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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국민이 군부 쿠데타 배후를 놓고 견해가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불신하는 극단 사회로 치닫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편에 선 친(親)정부파는 야외 광장으로 몰려나와 공개적으로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반(反)정부파는 몸을 숨긴 채 소셜미디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쿠데타 조작론을 집중 제기했다. 터키 정부는 주지사 30명과 경찰 등 약 9000명을 해임하고 쿠데타 주도자로 의심되는 장성 27명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국영 언론이 전했다. 유럽은 터키 정부가 쿠데타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6000여 명에 대한 ‘피의 숙청’을 예고한 데 대해 보복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에르도안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15일(현지 시간) 쿠데타 이후 4일 내내 도심 곳곳으로 쏟아져 나와 대규모 ‘오프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는 17일 오후 8시부터 터키 국기를 든 군중이 모이면서 시작된 대통령 지지 시위가 18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쿠데타 이후 이스탄불 내 모든 지하철과 트램 등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화하며 군중 집결을 유도하고 있다.▼ 터키 정부, 공무원 9000명 해임… 유럽 “보복 자제를” ▼초대형 터키 국기 두 개가 공중에 휘날리는 탁심 광장에는 자정 넘어서까지 수천 명이 국기를 흔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칭송하는 노래를 연이어 불렀다. 이슬람 근본주의 통치를 강화하는 대통령 편에 선 시위대는 이슬람 색채도 물씬 풍겼다. 광장에 세워진 대형버스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가 “테크비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터키어)라고 외치면 군중이 “알라후 아크바르!”(같은 의미의 아랍어)로 화답했다. 터키 인구의 99%는 무슬림이지만 이슬람이 국교는 아니다. 이들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반대쪽 국민을 ‘대통령이 쿠데타 주범으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 동조자’로 몰아가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7일 쿠데타로 사망한 이들의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며 귈렌을 비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군중은 잔뜩 흥분해 “귈렌을 당장 데려와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는 17일 오후부터 이스탄불 주요 중심지인 술탄아흐메트 광장, 이스티크랄 거리, 훨하나 공원 등을 돌아다녔지만 표면적으론 반정부 시위를 볼 수 없었다. 이스탄불은 반정부 야외 시위를 벌였다간 집결지마다 모인 수천 명 단위의 친정부 군중에게 ‘맞아죽을’ 분위기가 팽배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에 반대하는 반정부파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쿠데타의 진실을 놓고 ‘온라인 설전’을 벌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쿠데타 군부가 전투기와 헬기로 공중까지 장악했다는데 대통령은 어떻게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왔는지’ ‘쿠데타 군부가 아타튀르크 공항을 장악했다는데 대통령이 상륙한 직후 왜 바로 다 사라졌는지’ 등 납득하기 어려운 점에 의문을 잇달아 제기했다. 쿠데타를 단행한 세력이 구체적으로 누군지조차 모르겠다는 주장도 많았다. 통상 쿠데타는 사령관이 직접 방송에 나와 입장표명문을 읽는데 이번엔 아무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방송국 여자 아나운서에게 읽도록 시켰기 때문이다. 반정부파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종교적 몰입도가 강하고 수적으로 다수인 하층민의 표심을 노려 정치에 종교를 개입시키고, 쿠데타를 계기로 시위 현장에 이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본다. 터키 민심이 양쪽으로 극명히 갈리면서 불신의 벽은 높아만 가고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터키에서 종종 벌이는 테러도 정부가 조작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자기와 견해가 다른 반대파의 모든 것을 배척하는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탁심 광장에서 만난 오스만 씨(24)는 “몇 달 전 IS가 이곳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했을 때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보고 펑펑 울었다. 마침 우는 내 모습이 TV에 방송됐는데 사람들이 나를 ‘정부가 심어둔 연기자’라고 몰아갔다”며 씁쓸해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는 18일 오전 28개 EU 회원국 외교장관 및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조찬회동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사형제를 재도입한 국가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며 에르도안 정권의 사형제 부활 움직임을 경계했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장관은 터키의 숙청을 우려하며 보복 자제를 촉구했다.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세계일주는 곧 끝나지만 우리의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기름 한 방울 없이 하늘을 나는 태양광 비행기를 타고 세계 최초로 세계일주에 나선 스위스 솔라 임펄스사의 베르트랑 피카르 회장(58)은 성공을 눈앞에 두고 한층 상기돼 있었다. 그는 태양광 에너지로만 비행하는 ‘솔라 임펄스2’ 세계일주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의 마지막 비행을 앞둔 15일 중간 기착지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솔라 임펄스2는 지난해 3월 9일 아부다비에서 동쪽으로 출발한 이래 16개 도시를 거치며 지구 한 바퀴를 돌기까지 카이로∼아부다비 구간만을 남겨 두고 있다. 당초 17일 아부다비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와 피카르 회장의 건강 문제로 잠정 연기됐다. 솔라 임펄스2는 카이로까지 4만347km를 509시간 29분 동안 평균 시속 75km로 날며 8개의 세계기록을 새로 썼다. 2002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1억 달러(약 1135억 원)가 넘는 연구개발비가 투입됐다. ○ “10년 안에 전기비행기 상용화” “이집트에서 60년 전 할아버지 책을 여기서 보다니!” 피카르 회장은 카이로 국제공항 인근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라운지 책장에 꽂혀 있던 낡은 책을 꺼내 보여줬다. 그의 할아버지인 오귀스트 피카르 스위스 브뤼셀대 교수(1884∼1962)가 1954년 발표한 심해 잠수에 관한 책이었다. 피카르 교수는 1953년 직접 개발한 잠수기 바티스카프를 타고 심해 잠수 세계 신기록(해저 4176m)을 수립한 탐험가다. 1931년엔 밀폐된 기구를 타고 인류 최초로 성층권(고도 1만5781m)에 도달했다. 아버지 자크 피카르는 1960년 해저 1만911m를 내려가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에 최초로 도달한 사람이다. 삼대(三代)째 탐험가 피카르 회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연료 없이 50명을 태우고 1000km를 날 수 있는 전기비행기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전기자동차를 만든 테슬라가 원래 인터넷 회사였던 것처럼 전기비행기도 항공기 비즈니스 바깥에 있는 이들에 의해 개발될 것”이라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전기비행기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솔라 임펄스 후원사 중에는 청정에너지와 무관해 보이는 기업도 있다. “4대 스폰서인 솔베이(화학·플라스틱), 오메가(시계), ABB(전력), 쉰들러(엘리베이터) 모두 청정에너지를 미래 성장전략으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대 산유국인 UAE도 이번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피카르 회장은 “에너지 비효율을 없애는 게 정체된 세계경제의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그리드 같은 에너지 효율 최적화 기술 시장이 ‘블루 오션’이라는 것이다. 솔라 임펄스는 태양광 에너지의 97%를 동력에 사용해 낭비율은 3%뿐이다. 그는 “지금 보편적으로 쓰이는 자동차 엔진은 연료의 73%가 손실되고 27%만 동력에 쓰인다. 이런 저효율을 개선하는 신기술이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해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일부를 품고 난다” 솔라 임펄스2는 피카르 회장과 앙드레 보르슈베르그 CEO가 번갈아가며 비행한다. 피카르 회장은 지난달 20∼23일 태양광 비행기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미국 뉴욕∼스페인 세비야 구간(6765km·71시간 8분)을 최고의 비행으로 꼽았다. 미국인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가 1927년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무착륙 단독 비행해 건넌 지 89년 만에 쓴 새로운 기록이다. 그는 “연료 없이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태양을 바라보면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며 “‘이건 미래가 아니라 현재야’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솔라 임펄스2는 기후 변화에 극히 민감한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5월 30일 중국 난징에서 미국 하와이로 가는 도중 기상 악화로 일본 나고야에 비상 회항했다. 지난해 6월 28일 나고야에서 하와이로 가면서 117시간 52분 동안 8924km를 무착륙 비행하는 기록을 썼지만 배터리 과열로 9개월여 동안 수리를 받아야 했다. 솔라 임펄스2는 한국 배터리업체인 코캄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피카르 회장은 “우리는 한국의 일부와 함께 날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그가 2014년 쓴 책 ‘인생의 고도를 바꿔라’는 한국어판으로도 출간됐다. 1999년 6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2006년 겨울올림픽 후보지인 스위스 대표단 일원으로 참가한 적도 있다. 당시 그는 1999년 3월 세계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무착륙 세계일주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그는 세계일주를 마친 후 계획에 대해 “청정에너지 관련 조직과 회사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국제위원회를 만들어 전 세계 국가와 기업에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고난 탐험가인 그에게 다른 모험에 대한 계획도 물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솔라 임펄스처럼 다음 모험도 기록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의미 깊은 메시지를 담는 모험이 될 겁니다.” 열기구와 태양광 비행기라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최초의 세계일주를 두 차례나 했지만 그는 여전히 모험에 굶주린 듯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다시는 터키에 민주주의를 해치려는 시도가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지 40시간 뒤인 17일 오후 3시(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만난 유수프 씨(62)는 대형 터키 국기를 손에 쥐고 이렇게 말했다. 탁심 광장에는 쿠데타 직후부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몰려나와 친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쿠데타 이후 3일 연속 거리에 나섰다는 그는 “쿠데타는 대통령을 해치려는 귈렌(재미 이슬람 성직자)이 계획했다고 믿는다”며 “터키 국민이라면 대통령을 지지하며 이 국기 아래 하나로 응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탁심 광장에는 더운 대낮이었는데도 터키 깃발을 들거나 몸에 두르고 활보하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터키에서는 15일 밤 갑작스레 벌어졌다가 ‘6시간 천하’로 끝난 쿠데타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설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대로 미국으로 망명한 반대 세력 귈렌이 막후에서 군부 내 자기 세력에게 시켜 쿠데타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반면 젊은층에선 이번 쿠데타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 정부가 뉴스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상황에서 쿠데타 진압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고 신속하게 보도됐기 때문이다. 제3의 시각으로는 군부 내 친정부 세력이 반(反)정부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에 함께 참여할 것처럼 미끼를 놓고선 자신들은 쏙 빠졌다는 주장도 있다. 군부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후 터키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민주 체제를 수호하게 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대대적인 ‘피의 숙청’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13년의 집권 기간에 자신의 비판자들에게 철퇴를 가해 왔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빌미로 정적 제거와 권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터키 정부는 16일 쿠데타 시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과 군인, 경찰 등 총 265명이 숨지고 144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민간인과 경찰이 161명이었으며 쿠데타 가담자 104명이 교전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군부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터키 정부는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베키르 보즈다 법무장관은 17일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쿠데타와 관련해 6000여 명을 구금했다”며 “앞으로 체포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보즈다 장관은 또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판사 2700여 명이 해임됐다고 밝혔다. 쿠데타 발생 당시 터키 내 서부지역 이즈미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새벽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연설을 통해 “(쿠데타 관련자들은) 반역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를 ‘신의 선물(gift from God)’이라고 부르며 “군에 남아 있는 불순 세력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대적인 숙군(肅軍) 계획을 밝힌 것으로 군에 자기 세력을 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가 사형제 도입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형제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터키 정부가 이처럼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쿠데타 시도를 비난하고 에르도안 정권을 지지했던 국제사회는 “피의 보복은 안 된다”며 에르도안 정권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터키의 모든 당사자가 법치주의에 따라 행동을 하고 추가 폭력이나 불안정을 야기할 어떤 행동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터키 정부의 현직 관료인 쉴레이만 소일루 노동장관이 이번 쿠데타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즉각 반박하는 등 양국 관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케리 장관은 “미국 배후설은 완전히 거짓”이라며 “이런 주장은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로 최소 265명이 숨지고 1400여 명이 부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로 자리를 비운 15일 밤(현지 시간)을 노려 거병(擧兵)한 쿠데타군은 한때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군사본부와 방송국 등 주요 시설들을 장악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6시간 만인 16일 새벽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실패로 막을 내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쿠데타 시도를 ‘실패한 쿠데타’로 선언했다. 터키 정부군은 쿠데타 주모자로 알려진 아큰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 에르달 외즈튀르크 육군 3군사령관, 아뎀 후두티 육군 2군사령관 등 가담자 6000여 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진압 성공으로 권력 기반을 강화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 체류 중인 이슬람 사상가이자 자신의 정적인 펫훌라흐 귈렌을 이번 쿠데타 배후로 지목하고 미국에 송환을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귈렌을 체포하든지, 아니면 그를 터키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귈렌이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부터 내놓으라고 맞서면서 터키 내분이 미국-터키 간 외교 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이스탄불=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이세형 기자}

터키 군부 쿠데타에 가담했다가 투항한 군인을 향해 시민들이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이 터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부 사진에는 시민에게 참수당한 군인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 충격을 주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지지자들이 16일 오전 이스탄불 보스포루스대교에서 투항한 군인 50~60명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군인들은 15일 밤 중무장한 채로 보스포루스대교를 장악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통로를 봉쇄했지만 다음날 새벽 진열을 갖춘 정부군에게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이들이 투항하는 장면은 전국에 TV로 생중계됐다. 일부 극성 지지자는 항복한 군인을 참수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세력이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장악했을 당시 전 국민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가두시위를 독려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친정부 지지자들은 에르도안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쿠데타군의 투항 장면을 TV로 본 뒤 거리로 뛰쳐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탄불의 한 교민은 “15일 한밤중에 에르도안 대통령 명의로 ‘거리에 나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해보니 모두 같은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군부의 쿠데타를 완전히 제압한 에르도안 정부는 쿠데타 기획자들을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터키 당국은 군부 고위직을 포함해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 2839명을 체포했다. 6시간에 걸친 쿠데타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161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1440명으로 집계됐다. 빌라닐 일드림 터키 총리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데타 기획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게 할 것”이라며 “사형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일드림 총리는 군부 쿠데타를 ‘터키 민주주의를 해치려는 암적인 시도’로 규정하고 이날 밤 시민들에게 도심 광장으로 나와 국기를 흔들어 지지를 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번 반란은 아무도 터키의 안정,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을 위협할 수 없다는 걸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쿠데타에 실패한 일부 군인들은 헬기를 타고 그리스로 망명했다고 CNN이 전했다. 그리스 북부 알렉산드로폴리스 경찰에 따르면 터키 군인 8명이 헬기를 타고 상륙해 망명했다. 터키 당국은 그리스 정부에 이들을 당장 송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은 스마트폰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사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르도안 정부가 이번 쿠데타의 완전 종식을 선언했지만 주변국들은 국경을 폐쇄하거나 터키행 항공편을 모두 취소시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터키 인접 국가인 그루지아는 터키와의 국경을 모두 폐쇄했고, 영국 브리티시항공은 16,17일 터키를 오가는 모든 비행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막내아들인 함자 빈라덴(사진)이 미국에 복수를 다짐하는 음성 메시지가 10일 온라인에 공개됐다. 함자는 알카에다 선전 매체를 통해 공개된 ‘우리는 모두 오사마’라는 제목의 21분 분량의 육성 메시지에서 “미국인들은 자국 지도자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알카에다는 무슬림을 핍박하는 미국을 겨냥한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 예멘 소말리아 등을 ‘미국에 억압받고 있는 이슬람 국가’로 언급하며 “셰이크(지도자) 오사마에 대한 복수를 해야 한다. 이는 오사마 개인을 위한 게 아니라 이슬람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미국에 대한 테러를 부추겼다. 오사마 빈라덴은 9·11테러 10년 만인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됐다. 빈라덴의 아들 4명 중 막내인 함자는 현재 20대 중반으로 추정되며 아버지가 미군의 추적을 피해 파키스탄에 숨어 있을 때 함께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루스 리델 연구원은 “함자는 알카에다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의 위험한 적”이라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인 남수단의 수도 주바에서 독립 5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8일 대통령 경호부대와 부통령 경호부대가 서로 총격전을 벌여 최소 272명이 숨졌다. 남수단은 2011년 7월 수단에서 독립한 이후 대통령 세력과 부통령 세력 간 극심한 내전으로 혼란이 증폭돼 한국군 한빛부대가 2013년 3월부터 유엔평화유지군(PKF)으로 주둔하고 있다. 9일 BBC 등에 따르면 정적(政敵) 관계인 살파 키르 대통령과 리에크 마차르 부통령이 전날 밤 대통령궁에서 만나 함께 독립 5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중 경호부대끼리 시비가 붙었다. 양측은 총격전을 벌이며 대통령궁 안팎에서 격하게 충돌했고, 나중엔 중화기와 야포까지 동원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됐다. 양측의 무력 충돌은 30∼40분 이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부통령은 2013년부터 치열한 내전을 벌여 수만 명이 숨지고 최소 22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후 유엔과 서구 열강이 중재해 2015년 8월 평화협정을 맺었다. 올 4월 반군 지도자였던 마차르가 부통령을 맡는 연립정부를 구성해 정국이 안정되는 듯했으나 결국 무력 충돌로 번졌다. 남수단 당국은 총격전 이틀 뒤인 10일 “총격전으로 최소 272명이 사망했고 이 중 33명은 시민”이라고 밝혔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슬람 단식 성월(聖月)인 라마단이 끝난 뒤 사흘간 이어지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피트르 첫날인 6일 새벽 기자가 찾은 이집트 카이로의 이슬람사원 ‘아므르 이븐 알아스 모스크’는 명절 기도를 하러 나온 카이로 시민들로 붐볐다. 1500년 역사를 지닌 이집트 최초의 사원 아므르 모스크는 642년 이집트를 정복한 아랍군을 이끈 아므르 이븐 알아스 장군의 이름을 따 세워졌다. 카이로 시민 수만 명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 등 3곳에서 터진 연쇄 테러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렸다. 시민들은 이날 오전 5시 반부터 시작되는 명절 새벽기도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몰려든 인파 때문에 모스크 입구 650m 앞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남자들은 하얀 옷과 모자를 쓰는 이집트 전통의상 갈라베야를 갖춰 입었고 여자들은 형형색색의 히잡으로 멋을 냈다. 모스크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미리 챙겨 온 카펫 또는 금색 비닐을 바닥에 깔고 메카 방향으로 엎드려 기도했다. 기도가 끝나자 도로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오늘은 알라가 라마단 한 달 동안 고생한 여러분에게 상을 주는 날”이라며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설교가 울려 퍼졌다. 노점상들은 풍선과 폭죽 등 축하용품을 판매했고 일부 남성은 라마단 기간의 노고를 풀려는 듯 한곳에 모여앉아 물담배(후카)를 피웠다.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글이 새겨진 아므르 모스크 안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봤다. 기도를 마친 가족들이 ‘셀카봉’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눈을 제외한 얼굴을 모두 덮는 니깝을 쓰고 검은 아바야를 입은 중년 여성도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셀카를 찍었다. 이날 나일 강변과 카이로 도심 무한디신에도 새벽기도를 마치고 놀러 나온 인파로 떠들썩했다. 명절 첫날을 기다리며 밤을 꼬박 새운 이들은 ‘불타는 아침’을 보내고 낮부터 사흘 연휴 내내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슬람 최대 명절의 첫날이지만 불과 이틀 전 이슬람 제2성지 사우디 메디나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소식에 일부 시민의 얼굴엔 불안감이 역력했다. 아직 메디나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주장하는 단체는 없지만 이날 기자가 만난 카이로 시민은 모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라고 확신했다. 아므르 모스크 안에서 만난 관리인이자 성직자인 마흐무드 사라마 씨는 “예언자 무함마드는 ‘신을 믿지 않는 자가 죽임을 당해도 나는 늘 죽은 자 편에 서겠다’고 말하며 살인을 죄악시해 왔다”며 “꾸란에도 살인자는 지옥에 간다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IS가 이젠 종교도 가리지 않고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모스크 앞에서 만난 셰리프 씨는 “무함마드가 묻힌 예언자 모스크 테러는 IS가 극단적인 폭력 단체에 불과하다는 실체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IS는 치료가 불가능한 집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슬람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가 묻힌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에서 4일 밤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보안요원 4명이 죽고 5명이 크게 다쳤다. 같은 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적대시하는 시아파 거주지역인 사우디 카티프의 모스크와 사우디 지다의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도 연쇄 테러가 벌어진 점으로 볼 때 IS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사우디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자살폭탄 테러가 세 건이나 터졌다.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632년 사망한 후 묻히면서 무슬림에게는 메카 다음으로 신성시되는 성지여서 아랍권에선 큰 충격을 받았다. 테러범은 해가 저물어 라마단 금식이 풀린 4일 저녁 모스크와 법원 사이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던 보안요원들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며 접근한 뒤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렸다. 예언자 모스크는 라마단 기간(6월 6일∼7월 5일) 동안 꾸란을 암송하기 위해 200만여 명이 찾는 성지로 사고 당시에도 라마단 종료 하루를 앞두고 수천 명이 모여 저녁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당시 모스크에 있던 까리 지야드 파텔 씨(36)는 AP통신에 “진동이 하도 강해 빌딩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슬람 제2의 성지를 겨냥한 테러에 아랍국은 잇따라 규탄 성명을 냈다. 이집트의 최고 이슬람 종법학자(그랜드 머프티) 샤위키 이브라힘은 메디나 테러 직후 “급진주의에 매몰된 셰이크(이슬람 지도자)는 이슬람학파라고 볼 수 없다”며 “테러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암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단체는 없지만 IS 소행으로 추정할 만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이날 동부의 시아파 밀집지역인 카티프에선 모스크를 노린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카티프는 IS가 수차례 테러를 감행해온 곳이다. 또한 같은 날 새벽 지다의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서도 파키스탄인 압둘라 칼자르 칸(34)의 자살폭탄 테러로 2명이 다쳤다. 이번 라마단 기간엔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대형 테러가 많이 발생했다. IS가 장악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IS의 폭정으로 라마단 기간 중 600명 넘게 사망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다른 지역 테러 희생자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800명이 넘는다. IS는 이슬람의 성스러운 시기인 라마단 시작 직전인 5월 말부터 ‘라마단 기간 중 지하드(성전)는 신의 허락을 받은 행위다’ ‘이교도에게는 라마단 중 고통을 줘도 된다’는 식으로 소셜미디어에 선전전을 펼쳐왔다. 라마단이 끝난 후 이어지는 연휴인 ‘이드 알피트르’(6∼9일) 때도 대규모 테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IS가 아시아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같은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를 집중 공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에 대한 테러로 이 지역 극단주의자에게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불만 세력의 지지도 함께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5일 오전에도 인도네시아 자바 섬 솔로의 경찰서에서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명이 다쳤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학)는 “IS는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느슨한 계율을 적용하고 힌두교 불교 등 다른 종교에도 개방적인 동남아와 서남아 국가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이세형 기자}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이집트 민주화운동의 성지(聖地)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압둘팟타흐 시시 군사 정권이 지정한 혁명기념일을 맞아 군부 지지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무함마드 메드하트 씨(34)는 기자에게 “군부 독재라도 좋다. 경제만 살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타흐리르 광장은 2011년 1월 ‘30년 군부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아랍의 봄’ 혁명 열기가 이집트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민주화의 성지로 불려왔다. 하지만 5년여가 흐른 현재 민주화 열기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군중은 ‘민주주의보단 먹을 것이 우선’이라며 친군부 정권 대열에 서 있었다. 사회경제적 안정에 대한 열망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집트는 지난 5년간 두 차례 민중 봉기로 ‘군부→민간인→군부’ 정권을 오가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집트 최초의 민간인 출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는 배고픔을 해결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무능을 드러낸 채 2013년 7월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다. 이후 군부 출신인 시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다. 이날 오후 7시경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집트 국기를 치켜든 친정부 시위자들이 광장에 속속 모였다. 무슬림이 인구의 90%인 이집트는 요즘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하는 라마단 기간이라 저녁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라마단 금식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확성기 방송이 광장에 울려 퍼지자마자 군중은 일제히 1.5L짜리 플라스틱 생수통을 꺼내 물을 들이켰다. 열성적인 지지자 일부는 시시 대통령의 이름 발음을 본뜬 ‘CC’라는 글자를 새긴 이집트 국기와 시시 대통령 사진이 박힌 현수막을 들고 광장을 활보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양손으로 승리(Victory)를 뜻하는 ‘V’나 시시를 상징하는 ‘CC’ 모양을 만들었다. 광장 앞 건물에는 이집트 국기와 ‘이집트여 영원하라’라는 뜻의 아랍어 글씨가 레이저로 아로새겨졌다. 오후 4시경 4대 혹은 8대씩 짝지은 전투기 편대가 이집트 국기 색깔인 빨강 하양 검정 연기를 하늘에 수놓는 등 수도 카이로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거리 시위에 나선 이집트인들은 민주화 열망을 안고 2012년 6월 출범한 무르시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털어놨다. 이집트 명문대인 아메리칸카이로대를 졸업한 메드하트 씨는 “민주주의를 표방했지만 경제적 무능함과 이슬람 근본주의의 이념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무르시 정권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1년 만에 민중 봉기로 쫓겨난 ‘배고픈 민주화’의 후유증이 그의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2012년 6월∼2013년 7월)에는 전력 부족으로 하루에 8번씩 정전되고 주유소에 기름이 없을 때가 더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성향의 무르시가 2013년 6월 “시리아 정부와 단교하고 시리아 반군을 돕겠다”며 혼돈스러운 중동에 군사 개입을 할 뜻을 내비치자 국민적 반감은 더욱 커져 갔다. 이집트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경우 나라가 재건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시시 대통령은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한국의 박정희 정권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군부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게 지상 과제다. 2018년 치러질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할지도 경제가 살아나느냐에 달려 있다. 시시 대통령은 ‘이집트의 박정희’가 되기 위해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한국어에 능통한 한국 전문가 에즈딘 엘하산(49)은 “군부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 사이에선 새마을운동 배우기가 열풍”이라며 “최근 찾아간 대학교수 책상에 한국의 새마을운동 관련 저서 번역본이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시시 정권 출범 이후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침체는 이집트의 국가 재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3대 중추사업인 수에즈 운하 통관, 중동 인력 수출, 관광 산업 모두 타격을 받으면서 극심한 달러난에 시달리고 있다. 시시 정부는 고질적인 달러 부족과 경제난 타개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지난달 27일 IMF로부터 구제금융 100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를 지원받기 위해 구조개혁에 동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의 IMF 구제금융 성사는 시시 대통령이 ‘이집트의 박정희’가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할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군부 독재에 대해 이집트인 대다수는 “경제만 발전시켜 준다면 군부라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민주화의 열망을 완전히 저버린 것은 아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이집트인은 “무르시 정권 때의 극심한 혼란을 수습하는 과도기적 차원에서 국민이 임시로 군부를 택한 것일 뿐 장기적으론 민주주의가 정착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잠시 에둘러 가는 것이지 이집트판 아랍의 봄은 현재 진행형이란 얘기였다. 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오마르 마틴(30)이 12일 새벽 게이클럽에서 인질을 붙잡고 경찰과 통화하면서 “이슬람국가(IS) 지도자를 대신해 클럽을 공격하고 있다”며 “미군의 시리아 폭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동성애를 혐오해 동성애자 클럽을 노린 것으로 추정됐던 마틴이 동성애자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자친구와 펄스 나이트클럽에 있다가 생존한 올랜도(52)는 13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클럽을 장악한 마틴이 경찰에 전화를 걸어 IS에 충성을 맹세하며 IS 지도자와 시리아 폭격 중단을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마틴은 “만약 경찰이 진입하면 더 큰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수사당국에 따르면 마틴은 범행 전날 평소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는 플로리다 포트세인트루시의 PGA빌리지에서 정상 근무했고 범행 1시간 전 펄스 나이트클럽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케빈 웨스트(37)는 “당시 마틴은 어두운 색깔의 모자를 쓰고 검은색 휴대전화를 든 채 나를 지나쳐갔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웨스트는 과거 게이 전용 데이트 앱 ‘잭디’에서 마틴과 연락한 적이 있었다. 1년 전 잭디에서 마틴의 데이트 제안을 받았다는 웨스트는 “3개월 전 마틴이 ‘곧 올랜도에 갈 테니 술 한잔하자’고 말을 건 게 마지막이었다”며 “마틴이 클럽 주차장에 차를 대는 모습을 보고 바로 알아봤다”고 증언했다. 마틴이 동성애자이며 펄스 클럽에 자주 출몰했다는 증언은 최소 4명에게서 나왔다. 수사당국은 당초 50명으로 발표했던 사망자 수를 범인 마틴을 뺀 49명으로 정정하고 실명을 공개했다. 10대 2명, 20대 25명, 30대 18명, 40대 3명, 50대 1명이었으며 평균 나이는 29.4세였다. 당시 클럽에선 라틴을 주제로 한 파티가 열리고 있어서 어린 라틴계 동성애자가 희생자의 대다수였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사진)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랜도 총기 테러 피해자 루이스 비엘마(22)를 추모하는 글을 올리며 이렇게 비통해했다. 테러로 희생된 49명 가운데 한 명인 비엘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올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인 ‘해리포터와 숨겨진 여행’의 안내원으로 일했다. 롤링은 비엘마가 해리포터 시리즈를 소재로 만든 ‘해리포터의 마법세계’ 코너의 유니폼을 입고 양손 엄지를 치켜든 채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전 세계 4만6000명이 롤링의 글을 공유하며 함께 조의를 표했다. 비엘마의 지인들도 롤링의 공개 애도에 트위터로 감사를 나타냈다. 존 코넌은 롤링에게 “당신의 마법 세계가 루이스에게는 세계 그 자체였다”며 “우리의 친구 루이스의 죽음을 애도해 줘 감사하다”고 답했다. 비엘마의 동료 다이애나는 “루이스는 훌륭한 사람이고 멋진 마법사였다”며 “그는 모든 손님이 최고의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왔다”고 추모했다. 언제나 친절했던 비엘마를 기억하는 관람객들도 잇달아 조의를 표했다. 지난주 비엘마를 봤다는 세라 무어는 “그는 내 아들에게 너무나 친절했고 사랑스러운 청년이었다”고 회고했다. 캐럴 브라이트먼은 “1월 1일 테마파크에서 처음으로 새해를 함께 맞았던 사람 중 하나가 루이스였다”며 “그는 사랑스럽고 순수하며 열정적인 그리핀도르(해리포터 소설에 나오는 마법학교)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 폴은 “테마파크에서 내가 입었던 티셔츠를 보고 칭찬해줬던 착한 청년이 죽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고 애도했다. 비엘마는 미국 플로리다 세미놀주립대 응급구조학과에 다니며 이 테마파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마법세계 코너 측은 비엘마가 사망한 12일 하루 동안 추모의 뜻을 담아 놀이기구 ‘해리포터와 숨겨진 여행’의 운행을 중단했다. 테마파크 대변인은 “우리 팀원의 사망 소식에 모두가 슬픔에 잠겼다”며 “유니버설스튜디오 올랜도는 루이스와 그 가족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테러로 희생된 모두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발표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 테러는 미국 대선 지형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메가톤급 재료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저지른 이번 테러를 안보 이슈에 민감한 전통 공화당원들을 결집할 호기로 보고 당장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은 총기 규제가 느슨해 벌어진 일이라며 지지층인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두 후보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가 연루된 이번 사건을 대테러 정책과 이민 정책을 집중 부각시킬 호재로 삼을 작정이다. 최근 멕시코계인 곤살로 쿠리엘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흔들린 주도권을 이참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테러 사건 직후처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반감을 가진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절호의 찬스라는 속내가 읽힌다. 트럼프는 “미국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9·11테러의 상흔이 남아있는 미국인에게 이슬람 테러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우리의 리더십은 약하고 무기력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이란 말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수치심을 느끼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또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우리가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며 클린턴까지 싸잡아 공격했다. 트럼프는 13일 뉴햄프셔 주 유세에서 이메일 스캔들 등 클린턴의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참이었지만 대테러와 국가안보 문제로 토픽을 바꿀 계획이라고 CNN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선언에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협력으로 상승세를 타던 클린턴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 1기 국무장관(2009∼2013년)으로 현 정부의 초기 대테러 정책을 이끌었다. 클린턴은 이날 트위터에 “끔찍한 테러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내 마음은 하나”라고 적었다. 그는 15일 위스콘신 주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작하려 했던 합동 유세도 취소했다. 클린턴은 무분별한 총기 소유로 사고가 벌어졌다며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원 조회를 거친 사람만 총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클린턴은 또 “성소수자 사회는 미국 국민 수백만 명이 응원한다는 걸 알아 달라. 나도 그중 한 명”이라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동성애자를 위로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상투적이고 뻔한 정치적 공격에만 매진할 뿐 정작 실질적으로 나라를 안전하게 할 대테러 전략은 없다”고 비난했다. 이번 테러가 두 후보 중 어느 쪽에 유리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IS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이상 총기 규제가 테러와 이민자 이슈를 덮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보는 전통적으로 보수당에 유리한 이슈여서 당장은 트럼프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사고 직후 보인 반응을 놓고 ‘자질론’이 또다시 제기됐다. 그는 트위터에 “올랜도에서 정말 나쁜 총격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고 적었다. 이를 놓고 국가 안보를 이끌어갈 대선 후보의 메시지치곤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폭스뉴스에서는 “올랜도 난사범보다 더 흉악한 뜻을 품은 사람들이 나돌아 다닌다. 미국에 수천 명은 된다”며 근거 없는 주장도 했다. 미국에서 자생하는 급진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피터 버겐은 CNN에 “두 진영은 이번 문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조동주 기자}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50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쳤다. 범인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 국적 남성 오마르 마틴(30)으로 현장에서 사살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테러로 규정했다.CNN 등에 따르면 범인은 12일(현지 시간) 오전 2시경 올랜도 지역 동성애자가 모이는 펄스 나이트클럽 인근에서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하다 클럽 내부로 진입했다. 클럽에는 주말 밤을 즐기는 100여 명으로 붐비고 있었다.범인은 부모가 아프간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자이며 전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수사 당국이 밝혔다. 경찰은 범인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권총, 소총, 폭발성 물질 등 살상 무기를 준비한 점에 주목했다. FBI 대변인은 “용의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한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직후 소셜 미디어에는 총기 테러의 처참한 모습을 전하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클럽에 있던 30여 명은 특수기동대의 구출 작전으로 목숨을 구했다.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FBI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연방정부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세계 최강국을 통치하는 미국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딸 바보’였다. 언제나 품 안에 안겨 있을 것 같던 딸이 고교를 졸업해 성인이 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검은 선글라스를 썼다. 학부모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도 딸이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고 졸업장을 받으러 연단에 오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개 박수’를 치고선 딸을 끌어안았다(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55)이 ‘아버지’ 자격으로 10일 워싱턴 시드웰 프렌즈 고교에서 열린 큰딸 말리아(18)의 졸업식에 참석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행사를 위해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열린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이 고교는 퀘이커교의 전통에 따라 졸업생들에게 상을 주지 않고 주요 인사(VIP)들을 특별 대우하지도 않는다.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졸업식장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학부모들 사이에 섞여 눈에 띄지 않으려 애썼다고 신문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딸의 졸업식 축하 연설을 맡아 달라는 학교 측 요청도 거절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미국 예일대 의대에 전액 학자금 보조를 받고 입학하는 멕시코 출신 여고생이 고교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하며 자신이 불법 체류자라고 공개했다. 텍사스 주 오스틴의 다른 고교 졸업식에서도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 모범생이 불법 체류자라고 밝혀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예일대 의대에 합격한 라리사 마르티네스는 10일 텍사스 주 댈러스 인근 맥키니의 한 맥키니보이드 고교 졸업식 연설에서 “나는 미국 사회에서 그림자 속에 살아가는 1100만 불법 체류자 중 한 명”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2010년 학대를 일삼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와 관광 비자로 미국에 온 뒤 7년째 시민권을 발급받지 못한 채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 살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불법 체류자건 아니건 그들은 모두 꿈과 포부를 갖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며 “증오와 편견의 장벽 없이도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빗대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밝힌 만큼 이민국에서 조사해 국외로 강제 추방할 수도 있다. 같은 날 데이비드 크로켓 고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대표 연설을 한 히스패닉 계 마이테 라라 이바라도 식이 끝난 후 트위터에서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나는 졸업생대표, 평균학점 4.5점, 텍사스대 장학금, 13개의 메달, 훌륭한 두 다리를 갖고 있다. 아, 그리고 불법 체류자다”라고 적었다. 그가 다니던 학교는 학생의 58%가 히스패닉이다. 그가 미국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두 여고생의 고백에 미국 여론은 엇갈린다. 이바라의 동창 학부모 힐러리 샤이 데이비스는 페이스북에 “나는 미국에서 고교를 나온 학생을 강제 추방시키는 걸 상상할 수 없다”며 “그들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싸울 것”이라고 썼다. 반면 두 여고생이 불법 행위를 자랑스레 여기는 철없는 10대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일부 누리꾼은 “마르티네스를 강제 추방할 시간”이라고 적은 뒤 불법 체류 업무를 담당하는 이민국 트위터 계정을 태그하기도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투자의 귀재이자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86·사진)가 9년 만에 일선에 복귀해 직접 투자에 나섰다. 소로스는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때마다 안전자산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둬 국제 금융계에선 ‘하이에나’로 불린다. 소로스가 2007년 이후 9년 만에 주식과 외환거래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월가에선 세계 경제의 불황이 깊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로스가 운영하는 300억 달러(약 34조8000억 원) 규모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최근 소로스의 지시를 받아 주식을 팔고 금과 금광주를 사들이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금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하락 추세일 때 사면 이익을 보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그동안 회사의 펀드 운용을 관찰하기만 했을 뿐 직접 투자하지 않던 그가 올해 초부터 사무실에서 직접 투자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회사 임원들과도 자주 연락하고 있다고 소로스 측근이 WSJ에 전했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1분기(1∼3월)에 세계 최대 금괴 생산업체인 배릭의 주식 1900만 주를 사들여 9000만 달러의 평가이익을 냈다. 같은 시기 다른 금광 회사인 실버휘턴의 주식 100만 주를 사들여 2분기(4∼6월) 28%나 수익을 냈다. 소로스가 세계 경제를 여전히 비관하면서 안전자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자 소로스 투자는 불황의 전조라는 ‘소로스의 저주’가 유효할지도 관심거리다. 소로스는 중국과 유럽의 정치 경제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어 세계 증시가 하락세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고 WSJ가 전했다. 중국의 경우 정치적 리더십을 둘러싸고 내부 잡음이 이어지는 데다 불투명한 정치 시스템으로 금융시장에 적기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로스는 1990년대 초 승승장구하던 영국 파운드화의 폭락을 예상하고 과감하게 투자해 10억 달러를 벌어들여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현직 시절 이집트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78조 원이 넘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던 전직 감사원장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반(反)부패기구 수장(首長)인 감사원장을 전격 해임한 데 이어 그를 법정에까지 세우면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부패 척결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올해 3월 해임된 히샴 제네이나 전 감사원장은 7일 카이로 법정에서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신들의 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된 채 열린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 측이 자료를 검토할 시간을 요구하면서 21일 이후로 연기됐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을 진두지휘했던 제네이나 전 원장이 갑작스럽게 피고인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 때문이다. 그는 이집트 일간지 알 윰 알 사비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한 해에만 부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6000억 이집트파운드(약 78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파장이 커지자 그는 자신의 발언이 잘못 인용됐다면서 1년이 아닌 4년에 걸친 비용이라고 정정했다. 조사에 나선 대통령실은 제네이나 전 원장이 외세의 도움을 받아 국민을 오도했다고 결론 내렸다. 제네이나 전 원장은 이집트 기획부와 유엔개발계획이 의뢰한 보고서에 근거한 수치라고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시 대통령은 결국 3월 말 제네이나 당시 원장을 돌연 해임한 뒤 검찰에 수사 개시를 명령했다. 제네이나 원장과 가족의 휴대전화를 몰수하고 집 앞에 사복경찰을 배치해 방문객을 막았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시시 대통령이 국가 안정이란 미명 아래 권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네이나 전 원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는 정치적 이유로 시작됐고 시시 대통령의 정적 제거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올해 ‘미국 USA’ 왕관의 주인공은 흑인 여군이다. 6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스 USA에서 군인이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5일(현지 시간)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6 미스 USA 선발대회에서 수도 워싱턴 대표로 출전한 디샤우나 바버 씨(26)가 경쟁자 51명을 제치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바버 씨는 17세에 입대해 노스캐롤라이나 네브래스카 미네소타 버지니아를 거쳐 워싱턴에서 미 육군 988부대 군수사령부의 병참 장교로서 상무부 정보기술(IT) 분석관으로 복무하고 있다. 아버지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이라크에서 복무했던 군인이며 바버 씨의 형제들도 군에 몸담고 있다. 가족 이력에 대한 질문에 바버 씨는 “애국심과 국가를 위한 봉사는 가족의 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버 씨는 대회에서 “우리(여군)는 남자만큼 강하다”며 “미국에서는 성에 따른 제약이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대회 심사위원이 “미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여군에게 모든 전투병과를 개방하기로 한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바버 씨는 미스 USA로서 퇴역 군인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