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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서울 관악구립도서관에 제1호 ‘청년드림캠프’가 개설됐다. 그해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출범해 가장 먼저 한 사업은 청년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둥지를 마련해주는 일이었다. 청년드림센터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과 손을 잡고 개설한 청년드림캠프는 27곳(국내 23곳, 해외 4곳)에 이른다. 국내외 청년드림캠프는 청년들의 도약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해외 캠프들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청년들의 전초기지로 뿌리를 내렸다. 국내에서는 취업 박람회와 금융캠프 개최, 청년드림대학 선정, 청년인턴십 허브 운영, ‘착한 알바’ 캠페인 등을 통해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 자본과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청년드림센터는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미국 뉴욕에 이어 실리콘밸리에 네 번째 해외 캠프를 설치해 청년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드림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우선 이달 중국 베이징 캠프에서 KOTRA, 우리은행 중국유한공사와 함께 제3회 청년드림 중국 창업경진대회를 연다. 수상자들에겐 상금은 물론이고 경영·금융·세무 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을 해준다. 1회 대회 수상자인 강인희 대표는 수상 직후 창업 자금을 지원받았고, 최근엔 사업을 확장해 지난해 1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2회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기업 십분정제(十分定制)는 최근 국내 벤처투자업체로부터 1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도쿄 캠프는 ‘일본 취업 수기 공모전’ ‘유학생 취업박람회’ 등을 진행해 현지 유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뉴욕캠프는 뉴욕, 뉴저지를 중심으로 KOTRA와 함께 진행하던 취업 멘토링을 올해부터 시카고, 애틀랜타, 워싱턴 등 미국 동부지역 주요 대도시로 확대한다. 청년드림센터의 네트워크도 한층 촘촘해진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고용노동부, 청년희망재단 등 청년 관련 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국 23곳의 청년드림 국내캠프에서는 올해도 △취업박람회 △공모전 및 경진대회 △세미나, 워크숍, 특강 △멘토링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청년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청년드림대학은 올해부터 2년마다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다만 청년드림대학의 우수 사례를 발굴, 공유하기 위해 고용부와 함께하는 ‘청년드림대학 베스트 프랙티스’상은 매년 시상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3차례 진행된 청년드림대학 평가는 대학의 교육과 연구 역량 외에 취업 창업 지원 인프라까지 종합 평가하는 수요자 관점의 선진적인 대학 평가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청년드림센터는 채널A, 금융투자협회, 한국장학재단, 주요 은행 등과 함께 지난달 23일 고려대를 시작으로 ‘찾아가는 청년드림 금융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서강대(7일), 이화여대(14일), 연세대(5월 18일) 등에서 열린다. 취업준비생들에게 기업 신입사원들과 대화할 기회를 마련해주는 ‘청년드림 도시락토크’, 청년 인턴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인턴십 허브’도 강화한다. 신연수 청년드림센터장은 “취업, 창업 외에도 해외 진출, 주거 문제 등 젊은이들의 고민이 있는 모든 곳에서 청년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그간 축적된 청년드림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해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박용 기자}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KB금융지주가 삼수 끝에 현대증권을 품에 안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승부수가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합해 자기자본 약 4조 원의 업계 3위 증권사를 보유하게 된 KB금융지주는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도 현대증권 매각 대금을 수혈 받아 급한 불을 끄게 됐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 마감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등 3곳 가운데 KB금융지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 3조9000억 원 규모로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로 뛰어오른다. 또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업계 선두권을 형성하며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기틀을 다지게 된다. KB금융 관계자는 “탄탄한 증권사 없이는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을 ‘뱅크오브아베리카(BOA) 메릴린치’로 만들겠다는 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비(非) 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왔다. 윤 회장은 지난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사들여 보험사업을 강화했고 이어 증권업 분야로 사업 확대를 노렸다. 하지만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하며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 때문에 KB가 현대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1조 원대의 과감한 가격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는 데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핀테크 기술 확산으로 은행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증권업 등 비은행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현대상선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상세 실사와 최종 가격협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오는 5~6월경 인수 절차를 최종 마무리하게 된다. 한편, 한국금융지주는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도 놓치는 불운의 주인공이 됐다. 현대증권을 인수했다면 자기자본 7조 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로 단숨에 도약해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과 양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64)은 대학 때 팝송 200여 곡을 외웠던 ‘로큰롤 마니아’였다. 황 회장이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미시시피 강을 주름잡던 외륜(外輪) 증기선 ‘프라우드 메리호’를 소재로 한 미국 록 밴드 CCR의 ‘프라우드 메리(Proud Mary)’(1968년)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그는 프라우드 메리호처럼 한국 금융시장에서 자산운용사, 증권사, 은행, 금융지주 등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며 약 40년을 쉼 없이 항해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금투협 집무실에서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황 회장을 만났다. 그에게 “금융의 삼성전자는 왜 나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제 죄가 많다. ‘자기는 다 해 먹고, 금융 산업 전체는 후진국만도 못 하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금융 규제 90%, 우리 스스로 만든 것”“금융 규제의 90%는 사실 소비자와 시장이 원해서 만든 겁니다. 우리 국민은 정부에 ‘안전한 시장’, ‘수익률 높은 시장’, ‘금융 소비자가 보호받는 시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이 세 가지를 모두 달성하는 시장은 없죠. 소비자가 보호받는 시장에선 금융회사들의 활동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또 “이런 국민의 주문이 법과 제도로 바뀌면서 금융 산업을 계속 조여 왔다”며 ‘귤화위지(橘化爲枳·귤을 기후와 풍토가 다른 곳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라는 말로 국내 금융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금융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말도 했다. “자산 300조 원짜리 은행에서 1조 원대 이익을 냈다고 뭐라고 하거든요. 노동조합도 ‘이익이 나는데 왜 급여를 깎느냐’고 해요. 3조 원 정도의 이익은 내야 적정 수준인데 말이죠. 이런 인식이 깔려 있으니 금융의 삼성전자도 안 나오는 거죠.” 황 회장은 이달 3일로 개장 60주년을 맞은 한국 증시가 대한민국 현대화와 경제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서운함도 내비쳤다. 아직 ‘에퀴티 컬처(주식 문화)’도 약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최근 드라마에서 ‘우리 며느리는 착해서 주식 같은 것 안 한다’는 대사까지 나오더군요. 많은 사람은 아직도 주식이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단기 투자도 많고요.” 그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변화시키면 초 단위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 채권시장, 분 단위 반응이 나오는 곳이 주식시장”이라며 “2003년 금융투자업계의 금통위원 추천권이 폐지된 게 아쉽다”고도 했다. “술 잘 만드는 노파가 술장사를 시작했는데, 손님이 없어 술이 쉬었어요. 알고 보니 술집 앞에 묶인 사나운 개가 무서워 오지 않았던 겁니다. 한국은 콘텐츠, 인력, 시장 등 좋은 술이 있는데, 외국인들에겐 ‘돈 벌면 욕먹는 나라’ ‘영업하기 위험한 나라’로 비치는 게 문제입니다. 그들의 생각이 틀렸더라도 그들의 인식이 그렇다는 건 수긍하고 들어가야 해요.” 한국의 금융 허브 전략이 10년 넘게 겉돈 이유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맹구주산(猛狗酒酸·사나운 개가 술을 쉬게 한다)’이라는 말을 꺼냈다. 그렇다고 외국인 정서만을 두둔하진 않았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해서는 반외국인 정서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빠뜨리기 쉬운 회사가 많은데 한국에서 제일 힘든 상대인 삼성을 왜 겨냥했을까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합병이었고요. 구도를 보고 ‘분탕질하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 회장은 “싱가포르나 홍콩 모델은 어려워도 자산관리업으로는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자산관리업은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아요. 둘째,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연기금이 빠른 속도로 크고 있어요. 셋째, 중국의 게이트웨이(관문)라는 위치도 기가 막히죠. 금융의 삼성전자도 자산관리업에서 나올 겁니다. 정부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시작하더라도 싱가포르, 홍콩의 자산운용사가 한국에 오는 건 빨라야 3∼5년이 걸릴 겁니다.”“자산관리의 금융허브가 대안” 지난해 2월 금투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의 도움으로 업계에서 원했던 규제 완화 리스트 중 4분의 3을 작년에 해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생상품 양도차익 과세 등 풀지 못한 4분의 1도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2년간 개인 투자자에 대해 진입장벽을 쳐서 세계 1위 파생상품 시장이 굉장히 위축됐다”며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투협은 상반기(1∼6월) 중 정부와 함께 파생상품 규제 영향을 평가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본사와 투자 정보 공유를 하지 못해 ‘갈라파고스에 와 있다’고 말한다”며 “원칙적으로 정보 공유를 허용하되 부당 거래 등 사고가 나면 책임을 엄히 물으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보기술(IT) 컴퍼니라고 선언했어요. 세계 거래소들도 트레이딩 플랫폼 회사로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60년간 펼쳐질 일입니다.” 그는 “한국이 아날로그 쪽으론 자산관리, 디지털 쪽에서는 IT를 활용한 청산결제의 허브가 될 수 있다”며 “한국거래소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IT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금 빼 채권 사는 시대 온다” “개인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입니다. 전세에서 월세로 바뀐다는 것은 부동산에서 돈이 빠져나온다는 얘깁니다.” 그는 “자본시장에 새 꽃이 피는 초입 단계”라며 “사람들이 전세금을 빼 기업 채권을 사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과 펀드로 돈이 흘러들지 않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개인이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를 잘 믿지 않고 채권 가격 차별화가 안 돼 있죠. 펀드매니저도 잘 안 믿어요. 수수료는 너무 비싸죠. 부끄러운 얘기입니다. 투자자의 선택권을 늘려 주려면 펀드 수수료도 기본 운영 보수는 적게 받되 기대만큼 수익이 나면 더 받는 성과 보수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는 노동 개혁에도 할 말이 많았다.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건 좋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급여와 고용 안정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없으니, 급여 유연성을 받아들이되 사회적 가치가 더 큰 고용안정성을 높이자는 겁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손실 우려가 커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문제에 대해서는 “2∼3년 후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과 관련된 문제이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문제는 다 알려져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면 낙관론자,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면 비관론자일 것”이라며 자신을 ‘낙관론자’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비과세 해외 펀드 상품에 처음 가입할 때 안정적인 선진국 펀드 대신 베트남과 중국 펀드 등을 골랐다. “KB회장 불명예 퇴진은 정치적 사건” 2009년 KB금융지주 회장 재직 중 2004∼2007년 우리금융 회장 재직 당시 투자했던 파생상품 손실로 불명예 퇴진을 했던 황 회장은 2013년 정부와의 소송에서 이겨 명예를 회복했다. 그는 “2007년 3월에 은행을 나온 사람에게 그 뒷일의 책임을 물어 2009년 문제 삼았던 건 제가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사건이라고 생각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파생상품 손실도 나중에 많이 회복됐다”며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황영기가 한 것’이라며 대손 처리한 사람들을 배임으로 문제 삼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버지가 만든 가훈이 ‘정치는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정치의 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 금융권에서 ‘황영기 사단’이라고 불리는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과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의 정계 진출에 대한 기대는 숨기지 않았다. 주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최 사장은 새누리당에 각각 입당했다.▼ “인공지능 시대 청년들, ‘신종 4기’ 갖춰야”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평소 ‘기술이 금융을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인공지능(AI)인 구글 ‘알파고’가 인간계 바둑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을 압도하는 시대에 금융산업의 대변혁이 예고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핀테크(FinTech·금융기술)가 발전하면 펀드매니저나 은행 창구가 많이 없어질 수 있다”면서도 “거래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은 기계로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컴퓨터를 단순히 쓰는 것을 넘어 작동하게 만드는 ‘코딩 능력’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며 “청년들이 사회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신종 3기’와 긍정적, 비판적, 창의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3기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3가지 기능으로 영어, 중국어, 컴퓨터 코딩을 지칭한다. ‘청년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 실업과 학자금 대출 등에 따른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종 3기에 금융 지식까지 갖춘 ‘신종 4기’가 청년들의 필살기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여건이 어려워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들은 정부가 예산을 써서라도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이런 복지수요의 재원은 ‘승자’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어요. 패자 부활과 재출발의 기회를 주는 데 사회의 가용 자원을 투입해야 합니다.” 황 회장은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금투협이 23일 고려대에서 여는 ‘찾아가는 청년드림 금융캠프’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의 중요성과 진로 등에 대한 특강을 할 계획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세계 부자들의 휴양지인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해변이 한국과 중국의 첨단 자기부상열차가 맞붙는 격전장이 되고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바퀴 없이 선로 위를 떠서 달려 마찰에 의한 소음과 진동, 분진이 거의 없다. 건설비도 지하철의 70%밖에 들지 않아 ‘꿈의 열차’로 불린다. 이 때문에 마이애미 당국은 공항에서 마이애미 해변까지 30km에 이르는 구간에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3일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중·저속형(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에코비’를 인천공항 구간 선로에 올린 한국과 2000년대 초 고속형 자기부상열차를 상용화한 중국이 ‘마이애미 상륙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주 결과에 따라 막 첫 발을 뗀 양국 자기부상열차의 미래가 크게 엇갈릴 것이다. 세계무대 도전을 앞둔 에코비의 첫 출발은 매끄럽지 않았다. 운행 첫날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과 기자들을 태우고 달리다가 급정거해 체면을 구기더니, 23일엔 선로 화재로 승객 2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었고, 열차 운행도 곧 재개됐다.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개척하는 건 이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다. 다친 승객이 없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갔다간 더 큰 화가 닥칠 수 있다. 1931년 허버트 하인리히는 중상자 1명이 발생한 사고 이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의 경상자, 300명의 잠재적 부상자들이 있다는 걸 밝혀냈다. 당국은 급정거와 선로 화재에 놀란 승객들이 하인리히의 ‘잠재적 부상자’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에코비의 기술과 운영 관리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경쟁국인 일본 중국 등이 수주 경쟁에서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에코비의 명성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작은 사고라도 신속하게 원인을 조사하고 결과와 개선책을 투명하게 밝혀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번 일로 기술 개발이 후퇴하거나 개발진의 도전 정신이 위축돼서도 안 된다. 한국은 1989년 독일 일본에 이어 자기부상열차 기술을 확보했다. 당시 열차는 1.6m 선로 위를 1cm 떠서 약 20kg의 짐을 싣고 초속 30cm로 달리는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현대정공(현대로템의 전신) 연구팀 5명이 밤낮없이 자료를 뒤지고 연구에 매달려 1년 만에 얻은 결실이었다. 이 기술은 1993년 대전국제박람회(엑스포)에서도 선보였다. 스포트라이트는 거기까지였다. 바퀴식 고속철도 기술에 밀려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실험실과 시장의 단절을 뜻하는 ‘데스밸리’ 신드롬에 시달린 것이다. 1998년 자기부상열차 시제품을 개발한 과학기술부가 당시 건설 중인 인천공항에 시범 노선을 만들려고 했지만 건설교통부가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거부했다. 경부고속철도 사업에서도 배제됐다. 정부의 투자가 재개돼 2006년 실용화 모델(시속 110km급)이 개발됐고, 2012년 인천공항 시범 노선에서 시운전도 시작됐다. 하지만 시운전 과정에서 606건의 문제점이 발견돼 두 번이나 개통이 연기되는 시련을 겪었다. 한국산 자기부상열차 기술이 데스밸리에 빠져 고전하는 사이 후발 주자인 중국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중국은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2002년 12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고속 자기부상열차를 상하이에서 선로에 올렸다. 당시 개통식에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와 기술을 수출한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참석했다. 에코비 개통식에 국토부 차관이 참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철도시장은 세계 시장의 1% 미만이다. 에코비가 세계시장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4150억 원에 가까운 혈세와 27년간 흘린 개발진의 땀과 눈물은 허공으로 사라질 것이다. 세계 경기 침체와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으로 세계 철도시장에서 게임의 법칙도 크게 바뀌고 있다. 기업 혼자 힘으로는 각국의 높은 진입 장벽을 넘기도 어렵고 다른 국가 기업과의 경쟁도 버겁다. 고속철도 기술 선진국인 일본이 후발 주자인 중국에 밀린 건 기술력보다 국가적인 투자와 지원에서 뒤졌기 때문이다. 품질 인증, 사업 타당성 조사, 노선 신설, 차량 구매, 세계 시장 개척 등의 국가적 노력이 없다면 국산 철도 기술의 상용화나 세계시장 수출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에코비가 마이애미 해변을 달리려면 당장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도 모자란다.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

《 최근 부동산 공인중개업계에 ‘화성 침공’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의 잘나가는 중견 로펌 대표 출신의 40대 변호사가 전국 9만여 명의 개업 공인중개사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2006년 대법원이 “변호사 자격증만으로 부동산 공인중개업을 할 수 없다”고 판결한 지 10년 만에 변호사의 중개업 진출 논란도 재연됐다. 이를 두고 “‘돈키호테 변호사’의 골목상권 침범” “변호사 2만 명 시대의 밥그릇 전쟁”이라는 비판부터 “영세한 부동산 중개서비스 선진화 계기” “칸막이 규제를 깨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1월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O2O(Online to Offline)’ 부동산 중개서비스 벤처를 창업한 공승배 변호사(45)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공 변호사의 사무실은 그가 재벌 3세 미국 변호사 등 20여 명의 억대 연봉 변호사를 거느린 중견 로펌 ‘현’을 세운 대표변호사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출했다. 사무실 공유회사에서 좌석당 30만∼50만 원을 주고 사무공간을 빌려 쓰고 있었다. 다른 회사 직원들과 등을 맞댄 책상에서 그를 포함한 변호사 4명, 정보기술(IT) 개발자 6명, 스태프 2명 등 12명이 일하고 있었다. 그가 내민 명함은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 대표와 트러스트법무법인 대표 등 2개였다.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은 온라인에서 아파트 매물을 무료로 소개하고, 오프라인의 트러스트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매물 현장 확인, 권리 분석, 거래 계약서 작성 등의 법률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융합 모델로 창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신문에서 ‘전세보증보험 인기’라는 기사를 봤어요.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걸 읽고 ‘이거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사 다니면서 ‘내가 해도 이보다 잘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통 터지는 일이 많았거든요. 부동산 중개보수가 집값에 비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넉 달 뒤 그는 손수 세운 로펌을 그만두고 창업 준비에 나섰다. 그는 “법적 책임은 변호사가 가장 잘 아니 부동산 중개 비즈니스를 플랫폼화해 가격을 낮추면 성공할 것 같았다”라며 “더 늦기 전에 ‘세상에 임팩트를 주는 일’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로펌을 그만둔다고 하니 주변에선 ‘중년의 오춘기냐’라고 하더군요. 아내는 ‘지금도 잘살고 있는데 왜 이러느냐. 로펌 대표가 복덕방 사장을 하겠다는 거냐’라며 펄쩍 뛰었어요. ‘이 일을 잘 키우면 세상에 정말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한 달을 설득해 아내의 승낙을 받았습니다.”변호사, 중개업 진출 논란 2라운드 창업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홀로 사업을 구체화하고 팀을 꾸리다 보니 시행착오가 거듭됐다. 시스템을 개발하고 인건비를 주느라 변호사로 일하며 모아 두었던 10억 원에 가까운 창업자금도 들어갔다. 그는 “마음에 맞는 직원들을 영입하기 위한 ‘팀 빌딩’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잠자리는 360도를 볼 수 있고 곤충 중에서 가장 빨리 날 수 있다고 해요. 세상의 모든 매물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찾아주겠다는 뜻에서 회사 로고(CI)를 잠자리를 본떠 만들었습니다.” 트러스트는 변호사와 스태프가 2인 1조가 돼 아파트 매물을 현장 확인하고 3차원(3D) 카메라로 찍어 온라인에서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5성급 해외 호텔의 온라인 객실안내 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쁜 소비자들이 현장에 오지 않고도 집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매물마다 변호사가 권리 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도 첨부될 예정이다. 가격도 파격적이다. 온라인 매물 알선은 무료이며 변호사들이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에 대해서만 45만 원(매매가 2억5000만 원 미만)과 99만 원(2억5000만 원 이상)을 정액으로 받는다. 10억 원짜리 집을 사고팔 때 공인중개사에게 내야 할 중개보수는 400만 원(0.4% 기준)이지만, 트러스트에서는 99만 원으로 거래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변호사들은 시간당으로 돈을 받는 것에 익숙하다”며 “10억 원짜리든 100억 원짜리든 들이는 품은 비슷하기 때문에 보수는 플랫(정액)하게 가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골목상권 침해 아니다” 변호사와 IT를 내세운 트러스트의 가격 파괴 모델은 영세한 공인중개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한국의 부동산 중개업은 평균 종사자가 1.6명으로 영국(7.7명) 일본(4.3명)보다 영세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달 초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트러스트 측에 사업 포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그는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답변서를 보냈다. 공인중개사법은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중개 업무를 돈을 받고 하는 걸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무료로 매물을 알선하고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에 대해서만 돈을 받는 트러스트의 서비스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공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사할 때마다 내는 중개보수가 너무 비싸요. 살 때 내고, 팔 때도 내야 하죠. 정답은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서민의 비용 부담을 덜고 불편을 없애는데 골목상권 침해라고 하니 수긍할 수 없어요.” 그가 창업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거나 공인중개사들과 협력하는 노력을 하지 않아 공인중개사 업계를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의 전자책인 킨들을 예로 들었다. 킨들이 성공한 건 콘텐츠 유통업자인 출판사가 아니라 콘텐츠 제공자인 저자들과 직접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콘텐츠 제공자는 집주인”이라며 “킨들처럼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길을 내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요금 더 낮추거나 중개사와 협력할 수도” “집 시세가 5억 원인데 선순위 근저당이 3억 원, 전세 보증금이 1억5000만 원이라고 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등기되지 않은 선순위 권리가 숨어 있을 수 있죠. 상속세, 증여세 같은 세금이나 집주인이 개인사업자일 경우 체불 임금 등이 세입자보다 우선순위에 있습니다.” 그는 “이런 권리분석이야말로 변호사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며 “변호사의 서비스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리고 싶어 오프라인 사업은 무조건 변호사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과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소비자 생각이 제 생각과 다르다면 그때는 맞춰갈 것”이라며 “소비자가 원하면 젊고 유능한 공인중개사들을 영입할 생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회사에는 공인중개사 1명이 일하고 있다. 트러스트 이름으로 중개법인도 등록해뒀다. 그는 “주택사업은 변호사 중심으로 하되 토지 등의 신사업은 공인중개사들과 협력해 중개보수와 변호사 수임료를 따로 받는 식의 사업 이원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과의 갈등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변호사의 전문성과 IT를 결합한 그의 사업모델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트러스트 홈페이지에는 서울 아파트 매물 200여 건이 올라와 있지만 아직 거래가 이뤄진 곳은 없다. 그는 “고객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가격 조정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협의 중인 매물이 있어 곧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 후 변호사 100∼200명을 채용해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며 “서울의 25개 구마다 분사무소를 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요금을 더 낮출 생각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판 미쓰이부동산 만들 것” “이젠 업역의 벽이 허물어지는 ‘컨버전스 시대’잖아요. 정부가 한국의 미쓰이부동산(부동산 개발, 임대, 자산관리, 중개 컨설팅 등을 모두 제공하는 일본의 종합 부동산회사)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인력이 변호사입니다.” ‘변호사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변호사가 하는 게 맞다’라는 벤처정신으로 이 길을 선택한 것이지, 변호사 업계가 어려워 이쪽으로 넘어온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변호사 2만 명의 시대에 변호사라는 타이틀만으로 승부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건 인정했다. 그는 “변호사도 배운 지식을 활용해 법정 밖으로 나아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시즌 2, 3, 4의 후속 사업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장기 목표는 보험업 진출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매도자의 진술과 보장 위반 책임을 보상하는 진술보장보험 등을 접한 후 보험회사 창업의 꿈을 갖게 됐다. 그는 역할모델로 저명한 법조인 대신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와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저스를 꼽았다. 10년, 2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로 사업에 도전하는 베저스와 결단력이 뛰어난 손정의를 존경한다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일, 번거로운 일, 귀찮은 일, 억울해서 싸워야 할 일은 10년, 20년이 지나도 계속 생길 겁니다. 이런 일이야말로 변호사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공승배 대표는▼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5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이듬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법무관 재직 시 국내 변호사 중 처음으로 미국 재무분석사(CFA) 자격증을 땄다. 영어 실력과 서른이 넘은 나이의 벽을 넘지 못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사모펀드 진출을 포기한 것이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법무법인 광장, 화우를 거쳐 2007년 법무법인 ‘현’을 세워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한국 기업들은 이란에서 오래전부터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란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 간 경쟁이 훨씬 치열해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도 더 빠르고(fast), 공격적으로(aggressive) 움직여야 합니다.” 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대사(64)는 27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본보와 1시간 동안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 핵 협상 타결과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이란 시장이 향후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자칫 안이하게 대처할 경우 ‘시장 주도권’을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으로 들렸다. ―경제제재 해제 후 이란 시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발 규모가 얼마나 될까. “이란에서는 향후 5년간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 부문에서만 총 50개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발주될 예정이다. 액수로는 1850억 달러(약 222조5550억 원) 정도 된다. 정보통신기술(ICT), 교통, 의료 등 비(非)석유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항공기 구입 등에서부터 이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지 알 수 있지 않나.” ―경제제재 해제 후 한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한국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이란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싸게 판매해 평판이 좋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이란 진출 움직임은 엄청나다. 특히 유럽 기업들이 적극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계속 성과를 내려면 더 연구하고 훨씬 도전적이어야 한다.” ―포스코가 내년 상반기 이란에 제철소를 착공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다른 한국 기업과도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가. “현대자동차는 이란 현지 자동차 기업과 협력해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현대차는 국내에서 반조립된 부품을 현지 업체에 보내면 이 업체가 완성해 현대차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는 방식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공사의 사업 추진 얘기도 이 대목에서 나왔다. 양 사는 맞다고 인정했다).” ―이란은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나. “이란은 전 세계적인 평화와 안정을 희망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 이란이 북한과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란은 방위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 북한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슬람국가(IS) 퇴치’에 적극 나설 것인가. “미국과는 아직 불신의 벽이 높다. 향후 핵협상 이행과정은 미국을 시험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서로 신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IS 퇴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IS가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수도인 바그다드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을 때부터 이란은 이라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란 문화에 대한 한국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란에서는 TV 드라마 ‘대장금’ 등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인기가 엄청나다. 한국에도 230명의 이란 유학생이 있고, 이 중 150명이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이란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고, 오해도 많은 것 같다. 동아일보 같은 유력 언론이 이란에 진출해 현지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해주길 바란다.” 2014년 7월 취임한 타헤리안 대사는 이란 외교부의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꼽힌다. 1980∼85년 서울에서 근무했고, 1992∼93년에는 북한 평양에도 주재했다. 자녀 셋 중 첫째(아들)와 둘째(딸)가 첫 번째 서울 근무 시절 태어났다. 막내아들은 이란 기업 서울지사에서 일한다.이세형 turtle@donga.com·박용 기자}

《 요즘 젊은이들이 ‘한국이 싫어서 떠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한국이 좋아서 4대째 이 땅에서 살아가는 미국인 가문도 있다. 언더우드가(家)다. 1885년 선교사로 한국에 와 새문안교회, 연희전문학교(현재의 연세대) 등을 세운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한국명 원두우)의 4대손인 피터 언더우드(한국명 원한석·61) ㈜IRC 시니어 파트너는 선조들처럼 “한국이 좋아서” 호주 출신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을 “한국에 뿌리를 둔 서양인”, “‘불편한 간격’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2012년 내놓은 책 ‘퍼스트 무버’에서 “한국이 격변하는 시대에 ‘뒤따르는 자(팔로어)’가 아닌 ‘선도하는 자(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과거의 성공 공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그간 한국은 더 나아졌을까. 최근 서울 용산구 IRC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젊은이들이 조국을 지옥에 빗대 ‘헬(hell)조선’이라고 폄훼하는데, 한국이 더 살기 어려워진 거 아닌가요. “살기는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죠. 통계로 봐도 이민 오는 사람이 더 많아요. 젊은이들이 내 꿈을 향해 갈 수 없으니 ‘헬조선’이란 말이 나오는 거예요. 자기 꿈이 있는 학생이 정말 드물어요. 내 꿈이 있는 것도, 내 꿈을 좇아가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시킨 일이나 사회가 기대하는 걸 해요. 그러니 만족도, 행복도 느끼지 못해요. 성공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니까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겁니다. 젊은이들이 내 꿈을 한국에서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아마 달라질 겁니다.” 1976년 4만6533명에 이르던 해외 이민자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2014년 249명으로 크게 줄었다.“정답만 찾는 교육은 창의성 못길러” ―젊은이들이 꿈을 좇게 만들려면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요. “개혁, 혁신 같은 것들을 자꾸 정부나 대통령에게 요구하는데, 변화를 만들려면 모두의 마인드를 바꿔야 해요. 대통령이 새해에 몇 가지 골라 개혁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요. 오늘 내가 바꾸면 변화가 시작되는 겁니다. 변화의 권한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어요.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은 부모들에게 있습니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좋은 학교 가고 대기업에 취업하라고 얘기해요. 모두 똑같은 생각뿐이고, 똑같은 방향만 봐요. 같은 길로 안 가면 내 이웃이, 내 동료가 나를 저평가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행복한 생활과 시간보다 남들이 날 어떻게 보느냐에 더 신경 쓰는 거죠. 그러니까 한국인의 행복감도 낮아요.” ―책에선 노벨상이 나올 수 없는 문화라고 지적했는데요. “정부가 법을 만들고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노벨상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창조성은 목욕할 때 나오는 때와 같아요. 이쪽 아이디어와 다른 생각이 만나 ‘럽(Rub·맞비비다), 럽, 럽’ 하면 때처럼 밀려 나오는 게 창조성입니다. 우리는 어때요. 다른 동네 출신이니까, 다른 학교 나왔으니까, 우리 편 아니니까 다른 생각을 무시해 버려요. 학교에서도 맞는 답은 여러 개가 될 수 있는데, 정답을 찾는 교육만 받습니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한 대목에 밑줄 긋고 해석을 달아 암기하죠. 미국에서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이 (정답을 찾는) 수학이나 공학 같은 건 잘하는데 (정답을 찾는 게 아닌) 철학 등을 공부해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은 이유입니다. 아이디어, 전략, 사업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야 해요.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도 있었죠. 황 교수가 차근차근 했으면 노벨상까지는 몰라도 큰 상을 받았을 겁니다. 빨리빨리 실적을 내야 한다는 주변의 압력과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니 가짜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요.”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정부는 모두가 공평하고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만 하면 돼요. 한국에는 아직도 ‘담당 문화’가 있어요.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에 아는 사람이 없느냐’, ‘누구한테 전화해야 되느냐’며 담당자부터 찾아요. 이래선 공정거래가 될 수 없어요. 법은 잘 돼 있는데 법을 잘 지키지 않고 남에 대한 신뢰도 낮습니다. 정부가 창업 회사에 지원금을 주는 것도 반대입니다. 자금을 받는 기술만 발전해요. 외환위기 때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한 섬유회사 사장의 말이 기억나요. 경쟁사는 부도가 났지만 정부가 은행 대출 상환 기간을 늘려 주고 이자도 깎아 줘 살아남았습니다. 이 사장은 ‘잘되는 회사를 지원하지 않고 경쟁력이 없고 경영을 못하는 회사를 지원하는 게 공정한 것이냐’고 묻더군요. 공평하고 공정한 거래 문화가 있으면 정부가 지원금을 주지 않아도 창조경제는 자동으로 될 겁니다.” 그는 시장주의자다. 중소기업을 인위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반대하듯 재벌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재벌도, 중소기업도 공평한 규칙으로 경쟁하고 승복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혁신적인 퍼스트 무버 기업이 한국에 많지 않다는 걱정도 많습니다. “은행을 보세요. 지난해 인터넷 전문 은행 2곳의 허가도 났죠. 인터넷 전문 은행은 경쟁력이 있어 성공할 가능성이 커요. 전통 은행은 언젠가 문을 닫겠죠. 그 전에 은행이 자유롭게 사람도, 지점도 정리하고 온라인으로 갈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우린 그게 어려워요.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쉽지 않아요. 노조도 변화를 막아요. 금융 허브 만들겠다고 한 지 10년이 넘어도 안 되는 건 변화가 일어날 수 없게 막기 때문이에요. 시장이 자동차로 넘어가면 마차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수요가 없으면 마차도, 마차를 만드는 일도 다 사라집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퍼스트 무버가 됩니다.”“실행 할때만큼 생각도 빨라져야” ―세계 1등인 조선업이 생소한 해양 플랜트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해를 보고 있는데요. 퍼스트 무버의 리스크 아닌가요. “퍼스트 무버여서 문제라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위기를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게 근본 문제입니다. 그냥 눈 감고 뛴 겁니다. 퍼스트 무버는 리액션이 빨라야 해요. 우리는 결정된 일을 실행하는 데 빨라요. 총을 쏠 때 ‘ready(준비), aim(조준), fire(사격)’의 순으로 하는데, 한국은 ‘fire, aim, ready’로 일을 해요. 하지만 결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이젠 생각도 빨리 하고 결정도 빨리 해야 해요. 그러려면 모든 팀의 능력이 다 일정하게 뛰어나야 합니다.” ―정치는 어떤가요. “가장 심한 파벌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 정치권입니다. 나라를 위해, 지역구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아요. 애국심이 많이 빠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그 노조위원장(조계사에 은신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의 커리어가 먼저인 것 같아요. 모두가 좋은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언론을 통해 인정받고 힘 있는 모습만 보여 주려고 해요. 이런 게 권위주의입니다. 국민이 제대로 평가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는 “정치 얘긴 하지 말자”고 손사래를 쳤다. 정치의 문제는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선 “막말하고 재미있게 말하긴 해서 인기가 있는 건데, 그건 엔터테인먼트로 끝나야 한다. 지도자의 덕목은 아니다”라며 걱정했다. ―책에서 ‘북한은 한국의 7대 재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당시 북한의 경제 규모가 재벌 매출액과 비교하면 7번째쯤 된다고 해서 그렇게 말했어요. 통일은 빠를수록 좋죠. 하지만 통일이 돼 모든 북한 사람이 남으로 온다면 통제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 전에 ‘당신이 관리하는 땅을 5년만 지키면 당신 것이 된다’는 메시지를 북한 주민에게 미리 보낼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그들도 ‘아, 통일이 정말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거고, 통일이 되고 난 뒤에도 북의 땅을 지키고 있을 것 아닌가요.”“언더우드家 한국 떠날 일 없어” ―언더우드 가문의 마지막 후손 아닌가요. “마지막이라고 말하진 마세요. 2005년 형(원한광 전 한미교육위원단 단장)이 한국을 떠날 때도 ‘언더우드 가문이 한국을 떠난다’는 잘못된 보도가 있었어요. 5세, 6세도 저처럼 한국에 올지 모릅니다. 언더우드가는 해외에 있더라도 매일 한국 신문 보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딸도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을 고향이라고 생각하죠. 언더우드가가 한국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은퇴 후 호주 사람인 아내가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긴 하지만…. 결혼한 이상 혼자 결정할 순 없어요.” 컨설턴트답게 달변인 그는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나 정치인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 한참을 망설였다. 그는 “부모님밖에 안 떠오른다. 모든 사람이 장단점이 있으니 한 명을 꼽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언더우드 가문만의 교육법이 있나요. “성인이 돼 처음으로 아버지와 진솔한 대화를 했다는 연세대의 한 학생 얘길 듣고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그런 좋은 교육 기회를 놓칠 수 있어요. 전 아버지(고 원일한 연세대 재단이사)와 대화와 토론, 여행을 많이 하며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라’고 배웠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동기를 함부로 예단하지 말라’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이를 너무 의식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모든 권한과 책임이 나한테 있고, 나부터 직접 실행하라는 겁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첫 번째 꿈을 키우고 좇아가라! 남의 꿈이 아닌 자기 꿈. 두 번째로 호기심을 많이 가져라!” 그는 2시간의 인터뷰가 끝난 뒤에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다른 나라는 다 잘하고 우리만 못 한다는 얘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발전해야 하니까 고쳐 가야죠. 오해하진 않았으면 합니다.”▼피터 언더우드는▼1955년 5월 5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석 달 후 한국에 왔다. 서울 신촌에서 친구들과 개구리를 잡고 언 논에서 썰매를 지치며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 샌프란시스코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서울로 돌아와 살고 있다. 현재는 외국 기업 대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력서엔 ‘영어는 원어민, 한국어는 능통’이라고 적혀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두 달 전 결혼한 새신랑 최학룡 씨(32)는 성탄절인 25일도 평소처럼 오전 8시에 출근해 운전대를 잡았다. 학룡 씨는 인터넷 전자상거래회사 쿠팡에서 배송직으로 일하는, 이른바 ‘쿠팡맨’이다. 트럭을 몰고 인천 계양구 동양동 일대를 돌며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게 그의 일이다. 그는 동양동 주민들에게 ‘그림 그려주는 쿠팡맨’으로 불린다. 주문한 물건과 함께 직접 그린 재밌는 만화나 그림을 선물한다. 올 크리스마스엔 아이 젖병을 닦는 솔로 아내와 함께 직접 만든 손가락만 한 ‘크리스마스트리’ 50개를 나눠줬다. 주민도 살가운 그를 반긴다. 학룡 씨는 “결혼 후 첫 크리스마스를 일터에서 보내야 하지만 좋아하는 일과 가족 같은 고객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과 취업난으로 힘든 20대를 보낸 ‘흙수저’였다. 집안이 어려워 대학에 다니다가 부사관으로 입대해야 했다. 2010년 중사로 전역한 뒤 취업에 도전했다가 번번이 쓴잔을 마셨다. 억울한 마음에 “나이가 많아서…”라고 말하는 면접관에게 “그러려면 서류는 왜 받았냐”고 따진 적도 있었다. 간신히 음료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했지만 돈과 실적만 따지는 일에 적응하지 못했다. 학룡 씨가 2014년 4월 쿠팡맨으로 일한다고 하자, 트럭 운전을 하는 부친은 “핸들을 한번 잡으면 평생 잡아야 한다”며 극구 말렸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일에 재미를 붙이며 꿈을 갖게 됐다. 후배 쿠팡맨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배송교육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쿠팡에는 학룡 씨와 같은 쿠팡맨 3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 6일 근무한다. 연봉은 4000만∼4500만 원 정도다. 쿠팡이 2014년 3월 자체 매입한 물품을 외부 택배회사에 맡기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24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로켓배송’을 시작한 뒤 뽑은 인력이다. 쿠팡은 쿠팡맨을 2016년까지 1만 명, 2017년에 1만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2014년 7월 이후 1년간 국내 30대 대기업이 늘린 일자리는 8200여 개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3000여 개가 넘는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쿠팡맨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우선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배송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려면 투자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쿠팡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과 관련한 법적 시비에 휘말린 게 큰 걱정이다. 쿠팡은 허가받은 화물 운송사업자가 아니므로 직접 배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물류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쿠팡 측은 “직접 매입한 제품에 한해 9800원 이상 주문 고객에게 무상 배달을 해주니 돈을 받고 화물을 운송해주는 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중국집이나 치킨집 사장이 자장면이나 치킨의 배송료를 따로 받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융 보험 보건업 숙박음식업 등의 대표적인 서비스업종의 90% 이상에 진입규제가 도사리고 있다. 쿠팡의 발목을 잡은 화물운수사업법의 진입규제도 1998년 등록제로 완화됐다가 화물연대 파업 이후인 2004년 허가제로 역주행했다. 철통같은 진입장벽에 포위된 시장에서는 신규 진입자의 진출이 제한돼 일자리를 늘리는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진입규제가 많고, 신규 창업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고용 창출 효과도 크게 억제된다. 해외에선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물류혁신을 이끌고 일자리를 만든다. 반면 한국은 2003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화주-운송업체-지입차주로 이어지는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 지입차주들의 수익성 및 근로조건 악화와 같은 근본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한 개가 아쉽다면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진입규제부터 시대에 맞게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 진입규제의 빗장을 단박에 열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규제의 강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며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장기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정부 당국이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며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거나 면피성 유권해석 뒤에 숨기만 한다면 청년 일자리는 날아가고 사회적 갈등의 불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

지난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제24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소식을 듣고 “금융허브 전략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지 몰랐다. 그런 위원회가 24번이나 열렸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고 말했다.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은 2003년에 발표됐다. 하지만 “한국은 동북아의 금융허브”라고 말하는 금융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나마 남아 있는 글로벌 금융사마저 떠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이라며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평가를 내린 걸 봐도 10여 년간 한국금융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금융허브 전략보다 한 해 앞서 추진된 경제자유구역(FEZ)도 올해로 13년이 됐지만 갈 길이 멀다.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과 정부가 2001년 10월 ‘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금융 및 세제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서비스업 선진화는 요원하다. 일이 잘 풀렸다면 “3년째 상임위에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처리되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로 통사정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구호만 있고 성과는 없는 ‘한국병(病)’의 증상들이다. 그러는 사이 경쟁국은 한참 앞서 나갔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하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대 유망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은 2009년 27%에서 2013년 26%로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신용카드 결제가 어려워 홈쇼핑 사업조차 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듣던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회사인 알리바바를 배출한 전자상거래 대국으로 성장했다. 알리바바는 이달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할인행사)’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를 통해 하루 912억1700만 위안(약 16조5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중국의 소비혁명을 이끌고 있다. 한국경제의 해묵은 체증은 제도를 만드는 권한을 틀어쥔 정치권과 정책을 실행하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빚은 합작품이다. 2000년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도 장관들과 정치권의 약속만 무성했을 뿐 아직도 진행형이다. 오죽하면 강호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물류 선진화를 얘기한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미국 아마존은 물류, 유통,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세계적 혁신기업으로 거듭났다. 변화와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취임사부터 반성문을 썼을까. 우리가 변화에 둔감한 건 법에 할 수 있는 것을 죽 늘어놓고 여기에서 벗어나면 불법의 낙인을 찍는 ‘포지티브 규제’의 덫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되는 일이 거의 없다. 정부가 만든 인허가의 울타리에 들어가면 거친 경쟁 따윈 잊어도 된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도 관치(官治) 동물원에서 길들여진 금융회사들이 “지침을 내려달라”며 제 발로 돌아온다. 이러니 대기업은 정부가 나눠주는 알짜 면세점이나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을 따내려고 매달린다. 물류시장의 판을 바꾸겠다며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고 청년 등 배송인력 4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전자상거래 벤처회사 쿠팡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규제를 위반했다는 시비에 휘말리는 게 현실이다. 세계경제의 큰 틀은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와 같은 ‘온 디맨드 경제(주문형 경제)’로 바뀌고 있다. 지능형 소프트웨어와 센서,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온 디맨드의 정신이다. 정부가 하라는 것만 해선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주문형 경제를 따라잡기 어렵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하지 말아야 할 것만 규정하되 사후 처벌을 엄격히 하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로 선회하는 이유다. 우리 경제의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려면 시장에서 강력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먼저 불어와야 한다. ‘태풍이 불면 무거운 돼지도 훨훨 난다’는 게 중국 경제에서 검증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개혁 타령보다 시장이 신바람을 내게 만드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

7년 전 9월의 캄캄한 밤이었다. 2008년 9월 15일 세계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소식이 전해졌다. 며칠 뒤 한국은행 출입기자들은 저녁식사를 겸해 이성태 당시 한은 총재를 만났다. 대화 주제는 온통 미국발(發) 경제위기의 먹구름에 쏠렸다. “말하자면 이게 소방서에 큰불이 난 건데….” 이 총재는 말을 아꼈다. 달러를 찍어내는 막강한 발권력과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월가가 있는 미국이 위기의 진앙이었으니, 태평양 건너 한은 총재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후 캄캄한 시골길을 전조등도 없이 한참을 달려야 했다. 위기는 불안을 먹고 자라고 투기 세력은 그 틈을 노린다. 그해 7월부터 각종 위기설이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 당시 위기설에 대응하는 업무를 맡았던 외환당국 A 씨의 일지는 이 무렵 시작됐다. 그는 2008년 7월 ‘9월 위기설’부터 이듬해 ‘3월 위기설’까지 한국 경제를 뒤흔든 각종 위기설과 당국의 대응을 꼼꼼히 기록했다. 그의 일지에는 보도자료 배포와 기자설명회 15번, 국제신용평가사 보고서 정정 요청 4번, 해외언론 면담과 기고 12번 등 약 8개월간 총 36번의 위기대응 기록이 남아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고 기록한 그 나름의 ‘환란(換亂)일기’였다. 2008년 9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2400억 달러로 세계 6위였다. 외국은행 지점들의 외화 차입이 꽤 있었지만 2223억 달러 유동외채(만기 1년 이내의 장단기 외채)가 한꺼번에 상환 요청이 들어와도 갚고 남을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2008년 초 고환율 정책으로 달러를 소진한 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외 개방형 경제구조, 은행들의 외화 차입과 막대한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이 ‘한국 때리기’에 이용됐다. A 씨가 더 힘들었던 건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었다. 정부가 “문제없다”고 큰소리를 치다가 갑자기 백기를 들었던 1997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였을까. 국내외 여론과 시장은 당국의 발표보다 근거가 미약한 작은 외신 보도에 더 휘둘렸다. 한국 경제를 뒤흔든 ‘제2의 외환위기설’은 그해 10월 30일 한은과 기획재정부가 나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자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A 씨는 요즘 7년 전 악몽을 떠올린다. 미국이 9년 만에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중국 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최근 한 외신이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국을 위안화 변동에 취약한 ‘10개의 문제 통화(Troubled 10)’로 지목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는 ‘Troubled 10’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가 각국 통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아시아의 싱가포르 달러, 대만 달러, 한국 원화 등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었을 뿐이다. 이에 외신이 ‘Troubled 10’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면서 ‘9월 위기설’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A 씨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세계 경제의 눈은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 있다. 미국이 2006년 이후 9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의 소방서인 미국이 자국 내의 불을 끄고 정상궤도로 다시 진입한다는 선언이다. 신흥시장으로 흘러나온 자금이 달러 강세와 높은 금리를 쫓아 미국으로 역류할 가능성도 높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증시에서 11일까지 27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지만 세계 6위권의 외환보유액과 41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 경제는 겉으론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과거의 위기들은 ‘맘을 놓을 때가 아니다’라는 다른 교훈을 보여준다. 한국 경제는 미국, 중국 등 대외변수에 휘둘리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의존형 경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조선 등 분야의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각종 규제로 서비스업 선진화는 더디다. ‘나만 살면 된다’식 전투적 노사관계의 틀도 바뀌지 않았다. 11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나빠진 재정 건전성과 성장률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나빠지지나 않았으면 다행이다. 언젠가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세계 경제가 요동치면 단골로 등장할 ‘한국 때리기’ 소재다. 다시 위기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과거 위기가 던져준 숙제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A 씨가 7년 전 환란일기를 다시 꺼내보는 이유다.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

몇 해 전 국세청 고위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 중 재무가 가장 탄탄한 곳이 어딘 줄 아느냐”고 물었다. 몇몇 기업 이름이 떠올랐지만 그가 원한 정답은 아니었다. 그는 롯데그룹을 지목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세무조사 등을 하면서 이 회사의 속살을 샅샅이 들여다본 듯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사업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재무와 회계는 참 탄탄해. 지배구조가 좀 그래서 그렇지….” 20대에 89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는 “빚은 몸에서 나는 열과 같다. 지나치면 좋지 않다”며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기업을 공개하는 것도 꺼렸다. 외환위기로 문어발 확장을 했던 대기업들이 나가떨어질 때도 내실을 강조하던 롯데는 건재했다. “고객한테나 잘하라”는 그의 소신 덕택에 롯데의 전문경영인이나 자녀들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드물었다. 최근 ‘일족의 난(亂)’이 터지기 전까지는. 외신이 ‘추악한 경영권 싸움’이라고 롯데가(家) 분쟁과 아시아 가족기업을 비판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역사가 긴 서구에서도 이보다 더한 가족싸움이 많았다. 가족기업 전문가인 그랜트 고든과 나이절 니컬슨에 따르면 얼마 전 기부자 모임을 열고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5명을 불러 면접까지 봤다고 해서 화제가 된 억만장자 석유재벌 코크가의 형제 찰스와 데이비드도 1980년대 자신들을 몰아내려는 장남과 막내를 쫓아내고 경영권을 장악한 인물들이다. 그 후 20여 년간 이들 형제의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포드자동차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는 손자와 며느리에 의해 쫓겨났고, 독일 다슬러 가문 형제는 갈등 끝에 떨어져 나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푸마를 각각 세웠다. 미국 포도주 명가 몬다비 가문은 밍크코트를 회삿돈으로 샀다는 사소한 오해로 형제가 갈라서 90대가 돼서야 서로 얼굴을 마주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치 가문에서는 공식 석상에서 부자간에 피투성이 난투극을 벌이고 아들이 가족을 상대로 3000만 달러의 피해보상 소송을 내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졌다. 가족 간 분쟁은 가족기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성장통’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너무 오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몸집은 커 가는데 여전히 꽉 끼는 아이의 옷을 입고 있다 보니 한국 대기업 40곳 중 18곳이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는 조사도 있다. 한국 기업의 오너들은 회사를 단기간에 키우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등을 통해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소유한다는 태생적 약점도 있다. 2, 3세로의 상속 과정에서 지분이 낮아져 경영권 위협을 받거나 일감 몰아주기 같은 편법 승계의 유혹에 빠진다. 서구 기업처럼 공익법인에 지분을 넘기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식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도 공익법인 출연 지분 제한(재단에 증여하는 지분에 대해 최대 10%까지만 증여세 면제) 규정에 막혀 쉽지 않다.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데 열중하다 보니 새로운 사업이나 시장 개척 같은 본연의 경영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한국 대기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롯데가의 혈투에 혀만 끌끌 찰 게 아니라 이참에 가족기업의 승계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점검하고 제도적 지원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가족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소유에 대한 집착은 가족기업 분쟁의 불씨다. 가족경영 전문가들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자식도 기업가의 자질을 물려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부모의 착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창업주의 투철한 기업가정신을 물려받지 못한 유전자 운이 없는 후손도 많다. 창업주가 가업 승계의 원칙을 세우고 후계자 육성, 전문경영인과의 역할 분담, 가족 갈등을 중재할 신뢰할 만한 외부 인사 확보 등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워놓지 않으면 그 자신이 회사를 무너뜨리는 파괴자가 될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사업을 키울 정도로 수완이 좋은 롯데의 신 창업주도 ‘창업자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 일가가 여론에 둔감한 건 가족 갈등을 중재하고 기업을 보호할 전문경영인이나 외부 인사가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롯데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고위 관료 출신의 A 씨는 롯데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는 이미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딱 그었다고 한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한 해 2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면세점 매장을 닫을지도 모르는 위기에서도 롯데 일가가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500여 개 기업을 세운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인 시부사와 에이치는 기업가의 자세로 ‘논어(기업 철학과 도덕)와 주판(경제적 가치)의 일치’를 강조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배우고 시작한 신 창업주의 주판 실력은 누구보다 훌륭했을지 모르지만 건강한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기 위한 ‘논어 읽기’는 그만 못했던 것 같다. 롯데 신 창업주뿐일까. 롯데를 비난하긴 쉬워도 내 회사가 ‘제2의 롯데’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일은 간단치 않다.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

지난해 영화로도 만들어진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을 읽고 나면 마음이 짠해진다. 환갑을 훌쩍 넘긴 홀어머니 집으로 실직, 이혼 등을 겪은 30, 40대 이복 3남매가 돌아온다. 가족의 평균 연령은 47세. 나잇값 못하는 자식들은 딱새 둥지에 탁란(托卵)된 뻐꾸기 새끼들처럼 좁은 집안에서 악다구니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자식이라고, 식탁에 삼겹살 한쪽이라도 올리려고 악착같이 일하는 건 나이 든 엄마다. 소설처럼 한국 엄마들의 삶은 노년에도 고달프다. 불황에 일손을 놓은 자식과 남편 대신 ‘여사님’, ‘아줌마’ 소리 들어가며 마트로, 보험대리점으로, 식당 주방으로 향한다. 지난달 여성 고용률이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인 50.2%를 기록한 건 쉰이 넘어서도 생계 전선에 뛰어든 엄마들 덕분이다. 고령화 가족은 부자가 되기도 전에 너무 빨리 늙어버린 한국을 살아가는 이 시대 중산층의 초상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을 위해 싼 임금과 시장을 찾아 해외로 나가고, 국내에 남은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이나 컴퓨터로 노동력을 대신한다. 경제 민주화를 명분으로 대기업을 압박해도 해결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중산층 일자리 가뭄의 근본 원인이다. 한국의 탄탄한 중산층을 만든 ‘화이트칼라’ 관리직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아들과 아버지 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갈등해야 할 판이다. 소를 팔아서라도 대학 공부를 시키고 신접살림집을 마련해줘야 부모 노릇을 했다고 믿는 한국인들은 가시고기처럼 모든 걸 자녀에게 내어주고 ‘하우스 푸어’로 늙어간다. 기대수명은 선진국 평균 이상이지만 자산이 감소하는 시기는 미국 일본보다 10년 이상 빠른 60세부터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에서 낙오한 자녀가 얹혀살기라도 하면 영화 속 고령화 가족이 현실이 된다. 중산층 가족이 일자리도, 소득도, 자산도 없는 ‘닌자(No Income, No Job or Asset) 가족’으로 전락하는 건 순식간이다. 지난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중산층 70%, 고용률 70%’를 국정의 목표로 제시했다. 정부가 재정을 풀거나 기업을 닦달해 고졸이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률 목표를 채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중산층 70%는 회복되지 않는다. 미국 독일 일본이 정보기술(IT)과 서비스업이 융합하는 차세대 제조업에 투자하고 ‘RDE(쇼핑 외식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창조산업을 육성하는 건 세계화와 기술 진보로 사라진 중산층 일자리 복원 프로젝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2기 임기 첫 국정연설에서 중산층 일자리 복원 의지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8일 국회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이 출범한다. 새 경제팀이 양질의 중산층 일자리를 재건하는 ‘국가경제 개조’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닌자 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냥 일자리가 아닌, ‘중산층 일자리’의 복원. 힘센 부총리에게 거는 기대다. 새 경제팀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

세계 경제계에 ‘피케티 신드롬’이 뜨겁다. 올해 3월 영역본으로 출간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책 ‘21세기 자본론(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프랑스 경제학자의 딱딱한 경제서가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끈 건 이례적이다.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서면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부자들에게 ‘글로벌 부유세’ 등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9년 월가 점령 시위로 ‘1 대 99 사회’에 대한 분노를 경험한 미국 사회는 그의 도발적 주장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피케티의 책이 지난해 프랑스에서 처음 출판됐을 때의 반응은 이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난달 28일 ‘2014 동아국제금융포럼’ 참석차 방한한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피케티의 의견이 ‘100% 맞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의 삶이 더 불평등해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설명해준다. 나도 좋아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책의 인기에 낀 거품은 경계했다. “프랑스인들은 피케티의 책이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 경험한 일이니까요. (중략) 이것도 버블, 즉 ‘피케티 버블’입니다. 출판사들이 이런 걸 만들어 내려고 하죠.”(실러 교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012년 집권 후 분배의 형평성을 강조하며 연 소득 100만 유로 이상 소득자에게 75% 소득세를 부과하는 ‘슈퍼과세법’을 밀어붙이다가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인기가 추락한 올랑드의 사회당 정부는 급진적 좌파노선을 ‘우 클릭’했으나 올해 3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피케티의 책이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계와 기업 최고경영자(CEO) 같은 ‘슈퍼부자’에 대한 불신이 큰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다르다. 실러 교수는 “(피케티의 책이 나오면) 한국에서도 아마 잘 팔릴 것이다. (미국과) 똑같이 금융계나 기업 경영진에 대한 분노와 긴장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는 빚에 짓눌린 중산층, 학교를 졸업하고 갈 곳이 없는 청년실업자, 소득절벽에서 떨어진 빈곤노인 등 ‘앵그리 세대’의 분노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계는 뼈를 깎는 쇄신과 인간친화적 금융혁신으로 소득 불평등 해소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직원들의 일탈과 경영진의 잦은 권력암투로 불신과 분노만 키우고 있다. 한국의 대표 금융회사인 KB금융그룹은 내부통제는 물론이고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경영의 핵심인 의사 결정과 소통능력마저 무너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뢰가 바닥난 사회에서 분노는 투기를 부르는 탐욕처럼 쉽게 전염된다. ‘피케티 버블’은 민심의 분노를 먹고 자랄 것이다. 그 후환은 누가 책임질 건가. 금융계가 답을 해야 할 차례다. 피케티 ‘자본론’ 한국어판은 9월경 나온다.박용 경제부 차장 parky@donga.com}

금융계 리더 양성과정인 동아경제리더스아카데미(DELA) 2기 해외네트워킹 프로그램 수료식이 18일 중국 베이징(北京) 청쿵(長江)상학원(CKGSB) 본교에서 열렸다. DELA는 CKGSB와 함께 중국 금융 및 자본시장을 전망하고 금융전문가들이 상호 교류하는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CKGSB 교수진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수료식에서 국내 금융회사 임원과 금융기관 간부로 구성된 DELA 원우들이 수료증을 받았다. 수료식에 앞서 이들은 17, 18일 CKGSB에서 중국 금융산업의 현주소와 금융 규제 동향 등에 대한 강연을 듣고 교수진 및 현지 기업인들과 토론을 벌였다. 샹빙(項兵) CKGSB 학장은 “중국식 성장 모델은 소득격차의 확대, 기업의 혁신부족, 투자 중심의 성장, 환경오염 등의 한계에 직면했다”며 “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계획경제와 시장경제 등을 거친 풍부한 경험이 있어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CKGSB는 홍콩의 거부인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이 중국을 이끌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경영대학원이다.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창립자, 리둥성(李東生) TCL그룹 회장, 푸청위(傅成玉) 중국석유화공(SINOPEC) 회장 등 중국의 대표 기업인이 이 학교 출신이다.베이징=박용 기자 parky@donga.com}

원화 가치가 연일 오르며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자 정부가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석유화학, 전기·전자, 기계업체 등 산업계는 환차손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와 국내 경상수지 흑자 확대, 외국인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개입해 1040원 선 방어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내린 1040.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외환당국의 개입이 소극적일 것이라는 예상에 장중 한때 1031원대까지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의 지나친 변동성을 우려한 정부의 개입으로 오후에는 낙폭이 크게 줄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 명의로 “단기간에 시장 쏠림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쏠림현상이 발생할 때는 안정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당국자의 구두 개입 외에도 정부가 직접 달러화를 사들여 환율을 끌어올리는 직접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소폭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달러화 약세 흐름, 외국인 자금의 대량 유입 등 최근의 주변 여건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의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 때문에 정부가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환율이 102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몇 년간 국부펀드 등 양질의 외국인 자금이 원화 채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환율이 95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3월 이후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9.66포인트(0.48%) 오른 2,008.61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30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00 선을 돌파했다. 원화 강세가 더는 한국 증시에 큰 악재가 아니라는 해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수출 비중 높은 업종 비상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자 산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국세청장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환율 하락이) 걱정이긴 한데 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345만 대를 생산해 235만 대(68.2%)를 수출했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연간 매출액이 2000억 원 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생산 비중이 50%가 넘고 달러 결제 비중을 10년 전 70%에서 현재 40%까지 줄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내 제조업체의 매출액은 원화 가치가 10% 절상될 경우 3.4% 감소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자동차를 포함한 수송장비와 전기·전자 부문 매출액이 각각 5.2%와 5.0% 줄어들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국내 중소기업들이 올해 평균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환율은 달러당 1066.05원, 적정 환율은 1120.45원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0일 기준 환율은 중소기업들이 손익분기점이라고 예상한 수치보다 26원, 적정 환율보다는 80원이나 낮다. 특히 중소기업 가운데 68.4%는 ‘여건상 환 리스크 관리를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김창덕·정임수 기자}

“‘잘 다듬어진 옥’보다는 투박하더라도 잠재력이 큰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는다.” 기업들이 최근 채용 과정에서 학점, 자격증, 공모전 입상 경력 등의 스펙을 배제한 ‘스펙초월 채용’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원자의 자격 제한을 없애 기업이 원하는 인성과 직무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관계자는 “기업 인사담당자의 93%가 입사지원자들의 스펙이 지나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스펙초월 채용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글로벌 트렌드이고 국내 기업의 대부분이 도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과거에는 채용 과정에서 부적격자가 합격하는 오류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면 최근에는 창조적인 인재가 스펙이 부족해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채용제도를 손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재 1명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고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창조 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스펙초월 채용제도가 확산되면 취업준비생도 불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펙초월 채용 방식은 ‘채용공고-서류심사-시험-집단토론 및 발표-면접’으로 진행되는 전통적인 기업 인재선발 방식을 바꾸고 있다. 기업들은 지원자격 제한 요건이나 스펙에 의한 서류심사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한편 스펙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블라인드 면접’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청년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스펙초월 채용 방식은 크게 △오디션 방식 △스펙초월 필기시험 △소셜 리크루팅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오디션 방식은 지원자격의 제한이 없으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은 자기소개 에세이 심사를 거쳐 공개경쟁 방식의 오디션으로 합격자를 뽑는다. 스펙과 서류로 확인하기 어려운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한 방식이다. 스펙초월 필기시험 방식은 서류심사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인·적성검사, 직무역량평가 등을 진행한다. 지원자가 대거 몰리는 대기업 공채에서 출신, 학벌 등을 배제하고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방식으로 쓰인다. 소셜 리크루팅 방식은 미국 등에서 주목받고 있는 방식. 서류전형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3∼4주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며 상호평가, 전문가그룹 평가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SNS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문성이 검증된 인재를 선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펙초월 채용을 위한 객관적인 평가모델도 개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스펙이 아닌 직무역량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핵심직무역량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180여 개 기업에 보급할 계획이다. 취업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채용제도는 달라지는데 대다수 취업준비생은 과거와 같은 ‘스펙 쌓기’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펙초월 채용에 대비하려면 자신의 가치관, 성격, 적성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원하는 직무와 기업을 미리 선택해 역량, 지식,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위 홈페이지(pcyg.young.go.kr)에서 스펙초월 채용 방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내려받을 수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중국과 우크라이나발(發) 악재가 일주일이 넘도록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크림 반도 지역에서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 상태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두 번째 기업부도 사태가 발생했다. 14일 아시아증시는 전날 미국 뉴욕증시 급락(―1.41%)의 영향으로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엔화 강세의 영향이 겹쳐 전날보다 488.32엔(3.30%) 급락했다. 한국 코스피도 14.48포인트(0.75%) 내린 1,919.90에 마감됐다. 코스피가 1,920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6일(1,907.89) 이후 처음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73%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앞으로도 러시아와 서방 간 협상이 장기화되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위기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의 둔화, 기업의 연쇄부도 우려로 인한 금융 불안이라는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한 것처럼 자국 경제를 잘 관리만 해준다면 성장률 급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며 당국이 지급준비율 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1000조 원을 넘어서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3년 전 내놨던 방안과 흡사해 ‘재탕 대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정금리로 거치기간 없이 원금, 이자를 나눠 갚는 대출의 비중을 높인다’는 이번 대책의 핵심 내용은 3년 전 발표됐던 대책과 숫자만 빼고 거의 차이가 없다. 주택저당채권(MBS) 활성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 같은 원론적인 대책도 반복해 포함됐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은 27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후속 대책으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3년 이하 단기 상품’에서 ‘10년 이상 장기 상품’으로 바꿔 대출 만기가 한꺼번에 닥치는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무주택자나 집 한 채만 가진 사람이 국민주택 규모(85m²) 이하의 집을 살 때 만기 15년 이상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으면서 고정금리와 ‘비(非)거치식 분할상환’(대출 직후 원금, 이자를 함께 나눠 갚는 방식)을 동시에 선택하면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최고 한도를 1500만 원에서 1800만 원으로 높여 주기로 했다. 또 만기 10∼15년 대출상품에도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런 내용은 정부가 2011년 6월 내놓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에도 포함됐다. 당시 정부는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상품의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까지 3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대책과 소득공제 한도, 목표치 등의 숫자만 다를 뿐이다. 이 밖에도 예전 대책들과 엇비슷한 내용이 많다. 3년 전 ‘은행의 장기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MBS 발행 활성화 방안’은 ‘MBS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국민행복기금 지원 △서민금융 총괄기관 설립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등 이미 시행 중이거나 거론된 정책들도 반복됐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연금술사들’은 2008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사마천은 “주어진 때를 잃지 않고 천하에 공명을 세우는 사람들을 위해 열전(列傳)을 짓는다”고 말했다. 위기 이후 쏟아진 수많은 경제서가 ‘경제위기 해설서’라면 이 책은 난세에서 소방수로 활약한 중앙은행장을 다룬 열전에 해당한다. 주인공은 2008년 당시 세계 최고의 경제권력으로 불렸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머빈 킹 영국은행 총재. 2007년부터 5년간 연준을 출입했던 저자는 11개국 세계 27개 도시를 넘나들며 취재수첩에 담긴 3인의 행보와 의사결정의 막전막후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는 막강한 중앙은행장의 힘을 “돈을 창조하거나 파괴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중세시대 연금술사가 주석에서 금을 만들려고 했다면 중앙은행장은 국가로부터 통화발행 권한을 위임받아 돈을 찍어내며 그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중앙은행장을 현대판 연금술사로 지칭한 이유다. 언변과 설득에 능하고 대공황을 연구한 통화주의자 버냉키, 강철 체력을 갖춘 뛰어난 협상가인 트리셰, 141년 만에 영국 상업은행의 파산을 방치할 정도로 엄격한 시장주의자이자 자신만만한 ‘개룡남’ 출신인 킹이 ‘3인 위원회’ 형태로 공조하며 발권력을 동원해 위기를 진화하는 과정이 드라마처럼 생생하다.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난 이들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비교적 후한 편이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이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방치한 것, 킹 총재가 금융위기 초반 영국의 긴축정책 기조를 승인한 것, 유로존 위기가 닥쳤을 때 트리셰 총재가 머뭇거린 것은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부제를 붙인다면 ‘중앙은행 사용 설명서’가 어울릴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장을 믿어야 한다. 매우 중요하나 전문적이고 복잡한 사안을 사실상 표결로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완벽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점진적 발전은 요구해야 한다.” 4월이면 새로운 한국은행 총재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기업은행은 신임 수석부행장(전무이사·사진)에 박춘홍 부행장을 승진 임명했다고 21일 밝혔다. 박 수석 부행장은 1982년 입행 이후 충청지역 영업 현장에서 활동한 ‘영업통’이며 기업고객본부와 경영지원본부 부행장을 맡아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부행장 △개인고객본부 김성미 △경영전략본부 김도진 △마케팅본부 시석중 ▽부행장 △글로벌자금시장본부 안동규 △IB본부 조희철 △리스크관리본부금융소비자보호센터 양영재 △여신지원본부 이상진 △경영지원본부 임상현}