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김은지 기자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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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은지 기자입니다.

eunji@donga.com

취재분야

2026-05-15~202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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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등 공동체보다 ‘나’와 관련된 뉴스 몰입

    20대들이 뉴스에 관심을 갖는 기준은 ‘공동체’가 아니라 ‘나’였다.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이 있는 소식,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인물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소비했다. 국가, 민족 등 공동체 단위의 사안에 주로 집중했던 기성세대와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20대가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데다 뉴스를 접하는 매체도 달라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국도형 청년문화포럼 상임부회장은 “취업 등 개인적 과제로 바쁜 20대들은 정치·사회적 문제를 살펴볼 여유가 많지 않다”며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조차 공동체의 일에 깊이 있게 관여하는 것에는 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는 신문이나 TV가 아닌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며 “원하는 소식과 소통 채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 관심사에 더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20대가 기성세대와 달리 개인의 행복과 관심사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어서 자신과 관련된 뉴스에 더 몰입한다고 말한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대는 가족의 단위가 작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볍고 느슨한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한 세대”라며 “주변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영민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연구원은 “기성세대가 공동체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었다면 지금 20대는 개인의 발전이 공동체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며 “공동체의 관심사와 행복보다는 개인의 관심사와 행복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뉴스 소비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강동웅 기자}

    •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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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알바, 아버진 자영업자” 고달팠던 청춘들

    “강서 PC방 살인사건은 내 집 같은 곳에서 벌어진 일이죠.” “나와 동생은 알바, 아버지는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마음이 복잡했어요.” 대부분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 초년생인 20대 청년들은 올 한 해 어떤 뉴스를 가장 인상 깊게 봤을까. 동아일보는 12월 한 달간 전국의 20∼29세 1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주요 뉴스를 선정하도록 하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 이유를 상세히 들어봤다. 전문가에게 자문해 16개의 주요 뉴스를 추린 뒤 이 중 3개씩 고르도록 했다. 미래 세대인 이들의 관심사에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담겨 있었다. 설문 결과 이들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48명),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43명)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34명)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세 뉴스 모두 20대가 아르바이트나 인턴, 취업 준비를 하며 겪고 있는 일상과 직결된 이슈였다. 이들은 인턴을 하며 당한 성희롱, 각종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경험한 ‘갑질’ 피해 등을 취재팀에 진솔하게 털어놨다. 구모 씨(22·여)는 “인턴 때 나이 많은 상사가 ‘좋아한다’고 접근했다. 싫었지만 웃어야 했다”고 말했다. 단일 사건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예상외로 많은 표를 받은 것은 PC방에서 여가를 보내거나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많은 20대가 감정이입을 한 결과로 보인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39명)도 주요 뉴스로 꼽혔다. 20대는 남북관계 개선이 통일로 이어져 취업난 해소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고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관심을 보였다. 20대는 올해의 화두로 ‘공정’ ‘기회균등’ ‘계층 역전’을 많이 언급했다. 이 같은 인식이 반영돼 숙명여고 내신비리(17명), 집값 폭등(10명), 채용비리(9명) 등의 이슈 역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사회에 대한 불만을 공통적으로 토로했다. ‘정말 너무한다’는 분노와 ‘우리 사회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는 체념이 교차했다. 비트코인 열풍을 주요 뉴스로 꼽은 20대가 20명에 달한 것은 다른 방식으로는 신분 상승이 어려워진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은지 기자}

    •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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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손잡고 찾은 박물관… 천장서 ‘소화가스’ 쏟아져 실신-대피

    28일 오전 10시 42분경 서울 서대문구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3층 지구환경관. A 씨(40)는 겨울 휴가를 맞아 7세, 4세 두 아들과 전시를 구경하다가 ‘하얀 날벼락’을 맞았다. 갑자기 천장에서 ‘퍽’ 소리가 나더니 희뿌연 가스가 쏟아져 3층을 가득 채운 것이다. 당시 3층에 있던 2∼7세 아동 7명과 30, 40대 부모 6명 등 13명이 기침과 비명을 쏟아내면서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는 바닥에 구토를 하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은 하얀 가스에 시야가 가려 비상구 불빛이 안 보이는 혼란에 빠졌다가 간신히 구조됐다. ○ ‘3’ 버튼 잘못 눌러 대혼란 연말을 맞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은 가족들을 덮친 사고는 소방시설 점검업체의 황당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점검업체 직원이 지하 1층에서 소방시설 작동 기능을 점검하다가 3층의 소화시설을 작동시키는 ‘3’ 버튼을 실수로 눌렀다고 한다. 당시 박물관 직원이 옆에 있었지만 실수를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검업체 직원이 작동 버튼을 누르자 3층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 가스형 소화약제 ‘NAF S-Ⅲ’가 당시 현장에 있던 관람객들을 덮치면서 대혼란이 벌어졌다. 3층 관람객 13명은 뿌연 가스에 갇혀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구조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3층에 있던 관람객 일부는 가스를 마시고 실신했다. 구조된 13명 중 7명이 두 살배기 외국인 어린이 등 7세 이하 영·유아였다. 이들은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어지럼증과 어깨 통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소화약제 설비를 오작동시킨 점검업체는 소방청장이 실시하는 관리사시험을 통과해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공인된 곳이었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건물 관계인은 소방시설 점검을 소방시설 관리업체에 위탁할 수 있고, 업체 소속 소방시설관리사들이 시설을 점검한다. 본보는 해당 점검업체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전문가가 점검했는데도 이런 황당한 사고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이 소방시설 점검업체의 인력 운용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관리사들은 전문적인 인력이라 실수가 덜하지만 보조 인력이 실수해 가스 누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기준치 이상 흡입하면 부작용 있어” 박물관 3층을 덮친 소화약제 ‘NAF S-Ⅲ’는 청정 소화약제라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이 소화약제는 가스 형태로 돼 있어 불을 끌 때 이물질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약제로 인한 유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박물관에서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준치 이상 소화약제를 흡입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출된 사람들이 구토나 현기증을 호소했다면 약제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을 초과해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색무취한 약제의 누출을 방지하려고 넣는 오렌지향이 나는 부취제가 몸에 묻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에서는 오렌지향이 진동했다. 당시 3층에 있었던 A 씨는 “가스 때문에 옷에도 얼룩이 지고 냄새도 빠지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사고 직후 하루 동안 휴관하고 피해자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물관 화재보험으로 부상자의 병원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은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상당히 놀라셨을 텐데 죄송한 마음”이라며 “병원비 지원뿐 아니라 다른 피해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 최대한 불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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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는 살인자… 감형없이 선고를”

    “재판장님, 저 살인자에게 정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21일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서울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 씨(48)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둘째 딸 김모 씨(22)는 아버지를 살인자라고 불렀다. 딸은 방청석에서 걸어 나와 증인석에 설 때까지 아버지를 줄곧 노려봤다. 아버지 김 씨가 앉아 있던 피고인석은 증인석과 불과 1.5m 거리였다. 피고인 김 씨는 자신을 노려보는 딸과 차마 눈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봤다. 딸 김 씨는 어머니가 올 10월 22일 새벽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당하기까지 얼마나 잔혹한 폭행에 시달렸는지 담담한 목소리로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김 씨가 전 부인 이모 씨(47)를 살해하기 전 이 씨의 차량에 몰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하고 신원을 숨기기 위해 가발을 쓴 채 접근한 사실을 공개했다. 검사는 “(김 씨가) 이 씨를 살해하기 전 피해자 모친과 딸들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강력범죄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 무기징역과 위치추적장치 10년 부착 등으로 처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 김 씨는 최후 변론에서 “아이들과 애들 엄마, 전처 가족에게 미안하다. (저에게) 엄한 벌을 주셔서 전처 가족들이 치유된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피고인 김 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을 봤을 때 이 사건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 저 역시 평정심을 찾을 수 없다”며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가족 불화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지 않고 전 부인 이 씨에게서 찾아 이 결과에 이르렀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본인과 관계를 맺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안겼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씻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내년 1월 25일 아버지 김 씨 사건을 선고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딸 김 씨는 본보 기자를 만나 “아버지의 말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고 이제 와 반성한다고 한들 엄마가 되돌아올 수도 없다. 사형을 원하지만 무기징역이 구형됐으니 감형 없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그동안 피고인 김 씨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 왔다. 딸 김 씨는 올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버지를 사형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딸 김 씨는 재판 하루 전인 20일 인터넷 사이트에 ‘살인자인 아빠 신상 공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아버지의 실명과 얼굴사진 2장을 공개했다. 수사기관이 김 씨에 대한 신상 공개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인이 그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다. 딸 김 씨는 “저는 법을 무서워할 처지가 아니다. 제가 무서운 것은 ‘그 사람’이 사회에 나와 우리 가족에게 보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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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대한항공, 박창진 前사무장에 2000만원 배상”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의해 항공기에서 내린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에게 대한항공이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원신)는 19일 박 전 사무장이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도 3000만 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조 전 부사장이 1억 원의 공탁금을 미리 낸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박 전 사무장이 인사 조치가 부당하다며 강등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별도로 낸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땅콩 회항’ 사건은 2014년 12월 조 전 부사장이 이륙을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 전 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게 한 사건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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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대 수학논술 오류, 동점 처리…“혼신의 힘 쏟았는데” 수험생 당혹

    연세대가 2019학년도 논술 전형 수학 문제에서 오류를 발견해 전원 정답 처리했다고 14일 밝혔다. 연세대는 이날 논술 전형 합격자 발표와 함께 이런 오류를 알렸다. 연세대는 “지난달 17일에 실시한 2019학년도 논술전형 수학 문제의 ‘문항2’에서 문제 지문의 용어 오류를 확인했다”며 “이에 따른 학생들과 학부모의 혼선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해당 문제를 전원 동점 처리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2번 문항의 배점은 15점으로, 논술시험 총점인 60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문제가 된 것은 제시문 속 ‘연속 함수’라는 단어였다. 제시문은 ‘실수 전체의 집합에서 정의된 연속 함수 f(x)는 다음 세 조건을 만족시킨다’라며 세 개의 조건을 제시했으나 이를 만족시키는 연속 함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연세대는 “내부 채점과 점검 과정에서 오류의 가능성을 발견한 뒤 수학 출제위원, 채점분과위원, 수학과 교수들이 해당 문항을 검증하고 수학채점위원회가 오류를 최종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험생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수험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번 문제에 혼신의 힘을 쏟았는데 (피해를 봤다)’, ‘2번 버리고 다른 것 푼 사람들이 너무 유리해졌다’는 등의 불만 섞인 반응이 나왔다. 연세대 관계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사례를 원용해 처분을 내렸으며, 법률자문교수단을 포함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결정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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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예비사위와 식사 마치고 가던길 참변

    “아버지, 내 말 들려요? 들리면 일어나 봐요….” 5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한 장례식장.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4일 사망한 송모 씨(68)의 영정 앞에서 둘째 딸 윤아(가명·28) 씨가 엎드려 오열했다. 내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윤아 씨의 어깨를 감쌌다. 송 씨는 이날 윤아 씨의 결혼 일정을 상의하기 위해 딸, 예비 사위와 함께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폭발 지점 인근을 지나던 송 씨는 갑자기 땅에서 수증기가 솟구치자 놀라서 차를 세웠다. 그 순간 배관이 터지면서 고압의 물줄기가 차를 덮쳤다. 차량 앞 유리창이 깨졌고, 섭씨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송 씨는 황급히 뒷좌석으로 몸을 옮겼지만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 채 전신화상을 입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구두 수선공인 송 씨는 젊었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불편했다. 하지만 20여 년간 5m²(약 1.5평) 남짓한 구두 수선소에서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두 딸을 키웠다고 한다. 5일 오후 기자가 사고 현장에서 4km가량 떨어진 수선소를 찾아갔을 때 문은 철제 셔터로 굳게 닫혀 있었다. 수선소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 씨(45)는 “송 씨는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까지 주말도 없이 항상 성실하게 일했다. 선하고 살가운 분이었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 아르바이트생 차모 씨(22·여)는 “손재주가 좋으셔서 이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구두 수선을 그분에게 맡겼다”고 전했다. 송 씨는 오래전 아내와 이혼했고, 두 딸과도 따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 김모 씨(59)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열심히 일해 혼자서 두 딸을 키워낸 ‘딸바보’ 아빠였다”면서 “내년 4월에 둘째 딸이 결혼한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윤아 씨는 “홀로 계신 아버지가 외로우실까 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났다”며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울먹였다. 맏사위 박모 씨(49)는 “이번 주말에 아내와 함께 장인어른을 찾아뵙고 식사하기로 했었는데 경찰에서 연락을 받고 너무 놀랐다”며 황망해했다. 경찰은 송 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6일 부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유족은 반대하고 있지만 유족 동의를 받지 않아도 부검을 할 수 있다. 사위 박 씨는 “사고 외에는 다른 사인이 있을 수 없는데 왜 굳이 부검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양=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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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수관 파열로 숨진 구두수선공…혼자서 두 딸 키워낸 ‘딸바보’

    “아버지, 내 말 들려요? 들리면 일어나 봐요….” 5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한 장례식장. 지하철3호선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사고로 4일 사망한 송모 씨(68)의 영정 앞에서 둘째 딸 윤아(가명·28) 씨가 엎드려 오열했다. 내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윤아 씨의 어깨를 감쌌다. 송 씨는 이날 윤아 씨의 결혼 일정을 상의하기 위해 딸·예비사위와 함께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폭발 지점 인근을 지나던 송 씨는 갑자기 땅에서 수증기가 올라오자 놀라서 차를 세웠다. 그 순간 배관이 터지면서 고압의 물줄기가 차를 덮쳤다. 차량 앞 유리창이 깨졌고, 섭씨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송 씨는 황급히 뒷좌석으로 몸을 옮겼지만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 채 전신화상을 입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구두 수선공인 송 씨는 젊었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가 불편했다. 하지만 20여 년간 5 ㎡(약 1.5평) 남짓의 구두 수선소에서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두 딸을 키웠다고 한다. 5일 오후 기자가 사고 현장에서 4km 가량 떨어진 수선소를 찾아갔을 때 문은 철제 셔터로 굳게 닫혀있었다. 수선소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 씨(45)는 “송 씨는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까지 주말도 없이 항상 성실하게 일했다. 선하고 살가운 분이었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 아르바이트생 차모 씨(22·여)는 “손재주가 좋은 분이라 이 동네에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두 수선을 송 씨에게 맡겼다”고 전했다. 송 씨는 오래 전 아내와 이혼했고, 두 딸과도 따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 김모 씨(59)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열심히 일해 혼자서 두 딸을 키워낸 ‘딸바보’ 아빠였다”며 “내년 4월에 둘째 딸이 결혼한다며 자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아 씨는 “홀로 계신 아버지가 외로우실까 봐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났다”며 “식사를 마치고 댁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사고를 당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울먹였다. 첫째 사위 박모 씨(49)는 “이번 주말에 아내와 함께 장인어른을 찾아 식사를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경찰에서 연락을 받아 너무 놀랐다”며 황망해했다. 경찰은 송 씨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6일 부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유족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유족 동의를 받지 않아도 부검을 할 수 있다. 사위 박 씨는 “사고 이외에는 다른 사인이 있을 수 없는데 왜 굳이 부검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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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 백석역 인근 온수관 터져 1명 사망

    도로 지하에 매설된 온수배관이 터지면서 1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북부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 41분경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지역난방공사의 850mm 온수배관이 터졌다. 배관은 1991년 매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있던 차량에서 송모 씨(68)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배수관이 터지는 충격으로 차량 유리가 깨지면서 부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후 11시 30분 현재 2명은 양쪽 발에 중화상을 입었고, 21명은 경상을 입어 인근 명지병원과 일산병원 등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파열된 배관에서 95∼110도의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이 일대 3만 m²가 침수됐고, 교통이 통제되면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고양시는 오후 9시 40분경 주민들에게 재난 안전 문자를 보내고 주의를 당부했다. 사고 이후 지역난방공사와 소방당국은 온수 공급을 중단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화정동, 마두동, 행신동 등에서 2500여 가구의 난방과 온수가 끊기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소방당국과 난방공사는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김은지 eunji@donga.com·윤다빈 기자}

    •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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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임종석 통해 사면” 수감자 속여 3000만원 뜯어

    40대 여성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사면을 시켜 주겠다”며 구치소에서 만난 룸메이트를 속여 3000만 원을 뜯어냈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최모 씨(43·여)를 사기 혐의로 체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최 씨는 복역 중인 A 씨(55·여)와 그 가족을 속여 임 실장에게 전달할 ‘사면 청탁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최 씨와 A 씨는 지난해 말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같은 방에 수감돼 처음 만났다. A 씨는 지난해 8월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최 씨는 A 씨에게 “성동구에 오래 살아 성동구 국회의원 출신인 임 실장 부부를 잘 안다. 임 실장을 통해 1월 말에 사면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꼬드겼다. 최 씨가 출소한 후 A 씨의 딸은 지난해 12월 중순 3000만 원짜리 수표를 최 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1월 말이 됐지만 A 씨는 풀려나지 못했고, 범죄를 눈치 챈 A 씨의 딸이 최 씨를 경찰에 고소해 사기극이 들통났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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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8% 복구됐다는데… 사흘째 통신 먹통”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유·무선 전화, 인터넷 통신 복구 작업이 주말을 넘겨 26일까지 이어지면서 한 주 업무를 시작한 일부 기업이 불편을 겪었다. KT는 “26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인터넷 회선의 98%, 무선 회선의 84%를 복구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적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 마포용산지사는 26일 오후 1시까지 전화와 팩스가 복구되지 않아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전 서울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통신망이 복구되기 전까지는 해당 지사에 용무가 있는 경우 중앙 콜센터로 문의해 달라’고 공지했다. 서대문구에 있는 교보생명 법인본부에서는 인터넷과 팩스가 먹통이 돼 업무가 어렵게 되자 수십 명의 직원들이 인근 건물에 임시 사무실을 새로 꾸렸다. 주말 내내 피해를 겪은 자영업자들은 복구가 지연되자 불만을 터뜨렸다. 신촌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모 씨(31)는 약국의 전화, 팩스, 전자처방시스템이 모두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 씨는 “손님들이 화가 많이 났다. 다른 통신사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47)는 이날 오후 4시경까지 인터넷과 카드 결제 단말기가 복구되지 않자 “매출이 평소의 반 이상이 줄었다”며 “인터넷 복구율이 98%라는데 그럼 우리 가게가 하필 2% 안에 들었다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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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 98% 복구됐다는데…우리 가게는 왜 안되나” 자영업자들 분통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유·무선 전화, 인터넷 통신 복구 작업이 주말을 넘겨 26일까지 이어지면서 한주 업무를 시작한 일부 기업들이 불편을 겪었다. KT는 “26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인터넷 회선의 98%, 무선 회선의 84%를 복구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적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 마포용산지사는 26일 오후 1시까지 전화와 팩스가 복구되지 않아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전 서울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통신망이 복구되기 전까지는 해당 지사에 용무가 있는 경우 중앙 콜센터로 문의해 달라’고 공지했다. 서대문구에 있는 교보생명 법인본부에서는 인터넷과 팩스가 먹통이 돼 업무가 어렵게 되자 수십 명의 직원들이 인근 건물에 임시 사무실을 새로 꾸렸다. 업무 차질은 중소기업에도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의 한 데이터복구업체는 이날 오전 10시 50분경까지 인터넷이 복구되지 않아 고객을 전혀 응대하지 못했다. 액세서리를 제작·판매하는 서대문구의 한 중소기업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인터넷과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직원들이 개인용 휴대전화를 테더링(스마트폰을 통해 PC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방식)해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주말 내내 피해를 겪은 자영업자들은 복구가 지연되자 불만을 터뜨렸다. 신촌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모 씨(31)는 약국의 전화·팩스·전자처방시스템이 모두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 씨는 “손님들이 화가 많이 났다. 다른 통신사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47)는 “카드결제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아 매출이 평소의 반 이상이 줄었다”며 “인터넷 복구율이 98%라는데 그럼 우리 가게가 하필 2% 안에 들었다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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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수 없는 하루” 후배들 응원에 활짝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 오전 8시 5분경. 입실 마감을 5분 남겨두고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정문 앞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섰다. ‘수험생 수송 차량’이라 적힌 흰 종이가 붙은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쓴 여학생이 내렸다.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전자 한덕희 씨(53)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넨 학생은 서둘러 교문으로 들어섰다. 8년째 ‘지각 수험생’을 수송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한 씨는 할리데이비슨 일렉트라 동호회원이다. 한 씨는 “원래 이런 걸 좋아하기도 해서 (8년째) 하고 있다. 학생이 긴장한 것 같아 오는 내내 ‘시험 잘 볼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며 쑥스러워했다. 매년 수능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벌어지던 후배들의 응원전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이날 이화여자외고 앞은 보성여고 덕성여고 등 6개교에서 온 학생 70여 명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북, 꽹과리, 소형 확성기 등 온갖 종류의 응원도구가 눈에 띄었다. ‘재수 없는 하루 파이팅’ ‘잘 풀고 잘 찍자’ 등이 적힌 팻말을 든 학생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 구호를 외쳤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험장을 찾은 서울 성심여고 3학년 담임교사 김주석 씨(56)는 “최근 긴장해서인지 몸이 안 좋은 아이들이 많은 듯해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는 ‘수능 추위’가 없어서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가벼웠다. 동갑내기 사촌과 나란히 수험장을 찾은 박경택 군(18)은 “시험장에 들어가야 실감이 날 것 같지만 긴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 포항지역의 수험생들은 지진에 대한 긴장감 속에서도 차분하게 수능을 치렀다. 9월 포항시 북구 동쪽 29km 지점에서 규모 2.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포항 장성고 추동규 군(18)은 “올해는 큰 지진이 없어 별다른 동요 없이 시험 준비에만 매진했고 포항의 다른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동성고 3학년 수험생 아들을 둔 이소영 씨(49·여)는 “올해도 혹시나 지진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무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경찰·소방당국은 전국 수험생 156명을 시험장에 태워다주고 수험표를 찾아주는 등의 수능 도우미 활동을 벌였다. 당국의 도움을 받은 수험생 대부분은 교통정체, 고사장 착오 등으로 제 시간에 고사장에 도착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이 끝난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고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며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능 부담에서 벗어나 밝은 표정들이었다. 학생들은 “수능 끝났다”고 외치며 달리거나 정문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수험생 학부모 이지연 씨(45·여)는 “그동안 정말 힘들었을 걸 알기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정말 애썼다’는 말부터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김은지 eunji@donga.com·이지훈 / 포항=박광일 기자}

    •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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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각 수험생’ 태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수능 시험장 이모저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 오전 8시 5분경. 입실 마감을 5분 남겨두고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정문 앞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섰다. ‘수험생 수송 차량’이라 적힌 흰 종이가 붙은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쓴 여학생이 내렸다.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전자 한덕희 씨(53)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넨 학생은 서둘러 교문으로 들어섰다. 8년째 ‘지각 수험생’을 수송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한 씨는 할리데이비슨 일렉트라 동호회원이다. 한 씨는 “원래 이런 걸 좋아하기도 해서 (8년째) 하고 있다. 학생이 긴장한 것 같아 오는 내내 ‘시험 잘 볼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매년 수능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벌어지던 후배들의 응원전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이날 이화여자외고 앞은 보성여고 덕성여고 등 6개교에서 온 학생 70여 명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북, 꽹과리, 소형 확성기 등 온갖 종류의 응원도구가 눈에 띄었다. ‘재수 없는 하루 파이팅’ ‘잘 풀고 잘 찍자’ 등이 적힌 팻말을 든 학생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 구호를 외쳤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험장을 찾은 서울 성심여고 3학년 담임교사 김주석 씨(56)는 “최근 긴장해서인지 몸이 안 좋은 아이들이 많은 듯해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는 ‘수능 추위’가 없어서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가벼웠다. 동갑내기 사촌과 나란히 수험장을 찾은 박경택 군(18)은 “시험장에 들어가야 실감이 날 것 같지만 긴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 포항지역의 수험생들은 지진에 대한 긴장감 속에서도 차분하게 수능을 치렀다. 9월 포항시 북구 동쪽 29㎞ 지점에서 규모 2.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포항 장성고 추동규 군(18)은 “올해는 큰 지진이 없어 별다른 동요 없이 시험 준비에만 매진했고 포항의 다른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동성고 3학년 수험생 아들을 둔 이소영 씨(49·여)는 “올해도 혹시나 지진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아무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경찰·소방당국은 전국 수험생 156명을 시험장에 태워다주고 수험표를 찾아주는 등의 수능 도우미 활동을 벌였다. 당국의 도움을 받은 수험생 대부분은 교통정체, 고사장 착오 등으로 제 시간에 고사장에 도착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이 끝난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고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며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능 부담에서 벗어나 밝은 표정이었다. 학생들은 “수능 끝났다!”고 외치며 달리거나 정문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수험생 학부모 이지연 씨(45·여)는 “그동안 정말 힘들었을 걸 알기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정말 애썼다’는 말부터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김은지기자 eunji@donga.com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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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딸 수능 보는데, 뭐 줄 거 없냐”…경조사가 된 수능

    직장인 박모 씨(30)는 최근 직속상사에게서 ‘우리 딸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사는 농담조로 ‘뭐 줄 거 없냐’는 말도 건넸다. 하지만 상사의 평가를 받는 박 씨로서는 상사의 말을 흘려듣기 쉽지 않았다. 박 씨는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성의를 전달할 만한 ‘센스 있는’ 선물을 고르기 위해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결국 지인의 조언에 따라 박 씨는 이달 초 백화점에서 고급 화장품 브랜드의 립스틱을 사서 상사의 딸에게 선물했다. 15일 치러지는 2019학년도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수능 선물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직장 동료, 친지 자녀의 수능이 일종의 경조사처럼 여겨지면서 격려의 의미가 담긴 선물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경기도내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오모 씨(33·여)는 올 수능에만 4명의 수험생을 챙겨야 한다. 오 씨의 시댁과 친정에 수험생이 한 명씩 있고, 직장상사 두 명의 자녀도 나란히 수능을 치르는데 누구는 챙기고 누구는 안 챙길 수 없어 네 명을 모두 챙기기로 했다. 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 씨가 생각한 선물은 한 사람당 3만~5만 원선. 네 명을 합치면 12만~20만 원을 쓰게 된 셈이다. 오 씨는 “지난해에도 주위에 수험생이 있어 챙겼는데 올해는 넷이나 되니 지출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부모가 인사치레로 주고받는 선물에 응원을 받아야 할 수험생이 도리어 불편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고3 김모 양(18)은 부모님 지인과 친척을 비롯한 7명의 어른들에게서 격려 선물을 받았다. 용돈, 초콜릿뿐 아니라 홍삼, 한약 등 고가의 선물도 있었다. 김 양은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는데 잘 모르는 어른들에게서도 선물을 받으니 압박을 느낀다”며 “재수를 하게 되거나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면 괜히 그분들께 죄송하고 민망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3 황모 양(18)은 “수능 선물이 우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어른들끼리 주고받는 관례적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작 수험생들은 집에 쌓인 초콜릿과 떡이 물려서 잘 안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능이 일종의 경조사가 된 것은 대학 진학이 개인은 물론 한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수험생 가족의 지인들도 ‘국민 행사’인 수능을 모른 척 지나치기 쉽지 않다. 수능 시즌에 각 기업이 선물용 제품을 쏟아내면서 선물을 주고받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도 있다.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체면과 의례적인 인사치레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와 기업의 이윤추구가 결합돼 수능 선물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는 것”이라며 “물질적·형식적 응원에서 탈피해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마음을 전달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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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번 음주운전 가수 매니저 또… 순찰차 받고 달아나다 체포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술에 만취한 채 순찰차를 들이받고 도망친 연예인 매니저가 구속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김모 씨(33)를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자신의 카니발을 1.5km가량 몰다가 ‘직진을 제대로 못하는 등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가 있다’는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마주쳤다. 김 씨는 음주단속을 하려는 순찰차를 치고 달아나 경찰관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순찰차를 파손했다. 김 씨는 차를 몰고 달아나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1%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가수 매니저로 일하는 김 씨는 업무에 사용하던 본인 명의의 카니발 승용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음주운전 전력이 4차례나 있는 상습 음주운전자인 점,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에 반성을 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점을 감안해 김 씨를 구속했다. 김 씨는 “재판을 받는 중에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면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 두려워 도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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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지옥 된 고시원… 비상구는 이번에도 없었다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에서 불이 나 거주자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던 피해자들은 5∼10m²(약 1.5∼3평) 남짓한 방에서 자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들이 “불이야”라는 소리에 방 밖으로 나왔을 때 유일한 탈출 통로인 출입구는 불길로 막혀 있었다.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방에서 불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은 지 35년 된 건물에 비상구는 없었다.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완강기는 무용지물이었다. 일부 거주자만 불에 달궈진 가로 60cm, 세로 30cm의 창틀 사이로 빠져나와 배관 등을 타고 탈출했을 뿐이다. 올 1월 종로구 쪽방여관 화재 때도 투숙객들은 자물쇠로 잠긴 비상문과 쇠창살이 설치된 창문에 가로막혔다. 일용직, 퀵서비스 배달원 등 6명이 숨졌다. 이후 저소득층 숙소의 화재 안전이 도마에 올랐지만 10개월 동안 달라진 건 없었다.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5시경 고시원 301호실에서 시작됐다. 이 방에 사는 박모 씨(72)가 쓰던 전기난로에서 불이 났다. 3층은 폭 1m 남짓의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 29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경찰은 “박 씨가 이불로 불을 꺼보려다 불이 이불로 옮겨붙자 탈출했다. 방문이 열려 있어 확산이 빨랐다”고 밝혔다. 이 고시원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 현행법상 2009년 7월 이전부터 운영된 고시원은 설치 의무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고시원은 2015년 서울시의 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설치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비상벨은 불길이 가장 거셌던 출입구 쪽에 있어서 아무도 누르지 못했다. 방마다 설치된 화재경보기에서도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김은지 eunji@donga.com·구특교 기자}

    •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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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면허 부정 통과’ 시험관·응시자 무더기 적발

    “문맹인(文盲人)으로 시험 신청하세요.” 자동차 운전면허 학과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하던 A 씨는 운전면허 브로커 B 씨를 찾아가 10만 원을 내고 ‘비법’을 물었다. B 씨는 문맹인 시험 신청을 하라고 했다. 문맹인은 음성파일로 문제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응시 시간이 일반시험보다 40분 더 길다. 시험을 마친 다른 응시생들이 시험장에서 나간 뒤 시험관은 홀로 남은 A 씨에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문제의 답을 찍어줬다. A 씨는 무사히 학과시험을 통과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8일 운전면허 부정 취득을 도운 면허시험관과 안전요원 10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3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44명에게서 총 1340만 원을 받고 면허를 부정으로 취득하게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를 받고 있다. 부정 취득을 알선한 브로커 7명도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학과시험의 답을 알려주거나 △안전요원이 기능시험을 대신 치러 주거나 △도로주행시험에서 감점 요소를 무시하는 등의 수법으로 운전면허 부정 취득을 도왔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중국인이 이들을 통해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례도 있었다. 운전면허 부정 취득이 적발되면 면허가 취소되고 2년간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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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안 렌즈 모두 가려!” 반창고 붙이는 여성들

    반려견을 기르는 사진작가 장모 씨(37·여)는 3년 전 집안에 중국산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장 씨가 집을 비운 동안 혼자 집에 남아있는 반려견이 걱정돼서다. 외출이 잦은 장 씨는 항상 CCTV를 켜놓는다. 하지만 누군가 CCTV를 해킹해서 훔쳐보지 않을까 불안하다. 그래서 귀가 후에는 손수건으로 렌즈를 덮어둔다. 장 씨는 “옷차림이 가벼운 여름에는 더욱 신경이 쓰여 렌즈를 꼼꼼히 가린다”고 말했다.○ “원격 몰카 두려워” 집안에 놓인 가전제품에 달린 카메라 렌즈가 사생활을 유출하는 용도로 악용될까 우려하는 ‘렌즈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휴대전화, PC는 물론이고 로봇청소기, 비디오게임기 등 일상에서 쓰이는 각종 전자제품에 렌즈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를 악용한 ‘원격 몰카(몰래카메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 시민은 장 씨처럼 자기 나름의 자구책을 세우며 원격 몰카에 대비한다. 직장인 조모 씨(27·여)는 평소 스마트폰 액정이 바닥을 향하게끔 뒤집어 놓는다. 주변에서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는 해킹당하기 쉽다고 하더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습관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김모 씨(24·여)는 수년 전부터 개인용 노트북의 웹카메라에 반창고를 붙여 놓고 사용한다. 전공 특성상 노트북을 열어둔 채 지낼 때가 많은데 혹시나 해킹 피해를 당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서다. 이런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가전제품 해킹으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경찰은 1일 반려동물을 관찰하기 위한 홈 CCTV를 해킹해 여성 약 5000명의 사생활을 엿보고 불법 촬영한 일당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에는 가정·영업용 매장의 IP 카메라 1400여 대를 해킹해 여성이 옷 갈아입는 모습 등을 엿보고 영상을 유포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유명인을 특정한 해킹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모 씨(23)는 2015년 아프리카TV 인기 방송진행자(BJ)의 PC 웹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훔쳐보고 이를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사물인터넷(IoT) 확산, 가전제품 해킹 가능성↑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기기가 사실상 해킹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와이파이에 연결된 로봇청소기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냉장고 속 식료품을 체크하는 IoT 기술이 보급됐기 때문이다. 해커들은 보안이 취약한 곳으로 침투해 가전제품에 악성코드와 해킹 프로그램을 심는다. 해킹에 성공하면 기기를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렌즈를 통해 이용자의 사생활을 훔쳐볼 수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수년째 보안 콘퍼런스 등을 통해 가전제품의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를 해킹해 촬영한 영상을 외부로 전송하는 장면도 2014년 한 보안 콘퍼런스에서 시연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전제품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가정용 인터넷 공유기와 가전제품의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설정해두는 것이 첫 번째다. 자동으로 설정된 기본값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면 해킹당할 위험이 높다. 보안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제품의 펌웨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해킹 예방이 도움이 된다. 제품을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제품마다 보안 품질에 확연히 차이가 있지만 시민들은 그런 면에 둔감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단체가 ‘안심 제품’을 선정해 알려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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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즈만 보면 무섭다”…‘원격 몰카’ 된 집안 가전제품

    반려견을 기르는 사진작가 장모 씨(37·여)는 3년 전 집안에 중국산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장 씨가 집을 비운 동안 혼자 집에 남아 남아 있는 반려견이 걱정돼서다. 외출이 잦은 장 씨는 항상 CCTV를 켜놓는다. 하지만 누군가 CCTV를 해킹해 훔쳐보지 않을까 불안하다. 그래서 귀가 후에는 손수건으로 렌즈를 덮어둔다. 장 씨는 “옷차림이 가벼운 여름에는 더욱 신경이 쓰여 렌즈를 꼼꼼히 가린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뒤집어 놓고 노트북 웹카메라에는 반창고 붙여 집안에 놓인 가전제품에 달린 카메라 렌즈가 사생활을 유출하는 용도로 악용될까 우려하는 ‘렌즈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로 휴대전화, PC는 물론 로봇 청소기·비디오 게임기 등 일상에서 쓰이는 각종 전자제품에 렌즈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를 악용한 ‘원격 몰카(몰래카메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 시민들은 장 씨처럼 나름의 자구책을 세우며 원격 몰카에 대비한다. 직장인 조모 씨(27·여)는 평소 스마트폰 액정이 바닥을 향하게끔 뒤집어서 놓는다. 주변에서 ‘스마트폰의 전면 카메라는 해킹당하기 쉽다고 하더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습관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김모 씨(24·여)는 수년 전부터 개인용 노트북의 웹카메라에 반창고를 붙여 놓고 사용하고 있다. 전공 특성상 노트북을 열어둔 채 지낼 때가 많은데 혹시나 해킹 피해를 당하게 될까 봐 하는 생각에서다. 이런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가전제품 해킹으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경찰은 1일 반려동물을 관찰하기 위한 홈 CCTV를 해킹해 여성 5000여 명의 사생활을 엿보보고 불법 촬영한 일당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에는 가정·영업용 매장의 IP카메라 1400여 대를 해킹해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 등을 엿보고 영상을 유포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유명인을 특정한 해킹이 일어나기도 있다. 한모 씨(23)는 2015년 아프리카TV 인기 방송진행자(BJ)의 PC 웹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훔쳐보고 이를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가 인정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사물인터넷(IoT) 확산, 가전제품 해킹 가능성↑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기기가 사실상 해킹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와이파이에 연결된 로봇 청소기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냉장고 안의 식료품을 체크하는 사물 인터넷(IoT) 기술이 보급됐기 때문이다. 해커들은 보안이 취약한 곳으로 침투해 가전제품에 악성코드와 해킹 프로그램을 심는다. 해킹에 성공하면 기기를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렌즈를 통해 이용자의 사생활을 훔쳐볼 수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수년 째 보안 콘퍼런스 등을 통해 가전제품의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로봇 청소기를 해킹해 촬영한 영상을 외부로 전송하는 시연도 2014년 한 보안 콘퍼런스에서 시연된 바 있다. 때문에 가전제품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가정용 인터넷 공유기와 가전제품의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설정해 두는 것이 첫 번째다. 자동으로 설정된 기본값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면 해킹을 당할 위험이 높다. 보안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제품의 펌웨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해킹 예방이 도움이 된다. 제품을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제품마다 보안 품질에 확연히 차이가 있지만 시민들은 그런 데 둔감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단체가 ‘안심 제품’을 선정해 알려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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