 주면서 1%를 차지하는 강사들을 자르겠다는 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강사에게 쓰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게 대명제인데, 대학도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인구절벽으로 입학생이 급감하고 있어요. 지방 사립대들은 존망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강사법은 타이타닉처럼 침몰 직전인 대학들에 미사일 한 방 더 쏜 겁니다.”(서울 A대 관계자)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이 내년 8월로 다가온 가운데 대학가가 큰 혼돈에 빠졌다. 강사법은 강사에게 △법적 교원 지위 부여 △임용기간 1년 이상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 등 시간강사의 처우를 크게 개선하는 법으로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동아일보가 12일 대학 20곳(서울 13곳, 지방 7곳)을 인터뷰했더니 대학들은 “강사법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대학구조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등록금이 10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막대한 비용을 그냥 떠안을 순 없어서다. 특히 재정 사정이 열악한 지방대들이 울분을 토했다. 경기도의 B대 관계자는 “직원도 못 뽑은 지 오래”라며 “정부가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어 전국 강사를 다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에서 대학 15곳이 ‘강사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4곳은 ‘미정’이었고 강사를 줄일 계획이 없다는 곳은 강사가 9명에 불과한 포항공대 1곳뿐이었다. 이에 강사법이 ‘대학판 최저임금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 것처럼 강사를 보호하려던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의 대량 해고를 불러오는 결과를 가져와서다. 실제로 강사는 강사법이 발의된 2011년 11만2050명이었지만 유예를 거듭하며 급감해 올해는 7만5329명이었다. 대학들이 그동안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강사 수를 줄여온 것이다. 각 대학은 강사법 시행으로 내년 한 곳당 최소 10억 원, 최대 70억 원까지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들은 강사법에 대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1과목씩 수업하는 강사들에게 2과목씩을 맡기는 방법으로 강사를 줄이거나, 보직교수들이 맡는 강좌 수를 늘려 강사 수업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들은 강사법이 강사 수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전임교원과 대학원생 선발 축소 등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육부는 12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 동계 세미나에서 각 대학 예산을 관장하는 기획처장들에게 “급격하게 강사 수를 줄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최예나 yena@donga.com·김호경 기자}
앞으로 교육부와 교육청 출신 고위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사립학교에 재취업할 수 없다. 사립학교에 재취업하는 퇴직 공무원, 일명 ‘교피아(교육 마피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공무원의 퇴직 후 취업 제한 대상을 현행 사립대학 총장과 보직자에서 모든 사립 초중고교와 대학 교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법이 개정되면 4급 이상 공무원은 3년간 보직 여부를 떠나 모든 사립학교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재정지원 제한 대학과 비리 전력이 있는 사립대 총장으로의 취업은 6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퇴직 공무원이 비리 사학으로부터 일자리를 보장받고 인맥을 활용해 감사 정보를 빼내거나 예산을 확보하는 교육계 ‘비리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취업 제한 기관이라도 취업이 가능하다.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와 국회는 사립학교 교원도 국공립 교원과 같은 징계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업무보고 후 기자들을 만나 “부정 비리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또 한글 수학 영어 기초학력에 대한 ‘국가 책임 교육’을 선언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학생 수준에 따라 한글, 숫자, 영어 기초부터 학교에서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세종=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교육부가 내년에 국공립유치원 1080학급을 늘리면서 원아 2만여 명을 더 수용하기로 했다. 또 맞벌이나 저소득층, 한부모가정의 자녀에게 오후 5시까지 돌봄을 보장한다. 통학버스는 농어촌과 사립유치원이 집단 폐원, 모집 보류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국공립유치원 1080학급 신·증설 및 서비스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1080학급은 유형별로 단설 321개(매입형 40학급 포함), 병설 671개, 공영형 88개다. 지역별로는 경기 240학급, 서울 150학급, 경남 68학급, 경북 59학급, 인천 55학급 등이 신설된다. 단설은 별도 부지에서, 병설은 학교 유휴교실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다. 매입형은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는 형태이고 공영형은 사립유치원에 공립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해주면서 정부가 관리 감독하는 형태다. 증설되는 학급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학부모는 내년 1, 2월에 온라인 유치원 원아모집 시스템인 ‘처음학교로’나 현장에서 원서 접수를 하면 된다. 추첨은 유치원에서 직접 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급 수 늘리기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질도 높여 충원율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기본과정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 2시까지다. 그 이후에도 돌봄이 필요한데도 방과후과정에 못 들어간 맞벌이 가정 등의 유아를 100%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국공립 병설유치원이 방학하면 학부모가 도시락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해소한다. 현재 전국 공립 병설유치원의 24%가 방학 중 급식을 하지 않는다. 내년 여름방학부터는 유치원 여건과 학부모의 의견을 고려해 직영 또는 위탁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3월 금지됐던 초등 1, 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은 내년부터 다시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교육정상화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중단될 뻔했던 농산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밀집지역 중고교의 방과후 선행학습도 2025년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개혁안을 담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또다시 평행선을 달리면서 유치원 3법은 이날 교육위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실상 연내에 법 개정은 무산된 것이다. 최예나 yena@donga.com·김호경 기자}

기성세대에게 국어는 ‘학원 가서 배우는 과목’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옛날엔 수학이었다면 요즘은 국어 학원 설명회가 가장 빨리 마감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어 사교육이 성업 중이다. 고교생뿐 아니라 초등 취학 전 아이들조차 학습지로 한글을 배우고 독서도 사교육을 받는다. 모국어인 국어조차 전 생애주기에 걸쳐 사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국어를 가르치는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학생들이 글은 읽을 줄 알지만 그 안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은 못 하는 ‘문맹’이 됐다”란 말이 나온다. 교사들의 목소리는 비슷하다. ‘책을 많이 읽는데도 글의 전체적 의도 파악을 잘 못한다’ ‘남의 의견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해 보라고 하면 모르겠다고 한다’ ‘공식적인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두 문장이면 많이 말한 거다’ ‘자기 생각을 써보라고 하면 힘들어한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등 국어의 4대 영역에서 전반적인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국어교사와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원인들을 꼽았다.○ 제대로 국어 익히기엔 턱없는 수업시간 국어교사 및 전문가들은 “국어의 기초 개념은 70% 이상 초등학교 때 익혀야 한다”며 “그래야 중고등학교에 가서 비평적인 읽기 및 글쓰기가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초등학교 국어 시간은 전체 과목 대비 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국어 수업 시간의 평균 25%보다 적다. 모국어 교육을 중시하는 프랑스(38%)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중고교에서도 국어 수업 시간이 과거보다 줄었다. 2013년 교육부는 국영수 쏠림 현상을 막겠다며 국영수가 총 이수단위의 50%를 넘지 않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 ‘양으로 승부’하는 독서 경쟁 학생들이 국어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자 이른바 독서의 ‘양적 경쟁’이 심화된 것도 문제다. 소병문 서울 우신고 사서교사는 “어릴 때는 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흥미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한데 모든 게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기준이 되고 있다”며 “생각하며 읽는 ‘질적 독서’가 이뤄져야 국어 능력이 향상되는데 건성으로 읽고 독서 권수만 채우려는 아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백화점식 교육과정에 교과서 지문은 일부만 서울지역 한 자사고의 국어교사는 “시간은 없는데 교육과정상 배워야 할 각종 ‘성취기준’은 세세하게 적어 놓다 보니 교과서엔 시든 소설이든 전문(全文)이 실려 있는 게 없다”며 “이건 마치 10분만 영화를 보고 작품성을 논하라는 것인데 지금 국어 교육이 다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배경지식집을 ‘외워서’ 국어 문제를 풀어야 하고 전체 맥락은 놓친 채 일부 지문만 들이파는 모순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영찬 서울 광성중 국어교사는 “교과서에 있는 것만 가르치고, 교과서에 있는 것만 시험에 내게 한 규정도 문제”라며 “옛날 선생님들은 소설을 가르치면 줄거리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배경이나 비평까지 같이 수업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어 학교 교사들만 손발이 묶인 신세”라고 꼬집었다.○ 강의식 수업·문제풀이에 익숙해진 학생들 일부 지문 분석 및 문제 풀이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시험문제는 풀면서도 정작 남의 글과 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데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김동현 경기 용인고 국어교사는 “국어에서 말하기는 굉장히 중요한 역량인데 교육과정에서 정제된 언어로 말하는 훈련이 거의 안 되고 평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선 서울 개원중 국어수석교사는 “사고력, 소통능력, 창의력을 키우는 게 국어 수업의 목표인데 우리는 글의 구조와 형식을 재빨리 분석해 마치 수학문제처럼 독해를 공부한다”며 “국어에서 글쓰기 교육이 빠져 있고 에세이 쓰기에 대한 훈련을 전혀 못 받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어 왜곡의 마지막 종착역은 ‘입시’ 초·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입시가 가까워질수록 국어 교육 환경은 더욱 열악해진다. 입시 문제에 나올 각종 유형을 파악하려면 사실상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국어교사는 “토론이나 글쓰기 수업을 하려고 하면 아이들이 ‘수행평가예요’라고 묻고 그렇다고 해야만 수업에 참여한다”며 “강남지역은 학부모들까지 나서 ‘왜 아이들 시간 뺏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수업 시간이 EBS 문제집 풀이 시간이 된 건 오래된 문제다. 교사들이 “70%였던 EBS 연계를 50%로 낮춘 건 의미가 없고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과거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한 고교 국어교사는 “EBS 연계를 유지하면서도 기출 문제나 기출 작가는 피해야 하고 시대도 안배하면서 여성 작가도 넣어야 하는 등 온갖 조건을 맞추다 보면 기괴한 문제가 나오게 된다”며 “오죽하면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평가원 트렌드는 ‘아무거나 묶는 것’이란 말이 있겠느냐”라고 말했다.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