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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넘어 산이다. 남성들 입장에서 그렇다. 젊은 여성들은 물론 중년층까지 상반기에는 ‘유 대위’(KBS2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란 허리케인에 ‘중병’을 앓았다. 좀 낫나 했더니 이종석에 김우빈이 몰아쳤다. 그런데 또 휘몰아쳤다. 박보검이란 태풍이. 도대체 ‘구르미 그린 달빛’(KBS2)의 왕세자 이영(박보검)의 매력은 뭘까. 물론 작품의 흥행이 그만의 덕이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이 배우는 이리도 오글거리는 드라마를 찾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목소리, 얼굴 전문가 등의 분석을 통해 세자 저하의 번쩍이는 곤룡포를 스르륵 벗겨 봤다. 》①옥음(玉音·왕의 목소리)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박보검의 목소리는 성대진동 주파수가 평균 108메가헤르츠(MHz). 외모와 달리 중저음이다. 그런데 소리발성기관인 코에서 나는 비음이 많이 반영돼 부드럽고 매끄럽다. 배 교수는 “혀를 감아 치며 발음하는 말투가 있어 상대방에게 끌림(애착)을 느끼게 만든다”고 성문을 분석했다.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의 조동욱 교수는 음폭에 주목했다. 편차가 120MHz로 적어 신뢰감을 준다. 음성분석요소도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성대 떨림(지터 1.88%)과 힘을 싣는 방식(1.10 데시벨)이 규칙적이라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좋다. 조 교수는 “음성이 조화롭게 들리는지 살피는 배음비도 매우 훌륭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②용안(龍顔·왕의 얼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세련되게 조화를 이룬 얼굴.”(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장) 박보검의 얼굴은 딱 ‘무슨 형’이라 말하기 힘들다. 두상이 각지고 턱이 뾰족해 남방계에 가깝지만, 코가 길고 입술이 얇은 북방계 특징도 지녔다. 조 소장은 “어떤 국적이라 해도 어울리는 ‘범동양적’ 스타일의 국제적 외모”라고 평가했다. 권위적이지 않고 반듯한 인상은 요즘 가치에도 잘 부합한다. 코가 긴 편이지만 콧등이 낮고 코끝이 둥글어 친밀한 기운을 머금었다. 윗입술이 얇아 지적이면서도, 아랫입술이 두꺼워 차가워 보이지 않는다. 가는 쌍꺼풀과 얇은 피부는 여성스럽지만, 진한 눈썹의 남성성도 갖췄다. 조 소장은 “뚜렷한 생김새가 아닌데도 보는 이의 뇌를 절묘하게 자극하는 미남”이라고 말했다.③안정(眼精·왕의 눈빛) “여린 듯한데도 사연 있어 보이는 눈빛.”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말이다. 소년처럼 웃지만 왠지 슬픔이 담겨 있다. 연약하지만 내적인 강단을 지녔다. 이 때문에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해맑지만 꿋꿋한 석현 역이 무척 잘 맞았다. 윤 교수는 “캐릭터 ‘선구안’이 좋고 소화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도 박보검의 강점으로 “속내에 감춘 비밀을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보통 사연이 많으면 뭔가 감추는 인상을 주기 쉽다. 허나 그는 상대가 얘기를 건네고픈 기분을 전한다. 강 평론가는 “왁자지껄한 친근함이 아닌 조용히 밀담을 나누기 좋은 느낌”이라며 “tvN ‘응답하라 1988’의 택이 역시 ‘저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시청자가 먼저 다가서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④성덕(聖德·왕의 덕) 박보검은 인성(人性)이 좋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명지대 교수인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제자’ 박보검을 “예의가 바르고 스타라고 특별 대접을 바라지도 않는다”며 “스케줄 없을 땐 출석도 열심이다”고 말했다. 올해 3학년 첫 수업 때 누가 강단에 커피를 올려놔 기분 좋게 마셨는데, 알고 보니 그 제자는 박보검이었다. ‘구르미…’의 강병택 CP는 “겸손하지만 상당한 악바리”라고 했다. 2014년 KBS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의 윤후 역으로 출연했을 때 주연급이 아닌데도 오케스트라 지휘 장면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왔다는 것. 강 CP는 “지휘 경험이 있는 줄 착각했을 정도였다”며 “그때부터 박보검은 성공할 재목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떠올렸다.⑤즉위(卽位·왕위에 오름) 박보검은 김수현처럼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윤 교수) “모든 세대가 좋아할 이미지”(강 평론가) “시기가 문제일 뿐 충분히 갖춘 배우”(강 CP)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스승인 박 예술감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세밀한 호흡이 다소 달리고 발성은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범한 캐릭터를 만났을 때 잘 소화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배우로서 호흡과 발성은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고요. 그 대신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매우 훌륭합니다. 시청자들도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는 게 아닐까요.”(박 예술감독) 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잘생긴 남자가 쿠션(여성용 화장품)을 직접 바른다면?’ 20대 초반의 남성이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며 말한다. “촉촉한 건 일단 알겠습니다. (두 손으로 얼굴을 두드리며) 피부 되게 좋아 보이네.” 19일 오전 기준으로 조회수만 9만2000여 회에 이르는 동영상이다. 이 영상의 주인공은 소셜 스타 박모 씨(23). 그는 일반인이지만 50만 명에 가까운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이 영상에는 ‘뭘 해도 잘생겼네’ ‘바로 화장품 구매했습니다’ ‘광고 문의는 어떻게 하죠?’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연예인보다 친숙하고 신뢰감” 연예인 아닌 일반인 광고 모델이 뜨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수만,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소셜 스타다. 이들은 원래 자신들의 독특한 일상을 올리다 팔로어가 늘자 그 인기를 바탕으로 광고 영상까지 올리고 있다. 광고업계에선 광고 효과는 높고 광고비는 유명 연예인에 비해 적게 들어 이른바 가성비(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며 이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팔로어 10만 명에 달하는 또 다른 소셜 스타 이모 군(18)은 “한 달에 60∼70건의 광고 제안을 받는데 건당 10만∼50만 원 정도 받는다”며 “팔로어 수나 인지도에 따라 광고 단가는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선택적으로 광고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그의 한 달 수입은 200만 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소셜 스타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기획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메이저 광고대행사와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고품질 영상이 광고 콘텐츠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소셜 스타들이 등장하는 영상은 친숙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어 광고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규정 위반 콘텐츠에 해당” 소셜 스타들은 광고의 경우 영상 첫머리에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을 쓴다는 것을 명시하고 진행한다. 하지만 가끔 광고가 아닌 듯 일상생활을 보여주면서 사실은 협찬을 받는 사례도 있다. 주로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소셜 스타 김모 씨(20)는 “대형 치킨업체의 협찬 요청을 받고 그 업체의 신제품을 자연스럽게 먹는 영상을 올려 30만 원을 받았다”며 “팥빙수 가게나 빵집 등 다양한 음식점에서 협찬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런 협찬은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광고같지 않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페이스북코리아에 따르면 소셜 스타들이 개인 계정에 올리는 광고나 협찬용 콘텐츠는 모두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이 회사의 박상현 매니저는 “소셜 스타들이 올리는 광고성 콘텐츠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일일이 삭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사용자들의 신고로 광고나 협찬이 확인되면 바로 계정을 삭제한다”고 말했다. ※소셜 스타(social star)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팬층을 거느린 일반인 유명인사를 가리킨다. 이들이 업로드한 콘텐츠를 받아보기 위해 계정을 팔로하는 사람이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십만 명에 이른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일본 군함도부터 사할린, 그리고 백두산까지 한국 근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지역을 국민 MC 송해가 찾아간다. 송해가 먼저 찾은 곳은 강제 징용의 상처가 서린 일본 군함도.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0년대에 약 800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으로 끌려간 지옥섬 군함도에 도착한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돼 지금은 관광명소가 된 섬에서 송해는 ‘나그네 설움’을 노래한다. 광복 이후 귀향(歸鄕)하지 못하고 나가사키에서 원폭 피해자로 살아야 했던 권순금 씨(91·여)의 사연도 소개된다. 자신뿐 아니라 남편, 어머니, 동생들까지 원폭 피해를 입은 권 씨는 송해와 제작진의 방문에 환하게 웃어 보였다. 죄인들의 섬, 러시아 사할린에도 조선인의 아픈 역사는 존재했다. 사할린에서 송해는 탄광과 조선소에서 밤낮없이 일해야 했던 김윤덕 씨(94)를 만난다. 이번 여정의 종착지는 한반도의 가장 높은 땅, 백두산. 천지와 마주한 그곳에서 부르는 송해의 ‘아리랑’을 들을 수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오늘 하루는 다 잊고 나랑 충전하자.”(캔디) “좋아. 근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경수진) “너무 아쉬워. 우리 마음의 배터리는 더 채워져 가고 있는데….”(캔디) 비밀친구 캔디의 간지러운 말에 배우 경수진(29·여)의 두 볼은 붉어진다. 여느 때처럼 무료한 주말을 맞을 뻔했던 그녀는 이름 모를 친구와의 통화로 간만에 설레는 하루를 보낸다. ‘폰중진담’을 표방하는 tvN의 새로운 예능 ‘내 귀에 캔디’의 한 장면이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 이후 4회까지 방영됐다. 배우 장근석(29)과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42), 배우 지수(23) 등이 나와 화제를 모았다. ‘내 귀에 캔디’는 첫 방송 3일 만에 예능·드라마 중 관심 높은 프로그램 1위,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포맷은 독특하다. ‘캔디’는 일상의 감정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비밀친구다. 단, 캔디의 이름과 나이, 직업, 용모 등은 출연진뿐 아니라 시청자도 알 수 없다. 출연자와 비밀친구 캔디는 친밀감을 위해 존댓말은 하지 않으며 통화 시간은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가 닳을 때까지로 제한된다. 제작진은 “휴대전화 연락처는 1000여 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는 3000명이 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어 허전해하는 현대인의 세태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목소리로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사이지만 출연진과 비밀친구는 빠른 시간 내에 진심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장근석은 첫 번째 캔디였던 유인나와의 통화에서 배터리가 절반 이상 닳았을 때쯤 속 얘기를 털어놓는다. “5∼6년 전 정말 바빴을 때, 1분 1초가 세상에서 제일 아까웠고 한 달을 10배로 늘리고 나를 10명으로 나누고 싶었어.” 캔디 역할의 유인나도 마찬가지다. “이 일 하면서 자기애(自己愛)가 떨어진 때가 있었어. 대중의 시선으로 나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더라고. 이거 진짜 심각한 일이다 싶더라고.” 배우 지수와의 통화를 끝낸 개그우먼 이세영(27)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개그우먼이라 때로는 과장을 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는데, 편견 없이 오로지 대화로만 진심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애청자 직장인 김모 씨(25)는 “방송을 보며 캔디처럼 진심을 터놓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송에서 ‘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술 마시는’ 이른바 ‘혼방’이 주를 이뤘다면 ‘내 귀에 캔디’는 1인 가구의 외로움과 소통, ‘관계에의 욕구’에 초점을 맞춘다. 연출을 맡은 유학찬 PD는 “누군지 알지 못하는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때 누구보다도 솔직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지구에서 95광년 떨어진 별 ‘HD164595’에서 신규 영입된 에이전트31(장선희 기자)과 에이전트9(이지훈 기자). 시차 적응이 되기도 전, ‘지구에 잠입한 외계종족을 색출하라’는 임무를 받고 무작정 짐 보따리부터 푸는데…. 6일 서울의 ‘패션1번지’ 명동의 한 커피숍, 창 너머로 보이는 지구인의 생김새부터 분석하기로 했다. “지구인 여성들은 유독 발그레한 귓불을 갖고 있으며….” 에이전트31이 노트에 끼적이는데 본부의 모든 보고서를 섭렵한 에이전트9가 난데없이 낚아챘다. “귓불이 어떻다고? 여기는 명동! 수상한 종족을 발견했다, 오버.” 》 명동을 배회하던 중, 수상한 광고 하나를 발견했다. “미미치크(귀치크)란? 생기 있고 러블리한 페이스를 연출해줘요. 남심 저격 빵야빵야!”(한 화장품 브랜드 홍보문구) ‘저거면 남심이 저격된단 말이렷다….’ 넋 놓고 구경하던 미혼 에이전트9의 등짝을 내리치며 갈 길을 재촉하는 에이전트31. 최근 지구에서 논란이 된 사진 한 장을 입수했다. 아이돌 출신 설리와 구하라가 ‘존슨즈베이비’ 로고가 새겨진 핑크색 티셔츠에 들어가 서로를 껴안은 모습. 하의는 실종됐고 표정은 다소 야릇한 이 사진은 ‘롤리타 추종’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설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삭제했지만 일부 여성 커뮤니티와 맘 카페가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존슨즈베이비 본사와 그를 모델로 기용한 외국 화장품 브랜드 회사에 “설리를 모델로 내세우면 제품을 보이콧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내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런 메이크업, 사진이 바로 롤리타 추종이죠.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는 게 더 혐오스러워요. 아이들이 보고 따라할까 겁나요.”(30대 주부 임모 씨) 비단 연예인한테만 롤리타 추종 화살이 향하는 건 아니다. 유튜브에 ‘인간 복숭아 화장법’을 소개한 뷰티 유튜버 ‘곽토리’는 롤리타 항의가 이어지자 사과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요소가 불편할 수 있는 부분과 겹쳐 보일 수 있을 거란 걸 미처 생각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한쪽에선 ‘롤리타 룩’ ‘롤리타 패션’이란 이름으로 물건을 팔고, 다른 쪽에선 잘못된 성적 환상을 준다며 혐오한다. 이렇게 복잡한 별이라니. ‘시차 적응 전에 다시 가방 싸서 튈까’ 고민했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둘. 귀빨간족, 이른바 롤리타 패션 마니아와 명동 뒷골목에서 접선을 시도했다. “전 평범해요. 테니스 치마나, 세일러복 블라우스를 즐겨 입어요. 소녀 같은 이미지가 좋아서요. 성도착증과는 제발 연관 좀 시키지 말았으면 해요.”(한모 씨·23)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를 만나봤다. “페미니스트적 성향을 갖고 있거나 독립적이어도 겉으로 그걸 공개하기는 쉽지 않은 사회예요. 대외적으로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귀엽고 통제 가능한 여성처럼 보이고 싶은 이중적인 여성 심리가 반영된 거죠.”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나이 든 여성을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젊고 어린 것이 좋다는 이미지를 알게 모르게 수용하는 거고요. 아직까지 여성들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사회가 여성들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나 시선에 부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죠.” 소녀 이미지가 선망되는 사회를 좀 더 들여다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릴 즈음 에이전트2와 41이 길 건너편에서 쑥덕이고 있는 게 아닌가. 저들은 왜 저기서….(다음 회에 계속) :: ‘롤리타(lolita)’ ::1955년 출간된 러시아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제목이자 주인공 험버트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사춘기 소녀의 이름이다. 어린 소녀에게 느끼는 성적 욕망을 가리키는 ‘롤리타 콤플렉스’는 이 소설 제목에서 유래했다.롤리타는 수동적이고 성숙하지 않은 소녀 같은 여성을 뜻하는 말로 발전했으며 관련 패션, 화장법 등이 1990년대 일본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장선희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지난달 24일 정오. 직장인이 놓칠 수 없는 점심시간이지만 배보다 ‘사랑이 더 고픈’ LG유플러스 남녀 직원 90여 명은 서울 용산구 본사 지하 2층 강당에 속속 모여들었다. ‘연애 잘하는 팁(tip)’을 배울 수 있다는 이날 강연의 주제는 ‘매력 있는 사람들의 연애 feel(필)살기’였다. 강사로 나선 연애코치 이명길 씨는 말했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대사처럼 사랑은 물드는 겁니다. ‘대시’ 말고 ‘접근’을 해보세요. ‘어? 이 사람이 나에게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만 관심을 보이세요.” 강연을 들은 사원 김모 씨(28)는 “자신감을 갖고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고 말했다. ○ 말과 글로 연애 배우는 ‘연애 학습족’ 연애를 경험보다 강의로 배우는 ‘연애 학습족(族)’이 등장하고 있다. 기업 관공서 대학 등은 직원과 학생을 위해 잇달아 연애 강좌를 열고 있다. 연애 강좌에서는 주로 ‘연애능력평가’ ‘연애 잘하는 노하우’ ‘남녀 간 소통의 차이’ 등을 가르친다. 삼성, LG, SK, 기아자동차, 신한은행 등 대기업과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 동대문구 등 관공서는 연애 강좌를 열었거나 개최할 예정이다. 기업 관계자는 “직원들이 연애, 결혼을 하면 업무적으로도 안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마련한 연애 강좌를 들었다는 양모 씨(30·여)는 “친구와의 대화로는 답을 얻을 수 없어 전문가의 실질적 조언을 듣고 싶었는데 만족스러웠다”고 평했다. 인하대에서는 7일부터 ‘행복한 남과 여’라는 주제로 정식 교양 강의를 진행한다. 서울대는 2012, 2013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친구 사귀기’라는 제목의 강연을 마련한 바 있다. ‘매력 있는 사람이 되는 법’ ‘이성과의 소통 방법’ 등 사실상 연애 방식이 주요 주제였다. 한 대학 관계자는 “관계에 서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학생들이 주된 수요층”이라고 말했다. 연애를 가르치는 일을 업(業)으로 삼는 직업도 생겨났다. 2013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직종별 직업사전’에는 연애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연애코치’가 정식 직업으로 등재됐다. 이명길 씨는 “일대일 과외를 받으려는 사람도 많고, 6개월간 상대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분석해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같은 ‘연애정보회사’ 등장 ‘영화처럼, 시작하세요.’ 한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광고 문구다. 20, 30대 남녀를 영화관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주는 ‘연애정보회사’가 올린 것이다. 자신과 이상형의 나이, 직업, 출신 대학, 키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만남을 주선해준다. 2월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의 신청자는 1700명을 넘었다. 대학생 한모 씨(26)는 “연애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겠고 지인에게 소개해 달라고 하기도 쉽지 않다”며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면서 처음 만나는 설정이 인위적이지 않아 좋았다”고 말했다. 연애를 하고 싶은 이들이 관계의 실마리를 손쉽게 찾도록 돕는 셈이다. 남궁기 연세대 정신의학교실 교수는 “젊은 세대는 실수에 가혹한 사회 분위기에서 거절과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애 능력을 쌓는 것마저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우리가 더 행복하게 해줄게. From V.I.P(빅뱅 공식 팬클럽)’ 지난달 20일 오후 6시경 빅뱅 10주년 기념콘서트가 열린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중국 상하이에서 온 왕웨이시 씨(22·여)는 이런 글귀가 쓰인 노란색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지드래곤 팬인 그는 “중국 콘서트도 갔지만 한국에서 더 특별한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주저 없이 예매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많은 해외 팬이 몰려들어 공연장에선 각양각색의 외국어를 들을 수 있었다. 바야흐로 ‘글로벌 아이돌’의 시대다. 엑소(EXO)의 팬클럽 규모는 중국, 일본을 포함해 370만 명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 아시아에 국한됐던 해외 투어는 4, 5년 전부터 미주, 유럽 대륙으로 뻗어나갔다. SM타운의 2011년 프랑스 파리 공연은 ‘한류의 세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한국 가수 최초로 현지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고, 공연을 추가해 달라는 현지 팬 수백 명의 플래시몹 시위로 공연이 당초 1회에서 2회로 늘었다. 빅뱅은 2008년에 이어 지난해 두 번째 월드 투어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호주 등 15개국에서 150만여 명을 모았다. 국내 콘서트를 보러 방한하는 팬들도 이젠 자연스럽다. YES24 관계자는 “빅뱅이나 엑소의 경우 해외 구매가 기본이 1만 장 이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팬덤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페루에 사는 록사나 살라사르 키스페 씨(25·여)는 2011년 쿠스코 한국문화원에 처음 등록했다. 슈퍼주니어와 빅뱅의 팬인 그는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번역 없이 이해하고 싶었다”며 “문화원에서 한글과 음식, 역사 등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아이돌은 한류의 첫 성공작”이라며 “팬덤이 형성되면서 한글 음식 의류 등 한국 문화 전체가 아이돌 콘텐츠의 형태로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잠 좀 자고 싶어요.” 걸그룹 소녀시대의 리더 태연은 7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휴대전화 통화 목록을 캡처한 사진 속엔 9일 밤부터 10일 오전 6시 반까지 끊임없이 걸려온 전화번호가 빼곡했다. 이른바 ‘사생 테러’다. 아이돌은 인기를 먹고산다. 허나 그만큼 괴로운 일도 많다. 사생팬들의 일상 침범은 도를 넘어섰다. 누리꾼들이 “하드코어 아이돌 팬덤”이라 부르는 사생팬은 ‘연예인을 밤낮없이 쫓아다니는 극성팬’을 일컫는다. 한때 동방신기 사생팬이었던 신모 씨(24·여)는 “공개방송 직후 택시를 타고 오빠들의 뒤를 쫓은 게 사생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사생팬도 두 부류가 있다. 아이돌 숙소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숙소파’와 하루 30만 원에 택시를 빌려 스케줄에 따라 졸졸 쫓아다니는 ‘사택(사생택시)파’. 보이그룹 ‘갓세븐’의 멤버 잭슨은 1일 중국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다 사생팬이 탄 차량과 교통사고가 나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아이돌 팬덤에서 꼽히는 또 하나의 역기능은 지나친 ‘조공 문화’다. 조공은 아이돌 문화에선 ‘팬이 연예인에게 금전적 선물을 주는 일’을 뜻한다. 지난해 12월 아이돌 한 멤버는 명품 시계와 구두, 태블릿PC를 포함해 약 3억 원어치의 생일선물을 받아 논란을 빚었다. 최근엔 ‘연예인 조공’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요즘은 조공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조공 알바’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마크 웹 감독의 ‘500일의 썸머’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청년과 사랑에 운명 따윈 없다고 여기는 여성의 500일간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 영화다. 2009년 작품이지만 올해 6월 재개봉해 14만여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지난해 11월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도 32만여 명이 관람해 2005년 첫 개봉 당시(16만여 명)보다 두 배나 많은 관객을 모았다. 시간이 흘러도 좋은 영화의 가치는 여전한 것일까. 요즘 영화계에 ‘현대판 고전’ 재개봉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2011년 4편이던 재개봉 영화가 2012년 8편, 2013년 28편, 2014년 61편, 2015년 107편으로 5년 만에 2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이달 22일까지 43편이 재개봉했다. 재개봉 영화 중 단연 비중이 높은 것은 드라마와 멜로 장르다. ‘이터널…’이 재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지난해 11월 이후 재개봉한 영화의 80%(66편 중 53편)가 드라마 혹은 멜로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진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장르 중복 포함), 드라마는 53%로 1위, 멜로·로맨스가 24%로 2위를 차지했고 액션(21%), 애니메이션(14%), 코미디(14%) 순이었다. 이는 요즘 영화계의 드라마·멜로 기피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흥행이 어려운 멜로 영화에 대한 제작 투자가 줄어든 대신 재개봉 영화가 멜로에 대한 관객의 수요를 충족시켜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은 음향 효과와 3D, 4D 등 영상기술이 발달하면서 볼거리가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각광받는 시대”라며 “멜로, 로맨스 장르 영화에 대한 투자나 제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를 만든 허진호 감독은 “멜로·로맨스 장르는 이미 TV 드라마에서도 넘치는 데다 영화라는 매체와 더는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싶다”며 “액션, 판타지 멜로 등 장르적 변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개봉 영화의 수익도 짭짤한 편이다. 이 영화들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1만 명 안팎. 이미 사들인 판권을 활용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판권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개봉 영화 열풍의 그늘도 있다. 대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심한 가운데 재개봉 영화까지 인기를 얻자 새로 선보이는 다양성 영화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다는 점이다. 회사원 유모 씨(27)는 “재개봉 영화는 저예산 영화도 아닌데 보통 다양성 영화관을 빌려서 재개봉된다”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줄고 관객, 배급사, 제작자의 안목 수준이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대한민국의 ‘아재’가 달라졌다. 국어사전에 오른 아재의 뜻은 짧고 명료하다. ‘아저씨의 낮춤말.’ 주로 중년 남성을 예사롭게 부르는 이 말엔 10년 전만 해도 꽤나 폄하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2016년 한국사회에서 아재는 상반된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대중문화 분야의 유행어 ‘아재파탈’ ‘아재개그’ 등을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아저씨한테서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고 그들의 농담 코드를 받아들인다. 심지어 20대 초반 걸그룹 여성이 스스로를 “아재스럽다”고 칭하며 털털하고 편안한 성격임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를 보면 이런 성향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과 최근 2일간 1000명에게 모바일 설문을 벌인 결과, ‘아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촌스럽다”(35.5%)와 “다정하다”(27.2%)가 “답답하다”(9.8%)나 “권위적이다”(8.9%)보다 3배가량 높았다.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면이 있어도, 아재 하면 소통에 취약한 ‘꼰대’를 떠올리던 과거와 달리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다. 바뀐 것은 이미지뿐만이 아니었다. 이 시대 아재들은 ‘외모’부터 달라졌다. 엠브레인 설문조사에서도 43.9%가 ‘요즘 아재들은 과거보다 미용이나 패션에 훨씬 신경을 많이 쓴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28%에 그쳤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금 아재들은 소비문화가 절정이던 1980, 9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다 보니 중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회 문화적 주체로 활동한다”고 분석했다.● 오빠보다 더 멋진 아저씨… ‘아재파탈’ 매력에 열광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재우 씨(47)는 최근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큰누나네 조카가 자신을 자꾸만 ‘아재’라고 불렀기 때문. 서울 출신이라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몇 번 웃어넘기다가 결국 기분이 상해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고 점잖게 타일렀다. 그랬더니 중학생인 조카는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 대꾸했다. “삼촌, 뭘 모르시네. ‘아재’는 좋은 뜻이에요. 요새는 멋진 아저씨를 아재라 불러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아재는 이제 낮춰 부르는 말이 아니다. 최근엔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크다. 옛날 같으면 ‘꽃미모’가 아니라서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중년 연예인들이 ‘소년보다 아재’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생활로도 확장됐다. 엠브레인 설문조사에서 34.2%가 “주위에 ‘아재파탈’이라 부를 만한 중년 남성이 많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2016년 한국은 왜 아재에 열광하고 있을까. 진짜 우리 사회의 아재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온 것일까. 대중문화와 SNS에서 촉발된 아재 열풍 전문가들은 최근 아재 신드롬은 주로 대중문화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있다. 이전에도 온·오프라인에서 아재란 표현을 써 왔지만, 아재와 옴파탈(치명적 매력을 가진 남성)이 결합한 아재파탈이란 신조어가 등장하며 폭발력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1∼3월 방영했던 tvN 드라마 ‘시그널’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은 아재파탈의 ‘원조국밥’에 해당한다. 기존 한국 드라마 속 남성 주인공은 주로 탁월한 외양을 기본으로 근사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우위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조진웅이 연기한 형사 이재한은 비교적 평범한 외모에 인간적이면서도 불의에 맞설 줄 아는 캐릭터였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40대 조연 이미지가 컸던 그가 화려한 스타성에 기대지 않고 단단한 연기력과 친근함만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단 뜻에서 아재파탈이란 찬사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이후 아재파탈은 광범위하게 회자됐다. 울퉁불퉁 근육질 몸매와 달리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마동석,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까칠하지만 잔정을 드러낸 배우 이서진 등에게도 ‘아재파탈’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렇다 보니 유행에 기대 여기저기 갖다 쓰는 ‘범람’ 현상까지 보인다. 다양한 주제로 연예인 순위를 매기는 tvN 예능 ‘명단공개 2016’은 5월 ‘오빠보다 매력 터지는 아재파탈 스타’에서 배우 정우성이나 에릭도 아재로 뽑았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초기 아재파탈은 진짜 아저씨이면서 매력 있는 이를 지칭하는 용어였지만 최근엔 기존 꽃미남까지 나이만 좀 있으면 다 아재파탈로 엮는 ‘남용’이 생겨났다”고 했다. 아재파탈과 함께 아재 열풍을 이끈 또 하나의 키워드는 ‘아재개그’다. 원래 아재개그는 흔히 ‘쌍팔년도 개그’라 불렀던 철 지난 언어 유희를 가리켰다. ‘늘 배고픈 나라는 헝가리’, ‘제일 오래된 다리는 구닥다리’라는 식이다. 주로 중년 아저씨들이 즐기는 말장난이 재미없고 고루하단 비하의 뜻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만나며 아재개그는 ‘환골탈태’의 상황을 맞았다. 호흡이 긴 문장보단 짤막한 글을 선호하는 SNS에서 간단명료한 말장난은 궁합이 잘 맞는 놀이였다. 이는 아재 연예인의 개그도 새로이 조명받는 밑거름이 됐다. 대표적 사례가 가수 김흥국이다. 사실 그는 오랜 세월 비슷한 어투로 농담만 반복하는 막무가내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개그맨 조세호에게 던진 “안재욱 결혼식 때 왜 안 갔어” 한마디로 ‘흥궈신(흥국+예능 신)’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사실 이 ‘맥락 없는’ 대화는 지난해 벌어진 일이지만, 온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소비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엠브레인 조사 ‘아재 하면 떠오르는 연예인’ 질문에서도 김흥국이 50.8%의 지지를 얻으며 조진웅(19.7%) 마동석(11.5%)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기성세대 풍자 강하지만 소통의 기회 될 수도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아재 홀릭(holic)’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을까. 일단 아재의 ‘쪽수’가 확연하게 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정자치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40, 50대 남성은 870만여 명. 417만 명을 살짝 웃돌던 1990년보다 453만 명이 늘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남성 전체 인구는 1990년 2178만 명에서 2015년 2576만 명으로 398만 명밖에 늘지 않았다. 다른 연령대가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는 동안 ‘아재’들이 잔뜩 불어난 셈이다. 아재의 양적 확산은 같은 연령대 여성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40, 50대 여성인 ‘아줌마’는 1990년 478만 명에서 2015년 848만 명으로 370만 명 정도가 늘어났다. 25년 동안 아재가 아줌마보다 84만 명이 더 많아진 것이다. 1990년엔 아줌마가 아재보다 61만 명이 많았는데, 2015년엔 오히려 아재가 아줌마보다 22만 명이나 더 많아졌다. 인구 증가에 비례해 사회적 영향력도 자연스레 커졌다. 2012년 대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50대 투표였다. 예전 같으면 대중문화에서 주류에서 밀려났던 40, 50대가 지금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대중문화는 과거엔 10, 20대를 주류로 보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젠 다양한 계층이 목소리를 내는 시대”라며 “현재의 중년은 TV와 영화, 가요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주류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에서 변방으로 취급됐던 아재의 목소리가 커질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우리 사회에서 아재의 위상까지 올려놓았다고 보긴 아직 힘들다. 아재파탈, 아재개그와 비슷한 시기에 크게 유행한 ‘개저씨’란 신조어만 봐도 알 수 있다.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주로 약자에게 ‘갑질’ 하는 중년 남성을 뜻하는 이 말은 우리 사회가 아재를 ‘꼰대’로 보는 시각 또한 여전함을 짐작게 한다. 실제로 엠브레인 조사에서도 ‘아재가 지닌 단점’(복수 응답)에 대해 ‘시대에 뒤처진다’(64.0%)와 함께 ‘소통이 부족하다’(55.8%) ‘고집이 세다’(44.4%) ‘자기 중심적이다’(33.2%)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사회학자는 “현재 아재 코드는 존경보단 기성세대에 대한 풍자의 의미가 강해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TV나 인터넷에서 아재에 주목하는 이유도 지금 이 순간 ‘상품 가치’가 높기 때문일 뿐이란 의견도 있다. 아재의 사회적 인식 변화에 반응한 게 아니라 대세를 좇았단 얘기다. 실제로 파일럿으로 화제를 모은 뒤 26일부터 정규 편성된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나 순간 최고 시청률이 7%를 넘으며 화제몰이 중인 채널A ‘아빠본색’을 보면 대중문화가 아재를 소비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보여 준다. 김흥국 김구라 김건모 등 아재 연예인들은 최신 트렌드에 익숙하지 않고, 헛헛한 농담을 즐기며,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예능 PD는 “요즘 아재 소재의 유행은 단발성 화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물의를 일으키는 아재 연예인이 나오거나 중년 남성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생기는 순간 거품은 그대로 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풍조가 어려웠던 세대 간의 소통 창구를 마련할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카에게 아재라 불렸던 김재우 씨는 “오해가 풀린 뒤 옛날에 유행했던 말장난을 몇 개 들려줬더니 조카가 엄청 좋아했다”며 “왠지 모를 공감대를 형성한 기분이었다”고 귀띔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아재 문화가 하나의 고유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쩌면 아재 신드롬은 의도했건 아니건 누군가가 다른 세대에게 내민 손일 수도 있다. 그걸 굳이 내칠 까닭은 딱히 없지 않나. ‘나는 아재 마흔 넘은 아재/결혼도 안 했고 집도 없지만/걱정은 No 나만 믿어 봐/한 번만 털어주면 다 쓰러지니까… 내가 부끄럽니/내가 실수했니/나는 너희가 좋아/우리랑 계속 놀아 주라.’ (그룹 노라조의 노래 ‘아재’에서)정양환 ray@donga.com·김정은·이지훈 기자}

반라의 여성이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고 있다. 짧은 바지에 10cm 하이힐을 신은 그는 의자에 기대어 바닥을 응시한다. 벽에는 그림자가 드리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 사진의 주인공은 언뜻 보아선 전문모델 같지만 사실은 직장인 최모 씨(30·여)의 사진이다. 모두가 볼 수 있게 설정해 놓은 이 사진에는 2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그는 “요즘 다들 자기 벗은 몸을 찍어서 올리니까 한번쯤은 찍어보고 싶었다”며 “벗은 몸을 아름다운 작품이라 여기기에 부끄럽거나 수치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벗은 몸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이른바 ‘온라인 누드족(族)’이 많아지고 있다. 여성의 ‘벗은 몸’을 ‘성적 대상’이 아닌 ‘미적(美的)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또 젊고 아름다울 때의 몸을 간직하자는 자기만족 측면도 있다. 2, 3년 전만 해도 20대 후반, 30대 초중반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셀프 누드촬영’은 최근엔 20대 초반뿐 아니라 10대 후반의 미성년자에게까지 퍼지고 있다. 취미로 일반인 누드사진을 촬영한다는 직장인 이모 씨(32)는 “20대 초반의 여성들도 높은 수위의 촬영을 원한다”며 “지난달에는 19세 고등학생에게도 연락이 온 적이 있는데 미성년자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손쉽게 ‘누드 사진’을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세미누드’로 검색하면 2만672개(21일 정오 기준)의 게시물이 뜬다. 대부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사진이다. 자신의 반라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전체 공개’로 게시한 한모 씨(23·여)는 “악성 댓글도 많지만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를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12년 차 사진작가인 이재준 씨(35)는 “1년에 50건 정도 촬영한다”며 “외설적인 느낌보다는 신체의 곡선미에 초점을 맞춰 예술 작품처럼 찍기 위해 신경 쓴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있다. SNS에 올라온 누드 사진을 보고 ‘온라인 성희롱’을 하는 이들도 있다. 회사원 안모 씨(30·여)는 “몇몇 사람이 누드사진을 보고 ‘저 여자는 가벼울 것’이라고 치부하고 함부로 대하는 건 정말 불쾌하다”고 말했다. 배규한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면이 불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외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사진을 통해 자기만족을 느끼며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행위”라며 “여성의 벗은 몸에 대한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 차별적인 시각을 고발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주부 이보라 씨(33)는 2월 딸을 출산한 이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수입이 크게 줄어들자 이 씨는 생활용품의 ‘가성비’(가격 대 성능 비율)가 높은 제품으로 모두 바꿨다. 휴지, 여성용품, 우유, 치즈, 면봉…. 대다수의 제품을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바꾼 후 생활비를 3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싼 게 비지떡’이란 표현은 이제 옛말이다.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더 늘어난다는 ‘베블런 효과’도 맥을 못 추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 싸고 양 많은 제품을 찾아 쓰는 ‘반(反)베블런족’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손유진 씨(37·여)도 혼자 살지만 씀씀이가 커 3인 가족 수준의 생활비를 수년간 유지해왔다. 그는 지난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성비 갑(甲) 아이템’이라는 글을 접한 뒤 품질 좋은 가성비 물품 위주로 소비 패턴을 바꿨다. 그는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 원칙을 세운 후 한 달에 생활비를 20만∼30만 원 정도 줄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합리적 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기업 역시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성능이 좋은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NO BRAND)’ 제품이 대표적이다. 홈플러스의 리스토란테 피자(5000원), 호주산 빈야드 와인(5900원), 워셔액(900원), 잡화 백화점이라 불리는 다이소에서 월평균 6만9000개를 판매한 조롱박형 화장퍼프(2000원)와 데이터 케이블(2000원) 등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갑’으로 꼽히는 아이템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현재 노브랜드의 판매 상품은 총 360가지에 이른다. 매장 관계자는 “가장 많이 팔린 노브랜드 제품은 ‘깨끗한 물티슈 100매’(800원)로 상품 출시 후 지난달까지 총 635만 개나 팔렸다”며 “일반 제조업 브랜드 제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가격 경쟁력이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성비의 개념도 단순히 값에 비해 좋다는 수준을 넘어 ‘좋으면서도 싼 것’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성비 열풍의 한 원인으로 명품시장의 대중화를 꼽고 있다. 명품에 대한 향유가 이전보다 흔해지면서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 또 획일화된 욕망보다는 자신만의 개성과 실속을 찾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남궁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 소장은 “저성장 시대에 수입 자체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대개 소비와 소비 자체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줄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서로 공유하며 이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나가고 있는 가성비 바람은 단순히 최저가 상품 검색이 아니라 최고의 성능을 찾아가는 현명한 소비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높게 평가하면서 나타난 풍조”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이지훈 기자 }

“우리 세대는 가수가 하고 싶다고 하면 ‘네가 딴따라냐’라는 소릴 들었지만 요즘은 달라요. 스타가 되지 못하면 업소에서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 시대도 아닙니다.” 소녀시대 태연, 샤이니 온유, 엑소 카이…. 이름만 말해도 탄성을 자아내는 스타를 키워낸 사람이 있다. 스타가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 ‘대장’이라 불리는 솔플러스 프로젝트의 이솔림 대표(46)를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2002년부터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아카데미의 대표로 일했다. SM아카데미는 가수, 연기자, 작곡가 등 엔터테이너를 양성하는 일종의 교육 기관이다.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많은 아이들이 이곳 아카데미를 거쳐 데뷔했다. 12년간 몸담았던 SM을 나온 그는 2013년 독립해 솔플러스를 차렸다. “SM 아카데미는 간판 때문인지 아카데미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그래서 꿈을 꾸는 아이들이 모여서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솔플러스는 4개월마다 20명의 아이를 뽑아 보컬, 연기, 댄스, 작곡 등을 가르치고 매년 한 번씩 공연 쇼케이스도 연다. 올해 쇼케이스는 8일 열렸다. 총 16팀, 54명의 아이가 나와 무대를 장식했다. SM, YG, 큐브, 로엔 등 대형 기획사 관계자 20여 명도 참석해 2시간 넘게 이어진 아이들의 공연을 봤다. “쇼케이스가 끝나고 몇몇 기획사에서 10명 정도의 무대를 다시 보고 싶다고 전해왔어요. 꿈을 펼치는 공간뿐 아니라 실제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물론 그도 아이돌 스타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잘 안다. 그렇기에 ‘스타 만들기’가 솔플러스의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케이팝 등 한류의 확산으로 대중문화는 유망 산업이 됐고 기획자, 보컬 트레이너 등 관련 직종도 다양해 아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100명이 도전해도 1명이 될까 말까 한 게 이 바닥이에요. 하지만 작곡, 노래, 춤 등 자기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다 보면 다른 쪽으로도 길이 열릴 거라 확신해요. 가수 준비가 아니라 대중문화, 대중음악에 대한 공부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솔플러스의 두 번째 쇼케이스가 열린 8일은 사실 이 대표의 생일이었지만 아이들 쇼케이스 무대를 봐주느라 김밥 두 줄로 생일을 보냈다. 그는 “생일날 케이크는 못 먹었지만 아이들 공연을 보며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며 “제2의 태연, 온유가 될 아이들을 보며 엄마 미소 짓는 게 요즘 제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꿀잼, 맴찢, 무공해를 주제로 한 ‘착한 콘텐츠’를 보내 주세요!” 채널A가 개국 5주년을 맞이해 ‘제2회 착한 콘텐츠 공모전’을 실시한다. 채널A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발칙한 감동’을 주는 콘텐츠를 발굴할 예정이다. 소재에 제한은 없으며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웹 드라마, 창작 애니메이션 등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도록 콘텐츠 주제어로 ‘꿀잼’(‘상당히 재밌다’는 뜻의 신조어), ‘맴찢’(‘마음이 찢어진다’는 뜻의 신조어로 슬픔, 감동을 표현)을 선정했다. 2013년 열렸던 제1회 공모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기획안이 아닌 영상 콘텐츠를 받아 시청자가 직접 수상작을 만나볼 수 있다. 대상 1편에는 1000만 원, 최우수상 1편에는 500만 원, 우수상 2편에는 300만 원 등 총 14편의 수상작을 선정해 상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개인, 단체, 외주 제작사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콘텐츠 접수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두 달간 진행된다. 제출 방법 및 자세한 사항은 채널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구부정한 허리, 초점 없는 눈동자의 한 여인이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온다. 백발의 상궁들은 그 앞에 엎드려 오열한다. “이제 오셨습니까! 아기씨.” 하지만 3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여인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영화 ‘덕혜옹주’(3일 개봉)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허진호 감독(53·사진)은 2007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한국사 전(傳)’의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 편을 보면서 이 장면을 구상했다. 허 감독은 쉰 살의 덕혜옹주와 늙은 상궁이 재회하는 모습을 영화 속 최고 장면으로 꼽았다. 영화 ‘덕혜옹주’는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벌써 116만 관객을 모았다. 조선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는 열세 살에 일본에 끌려가 일본인과 정략결혼을 하고 정신병원에 갇히는 등 비참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덕혜는 비극적 운명의 개인이었을 뿐, 위인은 아니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했던 덕혜가 과연 대중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허 감독은 고민했다. 그는 “2009년 소설 ‘덕혜옹주’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걸 보면서 덕혜가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구나 싶어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고민이 많아서였을까. 시나리오도 많이 바뀌었다. 영화에서 덕혜의 약혼자이자 독립운동가, 훗날 덕혜를 귀국시킨 기자로 나오는 김장한(박해일)이 그렇다. 실제로 옹주와 약혼했던 김장한, 그의 형으로 서울신문 기자가 된 김을한,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청천 장군 등 세 명을 ‘김장한’이라는 한 인물에 녹였다. “김장한의 시점에서 풀어 나간 영화였기에 그를 좀 더 극적인 인물로 만들었어요.” 덕혜와 김장한의 로맨스는 많이 덜어 냈다. 역사의 한 순간이 사랑 이야기로만 읽힐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키스신도 편집했다. 독립군 비밀 가옥까지 쫓아온 일본군을 피해 도망가는 덕혜가 장한을 다시 만나지 못할까 아쉬운 마음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봄날은 간다’(2001년), ‘외출’(2005년) 등 그의 영화는 늘 사람과 세월이 큰 축을 이룬다. 관계와 감정, 그것이 세월을 만나면 어떻게 변할까.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흐르면서 삶에 대해 깊은 감정이 생기고 관조적이게 돼요. 변화된 감정, 거기서 오는 슬픔을 제가 좋아합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구부정한 허리, 초점 없는 눈동자의 한 여인이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온다. 백발의 상궁들은 그 앞에 엎드려 오열한다. “이제 오셨습니까! 아기씨.” 하지만 3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여인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2007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한국사 전(傳)’의 ‘덕혜옹주’ 편은 덕혜옹주가 1962년 귀국했을 당시의 자료 화면을 틀었다. 최근 만난 허진호 감독(53)은 “옹주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 어릴 적 유모였던 할머니 상궁이 ‘아기씨’라고 부르며 우는데, 울림을 느꼈다”며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덕혜옹주’(3일 개봉)는 5일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벌써 116만 명(7일까지 집계)의 관객을 모았다. 조선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는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일본인과 정략결혼을 하고 정신병원이 갇히는 등 비참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덕혜는 비극적 운명의 개인이었을 뿐, 결코 위인은 아니었다. 주어진 운명에만 순응했던 덕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과연 대중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허 감독은 고민했다. “소설 ‘덕혜옹주’(2009)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걸 보면서 덕혜 이야기가 대중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구나 싶어 용기를 얻었죠.” 고민이 많아서였을까. 시나리오도 많이 바뀌었다. 영화에서 덕혜의 약혼자이자 독립운동가, 훗날 덕혜를 귀국시킨 기자로 나오는 김장한(박해일)이 그렇다. 실제로 옹주와 약혼했던 김장한, 그의 형이자 훗날 서울신문 기자가 된 김을한,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청천 장군 등 세 명을 ‘김장한’이라는 하나의 인물에 녹였다. “김장한의 시점에서 풀어나간 영화였기에 장한을 좀더 극적인 인물로 만들 필요가 있었어요.” 덕혜와 김장한의 로맨스도 많이 덜어냈다. 역사의 한 순간이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로만 읽힐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키스신도 있었지만 편집됐다. 독립군 비밀가옥까지 쫓아온 일본군을 피해 도망가는 덕혜가 장한을 다시 만나지 못할까 아쉬운 마음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었다. “김장한이 그토록 집요하게 덕혜를 한국으로 데려온 건 사랑보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등 그의 영화는 늘 사람과 세월이 큰 축을 이룬다. 관계와 감정, 그것이 세월을 만나면 어떻게 변할까.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가 꼽은 최고의 장면도 세월이 흐른 후 덕혜와 상궁이 재회하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세월을 지내오면 삶에 대한 깊은 감정이 생기고 또 관조적이게 돼요. 변화된 감정, 거기에서 오는 슬픔을 제가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올 극장가의 첫 1000만 영화는 ‘부산행’이었다. 영화 투자배급사 NEW(뉴)에 따르면 영화 ‘부산행’은 7일 오후 6시경 1000만661명을 기록하며 역대 18번째 1000만 영화에 올랐다. 개봉 19일 만이다. 올여름 개봉하는 한국 영화 ‘빅 4’로 꼽혔던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가운데 ‘부산행’이 맨 먼저 1000만 고지를 찍게 됐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부산행’은 가족애라는 신파적인 요소를 기본으로 하고 선악의 대립, 생존 본능 그리고 좀비라는 새로운 장르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지치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했다”며 “감독이 드라마 속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잘 녹여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확보한 결과”라고 말했다. 올 5월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극찬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명도가 높아진 것도 흥행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개봉 전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관객 몰이에 성공한 ‘인천상륙작전’도 7일 오전 개봉 12일 만에 500만 고지를 넘었다. 6일에도 41만 명이 들어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덕혜옹주’(44만 명)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이 ‘부산행’처럼 1000만 고지를 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 작품은 개봉 첫날부터 1위에 오르긴 했지만 ‘명량’의 기록을 잇달아 깬 ‘부산행’처럼 압도적인 흥행 성적을 보이진 못했다. 3일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5, 6일 ‘덕혜옹주’에 1위를 내주며 추월당했고 또 다른 화제작 ‘터널’의 10일 개봉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덕혜옹주’는 개봉한 3, 4일에는 2, 3위에 그쳤지만 5일 이후 1위를 차지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국 영화의 올여름 마지막 기대주는 하정우 주연의 ‘터널’이다. 이 작품은 ‘부산행’과 같은 재난 영화로 시사회를 통해 이미 호평을 받았다. 티켓 파워가 센 주연 배우에 ‘천만 요정’ 오달수의 가세, ‘부산행’의 흥행 열기가 잦아드는 시점에 개봉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장선희 기자}

올 극장가 첫 1000만 영화는 ‘부산행’이었다.영화 투자배급사인 NEW(뉴)에 따르면 영화 ‘부산행’은 7일 오후 6시경 1000만 661명을 기록하며 역대 18번째 1000만 영화에 올랐다. 개봉 19일 만이다. 올여름 개봉하는 한국 영화 ‘빅 4’로 꼽혔던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가운데 부산행이 맨 먼저 1000만 고지를 찍게 됐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부산행은 가족애라는 신파적인 요소를 기본으로 하고 선악의 대립, 생존본능 그리고 좀비라는 새로운 장르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지치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했다”며 “감독이 드라마 속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잘 녹여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확보한 결과”라고 말했다. 올 5월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극찬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명도가 높아진 것도 흥행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개봉 전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관객 몰이에 성공한 ‘인천상륙작전’도 7일 오전 개봉 12일 만에 500만 고지를 넘었다. 6일에도 41만 명이 들어 일일 박스오피스 1위인 ‘덕혜옹주’(44만 명)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이 ‘부산행’처럼 1000만 고지를 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 작품은 개봉 첫날부터 1위에 오르긴 했지만 ‘명량’의 기록을 잇달아 깬 부산행처럼 압도적 흥행 성적을 보이진 못했다. 3일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5, 6일 ‘덕혜옹주’에 1위를 내주며 추월당했고 또 다른 화제작 ‘터널’의 10일 개봉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덕혜옹주’는 개봉한 3, 4일에는 2, 3위에 그쳤지만 5일 이후 1위를 차지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국 영화의 올여름 마지막 기대주는 하정우 주연의 ‘터널’이다. 이 작품은 ‘부산행’과 같은 재난 영화로 시사회를 통해 이미 호평을 받았다. 티켓 파워가 센 주연 배우에 ‘천만 요정’ 오달수의 가세, ‘부산행’의 흥행 열기가 잦아드는 시점에 개봉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책, 아직도 읽기만 하세요? 우린 베고, 덮고, 마셔요.” 회사원 강수림 씨(31)는 최근 한 온라인서점에서 책 4권(5만4000원)을 구입했다. 평소 낱권 구입을 선호하던 그가 한꺼번에 책을 산 이유는 선물로 주는 베개 때문이었다.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 표지가 새겨진 한정판 베개였기에 탐이 났던 것. 강 씨는 “2014년 이후로 ‘책 베개’ 등 책 관련 상품을 모으면서부터 예전엔 빌려 보던 책도 일부러 구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점가에서 이 같은 ‘북 굿즈’(book goods·책을 소재로 디자인한 상품)가 큰 인기다. 주로 대형서점에서 이벤트 성격으로 제작하는데 베개나 노트, 컵, 담요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북 굿즈 모임이 만들어질 정도로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문화 아이템을 굿즈로 만드는 건 원래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자신들이 좋아하던 상품을 자체 제작해 공동 구매하며 시장이 형성됐다. 도서 분야로 넘어온 것은 2012년 전후로 알려져 있다. 한 온라인서점이 ‘그날들’, ‘프로파간다’ 등 책 5권의 표지를 활용해 만든 노트를 내놓은 이후 북 굿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북 굿즈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베개. ‘무진기행’을 비롯해 프란츠 카프카의 ‘꿈’이나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으로 만든 베개는 몇 년째 구하려는 사람이 줄을 잇는 스테디셀러. 소비자층이 두꺼워지면서 물건을 보는 눈도 높아졌다. 한 서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북 굿즈를 단순한 증정품으로 여기지 않고 예술적 가치를 중대시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의 조선아 마케팅팀장은 “2014년부터 전체 매출이 해마다 13∼14%씩 늘고 있는데 북 굿즈 마케팅도 일조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신선하고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한 ‘K드라마’의 인기가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키’와 함께 최근 3년 반 동안 해외 시장의 K드라마 시청 트렌드를 분석했다. 비키는 월 순방문자가 4000만 명에 이르는 한류 콘텐츠 최대 규모 플랫폼이다.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K드라마의 생명력은 더 강해지고, ‘유통 영토’도 넓어지고 있다. 북미, 중남미에 이어 러시아, 폴란드, 알바니아 등 ‘뉴 한류 존’의 성장도 확인했다.》지금까지 전 세계 한류 팬들이 가장 좋아한 한국(K) 드라마는 뭘까. 동아일보와 전 세계 드라마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키(VIKI)’가 2013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K드라마 인기 순위 등을 분석한 결과, 이민호 구혜선이 주연한 ‘꽃보다 남자’가 ‘K드라마의 제왕’으로 나타났다. ‘꽃보다 남자’는 국내에서 2009년 방영된 작품임에도 2013∼2016년 꾸준히 5위 안에 오르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또 비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한 자막의 언어는 총 46개에 이른다. 그동안 K드라마에 대한 분석은 가깝고 큰 시장인 중국 위주로 이뤄졌지만 미주, 유럽 등 서구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류 스타 주연 로코·학원물의 강세 ‘꽃보다 남자’의 롱런과 함께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2015년 ‘그녀는 예뻤다’, 2016년 상반기 ‘태양의 후예’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재생된 드라마로 분석됐다. 인기 드라마 상위권에는 학원물과 로맨틱 코미디가 강세를 보였다. ‘꽃보다 남자’의 장수 요인 역시 젊은층이 공감할 만한 학교생활과 로맨스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KBS아메리카의 안정문 이사는 “해외에서 온라인을 통해 K드라마를 보는 주 시청층이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드라마 ‘후아유’처럼 젊고 개방적인 내용의 학원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스쿨 러브온’ ‘후아유’ ‘무림학교’ 등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은 국내 인기와 무관하게 해외에서는 인기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이돌 가수가 주연인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많다. 해외 시장에서는 ‘K팝은 K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샘플이자 이력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비스트 멤버 이기광이 주연을 맡은 tvN의 4부작 드라마 ‘스무살’은 국내 최고 시청률이 0.69%에 불과했지만 비키 사이트에서는 아랍어와 그리스어 등 42개 언어로 번역됐고 ‘시즌2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KBS ‘사랑비’도 국내에선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의 인기에 힘입어 남미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북미는 ‘가족물’, 유럽은 ‘로맨틱 코미디’가 강세를 보였다. 가족을 중시하는 북미에서는 국숫집을 운영하는 삼대(三代)의 이야기인 ‘백년의 유산’, 신분이 바뀐 가족의 사연을 다룬 ‘왔다, 장보리’ 같은 드라마가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일중 미국사무소장은 “가족물의 선전은 해외에서 K드라마 시청층이 30, 40대 이상 연령층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 ‘힐러’ ‘그녀는 예뻤다’ ‘주군의 태양’ 같은 멜로물이나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중남미는 캐스팅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배우 박신혜는 ‘중남미 시장의 퀸’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 안에 그가 출연한 작품인 ‘피노키오’ ‘미남이시네요’ ‘이웃집 꽃미남’ 등 총 3편이 포함됐다. 이민호(꽃보다 남자, 시티헌터)와 장근석(사랑비, 미남이시네요)도 각각 2편을 순위 안에 올렸다. ○ K드라마의 경쟁력은 세련된 스토리와 압축적 구성 콘텐츠 전문가들은 K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세련된 스토리와 압축적 구성, 국경을 뛰어넘은 보편적 정서를 꼽았다. 시즌제가 정착된 미국 드라마는 뒤늦게 드라마를 시청하려고 하면 이전 시즌을 ‘복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남미 역시 ‘텔레노벨라’로 불리는 일일 드라마는 보통 100회가 넘는 대작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K드라마는 16∼24회의 압축적 분량에 희로애락이 모두 포함돼 있어 집중도가 높고 시청이 수월하다는 것. 또 폭력과 선정성이 배제된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가족 드라마 장르가 대부분이라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고려대 민족문화원 오인규 교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여성 주인공과 부드럽고 인간적인 매력의 남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스토리가 한류 시장의 주요 수요층인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흡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뉴 한류 존(zone)’의 성장 최근 2년 새 K드라마 시청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는 러시아, 그리스, 벨기에로 나타났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권 시장 역시 ‘뉴 한류 드라마존’으로 떠올랐다. 2년 동안 비키 사이트 재생 시간이 200%나 증가한 러시아에서는 ‘아시안 드라마’라는 한류 팬 사이트를 통해 K드라마의 최신작 정보가 공유된다. 루마니아에서는 ‘해를 품은 달’ ‘유령’ 등이 TV와 인터넷에서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다. 루마니아어와 폴란드어는 각각 비키 사이트에서 자막 번역이 가장 많이 된 언어 5위와 7위를 기록했다. 뉴 한류 존이 떠오르며 국내 제작사들은 중국과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랍과 남미 등 신흥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김연성 HB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사는 “K드라마는 이제 세계 모든 시장에 동시에 방송되는 대표적 수출산업”이라며 “각국 드라마 시장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스토리 라인에 해외에서 인기 있는 소재와 배우 캐스팅을 최대한 반영하려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