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78

추천

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likeda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건강77%
칼럼17%
인사일반3%
보건3%
  • 수명늘고 식습관 서구화… 전립샘암 소리없이 는다

    서울에 사는 안모 씨(73)는 잔뇨감(소변 뒤 개운하지 않은 느낌)과 요실금 증상으로 2011년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립샘(전립샘)암이 악화됐다는 것. 이후 안 씨는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시작했다. 전립샘암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가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었기 때문. 하지만 3년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안 씨의 암은 다른 부위로 전이됐고, 하는 수 없이 말기 환자에게 사용하는 항암제인 ‘도세탁셀’을 투여받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이어서 치료비 부담은 적었지만 독성이 강해 고통이 극심했다. 그러다 올 초 의사의 권유로 ‘엑스탄디’라는 새로운 항암제를 처방받아, 항암치료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 또 생명 연장 효과도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약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한 달 약값만 400만∼500만 원의 고가(高價)여서 안 씨는 신약 치료를 최근 포기했다. ○ 급증하는 전립샘암, ‘소리 없는 암’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한국 남성들의 전립샘암 발병률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전립샘암은 전립샘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21만8000건의 암 가운데 전립샘암은 8952건으로 7위를 차지했다. 남성 암 가운데 5위였다. 특히 전립샘암은 최근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암 발생 증가율로는 전립샘암이 12.1%로 갑상샘암(갑상선암·25%)에 이어 2위였다. 전립샘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증식 속도가 느리고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소리 없는 암’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환자들이 많다. ○ 효과 좋은 신약, 그러나 비용 부담 커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할 수 없는 전이성 전립샘암으로 진행된 이후에는 도세탁셀이라는 항암제가 사실상 유일한 치료제였다. 평균 2개월 정도의 생명 연장 효과가 있는 검증된 약이지만 항암치료로 인한 환자 고통이 극심한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엑스탄디, 제브타나, 자이티가 등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됐다. 도세탁셀 치료를 한 이후에 투여할 수 있는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이 신약들은 수명이 연장되는 기간도 도세탁셀에 비해 2∼3개월 더 길고, 하루 한 번 복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 도세탁셀을 제외한 모든 치료제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월 400만∼500만 원을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의료계와 환자단체에서는 말기 전립샘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치료 효과 증대를 위해 엑스탄디 등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고승연 기자}

    • 2014-07-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심한 잠꼬대땐 렘수면행동장애 의심, 뇌 노화가 원인…치매로 발전할 수도

    오랜만에 부모가 사는 고향집을 방문한 직장인 김수영(가명·45) 씨. 아버지가 자는 중에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 깜짝 놀라서 깼다. 침실로 가보니 허공을 향해서 손짓을 하면서 무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누군가와 싸우는 듯했다. 아버지를 흔들어 깨웠다. 한동안 어리둥절해하던 아버지는 꿈속에서 강도를 만났고 지갑을 뺏기지 않으려고 다퉜던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 집안일로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아버지가 수년 전부터 잠꼬대를 했고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잠꼬대를 하면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일이 흔하다고 했다. 바로 옆에서 자다가 아버지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고 난 뒤엔 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잔다고 했다. 자는 중에 심하게 잠꼬대를 하는 부모가 많다. 그런데 단순한 잠꼬대가 아니고 손발을 움직이는 행동증상이 동반될 경우엔 ‘렘수면행동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잠을 자는 동안 특히 꿈을 꾸는 렘수면 동안에는 우리 신체 근육의 힘이 빠지면서 꿈속에서 경험하는 내용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뇌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수면 중 신경과 근육의 조절에 이상이 생기면서 몸이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누군가와 싸우는 꿈을 꾸다가 주먹을 휘둘러 옆에서 자는 아내의 코뼈를 부러뜨린 할아버지도 있고, 누군가 쫓아오는 것을 피하는 꿈을 꾸는 중에 침대에서 일어나 걷다가 넘어져서 팔이 부러진 할머니도 있다. 이렇듯 렘수면행동장애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할 위험이 있다. 뇌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구나 파킨슨병, 특정한 유형의 치매로 발전할 위험도 높다. 잠꼬대가 심하고 격한 행동이 동반되면 수면클리닉 진료를 통해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을 자는 동안 수면상태를 기록하는 수면다원검사가 진단의 핵심이다. 꿈을 꾸는 렘수면 중에 신체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다른 수면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 렘수면행동장애가 더 심해지므로 이들 질환을 찾아서 함께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진단 뒤 약물로 치료한다. 한편, 침실에 깨지기 쉬운 물건, 뾰족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물건은 치워야 한다. 침대보다는 바닥에서 자는 것이 더 안전하다. 일어나서 움직일 때 넘어지지 않도록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좋다. 신체적 통증이 있는 경우 빨리 조절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도 필요하다.신홍범 박사}

    • 2014-06-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주목! 헬스북]암 이후의 삶

    암 생존자라는 말이 있다. 암 선고를 받은 사람, 암 치료 중인 사람, 암 병력이 있는 사람을 모두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현재 이러한 암 생존자는 국내에서만 100만 명에 이른다. 저자는 암 생존자가 주변에 흔할 정도로 많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암에 대한 인식은 과거 10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암 선고를 마치 사형선고처럼 받아들이고 자신과 가족의 삶이 피폐해지고 이전의 행복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대개 암 환자들은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아 일단 살고 보자는 데 그친다. 하지만 암을 이기기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는 암은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암은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접근하라고 권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수면습관 식습관 생활환경을 개선해 체질을 바꾸고 용서의 마음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평안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 책에서는 자칫 나약하기 쉬운 마음과 영성적인 측면도 함께 다뤄 환자들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저자는 “암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인생을 돌아보고 이전의 나쁜 습관을 버리고 잃었던 소중한 것들을 되찾게 된다면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4-06-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의료체계 전세계 선도… 개도국 벤치마킹 활발”

    한국의 의료 제도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국민들이 명의와 만나기 쉬운 국가’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하지만 ‘암 같은 큰 병에 걸리면 가정 경제가 위기에 빠질 정도로 의료비 부담이 큰 나라’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한국의 의료보장 수준은 세계와 비교해 정확하게 어느 정도일까. 본보는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11일 좌담회를 열었다. 12일 ‘보건의료 성과향상을 위한 데이터 활용’ 심포지엄의 주요 연자인 디네시 네이어 세계은행(WB) 보건전문관, 에드워드 켈리 세계보건기구(WHO) 환자안전 부문 국장,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켈리 “아버지 쓰러지면 한국에 오고 싶다” ▽손 원장=한국은 1977년부터 국민 100%에게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제도를 출범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평균수명, 각종 질병 발병률 개선 속도가 빨랐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도 평균 이하다. ▽네이어 전문관=한국의 의료보장제도 발전 성과는 가치 혁명에 가깝다. 부자에서 극빈층까지 전 국민의 100%에게 단일한 보험에 가입시키는 체계를 갖추면서도 의료 서비스의 품질이 뛰어나다. ▽켈리 국장=복지의 천국이라는 스웨덴 국민들도 자국 의료제도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러워한다. 한국은 의료 보장의 범위와 서비스 품질 모두 선진국 수준이다. 만약 미국에 사시는 나의 아버지가 심혈관 질환 등에 걸린다면 난 한국으로 보내고 싶을 정도다.○ “건보공단은 아버지, 심평원은 어머니 역할” ▽손 원장=한국은 건강보험료를 걷는 역할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하고, 건보재정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역할은 심평원이 하고 있다. 이런 이원화된 체계는 진료비와 약가를 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축적된 자료를 긴밀하게 교류하면 연간 18조 원을 더 아낄 수 있다. ▽켈리 국장=가정에서도 아버지가 돈을 벌어오고 어머니가 가계를 짰을 때 훨씬 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기업에서도 수익을 내는 능력과 사업 계획을 만드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이어 전문관=한국의 이원화된 체계는 전 세계 의료제도를 선도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를 개편 중인 가나 대만 태국 등 개발도상국들에 큰 영향을 줬다. 공공의료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국민건강보험(NHS)도 통합모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재정 부문은 분리 운영되고 있다. ▽손 원장=건보료를 걷는 것과 쓰는 것을 하나의 기관이 통합해 운영하는 일본에서도 개혁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심평원 시스템을 방문해 대서특필할 예정이다. 중동의 여러 나라가 한국형 의료보장 시스템을 수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케어, 한국 정보통신기술 기반 체계 배워야” ▽켈리 국장=미국도 공공의료 부문을 확대하는 ‘오바마 케어’를 추진 중인데,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 오바마 케어는 병원의 의료비 지출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투자가 낮다. 예를 들어 한국은 부적절한 약 처방이 늘어날 경우 ICT 체계가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미국 새 보건부 장관은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네이어 전문관=한국의 의료보장제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동네 의원 같은 1차 의료를 더 정비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부담도 더 줄여야 한다. 또 다가오는 고령화사회의 의료비 급증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 정부 예산만으로는 노인 요양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손 원장=한국은 운이 좋은 나라다. 1977년 이후 모든 의료비 지출 정보가 온전히 축적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4, 5년 안에는 개개인의 건강을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 시스템은 고령화시대의 의료비 통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유근형 noel@donga.com·이진한 기자·의사   }

    • 2014-06-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꽃사랑 농업사랑 함께 키워요”

    농협중앙회는 ‘꽃사랑 농업사랑 체험교육’의 일환으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덕수초등학교를 방문해 초등학생들에게 꽃 화분을 전달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2014-06-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뇌파되먹이기’ 불면증의 새로운 치료법

    잠들기 힘들고 자다가 자주 깨는 것이 불면증의 주된 증상이다. 불면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해 온 환자 중에는 이렇게 잠을 못 자는 것을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뇌의 구조를 보는 뇌 자기공명영상검사(Brain MRI)를 받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불면증 환자 중에 뇌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는 드물어서 대개는 정상으로 나온다. 불면증은 뇌의 기능적 문제다. 즉 뇌가 적절하지 않은 시간에 너무 심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불면증 환자가 잠을 잘 때 수면다원검사와 뇌파검사를 해 보면 깨어 있을 때 나와야 할 빠른 뇌파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잠을 자려고 할 때는 뇌의 활동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불면증 환자의 뇌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환자들은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또 이런 생각을 중단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잠을 못 잘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진다고 말한다. 수면제는 생화학적으로 뇌 기능을 억제한다. 깨어 있는 뇌세포를 강제로 재운다. 그런데 수면제는 우리 뇌에서 기억 판단 집중 등 중요한 기능도 억제한다. 수면제를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그 양을 늘려야 하고 뇌기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는다. 이처럼 수면제는 수동적으로 뇌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한편 우리 뇌가 능동적으로 상태를 조절해서 잠들기 좋은 상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 뇌가 스스로 뇌 기능을 조절하도록 훈련하는 뇌파되먹이기(Neurofeedback) 치료가 그것이다. 뇌파되먹이기는 환자의 뇌파를 측정해서 그 양상을 알려주고 환자가 특정 뇌파 즉 잠자는 데 도움이 되는 뇌파를 강화시킬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치료법이다. 1971년 스터먼 박사가 SMR파(뇌의 감각운동피질 뇌파)를 이용해 간질을 치료하는 데 성공한 이후 뇌파되먹이기는 알코올중독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뇌파되먹이기를 불면증 환자에게 적용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뇌는 신경망으로 구성되어 있고 신경망은 훈련을 통해서 바뀔 수 있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 뇌파되먹이기 치료는 뇌파를 이용해서 뇌의 상태를 바꾸어주는 비약물적인 치료법이다. 불면증과 같이 뇌가 적절하지 않은 시간에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에 뇌파되먹이기 치료는 뇌 상태를 안정시켜 잠들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뇌파되먹이기 치료의 특성상, 치료에 적극적이고 집중력을 비롯한 뇌기능이 좋은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또, 불면증은 병의 특성상 잘못된 수면습관, 잠자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 잠에 대한 통제감 상실과 같은 인지적인 요인을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뇌파되먹이기 치료만으로 불면 증상을 완전히 조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지적 왜곡을 교정하는 인지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신홍범 박사}

    • 2014-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더 작고, 더 똑똑한 휴대용 의료기기… 눈에 보이지 않는 혈관까지 찾아줘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스마트시대라 명명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스마트기기라 하면 흔히 더욱 향상된 기능을 더 콤팩트하고 더 편리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기기들을 의미합니다. 특히 모바일 형태의 소형화가 대세입니다. 손안에 들어오는 사진 인화기 덕분에 번거롭게 사진관을 찾지 않아도 되고 골프공 크기의 빔 프로젝터는 집이든 야외든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근사한 영화관으로 탈바꿈시켜 줍니다. 얼마 전 심장동맥에 삽입하면 실시간으로 3D 이미지를 전송하는 1.3mm 크기의 초소형 의료용 마이크로칩이 개발됐고, 혈관을 통해 몸 안에 흘러 다니면서 약물전달, 진단, 심지어 수술까지 가능한 의료기기도 개발 중입니다. 무엇보다 건강검진에 활용되는 진단용 영상의료기기의 스마트화는 시공간의 제약을 획기적으로 없애 의료진은 물론이고 환자들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가령 초음파기기의 역사를 보면 점점 스마트해지는 의료기기의 트렌드를 명확히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초음파기기의 무게는 무려 200kg에 이르렀지만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며 점점 작아져 2009년에는 390g에 불과한 초음파기기도 출시됐습니다. GE헬스케어의 스마트폰 크기의 휴대용 초음파기기 브이스캔(Vscan)은 의료진이 주머니에 휴대할 수 있어 병원뿐 아니라 어디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진료현장에서 즉각 환자의 몸속을 보면서 진료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지멘스 헬스케어의 무선 초음파 진단 장비인 아쿠손 프리스타일(Acuson Freestyle)은 초음파 연결 케이블을 제거한 무선으로 휴대가 용이해 응급 차량 내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필립스의 CX50 컴팩트익스트림 초음파의 경우 노트북 크기의 사이즈이지만 진단 영상의 질은 프리미엄급인 초음파 시스템입니다. 또 부팅 시간이 짧아 위급상황에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혈관이 잘 보이지 않는 아이나 환자들에게 혈관이 잘 보이게 하는 적외선 의료기기인 아큐베인(AccuVein)의 AV 400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휴대하기 편한 무게 275g의 이 기기는 적외선이 나와 이를 피부에 비추면 피부 아래 10mm까지 투과해 정맥이 흘러가는 모양을 알려줍니다. 채혈하거나 필러 시술을 하거나 외과 하지정맥류 시술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병원의 의료장비는 더욱 작아지고 이동이 간편하여 환자의 진단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뿐 아니라 환자들이 가장 편안한 환경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초고령화사회가 임박한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의료계가 직면하게 될 난제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앞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동에 제약이 있는 고령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확대가 시급해 질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빠른 속도로 스마트해지고 있는 의료기술 덕분에 큰 걱정은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 2014-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주목!헬스북]윤대현의 마음 성공

    한때 ‘피로 사회’라는 말이 화두가 됐다.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일을 많이 하지만 정작 삶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만 우선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과로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듯 뇌도 과부하가 걸리면 고장이 난다. 정신신체의학, 스트레스의학 전문가인 저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수록 ‘소진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진 증후군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뇌가 심각한 피로에 빠지는 증상이다. ‘스트레스성 뇌 피로증’이라고도 한다. 소진 증후군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좀처럼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잦아진다. 때로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여행이나 귀향을 떠날까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삶의 의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 일종의 ‘무감동’ 상태에 빠진다. 저자는 소진 증후군에 빠진 현대인의 삶을 분석하고 최신 신경과학 연구와 정신의학 이론에 근거해 대책을 제시한다. 일상 속의 친근한 사례들이 소진 증후군이란 무엇인지, 왜 소진 증후군에 빠지게 되는지 이해를 돕는다. 순도 100% 모범생의 삶보다는 30%쯤은 ‘날라리’로 살아라, 하루 10분 자연을 느끼며 걸어라, 혼자만의 기차 여행을 떠나라, 3차원 우정을 쌓아라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예방책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뇌를 지치게 하는 성취 위주의 삶이 아니라 뇌를 편안하게 만드는 가치 중심의 삶으로 변화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4-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건강 단신]한림대 강동성심병원 外

    ■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은 3일부터 강동구 보건소와 연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생활교실’을 연다. 이 교실은 보건, 운동, 영양, 웃음 치료 등 월별 테마 건강교육으로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병원 6층 강당에서 주제별로 진행된다. 6월은 ‘구강건강 성장기부터 100세까지’를 주제로 △성장기 아동의 부정교합 △올바른 구강건강 관리 △턱관절 건강 등에 대해 매주 진행된다. 02-2224-2200■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은 5월 30일 개원 47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위해 ‘외래전문화센터’(가칭) 신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외래전문화센터는 지하 4층, 지상 8층, 연면적 약 7000평 규모. 진료 과는 폐암, 위암, 대장암, 비뇨기암, 부인과암, 유방·갑상샘암 등 6대 암으로 완공 시기는 2016년 8, 9월이다.}

    • 2014-06-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주목! 헬스북]항암제를 끊을 10번의 기회

    암은 ‘국민 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흔해져 둘 중에 한 명이 암에 걸리고, 셋 중에 한 명이 암으로 죽는다. 그리고 암에 걸린 환자의 절반이 항암제를 접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항암제를 접하지 않고 생을 보낼 확률은 결코 높지 않은 셈이다. 스스로를 ‘동네의사’라 부르는 이 책의 저자는 오랫동안 ‘환자 중심의 의술’과 ‘인간다운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뒀다. 이 책 역시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항암제 사용에 경종을 울리며 무엇이 환자를 위한 암 치료인지 되묻고 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 항암제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항암제를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닌 ‘언제 그만두느냐’는 시기의 문제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 책에선 환자가 언제 항암제를 끊을 수 있는지 ‘10번의 기회’로 나누어 조목조목 설명한다. 즉 항암제를 쓴 뒤에도 암이 재발했거나 3차 치료를 권유받았거나 원래보다 15% 이상 체중이 줄었거나 우울 증상이 의심될 때 등의 경우에는 오히려 항암제를 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시기에 항암제를 끊을 권리는 어디까지나 환자에게 있다. 이 책은 고통스러운 암에 현명하게 맞서는 방법이 무엇인지 암 환자와 그의 보호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그리고 주인공의 숭고한 투병 과정은 인간의 존엄성과 살아 있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4-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골반서 혈액 채취해 아픈 무릎에… 손상된 물렁뼈 정상으로 되돌려

    사람의 몸은 수많은 관절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관절은 대개 운동을 많이 하거나 나이가 들면서 각종 질환이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움직임이 많고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관절이 무릎이다. 보통 나이 들어 무릎이 아프면 대부분 퇴행성 관절염을 의심하지만, 실제 통증의 원인은 무릎의 반월상 연골 파열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반월상 연골이란 체중에 의한 충격을 흡수하고 무릎이 부드럽게 움직이게 하는 물렁뼈다. 이 연골은 허벅지 뼈와 정강이뼈 사이에 있는데 무릎이 움직일 때 생기는 마찰을 줄인다. 이곳에 많은 충격이 가해지거나 충격흡수 기능에 손상을 받게 될 경우 반월상 연골파열이 발생한다. 주로 점프, 미끄러짐, 갑작스러운 방향전환 등으로 인한 내측 반월상연골파열이 많이 생긴다. 하지만 작은 충격이나, 나이가 들어 연골 자체의 퇴행성 변화로도 잘 생긴다. 연골판 손상 시 증상은 우선 무릎 주위를 누르면 압통이 있거나 무릎 주변이 붓고, 열이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거나 계단을 내려올 때 심한 통증을 느낀다. 이 외에도 찢어진 연골 조각이 관절 사이에 끼어들면서 걸을 때나 무릎을 구부릴 때 무엇인가 걸리는 느낌이 들거나 갑자기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몸의 방향을 갑자기 돌리는 경우에도 통증이 있을 수 있다. 반월상 연골은 한번 손상될 경우 자연 치유가 어려워 치료가 늦어질수록 손상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유 없는 무릎통증이 있는 경우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만 보면 매우 심각한 질환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치료는 의외로 간단하다. 반월상연골파열과 퇴행성 관절염이 동반된 경우엔 관절내시경을 시술과 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골수 줄기세포를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된 부위에 주입하면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이 골수 줄기세포 치료는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여주거나 문제가 생긴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상태로 되돌려 놓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연골 재생 치료법은 환자의 골반에서 채취한 혈액에서 줄기세포만을 추출하여 손상된 연골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무릎 연골 손상이 동반되어 있지 않은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엔 내시경 시술 없이 직접 관절염이 있는 무릎부위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것으로 시술 시간은 20∼30분 정도다. 절개나 전신마취, 수혈 등으로 인한 감염이나 후유증이 없으면 시술 뒤 당일 퇴원이 가능해 바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시술 후 2, 3주면 통증이 사라지지만 손상된 연골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대략 3∼6 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퇴행성 변화가 심하지 않고 인공관절수술을 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관절 내시경 치료를 했음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에게도 무릎 골수 줄기세포 치료가 효과를 볼 수 있다. 조기에 환자의 관절 상황을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찾아 상의한다면 인공관절수술이 아닌 줄기세포치료만으로도 길어진 노후를 무릎 통증 없이 좀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지낼 수 있다.최정근 원장·제일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 2014-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수술 없이 풍선으로 치료하는 시대

    풍선은 유년 시절의 꿈으로 대변됩니다. 풍선(다섯손가락), 하늘색 풍선(지오디) 등 풍선을 소재로 한 노래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이 풍선이 이제 사람의 몸 곳곳에서, 예전에 이루지 못한 의료진의 꿈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즉 질병이나 노령, 사고 등으로 몸속이 막히고 좁아진 부위를 수술대신 넓혀 주는 역할을 풍선카테터(풍선이 달린 관)가 맡고 있습니다. 현재 풍선카테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심혈관계 질환입니다. 이번에 심장혈관이 막힌 심근경색으로 심장시술을 받았던 이건희 회장에게도 사용된 의료기기입니다. 막히거나 좁아진 심장혈관을 뚫고 넓히기 위해 혈관 속에 가느다란 풍선카테터를 삽입한 뒤 풍선을 부풀려 주면 문제가 된 혈관이 뚫리면서 치료가 되는 것입니다. 최근엔 풍선카테터가 약물방출 풍선카테터(DEB)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풍선카테터는 시술을 했더라도 그 부위가 다시 좁아지는 현상(재협착)이 잦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심한 경우 대개 풍선카테터를 시도한 뒤 금속망을 다시 삽입하는 스텐트 시술을 합니다. 약물방출 풍선카테터는 스텐트 사용 없이 기존 풍선카테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풍선 표면에서 혈관의 재협착을 막아주는 특수약물이 분비되는 것입니다. 특히 말초동맥질환의 경우 풍선카테터 시술 뒤에 재협착이 잦았지만 이번 약물방출 풍선카테터가 등장해 의료진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심혈관계에서와 같은 원리로 좁아진 뇌혈관을 넓히기도 하며 심지어 대동맥 벽이 늘어져 파열 위험이 있는 대동맥류 환자에게도 사용이 됩니다. 또 혈관 이외의 다른 치료 분야에서도 풍선카테터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골다공증이나 교통사고 혹은 척추암 등으로 발생한 척추골절의 경우 해당 척추뼈를 다시 복구할 때도 풍선카테터가 사용됩니다. 골절이 발생한 부위에 풍선카테터가 들어가 공간을 만들면, 뒤이어 의료용 시멘트가 들어가 해당 척추뼈를 다시 만드는 방식입니다. 또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병인 척추관 협착증 치료에도 사용됩니다. 얼마 전엔 코 속이 막혀 심한 축농증이 있는 환자에게도 가느다란 풍선을 삽입해 축농증을 치료하는 시술이 도입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미국에서 사용하던 시술인데 국내에선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도입됐습니다. 이것을 만든 아클라런트라는 의료기기 업체가 존슨앤드존슨 메디컬에 합병이 되면서 글로벌 한 영업망을 갖춘 덕분입니다. 풍선을 부풀릴 수 있는 가느다란 풍선카테터를 축농증이 심해진 좁은 부위에 삽입해 풍선을 부풀려 막힌 콧속을 ‘뻥’ 뚫는 것입니다. 기존 치료는 뼈 또는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돼서 출혈도 신경 쓰이고 통증이 심한 반면 이 치료는 통증 흉터 출혈이 적고 회복 기간도 굉장히 빠릅니다. 이 시술은 현재 하나이비인후과병원과 한일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세 군데에서만 사용 중입니다. 하지만 장점이 많은 만큼 이러한 시술을 하는 병원이 차츰 늘 것으로 보입니다. 풍선카테터는 이외에도 비뇨기계 질환, 소화기계 질환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질병의 치료에서 그 모양을 달리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수술 안 하고 치료하는 풍선의 활약을 기대해 보시길 바랍니다.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 2014-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충분히 자도 심한 졸음 느끼는 기면증

    피로한 것과 졸음은 어떻게 다를까? 이걸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다. 피로하면 쉬어야 한다. 대개 잠을 자면서 쉰다. 졸음은 심하게 잠이 오는 상태이다. 잠을 참기 힘들다. 피로할 때나 졸릴 때나 잠을 잔다. 그래서 그 둘을 구분하기 힘들다. 그런데 피로와 졸음은 원인에서 다르고 그래서 치료법, 즉 처방도 다르다. 피로는 어떤 활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모두 고갈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고 밤이 되면 바로 잠이 오지는 않지만 더 이상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일할 의욕이 없어 멍하니 있게 되는 상태가 피로다. 심한 졸음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금 다르다. 운전해서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마음먹고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떤 일을 기한 안에 끝내야 하는데 졸음 때문에 할 수 없다.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은 있는데, 잠으로 방해 받고 있는 상태가 졸음이다. 졸음은 수면장애의 중요한 증상이다. 수면이 부족할 때 졸음이 심해진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라면 만성 수면부족 상태다. 심한 졸음으로 이어진다. 수면시간이 8시간 정도로 충분함에도 졸음을 느낀다면, 수면의 질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수면 중에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자는 중에 수시로 호흡이 안 되고, 뇌가 깨면서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싸구려 잠을 길게 잔 셈이다. 8시간을 자도 실제 수면시간은 4시간이 안 된다. 그런 상태가 오래되면 졸릴 수 밖에 없다. 좋은 수면을 8시간 이상 충분히 취해도 낮에 심한 졸음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기면증이다. 기면증은 낮 동안 뇌를 깨어 있도록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만들어져서 생기는 수면질환이다. 중고등학교 무렵에 시작하고 학업에 큰 손해를 준다. 조기에 진단해 치료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과로하지 않는데, 조금만 일을 해도 심한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 만성 피로의 원인은 다양하다. 빈혈이 있으면 몸속 산소 부족으로 신체 에너지 이용률이 떨어져 쉽게 피로를 느낀다. 몸이 무겁고 손발이 차고 변비가 있으면 갑상샘(선)기능저하증일 수 있다. 기분이 우울하고 의욕이 없으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많이 먹어도 늘 기력이 없고 소변을 자주 본다면 당뇨병으로 인한 피로감일 수 있다. 평소 물을 자주 마시지 않고 카페인을 함유한 음료를 과용하는 경우에는 카페인 금단증상으로 심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피로와 졸음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하는, 흔하면서 중요한 의학적인 상태이다. 피로와 졸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면 안 된다. 원인을 찾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신홍범 박사}

    • 2014-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꾀병이라고요? 오해로 더 괴로운 ‘섬유근육통’

    “온몸이 결리고 아파요.” 직장인 김모 씨(30)는 최근 1년 동안 어깨가 딱딱하고 아파 일을 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근육을 푸는 주사를 맞아도 사흘이 지나면 다시 어깨가 아닌 다른 부위가 아파왔다. 증세가 심해지면서 배가 아프고 소화마저 잘 안됐다. 여러 병원을 다녀도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던 김 씨는 한 병원에서 스트레스와 수면장애가 원인인 ‘섬유근육통 증후군(FMS·Fibromyalgia Syndrom)’이란 진단을 받고 정신과에서 쓰는 약을 먹으면서 치료받고 있다. 섬유근육통은 온몸의 근육이 아프고 쉽게 피로해지는 병이다. 전체 인구의 12% 정도가 평생 한 번은 섬유근육통을 겪을 정도로 흔한 병이지만, 혈액 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종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아 주위 사람들로부터 꾀병으로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도 30%에서 동반된다. 때문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도 진단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환자가 700만∼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20배 정도 많으며 여성도 20, 30대에서 주로 나타난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뇌의 세로토닌 대사 감소, 스트레스에 대한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 감소, 통증에 대한 민감도 증가, 자율 신경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즉, 우리 몸 안에 있는 신경 전달 호르몬과 통증 전달 물질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한다는 얘기다. 유전적 이유, 감염 등이 원인이라는 학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섬유근육통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주로 뒷목이 뻐근하고 어깨뼈, 허리, 무릎 등이 아프다. 잦은 두통, 손 저림, 만성 피로, 기억력 및 집중력 감퇴, 생리통 악화 등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은 생리 전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미국류머티즘학회는 몸에서 통증을 민감하게 느끼는 18곳 가운데 11곳 이상이 아플 때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는 진통제로 통증을 억제하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일시적인 통증 감소 효과 정도만 볼 수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 약 용량의 증가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는 다양한 섬유근육통 치료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체내 영양소 및 미네랄 불균형을 조절해 주는 통증 면역주사 △자기장으로 뇌를 자극하여 통증을 완화시키는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하도록 도와주는 TMS 요법 △통증 부위의 주변 인대를 강화해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말초 인대 강화주사요법 △뭉친 근육을 이완시키고 림프, 혈액 순환을 개선해 피로물질을 배출시키는 도수치료(재활치료) 등이다. 다양한 섬유근육통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고도일 고도일병원장은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진단을 받아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 통증이 있는 환자는 통증 전문의의 적절한 진료를 받고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4-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수면무호흡증, 숨길 열어주는 양압술 치료가 효과적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통증으로 인한 불편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런데 아프지 않은 병도 있다. 초기 단계의 병은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기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병이 충분히 진행되고 심해진 상태에서도 아프지 않은 병이 있다. 바로 수면질환이 그렇다. 수면질환은 환자가 자는 동안 증상이 나타나므로 스스로 알기 힘들다. 그리고 통증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놓치기 쉽고 진단이 늦어져 병을 키운다. 특히 수면 중 무호흡이 그렇다. 자는 중에 기도 주위 조직이 늘어지면서 기도를 막는 현상이다. 무호흡이 한 시간에 5번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이 된다. 코골이 소리가 큰 경우도 있지만, 심한 수면무호흡증에서는 코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숨이 막히면서 뇌가 잠에서 깨고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에 심한 졸음과 피로가 나타난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혈압이 높아지고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뇌 산소 부족으로 기억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치매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의 상당수는 아내를 포함한 같이 자는 사람의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당사자는 자신이 느끼는 피로, 고혈압, 기억력 저하의 원인이 수면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병원 수면검사실에서 센서를 붙이고 하룻밤을 자면서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로 진단받는다. 수면무호흡증의 심한 정도에 따라 수술, 구강 내 장치, 그리고 양압술 치료 등을 받게 된다. 많은 분들이 코골이는 수술로 치료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보다 더 심한 상태이다. 그래서 코골이수술 정도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할 수는 없다. 수면무호흡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코에 씌운 마스크로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기도로 불어넣어 숨길을 열어주는 양압술 치료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수면무호흡증 치료이다. 코골이 소음과 수면무호흡증을 동시에 없앨 수 있다. 필자 역시 충분한 수면을 취한 후에도 졸음과 피로감이 있어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았고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 받은 후 양압술 치료를 하고 있다. 양압술 치료를 스스로 시행하면서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양압술 치료가 건강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관심이 많다. 1, 2년에 한 번씩 특별히 통증을 느끼거나 몸에 이상이 없어도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러나 코를 골면서 자고 잠을 자고 난 후에도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수면 건강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는다. 지금 나와 내 가족이 숨을 제대로 쉬면서 자는지 한번 살펴보자.신홍범 박사}

    • 2014-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헬스&뷰티]의료기기도 3D 바람… 선명한 화질로 진단 정확해져

    3D기술의 진화는 세상을 놀라게 할 틈도 없이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3D 영화가 영화관을 점령하기 무섭게 이젠 가정에서도 3D 드라마를 즐길 수 있습니다. 최근엔 3D 프린터를 이용해 휴대전화 케이스 같은 생활용품 뿐 아니라 집 한 채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3D 기술은 진단용 영상 검사 중에서 가장 기초적인 검사라 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에도 접목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는 높은 주파수를 가진 ‘음파’를 이용하므로 X-레이를 사용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 비해 인체의 유해성이 전혀 없는 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GE헬스케어의 ‘볼루손 E’는 산부인과 전용 초음파장비로 일반인도 직접 눈으로 보고 얼굴 손 발 등의 인체 구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인 화질을 구현합니다. 또 태아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태아 목둘레 두께 측정’과 태아심장 검사 시 필요한 영상도 자동으로 이뤄져 진단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멘스의 아쿠손 프리스타일은 기존 초음파진단기기에서 속도를 떨어뜨리며 시술 시 감염 위험 원인이었던 케이블 선을 제거한 최초 무선 초음파 기기로 중환자 관리와 응급치료가 가능합니다. 필립스의 에픽은 검사 시간을 기존에 비해 30∼50%까지 단축시켰습니다. 이는 기존 시간 소모적이었던 과정들을 10단계에서 3단계로 줄여 반복적인 버튼 조작을 평균 67% 감소시킨 결과입니다. 국내 최대 초음파 의료기기 회사인 삼성메디슨의 ‘WS80A’는 기존 2D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진단 정보들을 3D 스마트 TV를 통해 혈관과 같은 부분을 실제 모습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심장의 움직임을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는 4D 초음파 기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GE헬스케어나 지멘스 같은 세계적 의료기기 기업들이 한국에 초음파 기기 생산 시설을 두고 있어 사실상 초음파 기기 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E헬스케어의 경우 생산된 초음파 기기의 95%가 세계로 수출될 뿐 아니라 초음파 기기의 3분의 1이 한국에서 생산됩니다. 지멘스도 성남 분당 경주 포항 등지에서 세계로 수출하는 초음파 제품의 60%를 생산합니다. 삼성메디슨은 2011년 삼성전자에 인수된 뒤, 산부인과를 넘어선 다양한 진단 영역에서 초음파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는 태아나 심장뿐만 아니라 지방간, 만성 간질환, 담낭 결석, 방광염, 자궁근종, 유방암 검사 등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초음파는 피부를 통해 검사가 이뤄집니다. 검사 전에 초음파 젤을 바르는데 이는 피부와 초음파 기기 사이에 공기를 제거하고 부드럽게 이동을 하기 위한 것으로 인체에 무해한 것입니다. 일부 초음파의 경우 남성의 전립샘(선)을 관찰하기 위해 항문을 통해 검사하기도 하고 여성의 경우 자궁 및 주변을 자세히 보기 위해 여성의 생식기를 통해 검사하기도 합니다. 3D 초음파의 경우 아직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개인 부담금이 산부인과 기준으로 대학병원은 10만 원, 개인병원 및 클리닉에서는 5만∼8만 원 정도입니다. 정밀 초음파는 20만 원 대로 훨씬 비쌉니다. 병원마다 비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초음파 진료 전에 비용은 얼마인지 전화로 꼭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 2014-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저소득층 노인 ‘인공관절 수술 후원 캠페인’

    사단법인 대한노인회는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지만 수술비 부담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인공관절 수술 후원 캠페인’을 전개한다. 퇴행성관절염은 치료시기를 놓쳐 말기가 되면 인공 관절을 무릎에 이식하는 수술을 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건강보험 가입자라도 양 무릎 수술비용이 대략 600만∼700만 원이다. 저소득층 퇴행성관절염 말기 환자 중에는 이 같은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워 수술을 받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노인회가 저소득층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을 위한 ‘인공관절 수술 후원 캠페인’에 앞장섰다. 이번 캠페인 대상자는 저소득층(생활보호대상자 1종, 차상위계층) 퇴행성관절염 환자와 대한노인회(245개 지회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다. 수술을 희망하는 환자는 대한노인회 전화(1661-6595)나 e메일(ok6595@naver.com), 우편(서울 서초구 방배로 43 대한노인회 보건의료사업단 ‘인공관절 수술 후원 캠페인’ 담당자 앞)으로 신청하면 된다. 가족이나 담당 사회복지사가 대신 신청할 수 있다. 신청 1주일 뒤부터 순서에 따라 수술 일정 등을 개별적으로 안내한다. 캠페인은 내년 4월까지 약 1년간 계속될 예정이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4-05-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친구는 어디가고 흰 국화만…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 책상에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학생을 애도하는 흰 국화가 놓여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2014-04-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억눌러선 잊혀지지 않아… 슬픔 나누는 용기 내세요”

    《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열하루째. 현재 경기 안산시 고려대안산병원에 입원해 있는 단원고의 생존 학생 74명이 이르면 다음 주부터 퇴원을 하게 된다.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학생들이 참사의 충격을 잘 극복해낼 수 있을까. 고려대안산병원이 지난주 생존 학생들에 대해 실시한 심리검사 결과 대부분 10점 만점의 스트레스 척도에서 중증 스트레스 단계인 평균 7.8∼8.0점을 나타냈다. 친구를 잃었다는 상실감,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서 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이다. 정신건강 전문의들은 “PTSS의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학생들의 치유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학교 등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눈을 감으면 ‘살려 달라’고 외치는 친구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경기 단원고 2학년생 조모 군(17)은 침대에 차마 눕지 못한 채 한쪽에 걸터앉아 허공만 응시했다. 조 군은 이렇게 자책했다. “배에서 탈출하기 직전 물이 반쯤 차오른 객실 안을 보니 친구가 허우적대며 ‘살려 달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기울어진 객실 문에서 손과 발가락 힘만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결국 친구를 구하지 못한 채 혼자 배를 빠져나오고 말았어요.” 조 군과 같은 생존자들은 살아남은 것조차 미안했다. 동료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함께 죄책감까지 겹쳐왔다. 극도의 불안 증상에 시달리는 하루하루는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세월호 침몰 직전에 극적으로 탈출한 인천 용유초교 동창생들도 실종됐던 50년 지기 친구들이 연이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극도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환갑 여행길을 함께 떠났던 동창생 17명 중 5명만 구조된 것. 최근 동창생 장례식장에서 술에 취한 한 친구가 극적으로 생환한 친구 A 씨에게 “나 같으면 다른 친구들 구해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A 씨는 큰 충격을 받았고, 친구들의 주검을 보니 점점 자신이 죄인처럼 느껴지게 됐다. 병원에 입원한 그는 “한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구하지 못해 후회막급이다”라며 오열했다. 여자 동창생 B 씨도 악몽에 시달려 전문의로부터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배가 급격히 기울기 직전에 다른 여자 동창생 C 씨와 함께 4층 선실 내 중앙 복도를 걷고 있었다. 순간 위쪽에서 수학여행 온 고교생 2명이 떨어지면서 C 씨는 허리 부위를 크게 다쳤다. C 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전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 여 승무원과 고교생 2명이 C 씨를 돌봐주기로 하고 B 씨는 갑판으로 나오다 구조됐다. B 씨는 “친한 친구를 그대로 두고 나만 살아와 면목이 없다”며 대인기피증세를 보이고 있다. 슬픔과 충격 속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은 생존자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유가족은 물론이고 시신을 무더기로 인양한 구조자, 실시간으로 참사 상황을 지켜본 사람들 모두에게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남겼다. 사람들은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소중한 생명을 어이없이 놓치는 과정을 생중계로 접하면서 집단 트라우마 증상까지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직간접으로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을 겪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나와 주변을 되돌아보고 서로 보듬어주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서해훼리호 생존자가 전하는 PTSS 극복 과정 “사고 후 10년간은 잔잔한 물결만 봐도 속이 울렁거렸어요.” 1993년 10월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 참사. 그 참사의 생존자 박병길 씨(72)는 사고 후유증에서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집에서 차를 타고 20∼30분만 가면 눈앞에 나타나는 바다는 박 씨에게 아픈 기억만 떠오르게 했다. 그때, 절친한 직장 동료 부부 6쌍이 함께했던 여행은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위도를 출발해 격포항으로 가던 배는 높은 파도에 휩쓸려 45도 가까이 기울더니 그대로 침몰했다. 박 씨 부부와 다른 한 친구 부부를 제외한 8명은 모두 차가운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서해훼리호 사건의 사망자는 292명, 생존자는 70명이었다. 부안경찰서 경찰이었던 박 씨. 일에 집중하며 당시 상황을 잊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잠자리에 누우면 사고 장면이 끊임없이 재생됐다. 박 씨는 “너무 괴로운 나머지 초반에는 매일 술로 지냈다”며 “처음 1∼2년이 특히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낀 박 씨는 부인과 함께 용기를 냈다. 같은 해 11월부터 박 씨 부부는 춘란을 기르고 산행도 하는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박 씨는 “21년이 지난 지금도 혼자 조용히 있을 때면 가끔씩 사고 당시 장면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고 고백했다. 박 씨 부부와 함께 살아남은 동료 이모 씨 부부. 박 씨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이들이다. 서해훼리호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갈 당시에도 이들 네 명은 갑판 위에서 서로의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박 씨는 “배가 거의 침몰할 무렵 우리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모두 바다로 뛰어들어야 했지만, 다행히 구명정을 붙들어 목숨을 건졌다”고 회상했다. 2001년 퇴직한 박 씨는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 씨와 예전보다는 교류가 적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만은 형제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부인들끼리는 평소에도 자주 만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박 씨는 “사고 발생 후 구조되는 순간까지 함께했던 이 씨 부부는 힘들 때마다 큰 의지가 됐다”며 “먼저 떠난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함께 슬픔을 이겨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함께 사고를 당한 생존자나 유가족은 서로를 가장 잘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우울 증세나 사고로 인한 충격 정도가 비슷한 단계의 당사자들끼리 그룹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슬픔이 분노로 바뀌지 않도록 PTSS는 사고 이후 증상이 한 달을 넘지 않는 급성 스트레스로 그칠 수 있는가 하면 30년이 지나도록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마다 회복 탄력성이 다르고 증상도 다양하다”며 “같은 사고를 겪어도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나 여성, 노약자의 PTSS 증상이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은 ‘본인만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생존자들에게 ‘네 탓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보듬어줄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심리상담과 치료를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충격에 대한 심리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슬픔은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이선영 루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심리를 연구한 ‘대형재난사고 유가족의 생활경험 연구’ 논문에 따르면, 분노를 드러낸 유가족의 경우 사회적 관계 부적응과 상실감을 느끼는 정도가 더 심했다. 이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 이사를 간 가족도 다수였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분노가 응집돼 표출될 땐 정부에 대한 집단적 불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위험하다. 따라서 분노 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적극 치료받도록 주변에서 도와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치료받지 않은 PTSS는 10년이 지난 뒤에도 40%가량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천적으로 생긴 트라우마는 3대에 이르기까지 유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PTSS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때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안 교수는 “초기에 피해자들의 PTSS 정도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전문의에게 최소 한 시간 이상은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당시만 해도 심리치료를 전담하는 기관이나 전문의는 서울 몇 곳을 제외하곤 없었다”며 “주변에서 누가 권하는 사람도 없었고 심리상담 전문의를 따로 찾아갈 생각도 미처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조기에 심리치료를 받았더라면 회복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상담이 필요한 피해자들도 본인 스스로 심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는 드물다. 박 씨는 “살아남은 사람들은 ‘혼자만 살았다’는 죄책감, 동료를 잃은 슬픔 등으로 스스로가 심리상담에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며 “전문의, 봉사자들이 먼저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을 찾아가 손을 내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참사를 겪은 생존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유가족뿐만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장기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잠수부들의 PTSS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정신건강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재난구조작업에 참여한 잠수부들은 최대 40% 정도 PTSS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작업 도중 발견하는 부패한 시신들을 마주할 때의 충격 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홍삼남 제주의료원 진료부장(신경과 전문의)은 “이제 선체 인양 시기까지 장기수색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600여 명이 넘는 잠수부가 투입돼 있는 만큼 잠수부들의 심신을 전담할 의료 인력 또한 충분하게 파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PTSS·Post Traumatic Stress Syndrome)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으로 입은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트라우마(trauma)라고 한다. PTSS는 트라우마가 직접적 원인이 된 일련의 정신질환군(群)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보다 폭넓은 개념이다. 트라우마를 앓았던 당시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공포에 시달리고 우울증 공황장애 알코올사용장애 등을 동반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주기도 한다.최지연 lima@donga.com·이철호 기자안산=서동일 기자}

    • 2014-04-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립 PTSS센터 3년내 구축” 이번엔 믿어도 될까

    대형 참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고 생존자와 유가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국가 차원의 의료시스템은 전무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의 심리치료를 위해 ‘세월호 심리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엔 △피해학생 1인당 주치의 1인을 배정하고 △최소 3년간 피해자 및 경기 안산 주민에게 심리치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치료 대상이 안산 주민에 국한돼 있고,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2009년 5929명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PTSS 환자 수는 2012년 695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6741명)에는 다소 감소했지만, 올 들어 발생한 대형 사고들로 인해 환자 수는 대폭 늘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PTSS, 자살,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가 크게 늘기 시작하자 2006년부터 소방방재청 주관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재난심리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 등에서도 산발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조차 관련 제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참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피해자들의 심리적 외상을 진단·치료하고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PTSS 전문 치료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미 천안함 피격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 때부터 PTSS 전문 의료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대형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고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PTSS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1, 2차 세계대전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2005년) 등 대형 재난 사고가 잦은 미국에서는 1989년 보훈처 직속으로 국립PTSS센터가 설립됐다. 또 2001년 9·11테러 후에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직접 나서 재난 시 사고 대응과 심리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비판이 일자 복지부는 최근 국립서울병원에 ‘중앙심리외상지원센터’(가칭)를 설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종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안산 지역 전체가 이번 사고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면서 정부 차원의 관리시스템이 필요함을 절감했다”며 “세월호 피해자 치료 성과와 이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중앙심리외상지원센터를 3년 안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 2014-04-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