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이 정도면 프로 관종(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이다.’ 최근 러시아 여성모델 비키 오딘초바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높이 330m짜리 73층 빌딩 옥상 난간에서 남자 조수의 팔에 매달린 채 허공에 떠 있는 사진을 보자 머리를 스친 생각이다. 커피 옆에 벤츠 자동차 키를 올려놓은 사진에 ‘커피 한잔의 여유’라고 적거나, 머리 스타일 바꿨다며 찍은 셀카에 신상 샤넬백을 도드라지게 찍고 ‘오늘 머리 망했다ㅠㅠ’라고 덧붙여 SNS에 올리는 한국식 관종은 애교로 치부하게 만드는 유라시아 대륙발 관종이다. 역시 세계는 넓고 관종은 많다는 건 진리다. 이 러시아 모델은 이 순간을 찍어 SNS에 올려 ‘좋아요’를 따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두바이 상공에서 죽음의 공포를 이겨냈을 거다. 러시아발 관심종자의 떡밥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매체가 떠들썩하게 다뤘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30만 명까지 불어났고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250만 건을 넘어섰다.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걸어놓은 모델 매니지먼트사 이메일 주소에도 꽤나 많은 연락이 갔을 것이다. 두바이 경찰이 소환 조사해 엄중 경고했지만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덴 성공했으니 그녀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마천루 꼭대기에서 위험천만한 관심 끌기를 하는 러시아 모델은 오딘초바 말고도 여럿 있다. 또 다른 러시아 모델 안젤라 니콜라우는 사진사 남자친구와 함께 상하이, 홍콩, 방콕 등을 누비며 초고층 빌딩 옥상에서 아찔한 사진을 찍는 걸로 유명하다. 인스타그램 대문에는 ‘한계는 없다’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사진에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홍콩 바다 전경이 보이는 건물 옥상 난간에서 비키니를 입고 겨우 발을 지탱하고 있는 사진에는 “나는 18세에 처음 수영을 배웠다. 여러분은 언제 처음 수영을 배웠나요?”라고 묻는다. 상하이 전경이 내다보이는 고층빌딩 꼭대기 난간에서 빨강머리를 휘날리면서 “머리 색깔 바꾸려고 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때요?”라는 식의 허세가 대부분이다. 굳이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러시아 모델들은 거의 다 무명이다. 이름 한 줄과 사진 하나라도 널리 알리면 일거리가 좀 들어오지 않을까 해서 이런 기행을 이어가는 건데, 사진 한 장의 파급효과가 워낙 크다보니 요즘엔 기업에서 이런 기행을 위한 여행을 후원해 홍보용으로 써먹는다. 니콜라우도 러시아 여행보험사의 후원을 받아 상하이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 있는 통신수신탑을 기어 올라가는 동영상을 찍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때 기업 이름 슬쩍 한 번 언급해준다. 여행보험사는 ‘위험한 해외여행’이라는 인식을 대중에 심어줄 수 있으니 서로가 윈-윈인 셈 치는 거다.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만용은 절대 따라하지 말아야겠지만, 먹고 살기 힘든 세태가 만들어낸 생계형 관종이라 생각하니 측은하기도 하다. 모델이 이뻐서 그런 건 아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말조심하라. 이란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바람 가세미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공식 논평에서 터키를 향해 이렇게 독설을 쏟아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이 전날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시아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종파 정책으로 지역 안보를 불안케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란 외교부는 이날 하칸 테킨 주이란 터키 대사를 테헤란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터키 외교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 휴전 체제의 양축인 이란과 터키가 종파 문제 때문에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터키는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분쟁이 종식되면 두 국가를 시아파 국가로 만들려고 과도하게 시아파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우쇼을루 터키 장관은 “터키는 중동에서의 어떠한 파벌주의에도 반대하며, 이란은 지역 안보를 해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터키는 이라크와 시리아 분쟁이 마무리되면 이란이 이들 국가를 시아파 벨트로 포섭해 터키 사우디 등 수니파 벨트에 대항하는 연합체로 자리 잡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시아파 민병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고 있다. 이 세력들이 터키군의 시리아 이라크 내 군사 활동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도 터키가 이란에 강수를 둔 배경으로 꼽힌다. 터키는 시리아 국경에서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를 격퇴한다는 명목으로 지상군을 투입시켰고, 이라크에선 모술 탈환전 등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란 외교부는 “불법적이고 정당성 없는 조치로 유혈사태를 야기해 지역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세력이 ‘비난 게임’을 이어가는 데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터키를 비난했다. 이란의 포화에 터키도 즉각 응수했다. 터키 외교부는 같은 날 언론 브리핑에서 “피난처를 찾는 난민을 전장으로 몰아넣는 나라가 다른 국가에 지역 긴장감 고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대신 지역 정책을 거듭 살피라”고 말했다고 터키 아나톨루통신이 보도했다. 이란과 터키의 설전에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유엔 주도 시리아 평화회담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을 제외한 러시아, 터키, 이란 주최로 16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2차 평화회담이 흐지부지 끝났다. 터키는 “아스타나 회담은 정치적 해법의 기본인 제네바 회담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유엔 주도 회담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부 측 대리인인 이란과의 갈등이 협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유엔 회담마저 성과가 없다면 최근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는 휴전 체제가 한층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군 측에선 이란보단 러시아가 입김이 더 강한 만큼 이란과 터키의 외교전이 회담 파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차라리 제발 죽여 달라고 간수에게 애원했습니다.” 시리아 여성 라샤 샤르바지 씨(34)는 19일(현지 시간) 보도된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쌍둥이를 임신한 채 정부가 운영하는 알 메자 감옥에서 보낸 32개월간의 끔찍한 삶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샤르바지 씨는 임신 7개월이던 2014년 5월 22일 이민국으로 여권을 찾으러 가다가 체포돼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감옥에 투옥됐다. 8세, 6세, 5세 자녀들도 함께 감옥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파리와 벌레가 득실대는 삶은 감자로 연명하며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난주 시리아 정부와 반군의 포로 교환 협상으로 32개월 만에 풀려나 가족들과 해후한 샤르바지 씨가 폭로한 시리아의 인권유린 실태는 참혹했다. 샤르바지 씨는 투옥되자마자 반군 성향 정치활동가인 남편 오사마 씨의 소재를 대라는 협박을 받았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감옥에서 ‘714번’이라는 죄수 번호로 불렸다. 간수들은 만삭인 그를 군 병원으로 끌고 가 강제로 제왕절개를 시켰다. 그렇게 태어난 쌍둥이 딸은 감옥에서 옷을 받지 못해 넝마를 걸쳤다. 간수들은 두 갓난아기를 창 밖으로 집어던지려는 제스처를 취하며 샤르바지 씨에게 남편의 소재를 대라고 협박했다. 쌍둥이는 모유조차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다른 세 자녀도 겨울이 오자 추위에 떨다가 보육원으로 가야 했다. 샤르바지 씨는 끔찍한 고문 현장도 폭로했다. 케이블선이나 맨손으로 여자 죄수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얼음물을 끼얹은 뒤 바로 뜨거운 물을 부으며 고통을 줬다. 전기의자에서 고문받다가 죽은 남성도 봤다. 다섯 살 남짓한 어린이를 벽에 세워두고 집단 구타한 뒤 아이가 주저앉으면 또 때려 일으켜 세웠다. 이 감옥 수감자들은 반군 성향 남편의 가족인 여성과 어린이가 대다수인데,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외부 연락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운영하는 감옥에는 현재 1만여 명이 재판 없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8500명이 여성이며, 이 중 300명은 16세 이하 소녀들로 알려졌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내전이 한창이던 2011∼2015년 다마스쿠스 인근 세드나야 군 감옥에서만 1만3000명이 교수형에 처해지고 3만 명이 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샤르바지 씨는 지난주 정부군과 반군의 포로 교환으로 풀려나 반군 점령지인 알레포 주에서 남편과 다섯 자녀와 해후했다. 감옥에서 낳은 쌍둥이는 훌쩍 자랐지만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자유의 몸이 됐지만 여전히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며 “전 세계가 시리아의 범죄로 인한 비극을 끝내는 데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휴전으로 잠시 평온을 되찾았던 다마스쿠스 일대는 정부군이 19일 외곽 지역 반군 점령지에 폭격을 가해 16명이 사망하면서 다시 전운이 감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반군은 정부군 지역에 로켓을 최소 3발 발사하며 반격했다. 한편 이라크군은 19일 오전 7시를 기해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하고 있는 모술 서부 지역 탈환 작전을 공식 선언하고 진격에 나섰다. IS가 모술을 빼앗기면 이라크에서의 세력이 급격히 쇠퇴할 것으로 전망된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 필사의 구조작업으로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시리아 민방위대 ‘하얀 헬멧’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설 수 있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TY)가 17일 보도했다. 하얀 헬멧의 구조 활동을 그린 영화 ‘하얀 헬멧’은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 올라있다. 시리아 국적인 이들은 지난달 25일 시상식에 초청받고 한껏 들떴지만 이틀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를 포함한 7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좌절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원이 행정명령을 일시 중지시켜 17일 미국 입국 비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3000여 명으로 구성된 하얀 헬멧은 2011년부터 불거진 시리아 내전 현장을 누비며 폭격에 맞은 건물 잔해를 뚫고 7만8000여 명의 목숨을 구해냈다. 하얀 헬멧을 이끄는 라에드 살레 씨와 조수 겸 영화 촬영기사 칼레드 카티브 씨는 최대한 빨리 미국 땅을 밟을 예정이다. 트럼프가 다음 주에 새로운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미국 입국길이 다시 막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살레 씨는 “우리의 역사를 담은 영화에 나오는 대원 여럿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이번에 우리가 수상해서 하얀 헬멧의 희생이 의미 없는 게 아니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고 AFP에 말했다. 카티브 씨는 “시상식을 통해 세계가 시리아인의 고통을 본다면 반드시 이를 멈추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얀 헬멧과 함께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내 고향 와타니’의 시리아인 주인공 할라 카밀 씨도 할리우드를 방문한다. 영화는 네 자녀의 엄마인 카밀 씨가 남편이 이슬람국가(IS)에 납치되면서 시리아를 떠나며 겪는 시련을 그렸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대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유일한 해법으로 견지해 온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철회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두 국가와 한 국가 해법을 모두 보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양측(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좋다는 거면 나도 좋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잇따라 유지해 온 두 국가 해법 대신 이스라엘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한 국가 해법에도 열려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 우익이 지지해 온 방안으로, 이스라엘이라는 단일 국가 아래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시민권자로 살든가, 투표권 없이 영주권 형식으로 사는 방식이다. 만약 미국이 한 국가 해법을 수용한다면 팔레스타인과 아랍 국가들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가 미국의 오랜 중동정책을 말 한마디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전에 팔레스타인 측과 비밀스레 접촉해 이스라엘과의 정상회담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팔레스타인은 정상회담 이후 “두 국가 해법을 여전히 지지한다”는 원론적 반응만 내놓고 공식적으로는 격하게 반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공약에 대한 질문에는 “몹시 정성껏 그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내 정착촌 건설 확대 움직임에 대해선 네타냐후 총리에게 “약간 물러서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아랍 동맹국들과 ‘중동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안보 연합체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요르단 등 기존 우방에 이스라엘을 포함시키는 안보 연합체를 만들어 이란의 영향력에 대항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러시아가 미국의 반대에도 신형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크루즈미사일)이 자국 내 배치를 강행하고, 흑해에서 전투기들을 미 구축함에 근접 비행시키는 등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친(親)러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對)러 제재 완화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로 사퇴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러 정책을 떠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최근 신형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인 SSC-8 2개 대대 분량을 극비리에 남동부 기지 등에 배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러시아가 배치한 새 순항미사일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대부분을 사거리 안에 둔다. 미국은 1987년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보유, 실험, 배치를 금지하는 중단거리 핵미사일 폐기조약(IRNFT) 위반이라며 항의했지만 러시아는 배치를 강행했다. 나토는 15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만나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나토 측은 “유럽 안보를 지키는 핵심 열쇠인 중단거리 핵미사일 폐기조약을 어긴 러시아에 나토 동맹국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러시아는 조약 위반에 따른 어떠한 군사적 이익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흑해와 미국 영해 부근에서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 국방부는 14일 복수의 러시아 군용기가 10일 흑해를 순찰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 주위를 근접 비행했다고 밝혔다. CNN은 러시아 대잠초계기 IL-38이 1차례, 전폭기 SU-24가 2차례 미 구축함 포터함을 향해 915m 남짓한 거리까지 접근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군 측은 무선으로 통신을 시도했으나 러시아 측이 응답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퍼거드 미 유럽사령부 대변인은 “잘못된 의사소통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매우 우려할 만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14일에는 러시아 정보수집함 SSV-175가 미 동부 델라웨어 해안에서 113km 떨어진 대서양 공해상에서 포착됐다. 2015년 4월을 마지막으로 미 영해 인근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 함정은 첨단 장비를 통해 미국의 정보 교신 신호를 가로채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러시아의 군사적 강경 행보가 이어지면서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미국 안에서 나오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CBS 방송도 “냉전 복귀의 신호”라고 전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22)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정치대(시앙스포) 르아브르 캠퍼스를 졸업하고 현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김한솔은 2013년 5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국제학교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UWC) 모스타르 분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8월 프랑스 파리정치대 르아브르 캠퍼스에 입학했다. 파리정치대 르아브르 캠퍼스는 아시아 지역학에 특화된 곳으로, 김한솔은 유럽과 아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학 등을 두루 배웠다. 신입생 시절 대학 동창들과 가깝게 지냈지만 파티에 고가의 술을 자주 가져와 일부 학우들이 위화감을 느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 당국은 현재 김한솔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부친이 독살됐고 그 자신도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온 만큼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한솔은 고교 시절인 2012년 10월 핀란드 출신의 엘리사베트 렌 전 유엔 사무차장과의 영어 인터뷰에서 삼촌인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불렀다. 권력 투쟁에서 밀린 아버지를 북한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해외를 전전하게 한 삼촌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한솔은 룸메이트가 리비아 출신이라며,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2011년 리비아 혁명에 대해 흥미롭게 들었다고도 말했다.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넘볼 만한 이른바 ‘곁가지’(김일성의 직계 자손 가운데 권력에서 밀려난 인사)들에 대한 피의 숙청에 나선 만큼 다른 김씨 일가들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벌써부터 김정남의 이복 여동생인 김설송이 구금됐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정은의 친형(고영희의 첫아들) 김정철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신임을 얻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 정도가 과거 김정일과 김경희처럼 지낼 가능성이 있다. 독살된 김정남의 이종사촌 이한영 씨(사망 당시 37세)도 1982년 탈북했다가 1997년 한국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살해됐다. 이 씨는 망명 뒤 이례적으로 신분을 공개하고 북한 고위층의 실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윤완준 기자}
이르면 7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상공에 드론 택시가 날아다닐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 도로교통청은 13일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거번먼트서밋에서 중국산인 세계 최초의 무인 드론 택시 ‘이항 184’를 이르면 7월 시험 운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바이 상공에서 100여 차례 비행하며 안전성을 시험 중이며 두바이 항공 당국의 검사도 받았다. 전기로 움직이는 이항 184는 시속 100km로 500m 상공을 30분 동안 날 수 있다. 최대 적재 중량은 100kg으로 한 사람만 탈 수 있다. 운전사 없이 승객이 혼자 탄 뒤 태블릿PC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지정된 착륙장으로 데려다준다.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지상의 중앙관제센터에서 모든 드론의 운항을 관할한다. 드론 택시의 안정성이 증명되면 새로운 교통 혁명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드론은 밖으로 뻗은 다리 4개에 각각 2개씩 달린 프로펠러 8개로 움직인다. 수직으로 이착륙해 활주로도 필요 없으며 1∼4시간 충전하면 30분간 날 수 있다. 가격은 대당 2억∼3억 원 선이다. 두바이 당국은 드론 택시가 상용화되면 교통체증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늘에서 다른 드론과 충돌하지 않도록 긴급 상황에서는 공중에서 이동을 멈출 수 있고, 사막의 극한 기온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두바이는 2030년까지 교통량의 25%를 무인운전 방식으로 채우는 걸 목표로 첨단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슬람국가(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46·사진)가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이라크군의 폭격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이라크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이라크 알후라 채널은 13일 바그다디가 9일 이라크 서부 도시 까임 인근에서 이라크 공군의 폭격으로 중상을 입었고, 시리아 내 IS 점령지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바그다디와 함께 있던 다른 IS 지도부도 일부 죽거나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IS가 사령부 공백 상태에 빠졌다는 말이 된다. 미국은 지난해 말 바그다디에게 2500만 달러(약 287억5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으나 그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바그다디는 지난해 11월 이라크 모술에서 IS 병사들에게 “신의 적과 싸우라”는 음성 메시지를 발표하며 결사항전을 독려한 바 있다. 바그다디가 죽거나 다쳤다는 보도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바그다디는 지난해 6월 시리아에서 연합군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후 오디오 육성을 발표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올해 1월 말에는 이라크 북부에서 폭격으로 중상을 당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법인세 부담을 낮춰 해외 다국적 기업들을 붙잡아 두려던 스위스 정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스위스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12일 실시한 세제 개편안 국민투표가 반대 59%, 찬성 41%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스위스의 주(州) 개념인 26개 칸톤이 각 지역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에 선별적으로 주 법인세 인하 혜택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폐지하는 대신 주 법인세율 자체를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칸톤별 세제 특혜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이 지주회사만 스위스에 두고 정작 기업 활동은 다른 국가에서 해 EU 회원국의 징세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세제 개혁을 압박했다. 스위스는 2019년까지 새로운 세제를 시행하겠다고 2014년 약속한 뒤 이번 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다국적 기업에 선별적으로 세제 혜택을 줄 수 없다면 주 법인세 자체를 낮춰서라도 다국적 기업을 붙잡아 두려 했던 것이다. 정부는 다국적 기업이 전체 연방 법인세의 절반을 부담하고 있고 스위스인 15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이들이 떠나면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스위스의 컨설팅업체 BAK 바젤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은 스위스 경제산출량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선 반대 43%, 찬성 40% 정도로 찬반 비율이 엇비슷했지만 실제 투표에선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로이터통신은 법안이 통과되면 27억 스위스프랑(약 3조1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해 가구당 1000스위스프랑(약 115만 원)의 추가 납세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EU와 OECD는 세제 개편안이 부결되면 스위스를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스위스에 지주회사를 둔 다국적 기업에 유럽 각국이 이중과세를 할 수 있다고 압박해 왔다. 윌리 마우러 스위스 재무장관은 표결 직후 “올해 말까지 의회에 새로운 세제 개편안 초안을 제출하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은 “세제 개편안 부결은 우파의 오만에 대한 국민의 레드카드”라며 환영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러시아가 자국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의 신병을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NBC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스노든은 2013년 미국 정보 당국의 무차별 감시 프로그램 실태를 폭로한 뒤 러시아에서 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그를 ‘사형감인 스파이이자 배신자’라고 비난해 왔다. NBC 방송은 익명의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정보기관 활동을 다룬 미국 정보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심을 쓰는 방안 중 하나로 스노든의 미국 송환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유사한 정보가 복수로 수집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체류 중인 스노든은 트위터를 통해 “마침내 내가 러시아 정보기관에 절대 협조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왔다”라고 오히려 반기는 기색이다. 자신이 러시아에 협력했다면 러시아가 미국 인도 방안을 검토했을 리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취지다. 그는 “그 어떤 나라도 스파이를 거래하지 않는다”라며 “다른 스파이들이 자기가 다음 차례일 거라고 두려워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스노든은 이어 “얼마 전 러시아 정부의 억압적인 ‘빅 브러더 법’을 비판했는데 이젠 위협적인 루머가 나온다”라며 “루머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난 두렵지 않고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 브러더 법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효한 반테러법(일명 야로바야법)이다. 통신사업자들이 누리꾼들의 사이트 접속과 교신 내용 등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보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기관의 발표가 아니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방송 보도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스노든은 2013년 6월 홍콩에서 러시아를 거쳐 남미로 가려다가 미 당국의 여권 말소 조치로 모스크바 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발이 묶인 후 러시아의 거주 허가를 받았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영국에 첫 국빈 방문을 할 때 수도 런던의 의회 대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심장’ 버밍엄에서 군중 8만5000명을 상대로 유료 연설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11일 보도했다. 연설 장소로는 버밍엄 국립전시센터가 유력하며 미국 풋볼리그의 치어리더가 연설회에서 공연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방문 시기도 기존에 거론됐던 6월 대신 독일 함부르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7월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왜 버밍엄일까. 브렉시트 투표 당시 50.4%가 탈퇴 찬성에 표를 던질 정도의 보수 성향을 띠는 이곳이 런던보다는 트럼프에 대한 여론이 상대적으로 좋을 거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런던보다 경찰 경호가 한결 수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왜 런던은 아닐까. 존 버코 영국 하원의장이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반대했지만 그의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 입국 금지 행정명령 서명 이후 훨씬 강하게 반대한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텔레그래프에 “영국 의회에서 연설할 수 없다면 영국 국민에게 가면 된다”라며 “그렇게 되면 곤란해질 사람은 (존 버코) 영국 하원의장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영국 방문 당시 의회에서 연설했다. 트럼프 측이 의회 연설 대신 대중 연설을 고려하는 것은 영국에서 반(反)트럼프 기류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면 2003년 이라크전쟁을 일으켰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영국 방문 당시의 30만 명보다 더 큰 반대 시위가 일어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군사조직이 지난달 초 리비아와 이집트를 경유해 북한산 대(對)전차미사일 ‘불새-2’를 대거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치자금 조달에 혈안이 된 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를 아랑곳하지 않고 새해 벽두부터 중동과 불법 무기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스라엘 군사정보 웹사이트 데브카파일은 최근 “지난달 컨테이너 선박에 실린 불새-2는 리비아에서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옮겨진 뒤 이집트 국경도시 라파에 뚫린 비밀 터널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자치지구인 가자로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불새-2는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 카삼 여단이 2014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분쟁 때도 사용한 무기다. 하마스 군사조직이 이번에 밀반입한 북한산 무기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사들인 북한산 불새-2는 1500여 대로 추정된다고 데브카파일은 추정했다. 하마스 측은 반(反)정부군이 활동해 경비와 검문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이집트 국경도시 라파와 가자지구 사이에 4, 5개의 터널을 교란용으로 뚫어두고 1개의 터널을 통해서만 무기를 밀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해안 경비가 삼엄해 가자지구에 직접 하역할 수 없기 때문에 각종 이슬람 무장단체가 활개 치는 시나이 반도로 우회하는 것이다. 사거리 2.5km 정도인 불새-2는 북한이 옛 소련 대전차미사일 ‘9K111 파곳’을 분해해 모방한 것으로, 레이저빔으로 탱크 등의 타깃을 조준해 발사하는 무기다. 하마스 군사조직은 이스라엘 탱크에 대응하기 위해 불새-2를 사들이고 있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로 정상국가를 상대로 한 무기거래가 막히자 하마스, 시리아 반군, 쿠르드 반군, 헤즈볼라 등 지역별 무장단체에 무기를 몰래 팔고 있다. 북한산 무기는 제3국으로 국적 세탁한 선박에 실려 홍해나 지중해를 거쳐 중동으로 유입된다. 이때마다 수에즈 운하를 보유한 중동의 해상허브 이집트를 거쳐야 하는데,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014년 취임 이후 북한과 거리를 두고 남한과 가까워지려 하고 있어 북한의 무기 밀매가 과거만큼 수월하지 않다. 시시 대통령이 1991년 영국 왕립 군사학교에서 교육받을 때 1년 동안 동고동락한 강웅식 한국이집트발전협회 회장(60·육사 37기)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해왔고, 건설 경기 부양을 통한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선망해왔다”며 “친(親)북파인 가말 압델 나세르,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달리 시시는 친한파”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영국 유학 시절 시시 대통령을 등교하는 차에 태워주며 친분을 쌓았고, 시시 대통령 취임 이후 매년 만나며 우호를 유지하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대(對)이란 적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하메네이가 대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하메네이는 7일 열린 공군 창설 기념식에서 “트럼프는 ‘나를 두려워하라’고 겁박하지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싫다’”라며 “이란 국민은 어떤 위협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특히 ‘이란은 고사할 위기에서 (핵 협상으로) 자신을 구해준 오바마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트위터 글을 문제 삼았다. 그는 “(오바마가) 대이란 제재를 했기 때문에, 이슬람국가(IS)를 태어나게 했기 때문에, 이라크와 시리아에 불을 질렀기 때문에?”라고 반문하며 “도대체 무엇에 감사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우리가 정말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미국의 새 대통령”이라며 “우리가 38년간 얘기해 온 정치, 경제, 사회, 도덕적으로 타락한 미국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안팎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선 “공항에서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를 구금하는 짓을 한다”며 “이게 미국이 내세우는 인권의 실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맞서 미국이 3일 대이란 제재를 발표하자 중국이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이란의 제재 대상 단체 12곳과 개인 13명 중에 중국 기업 2곳과 중국 국적자 3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중국 회사와 개인이 관련돼 있어 미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이란과의 거래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된 중국 기업 2곳의 사례를 소개하며 관련 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토바이, 튜브 등의 물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역업체 닝보신스제(寧波新世界)수출입유한공사 측은 “이란과의 모든 거래는 정상적이었다”며 “(제재를 당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중국이 긴장하는 진짜 이유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북핵 관련 제재를 발표할 때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가동하기 위한 전초전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발동되면 불법 거래가 아니라도 북한 측과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기업이나 은행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카이로=조동주 djc@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이스라엘 국회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사유지에 들어선 불법 정착촌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팔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 소유의 개인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합병하려는 야욕을 법제화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국회는 6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불법 정착촌 주택 4000여 채를 합법화하고, 국가가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60 대 반대 52로 통과시켰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법안에는 이스라엘 정착민이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집을 지었더라도 당초 팔레스타인 땅 주인이 있다는 걸 몰랐거나 국가 지시로 지어졌다면 집을 합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땅 주인은 이스라엘 정부에서 토지보상금이나 대체 토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땅 주인이 매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보상을 강제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실상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사유지를 이스라엘이 합법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법안은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의 연정 파트너인 강경보수파 유대가족당이 주도했다. 표결 당일 유대가족당은 “그 땅(서안지구)은 원래 우리 땅”이라며 표결 통과를 주장했고, 야당 등 반대파는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파괴시키는 미친 법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측은 강제 수용 부분이 부동산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대법원에 진정해 법안을 무효화하겠다며 반발했다. 이스라엘 검찰은 “이 법은 명백한 위헌이며, (법안 유효 여부를 따지는 사건이) 대법원에 가면 법안을 변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표결 전 미국에 법안을 충분히 설명하며 조율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영국 정상회담차 런던에 있다는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요구한 연정 파트너인 유대가족당과, 정착촌 확대에 긍정적이지 않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기류를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법안이 시행되면 불거질 사건들이 국제형사재판소로 가 분쟁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의 법안을 ‘땅 도둑질’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와 극단주의자 연합 정부가 법을 파괴하면서 평화와 안정을 위한 두 국가 해법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중동특사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크게 해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의 대담한 행보 뒤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조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정착촌 건설을 강하게 반대해 온 미국은 이번 사안에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법안 통과 전 트럼프 행정부와 사전조율을 했다는 반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의 새 정착촌 건설이 이-팔 평화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바마 때처럼 강경하지는 않았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외국 살면 애국자 된다더니, 아프리카에 위치한 중동 빈국(貧國) 이집트에 살다보면 한국에선 당연하게 여겼던 숱한 것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계기가 많다. 그 중 하나가 스포츠를 즐길 권리다. 이집트는 올해 가봉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7년 만에 결승에 올랐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지 못한다. 대회의 아랍 중계권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 6만 달러(6900만 원)로 세계 6위인 부국(富國) 카타르 위성방송사가 갖고 있는데, 가난한 이집트의 지상파 방송국이 중계권을 못 샀기 때문이다.●유료채널 못 봐 2000원 내고 까페 집단관람 이집트는 1957년 첫 아프리카 네이션스컵부터 7차례 우승을 거머쥔 아프리카의 축구맹주라 한국 못지않게 축구 열기가 뜨겁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이집트 축구대표팀은 2006~2010년 대회 3연패를 이뤄내며 최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국내 정세가 혼란해지자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3연속 예선 탈락했다. 7년 만에 다시 밟은 이번 결승무대에는 상처 받은 전통강호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전 국민적 열망이 담겨 있었다. 이집트 정부는 결승에 진출한 선수단 전원에게 1인당 10만 이집트파운드(620만 원)를 지급하며 우승할 경우 더 큰 포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집트 총리는 직접 결승 현장인 가봉으로 응원을 갔다. 아프리카의 맹주를 가리는 이 대회를 이집트에서 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매달 1000이집트파운드(6만2000원)를 내고 카타르 위성방송 유료채널을 신청해 집에서 보거나, 경기 때마다 동네 카페나 식당 등에 관람료 명목으로 30이집트파운드(1860원) 가량을 따로 내고 들어가 대형스크린으로 시청해야 한다. 모처럼 대목을 맞은 일부 카페와 식당 등이 가격을 2, 3배씩 부풀리는 건 애교로 봐줘야 한다. 기자의 집에선 위성방송 유료 채널이 안 나온다. ‘특파원 나왔으니 이집트판 붉은 악마를 느껴보자!’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경기가 열린 5일 밤 이집션(이집트 사람들) 지인들과 카이로 시내 헬리오폴리스의 한 카페로 향했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9시보다 1시간 일찍 왔는데도 카페엔 250여명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입장료 30이집트파운드를 내고 음료를 따로 시켜야했지만 자리가 부족해 의자 1개에 2명이 나눠 걸터앉을 정도였다. 이슬람국가인 이집트에선 술을 마시지 않아 경기를 보러 온 가족, 부부, 친구들은 맥주 대신 콜라를 손에 쥐고 스크린을 바라봤다. 펩시 콜라캔에는 이집트 국가대표 유니폼 디자인에 축구선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이번 대회를 맞아 콜라업체에서 특별판을 만든 듯 했다. 이집트는 술엔 엄격하지만 담배엔 관대하다. 남녀 가리지 않고 물담배인 시샤를 피우느라 카페 내부는 뽀얀 연기로 가득했다.●산산조각 난 피라미드의 왕좌 복귀 오후 9시 정각에 경기가 시작되자 정면의 대형스크린과 측면의 TV 2대에 시선이 쏠렸다. 결승 상대인 카메룬과의 상대전적에서 5승 2무 1패로 앞선지라 우승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이집트 국기와 아프리카 악기인 부부젤라를 들고 응원 온 무함마드 메드하트 씨(35)는 점수 예측을 묻자 “몇 대 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무조건 이긴다”며 한껏 들떠있었다. 이집트는 월드컵에 2번 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피파 랭킹은 35위로 한국(37위)보다 높고,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제법 많다. 전반 22분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에서 뛰는 미드필더 무함마드 살라(25)의 패스를 받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소속 무함마드 엘네니(25)가 첫 골을 성공시키자 카페 전체가 함성과 부부젤라 굉음으로 뒤덮였다. 유럽 빅리그 슈퍼스타 못지않게 국민적 관심을 받는 선수는 44세의 노장 투혼을 불사르는 골키퍼 에삼 하다리다. 그는 1998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멤버인데 2006, 2008, 2010년에도 주전을 뛰었고, 이번 대회에선 3순위 후보 골키퍼로 선발됐는데 앞선 두 골키퍼가 모두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다시 주전으로 무대에 섰다. 4강 부르키나파소전까지 딱 1골만 내주는 철벽수비에다 4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으로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이번 결승에서도 하늘색 유니폼에 빨간 장갑과 신발을 신고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7년 만에 왕좌 복귀를 노린 피라미드의 꿈은 후반전 들어 산산조각이 났다. 이집트는 후반 14분에 이어 후반 43분에 잇따라 카메룬에 골문을 내주며 결국 1-2로 패했다. 골이 터질 때마다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하던 이들은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썰물처럼 카페를 빠져나갔다. 메드하트 씨는 “다른 아랍국가들이 우리의 패배를 한껏 기뻐할 걸 생각하니 더욱 분하다”며 이를 악물었다.●축구장 직접 관람 못하는 이집트 패배의 분노는 도로 점거로 이어졌다. 한적했던 도로는 순식간에 인파로 가득 차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졌다. 우승을 대비해 준비해온 폭죽을 분풀이 삼아 연신 터뜨려대는 바람에 카이로 전체가 폭발음에 휩싸였다. 거리 차량들도 ‘빠빠 빠빠빠~’ 박자에 맞춰 경음기를 울리며 분한 감정을 표출했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에서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교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안전 공지를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카이로 시민 아흐메드 사리프 씨(35)는 “만약 우리가 우승했다면 이보다 훨씬 요란스럽게 도로를 막아 집에 가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집트는 한국의 붉은 악마만큼이나 축구 열기가 뜨겁지만 정작 자국 리그 경기는 축구장에서 직접 관람할 수 없다. 모든 경기는 관중 없이 치러지고, 국민은 TV 중계로만 경기를 봐야 한다. 축구 사랑이 워낙 뜨겁다보니 경기장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잇따라 정부가 내린 특단의 조치다. 이집트의 지중해 연안도시 포트사이드의 축구장에선 2012년 2월 홈팀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직후 홈팀과 원정팀 관중끼리 돌을 던지고 각목을 휘두르며 무력 충돌을 벌여 70명 넘게 사망하는 사고가 터졌다. 이후 정부는 주동자 11명을 사형시키고 축구장에 관중 입장을 금지시켰다. 사고 3년 만인 2015년 2월 카이로 에어디펜스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경기 관람을 재개시켰다가 입장권 없이 축구장에 들어가려던 시민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무력충돌로 또 다시 30명 넘게 숨졌다. 그 이후 지금까지 무관중 경기가 유지되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 후 외국 중에선 처음으로 이란에 대해 대대적인 제재를 발표했다. 이란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도발에 나섰다는 이유다. 미 재무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란의 최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개인 13명과 단체 12곳을 제재 대상에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 및 지원에 연루된 인물과 단체들이다. 단체의 경우 이란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중국 등에 근거지를 둔 회사도 포함돼 있다. 이란의 이스트스타, 중국의 코세일링무역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 개인 및 단체는 앞으로 미국 및 미국인과 모든 형태의 경제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존 스미스 재무부 제재국장 대행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불안을 초래하는 행동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한 조치”라며 “금융 제재를 포함해 모든 사용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의 도발적 행동(미사일 시험 발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가만히 앉아 가볍게 대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란이 분명히 이해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군사적 대응이 미칠 충격 또한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군사 대응은 최후의 조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3일 일본 방문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관해 말하자면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한 미-이란 핵 협상을 뒤엎기 위한 포석을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이란 핵 합의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한 핵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넘어 북한 등 이른바 ‘적성국’에 대한 광범위한 경고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예고한 북한도 이번 경고 조치의 또 다른 타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과 북한을 ‘적(adversary)’으로 규정한 뒤 “이들 국가가 국제 규범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3일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최소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미국의 개인과 회사를 상대로 보복 조치를 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응하는 조치로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지원·형성에 역할을 한 일부 미국인과 회사에 법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도 이날 미사일까지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개시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세계는 미국 문 다시 닫히기 전에 비행기 타러 공항으로, 미국은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연방법원의 제동으로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적으로 ‘공항행 러시’가 이뤄졌다. 전 세계 항공사는 행정명령 대상이었던 이슬람권 7개국 국민에 대한 미국행 항공권 발권을 즉각 재개했다. 행정명령 이후 미국에 사는 가족들과 생이별해야 했던 7개국 국민은 다시 가족의 품에 안겼다고 BBC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일주일 전 미국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만나려다 입국을 거부당했던 시리아인 나엘 자이노 씨는 이날 오후 1시경 터키 이스탄불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미국 보스턴에 도착해 마중 나온 가족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란 국적의 아크람 카제할리 씨도 행정명령 발동 이후 3번째 입국 시도 끝에 이날 보스턴 공항에서 손녀와 재회했다. 가족과 뉴욕으로 가려다 입국을 거절당했던 이라크인 후아드 샤리프 씨도 이민 비자 효력이 되살아나면서 입국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7개국 유학생들은 항공권 구매가 가능해지자마자 새 학기를 위해 미국행 티켓을 서둘러 끊었다. 피츠버그대 의대에 재학 중인 이란인 페드람 파라고미 씨도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뉴욕타임스(NYT) 기자에게 “법이 계속 바뀌고 있어 불안하지만 이번만큼은 미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의 주요 국제공항인 뉴욕 JFK, 워싱턴 덜레스, 시카고 오헤어, 보스턴 로건 공항 등엔 이들 입국자를 환영한다는 시민들이 다양한 환영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모여들었고, 자원봉사 변호사들도 공항 안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JFK 공항에선 ‘자유의 여신상’ 복장을 한 한 중년 여성이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라는 환영 팻말을 들고 서 있었고, 덜레스 공항에서도 중년 부부가 ‘우리는 (미국의) 관문도 열고 우리의 마음도 열었다’는 글귀로 공항 도착 승객들을 반겼다. 변호사들은 아랍어와 영어로 ‘공항에서 (행정명령 때문에) 구금된 사람이 있으면 우리(자유를 위한 변호사들)에게 알려 달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공항에서 아랍인으로 보이는 승객들이 마중 나온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이 목격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부의 관문인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지지하는 집회와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맞불 집회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벌어졌으나 무력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여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CBS 방송이 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에 찬성하는 유권자는 45%, 반대는 51%였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며칠 전 이집트 카이로의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박스에 27이집트파운드(약 1700원)였던 1.5L짜리 12개들이 수입 생수 가격이 며칠 새 39이집트파운드(약 2400원)로 44%나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외화난에 시달리던 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약 14조400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경제 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IMF 체제 돌입 이후 달러당 8.8이집트파운드 고정환율제가 폐지되자 환율은 곧바로 달러당 19이집트파운드까지 치솟았다. 순식간에 화폐 가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생필품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 한국의 계란 파동 때처럼 일부 업체가 가격이 더 오르리라 예상하고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서 설탕과 의약품 대란까지 벌어졌다. 기자가 단골로 가는 마트에서 설탕을 찾자 종업원이 “단골에게만 주는 것”이라며 선심 쓰듯 설탕 한 봉지를 쥐여줬다. 이집트 국민은 6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 4대 문명 발상지라는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재현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2011년 1월 25일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내자”며 아랍의 봄 시민혁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민주화만 이뤄내면 희망찬 새 시대가 올 줄 알았다. 하지만 혁명 6주년을 맞은 지금 피라미드는 메말라가고 스핑크스는 배를 곯고 있다. 통치자의 무능에다 6년 동안 두 차례나 정부가 전복된 불안정성이 겹치면서 외국인과 자본이 이집트를 떠난 탓이 컸다. 군 출신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2014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97%라는 ‘파라오급’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최근 지지율이 40∼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랍의 봄 발발 6주년 기념일인 25일 민주화 성지 타흐리르 광장 주변엔 경찰이 집중 배치됐다. 반정부 시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만난 친정부 매체 기자는 집에 가보처럼 모셔둔 시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고 싶다.” 그만큼 민심은 서서히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조동주 카이로 특파원 djc@donga.com}
며칠 전 이집트 카이로의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박스에 27이집트파운드(약 1700원)였던 1.5L짜리 12개들이 수입산 생수 가격이 며칠 사이에 39파운드(2400원)로 44%나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외화난에 시달리던 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14조400억 원)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경제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IMF 체제 돌입 이후 달러 당 8.8파운드 고정환율제가 폐지되자 환율은 곧바로 달러 당 19파운드까지 치솟았다. 순식간에 화폐가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생필품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 한국의 계란 파동 때처럼 일부 업체가 가격이 더 오르리라 예상하고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서 설탕과 의약품 대란까지 벌어졌다. 기자가 단골로 찾은 마트에서 설탕을 찾자 종업원이 "단골에게만 주는 것"이라며 선심 쓰듯 설탕 한 봉지를 쥐어줬다. 이집트 국민들은 6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 4대 문명 발산지라는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재현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2011년 1월 25일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내자"며 아랍의 봄 시민혁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민주화만 이뤄내면 희망찬 새 시대가 올 줄 알았다. 하지만 혁명 6주년을 맞은 지금 피라미드는 메말라가고 스핑크스는 배를 곪고 있다. 통치자의 무능에다 6년 동안 두 차례나 정부가 전복된 불안정성이 겹치면서 외국인과 자본이 이집트를 떠난 탓이 컸다. 군 출신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2014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97%라는 '파라오급'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최근 지지율이 40~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랍의 봄 발발 6주년 기념일인 25일 민주화 성지 타흐리르 광장 주변엔 경찰이 집중 배치됐다. 반정부 시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만난 친정부 매체 기자는 집에 가보처럼 모셔둔 시시 대통령과의 사진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고 싶다." 그만큼 민심은 서서히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